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잡지 [인터뷰, 마을이음] (9호 장안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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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 8. 20.

02-03

시즌1을 마치며

04-05

당신이 몰랐던 장안동의 소소한 역사

06-10

11-17

동네에서 놀고, 즐기고, 배울 곳

18-19

장안동 돈키호테

20

장 안 동

모이고, 움직이고 달라지다

광고/발행정보

長 安 洞

말의 쉼터, 자동차와 사람의 쉼터가 되다.


02

9호 2021. 08. 20.

인터뷰,마을이음 시즌1을 마치며 시민기자 심소영

시민기자 최다솔

2018년 가을부터 시작된 ‘인터뷰, 마을이음 시즌 1’을 2021년 여름을 끝으로

2021년 7월 5일, 시민나루에서 활동을 시작한 첫날 장안뚝방길 취재에 나섰습니다.

마감합니다. 그동안 인터뷰해주신 것도 고마운데 동네 취재하러 다니느라 고생한다고 뭐 도와줄 것 없냐 물어봐 주시고, 무슨 돈으로 만드냐며, 이런 마을잡지 계속 만들 수 있게 동네 힘 있는 분들 찾아다니라고도 해 주시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말씀 등 다양한 목소리로 응원해주시고, 우리 동네 이야기를 풀어주신 우리 동네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여 2022년 인터뷰 마을이음 시즌2로 찾아뵐게요~

사실 아무것도 모른 채 취재를 따라나섰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그렇게 저는 작은 도서관의 이야기를 듣고, 산책 중인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의 공원을 눈에 담으며 ‘인터뷰, 마을이음’의 온기를 느꼈나 봅니다. 장안동편 잡지 제작에 함께하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끝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이 시간을 통해 많은 이들이 수많은 얼굴로 우리 가까이 살고 있음을, 따로 또 같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바로 내 옆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걸로 충분한걸요. ‘인터뷰, 마을이음’을 읽는 시간만큼은 가슴 한편이 채워지는 시간으로 닿았기를 바랍니다. 오래도록 애정을 보내주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시민기자 임정희 어쩌다 시민기자 임정희입니다.

시민기자 오연정

인터뷰, 마을이음으로 동대문구 14개 동 주민의 삶과 생활 그리고 역사를 알게 되었고,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일상을 그리는 추억의 페이지를 오늘도 쓰고 있네요. 마을을 이야기로 이을 수 있게 기회를 주고 함께 한 문화플랫폼 시민나루의 활동에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동네 사람들 인터뷰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호기심과 의욕만 앞세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기에 경험도 적고, 미숙하게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많은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일과 시간, 인터뷰 시간에 맞추기 힘든 월급쟁이 소시민이다 보니 한정적인 시간 투자에도 양해와 배려를 해 주신 마을이음

시민기자 박혜진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발전하길 바랍니다. 마을이음 파이팅!!!

이문동 편부터 함께 참여한 인터뷰, 마을이음은 저에게 우리 동네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촬영하며 카메라

시민기자 윤덕환

뒤에서 같이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며 말하는 이의 삶 속에 빠지기도 했어요.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모여 우리 마을의 역사를

자극적인 질문하나 해봅니다.

이룹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마을이음 계속

‘얼마짜리 아파트에 사세요?’

기대해주세요! 사람들은 타인의 부러움과 인정을 먹고 삽니다. 여기에 ‘아파트값’은 부러움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시민기자 오은형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인정욕구에 대한 결핍이 큰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절대치가 없는 욕구는 끊임없는 ‘아파트값 상승’의 개미지옥을 경험하게 할

인터뷰, 마을이음을 준비하고 동네 이야기를 쓰는 일에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를 알아가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의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도서관과 마을 활동 일의 경험으로 주민들이

9개의 ‘우리 동네’의 역사를 뒤져보면서 느낀 게 많습니다.

많이 모이고 배우고 즐기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도

아파트값이 아니라, 동네가 흥미롭고, 골목이 즐겁고, 역사가 재미있었습니다.

가득했고, 동네를 아끼는 분들의 인터뷰 내용은 늘 페이지를 훌쩍 넘겼습니다. 공간을

감춰진 역사가 있고, 숨겨진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이용하는 사람들과 책과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따뜻했던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바뀐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이야기도, 가슴 아픈 이야기도 우리는 함께 나누고 읽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의 책처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이야기도 도서관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당신, 어떤 동네에 살고 계시나요?’

것입니다. 책 읽는 사람들 칭찬을 많이 했던 도서관 관장님들의 환한 얼굴과 “우리 동네엔 도서관이 있다.”라는 말로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디자이너 이태연 시민기자 박혜원

원고가 도착하면 '이번에는 어떤 동네일까?' 하는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어보 곤 했습니다. 동대문구에 대해서 어떤 곳인지 알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마을이음에 담

인터뷰, 마을이음으로 동대문구 곳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알지 못했던 공간에

겨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고나면 '어! 여기 이번 호에 나온곳인데?' 하면서 그냥 지나

가는 일은 늘 설레었습니다. 우리가 전해 들었던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치던 곳도 반가워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저

인생과 동대문구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시즌 2가 시작되면

에겐 많은 영감이 되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해 자신이 할

우리는 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설레는 마음을 더 안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읽고나면 저 자신에게도 '내가 할 수 있

시즌 1을 마무리합니다. 사람의 역사로 마을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즌 2를

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되묻곤 했습니다. 지난 시즌동안 따듯한 이야기들 만나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03

동네가 흥미롭고, 골목이 즐겁고, 역사가 재미있었습니다. 감춰진 역사가 있고, 숨겨진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바뀐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 어떤 동네에 살고 계시나요?’

장안동 지도 장안동 발간사 장안동. 세계춤축제, 장안벚꽃길 벚꽃축제, 장안동 맛 의 거리 등 놀거리, 먹을거리 많은 동네로만 알고 있었 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동대문구에서 인구도, 공원도, 학원도, 사무실도 가장 많은 동네였다. 사람이 많다는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게다가 지금 자동차 중고시 장이 있는 장한평역 근처는 조선시대에는 말이 쉬어가 던 동네(살곶이 목장)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말 이 쉬어가던 곳이 자동차와 사람이 쉬어가는 동네가 된 것이다. 그렇게 쉬어가는 동네라서 그런가? 장안동 에서 만난 사람들은 평온했다. 사람이 좋아 주민자치 회에 참여하고, 어르신들을 위해 이벤트를 만들고, 날 마다 공원을 즐기며,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 말 그대로 “말의 쉼터, 자동차와 사람의 쉼터가 되다 장안동(長 安洞)” 사람들이었다. 2021.8. 심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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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신 이 몰 랐 던 장안동의 소소한 역사

숨겨진 ‘살곶이 목마장’의 전략적 요충지,장안동

윤덕환(문화플랫폼시민나루 시민기자) / 문화심리학박사

동대문구 장안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딱 두 개의 공간을 먼저 떠올린다.

마장동의 역사와 역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1760년대 살곶이 목장의 위치를

경남관광호텔(이와 함께 인근의 유흥가)과 국내 최대의 중고차 시장이다. 하지만,

특정한 지도가 나타나는데(그림1), 이 지도를 아차산을 동일한 기준점으로 두고

경남관광호텔은 2020년 매각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오피스텔과 상업시설로

2021년 기준의 지도와 맞춰보면(그림2),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딱 드러난다. 지금의

신축예정)1), 남은 것은 79년도에 생긴 국내 최대의 장안동 중고차 시장이다. 그런데,

면목동, 중곡동, 군자동 등과 현재의 장안동 일대가 모두 ‘살곶이 목장’으로 묶이는

이곳의 명칭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장안평’ 중고차 시장이라고도

지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면목동의 한자 뜻풀이도 ‘목장의 앞(면목, 面牧)’이라는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장한평’ 중고차 시장이라고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마장동에서 면목동 근처까지가 실제로 존재했던

둘 다 맞다. 둘 다 검색도 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좀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살곶이 목장이 었다는 것을 추론하게 한다.

있다. 동네는 분명 장안동이고, 서울시의 공식문서에도 ‘장안평’이라고도 쓰는데2), 왜 장안동에 있는 지하철역 이름이 왜 ‘장한평’역일까? 이 질문은 장한평역이 개통된

유흥가가 많고 낙후된 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장안동은, 조선시대 말이라는 전략자원을 관리하던, ‘장한벌’의 역사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전략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당일(1995년 11월15일)부터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은 장안동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단서

마장동 인근의 정체성에 가깝던 동네, 장안동

역할을 한다. 장안동은 1975년 10월1일, 서울특별시 조례 제97호에 따라 이름을 부여받는다4).

장안동의 역사적 정체성의 뿌리는 ‘말(馬)’과 관련이 있다

중랑천과 한천이 상습적으로 범람하던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제방을 쌓고 인근 지역을 농토로 바꾼다(그림3).

장안동 가까이에 있는 ‘장한평역’ 이름에 대한 단서는 옛날 신문에도 있었다. 1995년 11월16일자 경향신문에는 장안동 인근의 역이름을 장한평으로 명명한 이유를 이렇게 싣고 있다. ‘「장한평역」은 서울시 지명위원회 소속 학자들의 「고집」으로 탄생했다. 조선시대 목마장(牧馬場)으로 유명했던 이곳의 이름이 대동여지도 등에 장한벌(長漢平, 장한평)로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지명위원회는 91년 7월회의에서 『일제를 거치면서 일본인들이 「한」발음을 못해 「장안평」으로 변한 것』이라며 「장한평」을 부활시켜 역명을 확정했다.’ -경향신문, 1995년 11월16일자의 기사 일부 발췌 이후 이 지명위원회는 서울 지하철역의 명칭 전반에 대해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이런 맥락에서 지어진 지하철역 이름이 버티고개, 새절, 먹골, 애오개, 잠실나루 등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장안동은 본래 ‘장한벌(장한평)’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기원으로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漢)’이 들어간 발음이 역사적인 정체성에 더 가깝다는 흔적은 인근의 거리명(장한(漢)로), 도로명(한(漢)천로)등에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이 기사에는 장한벌의 기능을 추론해 볼 수 있는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말을 키우는 농장, ‘목마장(牧馬場)’이다. 직관적으로 말을 키우는 동네라는 느낌은 인근의 마장동을 떠올리게 한다. 이 마장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살곶이 목장’이라는 공간이 등장한다(마장동 인근에 살곶이 다리가 있다). 근대이전 시대의 말(馬)은 군사전략은 물론 교통, 통신체제를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마장’을 관리했었다. 이를 살곶이 목장이라고 하는데, 특히 현재 마장동 인근인 한성부 동교에 위치한 이 살곶이 목장은 전국의 마장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립 목장이었다고 전해진다3). 정확한 한성부 동교 인근의 살곶이 목장의 위치는 어디였을까. 이것을 추론할 만한 지도가 한 장 있다.

