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Vol. 3
삶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의 작은 시도를 돕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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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좋은 책은 나의 관성을 깨는 책이다.”
제3의 공간을 상상하며
소비에서 사유로
밸류가든 × 신은희 대표
마이북 서점 × 유정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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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있어도 환대받고 싶은 분들,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싶은 분들, ‘내가 사회적 기준으로 어떤 사람인지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 오십니다.”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렇게 알아간 나의 욕구대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공간 실험, 냇물아흘러흘러
존재로서의 독립, 그 여정에서
냇물아흘러흘러 × 이현주 공간지기
냇물아흘러흘러 × 윤주애 모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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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내가 만드는 물건들, 내가 좋아하는 것, 취향, 생각이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그런 삶을 격려받고 지지하는 공간”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일상문화카페 퍼스트페이지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의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을 앞두고
퍼스트페이지 × 공유선 대표
카페두잉 × 김한려일 대표
발행인의 글
제3의 공간을 상상하며
토요일 아침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았습니다. 여성주의 책방입니다. 잠시 자투리 시간이 생겼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근처에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빵이나 커피가 맛있는 다른 카페도 많지만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인테리어나 먹거리에 관한 관심으로 찾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도 있고, 아예 없을 때도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 중에 반가운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고, 가끔 다른 테이블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흘러오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는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가정, 직장 등의 일터가 아닌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제3의 공간은 커피숍일 수도 있고, 헬스클럽 같은 운동모임일 수도 있고, 생활예술 활동을 하는 동호회일 수도 있겠지요. 제3의 공간은 격식, 서열이 없고 소박하며, 들고 남이 자유롭고, 먹을 것이 있고 대화할 수 있고 특징이 있다는 것이지요.
밸류가든의 공간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제3의 공간이 우리에게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취향을 드러내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곳, 격식과 서열 없이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교류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뭔가 일을 벌일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 우리에게 없더라고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내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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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가든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극장이 되기도 하고 나를 표현하는 예술공간이 되기도 하고, 갤러리가 되기도 합니다. 책을 보는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공간, 서로 배움의 동네 배움터가 되기도 합니다. 방학 기간 아이들의 학교이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되기도 하고,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밥 먹으며 서로를 돌보는 동네의 부엌, 거실이 되기도 하고 함께 일을 벌이는 작당 모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또 서로의 필요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네트워크 모임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저널은 공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제3의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게 필요한 공간,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채워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에 여기 소개된 공간의 특별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말을 거는 그런 공간이기를 바라며 소개합니다. 또 더 많은 공간을 상상하고 그것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밸류가든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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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서 사유로 마이북 서점 × 유정민 대표
책방을 하기 전 여러 곳의 작은 책방들을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
위가 되어 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한 매일의 시간 속에서
었던 점은 각 책방마다의 개성과 그곳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책방
우리의 생각과 지식은 더욱 단단하게 편견과 고정관념의 틀 안에
에서 발견한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책들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
서 굳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야 할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방이 미약하지만 그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운영에까지 이끈
좋은 책은 나의 관성을 깨는 책이라 생각한다. 관성의 사전적 정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힘이었던 것 같다.
의를 찾아보니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등속 도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책
좋은 책
은 우리의 관성을 깨트리는 외부의 힘이다.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스마트폰에서 파급된 이미지, 영상들이 우리의 시선과 집중력을
않는다고 한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반복과 모방을 하며 형
분산시키며 쉼 없는 유혹으로 인해 많은 인내와 높은 집중력을 요
성된 몸에 밴 사고와 행위가 누군가의 말과 지시로 쉽게 바뀌지 않
구하며,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책 읽기는 책이 그저 종이뭉치로
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2년여의 경험을 통해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미련하고 답답해 보이는 일인 것도 같다. 더
책은 나의 생각과 행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비
욱이 매일의 생업과 일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우
록 시간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리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
일정 시간을 거치면서 형성된 우리의 생각과 행위는 그에 상응하
리의 생각은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결코 깨지지 않을 바
는 시간과 사유의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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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흐름을 넘어 나의 필요와 부족함을 보완하고 채우기 위해서는 나 의 책을 발굴하고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이북이라는 책
책으로 가는 길 : 작가와의 만남, 독서 모임
방의 이름도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자발적인 의지, 인내, 집중력을 요구하는 책 읽기는 스스로의 힘 으로 일정의 괘도에 이르기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평소에 관심
책방에 대하여
을 두지 않던 분야의 책이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그러한 점
책방을 시작하기 전에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에게
에서 작가와의 만남은 책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듯하다. 물
노하우도 전수하실 겸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시면 어떠하신지
론 작가와의 만남까지의 통과 과정이 있지만 이 관문을 통과해 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답변을 기다리며, 들으며 스스로 그
남이 이루어진다면 책 읽기의 여정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 생각된
질문을 철회한 기억이 있다. 크고 작든, 잘 알려졌든 그렇지 않든,
다. 한정된 시간에 책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압축된
다양한 생각과 노하우로 전국 곳곳에서 자기만의 경험과 철학으
작가의 말은 책 읽기로 인도하는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한다. 강연
로 다양성을 실험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떠올렸기 때
으로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듯 책 읽기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문이다.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배송받을 수 있지
있지만, 책 읽기는 강연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깊은 사유
만 책방을 방문하여 책을 사고 책을 중심으로 작가와 독자와 서
의 세계로 안내한다.
로 마주하는 것은 클릭의 편리함보다 더욱 소중한 것들을 우리에
작가와의 만남이 다소 일방적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강연을 듣는
게 일깨워 준다.
