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9호(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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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를 내며

용석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요새 전쟁없는세상은 좀 많이 바쁩니다. 전쟁없는세상과 함께 이러 저러한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바쁩니다. 혹시 저만 그런가요? 한동안 뜸했는데, 다시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을 준비하는 사람 이 늘어났습니다. 이번 소식지에는 최근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분들의 소견서를 모아봤습니다. 이분들은 조만간 감옥에 가고, 아마도 다음 소식지에선 평화수감자 명단에 들어가겠죠. 편지 많이 써 주세요. 병역거부를 다룬 영화도 개봉을 했습니다. <어떤 시선>이라는 옴 니버스 인권 영화인데, 그 중 한 편이 병역거부자가 주인공인 ‘얼음 강’이라는 영화입니다. 재밌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챙겨보세요. 그리고 10월 말에 킨텍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 최대 무기박람회 아덱스(ADEX)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아덱스의 본질(사람 죽이는 걸로 돈 버는 천하의 몹쓸 일)을 알 려내고 아덱스에 참여하는 무기 상인들의 거래를 방해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무기박람회에 대응하는 행동을 펼치는 게 처음이라 여러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2년마다 열리는 아덱스, 다음 번에는 좀 더 강력한 행동으로 무기 거래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식지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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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Without War

전쟁없는세상 39호 소식지

평화수감자들한테 편지 써 주세요!

차례 소식지를 내며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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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Essay 오늘 정치적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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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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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이익을 위한 불의한 군대에 들어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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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Experience 2013평화캠프(초심자를 위한 비폭력트레이닝)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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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Special Intro - STOP 아덱스(A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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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ADEX)의 역사와 의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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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운동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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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의 화려함에 감춰진 죽음의 그림자를 보자

48

한국의 방위산업은 어떻게 성공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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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영화 Review-Book&Movie 무엇이 코끼리를 바깥으로 끌어내는가?

65

얼음강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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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서 제주해군기지 저지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분들입니다 양윤모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301번 (690-162) - 제주교도소 송강호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409번 (690-162) - 제주교도소 박도현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535번 (690-162) - 제주교도소 김은혜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12번 (690-162) - 제주교도소 강부언 제주시 오라2동 161번지 582번 (690-162) - 제주교도소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수감된 분들입니다 김무석 인천시 남구 학익소로 30 1233번 (402-704) - 인천구치소

기획연재 Series 게임과 평화 - 피억압자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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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 2013 아덱스(ADEX) ‘우리는 한 놈만 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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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19화

89

효웅의 꾸잉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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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보고 Report 후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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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전쟁없는세상 발행일: 2013년 11월 1일 제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9호 연락처: 02-6401-0514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121-230) http://www.withoutwar.org peace@withoutwar.org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2동 137-69(130-062) 연락처 02-924-9641, 2 팩스 02-927-5104


기획기사 - STOP 아덱스(ADEX) 아덱스(ADEX)의 역사와 의미 살펴보기 다른 운동에서 배운다 -런던의 무기시장 DSEi 반대행동의 경우

최첨단 기술의 화려함에 감춰진 죽음의 그림자 -무기전시회 2013 아덱스(ADEX) 제대로 보기

한국의 방위산업은 어떻게 성공하였나?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우리가 막으리, 그림 난영

Peace@withoutwar.org

39 02-6401-0514


평화주의자 노트 킬 수 있을 것이다.‘국가폭력에 대한 시민불복종적 병역거부’라 부

오늘 정치적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합니다!

를 수도 있겠다.

무어라 일컫든 나는 지금‘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부터, 정확히는 병역거부를 결심했던 7년 전부터 이미

동현 | 병역거부자

여러 사람에게 선언하였다. 군대를 반대한다고 하면 그때마다 돌아 오는 말은“꿈 깨”였다. 물론이다. 나도 꿈에서 깨고 싶다. 내가 꾸는 꿈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징역을 보내는 나라

1. 가장 개인적으로 가장 정치적인 병역거부를 하다

해방 이후 누적 병역거부 수감자가 17000여 명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나라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

2013년 현재 전 세계에 수감된 병역거부자의 92%가 속한 나라 유엔의 권고를 무시하는 나라

독일녹색당의 페트라 켈리가 68혁명 때 언급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그러나 반기문을 존경하는 나라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는‘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이다’라는 명제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즘 진영의 격언과

저것들은 꿈이므로 기울여 쓴다. 선 채로 자는 사람은 없으므로 모

도 같은 이 문장을 나는 이제 병역거부 운동에까지 확산시키기로 한

든 꿈은 얼마간 기울어져 있다. 이제 여러분은 나에게“꿈 깨”라고

다.

말할 차례이다. 그 말에 나는 꿈에서 깬다. 눈을 뜨니 꿈에서 본 풍경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양심적 병역거부’에서의‘양심’은 가장 개 인적인‘양심’이다. 나의 경우에 그것은‘평화주의적 병역거부’나

이다. 장자의 호접몽까지 갈 생각은 없다. 나는 현실을 직시하기로 한 다. 이제부터 내가 말할 것은‘기울어진’현실이다.

‘반군사주의적 병역거부’, 혹은‘비폭력주의적 병역거부’로 도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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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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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쟁보다 소요 진압에 더 자주 쓰이는 군대

생활 전반에 걸쳐 구축한 군사주의의 치밀한 억압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캠퍼스에서 군인들이 총을 메고

군대의 수단이자 목적은 전쟁이다. 군인은 군복을 완전히 벗기 전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까지 살인기계의 설계도면에 자신의 초상화를 열심히 그려 넣는다.

80년 5월 17일, 계엄령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그러나 빨간색으로만 그려지는 군인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전쟁터

광주에 공수부대가 투입되었다. 이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에서만 꽃피우기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도

군대에 의한 유혈진압이 진행된다. 곤봉과 대검으로 난자된 생과 총

도하게 흐르는 강물 위로, 붉은 먹을 갈아 굵은 획을 긋고자 했던 몇

에 관통된 삶들이 건물 안과 거리 곳곳에 누워 있었다. 사상자는 200

몇 이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에서 600명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여러분은 군대의 민간투입이 자행되던 시대는 암울한 군부

47년 3월 1일, 제주의 한 어린이가 기마경관의 말발굽에 치었다.

독재 시절이 아니었느냐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대 정권 중

성난 군중들이 말을 쫓았다. 경찰이 발포하였고 이로 인해 6명이 사

가장‘민주적’이라고 평가받는 참여정부조차 평택의 대추리를 군화

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로부터 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

발로 짓밟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는 주민들이 농사

월 동안 이승만 정권은 끊임없이 육지에서 군대를 파병하여 도민들을

를 짓지 못하도록 철책을 세우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검문소를

학살하였다. 사망자만 14000여 명, 사상자는 30000여 명이었다. 물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였다. 06년 5월 4일,‘여명의 황새울’작전이

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집계된 수치이다. 이 학살을‘제주4.3사건’이

시작되었다. 시위대 1000여 명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공권력은 경

라 일컫지만 일부 교과서에는 왜곡이 돼 있다.

찰 110개 중대 13000여 명, 용역업체 직원(소위 깡패) 1200여 명, 군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는 인혁당 판결이 난 74년 4월 8일을“사법

인 2000여 명이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200에서 300여 명 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사상 암흑의 날”이라 선포했다. 초헌법적 긴급조치가 1호부터 9호까 지 남발되던 시대였다. 이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유신정권은 이 땅에

3.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거대한 병영국가를 이룩하였다. 군대의 폭력이 학살이라 말할 만큼 집약적으로 표출된 상황은 없었으나, 그것은 국가의 시스템과 시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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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 성스러움, 나아가 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들의 공통된

평화주의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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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정의로운 전쟁은 있다”이다. 그들이 정의하는‘정의로운 전

언제나 정의로우므로 자국이 가진 대량살상무기는 괜찮았다.

쟁’이란 대개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침략전쟁이나, 침략에 대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이라크를 샅샅이 뒤졌으나 대량살상무기

한 정당방위로서의 방어전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의로운 전쟁

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이 입수했다고 하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은 없다. 근대 이전의 전쟁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여러분이‘야

정보의 신빙성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그 논란이 죽은 사람을 살리

만’이라는 단어 하나로 논점을 회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민사

거나 무너진 건물을 세워주지는 못했다. 군수업자들은 돈을 벌었고

회가 성립되고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믿는’현대의 전쟁에 대해

미국은 석유를 얻었고 이라크에는 친미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곧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실은‘야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뻔한 수순이었다.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침략전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라크

테러에 대한 대항마로 전쟁을 선택하는 것은 테러에 대해 더 큰 테

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이다. 걸프전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이

러로 보복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은 최

라크의 군비확장과 01년 발생한 9.11테러에 자극을 받은 미국은 이

첨단 무기의‘정밀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몇 마일 밖의

라크를‘악의 축’이라 규정하였다. 이어 02년 8월, 조지 부시는 유엔

바늘귀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폭탄은 자주 민

연설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요구하며 정권교체

가에 떨어졌고 이라크 측 사망자 57000여 명 중 50000여 명은 민간

를 언급했다. 이에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이었다. 이것이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보여주는

은 유엔 안보리에 침공 승인을 요구한다. 그리고 03년 3월 20일, 유

‘야만’이다.

엔 안보리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라크 침략은 정당한 것이었다. 지속적인 군비확

이제 여러분이 고대하던 침략에 대한 정당방위로서의 방어전쟁을

장을 하는 이라크의 정권은 반미세력이었고 9.11테러에서 볼 수 있

보기로 하자. 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6.25전쟁을 일례로 들고

듯 이라크는 하나의 국가이기 보다는 거대한 테러집단이었다. 언제라

싶다. 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남침을 개시하였다. 4

도 다시‘제 3의 후세인’이 비행기를 탄 채로 빌딩을 향해 돌진할 수

일 만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은 다시 3개월 만에 대구, 부산 등 경상도

있었다. 게다가 비인도적 무기(인도적인 무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

일부를 제외한 전 지역을 장악하였다.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이

나)인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의혹’이 있었다. 물론 미국은

9월 15일에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였고 28일에는 서울을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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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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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엔군과 한국군은 역으로 북침을 시작한다.

이 폭력밖에 없다면 그것이‘야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엎치락뒤치락하다 결국 38선이 그대로 휴전선으로 굳어진 것은 우 리 모두가 아는 바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남침에 대항하여 방어전

4. 민족이라는 허상, 국익이라는 야만

쟁을 하였고, 전세가 호전됨에 따라 남한이 북침을 하였다는 사실이 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명분은 충분하였다.‘조국통일’이 그것이다.

민족주의는 곧 국익주의이다. 나는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인간의 선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의 이승만 또한“아침은 개성에서, 점심은 평양

택들이 낳은 참혹한 결과물들을 숱하게 안다. 근대 이후의 거의 모든

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다. 다시 말해

전쟁과 인간에 대한 억압은 민족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팔

북한으로부터의 침략에 대한 정당방위로서의 방어전쟁의 실상은 파

레스타인 침략을 가능케 한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은 종교의 탈을 쓴

도 한 번에 무너져버리는 모래성처럼 허약한 명분에 기반을 두고 있

민족주의이다. 인종주의는 민족주의의 사생아이다. 나찌의 홀로코스

었다. 남한의 군비가 북한보다 우세였다면 입장은 바뀌었을 것이고

트는 민족주의의 자화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북침은 정당하였을 것이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유명해진 이석기와 그의 노선 이제 우리는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전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

인 NL(National Liberation)은 철저히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다. 그

여야 한다. 모든 침략전쟁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정당하고 모든 방어

들이 살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이기 때문에 한민족의 강한 의

전쟁 또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정당하다.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모든

지로 해방을 원하는 것이다. 민족주의가 낳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인

전쟁이 정당하므로 모든 전쟁은 정당하지 않다. 전쟁이 어떤 상황에

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이들이 골방에서 엄숙하게 ‘딱총모

서든 최악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의’를 하는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고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

폭력은 언제나 폭력으로 치환된다. 폭력의 본질은 순환성이다. 그 리고 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전쟁이다. 누군가 주먹질을 하였

정말로 슬퍼지기 때문이다. 삐에로는 자신의 입가에 스마일을 그려 넣지만 동시에 눈물 자국을 길게 그린다.

을 때 똑같이 주먹을 날리고 곧 뒤엉켜 싸운다면 그것은 쌍방과실일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기억한다. 일본에 의한 학살과 모진 탄압에

뿐이다. 우리는 누군가 주먹을 날리기 전에 말을 걸 수 있다. 주먹이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베트남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베트콩의 잘

날아오더라도 똑같이 주먹을 내뻗지 않을 수 있다. 폭력에 대한 대안

린 머리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활짝 웃으며 찍은 한국군의 사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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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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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전 국민이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혀 죽은 김선

이 있지만 워낙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의 건축적 구조 때

일을 추모하지만, 이라크에 파병된 3000여 명의 자이툰부대가 그곳

문에 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음악을 배우

에서 몇 명을 죽였으며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그저 듣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은 없다.

이 곡에 빠져있다. 바흐(Bach)는 독일어로‘강’을 뜻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보다

단일한 민족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역사상 전쟁을 겪지 않은

는 좀 더 작은 샛강에 가깝다. 이름이 사람과 일치하는 경우는 원래

나라가 없고 전쟁이 나면 필연적으로 피가 섞인다. 민족이란 개념은

드물지만 초상화 속의 바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샛강’이라는 이름

처음부터 허상인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민족을 사랑하는 대신에 저

이 참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의 이름

멀리 이국땅의 까만 피부를 사랑할 수는 없는가. 벽안의 금발을 사랑

이라면 바다 중에서도 대양, 하다못해 흑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할 수는 없는가 말이다. 사람은 모두 지어미가 아홉 달 배 아파 낳은

싶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골트베르크의 아리아를 듣고 있으면 사라

새끼이고 물고 빨며 키운 자식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진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 위로 햇살이 빛나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

없고 존엄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이미 세상의 빛과 소금인 누군가의

을 치고 바람이 살랑 불면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뗏목이 되고. 그러니

생을 앗기 위해 군대는 존재한다. 민족주의는 국가로부터 살인면허를

까 바흐는 영락없는 샛강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 든다.

내리며 살인연습을 하는 군대에 입영하라고 권한다. 살인과 살인연습 이 싫다면 남는 선택은 감옥행 뿐이라 말하고 있다.

