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를 내며
용석 |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2013년 첫 소식지를 냅니다. 한국과 일본에 보수 정부가 들어섰 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수의 시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장 대체 복무제도 도입 자체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 인,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대체복무 도입에 찬성하는 의 견을 표명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묵묵부답이었거든요.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체복무제도는 언젠가는 도입 됩니다. 시기가 조금 늦춰질 뿐이지요. 언제는 뭐 우리가 이 나라 의 진정한 주인인 적이 있었나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선거에서 보수 우익이 압승을 했지요. 한국과 일본의 선거 이후에 대한 단상 을 소식지에 담았습니다. 이번 소식지 기획기사는 비폭력 트레이닝입니다. 전쟁없는세상 은 그동안 비폭력을 운동의 철학으로 삼고 활동을 해 왔습니다. 군 사주의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비폭력적인 운동 방식이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폭 력 직접행동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연습하는 트레이닝이 한국적인 맥락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들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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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의 탄생 -일본은 우경화 되어 가고 있는가? 진진 | 문화인류학자+일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노동자
새롭지 않은 “새로운 내각, 아베 내각”의 탄생 지난 해 12월 26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일본, 새로 운 내각이 시동을 걸었다. 이 내각을 2차 아베내각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일본이라는 단어가 왠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새로운 내각 이 탄생했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왜 새롭지 않을까? 많은 사람 들이 기억하고 있듯이 아베 신조는 총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 이며, 지난 총리 시절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과 각종 정치현안에 시 달리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도망치듯이 총리직을 내던진 인물 이기 때문이다. 그의 돌발적이고 무책임한 총리 사임에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자민당 내부에서도 그의 언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은 무책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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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사임으로 인해 아베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할 정도로 그의 총리 사임은 과거 예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막 연자실했다. 그러한 인물이 한 국가의 대표자였다는 것에 부끄럽 다고 하던 주변의 일본사람도 있었다. 나는 당시 아베의 총리 사임 기자 회견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아베의 표정은 마치 공부하기가 싫어진 학생 이 어떻게 하면 조퇴를 해 볼까 하고 얼굴엔 온갖 거짓으로 아픈 표정을 지우며 담임 선생님께 몸이 안좋아 조퇴할 수 밖에 없음을 어필하고 있는 듯한 철없는 학생의 표정이었다. 정말 초라해 보였 다. 그런 그가 다시 총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적어도 나의 상식 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본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민당, 과반 의석을 훨씬 넘은 290석 획득 그런 아베가 총리가 되어 돌아온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일 직전이 12월 16일 시행된 중의 원 선거에서 총선 전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294석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법률안을 자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수 있 는 의석수이고 연립 내각 구성으로 참의원에서 부결되어 중의원으 로 돌아온 법률안을 재의결할 수 있는 의석수이다. 중의원 과반 의 석수는 240. 자민당으로서는 역대 4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 이다. 반면 총선 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총선 전의 4분의 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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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인 의석 50석을 획득하는 데 머물었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참패 인 것이다. 이쯤에서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를 잠깐 살펴보자. 각종 언론들의 분석들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이번 중의원 선거 의 특징으로 먼저 새로운 정당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일본을 대표 하는 보수우익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젊은 우익정치인인 하 시모토 토오루 오사카시시장이 이끄는 유신의 회가 약진했다는 점 이다. 집단적 자위권 개정 등 우익적인 색채가 강한 이념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은 정당이다. 민주당이 획득한 58의석에 이은 제2 여당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보수성이 강한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우익 정치가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속한 유신의 회(‘유신’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자 민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31석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보수성이 강한 정당이 일본의 중의원을 장악했다는 점이 다. 일본의 우경화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특징으로는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해 오던 정당 세력의 쇄약을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 좌파 정당으로 공산당과 사 민당을 들 수 있다. 공산당은 8석, 사민당은 2석을 획득하는데 그 쳤다. 특히 사민당은 당의 존재여부마저 위협을 받는 상황에 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일본 시민운동의 성지였던 당사의 재 건립 비용을 대지 못해 당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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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해 보면 이번 선과로 인해 일본의 정치는 보수 우익화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견졔하는 세력들이 약화 되면서 다양한 정치 요구를 찾아 볼 수 없는 일 당 독주, 획일적인 정치 이념의 정치 체제가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베의 집권으로 일본은 정말 우경화되어 가고 있는가? 아베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우익 정치인이다. 아스쿠니 신사 참 배를 정당화하고,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반일 감정으로 무장한 한국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정 치인이다. 1차 아베 내각 당시 아베는 일본 평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조항을 개정하는 것을 제 1의 정치 목표로 삼 았었다. 하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총리직에서 사임하는 바람에 집 단적 자위권 개정이라는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베는 2차 내각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의 개정을 제 1의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잠시 이러한 논의를 잠시 뒤고 미루어둔 상태이다. 또 참의원에서는 자민당이 과반수를 차 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올해 있을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집 단적 자위권 문제를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집단적 자 위권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 현실을 감안 한다면 그의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베 내각은 이러한 문제들에 있어 숨고르기를 하며 주변의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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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살피면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숨고르기가 오히려 여 유로움으로 비추어질 정도로 정치 현실은 아베 정권에게 매우 유 리하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자민당의 정당 지지율이 50%정도 여서 참의원 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보수성 강한 여당들과 공조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개정이 라는 그의 꿈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일본의 정 치 현실을 주변국들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베 정권의 재탄생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아베 정권의 탄생을 극도록 경계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아베 정권이 탄생한 이후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받는 질 문은 일본 정치의 우경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일본은 정말 우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내가 일본에서 생활한 8 년 간 일본은 한 번도 우경화의 길에서 벗어난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베 정권으로 인해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어 갈 거라는 걱정은 틀 렸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는 항상 보수우익 성향이었기 때문에 이 제 와서 걱정하는 것은 세삼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민주당에 의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을 때는 기대도 많았 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기대했을 것이고 일본 사람들도 많이 기대 했다. 그리고 일본의 많은 언론들도 이러한 기대에 동참하면서 일 본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하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미빛 기 대였다. 일본 사회가 새롭게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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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일본의 시민사회가 더욱 성 장해 갈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그리고 새로운 역사인식과 진정 한 평화를 향한 노력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하지만 이 러한 기대감은 금새 실망으로 바뀌었다. 특히 외국인으로서 또한 한국 국적을 가진 한 사람의 입장으로 보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 었다. 고등학교까지 교육 무상화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조선학교 는 제외되었다.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무시한 처사였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오카나와인들의 고통완화보다 는 미일동맹이 더 중요시 되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할 머지의 동상이 만들어졌을 때 일본 정부와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 당은 즉각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었다. 총선 전 마지막 민주당 정권 의 총리였던 노다 총리가 민주당을 대표하는 우익정치인이라는 것 을 아는 한국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며, 외무부 장관 등을 역임 한 민주당 실제 정치인 마에하라도 우익성이 강한 정치인 중 한 명 이다. 민주당이 되었다고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 우경화는 일 본 정치의 일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민당이 새롭게 집 권했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좀 이 상하지만 새삼스럽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정치는 언제나 우경화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보수우익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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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ㄴ 정치는 우경화의 길에 항상 있어 왔다. 보수우익의 일상 화인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보수우익적인 정치와 사상은 보편적인 것이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보수이고 우익인 것 이다. 민주당이건 자민당이건 그들이 지향하는 사회의 근본적인 개념 은 보수우익적이다. 일본 사회가 보수우익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일본인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정치뿐만 아니라 일상도 보수우익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국의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박근혜를 당선시킨 원동력은 안정적인 사회를 갈망하는 사람들 이 아닐까? 역사문제나 인권문제 재벌개혁보다는 안정적인 삶, 지 금의 자신의 처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라는 이 상을 선택한 것이다. 자민당을 선택한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다. 역 사문제는 돈이 되지 않는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자신의 일상과 밀접하지 않다. 단지 적극적인 금융완화정책과 경기 부양정책을 내건 자민당을 선택했을 뿐이다. 안정을 원했을 뿐이다. 보수냐 진 보냐. 이러한 사상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점점 그 의 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우선시 되는 천박한 사회에 살 고 있는 것이다. 맞다.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 정치가 더욱 우경화 될 것 이라는 우려는 들어 맞을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좀 덜 우경화 되고 자민당이 정권을 잡으면 노골적으로 우경화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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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될 거라는 정도의 차이일까? 최근들에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한 논의들을 많이 듣게 된다. 자민당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군사력을 통한 강한 일본이 필 요하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더욱 강한 미일 동맹을 맺어야 하다는 것이다. 군사력이 곧 평화고 강한 일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인 움직임을 지 켜보고 있는 많은 일본인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정치인들보다 일반 시민이 똑똑하고 현명하다. 다행이다. 역시 우 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을 교류, 국가 차원의 문제 해결보다 는 시민 차원의 교류와 시민 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다.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힘과 소통이 정치의 우경화와 정 치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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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단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며 나동 |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대선 개표 결과가 나오던 그 밤에, 나는 폭식중이었다. 멘붕까지 는 아니었고 그냥 그날 하루 그러고 끝냈다. 하지만 세상에 찾아온 절망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6명인지 7명인지도 잘 생각나지 않 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잇따라,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치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무서웠다. 또 언제 무슨 일이 벌 어질까? 1991년이 그랬고, 2003년이 그랬다고 들었다. 열사정국 이란 말. 91년에는 삼당합당으로 인한 절망감이 사람들을 죽음으 로 내몰았다면, 03년에는 손배소,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비참한 노동의 현실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지금은 열사 정국조차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소에 두 번 절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열사라 부르지 말라며 목숨을 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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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대선이었다. 지난 해 소식지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평화운동이 국회나 각종 선거 같은 굵직한 정치 시스템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이 강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평화유권자운동은 만들지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 생각이 잘 정리되고 있었고, 길게 보면 뭔가 길이 보 이기도 했다. 국회와 꾸준히 교류하며 대체복무제도 입법이 되면 그 뒤에 뭘 더 밀고 나갈지 생각도 해두었고, 문재인 캠프에서 대 체복무제도 도입을 공식적 입장으로 받아들이면 땡큐였는데 확고 하게 도입의지를 받아낸 것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강정해군기 지 투쟁을 통해서 평화운동이 국회라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새로운 가능성도 보았다.