(그림3. 성수동 한강 제방 정비작업(1956), 1925년의 을축년 대홍수로 인하여 뚝섬, 장한평 일대가 크게 피해를 입자,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방수 공사를 하면서 현재의 성수대교 북단에서 한강 연안을 따라 동서로 뚝섬수원지에 이르는 긴 제방을 쌓았다. 그리고 침수지에는 저자도에서 모래와 흙을 파다가 부어 지표를 높였다. 사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아카이브)

이 시기는 왕십리, 답십리, 마장동 지역과 함께 서울의 채소와 농산물을 제공하던 역할과 맞닿아 있다. 이후 이 장안평 지역은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맞물린 동대문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중곡동, 군자동, 능동의 지역과 묶여 주택지역으로 전환된다(이 시기 1976년부터 1979년 사이에 주택지역으로 묶이면서 한천로가 생기고, 시영아파트도 들어선다. 그림4).

[그림1. 1760년대 규장각 소장, 살곶이 목장 지도] 출처. 마장동, 서울역사박물관(2013.12), 32쪽

[그림2. 2021년 장안동 & 아차산 지도] 출처. 인터넷 카카오 지도에서 편집

1) 미주상가 이어 경남호텔까지... 미래에셋, 부동산 금융 해결사(2020.10.5., 서울경제) 2) 장안평 일대 국내 최대 업사이클 타운 조성합니다. 서울특별시(2018.11.30.) (https://news.seoul.go.kr/citybuild/archives/223586) 3) 마장동 – 수도권 최대의 축산물 단일시장, 서울역사박물관(2013.12), 30쪽 4) 동대문문화원(http://dongdaemun.kccf.or.kr/) ‘장안동’검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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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동에 작은 공원들이 많은 이유 장안동에는 작은 공원들이 많다. 동대문구 인근의 답십리나 휘경동, 전농동의 작은 공원들이 대부분 7~8개 수준인데 반해 이름이 붙은 공원들의 수만 14개가 훌쩍 넘는다. 장안근린공원, 장평근린공원, 장일공원, 이슬공원, 안골공원, 샛별공원, 마로니에공원, 늘봄공원, 한내공원, 미나리공원, 미리내공원, 장미공원, 늘푸른공원 등이다7)(장안동편, <공원, 우리의 마음이 쉬어가는 곳> 참고). 왜 유독 장안동에는 이렇게 공원이 많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또한 이 지역이 국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던 군사적 요충지(말 관리)라는 역사적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조선은 1394년(태조3년) 한양천도 이후 행정편제를 한성부로 고치고, 동,서,남,북,중부의 5부로 구성한다. 이중 한성부의 동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였다. 왕실 사당인 종묘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이 지역은 도성안 지역 중 고도가 낮고 쉽게 출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방비를 강화하기 위해 다수의 군영을 배치한다8). 이 역사적 맥락에서 한성부 동부 지역의 마장이 국가의 전략적 관리지역(살곶이 다리까지)으로 배치된 것이었다. 이 한성부의 (그림4, 장안평 토지구획정리지구에 건설된 장안 시영아파트 전경. 장안 시영아파트는 1976년부터 1979년까지 4차에 걸쳐 건설, 분양되었다.  자료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정사진)

행정구역상 관리 영역은 다르지만, ‘살곶이 목마장’이라는 역사성을 공유하고 있던 지역간 정서적 유대의 기억은 군자초등학교와 장안초등학교의 위치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군자초등학교는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고, 장안초등학교는 광진구 군자동에 있다. 또 장안동 사람들이 ‘내구역’이라고 생각하는 장한평역의 주소지는 실제로 성동구에 속한다(장한평역의 정확한 주소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천호대로 지하 405 용답동이다).

말을 관리하던 역사적 정체성, 자동차를 거래하는 공간으로 전환되다

동부 지역은 국방을 강조한 조선시대의 철학적 기조와 맞물려 조선 초기부터 500년 가까이 운영되다가, 1907년 역사적 혼란기 군대해산과 함께 그 역할이 사라진다. 이후에 그 많은 군사 훈련소(훈련원) 지역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서울에 남아있던 거의 모든 훈련원 공간을 ‘공원화’한다. 1919년부터 시작된 이 공사의 흔적은 지금의 탑골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경성운동장(해방 이후 서울운동장) 등으로 용도가 바뀐다9). 장안동 지역에 유독 공원이 많은 것은 바로 ‘말을 포함한 군사 훈련장’이라는 물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그만큼 말이 뛰고, 사람이 달리고 할만한 평지가 많았다는 뜻이다. 인근의 답십리, 전농동, 휘경동만 해도 언덕과 산이 많아 올록볼록한 길이 많다. 일본 제국주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을 담당하던 공간이라는 역동적인 색깔이 지우고, 정적이고 (겉으로는) 평온한 공간으로 ‘말랑말랑’하게 바꿔버린 것이다. 저렴하고 맛난 먹거리와 다양한 오락과 유흥이 많던 장안동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장안동은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있다. 장한평역에서 과거 경남관광호텔을 가로지르는

말과 관련된 장한벌의 역사적 정체성은, 현대의 핵심이동 수단인 자동차를 거래하는

장한로(長漢路)가 급변하고 있다. 경남관광호텔은 2020년 매각되어 오피스텔과

거대한 시장으로 전환된 듯 보인다. 1955년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시작된 이래,

상업시설로 바뀔 예정이고, 장안동의 랜드마크였던 아트몰링(구, 바우하우스)도

1974년에 한국의 고유모델인 ‘포니(Pony)’가 출시되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주인이 바뀌어 새단장을 꿈꾸고 있다10). 공원이 확대되고, 사람들의 쉼터가 늘어나고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 이후 1970년대 중고차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있다.

되는데 이때 정부는 서울시의 곳곳에 흩어져 있던 중고차 시장을 한데 모아 이곳

하지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장안동의 역사적 정체성에는 현재와 같은

장안평 지역에 1979년 대규모 중고차 시장을 개장한다5). 아마도 이 시기가 장한로가

경남호텔 근처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 오락, 유흥만으로 구성된 이미지는 없었다.

정비되고, 서울시 강변도로가 정비되는 때였고, 이때 가장 ‘평평하고 넓은 서울 인근의

오히려, 장안동은 조선시대,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원(말)을 관리하던 ‘살곶이

평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외부 강변도로를 타고 이 지역으로

목장’이라는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이다.

들어오기에 교통편이 좋은 편이다). 이후 한국경제는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덩달아 1985년에는 전국 자동차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게 된다. 이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은 곳이 바로 이 장안평 중고차 시장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개장한지 40년이 넘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단장을 꿈꾸고 있지만6),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중고차 거래시장의 메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다만, 새 단장의 공간은 바로 길건너 용답동이 될 가능성 높다).

5) 기획·상생서울, 자동차의 A부터 Z까지! 장한평, 서울특별시 서울사랑 2019년4월호 (https://love.seoul.go.kr/asp/articleView.asp?intSeq=6513) 6) 장한평 중고차매매센터 재개발 수혜 기대, 중앙일보(2021.06.18.) 7) 장안동 역사이야기, 동대문 문화재단(http://dfac1.co.kr/bbs/board.php?bo_table=area&wr_ id=10) 8) 훈련원과 하도감, 2018 동대문역사관 기획전, 서울역사박물관 한양도성연구소 (2018.08), 14쪽 9) 훈련원과 하도감, 2018 동대문역사관 기획전, 서울역사박물관 한양도성연구소 (2018.08), 48쪽 10) 인트러스투자운용, 장안동 쇼핑몰 매입, 한국경제신문(2021.06.08.)

(그림5. 장안평 자동차시장, 자료출처. 서울사랑 2019년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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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움직이고 달 라 지 다

아직도 한 600여 개 (봉제)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안동 이야기

장안동 경제에 한 축이지. 옛날 훨씬 더 많은 공장이 있어서 정말 알게 모르게 장안동

“얼마나 남아있는지, 내 주위에서 오랫동안 했던 친구들이랑 이렇게 보면 대략 작은 공장을 합치면은 아직도 한 600여 개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도 우리 경기에 많이 이바지했었죠.” 30여 년간 장안동에 살면서 봉제업에 종사하며 동대문구 봉제 연합회를 추진하고 장안동의 봉제 역사를 홍보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장안동 그리고 봉제업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노인정 돌아다니면서 꼬박꼬박 삼계탕 대접 봉사를 했었습니다 생업으로 하는 일 외 장안동에서 하는 일을 물었다. “지금은 장안1동 노인후원회라고 명칭이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노인정후원회가 있었어요. 어디에도 없었던 유일한 노인들을 위한 후원회였죠. 그게 한 30년 전부터 젊은 분들이나 아니면 지역의 유지들 중심으로 마을에 있는 노인정 위주로 많은 후원을 하셨고 또 노인잔치라든지 이런

만난 사람: 김천일 (장안1동 주민자치회장) 취재: 임정희, 심소영

것을 항상 해오셨어요. 몇 년 전(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노인잔치도 하고, 한 번에 한 200그릇 정도 해서 초복, 중복, 말복에 노인정을 돌아다니면서 꼬박꼬박 삼계탕 대접 봉사를 했었습니다.” 장안동도 동대문구 다른 동네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어느 동네를 취재하던 봉사활동을 하는 주관단체나 내용은 달랐지만, 어르신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었다. 다만 장안1동은 좀 더 적극적으로 노인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가장 보람 있는 활동이기도 했다.

마을 어린이 공원이 사랑방 아닌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구나 “마을 곳곳에 어린이 공원이 많아요. 마을공원 정자가 그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또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에 대한 정보를 서로 얻는 장소도 되고요. 저녁에 해 질 무렵 보면 젊은 엄마들이 놀이터에 많이들 나와 계시거든요. 이렇게 마을 어린이 공원이 사랑방 아닌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한 번씩 이렇게 걸어가면서 열심히 관찰할 때가 있어요.” 장안1동 자랑을 해달라는 물음에 그의 대답이다. 마을 어린이 공원 찾아봤다. 아파트 내 공원 빼고 11개의 어린이 공원이 있었다. 로드맵으로 하나씩 찾아보니 나름의 특색도 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디자인한 공원도 있다. 꼭 별도 취재가 필요하겠다.(11쪽. <공원, 우리 마음이 쉬어가는 곳> 참조)

장안1동 회전교차로가 송전탑이 있던 곳이에요 특별한 장안동 옛 기억을 물었다. “특별하게 장안1동 주민센터로 가다 보면 거기 회전교차로 있잖아요. 옛날에는 송전탑이 있었거든요. 지금 장안1동 저쪽에 끝에 가서 보면 코사마트라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그 송전탑이 있었던 자리에 나무 몇 그루가 있었어요. 그런 것도 찍어놓고 했으면, 지금 참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었을텐데, 지금 김천일 장안1동 주민자치회장

생각해 보니까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없어서 좀 아쉽긴 아쉽네요.” 장안1동 골목 안에 있는 회전교차로 특이하다 생각했었다. 송전탑이 있었다니 옛

“작은 어린이 공원이 많아요. 요즘도 해 질 녘이면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이웃 간에

자료를 검색해보지만, 그의 말대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소통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옛날에는 봉제공장이 엄청 많았어요. 장안동을 이끌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지금도 600여 곳 남아있습니다.” 6월 중순 장안동 얘기를 듣기 위해 만난 김천일 장안1동 주민자치회장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안동 이야기를 소개한다.

