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3 코로나 합본호
차별을 깨고 차별을 낳는 구조를 깨는 실천을 함께 하고 싶은
기자를 모집합니다! 문의 및 신청 010-2888-6196
2020
12
언니들의 수다회 코로나 중의 슬기로운 마을생활
초점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서울여성회 Pick! 추천도서 List!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Book Talk 「김지은입니다」
여성노동 코로나19 시대의 돌봄노동
일상 속 성차별 일상에서 쓰는 성차별 언어부터 바꿔봐요!
언니들의 그림책 세상의 많은 미자언니에게 보내는 그림책
2·3호 코로나 합본호 이달의 표지 2020년은 코로나19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 한 해였다. 이젠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다. ‘깨다’는 코로나 중의 슬기로운 마을생활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만들어간다.
발행인
박미경
편집장
박미경
기자
강은지 강혜미 김슬기 김영미 안현 조은나 조혜림 최경숙 하명란
디자인
박미영
표지그림
박수정
블로그 https://blog.naver.com/nowonwomen 이메일 nowonwomen@naver.com 문의 010-2888-6196 2·3호 코로나 합본호 2020.12 발행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로23다길 18 5층
※ 노원여성회가 만드는 페미니즘 잡지 ‘깨다’ 2·3호 코로나 합본호는 서울특별시와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Contents
2020·12
02
깨다를 열며 민주주의는 다양성입니다
04
언니들의 수다회 코로나 중의 슬기로운 마을생활
08 14 19
초점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성교육 그 다음 페이지! 당신이 받았던 ‘성교육’을 넘어서다.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서울여성회 Pick! 추천도서 List!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선언문
20
정치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22
일상 속 성차별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실천 일상에서 쓰는 성차별 언어부터 바꿔봐요!
24
인터뷰 ‘깨다’가 Pick 한 페미니스트 말하고 글쓰고 실천하는 김슬기 작가
28
젠더거버넌스 2020년 노원구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 돌아보기
34 36 38 40 44 47
여성노동 코로나19 시대의 돌봄노동 “이제 임금도 제대로 계산할 수 있고, 산업재해랑 연차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게 됐어요” 노동법 Q&A 노원에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대나무숲이 생겼습니다! 마음안정제 같은 시간과 사람을 만나다 일요일 오후 4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뿌듯했던 시간
24
인터뷰 김슬기 작가
2·3호 코로나 합본호
48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 노원의 10대들, 페미니즘과 만나다
52
스쿨미투 우리가/ 여기/ 함께/ 있다_ 2020년 용화여고 스쿨미투 재판방청연대 활동
54 57 58
세상을 바꾸는 학습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지?] 궁금증으로 시작한 여성주의 세미나_후기 내가 공부하는 페미니즘이 궁금한 너에게 노원여성회가 「태백산맥」을 읽는 이유
60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Book Talk 「김지은입니다」
66 68 70
언니들의 이야기 헤어짐은 왜 ‘고백’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모성이데올로기를 버리기로 했다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들
72
언니들의 그림책 세상의 많은 미자언니에게 보내는 그림책
74
언니들의 영화 50년 흘렀지만, 아직도 외면당하는 ‘투명인간’들의 외침 [리뷰]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다시 본 영화 <카트>
78 84
사회 양성평등주간의 유래와 진정한 기념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11월 25일~12월 10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서울시동북권지역 젠더의제 활동가들의 공동행동
86
이 법은 꼭 알자 여성폭력방지기본법과 피해자 보호
90
[독자참여] 재미로 푸는 십자풀이
92
Never Ending Story
74
언니들의 영화 <카트>
깨다를 열며
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 형태의 형 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 다. 작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임신 14주 까지는 낙태에 대한 처벌이 없고, 24주까
민주주의는 다양성입니다 글 박미경 편집장
지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낙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주된 골자 입니다. 정부의 입법안은 낙태죄 ‘폐지’가 아니라, 처벌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죽은 낙태죄를 정부가 살린 꼴 입니다. 여성들은 그동안 임신 주수를 기 준으로 낙태죄를 처벌하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해왔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만들
얼마 전에 노원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이에 서울시동
벌어졌습니다.
북권지역 젠더의제 활동가들은 올해 세계 여성폭력추방주간 공동현수막 구호를 ‘낙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는 세계
태죄 폐지’로 결정한 것입니다.
여성폭력추방주간입니다. 노원여성회는 2017년부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에 서
자랑스러웠던 노원구 공공현수막게시대는
울시동북권지역 단체들과 공동행동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현수막을 게시해 왔습니다. 올해도 강북 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중랑구 5개 지
제가 노원구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홍보할
역에 공동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하고 어떤
때 거의 사용하는 홍보수단이 노원구 공공
슬로건으로 현수막을 게시할지 논의하다
현수막게시대입니다. 어떤 행사에 참여하
가 <그 어떤 여성도 처벌받지 않도록 ‘낙태
신 주민들께 “어떻게 알고 참여하시게 됐
죄’를 전면 폐지하라>로 결정했습니다.
어요?”라고 물으면 거의 현수막 보고 왔다
지난 10월 7일 문재인 정부는 임신 주차
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노 원구는 2016년부터 공공현수막게시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때부 터 현수막을 게시할 일이 있으면 게시 2주 전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신청해 왔고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원구 해당 부서의 검토
I 02
를 거쳐 신청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검토요? 무슨 검토요?” 모두에게 평등한 공공현수막게시대를 공무 원이 검토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해당 부서 담당 공무원들은 알고 있나요?” 공공현수막게시대 담당 공무원은 해당 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다양한 사람
서 담당 공무원들이 알고 있다고 했지만
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은 당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연합니다. 저 또한 공공현수막게시대에 걸
그래서 몇 달 전부터 공공현수막게시대
리는 모든 사업 및 활동, 의견에 동의하지
를 신청할 때마다 불편함이 많았고, 우여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원구청이나 그 단체
곡절을 거쳐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이
에 전화해서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하지 않
번에도 그런 과정은 똑같이 되풀이됐습니
습니다. 노원구 공공현수막게시대 신청절
다. 그런데.
차에 따라 신청했으면, 누군가의 존엄을
“네? 그럼 저희를 담당하는 부서가 어디
훼손하거나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
죠?”
나 발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원구에
이번 현수막 내용이 노원구 여성가족과에
부여한 역할은 신청내용을 검열하는 것이
해당한다고 생각해서 노원구청 여성가족
아니라 신청절차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과에 검토 요청을 하려고 전화했는데 노원
노원구는 2017년에 ‘민주시민교
여성회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합
육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
니다. 그런데 그 부서가 어딘지는 모른다
습니다. 그만큼 노원구
고 합니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요?!)
가 민주주의 사회가 되길 원
다시 공공현수막게시대 담당 공무원에게
하며 민주시민 육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설명하니, “낙태죄 폐지에 대한
고 여기는 듯 했습니다. 조례로 제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이 계서서 승인할
정한 만큼 이에 대한 의지도 높다
수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원구는
결국 공공현수막게시대 승인이 안 되는 이
한 명의 공공현수막게시대 담당 공
유는 ‘낙태죄 폐지’를 ‘말’했기 때문이었습
무원이, 혹은 해당 부서 담당 공무
니다.
원이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되 어 있는 단체에 재갈을 물렸습니
검열없는 노원구 공공현수막게시대 공론장
다. ‘말’을 봉쇄하는 민주주의는
을 기대합니다.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고유한 신체적·정신적 특성이 있으며 각 개인의 가치관, 생활양식 등은
03 I
언니들의 수다회
코로나 중의
슬기로운 마을생활 2020년 전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게 된 요즘. 코로나19가 바꿔버린 우리의 오늘은 무엇이고, 코로나19 그 다음, 우리의 내일은 어떠해야 할까요? 코로나 중의 슬기로운 마을생활! 노원여성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집행위원이 모여 나눈 ‘언니들의 수다회’를 시작합니다.
우리 힘내자!
사회/글 김슬기 기자
I 04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코로나가 바꾼 당신의 일상은 무
갖게 되고 홈쇼핑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이것저
엇이 있을까요?
것 필요한 걸 주문하다 보니 택배를 자주 받게 되었는데,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 되기도 전에 쓰레기가 어찌나 쌓이
모임은 소규모로 조심스럽게
는지 놀라울 정도였어요. 배달 음식을 몇 번만 시켜 먹어 도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몰라요. 과
MH 처음 몇 달은 거의 모든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 생활을
대포장과 일회용품 포장 문화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달
했어요. 외식도 전혀 하지 않고 식료품도 온라인 장보기를
까요? 코로나 이후에 온다는 쓰레기 대란이 걱정이에요.
이용하고요.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된 추세이기도 하고, 코
SK 올 여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역대 최장’ 장마도 사실은
로나 상황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란 말이 있더라고요. 단순히 여름
되어서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누굴 만나도 최
장마가 길어진 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라고요.
대한 소수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어요. 일대일이나 2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기후
대 1, 많아야 3~4명 정도로만 만남을 갖는 것 같아요.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라는데, 소비자의 욕망을 부
HS 저도 그래요. 초기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 했지만 조금
추기며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스
씩 소규모 만남을 갖고 있는데, 바쁠 때 만나지 못 했던 사
템에 대한 강력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
람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게 강제로
어요. 말 그대로 ‘뉴 노멀 사회’, 새로운 기준과 생활 방식
멈춤이 되었잖아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의 강
을 찾아가야 할 시점인 거죠.
제 휴가가 찾아온 느낌도 있어서. 바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
소비의 패턴과 장소의 변화
고, 만남도 갖게 돼요. LM 저는 이번에 받은 재난지원금을 집 주변의 작은 상점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 자각
과 시장에서만 사용했거든요?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근처 에서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구입을 하니 소비의 양이 확
KH 다들 비슷하네요. 저도 집콕 생활을 하면서 외식 대신
줄더라고요. 결제를 할 때마다 남은 잔액이 뜨니 소비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마트 대신 홈쇼핑을 많이 이용하
더 신중하게, 꼭 필요한 것만 구입을 하게 되고요. 그냥 내
게 되었어요. 집에 계속 있다 보니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나라에서 준 돈을 쓴다고 하니 보다
05 I
언니들의 수다회
도움이 되는 곳에, 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
는 학교의 소중함을 정말 절실하게 느꼈거든요. 하루에
이 들었어요. 재난지원금은 진즉 다 썼지만 앞으로도 대형
한 끼라도 학교에서 먹고 올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이렇
마트 대신 시장과 작은 가게들을 이용할 거예요. 돈을 ‘어
게 크다니요!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이는 게 너무 힘들었
디서’ 쓰느냐가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도 영향을 미치고
는데, 저처럼 집에서 밥을 챙겨줄 수 있는 엄마가 있는 아
함께 중요한 문제라는 걸 더 깨닫게 되었어요.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잖아
SK 저도 재난지원금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어요. 어린
요. 학교에 와야 하루에 한끼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재난지원금 대부분을 한살림에
있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 대한 대책과 보호가
서 달걀과 우유, 두부, 고기 같은 식료품을 구입하는 데 사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가정에 고립되어 있다 보
용했는데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어요. 남편도 저도 월급
니 가정폭력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요.
이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인이 아니고 자영업자에 프리랜
KH 아이들의 교육권과 건강권, 안전권 모두가 가정에만
서라 코로나의 타격이 컸거든요. 거의 반강제로 ‘소비를 하
맡겨져 있다 보니 취약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인권이 심
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면
각하게 침해 받고 있어요. 끔찍한 가정 폭력의 피해를 입지
구입하지 않는 소비 방식은 계속 지속하고 싶어요.
않더라도 온라인 학습으로 인한 교육 격차도 점점 벌어지 고요. 몇 년 전부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
일자리의 위기, 비대면 사업으로의 전환
다’는 슬로건이 강조되어 왔는데, 재난의 시대에 더욱 필요 한 게 ‘사회적 돌봄 시스템’의 구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
MH 요즘 같은 시기에는 자영업자들의 삶이 정말 팍팍하
든 아이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으니까요.
죠.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대면산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경제가 너무 어
Q.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코로나 이후 마을에
려워졌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전염병이 계속 있을 수 있다
서 해 나가야 할 과제는?
고 하니 ‘비대면 사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에 대한 고 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데에만
개인과 사회, 국가 차원의 다양한 실천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 조금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이 시대에 맞는 방식과 직업, 투자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돼요.
HS 국가와 지자체, 기업과 산업 전반에서 해야 할 일이 많
HS 자영업자 외에도 위험과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 많
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제를 중심으로 성장
아요. 대규모 감염병에 맞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나 요
을 향해 달리지만 이제는 돌봄과 공존의 가치를 중시하며,
양원과 같은 집단거주 시설의 돌봄 노동자는 코로나19 시
자연과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니까요. 그러기 위해
대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이러한 노
서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삶의
동을 수행하는 사람들 다수가 여성이죠. 여성들은 소비자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동이
와 직접 접촉해야 하는 ‘서비스직’이나 ‘판매직’에도 많이
중요할 텐데요.
종사하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러한 일자리에 훨씬 더
제가 요즘 실천하고 있는 건 혼자 살고 있는 친구들, 코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요. 일시 휴직자는 물론
나19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정
실업률도 증가하고 있는 거죠.
기적으로 연락을 해 보는 거예요. 노년층이 아니라 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40~50대의 고독사와 자살이 많아지고
돌봄의 공백, 위협받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
있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웃 들이 외부와 단절되지 않도록 메신저나 전화로 안부를 묻
LM 밖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만큼이나 심각한 것
고 있어요. 우리 노원여성회에서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이 가정 내의 돌봄과 가사 노동 부담이 아닌가 싶어요. 저
이나 밴드 같은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서 우리가 함께 연결
I 06
되어 있다는 유대감과 건강한 소속감을 나누면 좋겠어요.
닫고 삶의 방식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빠르게 전환해야
KH 맞아요. 사람들이 최소 하나씩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
할 텐데요. 각자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 거
기들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사랑방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리가 적은 제품을 구입하고 육식을 줄이는 등의 실천도 해
않을까요? 이왕이면 가까이에 있는 ‘마을 친구’가 있으면
야겠지만,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이나 과대 포장을 금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지하는 법안을 촉구하거나 진정한 ‘그린 뉴딜’을 요구하는
건 앞으로도 계속 어려워질 테니, 소규모의 교육과 모임을
집단의 실천 또한 필요한 시점이에요.
많이 만들어 가는 것. 마을 내 돈독한 인연을 만들기 위한
MH 음식과 환경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여행과 문화 소비
사업이 필요해 보여요.
의 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잖아요. 일 년 중 여름 한 시기 에 몰아서 휴가를 가던 방식도 바꾸고 평소에 몸이 좋지
인권 교육의 필요성과 비대면 교육으로의 확대
않으면 당연하게 휴가를 쓰고 쉴 수 있는 노동 문화를 만 들어 가고요. 이를 위해서는 결국 착취 없는 존중의 노동
LM 우리가 해 오던 교육과 모임의 방식도 비대면을 함께
문화, 노동자의 권리와 건강이 중시되는 기업문화가 필요
고민해봐야 할 거예요. 요즘 같은 분위기에 특히 더 필요
할 텐데, 인권 교육 중에서도 ‘노동인권’을 강화했으면 좋
한 게 인권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한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을에서 할 일이 정말 많은데요?!