것이라면 북클럽, 독서 모임은 좀 더 적극적인 책 읽기의 방법이
다양성 속에서 발견하는 차이가 틀림이 아니라는 것, 빠르고 편
다. 같이 읽기의 힘을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인용한다.
리함보다 기다림에서 배우는 배려, 직선도로보다는 때로 길을 잃 고 돌아가는 가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하
“같이 읽기는 사람을 바꾼다.
는 생각…. 책을 읽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
편견에 사로잡힌 시야를 열어주고,
은 것 같다. 책과 책방은 나에게 세상에 무수한 ‘나’가 존재함을
경험에 붙잡혀 고집하는 태도를 열어주고,
일깨워 주었다.
경험에 붙잡혀 고집하는 태도를 줄여준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공동의 경험을 환기하면서 어느 하나도 같지 않은 차이를 호명함으로써 ‘따로 또 같이’라는 아크로폴리스적 가치를 실현한다. 거기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 장은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중에서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는 다수의 공감을 얻은 책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깊이 면에서는 뭔 가 아쉬움이 있다는 것뿐 아니라 무언가 우리를 집단적이며 획일 적 사고로 안내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사와 시대의 흐름을 파 악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는 사유를 위해서, 유행과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마이북 서점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24길 41 02-571-2441 http://www.mybookstore.co.kr @mybook_kr 평일 09:00~21:00 토요일·공휴일 12:00~20:00 일요일 10: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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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실험, 냇물아흘러흘러 냇물아흘러흘러 × 이현주 공간지기
‘냇물아흘러흘러’는,
니다. 오랜 시간 생활 속에서 저희 부부에게 필요했던 공간을 구
이제 3년을 채우고 4년차 운영을 기약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
현해 낸 것이었거든요.
습니다. 공간 운영을 시작할 즈음에 ‘우선 3년을 열어보자’ 했는
공간을 열기 전까지 엄마 된 이로써 저는 책모임에 참석하려고 서
데 그 시간이 어느덧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공간 스
울 전 지역 곳곳을 다녔습니다. 유치원생 큰아이와 젖먹이 둘째
텝으로서 저희가 한 일은 ‘공간의 생명성을 믿고 지켜보고 기록
를 데리고 휴대용 유모차와 온갖 아이들 물건을 잔뜩 담은 가방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기록의 일부와 현재의 반성, 그리고 앞으로
짊어지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함께 사는 시부모님
계속해서 풀어가야 할 숙제를 이 글을 통해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은 눈 오고 비 올 때도 그렇게 나서는 며느리를 못마땅해하셨지만
좋겠습니다.
저로서는 모임에 다녀와야 또 한 달을 잘 살 수 있어 그랬습니다. 그런 파트너를 잘 아는 짝꿍은 묵묵히 궂은 날엔 출근을 미루고
‘냇물아흘러흘러’가 있기까지
모임 장소에 데려다주곤 했습니다. 어떤 날엔 서울 남쪽 끝인 집
‘아이를 동반한 분들에게 어쩌면 이렇게 좋은 곳일까요?’ 냇물
에서 중계동까지 책모임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핸드폰을 두고 와
에 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
서 짝꿍이 퇴근길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날엔 열이 펄
면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웃곤 합
펄 나는지도 모르고 책모임 진행자로서 엄마들 30명이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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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장에 갔다 와서야 끙끙 3일을 앓은 날도 있었습니다. 왜 그랬 을까요? 그래야 살 것 같았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네요.
‘냇물아흘러흘러’에 오시는 분들 딱 저 같았던 분들이 오십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도 환대받고 싶은 분들,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싶은 분들, ‘내가 사회적 기준으 로 어떤 사람인지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 오십니다. 그 의미는 반대로, 아이들이 있으면 불편하신 분들, 기존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것 이 불편한 분들, 분명한 사회적 가치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잘 안 오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냇물아흘러흘러’ 가 ‘공간 실험 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생활자로서 대중적인 언어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곳곳에 섬 같은 존재들을 불
해 온 것은 ‘성인 여성 북클럽과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의 북클
러 모으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
럽’이었습니다. ‘온책 읽기 방식’으로 혼자 읽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사회의 다양성에 꽃을 피우게 하는
끝까지 읽으면 뿌듯한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우리 안의 시민성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이곳에서부터라도 작은 변화
향상해보고자 애쓴 날들이었습니다.
를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 말이지요.
모임을 열려고 오시는 진행자분들을 지원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지 계속 점검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이로써 ‘경제민주
냇물의 활동은
화’의 개념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고민했고 나름의 기준을 정
아무래도 4년차에 접어드는 올해부터라는 생각도 듭니다. 보다
한 것은 ‘언제나 일을 벌인 사람의 몫이 공간의 몫보다 더 많다’
다양한 분들이 공간을 아지트로 여겨주실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와 ‘모임에 계획한 시간의 비용을 상향선으로 정하고 그 이상의
3년은 그 토대를 마련하는 시간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
비용 발생은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임 진행자분들이 다행히
치 모임은 ‘성인 영어원서 모임’, 지역 책모임 팀들, ‘사교육 걱정없
이 취지를 좋게 받아주셔서 다양한 모임이 냇물이라는 공간에서
는 세상’ 강남지역 모임이 주기적 또는 비주기적으로 열리고 있습
펼쳐질 수 있었습니다.
니다. 모임 리더가 있는 모임도 이제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고 있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인, ‘반드시 공간이 약
습니다. ‘마음챙김양육 프로그램’, ‘내 안의 여신찾기’, ‘출산 계획
속한 시간을 지켜서 문을 여는 일’을 해왔습니다. 매주 월요일부
서 및 금줄 만들기, 출산리허설’, ‘책하루 프로젝트’, ‘여자의 그림
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침이면 불을 밝히
책, 엄마의 그림책’, ‘존재를 향한 태도 모임’ 등 점점 다채롭게 펼
고 쓸고 닦은 공간의 문을 열었고 저녁 7시까지는 불을 끄지 않았
쳐지고 있습니다.