봉제산업도 장안동을 이끌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부분이죠. “장안동이 시내 동대문시장 쪽에서 고가도로로 이어져 있어서, 새롭게 형성된 봉제 산업단지였죠. 지금 어떻게 보면 제일 가깝고 이동하기도 편했었어요. 그 이유는 제가 생각할 때는 삼일고가에 있었을 때 갑자기 불어나는 봉제 인력 당사자들이 건물을 짓든지 아니면 사든지 해서 자기 공장을 소유하면서 시작했던 곳이 아마 장안동

예전에는 송전탑이 있었다는 장안1동 회전교차로(왼쪽 로드맵)

쪽인 거 같습니다. 그 전에 이미 중고매매차 시장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봉제산업도 장안동을 이끌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부분이죠.” 장안동을 지나다 보면 드문드문

다문화가족 중심으로 문화유산답사도 꼭 해 보고 싶어요.

봉제공장을 보긴 했지만, 장안동을 이끌어가는 정도의 규모일 줄 몰랐다. 장안동이

마지막으로 주민자치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우리 ‘인터뷰, 마을이음’에 하고

다른 동네보다 인건비가 좀 높아서 면목동, 미아리나 삼양동 쪽으로 장안동보다

싶은 말을 물었다. “장안동 이야기하면서 저는 공원을 중심으로 공연이나 어르신들

임금이 싼 곳을 찾아 많이들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동대문경찰서 쪽에 재단사 미싱사

행사 같은 것을 의논하면서 해나가면 곳곳에 중심이 그런 곳(마을공원)이 되지

인력시장이 있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동대문구가 봉제 사업의 한 축이었지만,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번 총회에서 나온 10가지 의제 중 다문화가정을

인건비 싼 곳으로 이주했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중심으로 해서 한 열 가지 정도 한옥체험 더불어 문화유산답사도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마을잡지에서도 복지 사각지대 계신 분들께 관심 가져주세요.” 시종일관 약한 이들을 위한 활동을 얘기했던 그가 우리에게도 사회적 약자,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을 호소한다. 마음에 새기고 노력하겠다. 다소 뻔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진심이 우리의 진심으로 또 우리 모두의 진심으로 닿아 움직여지기를 바란다. 마을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 해 질 녘 남녀노소 여기저기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혼자 있어도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다면 외로움은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다. 김천일 장안1동 주민자치회장의 바람처럼 마을공원이 마을 소통의 중심이 되고, 장안동뿐만 아니라 동대문구 동네 곳곳에 마을공원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재단사 미싱사 인력시장 1993.06.06.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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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움직이고 달 라 지 다

9호 2021.08. 20.

“지금은 동 자치지원관이 두 개 동씩 맡고 있는데, 동마다 한 사람씩 있어서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 좋겠어요. 또 자치회 위원들도 아이를

나에게 마을은 어머니다 만난 사람: 서인자 (장안2동 주민자치회장) 취재: 임정희, 심소영

위한 학부모 활동을 할 때처럼, 동을 위한 자치활동으로 이웃을 배려해서, 먼저 나서서 해 보겠다는 마음을 내어주시면 좋겠어요.” 마음이 통하면 말이 통하고, 말이 통하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서인자 주민자치회장의 바람이 장안2동 주민들께 닿아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삼대 체육대회 마지막으로 인터뷰 공통질문인 동네살이의 즐거운 에피소드 소개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3년 전인가 서울시 공모사업을 따서 3천만 원을 가져올 수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과 부모와 할머니,

서인자 장안2동 주민자치회장을 만나기로 한 날은 초여름인데도 한여름 같은 무더운 6월 어느

할아버지와 같이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이런 마을이 됐으면 참 좋겠다고

날이었다. 저만큼 화이트&블랙 톤의 정장과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서는 여성이 있었다. ‘저분인가?’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가 고안한 것은 3대에 걸친 체육대회였다.

했더니 예상이 맞았다.

동직원들도 황당해 하던 행사를 한번 해보자며 설득해 삼대가 사는 가정을 찾고, 3세대 자녀, 2세대 엄마와 독거어르신을 새로운 가족으로 묶어 팀으로 구성했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한가정으로 묶어진 팀이 같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 친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따르고 보살피는 거예요. 저도 너무 감동했고, 어르신들도 ‘이런 일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좋았다 행복했다’ 하시고, 부모도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이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같이 이렇게 야유회도 가고 이런 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라고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흐뭇했어요. 예산이 좀 문제였는데, 꼭 한 번이라도 더 해 보고 싶어요.”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그려진다.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할 기회를 만들어 준 서인자님과 함께 준비한 이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마을미디어에서) 열심히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이런 일도 하고 있구나. 나도 한번 가입해서 활동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런 서인자 장안2동 주민자치회장

마음이 들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참 좋겠어요.”

동대문 토박이

주민자치회 분과원 모집을 현수막 걸고 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안녕하세요. 서인자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에어컨도 안 켜고 계셨네요. 잠깐 에어컨 좀 켜고요.”

않았다며 주민자치회 활동을 잘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부탁대로

상당히 더운 날이었음에도 흐트러짐 없는 각이 잡힌 인사였다. 급긴장하며, 자기소개부터 부탁했다.

주민자치회 홍보콘텐츠 만들 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저는 이쪽으로 이사 와서 산지가 37~8년 됐고요. 태어난 곳은 제기동이에요. 남편이 한전에 근무해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마을은? 나에게 장안동은?’ 한마디를 부탁했다.

잠시 한전 사택 살 때 제외하고는 쭉 이곳에 살았어요. 아이들도 아들 하나, 딸 하나인데, 여기에서

“나에게 마을은 어머니다. 어머니 품속 같은 따뜻하고 정이 있고 이런

아들은 경희유치원, 경희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딸은 휘경중, 여고까지 그렇게 살다 보니

곳이에요. 확실히 몇십 년간 이렇게 봉사 활동하시면서 공동체 생활을

장안2동이 굉장히 좋더라고요.”서인자님은 삼대가 살아야만 인정받는다는 ‘토박이’였다. 동대문

하신 분들은 늘 그렇게 품어주시는 거 같아요. 또 나에게 장안동은 내

토박이라서 동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동네일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

생활의 터전이죠. 장안동에 있었기에 내가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동대문구 그리고 서울시 재향군인회 여성회장 “이 동네 무궁화유지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처음으로 아파트(휘경여고 앞 현대아파트)가

‘생활의 터전이 마을이고, 마을은 어머니’라는 한마디가 서인자 회장의

생겼어요. 이 아파트 입주할 당시에 통장이 우리 집에 와서 반장을 좀 해 달라 요청했었어요. 그래서

장안동 살이 40년을 설명해주었다.

이것도 살면서 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겠구나 해서 아파트 내에서만 반장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자원봉사라든가 게 전혀 없었잖아요. 구 중심으로 동마다 봉사단체도 있고, 봉사활동을 하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중략…. 누가 추천해서 재향군인회 동대문구 여성회장을 맡게 되었어요. 한 10년 그리고 서울시 재향군인회에서 회장을 뽑는데, 다섯 명이 출마해 제가 당선돼서 10년을 했어요.”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 출신이었다. 각 잡힌 느낌을 왜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재향군인회 여성회’는 안보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 여성 자치위원장은 저뿐이었어요. 주민자치회와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아!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면 각 단체 회장들이 모이게 되잖아요. 처음에는 단체장들 위주로 해서 자치위원회를 운영했지요. 제가 좀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못 하는 거 제가 해 보려고 노력하고 그랬죠. 장안 2동하고 4동하고 통합하기 전에 제가 자치위원장을 했어요. 당시 여성자치위원장은 저뿐이었어요.” 그 당시 어르신을 위해 근린공원에서 천명 규모의 잔치도 했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일 찻집도 했다. 현재까지도 코로나 전까지 배봉사거리 ‘천호낙지’

2021년 장안2동 주민총회_주민투표 중

사장님과 독거어르신께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도 꾸준하게 진행했다. 자원봉사가 없던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해 최초 여성 자치위원장으로서 봉사활동을 업으로 생각하며 실행했던 수많은 자원봉사 얘기를 들으니, 40년간 이어진 봉사활동으로 쌓아온 기쁨과 보람이 느껴졌다. 현재는 어떨까? 주민자치회 회장으로서 즐거움과 어려움을 물었다.

이웃들을 배려해서, 먼저 나서서 해 보겠다는 마음을 내어주시면 좋겠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정말 즐거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 경우 너무 힘들었어요. …. 중략…. 그전에 자치위원처럼 내 주머니를 털어서 같이 봉사하고 웃으며 서로 도와 봉사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없고, 꼭 예산을 받아서 그 예산으로만 실행해야 하고, 또 그 예산을 따기 위해서 사업을 마련해야 하고, 다음에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해야 하고, 그런데 경험은 하나도 없는 상태이고, 또 행정적으로는 전(주민자치위원회 시절)엔 100%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주민들끼리 알아서 해야 해서 (지원)받지 못 하잖아요.” 우리 동네를 위한 활동임은 변하지 않았는데, 자치위원이 돈을 모아 봉사활동을 했던 자치위원회와 나라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자치회의 운영방식 차이 때문에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너무 컸다는 그의 말에 십분 공감이 갔다. 그가 생각하는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2017년 장안2동 마을총회_2017.07.28.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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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움직이고 달 라 지 다

다정다감, 마을에서 주체가 되는 청소년 만난 사람: 이은년 (다정다감 청소년 자원봉사단) 인터뷰: 심소영, 박혜원 글: 박혜원

장안동을 취재하면서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찾던 중 ‘다정다감 청소년 자원봉사단(이하 다정다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주민들(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다른 주민 모임과는 다른 특별한 모습이 있는 것 같았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다정다감을 시작부터 함께한 이은년 님을 만나보았다. 이은년님 다정다감 활동 사진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의 역할

굳이 구분 짓고, 기준을 둔다면 그게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고 생각해. 그런

Q. ‘다정다감 청소년 자원봉사단’ 소개해 준다면?

아이들도, 이런 아이들도 같이 어울려 활동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이은년(이하 이): 다정다감은 ‘다 다 함께 정답게 다 함께 감동을 나누자’라는 뜻의

생각해.” 그러자 문제의식을 느꼈던 학생도 수긍했죠. 뒤돌아 생각해 보니 언젠간

청소년 자원봉사단 모임입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각자 진로에 맞는 특정 과목을

극복했었어야 하는 문제더라고요.

본인보다 더 어린아이들에게 수업합니다. 단순 수업뿐만 아니라 활동적으로 놀기도 하고, 직접 놀이 교구를 만들어서 진행하기도 해요. 멘티에게는 다양한 교육적 환경을

인생의 전환점을 목격하다

안내해 줄 수 있고, 멘토에게는 공동체와 사회집단 내에서 나의 역할을 스스로 깨닫게

Q.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되는 활동이 되죠. 2021년 현재는 7기를 운영하고 있고, 지금까지 약 250명의 멘토가

이: 저희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있었어요.

모두 함께하거든요. 예전에 학생 두 명이 소개를 받아서 온 거예요. 그러자 다른 학생이 저한테 전화해서 그 친구들 담배 피우는 애들이다, 걔네가 여기 물 흐리지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마을 활동

않을까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청소년이 청소년답게 바른 인성으로 성장하기를

Q. 다정다감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라는 마음이어서 그 학생들이 들어오는 거에 찬성하고 있었지만, 일단 멘토

이: 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어요. 한번은

학생들을 불러서 의논하자고 했어요. 그때 한 학생이 “왜 우리가 두 명한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했었는데, 그때 제가 운전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는 했거든요.

