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01 함께의 즐거움
2 숲에서 놀자_임아랑 4 생애 첫 동화구연대회_최혜진 6 스마트폰 사진 놀이_김재영 9 비대면 그림책 이야기_이효정 12 대면 토토즐 태권도!_김유은
02 나의 발견
14 언택트 육아_박아영 16 텃밭에서 밥상까지_최지영 18 관계적 거리두기 2m_이성숙 20 엄마의 자존감 찾기_신소영 22 슬기로운 엄마 생활_이윤경
03 경험의 소중함
25 한달 제주살이_이윤신 28 목이 터져라, 책 육아_이지은 30 집콕미술의 세계_정진주 33 엄마의 온도_이효정 36 도란도란 카드와 그림책_고은영 38 책의수호자_이성숙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는 편집장 고은영
대표 고은영, 박아영, 이지은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유은, 김재영, 신소영 이성숙, 이윤신, 이효정 임이랑, 정진주, 최지영 최혜진
교정·교열 이윤경
디자인·인쇄 열림프린팅
함께의 즐거움
숲에서 놀~자! 글 임아랑 에디터
10월 푸른 가을 어느 날, 숲에서 놀자 친구들이 청계산에 모였어요. 집에서만 활동하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더욱더 반가워요. 우리는 오늘 무엇을 보게 될까요?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친 구들과 자연 속에 있는 것만 으로도 까르륵 웃음이 나는 그런 날입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살았던 나무라고요?” 선생님의 설명에 깜짝 놀란 아이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랗게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보고 손가락으로 나무 끝을 표현해봤어요. 나무를 안아보고 인사도 합니다. “네가 정말 공룡도 만났니?” 아쉽게 폴짝폴짝 뛰는 커다란 산개구리는 놓쳤지만, 오늘 만 난 베짱이를 잡아 보자기에 놓고 함께 관찰해요. 베짱이가 누 구에게 갈까? “와 준혁이한테 간다.” “준혁이는 베짱이에게 인기가 있어.” 벌새를 닮은 박각시 나방의 날갯짓 소리도 들어봤어요. 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 무슨 일일까요? 청설모도 좋아하는 말밤을 주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칠엽수 나무 열매(말밤)는 아이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부 드럽고 단단한 느낌, 울퉁불퉁한 동그란 모양마저 사랑스러운 만들기 재료에요. 얼굴, 달팽이, 거미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 가능 하지요. 2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코로나 19로 함께 만날 수 없어 집에서 할 수 있는 비대면 자 연 놀이 키트활동으로 대신했었지만 역시 자연을 직접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재미는 대체 불가능 한 것이지요. 여기 선 발을 쿵쿵 구르고 뛰어도, 맘껏 떠들고 웃어도 “쉿! 뛰면 안 돼” 주의 주는 엄마도 없으니까요. 뜨거운 햇볕,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 개굴개굴 개구리, 톡톡 튀 는 베짱이, 부스럭부스럭 낙엽, 동글동글 부드러운 말밤, 하하 하 친구들의 웃음소리, 향긋한 꽃향유 냄새, 선생님의 따스한 음성, 맞아주는 엄마의 환한 미소.. 오늘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에요. 전부 몸에 기억되어 나를 만들고, 몇 번이고 떠올려볼 추억이 될 거예요.
고마워 오늘. 고마워 모두들.
함께의 즐거움 | 3
함께의 즐거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 생애 첫 동화구연대회 출전하다! 글 최혜진 에디터
4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아이들을 양육하며 처음으로 해보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처음에는 서툴지만 새로운 일에 도 전하며 아이들의 재능을 하나둘 발견하다 보면 저도 모르 던 저의 재능(?)까지도 발견하게 됩니다. 가정주부로 살림 하며 제 자신을 잃어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의 희생과 섬 김이 필요한 ‘살림’을 통해 가정과 아이들을 살아나고 동 시에 제 자신도 성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며 언제부터인지 ‘살림’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서툴지 만 생애 첫 동화구연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책 을 읽어주는 기쁨을 찾게 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누군가 제게 아이들 연령에 맞는 책이나 전집도서를 사라고 추 천하면 저는 그때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괜찮다고 사양 하며 도서관을 매일 이용하는 것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천방지축 시끄러운 네 명의 꼬마 아이들을 모두 챙겨 데리고 도 서관에 나가는 것이 은근히 번거로운 일같이 돼버려 와글와글 떠들며 책을 볼 수 있는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도서관은 서로 토론하며 책을 읽어서 시끌벅적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희 집도 언제 부턴가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큰소리로 책도 읽는 자유로운 도서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 방과 거실벽, 집 안 구석구석이 책으로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보다 집에서 책을 읽어왔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제 앞가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 게 되고 읽고 싶어 하는 책들도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조용히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졌습니다. 강남 구 통합도서관에 온 가족이 가입하고 열람증을 발급받아 가족 모두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언제나 빌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인 핸드폰이 없는 아이들은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아이핀을 발급받은 후 도서관 홈페 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다음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한 뒤 도서관에 가면 열람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동화구연대회 공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2분 이내 동화 녹음파일을 이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본선에 진출 할 수 없었지만, 참가상을 받고 신나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대회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10월 24일 본선 동영상 촬영이 있던 날 유치부와 초등부 그리고 성인부 본선에 진출하신 분들의 실력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운 한복과 정장 차림의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전문 동화구연가인 듯 떨지도 않고 어찌 나 잘하던지요! 내년 동화구연대회를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미 리 책도 더 많이 읽고 연습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2021년 동화구연대회에는 자녀와 함께 도전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동화구연대회에 참여해 보면 어 떨까요?
* 강남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주관한 본 동화구연대회는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했습니다. 강 남구 거주 5세 이상 초등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10월 5일부터 10월 16일까지 이메일로 참가신 청서, 동화원고, 동화 녹음파일 접수 후 예비심사를 거쳐 10월 24일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 본선 동영상 촬영 및 심사를 거 쳐 10월 31일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엄마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
이대부초 4학년 이샬롬
함께의 즐거움 | 5
함께의 즐거움
아이와 함께하는 스마트폰 사진 놀이 글•사진 김재영 에디터
포노 사피엔스로 태어난 아들과 딸은 스마트폰에 의해 배움의 시간과 직접 경험을 빼앗겼다. 독서도 뒷전이어서 엄마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신체의 일부로 자리 잡은 팔의 연장으로써 또 하나의 뇌이자 손인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포기 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좀 활동적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놀이를 해 보자! 하고 시작한 놀이가 사진 놀이이다. 엄마표로 시작하려 하니 막연하고 막막했다. 어른들을 위한 사진 강좌 책은 많은데 아이 눈높이에서 쉽게 보고,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은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스마트 폰을 활용한 사진 놀이’ 김소 희 작가님 책이었다. 이 책에는 <집 콕, 시간 순 삭! 아이와 스마트폰으로 함께하는 30가지 사진 놀이 방법>이 담겨있다. 따 라하기만 해도 사진찍기 공부와 놀이가 저절로 된다. 사진작가면서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아이들에게 사진 교육을 많이 해 본 저자의 비결이 녹아 있다.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하고 사진은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쉽고 간 단한 도구이므로 잘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6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1. 점프 샷 처음이니까 오늘은 젤 쉽고 익숙한 것부터. 공중 부양 찍기 도전!! 하나. 둘. 셋 점프~ 공중 부양 찍기 성공 TIP: 햇볕이 좋은 곳 에서 찍을 것. 연사로 찍고 가장 잘 나온 사 진을 고를 것.