평화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스 펙트럼은 매우 다양하지만 최소한 평화라는 가치는 절실하게 공유하

5. 평화라는 길 위에서 변주곡을

고 있다. 덧붙여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또한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라 생각한다. 우리의 행동이 달라지고 의견이 갈리게 되는 지점에 평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레온하르트의 쳄발로로 듣는다. 사라

화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방드 풍의 아리아와 서른 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곡이다. 악보에 적힌 도돌이표를 쓰지 않고 전곡을 연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 50분

말하자면 우리는 변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악기도 없고

내외이다. 카이저 링크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되었다는 설

악보도 없다.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지휘자와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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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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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가 따로 없다.‘평화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하면‘평화가 바로 길’임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여러분도 거기에 서지 말고 평화 위에 서자고 말한다. 이곳에서 함께 서로의 서툰 변주를 들어주자고, 가끔

나는 거절한다

불협화음을 내거든 씨익 웃어주자고. 평화 위에서, 평화라는 길 위에 서. 박정훈 | 병역거부자 + 청년 좌파 활동가

2013년 9월 24일

시리아와 강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동현 밀양을 보라. 밀양주민들에게‘국가’란 존재하는 것일까? 밀양주 민들에겐 자신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함께 해준 것은 국가가 아니라 이름 없는 수많은 시민들이었다. <조선일보>는 외부세력이 밀 양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보도하지만, 오히려 밀양 주민들의 외부세력은 한전과 수천명의 경찰들이다. 그리고 서양인들 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할 때 인디언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듯이 밀 양주민들의 저항을 비난하는 사람들, 정의롭지도 안전하지도 않게 생 산된 전기를 값싼 가격에 사용하는 대기업들, 밀양주민들을 보상금을 노리는 악마로 묘사하는 도시의 사람들과 정부와 언론들이야말로 무 *동현 씨는 9월 24일 입영일에 소견서를 발표하며 병역거부 선언 을 했습니다. 현재 경찰조사까지 받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운 외부인들이다. 이들은 전쟁의 침략자처럼 폭력을 휘두르고 주민들을 그야말로 쓸 어낸다. 국가는 선택된 사람들만을 보호했고, 비국민들에게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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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위자, 님비라는 딱지를 붙였다. 10월 8일 오늘 군대에 입대하

고, 매년 250명의 대학생이 자살로 사망한다. 가난과 빈곤, 취직과 사

라는 국가의 명령을 받은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의롭지 못한

업실패 등 경제적 실패와 이를 바라보는 이웃들과 사회의 왜곡된 시

국가폭력에 동참할 수 없다. 나는 이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

선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다. 졸업식이 곧 실업식이 되고 실직이 세

는 비국민이 되겠지만, 국가로부터 배제되고 폭행당하는 사람들의 친

상에 대한 하직이 되는 세상, 경제적 실패가 삶의 실패가 되는 나라가

구가 되고자 한다. 최소한 그들을 탄압하는 국가의 편에 서지 않고자

바로 대한민국이다.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만든 세상에

한다.

서 죽어가고 있다. 군인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군우울증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군인 10명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동참하는 것을 거절한다. 군대 갔다 온 남성, 우리사회가 원하는 진짜 사나이라는 달콤한 유혹도 거절한다.

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기업 살인을 방조하는 나라.

나는 정의롭지 않은 개발로 얻는 이익도, 전쟁과 국가폭력으로 얻을 수 있다는 국익도 거절한다. 그것은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로부 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희생이다.

2010년 3월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23세의 박지연씨가 백혈 병으로 사망한다. 이렇게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병에 걸려 사

세상에 대대 크게 외쳐보지만, 그 누구도 듣지 않는 목소리가 있는

망한 노동자가 30여명에 이르고, 피해자는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곳,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밀양주민들의 농성현장. 나는 이곳에서

예상된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3000명을 정리하면서 24명의 노동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자들과 그 가족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신적 경제적 압박

를 하고자 한다. 내가 있을 곳은 군대가 아니라 이곳의 거리다.

을 받고 있다. 이마트의 냉동고에서,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에서, 뜨 거운 용광로에서 죽어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휴전선을 보라는 국가의 명령. 군인의 등 뒤에서 죽어가는 국민들

있다. 삼성반도체에서 사람들이 병에 걸려 고통 받고 있음에도, 쌍용자동

매년 60만 명의 청년들이 국가안보를 위해 휴전선을 향해 눈을 돌

차의 회계조작이 밝혀져도 우리사회는 이들 기업을 처벌하거나 그 피

리라는 명령을 받지만, 정작 국민들은 그들의 등 뒤에서 죽어간다. 대

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을 하다 다친 사람은 9만

한민국의 자살율은 전 세계 1위다. 20대 사망원인의 45%가 자살이

2,000명, 일을 하다 사망한 사람은 1,864명이다. 매일 5명꼴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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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쌍차 노동자들과 같이 산업재

검찰들에게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보도가 나갈 것이라며 줄을 잘 서라

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자본에 의해 다치거나 생명을

는 조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방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으며 나

잃은 사람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라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군인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기업의 무차별적인 살인행위를 방어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

일선 경찰들이 뻘쭘할 지경이다.

가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안보이겠지만 적어

용산에서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건 시위를 무리하게 진압하다가 6

도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는 그들을, 그리고 그

명의 생명을 앗아간 김석기 전 경찰총장이 한국공항공사 신임사장후

의 자식들까지‘빨갱이’라며 사회적으로 멸시하고 차별하고 있다.

보로 올랐다. 청와대 지시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진압한 조현오씨가 경찰총장까지 올랐다. 반면 못살겠다고 외치는 국민들은 구속자가 되

댓글과 시위진압이 안보인 나라.

거나 전과자가 됐다. 밀양에서 강정마을에서 대한문에서 국민들은 계 속해서 공공의 권력에 의해 짓밟힌다. 안보라는 것이 국민들을 편안

그 빨갱이들을 잡겠다며 나선 것이 바로 국가다. 원세훈, 남재준 두 전, 현직 국정원장이 대선후보를 비방 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 국가안

히 보존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뻥뻥 뚫려서 국민들이 학살당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실로 야만의 국가다.

보라고 당당히 이야기 한다. 국회청문회에 출석해서 진실만을 말하겠

이웃들이 죽어가는 공동체에서 홀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다. 평

다는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김용판, 원세훈씨가 각각 경찰청과 국정

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당신과 나의 몸과 마음이

원장을 맡아 공공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겠다고 이야기한다. 4대강 사

불안하지 않는 상태가 평화다. 평화를 위해 국가가 무기를 개발하고,

업을 지지하는 댓글을 다는 것, 경찰들이 국정원을 수사하는 것을 막

군사력을 늘리고, 핵을 보유하는 것은 갈등과 긴장을 높이고, 결국 우

는 것이 국가안보라고 한다. 국가안보기관이 자국민을 상대로 대북

리를 파괴하는 행위다. 공장에서 노동자가 쫓겨나고, 삶의 터전에서

심리전을 펼친다.‘좌익효수’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던 국정원 직원은

길거리로 내쫓기고, 말하지 못하는 자연의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 여

국가안보를 위해 성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댓글들을 달았다. 최근에는

성과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이 배제되고 차별받는 것은 총성 없는 삶의

청와대가 나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검증에 나섰다. 청와대는

전쟁에서 자행되는 고요한 학살이다. 이러한 국가의 강제징집을 거부

조선일보가 1면 보도를 할 수 있도록 혼외자식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평화행동이다.

는 민간인의 정보를 뒤져서 언론사에 넘겼다. 조선일보 보도 전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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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17


시민으로서의 의무

관심을 가져주기를 호소 드린다.

얼마 전 한 통계조사에서 대한민국 국민 75%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조그마한 감옥에 구속 되겠지만, 사상과 양심을 구속된 채 살

지위의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절망의 나라를

아갈 수는 없다. 나는 진정한 자유를 위해 오늘 양심에 따라 병역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60만 명의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겠

거부한다.

다며 군복무중이다.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이타성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물론 국가는 이들의 불만을 ‘군가산

2013년 10월 8일

점’으로 돌린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복직을! 용산참사의 진실을!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금 다른 사회적인 의무

밀양의 주민들과 강정에 평화를 바라며, 박정훈

를 수행하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그리고 우 리가 살아가는 공동체가 노동자와 빈민과 장애인과 사회적으로 배제 된 자들의 안정망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야만의 나 라의 부름을 거부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민으로서의 또 하나 의 의무이다. 부당한 국가권력과 부조리한 사회에 다른 목소리를 내 고 저항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필 요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길거리와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노동자들,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제에 맞서 싸우는 장 애인들과 성소수자들, 강정과 밀양에서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광장 에서 촛불을 들고 저항하는 시민들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웃들이다. 나 역시 그 일을 하려고 하는 것

*박정훈 씨는 10월 8일 대한문에서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하 고 지금 경찰조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뿐이다. 비록 나의 행동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의 목소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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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19


평화주의자 노트 이로 인해 한반도 역시 끔찍한 전쟁과 분단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

1%의 이익을 위한 불의한 군대에 들어가지 않겠다 조익진 | 병역거부자 + 노동자연대다함께 활동가

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던 미국과 소련은 해방 직후 한반도의 남과 북에 각각 군정을 세웠고, 민중 저항을 억눌렀고, 급기야 한반도의 통 제권을 놓고 대리전을 벌였다.

21세기에도 이런 참상은 이어지고 있다. 석유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1백여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역 패권의 향방을 둘러싼 한·중·일·미 의 긴장은 동북아시아에서 심각한 불안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팔레

2013년 10월 8일, 나는 자본주의 군대가 행하는 불의와 억압에 반 대하는 나의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한다.

스타인 민중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오늘도 고통 받고 있고, 미국 과 서방은 아랍 혁명에도 개입하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배자들은‘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주장한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지정학적 긴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동 침략의 실패

기에 처음 등장한‘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포장과 달리, 자본주의

를 만회하고, 경제 불황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더 몸이 달았

에서 군대는 체제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도구로, 부당

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전세계적 군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심

한 폭력과 학살, 민주주의 탄압의 온상이었다.

지어 미사일 방어 체제까지 완성시키려고 질주하고 있다. 상처받은 야수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군대의 만행 이에 맞서 중국도 천문학적인 군비 증강에 매진하고 있다. 열강은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유혈 낭자 한 지정학적 쟁투에 몰두해왔다. 약소국을 침략해 민중들을 학살하기 도 하고, 세계 대전으로 인류사적 재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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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바다에서는 연일 한·미·일 군대와 북·중 군대의 군사 훈련이 대결하듯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지

평화주의자 노트 21


금 세계 정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십수 년 전, 영국과 독일

남에 파병된 한국군 들은 미군보다 더한 악명을 얻었다. 한편 베트남

등의 긴장이 증폭되던 당시 유럽과도 흡사한 점이 있다. 쇠퇴하는 1

전 파병 군인들은 당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 때문에 아직도 후유증

인자와 떠오르는 도전자의 충돌은 더 잔혹하고 야만적일 수 있다.

으로 고통 받고 있다. 평범한 민중들이 전장에 파견돼 약소국의 민간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긴장이 예기치 못한 도화선을 만난다면, 우 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 역사의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을 새로운

인을 학살하고 자신의 생명도 위태롭게 한 대가로, 한국의 기업들은 대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재앙을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군대와 이를 필요로 하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 소말리아와 동티모르와 레바논 등

는 제국주의 체제가 계속 존재하는 이상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를 보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한국군이 파병됐다. 이 나라 지배자들은 미국의

장할 수 없다.

침략에 동참하며‘국격’과‘국제적 책무’운운했으나, 실제로 우리 가 얻은 것은 테러 위협과 파병국의 국민이라는 오명뿐이다.

아류 제국주의 한·미·일 동맹 한국 군대 역시 이러한 불의의 예외가 결코 아니다. 한국 군대도 지 배계급의 충실한 도구로서 제국주의 위계 질서의 일부이자, 피비린내 나는‘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악의 축’이다. 물론 한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최정상의 제국주의 국가인

무엇보다 한국 지배자들은 한미동맹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미국 의 세계 패권 전략에 적극 협조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5월에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는 한미동맹이‘글로벌 전략 동맹’임을 선언했다.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민 통치로 고통 받은 역사를 기억하는 민중들

중국을 견제하기에 유리한 평택에 미군기지를 짓고, 미사일 방어

의 가슴 속에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이 살아 숨쉬고 있다. 한국의 지

체제 구축의 핵심 요충지인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지은 것은 이미 오

배계급은 이러한 민중들의 정서를 거슬러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열강

래 전부터 이런 방향이 추진돼 온 것을 잘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군 당

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군대를 활용해왔다.

국은 반발하는 주민들을 탄압했고 기지 건설 부지에 위치한 자연유산

베트남에는 수십 개의‘한국군 증오비’가 있다. 이 비에는“하늘

도 파괴했다.

에 가 닿을 죄악, 만대가 기억하리라”고 써 있다.‘북한놈’들과 같은

심지어 일본 군국주의 부활 시도에 은근히 협조하고 있기도 하다.

‘빨갱이’들이니 가차없이 적을 죽이라는 상부의 세뇌에 따라, 베트

일본군 위안부 불인정과 독도 분쟁 등의 문제로 겉으로는 충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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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23


서도 뒤에서는 한미일 동맹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며칠 뒤에도 한·미·일 해상 합동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적극적인 군사 전략과 한·미·일 동맹을 통해 아류 제국주의의 꿈

이런 심각한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지금 당장 억압적인 징병제를 폐 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모병제 도입은커 녕 대체복무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을 키우는 동안 민중들은 더 한층 고통을 강요 받고 있다. 박근혜 정

누군가의 의견이 권력과 체제의 입맛에 맞지 않아도, 그가 소신을

부는 복지 공약을 말 바꾸기 하면서 국방비는 대폭 증액했다. 이를 위

지킬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 하나다.

해 노동자 증세를 추진하며 서민들의 유리 지갑마저 강탈하려 했다.