위로가 필요하다며 몇 년 만에 내게 전화를 건 선배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평소 하지도 않던 페북에 들어왔다고 했다. 타임라인 을 가득채운 글들에 글 하나를 더하며, 난 예전처럼 쿨하게 그까짓 대선이 대수냐며 너스레를 떨 수 없었다.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구 체적인 목표가 있었으므로, 당연히 더 많이 실망했다. 강정에서 공 사를 조금이라도 지연시켜 보겠다고 매일 패대기당하는 사람들이 눈에 선했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모진 세월을 견뎌온 쌍차노동 자들의 절망이 느껴졌고, 대선 끝나고 농성장을 접을까 말까 했던 대한문 농성장도 떠올랐다. 곳곳의 철탑농성장에 몰아칠 한파와 긴 겨울이 새삼 시렸다. 문재인이 되었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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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싸움의 전환점은 되었을 것이 다. 그 한가닥 희망의 끈을 잡고 있던 이들에게 태연한 척이라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멘터리가 있다. 70년대 미국, 재능있 는 가수 로드리게스는 제작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음반을 출시 했으나 겨우 6장만 팔렸다. 그 뒤 한 장의 음반을 더 낸 뒤 조용히 사라졌다. 그런데 이 여섯 장의 음반 중 한 장이 남아공으로 흘러 들었다. 당시 남아공은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나라였고 인종차별 이 극에 달할 때였다. 반체제 성향의 로드리게스 노래는 당시 남아 공 분위기와 맞물려 50만장 이상 팔려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 한다. 남아공에서는 앨비스 프레슬리나 밥딜런 보다 로드리게스가 유명했고, 그는 곧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다. 당시 남아공 사람들에게 로드리게스는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그 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고, 심지어 공연 중에 자살을 했다 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로드리게스의 열성팬들은 그의 행방 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결국 남아공에 그의 음반이 들어온 지 몇 십 년만에 죽은 줄 알았던 그와 기적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실패한 가수’인 로드리게스는 공사장 인부로, 부두의 노역자 로 살고 있었다. 그도 처음에는 자신이 남아공에서 대스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지만, 남아공 팬들의 초청으로 비행장에 내리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을 인정하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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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로드리게스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남아공 팬들 앞에서 노래 를 부르는 주인공과 영웅의 귀환에 열광하는 남아공 사람들 모습 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줄거리는 마포 민중의 접 정 경섭 님의 글에서 인용)
아빠는 농사를 짓다가 서울로 이사왔다. 아빠는 남의 땅 부쳐먹 고 사는 게 지겨웠단다. 그러나 배운 것 없는 농부에게 도시의 삶 이 마냥 희망이기만 했겠는가. 아빠는 20년 넘게 막노동을 하셨 다. 중동붐이 한창이던 80년대 초반 이라크에도 4년 갔다 왔다. 아버지는 종종 그 때의 살벌했던 이야기를 하신다. 파업의 개념도 없던 시절 음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린 노동자들이 자발적으 로 일을 멈추었다는 이야기는, 주동자로 낙인 찍힌 사람이 목을 매 어 자살한 걸로 마무리가 되는데 실은 타살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누구나 했다는 끔찍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엄하게 나서면 그렇게 혼자 뒤집어 쓰게 되는 거라는 아빠의 마무리는 비장하기까지 하 다. 대선이 끝나고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벌써 7명의 노동자 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빠는 모른다. KBS 뉴스를 진실로 믿고, 종 로에서 만나는 할아버지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충청도 사람이라고 자민련만 찍다가 좌절해서 정치 무관심층이 된 아빠. 내가 생각하 는 진보정치와 평화주의란 것을 돌이켜본다. 일상적으로 되뇌였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그 다음엔 비폭력 직접행동, 하지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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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아빠와는 대화다운 대화 한번 하지 못했다. 김진숙의 희망버스 에 열광하고 철탑 위의 노동자들을 응원하지만 정작 늙은 노동자 아빠와는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했다. 끊임없이 외로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을 생 각한다. 아빠에게 노동이란 것이 산업시대 역군, 자식의 등록금, 아파트 분담금을 위한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삶의 품격을 위한 것 이려면 자신의 노동이 어떻게 이 세상과 이어져 있는지를 설명할 언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빠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들, KBS 나, 종로의 할아버지들이나, 김종필 같은 사람들은 그런 언어를 제 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도 아빠는 아빠의 말로, 나는 나의 말로 세상을 얘기하지만 그 둘의 언어는 만나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정치라는 것이 진정 삶의 질을 바꾸는 무엇이 될 수 있다면 아빠와 내가 어딘가에서 만나 이런 수다를 떨고 있는 장면 같은 것일테다.
삶에서 머리로 그린 이상적인 그림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아름다 운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찰나의 기억이 사람을 살게 한다. 그 찰나의 기억이 지속가능한 활동의 전망을 제공하고, 빛나 는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내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그 순간의 기 억을 만들어 가는, 인생 후반부를 상상하는 요즘. 천천히 그 때를 준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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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되었다고 할 일을 못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닐테 지만 어느 정도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당장 대체복무 입법운동 도입을 전제로했던 기존 전략을 수정했다. 더 많은 병역 거부자와 지지자들. 더 굳건한 평화주의자들의 성장과 연대가 필 요하고 그러려면 전쟁없는세상의 내적인 역량부터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동의했다. 나는 올해 전쟁없는세상의 후원인을 늘려 재정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활동가들에게 최저임금은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보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최 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병역거부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려 한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아니 끝이 아니었으므로 다시 시작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오던 대로도 아니고, 더 신나게 더 기발하게 머리와 가 슴과 팔다리를 굴릴 일이다. 삶 속에서,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기 쁨과 슬픔의 언어들로 짜여진 옷을 입고, 위로와 공감은 마음를 담 아 집을 짓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그러니 지금 절망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절망을 단 1g이라도 줄이기 위 해 함께 나눌 무언가를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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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의 국회입성기 - 국회 국방위에서 성원이 아닌 성원으로 사는 것 보라 | 장하나 의원실 평화정책 보좌관
국회에서 일하게 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출근길 국회 정문에서부터 이곳의 성원인가 의심(당)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의회정치에 대해 혐오만 가득했지만, 벌써 5년 동안 함께 해온 강정해군지기 싸움에서 국회를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이곳에 있어보기로 했다. 일하는 의원실이 해당 상임위(국방위)도 아니고, 의회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며, 활용할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의회 권력을 신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회 내에서 내가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을지, 나도 나를 믿을 수 없었다. 나는 1) 때로는 정부와 여당에게, 2) 때로는 권력을 위임해준 이들을 대신하여, 3) 또 때로는 자기 권력을 위임조차 했다고 느끼지 않/못하는 소리 없는 자의 당사자로서 각기 다른 톤으로 말해야 하는 법을 알아야만 했다. 말하자면 나는 3)의 말하기가 내 몸에 가장 익은 방식이었고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였다. 그저 당사자성만 가지고 헐벗은 심정으로 덤비는 수밖에 없었다.
행정 권력과의 관계에서 위치 만들기
국회에서 하는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는 행정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제대로 받아내는 것이다. 행정부가 입법부인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게 국회법상 의무화 되어 있지만 그들의 의무는 늘 임의적이다. 평화정책을 담당하는 보좌관으로서 내가 주로 상대하는 주무부처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인데, 자료 하나 얻어내는 데 늘 엄청난 실랑이를 해야 한다. “○○ 자료 달라” “못 주겠다. 기밀이다. 상임위가 국방위도 아니시지 않냐.” “이 정도 자료가 왜 기밀이냐? 기밀의 근거는 뭐냐?” “그건 상부의 결정사항이라 나도 모른다.” “문서등록대장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는 거 맞냐? 자의적인 기준 아니냐? 서면 보고 못하겠으면 와서 대면 보고 해라.” 매일 이런 실랑이들 속에서 그들은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 내 목소리를 통해 나를 스캐닝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 같이 ‘나이 어린 여자’가 군 내부 자료를 좀 보자고 하니 그 공무원들은 자기 영역을 침범 당한다고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갑을 관계로 따지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부처가 ‘을’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대령, 중령 등의 군인 직함으로, 비공식적으로는 젠더를 이용해서 나에게 ‘갑’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요구 하는 전화 한 통은 내게 늘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 기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면 위축되지 않고 최대한 나를 부풀리며 몸피를 키우는 연습부터 해야
했다. “내가 누군데….”라는 허세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인의 언어로 군인의 암호 같은 언어를 밀어내고, 그들의 은근한 성별화 틀을 밀어내야만 그때부터 업무의 길이 열린다. 물론 그렇게 내가 생각한 매뉴얼이 무너지지 않도록 애쓰며 국방부 공무원들과 통화를 끊고 나면 진이 다 빠져버리는 건 여전히 어찌할 수 없다. 대의(代議)해야 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 안보사업에서 ‘현장성’ 만들기
국정감사는 각 상임위에서 소관부처의 문제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므로 그들의 세세한 상황들을 가장 알기 좋은 배움터이다. 환노위에서는 환경파괴 현장과 노동탄압 현장을, 법사위에서는 사법부와 사법 피해자들을, 행안위에서는 경찰폭력 피해자들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담아 국회로 가져온다. 이를 문제제기하기 위한 질의 역시 “어떠한 피해자와 피해 현장이 있는데 이거 왜 발생한 거냐? 누가 지시 혹은 묵인한 거냐? 시정조치 했냐?” 등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국방위에서는? 지난 국감에서 국방위 이슈들 중에 ‘노크 귀순’, 차세대 전투기・전차 개발사업, 제주해군기지, 고(故) 김훈 중위 사건을 비롯한 군 내 의문사 문제가 특히 주를 이뤘다. 이 중 위의 질문 포맷에 가장 맞지 않는 현안은 무기개발사업 같은 안보사업이다. 다른 어떤 상임위보다 국방위는 생생한 피해를 입증할 ‘현장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감 중 가장 한가한 상임위가 국방위이기도 하다. 소관부처가 별로 많지
않은데다, ‘현장’이라고 해 봐야 문제되었던 부대 몇 곳을 방문하는 게 전부다. 제주해군기지 같이 절절한 피해 현장이 있는 곳도 국회까지 오게 되면 피해는 삭제되고 안보 논리로만 걸러지는 게 대의정치의 한계일 텐데, 그것도 없는 장에서는 기업들의 로비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만 난무할 뿐이다. 대의(代議) 정치의 형식은 있지만 대의해야 할 국민이 없기 때문에. 그런 무주공산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성적・계급적・지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의 공통성을 얽어매는 추상적인 원리로서 국민만 남게 된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쉽게 ‘국민’을 동원해서 본인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상임위에서는 피해 사실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정치가 있었지만, 국방위에서는 피해 사실을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무기개발사업 예산에서 돈의 흐름들을 추적하면서 그에 따른 이해관계를 정부 자료를 통해 밝히고, 이에 따른 ‘현장성’을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국방위: 군인과 군인 아닌 자의 싸움
모두가 아는 것처럼 국방위원회의 위원들은 대다수가 군 출신 인사들로 포진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국방위에서 싸움의 전선은 하나다. 군인 대 민간인. 이런 구도에서는 여・야도, 입법부・행정부의 민감한 권력관계도 의미없다. 한 군 출신 야당의원은 국방부 공무원과 거수 경례로 인사하며 말문을 연다. 또 국방부 감사장에서는 한 의원이 피감기관을 문책하는 발언을 하자, 다른 당 의원이 “내가 기무사령관이어 봐서 아는데 그건 그런 게 아니고….”