#2. 밤에 찍기 이번에는 아이와 밤에 사진 찍기 놀이를 해 보았다. 손전등 켜 놓고 천정을 무대로 손으로 하는 유희 놀이를 했다. 그림자로 원근법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이 그림자로 표현되었다. 그림자 놀이 TIP: 음악을 틀어주어도 좋고, 아이가 아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손 모양을 만들면 더 재미있다. (토끼와 거북이 같은 간단한 이야기에 맞춰 손 모 양을 만들기) 밤에 만난 그림자, 낮에 만난 그림자 비교도 재미있다. (일명 ‘도마뱀을 잡 아라~’) 후레시를 터트린 사진과 그냥 찍은 사진도 비교해 보았다. 조명을 감 싸 쥐면 손이 적색 신호등이 된다. 책에 나온 방법으로 조명으로 레터링 하기 해 보았다. (레터링 찍을 때는 삼 각대 필요) 함께의 즐거움 | 7
#3. 착시사진 찍기 원근감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너무 어렵다. 크기가 크면 가까이 크기가 작으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를 이용한 사진 놀이이다. 친구를 손 위에 올리기, ‘잡았다, 해!’를 따라서 찍어보았다. 아름답게 지는 붉은 해를 반지 속에 담아 보았다. 손가락으로 토끼를 만들고 빨간 해를 토끼의 빨간 눈처럼 표 현해 보았다. 내가 본 풍선 중에 제일 커! 팁을 적용해서 [루나 공원을 삼킨 아들] 여행 사진 중에 착시 효과를 활용한 사진을 아이들과 함 께 찾아보았다. 여러 가지 멀고 가까운 사물의 원근감을 이용한 착시효과 사 진 놀이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진 놀 이였다. 착시 사진 찍는 TIP: 인터넷에서 착시 사진을 검색한 후 어떻 게 찍었는지 이야기 나눈다. 소품을 활용해 찍기 쉬운 것부터 도전한다.
#4. 비 오는 날 찍기 요즘 아이들은 비를 맞을 일이 없다. 아파트 주차장도 지하주차장과 집 이 다 연결이 되어있고, 엄마가 우산도 잘 씌워주고, 늘 차로 안전하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산 없이 우비 입고 비를 맞으면서 노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는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우산 집도 짓고, 낚시하는 장난감도 바리바리 들고 나가서 낚시도 하고 대형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챙겨 나가서 신나게 놀았다. 비 오는 날의 비눗방울 색깔은 더 다채롭게 표현되어 햇빛 속에서 보는 비눗방울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이들을 과보호하고 편리함을 추구하 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빼앗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찍는 TIP: 흐린 날에는 자동모드보다 프로모드를 선택한 다. ISO 감도를 선택한 다음 화면을 보면서 조정하여 약간 어둡게 만 들고 셔터를 누른다 추천 책: [스마트 폰을 활용한 사진 놀이] 김소희, 책과 나무 [감성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사진 교육 PIE] 정경열, 웅진 리빙 하우스
8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함께의 즐거움
나의 비대면 그림책 이야기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의 코로나 생존기 글•사진 이효정 에디터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 대표)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는 코로나에 살아남았다. 일상조차 멈추게 했던 코로나지만, 그림책 모임은 멈추지 않고, 진행했다. 오늘 난 마니토 그림책 선물을 위해 동네 책방에 주문해둔 13권의 그림책을 찾아오면서, 20년 마지막 모임 준비를 마쳤다. “함께 한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 감사해요.”
함께의 즐거움 | 9
ON & OFF Blended -만능 스위치는 없다.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는 강남구 마을공동체 이웃만들기 사업계획부터 ON & OFF Blended로 기획되었다. 유·아 동의 양육자인 엄마들의 모임인 만큼 코로나 단계에 따라 탄력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모임, 강의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반반, 강사님도 오프라인 한 분, 온라인 한 분으로 섭외했고, 모임은 더 간단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주는 만능 스위치는 없었다. 다 함께 할 수 있는 모임 시간부터 다시 정해야 했다. 공지와 투표를 거듭해, 첫 온라인모임과 첫 온라인 강의 일 정을 정했다. ZOOM App(앱) 설치, 설명서 공유, ZOOM 강의 예약, 초대, 진행, 자료 공유 등을 익히고, ZOOM 소 모임용 PPT도 만들고, 생각보다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의 첫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다.
Online의 반전 - 나만의 시간, 우리의 시간/ 따로, 또 같이하다. 전업주부와 워킹맘,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늦은 밤이다. 나만의 시간으로 허락된 9월의 첫 번째 토요일 밤 10시, ZOOM 강의실에 모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 추천하고, 책의 베스트 컷을 모아 보물 같은 그림책 큐레이션이 완성되었다. 갤러리 화면 가득 채운 모임 구성원의 얼굴을 보자 오랜만 에 만난 반가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지개 같은 다양한 책을 나누니, 나만의 시간이 또, 우리의 시간으로, 각자 의 가정에서 ZOOM 공간으로, 따로 또 같이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갑자기 ZOOM 연결이 끊겨서 책 소개를 못했던 모임원도 있고, 채팅 방 사용, 기술적인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첫 번째 온라인 모임은 기대보다 풍성했다.
Online 강의 - 주말 밤, 코로나 블루를 달래다. 첫 번째 강의도 9월의 주말 저녁 시간이었다. 온라인 강사는 워킹맘에서 그림책 모임을 통해, 어른을 위한 그림 책 테라피스트 및 그림책 강사, 번역가로 활동 중이신 황유진 작가님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신 작가님 역시 코 로나로 아이들과 집에 머물게 되고, 오프라인 강의가 연기 혹은 취소, 온라인으로 변경되고 코로나에 적응해 가 고 있다며, 담담하게 엄마들의 고충을 들어 주셨다. 그림책으로 읽는 나라는 주제로, 양육자로서 아이에게 그림 책을 읽어주던 입장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읽어주는 그림책을 듣고, 보는 시간을 통해, 그림책 속에서 나의 삶, 희망, 기쁨, 아픔, 슬픔을 꺼내 보고 얘기할 수 있었다. <아침 창문을 열면>에서 매일 아침, 삶을 시작하는 느낌, < 당신의 밤은 무슨 색인가요?>라는 책에선 어두움, 검정만이 전부인 밤에 반딧불의 노랑, 자동차의 전조등, 달무 리의 하양, 등 아름다운 색이 있다고. 코로나로 갇힌 우리의 현재도 어둠과 절망만이 아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다 같이 모였던 잠자는 집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원 뺑뺑이, 엄마의 외출, 아빠의 회식이 멈추고 가정에서 다시 모여 지내며, 가족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삶이 진 행되는 집이라고 그림책이 우리를 달래주는 것 같았다. 우리의 인생이 다르듯, 한 권의 책에서도 가장 인상적이 었던 장면과 그 이유가 다름을 서로 나누면서, 나의 인생이 한 줄기 강에서 바다가 되듯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10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Offline 반가움 서로의 안부를 묻다 추석이 무사히 지나고, 드디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졌다. 여러 번 강의 일정을 연기해도 한결같이 이해해주신 김지연 그림책 작가님과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도 공공시설도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에게 강의 장소를 제공해 주셨다. 3개월 만에 만난 모임 구성원 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번 강의를 위해 일정을 변경하고, 연차를 쓰 고 달려와 준 모임 구성원들, 강의 준비를 위해 일찍 나와준 모임 구성원들 덕분에 감사하고, 감사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 적극적인 모임 구성원들과 초대된 이웃 분들까지 함께, 기 다리고 기다리던 강의를 들었다.