끌려갈 거로 생각해? 우리가 이 두 명을 끌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정말

어느 날 아이가 이러더라고요. “엄마 역사박물관에 오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운전해서

명쾌하게 답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가 찬성해 두 학생이 들어오게 되었어요.

오는 아이들이잖아요. 근데 주말에 부모님이 일하시는 아이들은 이곳에 와서 이런

다정다감에는 멘토, 멘티 활동 규칙이 있는데, 멘티들이 멘토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혜택을 못 받지 않을까요? 굳이 박물관에 가서 봉사할 게 아니라 아파트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해요. 두 학생 중 한 명이 화장 진하게 하고 놀러 가는데 한

놀이터에서, 길거리에서, 공터에서 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활동에 접근하지 못하는

꼬마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래요. 멘티였던 거죠. 선생님 어디 가냐면서, 선생님 이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진정한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말에 완전

드시라고 손에 들고 있던 막대사탕을 주더래요. 그 학생이 감동하고는 내가 선생님이란

감동받아 동네 친한 엄마들 4명한테 얘기했는데, 좋다고 바로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나,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고, 완전히 다른

처음에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 토요일에 혼자 놀고 있는 아이들, 한부모 가정 자녀,

사람이 되었죠. 이렇게 참여하는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많이 느껴요.

소년소녀가장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적 콘텐츠를 제공해주기 위해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소문이 났는지 모임에서 단체로 점점 커졌죠.

끝으로 이은년 님은 동대문구에 청소년 공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타 구와 비교하여 동대문구에는 청소년 공간이 현저히 적다. 다정다감처럼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찾다

하는 활동을 공간이 없어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점은 지역이, 어른이 나서서 해결해야

Q. 활동하면서 고민이 되었던 적이 있었나요?

하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참가자와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말

이: 예전에 한 멘토 학생이 심각하게 말하길 한 멘티 아이가 외제차를 타고 와서

한마디 덕분에 힘을 얻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이은년 님과 ‘다정다감 청소년

내렸다는 거예요. “선생님, 저는 소외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자원봉사단’에게 인터뷰, 마을이음도 무한한 응원을 건네본다.

저렇게 외제차를 타고 오는 아이에게 봉사해야 할까요? 저 아이가 계속 온다면 봉사활동의 진정성에 대해 계속 고민할 것 같아요.”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순간 저도 고민이 돼서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말해줬어요. “너의 마음이 어떤지 이해는 되지만, 우리는 빈부와 교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활동인데, 소외계층이라는 아이들을 우리가 구별 지어서 걔네하고만 활동하면 아이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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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움직이고 달 라 지 다

9호 2021.08. 20.

우리 마을 ‘공공 멀티 복합 거점소(所)’를 꿈꾸다 만난 사람 : 이혜숙 (음악공방 대표) 촬영: 박혜원 인터뷰&글: 박혜진

장안동에 음악공방과 커피공방이 있다. 장안어린이도서관 근처에서 커피공방 ‘육아와

속한 하나의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가져야 하고 시야를 넓혀야 해요.

교육 공동 나눔터’라는 간판을 보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쉽게도 지금 커피공방은

…중략… 그리고 보통, 이 양쪽 부분에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젊은 친구들보다는 연령

운영하지 않지만 음악공방은 코로나 상황 속에 적은 인원을 위한 공간대관으로

대가 있어서 운동 많이 해야 해요. 건강해야 해. 체력이 있어야지 같이 할 수가 있어.

이어가고 있다. 음악공방을 운영하는 이혜숙 대표를 만났다. 다양한 일로 무척

(웃음) 난 그래서 공부하고, 운동해라. (웃음) 웃긴 얘기지만 되게 중요합니다.”

바쁘시다 들었는데, 더운 여름 땀을 흘리며 달려와 주었다.

장안동 마을 활동의 확장 “장안동에서 2014년부터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공간 운영을 했었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마을공동체사업 이라고 통칭하는 지원사업으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2015년에 특성화했던 게 클래식 악기 음악 중심으로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 바이올린, 플롯, 리코더… 난타도 했었고, 뭐 여러 가지 다 했죠. 이런 수업들이 매칭되어서 2015년부터 마을 축제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계속했던 거 같네요. 동네 공원에서 마을 음악 축제도 2019년까지 계속하다가 2020년에 코로나 상황에서 모든 활동이 일단 중단됐고, …중략… 올해 음악공방은 뜨문뜨문 적은 인원의 방역 수칙 아래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지금은 장안동 지역보다는 외부사업을 좀 더 많이 하고 있어요. 교육청하고도 일하고, 서울시 공간 사업도 운영해서 법인으로 돌아가고 있고, 자치구에서는 공공 공간 위탁해서 현재 휘경동에 휘경아뜰리에1)를 운영하고

이혜숙 (사)함께마을넷 대표

있습니다.”

서로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하고, 오래 계속하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는 당부가 무척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이혜숙대표가 있는 사단법인 함께마을넷은 구에서 ‘마을활력소 휘경아뜰리에’를 위탁받아 공공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임대료 지원은 있지만, 인건비, 독자적인 운영자, 운영비가 없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공 공간 운영에 공간, 행정, 민간이 만나는 지점에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며 본인 스스로 꾸준한 운동과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톺아보기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더 나은 동대문구 음악공방 여덟 번째 음악회 ‘가을…잊혀지지 않습니다.’ 모습_ 2019.10.12.(토)

지역 거점 공간을 꿈꾸는 것이 헛되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안동 지역 주민한테 소개하고 싶거나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와! 몸담고 있는 일이 정말 많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음악 공방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을 음악 축제를 진행한 것을

사람들하고 만나야 재밌지 혼자서는 재미없어요

알았다. 지역주민으로 코로나 때문에 활발한 활동을 못 하게 됐던 게 아주 안타까워서

“ …중략… 재미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사람들하고 만나야 재밌지

앞으로의 방향이나 계획을 물었다.

혼자서는 재미없어요. 그리고 사람들하고는 협업해야 재밌지, 경쟁하면 재미없어요. …중략… 모여서 놀 궁리 해야지 자꾸 모여서 비교할 생각하지 말라는 거죠. 지역

공공성을 띤 ‘멀티복합 공간 거점소’를 꿈꾸다

커뮤니티에서는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공간 운영하다 보니까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하나의 공간에 공공성을 띤 멀티 복합 공간을 갖는 게 최종 목표예요. 막 갖는다고 얘기하니까 약간 웃기긴 하는데

우리 모두 사람들 속에 있다. 서로 달라서 다투고 싸우고 갈등도 있지만, 우리의 관계는

내 개인적인 공간보다는 공공성을 가진 하나의 거점소가 제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어울리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함께하면 더 즐겁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 중략 … 공공 공간으로 음악 공방, 공연장, 소극장 이런

재미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탄탄하게 다가가는 우리 마을 ‘공공

것도 만들고 싶고, 그런 꿈 많이 꾸죠. 이런 공간으로 문화예술도 접목이 되고 지역에

멀티 복합 거점소(所)’에서 마을의 사람,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쉼터가 되길

커뮤니티하고도 연결되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 거를 꿈꾸죠.”

상상한다.

우리 지역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그것이 거점이 되어 모이고, 움직이고 지역 문화가 달라질 공간을 상상하니 무척 설레고 흥분되었다. 공공 공간 운영에 대한 어려움도 당연히 있겠지만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하는 행정, 지역주민, 지역 활동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함께하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하라

“여러 파트의 부분과 민.관, 민.민 이렇게 협력하고 있는데(웃음) 요즘엔 심플해지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모두가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되게 힘든 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민·관 협치 부분이나 거버넌스2)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에요. …중략… 모두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사실 되게 많이 다르긴 한데,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럼 이제 긴 안목으로 보자면 앞으로 더 좋아질 예정이잖아요? 거기에 기반에서 얘기하자면 서로 공부 많이 해야 한다, 멈추지 말고 공부해야 해요. 여러 다방면에서 함께하다 보니 자기가 속해 있는 공공 부분, 민간도 마찬가지인데 자기

장안동 음악공방 동대문구 장안동 330-5 B01좌

1) 주민을 위한 마을 활력소 휘경아뜰리에: 동대문구청에서 휘경동 헤너스웨딩홀(구 나윤웨딩홀) 앞 대로변에 위치한 지하 보도에 마을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동대문구 마을법인 함께마을넷에서 수탁 운영 중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망우로 55(휘경동) 웨딩헤너스 앞 지하 보도 / 문의 전화 02-3394-5070 2)거버넌스(governance) [명사, 행정]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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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 08. 20.

왼쪽 남경자 님, 오른쪽 조원주 님

모이고, 움직이고 달 라 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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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 남경자, 조원주 (장안2동 주민) 취재: 심소영

2018년 장안2동 신축 빌라로 이사했다. 동별로 10가구~15가구가 사는데, 100가구가

Q. 동네서 많은 일을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넘는 제법 규모 있는 빌라였다. 초기라 관리인이 없어 쓰레기, 주차, 화재경보기가

“애들은 크면 나가 살겠지만, 저희는 아니잖아요. 사람을 좋아해요. 관계를 맺으려면

울린 후 화재점검 등 주민들이 손수 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동별 반상회 및

활동이 필요하죠. 그냥도 살 수는 있지만, 사람을 못 만나잖아요. 여기도 처음 와서

동대표회의가 있었다. 일이 많아지다 보니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고, 빌라에 예상치

만나는 사람이 없었는데, 여기(남경자 님)땜에 만나서 소주 한잔하는 이웃도 생겼죠.

못한 문제라도 생길라치면 험악한 분위기도 형성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지만.”(조원주 님)

그런데 분위기가 좋건 안 좋건 늘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 물어봐 주고, 가끔 연락해 뭘

Q. 관계가 필요한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그리고 관계를 맺는 방법?

묻기도 하는 살가운 이웃을 만났다. 이들의 동네살이는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이문동

“저희도 안 하다가 나이먹으면서 헐 수 없이 해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나이 먹고 하니까

재개발로 이 빌라를 장만하여 장안동으로 이사 온 지 3년 차. 부부가 함께 장안2동

어차피 직장도 있지만, 직장도 이제 나이 먹으니까. 동네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주민자치회 활동도 하고 이곳 이웃들과 잘 어울리며 산다. 그 비결을 묻기 위해 초근접

카페나 그런 데서 사람을 만났어요. (동네 카페에서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했으나,

이웃을 취재했다.

아니었음) 제가 먼저 하다가 여기(남경자님) 아줌마도 같이하게 된 거고. 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에 동갑내기 모임해요. 서울에도 있고 지역에도 있고, 제 나이보다 선배들이 모이는 곳도 있고, 동창도 찾고. 여기도 동창 찾아주니까 밤늦게 자는 거야.