라며 피감기관을 변론하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러 행정 기관 중 하나인 국방부를 통제・감시하라고 국방위원회가 있는 것인데, 견제는커녕 국정감사장은 종종 행정부의 수고스러움을 치하하는 자리가 되고 만다. 명백한 직무유기 사항이 이곳에서는 애국심으로 윤색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온통 약어와 자기들만 아는 훈련 용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군인들 속에서 일반 사병 출신 국회의원들은 위축되기 일쑤다. 바로 여기서부터 권력의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군인들만의 방언을 민간인의 언어로 번역해서 다시 말하도록 하는 게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원의 역할임에도, 위축되고 무기력한 자아로 오히려 그들의 지식에 권위를 부여하고 만다. 시간이 갈수록 군인 위주의 지식과 연대가 더욱 공고히 될 뿐이다. 또한 기밀정보 취급 정도에 따라 철저하게 위계가 만들어지는 국방부의 논리를 국방위원회도 그대로 닮아, 같은 당 내에서도 정보 유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의원실은 그 속성 상 각 방마다 자료독점의 논리를 피해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안별로 공동대응 할 때에는 긴밀히 협조하면서 자료공유를 하곤 한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국방위 의원실들은 갖고 있는 정보를 서로 거의 내놓지 않는다. 기밀주의와 조직보위 논리를 뚫고 어렵게 얻어낸 자료이기 때문에 그 자료의 내용과 상관없이 얻어낸 그 자체가 의원실의 성과로 귀속되는 원리다. 기밀의 실내용은 상관없이 기밀의 형식만 거래되는 핑퐁게임을 할 뿐이다. 보좌관들도 서로 소통하지 않고 국방부와 일 대 일로 대응하는 게 전부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나 같이 같은 상임위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며, 나이 많은 남자도 아닌 사람이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으는 덕에, 특정 사안에서는
내가 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들의 견제를 덜 받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역설이다. 기존의 보편성을 상대화하는 것 내 지도교수는 내게 “국민국가의 성원으로서 말해라.”라고 늘 주문하셨다. 그 말인즉슨 한 국가 내에서 소수자가 아웃사이더가 아닌 그 국가의 성원으로서 말해야 기존의 보편성이 상대화 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국방위에서는 완전히 보이지 않는 인간이지만, 동시에 국민국가의 성원으로서, 국가의 법과 제도의 경계를 안쪽에서 밀어내는 인간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헐벗은 느낌이지만, 아직은 한계보다는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걸 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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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평화수감자의 날 매미 |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지난 2012년 12월 1일은 평화 수감자의 날이었다. 병역거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처음으로 인식하게된 평화 수감자 의 날이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행사가 열리는 민중의 집에 갔다. 나동 씨가 드레스 코드인 핑크에 맞춰 핑크색 셔츠를 입고 평화 수감자의 날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현재 평화 운동을 하다가/위 해서 수감된 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평화를 위해 감옥 에 수감된다는 개념이 무척 낯설게 여겨졌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 이 다양한 이유로 수감되어있다는 걸 확인해서일까. 듣는 내내 들 었던 생각은 앞으로‘평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으 로 끌려가고 자신의 신념, 운동과 침묵할 것에서 저울을 놓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받을 상처나 아픔까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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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성큼성큼 다가오고있는 이야기이기에 더 괴로웠다. 그 리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기에 한 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내가 병역거부를 처음 알게 되었던 건 현재 병역거부로 수감되 어있는 공현(유윤종) 덕분이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 도 주변에 누군가가‘운동’하다가 감옥에 간 건 처음이라 나름 충격과 생소함이 있었다. 그래서 평화 수감자에게 편지를 쓰는 시 간에 공현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정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조용 히 사각사각 쓰는 소리만 들릴 때 나는 과연 무슨 내용으로편지를 써야하나 한참을 고뇌했다. 그렇게 한참을 멘붕(!)을 하다 안부를 묻는 내용의 편지를 썼는데 고작 4줄에 온몸의 기력을 다 빼앗겨 흐느적흐느적 거리기만 했다ㅠㅠㅠㅠ 앞으로 쓸 편지는 조금더 편하게 쓸 수 있길.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공연들이 끝나고 그날의 드레스코드였던 베스트 핑크 드레서! 콘테스트였는데 나만 우중충한 색깔의 옷들 을 입고 와서 약간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분홍색 광 경(?)을 좋아해서 그런지 굳이 베스트를 뽑아야하는 아쉬움도 살 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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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자들은 민주적,
주체적, 평화적 삶 찾아 나선 사람들” 조익진 | 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
1월 25일자 조선일보 사설은“북의 미사일과 핵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자위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 대책 마련을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게 됐다.”고 썼다. 북한을 자극해 결국‘3차 핵실험’선언 까지 나오게 만든 군국주의를 오히려 더 강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핵실험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비 경쟁을 강 화하는 조선일보식 방법은 전쟁 위험과 동북아 긴장을 오히려 더 증대시킬 뿐이다. 그 동안의 언행을 보건대 평화를 깨뜨려서라도 패권 놀음에 동참해“국격”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ㄴ 이것은 소수 기득권층 외에 누구에게도 좋은 일일 수 없다.
이렇듯 조선일보는 평화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고, 거짓으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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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을 기만하기에 바쁜 우익 언론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운동 과 조선일보 간에는 결코 좁힐 수 없는 가치관과 현실 인식의 차이 가 존재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가 보도한 <병역 거부 가이드북> 개정판 출간 기념행사 관련 기사를 언뜻 보고 의아했던 까닭이다.“‘병역 거부 자들은 민주적, 주체적, 평화적 삶 찾아 나선 사람들’주장”이라 는 제하의 기사였다. 제목만 보면 꼭 병역 거부 운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서 깜짝 놀랐다.
물론 제목을 보고 들었던 잠깐의 의문은 내용을 보고 금세 해소 됐다. 병역 거부자들이 민주적이고, 주체적이고, 평화적이라는 말 은 비아냥이었을 뿐이었다. <병역거부 가이드북>이“수감생활을 편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준다”고 강조하는 등 병역 거부자가 가기 싫은 군대를 편법으로 기피하는 얌체인 것처 럼 묘사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갖은 차별과 사회적 편견을 감수하고 힘든 선택을 내린 병역 거 부자들을 비난하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은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일 이다. 늘상‘자유민주주의’를 운운하면서 양심의 자유는 부정하 는 태도가 역겨울 뿐이다. 이번 기사는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또 한 가지 이유를 추가해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로운 감정도 느끼게 되었다.“병역 거부자가 민주적, 주체적, 평화적 삶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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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비아냥 섞인‘요약’이 너무도 적절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역거부 가이드북> 개정판 출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경 험 덕분이었다.
<병역거부 가이드북>은 2004년에 처음 발간된 책이다. 법적 절 차부터 수감 생활에 이르기까지 병역 거부 전반에 대한 정보를 담 아 많은 병역거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왔다. 어려운 결정을 앞 두고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꼈을 청년들에게 이런 책의 존재는 소 금 같은 것이었을 테다. 실제로 병역거부를 앞두고 있는 나에게도 이 자료가 요긴하게 쓰였다. 생소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거부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 보들 덕분에,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마음을 굳힐 수도 있었 고 곧 겪게 될 앞일을 내다보고 준비할 수도 있게 됐다. 그랬던 가이드북이 8년 만에 개정 출판되었다. 이번 개정판에는 가이드북 출간 이후 8년 동안 축적된 많은 실제 병역 거부자들의 경험이 대폭 반영되었다. 절차 중심이었던 2004년판도 도움이 되 었지만, 실제 수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정판에는 생생함과 구체 성이 더해져서 좋다.
그래서 이번에 열린 출간 기념행사에도 기대가 컸다. 생태, 여 성, 반권위, 저항이라는 4색을 보여준다는 기획도 신선했지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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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보다 병역거부자들과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한국 전쟁 이후 병역 거부자가 1만7천여 명에 달하고, 2000년 이래로 정치적 병역거부자도 꽤 늘어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주변 에서 병역거부자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립감을 이기고 고민을 심화하기위해 비슷한 처지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민중의 집에서 열린 병역거부 가이드북 출간 기념 행사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한 행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최측이 실토했듯 생태와 생명 을 대표하는‘초록’참가자가 개인 사정으로 당일 아침에 교체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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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하고, 저항과 열정을 대표하는‘빨강’참가자 이길준씨는 토 크쇼 참가자와 사회자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애교와 유머 가 둘 다 섞인 유연한 행사 진행(?)은 분위기를 풀어줘서 오히려 참가자들이 행사의 주제와 문제의식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급하게 섭외된‘초록’참가자 김도형 씨의 이야기가 맨 처음으 로 귀를 잡아 끌었다. 그는 생명을 해치는 전쟁에 반대해 거부를 결심했으나 결정한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밤낮으로 마음이 흔 들려 심한 고통을 겪었다. 하루는 산에 올라 물을 주는데 새 순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깨달음 을 얻어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고통은 끝이 아니었다. 재판이 길어져 거의 몇 년 동안을 유보적인 신분으로 지내야만 했다. 그러 면서 그는 방황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에서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고통과 방황의 경험이었 다. 결코 쉬운 조건이 아니었고 심지어 마음을 정한 이후에도 심한 번민을 겪을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온갖 고통과 방황 속에 서도 끝까지 그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병역거부자들이‘병역기피’를 부추기는 불순한 단체의 꼬임에 넘어간 것처럼 묘사하는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와 달리, 그는 온전 히 자기 몫으로 자기 선택을 책임지고 고통을 감내한‘주체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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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의경’으로 유명한 이길준 씨의 이야기도 마음을 흔들었 다. 2008년 촛불 당시 시위 진압에 항의하며 의경 복무 중 병역을 거부한 그의 사례는 촛불 시위에 빠짐 없이 참가했던 나에게도 인 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내가 가졌던 인상은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대단한 투사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 자체가 보여준 용기가 있기 때문에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행사에서 나는 그의 또 다른 면모도 볼 수 있었다. 재기 발랄하고 유머 넘치는 점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 점을 굳 이 지적하려는 건 아니다. 의경으로 복무하던 당시 휴가 중에 병역 거부를 결심하고 기자회견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부모님이 찾아와 오열한 일과, 이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일에 대해 들으며 나는 도형 씨에게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또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쉬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니 었고, 고통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었 다. 그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평범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이 더 숭고할 수 있었다.
‘검정’참가자 안지환 씨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안지환 씨 의 이야기로부터는 특히 그가 한 선택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구체 적으로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다. 그는 거의 열 페이지에 달하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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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거부 소견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이라크 전쟁 와중에 팔루자와 하디타에서 끔찍한 학살이 일어났 고, 한국군은 이라크에 파병되어 이런 학살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는 군대가 직접 반대 시위 현장에 투 입됐다. 그는 이런 불의에 맞서 오랜 고민 끝에 병역을 거부했다. 나 역 시도 같은 문제에 분노해 여러 운동에 동참했고 병역거부까지 하 기로 마음 먹게 된 입장에서, 이런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 었다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해졌다. 용산에서도, 제주에서도, 쌍용차에서도, 현대차에서도 소수 특 권층을 위한 국가 폭력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학살 전쟁과 파 병, 그리고 동북아를 위험하게 만들 제국주의 대결 정책도 계속되 고 있다. 이에 맞선 저항이 필요하고, 이런 신념에 기초한 병역 거 부 역시도 정당하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병역거부자들은 민주적, 주체적, 평화적 삶 찾아 나선 사람들’주장”이라는 요약은 너무나 절묘하다. 평화 를 바란다면 민주적 행동에 나서야 하고, 그러려면 주체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썼듯 선배 병역거부자들에게는 그런 묘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대단하고 영웅적인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민주주의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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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위한 주체적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괴로움 속에서도 그 선택을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책임지느냐가 내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며 그 걸 느꼈고, 곱씹고, 또 다짐했다. 나도, 병역을 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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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
Intro 전쟁없는세상 이번 호 소식지는 비폭력 트레이닝에 관해 다룬다. 2012년 초 우리는 Movement Building Workshop을 갖고 비폭력 프로그램을 전쟁 없는세상의 새로운 활동으로 결의하였다. 사실 전쟁없는세상에게 이 프로 그램은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다. 비록 조직적이고 전략적이진 못했지만 전쟁없는세상은 비폭력을 운동의 철학으로 삼고 있는 단체로 트레이닝 개 최 등 일회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우리가 새롭게 이것을 전쟁없는세 상의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기존의 일회적인 활동에서 벗 어나 보다 긴 안목에서 한국의 사회운동에 비폭력적인 운동의 방식을 본 격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적극적인 비폭력과 궁극적 사회 변혁을 위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가 우리 프로그램의 목표이자 고민이다. 우리는 이미 작년 25명 정도의 서 로 다른 운동의 영역에서 온 활동가들이 5차례의 자체 트레이닝, 외국의 트레이너와 함께 한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고 현재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International, WRI)에서 발간한 비폭력캠페인을 위한 안내서(Handbook for Nonviolent Campaigns) 의 번역, 출판을 위해 준비 중이다. 앞으로 우리 프로그램은 다양한 트레이 닝 워크숍들을 개최하고 관련한 자료를 출판하는 것을 통해 우리의 목표 에 차근차근 다가가고자 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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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직접행동의 국제적 흐름 여지우 | 전쟁없는세상 비폭력&평화교육팀
비폭력 트레이닝의 목적은 사회운동이나 직접행동의 참가자들 이 비폭력의 사용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비폭력 트레이닝은 참가자들이 문제 분석, 대안 구상, 요구사 항 마련, 캠페인 방법 개발, 행동 계획 및 준비, 행동 평가 단계에 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한다.
사회운동에서 비폭력은 예로부터 때로는 단순한 수단으로 때로 는 보다 근본적인 철학으로 채택되어 왔지만 이것이 체계적인 트 레이닝의 형태를 띤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비폭력 트레이닝 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대표적인 예로는 인도 독립운동이나 미국 민권운동의 사례가 있다. 비교적 최근의 예로는 독일의 핵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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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반대 시위와 세르비아의 반독재 민중 운동을 들 수 있다. 오 늘날 비폭력 트레이닝은 다양한 형태로 세계 각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미국 월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아큐파이 (Occypy)’운동에서도 비폭력 트레이닝은 큰 역할을 했다. 아큐파 이 운동에서 비폭력은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을 넘어 평등과 참여, 민주주의 등 더 높은 이상을 바라보았다. 애초 아큐파이 운동이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해 일어난 것임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아큐파이 운동은 처음부터 참여민주주의와 비폭력에의 헌신을 정신적 기조로 삼았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광장에서도 중요한 의 사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이 여러 소집 단 단위로 조직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수신호가 사용되었고, 발언을 원하는 사람 은 누구든 한 줄로 기다리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는 여성과 소수자 등에게 발언의 우선권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운동이 담고자 했던 실질적 평등의 지향을 보여준다.
