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NEWS PAPER] (가로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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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PAPER

우리동네미디어 동구씨에서 발행하는 NEWS PAPER입니다

VOL.3 젠더

우리 각자는 모두 메시지다 글_채은순(신나는여성자갈자갈 활동가) 일러스트_노란비옷(신나는여성자갈자갈 활동가) ※책 <기울어진 말들 평등하게>에 실린 일러스트 사용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을 바꾸고 말을 바꾼다는 건 배제했던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행위다.

국가 간 운동 경기는 될 수 있는 대로 음소거로 본다. 스포츠에 민족과 애국심을 연

다. 2020도쿄올림픽 몇몇 경기는 소리를 켜고 봤다. 선수들 서로 북돋우는 목소리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가 코로나블루를 잠시 잊게 했다. 특히 김연경 선수의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

공사 현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노동자 존중이 배여 있다. 나의 안전이 최선이라는

고.”는 여러 번 다시 들었다. 본연에 충실하고, 당사자가 중심에 있다. 나도 외친다.

당위가 있다. 부당한 노동 현장에서 되돌려 쓰면 될 말이다. 같은 사고 예방용으로

아자! 파이팅! ‘싸우자’라니... 내 부족한 언어가 아쉽다.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

김연경 선수는 배구 여제로 불렸다가 요즘은 ‘여자’를 빼고 ‘황제’라고 부른다. 우리

니다.”라고 쓴 문구가 있었다. 현재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불쾌하게 상상하게 만든

동네 명◯여자고등학교와 연결된다. 왜 ‘여자’를 붙였을까. 명◯남자고등학교가 있

다. 공사장 노동자는 모두 남성이라는 전제를 깔고 여성은 노동하지 않고 욕구만 있

는 것도 아닌데... 여성에게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는 여자라는 말이 동기가

는 존재로 말한다. 옛날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2021년 3월에 걸린 이 현수막은 걸

되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고’, ‘여배우’, ‘여선생’ ‘여직원’... 굳이 성별 강조가

린 지 하루도 안 되어 폐기되었다. 이런 도저히 감당 안 되는 흑역사는 만들지 말자.

결하는 건 온 힘을 다하면 어찌 참겠는데, 상대 선수를 깎아내리는 말은 한도 초과

필요하지 않은 곳에 '여자'를 붙이는 것은 기본값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모두 메시지다. 도로와 인도 사이 턱이 없어졌다

모르고 쓰는 말은 잘못이 아니라고 여기기 쉽다. 바쁜 세상에 뜻만 통하면 된다고 그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발아래를 내려 본다. 보행권 확보를 위해 5cm 정도의

만 따지라고 말을 하는 사람을 간혹 본다.

턱이 사라져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불안하다. 비가 오면 물이 인도로 넘치거나, 턱

예전에는 괜찮았던 말이더라도, 요즘은 좀 더 나아간 언어 감수성을 기대하는 세상

이 없어서 멈춰지지 않고 유아차나 휠체어가 내리막길을 질주하거나, 반대로 자동

이다. 말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대부분 일상 언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

차가 쉬이 인도로 넘어올 것만 같다. 턱이 없을 때보다 분명 좋아진 건 맞지만 최선

한 억압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말실수

은 아니다. 안전을 담보하며 보행권도 찾는 방법으로 건널목과 인도의 높이를 같이

안 하기 힘들다. 알아야 하고, 겪어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올바를 때 가능한 경지이

맞춘 고원식 건널목이 통학로 주변에 생기고 있다.