Q. 자기소개 해주세요.

번개도 있고 정모도 있고 그래요. 여기는 연락이 엄청나게 와요. 동창들이 찾아서

“저는 조원주. 청량리에서 일하면서 자율방범대, 새마을, 자유연맹 활동 등 단체

들어오라고 막 초대하는 거야. 내 걸 다 뺏어가고 있어요.”(조원주님)

활동을 했어요. 주민자치회는 올해부터 하고요. 태어나기는 금호동. 월계동, 장위동, 석관동, 이문동 많이 돌아다니며 살았어요. 우체국 다닙니다. 증조할아버지, 아버지가

58세, 57세 부부가 다음 카페나 블로그로 동갑내기 동창을 찾아 번개하고 정모도하며

전신국에 있었어요. 그때는 우체국까지 포함해서 있었거든요. 지금은 제가 우체국에서

사람을 만난다. 이유는 사람이 좋아서. 사람에 대한 무한신뢰가 느껴졌다.

일하고, 제 여동생도 전화국에 있어요.” “저는 남경자. 전업주부예요. 작년까지는 일했는데, 일하다 다쳐서 보험금 받으면서

Q.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집에 있어요. 고향이 안동이고, 23살 때 서울 왔어요. 여의도 놀러 왔다가 지인 소개로

“이문동 살 때 하려고 주민자치 교육을 받았어요. 자율방범 회장님이 해보라고 해서.

애기 아빠를 만났어요. 맏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을 텐데, 결혼한다고 양갓집 만나는

근데 안됐어요. 그래서 간사님한테 계속 전화해서 언제 또 뽑는지 알려달라 했죠.

날 알았어요. 혼자서 아휴~했어요.”

그러다가 장안2동 와서 뽑는다기에 또 교육받고 신청했어요. 마을환경분과에요. 요즘 우유 팩을 모으고 있어요. 어르신들이랑 화단도 조성할 거고요. 이번 주민총회도

구체적인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본인들은 동네에 아는 것도 없고, 사는 것도 별것

300명 가까이 주민투표에 참여해 주셨어요. 사업이 많아서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점점

없다며 뭘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신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부모님 이야기,

알아가니까 재미있어요.” (조원주님)

부부 이야기, 자녀 이야기가 줄줄 이어진다. 시어머님이 쓰러지셔서 간병하던 시기에 힘들었다는 이야기, 아내가 잘 해주니 행복하다면서도 집에 오면 짜증을 많이 낸다는

동네 주민으로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은 따로 없었다. 남경자, 조원주 부부는

이야기, 남편이 짜증을 많이 내서 싸우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떽떽하면 그래도

동네사람을 만나고, 신뢰하고, 동네일에 참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면 되었다.

거들어준다며, 슬쩍 흘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자녀 이야기할 때는 이구동성으로

인터뷰를 막 끝내려는데, 아쉽다는 듯 조원주님이 한마디 보탠다.

얘기한다. “에휴~ 큰일이네. 동네 고참들이 엄청 많은데, 제가 인터뷰를 했으니. 아침 7시에 장안 “아이들이 순해서 키울 때 힘든지도 몰랐어요. 뭐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주어

근린공원에 나가보세요. 동네 고참이 배드민턴 치러 많이 나와요. 오후 5시에도 하는데

고맙죠.” (남경자 님)

그때는 많이 나오시는지 확실하진 않아요. 아까 말씀드린 꽃집. 장안2동 주민센터 앞에

“저희가 세금도 잘 모르고, 청소는 지금 맨날 딸내미한테 혼나면서 하고 있어요. 걔가

우리 분과장님도 만나보시고요. 그분들이 진짜 오래 사시고 아마 이 동네에 관해서는

주도권 1위에요. 걔가 집안 정리 다 해주고 하니까.” (조윤주 님)

모르시는 게 없을 거예요.”

딸이 여기로 이사 올 때도 다 알아보고, 집안 주도권 1위라며 집안 대소사를

장안동이면 어떻고, 이문동이면 어떻나. 동네를 많이 알면 어떻고, 잘 모르면 어떻나.

관리해줘서 시집가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는 너스레까지, 함께 고생하며 사는 부부의

이렇게 즐겁게 만나고 인사하고 또 필요한 일 만들고 함께하니 즐겁지 아니한가. 모두

티키타카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이들처럼 즐겁게 살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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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08. 20.

동네에서 놀고, 즐기고, 배울 곳

주 얘기를 하시더라고, 밤에 분변 버리고 간다고. 분변 치우러 청소하러 나온다고도 말

공원, 우리의 마음이 쉬어갑니다.

수록 걱정도 많은 것이라 했다. 많은 이들이 공원을 편히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해요. 잘 치워줬으면 좋겠네.” 박형준(73세) 어르신은 공원을 깨끗하게 이용해 주기를 당부했다. 애정하는 마음이 클 에 걱정 어린 말씀을 하신 게 아닐까.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이나 자리에 앉아 이 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 공간이 오래도록 마을 사람들의 평안한 공간으로 자리하 기를 바랐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참여하여 재창조한 늘봄어린이공원 장안동의 모든 공원을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기에, 서둘러 다음 공원으로 향했다. 늘봄어린이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눈에 띄는 빨간색 놀이

취재 : 심소영, 최다솔, 박혜진, 박혜원, 오연정 글: 최다솔

기구 사이로 어린아이들 바쁘게 뛰어놀고 있었다. 늘봄어린이공원은 다른 공원에 비해 유독 어린이가 많았다. 뛰어노는 모습에서 활기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늘봄어린이공 원은 어린이 참여 디자인 설계로 만들어진 동대문구의 첫 놀이터이기도 하다. 노후화되 고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놀이터를 아이들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재창조하는 사업

장안동에는 14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 김천일 주민자치회장님도, 장안동에서 만난

으로 2017년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디자인 설계에 참여해 2018년 새롭게 탄생하였

사람들 대부분 인터뷰 도중 공원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장안동의 공원은 주민들에게

다. 내가 뛰어노는 공간을 내가 만들다니, 학생들에게 꽤 설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깊게 새겨지기

온통 빨간 색상으로 뒤덮여 있는 놀이기구도 학생들의 아이디어였을까 생각하며 주변

도 한다. 뜨거운 햇볕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을 둘러보았다. 신나게 뛰어놀면서도 마스크를 꼭 끼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괜스레 안 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공원뿐이려나. 하지만

장안근린공원에서 만난 또 하나의 가족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초록색으로 둘러싸여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

7월의 몇 주간 소나기가 잔뜩 쏟아졌다. 뜨겁고 습도도 높아 산책하기에 쉽지 않은 날

고, 그 활기찬 시간을 아이들 또한 맘껏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이었다. 처음 도착한 미리내 공원에서는 바람에 살짝씩 흔들리는 그네와 우레와 같은

시간이 흘러 문득 지난날을 추억할 때, 공원에서의 날들을 떠올리며 웃게 되지 않을까.

매미 소리만 가득했다. 날이 더워서 그런 걸까, 이러다 공원에서 동네 분들의 이야기를

지금의 내가 그렇듯 말이다.

들을 수 없는 것 아닐까 걱정하며 장안근린공원으로 향했다. 장안근린공원 둘레길은 생각보다 산책하기에 쾌적했다. 푸르른 나무가 서로 얽히고설 킨 모양으로 시원하게 그늘을 마련해 주었고, 그래서인지 정자에서 담소 나누는 어르신 들, 장기 두는 어르신들, 분수의 물방울이 튈 때마다 까르르 웃으며 뛰어노는 어린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복잡한 삶의 여정에서 잠시 벗어나 느리고 여유롭게 흘러가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둘레길을 따라 걷다 벤치에 앉아 환한 웃음을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빨간색으로 가득한 늘봄어린이공원

장안근린공원: 담소 중인 할머님들, 장기 두는 할아버님들 그리고 아이가 뛰노는 분수대

반려견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원? 공원 취재 중, 아주 귀여운 인터뷰이를 만나기도 했다. 장평근린공원에서 만난 강아지 들이 그 주인공이다. 산책 나와 쉬는 강아지들은 날이 더워서인지 혀를 내밀어 열을 식 히고 있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산책 중 자주 만나는 사이였는지, 벤치에 앉아 오순도 순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강아지에게 눈을 못 떼고 있다가 인사를 건네며 공원 자랑 을 부탁했다. “장안동 자랑할 거, 뚝방길있죠. 산책하기 너무 좋아요. 뙤약볕이라도 걸 어갈 수도 있고. 여기 (장평근린공원)도 좋고요. 공원을 아주 잘해뒀어요. 관리도 잘하 고요.” “다만 강아지와 놀 수 있는 공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밑에 조그맣게 반려견 놀이터 를 만들어줬는데,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면 강아지는 몇 마리 못 들어가요. 너무 뙤약볕

왼쪽부터 서정희 님, 박형준 님, 홍성우 님

어르신 모자에 새겨진 ‘동대문 시니어클럽¹⁾’

이라 나무나 그늘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일단 너무 좁아요.”

“공원에는 날마다 나오세요?” “날마다 나와요. 새벽 1시, 2시면 나와서 10바퀴 돌고, 기구 5개 200개씩 하고, 윗몸일 으키기 50개 하면 집에 가요.” “새벽 1시, 2시면 다른 사람들 다 잘 때인데 무섭진 않으세요?” “젊은 사람만 몇 사람씩 있지. 운동하는 사람은 없어. 비 올 때만 안 나오지, 비 안 올 때 는 아무리 춥고 바람이 불어도 나와요, 나는. 여기 나오는 게 내 일과에요. 여기 온 지 7 년 됐는데, 너무 좋아요. 우리 딸이랑 같이 사는데, 우리 딸이 여기 이사 오기 잘했대. 운동하기 좋고, 그래요.” 서정희(79세) 어르신의 얘기다.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어르신은 79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젊어 보였다. 아마 하루도 빠짐없이 공원에 나와 이웃들을 만나 고, 일상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옆에 서 있던 홍성우(80세) 어르신은 ‘동대문 시니어클럽’ 글자가 새겨진 노란색 모자 를 가리키며 본인을 공원 환경안전 지킴이라 소개했다. 매일 공원에 모여 이야기를 나 누고 같이 운동하다 보니 이제 가족 같다고 얘기하시는 어르신들. 마지막으로 공원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밤에 개 분변을 몰래 살짝 버리고 가서 청소하시는 분들이 냄새 때문에 힘들어해요. 자 장평근린공원

1) 동대문 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공원 환경안전 지킴이, 학교 청소 도우미, 교통안전 도우미 등 다양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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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 08. 20.

장평근린공원에서 만난 강아지

중랑천 장안교 하단에 반려견 놀이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이용 이 불편한 듯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 다. 집 안에만 있다가 바깥 공기를 마시며 뛰어노는 것은 반려견에게도 꿀 같은 시간일 테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산책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통행에 방해 되지 않도록 보폭을 맞춰 걸어야 하며 목줄을 길게 늘어트린 채 자유롭게 뛰어놀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참아야 할 것도,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 그래서 반 려견 놀이터를 말씀하신 게 아닐까. 지난 답십리 공원 취재 때 강아지 목줄을 풀고 산책 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신 박한솔 님의 얘기가 떠올랐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인구가 1천만이 넘었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고,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워간다면 장안동에도 강아지들이 마 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날 것이라 기대해본다.

