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E MONDE NEARBY YOU YOU NEARBY
MONDE
[mɔ̃ːd]
NEARBY YOU
n.m. 남성명사 1.세계 2.우주, 천지 3.세상, 사회
내 방을 꾸미고, 일기장을 채우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우린 모두 '나의 세상'을 꾸려왔습니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간다는 잡지들을 읽는 동안 우리는 '멋있음=비싼 가격표', '재밌음=유명함'의 공식을 세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린 쿨해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들을 대화에 올리게 되었고 내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밀리게 되었죠.
'그럼 우리 세대는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걸까?' '그 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까?' 우린 그런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냥 경험했던 일들, 좋아하는 것, 생각했던 것들을 모아보면 어느새 친구들과 하고 있는 이야기나 혼자 속으로 삼켰던 말들이 담기지 않을까. 직접 끄진 않아도 대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편한 친구와의 대화처럼 언제든 귀와 입을 열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20대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종이에서부터 웹이나 모바일까지 당신과 가까이에서 음악, 영화, 여행, 패션 라이프스타일 모든 것에서 당신 마음과 가까이 듣고, 보고, 이야기합니다.
Editor's Letter 에디터의 말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DJ가 읽어주는 도입 부분의 멘트 같은 느낌이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이번 호 monde는 어떠하다’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맛보기. 이번 호는 한마디로 ‘좋습니다’. 우선 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준비해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알게 모르게 사라져가는 우리의 청춘이 아까우니까, 이렇게 monde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와 닮은 얼굴을 한 다른 청춘은 어떤 존재일지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젊음은 결국 서로 같은 것인지, 아니면 이 세상 몇 백만 개의 청춘이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끝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좋아서 이번 호 monde를 만들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좋아서 우리는 또 새로운 monde를 선보였습니다. 이번 호 monde는 그래서 좋습니다. 못 믿으시겠나요? 직접 확인해 보시죠.
MONDE Editors 편집장 ㅣ 이준민 구하나
김도영
김도유
김예은
김정재
박수현
박지윤
윤채림
이강현
이경빈
이다연
이수민
이정모
이진선
이찬희
이채영
이혜우
장이슬
조한신
최익중
한규호
황유덕
이성국
CONTENTS 03
Fashion│ Let me in
03
Let me in
09
구제해줘 구제시장
11
제발 이렇게만 입어줘. 응?
14
Back to the BASIC - Denim
18
Work Where?
21
패딩과 코트사이
23
Don't eat it. Just wear it
25
Chemistreet
28
FILM│
어떤 영화
28
어떤영화
35
꽃보다 마이클 패스벤더
37
Beatles CODE
41
Break into screen
45
TRAVEL│
캐나다 로키산맥
45
캐나다 로키산맥
49
영화순례
53
동해안, 겨울 맛 기행 1번지
60
MUSIC│ Take a look around
57
나는 너를 듣는다
61
Take a look around 2
64
음을 담소 音乙 談笑
69
Critique
75
LIFESTYLE│ It's Habit? Exhibit!
70
Dear You
71
타인의 취향
73
시時콜콜
75
It's Habit? Exhibit!
듣도 보도 못한 조합. 셔츠위에 또 셔 츠를 입었다. 주인공 말로는 누가 셔츠 를 레이어드 해서 입은 것이 멋있어 따 라 했다고 했다. 과연 그 사람은 정말
언제적 카드 홀더 인가.
이렇게 입었을까. 의문이 든다.
제발 미용 목적이 아닌 실용성 차원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바지통을 일부러 늘린건지 큰 사이즈를 산건지 모르겠다. 색깔도 카키색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아주 희한한 색이었다. 끝에 나름 롤업한 것이 포인트. (롤업을 해도 발목이 안 보인다.)
김재형, 20
요즘 남자들의 국민 스니커즈. 저 얇디 얇은 끈이 매력적이다. 살짝 보이는 연두색 양말도.
MONDE FASHION
04
Let me in “쟤는 조금만 꾸미면 참 괜찮을 텐데” 주변 몇몇 동기들을 보며 자주 중얼거렸던 말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셔츠, 도대체 어디서 샀는지가 더 궁금한 청바지, 집 앞 슈퍼 갈 때도 안 신을 것 같은 잔뜩 헤진 신발. 일부러 입어도 저렇게는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패션고자’들에게 패션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그들을 고쳐보기로 했다. Let me in.
EDITOR 이찬희.김도유
OUTER l 티아그 Outside Collar Suede High Quality Mac Coat
SHIRTS l 티아그 Herringbone Fabric Two Pocket Point Shirts
PANTS l 티아그 authentic daliy black jean
SHOES l 티아그 Fringe Point Coloration Lofer
06 MONDE FASHION
AFTER
ACC l 티아그 "GUILTY" Star Patch Pont Colgi Beanie
VEST l 에디터 소장품
SHIRTS l 티아그 Herringbone Fabric Two Pocket Point Shirts
PANTS l 티아그 블랙 생지 데님팬츠
07 MONDE FASHION
AFTER
Styling Point 가을과 겨울, 겨울과 봄 사이엔 무엇을 입어야 할까? 간절기룩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패딩베스트와 어디든 무난한 흰 셔츠, 여기에 과하지 않은 코팅진을 매치했다. 플레이풀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롱비니를 함께 매치해보았다.
Styling Point 단정하게 넘긴 머리와 어울릴 만한 룩을 완성해보았다. 남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를 매치하고 깔끔한 흰색 테슬로퍼로 마무리했다. 겉옷으로는 셔츠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네이비 맥코트로 정했다. 날씨가 쌀쌀하니 맥 코트 위에 N3B를 걸치거나, 목에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패턴있는 머플러를 두르는 정도면 완벽할 것이다. 렛미인 후 주변 반응은? 머리를 올리고 사진을 찍고 이후에도 몇 번 포마드스타일로 하고 다녔는데 주변 반응이 의외로 괜찮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는 얘 기 요새 좀 들어요.(쑥쓰쑥쓰) 렛미인을 해본 소감 우연하게 친구의 응모로 참가하게 됐는데, 처음엔 얼마나 많이 바뀌겠어?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니까 여러 조언도 많이 주시고 주신 옷들도 너무 좋네 요. 잘 쓰겠습니다!!
티아그 광고
MONDE FASHION
09
救 濟
舊 製
구제해줘 구제시장 EDITOR 이강현 패완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우린 원빈이나 김태희가 아니기에, 패완얼은 먼 얘기일 뿐이다. 그런 우리에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월급'이다. 대학생들에겐 ‘패완얼’보단 ‘패완월’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을지도 모른다. 우린 입을 옷만 있다면, 옷을 누구보다 잘 입을 수 있다는 근자감을 갖고 있다. 분명 옷이 없어 나의 패션센스를 뽐내지 못할 뿐이다. 옷이 없다는 건 당연히 월급, 즉 돈이 없기 때문이다. 빈곤한 우리 대학생들은 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직접 구제받으러 갔다, 동묘 구제시장으로.
무한도전에서 GD와 정형돈이 다녀가 더욱 유명해진, 가장 구제시 장다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동묘 구제시장에 다녀왔다.
출처 : 네이버 지도
저기 마구 쌓여있는 옷더미 속에 목표물들이 다 숨어있다. 뻘쭘해 하지 말고 전투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빨리, 정확히 찾는 게 구
동묘앞 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제시장 쇼핑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TIP 1 목표물을 정해가자. 구제시장의 옷 가격은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보니 일단 싸니깐 사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럼 후회한다. 옷장 장 식품을 사오는 거나 다름없다. 구제시장에선 환불, 교환이 절대 안 되니, 아무리 싸더라도 신중히 생각해 돈 버리지 말자.
그래서 에디터는 체크 남방과 기본 니트를 목표물로 삼았다. 예상 가격은 만원.
구제시장의 흔한 모습이다. 멋진 어르신들이 정말 많다.
10 MONDE FASHION
TIP 2 옷을 꼼꼼히 확인하자. 구제시장에선 말 그대로 구제를 판다. 세 월의 흔적들이 많이 담겨있다. 앞서 말했듯이, 교환이나 환불이 절 대 불가능하니 구멍, 얼룩, 늘어짐 등 옷 상태를 잘 확인해서 후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TIP 3 구제시장에 기관지가 약한 친구랑 같이 갔었는데, 먼지 때문에 엄 청 고생했다. 먼지에 예민한 분들은 마스크를 챙겨가길 추천한다.
5,000원에 체크 남방 구입! 2,000원에 기본 니트 구입! 옷 상태도 훌륭하다!
TIP 4 큰 가방을 가져가자. 구제시장에선 옷을 직접 손으로 찾아야 한
예상금액 10,000원보다 3,000원이나 저렴하게 구입했다. (3,000원이면 구제시장에서 옷 하나를 더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다. 한 손으론 힘들다. 두 손이 필요하다. 잠바 같은 큰 옷들은 담 기 힘들겠지만, 가방에 담을 수 있는 옷들은 넣고 쇼핑하자. 그리
동묘 구제시장은 깨끗하거나 정리가 잘 되어있는, 일반적인 쇼핑장
고 구제시장에선 보통 검은 비닐봉지에 옷을 담아주기 때문에 들
소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하지만 정말 저렴하게 괜찮은 옷들을 득
고 다니기보단, 숨기고 다니는 게 보기 좋을듯하다.
템할 수 있는, 빈곤한 대학생들을 구제해줄 수 있는 곳이다. 굳이 새 옷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람냄새 나는 구제시장에서 경제적인
아! 그리고 현금으로 챙겨가는 건 기본.
쇼핑을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MONDE FASHION
11
제발 이렇게만 입어줘. 응? 첫 데이트 때 이렇게 입고 와줬으면! EDITOR 김도유
'옷을 입는다는 것'.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옷을 입을 때 항상 생각한다. '어떻게 입어야 예뻐(멋있어)보일까'. 물론 개인의 취향은 무궁무진하지만, 보편적 다수가 좋아하는 이성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만 입으면 중간 이상은 한다.' 는 스타일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남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아주 다양했다. 그만큼 '개취(개인의 취
4위. 몸매가 드러나는 니트 원피스 + 하이힐
향)'가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첫 데이트 때에는 과감한 시
'몸매가 드러나는' 게다가 '니트' 원피스를 입었으면 좋겠다는 남자들
도를 하기 보다는 단정하면서도 평범하게 입도록 하자.
이 있었다. 태초에 먹어도 배가 안나오는 사람이면 몰라도, 보통 사람 들은 니트 원피스 입었다가 첫 데이트 내내 숨도 못 쉴 수도 있다. 이
1위. 흰 셔츠 + 검정색 치마 + 워커 or 구두 넓게 분포 되어 있는 답들 중에서 그나마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좋아 하는 스타일이다. 단정하면서도 참한 느낌을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 이 많았다. * 검정색 치마 : 치마는 H스커트, A스커트 둘 다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 H스커트는 (남자들에 의하면) 좀 더 몸매가 잘 드러난다는 장점인듯 장점아닌 장점이 있고, A스커트는 H스커트 보다 더 발랄 해 보인다. * 워커 or 구두 : 겨울이니까 워커를 신어도 좋지만, 구두를 신는 것이 더 여성스러워 보인다. 대신 구두는 '높.지.않.아.야' 한다.
2위. 밝은색 니트 + 스키니진 + 스니커즈 * 니트 : 되도록 밝은 색 니트를 입으면 좋다. 파스텔톤까지는 아 니더라도 검정색, 남색과 같은 어두운 색은 첫데이트 때 피할 것. 몸에 딱 붙거나 요즘 길거리에 자주 보이는 '크롭' 니트도 안 된다. * 스키니진 : 남자들은 다리 라인이 잘 드러나는 스키니진을 좋아한 다. 연청보다는 진청이나 블랙진을 입으면 된다. * 워커 : 롤업 데님에 워커를 신어도 되지만 남자들의 99.73%가 그 렇게 입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첫 데이트 때부터 남자와 커플룩이 될 수도 있다. 굽이 낮은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좋다.
3위. '하늘하늘'한 원피스 + 트렌치코트 답변 중에서 유독 많았던 단어가 '하늘하늘' 이다. 청순한 여자 싫어 하는 남자는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겨울에 그렇게 멋부렸다가는 얼 어 죽을 수도 있다. 따뜻한 게 최고.
런 스타일은 아마 죽기전에 한 번은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여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건 무의미 했다. 모든 상황을 불문하고
너무 꽉기지도 않은 일자 핏에 끝부분을 2번 정도 접어준다. 발목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이 있기 때문. '어? 나 저렇게 입
'살짝' 보일 정도로만 접어야 한다. 그리고 첫 데이트 때 그럴리는 없
는데?' 하는 사람들은 어떤 디테일을 놓쳤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겠지만 스노우 진이나 과한 워싱, 찢어진 바지는 옷장에 넣어두자.
1위. 흰 셔츠 + 니트 + 롤업 데님 + 로퍼 or 스니커즈
* 로퍼 or 스니커즈 : 로퍼의 경우,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스웨
* 흰 셔츠 : 셔츠는 살짝 보이게 빼줘야 한다. 많이도 아닌 살.짝. * 니트 : 남자라면 하나씩 갖고 있는, 꽈배기가 아주 얇은 니트는 절
이드 재질도 좋다.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지 않고 그 날 입은 옷과 어 울리는 색이면 된다. 로퍼가 싫다면 반스 같은 스니커즈도 좋다.
대 안 된다. 지금 어떤 니트를 말하는지 떠올랐을 것이다. 여자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두툼한! 루즈핏의 니트다. 그리고 '첫' 데이
2위. 흰 티셔츠 + 맨투맨 + 롤업 데님 + 스니커즈
트인만큼 '무난한' 색깔을 고르도록! (ex. 검정색, 회색, 남색 등)
* 흰 티셔츠 : 목 부분에서도 흰 티셔츠가 '살짝' 보이면 좋다.
* 롤업 데님 : 핵심 포인트. 여자들이 남자의 옷을 볼때 가장 중요하
* 맨투맨 : 맨투맨은 니트와 사촌지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니트가 있
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지 기장'. 청바지는 헐렁하지도 않고,
는 자리에는 언제나 맨투맨으로 대체 가능하다. 디자인 고르기가 힘 들 떈 제발 좀 이상한 글씨가 적혀있는 것 말고 무지 맨투맨을 입자.
3위. 체크 남방 or 무지 티셔츠 + 가디건 훈남 선배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디건'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잘만 입는다면 첫데이트때 다정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파이지 않고 몸에 딱 붙지 않는 티셔츠에 헐렁한 가디건을 걸치거나, 체크 남방에 어두운 색의 가디건을 입도록 하자.
OUTER l 리틀타이거 모직 카모 코트 (그레이) SHIRTS l 리틀타이거 옥스포드 컬러 셔츠 KNIT l 리틀타이거 스노우니트
BAG l 리틀타이거 뱀피 서류가방 (브라운)
PANTS l 리틀타이거 베이직워싱 스키니
SHOES l 리틀타이거 존 스웨이드로퍼
MONDE FASHION
12
리틀타이거 광고
Back to the BASIC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사칙연산부터 연습해야 하고, 영어를 잘하려면 알파벳부터 배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옷을 잘 입고 싶을 때,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앞으로 Back to the Basic에서 보여줄 것들은 패션의 사칙연산 같은 것들이다. 덧셈도 할 줄 모르는데 미적분은 왜 궁금해 하며, 알파벳도 모르는데 왜 토익 만점을 기대하는가. U넥과 V넥의 차이를 모르는 그대에게 부탁한다. 읽고, 배워라. 그게 어렵다면, 읽고, 외워라.
Denim : more than Denim 청바지의 1년 평균 생산량 18 억 벌. 읽기도 벅찬 숫자. 그만큼 우리와 가까운 바지. 우리의 두 다리 뿐만 아니라 몸을 차지한 당돌한 녀석들. 데님은 단순히 데님이 아니다. 당신이 모르던 알고 있었던 그 보다 더한 데님 이야기. More Than Denim
EDITOR 이찬희
MONDE FASHION
15
Chapter 1. Which one? 데님이라고 다 같은 데님이 아니다. 가공 방식에 따라 그 이름도 달라진다. 여기 가장 대표적인 네가지 데님이 있다.
Rigid Denim (리지드 데님)
Stone Washing Denim (스톤 워싱)
리지드 데님은 원단을 전혀 가공하지 않은 본
흔히 돌청이라고 부르는 스톤워싱은 쉽게 말하자면 돌로 문질러서
연 그대로의 상태에 있는 데님으로 생지 데님
염료를 물리적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냥 돌로 문지르면, 원
이라고도 부른다. 풀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처
단 자체가 상하는 끔찍한 결과가 벌어질 것이다. 대신, 물에 뜨는 부
음엔 뻣뻣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입을 수록
석을 이용해서 데님 원단을 문질러주면 색깔이 연해진다. 하늘색이라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입어온 기간에 따라 워
하기엔 어둡고 청색이라고 하기엔 연한 색깔이 완성된다.
싱(washing)이 생기고, 페이딩(fading)되며, 접히기도 하면서 본연의 멋이 생기는 알면 알수록 친근한 놈.
Rinse Washing Denim (린스 워싱)
Selvedge Denim(셀비지 데님) 셀비지 데님은 위에서 나온 데님(원단 공정 방법)과 다른 특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다. 원단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
린스워싱 데님은 리지드 데님, 즉 생지데님에
공한 부분을 셀비지라고 하며, 가장 고전
서 풀기를 제거한 데님 원단을 말한다. 풀기가 제거되어 빳빳한 느
적인 데님으로 인정받고 있다. 롤업을 했을 때
낌은 덜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원단 자체가 흐물거리는 느낌이 있어
나오는 이음매 부분에 덧대어진 흰색천과 그 옆으로 난 붉은색 라인
썩 유쾌하지 않은 수도 있다. 보통 레깅스 진으로 탄생하는 원단이다.
은 셀비지 데님만의 디테일이다.
MONDE FASHION
14
Chapter 2. Which Item? 시중에 출시되는 의류 중 18%는 데님을 소재로 한다. 그 다양한, 아니 이젠 당연한 데님 아이템들. 이름부터 알고 가자.
Jean
Denim shirts
데님 아이템 중 단연 독보적인 1위 아이템. 어떤 패션고자라도 가지
2년 전인가부터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데님계의 반짝스타. 데님셔츠
고 있는 아이템. 청바지의 통이나 색깔에 따라서 엄청난 격차를 보이
는 보통 워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색깔은 다 거기
는 아이템이다. 핏에 따라서도 종류가 엄청 많고, 어떤 룩에도 잘 어
서 거기인 것 같다. 색 매치에 대해서는 다음 챕터에서 상세히 다루
울리는 녀석이다.
겠다.