아큐파이 운동의 그토록 오래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비폭 력 덕분이었다고 평가된다. 평화적인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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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영상이 유포된 뒤 운동에 동조하는 여론 이 높아진 일도 있었다. 일부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비폭력적인 태도를 견지했다고 언론은 보도했 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전체 운동의 비폭력적, 민주적 질서를 위해 노력한 촉진자들과 비폭력을 그들의 신조로 받아들인 참가자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의 아큐파이 운동 캠프에서 스터디 그 룹이 조직되어 비폭력 행동의 방법을 연구했고, 짧게는 몇 시간에 서 길게는 며칠씩 비폭력 트레이닝이 열렸다.
아큐파이 운동의 사례를 보며 한국의 사회운동을 돌아본다. 한 국의 대규모 시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선두의 커다란 스피 커를 단 방송차와 그 뒤를 따르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호를 따라 외치는 사람들이다. 직접민주주의는 찾아보기 어렵고 소수자 에 대한 폭력이 흔히 목격되곤 한다. 사회운동에 비판적인 여론을 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모습을 우리 스스로 반성하려는 노 력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비폭력 트레이닝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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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기억들 오리 | 전쟁없는세상 비폭력&평화교육팀
비폭력 트레이닝에 관해 아주 처음부터 관심을 갖은 것은 아니 었다. 다만 학생운동 시절부터 학생운동의 운동방식(단순히 거리 시위의 폭력성만이 아니다. 조직의 비밀주의, 대의를 위해 수단을 합리화시키는 논리, 사회의 성별이분법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구 조 등 운동의 모든 것)에 관해 조금씩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 서 틈틈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꾸준히 비판을 해온 편이었다고 나 할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운동을 바꿀 수 있도록는 실질적인 무언가를가 없을까 하는 갈증도 늘 가 지고 있었다. 내가 처음 비폭력 트레이닝을 경험했던 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다. 영어라곤 헬로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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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알았으니 자기주도적 학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 닝을 알아듣고 이해했을 리 만무다. 트레이닝 내용에 대해서는 몇 몇 게임만 생각이 나고 나중에 친구한테 역할극을 했는데 (나는 시 위대 상대방은 경찰) 영어가 짧아서 말싸움(응?)에서 경찰한테 졌 다고 툴툴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도 몇 차례에 걸쳐 국내, 국 외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러면서 트레이닝이 내가 비판하던 운동의 방식을 바꾸고 내가 지향하는 운동을 만들어 나가는데 굉 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초반에 경험했던 대부분의 트레이닝은 어떤 직접행동을 염 두에 두고 진행되었던 것이어서 거기에 맞춰 진행되었던 대단히 세부적인 실습에 가까운 것이었다. 초창기 내가 비폭력운동하면 탱크를 막아서는 활동가를 바로 떠올렸던 것(좁은 의미의 비폭력 운동)과 맥락이 비슷하다. 물론 비폭력 트레이닝은 이러한 행동을 준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다만 내가 얘기하 고자 하는 것은 비폭력운동이 한 장의 그림같은 직접행동으로만 수렴되지 않는 그러니까 민주주의, 평등, 자립, 공생 등 보다 넓은 개념을 지칭하며 따라서 트레이닝도 어떤 특정한 사회행동을 위한 준비, 실습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 평등, 자립, 공생 등 운동, 삶(조직이나 그룹의 운영)의 전반적인 가치에 대해 논의하고 평가하며 수정하고 실습해볼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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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레이닝은 집단의 필요나 요구에 의해 창의적으로 기획 된다. 사회 운동을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라면 요구되는 ‘함께 일 하기’와 관련한 모든 것ㄱ들이 트레이닝이 다루고 있는 주제라 고 할 수 있다. 물론 서구 중심으로 개발되고 발전해온 현재의 비 폭력 트레이닝이 우리 사회에서 꼭 효과적이고 옳은 것이라고 단 언할 순 없다. 우리가 현재 트레이닝이라고 지칭하는 활동은 서구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분위기와 관습을 반영하여 그에 걸맞게 발 전한 것이다. 한국의 운동도 우리 나름의 조직운영 방식을 개발해 왔고 딱히 트레이닝이라 이름붙이지 않았지만 서구식으로 말하자 면 트레이닝이라 불릴 수 있는 우리만의 방식이 없다고 할 순 없 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 본 트레이닝들에 비춰 본다면(성공적 인 캠페인을 위한 다양한 전략, 전술, 하다못해 작은 게임들까지 나에게는 인상적인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 운동의 분위기 가 결과보다는 과정과 집단 내부의 평등과 민주주의를 중시한다고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다.
트레이닝이 이상적인 조직운영과 운동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물 론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내 운동, 내 조 직에 대해 뭔가 불만이 있고 변화를 시도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다 면 한 번 시도해볼만하지 않은가. 일회적인 트레이닝이 뭔가를 갑 자기 바꾸진 못하겠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 서 우리가 지난 10월 초에 치렀던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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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 활동은 비폭력행동에서 트레이닝의 중요성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일단 모두 눈을 감고 잠시 자신이 기획했거나 참여했던 행동들 중 실패했던(혹은 자신 이 바라던 대로 잘 되지 않았던) 행동을 떠올려 그림으로 표현하고 소그룹에서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동료의 얘기를 들으 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나와 동료의 경험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 점이 있는지 얘기를 나눈 후 만약 이 실패한 경험 이전에 비폭력트 레이닝을 실시했더라면 그 행동이나 행동을 조직하는 과정, 타 단 체와의 협력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지를 토론을 하 였다.
당시 이 워크숍 참여자들이 실패로 기억하는 행동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꼼꼼히 메모를 해두지 않아서 죄다 기억이 나는 것은 아 니지만 주로 거대한 공권력 앞에 자신이(우리 행동이) 부당하게 가 로막혀 질 때, 그래서 우리 행동이 별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함께 행동했던 동지들이 자신이 구상했던 행동의 분위기 와 다르게 행동할 때(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사용할 때 등), 계획했 던 행동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었을 때, 동지 들이(시위대가) 잡혀갔을 때 등이었다.
소그룹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나니 행동 이전에 트레이닝을 잘 진행하면서 행동을 잘 준비하고 시위대 모두가 그 행동에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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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히 인지했다면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 행동 이후 우리 행동이 실패했거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거 나 그래서 우리 행동에 회의를 느끼거나 다음 행동을 기획하는 것 에 주저하게 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토론의 결과였다.
그 행동이 대규모 행동이고 다양한 그룹들이 참여하는 경우 더 욱 세심한 트레이닝이 요구된다. 이번 트레이닝에 참가했던 사람 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실패로 기억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러한 중· 대규모 행동, 공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이 예상되는 행동이었다. 보 통의 대규모 행동의 경우 그 특성상 행동의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 다. 특히 이런 행동의 경우 트레이닝을 통해 행동 자체의 일반적 가이드라인을 잘 숙지하고 어떻게 시위가 진행될 것인지 시위대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참가한 시위 참가자들에게 소그룹을 결성해 서로가 서로를 챙길 수 있는 시간 을 주는 것도 트레이닝을 통해서 가능하며 법적으로 어떤 권리가 자신에게 주어지는지 어떤 법적, 의료적,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예상 가능한 상황들을 모두 생각해보고 그러한 상황에 처 했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모든 것이 트레이닝에 서 논의될 수 있다.
특히 한 번의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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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행동의 목적 이외에도 그 아래 작은 행동의 목적들을 설정하 고 자신이 참가했던 행동이 어떤 면에서 구체적 목적들을 달성했 는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다음 행동을 위해 개인 과 그룹 차원에서 잘 평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행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 을 수 있다. 이미지 그리기 트레이닝을 통해서 시위대의 분위기를 실패(뜻대로 되지 않았던)의 기억으로 꼽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우리는 종종 행동의 와중에 이 행동의 목표를 잠시 망각하고 자신 의 앞에 닥친 대치상황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위의 목적에 충실 하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시위의 그것이 옮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위의 슬로건보다는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가 크게 많이 들 리는 경우) 트레이닝에서 우리는 역할극 등의 활동을 이용해 경찰 들의 행동양상을 예상하고 거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연습을 해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패턴(시위의 역학이 바뀌 게 되는 지점, 개인적으로는 꼭지가 도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비한다. 이러한 활동의 과정에 지나가던 시민(제3자) 역할이 반 드시 필요한데 시위대의 일부인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점을 발견 하고 함께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위가 현존하는 거대한 권력을 약화시키기는 좋은 도구 가 되기 위해서는 물론 행동 전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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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지 않다ㅊ. 민주적인 조직형태, 조직운영, 개인 간, 그룹 간 의사소통 방식의 개방성과 민주주의가 선행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 운동의 목표가 중요한 만큼 그 방식 또한 중요하고 그러한 방 식을 통해서만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운동이 될 것이기 때문 이다. 비폭력트레이닝은 군사주의가 세뇌해놓은 습성을 스스로 버 리는 자기교육이며 이를 통해 개인 스스로가 활동의 주체로 역량 을 쌓아가는 중요한 기회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 모두가 그 운동 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능동적으로 운동을 기획하 고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패’로 기억되는 데모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 쩌면 우리 운동 전체가 크게 보면‘실패’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우리 운동의 목표는 단박에 권력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 니라(어차피 불가능) 현존하는 권력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면 이 ‘실패’의 경험을 잘 평가해 좀 더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도록 분석하고 새롭게 기획해야 한다. 사회 변혁은 저절로 일어나는 사 건이 아니다. 그것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분투하는 헌 신적인 사람들의 활동의 결과이다. 이 활동은 활동가들 그룹, 혹은 조직에 토론 속에, 비폭력트레이닝에, 이전 활동에 대한 평가 속 에, 활동계획에, 다양한 실험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경험나 누기 과정 속에 잉태되어 있다. 활동을 잘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성 공의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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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트레이닝의 도구들 조은 | 평화박물관 활동가
전쟁없는세상의 제안으로 평화단체 활동가들은 2012년 5월부 터 매달 한 번씩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은 한국의 기존운동에 비폭력적인 운동의 방식을 촉진하기 위한 모임이다. 준비모임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비폭력 직접행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국내외 비폭력 운동 사례를 공부하는 과정을 거쳤고, 마무리 과정으로 2012년 10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강화도 국회연수원에서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을 진 행했다. 비폭력은 권력관계 및 사회구조 변화를 위한 욕구, 모든 인간 및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 심지어 삶의 철학, 사회적 행동의 이론 등 보다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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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과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에서 논의하고 연습한 다양한 비폭력 트레이닝 툴(tool)들은 우리사회의 운동방식과 그 안에 담 긴 가치를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개선해 나아가는 데 유효한 것이 다. 다음의 글들은 비폭력 트레이닝 모임에서 배운 툴에 대한 소개 이다.