자유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이에 대해“나는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이처럼 한국 군대 역시 1%의 이익을 위해 99%의 삶과 평화를 희생 시키고 있다. 나는 신념을 꺾지 않은‘죄’로 감옥에 갈지언정 지배계 급을 위한 불의한 군대에는 입대하고 싶지 않다.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까 지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자처하는 대한민국 헌법 19조도 사상과 양심 의 자유를 국민 전체에게 보장돼야 할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사상과 양심의 자유

러나 이 나라의 실제 현실은 헌법 조문과는 전혀 다르다. 사상의 자유 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남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자유민

물론 이러한 군대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청년들은 군대에 간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가 신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다수는 군 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

주주의를 드높여 말하는 우파들은 걸핏하면 ‘북풍’을 일으켜 마녀 사냥을 펼치곤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도 집총이나 병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병역 거부에 대한 흔한 비판은‘그럼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비양심

자신의 신념(또는 신앙)을 지키려면 감옥에 가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

적이냐’는 질문이다. 당연하게도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는 평범한

제까지 1만 7천 명의 젊은이가 죄도 없이 끌려가 전과자가 되어야 했

청년들이 비양심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비양심이 아니라 1%의 도

다. 지금도 전세계 병역 거부 수감자 중 90% 이상이 한국에 갇혀 있

구인 군대에 의한 피해자다.

다.

황당한 것은 그렇게 묻는 권력자들 자신의 행태다. 가진 자들은 권 력과 인맥을 동원해 갖은 수로 병역을 피해간다. 지난 2월 박근혜 정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부의 내각 임명 당시 내정자 17명 중 9명이‘병역 기피’의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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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노트 25


다녀왔습니다 나 역시 병역을 거부하면 병역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될 것이 다. 그러나 진정으로 교도소에 갇혀야 할 것은 민주주의까지 후퇴시 키며 병역 거부자들을 탄압하고, 평범한 청년들을 군대에 보내 고통 을 강요하는 이 나라 지배자들이다.

‘2013평화캠프-초심자를 위한 비폭력트레이닝’을 다녀와서

사실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환상은 없다. 나 개인이 군 대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강력한 국가 권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

기준 | 아수나로 활동가

다. 자본주의 체제와 국가기구를 뒤흔들 진정한 힘은 아랍 혁명과 같 은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에서 나온다. 영웅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려는 생각도 없다. 진정 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소수의 대리 행동이 아니라, 87년 항쟁이나 97년 총파업, 2008년 촛불과 같은 대중 자신의 집단적 투

전쟁없는세상에서 부탁 받은 글을 꽤나 늦게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쟁 경험이다. 따라서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병역 거부 그 자체보다 석

머쓱한 일이었지만, 기억이 흐릿해져 글을 못 쓰게 될 것이라는 걱정

방된 이후의 삶이다.

은 하지 않았어요. 평화캠프 이후에 트레이너 분들이 해 놓은 작업을

나는 탄압에 굴하지 않고 수감생활을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수감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추리에서 지냈던 3박 4일간의 사진은 사

생활이 끝나면 진보적 대중운동의 일부로 복귀해, 모든 억압과 불의

진대로 참가자 메일링에 공유되었고, 함께 배웠던 것들은 그것대로

를 끝장내고 99%가 통제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내 신념을 실현

자료로 정리되어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전체 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행표와 각 프로그램에서 쓰였던 자료가 모여 있어요. 이러한 작업이 평화캠프를 여름날 짧은 피서를 넘어 삶에 영향을 주는 나날들로 확

2013년 10월 8일 조익진

장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물론 그날들은 훌륭한 피서였어요. 따가 운 볕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내내 웃었으니까요.) 같은 홈그룹에

*조익진 씨는 10월 8일 소견서를 발표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현재 경찰조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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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셨던 여옥님께서 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대강 생각나는 대로 쓰 자면,“이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정말 몇

다녀왔습니다 27


없는 사람들이고, 함께 운동을 할지도 모를 사람들이라 한 명 한 명

되어야 하기 마련인데. 평화캠프에서는 모두가 바보가 되면서 한바탕

소중해요.”

분위기를 끌어올렸지요.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이 궁금하시면 http://www.withoutwar.

평화캠프 동안 가장 좋았던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이렇습니다. 하나

org/?p=280 이곳을 참고하면 됩니다.

는 밥. 밥이 그렇게 맛이 있었어요. 음식 사진을 남기는 게 습관이 아

닌데도 식판을 받으면 먹기 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채식식단으로

아무래도 배를 채우고 게임을 하는 재미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찬이 꾸려졌는데 참 정갈하였어요.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 전에 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프로그램. 프 로그램을 진행하기 알맞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도, 폭력적이지 않

-비폭력이란 무엇인가; 비폭력 스펙트럼 나누기.

은 아이스브레이킹 방식에 놀랐어요. 대개 게임이란 누군가를 이겨야

비폭력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워낙 다르다보니 비폭력을 고정된

하고, 누군가는 져야하기 마련인데, 평화캠프에서 한 게임은 그렇지

개념으로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그보다는 각자가 갖고 있는

않아요 이를테면 슈퍼스타 게임이 있었어요. 차례대로 한 사람씩, 나

상을 나누면서 이토록 생각이 다양함을 알고, 합의해가는 태도가 중

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면 다른 이들이 환호해주는 거

요한 것 같아요. 저는 어떠한 물리적 피해 혹은 경제적 피해가 있으면

예요. 마치 슈퍼스타라도 본 듯양. 또 언행불일치 게임도 기억나네요.

그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하다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한 사람이 탁구를 치고 있

다시 해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무엇이 폭력일까, 무엇이 비폭력인 걸

는 시늉을 할 때에 다른

까. 어떤 분은 비폭력 스펙트럼 활동을 학교 교실에서 해 보면 어떨까

이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

제안하셨지요. 자신이 학생에게 대하는 것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

으면, 자신의 행동과는 다

고 믿는 교사들과, 그것을 겪는 학생들이 비폭력 스펙트럼을 나누어

른 것을 하고 있다고 답해

본다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하며 모두가 바 보가 된 트레이닝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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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해요.“나 요가하고 있

어”하는 식으로. 대개 게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위하여:‘무엇을 위해 데모하

임이란 누군가가 바보가

는가’만큼‘어떻게 데모하는가’가 중요한 세상을 위해.

다녀왔습니다 29


이 프로그램은 평화캠

껏 퍼뜨린다면 좋겠습니다만, 세상이 퍽 녹록치 않겠지요. 그러나 평

프의 성격을 잘 보여주

화캠프 이후에 변해가는 제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낍니

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다. 마음껏 보다는 적지만, 분명 퍼지고 있는 평화와 비폭력에 대한

홈그룹을 만들어 소외

감수성을. 참가했던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되는 참가자가 없게 하 고, 아이스브레이킹게 세션 6 :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위하여

임으로 진행이 딱딱하지 않게 하고, 매일 진행되

는 피스바로 참가자들이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이 모두가 ‘무엇을’만큼‘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해주는 과정들이었 지요. 프로그램 초반에는 각자 활동하는 단체에서 느꼈던 비민주적인 요소들에 대해 토로하고, 다음에는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어떤 것들 이 필요한지 토론하고, 나중에는 역할극을 하면서 사례에 적용시키려 하였어요. 후일담으로 이 프로그램은 각자 원래 활동하고 있는 곳으 로 돌아가서 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요. 직접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진행해 보아야 효과적일 테니까요. 평화캠프는 평화의 호수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우물에서 물을 긷 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위

평화캠프가 진행되었던 평택 대추리 역사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하여’프로그램에서 배운 것들을 각자의 단체에서 시도해보고, 분위 기가 얼어붙으면 아이스브레이킹게임을 제안해보고. 참여했던 사람 들은 저마다 물통을 가득 채우고 돌아간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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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31


기획기사

- 인트로

INTRO -STOP 아덱스(ADEX)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종합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

기획기사

아덱스(ADEX)의 역사와 의미 살펴보기

회. 지상·해상·공중의 첨단무기체계와 우주분야 발사체 및 위 성까지 전시되어 첨단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술의 현재와 미래 를 한 눈에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

나동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화려한 말로 꾸미고 있지만, 무기박람회의 본질은 살인무기를 전 시하고 사고 파는 죽음의 잔치입니다. 2년마다 열리는 아덱스가 올해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에는 32개국 33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합니다. 무기 거래의 주요 고객이 각국 정부라는

아덱스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erospace & Defense

것을 고려한다면, 사람 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

Exhibition)의 약칭으로 올해 정식명칭은‘서울 아덱스 2013’이다.

철덩어리에 전 세계 시민들이 낸 세금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올해는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청주국제공항과 일산 킨텍스에

전쟁없는세상은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아덱스의 본질을 널리 알리

서 나누어 개최된다. 언론은 흔히 에어쇼로 제목을 뽑고 주최측 역시

고 무기 거래를 방해하는 행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9호 기획

같은 컨셉으로 홍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아덱스로 검색하면 기사가

기사는 아덱스 특집입니다. 아덱스의 역사와 의미, 관람팁과 한국

별로 뜨지 않고 서울에어쇼라고 검색해야 기사들이 주루룩 나온다.

방위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무기박람회를 무산

무기산업전시회는 본질상 아무리 겉포장을 바꿔도 죽음을 사고 파는

시키기 위한 외국 활동가들의 활동도 담았습니다.

무기거래일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에어쇼로 이미지

올해는 아덱스가 죽음의 잔치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이지

마켓팅을 하는 것이다.

만, 우리도 언젠가는 아덱스 자체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역사 32

기획기사 33


아덱스의 전사는 1996년에 처음 시작된 서울에어쇼로 거슬러 올라

무기들을 수출, 국익을 창출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으며

간다. 2년에 한 번씩 10월 중순 경에 열리던 서울에어쇼는 2005년 처

“2020년께는 세계 3대 에어쇼 수준으로 `서울에어쇼를 발전시켜 나

음으로 그 규모를 확대해서 오늘날과 같은 아덱스로 정식 명칭을 바

갈 예정”이라며“이번에는 약 20만명의 관람객이 에어쇼 행사장을

꾸고 본격적인 무기산업전시회로 성격을 전환하였으며, 에어쇼는 행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 기간 중 열리는 부대행사로 자리매김한다.1 당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명예대회장을, 국방부, 산자부, 건 무기산업전시회의 확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노선에 따른

교부 장관이 공동대회장을 각각 맡아 범국가적인 행사로 개최되었으

국산 무기개발과 무기산업 장려, 시장을 넓히려는 군수자본의 이해,

며, 이탈리아 국방장관, 독일과 영국 등 11개국 공군참모총장, 사우

군사안보담론을 사람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각인시키려는 군사당국

디아라비아 육군참모총장 등 35개국 43명의 VIP들을 초청하여 대대

등의 이해관계가 두루두루 맞아 떨어진 자본주의와 군사주의의 합작

적인 국제행사로 위상을 격상시켰다. 그 이후로 계속 국무총리가 명

품이다.

예대회장을, 국방부/산업부/국토부장관이 명예부대회장을 맡고 있 으며, 주최/주관은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이전 에어쇼까지 포함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이런 위상의

하여)‘아덱스 2005’에 참여했으며, 개막식 치사에서“방위 산업은

변화를 통해 아덱스가 내포하고 있는 욕망의 종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자주국방의 토대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항공 우주산업은 부가

있다.

가치가 높은 첨단 산업으로서 전후방 파급 효과와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며“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들 산업을 육성하며 수출기

이렇게 시작된 아덱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36쪽 표

회를 확대하기 위한 해외 마케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동

참조) 1996년 첫 에어쇼에서 155개 기업, 17개국이 참여했던 무기산

시에 운영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그동안은 우리가 해외 방산업체

업전시회는 어느새 330개 기업, 32개국이 참여하는 행사로 두 배 가

의 무기를 구매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 행사부터는 해외에 국산 첨단

까이 규모가 커졌다. 거래량을 기준으로 2009년 65억 달러(약 7조)였

1 평화인권연대 활동가가 2005년 당시 에어쇼에 대해 문제제기 한 글. http://www. newscham.net/news/view.php?board=jinbo_media_02&nid=29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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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수주상담액은 2011년 96.5억 달러(약 10조)로 늘어났고, 현장수 주계약은 6.5억 달러에 달했다.

기획기사 35


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처럼 살상 전문 용병들이 활개 를 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서서히 무기산업 확장을 통해 자본이 안보 영역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선진국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기산업에 있어 국가와 민간자본의 결탁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정부가 무기산업에 엄청나게 지대한 관심 을 가지고 꾸준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확 산탄 반대 캠페인에서 드러났듯이 국내 군수자본 역시도 이 무한확장 가능한 영역에 서서히 발을 들여 놓기 시작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주목할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이다.2

역대 ADEX 규모 (출차: ADEX 주최 측이 발표한 보도자료)

이렇게 무기산업이 민간자본으로 확산되면 운동의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전의 국방이나 안보담론은 막연히 반공주의라는 공포

분석

심과 적개심에 기초하고 있었다. 따라서 평화운동 역시도 대부분 담 론을 둘러싼 추상적인 싸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군사 영역의 가

아덱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덱스의 성격을 쉽게 분석할 수 있다.

장 큰 특징인 기밀주의 때문에 핵심적인 정보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

간단히 요약하면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국내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무기산업이 확산되면 경제적 논리

려는 군사당국, 무기산업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으려는 국내외 군

에 기초하여 군사안보담론이 우리들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

수자본, 군사안보 담론을 대대손손 학습시키려는 안보주의자들의 이

게 된다. 이미 확산탄 투자 반대 캠페인에서 겪었듯이 사람들은 경제

해관계가 두루 두루 맞아 떨어져 아덱스는 확장일로를 내달리고 있

2 동시에 국제행사로서 규모를 늘려가는 시점이 이라크 파병과 맞물린 시기였다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일본이 그렇듯, 경제발전이 계속되는 와중에 어떤 시기와 맞물리면 무기산업의 확장과 동시에 안보담론 역시 국내 무대를 벗어나 국제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한국 군대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워, 미국의 하위부대 역할을 하며 국제적인 행동반경과 규모를 키워갈 수도 있지만 전망은 분명 하지 않다.

다. 여기에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도 있다.

