전쟁없는세상 소식지 05호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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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나동혁(전쟁없는세상 자원활동가, peace1@jinbo.net)

무덥다. 여름이다. 공포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피스몹을 했다. 20분 동안 박스를 뒤집어 쓰고 있 었다. 차마 얼굴을 들고 있기가 미안하다고. 말하지

권력을 강화한다는 얘기.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부르 고, 전쟁이 테러를 낳고 테러가 보복전쟁을 부른다 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안다.

만 그것도 결국엔 내 자신을 용서하기 위한 살풀이

노무현도 본심은 파병을 반대한다. 아직도 그렇게

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촛불시위에서 어떤 이가 “ 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노무현의 성품에 대해서

국인으로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했

관심이 없다. 호전적인 군국주의자들도 전쟁의 명분

다. 누구라도 비슷한 심정을 느꼈으리라. 한국인을

은 언제나 평화다. 문제는 그 사람이 쥐고 있는 권

넘어 인간으로 살기가 왜 이렇게 부끄럽고 미안한지

력이며, 그 사람이 추구하고 노선이다. 그는 대통령

모르겠다. 같은 종족을 살상(genocide)하기 위해 모

이라는 권력이 자기 품에 들어왔을 때 파병을 찬성

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유일한 종족. 인간은 21

하고 김선일 씨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선을

세기에도 무의미한 살상을 계속한다.

취했다.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으로 노무현을 평가할

20분 이상을 무릎꿇고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다 리가 저렸고, 날은 더웠고 습도가 매우 높았다. 김선

수 있다. 노무현과 그 지지세력은 정신분열과 정체 성 혼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모순 그 자체다.

일 씨는 20일 넘게 피랍되어 있었다. 살고 싶다는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진실에 대해 아는 것

외침이 방송에 나가던 그 순간에는 이미 탈진 직전

이 없다. 이 번 피랍사건 역시도 온통 의문 투성이

이었다. 20분 동안 나는 김선일 씨가 느꼈을 공포를

지만 진실은 너무 멀리 있다. 정부와 언론은 보복을

생각했다. 우리는 그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다. 소

부치기고, 한나라당, 부자언론 조중동, 보수단체들은

름이 끼친다. 그 죽음마저도 빠르게 손익계산서에

물론 촛불의 힘으로 살아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

포함시키는 정치인과 언론, 무엇보다 국가라는 괴물

리당까지 합세해서 파병에 열을 올린다. 한미동맹은

의 존재가 공포스럽다.

이제 종교적 교리에 가깝다. 잘못된 전쟁이라는 것

911테러가 부시와 빈라덴의 합작품이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었다. 누가 들어도 그럴 싸하다. 무엇보다 911이후 가장 득을 본 사람들이 부시와 빈

도 인정하고 파병도 나쁜 짓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어쨌든 파병은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람이 40% 를 넘는다.

라덴을 비롯한 그들의 추종자들이기 때문에 매우 설

촛불을 들고 피스몹을 한다고 파병을 막을 수 있

득력있게 들린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원래 적대

겠냐는 회의스런 분위기를 곳곳에서 접한다. 그렇다

적 생존관계라는 말이 있다. 학문적 용어로는 거울

면 나는, 혹은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광신도들

대면효과라고도 한다. 남북의 독재정권이 사실은 서

의 보복주장에 짜증만 내고 있을 수는 없다. 강철민

로를 필요로 하며, 상대방의 존재를 이유로 자신의

씨의 옥중단식이 10일째 접어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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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생활수기

예비군 훈련과 옷입는 법 민호(다큐이야기 자원활동가, sinabro@hanmail.net)

5월 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5월 21일 우리나

역들은 이 단계에서부터 기분이 상한다. 과연 예비

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판결이

역들은 상한 기분과 ‘내 맘대로’라는 마음가짐으로

내려진 날. 이 두 날의 중간 즈음 난 예비군 훈련을

군대와 함께 조화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예비

받았다. 군에서 탈출한지 횟수로 2년째인 나는 흔히

군 훈련장의 그들은 -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군인

‘예비역 2년차’로 불린다. 여기서 예비역 2년차의 경

들도 그곳에 있어야 하는 자신도 - 당연히 짜증난다.

험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은 획일화된 경계를 허물고 탈주를 기원

현역군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절 도와 규범을 상징하는 ‘각’이다. 이 ‘각’의 외적 표현 이 옷이다. 현역군인처럼 예비역에게도 무엇보다 중

한다. 한 예비역이 읖조린다. “ 아 씨바 (집에 갈려 면) 다섯 시간이나 남았네” - ‘병사는 집에 가고 싶 다’.

요한 것은 옷이다. 모자는 하늘과 약 37°의 ‘각’을

예비군 훈련은 네 단계로 진행된다. 전쟁 상황을

유지하며 얹혀져야 하며, 군복 상의 안에는 흰색 또

훈련하는 시가지 전투 공격과 방어, 사람모양으로

는 빨간색 면티를 입어 군복과의 미적 불균형을 유

된 표적을 향해 총을 쏘아야 하는 사격, 그리고 훈

도해야 한다. 절대 바지 속에 상의를 넣어 입어도

련에 동기부여를 위한 정신교육이 그것이다. 아무래

안되고, 당연히 단추는 모두 풀린 상태이어야 한다.

도 군대와 어울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군복 바지 속에는 심심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핸드

예비역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교육이다. 정신

폰과 꼬나물 담배가 들어 있어야 하고 군화와 바지

교육 시간은 정보화 시대에 부합하게 파워포인트를

를 곱상하게 연결하는 고무링은 축 쳐져 있어야 한

이용한 비쥬얼한 강의와 영상물로 진행된다. 정신교

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예비역 훈련장에 가는

육에서는 미국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이 여전히

사람들의 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정형화

도발적이고 위험한 우리의 ‘주적’임을 강조한다. 그

되지 않음의 분위기요, ‘내 맘대로!’라는 마음가짐이

리고는 그 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다. 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예비역들은 국

‘귀찮고 싫겠지만’ 예비군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

가에 의해 가장 훌륭하게 통제되어지는 군대 속으로

고 덫붙인다. 말도 안되는 소리에 예비역들은 정말

들어간다. 이 때 마음가짐은 몰라도 몸가짐은 문제

제 멋대로 저항한다. 한 예비역이 “저 놈들 또 헛소

가 된다. 상의는 단추가 모두 잠긴채 바지 속에 들

리 한다” 라고 말한다. 그 곳에서 행해지는 정신교육

어가야 하며, 고무링은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예비

의 허구성을 이렇게 잘 표현 할 수가 있을까? 정말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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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이다. 예비역들의 저항은 여기서 끝나지 않

그리고 다른 미국 사람들은 바지 위에 팬티를 입은

는다. 그들은 실천으로 저항한다. 정신교육이 반 정

남자를 모두들 좋아하고 있었다. 그는 외적으로부터

도 진행 되었을 때 이미 예비역들은 단체 행동에 들

국가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한 남자였기

어간다. 그 고요한 침묵! 도저히 저 따위 망발은 들

때문이다. 나는 우리 나라는 미국을 너무 좋아해서

을 수 없다는 그들의 저항은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왠만한건 다 따라 할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된다. 그들은 곧 깊은 수면상태로 들어간다.

근데 왜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한

동기부여부터 비뚤어진 예비군 훈련은 전쟁과 폭

다는 우리 군에서는 그 슈퍼한 남자의 옷 입는 법을

력을 재생산하고 내면화시키기 위한 훈련이라는 ‘본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난 결단코 우리나라에서 그

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예비역들의 저항 앞에 무

렇게 옷 입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릎 꿇는다. 예비역들은 훈련의 처음부터 끝까지 불

누가 국가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한단 말인가? 혹시

성실함과 흐트러짐으로 저항했으며 결국 그들은 승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국가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

리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는 것이 무엇인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예비군 훈련은 7년 동안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민방위 훈 련이 예비역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는 바보가 아니 다. 게으르고 훈련도 제대로 안받는 예비역들을 그 렇게 오랫동안 모이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 다. 내가 확신하건데 국가가 예비역들에게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은 한가지다. 바로 ‘각’잡아 옷입는 법! (중요한 것은 ‘각’ 이니까) 실제로 그것 외에 다른 것 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옷 입는 방법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가는 그것이

럴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원래 전문가란 엄청난 오 류를 범하면서, 작은 실수를 피하는 사람들이니까. ☮

전쟁없는세상을 후원해주세요!! ☮ 전쟁없는세상 이사갔어요! 서울시 관악구 신림4동 468-9번지 2층 전쟁없는세상 (우 : 151-870) TEL : 02) 854-6965 E-mail : peace@withoutwar.org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근데 왜 국 가는 군대를 다녀온 남성에게만 옷입는 법을 가르치

☮ 후원인이 되시려면...