습니다. 이 약속이 중요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를 기다리 거나 다음 일정 사이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초등학생 친구들이
냇물의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 냇물지기들이 하는 일
요. 어떤 날엔 한 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급하게 집에 아픈 가족
공간의 살림살이를 잘하려고 합니다.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역할
이 큰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인 막내 아이를 냇물
을 어떻게 양립할 수 있게 할 것인지’는 매일의 고민입니다. 운영
에 가 있으라고 해도 되겠냐는 것이었어요. 당연히 와 있어도 된다
의 원칙을 정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고 말씀드렸고 아이는 잘 기다리다가 병원에 다녀온 엄마를 만나
‘출자금, 후원금, 공공 지원금’ 없이 어떻게 예측 가능한 경제 구
서 집에 갔습니다. 대부분은 학교 방과후 수업 가기 전에 들러서
조를 설계할 것인가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저희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공간에 있는 저희들 나름의 재미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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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다가 가기도 합니다.
냇물이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어른들과 동행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공간을 이용하 면 좋겠는데 3년이 지나도록 잘 안 풀리는 매듭 중의 하나입니다. 저희가 너무 욕심을 내고 있어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아이들에게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모르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어 답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무작정 친절한 공간은 아닙니다. 너무 떠들거나, 뛰거나,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나쁜 말을 할 때는 ‘그렇게 하 면 안 된다.’라는 간섭이 있는 공간이어서 그런 걸까요? 아이들을 만나는 공간을 지키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었는데 저희가 나름 정리한 것은 그렇습니다. ‘환대’가 ‘상호협력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아이들을 동료 시민으로 대하면서 공간 안에 서 서로가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나눠볼 수 있다’라고 생 각했지요. 다만 이런 태도를 공간지기들이 정중하게 전달하는지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에게 잘 전해지는 것인지는 끊임없이 고민 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 보는 것으로서만 가능하겠다는 한계 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관계 맺기를 포기하지 않고 실 패할 때는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계속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간에서 계속 실험해 볼 내용은 ‘동네 사랑방’의 역할, ‘부모와 아이들의 배움터’, ‘아이들을 동반 한 어른들이 무엇이든 도모해 볼 수 있는 공간’, ‘누구나 모임을 열 고 참여할 수 있는 장소’가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간지기들의 생각이 낡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해야겠지요. 이 실험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냇 물아흘러흘러’라는 실험은 아침 10시에 문을 열 수 있는 그 날까 지 계속될 것이고, 언젠가 시절인연이 다하여 멈추더라도 그 뒤를 이어갈 누군가를 위해서 의미 있기 위해 계속 기록할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또 다른 실험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이신 분들께도 뜨거운 응원의 마 음을 보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전환은 어떤 획
냇물아흘러흘러 서울 강남구 헌릉로622길 18 02-445-5745 @natmoola @natmoola 월~금요일 10:00~19:00
기적인 창조적 내용으로서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보아야겠다는 절실한 마음부터가 아닐는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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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로서의 독립, 그 여정에서
냇물아흘러흘러 × 윤주애 모임지기
2018년은 나에게 새로운 시도가 봇물처럼 넘쳐흐르던 한 해였다.
의 경험이라는 것과 그것이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서울시 성평등 정책 제안 활동가로 일했고 신입 NGO 여성활동
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쓰며 나의 삶을 설명
가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마을에서 여인극단 활동을 통
하는 나만의 언어를 갖는 것은 뿌리가 다시 세워지는 듯한 근원적
해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임신한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기
인 힘이었다. 이렇게 페미니즘을 알아가면서 인생의 늪을 헤쳐나
르게 된 것도 2018년이다. 이 활동들과 변화가 모두 아주 큰 의미
갈 힘을 얻게 되었다.
였지만 이렇게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하나의
나는 이 치유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
시도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하나의 시도’가 나에
겼다. 특히나 그것이 여성들의 모임이어서 내가 받은 위로와 힘이
게 주었던 힘과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컸기에 여성들이 모여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존재의 힘을 다 져가는 모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세울
일을 시작하기까지
것 하나 없이 뜨겁고 극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하나로 판
흔히 ‘경력단절’이라고 이야기하는 ‘공식적인 돈벌이 없는 엄마,
을 벌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자신이 없었다.
아내’로서의 10년을 통과하며 누군가와의 관계로부터가 아니라
그런데 마침 내 이야기를 들은 ‘냇물아흘러흘러’의 공간지기님이
나라는 인간 자체로 스스로를 확인하고픈 욕구가 내 안에서 부
‘무엇이든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해보라’라며 적극 지원해주셔서
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즈음 개인적으로 큰 사건
<내 안의 여신찾기>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여성의 삶과 건강,
이 닥쳤고 인생의 가장 밑바닥이었다고 할 수 있을 시간들을 지
내면을 다룬 몇 권의 여성주의 책을 3달 동안 함께 읽고 이야기 나
나게 되었다.
누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해져서 휘청거리고 있을 때 ‘냇물아흘러흘
기대보다 더 짜릿하고 뜨거운 경험이었다.
러’에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읽는 책모임에 참여하게 되
12주간 매주 한 번씩 만나며 여성의 인생 주기에 따라 자신의 삶
었는데 그 모임을 통해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저 개인사라
을 돌아보고 나누었는데, 따뜻한 위안,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변
고만 생각했던 아픔이 단지 나만의 경험이 아닌 이 세상 여성들
화로의 용기까지 얻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현재 3기까지 모임이 진행되었다. 2017년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며 뿌리내리는 시간이었다면 2018년은 가지들이 뻗어 나간 시간이었다. 그리고 뿌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와 일’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생각거리가 생긴 것이다.