Denim jacket
Acc
데님 자켓도 청바지와 마찬가
데님을 이용한 베스트, 스냅백, 뉴스보이캡, 신발, 가방, 심
지로 색깔이 정말 중요한 아
지어 시계끈까지…정말 무궁무진한 악세사리들이 데
이템이다. 색에 따라 구려보 이거나 세련돼 보일 수 있다. 구제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팔통이 큰 데님 자 켓을 주의하자. 성룡 아저씨가 입을 법한 핏이 나올 수도 있다.
님을 이용해 출시되고 있다. 죄다 데님 데님 데님.. 지 겨울 수도 있겠지만, 예쁜걸 어째?
MONDE FASHION
17
Chapter 3. know how! 이렇게 다양한 데님 아이템. 이들의 매치법. 그리고 이들을 입은 사람들.
출처 : VIVASTUDIO
데님으로는 편안한 룩부터 댄디한 룩, 클래식한 룩까지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색 매치를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대표적인 색 매치가 줄 수 있는 분위기들 (에디터의 주관일뿐, 절대적이지 않다.) 데님(연청 혹은 진청)+화이트 = 깔끔하고 무난함 데님(진청)+네이비 혹은 블랙 = 무겁고 클래식함 데님(진청)+카키 혹은 브라운 = 투박함 데님(연청)+녹색 = 플레이풀하고 꾸러기스러움
TIP
For better washing & fading
안이 있다. 바로 모래 워싱으로, 모래 페이딩이라 불린다. 방법은
생지데님이나 워싱데님을 처음 구매했을 때, 너무 짱짱해서
간단하다. 데님을 입고 바다에 뛰어든다. 신나게 물장구를 치다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아니면, 멋을 위해 데님의 색을 연하게
지칠 때쯤 나와서 해변에 앉는다. 모래로 데님을 사정없이 문질러
만드는 페이딩을 하고 싶을 수 있고, 워싱을 하고 싶을 수 있다.
준다. 추운 겨울이니 바다에 가기보단 "대야에 소금 한 줌을 뿌리 고, 한 시간 동안만 담가주었다가 비벼주도록 하자. (소킹세탁)"
1. Fading 방법 : 페이딩 방법은 어 렵지 않다. 연한 사포로 문질러 주
3. 세탁하면 수축하는 현상을 그나마 덜하게 해주는 방법인 ’소
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되돌릴
킹세탁’이라고 한다. 데님을 가장 원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워
수는 없다. 안 입는 옷으로 충분히
싱이나 페이딩을 주기 쉬운 세탁법이 소킹이다.
연습해보자. 거친 사포로 문지르다 보면 자동으로 디스트로이드 데님 이 완성된다!
4. 절대로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말자. 특히 오일 워싱이나 코팅 진. 이 두 가지 데님은 평범한 데님보다 훨씬 비싸지만, 드라이클 리닝만으로 평범한 데님으로 둔갑한다. 그러나 비싼 옷이라고 다
2. washing 방법 : 워싱과 페이
드라이클리닝하면 큰일난다. 데님을 세탁할 때에는 택에 있는 세
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묘
탁방법대로 세탁하거나 소킹세탁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Work Where? 날씨가 춥다 못해 쌀쌀맞게 구는 겨울. 우리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편하지만 너무 후리한 스포츠 패딩? 댄디하지만 선뜻 입기 힘든 코트? 후리함과 댄디함을 동시에 잡고 싶어하는 당신을 위한 옷들이 있다. 바로 ‘워크웨어’이다. 처음 봤을 때는 ‘쟤는 어디서 일하다 왔길래 저러고 다닌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새 느낄 것이다. 워크웨어 특유의 투박함, 편안함, 보온성. 심지어 클래식한 감성까지.
EDITOR 이찬희 출처 : RED WING KOREA
MONDE FASHION
19
워크웨어? 그게 뭔데? 워크웨어는 말 그대로 사무복이나 작업복을 도입한 의복을 말한다. 보통 공장에서 입던 옷만 떠올리기 쉬운데, 군복, 농민들의 의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옷들도 많이 있다. 최근 들어 워크웨어 기반 브랜드(칼하*, 커버*, 브라운브레* 등)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부터 이 아이템들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아보자. Work where?
뉴스보이캡
오버롤 데님
어렸을 적에 한 번쯤은 봤던 만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주인공인 소년
이름만 들어서는 당최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버롤 데님은
네로의 모자가 바로 뉴스보이캡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
우리가 흔히 부르는 '멜빵바지'다. 보통 공장 노동자나 광산 노동자
는 신문팔이 소년들이 즐겨 쓰던 모자였다. 최근에 다시 패션 아이템
들이 즐겨 입었으며, 소재도 짱짱한 데님부터 워싱한 면까지 다양하
으로 급부상 중인 아이템 중 하나로 보통 모자 안감은 퀄팅 형식으로
다. 노동자들은 흰 티와 오버롤 데님을 많이 매치했지만, 멋을 위해
되어 있어 따뜻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심
샴브레이 셔츠나 옥스포드 셔츠와 매치해도 충분히 멋진 룩을 완성
지어 얼굴까지도 작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조심하길.
덱자켓 베스트
갑판을 의미하는 ‘deck’에서 알 수 있듯이, 해군들이 피코트와 함
수많은 패딩 베스트가 있지만,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vest)는
께 한 겨울에 즐겨 입던 소중한 아이템이었다. 덱자켓은 바람을 막기
워크웨어의 감성을 잘 살린 해리스 트위드 스타일의 베스트이다. 해
위해 두꺼운 천을 겉감으로 사용하였고, 보온을 위하여 안감에는 부
리스 트위드는 헤링본 패턴과 유사한 양모재질의 옷감을 말한다.
드러운 양털 같은 것을 부착했으며, 안감
해리스 트위드 스타일의 겉감에다 덕다운을 가득 채운 안감, 헤링본
은 길게 빼서 목을 두르는 부분 밖으로
을 휘집고 다니는 연한 색의 라인들, 목주변이나 주머니, 지퍼 쪽의
빼냈다. 캐주얼한 멋을 줄 수 있고 따
디테일에 사용되는 코듀로이(골덴)와 같은 요소들은 베스트의 스타
뜻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팔
일을 살려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너로도 입을 수 있는 퀄팅 베스트
부분까지 털이 있다면, 팔을 안으
는 더 추워진 겨울을 견디기 위한 최고의 아이템이다.
로 굽히기가 어려우니 참고하도 록 하자.
워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워크웨어를 대표하는 아이템. 보통 군화나 건설
서스펜더
노동자, 공장 노동자들이 즐겨 신던 신발이다. 1800년대부터 노동자
서스펜더라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서스펜
들이 즐겨 신었으며, 덕분에 이름 있는 브랜드들은 엄청난 전통을 가
더는 멜빵이다. 흔히 댄디한 룩에 매치하는 서스펜더가 워크웨어의
지고 있다. 처음 구매하면 길들지 않은 가죽이라 불편하지만, 신다
일종이라고? 물론이다. 최초에는 작업을 할 때에 바지를 잘 고정하
보면 점점 편해진다. 워크웨어에 매치해도 충분히 멋
기 위해서 서스펜더를 착용했었고, 셔츠나 티셔츠가 작업을 방해하
있지만, 댄디한 룩에 매치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
지 않도록 상의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서스펜더는 오히려 워크웨
하는 대단한 놈이다. 거기다가 키높이는 덤으로
어보다는 클래식한 룩을 연출하기에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
주는 멋진 친구.
보이캡과 서스펜더의 콜라보도 만만치 않은 조합을 자랑한다.
MONDE FASHION
20
출처 : RED WING KOREA
MONDE FASHION
21
패딩과 코트사이 EDITOR 한규호
Basic은 곧 Classic이다. 패션에선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품격 있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Basic한 것이 고리타분한 것이 될 때가 있다. 한 겨울마저도 코트를 입어줘야 한다는 Basic. 하지만 ‘고리타분함’에서 탈피해 새로운 classic을 찾아내는 것은 패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숙명이다. 새로운 classic 찾기. 남극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 탐험대들에게 배워보자. 바로, 겨울의 ‘패딩코트’이다.
출처 : 무신사 스토어
코트의 라인에 패딩스러운 퀄팅을 합쳐놓은 것. 요상하면서도 입어보면 따뜻함과 동시에 classic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 ‘패딩코트’의 전형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묵직한 느낌의 패딩을 굳이 코트로 만들어버린 것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 ‘비겁한’ 패딩코트도 있다. 겉으로는 패딩스러운 느낌을 쫙 빼고 속으로는 모든 보온성을 가미한 제품이다. 물론 전형적인 패딩코트보다 보온성은 덜 하겠지만, 비교적 basic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겨울에 딱인 아이템이다.
MONDE FASHION
22
정석적인 코디
교양 강의 코디
보온성 코디
아래 위를 수트 세트로 입고, 넥타이까지 매
아우터 안 쪽으로는 무엇을 입는지가 중요
따뜻함의 대명사 목폴라 티셔츠. 비교적 어
기. 심지어 신발까지 일반 구두로 마무리하
하지 않다. 포인트는 밝은 색 청바지와 붉은
두운 색상의 슬랙스를 입어주는 코디. 코트
면서 코트 안으로는 ‘옷 잘입는 직장인’. 하
스니커즈. 대부분 어두운 계열인 패딩코트
라는 Basic에 보온성을 덧입힌 패딩코트
지만! 아우터는 패딩코트를 입어주면서 약간
를 감안하여 밝은 색 바지, 그리고 바지와
의 매력을 한층 더 살린 코디라고 볼 수 있
독특한 느낌을 주는 코디.
다른 색상의 신발을 신어주는 귀여운 코디.
겠다.
長 : 패딩코트의 존재이유 정도가 되어주는
長 : 매우 쉬운 아이템 매치. 누구나 잘 어
長 : 매우 따뜻함. 겨울용 의류들을 마음껏
코디. 패딩코트가 가장 예뻐 보일 수 있음
울리는 ‘안전한’코디
이용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
短 : 비교적 젊은 20대가 할 수 없는 코디.
短 : 패딩코트가 그 자체로 예쁘지 않아 보
短 : 자칫 너무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음을
대학생이 이 코디를 한 채 학교를 간다면
일 수도 있다.
주의.
교수님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MONDE FASHION
23
Don't Eat It EDITOR 윤채림
맛과 풍미의 계절, 겨울이 오고 있다. 기말고사며 과제며 한창 스트레스가 쌓일 때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바로 소문난 맛집. 쭉쭉 늘어나는 치즈와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면 어느 짜릿한 연애가 부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먹을수록 증가하는 얄미운 체중계의 숫자일 터. 그래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먹지 않고 착용하는 음식들. 살도 안 찌고 기쁨도 느끼고 일석이조란 바로 이런 것? 당신의 눈에게 유쾌한 포만감을 선사할 푸드패션(food fashion) 을 소개한다.
2014 F/W 시즌은 과자봉지와 맥도날드 로고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음식과 패션의 조화를 선보인 것. 모스키노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레미 스캇은 맥도날드 심볼을 이용한 컬렉션으로 큰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 해피밀 박스와 콜라컵을 가방으로 승화한 가죽백은 한번쯤 들어보고 싶은 잇(It)아이템. 모두가 길거리에서 봤을 법한 모스키노 감자튀김 아이폰 케이스는 출시 후 바로 완판을 기록했을 정 도다. 시리얼 로고, 허쉬 초콜릿 드레스, 젤리 포장지 등 음식을 패션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제레미 스캇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잘 보여준다. 일명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이라 불리는 모스키노의 컬렉션은 안나 델로루소와 같은 많은 패션 피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모스키노 뿐만이 아니다. 샤넬은 패 션쇼 장소였던 그랑팔레 뮤지엄을 아예 하나의 거대한 슈퍼마켓으로 바꾸어 다양한 아이템들을 샤넬식 제품으로 재해석했다. 랩에 싸여있 는 샤넬 백부터 우유팩 모양 체인 백까지. 슈퍼마켓에 진열된 모든 음 식에는 샤넬의 로고가 박혔고 모델 들은 쇼핑카트를 끌며 자연스레 쇼 핑하듯이 런웨이를 거닐었다. 재치 넘치는 샤넬의 제품을 통해 푸드패 션이 한층 더 주목받게 된 셈.
Just Wear It 지금까지 대표적인 푸드패션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리는 지갑 사정이 중요한, 지극히 평범한 20대라는 것을. 언제나 색다른 대안은 있기 마련이다. 소소한 악세사리만으로도 푸드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 에디터가 직접 보고 고른 달콤한 디저트 악세사리 믹시마이(Mikshimai) 제품을 소개한다.
2. 아무리 못난 손도 마법처럼 희고 고운 손
1.
으로 만들어 주는 구미베어 반지(red)는
3.
10000원. 은은하게 감도는 빨간빛이 매력적 이다. 버건디 컬러의 매니큐어와 매치해 착용 해보자.
2.
1. 고급스러운 디저트의 선두주자, 마카롱이
3. 배고플 때 자꾸 쳐다보게 되는 블루베리
머리에 출몰했다. 형형색색의 컬러풀한 마카
와플 목걸이. 갓 주문한 따끈따끈한 블루베
롱이 달려있어 발랄한 느낌을 주는 마카통 헤
리 와플을 그대로 축소한 것 같은 느낌이랄
어밴드는 32000원. 이 밖에도 마카롱을 활용
까. 미니멀한 드레스에 포인트로 매치하기 좋
한 헤어 제품이 많으니 눈여겨보시길.
은 아이템이다. 39000원
4.
4. 하리보 젤리가 내 귀에? 다양한 색상의 구미베어 귀걸이는 어린
5.
시절 먹던 젤리를 떠오르게 한다. 원하는 색상대로 맞추어 구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 쌍에 20000원. 5.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버터링이다. 버터링 과자를 그대로 축소한 듯한 모형 밑에는 작은 진주가 달려있다. 깜직한 발상의 버 터링 귀걸이는 22000원.
이번 겨울에는 입을 수 있는 음식, WEARABLE FOOD을 시도해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고 레이디 가가처럼 과격한 생고기 옷을 입으라는 말은 아니다. 두꺼운 겨울 코트 사이로 보이는 푸드 악세사리로 위트를 준다면 당신은 이미 푸드패션으로 성공한 셈이다. 다만 지인들로부터 나중에 먹기 위해 모셔뒀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MONDE 독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이벤트! 위 기사에 소개 된 믹시마이 제품을 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magazinemonde) 을 통해 확인하세요!
MONDE FASHION
24
CHEMISTREET
김근동, 30
MONDE FASHION
26
강민석, 20 정수현, 19
임소정, 23 문영주, 23
김혜정, 19
아몬무브먼트 광고
MONDE FILM
28
어떤, 영화 ‘오늘은 갑자기 이런 영화가 땅긴다.’
당신이 찾는 그 어떤 영화. 작품성이? 연출이? 각본이? 구성이? 이런 이야기는 차치하자. 이왕에 ‘어떤’ 영화를 보고 싶었다면, 그 ‘어떠함’에 집중해서 영화를 들여다보자. 물론 영화는 내 맘대로 골랐다. 당신은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믿고 있는가? 모든 것을 감내하고 극복하는 마법과도 같은 사랑을 꿈꾸는가? 어떤, 영화 그 두 번째 어떠함은 바보처럼 순진무구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마법이란 해리포터와 모태솔로의 전유물이라고 믿는 당신들을 위해, 물리 법칙은 개나 줘버린 세 편의 사랑을 골라봤다. 12월의 어떤, 영화 ‘초자연 로맨스’. 솔로라서 공감이 안 된다고? 하… 너 이 자식… 파이팅…
EDITOR 이성국
MONDE FILM
29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 장르 : 멜로/로맨스, SF(?)
MONDE FILM
30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
운명 같은 사랑 : ★★★★★ 오블리비아테 : ★★★★ 솔로야, 미안해 : ★★★☆ 초자연도 : ★★★★
지나간 사랑을 지나 보내지 못해 추억해 본 적이 있는가?
점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조엘을 모른 척 하고 심지어 조엘
한 사람을 만나던 설렘과 행복했던 기억과 그 사람 때문에
앞에서 다른 남자와 뜨겁게 키스한다. 영문도 모른 채 상처
지새웠던 하얀 밤. 내뱉어진 가시 돋친 말들과 돌아오는 상
만을 안고 돌아선 조엘은 그녀가 라쿠나라는 회사를 통해
처와 끝내 맞이한 이별을 돌이켜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
당신은 후회를 마주한 것이며, 후회는 언제나 지나간 자리
고 조엘 또한 배신감과 상실감에 몸서리치며 클레멘타인에
에 남는다. 만약 후회마저 지워버릴 수 있다면 그리고 나를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운다.
지나쳐간 사랑을 모두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그 사랑은 정
<이터널 선샤인>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가는 조
말로 지워질 수 있을까? ‘초자연 로맨스’ 그 첫 번째는 지
엘의 의식을 따라 흘러간다. 그리고 조엘은 지워져가는 기
워진 사랑의 기억을 그린 영화 <Eternal Sunshine of the
억 속에서 배신감에 몸서리치고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던
Spotless Mind>(이하 이터널 선샤인)이다.
괴로운 기억 뒤에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자신과 세상 그 무
조엘 배리쉬(짐 캐리)는 여느 때의 아침과는 다르게 찝찝한
엇보다 아름다운 그녀가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조엘은 지
아침을 맞이한다. 영문 모를 피로감, 그리고 약간의 두통과
워져가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침대를 뒤로 하고 나선 출근길. 어젯밤만 해도 멀쩡하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기억 속
던 자동차가 시원하게 찌그러져 있다. 전철을 타려고 플랫
에서, 클레멘타인을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 동안, 마지
폼에 서있던 조엘은 문득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사실에
막이 될 그녀를 겸허히 사랑한다.