장안동 이현우 님

뚝방길에서 만난 천윤태(70세) 님도 장안동 자랑이 오래 이어졌다. “장안동이 다른 동네보다 아주 좋아요. 다른 데는 산이나 강이나 이런 게 없잖아요. 여 기는 나오면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가까운데 아차산도 있고. 자전거도 얼마든지 탈 수 있고 도보로도 운동할 수 있고. 너무 좋아.” “또 여기가 다른 데 비해 교통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장한평역 바로 있고, 군자역도 바로 있고. 동대문구 중에서 장안동이 가장 좋죠. 시내 가면 북적북적한 데 여기는 시 골 냄새가 나요, 자연하고 가까워지니까. 남양주에 살다 왔는데, 아주 잘 왔다고 생각해

장안주민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 장안뚝방길 마지막으로 장안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안동 뚝방길로 향했다. 서울 벚꽃 명소 중 하 나인 장안뚝방길은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벚꽃길이 되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 그늘 길을 만들어 준다. 가을에는 왕벚나무와 느티나무의 단풍으로 고풍스러운 단 풍길을 겨울에는 눈꽃이 핀 벚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지난봄, 벚꽃잎이 흩날릴 때 뚝방길 로 산책을 나선 적이 있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답게 많은 이들이 홀로,

요.” 장안동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천윤태님은 이미 장안동에 푹 빠져 있었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공원에 나와 자연을 느끼고 돌아간다고 한다. 새삼 하늘을 보고, 풀 내음을 맡으며, 어수선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주변의 공원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는 가족과 또는 친구와 함께 침묵에서 깨어난 꽃들을 반기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 해 뚝방길 벚꽃 축제는 멈췄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 였다. 여름날의 뚝방길은 어떤 모습일까, 비바람에 꽃이 진 뚝방길은 어떤 아름다움을 보여줄까, 기대하며 다시 한번 길을 나섰다. 여름날의 뚝방길은 색색의 꽃 대신 초록 잎 들이 가득했다. 길게 뻗은 중랑천을 따라 걷다 산책 중인 어르신을 만났다.

장안동 천윤태 님

코로나19가 찾아온 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전과 달리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 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 자리한 공원에서 모두가 각자의 힘든 시간을 풀어내 고 있는 듯했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른 모습을 담고 있는 공원은 그렇게 긴 시간 동 안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만남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워지는 요즘, 공원 에서만큼은 모두의 마음이 쉬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장안동 공원에서의 추억을 나 또한 가슴 깊이 담아두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장안동 곳곳의 공원을 방문했다.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 만, 자연과 쉼이 있는 공원을 모두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한 번쯤 내 가까이에 자리한 쉼을 느끼길 바라며 장안동 14개의 공원을 소개한다. 장안벚꽃길_봄

장안벚꽃길_여름

“어르신, 장안동 자랑 좀 해주세요~” “여기 뚝방길은 여의도보다 더 잘 돼 있지. 윤중로 벚꽃길보다 훨씬 잘 돼 있어요. 여기 주민들이 복 받은 사람들이에요. 이런 산책길이 서울 시내에 없거든. 양쪽 꽃길이 진짜 멋있잖아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없지만, 봄에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그 랬지. 내가 지금 당뇨가 있어서 이 길을 걸으면 혈당이 내려가고, 안 걸으면 혈당이 올 라가고 그래요. 걷는 길이 왕복 4km인데 아주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해요. 1시간에서 1 시간 30분 정도 걷지. 그렇지 않으면 벌써 앓아누웠을 거예요. 이 동네 오면서부터 20 년 동안 이 길을 걸었어요.”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데, 고향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데 살고 싶었지요. 그래서 청량 리동, 제기동, 휘경동, 주로 동대문구에서 많이 살았어요. 불편한 거 거의 없어요. 아파 트도 너무 번잡하지 않게 적당히 있어 좋고. 그래서 사는 데 아주 좋아요.” 이현우(81세) 어르신은 아내와 매일 뚝방길 산책을 나온다고 한다. 서울에 이만한 곳이 없다며 한참을 얘기하시다 집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 홀로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목소리 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어르신에게 뚝방길은 남은 여정을 함께하는 이와의 소중한 추억이겠구나 싶었다. 나란히 산책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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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08. 20.

장안동 근린공원 & 장안벚꽃안길

장안근린공원

장평근린공원

장안벚꽃안길_뚝방길

어린이 놀이 시설과 바닥분수, 배드민턴 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운동기구 등 다 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공원을 중 심으로 넓은 산책길이 이어진다. 지하주 차장,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 이용이 능 하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메인 광장에는 작은 야외무대 가 있다.

‘푸른 도시공간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2009년 새 단장을 마친 장평근린공원은 중앙광장에 소규모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여름철에는 미니 폭포를 경험할 수 있다. 공원 바로 옆에 동대문구민회관 과 구민체육센터도 있다. 구민회관은 문 화, 예술행사, 교양강좌 등 다양한 프로 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체육센터는 수 영장, 헬스장, 체육문화프로그램이 운영 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이 제한된 상태이다.

‘장안뚝방길로 불리는 장안벚꽃안길은 중랑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로 사진 전 시회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아름다 운 경치를 구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 다.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과 벚꽃길 북 까페가 있다.

미리내어린이공원

늘푸른어린이공원

마로니에어린이공원

장미어린이공원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어울려 노는 비 차별 놀이터로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다. 조합 놀이대, 그네, 흔들 놀이기구를 이 용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공 원으로 나무가 많아 그늘에 쉬어가기 좋 다. 조합 놀이대가 설치된 바닥은 충격 흡수 바닥재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놀이터로 출입구 또한 개방되어 있어 놀이터 내부 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놀이대 주변으로 많은 벤치와 파고라가 마련되어 있다.

놀이 시설 설치검사 결과가 게시되어 있 으며 놀이 시설 간의 간격이 넓어 안전하 게 이용할 수 있다. 시소와 그네가 위치 한 곳은 모래 바닥으로 되어 있다.

늘봄어린이공원

장일어린이공원

이슬어린이공원

샛별어린이공원

주민과 함께 만든 창의어린이 놀이터로 빨간색 놀이 시설이 특징이다. 네트와 오 르는 조합 놀이대 등 다양한 기구를 즐길 수 있으며 공원 내에 늘봄경로당이 자리 하고 있다.

주택가 근처에 위치해 비교적 한적한 공 원으로 지진옥외대피소로 지정되어 있 다. 넓은 파고라와 간단한 운동기구가 마 련되어 있다.

‘동그랗게 도로롱 놀이터’라는 테마로 만 들어진 창의어린이 놀이터로 새로운 형 태의 놀이 기구를 즐길 수 있다.

공원 내에 샛별경로당이 있으며, 인근에 장안 1동 주민센터가 있어 화장실 이용 이 가능하다.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작은 공터가 마련되어 있다.

장안동 어린이공원

한내어린이공원

안골어린이공원

미나리어린이공원

‘신나는 음악 놀이’를 주제로 만들어진 창의어린이 놀이터로 회전 놀이기구, 공 중 놀이기구, 바구니 그네 등 독특한 놀 이기구가 특징이다. 넓은 모래놀이 공간 이 마련되어 있다.

그물 오르기, 원통 터널, 지그재그 폴대 등 개별 놀이기구가 연결된 모험 놀이대 가 있으며, 넓은 바닥 공간에는 패턴이 그려져 땅따먹기, 멀리뛰기 등의 놀이가 가능하다.

창의어린이 놀이터인 미나리어린이 공원 내에는 미나리경로당과 가온누리 작은 도서관이 있다. 조합 놀이대와 바구니 그 네, 트램펄린, 바닥 놀이를 이용할 수 있 다.

2) 늘푸른어린이공원, 장미어린이공원, 이슬어린이공원, 샛별어린이공원, 안골어린이공원의 사진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틔움의 블로그 사진을 첨부하였다. https://blog.naver.com/uos_t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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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021. 08. 20.

동네에서 놀고, 즐기고, 배울 곳

소소한 일상 나눔이 있는 장안생활 만난 사람: 김보리 (아이부키 커뮤니티디자인팀) 인터뷰: 심소영, 박혜원 글: 박혜원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큰 화젯거리였다. 사실 부동산이라는 주제는 늘 사람들의 관심거리였지만, 독립을 앞둔 필자는 최근에서야 부동산의 불안함을 온몸으 로 느끼는 중이다. 부동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며 청년들에겐 ‘내 집 마련’은 불가능 한 꿈이 되었다. ‘내 집 마련’을 넘어 그저 내 몸 편히 뉠 곳 하나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 어버렸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되는 1인 가구, 청년, 노인의 주거 문제를 어 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주거 형태가 있다. 바로 사회 주택이다. 사회주택이란 전월세난 지속에 따른 민간 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1인 가구 증가, 청년 세대의 주거비 부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 안정과 주거권을 보장하 는 지속가능한 주거 대안으로 사회주택 정책이 마련되었다. 시민이 부담 가능한 임대료 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임대 주택이다. 운영 주체는 입주자들이 주도적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 뮤니티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한다. 1) 사회주택의 설명을 찾아보았어도 어떤 공간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사해보니 장안 김보리님

동에 ‘장안생활’이라는 사회주택이 있었다. ‘장안생활’은 아이부키라는 회사에서 건축 하고 운영 중인 사회주택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 중 장안생활이 가진 특징이 무 엇인지 살펴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장안생활은 코워킹(Co-working)+코리빙(Co-living)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2, 8층은 근린생활 공간으로 현재 공사 진행 중이며, 3층은 공유사무실, 4층부터 7층은 입 주민들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만난 사람은 장안생활 입주민이자 아이부키 커뮤니티디자인팀에서 활동하고 있 는 김보리 님이다. 김보리 님은 신입 입주민들의 적응을 돕고, 입주민들 간의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홍보 등 서포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 령대와 직업군을 가진 입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는 바로 장안생활 앱이다. 입주 민들은 장안생활 앱을 사용하여 일대일, 소모임과 같은 각종 활동부터 ‘송이’라는 자체 화폐를 충전해서 식료품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까지 구매할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Q. 장안생활이라는 사회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저는 다양한 사람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전에 살던 셰어하우스에서 14명이 함 께 살았는데, 같이 울고, 웃고, 함께 1년 반을 지냈던 기억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이 사를 해야 할 때도 코리빙을 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알아봤고요. 다른 조건들도 좋았지 만 여기 장안생활이라면 생활권을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 같 아 선택했습니다. Q. 주거뿐만 아니라 아이부키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 입주를 하고 보니까 여기서 커뮤니티지원팀 사람을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 등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나와 공동체에 친숙한 편이에요. 제가 습득했던 공동체성을 여 기에 녹여낼 수 있다고 느꼈거든요. 공동체라는 중요한 가치를 제가 있는 공간, 그리고 사회에 구현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공동체라는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이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보다 이 가치를 실 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 더 근사하게 느껴졌다. 김보리 님이 있는 커뮤니티디자인팀(장생팀)은 즐거운 공동체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와 프로 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었다.