<내 안의 여신찾기> 1기, 2기 모임기록집. 모임이 마무리되면 12주간의 모임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 3기 모임집은 제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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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나, 그 사이의 고민들
든 모임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뭐가 문제일까?’ 하며 조급해졌다.
첫 번째로 내가 고민했던 점은 ‘돈’에 관한 것이었다. <내 안의 여신
모임에 대한 반응이 나에 대한 평가인 것처럼 우울해지기도 했
찾기>는 모임비를 받는 유료 모임이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으로 공
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 멀리 떨어져 상황을 바라볼 수 있
인된 어떠한 자격을 믿고 거기에 돈을 지불하고는 한다. 그런데 나
었다. 그때 그 순간 만나지는 인연이 없다면 모임이 열리지 않을
는 석사도, 박사도,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단지 먼저 책들을 읽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은 쉬어가야 할 시기라거나 변화가 필요한
모임 안에서 치유를 경험한 사람일 뿐이었다. 개인적 경험도 우리
때라는 의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과가 어떻든 그
가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인걸까?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떠한 자격이
에 따라 방향을 정해서 나아가면 그뿐, ‘나쁜’ 결과라는 판단은 불
필요한 것일까? 돈은 우리가 무엇을 대신해 치르는 비용일까? 등
가능하다. 그러니 모임에 대한 인기가 ‘나’를 판단하는 잣대일 수
등 모임비를 받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도 없는 것이다.
바깥에서 주어진 자격이 경제적 가치에 대한 유일하고 견고한 기
앞서 두 고민이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것이었다면 세 번째는 다른
준이라는 틀을 깨는 것이 나 스스로도 큰 숙제였다. 2시간의 모임
차원의 깨달음이었다. 모임이 진행되면서 모임벗들의 성장과 변화
을 위해 나의 의식은 내내 모임을 향해 있었다. 한 주간 읽을 분량
가 눈에 보였는데 이것이 꼭 ‘나’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인 양 생각
에 대한 생각거리를 모임벗들과 공유한 후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
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 모임이 비록 ‘나’
누고 집에 돌아오면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하여 후기로 올렸
에게서 시작된 시도였지만 모임 안에서 일어나는 모임벗들 사이
다. 그리고 또다시 다음 주 생각거리를 위해 온갖 정보들을 찾고
의 연대감과 모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배려, 존중, 격려, 포용의 힘
두뇌를 풀가동시켰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생각하며 애
은 ‘우리’의 힘이었지,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쓰지만 거기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용기를 내야
모임을 진행하며 느끼게 되는 고양감과 자만심을 가라앉히는 작
하는 일이었다. 전문가는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지, 인생의 경
업이 필요했다. 이렇게 3번의 여신모임을 진행한 1년 반의 시간은
험이란 것은 과연 전문적이지 않은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
성취감이나 보람같은 긍정적인 자기판단을 넘어 나를 새롭게 바
다. 인정받는 가치의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새롭게 만
라보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과정이었다. 일을 계속하
드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면서 오히려 일과 나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
두 번째 고민은 ‘모임을 열었는데 아무도 신청을 안 하면 어쩌지?’
기는 것을 느꼈다.
하는 두려움이었다. 모임신청이 더디거나 반응이 없으면 ‘내가 만
<일 벌인 여자들> 간담회에서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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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vol.3
확장의 기쁨과 관계의 함정을 넘어서
‘관계의 함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간담회에서 나온 공통적인 이
세상에 없던 방식으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무척 소중한 경
야기 중에 혼란스러워도 계속해나가는 꾸준함이 주는 힘에 대한
험이었다. 기존의 방식이나 틀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했고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꾸준히 하면 다른 기회가 열리기도 한
그 일 안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세워
다는 확장의 의미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갔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토대로 2018년에 페미니즘 관련 활동과
힘과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공부를 연이어 할 수 있었고 이 경험들이 또 다른 가지로 뻗어가
요즈음에는 비전문가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과 채널
고 있음을 느낀다.
이 많다. 시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틀을 깨는 작은 용기뿐이다. 조
2018년 연말에 ‘냇물아흘러흘러’에서 새롭게 자신의 일을 실험한
심스레 통과해야 하는 난관은 오히려 시작 그 이후일 수 있다. 결
여성들의 이야기 자리였던 <일 벌인 여자들>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 절실했던 이유는 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냇물 모임지기들의 창직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렸던 이 자리에서
나를 벗고 ‘스스로 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내라는 ‘관계의 터널’을 지나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
일과의 ‘관계’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는 말아야겠다. 일로 얻어지
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고 일
는 평가와 성취감이 나를 판단 내릴 수 없게 말이다.
과 나의 관계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몇 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자
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 그리고 그렇게 알아간 나의 욕구대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
엄마이기 때문에 경험한 고립, 좌절, 희열 등 모든 것들이 시작점
유이다. 그야말로 온전한 존재로서의 독립 말이다. 나는 아직 그
이자 힘이었다는 것, 전문가가 아닌 내가 가진 장점이 있으며, 모
여정에 있다. 새해에도 꾸준함과 새로움 속에서 좀 더 성장할 수
임을 준비하는 나의 노력과 그 시간에 같이 희생해준 가족들에게
있길.