분노가 특정 계층을 향해 발산되기도 하고, 가정에서 늘어 나는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도 시급하고요. 점점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길을 만드는 사람들
배제와 차별, 혐오가 만연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데, ‘인 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성 평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
HS 얼마 전에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어찌되
로잡을 수 있는 교육들을 온라인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었든 사람은 시대가 보여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다.’고요.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세상은 이전의 시대를 살아왔던 방식으로는 선명하게 볼 수 없는 세상이니까, 누구도 걸어
음식과 환경, 휴가와 노동, 우리 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
가 보지 못한 길이니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가 지고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앞으로도 많이 가졌으면 좋
SK 인권 교육과 함께 중시되는 것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
겠습니다. 오늘처럼요!
심과 실천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는 물론, 올해의 이례적
KH 좋습니다! 마을에서 더 열심히 활동하며 길을 만들어
인 장마까지 잔인한 2020년의 문제들이 인간과 개발, 성
가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을 찾는 사람들이 되
장, 효율만을 중시하는 약탈적 자본주의의 결과라는 걸 깨
어 봐요. 아자!
07 I
초점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성교육 그 다음 페이지! 당신이 받았던 ‘성교육’을 넘어서다. 글 박미순 서울여성회 홍보국장
2020년 우리를 가장 분노하게 만든 N번방 사건. 그 이
고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다.
후 디지털 성폭력 관련 법이 강화되고 처벌 또한 강화됐지
11월 2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서울여성문
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일이라는
화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없었
생각이 든 서울여성회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던 게 아쉬울 만큼,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이번엔 서울여
올바른 성에 대한 관점을 만드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
성문화축제에 오신 분들의 기억을 새록새록 되새기고, 오
각했다.
지 못한 분들의 도움이 되고자, 서울여성문화축제의 모습
그리하여 서울여성회는 이번 축제를 통해 ‘포괄적 성교
을 담아본다.
육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그림책
서울여성문화축제는 기획전시와 영화상영으로 나누어
을 모니터링하고 알라딘에서 세일즈 포인트를 가장 많이
진행됐다. 기획전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그림
받은 성교육교재 리스트를 뽑아 성교육교재 모니터링을
책 및 성교육교재 모니터링의 내용을 담은 메인 부스와 유
진행했다. 그리고 국제전략센터와 함께 해외의 성교육 사
네스코의 포괄적 성교육 내용과 해외 성교육 사례를 전시
례를 전시하고 네덜란드의 포괄적 성교육 영화를 상영하
한 국제전략센터 부스였다.
I 08
그래 결정했어! 우리 성교육 교재는 바로 너야! : 성교육 교재 모니터링 내용 담은 메인 부스.
메인부스는 그림책과 성교육교재 모니터링 결과를 토
육 사례도 알아보고 경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유네스코에
대로 실제 열람실처럼 구획을 나누어 책을 전시하는 형태
서 제시하는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현수막을 설치했다. 성
로 운영됐다. 먼저 강력추천도서 구간에서 자유롭게 책을
교육 부분에서 선도적인 네덜란드 사례와 해외 성교육 관
보면서 서울여성회가 가장 추천하는 책이 어떤 내용인지
련 사이트 등을 볼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를 본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책들을 보면서 성차별 발언
그 외에도 축제에 오신 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
에는 레드카드를, 추천하고 싶은 구절 또는 책에는 별 모
스가 있었으며, 내가 받은 성교육 Good & bad, 성차별
양 스티커를 부착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성차별이 책에 스
표현에 활시위를 당겨라!, 성교육책 표지 모델 도전! 손수
며들어있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등을
건 만들기 등 다양하게 운영됐다. 이외에 서울여성회를 소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개하는 본부석과 GV에 오신 분들을 환영하는 부스 등 각
이 부스는 우리가 꿈꾸는 성교육이라고 해서, 외국 성교
각의 부스에서 기획단과 참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진행
‘어MONG(夢)US’ : 우리가 꿈꾸는 우리안의 성교육 국제전략센터와 함께 진행한 부스로 유네스코에서 제시하는 성교육 가이드라인과 함께 해외사례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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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했다. 기획전시에서 우리들이 준비한 부분을 보여드렸다면, 앞으로의 방향을 만들어내기 위한 관객과의 대화(GV)가 있었다. 이번 GV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영상을 보고 네덜란드 성교육과 유네스코의 포괄 적 성교육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이런 기준으로 한국의 성교육교재를 분석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 두 번 째는 우리가 받은 성교육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축제에 참 여하신 분들이 참여한 내가 받은 성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해외 성교육 사례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이 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 사회 성교육 문제와 대안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박지아 서울여성회 부설기관 성평등교육센터장, 황정은 국제전략센터 사무국장, 조이다혜 동서울여성회장
#1. 네덜란드 성교육과 유네스코의 포괄적 성교육 먼저, 서울여성회와 이번 축제를 함께 준비한 국제전략 센터의 영화소개가 있었다. 네덜란드는 성교육 부문에서 선진 국가로 손꼽히는 국 가 중 하나다. 1970년대만 해도 첫 성관계 연령이 12.4세 로 가장 낮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집중적으로 성교육을 개발하고 진행하면서 현재 네덜란드에는 데이트 강간, 십 대 출산율, 낙태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 됐다. 또한, 네덜란 드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 시 피임율이 95%. 첫 성관계 연 령은 2017년 18.6세로 달라졌다고 한다. 네덜란드 성교육은 공인받은 프로그램으로 교육기관에 서 진행되고 있는데, 러트거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성교육 을 만 4세부터 시작하고 7세까지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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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며 다시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제도화된 필수 성교육
이, 좋냐 아니냐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만, 네덜란드의 경
을 통해 강의식이 아닌 토론식으로 성교육을 진행한다.
우, 연령의 문제만이 아니라 데이트 강간이 줄고 피임율이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대로 태도와 관계,
올라간 것은 분명이 좋은 변화라는 것이다.
성건강교육 및 환경에 대한 지원,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
여성들에게 첫 성관계의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의 경우,
누는 것이 당연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학부모의 밤을 준
1위는 상대가 원해서인 경우가 많다. 성에 있어서 내가 무
비해서 성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
학교에 학부모가 제안 또는 건의할 수 있게도 한다. 중등
것을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학교를 지나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 가치관, 태
이것이 모든 성교육에 다루어야 하는 성의 총체적 부분이
도, 협상 능력 등을 더 가르친다. 동성애, 낙태에 대한 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
기도 담고 있고, 연애, 이별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한다.
그래서 우리도 정말 네덜란드처럼 성교육이 달라져야
실제 아동·청소년 성교육을 위한 부모교육을 하다보면
하는 시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네덜란드에서 참고하고
고학년이 된 부모님들이 성교육을 하긴 해야 되는데 동시
있는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 한다.
에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성교육 때문에 성에 대
포괄적 성교육(CSE)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지적, 정서
해 관심이 높아지면 성에 대한 행동을 할까봐 두렵다는
적, 신체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 배우는 커리큘럼을 기반
것이다.
으로 한 교육과정으로, 아동과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네덜란드의 경우는 반대로 성교육을 제대로 하니 첫 성
능력-자신의 건강과 복지, 존엄성에 대한 인식 능력, 존중
관계 연령이 낮아졌다. 첫 성관계 연령이 높다 낮다는 것
에 기반을 둔 사회적, 성적 관계 형성 능력, 자신 및 타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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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선택 능력, 자신의 삶 속 권 리에 대한 이해와 보호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받은 성교육 good & bad를 정리해 봤다. 대한민국 성교육은 보통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기 보다 는 내용을 터부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르쳐주는 교 사 또는 부모님에 따라 많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괄적 성교육은 총 8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불구하고 자신이 받았던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례 들이 있었다. 그 중 많이 꼽아주는 부분은 서울여성회 성
1. 관계(Relationships)
교육이었다. 생리가 순환의 과정 중에 하나라고 들었다던
2. 가치(Values), 권리(Rights), 문화(Culture), 섹슈얼리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순결, 정조보다 내 목숨이 더
티(Sexuality) 3. 젠더(Gender) 이해 4. 폭력과 안전
소중하다는 점, 이렇게 해외사례까지 준비해 함께 연대하 고 변화를 위해 나간다는 점 등의 예시를 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성교육의 한계가 있다. 많은 사
5.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람들이 봤던 낙태 동영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생명의 소중
6. 인간의 신체(body)와 발달(Development)
함도 중요하지만 실제 그것만 강조해 낙태를 죄악시하게
7. 섹슈얼리티(Sexuality)와 성적 행동(Sexual Be-
되는 과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을
haviour) 8. 성과 재생산 건강(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비교해 남성은 성욕을 풀어야하는 존재로, 여성은 임신을 해야만 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첫 성경험 나이가 13.6세라고 한다. 이러
한 현실을 반영한다면 순결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특히
내용을 보면, 정말 성을 총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고
여성에게) 또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중에서 주로 성,
신기하게도 이와 비슷한 한계지점은 다른 나라에서도
생식기, 생리, 임신, 이 정도만 다루도 있는 것과는 비교된
있었다. 국제전략센터에서 준비한 해외 성교육 사례 인터
다. 성교육은 성에 대해 두려움을 주거나 무조건 안 된다
뷰에서는 각 나라에서 받은 성교육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
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며 성에 대한 지식을 주기는
었다.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영상을 참고하실 수 있다.
하지만 대신에 조심시키기 위한 교육도 아니다. 유네스코
(https://youtu.be/IPOJvAUn3-k)
포괄적 성교육에서처럼 성교육의 목표를 향후 타인과 원 만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한 지식·기술·태도·가치를
#3. 성교육, 그 다음 페이지
갖추도록 해야 한다. 서울여성회는 성평등교육센터를 통해서 인권의식을 담
성교육이 논쟁이 되고 있는 지금이 진짜 성교육에 대한
은 성교육, 성인권 교육을 진행해 왔다. 성이라는 것이 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성교육 영역은 지금
신과 출산이라는 영역, 생식을 넘어서 즐거움과 관계의 측
전쟁터다. 관점 있는 좋은 교재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면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것이 함께 교육되어야 한다는
한편에서는 성 보수주의로 회귀하자는 책들 또한 나온다.
생각으로 성인권 교육, 여성주의 성교육을 진행했다. 앞으
그리고 성교육교재들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적어도 몸과
로 성교육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토
성에 대한 기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과 입장, 성폭력
론과제이자 해결과제일 것이다.
을 다룰 때의 관점, 성평등 개념과 다양한 사례들, 그리고 현실의 폭력과 성차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런 가이
#2. 당신이 받았던 성교육을 넘어서다!
드라인이 필요하다. 국제전략센터는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과 해외 성교육
축제에 참여하신 분들이 적어주신 내용을 토대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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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통해서 바라본 현재 성교육 변화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서울여성회는 앞으로의 대안으로 동서울여성회에서 있
첫째,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자
었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동서울여성회에 속한 지역
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성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할
중 하나인 송파에서 진행한 성교육 세미나다. 한 쪽에서는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성을 금기시하는 것만이 능
초등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다른 한 쪽에서는 양육자들(주
사가 아니라 어린 나이부터 개방적으로, 정확하게 이야기
로 어머님들)이 성교육 세미나를 한다. 그리고 함께 귀가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성행위를
를 하는 것이다.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게 한 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에 있었던 N번방 사례를 생각해본다. 남성의 성욕 은 풀어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타인의 피해가 나에게
둘째, 성교육은 아동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아이들과 청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사회에서는 절대로 성
소년만이 아니라 성인과 노년의 성인까지 진행하는 평생
폭력이 사라질 수 없다. 모든 폭력과 차별 또한 사라지지
교육으로 진행돼야 한다. 각 연령별로 필요한 성교육 내용
않을 것이다.
이 다르며 만나는 문제도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 때만 배
N번방에서 다크웹까지 심각한 성폭력에서 우리 사회를
우는 게 성교육이 아니라, 평생교육이라는 입장으로 변화
다시 되돌리는, 시작부터 깊숙이 되돌리는 일, 성에 대한
하는 환경에 맞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하
셋째, 성교육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
나의 방법으로 성교육 변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니라 학교, 가정, 사회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서울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 내용이 가정에서 일관성
성회가 있다.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성교육 그 다음 페
있게 이어져야 하며, 학교 밖 아이들이나, 학교를 떠난 성
이지! - 당신이 받았던 성교육을 넘어서다!>는 마무리됐지
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하나의 공통된 문화로 자리 잡
만, 앞으로 배포될 성교육교재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도
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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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서울여성회 Pick! 추천도서 List! 정리 박미순 서울여성회 홍보국장
서울여성회는 2020년 성평등 관점으로 그림책 모니터링, 성교육교재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N번방 이후, 현재 아동·청 소년의 성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올바른 성에 대한 관점을 갖기 위한 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여성회는 현재 출판되어 있는 성교육교재 중에서 판매량이 많은 교재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 다. 2000년대 이후로 나온 교재 중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 기준으로 세일즈 포인트가 높은, 가장 많이 판매된 책들을 100 권 정도를 선정해 진행했다. 총 37명의 모니터링단이 참여했고, 아이가 가장 많이 보는 그림책을 5권씩 골라서 모니터링 단이 직접 분석한 내용을 함께 모니터링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 결과물은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에 담겨 양육자와 성교육 강사 및 인권단체 등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내용에서는 나이별, 주제별로 성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기 위한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이야기하 고자 한다. 서울여성회 부설기관인 성평등교육센터에서는 아동·청소년 성교육을 진행할 때, 몸-성-성폭력예방-성평등의 4가지 주 제로 나누어 4차시로 진행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성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을 위해 몸-성-성폭력예방-성평등의 4가 지 주제로 나누어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추천도서를 정리했다. 1) 다양하고 소중한 몸 ★ 서울여성회 Pick! 추천 가이드 우리 몸은 다양하다. 그리고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꾸 마른 몸, 커다란 몸, 여자다운 몸, 남자다운 몸 등으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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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지으며, 한 가지 기준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 성교육에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긍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몸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몸과 성을 다룰 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추천도서목록> 노란색 : 강력추천 / 추천이유 책제목
유아, 초저
초고, 중등
책정보
추천내용
괜찮아
최숙희 지음 웅진 주니어 출판
스스로를 긍정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 의 장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높여준다.
넌 (안)작아
안나 강 지음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출판
작고 크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몸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을 알려주는 책이다.
내 몸, 네 몸
아이코리아 편집부 엮음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유미 스타인스 지음 / 멜리사 캉 지음 제니 래섬 그림 / 김선희 옮김 아웃박스 해설 / 다산어린이 출판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소냐 르네 테일러 지음 / 김정은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
소년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스콧 토드넘 지음 / 김정은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
청소년
생리에 대해 생물학적 지식과 함께 생리를 바라보는 관점, 상황별 대 처 팁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터부를 깨고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이자 순환과정으로의 이해를 돕는다.
2) 자연스럽고 당당한 성 ★서울여성회 pick! 추천 가이드 우리 모두는 성적인 존재이며,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성이 ‘모두의 것’으로 여기지지는 않는다. 성 욕구는 어른의 것, 남성의 것, 비장애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성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많은 경우 성에 관 한 정보를 왜곡해서 접하게 되거나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 어렵다. 성교육에는 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어야 하며 자연스럽고 당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성적자기 결정권에 대한 개념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성을 자연스럽고 당당한 것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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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공포 등을 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이중 잣대)를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성역할고정관념을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추천도서목록> 노란색 : 강력추천 / 추천이유 책제목
책정보
추천내용
엄마 씨앗 아빠 씨앗
티에리 르냉 지음 / 세르주 블로크 그림 권순영 옮김 / 파랑새 출판
아기가 어디서 나오지? 아이들의 다양한 상상을 친근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기 가 생기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쉽게 담겨 있다.
엄마가 알을 낳았대!
배빗 콜 지음 / 고정아 옮김 보림 출판
어린이들이 그림으로 알려주는 솔직 담백한 임신과 출산 이야기!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 라는 것을 알려준다.