취미와 삶을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주거공동체 Q. 장안생활에서 입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 대표적으로 세 가지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얼 마 안 됐을 때 진행했던 ‘낙낙(knock knock) 인터뷰’라는 프로그램이에요. 기존에 입 주했던 분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자기소개를 해주실 의 <장안생활 전경2)>

1) 서울특별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https://soco.seoul.go.kr/sohousingIntro.do 2) 아이부키 홈페이지 https://www.ibook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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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인터뷰

향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설문지를 귀여운 파우치에 담아 입주민의 문고리에 걸었어요. 이후 참여에 응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수거함에 남겨주신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 다. 기존 입주민과 신입 입주민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대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 저 의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소모임 포스터

드를 ‘생활회관’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특히 8층 바(bar) ‘사이에 섬’을 홍보하고 싶은데요. 사이에 섬이라는 이름은 정

두 번째는 신입 주민 환영회입니다. 원래는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사였는데, 코로 나19가 장기화하면서 ‘환영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제비뽑기로 두 명이 짝을 이 루어 주어진 퀘스트를 완수하면 송이를 드리는데, 중랑천 자전거 타고 오기, 상담 들어 주기 등 다양한 미션이 있어요. 미션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짝과 연락을 해야 하고 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보자면 ‘비 올 때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에 우산 들고 마중 나가기 일회권’을 뽑은 분이 계셨어요. 비 오는 날 “우산이 필요한 분이 계시나요?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연락을 하신 거예요. 마침 우산이 필요한 분이 계셔서 마중 나가 함께 인증사진을 찍으셨더라고요. 앱에 인증글을 올리셨는데 다른 분들이 댓글도 귀엽 게 다셔서 정말 흐뭇했어요.

현종 시의 <섬>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했어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처럼 덩그러니 있는 8층 옥상이 동네에서 그 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 었습니다. 70종류의 다양한 칵테일과 논알코올 칵테일, 맥주, 위스키, 브랜디 그리고 간 단한 안주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인터뷰 보고 오셨다고 말씀해주시면 서비스 드릴게요. 주민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어요. (@saie.island)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장안생활은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의 대안일 뿐만이 아니 라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는 현대의 대안이기도 한 것 같다. 함께 생활하며 크고 작은 갈 등이 생기기도 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장안생활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실천 과제를 보여준다. 혼자 살아가 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장안생활의 모습은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사회주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 듯싶다. ‘삶은 사람의 준말입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경영하 는 일의 70%가 사람과의 일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 故 신영복 선생님

미션 인증

미션중_우산 같이 들고 있는 사진

세 번째는 소모임입니다. 저희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는 걸 ‘소모임’이라고 해요. 입주민들 간의 취미, 관심사 같은 교집합을 찾아 소모임으로 풀어내는 일을 합니다. 모 임을 만든 사람은 ‘모이머’,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을 ‘모이미’라고 불러요. 지금까지 릴 레이 소모임(자기소개 보드 꾸미기, 동네산책&출사), 영화벙, 삼겹살 더덕구이 파티 등을 진행했어요. 저희 팀은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 다. 장안생활에는 정말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었다.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을 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모임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풍요로워지는 듯하다. bar ‘사이에 섬’3)

지역 네트워크를 꿈꾸는 생활회관 Q. 마지막으로 장안생활과 지역사회가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에 관해 물었다. 김: 현재 공사 중인 1층을 카페로, 2층은 서점으로, 8층은 바(bar)로 만들어 지역주민 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끔 운영될 예정입니다. 다채로운 1층, 2층, 8층을 아우르는 브랜 3) 사이에 섬 인스타그램 @saie.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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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놀고, 즐기고, 배울 곳

자연 속의 쉼터이자 도서관의 온기를 만날 수 있는 곳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 만난 사람: 조혜신 (장안벚꽃길 작은 도서관 운영자) 취재: 오은형, 심소영, 최다솔 글: 오은형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_외부

조혜신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 운영자

개나리꽃과 벚꽃 그리고 동부간선도로 자동차 소리가 있는 중랑천 벚꽃길. 때로는 집과

Q.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가까운 이 산책길을 오가며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기도 한다. 장안교와 장평교 사이에

A. 저희는 생활 밀착형 도서관이다 보니 사서와 이용자들간에 대화를 통해서 도서 추천

노란색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모임과 일상의 제한이 많은 요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점 같습니다. 그냥 단순히 도서대출만 하는 도서관은 아니고

산책과 독서로 코로나블루를 견디게 하는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의 일상을 찾아보았

요. 대화하다 보면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재미있게, 유익하게 읽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들면 추천해 드려요. 그렇지만 시스템화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오시는 분마다 각자의 고민과 생각이 다르고, 지역에 대한 이슈도 다르므로 일종의 책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안녕하세요.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 담당 사서 조혜신입니다. 도서대출·반납과 환

책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경정리 및 수서 업무와 이용자 봉사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은 2014년 3월28일에 동대문구 생활 밀착형 작은 도서관으로 개관했습니다. 현재 도서는

이용자분들과의 대화는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밀착형인 이곳은 문을 열면 바

일반 2,124권, 아동 1,795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기 어

로 대면이 되기 때문에 항상 인사부터 합니다. 하루는 어떤 분이 서가만 보고 한참을 계

려운 분들이나 평소에 책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사람들을 위해 주민들 이용이 많은 장

셨어요. 저는 그냥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분은 ’며칠 전에 남편과 사별을 했는데…….

소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산책하면서 편안하게 책도 읽고, 빌릴 수 있는 지

이렇게 길만 걸어도 눈물이 나오는데 어디서 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셨어

역의 자그마한 사랑방이자 쉼터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요. 그렇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그냥 들어주는 일 밖에는 할 수 있 는 게 없지만, 그것은 그분들의 추억이었고, 기록이었습니다. 삶의 기록에서 가장 아쉬

Q. 코로나로 인한 다중시설 이용제한이 있는데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은 어떻게 이

웠던 것, 못 해 드렸던 것을 얘기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가셨습니다. 잠시 쉼터

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나요?

였던 것 같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이 도서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A. 동대문구의 도서관들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책 읽는 마을 동대문구 우리 마을도서관 찾아가기 마을도서관 탐방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역 거점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작은 도서관, 사립도서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책 읽기 미션을 수행 후 카페에 사진 을 올리는 온라인 참여와 도서관에 비치된 탐방엽서에 도장을 받는 미션 수행에 참여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1월 11일 때부터는 책 두레 상호 대차서비스를 확대 운영하 고 있습니다. 책 두레 상호대차 서비스란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를 타 도서관에서 대출 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동대문 구립도서관 또는 리브로피아(모바일 회원증)에서 도 서검색, 책 두레 상호대차신청, 수령도서관 지정 순서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화, 수, 목 요일만 차량 운행이 되며, 도서가 도착하면 이용자분께 문자가 발송되고, 도서대출 대 기일 기한 내 대출하시면 됩니다. 장서량이 적은 영문서적 또는 매달 도서관에 구비가 어려운 베스트셀러, 신간 서적 등 하나의 회원증으로 전국 어디서든 도서대출 서비스가 가능한 책이음 서비스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1 동대문구 서울북스타트 책꾸러미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형 북스타트란 책과 함께 인생 시작이라는 취지로 서울에 있는 공공도서관이 펼치는 사회적 육아 지원프로그램입니다. 도서관에 비치된 신청서, 지급 대장을 작성 후 1단계, 2단계 각 연령에 맞게 선정된 도서 2권과 가방, 가이드북 을 수령하면 됩니다. 수령 시 꼭 보호자께서는 동대문 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후, 주민등록등본, 보호자 신분증을 지참하고 방문하시면 됩니다.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_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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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께서는 바깥으로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에 작은 아픔들을 치유하 지 못한 채로 세월이 지나서 아문 상처를 해소할 곳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 면, 대출하려고 회원가입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하시는 한 여성분이 ‘인정받지 못한 삶에 대한 고통이 있었고 남편과 시누이와 시어머니를 탓 하고 살았는데 혹시 내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하고 제게 물어보셨어요. 저 는 심리상담사도 아니라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쓴 “당신이 옳다.” 책 제목을 말씀드렸는데 그 말이 듣고 싶었을까요? 그분도 저를 모르고, 저도 그분을 잘 모르는데 울고 가셨어요. 그런 일들이 여기서는 있습니다. 도서관의 일상이기도 해요. 그럴 때면, 제가 사서로서 다양한 독서의 폭을 더 넓히고 더 많이 공부해서 어느 분이 오시더라도 책을 통해서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곳이 생활 밀착 형도서관이라서 가능한 일 아닐까요? Q. 산책하면서 이 조그마한 도서관의 기능은 무엇일까? 궁금했었어요. 어떤 역할을 하 나요? A. 산책하면서 들어오기 편리한 것 같아요.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으면 불 끄라고도 하 시고, 문이 고장이 나면 어디 가서 고쳐야 하냐고 물어보시고(웃음), 여기가 위치상 이 것저것 물어보기 참 좋은 곳인가 봅니다. 걷다가 앉아서 쉬며 수다도 떨고, 여름에 어르 신들은 덥고 힘드시면, 에어컨이 있으니 들어오셔서 쉬었다가 가십니다. 여기는 약속장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_내부

소이기도 합니다. 근처에 은석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학부모들과 약속 장소여서 보이지 않는 사소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뿐이지 주민들의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곳 이잖아요.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이 위치적으로 산책해서 오시기는 좋지만, 대로변에

Q. 도서관 일을 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 있나요?

서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 불편성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서 혼자

A. 도서관도 사람을 만나고 소통을 하는 곳이다 보니 책을 통해서 사람간의 소통이 잘

오기 어렵습니다. 근접하기 어려워서 이용과 활용하지 못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

되었을 때 가장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과 사람과 공간이 만나서 사람간의 풀지 못

면 좋겠습니다.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매력이 있고,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을 정리해 주신다면? Q.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기억나는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저는 답십리동에서 산 지 20년이 지났어요. 출근할 때 특별한 일 없으면 산책로를 따

A.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유모차를 타고 왔던 아이들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유모차 길이

라 걷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대문구에는 도서관이 많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지

없어서 제가 어머님과 유모차를 같이 올려서 들고 왔어요. 그 아이가 커서 초등학생이

도를 그리며 산책을 하면 동대문구 전체가 도서관 길이 됩니다. 전시된 사진도 감상하

되니 학부모님이 초등학교 필독서 연계도서가 있는지 찾으시고, 8년쯤 세월이 지나니

고 즐길 거리가 많아졌고, 도서관 이용이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중랑천 벚꽃길을 쭉 따

청소년 책을 찾으시더군요. 며칠 전에는 한 어머니가 오셔서 ‘우리 아이가 대학생이 되

라 산책하다 보면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을 만나고, 더 걷다 보면 벚꽃길 북카페를 만

었어요’ 하시는 거예요. 아! 이 도서관은 아이들이 컸을 때 아이랑 엄마가 추억이 있는

나게 됩니다. 장안 벚꽃길을 따라 도서관과 북카페를 연결하면 재미있고 유용한 도서관

곳이니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와 추억이 있는 이 도서관을 계속 이용하겠구나! 하는 생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길은 좋은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도

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자라서 길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너무도 반갑죠. 잘 몰라볼 때

서관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네트워크가 되었으면 합니다.