대한 보상으로라도 돈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 일을 할 수록 고립된 점들과 서로서로 연결되면서 내 세상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느낌이 좋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
윤주애 님은
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내디디면 이렇게 우리는 나 자신이
여성, 영성, 꿈, 자기실현을 키워드로 품고, 읽고 쓰고 그리면서 사람들을 만 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하는 대안 문화공간인 ‘냇물아흘러흘
넓고 크게 확장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러’에서 2017년부터 여성들의 내면 여행 모임인 <내 안의 여신찾기>를 진행
2018년에 ‘일과 나의 관계’ 속에서 나는 그 확장의 기쁨과 함께
중입니다. http://whalesong.tistory.com/
<일벌인 여자들> 간담회에서 박숙영 님, 김학민 님과 함께 ‘냇물 모임지기들의 창직 이야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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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카페 퍼스트페이지 퍼스트페이지 × 공유선 대표
# 동네; 풍납동은 고향이다. 2000년~2007년까지 어린이도서관 ‘함께크는우리’는 풍납2동에 있었고 아이들을 품앗이로 돌보고 수요일마다 모여 놀고 북클럽을 만들고 부모교육을 받으며 자연으로, 문화유적지로 박물관으로 날아다녔다. 그러다 2008년 강동구 상일동으로 함께크는우리가 이전하자 공유공간은 사라졌고 엄마모임만 남아 아이들의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간을 서로 위로하며 보냈다. 엄마들은 회사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도서관에서,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모임에서 갑자기 ‘우리 카페나 한번 해볼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즉흥적이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을공동체 공간지원사업’이 매칭되면서 바로 현실화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 풍 · 납 · 동… 우리가 즐겨가던 떡집과 문방구, 맛있는 안주가 있는 동네였다. 문화재 구역이라 개발이 제한적이라 동네의 모습이 변함없음도 우리에겐 좋았다. 그래서 공간을 시작하고 처음 한 일이 풍납동의 모습을 남기는 거였다. 2014년 풍납동을 구석구석 다니며 이야기를 모으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마을 매거진 ‘바람드리’를 냈다. 풍납2동 축제 기간에 풍납동 마을 사진전도 열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와 동장의 갈등으로 마을 사진전은 반쪽의 성과로 남았다. 주민의 성장과 참여를 받아들이기에 행정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능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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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는 풍납동에서 좀 넓혀 송파구의 이야기를 담은 ‘송파 인’ 매거진을 만들었다. 송파에 자리 잡은 마을 공간을 찾아가 취재하고 송파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도 풍납동은 재개발에 레미콘에 문화재보상에 시끄럽다. 조금씩 조금씩 옛 모습을 잃어가는 풍납동이 낯설지만 그래도 아직은 고향이다.
# 여기 뭐 하는 데에요? 우린 이 작은 공간에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다. 왜냐하면 뭘 할지 뭐가 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놀이터, 마을 카페, 공방, 배움터, 커뮤니티 허브?
희망이 본디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디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우리의 일상을 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요구를 현실에서 시도를 해보는 공간이면 어떨까? 그래서 ‘일상문화’란 단어를 선택했다. 생활보다 왠지 일상이 좀 힙해 보였다. 매체를 통한 홍보나 상업적인 SNS를 하기 싫고 할 사람이 없었다. 그냥 동네에서 성실하고 소박하고 재미있게… 자리 잡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소박한 게 아니라 오만한 거였다. 못 한 거라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5년간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상을 돌보고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 새로운 문화가 되었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내가 만드는 물건들, 내가 좋아하는 것, 취향, 생각이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그런 삶을 격려받고 지지하는 공간으로 기억될까?
개방성과 공간의 지속 가능함을 ‘카페’에서 찾았다. 아침 10시에서 저녁 10시까지 주말에도 쉬지 않고 3년간 360일 개방했다. 6시간씩 주 2회, 8명의 운영진이 카페 지킴이를 했다. 수제 청도 만들고 커피도 내렸다. 월 1회 운영회의와 격주로 프로그램팀, 메뉴팀 회의를 했다. 열정적이었지만 우리에겐 백종원 같은 멘토가 없었다. 시도한 메뉴들을 하나둘 접게 되고 강좌나 모임 수입보다 일반 카페 매출이 점점 줄었다. 주변에 새로 카페들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우리도 공간의 의미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2018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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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좌 지난 5년간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수공예 프로그램부터 나를 알고 세상을 배우는 공부들을 기획하고 강좌를 열었다. 대부분 6~20명의 소규모 강좌였지만 입소문과 네이버 밴드에 올리는 것만 했는데도 늘 폐강 걱정 없이 진행된 것에 감사하다. 3년까지는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금으로 강사비를 일부 책정할 수 있어서 참가자들이 음료비 50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4년차부터 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참여가 저조해지기도 하였다. 별자리 인문학은 평균 20회의 강의를 5번 열었고 한 달에 2번 꾸준하게 진행된 인형 만들기는 100회가 넘게 진행되었다. 5년간 공간에서 만난 강사들은 자기 작업실이나 강의공간을 오픈하기도 하였다.
뜨개질, 자수, 퀼트, 인형 만들기, 미싱, 떡&베이킹, 천연화장품과 천연방향제 만들기, 가죽공예, 브런치 시네마, 드로잉, 스페인어, 여행학교, 한글과 영문 캘리그라피, 타로, 그림책 만들기, 사진&매거진, 별자리 인문학, 나눔 교육, 작가와의 만남, 청소년 인문학, 어린이 마을학교, 부모 감정학교.
# 모임; 유쾌하고 개인적인 공동체 월요 뜨개 모임, 화요 영어소설 읽기, 수요 인형 만들기, 목요 드로잉, 금요 자수, 스페인어 모임, 유아 그림책 모임, 저녁 독서모임… 그동안 자발적인 모임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해왔다. 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 공부 모임이나 송파아이쿱생협 동아리 모임, 한살림 마을 모임은 공간을 공유해주는 고마운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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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것은 자유롭고 유쾌한 공동체의 시작이다. 퍼스트페이지는 모임을 사랑한다. 모여서 읽고, 먹고, 떠들고, 만들자.