Offline-흡입력 있는 강의에 푹 빠지다. 깊이 있는 그림책을 만드시는 그림책 작가이면서,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을 스스로 성장하게 하신 선배 엄마로 서 들려주시는 강의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림책이 가진 시각적 예술성, 약자에 대한 배려, 동심으로 복귀, 천천 히 음미하기 등의 주제를 다양한 그림책과 함께 설명해 주시니, 2시간이 짧고 아쉬웠다. 특히, La tete dans les nuages(구름아 구름아 뭐하니?, 그린북) 번역되지 않은 프랑스 그림책을 보여주시며, 텍스트를 모르고 그림책 을 볼 때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해지는지, 텍스트를 읽는 순간 그림이 텍스트 속으로 딱 맞춰 들어가는 느낌이었 다. 텍스트보다 그림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말씀에, ‘아이들이 한글을 모를 때 더 그림책을 즐겁게 읽었겠구나!’ 하고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오프라인 강의는 오래 기다린 만큼 그 감명이 깊었다. 코로나로 미뤄왔던 소모임도 강의실을 벗어나 대모산에서 진행해 보고, 가까운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나누었 다. 지난번 강의에서 추천 받은 책을 모두 읽고 가져오신 실천형 모임 구성원, 대모산과 어울릴 만한 자연 그림책 을 가져온 모임 구성원, 요즘 푹 빠진 그림책을 가져온 모임 구성원들 덕분에 다양한 그림책을 듣고 보고, 또 읽 었다. 어쩌면 각자가 소개하는 그림책엔 각자의 인생이 조금씩 담겨있는 퍼즐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 리의 모임도 여러 모양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서,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코로나에 살아남은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 우리의 삶은 Before Corona와 After Corona로 바뀌었다는 웃기고 슬픈 기사를 읽었다. 나의 삶도 BC & AC 다. 코로나 전에는 자발적으로 집순이였던 난, 코로나로 비자발적으로 집에 갇히는 동안 그림책 & Touch 온라인 진 행을 위해, 활력 있게 지냈고,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대모산까지 달려갔다. 나의 울타리가 삼성동 내 집 근처에 서 모임 구성원이 있는 강남구 곳곳으로, 열린 느낌이다. 혼자가 아니라, 모임 구성원과 함께여서 가능했고, 앞 으로 우리의 만남이 더 기대된다. 코로나에도 살아남은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니까. 함께의 즐거움 | 11
함께의 즐거움
대면 토토즐 태권도 글·사진 김유은 에디터
우리 집은 복도식 아파트에 산다. 1호에서 15호까지 그중에 우리 집은 2호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사 온 지 1년이 넘었는데 그들과 1 분이 넘는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 서울에서 같은 지역 그것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인데도 소위 말하는 인연이라면 엄청난 인연을 지닌 사람들인데 난 1년이 넘는 시간 동 안 그들과 1분 이상 넘는 대화를 한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토토 즐 태권도는 태권도라는 매개체로 강남에 사는 이웃끼리 모여 같 은 활동을 하고, 간식을 나누고, 웃고 즐기는, 그야말로 살맛 나는 이웃사촌을 실감하는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12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그동안 대면으로 토토즐 태권도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코로나 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히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 마스크를 단단히 썼고 장소는 실외 축구장을 빌렸다. 이렇게 토토즐은 가을하늘이 연중 제일 예쁜 10월에 탄천물재생센터 축구장에서 열렸다. 준비 운동으로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등을 대고 업기, 쭉쭉이 체조 아이 업고 달리기 등 몸 을 푸는 준비 운동을 하는 동안, 실내에서 느끼지 못한 부모와 자식 간의 신체 놀이를 통해 친밀 감이 생겼고 또한 가족과의 즐거운 소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인 나는 어렸을 때 가을 운동 회 때의 그 설레고 즐거웠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태권도를 하는 동안 ‘까르르 까 르르~’ 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니 부모로서 세상 행복할 수 없었다. 특히 부모가 미트를 잡 아주고 기압을 ‘얍!’ 넣으면서 아이들이 발로 차니 평소에 스트레스가 기압과 함께 날아가는 기 분이었다. 내가 태권도를 배우는 동안 가장 큰 매력으로 느끼는 부분인데 아이들도 그러한 것 같 았다. 또한, 빌딩 숲 사이 아파트에 사는 도시아이들은 마음 놓고 뛰지도 목소리 크게 하지도 못 하는데 밖에서 이런 운동을 하니 정말 이게 바로 사람 사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네 또래 친구들 몇몇이 아니라 동네 각 가정과 함께 한다는 것이 요즘 시대에 쉽게 느낄 수 없는 마 을 사람 동네 사람이라는 생소하면서도 친밀감이 드는 것 같았다. 이웃이라는 이름의 정겨움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칫 토요일은 아빠에게는 피곤을 호소하며 집에 머물기,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과 온종일 하루 보내기가 십상일 터인데,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 께 건전하게 운동으로 소통하는 이 시간이 참 의미 있고 좋았다. 하루빨리 코로나도 없어져 이 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의 즐거움 | 13
나의 발견
“언택트”로 그들만의 리그 만들기
언택트 육아, 난! 놀면서 했다. 글·사진 박아영 대표
거리두기로 인한 불안과 지침이 우리를 덮어버린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책에서만 보던 2020이란 숫자는 현실이었고, 그 속에서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극복보다는 생활이 되었다. 한 몸처럼 붙어있는 마스크와 소독 제, 발열 체크 같은 도구들은 더 이상 재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 안에서도 기가 막힌 아이디어들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속출 하고 있다. 화상회의는 기본이고 학교 수업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진통을 겪는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심지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 또는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올 하반기 몇 가지 구청에서 진행하는 지원 사업을 경험하며 느 낀 게 있다. 밖에서의 잡음은 오히려 ‘끼리끼리’의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검증되고 안전한 사람이자 서로 비슷한 수준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계 에 우리는 집중하게 된다. 불안감과 배타성까지 결합된 하나의 신(新)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혼란 속에서도 고요하고, 고립 속에서도 갈망한다. 바로 ‘언컨택트’ 시대의 우리이다. 마치 모든 타인과 세상과의 단절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로 인해 연결된 타인 혹은 관계를 좀 더 세심하게 가려내는 작업 중이다. 오히려 고립된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는 것이다. 언택트가 주는 긍정적인 면이라 볼 수 있다.
14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끼리의 잡담 속에서 규칙을 발견했고 자신감이 증폭했다. 힐링이라는 익숙한 키워드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도 발견했다. 어차피 유행(流行)이라면 물 타듯 흐르면서 즐길 수 있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재미있어지기로. 기왕이면 일주일을 재미와 흥으로 꽉 채 워보자고. 매주 나갔던 숲 놀이도 키트로 바뀌었다. 학교 때의 열공을 불러일으키던 많은 수업들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프리랜서로 열정을 불태웠던 나의 일은 뚝 끊겼다. 그래서 나갈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이야깃거리가 생겼고, 조몰락거리는 손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이 제법 근 사했다. 본래의 모습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진지했고 즐거웠 다. 우리만의 리그(league)가 생긴 것이다. 꽤 괜찮은 놀 거리를 알아채 버린 우리는 이제 산이나 공원에 가면 주워오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열심히 고민한다. 이 또한 언택트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아이들과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좋은 사람들과 소소한 나눔 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 안에 있을 수 있길 기원하며.
나의 발견 | 15
나의 발견
텃밭에서 밥상까지
건강한 먹거리 글·사진 최지영 에디터
엄마가 된다는 것도 어색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아이와 함께 작물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다 는 것은 생각조차도 못한 일이었다. 아마도 나와 같이 ‘엄마’라는 자리가 어려운 엄마들은‘어떻 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을 듣고 온갖 책들을 찾아가며, 스스 로 좋은 엄마의 길을 찾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도 강연과 책을 통해서 아이의 성장에 있어 유 아기가 굉장히 중요하고, 7세까지 아이가‘무엇을 먹느냐’가 아이에게 건강한 식습관과 건강한 몸의 기본이 되며, 커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6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나는 아이가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화학적인 방법이 아닌 친환경적으로 키운 건강한 식자재를 얻기 위해, 그 마음 하나로 내 아이가 두 돌도 되기 전에, 호미 한 번 잡아본 적 없던 내가 ‘텃밭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품에 안겨 텃밭에 가면 아이가 하는 일은 그저 땅을 파고 흙을 던지는 흙 놀이가 전부였지만, 어느덧 6살이 된 아 이는 호미질, 삽질도 곧잘 한다. 봄이면 밭갈이를 하고 씨앗을 뿌린다. 모종 과 하지 감자도 심고, 물도 주고, 김매기도 하며 수확까지 텃밭의 모든 활동 을 함께 한다. 집에서도 상자 텃밭에 잎채소와 허브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 이는‘상추가 목이 마를 것 같아’라며 집에 심은 작물에게 매일 아침 물을 주 며 정성껏 돌본다. 본인이 심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키가 커가며 열매들이 열 리는 모습을 보며 아이도 생명의 소중함, 애정, 기쁨들을 알게 되는 것 같았 다. 아이는 정성껏 키운 그 작물들을 직접 따서 손질하며 함께 요리한다. 흔 히 아이들이 꺼리는 채소나 고구마 줄기 같은 것들도, 전 과정을 함께하며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지고 애정 한 숟가락 더해져 더욱더 맛있는 음식 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인지 나의 아이는 잔병치레 한번 없이 건강한 아이 로 자라고 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옥수수다. 종종 어른들이 시판 과자, 초콜릿들 을 아이에게 건네지만, “이건 내가 못 먹는 거예요”라며 단호히 거절한다. 엄 마가 주는 것, 본인이 먹어본 것 외의 간식은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먹고 싶 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4살 또래 생활을 하면서 시판하는 간식들을 전혀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먹고 싶 지 않아요. 건강한 게 아니잖아요, 엄마가 나를 사랑해서 나 건강히 지내라고 하는 거잖아요, 괜찮아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이젠 말로도 표현해주며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정말 고맙다. 아이는 작물들을 키우고 가꾸는 텃밭 활동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키우며, 생명과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건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의 발견 | 17
나의 발견
관계적 거리두기 2m (자유로부터 도피) 글 이성숙 에디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유를 얻으려고 하는 내적인 욕망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자유란 무엇일까?