‘엿 같아진’ 기분을 안고 회사는 뒤로 한 채, 무언가에 홀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에
린 듯 몬타우크 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무작정 몬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정작 사랑하
타우크로 달려간 조엘은 바닷가에서 본 파란머리의 여자와
면서 잊게 되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
자꾸만 마주친다. 그리고 두 남녀는 자신과는 다른 서로의
온 운명과도 같았던 사랑이 일상 속의 한 부분이 되어갈 때,
모습에 자꾸만 끌리게 된다. 그렇게 둘은 가까워지고, 조엘
정말 수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상처주고, 험담하고, 비교하
은 파란머리의 여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한밤 중
고, 실망한다.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
의 얼어붙은 찰스 강 나들이를 마치고 이른 아침 그녀를 집
마저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는 영화 속 니체의 말은 그저
앞까지 태워다준다.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영화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낯설지만 익숙한 첫 만남을 덤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소 판타지적으로 구성되어 인
덤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첫 만남은 오래 전
물의 의식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를 혼란스럽게 느낄지도
그 바닷가에서 이루어졌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왜 서로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 또한 우리가 사랑을 하며 느
를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둘은 오래 전 그 바닷가에서의
끼는 많은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 지금 사랑을 고민하는 이
첫 만남 이후 서로의 다른 성격에 끌려 사랑을 키웠다. 하지
들과 또 사랑을 떠나보내고 가슴 아파 본 이들에게 <이터널
만 우리나라 이혼사유의 대다수가 그렇듯, 성격차이를 감당
선샤인>은 떠난 이의 빈자리에 드리우는 무심한 햇살처럼
하지 못한 둘은 대부분의 연인들처럼 이별의 길을 걷는다.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빈자리를 추억
그럼에도 사랑하는 클레멘타인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조엘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더 시린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은 조금 이른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들고 그녀가 일하는 서
MONDE FILM
31
감독 : 제리 주커 출연 : 데미 무어, 패트릭 스웨이지, 우피 골드버그, 토니 골드윈 장르 : 로맨스, 드라마
MONDE FILM
32
The Ghost(1990)
불멸의 사랑 : ★★★★ 무속신앙 : ★★★★ 오글오글 : ★★★★☆ 초자연도 : ★★★★
죽음 이후의 세계. 많은 종교들은 사후 세계를 말하고 있
저 유혹하려 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샘이 오다메를 이
지만, 누군가는 죽음은 곧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라고 말
용해 칼의 횡령한 돈을 빼돌려 버리자 칼은 돈을 내놓지
하기도 한다. 귀신 그리고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해서는 수
않으면 몰리를 살해하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거지같은
많은 생각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차치하자. 사후세계에 대
前친구 놈으로부터 사랑하는 몰리를 지키기 위한 샘의 사
한 당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초자연 로맨스’ 그 두 번
투가 시작된다.
째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하지
자! 이쯤에서 아직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당신이라면 고개
만 조금은 생소한 원제를 가진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를 갸웃거리고 있을 것이다. <사랑과 영혼>하면 그 유명한
The Ghost)이다.
O.S.T <Unchained melody>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사랑과 영혼>의 원제는 말 그대로 귀신이다. 맞다. 귀신이
웃통 벗은 패트릭 스웨이지와 절정의 미모를 가진 데미 무
나온다. 주인공 샘(패트릭 스웨이지)은 월스트리트의 성공
어의 도자기 신을 상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애절한 로맨
한 젊은 금융가다. 그는 미친 미모의 도예가 몰리(데미 무
스는커녕 살인, 음모, 횡령이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어)와 뉴욕에서 행복한 동거 생활을 막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다. 물론 <사랑과 영혼>은 미친 듯이 달달한 로
그 행복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샘은 몰리와 심야 데이트
맨스다. 샘이 죽어버리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 이후의 영화
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죽는다.
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한 한 귀신의 처절한 사투(?)
그렇게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어버린 샘은 자신을 죽인
를 담고 있다. 로맨스라면 로맨스고, 드라마라면 드라마다.
그 자가 여전히 몰리 곁을 맴도는 것을 목격하고 괴한의 뒤
하지만 또한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그것도 굉장한
를 쫓는다. 그리고 샘은 귀신으로서 미행 아닌 미행을 통해
압력으로 시공간을 오그라들게 할 것 같은 1990년의 CG
알아낸 괴한의 정보를 점쟁이 오다메(우피 골드버그)를 통
를 대동한 미스터리 스릴러 말이다.
해 몰리에게 전달한다. 몰리는 샘의 절친한 친구인 칼(토니
하지만 <사랑과 영혼>은 귀신이 된 한 남자의 전할 수 없는
골드윈)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조사를 부탁한다. 칼은 귀
사랑을 스릴러 라인 곳곳에 놓아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
신으로부터의 전언을 황당해 하지만 몰리의 부탁을 무시할
신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연인에게 샘은 사랑을 고백하
수 없어 마지못해 괴한의 집으로 찾아간다.
고, 진실을 외친다. 살아생전 해주지 못했던 “사랑해.” 한
칼의 뒤를 따라 함께 괴한의 집에 방문한 샘은 경악을 금
마디가 이젠 그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귀신과 인간의 사
치 못할 상황과 마주한다. 자신을 죽인 그 괴한을 사주한
랑이지만 어찌 보면 곁에 두고서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
인물이 바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 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고, 돌아선 뒷모습에 열렬한 고백을 쏟아내는 우리의 모습
것이다. 생전에 샘이 금융 구조가 이상하다며 조사를 시작
과도 닮아있다. 우리는 오늘만 산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
하자 칼은 자신의 횡령혐의를 덮기 위해 결국 샘을 죽음
고, 내일은 오지 않은 오늘이다. 우리의 사랑도 역시 오늘
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칼은 자신이 빼돌
에만 살아있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랑은 오늘이 아
린 돈을 완전히 꿀꺽하고 샘을 잃고 충격에 빠진 몰리마
니면 고백할 수 없다는 말이다.
MONDE FILM
33
감독 : 김대승 출연 : 이병헌, 이은주, 여현수, 홍수현 장르 : 멜로/로맨스
MONDE FILM
34
번지점프를 하다(2000)
윤회설 : ★★★★ 번지점프 : ☆ You’re the only one : ★★★★ 초자연도 : ★★★☆
흔히 진정한 사랑을 노래하는 삼류 로맨스 소설에서나 볼
극한의 상황에 던져놓는다. 고등학교 교사와 제자, 더군다
법한 생을 넘나드는 단 하나의 사랑. 그것이 존재한다면, 우
나 사회적인 편견에 꽁꽁 묶인 동성애 관계다. 하지만 영
리는 이미 전생에 열렬히 사랑했던 누군가를 또 다시 사랑
화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비판을 거센 목소리로 해내거나
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자연
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에서 인우가 사랑하는 대상의 성별
로맨스’ 마지막 영화는 바로 이런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의 대상이 오로지
런데 이를 어쩌나. 다시 태어나봤더니 둘 다 남자다. 12월
한 사람 ‘태희’라는 것이다. 17년 전, 인우에게 오는 길에
의 세 번째 어떤, 영화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태희. 그리고 17년 전, 태희의 영혼을
1983년, 서인우(이병헌)는 비가 퍼붓던 어느 날, 자신의 우
가지고 태어난 현빈. 인우는 현빈의 성별과 나이를 넘어 오
산 속으로 뛰어 들어온 여인 인태희(이은주)에게 첫눈에 반
로지 ‘태희’라는 사실 하나로 자신의 사랑을 접지 못한다.
한다. 그리고 잠시 스쳐간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인
환생과 사랑. 어찌 보면 3류가 되기 쉬운 구태의연한 설정
우는 그녀가 자신과 같은 학교 학생임을 알게 된다. 그 날
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는 단 한 순간
이후 인우는 아예 태희의 학과로 등교하며 그녀 곁을 맴돈
도 3류의 자리로 내려가지 않았다. 사랑이 주는 고통에 몸
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로에게 끌린 인우와 태희
부림치는 인우의 내면을 영화는 오로지 ‘보여’ 준다. 글도
의 사랑은 더욱 무르익어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CC들이 그
말도 아닌 카메라 고유의 방식 그대로 그저 보여만 주고 있
렇듯 이들도 군대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우는 훈
다. 그렇기에 환생이든 동성애든 모든 것이 한 남자의 사
련소로 가는 기차역에서 태희를 기다리지만, 태희는 나타나
랑이라는 측면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귀결이 영화의
지 않는다. 하염없이 태희를 기다리던 인우는 결국 홀로 기
종반부, 태희의 기억을 떠올린 현빈과 단 한 사람만을 사랑
차에 몸을 싣고, 둘은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하는 인우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들을 애틋한 사랑의
2000년, 입대와 함께 사랑을 잃었던 인우는 어엿한 가장이
순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자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우의 가슴 속
환상적 요소와 운명론적 사랑으로 무장한 <번지점프를 하
에는 태희가 남아있다. 그런 인우에게 17년 전의 그 날처럼
다.>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함께 거대하지만 잔잔한 여
삶을 뒤흔드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17살의 풋풋한 고등학
운을 남기고 있다. 영화 내내 쌓아온 감정의 덩어리가 아
생 임현빈(여현수). 태희가 갖고 있던 버릇, 태희가 했던 질
주 자연스럽게 산화하는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추
문, 태희가 하던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는 이 남학생의 등
운 겨울 날, 이따금씩 찾아오는 우울함에 가슴을 내어주는
장에 인우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정신과 상담까지
당신이라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과
받아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상담 결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굳이 사랑이 주는 우울함
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형적인 이성애자다. 그럼에도
이 아니었을지라도, <번지점프를 하다.>가 주는 감정의 산
여전히 인우는 현빈을 사랑한다.
화효과는 순간이나마 당신의 가슴을 시원하게 비워줄 것이
<번지점프를 하다.>는 단 한 사람만을 향해 뛰는 심장을
라고 생각한다.
MONDE FILM
35
꽃보다
마이클 패스벤더
EDITOR 이경빈
이번에도 역시 에디터의 사심을 100% 반영해 마음대로 골랐다. 요즘 들어 관심을 받고 있는 ‘핫’하고 잘난 배우를 소개함과 동시에 소위 말하는 ‘덕질’을 본격적으로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코너. 오늘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은 올해 <프랭크>에서 열연을 보여준 마이클 패스벤더 되시겠다.
이름: 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 출생: 1977년 4월 2일 (독일) 키: 183cm (그러나 저주 받은 비율로 인해 훨씬 더 작아 보일 때도 있다.) 학력: 런던드라마센터 데뷔: 2001년 HBO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비정상적인 캐릭터 마이클 패스벤더의 출연작들을 보면, 정상적으로 나오는 역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교도소에서 단식투쟁과 불결투쟁을 벌이 다 사망한 실존인물부터 시작해, 24시간 욕구에 사로잡혀 이중생활을 하는 섹스 중독자, 금속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 는 돌연변이, 그리고 노예들을 거칠게 다루기로 악명 높은 대농장의 지주까지 역할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도 패스 벤더는 한 캐릭터에서 다음 캐릭터로의 변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성공해낸다. 이런 성공은 그의 연기 철학으로부터 시작된다. 패스벤더는 인터뷰를 통해 관객에게 답을 찾아 떠먹여주는 식의 역할은 맡 기 싫다고 밝혔다. 인간은 원래 복잡한 생물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동안은 굳이 도덕적인 한계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고. 일례 로 <노예 12년>에서 패스벤더가 보여준 노예들을 가축 대하듯 하는 지주의 모습은 정말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로 잔인하다. 이렇게 관객의 질타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서는 패스벤더의 노력이 있기에 그의 연기 가 더 호평 받는 것이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스티브 맥퀸의 페르소나 마이클 패스벤더를 소개하는 데 감독 스티브 맥퀸이 빠질 수가 없다. 패스벤더의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작품인 <헝거 >(2008), 그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발산한 <셰임>(2011), 그리고 그를 탑 스타 반열에 올린 <노예 12년>(2013)의 뒤에는 전 부 스티브 맥퀸이 있었다. 하지만 같이 만든 작품이 많다고 페르소나라고 칭할 수는 없는 것. 스티브 맥퀸과 마이클 패스벤 더는 감독과 배우를 넘어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고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동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맥퀸은 패 스벤더가 평소에는 정말 남자다운 남자지만 연기할 때 표출되는 특유의 여성성이 자신의 작품세계와 잘 맞는다는 칭찬을 아 끼지 않았다. 맥퀸의 특기는 육체적인 고통의 한계점을 시험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시각화하는 것인데, 관객의 입장에서 봐도 이 복잡한 정신 상태를 담아내기에 패스벤더보다 더 적합한 배우가 없다. 2006년에 신인으로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이제는 둘 다 영화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활발하게 일하고 있으니, 둘의 케미스트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MONDE FILM
36
트리비아(trivia) 외의 이모저모(라고 쓰고 사이버 스토킹이라고 읽는다) 1. 마이클 패스벤더의 어머니는 아일랜드인, 아버지는 독일인이라 남성적이고 각진 외모는 아버지로부터, 반전매력의 포 인트가 되는 아일랜드 억양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2. 데뷔작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배경이 미국이다. 이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 패스벤더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배우 인 제임스 맥어보이를 알게 됐는데, 쉬는 시간에도 배우진 전체가 역할에 충실하려고 미국 발음을 쓰다 보니 맥어보이 는 패스벤더가 미국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미국 발음, 영국 발음 가릴 것 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패스벤더는 가히 능력자라 할 만하다. 3. 연기한 배역들 중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는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였는데, 이 역을 맡겠다고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머니와 누나 때문이라고 한다. 둘 다 원작의 광팬이라 그들을 위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4. <셰임>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노출신이 플롯상 분명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긴 하나, 몇몇 사람들은 배보다 배꼽을 찾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조지 클루니가 2012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서 “마이클, 자네는 두 손을 뒤로 하고 골프를 칠 수 있을 거야.”라는 폭탄 발언을 남겼다. 5. 자신의 독일인 성향은 질서를 지키고 싶어하는 반면 아일랜드인 성향은 모든 걸 어지럽히고 싶어한다고 종종 얘기 한다. 6. 자신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어색하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처럼 객관적으로 영화를 바라보지 못하겠고 자기 잘 못들만 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이런 인간미 넘치는 배우 참 매력 있다. 7. 한국에서는 웃으면 감출 것 없이 다~ 드러나는 치아 때문에 “치아 부자”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본인은 별 명을 듣고선 이해를 못해 엄청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상어와 패 스벤더의 웃는 얼굴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MONDE FILM
37
영화 속 비틀즈 코드 믿거나 말거나, 평행 이론!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 - <군도: 민란의 시대>(2014) EDITOR 이수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간만의 복귀작이였던 <장고: 분노의 추적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큰 흥행으로 성공가도에 오른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 두 영화는 모든 것을 쏙 빼닮았다. 19세기 미국, 노예였던 장고가 최 고의 총잡이가 되고 지구 반대편 조선에서는 백정이던 도치가 최고의 도적이 된다. 타란티노 감독의 팬이라면 <군도: 민란 의 시대>를 보며 무언가 어디서 많이 봤다고 느꼈을 법. 그런 당신의 찝찝함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겠다. 두 영화의 소름 끼 치는 평행 이론을 찾아보자.
1. 제목 구성의 일치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와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제목이 비슷하다. 하나의 단어가 아닌 부제가 붙은 제목 구성도 유사할 뿐만 아니라 영화 제목이 함축적이지 않고 정확하게 이 영화가 다루는 내용을 보여준다는 점에 서도 비슷하다.
2. 시작 장면의 일치 <장고>와 <군도>는 영화 시작 장면이 매우 유사하다. 둘 다 황폐해진 들판 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갈색 빛이 지배적인 시작 장면은 마치 두 영화가 앞 으로 보여줄 평행 이론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장고>에선 황토색 배경에 감 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촌스러운 빨간색으로 나와 영화의 장면을 아주 노골적 으로 방해한다. 마찬가지로 <군도>역시 황토색 배경에 촌스러운 빨간색 글씨 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이는 이전 한국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노 골적인 등장인물 소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장면의 배경이 되는 서 부풍의 음악조차 비슷하다.
MONDE FILM
38
3. 주인공의 일치
(1) 장고와 도치 장고는 흑인 노예다. 부인인 브룸힐다와 함께 농장을 도망치다 백인들에 게 걸려 인력 시장에서 헐값에 팔려 나가게 되고 브룸힐다와도 생이별을 겪 게 된다. 백인 노예거래상에게 끌려가던 중 그는 닥터 킹 슐츠에 의해 ‘스카 우트’ 당한다. 도치 역시 조선 시대 가장 낮은 계급인 천민 중 가축을 도축하는 백정이다. 그는 가장 천대 받던 계급으로 냄새를 풀풀 풍기며 파리를 꼬고 다닌다. 하 지만 악역 조윤에게 용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본 땡추에 의해 역시 ‘스카 우트’ 당한다.
(2) 닥터 킹 슐츠 - 땡추
닥터 킹 슐츠는 치과의사지만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한다. 그는 현상금이 걸린 백인 노예 거래상을 찾아 사살하여 그 시체에 대한 현상금으로 벌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고의 아내를 찾아주는 일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끔찍하게 혹사당하는 노예들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등, 늘 돈보다는 정 의를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또한 장고의 재능을 알아보고 장고를 최고의 총 잡이로 훈련시킨다. 땡추 역시 원래 직업은 스님이지만 지리산을 기반으로 한 도적들의 우두머리 로 활동한다. 그는 백성들을 착취하는 탐관오리를 공격하여 그들을 엄벌하고 관아에 쌓여 있는 곡식을 백성에게 돌려주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그 역시 도 치의 재능을 알아보고 도치를 최고의 칼잡이로 키운다.
(3) 캘빈 캔디 - 조윤 캘빈 캔디는 할리우드 최고의 미남이라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는 미시시피 주에서 가장 많은 영지를 차지하고 있는 농 장 캔디 랜드의 주인이다. 그는 자존심과 고집이 센 다혈질의 농장주로 묘사 되며 장고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장고와 대립하게 되는 인물이다. 조윤은 우리나라 대표 미남인 강동원이 그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유사하 다. 조윤은 캘빈 캔디와 마찬가지로 대대로 내려오는 부를 세습하여 전라도 나주에서 가장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는 부호이다. 조윤은 자존심이 세고 욕심 이 많아 갓 태어난 자신의 조카를 죽이고 부를 단독으로 세습하고자 한다. 하 지만 그 과정에서 조윤을 죽이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도치와 대치하게 된다.