는 것일까? 여성도, 장애인도, 눈이 나쁜 사람도, 아 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기사 우리는 병무청 전문가

1. 다음 사항을 적어서 위 메일로 보내주세요. 이름 / E-mail / 핸드폰 / 소식지 받을 주소 / 자동이체 약정기간 / 회비 약정액(5000원부터)

들에 의해 골라져서 군대에 온 사람들이니 전문가에

2. 그 다음에 다음 계좌로 자동이체 신청!!

버지가 국회의원이거나 재벌인 사람들도 옷 입는 법

게 선택받은 신체 건강한 남성만이 그것을 배울 자 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미국의 어 떤 신체 건강한 남성이 내 머리 속에 남아 있기 때 문이다.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본 그 남자는 S 자 를 가슴에 그리고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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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조흥은행(이용석) 342-04-914427 국민은행(이용석) 404602-01-213526 우리은행(이용석) 495-077819-02-002 농협(이용석) 053-12-134781 하나은행(이용석) 161-910080-65307


515 CODAY 참가기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마치고 진흙(전쟁없는세상 후원인, tedious1@hanmail.net)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니 행사에

게 된 건 아니랍니다, 흑흑).

참석하러 많이들 오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 게

신문에서만 읽어 오던 불복종에 대한 이야기들이

엊그제인데 벌써 515 행사 후기를 쓰라는 연락을 받

자신의 실제 삶이 된 분들을 한 명 두 명 만나고,

았습니다. 지난 2월 말 무렵 ‘평화인권열린대화마당

또 생각이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평화라는 공통의

‘이 있다는 소식에 학교 선배와 함께 어색하게 전쟁

대전제 아래 모인 분들과 한 시간 두 시간 이야기를

없는 세상 사무실을 찾았다가 얼결에 후원회원이 되

나누며 밥도 먹고 풀칠 가위질도 하고 이래저래 시

었을 때에는 날씨에 맞추어 옷을 입기가 곤란하도록

간이 흘렀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 입시만 바

춥더니, 이제는 낮이면 푹푹 쪄서 긴팔을 입고 다니

라보기를 강요받던, (명칭만 멋있는) 탈학교 10대답

기도 힘든 날들이 왔네요. 짧다면 짧을 기간, 이래저

지 않은 생활을 하며 책상머리에 앉아 꽁하니 저 혼

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분들이 여러 방

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

면으로 병역거부 운동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기

기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반성의 기회도

도 한 듯합니다.

갖게 되었지요.

준비기간은 약 한두 달 정도였던 걸로 기억되는

어린이날임에도 불구하고 놀러가지 않는 등 다들

군요.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가 있으니 준비하

열심히 준비를 해서 맞은 5월 15일, 아, 막상 행사

는 데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모월 모일 사무실로

당일이 되고 보니 아침부터 빗방울이 후둑후둑거리

오라는 공지를 본 게 일교차가 좀 크게 나던 봄이었

지 뭡니까. 후원의 밤이야 실내에서 하니까 그렇다

으니까요. 워낙에 계획 없고 대책 없이 생활하는 저

치더라도 기대하고 있던 대학로 피스몹은 어떻게 하

인지라 역시나 얼결에 평화인권연대 사무실에 불쑥

나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도 ‘항상 좋은 운을 몰고

들어가 앉아 얼결에 전쟁없는 세상 후원의 밤 준비

다닌다는’ 용석씨가 피스몹에 참가한 덕분인지 낮이

팀에 들겠다고 말했고, ‘진흙씨가 임재성씨랑 사회

되니 하늘이 ‘내가 뭘, 허허’하고 활짝 개이더군요.

해 볼래요?’ 라는 나동혁씨의 툭 던지는 말에 또 얼

그렇게 재미있는 피스몹이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동

결에 ‘네, 그래요’ 하고 덥석 대답해버리고 나니, 어

안 후원의 밤 준비팀은 중앙대 근처에서 떡 사고 김

느새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더군요 (계속 얼결

밥 사고 음식 만들고, 이래저래 분주하게 다섯 시를

에 얼결에 하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얼결에 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설치하던 무대 장비가 말썽을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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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는 둥 저로서는 처음 해 보는 행사에 이래저래

면서 가슴이 뭉클했거든요. 사실 320 반전행동이나

불안함이 많았는데, 시간이 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메이데이에서 부스를 차리고 있을 때라든지, 혹은

오면서 서로서로 인사를 하는 걸 보니 그게 두근두

평소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라든지, 늘상 느꼈

근함으로 바뀌었어요.

던 ‘진보적일 것 같은 사람들의 싸늘한 눈빛’에 겁을

행사는 제가 실수 몇 번 한 것만 빼고는 다 좋았

좀 먹고 있는 요즈음이었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

습니다. 특히나 임재성씨가 사회 멘트 중에 한 말처

이 이렇게 동의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럼 병역거부자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있었으니까요.

느낄 수도 있었고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군사

어째, 행사 후기인데 정작 행사 이야기는 별로 없

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때에 우리가 사는

는 것 같군요, 이런. 아무리 변명을 해 봐도 언제나

군사화된 사회의 모습도 바뀌어 갈 수 있는 것이겠

얼결에 뭔가를 하는 진흙인가 봅니다. 어쨌든 하고

지요.

싶은 말은 - 처음 해 본 행사의 과정에서 위에 쓴

준비를 하거나 무대에 올라오신 분들도 그렇지만,

바와 같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는 겁니다.

객석에서 자리를 지켜 주신 분들도 모두 인권과 평

2004년은 병역거부 운동에 있어서 폭풍전야와도 같

화를 생각하는 눈빛을 하고 계셔서 기뻤답니다. 특

은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누군

히나 영상물 제작이나 음식 만들기 등등, 눈에 보이

가가 저녁 식사 중에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지 않는 수고를 해 주신 많은 분들도 계셨지요. 그

정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것을 실감하고 있어

리고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요. 많은 분들의 몸과 마음이 매우 분주해질 거라는

사진을 많이 찍어다 전쟁없는 세상 홈페이지에다 올

생각이 드네요. 부디 내년 행사에서는 올해의 그것

려 주신 가람씨예요. 직접 가보지 못한 피스몹 사진

보다 더 나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

들 중에 있던, 지지서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

라면서, 역시나 얼결에 쓰는 후기를 마칩니다. ☮

We wait for Volunteer!! Action Together for World Without War

자원활동 가를 기다립 니다 ☮ 캠페인, 집회, 퍼포먼스, 상영회

☮ 온라인 행동

- 병역거부권 실현/대체복무 도입 캠페인

- 홈페이지 공동 기획/관리/제작

- 반전평화 집회, 피스몹, 캠페인, 퍼포먼스 등등 - 다큐멘터리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상영회

☮ 소식지 - 소식지 기획/취재/제작 전과정을 함께!

☮ 사무실 자원활동 ☮ 해외자료번역 - 주로 영어를 잘하고, 병역거부 운동에 애정이 많 은 사람. 영문 자료가 아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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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 평화주의세미나 -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편지글

최진 선생님께 김훈태(전쟁없는세상 후원인, )

김훈태 씨는 평택 군문초등학교 교사로 비폭력의 삶을 고민하며 병역거부자 모임에 오래 전부터 함 께해왔습니다. 이번 소식지에 글을 부탁드렸는데, 같은 초등학교 교사로 얼마 전 불구속 판정을 받은 최진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평택에 사는 김훈태입니다. 그날 문

을 보면 여름이 성큼 다가서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경에는 잘 내려가셨나요? 금요일 밤 제가 너무 부리

저는 작년과 재작년 모두 4학년을 가르치다가 올

나케 내려가는 통에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네

해에는 2학년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

요. 무척 아쉬웠습니다. 선생님 사는 얘기와 학교 아

다. 어쩔 때는 아이들이 꼭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이들 얘기, 병역 거부에 대해, 그리고 얼마 전에 하

하기도 하지만요, 참 어여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나이

신 약혼에 대해서도 웃으며 이야기 나눴으면 했는

가 어릴수록 사람은 마음 열기도 쉬운가 봅니다. 스

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끝까지 함

스럼없이 다가와 팔이며 목에 매달리고 까부는 아이

께 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들과 시도 쓰고, 전래놀이도 하고, 춤도 추며 즐겁게

아마 업무의 양에서는 선생님 다니시던 학교가

보내고 있습니다.