초고
성, 터놓고 얘기해요!
로비 H. 헤리스 지음 / 마이클 엠벌리 그림 주은희 옮김 다섯수레 출판
덤덤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을 몸과 성, 성폭력,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학생들 입장에서 쉽게 해 설하고 있는 책이다.
초등
나도 엄마 배 속에 있었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 김시형 옮김 / 풀빛 출판
돌직구 성교육
제인 폰다 지음 / 나선숙 옮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감수 예문 아카이브 출판
Girls‘ Talk 걸스 토크
이다 지음 시공 주니어 출판
유아, 초저
청소년
3) 성폭력 예방하기 ★서울여성회 pick! 추천 가이드 <성폭력 예방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성과 관련된 폭력의 근본 원인을 ‘참을 수 없는 성 욕구에서 찾지 않는다. 성폭력은 위계와 힘, 권력의 문제임을 정확히 지적한다. - 다양한 관계에서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적자기결정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내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공포 조장으로 성폭력 심각성을 해설하지 않는다. -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성폭력 책임을 피해자에게서 찾지 않는다. - 피해자를 아무 것도 못하는 무력한 사람, 수동적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 가해자를 특별한 계층, 나이, 직업, 인종으로 묘사하거나 악마화 하는 등 고정된 이미지로 그리지 않는다. - 성폭력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 - 제대로 해결한다면 성폭력은 치유 가능한 일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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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목록> 노란색 : 강력추천 / 추천이유 책제목
책정보
추천내용
내가 안아줘도 될까?
제이난 샌더스 지음 / 세라 재닝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출판
다양한 신체접촉과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 록 한다. 토론과제도 있어 선생님이나 양육자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슬픈 란돌린
카트린 마이키 지음 아테테 블라이 그림 문학동네 출판
아동성폭력의 특징과 도움요청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어린이 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요청 하기’다. 성폭력은 적극적이고 올바른 해결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금이 지음 밤티 출판
성폭력 경험을 가진 두 유진, 성폭력에 대한 기억은 너무 아프니 잊어버리 면 되는 걸까?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제대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초둥
청소년 유진과 유진
4) 행복한 성을 위한 성평등 ★서울여성회 pick! 추천 가이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강조하고 그 차이에서 서열을 매기면서 다르게 대우할 때 우리는 그것을 성차별이라고 한다. 성 역할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평등 교육의 시작이다. <성평등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몸과 성을 다룰 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이중 잣대)를 강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 우리의 다양한 삶을 인정하고 실제와 너무 다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성역할고정관념을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추천도서목록> 노란색 : 강력추천 / 추천이유 책제목 유아, 초저
책정보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있 니카야마 치나쓰 지음 / 야마시타 유조 그림 을까요? 고향욱 옮김 / 고래이야기 출판
다양한 물고기를 통해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성평등
정수임 지음 / 홍지연 그림 서유재 출판
학생들이 일상에서 겪을 만한 사례들을 통해 성평등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역사적 인물을 통해 참정권, 유리천장, 노키즈 존까지 다양한 젠더 이슈 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윤은주 지음 / 이해정 그림 서한솔 감수 사계절 출판
일상 속에서 성차별, 성역할고정관념에 돌직구를 날리는 책이다. 성별로 결정되거나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다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지음 / 허은미 옮김 웅진주니어 출판
달라도 친구
허은미 글 / 정현지 그림 / 웅진주니어 출판
초고
초등
추천내용
권인숙 선생님의 어린이 양성평등 권인숙 지음 / 민재희 그림 이야기 청년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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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페미니즘 학교
초등성평등연구회 지음 / 이해정 그림 우리학교 출판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플란텔 팀 지음 / 루시 구티에레스 그림 김정하 옮김 / 풀빛 출판
청소년을 위한 양성평등 이야기
이혜진 글 / 파라주니어 출판
초보자를 위한 페미니즘
누리아 바젤라 지음 / 안토니아 산돌라야 그림 박도란 옮김 / 시대의창 출판
초등
청소년
5) 불평등한 세상을 바꾼 사람들 이야기 ★서울여성회 pick! 추천 가이드 서울여성회는 성교육교재 모니터링을 몸, 성, 성폭력예방, 성평등 등 네 가지 기준에 맞춰서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이 파트에서 소개되는 책은 성평등을 위해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책제목
책정보
꽃 할머니
권윤덕 지음 / 사계절 출판
평화의 소녀상
윤문영 지음 / 잉윤진 옮김 내인생의책 출판
세상을 바꾼 아주 멋진 여성들
케이트 팽크허스트 지음 / 니모 옮김 / 머스트비 출판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섀너 코리 글 / 체슬리 멕리렌 그림 김서정 옮김 / 아이세움 출판
불평등과 싸우는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조너 윈터 지음 / 스테이시 이너스트 그림 차익종 옮김/ 두레아이들 출판
마리 퀴리
이렌 코엔-징카 지음 /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세진 옮김 / 그레이트북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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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내용 일본 식민지 시대, 어떻게 여성들이 전쟁의 ‘성노 예’가 되었는지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것은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자 한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본군 ‘위안부’, 그리고 그 역사를 바로잡는 싸움을 한 인권활동가의 이야기 책이다 성차별에 맞서 싸운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책 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알려진 법과 과 학 분야에서 성차별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 책 이다.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선언문
성교육! 그 다음 페이지! 당신이 받았던 성교육을 넘어서다! n번방이 알려졌다.
있다는 왜곡된 고정관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
감히 여성을 노예라 부르며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퍼트리고
념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힘을 주었고, 2020년 조주빈과
구경하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알려
손정우을 만들었다.
졌다. 5백만명이 청와대 n번방 사건의 해결을 위한 국민청원
그리고 침묵과 동조가 있었다.
에 동참할 정도로 국민들의 경악과 분노는 컸다. 그러나 성
술을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미래라는 이유
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구매하고, 구매할지 고민하느라 아직
로 성폭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있었고, 피해자의 신상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있는지는
을 캐고 성폭력을 피해자의 탓으로 몰았던 언론이 있었다.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침묵과 동조가 성착취 동영상이 되고, n번방이
다크웹 사건이 알려졌다.
되었다.
국제적인 공조수사를 통해 아동 성착취 영상만을 모아놓은
그래서 우리는 처벌이 강화된 법만으로 n번방이 근본적으로
싸이트가 있고, 검거된 이용자 310명 중 223명이 한국인이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라는 것, 싸이트를 만든 것 또한 한국인이었다는 것이 알려
이제 우리는 아주 처음부터, 깊은 시작부터 바꾸려고 한다.
졌다. 그러나 운영자가 대한민국에서 받은 형량은 고작 1년
성을 배우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이 폭력의
6개월이었고,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구도 거절되었다. 그리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고 지금 이 순간 운영자와 이용자가 대한민국 어느 곳을 활
정자와 난자의 만남만을 가르치는 성교육, 남녀의 차이를 강
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조하며 성차별 인식을 강화하는 성교육, 관계를 뺀 채 명칭
2020년 두 사건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고 관련법의 개정을
과 본능만을 가르치는 성교육, 어른이 되기까지는 성에 대해
통한 처벌강화가 이루어졌다.
서 배우고 고민할 기회조차 주지 않다는 성교육을 이제는 바
그러나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꾸려고 한다.
성폭력이 있었다.
그것이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는 성폭력과 성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영상을 이용한 성착취는 2020년에
문화를 되돌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긴 일이 아니다.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경고하고 투쟁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성교육, 성이
했다. 소라넷을 없애기 위한 17년의 투쟁에서도, 뜨거운 여
라는 것이 즐거움과 관계라는 것을 알려주는 성교육, 타인과
름과 매서운 겨울을 견딘 혜화역에서도 외쳤다. 국민의 안
대화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성교육을 함께 만들어가
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자 한다.
고. 이러한 외침을 무시한 것이 n번방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다시 성을, 세상을 평등하고 안전한 것으로 만들어
성폭력을 유지해 온 고정관념이 있었다.
갈 것이다.
여성은 남성이 이끄는 것을 좋아한다는, 참을 수 없는 본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여성의 성과 몸을 소유할 수
- 2020년 11월 21일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 참가자 일동 -
19 I
정치
글 조혜림 기자
2007년 처음 발의됐던 차별금지법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안전하고
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
은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제정되지
존엄하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장 우
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
못하다 2020년 ‘포괄적 차별금지법’으
리에게 필요한 법안인 차별금지법을
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
로 다시금 제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발의한다”며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경제·
우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과 더불어 생
가장 필요한 법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
활의 많은 영역 속에서 무수히 많은 차
임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
별을 맞닥뜨리며 살고 있다. 특히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코로나
그렇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정 확한 내용은 무엇일까?
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 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기 위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차별은 우리에게 더 크고 날카롭게 다가왔다.
인 차별 구제 수단들을 도입해 차별피
◎ 차별금지법을 제안하는 이유
함이다.
그로 인해 점점 더 깊어지는 갈등의 골 을 조금이라도 좁혀줄 수 있는 것이 바 로 ‘차별금지법’이다.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 차별금지법의 주요 내용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
차별금지법이란 합리적인 이유 없
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가.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자 현행
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 분야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
고 있다. 그러나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에 대한 특별법적인 성격에 비추
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차별 피해가 발
어 이 법에서 금지되는 차별사유를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
생한 경우, 적절한 구제수단이 미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차별금지
록 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우리나라에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
사유를 기본으로 성별, 장애, 나이,
서는 2007년, 2010년, 2012년 등 3차
는 실정이다. 이에 성별, 장애, 나이, 언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
례에 걸쳐 입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제
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
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
정되지 못하고 폐기된 아픈 상처를 가
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
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
지고 있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
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
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
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지법’과 인종, 성별, 장애 등 특정 차별
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
만 다루는 ‘객관적 차별금지법’으로 나
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
뉜다. 2020년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을
상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구체화해
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은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모든 차별에 단호히 반대하는 시민과
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
하고자 함(안 제3조제1항제1호).
I 20
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
및 시정명령 불이행시 3천만 원 이
대 속에 법 제정까지는 험난하고 위태
유로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
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
로운 시간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
록 함(안 제41조부터 제44조까지).
특히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반대
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에
사. 위원회는 차별행위로 인정된 사건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것에
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
중에서 피진정인이 위원회의 결정
대한 오해가 가장 크다. 하지만 국회에
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금
에 불응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서 실제 발의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자
지함(안 제3조제1항제1호).
판단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의
신의 신념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안 제
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님에도,
49조).
역차별을 당하고 차별하면 바로 처벌
다. 직접차별 뿐만 아니라 간접차별,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 및 집 단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아.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
을 받는다는 사실과는 무관한 과도한
주는 행위 및 차별의 표시·조장 광
의 중지 등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표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차별금지
고 행위를 차별로 금지함(안 제3조
조치 및 손해배상 등의 판결을 할
법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지도록 만들
제1항제2호부터 제5호까지).
수 있도록 함(안 제50조).
고 있다. 이것은 실제 법으로 통과되기
라. 차별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
자.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
까지 거쳐야 하는 무수히 많은 과정 중
하기 위해 정부는 차별시정기본계
되는 경우(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
하나일 테지만 그래서 그 과정이 쉽지
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국가인권
성, 보복성, 피해 규모 및 내용 고
않으리라는 것을 전망할 수 있는 부분
위원회는 차별시정기본계획 권고
려해 판단),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
이기도 하다.
안을 마련해 차별시정기본계획을
액 이외에 별도의 배상금(손해액의
하지만 N번방 사건이나 신촌의 성
수립하기 1년 전까지 대통령에게
2배 이상 5배 이하)을 지급할 수
소수자 광고판 훼손 사건, 그리고 지금
제출하며, 중앙행정기관 등은 세부
있도록 함(안 제51조).
코로나19로 인한 엄청난 혼란을 겪으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이행결과
차. 차별행위의 피해자와 그 상대방이
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
를 공개하도록 함(안 제6조부터 제
가지고 있는 정보 및 정보에 대한
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
8조까지).
접근성의 차이로 차별의 입증이 곤
한 차별이라는 어두운 그늘을 지금 당
마. 고용,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
란함을 고려해 차별을 받았다고 주
장 가감없이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설·토지·주거시설·의료서비스·문화
장하는 자의 상대방에 대해 증명책
삶 속에 녹아들게 하지 않는다면 그 뿌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임을 부담하도록 함. 다만, 이 법의
리는 너무나 깊게 박혀 빼낼 수조차 없
교육기회 및 교육내용, 참정권 등
제3장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한
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암담한 상황
행정서비스 및 수사 재판상의 차별
해 적용함(안 제52조).
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법관인 긴즈버그의 말처럼
예방을 위한 조치, 성별 등을 이유 로 한 차별금지 등 영역별 차별금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
“법은 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따라서
지 유형을 구체화해 적시함(안 제
았다. 법안을 함께 발의 할 국회의원을
사회의 경험이 법에 반영되는 것은 당
10조부터 제40조까지).
모으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모든 국회
연한 일이다. 법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
바. 차별행위의 피해자는 국가인권위
의원실에 차별금지법 발의 동참을 호
에 관계없이 무미건조하게 논리적이
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소하는 편지를 띄우기도 했지만 10명
라면, 그것은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
이라는 발의자 명단을 채우는 것부터
지 못할 것”이기에 우리 삶에 가장 차
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권고를
쉽지 않았다. 노력 끝에 발의는 했지만
별이 만연한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차별금지법 제정까지는 아직도 갈 길
한 법이 우리 삶에 반영되어야 하는 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시정명령
이 멀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반
유가 아닐까.
21 I
일상 속 성차별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실천 일상에서 쓰는 성차별 언어부터 바꿔봐요! 글 조은나 기자
해가 짧아져 예전보다 어두운 아침과 따뜻한 이불속은
혀 갔다.
세 명의 아이들을 깨우는 걸 더더욱 어렵게 만든다. 매일
그렇게 시간은 흘러 육아만 하다 보니 나만의 건강한 취
등교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코로나19로 예전과 달라
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동
진 일상은 3살 막내아이의 어린이집에서도 나타난다. 어
네에 걸려있는 지역시민단체인 ‘함께노원’에서 악기수업
린이집 모든 행사는 취소됐고 그 중 발표회도 할 수 없다
홍보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분기별 6만원 저렴한 수강
는 말에 우리의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야속하다.
료와 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중 관심이 갔던 악기는 우
발표회를 할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에 큰아이 지호와 둘
쿨렐레였다. 생각 외로 너무 재밌었다. 우쿨렐레에 폭 빠
째아이 지원이 발표회 영상이라도 보고자 찾아봤다. 영상
진 나한테 교감선생님은 학교에 학부모 우쿨렐레 동아리
안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개인위생
를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하셨다. 우쿨렐레 강사님께 상황
과 방역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5년 전 지
설명을 하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학부모동아리를
호 어린이집 발표회 영상이었다. 영상과 함께 그 당시 감
만들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강사님은 엔잡러였는데 그 중
정들도 소환된다.
하나가 서울여성회 지부 노원여성회 회장이었다. 그렇게
7살 아이들 발표회 차례였다. 여자아이들의 앳된 얼굴 은 진한 화장과 인조 속눈썹에 가려져 찾아보기 힘들다.
접하게 된 노원여성회였다. 활동한지 벌써 올해로 4년이 됐다.