# 작은 책방 2017년 새롭게 공간 한 켠에 등장한 신규사업이다. 북 큐레이션과 독서 모임을 꾸리는 것이 재미난 나의 시도였고 안 팔려도 내가 소장하면 되는 책으로 100권을 딱 1권씩 진열한다. 책 1권 팔면 카드 수수료까지 떼고 20% 수익도 남기 힘든 구조지만 책은 물건이 아니라 문화라는 자존심으로 작은 책방을 하고 싶었다. 지금도 수공예와 책이 만나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고 책을 파는 공간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고 싶다.
# 마무리 계절을 5번 반복하며 1,680일 13,440 시간 문을 열었고 월평균 500명의 사람들이 공간을 방문했고 40종의 강좌를 800회 진행했다. 우리가 만난 시간들을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퍼스트페이지가 기억되는 방식은 이곳을 오가며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누구나 언제나 와도 반겨주는 환대의 공간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 지난 5년을 뒤로하고 2018년 10월 퍼스트페이지 시즌2가 시작되었다. 기존 운영진 4명과 새로운 2명, 총 6명이 퍼스트페이지를 일상문화협동조합으로 만들었다. 공방 카페 & 작은 서점 & 마을 부엌 & 마을학교 & 공유공간.
퍼스트페이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49길 8 070-4190-2646 @cafe_1stpage 월~금, 일요일 10: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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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의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을 앞두고 카페두잉 × 김한려일 대표
1-1. 왜 카페두잉을 오픈했나요?
는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로서의 생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세계관(가치관,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멀
각을 다 드러내고 표현하면서 먹고 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티카페 (책, 그림, 영상, 상담, 음악, 음료 등이 있는 카페)를 만드
입니다.
는 것이 개인적인 ‘꿈 중에 하나’였습니다. 약 20년 된 꿈입니다.
전면에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그래서 이 회사의 존재 자체가 무
페미니스트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대개 외로운 일생을 삽니다.
의미하거나 이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 또는 너의 사고는 진부하고
페미니스트 운동, 활동가나 교수/학자가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 혐오적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싫고 너와 일하기 싫다’라는
페미니스트라면, 먹고 살기 위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삶을
속마음을 드러낸다면 가족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삽니다. 모두 눈이 두 개인 사람들 사이에서 눈이 하나인 것처럼
저는 현재 29, 27살 두 자녀를 9살, 7살 때부터 혼자 벌어서 먹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살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80~90%
여 살리며 가장으로 살아야 했기에,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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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개인적 꿈을 실현할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문화 운동, 사회운동의 오프라인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며, 이슈 공
제가 더 이상 두 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론화, 동아리, 사업체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쉴 수 있
이제야, 2017년 2월 4일에 두잉을 개인사업자로 시작했습니다.
는 공간은 어느 곳이든 필요합니다.
① 이제 더 이상 연기(이 사회가 요구하는, 타인이 바라는 나로 의 연기)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두잉을 오픈하게
2-1. 두잉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된 것이고,
① 페미니스트들의 Network 형성
② 더불어 전혀 사업자금이 없는데도(두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② 페미니스트들의 권능강화(Empowering)
다 해 모은 돈 7천만 원이 2012년 사기를 당해 다 날아갔습니
③ 페미니스트들의 성장
다) 2017년 두잉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와 ‘강남
④ 페미니스트들의 휴식
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이었습니다.
⑤ 페미니즘의 학습과 전파 (The learning and dissemination of feminism)
한국의 정치권 현실이 꼴 보기 싫어서 뉴스를 보지 않고 살다가 세 월호 참사가 벌어져, 다시 대한민국의 정치권 현실에 관심을 갖고 거리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사회 정치적 현실에 눈을
2-2. 이 카페는 서울에서 페미니즘을 표방한(explicit)
돌린 저는 여성의 인권이 좀 나아진 줄 알았더니 별로 그렇지 못
첫 카페인가요?
하다는 사실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을 통해 충격적으로 깨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대학원 동문들이 1997년에 이대 앞에
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성 혐오 살인사건을 여성 혐오 사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카페’를 오픈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시절
임을 알아차린 젊은 여성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에 희망도 품게
은 제가 결혼해서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강원도에서 6살 4살 아이
되었습니다.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더 연애하기 힘들어진 신자
들을 키우고 있을 때라 잘 알지 못하고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페미
유주의 시대의 ‘젊은 대한민국 여성들’과 친구가 되고 조금이나마
니스트들이 모였던 카페라고 들었습니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90년대 ‘고마’ 이후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카페는 ‘두잉’이 처음
두잉은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을 인지할 수 있었던, 페미니즘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카페라고 ‘노골적’으로 명명하
을 지향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 되
고 홍보하고 간판에도 드러내고 ‘카페’를 하는 곳은 최초라고 볼
길 바랍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이들이 공부하고 토론
수 있습니다.
하면서 성장하고, 지치고 힘들 때 함께 울고 웃고 쉬면서 재충전 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카페가 아니라 ‘공간’이라고 치면,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 운영하는 ‘성평등도서관 여기’ (http://www.genderlibrary. or.kr) 가 있고요,
1-2.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두잉을 오픈한 이후,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카페, 도서관, 서점 등
대한민국 곳곳에, 그리고 여전히 가부장적인 세계 곳곳에 이런 공
이 여러 곳 오픈했습니다.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간은 필요합니다. 이런 공간이라고 하면 꼭 다양한 것을 하는 곳 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페미니즘 정신이 담긴 도서관, 서점, 카페, 갤러리, 상담소, 식당, 펍이나 술집, 패션샵, 아트샵 등 페미
3. 카페에서 어떤 행사를 개최하나요?
