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도시에도 정원사가 필요해요
안녕하세요, 도시에서 정원을 가꾸어 동네 모습을 바꿔나가고 계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전 여기 근처 사는 동네 주민이에요. 네 반가워요, 저는 ~~입니다. ~~~하고 싶어서 동네 화단을 정원처럼 가꾸고 있어요.
처음에 어떻게 도시의 정원사가 되기로 하신 거예요? 우리 동네는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많은 동네예요. 빌라가 많은 동네에 가면 건물마다 작은 화단이 함께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건물 화단은 건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만드는 공간이에요. 하지만 그걸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가꾸지 않는 곳이 많죠.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건축물 조경 용지 활용 법 제도가 있어 이런 녹지 자원이 잘 활용되고 있다고 해요.
네, 그리고 제가 지금 사는 동네는 제가 태어나서부터 쭉 살아온 곳이에요.
도시의 정원사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빌라 주민 분들을 어떻게 만나셨는지 과정이 궁금해요. 설마 하루종일 집 앞에서 기다리셨나요? 허락을 받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빌라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모두 다른 활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주택인데 어떻게 주민분들과 접촉을 할지가 가장
천천히 가기로 했어요. 먼저 광진구 전체 골목골목을 돌면서 현황조사를 실시했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병행했어요. 인터뷰는 자발적으로 공동주택 화단을 가꾸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요. 사실 가장 부담스러운 업무였어요.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직원분 중 동네에 40년 넘게 사신 분이 나서주시니 너무 쉽게 해결되더라고요. 70세 가까이 된 분이셨는데 같이 걸으면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은, 마당발이셨어요. 인터뷰를 하루에도 몇 건씩 따오시는데 모든 직원분들이 놀랐죠. 인터뷰를 통해서 몇 군데 빌라에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이렇게 하고 있어요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직원분 중 동네에 40년 넘게 사신 분이 나서주시니 너무 쉽게 해결되더라고요.
인터뷰의 내용도 궁금해요.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은데요.
네, 우선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공통적으로 꽃도둑 문제,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실제로 광진구에서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사실 정보가 없어서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많죠. 우리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범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의심하는 분들도 많았죠. 시대가 시대이고, 사례가 없는 프로젝트였다보니까요.
저희의 제안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신 빌라가 있었어요. 여러 차례 주민분들과 미팅하고 협약서에 사인까지 받았는데, 작업 며칠 전에 못하겠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도대체 사후관리를 누가 할거냐, 하는 문제로 입주민 중에 반대하는 분이 계셨던거죠. 빌라에 애착이 클 수록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나 나중에 돈이 들지는 않을까, 물은 누가 주나, 마땅히 해야할 고민을 해서 그런거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꽃이든 빌라든 아무 관심도 없는 분들이 계신 곳에 작업 허락을 받기가 쉬웠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몇군데 작업을 하고보니, 소문이 나서, 화단에 놓여져있는 리플렛을 보고, 먼저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생겼죠.
도시의 정원사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직접 동네 화단을 가꾸는 프로그램은 처음 들어본 거 같아요.
제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CITY IN A GARDEN - ‘도시의 정원’에서 ‘ 정원의 도시’로>는 4주 동안 네 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동네 빌라 화단을 가꿨던 수업 과정이에요. 화단 관찰하기 > 화단 컨셉 정하기 > 식재할 식물 고르기 > 마감재 정하기 > 컨셉에 맞게 꾸미기 순서로 진행했답니다.
화단을 관찰할 때는 건물 형태, 외벽재, 외벽 색상, 주변 환경 등을 관찰해서 어떤 화단이 어울릴지 고민해보고 논의 끝에 화단 컨셉을 ‘눈 덮인 툰드라’로 정했어요. 식물은 툰드라 컨셉에 맞게 채도가 낮은 휴케라와 억새 종류로 식재하고 마감재는 눈을 표현하기 위해 흰색 자갈로 마감하기로 했어요. 식재 작업하는 날에는 지나가는 어린이 친구들과 어르신들도 관심을 가지고 구경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태양열 조명을 설치하고 어린이들이 만든 놀이기구 작품까지 전시했더니 빌라화단이 야외갤러리처럼 꾸며졌어요.
진행하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이 공간이 입주민분들의 주차 공간이었는데도 작업하는 동안 편의를 봐주시고 작업이 끝나고 나서는 주민분들께서 자발적으로 관리해주셔서 모두가 참여해서 동네 정원을 가꾸어 낸 느낌이 들었어요.
심어요. 한해살이가 아닌 여러해살이인 것도 중요해요. 겨울 추위에도 거뜬히 살아남아야 내년에 또 아름다운 화단을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푸릇푸릇하고 예뻤는데 식물이 자꾸 죽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져요. 도시 사람 중에 정원을 가꿔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처음 해보는 경험은 어렵지 않게 성취감이 들어야 그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쉽게 심고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식물 위주로 심고 있어요. 네, 그리고 예뻐야
동네 어르신들이 매일 같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장소를 몇군데 알고 있어요. 사거리 빌라의 낮은 담벼락, 슈퍼건물의 환풍구 턱, 이런 곳들이에요. 어르신들 따라 저도 한 번 담벼락에 앉아봤는데요. 엉덩이가 다 아프더라고요. 의자라도 가져다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예요. 요즘 같이 선선한 날에는 특히 벤치가 아쉬워요. 앞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화단을 가꾸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거예요. 더 나아가 화단이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확장해보고 싶어요.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보려 해요. 쓰레기가 적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잡초가 무성하지는 않은지 주기적으로 봐줘야 해요. 주민분들이 자발적으로 관리를 맡는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공동주택 화단에 비용과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빌라 화단이 잘 가꿔진 사례들이 많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현재는 광진구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서 봉사활동으로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도시의 정원사로서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생각하고 계세요? 멋진 계획이에요. 자세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