부모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도 한
메뉴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
자리를 차지한다.
의 자유일까? 인간의 육체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쾌락일까?
올해 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동네
나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사회적 규범일까?
한 지인은, 입학 후의 아이의 학교생활보다 엄마 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
대학 시절 우연히 서점에서 접하게 된 책, 에릭 프
이 더 많았다. 어떻게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날 수
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있는지, 단톡방에 어떻게 초대될 수 있는지, 얼마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머리가 멍해 잘 굴러가지
나 자주 모이는지, 만나게 되면 어느 정도 친밀함
않을 때 뇌에 기름칠하듯이 가끔 펼쳐보게 되는
을 보여야 하는지, 어떤 옷과 가방을 들어야 하는
책이다.
지..... 끝도 없는 질문들의 연속이었다. 생각해 보 면 나 역시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다.
자유가 무엇인지, 작가가 말하는 300쪽의 이르는
그리고 그런 질문의 빈도 뒤에는 같은 반 엄마들
자유를 설명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이에 섞이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우리의 모순된 모습을
자리하는 듯했다. 그 두려움과 걱정은 어디에서
그저 일상에서도 고찰하고 싶은 것이다.
오는 걸까? 내가 잘 모르는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다른 엄마
학기 초가 되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
들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들,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의 가장 핫한 이슈는
엄마들에게 잘 보여야 내 아이도 그사이에 잘 껴
'Grouping' 일 것이다.
서 그들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입학해서 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지, 좋은 담
어떤 학원, 어떤 선생님이 좋더라, 동네 학원 정보
임 선생님을 만날지, 친구들과 문제없이 잘 지낼
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과 더불어 내가 같은 반 학
생각해보면, 나만큼 자식을 잘 아는 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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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의 학교생활은 담임 선생님께 물어봐도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은 맞벌이로 늘 바쁘셨고, 학교
된다. 아이는 본인의 성격과 성향에 맞는 친구와 어울
상담은 물론 같은 반 엄마들과 어울리실 여유가 없으
리게 되지, 엄마의 강요로 결정된 아이와 절대 좋은
셨다. 그런데도 우리 삼 남매(나에겐 오빠와 남동생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학원 빠순이 엄마들이 알려
이 있다)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없었으며, 어머니도
주는 학원 모두로 내 아이를 보낼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런 소외감 따위에 신경 쓰실 필요가 없으셨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내 아이가 그 학원에 다닐 수 있 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관계의 문제이다. 일전의 글에서 나와 자녀 의 개체의 일치화는 많은 감정 충돌의 원인이 된다고
그럼 엄마들은 왜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일까?
말 한 바가 있다. 자녀의 학부모와의 관계도 그런 것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에 오는 길에 동네 카페에서 대
이 아닐까 싶다. 자녀와 나는 다른 개체이며, 그러므
여섯 모여 있는 같은 반 엄마들을 우연히 본다면 어
로 자녀의 같은 반 학부모들과 나도 다른 개체이다.
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동네 학원을 알아보러 갔는
자녀가 내가 되는 순간 나는 소외되는 자녀가 된다.
데 이미 같은 반 아이들이 하나의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반 모임에 나갔는
자녀와 내가 다른 개체가 되면, 카페에 모여 있는 같
데 나만 모르는 이야깃거리를 서로 나누고 있다면 어
은 반 엄마들의 무리는 옆 테이블의 또 다른 무리와
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아마도 그 무리에 내가 속
다를 바가 없게 되고, 알아보러 간 학원의 같은 반 아
해 있지 않음에, 함께 공유하고 있지 않음에, 속상하
이들의 무리는 그냥 학원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이며,
고 소외감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엄마들이 두려워하
반 모임에서 알 수 없는 이야깃거리는 연예인들에 관
고 걱정하는 것은 그런 소외감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
한 뜬 소문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닐까 싶다. 당신의 마음의 편안과 고요를 누릴 자유를 지키고 누 우리는 자유를 위해 역사 속에서 많은 대가를 치렀
리고 싶지 않은가? 그럼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을
다. 하지만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그 자유를 벗어나 어
최소한의 거리 2m만큼, 당신의 자녀와 관계적 거리두
떤 새로운 무리 속에서, 구속 속에서 안정감과 편안
기 2m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2m만큼의 관계적 거리
함을 느끼고자 한다. 그러한 욕구가 어디에서 오는
두기는 당신을 엄마들 사이의 소외감으로부터 자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 또한 관계의 충돌이라 생
롭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각해 보고 싶다. 나의 발견 | 19
나의 발견
엄마의 자존감 찾기
나만의 ‘인싸’ 되기 글·사진 신소영 에디터
평소 나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나의 흰색 반소매셔츠를 한단 접어주며 말한다. 이렇게 접어 입어야 요즘 ‘인싸’ 란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입어야 인 싸래? 남편의 말에 어이없었지만 작은 웃음은 선사했으니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렇게 입으니 왠지 조금 더 젊어진 것 같 고 요즘 ‘인싸’ 에 가까워진 것인가? 하는 기분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싸’ 네이버 어학 사전 뜻에 따르면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 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반대로 아웃사이더를 줄 인 ‘아싸’ 도 있다. 특히 요즘은 SNS,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 세계에서는 ‘아싸’보다 ‘인싸’가 대접받는 것 같 다. 아는 사람이(팔로워) 구독자가 많 을수록 혹은 누구보다 ‘핫’ 한 곳(핫 플)을 많이 알수록 말이다. SNS 에서 만 ‘인싸’ 인 척 하는 또 다른 자아도 있다고 하지 않나. 나 또한 20대엔 사 회적 교류가 많을수록 친구가 많을수 록 잘 살아 온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 만 30대에 들어서면서 계속 자의적 타 의적으로 비우기가 실행된다. 서로 사 는 환경이 달라져서 직업이 달라져서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없고 등 20대 에 알던 수많은 인연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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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된 김영하 작가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친구를 덜 만났다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을 거라고 말이다. 20대에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이 지나고 보니 생각보다 큰 가치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깨닫는 요즘 나는 객관 적으로 나를 보려고 노력한다. 이 고민을 사춘기 십대 소 녀도 아니고 30대가 들어서 아직도 한다는 것이 쑥스러 웠다. 하지만 나를 먼저 탐구하는 것이 남에게 잘 보이는 ‘인싸’ 가 아니라 나만의 ‘인싸’ 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는 외향성보다 내향성이 많은 사람이다. 혼 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 늘 활발하게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외향적인 사람을 동경한 적이 있다. 나의 성향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회적 ‘인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나를 자책한 것이다. 나의 성향을 인정하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 지 명확하게 보인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좋아하니까 그 런 기준을 따라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오롯이 집 중해 보려 한다. 그래서 최근 시작한 세 가지! 1)영어원서 읽기 2)다녀온 전시 다이어리 꾸미기 3)독서하고 좋은 문 장 필사하기. 이 시간이 바로 눈에 보이는 생산적이지 않 은 시간이 될지라도 그것 또한 기준은 나에게 있다. 오롯 이 내가 즐기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면 오늘 나 는 나만의 ‘인싸’ 에 성공한 삶이 아닐까? 나의 발견 | 21
나의 발견
슬기로운 엄마 생활
코로나 6개월 일기 by 이윤경
지난 10월경 서울 학부모지원센터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 있었 다; 이름하여 ‘슬기로운 학부모들의 감성 터치 동영상 공모전.’ 공모의 기본 내 용은 코로나 시대 가정 내 온라인 학습, 급식, 예체능 활동 등 돌봄과 교사 역할 대행 중인 학부모와 자녀의 갈등 혹은 극복 사례를 상황극으로 촬영하여 동영상 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엄마인 나의 코로나 기간의 이야기라... 흥미가 당길 수밖 에 없는 공모였다.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내 소스, 그동안의 일기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공모용 동영상 콘텐츠의 주제는 ‘Speaking of the wisdom, let it be~’로 정했다.