MONDE FILM
39
4. 컨셉의 유사성 <장고>와 <군도>는 주인공이 속한 군단(gang)이 적을 공격하는 컨셉에서도 평행선에 위치해 있다. <장고>에서 장고와 닥터 킹 슐츠는 항상 적에게 접근 하기 위해 상황극을 펼친다. 그들이 브룸힐다를 구출하기 위해 캘빈 캔디에게 접근할 때에도 그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캔디가 좋아하는 만딩고(노예 싸움) 파이터를 거래하러 온 자들인 척 연기한다. <군도>에서 지리산 군단 역시 늘 상황극을 펼쳐 적에 접근한다. 도치가 합 류된 후 첫 장면에서 그들은 떼죽음을 당한 관료들로 분장하여 지나가던 무 관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조공물을 훔친다. 또한 그들이 아이를 구출하러 조 윤에게 접근할 때도 무관으로 분장하여 조윤의 집에 침입하는데 성공한다. 5. 폭력의 해학적 해석 타란티노 감독의 대표적인 특징은 폭력과 살인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는 점 인데, <장고> 역시 그 특유의 해학적 표현이 담겨있다. 장고가 브룸힐다를 때 린 브리틀 삼형제에게 복수하러 그들을 죽이는 장면은 그 상황과 달리 심각 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어디서 샀는지도 모를 만큼 촌스러운 파란색 옷을 입 은 장고는 아주 당당한 자세로 그들을 만나는데, 촌스러운 배경 음악마저 장 고의 그 모습을 민망하고도 웃기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가 슐츠 박사와 장고를 덮치는 장면도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그들의 상 징인 하얀 두건의 구멍이 눈 위치와 맞지 않아 버둥버둥 거린다. KKK라는 그 당시 극악한 폭력 집단조차 타란티노 감독 손에선 유머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그런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해학적 해석을 빌려온다. <군도> 에서 도치가 긴 훈련 끝에 도적으로서 첫 등장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멋있지 도 마블의 슈퍼 히어로마냥 으리으리하지도 않다. 주인공이자 영웅임에도 불 구하고 도치는 대머리에 얼굴에 온통 눈이 묻은 아주 못생긴 모습으로 하품 을 하며 나타난다. 그는 “깨끗한 머리통”이라고 불린다. 이게 어디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별명이겠는가. 또한 조윤의 부하들이 도치의 집을 급습해 도치와 그 의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장면도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부하들은 허술하고도 인간적으로 표현된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하나 못 죽이고 그 앞에서 진땀을 뻘뻘 흘리며 온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라니! 윤종빈 감독은 분명 조윤 의 명령에 따라 도치를 죽이러 온 자들조차 사실은 명에 따를 뿐 한낱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란티노 감독은 모든 그의 영화에서 피가 장렬하게 튀는 것을 좋아한다. 죽음을 과장되게 해석함으로써 그 허구성과 오락성을 높이는 것이 다. 장고가 브리틀을 죽일 때 그의 피는 촥- 하고 하얀 목화밭에 튄다. 윤종 빈 감독 역시 이 요소를 실험적으로 시도한다. 도적들이 탐관오리의 목을 밸 때 그 초점은 피에 맞춰지고 그 피는 화면 가득히 촥- 하고 튄다.
MONDE FILM
40
6. 주인공의 수련과정 장고는 브룸힐다를 찾기 위해 닥터 킹 슐츠와 함께 현상금 사냥을 떠난다. 그 는 이전 농장에서 도망간 죄로 아내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봐야 했고 그런 장고를 위해 슐츠 박사는 다른 곳으로 팔려간 아내를 찾아 주겠다 고 한다. 장고의 삶의 목적은 오직 그의 부인 브룸힐다이다. 그는 하얀 눈밭 에서 홀로 총 연습을 한다. 눈사람에 병을 꽂아 놓고 그는 끊임없이 총을 쏘 는 연습을 한다. 오직 그의 아내를 위해서. <군도>의 주인공 도치 역시 조윤이 보낸 부하들의 방화에 의해 어머니와 여 동생의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이는 그를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도치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조윤에 대한 복수심으로 지리산 도적단에 합류한다. 장 고가 총 연습을 하던 하얀 눈밭과 비슷하게 도치는 초록색 대나무 숲에서 홀 로 검술을 연습한다. 대나무에 몸을 묶고 훈련을 하는 그는 자신 때문에 죽어 야 했던 어머니와 여동생을 생각한다. 7. 친절한 감독님
두 영화의 또 하나 공통점은 작품 해석을 관객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는 점이다. 혹여나 관객이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놓칠까봐 두 감독 님은 친절하게 장소와 시간을 자막으로 알려준다. 타란티노 감독은 장고와 닥터 슐츠가 영화 내용상 제 2막인 캘빈 캔디를 찾아갈 때 그 장소의 변경을 가득 찬 자막으로 알려준다. <군도>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군도>를 본 혹자 들은 뜬금없이 우측에 나타나는 자막들이 그 흐름을 깬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친절한 감독님의 안내일 뿐이다. 8. 말 타고 퇴장
마지막 장면까지 두 영화는 평행선에 놓이는데, <장고>와 <군도> 모두 그들 의 싸움이 끝난 뒤 장고는 브룸힐다와 함께, 도치는 아이와 함께 말을 타고 떠난다. 두 영화 모두 그렇게 목적을 이룬 후 말을 타고 유유히 떠남으로써 완벽한 주인공의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영화 <군도>는 하정우부터 강동원까지 화려한 출연진과 윤종빈 감독이라는 보증된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같 은 시기에 <명량>이 개봉했으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흥행 실패는 그 영화의 우수성과는 별개의 가지일 뿐, 영 화 <군도>는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타란티노적 요소들이 많이 실험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윤종빈 감독이 한국의 타란티노로 불릴 수 있을 때까지 추후 작품에서도 그의 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기대해본다.
MONDE FILM
41
Break into Screen <Before Sunrise>(1995)-<Before Sunset>(2004)-<Before Midnight>(2013)
EDITOR 김도영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랑은 변한다. 사람 사이에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고, 그래서 사랑은 움직인다.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이 바뀔 수도 있다. 나는 <Before>시리즈를 보며 이러한 사랑의 움직임을, 나만의 상상 속에서 주인공 셀린느가 되어 경험해 보았다. 내 마음은 변했지만, 여전히 제시를 사랑하고 있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당신을 본 순간 한 눈에 반했어요’, ‘당신을 보자마자 빠져든걸요’, ‘I have a crush on you.’ 처음 본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느낀 두근거림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고 동 트는 순간 을 바라본, 그 추억은 잊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영원함을 약속하 지 않기에 역설적이게도 서로의 가슴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MONDE FILM
42
유럽 여행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로망이며 낭만이다.
고, 나의 예상처럼 미국인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식사를 하
여행 중에 소매치기를 당하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노숙자들
며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나의 부모님
에게 돈을 뺏기기도 하지만, 지난 실수와 사고조차 추억으로
의 양육태도와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우연적인 만남은 그가
남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바로 매 순간 느꼈던 아름다움과
비엔나에 도착하면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돌
경이로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뭉클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와 나에게 하룻동안의 여행을 함께 하자며 제안했다. 나
뭉클함이란 여행 중 마주친 사람일 수도, 거리를 돌아다니며
는 나의 직감을 믿고 그가 건넨 손을 잡고 함께 내렸다. 우리
관찰한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우연한 만
는 하루 종일 여기저기 발 닫는 데로 돌아다니며 기차에서보
남으로 인해 맺은 한 사람과의 인연은 남은 생애 절대 잊지
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우리 둘은 눈빛으로, 입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된다.
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술집에서 와인과 잔을 훔
나는 영화 <Before Sunrise>에서 평생 내 가슴 속에 남을,
쳐, 공원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와인과 함께 서로를 음
누군가와의 하루를 보냈다. 나는 여정을 마치고 고향 파리로
미하였다. 하지만 동이 트면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나 현
돌아가기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 편안한 귀가길이 되길 원했
실로 돌아와야 한다. 설렘과 긴장감, 그리고 사랑이라 느꼈
던 것과는 달리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 부부의 말다툼으로 인
던 것들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서로를 붙잡고 싶었
해 푹신한 의자는 어느새 가시방석이 되어 있었다. 결국 그들
고, 결국 다음 날을 기약했다. 6개월 뒤 이곳에서 만나기를…
의 소음을 참지 못한 나는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 옆 좌석에
6개월 후, 나는 지금 그를 만날 생각에 부푼 마음 억누르며
는 내 또래의 남자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내 착
다음 날을 기다린다. 그런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각이라 여기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나에게 독일
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처음으로 느낀 진정한
인 부부의 대화 내용을 아냐며 영어로 물었다. ‘미국인인 듯
사랑이었고 그랬기에 더 붙잡고 싶었지만 결국 나는 기회를
한데…’ 그의 질문으로 우리는 잠깐 동안 대화를 했다. 무
잃었다. 과연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언가 잘 통하는 느낌은 나만 들었을까? 그의 이름은 제시였
MONDE FILM
43
Before Sunset 재회할 수 없는 누군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당신의 달콤한 잠자리에 스며들었지만 그 꿈에서 깨어 마주친 현실 속 비참함에 가슴이 저민 적이 있는가? 혹은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을 의미 없게 만드는, 다른 누군 가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에도 잊혀지지 않는,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마음이 머무를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석양이 지기 전 그와 다시 만난다면 가슴 속 품은 사랑을 내보일 것인지 혹은 숨길 것 인지의 두 선택지가 당신 앞에 놓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유럽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를 꼽으라면 파리
위에서 우리는 지난 9년 간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
를 고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다. 그는 결혼을 했고, 현재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은 파리의 모든 거리, 꽃집, 카페 그리
다. 그런데 그는 결혼하기 전 나로 인해 많은 고민을 했고,
고 센 강 위 다리들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파리
출산 후 그와 아내는 서로에게 무심하다고 했다. 나는 그의
를 다녀온 뒤에는 그리움의 후유증 또한 크다고 한다. 그리
이야기를 듣고 나 뿐만 아니라 제시 또한 불행했다는 사실을
움의 잔상이 짙은 그 도시에서 만약 사무치게 그리웠던 사람
깨달았다. 서로가 없는 인생이었기에 불행했던 것만 같았다.
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는 내가 만든 노래를 듣겠다며 집으로 따라 들어왔다. 무
나는 영화 <Before Sunset>에서 제시와 재회하였다. 제시
언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
는 그와 내가 주인공인, 그리고 우리의 추억이 소재가 되는
는 그와 다시 사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애 딸린 유부남
소설을 냈다. 이 소설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나
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곳, 이 시각, 무엇보다도 제시와 함
는 9년간 잊을 수 없었던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가 유
께 있는 나는 행복했다. 그의 눈빛은 그 또한 그러함을 말해
럽의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마지막으로 파리 셰익스피어 컴퍼
주는 듯 했다. 나는 그와 함께 가고 싶었다. 그 길이 계속 평
니 서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탄하지 않고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맹수를
서점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며 생각했다. ‘9년 동안 생긴 주
만나 겁에 질리기도 하고, 혹은 너무나도 힘든 여정에 지치는
름 빼고는 변함 없구나.’ 그는 마지막 질문에 답하다 나와
순간이 오더라도 말이다. 지금 그와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그
눈을 마주쳤다. 그는 인터뷰를 끝낸 뒤, 나에게 비행기를 타
리움은 지난 9년보다 더욱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그 길
기 전 시간이 있으니 대화를 하자고 했다. 내가 자주 가는 르
을 선택하지 못한 나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퓌르 카페에서 그리고 관광객들만 탄다고 생각했던 유람선
Before Midnight 당신의 한밤중은 어떠한가? 술로 밤을 새도 다음 날 1교시에 출석하는 대학생에게는 어쩌면 가장 활발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 나 나이가 들어 30대, 40대가 된다면, 아마 자정이 다가올수록 피로도 함께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피곤하여 침대에 누우면 막 상 잠이 오지 않아 한참 뒤척이다 잠에 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3~40대의 한밤중이며, 인생에서도 그리고 사랑에서도 마찬가 지다. 점차 뜨거웠던 사랑의 온도는 식어갈 것이고 반대로 아이들에게 붓는 열정은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다 서로에게 지쳐 결 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설레고 두근거리고 뜨거운 종류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가슴 속 깊이 사랑을 담고 살아가는 부부는 아마 사소한 다툼 후 알게 될 것이다. 서로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그리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왔
어긋나게 했다. 바로 제시의 아들, 헨리였다. 제시는 헨리 또
던 푸른 마을, 산토리니? 페르세폴리스 신전? 하지만 카르
한 우리의 딸들과 함께 키우고 싶었지만, 전처가 제시를 혐
마딜리 마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 예상된다.
오하기에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우리가 시카고를 간다면, 그
카르마딜리 마을은 남부 그리스의 작은 마을로 아름다운 석
곳에서 헨리를 더 돌봐줄 수 있을 테지만 내 직업을 포기하
양이 유명한 곳이다. 그 곳의 해변을 거닐며 석양을 보게 되
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다퉜고,
면 지나온 인생을 거슬러 갈 수 있다고도 한다. 영화<Before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해변으
Midnight>에서 나는 제시와 함께 이 곳을 거닐어 보았다. 9
로 나왔다. 얼마 후 그는 나를 따라 나와 미래에서 온 내가
년 전,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결국 나는
편지를 보냈다며 되지도 않는 상황극을 했다. 나는 “우리는
쌍둥이를 가지게 되었다. 제시는 순탄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
너의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며, 이제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을 접었고,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
라며 소리질렀다. 그러자 제시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당신
이었다. 쌍둥이 딸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뻤
도 어린 아이들처럼 동화에 살고 싶은 거군. 난 당신을 웃게
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서로 많이 지치게 되었다. 그는 늘
하려고 이러는 것이지, 되돌리려고 낑낑대는 줄 안다면 오산
소설을 쓰느라 바빠 아이들을 돌봐줄 여력이 없었으며, 결국
이야.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이게 진정한 사랑이야.” 그렇
그에 대한 불만들은 쌓여갔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의 휴가
다. 시간이 흐른 것을 부정하려 하고, 끊임없이 설레고 두근
로 그리스 카르마딜리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곳에서 나의 화
거리는 사랑만을 원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3류 소설에나 등
는 조금씩 누그러졌다. 우리는 골목길과 해변을 걸으며 지난
장할 내용이다. 우리의 삶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었
18년 동안의 서로를 회상했다. 평소에는 양육에 매달리느라
고,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비로소 그날 밤
대화가 부족했고, 아침에 오로지 둘만 깨어나 서로를 느낄
에서야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의 풍파 속에 깎
수 있는 날도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의
여 모양이 변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선물로 둘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금 사랑을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느끼는 것.
확인하려 할 때쯤, 나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우리 사이를
MONDE FILM
44
MONDE TRAVEL
45
캐나다 로키산맥 대자연 앞에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캐나다는 넓은 나라지만, 로키산맥을 빼고는 캐나다를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캐나다 브리 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 뉴멕시코 주까지 4,800km에 걸쳐 뻗어있는,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운 대표적인 융기산맥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산맥. 한반도의 남북 길이가 약 1,100km 인 것을 감안하면 감히 상상할 수도, 해본 적도 없는 그런 곳. EDITOR 박수현
MONDE TRAVEL
46
MONDE TRAVEL
47
1
밴쿠버에서 버스를 타고 재스퍼로 향하는 내내 창밖에 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여행을 하는 동안, 그들은
이는 것은 자연, 말 그대로 자연뿐이었다. 이런 곳에 어떻
물살에 뒤로 밀려났다가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조금 나
게 도로가 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을 정도로, 사람의
아가기를 반복했다. 강가 곳곳에는 오르다 지쳐 죽은 연
손길은 조금도 닿지 않았을 것 같은 태초 그대로의 웅장
어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 속도로 오를 수는 있을까, 아
함과 아름다움이 그 곳에 있었다. 입이 벌어지고 가슴이 콩
니 애초에 대체 왜 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는 걸까. 세찬
닥거리는 절경에 내가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다. 거대한 산
물살과 소용돌이, 심지어 폭포까지 뛰어넘어 도착한 그
맥에 압도당했기 때문인지, 그 앞에 서있는 나의 무력함을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깨달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짐작할 수도 없는
여행 중 계속되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이 무뎌지다가
긴 시간을 살아온 대자연은 눈 앞에서 나를 두렵게 하기에
도, 에메랄드 빛 호수와 마주하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
충분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
각에 빠지게 된다. 그 중에서도 레이크루이스는 유네스
를 들이대 보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카메라 프
코가 지정한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로 지정되었을 만
레임 안에 담을 수 없음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큼 아름답다. 양쪽에 늘어선 거대한 산맥들과 그 사이에
이곳에서는 야생동물들과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순
끝도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의 나라. 눈으로 보고도 믿
해 보이지만 위험한 뿔을 가진 엘크, 로키의 최
강자이
기 힘든 그 신비로운 색깔은 빙하가 녹아 호수가 되었
지만 뒤뚱거리는 모습이 귀여운 곰, 위태롭게 절벽을 오
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했다. 365일 차가운 곳에서부터
르는 산양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생겨난 따뜻한 색깔의 호수. 역설적이어서 더 신비로웠
연어였다. 소설에서나 읽던, 노래에서나 듣던, 흐르는 강물
던 그 곳은 나의 시간을 잠시 멈출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들이 ‘정말로’ 있었다. 그들은 정말
1.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의 아사바스카 빙하언덕. 2. 연어들이 지나
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들
가는 강. 3. 차를 타고 지나가던 도중 만난 야생 엘크.
은 굉장히 느렸고, 지쳐 보였다.
4. 아사바스카 폭포. 5.레이크 루이스.
MONDE TRAVEL
48
2
3
4 5
사람들만으로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살았던 내게 로키 산맥은 야생이었다. 그곳에서 사람은 주인도, 먹이사 슬의 꼭대기도 아니었다.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두려 움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가리라 마 음먹었다. 여행객들은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고요함 에 둘러싸여 다시 한번 두려움에 떨고 싶다. 새로운 세 계에 대한 기대감이 두려움을 마비시키는 것, 그것이 여행의 매력일 테니 말이다.
MONDE TRAVEL
49
영화순례 영화를 따라 걷는다. 영화를 따라 보고 듣는다. EDITOR 최익중
영화순례, 영화를 느끼는 새로운 방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화에도 여행에도 적당히 미쳐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 중 하나로서, 필자는 가끔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하곤 했다. 영화를 따라 발견하는 새로운 장소, 새 로운 맛, 새로운 사람들. 첫 영화순례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 의 배경, 북촌이다.
‘북촌방향’은 처음으로 접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지방에서 교수생활을 하 다 오랜만에 서울을 찾은 성준(유준상)이 겪는 5일간의 일들이 영화의 주된 이 야기이다. 탄탄한 스토리나 감동적인 이야기, 화려한 시각적 자극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이 영화는 묘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특별함이 넘쳐흐르던 스크 린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일상적임, 그 일상적임은 모순적이게도 너무나도 낯 설고 불편하다. 흑백화면에 뭐 하나 정해진 것 없이 유유하게 흘러가는 이야 기는 적당히 즐거우며 슬프다. 마치 우리 일상처럼, 담백하게.
영화순례의 철칙은 한가지이다. 그 곳이 어떤 곳이든 간에 영화의 첫 장면 이 나오는 장소에서 순례를 시작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장소에서 순례 를 끝내는 것. 그러나 첫 순례에서 나는 이 철칙을 지키지 못했다. 배가 너 무 고팠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곳은 영화에서 성준이 찾아 간 고갈비집이다. 종 로2가 사거리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좌측에 ‘피맛골(避馬골) 주 점촌’ 이라 적힌 간판이 보인다. 간판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허 름한 식당과 술집들이 줄지어 있는데, 고층 건물이 즐비한 주변과는 사뭇 다 른 모습이다. 그 중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는 식당이 바로 고갈비집이다. 제 대로 된 간판도 없지만 전봇대집, 고갈비집 등으로 불리며 50년 이상 그 자 리를 지켜왔던 곳이라 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백발의 할머니께서 푸근한 미소 로 반겨주셨고 벽에는 긴 세월을 보여주듯 낙서가 즐비했다. 자리를 잡고 앉 으니 아무런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처음이냐 물으시며 막걸리 한 대접과 생 선구이를 주셨다. 고갈비라하여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임연수어 구이가 나왔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생선의 담백한 맛에, 시골의 양 조장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잘 익은 막걸리가 곁들여지니 저절로 눈이 감기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식당의 허름한 분위기에 음식의 맛이 곁들여 져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겨운 정취를 가져다 주었다. 순례의 첫 단추는 너무나도 성공적이었다.