는 ‘도서관 선생님이잖아요!’ 하면서 교복 입고 지나가다가 지금도 만나면 고맙고 좋습 인터뷰하는 동안 73세라고 소개하신 동네 어르신께서 수호지 시리즈 책을 대출하셨다.

니다.

돋보기를 쓰고 작은 글씨의 책을 읽어내실 모습을 상상하며 응원해 본다. 오래전 마을 Q. 예전에는 도서관을 왜 이렇게 작게만 짓는가 했던 적도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작은

도서관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책 읽기와 육아 품앗이를 했던 즐거운 기억

도서관들이 곳곳에 있어서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

이 있다. 엄마들 책모임에서 나눈 아동문학의 순수함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

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따뜻함을 키워주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아이들과 따뜻하

A. 이용자분들이 책을 열람할 수 있는 데스크가 부족한 점입니다. 그래도 이용자분들

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동네였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때 동네에 숨겨진

은 참 지혜로우세요. 책을 대출해서 밖에 평상과 벤치에서 책을 읽으십니다. 뚝방길 전

재능을 가진 분들이 참 많으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분들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정

체가 도서관이 된 셈이죠. 어떤 분은 오셔서 이 길에 도서관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 많이 해주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동네가 밝아지고 발전하지 않았나……. 부모님들의

하시더라고요. 상상을 참 많이 하세요. 2층으로 도서관을 만들면 강도 보이고 좋겠다고

역할도 컸다고 생각해요.’ 하며 도서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간직한 사서 선생님과 봉

하셨어요. (웃음)

사했던 엄마들의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은 작지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공간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공

만, 동네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

간의 색깔이 달라지고요. 우리 도서관이 작지만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며 도서관에 대한 따뜻한 온기를 만날 수 있었다. 배봉산 육교부터 군자교로 이어지는 장안 벚꽃길이 자연과 책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도서관 길로 이어졌으면 좋

Q. 우리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간과 마음을 나누는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지역의 매

겠다.

체들이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이렇게 문화 네트워크를 만드신 분들이 있구나!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잘 못 들어봤 는데……. 우리 지역에서 자그마하고 보이지 않는 일상들을 취재해서 네트워크 하는 취 지가 좋아서 지난호 동네 기사를 읽어 보았습니다. 잡지, 방송, 도서관은 매체만 다를

이용안내 운 영 일 : 월요일부터 일요일 휴 관 일 : 법정공휴일과 도서관 사정에 의한 임시휴관일 운영시간 :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대출권수 : 1인 5권 대출기간 : 14일 1회 일주일 연장 통합동대문구립도서관 카드 이용 가능 (신규가입은 동대문구립도서관 홈페이지 가입 후 신분증 지참하여 가까운 도서관 에서 도서관회원카드를 발급하여 이용 가능)

장안벚꽃길 작은도서관_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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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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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테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과 계속되는 무더위, 그중에 가장 큰 염려는 아

만난 사람 : 강경아(마을활동가) 인터뷰: 심소영, 박혜진 글: 박혜진

진정한 의미의 공동육아

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지치고 함께하는 양육자도 이만저만한

“제가 처음에 공동육아에 지원할 때 좀 독특했던 게 뭐냐면 대표 제안자가 원래 비슷

스트레스가 아니다. 전염병에 불안하며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지금, 엄마들도

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말 그대로 공동으로 육아하는 건데 저희 같은 경우

참 지치고 힘들다. 엄마가 된 나와 그래도 엄마가 필요한 나.

는 대표 제안자가 저보다 연배가 더 높으셨어요. 같이 면접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그러

장안동에서 공동육아공동체로 5년이 넘게 활동하시는 강경아님을 만났다. 공동육아

시는 거예요. 되게 특이해서 자기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원래는 대표제안자가 양육

의 국어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공동육아(共同育兒)는 ‘여러 집의 어린아이들을 모아

자가 아니라서 서류에서 떨어져야 하는 건데, 보고 싶었데요. 그래서 ‘왜요?’ 물어봤더

서 양육자가 한곳에서 기르는 일’을 뜻한다. 강경아님을 만나기 전까지 공동육아에 대

니 구성원 자체가 달라서래요. 저희는 한부모 가정도 있었고, 다둥이도 많았었고 기본

한 내 생각도 한창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여서 같이 돌보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경

이 애가 셋, 넷 그랬었고 다문화가정이 있었어요. 저희 취지가 뭐였냐면 공동육아이긴

아님과 함께하는 공동체는 내 자녀의 육아를 끝낸 엄마들이 지역의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하지만 이 엄마들은 혼자서 육아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육아가 끝난 상태인 우리가

엄마들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한 모임이다.

대표제안자가 되었어요. 혼자 어려운 엄마들을 도와서 육아를 같이하는 것도 공동육아 가 아니겠나 해서 그때부터 공동육아를 시작했고 서울시에서 관심을 좀 많이 받게 되었 죠.”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의 연령대는 아녀서 공동육아라는 말에 의 아했다. 듣고 보니 마을에 이런 엄마들의 엄마, 선배 엄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 각한다.

삶에 지친 엄마를 위한 단비 벌써 햇수로 5년 넘게 공동육아공동체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된 경험을 물었다. 인원 이 60~70명으로 늘었는데 참여 가정을 이끌고 지리산 근처에 3박 4일 캠프를 진행했 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때 제일 생각나요. 항상 우리가 만나면 얘기하는 게 캠프 갔을 때 이야기해요. 진짜 그때는 무슨 마음으로, 무슨 생각으로 한 60~70명을 데리고 3박 4일 동안 지리산 근처 강경아 님

로 갔다 왔는지…. 무모했죠? 뭘 몰랐으니까. 취지가 이 아이들이 여행을 가 본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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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애들도 많았고, 그래서 그럼 한번 가 보지 뭐. 그냥 가 보지 뭐 하고 가게 된 거예요.

“엄마들 모이거나 그러면 내가 항상 밥을 해 줬어요. 밥을 해서 먹고 엄마들이 가고 했

가서 엄마들이 육아 다 내려놓고 활동할 수 있게 아이들하고 엄마하고 다 분리했죠. 엄

는데 항상 그런 얘기를 해요. 비 오면 전을 부쳐서 먹었던 그때 생각이 난다, 어쨌든 그

마 하는 활동 따로, 아이들 하는 활동 따로. 엄마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거 추억으로 하나 만들어 준 거잖아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못 하고 요즘에는 내가 집에 서 직접 장을 담가서 조금씩 나눠 주거든요. 한때는 엄마들을 데리고 반찬 나눔을 했었

이야기하는 강경아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내 딸 힘들게 하는 아이를 봐주겠다고

어요. … 중략 … 반찬 만들어서 집에 싸가고, 나머지는 상을 잘 차려서 대접받게끔 해

너는 어서 먹어라, 너는 어서 쉬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줬어요. 그 한주는 대접받고 행복한 거예요. 다음 주가 또 기다려지고. 그런 경험을 나 는 해주고 싶어서. 그 엄마들한테 계속해 줄 순 없지만 내 카톡에 생일이라고 뜨면 가서

빠듯한 지원비로는 많은 인원의 캠프는 어려웠다. 강경아님은 주위 많은 도움의 손길로

미역국을 끓여준다거나… 다문화 엄마들은 그런 거를 못 받았을 테니까. 그런 것들. 내

캠프도 잘 성사되었고 공동육아공동체와 연계해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거밖에 없으니까.”

“엄마들한테 순간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는 한계가 있어요. 제가 단체가 아니

마을 돌봄으로 함께 곁을 내어주다

기 때문에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사회복지사님들이 있는 데 엄청나게 도움을 많이 주

“ …중략… 코로나 때문에 각 대표제안자 집에서 몇 명씩 해서 돌봄을 했어요. 그 엄마

셨죠. 제가 혼자 할 수 없으니까 다른 기관을 연결해 준 거예요. 그래서 기관에서 많이

들이 일을 나가서, 거의 일용직 노동자나 그런 엄마들이 많아요. 이런 식당에서 단순 노

도움을 주시고 저도 같이 이 엄마들이 홀로 설 수 있게, 언제까지 사회의 도움을 받아서

동하시는 분들, 그러니까 생계를 위해서 나가야 하잖아요. 그 아이들을 돌봄 한 거예요.

생활할 수는 없잖아요. … 중략 … 캠프 때도 제가 아는 분들 다 모시고 가는 거예요. 3

이제 작년부터는 공동육아가 아니라 돌봄이 된 거죠. 우리 장안동에 특히 동대문구 마

박 4일 동안 엄마들은 종일 거기서 해주는 밥 먹고, 교육 듣고 상담도 받고 힘든 거 있

찬가지겠지만 돌봄 기관들이 되게 취약한 게 학교도 돌봄이 3학년까지밖에 안 된다고

으면 얘기하고 치료도 하고. 그 엄마들이 만약에 10명이면 10명이 다 그랬으면 얼마나

하더라고요. 난 그거 몰랐어요. 맞벌이도 증빙이 돼야 한대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증

좋겠어요. 한두 명이라도 바뀌면 너무 좋죠. 캠프 다녀와서 엄마들이 혼자 살 수 있게

빙이 안 되거든요. 돌봄에서 제외가 된 소외계층, 사각지대 아이들이 많아요. … 중략…

도와주는 그런 교육을 받아서 직업도 바꾸신 분들도 있고, 초등학교 졸업장 없으신 분

아이들을 조금 조금씩 집으로 데려와서 돌보는 것으로 작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진짜 힘

들은 공부해서 학력 인정받으시는 분 많아요.”

들게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마음의 밥

작년, 올해 코로나 속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드러났다. 내 아이뿐만이 아

어려운 환경이지만 작은 도움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강경아님의 보람과 큰 즐

니라 우리 마을의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돌봐야 할 때, 강경아님의 활동을 통해

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경아님도 공동육아공동체 활동하며 개인이기 때문에 극복

많은 것을 느꼈고 주위를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엄마가 필요하고, 엄마에

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부단히 뛰고, 알아보고, 연결 지어

게도 엄마가 필요한 요즘. 찌는듯한 무더위에 답답하고 막연한 날이지만 곧 가을의 바

줌으로 본인의 역할이 백이면 200%, 300%를 해내신 것 같아 대단했다. 누군가가 도움

람이 분다. 풍요롭고 모든 걸 품는 엄마 같은 가을이 오길 바란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

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도와주고 싶다’라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도 말처

하시길.

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한 가정의 엄마가 수술해야 해서 본인의 집에서 두 자매를 직접 봐주고 돌봐준 일, 본인의 집 한 칸을 아이들 수업이나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의 공 간으로 내어준 일, 장기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일하느라 같이 갈 수 없는 엄마를 대신해서 1년 가까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대문까지 다닌 일, 말이 통하지 않아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엄마와 함께 학교 상담, 주민자치센터에 함께 간 일 등 강경아님 이 우리 동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우 많았고 머리를 숙이게 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한 게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밥 한 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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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행 일 2021.08.20 발 행 처 문화플랫폼 시민나루 협동조합 취재기자 윤덕환 , 오연정 , 임정희 , 심소영 , 박혜원 , 박혜진 , 최다솔 , 오은형

디 자 인 청년협동조합 몽땅 총 괄 심소영 전 화 02-2244-9623( 문자수신 가능 )

9호 2021.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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