먼저 안보담론 상에서 보자면 안보의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자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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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37


적인 관점에서 무기산업을 옹호하고, 무기산업조차 투자의 영역으로

을 겨누며 무슨 상상을 하겠는가! 해군체험 캠프의 참사를 보며 평화

인식한다. 아덱스 측에서도 경제논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각

운동이 저것을 막아야 하는데 힘이 부족하다는 한탄을 했었다. 그 느

종 통계수치를 열심히 강조한다. 이 수치 안에서 중소기업들의 참여

낌, 아덱스를 보면서도 계속된다. 사람들은 쉽게 화려한 외피와 수사

가 늘고 있다는 점 또한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아덱스는

에 가려 결국 무기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본질을

그 본질을 감추기 위해 서민경제에 두루 도움이 된다는 정서를 악용

망각하게 된다. 우리는 아덱스 현장에서 이 무기가 결국 누구를 향하

한다. 물론 이것은 운동의 입장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좀

고 있는가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더 구체적인 언어와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무기반대 운동에 동참하라 고 호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확산탄 투자 반대운동은 평화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아덱스가 온갖 부대행사들을 다 끼워서 수십만 시민들의 참 여를 유도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군대 못지 않은 학습효과가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이 처음 만들어질 때 초대 후원회장 을 맡았던 홍세화 씨가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한다.(문구가 정확하진 않 음. 맥락은 정확함.)“프랑스 혁명 기념일날 프랑스 군대가 무기퍼레 이드를 한다. 그것을 보며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혁명으로 완 성시킨 국가에서 무기퍼레이드를 하고,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배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아이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것이 상징하는 근대국민국가의 폭력을 넘어서야 한 다.”20만이 넘는 시민들 참여 속엔 당연히 가족 단위에 섞여 들어 온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다. 부대행사에는 각종 전시행사는 물론 각 종 체험행사가 즐비하다. 아이들이 탱크와 비행기와 올라 총과 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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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39


기획기사 들을 방산전시회에 초청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자본주의의 풍경이라

다른 운동에서 배운다 런던의 무기시장 DSEi 반대행동의 경우

할 수 있다. 방산전시회는 죽음, 전쟁, 공포, 억압을 연료로 계속 성 장하고 있는 것이다. DSEi에 반대하는 영국의 활동가들도 영국 정부 가 일상적으로는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독재 정부를 비난하면 서 이들을 DSEi에 초청해 무기를 팔아먹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하 는 이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리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3 아덱스(ADEX) 대응행동을 위한 첫 모임이 10월 3일 있었 다. 거기서 우리는 올해의 대응행동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 해 9월에 이미 훌륭하게 대응행동을 진행한 영국의 방산전시회 DSEi(Defence Security and Equipment International) 대응행동 의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DSEi 방산전시회는 1,500개 무기회사, 30,000명의 무기구매자 및 판매자가 모이는, 국제무기거래를 위한

2013 DSEi 환영만찬이 열린 Cutty Sark 호텔 정문. 활동가들이 출입 구 4곳을 몽땅 봉쇄해버려 결국 무기거래상들은 비상구를 통해 안으 로 들어가야만 했다고 함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한국의 아덱스처럼 2년에 한 번씩 개최

2년 전, 나도 2011 DSEi 반대행동에 참여했었다. 2년 전에도 일주

되며 올해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방산전시회

일 내내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행동이 이어졌는데 나는‘바이크 낫

는 무기회사들이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했거나 하고 있는 정권들(주

밤 (Bikes not Bomb)’크리티컬매스1 자전거 시위대의 일원으로 참

로 분쟁상황에 있는)에게 생산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 다. 말로는 이런 정권들을 비방하면서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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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itical Mass, 세계 300여 개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자전거 타기 행사, (출 처: 위키백과)

기획기사 41


여했었다. 알록달록한 복장, 자전거, 소음을 만들 도구들을 들고 런던

Christianity Uncut 활동가들이 주관한 악령쫓기의식(exorcism)을

시내를 달리고 달려 DSEi가 진행되고 있는 Excel 전시장에 도착, 그

진행함. 오큐파이 런던(Occupy London)에서는 DSEi 저항주간의 일

곳을 드나드는 무기상인들에게 ‘야~ 잘 봐, 우리가 여기 두 눈 부릅

환으로 ‘방산전시 오큐파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여기에는 알제

뜨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제작년엔 입구를 봉쇄하거나

리, 바레인, 브라질, 터키의 시위대와 함께했음. 전시장 동쪽 문에는

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올해는 사이클리스트들이 입구를 완

오큐파이 캠프도 차려짐. 전시회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다 가시적으로

전히 막아버린 모양이다. 2년 동안 발로 뛰며 많은 논의를 거쳐 우리

만들 목적. 한편, 고속도로에서는 18명의 사람들이 고속도로 점거로

의 캠페인도 계속 일취월장하는 것! 올해 그 일주일간의 행동을 날짜

체포되었음. 탱크가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할 목적.

별로 정리해 보았다.

DSEi 첫째 날, 월요일, 9월 9일 DSEi 하루 전 날, 일요일, 9월 8일

록히드마틴 사무실을 봉쇄한 활동가들 악령 쫓기 의식 진행 중

런던 시내 록히드마틴 사무실은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맞음. DSEi

전시장 세팅하는 날, DSEi 하루 전날과 첫째 날 무기들이 전시장으

대응행동 캠페이너들이 록히드마틴 사무실 정문에 스스로를 초강력

로 이날 운송이 됨. 전시회 자체는 둘째날부터 시작. 수백 명의 사람

접착제로 붙여버린 것. 록히드마틴은 세계 1위의 무기회사로 DSEi에

들이 이를 방해. 시위대는 동쪽 서쪽 문을 모두 봉쇄하고 신부님들과

서도 역시 무기들을 전시함. 캠페이너들은 3시간 동안 봉쇄에 성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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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43


으며 다음날 아침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5명의 활동가들은 체포되었 음. 한편 전시장에는 수십 명의 캠페이너들이 드론컨퍼런스를 방해하 기 위해 모임. 웨일즈 지방에서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애버포스 (여기에 드론 시험장이 있음)에 모여 드론에 저항하는 활동을 함. 전 시될 무기들이 이날까지 계속 도착했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도로를 점 거하고 장갑차가 전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음. 저녁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침묵시위를 벌임. 공식적 전시회 개장 전날(첫째 날은 전시 회가 개장하지 않고 드론컨퍼런스만 열림)의 매우 강력한 순간이었다 고 함.

얘네들이 무기상인들이에요

무기판매부처의 고위공무원, 국방안보기구 등이 참석한 저녁만찬 장

DSEi 둘째 날, 화요일, 9월 10일

소로 몰려가 4개 출입구를 몽땅 봉쇄해버림. 결국 무기거래상들은 비 상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만찬이 끝나고는 그들의 직업을

30,000명의 무기거래상들이 전시회 공식오프닝을 위해 런던에 도

가리켜 보이는 활동가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돌아가야 했음.

착. 캠페이너들 역시 런던시티공항에 나가 그들을 맞이함. 캠페이너 들은 무기상인들에게 길찾기(물론 빙 둘러서 가는 길)를 도와주고 사

DSEi 셋째 날, 수요일, 9월 11일

람들에게 그들을 가리켜 보여주기 행동(얘네들이 무기상인들이에요) 을 함. 방문객들의 주 출입구는 기독교활동가들의 초강력 접착제 행

활동가 한 명이 전시장 지붕을 점거함. 다른 활동가들은 그 아래에

동으로 40분 동안 봉쇄됨. 이 행동은 커스텀하우스역(DSEi가 개최되

서 무기거래상들에게 이의를 제기함. Black Katz Collective 활동가

는 EXCEL전시장과 연결되는 지하철역)에서 전시장으로 향하는 무기

들은 BAE Systems의 로비를 점거하고 노이즈데모를 벌임. 한편 무

거래상들의 길을 정체되게 만들었음. 이 행동으로 5명의 사람들이 체

기거래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식도 진행되었고 여기에는 지역

포되었음. 한편 바스 및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은 그 지역의 방산전시

초등학교 아이들도 참여함.

품 출품회사를 상대로 한 활동을 벌임. 저녁에는 캠페이너들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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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45


DSEi 다섯째 날, 목요일, 9월 12일

DSEi End Product 카드 팔(arms)를 주제로 한 설치 예술

지역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임. 케이블은 수출라이센스를 승인하고

정부의 무기판매부처에 관한 토론회가 의회에서 진행되는 날, 캠

해외 무기판매 홍보를 담당하는 부처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 한편 전

페이너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무기판매를 지원할 수 없다는 항의

시장에서는 비바람과 온갖 방해 행위에도 살아남은 오큐파이 캠프에

행동을 벌임. 크리티컬매스 사이클리스트들과 다른 시위대들이 무기

무기거래상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시위에 함께하기 위해 다

거래상들을 위한 “자선”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트록시로 모여 들여

른 활동가들이 모두 모임.

정문을 봉쇄하고 방산전시회에 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림. “팔(arms)”을 주제로 한 설치 예술이 근처 가로등 기둥에 설치됨.

DSEi와 다르게 한국의 아덱스는 행사 기간 중 주말 이틀을 할애해 서 Public Day를 진행한다. 이는 죽음의 무기를 사고파는 시장인 아

DSEi 여섯째 날, 금요일, 9월 13일

덱스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족단위 놀이터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혼 란에 빠뜨리고 살인무기를 안심하고 팔 수 있는 창구로 만들기 위한

무기거래상에게 그들 사업의 결과에 대해 상기시키기 위해 제작된

교묘한 트릭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아덱스를 통한 상담 실적이 2009

‘DSEi End Product’카드 수백 장이 그들이 가는 호텔방, 술집, 주

년 65억 달러(약 7조)에서 2011년 95억 달러(약 10조)로 늘어났고 매

차장 길 곳곳에 뿌려짐. 지역주민들은 방산전시회를 개최한 정부의

년 참여 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올해 실내전시장 부스는 지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며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인 빈스 케이블의

난해보다 15% 이상 늘릴 계획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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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47


기획기사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의 화려함에 감춰진 죽음의 그림자 무기전시회 2013 아덱스(ADEX) 제대로 보기

잘 모르면 대단해 보이는 법. 이름도 어려운 무기들일수록 더욱 그 렇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것은 어떤 무기들이 사람을 많이 죽 이는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다. 무기를 전시하고 있는 무기업체 직원 은 절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화려함으로 포장한 채 죽음을 사고파는 무기전시회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 죽음을 거

여옥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래하는 무기상인들의 잔치를 막을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한다.

요즘 대세, ‘공중의 약탈자’ 드론 이번 2013 아덱스에서 주목해야할 무기는 드론(drone)이 사람목숨을 담보로 돈을 챙기는 전세계의 무기상인들이 모이는 자

다. 윙윙거리며 나는 벌 같다고 해서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기

리, 2013 서울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아덱스가 10월 29

UAV(Unmanned Aerial Vehicles)는 조종사 없이 원거리 기지에서

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33개 나라 361개 업체가 참여하는

원격조종으로 작동하며, 카메라를 장착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직접적

2013 아덱스는 홈페이지에 전시참가업체 명단과 부스배치도1를 공개

인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여러 나라의 각종 군수업체에서 앞

하고 있다. 환영리셉션 장소와 각종 세미나의 장소와 시간, 발표자까

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UAV는, 언뜻 듣기엔 첨단과학의 집약체처럼

지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기전시회에 문제의

느껴지기도 한다.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라니! 하지만 드론이 대세로

식을 느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

주목받는만큼 그 새로운 전쟁방식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

다. 그동안 평화단체들이 무기박람회를 대신할 목적으로 평화군축박

고 있다. 드론은 게임하듯 감시와 공격이 가능하다보니 별다른 죄의

람회를 3년에 걸쳐 열기는 했으나 아덱스에 대적할만한 파급효과를

식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아프간,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내지 못했으니, 직접적으로 무기전시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드론 사용횟수가 늘수록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1 http://www.seouladex.com/entry/floorplan_pro.php

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에 비해 저렴하고 아군의 인명피해가 없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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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49


한국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도 드론의 세계적 추세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공격형 드론 개발 및 실전 배치가 가능해졌고, 무인정찰기를 넘어 작전반경 300km 이내 미사 일을 탑재한 공격형 드론도 운용이 가능해져 5천억원을 투입해 개발 에 착수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 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카이(KAI)의 부스가 설치되고, 대한항공의 KUS-TR 틸트로터 무인기가 전시된다. LIG 넥스원, 유콘시스템, 한 2011 ADEX 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홍보하던 무인기 기술

유로 앞다투어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테크M, 퍼스텍 등 드론 개발과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많은 한국 방 위산업체에서도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3 아덱스에는 많은 드론이 전시될 예정이다. 최근 파키스탄 등 지에서 민간인 살상으로 악명높은 프레데터(Predator)의 생산업체인

자랑스레 전시된 드론에서 우리가 보아야할 것은, 드론의 공격 표

제너럴 오토믹사(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의 부스

적 1명이 살해될 때 민간인이 49명 꼴로 같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

는 물론, 한국이 구매하기로 한 노스롭 그루만(Northrop Grumman)

이다. 편리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더욱 편리하게 공격하고, 그래서 쉽

의 글로벌 호크(Global Hawk)는 야외전시장에 실물모형이 전시된

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로 진화한 드론 때문에, 언제 시작될지

다. 전세계 곳곳에 다양한 크기와 사양의 드론을 수출하며 드론 보급

모르는 공습으로 인해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에 앞장서고 있는 이스라엘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스라엘 우주항공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최신식 드론의 개발이

산업 IAI의 헤론(Heron),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의 헤르메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될지 생각하면서 무기전시장의 드론

(Hermes 900) 등 이스라엘의 다양한 드론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볼

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드론과 관련된 업체들 부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명한 군수업체들 대부분이 드론 생산에 관여하

스에 가서 홍보하는 직원에게 슬쩍 질문을 던져봐도 좋겠다. 드론은

고 있어서, 전시부스 어디서든 관련 내용에 대한 홍보를 쉽게 접할 수

다른 미사일보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다고 하는데 왜 파키스탄

있을 것이다.