십자모양 스펙트럼 목적 :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한 툴이다. 비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들을 드러내고,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제안이 있을 때 이 를 시험 또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폭력 가이드라 인을 작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방법 : 테이프로 바닥에 커다란 십자모양(+)의 선을 그어 사람들 이 그 위에 늘어설 수 있도록 한다. 한 수평선의 양 끝에는 ‘비폭 력’과‘폭력’을 적어놓고, 다른 수직선의 양 끝에는‘효과적’ ‘비 , 효과적’을 적어 놓는다. 사람들에게 하나의 행동 시나리오를 말해 주고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위치를 잡으라고 말한다. 촉진자(트레이너)는 몇몇 사람들에게 왜 거기에 서있는지를 물 어본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자신의 생각이 바뀌면 “위치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만약 이 활동의 목표가 특 정 상황에서 새롭고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을 개발하는 데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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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자와 참가자들은 효과적이며 비폭력적인 위치 쪽으로 사람들 을 움직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참가자들이 보다 효 과적이고 비폭력적인 행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논의하고 확인하면 그 목록을 적어둔다 만약 이 활동의 목표가 비폭력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드러내 는 데에 있다면 다양한 사례들을 가지고 스펙트럼을 진행하면 된 다. 참여자들이 효과적인 비폭력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한다.1 활동 목표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달라 질 수 있다. 참여자들이 여러 사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목표가 만족 할 만한 비폭력행동계획을 세우는 것에 있다면 시간은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로 길어질 것이다. 이 활동은 브레인스토밍과 함께 진행하기에도 적절한 활동이다.
평행선 역할극 목적 : 언쟁이나 갈등의 상황에서 비폭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을 해본다. 갈등의 상황에서 양쪽의 역할을 다 맡아보면서 느 낌이 어떠한지를 경험해본다. 하나의 갈등상황에 대해 양쪽의 입 1<스펙트럼 질문 예시> ① 폭력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②단식투쟁은 일종의 폭력 이다. ③여성만 참여 가능한 운동은 일종의 비폭력이다. ④시위에서 경찰에게 고함 치는 것은 비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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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다 경험해볼 수 있고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의 입장으로 상황 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준다. 이 활동은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비폭력 트레이닝의 기초적인 연습으로 적합하다. 방법 : 참가자들을 A그룹, B그룹, 관찰자그룹 총 세 그룹으로 나 눈다. A그룹과 B그룹의 참가자들은 두 줄로 서로를 마주보고 서도 록 한다. 관찰자 그룹을 마주보고 있는 A그룹 참가자와 B그룹 참 가자 옆에서 그들을 지켜볼 수 있게 배치한다. 마주보고 있는 A그 룹 참가자 1인과 B그룹 참가자 1인, 그들을 지켜보는 관찰자 그룹 1인이 한 세트다. 관찰자를 제외한 각 그룹은 하나의 똑같은 역할 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리고 자기 앞에 서있는 (다 른 그룹의) 파트너와만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갈등 상황을 설명하고 각자가 맡을 역할을 설명한 다음 누가 먼저 시작을 할지 정한다. 각자가 맡을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약간의 침묵 시간을 가진 뒤 시작을 한다. 이때 관찰자는 대화에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만 본다. A그룹과 B그룹의 참가자도 관찰자를 의 식하지 않고 서로간만 대화한다. 갈등 상황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1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3-4 분 이상이 넘어가진 않도록 한다.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중지’를 외치고 정리 시간을 갖는다. 정 리를 하는 질문들에는 대화 양상이 어떠했는지, 각자 어떻게 느꼈 는지, 그 갈등 상황을 다루거나 해결하는 데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 했는지, 몸 동작(body language)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꼈는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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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놀이 때 자신이 했었더라면 좋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등이 있다. 관찰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역할극을 관찰하고 무엇을 느꼈는 지를 물어본다. 서로의 역할을 바꿔서 다시 이 역할 놀이를 진행하되 이번에는 한 쪽 편 줄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씩 움직여서 모두가 새로운 파 트너와 활동을 하도록 한다.
<평행선 역할극의 사례들> ■ 비폭력 행동에 참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 / 이 사람이 비폭력 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변의 친한 사람 ■ 무기나 정부의 시설을 봉쇄하고 있는 시위 참여자 / 이에 화가 난 그 시 설의 노동자 ■ 데모 참여자 / 그 데모에 반대하는 혹은 그 데모에 화가 난 지나가던 행 인 ■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시위참여자 /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무 시하고 있는 다른 시위참여자
어항게임 목적 : 어항게임에서 관찰하는 것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한 이해 를 높이고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깊은 토론을 유도할 수 있다. 단 체 내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검토하고 활동을 평가하는 데에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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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하다. 방법 : 큰 원 가운데 조그만 원(“물고기”)을 구성하고 몇몇이 둘 러앉는다.“물고기”들이 얘기하는 동안 바깥의 원에 있는 사람들 이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깥의 사람들이 안쪽의“물고기”들 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의 이름이 어항이다. 가운데 몇 사 람이 앉을 것인지는 시나리오 혹은 토론의 주제에 따라 다르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한 질문이라도 중간에 끼어들거나 물고기들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깥의 관찰자들이 웃거나 서로 토론하는 것도 물고기들의 진행을 방해하므로 주의한다. 토 론을 위해 한 명의“물고기”가 자신의 얘기를 마치고 바깥 원으로 이동하면 바깥 원 사람 중의 한 명이 그 자리에 들어와 토론을 계 속할 수 있다. 토론의 종류에 따라 촉진자는 바깥 원의 사람을 안 쪽의 원으로 초청해 다른 접근법을 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 다. 게임이 마무리되는 것 같으면 촉진자는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촉진자는 바깥원의 사람들에게 방금 들었던 얘기 중에 중 요한 점에 관해 요약해 볼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자원자 한 명이 그 내용을 대자보에 받아 적는다. 촉진자는 바깥 원에 있던 관찰자들 에게 소감을 물어보는 것과 함께“물고기”스스로에게도 같은 질 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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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폭력 가이드라인 작성 연습 목적 : 비폭력 운동은 참여자의 토론과 합의가 중요하다. 참여자 들이 서로의 가치와 운동방법들을 공유하고 차이점 사이에서 공통 의 목적과 방법을 비폭력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나간다. 구체화 된 비폭력 가이드라인은 운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적 절한 대처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방법 : 상황 상상하기 - 여러분의 그룹이 삼성 본사 내부에서 직 접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행동의 목표는 이 회사가 전쟁수혜자임 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험 수준과 역할에 관한 행동의 세부사항은 각 그룹이 결정하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낸다. 끝나면 전체 그룹과 이를 공유한다.
2) 실패의 기억들에 비폭력 가이드라인 적용하기 목적 : 앞서 연습한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과거 실패했던 활동의 경험에 대입해 봄으로써 비폭력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확인하고 연 습할 수 있다. 시각적 학습 채널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방법 : 자신이 참가했던 과거의 활동경험 가운데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았던 것을 되새김질한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소 그룹 안에서 실패의 경험을 공유한 뒤, 깨달은 점을 이야기한다. 소그룹 안에서 나눈 이야기들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었는 지, 비폭력 트레이닝이 그 행동 또는 조직화나 협력의 방식에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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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해본다. 비폭력 가이드라인은 상황마다 각 그룹에 의해 만들어지고 합 의되어야 한다. 다른 행동에서 사용했던 가이드라인을 단순히 베 껴서 반복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앞서 연습 으로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떠올린다. 이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까? 가이드라인에 수정이나 개선이 필요한가? 가이 드라인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기회를 마련하여 그것의 가치와 적 용성을 평가한다.
나가며 지금까지 비폭력 트레이닝에 대한 몇 가지 툴을 살펴보았다. 이 밖에도 직접적인 비폭력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비폭력 트 레이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들을 트레이닝 모임과 워 크샵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에서 배운 툴 들을 소그룹에서 공동으로 직접 진행해보며 트레이닝 진행의 경험 을 전수하기도 했고, 비폭력 트레이닝 툴을 배우기 전에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을 배우고, 트레이닝 과정에서 배운 점을 서로 공유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짝꿍을 정해 지속적으로‘버디 타임’을 갖기도 했다. 비폭력 트레이닝에 대한 더 다양하고 자세한 소개는 <비폭력 트 레이닝 워크샵> 이후 만들어진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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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2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곧 조직될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 크’가 한국사회에 비폭력 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는데 하나의 시 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비폭력 운동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 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2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카페주소 : http://cafe.daum.net/ nonviolencetr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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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브레이킹
- 아침(전쟁없는세상 비폭력&평화교육팀)이 정리했습니다.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비폭력 트레이닝에 서는 특히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이나 후에 몸과 마음을 푸는 것 이 중요하다.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열려야 준비한 것들이 잘 전달 이 될 수 있다. 보통 아이스 브레이킹 혹은 몸풀기 혹은 마음열기 라 불리는 활동들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프로그램의 1. 시작부분 혹은 하루일과의 시작부분에 도움이 되는 활동과, 중간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활동과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연관을 위해 했던 활동 들을 정리해보았다. 각 활동의 목표는 트레이너가 밝힌 목표라기 보다는 아침 개인이 추측하는 목표이다.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적 용할 수 있다. 시작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아이스브레이킹
환영의식 목표 : 참가자 모두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고 안전하리라는 신뢰를 주기 방법 : 1. 진행자는 아래의 내용을 집어넣어 “~~~한 사람들”이라고 말 한다. (예) 두눈을 가진 사람 / 이 지역 혹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 / 누 군가의 엄마이거나 아빠이거나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손주이거나 이모이 거나 조카이거나 동생이거나 자매이거나 형제인 사람들 / 다른 언어 쓰는 사람들 / 나이가 많거나 어린 사람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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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참가자들이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 3. 마지막으로 이 환영의 말에 들어갔으면 하는 범주를 제안받고 그대로 부르면 다른 참가자들이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
자기소개 목표 :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을 직면해보기 방법 : 진행자가 앉았던 앞쪽 의자를 비우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그곳에 앉아 자신에 대해 소개한다.
체크인 목표 :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이나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가 되 었는지 알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기분이나 몸상태를 표현하도록 하기 종류 - 날씨로 표현하기 :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를 날씨 로 표현한다. - 정글에서의 굿모닝 :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를 동 물에 비유해서 표현한다.
모둠 나누기 목표 : 각 활동에 적당한 크기의 모둠을 다양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나누어 참가자들의 친목과 다양한 경험을 돕기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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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동물 이름을 부르며 같은 동물이나 비슷한 동물별로 모이기 - 생일 순으로 줄을 선 후 비슷한 생일인 사람들끼리 모이기 - 좋아하는 색을 말하며 같거나 비슷한 색끼리 모이기 분위기 전환을 위한 활동겸 비폭력트레이닝과 연관된 활동
슈퍼스타 목표 :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 주기 방법 : 자신이 오늘 한 (평범한) 일 한가지를 말하면, 다른 사람드르이 마치 수퍼스타를 만난 것처럼 열광하고 환호해준다.
언행불일치 게임 목표 : 재미. 말과 다른 행동을 통해 습관이나 관행에 대한 성찰 방법 : 1. 참가자들은 둥글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2. 참가자 A가 원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한다. 3. B가 A에게 뭐하냐고 물어보면 행동과 다른 말을 한다.(예, 스파게티를 먹는 시늉을 하면서 뭐하냐고 물으면 축구를 한다고 대답한다.) 4. A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B가 나와서 A가 말한 행동을 한다.(축구하는 시늉을 한다.) 5. C가 B에게 뭐하냐고 물어보면 B는 행동과 다른 말을 한다.(축구를하는 시늉을 하면서 커피를 마신다고 말한다.) 6. B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C가 나와서 B가 말한 행동을 한다.(커피를 마 시는 시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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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가 C에게 ..... 모든 참가자가 한번씩 해볼때까지 진행한다. 8. 진행자는 참가자들에게 이 게임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묻 고 옆사람들과 얘기해보자고 한다. 9. 말한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서로 점검해본다.