골반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방울들과 하늘하늘 날리
노원여성회에서 학습과 활동을 하면서 내안의 변화는
는 반투명 소재의 의상들은 어른들의 벨리댄스 의상을 그
성차별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둘러보니 그제야 성
대로 축소해 놓은 듯하다. 긴장감 가득한 표정에 억지로
차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은 미소는 마치 어릴 적 보았던 한껏 부풀린 파마머리 에 파란색 수영복차림인 미스코리아 인터뷰 모습이 떠올
내가 놓치는 성차별은 없는가
랐다. 연습할 때부터 표정도 같이 연습한 것 같다. 한껏 꾸 민 여자아이들과 대조적으로 평상시 모습 그대로인 남자 아이들의 태권무 공연. 우렁찬 기합소리와 각을 맞춘 대형 과 율동, 그리고 아이들의 표정은 미소하나 없이 근엄하기 까지 했다. 공연을 보고난 후 무언가 불편함이 남았다. 이 불편함을 마주했던 적이 없어 말로 표현이 어려웠다.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막연했다. 나랑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발표회 를 보고 불편한 무언가는 해소할 곳을 못 찾고 그렇게 묻
I 22
어린이집 하루를 통해 우리 일상 속 성차별을 살펴보고 자 한다. 아침등원시간, 미리 준비해도 아침 등원시간은 언제나 전쟁이다. 특히나 얼마 전 지아친구 엄마의 말 한마디가 지아 옷 서랍 앞에서 나의 손을 잠시 주춤하게 했다. “어머 지아는 치마를 안 좋아하나봐요. 저희 애는 치마 만 찾거든요.” “오빠들 영향 받아서 그런가 지아는 핑크를 안 좋아하 네요.”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오늘도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혀 어린이집 차량이 도착 하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지아를 유모차에 태운다. 지역 맘카페에서 중고로 산 유모차인데 저렴하게 산거라 볼 때마다 흐뭇하다. 단지 내 맘스 스테이션에서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린다. 코너를 돌며 들어오는 어린이집 차량이 단지 안으로 천천히 들어와 정차했고 선생님이 내려 아이 들과 맞이 인사를 하며 아이들을 차량에 한명씩 태운다. “어머, 우리 지아 머리핀이 아주 예쁜데~! 진짜 잘 어울 린다.” “어서와, 지호야! 오늘 잠바가 멋있네. 아주 멋져요! 멋져!” 어린이집에 도착해 신발장에 아이 사진이 붙혀있는 자 리에 신발을 각자 정리한다. 아이 사진 뒷부분은 여자아이 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란색 배경이다. 오전간식을 먹고 오전 수업을 시작한다. 선생님이 자리 정돈을 하고 아이들에게 바로 앉을 것을 부탁한다. “자~ 애들아 우리 아빠다리 하고 앉아볼까요?” 오전활동을 마치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승하차장, 육아카페, 아기쉼터라는 언어로 사용해야한다. ‘여자답게~’, ‘조신하게~’, ‘씩씩하게~’, ‘남자답게~’, 여자 아이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란색, 성별을 나눠 줄을 세우고 남자아이는 활동적인 스포츠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손을 씻기 위함이다.
인 반면 여자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남자아이들이 앞쪽에 서고 그 뒤로 여자아이들이 주르
우리 안에 성별고정관념이다. 성별고정관념이란 성별에
륵 한 줄로 선다.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오후활동을 시작한다.
대한 고정관념으로 남성은 이래야 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 다라고 기대하는 태도나 양식을 말한다.
오후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신체활동 시간이다. 남자아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 여기고 출산율 감소와 인
이들은 체육실에서 간이축구를, 여자아이들은 무용실에서
구문제의 책임을 여성의 문제라 오인하게 하는 저출산, 자
발레를 한다. 지아는 발레보다 축구를 하고 싶지만 선생님
궁, 낙태, 미숙아라는 말도 저출생, 포궁, 임신중단, 조산아
손에 이끌려 무용실로 간다.
로 바꿔 사용하고 여성의 지위를 낮추는 김여사도 운전미
하원하는 아이들 가방 안에 몇 장의 종이가 들어있다. ‘어머님’이라고 시작하는 가정통신문은 다음 주부터 아이 들 상담기간이라 참석가능한 시간대를 체크해 달라는 내 용이었다. 다른 한 장은 어린이집 재입소 수요조사서였 다. 벌써 일년이 지나 형님반으로 진급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집 풍경이다. 어린이집 하루를 보면서 불편한 단어는 없었나?
숙자라는 표현이 맞다. 생각을 지배하려면 언어부터 지배하라는 어느 책의 서 평이 있듯이 언어라는 것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문화통치로 우리나라의 말과 언어를 지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무심코 사용했던 언어들을 이젠 성별고정 관념이 없는 성평등한 언어로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소한 작은 실천이지만 나부터 가정에서 성차별 없는 언
여전히 육아와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고 규정하는 단어
어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아이들이 성평등을 이해하는
들을 우리는 사용하고 있다. 유모차, 맘스 스테이션, 맘카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서다. 가정에서부터 이런 노
페, 수유실 그리고 가정통신문의 시작 말인 어머니 등이
력들이 모이면 성차별 없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
그것이다. 이런 인식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유아차, 어린이
다.
23 I
인터뷰
‘깨다’가 Pick 한 페미니스트 말하고 글쓰고 실천하는 김슬기 작가 글 박미경 편집장
노원여성회는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있다는 것을 직시하며,
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엄마, 내 그림책을 빌려줄게
그 차별은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개인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요」, 「딸에게 들려주는 여자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올해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제도나 사회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부터 노원여성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여성이 있는 그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생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대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천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페미 니즘’이라고 정의합니다.
김슬기를 소개하는 세 가지 키워드, 엄마, 책, 글
- 노원여성회가 만드는 페미니즘 잡지 ‘깨다’ 창간호 발간인사 중
“김슬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면?”이라고 묻자 ‘깨다’가 정의하는 페미니즘의 마지막은 ‘행동’이다. 실제
바로 “9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요.”라고 말하는 김슬기 작가.
로 행동하지 않으면 페미니즘은 없다. ‘깨다’는 이번 호부
“내 하루를 어디에 많이 쓰는지를 봤을 때 가장 먼저 꼽
터 <‘깨다’가 Pick 한 페미니스트>라는 주제로 행동하는 페
을 수 있는 것이 엄마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책 읽는
미니스트를 만나고 소개한다.
것을 좋아해서 틈새시간을 활용해 책을 많이 읽어요. 책모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김슬기 작가다. 김슬기 작가는 「아
I 24
임도 하고요. 책모임을 하다 보니, 책도 쓰게 됐어요. 읽기
의 완성은 쓰는 거라고 하잖아요? (웃음) 글 쓰는 것은 책
라고 간호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직도 그 때 찍은 사
을 쓰는 것도 있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매일의 소소한 일상
진이 있는데 남자아이 두 명은 의사가운 입고 청진기 하고
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요. 글쓰기 수업도 하는데 최근에는
있고 그 때 저랑 다른 여자아이는 간호사복 입고 간호사
도서관에서 수필쓰기를 많이 했어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캡 쓰고 주사기 들고 있어요. 그 때 뭐라고 얘기할 순 없었
이지만 그 일상이 얼마나 가치있는 하루하루인지 수강생
는데 굉장히 기분이 나빴어요.”
분들과 나누고 있고요. 그림책 테라피 수업도 한답니다. 9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책, 글.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가
#2. 이사장 취향 때문에 추워 죽겠는데, 발목 양말에
절 설명해 주는 키워드에요.”
살구색 스타킹, 정장구두를 신어야 했던 김슬기
“남녀공학은 아니었는데 여고와 남고가 나란히 있는 여 8년 전, 김슬기 작가는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었다.
자고등학교에 다녔어요. 근데 정말 규율이 말도 안 되는 게 너무 많았어요.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의 하
하루가 지나는 게,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오는 게 숨이 막혀 끔찍했던 시간들….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우울의 늪에서 얻은 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좋은 엄마라는 고개 의 끝에는 견딜 수 없는 허무와 번뇌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인생은 결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달리기가 아니 라는 것,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 삶의 수많 은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일이라는 것, 엄마라는 역할은 내가 맞춰야 할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극 한의 우울증을 겪으며 깨달았다. - 김슬기,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나가 엄청 추운 한겨울 영하날씨에 여학생들은 발목까지 오는 양말에 살구색 스타킹에 정장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동상에 잘 걸려서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남학 생들은 두꺼운 바지에 운동화 신고, 바지를 입었으니 긴 양말을 신어도 상관없는 거예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남 학생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우리가 문제제기 했죠. 너무 춥다. 운동화 신었으면 좋겠다. 목 긴 두꺼운 양말에 검정 색 스타킹 신고 싶다! 근데 안 된대요. 나중에 들리는 얘기 로는 여학생들이 그렇게 입어야 하는 게 이사장 취향 때문 이라는 거예요!” 이때까지는 그 유치원 교사의 인식 때문에, 그 이사장의
엄마라는 역할 속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 그녀를 건져 올린 건 책이었다. 그리고 글이었다. 매일의 책과 글은 피
이상한 취향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즉, 그 개 인들이 문제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난처였고, 독서모임, 블로그,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 아한 시공간으로의 초대였다.
#3. 똑같은 사람이었는데
김슬기가 마주한 성차별 세 장면
출산 이후 남편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김슬기
“저랑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똑같이 대학 나오 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요. 출산 이후에 제 삶과 남
모든 행동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편의 삶이 완전히 달랐어요. 그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
고자 하는 행동은 우리 사회가 성차별 사회라는 인식 때
어요. 저도 우리 사회 성역할고정관념이 있었는지 제가 아
문이다. 김슬기 작가가 마주한 성차별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키우고 남편이 돈을 벌었는데요. 근데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남편이 일을 하긴 했지만 퇴근 후 양육
#1. 체험으로도 의사가 될 수 없었던 김슬기
을 함께 하려 했는데 항상 야근에 주말까지 일해서 육아를
“이건 「딸에게 들려주는 여자이야기」에 넣으려다 못 넣
함께 하기 힘들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공평하게 육아를 하
은 경험인데요. 제가 5살인가, 6살인가. 유치원을 다녔었
려고 해도 그런 조건이 안 됐죠. 그래서 처음으로 성차별
는데 거기서 직업체험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의사
이라는 게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를 하고 싶어서 청진기를 잡으려고 하는데 제가 여자아이
우리 사회구조가 그렇게 할 수 없게 놓여있는 거구나. 이
25 I
인터뷰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내 그림책을 빌려줄게요」를 썼어요. 산후우울증이 매우 심각하잖아요. 70%라고 하는데 자살충동을 느끼는
성차별 사회를 향한 김슬기의 외침
엄마들도 많고. 근데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만 보고 넘기는 거에요. 엄마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이게 심각한 사회문제
그 때 김슬기 작가에게 들어온 책이 있었다. 바로 「82년 생 김지영」이다. 이 책이 나오던 날 바로 그 책을 읽었다.
인데 그걸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는?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쓸 때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엄마들이 많다는
“「82년생 김지영」을 봤는데 우리 사회가 변하지 못할 것
것은 심각한 거고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
같아 너무 절망적이었어요. 거기서 김지영이 자기 목소리
어요. 그래서 ‘초보엄마 멘붕방지 프로젝트’라고 해서 엄마
를 잃어버리는데요. 김지영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
들이 산후우울증에서 좀 더 빨리 빠져 나올 수 있게 할 수
해서는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있는, 내가 경험했던 소소한 팁들을 나누고 그런 어려움을
래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 목소리를 다
겪는 엄마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번
른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째 책을 쓰게 됐어요.”
나온 이야기가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에요. 엄마
그리고 올해 나왔던 세 번째 책 「딸에게 들려주는 여자
라고 해서 엄마가 쉽고 잘할 수 있고 24시간 365일 행복
이야기」는 이제 막 자라나는 우리 딸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하기만 한 건 아닌데 세상이 모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
이야기다. 내 아이에게, 그리고 딸로 자라온 동시대를 살
했어요. 엄마는 위대하고 희생해야 하고 그게 얼마나 값진
아온 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일인지만 얘기하고 그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 고 부당하고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이야기 하지 않
#2.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
김슬기 작가는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각했어요. 엄마도 엄마가 힘들 수 있고 그게 그 사람이 특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 여성들과 책모
별히 부족한 사람이어서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
임을 하고 여성들이 글을 쓰게 하는 것.
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 를 하고 싶었어요.” 김슬기 작가는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의 이야
2015년 한 달에 두 권, 밴드모임 ‘책 읽는 엄마’ 2016년 일주일에 한 권, 동네 독서모임 ‘오전 열 시’
기가 82년생 김지영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는 이야기
2017년 한 달에 한 번, 책읽기 없는 그림책모임 ‘MUSE’
라고 말한다.
2017년 일주일에 한 번, 노원 그림책모임 ‘노림’
온라인 독서모임도 진행했다.
페미니스트 김슬기의 행동 2019년 시작하는 글쓰기, 계속하는 글쓰기 #1. 김슬기가 목소리를 내는 것
슬기로운 글쓰기, 그림책과 글쓰기
그래서 김슬기의 첫 번째 행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
책쓰기 비밀클럽
다. 그렇게 시작한 책쓰기는 세 권에 이른다.
2021년 여자와 글쓰기
“두 번째 책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얘기하는 책은 많은데 엄마를 어떻게 잘 돌볼 수 있는 책은 너무 없는 거
김슬기 작가는 부지런히 책모임을 하고, 글쓰기 강좌를
예요. 엄마도 처음인데 말이죠. 엄마를 위한 시간을 따로
열었다. 이외에도 각종 도서관 및 단체에서 글쓰기 교육을
내기는 힘드니깐 아이를 위한 시간이 엄마를 위한 시간
하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도 진행하고 있다.
도 될 수 있게끔 하는, 그래서 엄마도 행복하게 편안하게
“글쓰기 교육을 하다 보면 무슨 종교집단 같다는 얘길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 두 번째 책
많이 해요. (웃음) 간증을 하게 돼요. 다른 곳에선 하지 못
I 26
했던 얘기들을 글로 쓰게 되고 그 글을 보고 들으며 같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찰나에 노원여성회에 태백
공감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요. 지난 날 자신의 힘들었던
산맥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노원여성회 태백산맥모
과거를 치유해 간다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다 다르지만 비
임을 하면서 몰랐던 우리 역사를 알게 됐고, 그 때 만났던
슷한 경험 속에서 공감하고 변화를 위함 힘을 얻는 것 같
여성회 언니들이 너무 좋아서 여성회 활동을 열심히 하게
아요.”
됐어요.” 김슬기 작가는 올해부터 회원을 넘어 노원여성회 집행위
#3. 여성들을 깨우고 깨어난 여성들의 연결을 조직하는 것
원을 하고 있다. 여성들을 만나고 세미나하면서 성차별 사
한 권의 책이 나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문제라고 욕하는 가? 정치인들이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는가? 그럼 너는 무 얼 하고 있었는가? 가만히 앉아 세상을 욕하는 것 말고 무엇 을 하고 있는가? 그들이 만들어놓은 생각과 가치관을 당연 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 생각없이, 그저 정신 없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숨을 고를 틈 도 주지 않고 책이 말했다. 행복을 원한다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너‘가 움직여 야 한다고.
회에 대해 토로하고 토론하며 실천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
- 김슬기,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히 작년 말에는 <82년생 김지영이 만나고 싶은 그림책> 강 좌를 열었고 후속모임으로 ‘언니들의 그림책’을 이끌고 있 다. 노원여성회 소모임 ‘언니들의 그림책’은 참가신청을 올 리면 바로 마감되는 가장 인기있는 노원여성회 모임이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욕 먹을 각오로, 악플을 견디겠다는 각오로 사는 것 아 닐까요? (웃음)” 어느 독자는 「딸에게 들려주는 여자 이야기」를 두고 페
그래서 시작한 행동이 앞서 말한 독서모임과 블로그
미니즘 책이 아니고 다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책이라
에 글을 쓰는 것이었고, 또 하나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고 했단다. 그 얘길 들으면서 페미니즘이 뭘까라는 생각을
이었다.