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늘어만 가는 것이냐고. 이 것이 정말 기술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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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51


아, 드론파괴용 레이저무기를 개발하는 레이시온(Raytheon)사도

을 끄는 것은 미국의 텍스트론(Textron)사이다. 작년에 한국이 텍스

전시에 참여한다. 드론이 상용화되는만큼, 미사일보다 손쉽게 드론을

트론사에서 대량구매하기로 한 CBU-105 WCMD(바람수정확산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레이시온사 부스에

은 BLU-108 소폭탄이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열원을 감지하는 스키

가서 스텔스 드론도 격추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록히드 마틴사 부스

트 탄두가 장착되어 있어 기존의 확산탄과는 달리 정밀타격을 한다는

에 가서 스텔스 드론(RQ-170)이 레이저무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다. 이전의 무기전시회에서 만났던 이 업체 직원

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두 가지 무기가 같이

은 불발탄으로 인한 확산탄의 문제점에 통감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

개발되고 전시된다는 것 자체가 무기산업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고

다며, 기존의 확산탄을 모두 폐기하고 불발률이 1% 미만인 자기 회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 신형 확산탄을 구매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비인도무기, ‘죽음의 비’ 확산탄

하지만 폭탄에는 눈이 없고, 판단능력이 없다. 실험에서의 불발률 1%는 실전에서 10%가 넘기도 하고, 수백만 발이 뿌려지는 상황에서 는 1%도 엄청난 숫자다. 2006년에 레바논 남부에 약 4백만 발의 확 산탄이 뿌려졌는데 불발률이 1%라고 해도 4만 발이 불발탄으로 남는 다. 폭격 이후 집을 수리하다가,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일구다가 불발 탄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에게 불발률 수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실제 레바논의 불발탄은 약 1

텍스트론사에서 CBU-105를 전시하고있는 모습. 기존의 확산탄과는 다르다 는 것을 강조하며 홍보한다.

백만 발 정도)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무차별적인 폭격을 퍼 붓는 확산탄 자체의 비인도성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확산탄 생

세상에 인도적인 무기가 어디있길래‘비인도적’무기라는 표현을

산기업 한화, 풍산, 텍스트론, 록히드 마틴의 부스에 가게 된다면 꼭

쓰는거냐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되는

물어보자. 예전에 당신네들이 팔아서 이익을 챙겼던 확산탄이 전쟁에

무기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확산탄(Cluster Bomb)이

서 사용된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곳곳에 남아 사람들이 죽거나

다. 이번 2013 아덱스에 참여하는 확산탄생산기업 4개 중에서 눈길

다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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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53


눈 앞의 무기가 작동하는 상상을

해 버튼을 누를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이 무기가 누구를 향하는지, 그 사람들은 죽어도 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서로가 서

낯선 무기를 관심있게 보고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할수록, 특히 젊

로에게 무기를 겨누며 불안해하는 사이에, 그 불안을 부추기며 미소

은 여성일수록 전시 부스의 군수업체 관계자들은 몹시 기특해하며 잘

짓는 군수업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화려하고 멋진 구경거리

설명해준다. 관련 리플렛과 자료들, 운이 좋으면 간식과 기념품도 얻

들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도구를 사고팔며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을 수 있다. 무기의 기술적인 문제점이 궁금하다면 경쟁업체의 부스

꼭 기억하자. 이 무기들이 겨누고 있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생명이라

에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의 후보기종이

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무기전시회를 제대로 관람하는 팁이다.

었던 3개 업체가 모두 참가하는데, 각각의 부스에 가서 상대편 기종 에 대해 물어보면 단점을 잘 알려줄 것이다. 그렇게 얻어온 정보와 자 료는 추후 캠페인에 활용이 가능하다. 해외에 수출되어 분쟁지역에서 쓰이거나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데 에 쓰이는 K계열의 국산 무기도 많이 전시된다. 직접 타보고 만져볼 수 있는 무기들도 많다. 만약 실제라면 조종석에 앉아서 사람들을 향

삼성 테크윈의 K9 자주포 모형을 살펴보는 군인들. “당신들은 우리의 진정한 영웅입니다”라는 업체의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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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55


기획기사 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어떻게 성공하였나?

근대 국민국가로서 폭력의 독점화와 더불어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려 고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분단체제 속에 있던 한국이 군사적 무력의 생산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은 국가로서 매우 상징적인 산업 부문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염 | 평화바닥 활동가 + 병역거부자

1965년 베트남전 참전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확보한 1억 달러와 1969년 닉슨 독트린에 따른 주한미군의 철수 정책의 보상으로 받은 5억 달러를 기반으로 한국은‘자주국방을 위한 방위산업 육성’을 시 도했다. 1970년에 국방과학연구소를 창설했고 최초로‘병기개발 추 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명‘번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6개 기본 병 기(소총, 박격포, 지뢰 등)를 신속히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군사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반 세기만에 세계 최하위권에서 10위권으로 진입했다. 군수산업의 비약

번개사업은 당시에 추진되고 있던 제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중

적 성장 때문이었다.‘방위산업’이라는 고상한 다른 이름을 가진 군

화학공업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이는 방위산업과 중화학

수산업은, 국가가 주도하면서도 국가를 유일한 구매자로 삼는 상품을

공업의 병행 육성이라는 정책에 따라 이루어졌다. 병기 개발을 위한

생산했고, 거액의 군사비로 완성품과 원료의 상당 부분을 보전함으로

방위산업을 중화학공업화를 선도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했고, 방위산

써 독점 기업들에게 높은 이윤을 확보해 주었다. 단언컨대, 군수산업

업 건설을 통해 자주국방과 중화학공업을 동시에 달성하려고 했던 것

이야말로 기업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

이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경공업의 기반조차 미약했던 산업 여건을 급속히 중화학공업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던 것이기에 상당히 역동적

한국 방위산업의 탄생

으로 추진되었지만, 방위산업과 중화학공업을 함께 획득할 수 있었던 대기업은 정부의 특혜적 지원 덕분에 독점 재벌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자주국방’이라는 구호 아래 군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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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육성하고자 했던 중화학공업은 기계공업, 자동차공업, 조선

기획기사 57


공업, 전기공업 등이었다. 이러한 공업들은 정권의 군사적 의지로 인

행 추진되면서 급속히 발전했고 10여 년만에 안보적 필요 이상으로

해 방위산업과 융합되었다. 번개사업으로 72년에 최초의 병기 개발

내수를 충족시켰으나 내수시장의 제한성 때문에 상업적 요구는 일정

이 이루어진 이후 양산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화학공업 기반이

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 위기의 탈출을 위해 해외시장의 개척으로

절실히 필요했다. 74년 방위산업 건설을 위해 조성한 창원기계공업

나아갔다. 70년대에는 군복, 군화, 배낭, 텐트, 탄약 등 군수 물자 정

단지 등에서는 총포, 탄약, 통신 등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

도였지만 80년대에 와서는 자주포, 박격포, 지뢰 등을 수출하기 시작

들이 정부의 엄청난 특혜와 투자 지원 속에서 급속히 성장했다. 76년

했다.

에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설립되어 군과 방산업체를 연결하며 제

동시에 이때부터 군과 산업 간에 인적 연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반 애로사항을 협의 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업체의 생산에 대해 보증

서 한국 군부와 방산업체 혹은 재계와의 연결구조가 생겨났다. 이러

해 주는 역할을 맡았다.

한 연결구조는 퇴역군인이 방산업체로 이전하는 관행을 만들었고 현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소요되는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 건설을 위 해 국가는 수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토지 제공, 저리 융자, 면

역 방위산업 업무 담당 군인과 정치권과 방산업계 간의 공식적, 비공 식적 결속으로 이어지게 했다.

세, 보조금과 장려금 지원, 연구개발비 보상, 적정 이윤 보장, 방위사 업체 지정, 병역특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기업의 방위산업 생산라

방위산업의 위기

인에 대한 특혜적 지원을 제도화했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체의 무기 생산력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력증강사업이었던 일명

대기업들은 정부의 온갖 특혜와 지원 덕분에 방위산업 공장에 중복

‘율곡사업’등을 통해 기본 병기들을 양산할 수 있었고 군의 소요를

투자하거나 과잉 투자하더라도 그 위험 부담을 스스로 질 필요가 없

빠르게 충족시켰다. 70년대 후반에는 미사일과 전차, 헬기, 구축함,

었다. 그 결과 방위산업 전문 대기업이라기보다 주요 부품을 해외에

전투기 등도 일부 국산화하거나 조립 생산 혹은 공동 생산할 수 있게

서 수입하여 단순 조립하거나 중개하는 업체로 전락하게 되었고, 한

되었다. 1979년을 기점으로 소형 화기를 비롯한 기본 병기는 국내 수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부품과 소재를 개발해 오던 중소전문기업들의

요를 거의 충족시키게 되고 유도무기 등 정밀무기뿐 아니라 핵무기

몰락을 가져오게 했다.

제조에도 나서려고 시도했다. 자주국방이라는 구호가 제창된 이래, 방위산업은 중화학공업과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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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위산업의 과잉 투자, 중복 투자는 업체에게 자기자본 비 율의 하락이라는 재무구조의 부실화 현상을 초래했다. 개별 기업들의

기획기사 59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재고는 누적되었고, 내수가 충족되어 시장이

를 위해 정부는 방위세, 방위성금, 국민투자기금 등을 조성해 국민에

포화되면서 공장 가동율은 50% 이하로 현저히 떨어졌다. 게다가 방

게 그 재정적 부담을 전가시켰다.

위산업체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중화학공

이 시기에 한국의 방위산업은 재래식 무기와 장비 대부분을 양산할

업의 규모의 경제로 인한 재벌 위주의 독점적 체제가 확립되어 중소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80년대 방산업체들은 기본 화력 장비는 물

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켰다.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위기는

론 유도탄이나 항공기를 조립 생산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해 있었다.

정부의 중화학공업-방위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 정책 때

88년의 경우 총포, 탄약, 함정, 물자, 통신 및 전자, 항공 및 유도, 기

문이었다.

동 부문 등 7개 부문에서 71개 방산업체가 92개 공장에서 3만 2천명 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구개발과 기술축적을 통해 헬기, 전투

유신 정권이 무너지고 들어선 전두환 정권은 방만한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엉뚱한 방향을 선택했다. 국방 재정 운용은 전력 증강

기(제공호), 함정, 탱크, 장갑차, 휴대용 전화, 전자전 장비 등을 양산 할 수 있는 생산 설비를 갖출 정도에 이르렀다.

에만 집중되었고, 연구개발보다 미국 무기를 직구매하는 방식으로 정

그러나 방위산업 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였고 효율적인 생산체제

책이 변경되었다. 개발보다 수입에 치중했던 것은 쿠데타로 집권한

를 여전히 구축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해외 수출로

정권이 자신의 정당성을 미국으로부터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타개하고 싶었으나 무기 생산품의 대부분은 미국의 면허 도입

또한 전두환의 신군부의 출현으로 새로운 군·산·정 결속이 이루 어지게 되었고, 국가전략산업들이 조정되고 정부와 업체와 군이 새로

생산이거나 미국의 기술 자료에 의해 생산된 것이어서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다. 미국이 동의를 하더라도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이 결탁되었다. 새로운 군인 출신이 방위산업 관련 정부 기관과 업체

결국 이 시기 정부는 국내 무기생산 업체들이 생산의 전문화를 이

의 요직에 배치되고 의회에 진출했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인사

루기보다 대규모의 외국의 무기체계를 조립하거나 중개하는 수입 대

가 마구 단행되고, 그에 따라 안보를 내세운 이권 추구가 노골화되었

행업체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업체는 국방부의 무기 구매 계

다. 이러한 결속은 관료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와 결합되면서

획을 미리 알아내는 로비에 더 집착하게 되었고 무기생산 대기업과

비효율적 운용 구조를 더욱 확산시켰다. 무기체계 선정과 무기도입

국방부 간의 유착관계는 더욱 은밀해졌다. 5, 6공화국의 대통령이 수

과정에서 로비가 만연해졌고 무기 구매 단가가 턱없이 높아지는 결과

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주요 공급원은 바로 무기체계

를 낳았다. 결국 그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졌다. 국방 재정 확보

선정과 관계한 대기업 방산업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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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61


한국 방위산업의 가능성?

술 연동은 가능하며 민수/군수 양용의 첨단 과학기술도 나타나고 있 다. 반대로 고도의 첨단 기술일수록 특수한 독립적 기술이 되어 파급

1990년대 들어 냉전이 끝나면서 세계 군비지출은 급감했고 군수산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방 기술과 민간 기술 간

업도 자연스레 축소되기 시작했다. 91년의 걸프전은 일시적으로 군

의 융합 혹은 연동 효과는 계속 새로이 생겨날 수 있다. 첨단화, 자동

수회사들에게 호황을 가져다주었지만 이때 사용된 첨단 무기의 핵심

화, 정보화 되고 있는 오늘날의 과학기술들은 군수와 민수를 넘나들

부품들이 일본 제품이어서 군수산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게 하

며 상호 작용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군수산업의 새로운 활로이기도

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군사기술들은 대부분 일본의 상업적 기술

하다.

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 투자를 상업 부문에 집중시켰던 일본은 군 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군사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한국도 90년 이후 산업구조가 첨단화, 정보화, 자동화 방향으로 변

다. 군사기술이 상업기술을 선도하기보다 상업기술이 군사력에 더 많

화하기 시작했고, 군수산업도 군 정보화,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나

이 기여하는 추세도 생겨났다. 냉전 이후로 변화된 군수산업의 환경

아갔다. 각종 무기들은 첨단화되고 있고 정보체계와 통신체계를 중요

속에서 생존 전략이 모색되고 국방 과학기술 정책과 민수 과학기술

하게 다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이나 민간연구소에 국방 관련 연

정책이 긴밀히 연계되기 시작했다. 대학과 민간연구소와 기업연구소

구 위탁이 증대되었다. 재래식 기본 병기 분야는 소요가 감소해 가동

가 국방 연구개발을 함께 맡게 되고 민간에 투자가 확대되었다.