2020년 3월 2일 진짜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간다. 작년 내리 고3 맘으로 마음 졸였는데, 대학생이 된 큰딸도 집에 있고, 이번에 봄방학 없이 겨울방학을 맞은 초 6학년 된 둘째 녀석도 학교에 안 갔다. 막내 초 2학년 아이는 마냥 신나는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다.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신학기 시작으로 분주하게 등교했을 터. 계 획이 의미 없어진 불투명함 그 자체인 3월이라... 바이러스와의 사투 속에서 미디어가 연신 갱신해내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 싸움에 익숙해져 생명력이라 불리는 삶의 생동감 자체가 무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나저나 초등 학교 6학년이라는 왕언니 특권으로 학교 갈 기회를 놓친 둘째는 확실히 집에 있는 걸 즐긴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곧 끝나겠지, 설마... 앞날을 예측한다는 게 이리도 무의미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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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여전히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다. 심지어 남편도 재택근무다. 내 취미 다이어트 댄스 수업은 코로나로 무기한 휴강이다. 슬플 틈도 없이 삼시 세끼 챙기기 바쁘다. 결국 화가 나서 애들에게 코로나 기간에 움 직임도 적은 데, 두 끼만 먹고 살자고 제안했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의 홈스쿨링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점점 게을러지는 아이들 깨우기부 터 이미 체계화는 ‘목소리 높이기’만 강화된 것 같다. 더욱이 사춘기가 시작된 둘째는 자신의 힘으로 알을 깨기 위해서인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내 딸이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몇 번을 되씹어보지만, 그 래도 내가 알던 그 전의 아이는 온데간데없다. 나는 이런 딸을 ‘흑화’되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에도 간신이 깨워 컴퓨터 앞에 앉는 걸 봤는데, 슬쩍 방을 들여다보니 아이는 이미 핸드폰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 다. 수업은 그냥 흘려듣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 마이 갓~~~
2020년 5월 1일 가족의 달인 만큼 집콕하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집 앞에 공원에 나가 텐트를 치고 봄기운을 느끼며 다양한 보드게 임도 하고 독서도 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흐흐흐... 무엇보다도 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해야지! 잔뜩 설렌 마음 으로‘애들아, 바로 오늘이야 나가자!’ 했더니 곧바로 들은 대답, ‘엄마, 난 싫어요!’ (아, 혈압!)
나의 발견 | 23
(유튜브 영상 확인하시려면!) https://www.youtube.com/watch?v=B_5zSJfidgk&feature=youtu.be
2020년 6월 18일 코로나 삶에는 적응이 제법 된 것이 아닐까 순간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사춘기 딸의 변화는 부적응 중이다. 사춘기가 뭐라고... 자신의 세상으로 훅~ 날아가고 있는 딸을 응원하면서도 서운한 마음. 그래도 이젠 조금씩 둘 째와 간격을 둘 때가 아닐까? 결국 나는 고민하다가 서울 학부모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학부모 리더 교육과정 중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후 3개월) 아, 이렇게 바쁠 거라곤 생각 못했다. 내가 바쁘고 정신없다 보니(그리고 사실 재미도 있다 보니) 애들 식사 챙겨 주기도 힘들다... 아이들도 바쁜 엄마를 이해하는 바짝 긴장하여 각. 자. 도. 생. 중이다.
2020년 10월 9일 “요새 유튜브 뭐 봐?”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이후 사춘기 딸과 자주 대화한다. “아하, 요즘 그게 핫해?” 딸이 뭘 하는지보다 뭘 보는지가 궁금해진다. 핸드폰만 들여다본다고 예민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요즘은 진짜 뭘 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보니, 어머나, 이 따님은 그림 그리는 다양한 유튜버들을 열심히 구독하고 있었다. 어 느 때부터인가 그림에 푹 빠져 있었던 게다.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도 몰랐 다. 미술학원도 안 가던 애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안 가겠노라고 말하는 딸이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꽂혀서 이렇게 시간 쏟는 걸 보면, 역시 부모로서 나는 조금 씩 이 노래를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Speaking of the wisdom,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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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소중함
아이들과 함께한 한 달 제주살이 변한 것은 무엇인가. 글·사진 이윤신 에디터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의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아지던 때쯤, 둘째의 어린이집 거부와 제 2차 코로나 사태가 겹치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평소와는 달리 즉흥적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제주에 내려온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제주살이로 후속편을 써보겠다고 하니 주변의 부러움도 많이 샀지만, 그 짧은 시간에 아이들에게 변화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변화는 일어났다! 지금의 숙소를 바로 예약한 것은 내가 늘 꿈꾸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마당,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 좋은 전망 때문이다. 도착한 첫날 아이들은 나의 예상대로 토끼에 열광했다. 며칠간 먹이를 주다가 주 인에게 이 토끼를 꺼내서 산책시킬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참 씁쓸했다. “문을 열어도 아이들이 나오지 않아요. 특히 저 노란 토끼는 몇 번 탈출 했는데 주변에서 우리 토끼인 줄 알고 갖다주기를 몇 번 반복하니 이제 나오지 않네요.” 하셨다. 내가 요즘 아이들을 보며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다.
▲ 어디든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많았다.
▲ EAL 말매개 수업에서 말과 친해지기
경험의 소중함 | 25
길들여짐, 좌절, 제한, 빼앗긴 자율성. 자연과 친구가 되다 제주에는 어딜 가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어딜 가든 놀 거리를 찾아냈고, 집중했다. 예전엔 모래사장에서 신발에 파고드는 모래가 까칠하다며 모레를 털어낼 때까지 징징대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그것 보다 바다의 조개, 새우, 모래 놀이에 열중한다. 벌레를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꽃이나 숲에서 벌레를 찾아내고 관찰 하고, 애벌레를 집에 가서 키우자며 잎에 얹어 들고 온다. 강아지도 무서워서 뒷걸음치던 아이가 이제는 훌쩍 말을 혼자 타내기도 한다.
혼자서도 나가서 놀 수 있어요 실내와 아파트에 익숙한 아이들은 혼자 나가는 법을 몰랐다. 문만 열면 나갈 수 있는 마당도 항상 “엄마 같이 가자” 했는데 이제는 아 침에 눈을 뜨면 토끼를 보러 나간다고 혼자 문을 나선다. 그러다가 주인집 가족과 마주치면 쪼르르 2층 주인집에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 러 가버린다.
여유로운 이웃 점심에 들른 피자집에서 아이들이 “피자 만들고 싶어요.” 하면 “이리 와서 같이 만들자!” 하신다. 시장에 가서 갈치를 구경하고 있는 아이 들에게 “누가 큰지 키 재기 해볼까?” 하신다. 식사를 마치면 서둘러 나왔던 서울의 식당과 달리 그곳에서 놀 거리를 찾은 아이들은 한참 을 논다. 숙소의 주인 가족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아이들을 가족처럼 돌보아 준다.
건강해짐 하루에 과자 한두 봉지 거뜬히 먹어 치우던 아이들이 이제 과자를 찾 지 않는다. 가끔 들르는 마트에서도 각자 좋아하는 것을 딱 한 개씩 만 고르길래 “더 필요한 건 없어?” 하면 “응” 한다. 잠자는 시간에도 한참을 둘이 떠들고 뛰고 놀다가 엄마가 잠든 한 참 후에야 잠들던 아이들이 불만 끄면 곯아떨어진다. 26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 어디서든 놀 것을 찾아내는 아이들이 신기하다.