월등하겠지요? 크나 작으나 학교마다 기본적으로 주

선생님의 소식을 처음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우

어지는 일은 비슷하니까요. 듣기로는 작은 학교 선

선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병

생님들은 산더미 같은 공문 처리와 잡무 등으로 고

역 거부의 의미를 늘 혼자 고민하던 차에 동지가 생

생이 더 많으시다고 하더군요. 가끔 자질구레한 업

겼으니까요. 사실 우리에게 병역 거부는 부차적인

무에 시달리다 보면 교사는 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

일일 것입니다. 근본적인 것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사는

모든 폭력에 대한 거부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에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는 요즘

서, 그리고 교실 안에서 순간 순간 폭력을 발견하곤

입니다.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둘레에는 장미꽃이 한창입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폭력은, 너와 내가 평등하다는

짙은 청록의 잎과 줄기 사이로 붉게 피어난 장미꽃

진실을 버리고 너 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마음이 자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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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할 때 생기는 듯합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경

지지의 박수를 보냅니다. 언제 어디에 계시더라도

우엔 언제나 아이들보다 내가 위에 있다고 여길 때

지금처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평화에의 의지를 나

입니다. 내 뜻대로 아이들이 따라 주길 바라는 욕심

누어 주십시오.

과 집착이 강할 때도 화가 자주 나더군요. 폭력의 유혹도 더 자주 느끼고요. 그럴 때는 아이들을 스승 삼아 제 안의 폭력성을 돌아봅니다.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평안하십시오. ☮

진정한 평화는 모든 폭력을 극복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교육은 사람의 변화를 꿈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

2004년 5월 23일 일요일 평택에서 김훈태 드림

다. 그리고 변화란 자발적인 것일 때에야 비로소 온 전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교육의 대

병역거부자들 재판 소식

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보고 도움을 주어야 할 것입 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이 과연 아이들이 스스로

-오태양씨

재판이 또 다시 연기되었습니다.

의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는지는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1심 재판이 빠르게 진행될

의문입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강요와 지시에 따

분위기였는데 무죄판결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

라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키워질 뿐 아

다.

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동무들과 더불어 지내는 법 을 배우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

지나치게 반인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안타깝게도 판

임태훈씨 첫 2심 재판이 계속 진행중입니

선생님의 양심적 병역 거부를 통해 사람들이 서

사는 보석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이 재판을 진행

로의 생각과 믿음을 더욱 존중해 나갔으면 하는 바

시키겠다고 하네요. 지지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람입니다. 한 사람의 양심은 그의 인격적 총체를 드

전자서신도 가능합니다.

러냅니다. 남이 볼 때는 우습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최진씨 불구속 확정되었습니다. 구속영장실

그에게는 온 삶의 경험과 꿈이 담겨진 삶의 총체입

-

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그러한 개인적 양심과 신

질심사에서 구속이 되는 듯 하였으나, 3일 후

념이 존중받기는커녕 전체의 논리에 따라 쉽게 쓸데

구속적부심에서 최종적으로 불구속 확정되었습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다 알았다는 듯 모든 걸 냉소적 으로 바라보는 어른은 많아도, 자신만의 양심과 신 념에 따라 굳건하게 사는 어른은 찾기 어려운 것 같 습니다. 어린아이일 때부터 ‘양심’과 ‘신념'이 인정받 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허용되고 격려되는 성숙한 의식을 꿈꿔봅니다. 선생님의 작지만 큰 한 걸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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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니다.


병역거부자 활동수기 - 최진씨

차 없는 날 최진(초등학교 교사, secretroad@hanmail.net)

최진 씨는 현재 문경 용흥 초등학교 교사로 5월 15일 입영을 앞두고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최진 씨와 함께하고자 하는 분은 후원회 홈페이지: http://cafe.daum.net/naagaljin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6월 25일 구속판정을 받았으나, 6월 28일 구속적부심에서 최종적으로 불구속 결정되었고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차 문짝을 수리하기 위해 아침 출근길에 차를 맡

드물지만 몇 대 지나 다니는 차마저도 길을 제대로

겼습니다. 날이 조금 더워졌지만 그럭저럭 퇴근 시

걷기엔 번거로운 탓입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간이 되었습니다. 여유있게 컴퓨터를 끄고 전원을

덜컥 겁을 집어먹고 새로 난 길로 걸음을 돌립니다.

뽑고 문단속을 하고 교무실에 열쇠를 걸고 신발을

산의 속살이 벌겋게 드러난 비탈에서부터 제 몸집만

갈아신고 문단속을 하러 오신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

한 바위돌이 서너개 굴러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여

리고 주차장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도 없더군요. 아침

기는 제작년부터 소형 댐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낙

에 차를 맡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하는

엽송이 거의 다 베어지거나 꺾여져 나가고 몇 그루

수 없이 교문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남은 나무들만 흘러내리는 흙과 돌과 폭파음에 맞서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부랴부랴 고개만 까딱이며

고 있습니다. 출퇴근 길에 늘 보는 풍경이지만 오늘

인사를 드린 구멍가게 할머니께 “안녕하세요!”하며

처럼 가슴 저리지는 않았지요. 댐이 완공되고 수위

목소리를 들려드렸습니다.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이

가 높아지면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명들마저 지워질

걷는 속도만큼 느리고 길게 따라옵니다. 마을을 벗

겁니다. 그저 끝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는 형제들을

어나자 성주봉의 뒷머리가 초여름의 생생함으로 빛

향해 침묵으로 존경과 아픔을 전했습니다.

나고 바람불때마다 하얗게 뒤집어지던 참나무들의

이라크라고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아무런 감정도

색이 짙어졌습니다. 길 옆이나 산 허리에는 하얀 찔

없이 굴러가는 포크레인과 불도져의 굉음이 산과 산

레꽃이 은하수 별무리처럼 한창입니다. 아이들이 코

의 생명들을 짓누루고 살해하듯이 이라크 사람들을

를 쿡 쳐박고 찔레꽃 냄새를 맡다가 코끝에 노란 꽃

향한 무심한 총부리가 그들의 평화를 부수고 있습니

가루 묻히고선 땡벌처럼 웃는 모습이 떠올라 저도

다.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고 생명을 죽이고 있

빙그레 웃습니다.

습니다.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고 나와 같은 생명

물길 따라 가던 길이 갈라집니다. 새로 난 길을

입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총을

버리고 가로 막은 옛 길에 몸을 올립니다. 인적은

들고 몸에 폭탄을 두릅니다. 삶의 기쁨과 감사는 하 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그것을 빼앗아가는 폭

소식지 6/7 월호 ☮

8


력 앞에서 저는 이 땅의 교사로서 이 나라의 국민으

며 담겨있습니다. 논에 담긴 개구리 울음소리가 발

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저의 병

걸음소리에 놀라 지워졌다가 다시 개골거리며 길 가

역거부는 그 절망 앞에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몸

는 이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부림입니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선택한 길일 뿐입 니다.

이 속에 연두빛 모가 서고 여름으로 자라올라 물 댄 논의 풍경들을 덮을 겁니다. 그러나 걱정마세요.

마음에 난 길이 이즈음 닿자 유치원 선생님의 차

아름다운 풍경은 덮여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락

가 옆에 섰습니다. 도자기를 보고 내려오시는 길이

하나 하나에 같이 영글어 있지요. 아이들의 눈동자

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정도 발품을 덜었네

속에 담긴 풍경 역시 삶으로 영글기 마련입니다. 우

요. 그러고도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놓쳐 30여분을

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오늘 내가 본 풍경처럼 아

더 걸었습니다. 나즈막한 비탈을 오르는데 아랫마을

름답기를 소망합니다. 삶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절망

까지만 가는 버스가 서더군요. 어둠이 멀지 않아서

도 큽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지요. 우리의 아름

이 버스라도 타야했습니다. 간만에 걸어서인지 허기

다운 일상을 되찾는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져도

가 지더군요. 버스기사 아저씨가 저녁을 드시는 사

지지 않는 싸움이 우리의 일상이니까요. ☮

이 터미널 옆 포장마차에서 만두와 오뎅을 먹으며 허기를 지웠습니다. 제가 버스에 오르자 다시 버스 가 출발하였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커다란 바위산인 희양산이 하얗고 훤한 이마를 드러냈습니다. 버스에 서 내리자마자 희양산에게 경례를 붙이고 양산천 계 곡을 따라 집을 향했습니다. 저녁 바람이 뺨을 어루만집니다. 물냄새 풀냄새가 계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네요. 어둠이 오는 것이 이

병역거부 양심수에게 편지를!! 2004. 6. 15 현재

4 3 9명 (명단을 보실 분은 peace.jinbo.net 으로!!)