율이 점점 떨어졌고 매출액도 줄어들었다. 한국의 군수산업이 새로운

군수산업의 민수 연관 효과와 관련해 군수기술의 민수 이전이라는 스핀 오프(spin-off) 논리가 있다. 이 논리는 민간기업의 과학자나

경향을 따라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국가 주도의 독점 재벌을 육성했던 구조에서 과연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엔지니어들이 국방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상업용 제품들을 개발

한국의 모든 방산업체는 민간기업이지만 국가가 육성해 왔다. 중화

한다는 것으로 국방 부문이 민수 부문에 스핀 오프가 이루어진다고

학공업과 병행하며 이룩한 방위산업은 그래서 단기간에 괄목한 성장

본 것이다. 컴퓨터, 정보 통신, 특히 인터넷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

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곧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변화하는 상황에

다. 그러나 군수의 민수로의 기술 이전이라는 스핀 오프는 과학기술

서 한국의 군수산업도 변화하며 계속 성장할 것인가? 대부분의 무기

간의 복잡한 연관 관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역으로 일

를 국산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부품은 수입하고 있는 처지에서

본의 상업적 기술이 군사기술의 핵심이 된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기

달라질 수 있을까? 수출로 위기를 타개하려고 하지만 무기 수출이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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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63


리뷰-서평 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타당성이 있을까? 그래서 과연 한국의 방 위산업은 계속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들에 앞서 한국의 방위산업의 적정함은 어느 정도인지 그것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 다. 왜냐하면 방위산업은 전쟁의 산업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코끼리를 바깥으로 끌어내는가? 《코끼리는 보이지 않아》를 읽고

<참고>

양똘 | 출판노동자 + 전쟁없는세상 후원회원

김진균,《군신과 현대사회》, 문화과학사 김형균,《군수산업의 사회학》, 세종출판사 변종무,〈한국 방위산업의 정책적 연구〉, 국방관리연구소 오원철,〈산업전략 군단사〉, 한국경제신문 조순경,〈군수산업중심의 산업ㆍ기술정책과 경제위기〉, 경제와 사회 20호 하영선,《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청계연구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 는 농담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유행할 당시에도 그리 웃긴 농담은 아니었고, 말하자면‘썰렁 시리즈’에 가까웠다.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 다. 3. 냉장고 문을 닫는다. 끝. 이 농담 은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 없는 웃음보다 분노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대입해본다면 어 떨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지시받은 사람이, 지시를 내린 사 람에게 묻는다.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지시 내린 사람이 이 농담처럼 대답한다면?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전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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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65


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대체 왜 해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가 실제로 코끼리처럼 비만한 어린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마 마

없기 때문이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냉장고에 집어넣어야 하는 게 코

샤도 일흔이 넘은 가수인 레너드 코헨의 노래를 들을 때만 위로받는

끼리가 아니라 코끼리가 그려진 도시락통 정도일 수도 있다는 뜻이

이상한 애였기 때문에, 자기만큼 이상한 그 남매에게 관심을 갖게 됐

다.

을 것이다. 이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은 아버지인 브란트너에게 심한

이 책을 두고 같은 농담을 하자면‘코끼리를 냉장고에서 끌어내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 밖에다 얘기하

방법’정도가 되겠다. 냉장고에 거대한 코끼리가 들어 있다는 걸 아

면 엄마를 “완전히 죽이고”, 남매를 고아원에 보내버린다고 협박했

무도 믿지 않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밖으로 끌어내 만천하에 보여줄

기 때문에, 남매는 마샤의 관심에도 계속해서 사실을 숨기려고만 든

수 있을까? 다행히 이 책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꺼내고, 냉장

다.

고 문을 닫으라는 식으로 답하지는 않는다. 누가 봐도 희망이 없어 보

마샤가 폭행 현장을 창밖에서 직접 목격하고 증언하는데도 사람들

이는 이 과정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주인공의 눈으로, 꽤

은 믿지 않으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웃, 경찰까지.‘그럴 리

성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 없다’거나‘장난치지 말라’는 식으로 대꾸할 뿐이다. 심지어 다른 도시에서 지내는 아빠도 별 힘이 되지 못한다. 아빠는“항상 처참한

열세 살 마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바렌부르크 마을에서 여

대형 사건들과 연관된 영화만 만드는”다큐 감독이었는데도 말이다.

름방학을 지낸다. 평온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그

마샤는 자신이 목격해버린 이‘코끼리’들을 어떻게 다른 사람 눈에

와 똑같은 정성으로 이웃들을 챙기는 살기 좋은 마을이다. 그렇다고

도 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그것은 어

마샤가 그리 행복한 기분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샤

렵다. 바로 이곳이 끔찍한 일은 일어날 수 없는 바렌부르크 마을인 데

의 엄마는 이곳에서 더없이 평온한 티타임을 즐기다 불의의 사고로

다, 남매의 아버지가‘점잖기 짝이 없는 자동차 판매상’이기 때문이

죽었다. 그 뒤로 아빠는 뭔가가 고장났고, 마샤를 보살피지 않는 시간

다.

이 늘었다. 마샤는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배려, 측은해하는 시선에 지 쳐한다.

하지만 마샤는 포기하지 않고‘코끼리 구조’를 위해 일생일대의 꾀

이런 마샤의 눈에만 띈‘코끼리’가 있었으니 아홉 살 율리아와 일

를 내는데, 이 꾀에 대해서는 책 읽는 재미를 위해 자세히 밝히지 않

곱 살 막스다. 이 아이들은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막스

겠다. 아무튼 마샤는 열세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부딪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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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67


는데, 이 과정이 그렇게 독특하거나 자극적일 것은 없지만 충분히 감

아들딸의 온몸에 퍼렇고 뻘건 멍이 들도록 두드려패는 작자가 새하

동적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과정이고

얀 백합 따위를 사서 가꾼다는 것, 더없이 점잖고 멀쩡한 이웃의 얼굴

화법이었다. 구체적인 줄거리보다 내가 좀 더 떠들고 싶은 것은 이 어

을 하고 있다는 것. 더럽혀진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되

린 주인공을 집어삼키고 마구 끌어가는‘분노’와‘욕망’에 대해서

고 필요악 취급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다.

서도 사춘기로 진입하면서 생각의 힘까지 갖게 된 마샤로서는 견뎌내 기 힘든 일이었다. 분노는 이러한‘위선’으로만 지펴지는 것이 아니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분노 였다. 보리밭보다 더 컸고, 그 곁에 펼쳐진 옥수수 밭보다 더 컸다.”

라,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마샤가“나는 분노에 먹혀 버렸다”라고 인 정할 때까지,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이토록 광활한 분노가 마샤의 작은 몸을 뒤흔드는 대목은 이 밖에

“증거가 없으면 그 애는 우리들 전부를 궁지에 빠뜨릴 거야. 여기

도 자주 등장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율리아와 막스가 브란트너에게

우리 모두를 말이야. 알겠는가? 그렇게 되면 공동체도, 주민 축제도

맞고 집어던져지는 걸 목격한 순간부터 분노를 느낀 건 아니라는 사

다 끝장이 나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참하게

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폭력의 맨얼굴을 마주했을 때 엄습하

꼭꼭 숨어 지내겠지. 우리가 그 일에 관련이 없다고 해도 말이야. 전

는 것은 무엇보다 공포고 두려움이다. 마샤가 그걸 보자마자 가장 먼

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저 보인 반응은 멋대로 멈춰버린 숨을 끌어와 다시 쉬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뒤돌아 도망치는 것이었다. 이건 힘없는 아이가 아니더라

사람들이‘코끼리’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보다 더 마샤를 분노하게

도 아주 당연한 반응이다. 마샤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분노’단계로

만들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냉장고에 코끼리가 들어 있다는 것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폭력보다 오히려 폭력이 쓰고 있는 평화의‘가

을, 실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는 사실. 마샤보다 나이를 한참 더 먹었

면’때문이었다.

고, 더 오래 이 마을에 살았으니, 그만큼‘더 잘’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 어쩌면 마을에서 진실을 가장 늦게 안 게 마샤일지도 모른다.

“그는 단순히 백합꽃에 대해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이웃일 뿐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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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왕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 있다면,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면, 계속해서‘거기 있기를’바랐다. 왜? 코끼리가 마을 정원과

리뷰-서평 69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코끼리가 풀려나온 이상, 애초에 코끼

초월해서, 마샤는 말해야만 한다.

리를 잡아 가둔 범죄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디에? 마을 에. 우리의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에. 범죄자가. 범죄를 묵인한 범죄자

마샤를 보면서 또다시 확인한 내 평소 생각은 이렇다. 진실이 감춰

들이. 마을 할머니는 마샤의 할머니에게“우리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질 때, 그것을 꺼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보통 때 잠들어 있더

해도”라고 설득하지만, 사실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 관련이 있기

라도, 모두가 또는 권력을 쥔 쪽이 진실을 은폐하는 상황에 처하면 다

때문에 타지에서 온 열세 살 치기 어린 계집애가 탐정처럼 날뛰게 놔

른 어떤 기본적인 욕구보다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도 최근까지 어

둘 수가 없는 것이다. 폐쇄적인 마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폭

떤 집단 내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가 집단에서 겪고 있는 것을

력을 묵인하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흔한 것이라, 더

그대로 바깥에 말하고 싶어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속 시원히 말

길게 늘어놓지 않겠다.

하는 대가로 몇 달 월급을 바치라고 했으면, 나는 아마도 그렇게 했지 싶을 정도다.

“도대체 왜 내가 아무것도 말하면 안 되는 거니?” “나는 울고 부르짖으며 내 속에 있던 모든 것을 꺼내놓았다. 나는 분노 뒤에 마샤를 사로잡은 것은‘말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자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정말이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심지어 코

이 보고 겪은 모든 것에 대해서 남김없이 말하고 싶은, 말해야만 하는

끼리에 관한 일과 그 당시 막스가 어떻게 죽으러 가려고 했는지까지

욕망. 남매를 구하고자 일을 한창 벌이고 있는 중에도 이 욕망은 점점

전부 다 이야기했다.”

거세지기만 할 뿐 수그러들지 않는다. 심지어 율리아조차도 마샤가 ‘말하기를’원하지 않고, 공포에 질려 막으려고 하는데도. 이건 처

소설의 결말은 상상에 맡기고, 어쨌든 마샤가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음에 마샤를 지배한 연민, 두려움 등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본능이다.

결국에는 꺼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폭력이 두려운 것도 여전하고, 말하고 나서 이 불쌍한 아이들이 잘못

“단지 내가 아는 건 이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할

될 것도 걱정되지만, 더군다나 마샤는 이 마을에서 아무 힘도 발휘할

시간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이 당돌하고 용감한 아이가

수가 없고, 대단히 현명한 수를 생각해낼 수도 없지만, 이 모든 것들

우리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이제 당신 차례라고. 당신이 알고 있는

에도 불구하고 마샤는 말하고 싶고 말해야 한다. 심지어 분노까지도

것을, 무엇보다 지금 당신이 이 끔찍한 세계에서 실제로 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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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평 71


리뷰-영화평 을, 그대로, 말할 차례라고.

※덧붙임 원제가“elefanten sieht man nicht(코끼리는 볼 수 없다)”이다. 코 끼리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

얼음강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어떤 시선>을 보고

은 잘 알겠는데, 반대로 코끼리가 뭘 볼 수 없다는 것일까? 이 또한 폭력과 그 피해자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니, 책에서 확인하 길 바란다.

동현 | 병역거부자 + 2013년 9월 병역거부 선언

나는 어떤 시선이다. 당신이 바라지 않는 시선, 바란다고 말하지 못하는 시선이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잊혀 지는 시선이다. 눈 마주친 적 없는 시 선, 마주치면 피하는 시선이다. 당신 의 뒤를 밟는 시선, 돌아보면 없는 시 선이다. 당신의 사각에서 늘, 당신이 눈감을 때마다, 당신을 정면으로 응시 하다가 사라지는 시선이다. 당신이 꿈 을 꿀 때, 안구를 좌우로 격렬하게, 아래위로 사선으로 움직이면, 망 막 뒤에 거주하다 나체로 등장하는 시선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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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평 73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선, 보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시선이다. 당신 은 모르는 시선, 그러나 당신의 시선이다.

여백은 아름답다. <얼음강>의 첫 씬은 얼어붙은 한강, 얼음강이다. 새하얀 얼음강 위로 몇 줄인가의 금이 가있다. 여백을 가르는 빗금들

레드카펫 위에 올려진 두 발을 본다. 언젠가 걸어본 길 같다. 고르

사이로 발 하나가 들어와 적막한 얼음에 균열을 낸다. 보기보다 얇게

게 배열된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으면 플래시가 터진다. 여옥이 말

얼었는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진다. 얼음강을 딛고 건너편으로 걸

한다. <얼음강>에 나오는 남자배우, 김동현이에요. 그렇군요, 하고

어갈 수는 없다. 아직 날이 차서 녹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얼음강 위

말았지만 레드카펫 위의 두 발이 정말로 내 것인지 의심한다.1 왼발오

에 방사형의 발자국 하나를 남기고 선재는 자전거를 탄 채 강변을 달

른발이 레드카펫 위를 교차한다. 병역을 거부하는 동현을 보러 가는

린다.

길 위에서 그와 어떻게 눈 마주칠지 생각한다. 정면으로 볼 것인가 비

그는 자동차 정비공이다. 사장과 함께하는 자동차 정비는 즐거워

스듬하게 볼 것인가. 다리를 꼴 것인가 말 것인가. 나는 그의 눈을 피

보인다. 사무실에는 예쁜 여자애, 연주도 있다. 연주는 선재를 좋아

하지 않기로 한다. 그가 어떤 시선으로 나를 보든 혹은 보지 않든 간

하는지 어디서 주웠다며 선물을 준다. 일터에서 퇴근한 자전거가 가

에 정면으로, 다리는 저릴 때까지만 꼬기로.

닿는 곳은 미용실이다. 미용사 엄마와 정비공 아들이 손가락싸움으로 설거지 내기를 한다. 엄마의 완승이다.“내가 엄마를 어떻게 이겨. 못

<어떤 시선>은 국가인권위의 열 번째 프로젝트다. 차례로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신아가·이상철 공동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이기지.”어제오늘 일이 아닌 듯 선재는 익숙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한 다.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다. 나는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다. 앞의 두 영화가 부족하

평화로운 삶에 균열을 내는 것은 입영통지서다. 아들의 지갑에서

다거나 특별히 세 번째 영화에 애착이 있어서가 아니다. 수학자 페르

우연찮게 영장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엄마의 세상은 방사형으로 갈라

마처럼 지면이 부족해서 생략하는 것뿐이다. 고백하건대 여기까지 쓰

진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들을 의자에 앉히고 말없이 바리깡을 돌리

고 쓸 말을 찾지 못해 마감일자를 넘겼다. 누가 여백이 아름답다고 하

는 엄마와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고개 숙인 아들. 말로 표현할 수

였는가. 이제부터는 마감일 이후의 글이다.