MONDE TRAVEL
50
MONDE TRAVEL
51
생
선그릇과 막걸리 잔을 비우고 늦게나마 내 철칙을 지키기 위 해 영화의 첫 장면을 찾아 나섰다. 인사동을 지나 북촌으로 가는 길목엔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감고당길이 있
다. 이름도 풍경도 너무나도 예쁜 곳이었다. 느티나무가 울창한 운치 있는 돌담길을 지나면 새마을금고가 하나 보이는데, 그곳이 영화의 첫 씬의 배 경이다. 특별할 것이 없는 길이었지만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그곳의 지명 이 ‘소격동’ 이라는 것이다. 서태지가 소격동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 ‘참 신기한 노래 제목이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지명의 이름일 줄이야. 어린 시절 이곳에 살았다고도 하니 별것 아니지만 괜히 신기했다. 영화의 장면과 비교해 보니 영화를 촬영했던 4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이었다. 벽돌담이 있던 곳은 미국의 화장품 전문 업체인 KIEHL’S가 들어 서 있고, 고즈넉해 보이던 길의 곳곳에는 카페가 들어와 있다. 10년 전의 소격동은 어땠을까, 너무 늦게 이곳을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며 잠시 생 각에 빠졌다가 다시 발길을 옮겼다.
영화와는 상관없이 북촌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삼청동 거리와 북촌한옥마 을이다. 언제나처럼 삼청동 거리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와 로드샵들 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삼청동 거리를 지나다보면 옆으로 좁은 돌계단이 보이는데, 돌계단을 올라 높은 곳에 서면 삼청동의 거리와 북악산 자락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관망할 수 있다. 조금만 더 발길을 옮기면 북촌 8경중 하나이며 사람들이 북촌 한옥마을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 올리는 ‘가회동 골목길’이 있다. 이 아름다운 길들을 뚜벅뚜벅 걸으며 결 심한 것이 하나 있다. 내 절대 다음에는 홀로 이 길을 걷지 않으리. 내 손 엔 차가운 카메라가 아닌, 따뜻한 온기가 함께하길.
MONDE TRAVEL
52
영화의 인물들이 가장 자주 가는 술집이 하나 있다. 그들은 5일간의 이야 기 중 3일 밤을 ‘소설’이라는 곳에서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눈다. 실없다가도 때로는 철학적인, 딱 우리네 술자리같이. 가회동에 위 치한 그곳의 이름은 실제로도 ‘소설’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음식점이나 술집은 실제로 감독 자신의 단골집들 이라고 한다. 원래는 술 집이고 점심시간엔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골목을 돌아돌아 가 다 보면, 그 끝에 나무와 집이 분위기 있게 어우러져 있는 소설이 보인다. 영화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이번 영화순례지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이미 많이 걸었던 터라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했다. 도착한 시간은 다섯 시 즈음. 나의 기대를 비웃는 양 소설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 다. 2시까지가 점심시간이고 8시까지는 문을 열지 않는단다. 슬펐다. 김 첨지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이 났다. “괴상하게도 오늘은 처음부터 운수가 좋더니만......”. 창문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북촌방향 포스터를 뒤로한 채 영화의 마지막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는 막바지로 접어들며 특유의 몽롱한 느낌을 점점 더해간다. 팬이라 며 성준의 사진을 찍는 여자(고현정)와 렌즈를 바라보는 성준의 표정, 영 화를 보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특유의 줌인과 묘한 노래가 뒤섞 여 그 몽롱함의 정점을 찍는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곳이지만 그래서 특 별했던 그 자리에서 성준처럼 얼이 빠진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보았다. 나 의 첫 번째 영화순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미 몇 번 찾아간 북촌이지만 영화를 따라 거닌 그 곳에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맛,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순례는 언제나 그곳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면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망설이지 말고 영화순례를 떠나자.
53 MONDE TRAVEL
EDITOR 장이슬
동해안, 겨울맛 기행 1번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꼭꼭 여미고 목도리를 휘감은 사람들을 보니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도달했음 을 실감한다. 아무리 중무장해도 칼 같은 겨울바람은 공격을 멈출 줄 모르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우리는 뜨끈하게 덥혀진 방 한구 석으로 점점 숨어들어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추운 겨울에는 그저 따뜻한 방에 누워 귤 여러 개 까먹는 것이 최고라고. 하지만 우리 네 선조들도 더위를 더위로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했듯이 겨울에도 이한치한(以寒治寒) 해보는 건 어떨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 로 나와 폐부 깊숙이 차가운 겨울 공기를 들이마시고 새하얀 설경을 바라보는 순간 당신은 겨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이 런 그들에게 조심스레 겨울을 온 몸으로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눈으로 한 번, 그리고 입으로 한 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풍부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포항의 과메기부터 영덕 울진의
지형에 따라 기후의 차이가 나타난다.’ 중, 고등학교 지리 교
대게, 삼척의 곰치국까지 벌써부터 입 안 가득 바다를 품은
과서를 들춰보면 한 번 이상은 꼭 나오는 말이다. 즉 지형적,
것 같다. 이 별미들은 그냥 먹어도, 반찬으로 먹어도 손색없
계절적 다양성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이런 다양한 계절과 지
는 맛이지만, 안주나 해장용으로 즐길 때 그 진가를 발휘한
형적 특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각양각색의 제철 별미를 제
다. 당신이 애주가라면 더욱더 겨울 동해안으로 발걸음을 옮
공한다. 특히 겨울의 동해안은 스산한 날씨를 무색하게 하듯
겨야 할 이유다.
곰치국의 원조, 삼척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세 시간 반쯤 달리다 보면 차창 밖
어부들이 추운 겨울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포구에
으로 새파란 바다의 풍광이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바다 볼
서 그물 말리는 일을 할 때 언 몸을 녹이려고 국으로 만들어
일 없는 서울에만 있었던지라 정신없이 창 밖 풍경을 감상하
먹었던 것이 곰치국의 기원인데 동해안에서는 주로 잘 묵은
다 보니 어느새 삼척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근처 관광
김치를 함께 넣어 푹 끓여냈다. 이런 동해안의 곰치국은 삼척
안내소에 들러 책자를 챙긴 후 삼척항으로 이동했다. 초겨울
이 원조로 유명하다. 못난 외모와는 달리 곰치국의 속살은 숟
의 삼척항은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다. 가끔 서둘러 찾아
가락으로 퍼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묵은지와 함께 끓
온 몇몇 사람들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부두에 서서 삼척항을
여내 칼칼하고 시원한 것이 숙취 해결에는 그만이다. 부드러
잠깐 둘러본 뒤 곰치국을 먹기 위해 정해둔 식당으로 발걸음
운 살점과 다르게 껍질은 미끄러운데 처음 먹어보면 그 질감
을 옮겼다. 식당에 도착해 주문한지 10여 분이 채 지나지 않
이 마치 콧물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두세 번 계
아 곰치국이 나왔다.
속 먹다 보면 물컹물컹한 질감에 익숙해지다 못해 어느새 껍
곰치국. 말 그대로 곰치라는 생선을 주재료로 해서 끓여낸 국
질 부위를 찾아 젓가락을 휘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이다.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잡히는 이 생선을 부르는 말은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다양하다. 서해에서는 잠뱅이 물잠뱅이, 남해에서는
곰치국의 해장 효과가 입소문을 탔는지 옛날에 흔하게 볼 수
미거지 물메기, 동해에서는 곰치 물곰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
있었던 곰치는 어느새 전국의 애주가들이 찾는 별미가 되었다.
라 사람들이 생김새가 못난 것에 ‘곰-’자를 붙였던 것을 생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니 가격이 그리 싸지만은 않았다.(한
각해보면 곰치의 생김새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입
그릇에 12,000원) 그렇다고 동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다
이 뭉툭하게 튀어나온 데다 살도 물컹물컹해 옛날 고기잡이배
향 가득한 곰치국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에 곰치가 걸리면 나룻가에 다시 버렸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곰치가 많이 잡혀 버리기 아까워 거둬먹기도 하던 음식이었다.
MONDE TRAVEL
54
MONDE TRAVEL
55
곰치국 한 그릇과 밥 한 공기로 주린 배를 채웠다면 이제 주변
대게의 맛은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크기보다는 살이 얼마나
관광지를 둘러볼 차례다. 삼척은 작은 도시라 교통이 불편해 이
단단하게 찼느냐가 중요하다. 대게 잡이를 오랫동안 해서 잔뼈
동하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추암 해수욕장에 있
가 굵은 어부들은 눈대중만으로도 살이 단단한지 아닌지를 구
는 촛대바위는 꼭 한 번 보러 가길 추천한다. 추암 촛대바위는
분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은 보통 대게를 뒤집어
정확한 행정구역상으로는 동해시에 위치해 있지만 삼척시와 동
배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경도를 확인함으로써 물게인지 살
해시의 경계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촛대바위는 바다에서 솟
이 제대로 찬 게인지 알 수 있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단단한
아오른 형상의 기암괴석으로 그 모양이 촛대와 같아 촛대바위라
것이 좋은 게고 물렁물렁한 느낌이 들면 살 대신 물이 차 있을
불린다. 전설에 따르면, 추암에 살던 한 남자가 소실을 얻은 뒤
가능성이 높다.
본처와 소실 간의 투기가 심해지자 이에 하늘이 벼락을 내려 남
식당에 들어가 대게를 주문하면 가위와 젓가락 길이 만한 꼬챙이
자만 남겨놓았으며, 이때 혼자 남은 남자의 형상이 촛대바위라고
를 하나씩 준다. 밑반찬으로 입가심을 한 후 푹 쪄서 나온 대게
한다. 이곳은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해 매년 1월 1일에는 각지에
의 다리를 한 손으로 잡고 가위로 잘라 꼬챙이로 속살을 파먹으
서 몰려온 사람들로 넘쳐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환선굴, 대금굴,
면 게살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게 다리를 모두 먹었다면 마지
죽서루, 해신당 공원 등 유명한 관광지가 많이 있으니 여유가 된
막으로 게 몸통에 남은 내장과 공기밥을 함께 비벼 먹으면 대게
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의 참맛을 모두 맛보게 된다. 대게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적기는 늦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라고 하니 2월 즈음에 울진을 방 문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마침 2월 말에 울진 후포항에서
대게의 고장, 울진 삼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진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대게의 고장 울진으로 향했다. 울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나서야 마침내 대게의 산지 후포항에 도착했다. 항 구에는 한창 대게와 각종 해산물을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북적였 다. 당일 새벽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차가운 겨울바람 사이로 따스한 햇살 한 줄기가 바 닷물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할 일을 마친 게잡이 선박들은 항구 에 정박되어 넘실거렸다. 후포항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대게를 맛 보러 근처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게를 파는 여러 식당들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한 마 리 당 5,000원에서 30,000원 사이로 다양했다. 흔히 대게하면 ‘큰 대(大)’와 ‘게’를 합성한 단어로 ‘큰 게’라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올바른 뜻이 아니다. 대게의 ‘대’는 ‘대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몸통에서 뻗어 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동해안 전 역에서 자라지만 특히 울진과 영덕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 이유는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곳에 있는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에 대게가 집중적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잡이가 이루어지는데, 영덕과 울진의 배 모두 이곳 에서 대게잡이를 한다. 그 중 울진의 배가 더 많은 양을 잡아오 지만 사람들에게는 울진 대게보다는 영덕 대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영덕이 울 진보다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하기 편리한 입지에 위치해 있어 영덕으로 대게를 반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에 있어서 울진의 대게나 영덕의 대게나 별다른 차이는 없다.
대게 축제도 열리니 말이다.
MONDE TRAVEL
56
Tip. 1. 삼척과 울진을 여행할 때 자가용이 없다면 교통편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시내버스보다는 시외버스로 이동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울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후포항으로 갈 때는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2. 겨울 내일로 일정에 울진을 넣고 싶다면 안동에서 하루를 보낸 후 시외버스를 이용해 울진까지 이동할 것을 추천 한다. 만약 삼척을 방문하고 싶다면 강릉에서 바다열차를 이용해 삼척역까지 가거나 강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삼척으
MONDE MUSIC
57
EDITOR 이혜우
Y 나는 너를 듣는다.
OON JONG SHIN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 천고마비, 독서, 전어, 단풍 그리고 윤종신의 노래.
윤종신 하나, 그의 10가지 단상
1. 올해 나이 마흔 여섯. 태어난 해도 왜 하필이면 69년생인지…
5. 사실 윤종신은 전문적으로 작곡가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
세 아이의 아버지답다.
에 편곡은 대개 그가 발굴해낸 음악노예의 손을 거친다. (1대는 유
2. 아티스트 위주의 소속사 미스틱89의 수장이다. 미스틱은 그가
희열이었다고)
감명 깊게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미스틱 리버’에서 왔
6. 그는 해피 투게더 야간매점 18호 메뉴로 아내의 이름을 딴 ‘군
다. 뒤의 89는 그가 데뷔한 89년도를 의미한다.
산미라밥’을 등록하기도 했다. 군산미라밥은 크림소스리조또같은
3. 최근 윤종신 스타일 모음이 돌아다닐 정도로 그의 스타일이 꽤
메뉴로 우유에 체다치즈와 청양고추를 조금 넣고 끓이다가 밥과 양
훌륭하다. 헤어스타일, 안경테를 비롯해 본인의 감각인지 모르겠지
파, 버섯 등을 넣고 졸이면 된다.
만 일반 여자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보급형이지만 정우
7. 윤종신의 4집 이름은 ‘공존’이며 이는 팬클럽 이름과 동일하다.
성 소리가 나오니 말 다 했다.
8.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에는 ‘희열이가 준 선물’이
4. 015B의 객원 보컬로 가수 생활을 먼저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
라는 노래가 있다. 그는 결혼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한밤
곡과 작사에도 손을 뻗치게 되는데 예능을 시작하기 전에는 정통
중에 유희열을 찾아가서 피아노 한 곡만 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
발라더로 훨씬 더 유명했다.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에 벌써 정규앨
다. 그 때 즉흥적으로 쳤던 곡이 바로 이 노래다.
범이 두 자리 수가 된다.
9. 윤종신이 라디오스타에서 밝힌 것으로 아들 라익이에게 일주일
4-1. 그가 객원보컬을 시작했던 015B의 멤버들은 명문대 출신의
내내 똑같이 ‘오늘 유치원에서 뭐 배웠어?’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
수재들에 곡도 참 잘 썼다. (무한궤도에서 故신해철이 탈퇴하고 남
다. 이에 다섯 살 된 라익이는 “뭘 했겠어. 그냥 색종이 접고 그러
은 멤버로 만들어진 그룹이 015B) 그는 한 예능프로에서 데뷔 이
는 거지 뭐.” 라고 대답했다고.
후 15년간은 015B의 열등감 속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그 때의 콤
10. 그가 생각하는 가장 잘 쓴 가사는 ‘환생’이고, 가장 아끼는 노
플렉스를 그는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래는 6집에 수록된 ‘나의 이십대’ 다.
MONDE MUSIC
58
MONDE MUSIC
59
윤종신 둘, 우리의 시간을 기억할 노래
요즘 너무도 많은 노래의 가사가 의미 없는 반면, 윤종신의 가사는 곱씹을수록 맛이 난다. 루시드폴, 이소라는 가사를 한편의 시처럼 쓰지 만, 윤종신의 가사는 매우 현실적이다. 현실적이기에 더욱 뼈에 사무치는 그의 발라드는 소중하다. 일상을 환기시키는 그의 가사는 치과, 택시, 무심코 바라본 방의 벽지에서도 나온다. 또 그의 전매특허 푸드송은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내일 할 일
말꼬리
내일 할 일은 다름아닌 이별이다. 소리 내어 부르기만 해도 막막해
남겨진 사람의 처절한 독백이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
오는 이별을, 내일 볼 영화를 골라놓고 너와의 추억을 정리하면서
한다는 너에게 나는 대답한다. ‘너만큼 사랑하지 않았었나
준비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아무리 준비했어도 정말 너무도 힘
봐. 나는 좀 덜 사랑해서 널 못 보내. 가슴이 너무 좁아. 떠나
들다는 것.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 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깊은 사랑 내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 표정
겐 없으니.’
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사랑의 역사
1월부터 6월까지
100일 중에 99일을 잘해도 단 하루 못하면 무너지는 게 사랑
너를 만난 1월부터 우리가 헤어진 6월까지의 기록이다. 시간이 지
이라는 것. ‘설렘은 무뎌져 가고, 자꾸만 구속이라 느껴져 가
났어도 그녀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기억할 만큼 애틋한 마음이 남
고. 가끔 떠올리던 이별 미뤄둔 숙제처럼 그 짧은 하루에 이
았기 때문에 문득 마주친 너의 흔적 앞에 무너져 버린다. ‘내 인생
별을 해낸다’
한번도 그녀를 이긴 그 어떤 누구도 만난 적 없었죠’
환생
나이
너를 만난 이후 이름도 못 외는 그 노래를 알고, 전철 안에 예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세월이라는 사포에 갈려 배워가는 것. 그러
쁜 사람을 거들떠도 안보는, 오 놀라워라 그댈 향한 내 마음!
나 한 편으론 또 다른 고민들이 겹치고 겹쳐 굳은 살이 박히는 것.
‘우리 어머니가 젤 놀라요. 우선 아침 일찍 깨어나 그대가 권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해주던 음악 틀죠. 뭔지 잘 몰라도 난 그 음악이 좋아요. 제목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도 외기 힘든 그 노래’
마지막 말 할까봐’
윤종신 셋. 그댄 여전히 멋있는 사람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서 그는 누구보다 음악에 대해 순수한
윤종신은 예능활동 이외에도 미스틱89의 소속가수의 앨범을 프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의 심사는 애정이 저변에 깔
듀싱하고 동료가수들에게 계속해서 곡을 주고 있다. 그의 시간은
린 냉정함이다. 발전을 위한 따끔한 충고는 사이다가 따로 없다. 더
정말 하루, 24시간이 아닌 것만 같다. 우리도 역시 그와는 다른 의
군다나 본인의 노래를 멋지게 리메이크한 후배들의 열정에서 겸허
미로 바쁘게 무언가를 쫓거나 쫓기면서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그
하게 본인을 되돌아 볼 줄 아는 정말로 멋진 뮤지션이다.