니스트들이 먹고 사고, 하고 싶은 말을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① 페미니즘 학당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페미니즘 시각의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매달 1회~4회 정도 페미니즘 관련 특강 (주제특강이나 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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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이 있습니다. ② 페미니즘 독서 모임
로 사용하였음) 라는 말이 들릴 때부터 나는 ‘여성주의자’라고 생 각했습니다.
현 재 페미니즘 일반 페미니즘 독서팀 9팀, 영어 토론팀 4팀이 매
지금 생각해 보면 중,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들의 절반 정도는 현
주 또는 격주로 독서 모임을 통해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형성과
재 페미니즘 서적으로 분류되는 문학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식 습득 및 페미니스트로 사는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문학 작품이 아닌 페미니즘 관련 이론이나 에세이
③ 페미니즘 아트 갤러리
서적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원을 두 군데 나왔는
생 명권, 인권, 성평등, 페미니즘 등, 세계관을 담을 그림, 사진
데, 90년대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신학대학원(M.Div) 논문을
을 전시합니다.
‘성서의 올바른 여성관’(제목은 정확지 않고,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④ 페미니즘 도서관
해석하는 성서 속 여성 인식)으로 학위 논문을 섰고, 아이들 키우
< 강남구 마을 작은 도서관>으로 선정되었으며 페미니즘 관련
며 직장생활하면서 2천년 대 다시 입학한 신학대학원(Th.M.)에서
도서가 일 천 여권 구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무료로 책을 읽으
는 ‘페미니스트 목회상담 방법론 연구’(http://academic.naver.
실 수 있습니다.
com/article.naver?doc_id=176592120)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⑤ 페미니즘 서점
결론적으로 보면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모를 어려서부터 생활
일 부 페미니즘 도서는 두잉에서 구입하실 수 있으며 1년에 2회
속에서 느끼는 불평등을 감지하며 페미니스트 시각이 있었고,
페미니즘 도서전이 열립니다.
대학 때부터 서서히 페미니스트로서 자각을 시작하여 결혼생활
⑥ 페미니즘 상담소
페 미니스트 관점의 상담을 합니다. 저는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에
(1991~2001년)과 이혼 이후 여성가장(家母長/matriarch)으로
살면서 명확한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의식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서 페미니스트 돌봄 상담을 전공했습니다. (Th.M / Feminist pastoral counseling) ⑦ 페미니즘 굿즈샵
5. 본인이 페미니스트 운동가라고 생각하나요?
페 미니즘 굿즈를 직접 제작, 판매하거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네, ‘직업으로서의 페미니스트 운동가, 활동가’라고 생각하지는
들의 굿즈를 위탁 판매하며 1년에 2회 페미니즘 굿즈 프리마
않습니다만, 커다란 페미니스트 운동의 일원으로서 New Social
켓이 열립니다.
Movement의 성격을 가지는 “페미니스트 운동가”라고 생각합
⑧ 페미니즘 행사 전체 대관 및 세미나실 대관
니다.
페 미니즘 도서 출판사, 성평등, 페미니즘 관련 단체, 소모임 등 에서 행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주변 일반 회사의 대관도 받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⑨ 페미니즘 영화 상영 및 젠더 생명권 관련 행사
6. 손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오픈하자마자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오버워치 게임을 하는 여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영화 상영회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
성들의 모임인 전국디바협회(현, FAMERZ페이머즈) 당시 회장이
니다.
두잉을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면서부터 달려와 “이런 공간을 만들
⑩ 성평등 이슈 운동을 후원하거나 집회에 참여합니다.
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의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트위터 에 페미니즘 카페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보고 찾아왔다는 것입니 다. 그때는 두잉에서 트위터를 시작도 하기 전이었는데, 누군가 두
4. 페미니즘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잉 오픈 파티에 참석해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게시하자, 몇천 회
대학교 때, 한국말로 ‘여성주의’(feminism과 같은 말이지만, 80
가 리트윗되면서 두잉이 빠르게 알려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
년대는 페미니즘이라는 원어보다 ‘여성주의’라는 한글 용어를 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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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댓글이나 SNS 평가를 통해 공격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공간 에 찾아와 공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언론 인터 뷰를 통해서 제 사진이 나갈 때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길을 지나 가다 보아도 저인지 알아볼 정도의 정면 사진을 게시하지는 않았 습니다. (언론사의 실수로 나간 것 외에는) 이렇게 제가 얼굴을 완 전히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위험 요소보다는 이런 공간의 유효성이 백배는 더 크다 고 보시면 됩니다.
8. 카페두잉과 같은 공간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페미니즘에 대해 더 깊은 이해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일단, 페미니스트는 정체성이 아닙니다. 그 이후 전국디바협회 월례회나 독서 모임 등을 두잉에서 가졌는데
(Feminist is not an identity.)
그 뜨거움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뿜어져 나오는 환대의 마음 표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세뇌된 이원론을 순간순간 의식하고 거
현에 저 또한 감사하고 울컥했습니다.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 여성
부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라는 이유로 별의별 여성 혐오적 발언을 듣고 힘들어하는 젊은
성-속sacred-secular, 남-녀man-woman, 선-악good-evil과 같은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앞에 언급했던
이원론dualism은 곧 상-하top-bottom의 개념이고, 세상의 모든 것
‘성평등도서관 여기’에 작은 사무실을 꾸리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
을 이분법dichotomy으로 나누어 단순화, 계급화하는 것을 습관화
는 페이머즈 친구들을 마음으로부터 깊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차별discrimination을 유발합니다motivate.