▲ 신발에 파고드는 모래보다 놀 거리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 해변에서의 운동은 엄마의 힐링에 좋았다.
엄마의 힐링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아이가 그렇게 하도록 허락한 엄마 가 있을 뿐이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마트에 들르고, 시끄럽게 조르는 아이들 이 힘겨워 과자를 사주고, TV를 틀어주고, 코로나를 핑계로 놀이터 가기 귀찮음을 대신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약속도 많은 서울에서는 나의 강박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채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핑계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많 이 하려고 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만으로 알고 느껴보지 못했다. 제주 생활의 여유로 힐링을 한 것은 정작 나였다.
남은 숙제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하면 핸드폰이나 TV와는 멀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제주에 오래 살아도 서울의 만들어진 놀이터(키즈카페 등)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없어지지 않는단다. 종일 잘 놀아도 순간순 간 시간이 날 때면 핸드폰을 찾고, 집에 와서 TV를 보며 쉬는 것을 즐긴다. 미디어를 아예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정한 사용법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인위적인 도시 생활보다 자연의 여유로움이 훨씬 많은 다양성과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전제로 시작한 제주 한달살이는 더 많은 풍성함으로 마무리되었다. 언제든 힐링이 필요할 때는 주저않고 또 자연으 로 돌아갈 것 같다. 경험의 소중함 | 27
경험의 소중함
목이 터져라 책 육아 글•사진 이지은 대표
코로나 덕에 아이들을 처음 학교라는 곳에 보낼 엄마의 마음은 바짝 타 들어간다. 초등학 교를 입학하자마자 원치 않은 결핍이 생겨 버린 것이다. 아이의 교육에 부족함이 없을지 걱 정이나 마음 놓고 학원을 보내기도 어려운 시기라 더욱 혼란스럽다. 이것저것 집 콕 하며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설거지하며 영상을 보다 책 육아 라는 단어가 순간 내 마음에 들어왔다. 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던 책 육아가 코로나 시국에 한줄기 빛과 같이 생각되었고 이미 늦은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급하게 남편의 눈치를 보며 급하게 책을 사 들이며 시작하게 되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책 육아란 아이가 책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 아 이 스스로 독서를 통해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발달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 해 부모는 양질의 책을 많이 비치하고 읽어주기도 많이 해야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들 이 더 어렸을 때 책을 조금씩 읽어 주긴 했어도 부족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히 미안스 럽다. 그래서 더욱 서둘러 책을 사들이고 이제라도 열심히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의 읽기 독 립을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아이의 변화는 기대만큼 드라마틱 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노력 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보다는 영상 매체를 좋아하고 글이 많은 책보다는 만화책을 선호 하였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실망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8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 단풍이 예뻤던 양재시민의 숲에서도 목이 터져라 ^^
▲ 자신이 쓴 일기를 재밌다고 첫장부터 읽어내려가는 승우
▲ 승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최초의 글밥책 “고마워 꼬물꼬물 벌레들아~~”
그렇다면 왜 남들은 된다고 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우리 아이들 에게는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지 아이들을 재우고 매일 밤 고민했다. 하지만 유명하다 던 책 들을 들이고 해야할 지침들을 나름 지켰다고 생각하는 나로써 는 원인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우 몇 주, 몇 달간 의 노력으로 변화를 기대했던 내가 문제라는 것을 지인 아들 경우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초등학교 전부터 책 육아를 시작 해 초등학교 3학년까지 무려 4~5년간 읽기 독립이 되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남들이 인정할 정도로 독서 습관이 자리 잡 혔다는 얘기에 내 조급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러 갔 는데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가 곤충 관련 글이 아주 많은 책을 빌리고 싶다고 했다. 평소 아이는 만화책만 보거나 글이 읽는 책도 그림만 보고 넘기는 수준이라 그러려니 하고 책을 빌렸는 데 이게 왠걸 글밥이 꽤 되는 책을 몰입하며 읽더니 다 읽는 놀 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번 글이 많은 건 재미없다고 책을 덮어버리던 아이가 하루 아침 사이에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기 다림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너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놀람 도 잠시. 관심이 있던 그 책을 다 읽고 나자 다시 전처럼 만화책 과 그림만 보는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책 한 권 만에 언제 그 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간 아이를 보며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나는 여기서 작은 희망을 얻게 되었다. 매일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영상과 게임이 아이를 늘 유혹하고 있어 엄마의 마음은 늘 노심초사이다. 하지만 즐거운 독서 습 관을 어렸을 때 세울 수 있다면 이러한 유혹도 적절한 스트레 스 해소용으로 바르게 소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 서 오늘도 아이 주변에 책을 정리하고 아이가 읽기 독립이 되어 스스로 책을 오롯이 읽어 갈 때까지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줄 것이다. 경험의 소중함 | 29
경험의 소중함
미술 활동을 통한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까요? 미술전문가에게 듣는 집콕 미술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글·사진 정진주 에디터
[예술공간 아티움의 김소라 대표 인터뷰] 코로나 덕분에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유 생긴 가족 간의 시간을 활용하여 웃음과 행복한 미소로 채워줄 수 있는 유익한 활동은 무 엇이 있을까? 예술공간 아티움의 김소라 대표에게 가정에서 손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미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30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 앙리 마티스처럼 표현하기
▲ 우드스틱과 면봉으로 캐릭터 만들기
Q. 안녕하세요. 엄마들이 만드는 <비빔밥 육아> 잡지에 소개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아이와 엄마의 마음 놀이터 예술공간 아티움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라입니 다. 예술공간 아티움은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미술을 통해 풀어낼 가장 편안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저의 작은 꿈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 극하고 속마음을 끌어내는 미술 활동 프로그램과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한 힐링프로그램 을 기획하여 강의하고 있습니다. Q. 가정에서 쉽고 다양하게 사용하기 좋은 미술 활동 재료를 소개해주세요. A.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아이와 부모가 가정 안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쉽고 다양하게 사용하기 좋은 미술 재료 는 지금 바로 여러분 눈앞에 있어요. 일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 요. 지금 저는 책상에 앉아있고 두리번두리번 앞을 바라보니 생수와 사인펜이 놓여 있어요. 생수와 수성 사인펜으로도 아주 재밌고 즐거운 미술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수성 사인펜은
▲ 계피가랜드 꾸미기
물이 닿으면 번지기 때문에 도화지에 사인펜 드로잉을 한 후 물을 묻혀 번지기를 할 수 있 어요. 물감이 손에 묻는 걸 싫어하는 아동이나 물 조절이 어려워 붓 사용을 꺼리는 아동에 게 특히 더 부담감을 줄여주는 재료랍니다. 주방으로 가볼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밀가루, 전분가루 등은 물이 닿으면 뭉쳐져요. 집이라는 실내 특성상 가루를 던지면서 놀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서 욕실에서 미 술 놀이를 하거나 안전한 방법으로 아이에게 제시해주면 아이도 마음 편하게 미술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우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비닐봉지나 지퍼백에 가루를 담고 물을 조금씩 부어 흔들어 섞어줍니다. 물을 적게 넣으면 묵직하게 뭉쳐질 것이고, 많이 넣으면 되직하게 뭉쳐질 거에요. 식용색소를 넣거나 물감을 소량 넣어준 후 반죽하면 색감도 예쁘게 나오겠 죠? 이 반죽과 비슷한 것을 미술 재료에서 찾아보자면 젖은 점토(진흙), 부드러운 점토(지 점토)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이미 충분히 아이는 반죽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 흥미를 느꼈을 지도 몰라요. 더 표현하고 싶어한다면, 도화지나 두꺼운 우드록 판 위에 작업해 봐도 좋습 니다. 아이는 반죽을 빚어서 피자를 만들 수도 있고, 길게 말아서 뱀을 만들 수도 있어요. 아이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아이의 생각을 지지해주신다면 그날의 '엄마표 미술 놀이'는 대 성공입니다.