의 느린 발라드는 큰 위로가 된다. 때문에, 윤종신의 노래들이 크 게 히트하진 못해도 꾸준해서 참 고마운 이유다.
2010년 4월부터 시작된 월간 윤종신은 올해 벌써 5년을 맞았다. 지난해는 Repair 앨범으로 그 동안 본인의 내놓았던 곡들을 직접
자,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을 보며 되려 슬픔을 느끼는 이 계절의 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또 신진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앨범
이러니와 닮아 있는 윤종신의 노래를 듣자.
자켓을 구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웹툰 ‘회색도시’, 무라카미 하 루키의 신작 ‘여자없는 남자들’을 모티브로 한 노래들을 내놓고 있 다. 계속해서 진보하는 월간 윤종신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페이스 북, 트위터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고, 이를 통해 디지털 싱 글이라는 영리한 방법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비록 방법은 빨라졌 지만 그의 감성은 변함이 없고 되려 감각은 날이 섰다.
MONDE MUSIC
60
61
MONDE MUSIC
Take A Look Around 2 지구촌 뉴스 속 지진아들; 70s’ Skinheads / EDITOR 김정재
60년대에서 70년대로, 모드에서 스킨헤드로 스킨헤드. 우리는 그들을 하릴없이 텔레비
지난 호를 읽은 분들은 허접하게 소개해드렸던 모드라는 청년들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전 뉴스를 틀다 보면 가끔 나오는 ‘지진
그때 잠시 말했던 것 같은데, 모드 청년들 중 대다수는 공장 등에서 노동을 하는 평범한 청
아’들로 알고 있다. 유색인종, 그 중 특히
년들이었다. 모드 문화는 그들에게 일과가 끝난 후, 혹은 주말에 한 번씩 아껴뒀던 비싼 옷과
아시아인이 유럽에서 구타를 당하거나 심
스쿠터를 꺼내 타고 음악 클럽에 쏘다니는 문화였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듯, 60년대 중
지어는 살해를 당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
반 쯤 한참 기세가 꺾이던 모드는 마치 동방신기의 팬클럽 마냥 양 갈래로 갈라지게 됐다.
이 발생하면 자료 화면과 함께 만인의 용 의선상에 오르는 1순위 집단. 이 오해와
한 쪽은 말하자면 패션 피플의 성격을 띤 ‘피콕 모드’라는 청년들이다. 그들은 ‘모드는 정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젊은이들이 인종차
이지!’ 정신을 고수하며 모드의 스타일에 집착하던 쪽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거친 녀석
별의 아이콘이 된 역사와 그들이 사랑한
들, ‘하드 모드’였다. 이들에게 긴 머리는 공장 노동에는 방해물, 싸움판에서는 잡히기 좋은
음악에 대해 조금 알아보도록 하자.
약점이었다. 그래서 머리는 빡빡 밀어버렸고, 평소 작업복으로 입던 남방, 청바지와 멜빵, 그 리고 워커를 일터 밖에서도 고수하며 그들의 스타일로 삼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세간 사람들은 후자의 그들을 ‘빡빡머리’로 구분하게 됐고, 이내 이 하드모드가 ‘스킨헤드’라는 이름을 달고 모드를 잇는 전혀 새로운 문화로 거듭난 계기가 된 다. 60년대 후반에는 너무 유행한 나머지 사실 당시엔 스킨헤드와 별 상관없었을 록밴드들마 저 스킨헤드 차림을 했을 정도였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름이 바뀌었다고 그들의 뿌리가 바뀌 진 않는다. 여전히 그들은 모드로부터 시작된 청년들이니 모드가 갖던 특징들을 속속들이 이 어갔다.
MONDE MUSIC
62
Skinhead Dem A Come 중간 제목을 보면 이상한 영어 같은 문장이
와 워커 부츠만큼 아끼고 즐기던 스카와 레
잡아도 백인이 절반 이상이었다. 딱히 흑인이
있다. 짧은 상식으로 말씀드리자면 자메이카
게이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내용적으로 공감할 수 가 없으니 열정도 시들해졌던 것이다.
식 영어다. 좀 더 자세하게는, 영국의 스카/ 레게 뮤지션인 Symarip의 곡 제목이다. 왜
스킨헤드는 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
뜬금없이 그런 소릴 하냐고? 스킨헤드는 자
킨헤드 레게를 많이 듣곤 했다. 대표적인 아
그렇다고 스킨헤드가 안 듣고 못 배기던 자메
메이카에서 온 흑인 이민자들과 뗄레야 뗄 수
티스트가 시머립(Symarip)과 데스먼드 데커
이칸 음악을 끊었을 리 없다. 70년대 후반으
없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도 흑형들
(Desmond Dekker)이다. 음악의 명칭만 봐
로 넘어가며 펑크라는 엄청난 문화가 생겼고
을 동경하듯, 스킨헤드 이전의 모드 시절부터
도 알 수 있듯 스킨헤드와 뮤지션 간의 유대는
영국 코번트리 지역을 중심으로 스카와 이 펑
영국 청년들의 흑인음악에 대한 동경이 쭉 있
꽤 끈끈했다. 특히 Symarip은 Skinhead
크록을 섞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렇게 탄
었다.
Dem A Come, Skinhead Girl등 스킨헤드
생한 음악이 바로 투톤 스카(2 Tone Ska)
문화와 관련된 것, 혹은 그들의 관심사 등 공
다. 본래 관악기가 주를 이루던 자메이카의 1
모드는 사실 재즈 음악을 듣던 문화 (Modern
감을 많이 살 수 있는 음악을 써내며 많은 지
세대 스카와 달리 2세대 스카인 영국의 투 톤
Jazz를 듣는 애들이라며 사람들이 moder-
지를 받았다.
스카는 관악기보다는 전자 오르간에 좀 더 많 은 비중을 뒀다. 템포는 물론 영국의 젊은이
nist라고 불렀던 게 시작) 에서 발전한 것이 고, 이후에도 R&B, 스카, 레게, 록스테디 등
하지만 레게의 인기는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
들답게 더 빨라졌고, 메시지도 영국 젊은이
흑인 뮤지션 위주의 음악과 관련이 있었다.
했다. 갑자기 이유 없이 질려버린 것은 아니
들의 고민이나 불만에 관한 것들이었다. (2
그 바로 뒤를 잇는 스킨헤드 역시 백인과 흑
고, 흑인이 주를 이루던 스킨헤드 뮤지션들이
Tone이라는 이름은 이 2세대 스카 뮤지션들
인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어찌 보면 백인 청
흑인의 투쟁과 민족주의에 대해 다루기 시작
이 소속된 2 Tone Records에서 따온 것.)
년들의 관심이 더 높아 보일 정도로 잘 어울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걸 듣는 스킨헤
려 다니던 문화였다. 단적인 예가 그들이 맥주
드는 영국의 청년들이었지 않나. 아무리 낮게
MONDE MUSIC
63
Who the Fxxk are Racists?! 보았듯이, 스킨헤드는 흑인과 백인이 같은 정
문화 전체를 인종차별과 네오나치 사상을 부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이 글을 보며 스킨
서를 공유하던 움직임이었다. 그러던 문화
추기는 못된 녀석들로 포장했다. 오히려 이런
헤드의 길에 들어서고 싶은 분들 중에 스킨헤
가 어쩌다가 인종차별의 아이콘이 된 것일까.
잘못된 보도가 극우 사상의 스킨헤드에겐 동
드의 정신이나 옷차림 등을 배우려고 인터넷
1960년대 후반 영국으로 잠시 눈길을 돌려
기부여로 작용해 다른 유럽은 물론 북미까지
으로 검색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스킨헤드
보자. 이 때 영국 일대에 반(反)인도-파키스
퍼져나갈 불을 지펴준 꼴이 됐다고 보일 정도
들은 예전부터 옷이나 신발 끈, 멜빵 등의 색
탄 계 증오범죄가 젊은이들의 사회현상처럼
였다.
깔로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곤 했다. 요즘 에는 그런 현상이 많이 드물어졌다고는 하지
일어났는데, 몇몇 스킨헤드 청년이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 이
그러나 자신이 속한 문화가 부정적으로 비춰
만 아직 지켜지고 있는 것도 있다. 바로 흰색
것이 계기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1970
지길 바랄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그건 50여
부츠 끈이다. 아직도 극우/인종혐오 스킨헤
년대 초반, 정치적 움직임과는 아무런 관련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훗날 스킨헤
드는 부츠의 끈을 흰색으로 착용하고 있다고
이 없던 스킨헤드 문화가 조금씩 영국의 극우
드가 펑크문화와 연결되면서 많은 스킨헤드
하니 혹시라도 외국에서 만나거든 피하고, 국
단체 등과 연관되기 시작했고, 이렇게 스킨헤
들이 영국 내의 극우 스킨헤드와 급진 스킨
내에서 그러고 다니는 사람 있으면 비웃어 주
드 문화는 단기간에 말 그대로 ‘망하기’ 시작
헤드 모두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도록 하자.
했다.
에선 SHARP; Skinheads Against Racial Prejudice 라는 반인종차별 스킨헤드도 조직
물론 대다수의 스킨헤드가 그런 것은 아니었
됐다. 지금까지도 미디어와 미꾸라지들이 싼
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음악과 문화에 일일이
똥에 고생 중인 선량한 스킨헤드도 많지만,
태클을 걸던(혹은 걸어오고 있는) 기성 미디어
갈 길은 좀 더 남은 듯 보인다.
는 이들을 싸잡아 ‘스킨헤드’라고 지칭하며
MONDE MUSIC
64
You’re Wondering Now z앞에서 잠깐 말했듯, 스킨헤드 문화는 좀 더
2014년 New Generation Of Ska라는 우리
어받은 또 다른 뮤지션들이 있음은, 언젠가는
늦은 70년대에 함께 발생한 펑크 문화와 결
나라 최초의 스카 음악만을 위한 페스티벌이
스카음악의 네 번째 파도도 일 것이라는 기대
합했다. 많은 스킨헤드가 펑크 문화에 흡수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한국 씬에도 앞으로 밝
에 찬 예상도 할 수 있게 한다.
된 것이다. 이 모드의 후계자들을 흡수한 펑
은 앞길이 있음을 보여줬다. 스카, 그리고 스킨헤드 문화는 이렇듯 춤추
크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드에게 된통 당 하고 묻혀버린 록커의 후계자들에 가까웠다.
투 톤 무브먼트를 이끌던 스페셜스는 최근까
고, 노래하고, 맥주를 마시며 젊은이들이라면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남겨진 스킨
지도 활발히 활동했다. 2000년대에 재결성
누구나 갖고 있을 고민과 불안함을 잠시 옆에
헤드는 자신들의 뿌리이던 모드로 돌아가거
해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갔고, 스페셜스
내려놓을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미디어의
나 축구 훌리건이 됐고 이도저도 되지 못한
의 오랜 팬이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스페
오해(인지 의도된 무식함인지)로 인해 스킨헤
청년들은 앞서 말한 루드 보이와 같은 불량
셜스의 무대에 함께 오른 바 있다. 젊은 시
드라는 문화 자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배 갱스터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스킨
절 스킨헤드의 일원이었던 중년들부터 본인
많은 수는 사실 펑크 문화의 일부가 되다시피
헤드들이 듣던 스카 음악도 펑크록의 일부가
들이 음악하던 때엔 태어나지도 않았을 오늘
했고, 다른 누군가들은 다시 모드의 모습으
됐다. 앞에서 말한 3세대 스카가 바로 미국의
날의 젊은이들까지 이들의 무대에 열광했다.
로 돌아가거나, 훌리건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펑크 부활기 당시 한 몫 톡톡히 한 스카 펑크
또 2013년 북미투어에 나선 스페셜스는 시카
너무 갑자기 그 본래의 뜻이 훼손돼 아쉬운
다.
고, LA 등의 굵직한 도시들에서 매진을 기록
문화이지만, 결국(싸움을 일삼았던 것을 제외
하며 샤프한 턱선은 줄었지만 밴드는 아직 건
하자면) 일 열심히 하고 저녁엔 음악 들으면
우리나라에서도 킹스턴 루디스카, 스카썩스,
재함을 과시했다. 지금은 스카가 뭔지도 잘
서 놀던 여느 시대의 청년들과 다를 바 없었
레스카 등의 밴드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모르는 시대이고, 레게는 연예인이 하는 특이
을 것이다. Skinhead Dem A Come!
레이지본 역시 재결성하며 한국 스카 음악 씬
한 음악처럼 인식하는 때이다. 하지만 시대를
에도 다시 한 번 활력이 생겨나고 있다. 또
풍미했던 주인공들이 건재하고, 그 음악을 이
음을 音乙 담소 談笑
우리는 수없이 많은 기성 가수들을 우리의 핸드폰과 각종 매체 등을 통해 만나보곤 하지만, 그 들이 우리 세상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아직 막 발을 떼기 시작했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고 기대되는 뮤지션들을 만나본다. 노래하는 새들의 대화 ‘음을 담소’, 엿들 어 보자.
‘자유로움’과 ‘솔직함’이라는 수식어에 충실한 23살 후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장려상입상 듀오 ‘영원’의 작곡가 안혜원.
어떤 음악을 하는지부터 소개해 달라. 첫 질문부터 어퍼컷이다. 그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딱히 장르를 가릴 필요는 없지 않나. 내 내면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음악, 그렇게 다른 사람도 공감하게 하는 그런 음악들을 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이기적인 음악.. 내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 은 스타일을 그때그때 찾아서 하기 때문에 장르는 정해 놓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에 좀 더 자주 듣는 음악이거나, 아주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음악이 있지 않나. 요즘은 시규어 로스 같은 음악. 원래 시규어 로스라는 밴드를 잘 몰랐다. 그냥 새로 나온 신보 같은 것들을 찾아서 듣기 좋은 것은 구매했다. 구매를 해놓고 MP3에 방치시켰는데 어느 날 임 의재생을 시켰을 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이 나왔는데 너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빠지게 됐다. (잠시 후 이 분이 나에게 MP3의 플레이리스트를 꺼내 보여줬는데, 정말 없는 장르가 없다. 태 국 팝가수까지 듣는다.)
MONDE MUSIC
66
이번에 낼 음반에도 그런 스타일 곡이 실리나? 그렇다.
몇 곡 들어가는 앨범이고, 언제 쯤 나오나? 세 곡 들어간다. 완벽하게 완성 되는 건 12월 말 쯤일 것 같다. 앨범 자켓이나 부클릿 같은 것도 만들어야 되니까.
앨범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 싱글인지, 데모인지... CD는 비매로 찍을 것이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할 때(주: 안 혜원은 올해 졸업반) 동기들이랑 스승님들께 나눠드리려 한 다. 싱글이긴 싱글인데, 하나의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이게 안혜원이다’라고 말하는 포트폴리오.
곡 작업하는 과정을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매체로 공개하
가사랑 악보까지 같이 냈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하
는 편인가.
자며 당연 떨어졌다고 여겼는데, 이틀 뒤 쯤 합격했다고 연
아니. 그런 공개는 안 한다. 완성이 되지 않은 것을 공개한 다는 게 부끄러워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경력이 있다. 대회 전후로 에피
락이 왔던 것이 기억난다.
그걸 보고 뽑은 건 아닐까. 아, 상황대처능력을?! 그랬을 수도 있겠다.
소드 같은 게 있는가. 2인조로 참가했는데, 원래 2인조로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
그런데 이번에 낼 앨범은 왜 혼자 작업하게 됐는가.
데 그 친구 보컬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기 사주면서 같이
그 친구가 너무 바빠서. 아직 학생이라 학교생활도 있고,
참가하자고 했다. 팀 이름도 유영진의 ‘영’이랑 안혜원의
학교 특성상 지방에 몇 번씩 내려갔다와야 하는 일도 있고
‘원’ 한글자씩 따서 영원이라고 지은 것이다. 거의 접수 마
한 탓에 혼자 하게 됐다.
감일에 가까워서 급ㅉㅉ하게 준비하느라 하루 만에 곡 쓰 고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 다 하고 접수해서 어떻게 1차 는 합격했다.
그런데 2차는 직접 연주를 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학생 이어서 연습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연주를 하게 돼 노래 부르는 친구가 가사를 수도 없이 틀리고 다 꾸며서 불렀다.
앞으로는 같이 활동할 것인가. 그 친구만 여유가 된다면 앞으로도 같이 할 것 같다.
비매품으로 제작한다면 온라인으로는 들을 수 없 는 건가.
센트 마음에 들 수 없다. 그래서 더 좋게 만들어 보 려고 자꾸 다시 다듬으려 하는데, 그 욕심을 억누 르고 “자, 이제 완성이야!”하면서 만족하며 곡 작
음원 사이트에도 풀 것이고 사운드클라우드나 유
업을 매듭짓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잡념이
튜브 같은 매체로도 풀 것 같다. CD를 비매로 제
끼는 거. 곡은 구성조차 다 완성이 안 됐는데 갑자
작하는 것은 3년 동안 같이 학교 생활한 동기들,
기 사운드 질감이 걱정된다거나 하면서 집중을 엉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께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 목
뚱한 곳에 해버리게 되면 골치 아프다. 그러다가
적뿐인 것이다. 유재하 입상하게 된 것도 있고, 감
교착상태가 되면 곡 버리고.
사한 마음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밥을 사거나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가사 있는 음악을 쓸 때는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
이쪽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에 쓰는 편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악상을 떠올리는가.
곡을 쓸 때 곡에 코드를 다 쓴 다음에 가사를 쓰 고, 마지막에 그에 맞는 멜로디를 붙인다.
때마다 다르긴 한데, 건반을 아무 생각 없이 두드 리고 있을 때 많이 떠오르는 편이다. 일상 생활에
멜로디가 없는 상태에서 가사를 쓰면 어렵지 않나.
서 떠오를 때는, 자기 전이나 버스 타러 가는 길 같
운율이나 리듬도 생각이 안 돼 있을 텐데.
이 기록할 만한 아무런 채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 에서 떠오를 때가 많다. 주제가 잡혀 있는 상태에 서 쓴다면 주제에 맞는 멜로디가 떠오르고 거기에 가사 넣고 그런 식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내 방에서 곡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앉아 있어야 곡 이 나오는 편이다. 그리고 데드라인에 몰려있을 때.
그 때가 인간의 창작력이 최고조일 때인 것 같다. 그렇지.
곡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자신의 곡은 아무리 다시 만지고 다듬어도 100퍼
어려운 것도 없고, 더 다듬을 필요도 없었다. 최근 발견한 나의 특징이다. 그냥 직관적으로 나온다. 오 히려 멜로디를 써놓고 가사를 붙이면 서로 안 맞아 서 박자가 밀리거나 해서 한 쪽을 포기해야 해서 너무 싫었다.