많이 했단다. 세 번째 책은 김슬기 작가가 생각하는, 그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은 직후에는 투표하기
고 실천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쓴 책인데 우리 사
와 시사 프로그램 보기 수준이었으나 최순실-박근혜 국정
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가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농단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광화문에 나가 촛불도 들어
고 한다.
보고, 정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항의 글도 올려보고, 정치
“그래서 우선 전 국민의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것
관련 팟캐스트도 듣고, 매달 만 원씩 지지하는 정당에 후
같아요. 인권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까
원금도 내고, 정당에 가입해 권리당원도 됐다. 그렇게 하
지 전 연령에 거쳐 성평등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면서 노원여성회를 알게 됐다. 노원여성회와 연결고리가
그리고 제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성차별 언어들도
된 건 「태백산맥」이었다.
꽤 있더라고요. 계속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점검하고 고쳐
“제가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해서 「토지」를 읽 었는데요. 이런 소설을 통해서 역사공부하는 것이 의미가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부당한 것을 마주쳤을 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27 I
젠더거버넌스
2020년 노원구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 돌아보기 글 이지희 노원구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 활동가
‘정책’은 정치과정의 산물로서 공공목표의 달성, 또는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또는 정치단체가 취하는 활동방향을 말한다. 보 통 정책결정은 입법부나 행정부 등의 국가기관에서 내려지지만, 이해 당사자인 시민들도 언론이나 이익단체 등을 통해서 정책결 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시민의 눈으로 성평등 정책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바로 ‘젠더거버넌스’다.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은 이 활동을 통해 민관이 성인지 관점으로 정책을 공동으로 점검, 평가, 개선하는 젠더거버넌 스 체계를 정착시키고 현장 중심의 정책개선안 반영으로 구정의 성인지성과 성평등 정책의 효과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서 및 사업자료를 분석하고 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참여자, 사업 담당 공무원 등 심층 인터뷰 등의 활동을 한 다.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성평등 정책개선안을 마련하고 이후 구청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반영 여부를 확인하고 활 동을 마무리한다. 2017년부터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노원여성회는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에 걸쳐 2020년 노원구 젠더거버넌스 활동을 수행하며, 활동가 역량을 강화하고 건강한 성인지 관점을 갖기 위해 네 번의 교육을 진행했 다. 그리고 젠더거버넌스 사업계획 및 다른 지역 젠더거버넌스 활동도 공유하고 공통의 과제 및 활동과 관련한 회의와 멘토링을 진행했다. 그동안 노원구의 여러 정책을 살펴왔는데 올해는 양성평등위원회와 육아종합지원센터 전반 운영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I 28
(양)성평등위원회 분석 (25개 자치구 공통과제)
실적 점검 및 평가, 연도별 시행계획 ▲양성평등정책 관련
양성평등위원회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양성평등 기본
사업의 조정 및 협력에 관한 사항 ▲양성평등지위향상 및
조례」 제3장에 해당 내용이 있다. 노원구 양성평등 기본 조례에서 양성평등위원회는 위원 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
지역사회 참여사업의 연구개발에 관한 사항 ▲여성 관련 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 ▲그밖에 양성평등정책 에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성하게 되어 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
2016년부터 현재까지 회의 결과를 살펴보면, 2016~
한다. 위원회 당연직 위원은 교육복지국장, 보건소장이 되
2018년은 연 1회 개최했고, 기본적으로 ‘양성평등정책 연
고, 위촉직 위원은 사회활동 참여경력 및 양성평등 정책개
도별 추진실적 점검 및 평가, 연도별 시행계획’에 대해서는
발 능력이 풍부한 사람, 양성평등정책과 관련한 학식과 경
성실히 논의했다. 그 외에는 건의 사항 정도만 다루고 기
험이 풍부한 사람 또는 종사자를 노원구청장이 임명한다.
타 조례에서 정한 심의·조정하는 안건은 논의되지 않았다.
위원회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간사 1명을 두며, 간사는 해
연 1회 회의 개최로도 그 내용이 얼마나 내실이 있게 공유
당 업무과장이 맡는다.
되고 논의될까 싶은 가운데 2019년은 개최하지도 않았으 며 2020년도 조사 시점까지 개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성평등위원회 위촉직 위원은 젠더의제 전문가 및
회의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진행되어야 하며, 노원구 양성
활동가로 임명해야
평등위원회가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조례로 제정된 심
우선 위원명단을 살펴보면 위촉직 위원은 ‘사회활동 참
의·조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기별로 회의
여경력 및 양성평등 정책개발 능력이 풍부한 사람, 양성평
를 개최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구청은 내실이 있는 위
등정책과 관련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노원구
원회 운영을 위해서는 분기별 회의 개최보다 오히려 안건
청장이 임명하게끔 되어 있음에도 병원 간호부장, 복지관
이 구체화 되었을 때 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관장, 복지행정학 교수, 도서관연합회 회장 등으로 구성되
생각한다며, 앞으로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주제를 안건으
어 있어 실제 젠더의제 전문가 및 활동가는 찾아보기 힘들
로 상정해 다룰 것이라 말했다.
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노원구 양성평등위원회 운영과 관련
현재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021년 12월 7일까지로, 개
된 모든 것이 노원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지역활동가
인이 직책을 내려놓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이 해임할 수는
및 주민들과 공유되면 좋겠다는 제안에 구청에서는 노원
없겠지만 임기 이후에는 젠더의제 전문가 및 활동가를 위
구청 홈페이지에서 ‘열린행정>정보공개>위원회’ 게시판에
원으로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요즘 노원구에 설
회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치되는 위원회 및 분과 등의 경우, 위원 모집을 공개모집 하고 있다. 양성평등위원회도 위원 모집을 공개모집 해 새
육아종합지원센터·홍보물 분석
롭게 지역에 등장한, 젠더의제 활동을 하는 활동가가 함께
홍보는 사람의 성인지 감수성에 영향을 미친다. 홍보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랬을 때 위원들도 더욱 주체적이고
에 담긴 성인지 관점에서 옳지 않은 내용의 이미지가 무의
자발적으로 회의에 참석할 것이며, 좀 더 현재에 맞닿아
식 중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
있는 성평등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물은 어떤 이미지가 쓰였는지,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졌는
된다. 이에 구청에서는 위원 공개모집 방식을 검토하겠다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육아종합지원센터 관련 오프
는 의지를 밝혔다.
라인 홍보물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페이지 등 온·오프라인 으로 자세히 홍보물을 검토했다.
내실있는 양성평등위원회 운영을 위한
서울시 홍보물 성별영향분석평가 항목을 활용해 ▲성역
분기별 회의 개최 필요성
할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내용이 있는가 ▲‘여성다움’과
노원구 양성평등위원회는 ▲양성평등정책 연도별 추진
‘남성다움’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는가 ▲성차별적 언
29 I
젠더거버넌스
어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열등
을 매기는 것으로도 보여질 수도 있기에 이미지 속의 아이
하게 묘사하고 있는가 ▲신체 일부를 특정성과 연관해 과
들 또한 남자아이뿐 아니라 여자아이도 등장하는 이미지
도하게 강조하거나 외모지상주의, 외모 차별을 조장하는
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표현이 있는가 ▲부부, 연인,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의 폭력 을 사소한 문제라고 가정하고 있는가 ▲여성/남성 또는 특
서울시 및 보건복지부에 사업명 수정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
정 연령이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가족 구성원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된 배경에는 해당 사업 자체가
을 한정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구축하고 있는
그런 명칭을 사용하고, 그런 내용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이
가 ▲가족 내 역할을 고정하고 있지 않는가 등의 활동 지
겠지만 바뀌어야 하는 점은 분명하므로 한 번 더 강조하는
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차원에서 글에 담아본다. 보육반상회 ‘노원육아맘톡’ 소개를 보면 육아의 책임을
다양한 성별과 연령을 균형이 있게
단지 ‘맘=엄마’에게만 한정 짓고 있다. 이는 가족 내 역할
우선 온라인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메인화면 이미지
을 고정하고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표현으로 보
세 장 중 성인이 등장하는 이미지 두 장이 모두 젊은 여성
일 수 있다. ‘노원육아맘톡’의 ‘맘’은 ‘mom, 엄마’로 연결되
으로 구성되었으며, 돌봄을 받는 아동은 모두 남자아이만
기 쉬우므로 ‘노원육아마음톡’, ‘노원육아고민톡’과 같은 명
등장한다. 이에 아동과 성인 모두 성별 균형을 이루지 못
칭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긴 머리의
한 점이 아쉽다.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이미지는 다양한 양육자가 아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어야 하는 양육자는 단지 여성만
를 돌보고 있는 이미지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노
이 아니며, 선생님 또한 젊은 여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
원육아맘톡’을 소개하는 글에 ‘지역 내 육아와 관련된 전문
다. 따라서 젊은 여성만이 대표 이미지에 등장하는 불균형
가 및 지자체 공무원, 부모가 모여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
을 수정해 다양한 연령, 성별이 균형 있게 포함되는 메인
를 제한 없이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라는 문장이 들
이미지로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연령에
어가는데, 육아의 주체는 단지 ‘부모’로 한정되지 않음에도
상관없이 여성은 남성을 돌봐야 한다는, 마치 성에도 계급
불구하고 양육자의 범위를 ‘부모’만으로 제한하는 표현은
I 30
문제가 있다. ‘부모’라는 표현 대신 ‘양육자’라는 표현을 사 용해 양육의 다양한 주체를 모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대체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여성/여자아이는 치마와 분홍색, 남성/
홈페이지 메인화면 배너 역시 ‘부모자녀, 관계증진 프로
남자아이는 바지와 파란색 계열의 옷차림이 고정적이란
그램’이라고 사업명이 되어 ‘부모’만을 지칭하는데, 이는
점이다. 이는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성역할고정관념으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배제하고 가족 구성원을 한정함으로
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따라
써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구축하는 바, ‘부모’라는 표현
서 더욱 다양한 색상과 옷차림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을 ‘양육자’로 교체하고 이미지 또한 ‘엄마(젊은 여성)’를 사 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세 번째 문제는 엄마, 아빠, 두 아이로 구성된 4인 가족 형태가 가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용된 것이다. 2019년 인구주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4
정상가족이데올로기와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인 가구의 비율은 16.2%로, 1인 가구(30.2%)-2인 가구
이미지는 반드시 수정해야
(27.8%)-3인 가구(20.7%)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4
오프라인 홍보물의 경우에는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인 가구 비율은 2000년부터 크게 하락하기 시작해 더 이
에 비치된 홍보물 중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관련된 내용을
상 가구 구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비율을 갖고 있음에도 불
담고 있는 홍보물만 점검해 본 결과 크게 세 가지 문제를
구하고 대부분의 이미지가 4인 가구로 구성된 점은 변화
보이는 이미지들이 삽입되어 있었다.
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첫 번째 문제는 이미지에 성인 여성만 등장함으로써 양
깊게 박혀 있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 특
육의 주체를 ‘엄마’라고 한정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
히 ‘노원구 우리동네 꼼꼼 육아 정보 2020’의 경우, 우리
이다. 이 또한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분석한 내용과 동일하
동네 보육반장은 ‘엄마와 아이’ 이미지를, 한부모 가정은
게 가정 내 역할을 고정하고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시키
‘아빠와 아이’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육아의 주
는 역할을 한다. 아이를 키우고 아이와 더불어 행복한 삶
체는 엄마라는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하며 한부모 가정에
을 누리는 주체는 단지 여성, 엄마에만 한정하지 않으므로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할 수 있다. 이에 전반적으로 다양한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양육자가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로
가족구성원의 이미지가 사용될 필요가 있다.
31 I
젠더거버넌스
이에 구청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8종 중 7종
이와 다르면 모두 비정상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으므로 이
은 자체 발행한 간행물이 아닌 서울시 혹은 교육부에서 발
에 사업계획에서부터 사업명을 변경하고, 이후 사업안내
간한 간행물을 비치해둔 자료라 직접적인 자료 수정은 어
나 홍보 등에서도 양육자교육으로 명칭을 사용하면 좋을
렵다고 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의 ‘부모자녀관계증진프로
것 같다. 이에 대해 구청에서는 해당 표현은 보건복지부에
그램’, ‘부모교육’, ‘노원육아맘톡’의 용어는 서울시 및 보건
서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사업의 사업명으로, 노원구 자체
복지부의 사업명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해당 용어에 대
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의 경우 ‘온가족교육’ 등의 표현을 사
한 수정은 사업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용 중이며 해당 표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운영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상계3·4동 공공복합청사에
강사의 자격기준은 높게,
위치하고 있다. 센터장 외 35명의 종사자가 있으며 현재
성교육은 깊은 내용을 담아 필수로 진행
한국성서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보육·양육의 영역에서
주요 사업은 크게 2가지다. 어린이집 지원사업으로 어린
다양한 대상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에서 성인
이집 교직원 교육, 평가인증 서울형 인증 조력, 아동학대
지 관점은 성교육이 아닌 다른 주제의 교육에서도 필요하
예방사업, 대체인력 지원, 어린이집 안전관리관, 생태 친화
기에 혹시라도 잘못 언급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체험활동을 위한 현장학습 차량 지원 등을 운영하고 있고,
있었으나 여러 강사가 교육내용의 외부유출을 원치 않아
양육지원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장난감 도서관(놀이아띠)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도
운영, 부모교육, 전문가 상담 및 조력 등으로 양육지원사
강사이다. 강사에 따라 같은 주제의 교육도 내용이 달라
업이 있다.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여러
이에 ▲프로그램 등 세부사업이 성인지 관점에서 운영
사업과 계획을 살펴봤을 때 앞으로 성교육이 더욱 활발히
되고 있는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등 성차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사 섭외의 기준을 강
적인 부분은 없는가 ▲교육강사 선정기준에 ‘성인지 감수
사의 경험이나 교육이수 여부 등에 있어 성인지 관점으로
성’에 해당하는 기준이 있는가 ▲성평등한 가족문화 확산
분명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예를 들면 어린이집
에 기여하는가 ▲사업담당자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사업을
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한 대체 교사 교육을 어린이집 원장
이해하고 계획수립에 반영하고 있는가 ▲사업담당자는 성
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아닌, 필수 교육을 들을 수 있게 해
인지적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가 등의 활동 지
야 한다.
표를 기준으로 2019년 노원구육아종합지원센터 사업보
더불어 9월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내에 성교
고서와 2020년 노원구육아종합지원센터 사업계획서(1차
육 담당 선임 교사를 정해 운영할 계획으로, 지난 9월 24
수정) 분석하고, 사업 현장을 방문하여 사업담당자 인터뷰
일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
등의 활동을 했다.
행한다고 했다. 일시로 보면 사업담당자와의 인터뷰 이후 에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아
다양한 가족형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직 성교육 담당 선임 교사 운영체계나 전담교육 내용에 대
사업명을 수정할 필요성
한 것은 잘 모르고 있었고, ‘안전교육’이라는 명칭 아래 진
활동 결과, 우선 육아나 양육은 부모만의 역할은 아니며,
행되는 교육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교육내용을
이혼·사별 등으로 한부모가 된 가족, 조손 가족 등 다양한
알고 모르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성교육 담당 선임 교사에
형태의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교육’이라는 사업
게는 성교육과 관련한 전문교육이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명은 사회가 말하는 ‘정상가족’ 외에는 접근하기 어렵게 만
한다는 것이다. 안전교육 안에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이
드는 부분이 있다. 또한 정상가족이 가정형태의 기준이며,
포함될 수는 있겠으나, 성교육 담당 선임 교사에게 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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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교육, 성평등의 가
휴교하면서 맞벌이 가구는 49.4%, 외벌이 가구는 21.2%
치와 기준을 알게 하는 교육이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 또
가 돌봄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음을 알 수 있다.