제 눈에도 보입니다. 가늘게 눈뜬 초생달 옆으로 개 밥바라기(초저녁에 뜨는 금성의 우리말 이름)가 떠

☮강철민

있네요. 전에 아이들이 개밥바라기를 보고 “하늘에 누가 압정을 박아놨어요!”하며 놀라던 모습이 생각

(우 : 630-705) 마산시 마산 우체국 사서함 7호 551번 강철민

납니다.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처럼 오늘 같은 밤엔

지원단 홈페이지 : peace.gg.gg

추억도 무성합니다. 아, 이제 마을에 접어들었습니

** 현재 김선일 씨 죽음에 항의하며 파병반대를 내걸고 옥중단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 논둑을 따라 난 지름길을 지나 마지막 비포장길 에 닿았습니다. 고개를 넘자 마을 전경이 가늘게 남 은 저녁 빛을 타고 눈 앞에 펼쳐집니다. 저 앞에 우

☮임태훈

리가 손수 지은 집들이 고즈넉히 빛을 발하고 있습

(우 : 435-050) 경기도 군포우체국 사서함20 서 울구치소 수감번호 3318번

니다. 물댄 논에는 검어진 산이 몸을 담그고 있습니 다. 보석함 같은 그 속에 물까치도 날고 감나무도 서 있고 초생달도 개밥바라기도 가만가만히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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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전자서신 보내기 : 서울 구치소 홈페이지 http://www.moj.go.kr/corrections/seoul/index


병역거부자 활동수기 - 용석씨

촛불집회안에서 촛불집회를 꿈꾼다. 용석(예비병역거부자, stego@freechal.com)

하나. 둘. 모여든 촛불은 어느새 장관을 이룬다.

닐 것이다. 보잘 것 없는 이들이 모이고 모여서 거

광화문 네거리의 네온사인은 어느새 조그만 촛불들

대한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기 때문이다. 아니, 더 큰

의 향연에 슬그머니 가게문을 닫는다. 작은 촛불은

이유는 각각의 촛불은 아무 규칙에도 포함되지 않고

저마다의 손에 들려 은은한 불빛을 내뿜으며 온몸으

오로지 자신의 몸을 태우는 열정으로 만나서 무규칙

로 온몸으로 타오른다. 은은한 불빛이 슬픈 중학생

속의 자율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

의 울음과 성난 대학생들의 열정과 분노한 직장인들

운 것이었다.

의 외침에 흔들 흔들 웅성거린다. 촛불이 아름다운

미군 장갑차에 목숨을 잃은 두 청소년을 추모하

이유는 그 불빛에서 뿜어나오는 은은함 때문만은 아

기 위해 등장했던 촛불은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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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며 어느덧 2000년대 집회문화의 상징이 되

유는 무엇일까? 아니 오히려 집회장에 앉아있던 사

어 버렸다. 80년대 화염병으로 세상에 분노의 불을

람들마저도 촛불집회도 이제 뻔하다고 딴청을 부리

던졌던 이들은 이제 다시 촛불을 들고 자신들의 분

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 아름답던 촛불

노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찼으려 했다. 또한 잃어버

이 더 이상 아름답지도 감동스럽지도 않은 이유는

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이들은 과감히 깃발을

무엇일까? 촛불의 제조회사가 바뀌었나?

내리며 촛불의 행렬에 동참하였다. 촛불은 시청앞을

최초의 촛불집회는 두 중학생 심효순, 신미선을

밝히고 광화문을 밝히고, 이제는 집회를 하는 곳이

추모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였다. 거기에는

면 어디든 촛불을 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면서 그 아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도 그리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름답던 촛불은 이제는 그저 시꺼먼 재로 변해가며

질서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서로다르면서도 동등한

흐물흐물 촛농 녹아내리는 모습으로 변해가버렸다.

개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회운동의

자신의 몸을 불살라 영원으로 달려가는 촛불이

어르신들이 촛불집회에서 주로 발언을 하기 시작한

언제부턴가 끝이 보이는 뻔한 액션의 도구가 되어버

때부터 촛불집회에는 여러 가지것들이 생겨나고 또

렸다.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에는 촛불집회중 가장

여러 가지것들이 사라졌다. 원활한 집회를 위하여

많은 사람이 모였었다. 적어도 이 세상을 송두리째

규칙이 생겨났고 전문 사회자가 생겨났다. 집회참여

바꾸기 충분한 사람수였다. 그들의 손에는 촛불이

하는 사람들은 네모반듯한 칸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하나씩 들려있었고, 질서정연하게 앉아있었고, 친절

마음껏 외칠 기회가 고맙게도 주어졌다. 무엇보다도

하게도 분당신도시의 길처럼 네모 반듯하게 열을 맞

질서가 생겨났다. 그리하여 촛불은 이제 네온사인이

춰 앉아서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았다. 촛불은 분명

되고 집회참석하는 사람들은 조직된 대오가 되었다.

더 많은 촛불이었음으로 더 많은 양의 열을 방출하

사라져 간것들은 무질서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고 더 많은 양의 불빛을 내뿜었겠지만, 난 그만큼

가족들과 그리고 새로운 집회문화에 대한 희망이었

뜨겁지 않고 또 주위의 네온사인보다도 초라한 촛불

다.

의 집회는 보질 못했다.

강철민과 함께 농성하며 진행되었던 촛불집회를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이 파병을 반대

생각해본다. 그곳에는 질서는 없었어도, 촛불보다 따

하는 촛불이 서울의 밤을 흐느끼고 있다. 이제 촛불

뜻한 마음이 있었다. 숫자는 별로 안됐지만 그리고

은 미군의 살인만행때만큼 아름답지도, 게다가 대통

반듯한 그림은 안나오지만 저마다 뽐내는 촛불들의

령 탄핵때만큼 수가 많지도 않았다. 사회자는 시민

앙상블은 적어도 지금의 촛불집회보다는 더 환한 불

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깃발을 내릴 것을 부탁했지

빛을 내뿜었다.

만, 깃발이 내려가도 시민들은 촛불의 행렬에 동참

깃발을 내린다고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물론 탄핵반대때보다 촛불의 숫자가

아니다. 깃발대신 촛불을 든다고 그 집회가 생명력

줄어든 것은 노무현씨의 팬클럽(흡사 아이돌그룹의

을 가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촛불이 아름다운 이

팬클럽과도 같은)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유는 저마다의 질서가 만나 만 들어낸 무질서 때문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깃발을 내려도, 자유

이란 것을 촛불집회를 초라하게 만든 사람들이 알아

발언대를 마련해도 시민들이 선뜻 참여하지 못한 이

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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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WRI 연례세미나 참가기

군대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용욱(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jyuk@mail.skhu.ac.kr)

WRI(War Resister's International에서는 해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반군사주의 활동가들이 모여 연례 세미나를 엽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쟁없는세상과 평화인권연대에서 2인의 활동가가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활동가들의 고민을 담기 위해 두 분이 정리한 글을 싣습니다. 용욱 씨 글을 통해서 세미나 전체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면, 오영은 씨 글을 통해서 한국에서 막 시작되고 있는 반군사주의 운동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제 평화주의 네트워크 조직인 전쟁저항자 인터 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이하 WRI)의 연례 세미나가 지난 6월 20일부터 나흘간 발칸반도 중부에 위치한 마케도니아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 는

‘양심에

따른

거부와

평화’(Conscientious

Objection and Peace)라는 주제로 마케도니아 평화 운동 단체인 피스 액션(Peace Action)과 공동으로 주최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필자와 ‘전쟁 없는 세상’ 오영은 활동가가 참가했다. 1991년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는 아 직 신생국가이고 한국과도 미수교 상태이기 때문에 출발에 앞서 입국비자 발급 문제를 비롯한 일반적인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오스트리아 비엔나 에 있는 마케도니아 대사관에서 별 어려움 없이 비 자를 받을 수 있었고 우리는 바로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피예(Skopje)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케도니아에서 유일하게 운용되고 있는 공항인 스코피예 국제 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다. 활주로 주변에는 곳곳에 군용헬기가 눈에

띄었다. 민간공항이면서 동시에 군사기지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이런 모습만 보고 대단한 군국주 의 국가가 아닐까라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흔한 선 입견을 갖기 쉽지만 사실 마케도니아는 이미 2002년 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병역거부권에 있어서만큼은 한국보다도 ‘훨씬’ 앞서 있는 나라였 다. 국토 면적이 남한의 4분의 1정도이고 제곱 km당 80명에 불과한 인구분포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도니 아의 전반적인 풍경은 무척 한산하고 여유로웠다.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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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도시의 풍경은 마케도니아의 어려운 경

에 있어 고민하고 행동한 경험들은 무엇인가 등이

제사정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행사장소인 오흐리드

이번 발칸 지역 내에서 갖는 세미나의 문제의식이라

(Ohrid)까지 가는 길에서 만난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고 할 수 있다.