뭉치 던지기 목표 : 친해지기, 도전과 재미 방법 : 1. 참가자들은 둥글에 원을 그리고 선다. 2. 한명이 뭉치나 인형 등을 들고 참가자 중의 한명에게 뭉치를 던지며 “~~야 사랑해”라고 말한다. 3.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며 “~~야 사랑해”라고 말한다. 4. 모든 참가자들이 한번씩 받을 수 있도록한다. 5. 마지막 참가자는 처음 던진 사람에게 던지며 “~~야 사랑해”라고 말 한다. 6. 속도를 조금 높여 같은 순서대로 던진다. 7. 참가자들이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뭉치나 인형을 들고 같은 방법, 같은 순서로 던진다. (두개의 뭉치 혹은 인형이 돌게 되는 상황) 8. 참가자들이 적응할때쯤 새로운 뭉치나 인형을 들고 같은 방법과 순서로 던진다. 9. 모두가 정신없어하고 혼란에 빠질 때까지 지속해볼 수도 있다. 10. 진행자는 이것이 비폭력트레이닝과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무엇 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명이라도 사라지면 다른 상황이 되고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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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되어야하는 점. 쉽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에너지를 북 돋고 자신감이 생기도록 한 후에 어려운 도전 과제들을 던져주는 것. 조금 씩 어려운 과제를 하다가 긴장이 높아지면 다시 쉽고 기운이 나는 방식으 로 수정하는 점 등 서로의 에너지와 관계를 파악하면서 진행하는 것에 대 해서 이야기한다)
인간네비 목표 : 친해지기,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 방법 : 1. 두명씩 짝을 지어 한명은 눈을 감고 다른 한명은 그의 뒤에 선다. 진행자의 신호에 맞추어 뒤에 서있는 사람이 눈을 감은 짝의 등을 한번 치 면 눈을 감은 사람은 직진을 한다. 2. 짝을 멈추게 하고 싶으면 등을 두번 두드린다. 3. 짝을 오른쪽으로 가게하고 싶으면 오른쪽 어깨를 두드리고 왼쪽으로 가 게 하고 싶으면 왼쪽 어깨를 두드린다. 4.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진행자의 신호로 서로의 역할을 바꾼다.(눈을 감은 사람이 뒤에서고 다른 짝이 눈을 감고 앞에 선다.)
인간의자 목표 : 친해지기,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 (주의 : 스킨쉽이 불편한 사람들에 게 미리 알려주어 빠질 수 있도록 하기) 방법 : 1. 참가자 모두가 원을 그리고 선다. 2. 한방향(모두가 오른쪽으로 혹은 왼쪽으로)으로 돌아서고 앞사람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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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두손을 얹는다. 3. 폭이 어느 정도 좁아진 상태가 되면 그대로 무릎을 굽혀 뒷사람의 무릎 에 앉는다. 4. 만약 그 상태로 앉지 못한 상태가 될 경우 참가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 를 내어 목표를 달성하게 할수도 있고 5. 실패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도 있다.
자리바꾸기 게임 목표 : 친해지기,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움직임을 이용해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행동/캠페인 경험이 있는지를 알기 방법 : 1. 참가자들은 의자나 방석에 원을 그리며 둘러 앉는다. 2. 참가자 중 한명은 자리가 없이 가운데에 서있는다. 3. 가운데에 서있는 사람은 미리 준비한 종이를 뽑아 읽는다. (예, 폭력적 인 방식의 행동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사람, 구속된 경험이 있는 사람 등 등) 4. 해당되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로 이동을 한다. 5. 한명의 자리가 없으므로 자리를 찾지 못한 한명이 생기게 되고 그 한명 이 미리 준비한 종이를 뽑아 읽는다. 6. 해당되는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자리를 이동을 하며 준비한 종이를 다 읽을 때까지 반복한다.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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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무력한 사람들의 무력하지 않은 이야기 양똘 | 출판노동자
여기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 반 일용이》 다. 아이의 이름이 책의 이름이 되었다. 아이가 곧 이 책이다. 책의 시작이고 끝 이며, 책 자체이다. 그래서 한번 불러보 고 싶다. 남수, 상준이, 승준이, 석빈이, 상훈 이, 성찬이, 영민이, 성두, 호식이, 기철이, 상영이, 형준이, 철준 이, 승언이, 민경이, 미경이, 성준이, 지훈이, 정임이, 민희, 현준 이, 재진이, 민지, 형범이, 유경이, 미영이, 건형이, 창훈이, 주은 이, 상수, 용훈이, 동일이, 영준이, 정연이, 유진이, 일용이, 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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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영이, 세희, 수민이, 현숙이, 지은이, 희경이……. 모두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다. 이중에는 가명도 섞여 있기는 하 지만, 여하튼 이 아이들은 실제로 우리와 같은 세상 속에 살고 있 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은 꾸밈없는 글로써 실재하는 아이들을 우리와 만나게 해준다. 그 만남 가운데서 우리는 속절없 이 놀라고 슬퍼하고 감동하고 화내고 때로는 무너진다. 우리는 이 제껏 이런 아이들을 만난 일이 없다. 언뜻 스쳐 지나갔는지도 모르 지만, 제대로 눈을 뜨고 마음을 열고 본 일은 없다. 우리가 만났다 고, 또는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란 결국 쓰기 편하게 마름 질한 ‘이미지’일 뿐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성적에 목을 매 는 아이들. 몰려다니며 약한 애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아는 아이들. 게임이나 음란물이나 연예인에 중독 된 아이들. 인터넷 용어와 욕설들로 국어를 어지럽히는 아이들. 이 모든 게 사실은 매스컴과 소문과 선입견 들이 만들어낸 이미 지라면? 물론 모든 이미지가 그렇듯, 그중 많은 것은 실제와 맞아 떨어지기도 할 것이다. 열 개 중에 아홉 개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나머지 하나다. 그 하나가 아홉 개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 하나의 진실에 다름 아니다. 이미지 가 아니라‘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만나게 해준다. 아이들은 아이 이기 이전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은가. 우리가 날마다 얼마 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다양한 문제와 모습들을 지닌 채
리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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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지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얽어매는‘아홉 가지’이미지들 은 부당하다.‘문제성인’이라는 말은 없는데‘문제아동(문제아)’ 이라는 말은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지칭할 필요가 없는데, 아이들 은 그‘누구나’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의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날마다 부딪치는 아이들 하나하 나에 빛을 비추고, 그들이 가진 상처 사이사이 볕을 쪼인다. 아이 가 보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 그 너머에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 는 마음과 필요와 사정들에 돋보기를 댄다. 알아야 도울 수 있다. 알려면? 보아야 한다.‘보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이 선생님들은 ‘보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본 것을 기록하는 사람들 이다.
무력한 사람들의 무력하지 않은 이야기 ‘보려고 하는’이 선생님들이 애초에 대단한 사람들이라면 참 좋을 것이다.‘문제아동’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곁에 짠 하고 나타 나 모든‘문제’를 해결해주고 순수한‘아동’으로 만드는 슈퍼맨 같은 존재라면. 그래서 《우리 반 일용이》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 이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면. 그렇다면 정말로 정말로 좋을 것이다. 기대와 달리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고 끝나는 이야기들은 몇 편 되지 않는다. 해피엔딩에 집착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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잖은 고문일지도 모른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모아놓았 을 뿐이라서. 이 아이 이야기에 답답한 중에, 또 저 아이 이야기로 넘어갈 뿐이라서. 이 책에 나온 아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세상 에 너무나 많은‘일용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서. 독자도 그럴 텐데 글쓴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책에서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무력함이다. 말 그대로, 힘이 없 음. 이 고백이 그저 엄살이나 겸손, 또는 그냥 내뱉는 말인 것은 아 니다. 실제로 이들은 무력하다. “예방 주사도 맞지 못하고, 생리까지 조절해야 하는 아이들 앞 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능 시험 날 12시까지만 이 공식을 꼭 외우라고 목청을 높이고”(글‘고 3 학생은 사람도 아니다’에서) 있는 식이다. 선생님은 어른답게 너른 마음을 가져야 마땅할 것 같 은데,“너에게 고작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게 너무 속상했어.”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아이에게 고백하기까지 한다. 뼈아픈 고백 들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줄을 잇는다. “사람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별로 소중한 것 같지도 않다. 때로는 말도 안 듣고 멍청한 짓을 해서 화가 나기도 한다.”(조디)“아무 꿈도 없는 듯한 멍한 눈빛과 마주치면 왠지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가슴이 꽉 막히고 몸 이 옥죄어지는 듯합니다.”(성준이)“어른들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 이고, 불편한 존재다.”(불편하다)“우는 아이들을 보면 언제나 그 까닭이 궁금하고, 감싸 안아 주고 싶고,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리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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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나는 잊지 않고 하루에 서너 번은 꼭꼭 우는 현숙이가 왜 우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나는 고작 교실에서, 내 눈앞에서 아이들이 웃고 행복해한다는 만족감에 살고 있는 것이다.”(미영아, 꿋꿋하게 살고 있제?)“정 말로 가슴이 따뜻한 선생이 되고 싶은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도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호식이 이야기) 글‘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에서 선생님은 아이 에게 대놓고“와 씨발년아, 나는 위아래도 없다. 나는 찌질이라서 위아래도 없어서 그렇다. 와 씨발, 진짜 재수 없다.”라는 폭언을 듣는다. 아이한테 쌍욕지거리를 듣는 상황 자체가 이미 갈 데 없이 ‘무력한’것일 터이다. 선생님도 인간인 이상, 그 자리를 피해버 리거나 같이 흥분하여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 인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러지 않는다.“니 마음 다 알지. 니는 내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아이는 계속 욕을 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 뜨리고, 자기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생님 은 말한다. 너 잘 태어났다고. 이쯤에서 알게 되는 것은, 선생님들의‘무력함’이야말로 바로 힘이라는 사실이다. 몹시 이상한 말이지만, 힘이 없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힘이다. 이 사람들은 대단한 권력자도 아니고, 책임져야 할 부모도 아니고, 하다못해 덩치가 크거나 기가 센 것도 아니어 서, 아이들을 만날 마주치는 당사자임에도 실제로 아이들을 억지 로 어쩌지 못한다. 흔히‘선생’하면 따라붙는‘아이들을 바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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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끈다’는 개념 자체가 이 책에는 없다. 위에서 뜻을 관철시키 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아이들 아픔을 나눠 갖는 편을 택하기 때 문이다. 부모한테 맞을까 무서워 집에 가지 못한 일용이는 새벽 세 시에 전화해서 선생님을 찾고, 선생님은 그런 일용이를 자기 집에 데려 와 재운다. 선생님이‘무력한’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높고 엄격한 사람, 경찰이나 판사나 의사처럼 힘센 사람에게 일용 이가 전화했을 리 없다.
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무력한 선생님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배운다. 아이들 한가운데 서 답을 찾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선생님들이 낮고 힘없 는 자리에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로부터 답이 나오지 않는 다면, 세상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가르칠 의지가 전혀 없는데 결과적으로 가르친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훌륭한 선생 이다. 가난한 방에서 선생님을 맞이하면서도, 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 과 따온 으름을 한 움큼 내놓은 남수. 교실에 갑자기 들이닥친 엄 마에게 동생을 받아 업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부한 정임이. 조 그마한 아이가 다친 걸 보고 마음이 아파 대신 운 재진이. 아이들 이 비웃은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오빠가 장애인이라고 또박또박
리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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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힌 민지. 돌아가신 엄마가 그립지만 천국에서 이제 아프지 않을 테니 자기도 좋다는 유경이. 자폐 때문에 감정 조절을 못하고 뒹구 는 친구를 위해 자기 딱지를 선뜻 내놓은 민재. 체육 시합에서 한 친구 때문에 졌는데도 잘했다고 괜찮다고 친구를 격려한 아이들. “선생님, 저의 선생님. 제제의 뽀르뚜까 같은 선생님.”이라고 편 지를 보낸 일용이……. 이 모든 아이들이 힘없는 선생님들에게 힘센 답이 된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그걸 혼자 누리지 않고 《우리 반 일용이》 같은 책을 내준 덕분에, 우리도 조금이나마 그 답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아이들처럼 살 수 있다면, 아니 닮으려고 노력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세상은 틀림없이 달라진다. 남은 것은 실천이다.
이 어린 나이에 감당하지도 못할 짐을 지고 사는 아이들, 이 아이들한테 나는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집에서 크고 작은 짐에 억눌려 겨우 숨을 쉬고 사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거창하게도 세상의 평화나 이야기하고, 반 전이니 이라크 아이들이 어떠니 하고 있었다. _박선미,‘미영아, 꿋꿋하게 살고 있제?’에서
삶이 사랑이며, 사랑이 곧 운동인 선생님들. 날마다 무력함을 고 백하고 사는 선생님들이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세상에 내주어서 고 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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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를 보고
날맹 | 병역거부자
<남영동1985>를 CO들과 같이 보았 다. 까먹지 않기위해 남기는 짧은 감상.