한 모든 성교육을 선임 교사에게 온전히 맡기는 것이 아니
긴급돌봄 이용률은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에서 높
라 다른 교사 또한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함께 책임지는
게 나타났다. 만 2세 이하 영아는 12%, 만 3~5세 유아는
자세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17% 가량이 긴급돌봄을 이용했는데 이는 돌봄공백을 경 험한 70.6% 가운데 약 4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코로나
성인지적 관점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
19 확산 이후 자녀의 양육방식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을 살펴보며 좋았던 것
응답자 중 59.0%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변화한 양육방식
은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사업담당자를 대상으로 성
으로는 ‘기관을 다니지 않고 가정 내 양육을 한다’(73.3%)
인지 관점의 필수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조부모나 친인척 도움을 받
사업담당자의 성인지적 관점을 활동 지표로 삼았을 때 아
는다’(24.0%)였다.
쉬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인지 관점의 교육을 필수로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유
진행하고 있었고, 사업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성인지적
행하고 있고, 돌봄 공백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고민으로
기준과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계획하는 것이 느껴졌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다. 이는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성인지적 관점으로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라 꼭 해야 하는 사업도 많을 것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좋은
고, 연초에 계획한 사업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진행하는
사례일 것이다. 덧붙여 사업담당자 대상 성인지 교육 필수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돌
진행은 관내 다른 사업, 특히 성인지 예산이 소요되는 사
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과 사업을 생산하
업에서는 더욱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욱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놀이아띠로 발전하길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3개의 놀이아띠
성평등정책제안활동에 참여한지도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이번 원고를 작성하며 지난 4년을 돌아본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상계점을 살펴보았다. 여
우리의 활동으로 성평등 정책을 제안하지만 결국 반영 여부
기에 비치된 대여용 장난감 등에서는 성역할고정관념을
는 구청에서 결정한다. 그래서 활동이 마무리되고 나면 한편
고착화하거나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시대
으로는 뿌듯함도 있지만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다.
에 맞는 성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젠더프
구청에서 운영하는 많은 사업 중 성인지 예산이 많이 포함
리장난감을 구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되는 사업은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라 정책 제안을
바람이 있다면 다양한 역할 놀이가 가능한 장난감을 비치
하더라도 시·군·구 단위에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하는 등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놀이아띠가 되길
없다. 그렇다고 구비로만 운영되는 성인지 예산 포함 사업을
바라며, 젠더 프리 장난감이라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성인
살펴보자니 그 예산의 규모가 너무 작아 지역사회에 미치는
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구입을 결정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활동에 참여하
한다.
게 된다면 100% 구비로만 운영되는 사업을 살펴볼 것 같다.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큰 변화의 흐름이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의 최소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시민의 눈
이를 위한 다양한 기획과 사업 생산 필요
으로 바라보는 성평등 정책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는 부분이
지난 4월 15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어린이집·유
미미할지라도 언제나 그런 기대를 품고 사는 성평등정책제안
치원 휴원 장기화에 따른 자녀 돌봄 현황 및 향후 과제’를
활동가는 오늘도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위해 달린다.
보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휴원·
33 I
여성노동
코로나19 시대의 돌봄노동 글 김영미 기자
2020년 1월쯤인가? TV에서 나오는 우한의 상황은 아비규환이었고 정말 믿기지 않는 뉴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 겨졌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전파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우리 바로 옆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너무 실감 하고 있다. 2월 졸업시즌에는 줄줄이 취소가 되거나 최소한으로 진행하고 3월 초·중·고·대학은 입학식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젠 괜찮아지겠지 하는 바람으로 기다렸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휴교령이 내려지고 정규수업은 이루어지지 않아 온 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하루하루가 기다림과 불안의 연속으로 지나온 날들이었다. 한 가정의 주부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나는 돌봄노동 현장에서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돌봄에 대한 학부모들의 많은 어려움과 상황 그리고 변화를 직접 접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힘겨워 하는 돌봄 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노동을 함께 공감해보고자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격상되고 학교의 휴교령이 내려진 후 부모들은 불안 속에서 자녀의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며 우왕좌왕했다. 외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가정돌봄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맞벌이 가정 및 그에 준하는 가정 에서는 당장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부 부모님은 가족돌봄 휴가를 사용하기도 했고 조부모 및 친척의 도움 을 받아 아동의 돌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사람 간 접촉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안전한 돌봄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어머니는 고심 끝에 휴직을 하기도 하고, 직장에 사표를 내고 아이들 돌봄으로 마 음을 정하기도 하고,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 아동 돌봄은 대부분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오면서 힘든 부분을 감내하며 왔는데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아동 돌봄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맞벌이 가정은 물론이고 외벌이 가정도 돌봄에 있어 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교를 가야 하는 시간에 가정에서 돌봄을 해야 하고 온라인 수업도 챙겨야 하니 도저히 슈퍼우 먼이 아니고서는 이 모든 것을 해내기는 쉽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 아이휴센터의 전화가 울리고. 한 어머니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상담을 했다. 현재 아이를 돌보고는 있는데 이 기간이 오래도록 지속되다보니 아이와 자꾸 다툼이 생기고 어머니도 화가 오르기도 하고 가끔은 우울하기도 하고 이제는 지쳐간다고 했다. 아이휴센터에 아이를 잠시 보내면 아이도 다른 친구들과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어머니도 혼자서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휴센터는 맞벌이 자녀 우선순위가 있어 이 아동은 입소자격이 되지 않아 입소를 할 수 없었다. 정규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지다 보 니 집에서는 엄마이기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는 상황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하루종일 아이와 같이 생 활을 하다보니 자신의 시간조차 갖기 어렵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며 결국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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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어머니는 낮에는 집에 있는 아이들이 잘 있는지 하루 종일 걱정해야 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아 이들 식사와 또 하나 더해 온라인수업을 잘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중삼중고에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을 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버지는 지방에서 근무하고 어머니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전화가 왔다. 아이휴센터는 긴급돌 봄으로 운영체제를 바꾸어 운영을 시작했고 센터 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2회 열 체크, 손씻기, 손소독, 방역소독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운영하고 있지만 2m 간격을 유지하기는 어렵워 불안함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동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친정어머니를 시골에서 올라오시게 하여 돌봄을 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바깥출입을 못하고 집안 에서 아이들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잠시 밖으로 나가려해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불안한 시기에 서울에서 어머니를 있게 하는 것이 더욱 불안함을 느껴 아동 어머니는 결국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를 청정지역이라는 지리산 아랫동 네 시골집으로 모셔다 드렸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센터로 전화가 와서 들어보니 아이들을 보내야겠다고 하셨다. 시골 이라 코로나19에 안전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이 드신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너무 힘들고 아이들도 부모와 친구 와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힘들다며 다시 서울로 돌아와 아이휴센터에 보내야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 래도 아이휴센터에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또 한 어머니는 한부모 가정으로 학교를 가지 않으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 가족돌봄 휴가제도 해당되지 않아 모든 것 을 혼자서 해내야 하므로 코로나19로 변화된 상황에 돌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택근무가 일부 가능해 그 시간에는 아 이와 같이 있을 수 있지만 한번 씩 출근해야 하는 날에는 아이를 혼자 두고 가기에는 맘이 편치 않아 결국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한쪽에 앉아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책을 보거나 아니면 무료하게 몇 시간을 보 내야 했다. 어머니도 일을 하면서도 아이에게 계속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엄마 회사를 함께 가다보니 외부 사람들과의 노출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상담을 하셨다. 지금은 재택근무 시에는 엄마와 집 에 있고 출근 시에는 아이휴센터에 와서 그나마 위험노출을 최소화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이후의 아동돌봄의 강도는 몇 배로 늘어나고 단순 돌봄이 아닌 돌봄 이 노동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이 돌봄노동을 단순히 한가정의 것으로만 돌릴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의 돌봄 정책변화도 다 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돌 봄의 정책변화에 있어 가족돌봄 휴가, 육아휴직, 아동돌봄기관의 확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 자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대책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교육만이 아닌 돌봄을 돌봄전담사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노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와의 상호협력 및 연계의 필요성을 느끼며 돌봄영역의 분담은 여성의 돌봄노동을 최소화 해 함께 키우는 돌봄으로 가정의 안녕과 아동의 전인적인 성장발달과 넓게는 사회적·국가적 안녕에도 좋은 효 과를 나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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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이제 임금도 제대로 계산할 수 있고, 산업재해랑 연차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게 됐어요” 아파트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모임 진행 및 마스크·소식지 배부 활동 글 이승원 노원노동복지센터 조직팀장
작년 8월, 노원노동복지센터와 노원여성회가 함께 노원
정말 좋았다고 영화관람 소감을 말하기도 하고, 일하다가
구 아파트 청소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청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하다 다쳤는데 보
소노동자들 대부분은 아파트에 직접 고용되어 있지 않고
상은커녕 쉬지도 못하고 출근했다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아파트에서 용역을 준 청소업체에 소속된 것으로 나타났
하냐고 상담도 했다. 첫 모임이라 많은 노동자가 모이지는
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을 신청하
못했지만, 모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기 어려웠다. 연차휴가를 쓴다고 하면, 용역회사에서 노동
되는 날이었다.
자 본인에게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그 사람의 임금을 지급
기획단에서는 올해 계획으로 매월 1회 모임을 열고, 노
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법교육 혹은 청소노동자가 원하는 노래교실이나 손공예
실태조사를 통해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노
와 같은 문화교육을 하기로 했다. 모임 소식지를 먼저 만
동자들을 알게 된 후, 노원노동복지센터와 노원여성회는
들었다. 2월 중에 노원지역 아파트를 각 동마다 찾아다니
아파트청소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이
며 배포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3월에 있을 모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해 11월, ‘아파트 청소노동자 처
임에 오시라고 안내하려고 준비중이었다. 그런데… 코로
우 개선을 위한 모임’ 기획단을 꾸렸다.
나19가 찾아왔다. 아파트 청소노동자 모임 뿐만아니라 노
몇 차례의 기획단 회의 후, 2019년 12월 첫 모임이 시작
원노동복지센터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
됐다. 첫 모임은 우선 청소노동자들이 인사하고 친목을 다
5월 초, 모든 노동자들의 필수품인 마스크를 배포했다.
지는 것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영화를 보고
모임 소식지 창간호도 제작해서 같이 배포했다. 소식지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개봉했던 영화 <감쪽같은 그녀>
는 작년 실태조사 결과, 2019년 12월 첫 모임이 시작됐
를 노원역에 있는 영화관에서 함께 관람하고 근처 식당에
다는 내용, 다음 달 6월에 진행할 모임에 대한 소개글, 그
서 저녁을 먹었다. 노원노동복지센터 직원들과 노원여성
리고 첫 모임 때 가장 궁금해 했던 짧은 산재 관련 노동법
회 아파트청소노동자조직팀도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을 실었다. 마스크는 노원구 전지역 19개동, 80여개 단지,
를 나누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십여 년 만에 보는 영화라며
620여 명의 노동자에게 전달됐다. 마스크를 드리니, 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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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감사하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고, 몇몇 분들은 신천지
동법 교육을 들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를 뚫고
같은 이상한 곳 아니냐며 경계하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참석해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런 반응에 당황했지만 ‘모임을 꾸준히 진행하다보면 괜찮
5월, 마스크를 나눠드리러 처음 아파트 동 지하 휴게실
아지겠지’하며 모임에 대해 더 열심히 설명하고 마스크를
을 찾았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
배포했다.
면 휴게실이 있는데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입구 문을
6월, 드디어 올해 첫 모임을 진행했다. 공릉동에 있는 카
열면 완전 컴컴해서 휴대폰 조명을 켜야 했고 천장에는 여
페를 빌려 모임 취지를 설명하고, 산재 관련 노동법 교육
러 가지 배관들이 있어 허리를 구부리고 종종걸음을 걸어
을 진행했다. 같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일하다 힘든 점, 듣
야했다. 그렇게 안쪽 끝으로 겨우겨우 들어가면 온통 시멘
고 싶은 교육 등을 포스트잇에 적은 다음 식사 후 다함께
트로 둘러싸인 벽면에다 주민들이 버려놓은 작은 가구들
나누었다. 청소노동자분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노동법에
로 꾸며놓은 좁은 공간이 휴게실이다. 휴게실은 예상보다
대해 관심이 많으셨다.
훨씬 더 열악했다. 열악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한
7월에는 천연 버물리밤 만들기와 6월 모임 때 청소노동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청소노동자가 한 말이 가슴
자분들이 듣고 싶어 하셨던 연차휴가 관련 노동법교육을
에 남아있다. ‘여기 오는 길이 꼭 관속에 들어오는 느낌이
진행했다. 만들면서 라벤더 오일, 멘톨 등 여러 가지 재료
에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노동환경을
의 향을 맡아보면서 흥미로워 하셨고, 휴가 가서 쓰면 되
바꿀 수 있을까.
겠다고 좋아하셨다. 노동법 교육을 들은 후에는 여러 가지 질문도 많이 하는 등 모임에 대한 참여도가 높았다.
노원노동복지센터는 2012년부터 노원에서 처음으로 아 파트 경비노동자 모임을 시작했다. 이제 전국 단위 모임으
10월, 2차로 마스크와 소식지를 배포했다. 이번에는 노
로 자리 잡았다. 여러 경비노동자들이 국회토론회에 참석
원구 내 118개 단지 910여 명의 아파트 청소노동자에게
하고 언론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신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
배포했다. 5월에 휴게시간이나 장소를 미리 파악해두어서
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전에는 받지 못했
더 많은 청소노동자분들께 마스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소
던 노동절 수당을 지금은 받게 됐고, 2015년 감시단속적
식지 2호에는 6·7월에 진행했던 모임 내용과 작년에 이어
노동자의 최저임금 전면 적용에 따른 대량해고가 예상됐
올해도 연말에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내용, 이후에도 계속
지만 모임을 통해 막아냈다.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니 좋은
해서 모임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10·11월에는 세 번째, 네 번째 모임을 진행했다. 10월
아파트 청소노동자 모임은 이제 시작이다. 노동자들이
모임은 근로계약 관련 노동법교육을, 11월에는 재교육을
함께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받기 원하셨던 연차휴가, 임금계산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
개선하는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휴게실이 지상에
행했다. 참여하신 분들마다 이런 모임이 있어서 궁금했던
마련되는 일이 첫 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원여성회가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노
이분들과 계속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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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노동법 Q&A
Q 다음 주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연차휴가를 사용하라고 합 니다. 연차휴가는 무엇이고 연차휴가 개수는 몇 개인가요? A 대부분 여름휴가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시고 익숙하실
글 임득균 노원노동복지센터 법규팀장
텐데요. 여름휴가라는 개념은 근로기준법에는 없습니 다.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휴가는 연차휴가, 가 족돌봄휴가 등입니다.
안녕하세요. 노원노동복지센터 법규팀장 임득균 노무사입니다.
勞 動 法
그럼 근무일에 쉬고 싶거나 여행을 가야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차휴가를 사용해야 합니다. 연차휴가 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휴가로 입사일 혹은 회계
이번 호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궁금해 하는
연도 기준으로 1년 마다 발생합니다.