경험의 소중함 | 31
▲ 수첩표지 디자인하기
▲ 내가 살고 싶은 마을 꾸미기
Q. 집콕미술 활동시 주의하거나 함께하면 좋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더불어 학부모들에게 당부(조언)하고 싶은 말씀도 함께 해주세요. A. 위의 질문에 "아이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아이의 생각을 지지해주신다면"이라고 적었는 데요. 집콕 미술 활동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내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하지 않기’입니 다.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무한한 우주와도 같은 아이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하기"에 요. 아이들은 저마다 성향이 달라요.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순수하다는 점이죠. 예를 들 면 아이가 바나나를 보고 "엄마! 이건 전화기에요! 제가 지금 엄마한테 전화 걸어볼게요!"라 며 자발적으로 놀이를 시작했을 때, "아니야 이건 바.나.나.야.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말아요." 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을까요? 자문자답하자면, 네, 있습니다. 실제로 만난 아이였고요. 엄 마도 매우 이성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을 평가하기도 하셨는데, 모자 관계에 서 이런 대화가 지속해서 이어질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갈등의 진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
▲ 코팅지에 그림 그리고 파쇄지 넣어 입체 인형 만들기
아요.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제가 추천해드리는 방법은 <엄마와 아이 가 함께 그림책 읽기>입니다. 그림책이 매개체가 되어 그림과 글로 서로를 더 이해하고 공 감하며 건강한 대화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이후 일상에서 찾은 미술 재료로 독후활동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리고 집콕 미술 활동 중 아이의 집중도에 대해 어머님들께서 가장 많이 해주시는 질문이 에요. 거실에 크게 놀이 매트도 깔아놓고 미술 재료도 많이 준비해놨는데 집중을 못 한다 거나 금방 싫증을 내는 경우, 반대로 너무 오랫동안 몰입하여 다음 일정에 (예를 들어 온라 인수업) 차질을 빚는 경우 등이 해당하는데요. 이런 경우 규칙을 정해두는 것을 추천합니 다. 엄마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엄가다’라고 하죠?) 활용할 미술 재료들을 아이 스스로 고 르게 하고 마무리까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전에 말해주는 거예요. 미술 활동 과정 중 "오늘 작품은 어디에 걸어둘까? 이따가 아빠 오면 보여드리자!"라며 미리 알려주는 거죠.
▲ 사인펜 물번지기
너무 몰입한 아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따가 우리 점심 먹으러 가야 하는 거 알고 있지? 엄마가 5분 전에 알려줄게?" 하면서 룰을 알려주면 자기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이라 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규칙에 익숙해질 수 있어요. 어떠셨나요? 사실 집콕 미술 놀이라는 게 특별히 써야 하는 미술 재료가 정해져 있거나 정 답이 있지 않아요. 우리 아이 성향에 맞춰주고, 서로 다른 엄마와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게 건강한 엄마표 미술 놀이, 집콕 미술 놀이의 첫 단추랍니다. 32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 우드록에 크레파스 칠하고 핸디코트 발라 긁기
경험의 소중함
엄마의 온도, 그리고 그림책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엄마의 온도’ 글 이효정 에디터 엄마의 온도, 그리고 그림책
엄마의 온도,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의 그림책 동아리 ‘엄마의 온도’에서 제작 중인 그림책의 표지디자인을 위해
아날로그 이윤희, 모히토, 김민아, 발랄한 노랑 정순자, 스윗 초콜릿 이효정,
이재옥, 라보라, 라라 주현주, 업레드 최미향, 김애경, 신희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20년 도서관·박물관·미술관 「1관 1단」 사업의 그리고 그림책
그림책 작품집 “ 엄마의 온도, 그리고 그림책”이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대면, 비 대면 수업을 함께 한, ‘엄마의 온도’ 11명의 회원, 그리고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 손정미 관장님, 권
즐거운도서관 강남구립즐거운도서관 2020년 1관1단 창작 그림책
지은 과장님, 멘토 강사 한지운 선생님, 일러스트레이터 송효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Q 그림책 모음집 발간을 앞두고,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손정미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 관장):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올해,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 어 강의를 듣고, 무딘 펜 끝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렇게 훌 륭한 작품집을 창작해낸 우리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의 그림책 동아리 ‘엄마의 온도’ 회원님들의 정 성과 용기에 찬사를 드립니다. 나의 상상을 진솔하게 펼쳐 놓은 단 하나의 땀의 결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A. 권지은 (강남 구립 즐거운 도서관 과장): 엄마들이 선택한 미술 재료와 기발한 상상력이 만나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출간될 작품에, 그동안 옆에서 지켜봐 온 엄마들의 노 력과 열정이 모두 담긴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엄마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A. 한지운 (멘토 강사): 엄마라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내 안에, 그보다 더 큰 꿈과 열정이 누구에 게나 있습니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어 나만의 색과 온도를 품은 이야기로, 이미지로 풀어나가며 성장 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작은 학교를 경험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나의 꿈을 찾아 삶의 활력을 찾길 기대합니다. A. 송효정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하게 보면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과정이지 만, 더 깊게 들어가면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나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래 그림을 그려온 저에게도 어렵고 힘든 숙제이지만, 쉬웠다면 아무런 즐거움도 얻지 못했을 숙제이기도 합니다. 각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해보지 않았던 ‘숙제’를 하며, 그동안 모르던, 혹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경험의 소중함 | 33
매일 밤, 그 숲에선 - 이윤희 그림책을 구상할 때, 한 엄마가 두 아들을 산에 두고 와, 이를 주민이 신고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엄마 가 그럴 수 있나 싶으면서도, 그랬어야 했던 마음에 대해 이해해 보고 싶었습니다. 포기하려고 해도 포 기할 수 없는 것이 엄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숲을 헤매고 있을 엄마들에게, 나 또한 그런 순간이 있다고, 힘들겠다고, 알고 있다고, 이해한다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빨간 구두 - 이희경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만 했던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어쩌다 보니 반장까지 맡 게 되어 특별한 추억이 많이 쌓였습니다. 잠깐이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로 지내게 해 주신 도서관과 한지운 선생님, 감사합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꿈 - 정순자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모임을 했고, 카페를 만들어 글과 그림을 올리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 완성도 높은 그림책이 나오기까지 서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한지운 지도 선생님과 도서관장님, 사서 선생님, 깊이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특강지도 해 주신 송효정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미운 아기 오리 - 이효정 그림책을 준비하면서, 그림이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잠시 잊고 지낸 나를 생각했습니다. 나의 고민이 담긴 서툰 글과 그림이 언젠가부터 있는 그 대로 좋아진 건, 함께 한 엄마의 온도의 온기 덕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와니의 친구 찾기 - 이지숙 2020년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던 시기, 엄마의 온도와 함께 그림책 만들기라는 새로운 도전. 엄 마의 온도 덕분에 제 인생에 그림책 작가라는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리데기 - 이재옥 나만의 방법으로만 작업하다, 새로운 기법을 배워서 표현하는 동안, 많이 신났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 다.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의 온도 사랑합니다.