없는, 말하지 못하는 일들, 감정의 질곡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바

1 편집자 주 : <얼음강>의 주인공 ‘선재’를 연기한 배우는 이 글을 쓴 병역거부자 동 현과 동명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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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깡의 웅웅대는 소리만 들리는 이 순간, 누가 더 고통스러울 것인가. 나는 바리깡을 든 엄마의 다문 입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리뷰-영화평 75


입영일이 지난 지 몇 주 되지 않아서인지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든 탓

로 걸어 잠근다.

인지 모르겠지만 인물들에 쉽게 몰입이 되었는데, 나와 같은 병역거

사장의 차에서 엄마가 내린다. 유리벽 너머에 아들이 갇혀있다. 6

부자인 선재보다 오히려 엄마에게 훨씬 깊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상

년간 남편과 큰아들을 통해 보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대뜸 사장의 따

대적으로 엄마에게 영화의 포커스가 맞춰진 탓도 있는 것 같다. 병역

귀를 올린다.“죄 없는 애를 왜 가둬요”자물쇠를 흔드는 손이 사시

거부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이 영화의 현실적인 포지셔닝(인간

나무처럼 떨린다. 엄마는 착해빠진 막내아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애에 호소하기)은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평가절하될 수

누구보다 잘 안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않는 아들이다. 바리깡을 들

있는 주변인의 고통에 착안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밀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아들이다. 결국 훈련소 앞까지 왔다.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실랑이를 해본

선재는 여호와의 증인이다. 남편과 큰아들도 증인이다. 아버지 6

다. 그러나 기차는 이미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엄마가 손가락 싸움

년, 아들들 3년, 엄마가 옥바라지한 시간이다. 선재마저 감옥으로 간

을 제안한다. 엄마가 이기면 입소하는 걸로, 아들이 이기면 포기하는

다면 가족 모두 같은 죄목으로 형을 살게 된다. 10여 년에 더하여 다

걸로. 모자는 손을 맞잡는다. 힘이 없는 두 손; 마주보는 두 엄지는

시 1년 6개월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끝으로 이들에게 씌

간신히 서있다. 그녀는 이기지도 지지도 못하는 아들에게 신음인 듯,

워진 굴레가 벗겨지지 않음을 그녀는 경험으로 안다. 종교적 편견에

비명인 듯 뭐하느냐고 외친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이고 오열한다.

더해 전과자의 멍에까지 짊어지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막내아

어느새 엄마의 엄지는 내려가 있다. 아들의 엄지는 여전히 이기지도

들의 선택을 어찌 축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지도 못하고 망연하게 서있다.

선재는 입영일에 아무 일 없는 듯 출근한다. 그에게 병역거부란 삶 이라는 표지판 앞에 놓인 긴 터널을 통과하는 일이다. 길게 펼쳐진 레

나는 다시 얼음강을 생각한다. 흐르는 것이 생리인 물을 생각한다.

일 위에서 입영일이라는 분기선을 지나쳤을 뿐이다. 그는“여기에도

저편으로 건너가기에는 너무 얇게 얼어버린, 녹기를 기다리기에는 아

레일이 깔려있다”고 말하는 대신 작업복을 입는다. 마음 좋던 사장은

직 날선 추위에 대해 생각한다. 그 얼음강 위에 어떤 시선이 내려앉는

입영일에 출근한 선재를 보자 안색을 바꾼다. 작업복을 억지로 벗기

다. 인권위의 프로젝트가 열 번 반복되고 나서야 고개를 내밀 수 있었

려는데 연주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작업복을 벗기지 못하고

던 어떤 시선이 얼음강 위를 응시한다. 선재와 엄마, 형과 아버지가

어머니를 모셔오는 동안 선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사무실을 자물쇠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형과, 그 형의 아버지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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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평 77


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시선이 어떤 시선이다. 나의 시선과 당신의 시선이 어떤 시선이다. 민 용근은 이 추위를 함께 나자고 말한다. 이왕이면 얼음강에 한 발자국 씩의 균열을 내면서.

피억압자의 게임

지우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열차(Train)’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게임의 목표는 모형열차에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노란색 말을 실어 목적지로 수송하는 것이다. 게 임이 끝날 즈음에야 플레이어는 깨닫는다. 때는 세계가 포연에 휩싸 인 1944년, 노란색 말이 상징하는 것은 유대인, 그리고 열차의 종착 역은 아우슈비츠였음을.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게임은 세상에 딱 한 판만 만들어져 2009년‘게임을 통한 변화 (Games For Change)’회의를 통해 소개됐다. 내가 알기로 홀로코스 트를 주된 소재로 다루는 게임은‘열차’가 유일하다. (신나치주의자 들이 만든 비디오게임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굳이 찾아 보고 싶지 않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전쟁게임은 수도 없이 많다. 전쟁문학이나 전쟁영화도 많지만, 그 반대편에는 반전문학과 반전영화와 같은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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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 얼마나 해롭고 반독점법이 어떻게 이를 규제할 수 있는지를 보 여주는 것이 이 게임이 목적이다. ‘계급투쟁(Class Struggle)’은 뉴욕대 정치학과의 맑스주의 이론 가 버텔 올먼이 1980년 출판한“자본주의 미국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8~80세용 교육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노동자와 자본 가의 2가지 주요계급과 농민, 소상인, 지식인, 학생의 4가지 보조계 급이 있다. 각 플레이어는 하나의 계급을 맡는다. 게임의 목표는 계급 간 동맹을 통해 공장 내 투쟁과 선거, 총파업, 궁극적으로 혁명에서 이기는 것이다. 게임 ‘열차’ - 선로 아래 깔린 깨진 유리창은 ‘깨진 유리의 밤 (Kristallnacht)’이라 불리는 유대인 탄압·학살 사건을 상징한다. (출처: boardgamegeek.com)

시 부락이 2007년 개발한 기능성 게임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

예술이 있다. 그런데 예술과 문화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유독 게임

쟁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이스라엘의 총리 혹은 팔레스타인의

에서만은‘반전(反戰)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되어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의 목표는 분쟁을 끝내고 평화

‘피스메이커(PeaceMaker)’는‘게임을 통한 변화’의 공동대표 아

를 가져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나 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평등이나 평화 같

‘민중의 힘(People Power: The Game of Civil Resistance)’

은 대안적 가치를 본격 지향하는 게임이 없진 않다. 보드게임 중에는

은 비폭력 투쟁에 관한 다큐멘터리‘더 강력한 힘(A Force More

지난번에도 소개한‘모노폴리’의 원작‘지주게임’과‘계급투쟁’,

Powerful)’의 감독 스티브 요크와 국제비폭력투쟁센터(ICNC)가

‘안티모노폴리’가 있고, 비디오 게임으로는‘더 강력한 힘’과 그 속

2010년 제작한 비디오게임이다. 이 게임은 진 샤프의 비폭력 투쟁 이

편격인‘민중의 힘’,‘피스메이커’등이 있다.

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세르비아 반독재운동 오트포의 지도자

‘안티모노폴리(Anti-monopoly)’는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경제학

중 한 명인 이반 마로비치가 시스템 디자이너로 개발에 참여했다.

교수 랠프 안스팍이 1973년 출판한 게임이다. 마치 독점이 바람직한

플레이어는 독재자, 점령군, 부패정권과 같은 적과 맞서 소수자의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한 주류 게임에 대항하여, 독점이 자유기업제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비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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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조직한다. 실제 및 가상의 비폭력 투쟁 시나리오들이 제공되

객을 대신하여 어떤 인물에게도 대신 생각하게 하고 대신 행동하는

며, 에디터로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

권한을 주지 않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몸소 주역을 맡고 주어진 극적

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변화 가능성을 토론하 도록 한다.2

위의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게이머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모종의 변 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아우구스또 보알의‘피억압 자의 연극’을 연상케 한다. 피억압자의 연극이란 관객(spectator)이 지켜보고 배우(actor)가 연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식 고전적 연극과 달리, 연기하면서 동시에 지켜보는 관객-배우(spect-actor)들에 의 해 만들어지는 연극이다. 보알은 프레이리의‘피억압자의 교육학’과 브레히트의 연극론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구상했다. 그는 이미지 연극, 포럼 연극, 투명 연극 등의 기법들을 개발하여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피억압자의 연 극을 진행했다.1 피억압자의 연극은 “억압받는 한 사람이 억압하는 한 사람을 어떻

2008년 뉴욕에서 열린‘피억압자의 연극’워크숍 참가자들 (출처: wikipedia.org)

게 보느냐가 아니라 억압받는 사람들이 억압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 는가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보알은 연극이 갈등, 투쟁, 운동, 변혁이

피억압자의 연극이 가능하다면‘피억압자의 게임’도 얼마든지 가

며 단순히 마음의 상태를 전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연극

능하다!3 피억압자의 게임은 게임 디자이너가 혼자 규칙을 만들고 게

이 관객을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피억압자의 연극은 관

이머가 그것을 수동적으로 줄기는 반反대화적인 형식이어서는 안 된

1 이 기법들과 그 적용 사례에 대해서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에서 출간한 ‘비 폭력 캠페인을 위한 안내서’에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http://www.wri-irg.org/node/67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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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놀이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연구원), ‘억압받는 사람들의 토론연극 - Augusto Boal’ 3 곤살로 프라스카, ‘피억압자의 비디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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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다. 게임은 갈등, 투쟁, 운동, 변혁이며 게이머를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피억압자의 게임은 게이머가 몸소 주역을 맡고 세상을 변화시 키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변화 가능성을 토론하도록 할 것이다. 아쉽게도 앞에서 소개한 게임 중 대중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거의 없다. 이런 게임이 드문 이유도 아직 성공적인 사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은 냉정히 말해서 별로 재미가 없어서다. 다른 모든 문화예술 매체도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에서 게이머를 끌 어당기는 요소는 그것이 제공하는 재미와 쾌락이다. 재미가 게임의

2013 아덱스 (ADEX), 우리는 ‘한 놈만 팬다?’ 박승호 |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유일한 목적은 아닐지라도 게임은 일단 재밌어야 한다. 재미가 없는 게임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 의도된 목적도 이루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재미있는 피억압자의 게임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2013 아덱스를 앞두고 전쟁없는세상, 무기제로를 비롯한 여러 단 체가 대응행동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나름 최초로 시도되는 대응행동인데, 360개 방산업체들의 핏빛 잔치를 얼마나 잘 방해할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가득한 요즘이다.

무기제로가 이번 아덱스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업체 들은 단연 확산탄 생산업체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8대 확산탄 생산업체 중 4개 업체(한화, 풍산, 텍스트론, 록히드마틴)가 참여한다.

전쟁없는세상의 회원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확산 탄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그 비인도성을 널리 인정(?)받아 확산탄금지 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2008)에 의해 생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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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쟁 기업에 저항하라 85


이전, 비축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이다. 2013년 10월 현재 확산

는 아랍에미리트의 세계방산전시회(IDEX, International Defence

탄금지협약의 당사국은 84개국이며 이외에 서명 후 비준절차를 거치

Exhibition and Conference)에서 확산탄을 자랑스레 전시했다. (이

고 있는 국가를 합치면 모두 113개국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살인

업체는 후에 풍산으로 확인되었다.) 앞선 2011 IDEX에서는 한화가

무기들을 팔아서 이윤을 창출하는 방산업체가 언제는 무기의 인도성

2.75" 다목적소폭탄(MPSM)을 전시하기도 했었다.

에 관심을 가졌을까라는 질문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확산탄이 113개 국에서 금지되었다는 것은 이 무기에 대한‘낙인화’가 이루어졌고 방

해외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서 확산탄을 버젓이 전시한 이들

산업체에게 있어 판로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확

이 확산탄을 생산, 실전 배치하는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개최되는 아

산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주요 생산·수입·수출국이

덱스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현재 아덱스

라는 점에서 실제 판매량에 이 협약이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인가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화와 두산DST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선 차기 다

대한 문제는 남아있기는 하지만, 유엔의 각종 회의에서 시리아 등 확

연장로켓포(MLRS)인 천무도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업체들

산탄 사용 국가에 대한 비난이 강하게 이루어지는 지금, 적어도 한가

뿐 아니라 미국의 텍스트론과 록히드마틴 역시 주요한 판매처인 한국

지는 확실하다. 바로 확산탄이 대놓고 팔기는 조금“부끄러운” 무기

에서 열리는 아덱스에 자사의 최신형 확산탄을 들고 올 가능성이 높

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한국국방연구원이 발행하는 주

다. 텍스트론이 생산하고 있는 CBU-105는 이미 한국이 367발을 도

간국방논단(제1434호 「확산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우리의 정

입할 계획으로 미 국방부에 판매요청서를 보내 놓은 상황이기도 하

책방향」, 2012.10.29)에서조차“확산탄을 보유한다는 것과 확산탄

다. 우리가 개발한 확산탄을 자랑스레 전시해 놓을 한국의 업체들의

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인도적인

모습이나, 미국의 업체들이 개발한 신형 확산탄을 침흘리며 살펴볼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 군 관계자들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거리는

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곳곳에서 국

이들은 언제가 되어서야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위선양에 애쓰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2월, 국제앰네스티에 따르

깨닫게 될까? 이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나

면 한국의 한 업체가 세계 최대규모의 방산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히

서서 알려줄 수밖에 없다.‘광범위한 지역을 순식간에 효과적으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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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압’한다는 자랑을 늘어놓는 그들의 눈앞에 우리는 확산탄으로 파괴 된 수많은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피묻은 돈을 가지고 벌이 는 그들의 잔치에 잿물을 뿌려야 한다.

아마 이들이 이런 장사를 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대인지뢰금지협약이 제정된 이후 결국 한국정부가 대인지뢰 수출금지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듯이(사실 161개국이 대인지뢰금 지협약의 당사국인 상황에서 팔 곳이 없는 것도 주요한 이유였을 것 이다) 확산탄을 사고 파는 이들의 입지는 앞으로 점점 더 좁아들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확산탄과 같은 비인도무기를 만드는 이들이“부끄러움”에 못 이겨 결국 두 손을 들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쭉‘한 놈만 팬다!’

2011 아덱스 전시 중인 K계열 국산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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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하버마스주의자: 의사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상호합의된 개념에 도 달하는 것, 저는 적극적으로 찬성이므니다.

소크라테스: 아무튼 그럼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서로다른 이 야기들을 나눠보도록 하지요.