노동법들에 대해 Q&A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입사한 지 1년 미만인 노동자는 한 달 개근 시 하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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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가 발생해 1년 동안 11개의 연차휴가가 발생 하며, 1년을 채우는 즉시 15개의 연차휴가가 발생합니 다. 이 15개의 연차휴가를 1년 동안 쪼개서 사용합니다. 다시 1년을 채우면 15개의 연차휴가가 발생합니다. 3 년 이상부터는 2년마다 하루의 연차휴가가 추가됩니다. 연차휴가는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1년 동안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는 소멸하고 사용하 지 못한 연차휴가는 돈으로 받습니다. 연차휴가는 1년을 채우는 즉시 발생한다고 설명드렸 는데, 1년만 채우고 그만두는 경우 몇 개의 연차휴가가 발생했을까요? 1년 미만일 때 한 달에 하나씩 발생한 11개와 1년을 채우면서 발생한 15개, 총 26개의 연차 휴가 중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 수당으로 받으 시면 됩니다.
Q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상급자가 업무 과
Q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쓰라고 합니다. 어
정에서 폭언을 하며, 동료들과 함께 저를 따돌립니다. 어떻
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에서 해고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
게 대응해야 할까요?
야하는지 알려주세요.
A 회사 내부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회사 사용자(대표 등)
A 근로기준법에서는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 정당한
와 노동자 간 위계가 있으며, 같은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하고, 문서로 해고의 이유와 시기를 통지
직급에 따라 입사 연도에 따라 위계가 발생합니다. 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3개월 이상 근무한
기준법에서는 이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30일 전 통지하거나 30일
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치 기본급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
이렇게 해고의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일부 회사들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고하고 싶은 노동자를 불러 ‘권고사직’사직서를 쓰라
따돌림, 폭언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어
고 하거나, ‘자진사직’으로 사직서를 쓰라고 하는 등의
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고용노동부에 가해자를 신고할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수는 없고,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
내가 그만둘 생각이 없다면 사직서를 절대 쓰시면 안
고 가해자와의 분리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됩니다. 사직서를 쓰는 순간 회사는 해고 조건을 충족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
하지 않고 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으며,
는 경우 고용노동부에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향후 법적으로 다투기도 어렵습니다.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신고할 수 있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만둘 의사가 없다면, 그만
으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
두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회사들이 해
되는 경우 회사에 시정지시를 합니다.
고를 문서로 통지하지 않고 구두로만 얘기하는 경우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회사에 신고했는데 신고한 피해
많으므로 회사에서 불러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거나, 구
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 이를 고용노동부
두로 해고 통지하는 경우 이를 녹취하는 것도 중요합
에 신고할 수 있으며 사실로 확인되면 회사는 3년 이하
니다.
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해고를 법적으로 다투기 위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불면·가슴떨림·권태 등의 증
등 지역에 있는 노동위원회에 해고 후 90일 이내에 부
상이 발생한다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의심할 수 있
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부당해고 구제
습니다. 병원에서 심리검사를 받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청은 접수 후 60일 정도 걸리며, 심문·판정 회의를 통
인한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다면 산업재해로 신청할 수
해 부당해고 여부가 결정됩니다.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
있습니다.
지 받았거나, 내 의사 없이 회사에서 근로계약 종료를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다양하고, 혼자서는 대응하기
통지 받았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어렵습니다. 회사 내부의 여러 관계에서 따돌림, 폭언
기억하시고 상담하시면 됩니다.
등이 이어지고 있다면 직장갑질119나 근처에 있는 노
노동법 위반 사항들에 대해 혼자 대응하기 어려울 수
동복지센터에 상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노동자들이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자치구 노동복지센터(근로 복지센터, 노동자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동법 위반인지 궁금하거나, 노동 권리를 침해받고 있 으시면 연락해서 상담을 받고 같이 대응하면 좋겠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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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노원에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대나무숲이 생겼습니다! 글 박미경 노원여성회 회장
들어가며
인 것일 뿐이고 이밖에도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
노원여성회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은 많다. 그런 여성노동자들은 어디서 고충을 해소할까?
어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우리 사회 성차별은
그들이 고충을 맘 놓고 얘기할 수 있는 대나무숲을 만들어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느 곳에서든 존재한다.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성차별은 한 개인의 문
이에 노원여성회는 일상의 성차별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
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들, 학교에서 성차별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났고, 만
좀 더 열심히 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를 바
나고 있다. 성차별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꿔야 해결되는 문제이다. 우리 사회구조를 변화시켜 나가
서 서울여성아카데미 in 노원, 찾아가는 성인권교육, 여성
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가 성차별 사회라는 것을 인식
주의 세미나 모임, 소모임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과
하고 그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특히 당사자들이 모여 우리
‘언니들의 그림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성차별을 겪고 있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요구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
는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래서 노원여성회는 성차별을 겪고 있는 다양한 당사자들
: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를 진행했고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을 만나가고 있고, 여성노동자들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을 겪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노원여성회는
“직장 내 ‘고충’이란 말에 이끌려 왔어요.”
노원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만큼 노원을 삶터 혹은 일터로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한 첫 번째 고민은
둔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만나고 싶어 ‘우리 동네 여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모임을 언제로 할지
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을 기획했다.
였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노동에서의 성차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중 첫 번
기 위한 우리들의 마음이었다. 평일 저녁을 고민했다가 야
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성별임금격차다. 성별임금격차는
근이 잦은 우리나라 직장 현실을 비춰봤을 때 그건 안정적
여성과 남성 사이의 평균 임금 차이를 이르는 말인데, 한
으로 만나기 힘들 것 같아 패스했다. 주말도 토요일로 할
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1위다. 우리 사회 여
지, 일요일로 할지, 오전으로 할지, 오후로 할지 등 몇 시
성들 상당수는 결혼과 임신·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고 있
간 논의 끝에 일요일 오후 4시로 정했다. 토요일은 이러저
고, 그로 인해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 배치된다. 이는
러한 경조사가 많이 있고, 여전히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있
성별임금격차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에 토요일도 패스, 일요일 오전은 그 시간에 종교생활을
성별임금격차는 직장에서 겪고 있는 성차별의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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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패스, 출근을 앞둔 일요일 가장 일
이 없고 부담스럽지 않을 시간이 그나마 오후 4시일 것 같
이 없어요. 우리 동네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
아서 그 시간으로 정했다.
아요. 오늘 자리 정말 행복하네요.”
드디어 8월 9일(일) 우리는 처음 만났다. 역시…. 처음
첫 모임을 하고 난 이들의 소감이었다. 모임 마무리에
만나는 사람들답게 서먹서먹했다. 이 모임을 기획하고 진
앞으로 계속 만나자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자리가 좋
행하는 나도 어색했지만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하려고 활
았다니 계속 만나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구나 싶어 저절로
짝 웃고 톤을 높이며 반가운 마음을 한껏 담아 한 분 한 분
웃음이 났다.
에게 정성스레 인사를 건넸다. 첫 모임은 첫 모임인 만큼 ▲세 가지 키워드로 자기소개
“그런데요. 우리 먼저 힐링하고 싶어요.”
하기 ▲이 모임을 주관하는 노원여성회 소개 하기 ▲직장
첫 모임 다음으로 기획했던 것이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
내 고충 나누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 체크하기
들 옆 대나무숲’ 세미나였다. 세미나에서 무엇을 알고 싶은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세미나에서 알고
지 얘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우리가 먼저 기획했던 것이
싶은 것 등을 나눴다.
있었다. 우리가 기획했던 세미나 내용은 ▲여성노동인권
이중 핵심은 직장 내 고충을 나누는 것이었다. 맨 처음
의 현실 ▲여성노동인권 차별의 원인 ▲여성노동인권 쟁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을 기획하면서 우리
취의 역사 ▲여성 관련 노동법 ▲해결해야 할 여성노동인
동네 여성노동자들이 오히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
권 과제 등이었다.
자신의 고충을 얘기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고충을 더 얘기하기 쉬울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모임을 진행하면서 ‘정말 처음 만나는 이들이 각자 직장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잘 나눌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참가자들 모두 다 른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 직장 내 고충을 말할 때마다 모두 귀기울이며 자신의 신경을 그 사 람에게 집중시켰다. “현수막에 직장 내 고충이라는 말에 이끌려 왔어요. 정 말 직장에서 겪는 고충이 많은데 이걸 풀 수 있는데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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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그런데 첫 모임에 참가한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이 직
왔다. 「무리」를 통해서는 내가 속해 있는 무리 속 나는 어
장에서 겪는 고충은 거의 모두 직장 내 관계속에서 오늘
떤 모습인지, 내가 속해 있는 무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
힘듦이었다. 그래서 ‘세미나 내용을 바꿔야겠는데?’라며
는지에 대해 나눴다. 「어느 날 아침」을 통해서는 어느 날
속으로 생각하고 기획한 세미나 내용을 자신있게 말씀드
아침 사라져버린 뿔을 찾아 길을 나선 사슴의 여정처럼 나
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있는데….
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내가 잃어버렸던 뿔은 무
“아무래도 직장에서 많이 치이다 보니 힐링하는 게 필요 할 것 같아요. 우선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아까 노원여성회 소개할 때 언니들의 그림책 있었잖아요? 그거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엇인지, 그림책 속 사슴의 여정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페이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편안하게 감싸는 그림책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각자의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는 시간이 됐고
그래서 우리 세미나 내용은 ▲힐링 그림책모임 ▲근로
모두들 역시 좋았다는 소감을 나눴다. 그러면서 이어서 진
기준법 총괄 ▲여성노동자들이 특히, 알아야 할 근로기준
행하는 정기모임도 이런 힐링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법 ▲젠더 관점으로 살펴 본 우리 회사 사규 ▲존엄한 여
얘기했다. 원래는 여성노무사를 초빙해 자신의 노동현장
성노동자로 살기 등으로 전면 변경됐다. 그래서 힐링 그림
에 대한 고충을 얘기하고 상담하거나 노동 관련 책을 읽고
책모임 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코로나19가 우리 만남
토론하려 했으나, 노노! 그림책을 통해 힐링하며 행복한
을 가로막았다. 사상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웃음을 짓는 그들의 웃음을 더욱 환하게 하기 위해 미술치
발동됐다. 우리는 급히 대면교육에서 비대면교육으로 전
유를 진행하기로 했다.
환했고 힐링 그림책모임은 대면모임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권희정 미술치료사를 모시고 진행된 <미술 치유로 마음
맨 마지막 교육으로 순서를 바꿨다. 8월 23일부터 9월 13
똑똑,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하 ‘마음똑똑’)>은 ▲
일까지 1차시부터 4차시 세미나를 진행하고 드디어 9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은? ▲요즘 많이 느끼는 내 감정은?
27일(일) 한 달 반만에 우린 만났다.
▲내가 보는 나, 다른 사람이 보는 나 ▲내가 줄 수 있는 힘
김슬기 작가의 진행으로 <힐링 그림책모임>을 진행했
은? 등 4차시로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세미
다. 김슬기 작가는 그림책 「무리」와 「어느 날 아침」을 가져
나를 거의 비대면 교육으로 진행하고, 세미나 마지막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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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그림책모임>이 두 번째 만남이었기에, ‘마음똑똑’ 첫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님의 강의는 모두
번째 시간은 세 번째 만남이었다. 아직 자신을 내어놓기에
를 집중시켰고 분노를 자아냈다. 그날 교육이 끝난 후 ‘우
부족한 만남의 수였는데, 권희정 미술치료사의 편안한 이
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카톡방에는 “오늘 많
끔과 미술이라는 도구는 각자를 자연스럽게 꺼내 놓기에
은 생각과 여운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젠더 관
충분했다. 그리고 모임을 진행할수록 그 껴냄의 농도는 짚
련 세미나 조심히 추천드려 봐도 될까요? 좋은 밤 되세요~
어졌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높아졌다. 우리는 서로
♡”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저도 너무 좋았어요. :)”라는
의 얘기 속에 울고 웃으며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서로
메시지도 이어서.
에게 개입하게 됐다. 우리는 결국 직장인들에게 황금같은 일요일 오후 휴식을 앞으로 계속 함께 하기로 했다.
나가며 너무 필요하다 생각해 절실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솔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본 우리 사회 직장여성의 민낯
직히 모일까 싶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이 일요일의 달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오후 4시에 만나기로 한 우리. 본격
콤한 휴식을 버리고 그들에게 낯선 단체일 노원여성회가
적인 우리들의 대나무숲을 조성하기 전에, 노원여성회 직
홍보한 현수막만을 보고 올까 싶었다. 그런데 모였다. 그
장여성대나무숲조직팀은 기획특강을 준비했다. 노원여성
들을 움직였던 건 ‘고충’이라는 단어였다. 고충. 괴로운 심
회 직장여성대나무숲조직팀이 생각하는 최고의 성평등 강
정이나 사정을 풀어낼 대나무숲이 그들에게도 필요했던
사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님을 모시고 책을
것이다.
통해 직장여성의 노동을 얘기해 보는 특강을 기획한 것이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은 직장 내 고충을
다. 강사님은 얘기 시작하자마자 결정했고 어떤 책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자신
읽고 얘기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고민의 시간은 오래 걸
의 괴로움을 떨치고 싶은 여성노동자들이 있다면 주저말
리지 않았다. 바로 책 「김지은입니다」로 결정했다.
고 오시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자기 자신의 고충이 작다
「김지은입니다」는 노원여성회 소모임 ‘책과 영화로 보
고 생각해서 망설여진다면 그런 망설임은 필요없다.
는 여성인권’을 통해 한 번 토론했던 책이었다. 노원여성회
더불어 고충이 없다고 느끼는데 오고 싶다면 오셔도 된
직장여성대나무숲조직팀은 그 토론 모임에 모두 참석했기
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
에 그래서 결정이 좀 더 쉬웠던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여성
숲’에 오고 싶다는 것은 뭔가 필요와 욕구가 있기 때문이
노동자회 마라님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 ‘김지은에게
지 않을까? 성차별적 사회구조 속에서 고충이 없는 여성
고맙고, 김지은에게 미안했다’를 보면 “「김지은입니다」는
노동자들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인식하지 못할 뿐.
피해생존자 김지은님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 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 아내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 에 적혀 있듯 김지은의 ‘세상을 향한 두 번째 말하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지은이 안희정의 성폭력 가해를 알 린 ‘첫 번째 말하기’와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만을 기억한
노원여성회는 왜 직장 내 ‘고충’이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려 한 것일까? 노원여성회는 왜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 여성들이 존재 그 자체로 존엄하고 행복했으면 좋 겠다는 마음에서다.
다. 김지은은 ‘첫 번째 말하기’와 유죄 판결 사이에 벌어진
우리가 모인다고 당장의 고충이 얼마나 해결될지는 모
수많은 2차 가해, 쉴 틈을 주지 않는 언론, 직장과 기반을
르겠다. 그래도 우리가 모임으로써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잃는다는 것에 대한 묘사를 엮어 성폭력 피해 생존자로서
위한 기초체력은 키운 것 같다. 그 기초체력을 밑바탕으
의 ‘두 번째 말하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책을 소개
로 어떤 운동으로 우리의 고충을 해결해 나갈지 기대되는
했다. 우리 사회 직장여성의 성차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2021년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우리가 모일 이유는 충분
수 있는 「김지은입니다」이기에 선택의 망설임이 없었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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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참가기
마음안정제 같은 시간과 사람을 만나다 글 송보라
서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직장을 오래 다니 지 않아서 이런 쪽엔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강사님께서 디 테일하게 설명을 잘 해 주셔서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노동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다니는 방법을 이 수업을 통해 많이 알게 됐고, 이런 좋은 정보를 무료로 하 루 2시간씩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물론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이 강의는 좀 특별했다. 단순히 강사님은 강의하시고 나머지 참가자분들은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궁금한 점은 교 올 여름쯤 난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힘
육 중에 얼마든지 여쭤보고 답을 들을 수 있었으며 매주
들었고 집에서 가족과의 관계 또한 순탄치 않아서 누군가
교육이 끝나고 나면 단톡방에 강사님께서 강의자료를 모
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두에게 보내주셔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조언은 한계가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가 지속
그 중 다섯 번째 교육인 ‘힐링 그림책모임’이 기대됐다.