주변의 음악가들은 어떤 성격인가. 일단 다들 감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신선한 소재로 음악적인 시도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론 유쾌한 음 악을 하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나의 신나는 감정을 그대로 곡으로 표출 하는 것, 예를 들면 내가 피자가 좋아서 피자가 좋다는 곡을
MONDE MUSIC
68
쓰려고 하면, 그렇게 직설적으로 쓰거나 자신의 감 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을 좀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에 유재하 대회에 서 철학과 전공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 은 소곱창이 너무 좋아서 소곱창이라는 노래도 만 들었더라. 생각해 보라. 우리 동기 중에 ‘소곱창’ 이라는 곡을 지을 친구가 얼마나 있겠는가.
아이돌이면 왜 안 될까. 음악을 한다면 음악가로서 좀 고민하고 고생하는 시기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공식 질문. 앞으로 음악가로서의 목표는? 돈 많이 버는 것.(웃음) 농담이고, 내 음악을 가능 한 한 많은 사람들이 많이 듣는 것. 많이, 진짜 많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느냐에 따라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달라서.. 롤 모델이라면 윤종신. 아마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가지는 감성도 변해가 기 마련일 텐데, 윤종신은 지금 창창한 20대 뮤지 션들과 비견해도 중년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 로 신선한 감성을 가지고, 매월 월간 윤종신을 발 표하고 있다. 다들 말로는 “정말 힘든 일일 거야.” 라고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는 실감할 수 없을 정 도로 힘들 것 같다. 신선한 감성을 매 달 한 곡씩 담아낸다는 게 너무, 너무나 대단한 것 같다. 너무, 너무.
공식 질문 1번이다. 나중에 자녀가 음악을 하겠다 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아이돌 을 한다면 말릴 것이다. 그런 것만 아니라면, 아이 가 재능이 있고 너무나 하고 싶어 한다면 시켜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기 때문에 강하게 말릴 생각 은 없다. 그리고 내 자녀가 있을 때 내가 어느 정도 성취했느냐에 따라서도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 다.
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도 들 었으면 좋겠다. 그게 돈도 많이 버는 길 아니겠나. (웃음) 그렇게 내 감정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공 유하는 게 목표다.
MONDE MUSIC
69
Critique
2014년 가요계 정리 추억의 가수들과 함께한 순간들
결국 올해도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은 유효했다. 복고적인 트렌드가
서태지가 랩댄스 음악을 보편화시킨 90년대 이후부터 주류 음악 시
계속 유행하다보니 더 이상 팔아먹을 과거가 남아는 있는지가 궁금했
장은 10대·20대 소비자 위주로 구조가 재편되었다. 그전까지는 트
지만 우리는 또다시 이러한 현상과 마주쳤다. 우리는 끊임없이 재가공
로트나 포크송같은 성인가요의 영역이 있었지만 90년대를 기점으로
된 추억을 사들였고 여전히 그것에 듬뿍 취해있다. 다만 이제는 계속
이러한 영역은 완전히 ‘몰살’되었다. 대중음악시장은 점점 더 커져갔
된 추억 마케팅에 의해 우리는 과거의 것을 소비함으로써 느끼는 쾌
지만 역설적으로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계층의 범위는 거꾸로 축소되
락에 조금씩 둔감해져가고 있다. 따라서 과거를 대중에게 되파는 방
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수많은 가수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온 것
법 역시도 점점 더 교묘해지고 더욱더 짙은 농도의 중독성을 함유하
은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30대 이상의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불러들
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올해는 추억의 뮤지션들이 무대로 대거 복
인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어쩌면 이제는 콘서트장에서 수유실과 어린
귀하면서 직접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노골적인
이 놀이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장해서 말
방식의 복고 열풍이 있었다.
한다면 이들의 재등장은 근 20년 동안 세대 간에 단절되었던 음악적 취향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G.O.D
이와 관련된 올 한해의 가요계 트렌드를 정리하자면 봄바람 부는 3
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거짓말’은 10대들에게는 영원히 빅뱅의 노
월, 이선희의 15집 컴백으로 시작해서 임창정, 플라이투더스카이를 거
래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무한도전에서 준비하는 <토요일, 토
쳐 G.O.D와 함께 여름을 보냈고 그리고 서태지가 늦가을과 초겨울을
요일은 가수다>라는 특별기획이 괜스레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아이유가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로
890년대의 추억의 가수들을 한데 모아 공연을 하고 가수들을 잘 모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고,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가 지원
르는 젊은 관객으로 평가를 해서 순위를 정하는 무대를 준비한다는
사격을 하는 형국이었다. 중요한 것은 공백 기간이 상당해서 대중들
것인데 과연 무한도전은 재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해서 재생산해내는
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과거의 스타들이 줄줄이 가요계로 돌아온 것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한꺼번에 많은 가수들이 활동을 재개했다. 다만 이들의 복귀가 단지 1회성 흥행만을 위한 것 같아 보이는 점은 이러한 현상은 원더걸스의 텔미나 티아라의 롤리폴리에게 복고 타이
어쩔 수 없다. 아이돌 그룹의 홍보 전략 못지않은 정도의 공격적인
틀을 붙인 것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7~8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마케팅이 꽤나 부담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그런 것들이 지
차용하는 일종의 장르적 차원에서의 복고와는 다르게 올해는 과거의
나칠 정도로 상업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을 다시 마
인물을 현시점에서 새롭게 재현하는 방식이었다. 핵심은 과거의 이미
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반갑고 설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를 소비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들이 들고 온 음악은 크게 변한 것은
결국 그들과 우리를 매개하는 것은 음악이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법이 그대로 다시 사용되었다. G.O.D가 ‘하
라도 어느 정도 준수한 음반을 준비하는 것이 한 때 사랑을 듬뿍 받
늘색 풍선’의 멜로디에 ‘촛불하나’의 가사를 스핀오프한 ‘하늘색약
았던 레전드로서 대중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래서
속’을 8집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추억팔이 마
음악보다는 음악 외적인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일
케팅이었다. 어쩌면 이들에게 혁신이나 새로움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때마다 아쉬운 마음 한 가득이었다. 음악적 고민은 담지 않은 채 그
지도 모르겠다. 무대로 다시 돌아온 스타들에게 대중이 원하는 것은
저 추억팔이에만 의존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새로움이 없다
전례 없는 파격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의 그것들, 우리에게 노스
면 진득함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들은 우리의 추억
탤지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물론 서태지의 경우는 아티스
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1차적인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된 것처럼 보
트의 성향상 예외라고 보아야겠지만). 음악적 진보는 돌아온 스타들
인다. 다만 이들의 바이오그래피에 2014년의 앨범은 향수를 자극했
의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음악‘도’
다는 것 외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좋으면 금상첨화라는 인식이 대중들의 기저에 깔려있었다. 결국 우리 는 대중매체를 통해 잊혀졌다고 생각한 그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다 는 것 자체에 더욱 환호한 것이다.
MONDE LIFESTYLE
70
년씩 서로 연락조차 없이 지내던 아는 사람들까지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누르는 것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작 스물 네 살의 내가, 가까운 친구의 입에서 ‘죽고 싶다’라 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눈물 섞인 한마디를 들은 그날, 애써 태연한 척 잘 될 거라며 위로했지만, 나 역시 새벽이 하얗게 밝 아올 때까지 내내 서러웠다. 왜 나의 친구들은 ‘힘들다. 속상하
Dear You.
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슬픈 20대’가 되어야만 했을 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라는 말 따위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 음을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 숨 가쁜 상황 속에서, 나 또한 그
EDITOR 이진선
러했듯,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조금도 관대할 수 없다는 것 역 시 잘 안다. ‘사망년(취업 이 가까이 다가온 삼학년을 의미하는 속어)’ ‘취준생’ ‘88만원 세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들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버거워 주저 앉고만 싶은 날에
중고등학교 시절, 또래들과는 다르게 좀체 연예인에 흥미가 없
는, 당신의 다른 이름을 떠올려보자. 딱 이 정도의 관대함은 스
었던 나는 2008년의 여름, 그 이름도 유명한 소위 ‘빠순이’ 대
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세상 속에서 당신의 이
열에 합류했다. 소녀의 마음을 흔들었던 건 다름 아닌 올림픽
름은 ‘사망년’이지만, ‘취준생’이지만 동시에 당신은 누군가의
스타 박태환 선수였다. 비단 나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마린보이의
천금보다 귀한 아들, 딸이며 친구이고 연인이다. 세상은 1등만
금빛 물살에 환호했다. 하지만 내 영웅의 찬란한 순간은, 하늘
을 기억하는 더러운 곳일지라도 돌아보면 수많은 이들이 당신이
높은 줄 모르던 그의 인기의 유효기간은 정확히 1년이었다. 사
다한 ‘최선의 노력’을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응원을 보내고 있
람들은 마린보이가 시원하게 가르는 물살에 환호한 것이 아닌
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의 ‘금빛’ 물살에 환호한 것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그게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의 실체였던 것이다.
힘에 부쳤던 나의 취업 준비 기간을 견디게 해 준 한 구절의 문 장이 있다.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나를 애지중지하셨을까, 그
2009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보여준 박태환의 부진한 성적에
생각만 하면 자신이 소중해진다. 그분이 사랑한 나의 좋은 점이
그의 팬을 자처했던 많은 이들은 한 순간에 악플러로 돌변했
내 안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건 삶이 비루해지려는
다. 앞 다투어 후원사가 되기를 원했던 기업들은 순식간에 등을
고비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 박완서 <노란집> 中”
돌렸다. 후원이 끊겨 팬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고, 유명 인 터넷 강사 ‘삽자루’ 선생님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009년
스스로의 삶이 비루하다 여겨지는 순간이 있다. 나의 청춘이 이
당시, 과.거.의. 금메달리스트가 되어버린 그는 기업의 관점에
대로 빛이 바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서 볼 때 투자 가치가 사라진 상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오랜 팬
세상은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나를 평가하고, 까다로운 잣대를
으로써 정말이지 가슴 아팠다. 하지만 그 때 나는 알지 못했다.
들이밀며 저울질해댄다. 하지만, 어릴 적 당신을 떠올려보라. 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박태환과 같은 유명 인사에게만 유효
위 먹고 싸고 우는 것 밖에는 할 줄 모르던 아기임에도 온 가족
한 말이 아님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의 사랑이고 자랑이며 희망이 아니었던가. 그 당시 당신에게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당시 나는 너무도 순진무구했다.
토익 점수 900점이 없었지만, 화려한 스펙과 학벌, 4.0이 넘는 학점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존재 자체로 이미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때때로 너무도 힘들고 속상한 마음에
사랑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
SNS에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
다. 힘이 든다면 애써 힘을 내지 않아도 좋다. 그냥 이 땅 위에
나귀 귀’를 외치는 심정으로 끄적인 한숨 섞인 글. 그 글에 몇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소중한 당신들 이기에.
MONDE LIFESTYLE
71
타 인 의
취 향
E D I T O R
이 다 연
2화 특별함과 평범함의 그 사이 어디쯤 너와 내가 산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사는 세상 속, 아는 사람 이야기. 타인의 취향.
누군가 내게,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했는지 물어본다면
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휴학을 결심한 건 날씨 좋은
나는 “항상 좋아하고 있었다.” 고 대답할 것이다. 얼마
6월이었다. 죄송하게도, 휴학을 하고 애견 카페에서 일
나 좋은지 물어보면 아마 웃을 테다. 어느 단어에나 이
을 하겠다는 말을 부모님께 드린 건 동의를 구하기 위
커다란 감정은 찰랑찰랑 넘쳐 모두 담기지 못함을 알고
해서가 아니었다.
있기 때문이다. 내 미소가 행복해 보이는 만큼, 좋다.
근무시간은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열 시. 늘어지게 하품
일요일의 아침에는 항상 졸린 눈을 비비며 TV 앞에 앉
하며 카페의 문을 열면, 마냥 아이들이 좋아서 애견 카
았다. 어릴 적부터 일요일의 시작은 동물농장이었다. 어
페에서 일하겠노라고 다짐했을 때에는 상상하지 못했
느 날 본 동물농장에서는 호랑이를 기르는 사람 이야기
던 업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로 된 모든 탁
가 나왔었다. 이런 걸 첫 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우
자들, 아이들의 집, 전시된 액자들, 벽을 비롯해 걷기만
습게도 나는 멋진 남자도 아닌 그 커다란 동물에게서 눈
해도 훌훌 떨어지는 아이들의 털이 붙을 만한 곳이면 어
을 뗄 수가 없었더랬다. 빛나는 두 눈에 호기롭고 여유
디든 쓸고 닦았다. ‘에이, 못해 먹겠네.’ 하고 걸레를 던
로운 걸음. 나는 커서 호랑이 사육사가 될 거야. 엄마의
져버릴 태세로 주먹을 꽉 쥐다가도 놀아달라며 옆에서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호기심에 키워본
재롱부리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 여기서 평생 할 걸레
두 마리의 햄스터는 열일곱 마리가 되었고, 눈도 못 뜨
질을 다 할지언정 참아야겠구나.’ 싶은 것이다. 열두 시
는 분홍색 아기 햄스터를 손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 작
간을 서서 아이들이 실수하지는 않는지, 위험한 일을 하
디작은 온기에 가슴이 벅찼다. 조금씩 커가면서 내가 꿈
지는 않는지 지켜보느라 다리가 퉁퉁 아파도 아이들의
꾸는 집은 더욱 더 간단해졌다. 상상할 수 있는 동물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쓰다듬으면 나도 웃음이 난다. 아
은 모두 모여 함께 사는 커다란 집. 그 안에서 나는 웃
아, 난 이런 행복에 살아가는구나. 심지어 다른 업무 때
고 있었다. 어렸던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고, 지금도 그
문에 아이들을 볼 시간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 정한 휴
마음엔 변함이 없다.
무일에도 가끔씩 카페에 와 아이들을 본다. 혀를 내둘
언니를 따라 처음 가본 애견 카페에서 나는 내가 꿈꾸
러도 할 말 없음이로소이다. 하하.
는 집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애견 카
카페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원래 있던 아이들만 총 열
페에 가는 횟수는 일주일에 한번, 이삼일에 한번, 급기
여덟 마리, 손님들이 맡기신 아이들까지 하면 스물 너
야는 시험 기간에도 매일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에
덧 된다. 그 중 대형견은 여덟 마리에서 열 마리 정도로,
서도 버스 타고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매일 가는 발걸
타 애견 카페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애견 카페에 간지 이틀 만에 스
나에게는 아기, 다른 강아지들에겐 ‘형님’격인 대형견들
무 마리 남짓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웠다. 나는 너
을 데리고 우리 카페를 찾는 분들이 많다. 견주들끼리는
에게 관심이 있어, 친해지자. 멍멍. 아이고, 예쁘다. 아이
마치 학부모들처럼 카페에서 말을 트기도 한다. “어머,
MONDE LIFESTYLE
72
몇 살이에요?” “애가 너무 귀엽네요.” “이제 두 살 지났
님께 아이를 부탁하는 견주들은 학부모와 다름없다. 그
어요.” “애가 어찌나 기운이 넘치는지, 밤에 잘 자지를
럼 나는 뭐냐고? 글쎄, 교생 선생님쯤 되지 않을까. 아
않아서 고생이에요.” “건강하다는 거죠, 뭐. 우리 애는
니다, 내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이니 학부모와 교생 선생
너무 낯을 가려요.” “그래요? 어디 카페에 훈련사분이
님 그 사이 어디쯤일지도 모르겠다.
유명하던데, 한 번 상담 받아보세요.” 어떤 이들이 들으 면 웃을 만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견주들은 뛰노 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우리 애가 더 예쁘네.’
결혼은 안 해도 동물과는 평생 함께 하리라 생각하던 내가 있었다. 어릴 적 동물농장에서 미국 애리조나의 공 원에서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렇게 살고 싶었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아이들의 성격이 각각 달라 하
다. 어리고 막연하지만, 확고했던 나의 꿈. 현실을 보라
는 짓을 보고 있으면 초등학교 교실을 보는듯한 느낌이
는 아버지의 말에 일반 학교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옳았
든다. 단짝도 있고, 서열도 있고, 함께 노는 방식도 있
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동물 관련 직종으로 가겠다는 것
다. 무얼 하든 꼭 둘이서 붙어 다니는 토리와 탄이, 자신
을 말리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열정
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애를 더 귀여워하면 그 애를
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
질투하다 못해 쫓아버리는 우치, 남자를 무서워하는 호
로 어린 나이는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힘이
동이, 덩치는 산만하지만 겁이 많은 땅콩, 스무 마리의
닿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리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자라 웬만한 일엔 눈 하나 깜짝
라는 것. 왜 그렇게 동물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
않는 고양이 하트. 우정의 표현이랍시고 서로 물며 장난
겠다고 답한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털만큼이나 정이
을 치기도 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삐지기도 하고. 누
많은 그들을 사랑하는 데에 이유는 없다. 굳이 그 이유
군가 카페를 찾아오면 호기심 반, 반가움 반으로 모두
를 찾고 싶은 마음도 없다. 토라지는가 하면 금세 털을
짖으며 마중을 나간다. “얘들아, 새로운 친구야. 친하게
부비며 웃어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행복을
지내야 된다?” “야, 비켜봐, 안 보이잖아.” “나도 볼래.”
보고, 내 인생을 본다. 한 걸음이라도 더 그들에게 다가
“뭔데, 뭔데?” “나도 줘.” “나도 먹을래!” 담임선생님은
가고 싶고, 그러기엔 내가 아직 부족하단 것을 안다. 앞
의자에 앉아 웃으며 그들을 지켜본다. 아이들의 담임선
으로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이런 생각을
생님, 훈련사님은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봐주실 뿐만 아
뒤로 한 채 나는 오늘도 버스에 탄다. 버스가 향하는 곳
니라, 집에서만 예쁨 받고 자라 다른 아이들을 무서워하
에 내 마음이 놓여있다. 문을 열면 나를 반기는 아이들
고 견주가 곁을 떠날라치면 계속해서 짖어대는 분리 불
과 눈을 맞춘다. 멍멍, 그래, 얘들아. 나는 너희들이 좋
안증을 앓는 아이들을 특별 관리해주고 훈련시켜주신
아.