영화를 선택했을 때부터 내가 영화 속 주인공과 과도한 동일시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동일시 하지 않으며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 은 마음 그리고 내 스스로를 피해자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초래한 불안함이었다.
역시나 지켜보기 힘든 물리적 고통의 장면의 연속이었다. 그리
리뷰-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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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난 여지없이 눈물을 흘렸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 또한 육체 적 고문 자체의 모습을 두고 눈물을 흘리진 않았을 것 같다. 오히 려 그 극단의 고통 속에서 떠오른 사랑하는 가족-부인과 아이들의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했을 것이다. 고통이 견디기 힘든 이유는 그 자체가 힘들어서 일수도 있지만, 내가 왜 지금 이 고통을 겪어 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 서 자아를 약하게 만든다. 가족의 존재는 이런 고통에 대한 감상을 극대화한다. 한편으론 그렇기에 거꾸로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되 기도 한다.
“당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냐.”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극중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건낸 말이다. 극단의 고통 속에 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이 그렇게 투영된 말이기도 하다. 혹은 내가 이 고통을 견디는 이유, 이 모든 일의 발단에 대한 생각, 어떻 게든 이 괴로운 시간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들이 겹쳐졌을 때, 당 국에 굴복하(려)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내면의 대사일 수도 있 다.
수감 초기, <죽음의 수용소>에 나오는 구절대로 나 역시 그 시간 의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규 율에 따르고 있는 내 자신을 스스로 인정할 수가 없었을 것 같았 다. 온순한 수용자가 되지 않으면 그 울타리 안에서 내가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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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 수 있는 것들마저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부당하 다고 생각되는 것들 앞에서 항의하지 못하고 작아진 내 모습을 인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억울함. 잘못한 게 없는 내가 왜 이런 자유의 구속을 겪어야 하 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찾은 대답은 그냥 하루 빨리 이 시간을 견뎌서 출소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하루씩 출소일은 가까 워진다. 반군사주의, 비폭력, 평화주의적 신념 이런 것들이 당장 내게 닥친 생활의 국면에선 전혀 와닿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 겪는 시간들의 의미를 찾기 힘들때 내가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 었던 건 나의 거창한 양심이 아니었다. 오늘 자고 나면 하나 더 줄 어있을 달력 속 숫자만이 유일한 믿음의 끈이던 시간들이었다.
무력감. 감옥 안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게 만든건 다름 아닌 내 가석방이 혹시나 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지 금 밖에서 날 걱정하고 도와주는 이들의 고생이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나게 해야 덜 미안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CO중 에는 내가 보기에 문제제기도 잘 하고 가석방도 별 탈 없이 잘 받 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드는 부러움과 동 시에 난 그들처럼 내 주장을 표현하지 못했단 자괴감이 들었다. 여 기에 더해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 살아온 징역이 아까워 문제제기 하는 걸 더 주저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필요한 도움이나
리뷰-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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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를 적시에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친한 이들로부터 떨어져 있 다는 고립감에서 오는 과장된 공포가 무의식에 깔려 있었다. 나중 에서야 그 안에서도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는 걸 깨달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내가 살아온 징역 보다 남은 징역이 짧을 때였다. 밖에 있는 사람들만 사람이고, 함께 지 내는 같은 방 사람들, 교도관들은 '사람'으로 볼 마음의 여유가 없 었다. 난 결국 내 목소리를 한번도 제대로 내보지 못했다는 자각에 서 오는 무력감은 출소 후 상당 기간 나를 지배한 감정 중 하나였 다.
“당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냐”란 목소리는 쪼그라든 자아 를 위로하는 최면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최면제는 냉소를 불러 오기 쉽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냉소와 무력감. 이 냉소와 무 력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따라서 저 최면제로부터 각성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각성의 방법은? 알듯 말듯,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건, 출소 직후의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했고 마냥 혼자 있고픈 마음에 사로잡혀ㅎ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 속 고문실 조사관들은 자기들도 피곤할 때“우리 서로 믿고 딱 30분만 맘 편히 잡시다”얘기한다. 원래는 안 되는 빵과 우유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사장님”앞에서 자술서의 내용을 번복하고 자기 신념을 주장했을 때, 상사 앞에서 낭패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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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은 그를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자기 승진 길이 막혔 다는 화풀이였다.
인간에 대한 신뢰. 비폭력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 그런데 인간을 단순히 믿는다는 것만으로는 뭔 가 부족하다. 영리하게 믿을 필요가 있다. 이는 간사함이나 잔꾀와 는 또 다르다.“깐도는 깐도다.”수용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잘 대 해주던 교도관이 우리 뒤통수를 때렸을 때 하는 재소자들의 표현 이었다. 아무리 친해도 감시자와 피감시자라는 명확히 구분되는 서로의 입장을 잊어선 안 된다는 징역의 지혜가 담긴 말이기도 하 다. 단순히 사람 좋은 믿음은 각자가 지닌 권력의 차이를 무화하는 맹목적 평화의 논리로 전유되기 쉽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대 화와 비폭력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기득권의 논리처럼 말이다.
집회 현장의 전경에 대해 상대를 나와 같은 감정과 욕구를 지닌 인간으로 보자는 비폭력적인 주장이 상대의“먹고사니즘”에 기반 한 무책임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교도관 자신의 선의로 잘 해주던 행동이 어느 순간 상부의 지침에 어긋나는 것으 로 드러났을 때 내가 경험한 양상은 한치의 예외도 없었다.“자기 입장도 이해해달라”는 말로 그들은 조직의 명령대로 행동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그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책임이 주어지거
리뷰-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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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해를 입을 행동은 본능적으로 피하면서 자기 자리를 지켜왔 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보신주의이자 공무원 마인드이다. 물론 그이에게도 처자식이 있고 밥줄이 안 끊기는 것이 중요하단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당한 명령에 대한 무조건 적인 복종까지 정당화해줄 수는 없다. 정당화해주는 순간, 나 역시 그의 입장이 되면 그가 했던 것처럼 명령을 핑계로 자기 양심과 책 임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겠다는 면죄부를 만드는 셈이 된다.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뉘렌베르크 판결,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괜히 탄생한 건 아니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 극중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주인공은 이제는 교도소에 갇혀있던 예의 그 고문관을 만나러 간다. 자신을 그토록 고문했던,“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세상이 바뀌면 그때 너도 이 렇게 나를 고문하면 된다”고 얘기했던 그를 만나러 간 것이다. 시 기상으로 따지면 20년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다.
서로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한 교도관의 얼굴이 떠올랐다. 직급은‘교사’요(8급) 외모를 빗대 우리들이 지 은 별명인“늑대인간”으로 불리던 기동타격대(CRPT) 직원이다. 혹시나 지금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난 아 무 뒤끝 없는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줘야 하나 아니면 모른체 해야 하나 아니면 그와 함께 있을지 모르는 이를 향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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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완전 악랄한 교도관이에요 라고 외쳐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 는 이. 내 자술서에 대해“이거 뭐 한번 해보자는 거야 뭐야. 맛 좀 봐야겠고만”하던 장면, 그 때 혼자 잠시 부르르 떨다 결국 죄송합 니다 수그리고 자술서를 다시 썼던 나.
극중 주인공은 아니 실제 김근태 씨는 그리고 수많은 고문생존 자들은 과연 가해자를 용서했을까. 용서했다면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 주기도문처럼“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 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받아들인 것일까.
영화의 엔딩크레딧과 함께 고문생존자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 다. 하나하나 차마 보고 듣고 있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고통의 기억으로부터 몇십년째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고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출소한지도 이제 고작 몇 개월밖에 안 지난 나는 마치 송충이 앞에서 주름 잡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고통의 경중을 비교하고픈 마음은 없다. 저렇게 힘든 사람 도 있는데 난 괜찮은 편이지 하는 생각은 순간의 위안은 될지 모르 지만 그만큼 다른 상대에 대해서는 나보다 덜한 고통을 가진 것이 라 부차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끝없는 자기연민에 빠져 내 고통을 절대화하고 다른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해지는 결과를 경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리뷰-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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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영화를 본 뒤 내게 남은 교훈. 세상의 아픔에 눈 돌리지 말 고 함께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했다. 그런데 난 언제쯤 내 동굴에서 좀 벗어나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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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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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효웅 | 병역거부자
나님은 누구임? 나님 왜 이렇게 잘났는가? 나님 왜 이렇게 똑똑한가? 나님은 왜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가? 하이 헬로우 중2병 걸린 니체식으로 인사해보는 중2병 + 관심병 합병증 말기의 효웅이므니다 ㅋㅋㅋ 이번 소식지 주제도 내 맘이어도 너~무 내 맘인데 오늘은“나는 누구란 말인가”라는 존재론적인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질문에 대한 사유를 할까 하므니다. 이번 소식지는 어렵지만 충격과 공포 이므니다. 완전 재밋어도 로레알 너~무 재밋으므니다. 쌍코피 터 지므니다. 내 석사 논문 주제이기도 하므니다. 표절 ㄴㄴ 인용 ㅇ ㅇ“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철학자들 사이의 대 화체로 구성햇으므니다. 철학계가 발칵 뒤집힐 꺼이므니다.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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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전 외로워요...) 잠깐 니체로 변신! 이 땅에 공포를 불러오리 라! 고독으로 걸어 들어가라!
§ 제목:“나님은 누구인가요?”
§ 등장인물: 나님(유민석), 러셀, 크립키, 알튀세, 버틀러, 기타 (앨라콘, 안젤두아, 라캉, 지젝 등등)
나: 나님는 누구인가요?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니들이 좀 알려주셈묘. 러셀: 니님은 유민석이라는 고유명사로서, 이는 남성, 병역거부 자, 게이, 한국인, 고도비만, 게임폐인, 전과자 등의 기술어구의 축약이지요.
나: 그게 무슨 남이 눈 똥에 주저앉는 소리인가요?
러셀: 잘 들어요 이 일자무식한 일베충아. 유민석은 고유명사 인데 이는 집합의 원소 같은 거지요. 니님은 남성의 집합, 동성애 자의 집합, 병역거부자의 집합, 한국인의 집합, 게임 폐인의 집 합, 키보드 워리어의 집합 등등 기술 어구로 환원되지요. 이를테면 “유민석은 전과자다”라는 명제에는, 주어 부분에 유민석이, 술어 인 전과자라는 기술어구가 들어가지요. 이 둘을 바꿔서“전과자는
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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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석이다”라는 말은 말이 안 되죠. 전과자가 다 니님인가요?
나: 그렇군요...니의 설명이 맞는 거 같은데 그런데 왠지 나님이 그냥 하나의 부속품이 된 거 같네요.. 나님의 개별성은.. 이런저런 집합들의 교집합의 원소처럼, 그런 기술어구들로만 환원되는 건가 요? 나님은 잘 모르겟어요. 기도를 드려봐도 명상을 해봐도 답이 안 나와요. 나님은 누구죠?
크립키: 니님은“고정지시어”예요.
나: 그건 또 무슨 이동흡이 청렴결백한 소리인가요?
크립키: 너님은 그런 이런저런 도매금들로 환원되지 않는, 너님 만의 고유성이 있어요. 이런 세상을 imagine 해보죠. 존 레논이 꿈 꾼 거 같은 군대가 없는 세상. 너님은 이 세계에선 병역거부를 할 필요가 없죠. 이런 가상세계를 유식한 말로 가능세계라고 해요. 또 다른 가능세계를 상상해볼까요? 니는 여기서는 백인으로 태어 났을 수도 잇죠. 철학이 아니면 폐지를 줍겟다던 니의 바램대로 폐 지를 주우면서 살 수도 잇고, 혹은 게임을 뒤지게 좋아하니 프로게 이머나 게임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잇죠. 그렇다면 현실세계에서의 니님이“니님 = 병역거부자 & 남성 & 학생 & 게이 & 엘프”등등 의 기술어구로 설명된다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만 그런 거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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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세계에서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죠. 이순신이 죽지 않앗 고 산으로 들어가 혼자 숨어 살앗다고 해도 그 이순신은 니가 알고 잇는 이순신과 같은 사람 아닌가요?