위에 에피소드는 완전 초창기에 인상 깊었던 일이고, 이후에도
가부장제patriarchy, 가부장주의paternalism도 이원론에서 발생한
“이런 공간을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
것입니다.
었던 것 같습니다. 감동적이고 감사한 동시에 이런 공간이 필요 하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주로 20대 친구들이 주
페미니즘은 세상의 “인간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누는 것은 기획
요 고객입니다.
된 것이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다양성diversity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원론, 이분법 으로 인해 발생한 차별을 반대하고, “다양한 한 사람 한사람이 모
7. 부정적인 반응도 받았나요? 그렇다면 어떤 것인가요?
두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를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
페미니즘 관련 논란이 있는 한국에 이런 노골적인
입니다. 나아가 페미니스트는 점점 인간 아닌 다른 생명의 권리에
페미니즘 공간이 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을 표방하다 보면 ‘페미니스트’를 ‘정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그 여성은 누
신병자’라고 폄하하는 용어로 공격하거나 ‘피해망상증 환자’라든
구인가? 왜 여성-남성으로 구분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가 대 놓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
며, 젠더gender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는 사상입니다.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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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사람, 페미니즘을 성장시키는 사람이 페 미니스트입니다. 그것이 ‘Doing Feminism’이고 그래서 이름을 Doing이라고 지은 것입니다.
기존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자신이 남성이기만 하다고 느끼는 그 남성들”, “페미니스트는 ‘드센 년’이라고만 생각하는 남성들” “페 미니즘은 여성(이라고 불리는)만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 는 남성들에게도 당연히 페미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두잉이 이제 ‘사회적 협동조합’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는 것입니까? 두잉을 오픈하기 전 페미니즘 연구자나 운동가로 살아오지는 못 했기 때문에 두잉을 함께 도모할 사람이 없어서 개인사업자로 오 픈한 것이고, 두잉을 오픈할 때부터 비영리단체나 법인을 생각하 세상의 인간을 남-녀로 나누고 나를 여성과 남성 중 하나의 성으
고 있었습니다. 두잉을 운영하다 보면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나타
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고 싶으며,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제 그때가 되어 5명의 발기인이 모여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은
‘비영리법인’ 신청을 했습니다. 심사를 받았고 이제 승인만을 기
지, 어떤 직업을 갖고 살고 싶은지, 그렇게 살려면 나는 지금 무엇
다리고 있습니다. 두잉 사회적 협동조합이 개인사업자 두잉을 인
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입니다.
수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얼마나 다양한지 깨달아 가고, 나를 여성도 남성도
사회적 협동조합은 돈을 출자한 모든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 운
아닌 ‘나’로 인식해가는 과정이며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보
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생산자 조합원’ 에 가입해서
는 시각도 이분법적으로 하지 않게 되는 과정입니다.
‘비건식’을 만들어 팔겠다고 하면 합의한 수익 배분율에 따라 생
이런 세계관과 인간관이 페미니즘입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산자가 수입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두잉 운영비로 적립하는 것입
생명의 존중 받을 권리를 해하는 생각과 범죄에 대항해 싸우는
니다. 특히 ‘학당’ 기능이 강화되어 10회 20회 자신의 재능으로
것입니다.
‘연속강좌’를 하실 수 있는 분들, ‘독서 모임’ 지도를 하실 수 있는
단지, 우리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때,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는
‘생산자 조합원’들이 두잉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아
세상에서 자신을 여자로만 여기고 여자로 취급받으면서 느낀 고
티스트가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실 수도 있고요. 모두 마찬가지로
통을 공통의 경험으로 갖고 있기에,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운
자신의 수익과 두잉 운영비 적립을 하여 두잉 전체가 돌아가는 것
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입니다. 그 외 직원조합원, 소비자 조합원, 자원봉사자 조합원, 후
이런 세계관과 사상을 가지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고는 어
원 조합원이 있는데, 이들은 월회비를 내고 두잉의 모든 콘텐츠를
디에서 왔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당연한 것이 당
10~50% 할인된 가격으로 음료를 포함한 두잉의 모든 물품을 구
연하지 않음을 매일 매일 깨닫는 사람, 매일 성장하는 사람이 페
입하거나 강의를 들으실 수 있는 것이고요.
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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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vol.3
또한 기업의 지정기부금 단체로 승인을 받아 정기적인 기업은 기 부금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그만큼의 세금 혜택을 보실 수 있습니 다. 조합원 가입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일반 정기후원자들도 할인 혜택을 드릴 예정이고요. 비영리법인이다 보니 출자자들에게 수 익 배분이 따로 있지는 않고 수입의 30%는 법정 적립금이며, 전 체 수입의 40%는 공익적인 일에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적립된 금액은 특별히 메갈리아 이후 세대 (신생 페미니스트) 운동단체 활 동비 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해산할 시에도 개인에게 남은 재산이 돌아가 지 않고 국고나 유사단체에 기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두잉 사회적 협동조합 초기 사업운영비가 조금 모자라기 때문에 100만원 이상의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카페두잉 서울 강남구 삼성로 654 B01호 02-544-5752 http://www.cafedoing.com @bookcafedoing @DoingFeminism @doingfeminism 월~토요일 11:00~22:00 도서목록 https://goo.gl/k9Yn5z 도서 검색 엔진 https://ismism.github.io/doingbooks/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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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空間, space)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 또는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 표준국어대사전
별별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저널
Vol. 3
발행일
2018년 12월
발행인
신은희
편집장
최은영
디자인
성지선
발행처
밸류가든
후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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