인정미 넘치는 모습은 오랜 여정으로 지친 심신에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세미나는 오흐리드 호수 가 보이스카웃 캠프에서 열렸다. 유럽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오흐리 드 호수는 마케도니아 남서쪽 국경지대에 위치한 광

발칸지역에 불고 있는 새로운 변화

활한 호수로서 건너편에는 알바니아가 접해있다. 이 번 세미나에 참가한 인원은 약 40여명. 대부분이 유 럽지역과 발칸지역 참가자들이고 라틴 아메리카와

올해 WRI 세미나가 발칸 지역에서 열리게 된 배 경에는 최근에 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괄목할만 한 변화와 관련돼 있다. 최근 수년간에 걸쳐 발칸

미국에서도 일부 참가했다. 아시아 지역 참가자는 우리뿐이었다. 첫날, 간단한 자기소개에 이어 양심에 따른 병역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거부와 반군사주의에 대한 WRI 안드레아스 스펙

이 인정되고 있다. 그 중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현

(Andreas Speck) 활동가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안드

재 관련 법률 제정이 진행 중이고 알바니아는 여전 히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 함께 대부분의 발칸 지역 국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병역거부자 및 평화 운동가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케도 니아를 비롯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그리스,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 인근 발칸 지역 평화 단체를 간에는 ‘발칸지역 양심에 따른 거부 네트워 크’(Balkan CO Network)가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기억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발칸 분쟁의 상 흔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은 발칸지역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인 병역 거부 운동의 차원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운동 방향의

레아스 스펙은 병역거부 역사와 현황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라는 법적 권 리획득만이 병역거부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징병제도가 폐지된 국가에서의 전문적 직업군대의 문제 및 분쟁지역에서의 병역거부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쟁과 군사주의를 막아내기 위 한 병역거부자들의 기여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피스액션’ 의 보로 키타노스키(Boro Kitanoski)는 발칸 지역의 병역거부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발칸지 역의 병역거부 운동은 80년대 주로 학생들을 통해 제기되었으며, 여호와의 증인들도 있었으나 거의 드 러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전쟁을 겪으며 사회주의자나 평화주의자들을 중심으

필요성을 현실로서 보여주고 있다. 즉, 양심에 따른

로 반군사주의와 평화주의 운동으로서 병역거부가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운동의 방향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대부분의 발칸 지역에

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

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어 이스

부권과 대체복무제도를 위한 법률적 기반을 보다 진

라엘의 병역거부문제를 소개한 세르게이 샌들러는 2

전시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전 세계 여러 지역

차 인티파다 이후 2001년 9월부터 비약적으로 발전

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의 상황과 대체복 무제도와 징병제도 폐지라는 장기적 목표 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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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의 병역거부 운동을 소개하며 주로 여성에게만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등 이스라엘


병역거부권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환되기도 하였다. 셋째날의 주제는 지구화 시대의 비폭력 문제였다.

전쟁과 군사주의를 막기 위한 병역거부운 동의 역할

주제발표에 나선 WRI의 하워드 클락과 요르겐 요한 슨은 나치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반대했던 과 학자들의 비협조 행동 등의 역사적 비폭력 행동을 소개하면서 지구화에 따라 심화되는 군사산업과 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과 반군사주의에 관한 주제

러와의 전쟁으로 정당화되어가고 있는 일상의 폭력

는 둘째 날까지 이어졌다. 이날 주제발표는 발칸지

적 시스템 강화에 대한 비폭력적 저항과 연대의 필

역의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전

요성을 강조했다.

날에 이어 보로 키타노스키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마지막 날의 주제는 과거청산(Dealing with the

그는 대부분의 발칸 국가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

past) 문제였다. 전쟁과 같은 가시적인 분쟁 상황이

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방당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국가간, 민족간,

국의 견제와 군사적 안정화를 지향하는 국가 정책과

지역간의 갈등 및 이들 사이의 가해와 피해의 기억

등의 걸림돌이 남아 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경

이 올바로 청산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한 분쟁의 씨

우 병역거부권은 인정하고 있지만 일반에게 널리 알

앗을 여전히 남게 된다. 과거청산의 문제는 이러한

려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 등도 제기되었다.

점에 주목하여 WRI에서 수년에 걸쳐 지속해오고 있

전체모임이 끝난 이후에는 하루 종일 이날 주제

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날 제기된 여러 국가들의 과

와 관련된 여러 소규모 워크샵이 이어졌다. 워크샵

거청산과 관련된 문제들 역시 매우 다양했다. 국가

내용들은 어떻게 상이한 지역별 차이 속에서 병역거

명을 둘러싼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와의 갈등 문제,

부권을 얻어낼 것인지 부터 지역별 병역거부 운동과

40년 내전의 깊은 골을 여전히 간직한 앙골라, 콜롬

전략에 대한 비교, 징병제가 폐지된 이후의 거부운

비아의 국가폭력 피해자 문제, 오랜 독재정권의 후

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모병제도 하에 나타나는 여

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칠레, 과거에 침략했거나 전

러 사회적 문제점과 대응방안, 민족주의와 군사주의

쟁을 치른 국가들과의 과거청산 노력을 하고 있는

그리고 가부장제도 문제, 전쟁세금 거부 등 다양한

유럽지역의 활동가 이야기 등은 과거의 사실이 지나

소주제를 가지고 각자 원하는 워크샵에 참여하는 형

버린 이야기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삶의 평화

식으로 진행됐다. 워크샵에서는 한국과 같이 엄청난

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수의 병역거부 수감자가 존재하는 국가는 물론 일상

이날 워크샵에서는 한국과 관련하여 과거 일본군

적인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그리고

성노예 문제와 베트남전 진실규명과 관련한 국내 평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적 문제는 앞서 있지만 모병제

화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할 수 있었다. 한 참석자는

도 하에서 오히려 군사무장이 강화되어가고 있는 유

유엔인권위원회 회의장에서 증언을 하는 한국의 한

럽 국가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수준의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면서 아직 까지 이 문제가 해

차이와 현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를

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위한 지역 내 운동에 대한 경험과 의견은 물론 다양

했다.

한 수준의 지역적 연대운동의 필요성과 방법들이 교

마지막 날 종합토론을 끝으로 3박4일 간의 세미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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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정은 모두 끝났다. 내년 WRI 세미나는 한국에

심도 깊은 논의 등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목적을

서 개최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문제의식은 양심에 따른 병역

는 처음으로 열리는 내년 한국 세미나에서 다시 만

거부 문제를 단지 인권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평화와

날 것을 기약하며 세미나를 마쳤다.

비폭력이라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는 것이다.

내년 한국 세미나, 반군사주의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향해

매년 700여명에 달하는 병역거부 수감자들이 생 겨나고 있는 국내 상황은 인권적 해결책이 무엇보다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심 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의 목적이 단순히 병역거부의

이번 세미나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두고 진행

법적 권리 획득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역사적

되었다. 우선 마케도니아 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세미나는 국내 병역거부

운동의 강화와 평화운동과의 연계 모색, 두 번째로

운동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운동 전략이 필요함을 거

발칸 지역 내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네트워크 강

듭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이를 위한 전 세계

화는 물론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및 라틴아메리카,

반군사주의 운동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의미 깊은

동아시아, 동서유럽 등 전 세계 다른 지역 운동들과

자리였다. 나아가 내년 WRI 세미나의 국내 개최를

의 연대 구축,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차원으로서 양

계기로 동아시아 지역 내 반군사주의 평화운동의 새

심에 따른 거부운동 그룹들 간의 네트워킹 강화와

로운 연대 구축을 진지하게 모색해볼 시점이 아닐까

병역거부, 대체복무제도 그리고 비폭력 등에 대한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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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공동체

2004 평 화캠 프 ,

2000년 비폭력 트레이닝으로 시작한 평화캠프가 올해로 5번째를 맞게 되었습니다. 평화캠프는 비폭력적인 방법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토론하며 함께 배 워가는 자리입니다.