아기 늑대 삼 형제 - 김민아 오랜만에 전력 질주를 한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낀 채 달렸으니 얼마나 버거웠는지. 집안일, 시댁일, 코 로나 위기상황 등 온갖 일들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나를 칭찬합니다. 원래의 내가 내 안 에서 다시 꿈틀거리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한 회원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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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 주현주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가 아닌 엄마로 오랜 세월 살아왔습니다. 잠시나마 엄마의 온도 작업을 하면서, 온전한 “나는 나”였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빨간 모자 - 최미향 엄마의 온도와 함께한 시간은 그 동안 엄마로 불리며 내주었던 나의 영혼 없는 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시 간으로 채울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자아도취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가 자신에 게 푹 빠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끼와 거북이 - 김애경 재능이 많으신 팀원들 덕분에 어설프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올 한해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어 나 스 스로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엄마의 온도 그림책 작업 자랑도 하고,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도움 주시고, 기회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잉어왕자 - 신희수 여러 일로 복잡한 한 해를 보내며 기억에 남을 일이 되었습니다. 미술 작품을 보는 것에 만족해 왔는데, 직접 그려보면서 그림책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두 분 선생님들과 함께하신 분들 덕분 에 병아리 같은 실력으로 작품집 만들기에 참여하는 큰 행운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7.9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책 강의 중인 한지운 멘토강사]
[20.9.24 일러스트 특강 중인 송효정 일러스트레이터]
[20.8.20 비대면 ZOOM수업]
[엄마의 온도 회원과 도서관장님 및 지도선생님] 왼쪽 일곱번째 권지은 도서관 과장님, 여덟번째 손정미 도서관장님, 아홉번째 한지운 멘토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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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소중함
도란도란 카드와 에디터의 만남. 글·사진 고은영 편집장
몇 년의 동안 꾸준하게 그림책 모임을 했던 이효정 에디터의 제안으로 비빔밥 에디터들은 2020년 강남 구 마을공동체 주민공모사업인 ‘그림책이 그리운 우리_그림책 & Touch>’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이 모임은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그림책 읽기와 감상, 그림책 강사의 강의 듣기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카드를 활용해 그림책을 더욱 즐겁게 접할 수 있기에, (더)즐거운교육의 김영언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열정 가득한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김영언 선생님은 흔쾌히 재능기부 무료 강의를 수락해주셨다. “도란도란 카드는 스토리텔링 카드인데요, 그림책과 접목을 할 수 있어요! 도란도란 카드 제작에 참여 하신 (더)즐거운교육의 김영언 선생님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 Touch’ SNS 단체 채팅방에 소식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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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7일 청담평생학습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 모인 ‘그림책 & Touch’ 에디터들. 김영언 선생님의 낭독으로 그림책 <춤을 출 거에요>를 감상해보았다. 비가 내리고, 폭풍이 부는 상황, 꽃 위의 공간…. 등에서 주인공이 춤을 추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을 도란도란 카드를 한 장을 선택해서 에디터들이 발표를 이어나갔다. 에디터마다 선택한 카드 는 모두 달랐다. ‘운동’,‘여행’,‘술’… 등. 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운동하고, 폭풍이 부는 상황에도 술 을 마시겠고, 꽃이 있는 공간에서 여행을 가겠다.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란도란 카드와 함께 그 림책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그림책 <나도 고양이야>, <커다란 질문>,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등을 함께 읽고 카드를 활 용해 새로운 질문의 발상과 더불어 그림책을 명시적 질문이 아닌, 암시적 질문으로 확장해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글 쓰고 사진 찍어 만드는 잡지에 도전한 에디터들의 또 다른 그림책 모임 ‘그림책 & Touch’. 도란도란 스토리텔링 카드와 에디터들의 만남. 카드와 책에서 엮어져 나오는 에디터들의 진심 어린 마 음과 이야기. 오늘 모임을 통해 10월을 마지막 날을 5일 앞뒀지만, 10월을 아주 잘 마감한 기분이 들었다.
경험의 소중함 | 37
경험의 소중함
‛책의수호자’를 찾아서 글 이성숙 에디터
강남구 삼성동에 ‘책의수호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주를 지키는 수호자, 신을 지키는 수호자 들은 들어봤지만, 책을 지키는 수호자가 있다니, 이름부터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미디어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미디어 네이티브라 불리는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매체는 전두엽을 스쳐 가는 영상 미디어와는 달리 전두엽의 자양분이 되어줄 중요한 인류의 자산이다. 이 위대한 인류 의 자산인 책을 지키는 수호자를 만나보았다.
학부모 인터뷰
Q. 처음에 어떤 동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셨나요? A. 공동 답변: 삼릉초등학교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이 있는데 그곳에서 어머니들끼 리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만나 서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그에 관련된 활동을 40분 정도 한 뒤에 그것의 두 배 되는 시간은 그냥 놀았어요.
Q.독서 모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공동 답변: 진행방식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였어요.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가 아이들 초등학교 2 학년이었는데 어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선정하여, 함께 책을 읽고 관련된 활동을 했습니다. 이때는 다른 어머니들이 그 자리에는 함께 있었지만, 활동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1년 정도 하다가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고 아이들끼리 진행을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활동을 구상하고 같이 진행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엄마들도 함께 토론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와 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이 주로 진행을 하 고 있는데 이번 달에 오랜만에 아이가 진행을 합니다. 보통 한 아이가 진행을 시작하면 다음 진행을 다 른 아이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또 한 번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아이들과 엄마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 같아요. 38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
Q. 도서 선정을 하는 데 있어 기준이 있거나, 참고하시는 자료가 따로 있나요?
A. 공동 답변: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와 아이들이 관심 가는 그림책을 그때그때 임의로 골랐는데, 대체로 아이들의 생활이나 경험에 맞닿아 있는 책을 고르려고 했어요. 그래야 이야기가 풍성 하게 오고 갈 수 있으니까요. 작년부터는 한 해 동안 읽을 도서 목 록을 만들어서 읽고 있는데,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추천하는 학년 권장 도서목록을 참고하였습니다.
Q. 모임에 참석하는 아이들의 참여도나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 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A. 이현정(최운호 모): 처음에는 그림책으로 시작했어요. 학습 이 아닌 놀이로 참여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론 문화로 이어지 도록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야기 나눌 책도 그림 책이 아닌 분량이 있는 책으로 바뀌었는데 거부감 없이 참여하고, 토론 참여도 아이들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Q. 5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모임을 통해 얻은 결실이나 효과라 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이미영(배현준 母): 저는 작년에 합류했어요. 이 독서 모임으 로 인해 아이와 함께 같은 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 어서 좋았습니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아이와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어색하고, 꼭 숙제를 하는 것처럼 부담이었을 텐데, 아이 친구들과 함께하니 독후활동이 자연스럽고 재미있었어요.
Q.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 모임의 장점 또는 단점이 있을까요? A. 권현수(김주연 母):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평 소에는 아이들에게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대화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지 게 되고요. 집에서라면 “그런 걸 왜 물어?” 하며 대답하기 귀찮아 할 것 같은 부분들에 관해서도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저희는 더 많은 분 함이 함께 하기를 기대하는데, 새로운 멤버 모집이 쉽지가 않아요. 진행의 부담을 느끼는 어머니들도 계시고, 이미 하는 것이 많은 아이는 엄마와 뭘 더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새로운 멤버 모집이 쉽지 않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인 것 같아요. 경험의 소중함 | 39
Q. ‘책의수호자’ 모임처럼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 조언 을 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권현수(김주연 母): 그냥 무턱대고 한번 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릴수록 시작도 쉽고 요. 처음엔 책에 관련된 활동보다 아이들이 함께 노는 것에 시간을 더 할애하면, 아이들도 책 모임 하 는 날이 친구들 만나서 책 읽고 노는 날이라 생각하면서 독서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요. 사실 독서 그 자체가 기분 좋은 경험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무엇을 했는지 글과 사진으로 간단하게 남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엄마 들이 함께 하는 성장하는 소중한 기록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있어 독서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현정(최운호 母): 중요한 것은 살면서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 다. 지혜로운 삶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와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A. 이미영(배현준 母): 저는 이 모임으로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조 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성인인 제가 생각하는 게 다르 더라고요.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학생 인터뷰>
Q. 독서 모임을 하면서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나,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A. 김주연(삼릉초. 6): 저학년 친구들에게는 <이게 정말 나일까?> 라는 책을 소개해 주고 싶어요. 이 책은 제가 기억하는 독서 모임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내가 정말 누구일까?’라는 질문 을 해보며 저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도록 도와준 책 같아요. 저의 또래의 친구들에게는 <생각 깨우기 >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자기 생각을 너무 고정하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Q. 5년 동안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A. 배현준(삼릉초. 6): “평소에 읽지 않던 책을 읽게 되었어요.” A. 최운호(삼릉초. 6): “말을 논리적으로 더 잘하게 되었습니다.” Q. ‘책의수호자’처럼 엄마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을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면, 어 떤 이유일까요?
A. 김주연(삼릉초. 6):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어요.” A.배현준(삼릉초. 6):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좋아하게 될 것이고, 책을 좋아한다면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A.최운호(삼릉초. 6):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책 읽기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40 | 강남마을 비빔밥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