나: 그건 꿈에서나 나올 일이죠. 잇지도 않은 세계가 뭔 소용인 가요 이 망상증 환자야. 나님은 이미 나님의 뇌내 망상과 환타지 에서는 숨겨진 재벌 2세나 왕족의 출신이고 물려받을 유산이 수백 원이고 원빈이 제 애인인데요?
크립키: 궁듸 현실세계에서도 니님이 발끈해가 대통령님하가 돼 서 울화통 터져서 난민신청을 해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다면 더 이상“유민석은 한국인이다”로 설명할 수가 없는 거고, 살을 빼 고 식스팩을 만든다면 더 이상 비만도 아니죠. 그런데 그렇게 된다 고 니님이 니님이 아니라 오리나 용숙이 되는 걸까요?“예전의 내 가 아니야!”라는 오그라드는 드라마 대사와는 달리, 살 빼고 캐나 다로 난민신청한다고 달라진 니님이 니님이랑 다른 아하가 되는 건 아니죠.“보여줄게 훨씬 더 예뻐진 나 보여줄게 훨씬 더 달라 진 나”라는 에일리 가사처럼 말이에요. 예쁘고 달라졌ㅈ어도 니라 는 동일성은 유지되는 거죠. 우리몸의 세포는 시시각각 바뀌지만, 그럼 어제 니님이랑 오늘 니님은 다른 사람인가요? 혹은 하리수가 성전환수술을 햇다고 하리수가 다른 인간이 되엇나요? 유민석이 이성애자로 패싱(행세)하다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면, 유민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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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이나 용숙이 되는 건가요? 따라서 니님, 즉 유민석이라는 이 름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지시대상을 지시하는 고정지시어 이죠.
나: 그렇군요. 나는 이제 내 이름을 얻은 거 같아요. 궁듸 이름이 잇다는 게 뭐가 좋은 건가요?
크립키: 니님은 니님의 이름을 통해 비로소 타인과 구별되는 거 죠. 이름이 없다면, 니님이 개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거고, 니님 은 다른 사물과 구별되지 않고 인식되지 않죠. 뒤샹이 평범한 변기 에“샘(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엿을 때 비로소 그 변기는 다 른 변기와는 구별되는 예술작품이 된 거죠. 따라서 외향은 모두 같 은 변기지만, 뒤샹의 변기는 다른 변기와는 달라진 거죠.
나: 언제부터 이름 = 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이 크런키 초콜렛 아?
크립키: 니님은 최초의 명명식을 통해서 니님의 이름을 얻게 되 죠. 세례명을 얻엇다고나 할까요? 니 이름은 의사소통의 연쇄를 통해서 타인에게 전달되죠. 마치 이순신을 니님이 만나본 적도 없 음에도 이순신을 알고 잇는 것처럼요. 근데 만일 니가“지선”의 이름을 알게 되엇는데 아하를 볼때마다“지선”이라고 한다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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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름의 규칙을 어긴 거죠. 니가 이용석이라는 분을 TV에서 뵈 엇는데 이조은을 볼 때마다“이용석”이라고 한다면, 당사자의 기 분이 얼마나 더럽겟어요? 라캉·지젝: 우리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크립키랑 동일해요. 이 름은 그 사람의 몸을 식별해주고 고정해주는, 쿠션의 누빔점 같은 거죠. 크립키가 말했던 고정지시어랑 좀 유사하죠.
나: 모르겟어요 더 혼란스러워요. 내 이름은 나만을 식별해주고 지시해주는 고정지시어라니..내 이름이 나를 구성해주는 거라니..
알튀세: 니님은‘이데올로기적 호명’을 통해 니님이 되는 거죠. 그 세례는‘이데올로기적 호명’이구요.
나: 이건 또 무슨 유민석이 게임 끊는 소리인가요?
알튀세: 저 위에서 러셀이 말햇던 기술어구들, 즉“한국인” “남 , 성”등등은 니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항상-이미 존재하는 이데올 로기적 호명이지요. 니님은 그 호명을 거부할 수조차 없고, 그걸 받아들임으로써ㅆ 비로소“너”라는 인간이 되는 거죠.“모범생” 이라는 호명,“엄친아”라는 호명,“착한 아들”이라는 호명,“군필 자”라는 호명. 이 호명에 들어맞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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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 이데올로기적 호명에 응답하지 못하면요? 대부분 받아들 이기에는 거북한, 좋은 호명이 아닐꺼 같은데요? 아 더 머리아파 요. 호명이 한 두 개도 아니고, 너무 많잖아요 ㅠㅠ 저걸 다 어떻 게 만족시켜요.
노마 앨라콘: 실제로 흑인 여성들은 이중 삼중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죠. 중첩된 호명이라고나 할까요.
글로리아 앤젤두아: 그래요. 그래서 나님은 니가 그런 다양한 권 력들의 교차로라고 생각해요.
버틀러: 니님은 상징계의 출석부가 반복 호명하는 권력들의 벡 터죠. 그 이름이 아주 드러운 혐오발화일 지언정 니님은 그 이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니님으로 살 수가 잇거든요. 이름 이 없는 채 사는 거보다 우리는 혐오발화적 호명일지언정 받아들 이죠. 출석부에“호모 게이 병역기피자 변태 유민석 ㅉㅉ”이라고 씌여 잇을지언정, 니를 안 불러주는 거보다는요.
나: 아 그럼 어쩔라미? 그런 드러운 이름들이 나를 부르는데 나 는 그 이름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나는 나를 모르는 채 사는 게 날꺼 같네요. 내가 누구던, 누가 나를 뭐라 부르던 뭔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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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튀세: 그건 아닐껄? 호명은 니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왓 던, 그런 이데올로기라니깐.
버틀러: 꺼져요. 비록 호명이 우리를 구성한다고 해도, 호명은 거부될 수 잇어요. 그 이름에 붙어 잇는 의미를 재의미화시키면 되 죠. 그렇지 않나요? 정상인이 비장애인으로, 병역기피자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동성연애자가 동성애자로 재의미화되는 것은, 실제 역사가 증명하고 잇자나요? 혐오발화들이 더 이상 혐오발화 가 아니게 되엇고 재의미화 된 거죠. 비록 호명은 우리를 구성하지 만, 호명은 단 한 번의 신의 음성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되풀이되는 거고, 호명을 패러디하고 재의미화, 재반복하면서 우 리는 호명을 바꿀 수 잇어요.
나: 그렇구나.. 그럼 나님이 예전에 부모성 함께 쓰기한다고‘유 정민석’이라고 한 거나 닉네임을 쓰는 거도 그런 맥락이죠? 성을 안 쓰고 이름만 쓰는 친구들도 그렇고..
버틀러: 그렇죠. 저 위에서 크립키가 이름은 명명식을 통해서 우 리 몸을 지시하게 되고, 이 이름은 규칙을 지키면서 전달된다고 햇 지만, 크립키가 간과한 것은 이름은 부계혈통과 친족, 그리고 여성 교환을 통해 전달되는“아버지의 이름”이라는 거죠. 생각해보세 요 유민석의 니 이름의 성“버들 유(柳)”자가 엄마한테서 나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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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아범한테서 나왓는지 시아주버님한테서 나왓는지. 그리고 실지 로 서양에선 결혼하면 남편 이름이 되잖아요? 결국 아버지의 이름 이죠. 왜‘결혼’하면 이름이 바뀌죠? 여성의 이름이 바뀐다는 점 에서 우리는 지선의 이름을 아하에게 쓸 수도 잇고, 오리의 이름을 아침한테 쓸 수도 잇어요.
나: 근데“나 = 내 이름”인가요? 왜 내 이름이 내가 되는 거죠? 내 이름이 나는 아니잖아요. 나는 내 이름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 요. 드러운 이름으로 안 불릴 수 잇는 방법이 잇다니 기분은 좀 좋 아졌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이름이 바로 나인지는 모르겟어요.
라캉·지젝: 당연하죠. 그건 이름은 진정한 니를 설명할 수 없기 에 상실과 결핍, 트라우마를 낳기 때문이에요.
나: 네에??
라캉·지젝: 상징계에서 결핍되거나 상실된 것, 니 이름만으로 너 자신을 표현할 수 없기에 배제되고 추방된 트라우마는 실재계 에서 다시 나타나죠.
나: 뭐라쳐씨부려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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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상징계 출석부에 이름이 지워진 채 실재계라는 특수반으 로 추방된 억압된 것들은, 정치적 기표를 통해서 기약될 수 잇어 요.“인권”,“평화주의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LGBT” , 같 은, 실재계에서 억압된 것들이 환상적으로 투여하고 동일시하는, 보증수표 같은 정치적 기표를 통해서 말이죠.
나: 뭐라쳐씨부려쌌ㅆ노 라캉·지젝: 이러한 환상적 기약이 된 정치적 기표들은 비록 모든 걸 충족시키진 못하겟지만, 상징계에 저항하면서 귀환할 수 잇어요.“내가 누군지 알아?”하면서 거들먹거리면서 돌아온 탕아 처럼 말이죠.
버틀러: 그런데 그 실재계라는 특수반을 만들어 놓은 거 자체가 특수반 애들과 우열반 학생들을 가르는 거 아닐까요? 아니, 특수 반이라는 곳이 잇나요? 아니, 만일 잇다고 해도, 특수반으로 ㅉ쫓 겨난 학생들이 어떻게 빠져나와서 상징계에 저항을 할 수 잇나요? 이미 추방되엇는데. 우리는 출석부의 호명을, 실재계라는 꼼수나 정신승리로 피할 방법은 없어요. 그러나 상징계의 출석부를 인정 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상징계를 직시한 채, 끊임없이 재배치하고 교란하고 증식하는 방법으로 나아가는 게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상징계의 권력벡터들을 교란시키며 상징계의 매트릭스 안에서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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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하면서 말이죠. 마치 시스템에 침투에서 과부하를 일으키는 바 이러스처럼요. 그 바이러스는 상징계의 매트릭스안에서 만들어졌 지만, 상징계의 매트릭스를 교란하는‘오류’같은 거지요.
나: 뭐라쳐씨부려쌌노 암튼 나님은 내가 누군지 모르겟져염 ㅠ ㅠ 버틀러: 니님은 니님의 행위에요. 니님의 행위가 당신을 결정 하죠. 니님의 행위, 부모성 함께 쓰기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퀴 어 단체 활동이나 채식같은 행위들이 너님을 결정하는 거죠. 니체 의 말처럼 행위 뒤에 행위자는 없어요. 유식한 말로 수행적 주체성 이라고 해요. 이 무학의 통찰력아. 니는 명령문에 굴복하는 진술문 적 주체가 아닌, 끊임없이 재의미작용을 하는 수행문적 주체가 돼 야 해요.
나: 내 행위가 나를 결정한다라...아 츤데레같고 오그라드는 게 지리네요 ㅠㅠ 근데 니 좀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닌가요?
버틀러: 흠 글쎄 좀 오글거려도 너~~~~~~~~~무 오글거려 서 손발이 파괴될 지경이기는 하네요. 근데 그럼 안 할 꺼임? 그리 고 니도 오그라든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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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도 안다능...
* ps: 오그라드는 거 해봣는데 뭐랄까 츤데레같고 넘 와타시와 손발이노 오글이 토글이 데쓰엿는데 해보니깐 나님도 좀 정리되고 좋앗다능 좋앗다능~! 데헷~! 뿌쮸뿌쮸 ★ 계속 그렇게 간바레 해 주세요 ‘-^)y 핑쿠는 의무닷! 카와이 핑쿠는 이쯔마데모 기모찌 이~^ 3^ ♥♥ 키스 구다사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 를 알겟느냐?? 내가 누구던 말던 나님은 게임만 하고 야동만 보 고 뷔페만 가면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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