2004년 평화캠프는 군대에 가야하는 학생들, 병역거부자들, 그리고 평 화 운동가들과 비폭력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평화캠프의 모든 프로그램은 전쟁, 군대, 군사주의에 저항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 기간 : 2004년 8 월 11일 (수 )부터 15 일 (일)까지 ☮ 장소 : 부안 돈지 공소 ☮ 접수 및 문의 : 평화인권연대 02-393-9085, peace@jinbo.net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http://peace.jinbo.net에서 오른쪽 상단의 평화캠프를 클릭하세요)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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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 연례세미나 참가기

반군사주의 운동을 고민하다 오영은(자원활동가, slow-steady@hanmail.net)

출발하기 전의 나의 고민들

되었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 병역거부자들의 인 권을 보호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없겠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 5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

하지만 대체복무제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미

처음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사회적으

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 그 고민은 해답

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직은 긍정적인 여

을 찾지 못하고 항상 머릿속에서 돌고, 돌고 또 돌

론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

기만 하였다. 어쨌든 대체복무는 징병제를 기반으로

지만 본격적으로 사회 속에서 논의할 수 있는 계기

해서 나온 제도이고, 그런 대체복무제가 안정화되고

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 다. 또한 이 판결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고민점을 던져준 계기가 되 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병역거부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 정치적 의미 등의 다양성의 문제이다. 병역거부권을 인정하 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접근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 이 병역거부 운동의 최종 목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강화되는 것은 군대의 기반이 탄탄해지고 안정된다 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쟁에 반대하고 전쟁 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서 그런 전쟁의 도구 인 군대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정 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내 자신에겐 엄청난 모순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병 역거부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고, 군사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 자신에게 다시금 이 질문을 던지면 난 대답을 할 수가 없었 다. (물론 지금도 할 수 없다.-_-;;;;;)

있는가 하면, 병역거부권 인정을 넘어서서 군사주의 에 반대하고 전쟁과 군대에 반대하는 반군사주의 운 동의 과정중의 하나로 병역거부를 생각하는 사람들

반군사주의 포럼에 참여하게 되다

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무죄판결이 내려진 당시에는 마

하루하루 대체복무제와 반군사주의에 대한 고

냥 기쁜 마음뿐이었지만 무죄판결 이후 당장 시작된

민을 이어나가던 참에 나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바

대체복무제 입법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을 하게

로 마케도니아에서 열린 WRI(전쟁저항자 인터내셔

17

☮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널 War Resisters International)의 반군사주의 포럼 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WRI에서는 연례 세미나로

병역거부

운동에 대한 문제제기

반군사주의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양심에 따른 거부와 평화’(Conscientious Objection &Peace) 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렸다.

포럼은 반군사주의 대략적인 개괄과 병역거부 운동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간단한 발제로 시작이

외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되었다. 발제를 맡았던 안드레아스 스펙(Andreas

병역거부 운동을 포함한 반군사주의 운동이 진행되

Speck)은 병역거부 운동이 부딪히는 문제점들을 언

고 있기 때문에 외국 활동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주 많이 설레였 다. (그때까진 나의 언어적 한계가 그토록 심각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외국 활동가들의 많은 조언과 외국의 반군사주의 운동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 회라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나의 포럼 참가는 시작되 었다. 사실 기대와 설레임은 포럼이 열리는 장소 마 케도니아의 오흐리드 캠프장에 들어서는 순간 와르 르 무너지고 말았다. 사람들과 마주치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 나의 기분은 참담함과 절망감 이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하고 싶은 말과 듣 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 적 한계가 나와 그 사람들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가

급하였다. 병역거부권의 획득만이 목적이 될 때, 독 일과 같이 더 이상 평화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 고 단순히 ‘군대인가 대체복무인가?’라는 선택의 문 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대체복무제도가 가지는 인 권보호와 군대의 안정화라는 양날의 칼이 되어버리 는 제도적 문제점이었다. 또한 징병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는 훨씬 전문화되는 직업군대가 존재할 경우 이에 대한 저항 활동이 어떻게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였 다. 이 문제제기는 이후 3일동안 이어진 각 국가의 현황과 운동이 가지는 과제들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 하며 앞으로 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로막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마케도니아라는 국가가 한국과 아직 수교를 맺

발칸반도의 반군사주의 운동이 가지는 의미

지 않았기 때문에 입국을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했고 비자를 받기 위해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마케도니아 로 입국하고, 또 그곳에서 땀흘리며 오흐리드까지 가던 길은 되도록이면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힘겨웠기 때문일까? 나의 절망감은 극에 달해서 매일매일 밤잠자리에서 혼자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어쨌든 아름 다운 오흐리드 호수 옆에서의 반군사주의 포럼은 그 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포럼이 발칸반도에 있는 국가에서 열린만 큼 포럼의 목적 또한 발칸반도 내에서의 반군사주의 운동을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는데 있었다. 그리고 발칸반도 내의 병역거부 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발제는 안드레아스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한층 더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곳이다. 아시아에서 한반도가 가지는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 성만큼이나 유럽지역에서 발칸반도가 가지는 지정학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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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위치는 옛날부터 유럽의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 릴만한 것이었다. 아시아, 중동, 유럽을 잇는 교통로

또 다른 양심적 거부 행동들에 대한 고민과 모색

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부동항 확보를 목표로 한 남하정책이 유럽에서는 이 발칸반도를 목표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러시아의 정책이 영국, 프랑스 등의 열강들 을 자극하여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도화선이 되 기도 하였다. 90년대까지도 계속된 전쟁과 크고 작 은 폭력사태들이 발생해온 발칸반도는 그 어떤 곳보 다도 안보적 긴장감이 높은 곳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안보논리대로라면 분명 발칸 반도에 있는 나라들에서 병역거부는 꿈도 꾸지 못할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알바니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이미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었거나 관련 법률을 제정중이다. 발칸반도에서의 병역거부 운동은 지난 80년대 제기되었고 90년대 초반 전쟁을 겪으며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들에 의해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런 확 대와 90년대 후반 여러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지금 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 국가들은 시기적으로 EU가입을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과 병 역거부 운동 단체들의 노력이 맞물린 것이 사실이 다. 하지만 발칸반도 내의 평화단체들간의 네트워크 형성과 교류, 끊임없는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 전환과 군복무기간 단축과 같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근본적으로 군사주의에 반대 하고 징병제 폐지를 위한 목표를 두고 봤을 때 대체 복무제도에 대한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체복무제도를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 무임금 노동력 확보라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군대의 첨단화와 현대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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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이런 문제는 발칸반도 뿐만 아니라 포럼에 참 여한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동의하고 고민하는 문제 점들이었다. 즉, 병역거부권이 제도적으로 지위를 확 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 이 문제의식들의 공유는 또 다른 양심적 거부 행동에 대한 고민과 모색을 하게 하였다. 이미 일부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세 납부 거부 등을 비롯하여 점점 지능화되고 첨단화되 어가고 있는 군사산업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방법 이나 일상생활 속에 만연해 있는 군사주의에 반대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 다. 이러한 방법들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연 대와 교류를 강화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 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이벤트들을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하나의 예로 The Lion &Lamb project라는 단 체가 있다. 그 단체는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아이들의 교육과 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폭력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주로 하는 일은 미디어, 비디오 게임, 장난감 등에서 나타나는 잔인성과 폭력성에 대한 연구와 그에 대해서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워크샵을 진행하고 장난감 총, 칼 같은 것들을 다른 장난감과 교환해주는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것 이다. 언젠가 한국에서 병역거부자들이 자신들이 스 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게임이 일상 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


냥 괜한 걱정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잠자는 시간은 말 그대로 나에게 절망과 슬픔

번에 그 단체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게임을 통해 실

을 안겨다 주는 영어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제 인간이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성이 발달할 수 있

시간이었다. 그래도 깨어있는 시간동안은 최대한 운

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성하게 되었다. 실제로 미국

동에 대한 고민을 많이 발전시키려고 개인적으로 노

국방부에서 그런 전쟁게임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

력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

시키는데 연간 8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하는 오흐리드 호수 앞에 멍하니 앉아 혼자 생각을

그리고 이러한 게임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의

하거나 함께 간 용욱씨에게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

전략을 구상하게 하고 게임 기록을 징병 자료로 활

을 듣곤 했다. 하지만 나는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자

용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자료와 내용을 보고싶으

꾸만 느껴졌다. 그냥 뭔가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

신 분들은 www.lionlamb.org에 가시면 보실 수 있

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 것이다. 그 답답함은 바

습니다.)