효웅 | 병역거부자

프로타고라스: 양심이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지요. 내가 양심으로 생각하면 양심인 것이고, 양심이 아니라면 아닌거죠. 이런 것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교통 신호등을 지키지 않거나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양심이 없다”고

양심이란 무엇인가

도 하지요. 준법정신이 곧 양심인건가요 라면인건가요? 아무튼 양심 은“그것을 양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판단”에 기준이 달려있는

소크라테스: 방가방가? 오늘 사회를 맡은 소크라테스입니다. 전 게

주관적인 것입니다.“양심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거죠?”

이에요. 오늘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은‘양심이란 무엇인가?’라는 겁나 오글거리면서도 거창한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 위해서입니

소크라테스: 그건 그거야말로 니생각이구요. 아무튼 이런 소피스트

다. 왜냐면 제가 양심을 지키고자 쫑알댔다가 감옥갔다오고 사형까지

들 때문에 내가 보편적인 윤리를 세울려고 했던거지요. 나는 내 내면

당한 니들 선배걸랑요. 대화를 통해서 서로 상호 진리에 도달하는 것,

의 소리인 정령 다이몬(daimon)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 소리만 안들

이는 변증술과 산파술이라는 내 전매특허지요. 안그럼 뭐하나요? 이

었다면 내가 감옥갈일도 없었을 것을 흑흑 ㅠㅠ 여튼 네 다음 소피스

게 내 주특기라서 감옥까지 갔다왔는데. 자, 그럼 여하튼 양심이란 무

엇인가, 즉 양심 그 자체, 양심의 형상이자 이데아에 대해서 토론해주 세요.

도덕 상대주의자: 프로타고라스 선생님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례들 은 수없이 많지요. 이를테면 서로다른 문화권에서는 양심에 대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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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91


념이 제각각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손님에게 자신의 부인을 잠자리로

칸트주의자: 마찬가지로 누구나 양심을 지키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

제공 -_- 하는 것을 양심적이라고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부모가

보세요. 이는 파국을 초래할 것입니다. 양심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죽었을 경우 자식들이 그 시체를 먹는 것을 양심적이라고 하는 문화

서 이득을 취하려면 누군가는 양심적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모든

권도 있을 지경이거든요.“양심은 그때그때 달라요~”

사람이 양심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득을 볼 수 없지요. 따라 서“양심을 지킬 필요가 없다”라는 원칙 또한 보편화원리에 따라 실

소크라테스: -_- 오늘 사회만 아니였다면 벌써 쳐발쳐발했을테지 만;;; 암튼 그럼 누가 나좀 도와듀세여!!

칸트주의자:“니 이성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동 하여라”

격이므로 도덕적 행위가 될 수 없겠지요. 아~ 머리위에 밝게 빛나는 별과 내 마음의 도덕법칙~

롤즈주의자: 오빠 멋져 +_+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원칙은 정의로운 원칙이 될 수 없지요. 만일 눈을 가린 상황에서 자신 의 인생을 결정하는 패를 선택해야 한다면,“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감

소크라테스: 그건 웬 동성애자 감옥가는 소리인가요?

옥에 보낸다”라는 원칙의 패를 선택할 순 없죠. 왜냐하면 자기가 만 일 병역거부자의 패를 선택했다면 인생이 똥망하거든요. 따라서 누구

칸트주의자: 어떤 행위가 도덕적인 행위가 되려면, 보편화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어느 개인이 거짓말이 도덕적일 수

라도 이성적인 사람이라면“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의로운 원칙으로 고르진 않겠지요.

있나 실험해보죠. 만일 모든 사람들이 그 개인처럼 거짓말을 한다면, 거짓말을 통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호구들은 존재하게 되지 않게 됩

하버마스주의자: 좀 이상하네요. 양심이란게 그렇게 개인에게서

니다. 이는 스스로 거짓말이 모순되는 상황이 되어버리지요. 따라서

만 도출되는 순전히 개인적인 것일까요? 오히려 양심이라는 것은 동

거짓부렁은 보편화가능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대의 사람들의 합의되고 소통된 관념에 의해서 도출되는거 아닌가

윤리적인 행위가 될 수 없지요.

요?

소크라테스: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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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알겠습니다. 아무튼 양심에 대해서 좋은 말씀 감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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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그런데 양심을 사람들은 왜 지키려고 할까요? 그게 좀 궁금하

요? 양심이라는게 타인에 의해서 세뇌당한 그런건가요? 그럼 소는

네요.

누가 키우죠? 천박하네요 ㅉㅉ 만일 양심이 최대다수의 행복에 관여 해야 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이라거나 초자아의 다른이름이라면, 양심

공리주의자: 쉬운 문제지요. 양심을 지키면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

은 자기께 아니라 남의 꺼 아닌가요? 만일 집단 강간을 통해서 10명

다주고 전체 사회의 복리후생을 증진시키니까요. 이를테면 김용철 변

이 행복하지만 1명이 불행해질 경우, 그건 최대다수의 행복이므로 양

호사는 양심선언을 하고 나서 앓고 있던 당뇨 수치까지 떨어졌다고

심적인 건가요? 아니면 신호등 잘지키고 교사, 경찰말 잘 듣는게 양

했지요.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양심의 경우는 좋은 것이고, 만

심적인 건가요? 양심은 누군가의 협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울며

일 양심적인 행동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훈훈한 마음을 전해

겨자먹기로 하는 경우나 혹은 그 행위를 하는게 너무도 자신에게 쾌

줬다면 더더욱 하는게 좋지요. 이를테면 할머니 짐을 들어줬을 때 자

락을 주기때문에 경향성이 아니라, 그런 경향성을 거절했을 때 하는

기도 으쓱으쓱 뿌듯하고 할머니도 기뻤다면 상호 윈윈 누이좋고 매부

것이 바로 양심입니다. 욕망을 거부했을 때 비로소 자유가 생기죠. 실

좋은게 아닌가요?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난 이게 양심적인 행동이라

천이성의 선의지에 따르는 것,

고 생각해서 병역거부를 했는데 여러 사람들한테 상처만 주고 자신의 인생도 불행해졌다면, 안하는게 맞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니니 깐요.

공리주의자: 아 무조건 다수가 쾌락을 느끼는게 양심이라는게 아니 라 질적으로 하지 말아야할 것들은 있죠;; 그래서 저는 질적 공리주 의자, 규칙 공리주의자 이런 세컨드 아이디도 있어요;;

프로이트: 양심이란 뭐 결국 세뇌당한거 아니겠어요? 부모님으로 부터의 억압을 내면화한 슈퍼-에고가 자아를 규제하고 감시하는게 바로 양심의 다른 이름이지요. 사실 우리가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치

칸트주의자: 암튼“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라.”개인 의 양심 존중해주시죠?

장하면서 쓰레기를 버릴 때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은 보이지않는 아버지가 내면화된 슈퍼 에고의 자기검열에 불과하죠.

소크라테스: 오오미 칸트님의 선의지 실천이성 말은 겁나 이상하지 만 내 다이몬이랑 좀 통하네요. 넌 내게 만족을 줬어.

칸트주의자: 양심이 그렇게 욕망이나 욕구같은 생물학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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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효웅의 뀨잉뀨잉 95


논리실증주의자: 양심이 뭔가요 먹는건가요? 양심은 무의미 한 거

~ 우리집에 황금송아지가 있다는 수준 ^오^

지요. 소크라테스: 되게 재수없네요. 양심이 없다니... 소크라테스: 그건 또 무슨 병역거부자 2년 선고받는 소리인가요? 논리실증주의자: 정확히 말하면“양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검증불 논리실증주의자: 양심은 지시대상이 없는 의미를 결여한 형이상학

가능하므로 있는지 없는지 그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무의미한 말이

적 궤변이지요. 소크라테스님의 다이몬이나 칸트님의 선의지, 실천

라는 말이에요 -_- 양심? 그건 멍멍! 왈왈! 개짖는 소리처럼 무의미

이성 이따위 것들도 눈에 보이는 건가요? 먹을 수 있는 건가요? 검증

한 말이죠.

가능한 것만이 의미가 있는 명제이지요. 양심이라는건 따라서 오컴의 면도날로 확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사변적인 형이상학적 헛소리이자 궤변이지요.

소크라테스: 헉 나 상처받았어...비폭력 대화센터에서 기린언어나 수강하셈 ㅠㅠ

소크라테스: 그런가요?“양심을 말할 수 없다”라는 말은 검증가능 한 말인가요?

논리실증주의자: 헉;;;; 몰라 암튼 우리 중2병걸린 정신적 스승인 비트겐슈타인이 그랬단 말이에요.“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을 지켜 라”고. 양심 따위의 윤리학적 명제는 무의미한 거라고.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자:“양심이 있다”라는건“도깨비나 유니콘이 있다”

스승님 도와주세요 ㅠㅠ

는 거랑 똑같은 수준이지요. 뭐 있을수도 있겠죠. 그런데 증명 가능한 건가요? 검증 가능한건가요?“지금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라는 말

중2 비트겐슈타인:“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말

은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면 실증가능하죠. 이걸 종합명제라고 하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라.”안녕? 난 중2병 걸린 비트

그리고“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이다”라거나“삼각형의 내각의

겐슈타인이라고 해.

합은 180도이다”등등은 이미 그 말에 정의가 함축되어 있는 문장들 이므로 분석명제라고 하죠. 이런 두 영역을 제외한 건 모두다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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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여기 뭐 다 중2병이라 ㄱㅊㄱㅊ 근데 비선생 그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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슨말인가요? 양심은 말할 수 없는거라니..

중2 비트겐슈타인: 병역거부 소견서는 사실 무의미한 거지요. 그 언어로 된 소견서 따위가 양심을 재현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겁

중2 비트겐슈타인:“꽃이 아름답다”라는 미학적 명제,“신은 위대

니까? 양심은 말로 언어화될 수 없는 것, 그러므로 소견서 따위가 양

하다”라는 신학적 명제,“양심적 병역거부는 용감하다”와 같은 윤리

심을 지시하고 재현한다고 보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자 오산이지요.

학적 명제들은 모두 가짜 명제들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입니

양심은 오로지 보여져야 하는 것이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 책상, 담배, 커피 등에는 지시대상이 사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양심? 신? 이런거에 지시대상이 있나요? 따라서 이것들은 말을 해서 는 안되지요. 우리는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말을 해야 하고, 그 외에

소크라테스: ㄷㄷㄷ“저 사람은 양심적이다”같은 말도 할 수 없다 니 ㅜㅜ 누구 도와주실 분 ㅠㅠ 이런 중2병걸린 일베충같으니 ㅜ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무의미한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합니다. 오스틴:“저 사람은 양심적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사실 누군가 소크라테스: 그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다

를 칭찬하거나 본받아야한다는 권고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니..그리고 양심이란게 쓸모없는 무의미한거라니.. 안 그래도 삼켜야

우리는 일상언어를 통해서 얼마든지“양심”이라는 말을 할 수 있습

했던 평화의 언어인데...

니다. 그때에는 화자가 생각하는 의미를‘사용’하는 것이지요. 비트 겐슈타인 선생은 지금 중2병에 빠져서 그렇습니다. 제가 잠시 중학교

중2 비트겐슈타인: 아뇨 더 삼키세요. 양심은 말로 언표될 수 없는

졸업좀 시키고 올게요.

것들이기에 행동으로써만 보여줘야 한다는거죠. 제 팬클럽인 논리실 증주의자들이 좀 제 사상을 오해한거 같은데 전 양심이 필요없다는게 아니라 단지 언어화시킬 수는 없다는 겁니다.

중3 비트겐슈타인: 제가 중2때는 사실 철이 좀 없었네요.“거친 땅 으로 돌아가라!”처음에 저는 양심이라는게 지시대상이 존재하지 않 는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무의미한 것으로 말할 수 없다고 여겼지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병역거부자들이 쓰는 소견서는 뭐임? 먹는 거임?

요. 근데 중2를 지나고 보니 그때는 사실 좀 제가 잘난줄 알았네요. “저 사람은 양심적이다”와 같은 말들은 양심에 해당하는 어떤 것을 가리키거나 지시하는게 아니라, 그말을 쓰는 화자의‘사용’에 달려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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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사소통을 위해서 인간과 인간

게 양심인데 그래도 되나요? ^오^

끼리 얼마든지 양심에 대해서 말을 할 수도, 설명을 할 수도, 소견서 를 통해서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실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프로타고라스: -_- 그건 안돼요!! 그렇게 비양심적인 행위를...

하게 되었어요. 물론 소견서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백프로 표현할 순 없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요시! 비양심적인 행위라니 ^오^ 내 양심은 널 죽여 버리는건데요? 니 말대로“양심은 주관적인 것이다”라면 내 양심은

오스틴: 맞습니다. 누군가가 용숙이의 소견서같은 가식적이고 오그

널 죽여버리는것도 양심적인 거잖아요? ^오^

라드는 소견서를 읽고서 감동을 하여 병역거부를 고민하게 되었다면, 그때는 발화효과행위를 낳은 것이지요. 즉 청자를 움직이게한 의미를 낳은 것입니다.

프로타고라스: 그럼 님 동성애자로 고소미할꺼임 -_- 그래서 이 모임의 결론은 뭐죠? 그래서 소씨는 양심이 뭐라고 생각하는건데요? -_-;

소크라테스: 그렇군요. 이제 양심이라는 것이 개인이 의미부여를 하는 행위에 달려있다는 게 좀 명확해진거 같네요. 양심의 본질, 양심

소크라테스: 나도 몰라요.

의 정의definition에 좀더 가깝게 갔다고나 할까요. 여기서 중2병에 걸린거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양심에 대해서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린

프로타고라스: 뭐라구요? -_-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게 전부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양심에 부여하는 관 념이 다를꺼고 정답은 없겠죠. 철학에 정답이 있나요?

소크라테스: 네. 정말 몰라요. 근데 이거하나는 알아요. 너도 모른 다는거요 ^오^

프로타고라스: 요시! 그 얘기는 결국 양심은 자기 입맛대로 하는게 양심이라는 나의 얘기가 맞다는 거임? ^오^

프로타고라스: -_-

소크라테스: 그건 좀 아닌거 같네요. 그럼 내 양심은 널 죽여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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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금

총계

4,597,307

3,593,790

5,432,026

6,435,543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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