다. 자신의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을 걱정해 훈련사
MONDE LIFESTYLE
73
: 시대를 사는
시 쓰기
청춘은 ‘푸른 봄’이라는 뜻이다. 20대는 그 푸른 봄의 대변 인이라지만 추운 계절에만큼은 조금 그 노릇을 쉬고 싶다. 이
일기가 싫어
겨울에 푸른 봄을 대변하라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일기장에 대충 적었던 시가 생각나는 밤
유행이었던 것 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하루하루 아파왔고 또 더 아프도록 강요 받아왔던 청춘들에게, 겨울은 재충전의 시
시계가 무섭게 돌아
간이었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재충전이 되는 것일까? 충전은
거울 속 모습이 갑자기 낯설 때
방학계획과 같다. 어떤 무엇인가를 새로 하기보다는, 어떤 무
나는 다시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엇인가를 ‘안 하는’데에서 충전이 시작된다. 우리가 하고 있 던 삶의 궤도에서 잠시 잠깐 떨어져 나와서 우리가 지나온 발
참 잘했어요 도장이
자국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에서도 충전은 가능할지 모
내 삶 위에 찍혀주지 않아 두려운
른다. 발자국은 꽤나 가까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썼던 일기
청춘의 일기장
장, 혹은 그 흔한 앨범을 보기만 해도 된다. 그것들을 바라보 면 ‘그 땐 그랬지’라는 다섯 글자가 매우 큰 의미임을 조금 알
그러나 지나온 페이지보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혹독한 계절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우리
지나갈 페이지가 더 많을 것이라
가 나서야 할 계절이 다가온다. 그 땐 그랬고, 지금은 지금다
두 발로 더 많은 시를 써야겠다
내 삶의 한 구절 영원히 아름답도록
워야 하기 때문에 이 추운 시절에는 잠시 충전을 하고 가자.
MONDE LIFESTYLE
74
청춘들을 위한 시시콜콜한 위로와 이야기
겨울은 왜 추울까? 가장 간단한 질문도 깊
우리의 바다
이 들여다보면 끝을 알 수 없이 의문스럽 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있다는 가장 정
붕어빵은 바다를 본 적이 없다
확한 대답은, 그러나 마음속에는 너무나
오로지
와 닿지 않는다.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 있
작열하는 땅에서 태어나
는 것이 우리의 삶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
영하의 세상으로 떠난다
인가? 우리는 조금 더 그럴듯하게 알고 싶 다. 겨울이 추운 진짜 이유를. 겨울은 모든
아득하게 깊은 심해의 꿈
것을 소멸시켜야 하기 때문에 춥다. 자연
매일같이 꾸어봤지만
은 겨울의 힘 앞에 모두 잎을 떨어뜨리고,
마주한 것은 굳은 지느러미와 벌린 아가리
땅으로 삭아 들어가고, 긴 겨울잠을 자버린 다. 생명의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하지만
그저
인간만은 그렇지 않다.
불 판 위로 출근하고, 겨울 속으로 하교하는 삶이라
소멸의 계절에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살아나가야 한다. 등교
붕어빵의 청춘 몸처럼 누렇다
를 하고, 출근을 하고, 알바를 하고, 밥을 먹고, 티비를 본다. 모든 것이 저물어 가는
차가운 시절 뜨겁게 태어난 것이
때에 멀쩡히 살아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적
붕어빵에겐 저주,
인 슬픔 . 소멸하는 터전에서 홀로 남은 인
손님에겐 위로라
간은 홀로 더욱 춥다. 우리는 그래서 위로
너의 생은 누렇지 말고
해야만 한다. 우린 서로서로가 아니면 해
영원히 바다 빛깔이기를
줄 수가 없으니까.
오늘도 갈색 눈물로 붕어빵 제 한 몸 바스러뜨린다
It’s habit, Exhibit!
01 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EDITOR 김예은,박지윤
애니메이션의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을 이끄
별점 ★★★★☆(4.5)
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츤데레 캐릭터로
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한국에 상륙했다.
“모형의 체험, 극과 극!”
변하는 게 매력 터졌었는데!
G 전시 가장 처음부터 바로 하울의 성이
Y 근데 모형이 너무 인위적이었지 않아?
보이는데, 진짜 내가 상상한 성 그래도 살
몰랑몰랑한 느낌이 포인트인데, 종이로 나
아있어! 덕분에 사진도 참 잘 나왔고.
풀나풀거리게 했으면 더 나았을 걸.
을 선사하는 전시이다. 직접 다녀온 두 에
Y 맞아. 영화 도입부로 모두를 이끄는 것
G 게다가 카루시파랑 사진 찍고 싶었는데
디터의 수다를 있는 그대로 옮겨보았다. 약
같은, 향수를 일으키는 모형이라는 느낌을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아쉽더라.
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받았어. 직접 보니 저런 장난감 하나쯤 갖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한국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들을 장면 그대로 모형으로 옮긴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 전’. 동심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듯 아련함
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G 하울의 성은 모양새가 보통의 예쁜 성 같기 보다는 고철 덩어리를 섞어놓은 괴기 한 모습이잖아.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
Y 맞아. 조형전에 오는 사람들이 결국 자 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인데. G 다음이 드디어 하울과 소피의 모형!
실은, ‘움직이는 성’의 다리가 가냘픈 닭의
Y 하울은 정말 모두가 기대하는 대표 꽃
다리를 본떠 만들었다고.
미남 캐릭터인데, 모형으로 만들면 절대 안
Y 닭발이라니!(웃음) 비록 성 모형이 닭발 로 걷진 않지만, 고정된 채로 꿈틀거리는 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태위태한 성의 모습을 되게 정교하게 나타낸 것 같아. G 성 다음으로 나온 조형물은 난로 안의 귀여운 불꽃, 카루시파. 처음에는 까칠하다
되나 봐. G 정말 그런 거 같더라. (한숨)
MONDE LIFESTYLE
76
02 모노노케 하메
별점 ★★★★☆ (4.5)
한 독특한 여주고, 영화에도 멋있게 나오는
Y 중학교 때 학교에서 보여줘서 봤는데 중
“내 눈을 바라봐 (feat. 시시신)”
데.
간에 많은 애들이 나갈 정도였으니 확실한
Y ‘모노노케 히메’는 어땠어?
Y 남주랑 야쿠르? 그 순록 모형도 꽤 귀
G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오히려 원령공주보 다도 시시신(또는 사슴신) 전시였어. 정말
여웠는데. 하울에 비하면 되게 고퀄이더라. (웃음)
작정하고 신비롭게 했던데? 사슴신 모형이
G 맞아. 또 ‘원령공주’ 영화 자체가 워낙
바로 보이는 게 아니라 빔 스크린 안에 숨
스케일이 커서 3D 모형으로 보니까 새로운
어있어서 영화 장면 끝날 때만 정말 가끔씩
느낌.
감질나게 보이는 게 참 신비한 컨셉 그대로 구나 싶었지. (하하)
지가 ‘자연’을 테마로 하는 게 많잖아. 특 히 ‘모노노케 히메’에 그런 메시지가 정말
웠어. 미묘하게 두려움, 경외심이 느껴지는
단적으로 드러난 거 같아. ‘인간 때문에 자
눈이 포인트랄까. 발도 사슴발이 아니고 오
연이 상처를 받아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리발같이 생겨서 물 위를 걸어다니고…
하는 인과응보적인 메시지?
G 나는 진짜 그 눈을 한 시간이고 뚫어져
G 맞아. 근데 아이들이 보기엔 좀 진지하
라 쳐다볼 수 있을 거 같애. 꼭 외계인같이
고, 시대극이라 지루한 느낌 받을 수도 있
생겨서 빨려들 것 같은 느낌 있잖아.
다고 생각이 들어. 어른들이 봤을 때도 진
진 곳 위에 있어서 잘 눈에 안 띄었어. G 맞아. ‘원령공주’가 인간이면서 신이기도
‘모노노케 히메’가 워낙 대작이라는 느낌 이 강하지. G 또, 원령, 신령 등의 캐릭터가 일본신화 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우리가 봤을 때 직관적으로 바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또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더 생각
Y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에서 담는 메시
Y 정말 이 사슴, 영화 볼 때도 너무 무서
Y 정작 ‘모노노케 히메’ 모형이 조금 구석
흥미진진한 영화는 아닐 수 있어. 그래도
지한 메시지와 많은 담론을 던져주는 영화 랄까. 워낙 큰 스케일에 압도당하기도 하 고. (웃음)
하게 만드는 거 같아.
MONDE LIFESTYLE
77
03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별점 ★★★☆☆ (3.0)
조형물과 귀엽게 ‘사람화’된 너구리 조형
“귀엽지만 어려워.”
물이 함께 있었나보다.
Y 세 번째 전시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G ‘사람화’된 너구리 조형물들이 있던 집
이었지. 이 작품이 여기서 유일하게 미야자
안의 조형은 영화를 모르고 본다면 그냥
키 하야오 감독이 아닌 다카하타 이사오 감
‘아,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너구리 가정집이
독 작품이라고 하던데?
구나.’ 하겠지만, 영화보고 나니까 느낌이
G 난 사실 원래 ‘지브리’하면 ‘미야자키
확 달라.
하야오’만 떠올렸는데 다른 감독의 작품도
Y 생각보다 말 하고자 하는 것이 무거운
많더라고. (웃음) 그리고 영화로서는 이중
작품인 듯해. 인간들이 개발하기 전의 자
에서 나한테 가장 당황스러운 작품이기도
연의 모습과 개발 후의 도시의 모습이 홀
해. 제목은 제일 귀엽고 발랄하게 지었는데
로그램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보이게
막상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무겁게 느
만든 액자도 같은 맥락에서 인상적이었거
껴졌달까?
든.
Y 이 작품도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 는 작품이지? 진지한 메시지 때문인가… G 그 관계를 희미하게 만든 거 같더라고. 너구리들은 사람들을 죽이려 하면서도 인 간들이 만든 산물에 종속되는 게 아이러니 하도록? Y 아하, 그래서 정말 ‘동물’ 너구리스러운
04 이웃집 토토로
별점 ★★★★☆ (4.5)
안을 엿보는 것 같아서 좋았어. 이걸 위해
“숲 속의 잠자는 토토로“
서 조형전을 와도 될 것 같아.
G 드디어 ‘이웃집 토토로’ 얘기를 해보자.
Y 맞아. 전시를 보니 영화는 정말 아이들의
Y 영화를 보면 ‘정류장’이 중요한 장소잖
동심을 지켜주는 영화임이 확실하더라.
아. 동심 속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곳이기
G 맞아 맞아. 심지어 어른들마저 동심에 푹
도 하고 토토로랑 친구가 되는 곳이기도
빠져들게 하니깐.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모형은 조금 실망이던데? G 맞아. 내가 정류장에서 직접 우산을 든 토토로 옆에 서보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못 들어가게 한 게 너무 아쉽고 비 오는 설정 이라 그런지 주변이 너무 어두웠어.
Y 다만 엔딩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아 픈 엄마에게 옥수수를 전해주는 그 장면이 잘 이해가 안 갔어. G 실제로 ‘토토로 도시전설’이라고 ‘일본 한 마을에서 옛날에 있었던 연쇄 살인 사건 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 그래서 엔딩에
Y 대신 가장 좋았던 게 숲 속의 잠자는
서 보이지 않는 자매의 모습이 사실은 죽
‘토토로’ 모형!(흥분) 진짜 잠들어있는 것
은 아이들의 영혼이 아닌가’하는 설이 돌았
처럼 움직이고 코고는 소리도 나는 게, 꼭
다고 하더라고.
나도 ‘메이’처럼 그 위에 올라가면 깨어날 거 같았어!
Y 으... 섬뜩하고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 다. 어쨌든 아픈 엄마를 위한 아이들의 갸
G 우리는 그러기엔 너무 무겁지 않을까.
륵한 마음을 표현한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
(웃음) 그리고 나무 중간 중간에 뚫려있는
할 듯!
구멍으로 모형을 보게끔 한 게 실제로 숲
MONDE LIFESTYLE
78
MONDE LIFESTYLE
79
05 붉은 돼지
별점 ★★★★☆ (4.5)
G: 다음 ‘붉은 돼지’이건 내가 전시를 먼저
“감독 개인의 애정이 담뿍!
보고 이후에 영화를 보았는데 전시만 볼
느껴지는 고퀄 조형물”
때에는‘웬 팔자 좋은 돼지지?’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되게 자유로운 영혼에 멋있는 돼지였어. 조형물 색감도 예쁘고! Y: 색감은 정말 예뻤는데 개인적으로는 다 소 생소한 작품이었어. 그런데 한국에 매니 아 층이 꽤나 두텁다고 하더라. G: 맞아, 이 작품은 대신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인 거 같아. 감 독 본인이 ‘비행’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것도 있고. 또 파일럿이 꿈이었다고도 하 고. Y: 아하 그래서 대형 조형물들이 유달리 색감이 그렇게 예쁘고, 작은 조형물이었던 액자 조형물의 내부가 놀라울 만치 정교했 던 건가? 그 자체로 프레임을 맞춰 사진을 찍는다 해도 실제 크기처럼 보일 정도이던 데, 그것도 어쩌면 감독이 정말 아끼는 작 품이라 더욱 공들여 만든 것일 수도 있겠 다.
MONDE LIFESTYLE
80
0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별점 ★★★★★ (5.0)
고 내가 치히로가 돼서 처음 온천성에 들어
의 앨리스’라고도 하더라. 일본의 요괴 캐
"아…."
가는 것 같은 기분이야.
릭터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져서 더욱 그
G: 다음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중 내
Y: 그것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
가 가장 처음으로 본 작품이자 아직도 가
던 것은 가오나시 조형물 부분! 닮았다는
Y: 문화 차이에서 나오는 관점의 차이인 거
장 좋아하는 작품이야! ‘센과 치히로의 행
소리를 이따금 들어서 애착이 가는 것도 있
같아서 재미있네. 센이 치히로라는 본인의
방불명’
지만 (웃음)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Y: 이 작품은 한국에서 워낙 사랑 받아서
G: 너의 정체성이지 아마?
진짜 반가웠어. 그런데 우리를 비롯한 수많 은 여자들을 ‘심쿵’하게 한 ‘하쿠’가 없어 서 아쉽더라.
Y: 그럼 그럼. (웃음) 영화에서 무서운 가오 나시와, 치히로의 말을 잘 듣는 온순한 가 오나시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인데 조형물
랬을 듯?
화려하고 쉽게 돈을 버는 세상에 물들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G: 그런 의미들을 생각하니까 초등학교 때 본 것과는 확실히 다르네.
G: 그러나 ‘하쿠’가 없음에도 조형물은 단
로도 두 가지 모두 나타났어. 특히 가오나
Y: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야. 그리고 개인적
연 최고였어. 특히 유바바의 조형물은 정말
시와 함께 달리는 전차에 앉을 수 있게 한
으로 생각하기엔 조형전 전체의 최고의 포
대단하더라.
조형은 정말 최고의 포토존! 여담이지만 이
토존이자 최고의 대사를 남긴 곳이지. 가
영화의 모티프가 사창가 이야기라고 하던
오나시와 함께 지하철에 앉아 사진을 찍을
데, 그 중 가오나시는 성을 사는 사람을 나
수 있게 한 조형물과 가오나시의 ‘아…’
타냈다고 본 것 같아.
라는 명대사! (웃음)
G: 치히로가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사
G: 맞아 진짜. (하하) 그리고 전체적으로
창가에 들어서서 겪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이 전시는 하나하나 수작이라고 생각해. 이
있다고 했어. 감독은 너무 어린 나이에 이런
전시를 보면 누구나 분명 집에 가서 다시
일에 뛰어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또 해
영화를 꺼내보게 되지 않을까.
Y: 정말 날리는 종이까지 생생할 정도로 입 체감도 뛰어났고, 조명도 생동감 있어서 캐 릭터를 정말 잘 살렸더라. 마치 유바바 얼 굴에서 불이 날 것처럼! (웃음) G: 그리고 치히로가 처음에 성 입구로 들 어가는 조형물도 좋았어. 성 조형물이 중간 허리가 휘어있는데 그래서 더 거대해 보이
외에서는 이 영화를 ‘일본판 이상한 나라
MONDE LIFESTYLE
81
우리네 젊은 어린날의 향수
G: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작품 의 수가 좀 더 많았으면’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랑 비교적 생 소한 작품들이 섞여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 어. 덕분에 못 봤던 영화도 보았고. Y: 다만 영화마다 예쁘게 사진을 남기고 싶
Y: 그것도 그렇고…근데 카루시파 후라이
느낌을 살리기에는 확실히 2D가 최적인 것
은 기대를 안고 갔는데, 어색한 하울 모형
팬은 정말 귀엽워서 소장가치 있을 거 같았
같아.
등에서 약간 실망했어. 비록 나는 미성년자
어.
할인(웃음)으로 보다 저렴하게 보았지만, 그게 아니라 만오천원의 값어치를 하는지 는 애매한 듯한데? G: 특히 우리는 글쓰기 위해서라도 의도적 으로 열심히 본건데, 그게 아니라면 정말 짧게 슥!삭! 보고 금방 끝날 수도 있는 전 시야. Y: 백화점 안에 숨어 있어서 용산역에 도착 해도 찾는 데만도 오래 걸렸어! (흥분) G: 게다가 가장 아쉬웠던 건 기념품 스토 어. 특히 가오나시 기념품이 없었다니...
G: 맞아. 다만 전반적인 가격대가 너무 높
짜 어색할 것 같지? 특히 하울 같은 캐릭
아 정말 지브리 마니아가 아니면 선뜻 구매
터들!
하기 망설여질 것 같아. Y: 조형전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워낙 흔히 오지 않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20, 30대의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로는 괜찮았던 것 같아.
오늘 또 한 번 느꼈지. Y: 그래도 여전히 한 번쯤 가볼 만 한 전시 였어. 어렸을 때의 추억을 곱씹으려 가보았 다가, 오히려 더 많은 생각거리를 갖고 오 게 되는 거 같아. 읽을 때마다 다른 ‘어린
하면서 마침 지브리 스튜디오의 향후 추세
왕자’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도 궁금했거든! Y: 나도 ‘굿바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니 라 ‘굿바이 지브리’ 정도의 느낌까지 받았
정도는 사고 싶었는데, 품절이라며 하나도
으니.
물건이 없는 것을 보니 많이 아쉽더라.
G: 배경은 몰라도 캐릭터는 안 된다는 걸
G: 특히 최근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를
Y: 정말 다른 건 몰라도 가오나시 열쇠고리
없더라고. 내년 3월까지 진행하는 전시인데
Y: 지브리 작품들을 3D로 낸다고 하면 진
G: 작품마다 개성도 뚜렷하고 각 캐릭터도 매력적인 게 대단해. Y: 내 생각에 이번 ‘지브리 스튜디오 입체 조형전’의 키워드는 ‘젊은이들의 동심과
G: 또 느낀 점이 디즈니까지 3D로 넘어갔
향수’인거 같아. 젊은 어른들의 어린 날의
는데, 여전히 일일이 작화로 한다는 것이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G: 게다가 지나치게 토토로 기념품 위주이
정말 대단한 것 같더라. 조형전에서도 그걸
던데?
잘 느꼈고. 지브리 특유의 그림 동화 같은
G: 정말 그래. 지브리 영화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