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차이였다.

한국에서도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

이번 포럼에 참여한 40여 명의 사람들 중 아시

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 TV를 보며 지

아 참가자는 한국에서 간 우리뿐이었다. 2/3 이상이

낸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일상에서 우리가 미디어의

유럽 국가들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평화운동

폭력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는가를 새삼 실감하

에 대한 고민이나 역사가 적어도 수십 년, 수백 년

게 된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국가 혹은 자본이

이 된 나라들이다. 집단주의나 획일주의에 너무 익

계획하는 폭력과 전쟁에 길들여져 가고 있지는 않나

숙한 우리와는 다르게 그 사람들은 개인주의에 익숙

하는 생각이 들어 섬뜩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한 사람들이고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의 차이는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폭력과 전쟁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저항이 필요함을 인식할 수 있었 다.

‘양심’이라는 문제와 부딪힐 때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백만 명의 사람에겐 백만 개의 양심이 있다” 라는 말이 그 사람들에게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 사람들에겐 어색한 말이다. 지금까지

무언지 모를 답답함

국가를 위해서라면 개개인의 양심 따윈 좀 희생되어 도 되고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오며 살아 왔기 때문이다.

포럼이 진행되는동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

이런 가치관의 차이는 지극히 가치관적 운동인

다. 다른 나라들의 현황을 듣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병역거부 운동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데 많

듣는 기쁨과 잘 들리지 않지만 하나라도 더 듣고자

은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하는 욕심에 태어나서 몇 번 발휘해지 못했던 집중

가 계속 느껴야만 했던 답답함은 한국에서 사람들이

력을 발휘하며.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하루

느끼는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거부감을 풀어나가는

종일 진행되는 세미나 중에 나에게 유일하게 편안함 과 여유를 주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과 그리고 틈틈 이 오흐리드 호수를 산책하는 시간들이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힘든 부분이었던 것이다. 포럼의 내용들이 분명히 운동이 나아가는 과정 에서 필요한 고민이기도 하였지만 당장 병역거부권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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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을 듣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언가 건너뛰어 와버렸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치

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지 말고,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들에게 이 야기하고 설득하기. 정말 시작 단계에 있다는 사실

바트 호어만씨와의 대화

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지 않은 한국 의 병역거부 역사이지만 그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 온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앞으로 해

포럼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내 머릿속은 더

야 할 일이 더 많음을 기억하고 지치지 않기로 다짐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근본적 가치관의 차이,

하고 웃을 수 있게 해준 바트씨와의 대화시간이었

한국에서의 병역거부권 실현을 위한 방법, 병역거부

다.

운동을 넘어서는 반군사주의 운동 등등. 너무 많은 고민들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고 민들은 점점 짜증과 답답함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인간중심의 평화를 넘어서기

오흐리드 호수 앞에 혼자 쪼그려 앉아 도대체가 끝 도 보이지 않고 짠 냄새가 나는 이놈의 물이 어떻게

포럼이 진행되는 행사장 안에는 아주 조그만

호수라는 것인지 괜히 호수에 대고 화풀이를 하다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강아지는 마케도니아

가.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붙잡고 얘기를 해야겠다

참가자 옆에 꼭 붙어있어서 그 사람이 데려온 강아

는 엄청난 각오를 하고 막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라고 생각했었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로선

처음 만난 사람이 네덜란드에서 온 바트 호어만이라

그 강아지를 보고 쓰다듬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

는 사람이었다. 백만 번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

다.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강아지와 놀다가 강아지의 주인이라 생각했

그는 아주 참을성 있게 나의 말도 되지 않는

던 마케도니아 참가자 마리아와도 이런저런 이야기

영어를 열심히 들어주었고 최대한 쉬운 영어로 나에

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강아지가 그녀의 강아

게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꽤

지가 아니고 캠프장 입구에서 차에 치여 다리를 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성을 인정해

친 강아지를 데리고 온 것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주는 문제, 공동체를 위한 개개인이 희생하는 문제

마리아는 인간이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 얼마나

등등. 솔직히 우리의 대화 끝에서도 해답은 나오지

폭력적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한국에서는 환경과

않았다.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는 그 누구도

동.식물의 권리에 대한 운동이 얼마나 활발한지에

해답을 찾아주기 힘든 문제일 것이다.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했다. 그녀와의 대화 이후에

어쨌든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대체복무제에

난 또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바로 내

대한 고민이나 가치관 극복의 문제가 운동 과정에서

가 이야기하고자 하였던 “평화”의 주체와 객체에 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고민들이니 힘을 내고 아

한 문제였다.

주 천천히 고민하고 행동할 것을 충고해 주었다. 내가 직면한 문제와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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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내가 생각했던 평화의 주체와 객체는 항상 인 간이었다. 인간들의 조화로운 삶, 인간의 평화. 그게


내 관심사의 전부였던 것이다. 인간의 평화만을 염

걸리는 비행시간동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늦게

두에 두고 다른 생물체의 희생 따위엔 관심을 가지

나마 알게 된 김선일씨 소식과 한국에 돌아가 내가

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답답함 때문

포럼이 끝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만끽했던 오

이었을 것이다. 그저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흐리드 호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차소리

말밖에 되내일 수 없는 내 자신이 밉기도 했지만 그

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과 구름과 물이 한

래도 또 다독이고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데 어울려 놀던 순간. 쏟아질듯 많은 밤하늘의 별들 과 물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달빛.

살고 싶다 절규하는 모든 것들

적어도 내가 살아오며 봐온 모습 중에 그 순간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자연의 모습만큼 평화로운 모습은 없었다. 그리고 그 자연 속에 덩그러니 서있 는 나의 모습이 왜 그렇게 부끄럽게 느껴지던지.... 언젠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 죽어가는 모든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얘기해주던, 지구를 아프게 하며 하는 건 운동이 아니라 생각한다던 어 떤 사람의 말이 떠오르며 참 많이 부끄러워졌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에 돌아와 몇일동안 바라본 서울이란 곳은 정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교통체계 개편으로 사 람들의 짜증은 극도에 달했고 후덥지근한 장마 날씨 와 살기 팍팍한 모든 것들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 는 모든 생명체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살맛 안 나는 세상이라 이야기하고, 별거 없는 인생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왠일인 지 난 그들의 눈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고 별거 있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듣는듯 하였

세미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혼자 잠시 여행을

다.

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여행을 하는 동안 몸이

김선일씨의 “살고 싶어요.”라는 말이 계속해서

많이 안 좋아져서 빨리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

날 괴롭혔다. 그리고 그의 절규가 비단 그만의 것이

각뿐이었다. 한국에 돌아오기만을 고대하며 그리스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의 외침이

아테네 국제공항을 갔을 때다. 어찌 된 일인지 비행

라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 모두 취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탈 비행기

병역거부 운동을 시작하던 내 마음 속에는 평

도 취소가 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가 다행히 4시

화와 전쟁반대라는 두 단어가 담겨져 있었다. 멈출

간 연기가 되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난 비행이

줄 모르는 전쟁의 광기를 걷어내고 평화라는 것을

연기된 이유가 궁금했고 알고보니 터키에 부시가 방

얻기 위한 과정 속에 병역거부 운동이 자리 잡고 있

한을 하여 3명 납치사건이 발생해 테러 위험성이 있

다고 믿는다. 또한 그 과정으로서의 운동의 과정 속

어 비행이 모두 취소된 것이었다. 새삼 우리 모두가

에 살고 싶다 절규하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아야 한

얼마나 일상생활 속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있는지 느끼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2시간이 넘게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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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에서의 반군사주의 포럼을 기약하며

활동과 그 활동을 기반으로 한 다른 국가들의 운동 단체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거대하게 형성되어져 가고 있는 지구적 군사화에 저항할 수 있는 것 또한

내년 반군사주의 포럼은 한국에서 열리게 된다. 이번 포럼을 참여하며 다음 포럼을 계획하고 구상하

지구적 평화네트워크와 직접행동이 아닐까? 이제 아시아 지역에서도 폭넓은 평화운동이 전

며 그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네트워크

개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내년 한국에서 열릴

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반군사주의 포럼을 기점으로 아시아 평화운동의 네

되었다.