다. 그럼에도 상대를 존중하며 용기를 북돋우는 평등 언어를 발견하고, 발굴하고, 바

예전에는 장애인을 장님, 벙어리, 난쟁이, 병신, 정박아처럼 구별 짓거나 경멸의 뜻

꿔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을 담아 불렀지만 이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친근하게 대하자는 뜻으로 ‘장애우’라고 부르기도 했다. ‘장애우’라는 말은 장애인 당사자가 부를 수 없는 반쪽짜리 말로 선 의를 가장한 폭력이다. 요즘은 장애인으로 부른다. 인도와 건널목 구분처럼 틈새를 좁히려고 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0퍼센트는 장애인이라고 한다. 통계대로라면 길을 걸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열 명 중 한명 이 장애인이라는 말인데 나는 그렇게 자주 보지 못했다.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불편한 시선, 이런 구별의 말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는 거리가 생긴다. 시선

<기울어진 말들 평등하게>는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이지만 약간 불편하게 여겨지는 단어가 있는지, 그런 불편함은 어 떤 마음에서 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말들 속에도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는지 묻고 있다. 무심코 쓰고 있는 성차별 언어들을 함께 바꿔 나가기 위한 책으로 2020년 <신나는여성 자갈자갈>에서 발행했다. 오른쪽 페이지에 실린 평등단어와 흔히 쓰는 단어는 <기울어진 말들 평등하게>의 내용으로 새롭게 편집•디자인 하여 싣는다.


그 그녀

평등 단어

평등 단어

불법 촬영

흔히 쓰는 단어

흔히 쓰는 단어

몰래카메라 불법촬영은 장난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그남이란 말은 없어요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촬영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카메라 또는 그런 방식.

그(우리말)+녀(한자어) 결합. 영어 she를 번역한 일본어 피녀(彼女)가 어원.

유희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가볍게 생각할 수 있으나, 몰래 하는 장난이 아니라 카메라를 이용한 엄

남성을 중심에 두고 여성을 지칭하는 말

연한 죄임.

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 친손자, 친손녀

완경

평등 단어

폐경

흔히 쓰는 단어

평등 단어

흔히 쓰는 단어

완경은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아버지 부모 호칭은 ‘친(親)할머니, 친(親)할아버지’ 또는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인 반면, 어머니 부

난소의 노화로 월경이 끝나는 현상.

모를 부를 때는 ‘바깥 외(外)’를 붙여 ‘외(外)할머니, 외(外)할아버지’라고 구분 짓고, 그에 따라 손자,

‘폐경(閉經)’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자궁이 일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음. 여성

손녀도 다른 호칭으로 부르며 차별을 두어 대하는 경우가 있음.

의 인생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과 과정이지 여성 삶의 전부는 아니므로 하

남성 중심으로 대를 잇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호칭으로 ‘손자, 손녀’로 통일하는 것이 좋음.

나의 과정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로 ‘완경(完經)’이 적합함.

질주름

평등 단어

처녀막

흔히 쓰는 단어

배우자 집사람, 안사람, 아내, 바깥양반

여성의 첫 경험을 왜 증명해야 하죠?

평등 단어

흔히 쓰는 단어

질 입구를 일부 가리고 있는 굉장히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 모든 이의 얼굴 생김이 다른 것처럼 외음과 질 주름도 다 다르게 생겼음. 질기거나 부드럽거나, 질 주 름의 흔적만 있거나 아주 작은 구멍만 있거나, 아예 질 입구를 막는 경우도 있음. ‘처녀’,‘막’이라는 단어에는 성경험이 없는 여성만 가지는 구조라는 생각으로 순결을 강요하며 ‘막’이 라는 용어 때문에 마치 질 입구를 전부 감싸고 있는 조직인 것으로 오해하게 함.

유아차 유모차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성차별적인 호칭.

제안하는말 :

평등 단어

맞살림, 맞돌봄

흔히 쓰는 단어

아빠는 유모차를 끌 수 없나요? 어린 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 여성만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누구나 수레를 끌게 되므로 끄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타는 사람 중 심으로 바꾸기를 제안.

최근에는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맞벌이가 더 많은데 맞벌이 가정에서도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양이 훨씬 많음. 가족구성원으로서 누구나 집안 살림을 함께 분담하고 서로서로 챙기며 살아가자는 의미로 ‘맞살림, 맞돌봄’을 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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