트워크 형성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다른 운동들도 그렇지만 지역 내에서의 꾸준한

23

☮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본다. ☮


병역거부 가이드북 워크샵 참관기 임재성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puissance_36@hanmail.net)

를 자신의 선택으로 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 게 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은 그 실상을 알고 났을 때보다 몇 배나 더 크다. 그래서 다들 무엇 하나를 할 때에도 “경험자” 의 경 험담을 듣고자 노력하지 않는가? 군대를 가는 사람 들도 다녀온 사람에서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고 준 비를 하면서도 불안해하는데, 하물며 주변에 병역거 부를 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물어볼 곳도, 의논할 곳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병역거부를 결심 하고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이 글의 내용은 지난 7월 3일에 있었던 “병역거 부 가이드북 워크샵”을 참관의 내용을 정리하며 쓴 글입니다.

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병역거부 활동가들은 이전부터 병역거부 자들이 실제로 지금의 한국상황에서 어떤 절차를 통 해 병역거부의 과정이 이루어지고, 어떤 상황에 처

0/미루어왔던 숙제를 하는 기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계획했었다. 그리고 실제

이전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역거부를 이해하고 알고 있지는 지금이지만, “병역거부”란 것 에 대한 일반적이고 학문적인 정보이외에 병역거부 를 결심한 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고, 어떤 방법으로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일천했었다. 이것은 단지 정보의 부족을 넘 어서 “병역거부”란 것을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으로 결심하게 되는 것을 큰 두려움으로 만드는 큰 요인 중에 하나였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병역거부에 대한 매도여론이 크고, 팽배한 군사주의적 문화의 영향으 로 병역의 신성화속에서 이런 정보부족은 병역거부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선언한 사람들과 그 후원인들 조차도 경찰조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잘 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생기 면서 이 정보들을 수집/정리하는 작업이 더욱 절실 했다. 그래서 활동가들은 “ 병역거부 가이드북” 이란 이 름의 책자를 제작하기 위한 노력을 수개월 진행했 고, 실제 구속/수감자, 감옥인권활동가, 변호사분들 의 조언을 바탕으로 “병역거부 가이드북” 을 완성하 게 된다. 그리고 이 가이드북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인 병역거부 과정에 대한 워크샵을 7월 3일 참여연 대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2001년도부터 본격적으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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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작되었던 한국사회의 병역거부 운동에서 중요

요한 것들을 조사한 후에 직접 그 대체복무를 진행

한 숙제들 중에 하나를 부족하지만 끝냈다고 할 수

해라. 대체복무의 순기능과 인식의 전환이 만들어지

있겠다.

면서 반복/확산되다보면 병무청이나 국가가 먼저 협상을 할 것이다.

1/앞선 고민을 가진 분과의 좋은 대화

- 병역거부운동을 장기적인 전망을 위해서는 강력 한 병역거부자들의 조직을 만들어라. 조직에서 활동 할 상근자도 확보하고 조직의 재정적 측면을 담당할

이 워크샵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한겨례21에 “ 병

펀드의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무청을 국방부에서 분리하라!”라는 글로 처음 접했

병역거부자조직이 병역거부자들의 사회생활을 위해

던 최상진 목사님(재미 목사, 평화나눔공동체 대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의 방한을 알게 되었다. 최상진 목사님을 모시고 말 씀을 나누는 자리를 고민하다가 병역거부 가이드북 워크샵 자리에서 말씀의 시간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 다.

- 병역거부운동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나아가 야 한다. 사실상 10년-20년 동안은 병역거부자들이 엄청난 차별과 피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에 이런 현실의 극복을 위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최상진 목사님은 미국에서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문제에 대한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셨다고 말씀했 다. 그래서 해외의 풍부한 예와 한국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주시면서 병역거부 운동의 새로운 자극을 주셨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 다.

- 병역거부자란, 군사훈련을 거부하고 그에 상응

이 부분에서 대체복무제 부분과 병역거부자 조직 에 대한 고민들은 다음 소식지에서 굵직한 내용으로 다룰 예정이니 한정된 지면의 이번 글에서는 강연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서 부족하지만 마무리를 하도 록 하겠다.

2/“감옥‘이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하는 형벌을 받는 것으로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다.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평화

현재 병역거부자들은 일정한 조사과정을 거치고

주의를 실천하는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한국

예외 없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기

과 같은 사회에서 감옥에 갔다 온 병역거부자가 이

때문에 현재의 병역거부 가이드북에서 초점이 맞추

후에도 꾸준하게 평화운동을 지속해 나가는 모습을

어지는 부분도 당연하게 감옥에서의 기간일 것이다.

통해서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과 여론을 다르게 만드

그 내용을 위해서 조석영씨 (청송감호소 가출소자모

는 것이 중요하다.

임 대표, 인권운동사랑방 감옥인권) 와 김덕진씨 (천

- 대체복무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입법운동과 함께 병역거부자들이 먼저 대체복무제에 대한 연구와 실 천을 진행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에서 어떤 대체복 무가 가능하고, 그 대체복무가 시행되기 위해서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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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주교인권위원회) 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 북 워크샵의 강의를 해 주셨다.


조석영씨는 감옥생활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부분 에서부터 전반적인 내용까지를 말씀해 주셨다. 알몸 수색은 당연하게 거부해야 하며, 쇠테 안경의 반입

3/등대의 역할

을 금지하지만 이것 역시 싸우면 해결된다는 이야기 부터, 색깔 있는 내의는 불가하다는 것까지 실제적

2001년도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선언 이후, 병역거

인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리고 김덕진씨는 조금 다

부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삶 속에서 “선

른 측면에서 감옥에서의 병역거부자들의 위치와 앞

택”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이 병역거부 자

으로 바라는 감옥 속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역할을 이

체를 몰랐던 사람들이었지만, 병역거부를 알게 되고

야기해 주셨다. 실제 병역거부자들은 이미 1만명이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고, 실제 병역거부자들과의 만

넘는 수감자가 있었고, 수감자들의 생활을 감옥관계

남을 통해서, 미친 전쟁을 반대하는 실천 속에서 병

자들도 알기에 보통 감옥 안에서 모범수로 인정되며

역거부의 확신을 얻게 되는 과정은 이제 점점 더 많

여러 수형업무를 맡기에 묘한 특권을 가지고 있게

은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과정 속에

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사히 자신의 형기

서 병역거부 가이드북은 아주 좋은 등대의 역할을

를 마치고 사회에 돌아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

할 것이다.

기에 병역까지 거부한 신념을 가지고 감옥에 왔지만 감옥 속에서의 폭력에는 너무나도 쉽게 적응하는 모 습을 이야기하시면서 안타까워 하셨다. 폐쇄적인 감 옥 안에서의 인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의 노 력도 중요하지만 병역거부자들이 감옥 속에서 양심 수와 모범수라는 인정을 바탕으로 적극 활동을 하는 것을 바란다는 당부를 해 주셨다.

병역거부

가이드북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http://www.withoutwar.org)에서 다운받으실

있고, 전쟁없는세상(02-854-6965) 과 평화인권연대 사 무실(전화번호 넣어줘요)에 연락을 주시면 책자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소식지 6/7 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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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회계(5.01~6.30) 수 입 내

총계 금

개인후원금

771000

4월 이월금

515행사 후원금

2336000

수입

+3107000

지출

-3252440

3107000

+670472

525032

합계

지 출 내

연대회의분담금

-50000

풍동후원금

-50000

소식지(제작,발송)

-302150

프린터 수리

-90000

책구입

-20000

선전잡비

-55000

자물쇠

-10000

생수2통

-10000

사무, 선전용품

-26500

신문대금

-12000

병역거부자지원

-78000

전화, 전기세

-77000

홈페이지 이전

-88000

사무실월세

-150000

생수

-20000

마케도니아경비

-300000

각종공과금

-218000

다큐이야기선물

-25000

515행사 지출

-650790

사무실보증금

-1000000

유인물

-20000 -3252440

515 후원의 밤에 도움주신 분들(감사드립니다!!) 단체후원 월곡교회, 평화박물관, 서울대총학생회, 사회당(중앙당, 대전시위원회), 대항지구화행동, 세종대총학생회, 이 라크평화네트워크, 염창근후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현회, 다함께, 시립대 총학생회, 중앙대대학원총학생회, 좋은 벗들, 아웃사이더, 민주노동당(중앙당, 관악을 , 서울시지부, 동작갑) 고려대 유쾌한정치

개인후원 한홍구, 김종문, 서형원, 박정은, 이서경, 서진호, 박철, 이승, 이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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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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