되고 있었다.
주제가 너무 신선했다. 다섯 번째 수업은 코로나19가 잠
정신과는 가봤자 이야기 대충 들어주고 신경안정제 같 은 약을 줄 것 같아서 거부하고 있었다.
잠해져서 더숲 세미나룸에서 진행됐다. 나는 그 때까지 유 일하게 대면모임으로 진행된 첫 모임에 참석을 못해 교육
그러다 지난 7월쯤 저녁에 길을 지나다가 마들역 근처
다섯 번째 수업 ‘힐링 그림책모임’이 직접 참석한 첫 자리
에서 ‘직장 내 고충을 어딘가에 토로하고 싶은 여성노동자
였다. 참가자분들을 처음 뵙게 됐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들을 위한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이라고 써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
있는 플랜카드를 보게 됐다.
지 않는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라 적응 못할까봐 걱정했는
나는 사는 곳이 경기도인데 참가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데 다른 참가자분들께서 너무 친절히 대해 주셔서 마음이
노원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해서 바로 신청
편해졌다. 그리고 그 모임을 주최하신 박미경 노원여성회
했다. 첫 모임을 정말 기다렸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
회장님께서 활짝 웃으며 반겨주셔서 너무 좋았다. 힐링 그
하지 못했다.
림책모임은 김슬기 작가께서 진행해 주셨다. 교육도 무료
당시 코로나19로 심각해져 이후 교육은 줌을 이용한 비
로 듣는데 음료도 무료로 주시고 세미나룸은 우리 참가자
대면교육으로 진행됐다. 교육내용은 ▲근로기준법 총괄
들만 들어가서 이야기하니 다른 외부사람들 소음도 걱정
▲여성노동자들이 특히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 ▲젠더 관
없어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림책 수업이라고 해서
점으로 살펴 본 우리 회사 사규 ▲존엄한 여성노동자로 살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책인 줄 알았는데 어른을 위한 그림
기 ▲힐링 그림책모임이었다.
동화책이었다. 그런 책이 있다는 걸 이날 처음 알게 됐고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은 노무사께서 직접 교육해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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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많지 않고 그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정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어서 재밌었다. 어 른을 위한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앞으로도 어른 을 위한 그림책과 동화책을 꼭 보고 싶어졌다.
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날 그림을 그리고 왜 내가 그 그림을 그렸는지 참여자 들과 선생님께 설명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다음 수업은 관계에 지쳐서 힐링을 원하는 우
내 감정이 제어가 안 되서 울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내 이
리 참가자들을 위한 수업이 진행됐다. ‘미술 치유로 마음
야기를 흘려 듣지 않고 그 다음 수업때 선생님께서 조언도
똑똑,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선착순으
아끼지 않으시고 지금은 부모님과 관계가 어떤지 물어봐
로 10명까지 참석가능해서 나는 급하게 신청했다. 무엇보
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했다.
다 나한테 제일 필요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참가자
그리고 같이 수업 참가했던 참가자분들도 공감한다면서
분들도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었다. 권희정 미술심리치료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날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셨다.
선생님과 참가자분들께 너무 감사했다.
첫 번째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은?>이었다. 나 는 그림을 못 그려서 걱정했는데 그림실력 뽑내는 자리가
그리고 내가 내 감정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알게 된 부분이 많았다.
아니니 감정만 생각하고 그리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사물
세 번째 수업은 <내가 보는 나, 다른 사람이 보는 나>라
같은 것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을 때 그런 생각을 한번도
는 주제였다. 콜라주로 표현하는 수업이었는데 너무 즐거
해 본 적이 없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찰흙같은 걸 주셔서
웠고 선생님께서 다음엔 기분 좋을 때 말고 기분이 안 좋
만들었다.
을 때도 만들어 보면 다르게 나올 것 같다고 조언해주셔서
왜 내가 그걸 생각했는지 내 심리상태를 처음 알게 됐
기분이 다운되었을 때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그리고 만든 걸로 끝내지 않고 선생님께서는 만든 사
그리고 미술치유 마지막 수업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
람에게 왜 그걸 만들었는지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주시고
는 힘은?>이라는 주제였다. 나에게 줄 수 있는 힘이라는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설명해 주셨다. 같이 있는 참가자분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신기하게 내가
들과 다 같이 대화도 했다. 서로 공감해주고 다같이 들으
좋아하는 게 그림으로 너무 잘 표현돼서 좋았고 그 그림을
면서 안타까워 해 주고 웃으면서 편안히 대화하고 나를 새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께서 이 그림을 방에 붙여놨
로 알게 된 계기가 되어서 즐거운 수업이었다.
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지금도 붙여두고 항상 그 그림을 보
두 번째 수업은 <요즘 많이 느끼는 내 감정은?>이라는 주제였다.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라고 했는데 다들 나
면서 기분 좋게 웃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좋은 에너지를 얻 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와 똑같이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다르게 그렸고
단순히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우리 동네 여성노
사람마다 슬픔, 기쁨, 놀람, 화남... 이러한 감정을 다 다르
동자들 옆 대나무숲 모임’이 이렇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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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잘 몰랐던 내
지 나올 일인가?’, ‘김지은 뒤에 빽이 있나?’ 이런 생각들을
모습을 발견하고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정보
하면서 채널을 돌렸었다.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내
도 많이 알게 되고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 재밌어서 꼭 읽
게 그 수업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앞으로도 이 모임을
우선 박지아 센터장님께서 그 책을 읽어본 사람이 있는
계속 참여할 예정이며 주위에도 많은 여성분들께 추천하
지 참여자분들께 여쭤 보았을 때 서로 눈치만 보고 읽은
고 싶다.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들 어떠한 책인지는 알
일요일 오후에 하는 수업이라 휴일이 아깝다고 처음엔
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막상 참여를 하고 나니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
박지아 센터장님은 먼저 그 말씀을 해 주셨다. 이번에
지게 됐다. 그리고 미술치유 수업을 통해 마음이 정말 많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및
이 안정됐고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어 나
성추행 사건은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 되었으며 박원순 성
는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정신과를 가지 않고 미술치유
폭력 사건으로 서점에는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이 일시품
를 받아보고 싶다.
절이 됐다고 한다. 그 책으로 통해 여성들이 침묵으로 시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박지아 센터장님은 그 책 내용을 설명해 주셨는 데 마치 그 상황에 있는 듯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고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 그 사건 에 대해 디테일하게 써 있는 책이었고 안희정의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은 피해자를 무참히 짓밟았다는 생 각이 들었다. 특히 세 번째 성폭행이 있고 한참 뒤에 늦은 밤 안희정 이 김지은을 불러서 “넌 미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안희정의 질문에 김지은은 “제가 감히 그런 생각을 어떻게
그 다음 수업은 노원여성회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하겠습니까”라는 대답을 듣고 네 번째 성폭행이 이루어졌
대나무숲 기획특강을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
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안희정은 김지은에게 “아내가
장님을 모시고 더숲 세미나룸에서 진행됐다. 책 「김지은입
오기로 했으니 침대까지 청소하고 가라”라고 했다. 그 다
니다」에 대한 강의였다.
음 날 안희정은 방송에 나와 “저는 미투를 지지합니다”라
박미경 회장님과 다른 참여자분들께서 박지아 센터장님 강의는 꼭 들으러 오시라고 너무 재밌고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
고 했다는 내용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권력이 있는 상대를 감히 상대할 생각조차 못했을 텐데 그때 이후로 폭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김지은
하지만 난 사실 그 수업은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라는
그 책은 안희정 사건 피해자 본인이 쓴 책으로 주제가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을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나
무겁고 나는 ‘페미니즘’, ‘젠더’. ‘미투’ 이러한 일에는 관심
처럼 오해하고 있었을 사람이 정말 많을 텐데 그 책을 많
이 없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강 의가 너무 듣고 싶다고 같
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도 그 책
이 가자고 해 투덜대며 갔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을 꼭 소장해서 끝까지 읽어보겠다 다짐했다. 그날 강의는
몇 년 전 뉴스에서 많이 다룬 사건이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미투에 관심조차 없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강
그 사건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한참 그 사건이 뉴스에 나
의였다. 혹시 누군가 돈을 내고 또 강의를 들을 생각이 있
올 때면 ‘안희정이 뭐가 아쉬워서?’, ‘왜 지금까지 가만있다
냐고 물어본다면 기꺼이 듣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항상 알
가 터트리는 거지?’, ‘저 나이에 성폭력 당했다고 뉴스에까
차고 즐거운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I 46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참가기
일요일 오후 4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뿌듯했던 시간 글 가진아
노원여성회가 주관한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
가는 시간이 있었는데 또 참여하게 됐다.
무숲’ 모임을 알게 된 건 지인이 추천을 해주셨기 때문이
첫 수업 때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몰
다. 지인이 노원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직장 내 고충을 어
랐는데 강사님이 너무 말씀을 잘 해 주셔서 편안하게 시작
딘가에 토로하고 싶으신 분들!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했다. 그림을 그리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엔
옆 대나무숲으로 오세요!”>라는 현수막을 보고 여성노동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미술치
자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보자
유라는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참가하게 됐다.
매주 주말이 오길 바랐고 내 마음도 점점 밝아지는 게
노원구에 오래 살고 있었지만 이런 모임이 있는 것에 대
느껴져 마지막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뿌듯했다. 그 뒤로
해 그동안 내가 관심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서로의 감정을 더 많이 알게 되어 현재 구성원들에게 가족
처음 방문해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각자의 고충을
같은 느낌을 받았고 더 끈끈해짐을 느꼈다.
들으며 서로가 위로하고 아주 좋은 시간을 가졌다. 또한
훌륭한 강사분들이 오셔서 설명해 주시는 여성인권에
같이 소통하다 보니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해결되는 기
대한 이야기들은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분이 들었고 ‘이런 게 힐링이구나’하며 한편으로 주말을 잘
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지금도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냈다고 생각했다.
있어 삶의 활기를 느끼고 있다. 노원구에서 이런 모임이
그 뒤로 코로나19가 심해져서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지 만 박미경 노원여성회 회장님이 줌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또 다른 주제로 지속적으로 모임을 이어 왔으며 코 로나19 단계가 내려갔을 땐 미술 치유로 내 감정을 알아
좀 더 활성화 되어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고충을 귀담아 듣 고 좋은 방향성으로 계속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힘써 주시는 박미경 회장님 존경합니다. 사 랑합니다.♥
47 I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
노원의 10대들, 페미니즘과 만나다 글 강나연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
청소년과 페미니즘
청소년들은 N번방, 불법촬영 등 본인도 모르게 성폭력 피
2020년 한국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
해자가 될 위험이 더욱 커졌다. N번방 사건 가해자의 평균
을까? 누군가는 여성에게 성차별은 결혼 후에나 겪는다고
나이대는 21.3세1)로 10대 비율이 적지 않다. 또한 페미니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여성은 성
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10
차별을 인생 전반을 걸쳐 겪는다.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대와 20대 사이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가
시작된다. 그러니 청소년 시기에도 일상의 먼지처럼 성차
형성 되어 페미니즘적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기도 하다.
별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해석할 언어를 만나기
노골적인 여성 혐오 신조어가 유행어가 되는 일도 잦다.
쉽지 않고, 문제를 제기해보아도,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
이러한 분위기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부나 하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면,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과 용기를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언젠가 페미니즘을 주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제로 청소년들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일상에서 겪는 성차 별을 이야기할 공간이 있을까, 답답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이런 나의 소망은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 청소년 페 미니즘 캠프>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경험한 학교와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 었다.
나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사회가 변한 만큼 학교에서도 변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는 노원여성회와 서페대연(서울여
화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성폭력을 더
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이 함께 준비했다. 필
이상 참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교실 밖으로 터져 나왔다.
자가 활동하고 있는 서페대연은 대학 내 성차별에 문제를
문화예술계와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운동(#Metoo)은 청
제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모인 대학생 연합동아리다. 페
소년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 것이다. 이들은 교실에서 농담
미니즘 캠프를 통해 노원여성회와 서페대연은 처음으로
이라는 이름으로, 훈계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던 성적 폭력
함께 발을 맞추어 협업했다. 준비팀으로 모인 사람들 중,
을 향해 잘못임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요구했다. 청소
아무래도 노원여성회는 기혼 여성이 많았고 서페대연은
년들은 스쿨미투를 만들어내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
비혼 여성이 많았다. 사실 일상 속에서 기혼 여성과 비혼
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함께 여성
I 48
1)
연합뉴스/20.05.13/최종호 기자/n번방 범인들 평균나이 21.3세…‘젊은 사이 버강력범’ 횡행
여성은 만날 일이 잘 없는데, 페미니즘 캠프를 준비하면서
았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 을 했다. 함께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분노도 공유하고 각
나만의 분노가 우리의 분노로, 공감으로, 힘으로.
자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거나, 자녀로 만난 청소년, 학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는 총 두 차례로 진행됐다. 페미니
원과 과외 학생으로 만난 청소년을 떠올리며 캠프에 올 청
즘과 성차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러한 성차별은 왜 생
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특
기는지, 왜 유지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히 홍보 방식을 고민하면서,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지 페미니즘 캠프에 신청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효
다. 두 회차 모두 정영은 서페대연 지부장님의 기본 강의
과가 있었다! 정말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 온 청소년들
를 들은 뒤 팀을 이루어 토론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이 있었다.
캠프에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래’라고 하는, 성별
이 외에도 캠프에서 실명이 아닌 별명을 지어 서로를 부
에 따른 고정관념에서 성차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했
르자, 첫 시간에 공동의 규칙을 만들 때는 빈칸 채워 넣기
다. 성별고정관념이 ‘남자는 이런 역할을, 여자는 저런 역
형식으로 하자 등을 열띤 토론으로 정하면서 함께 캠프의
할을 해야 해’라는 성역할로 이어지고 결국 한 쪽을, 특히
밑그림을 그렸다.
여성의 ‘특성’, 역할, 존재 자체를 열등하게 보는 성차별이
그렇게 청소년 페미니즘 캠프 준비팀은 처음에는 조금
된다. 페미니즘은 이러한 성차별과 싸우고 사회를 바꾸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 함께 준비해갈수록 친해지고 돈
운동임을 함께 이야기했다. 성별고정관념 이야기가 나오
독해졌다. 마지막 회의에서는 수다도 떨고 회의 내내 웃음
자, 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을 기
이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준비팀의 연령대는 달랐지
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만 이내 그러한 차이는 무색해지고 모두 청소년들을 만나
한 친구는 여학생 교복에는 몸매를 강조하는 라인이 들
는 시간을 알차고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마음을 하나로 모
어가 불편하고, 남학생은 넥타이 여학생은 왕 리본을 매야
49 I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하는 게 규정이라고 했다. 여자아이들은 교복 치마를 기본
식을 접하고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적으로 입어야 하고 바지를 입으려면 따로 구해야 해서 불 편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라인이 들어간 블라우스와 치마
다시 보이는 세상, 다시 보이는 나
는 모두 활동성을 제한하는 옷이다. 남학생들의 통이 넓고
첫날 토론은 최근 광고를 보면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웃옷과 비교했을 때 여학생용 블
접 찾아보는 활동이었다. 함께 본 광고 중 한 가지는 주방
라우스는 정말 양팔을 번쩍 드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불편
세제 광고였는데, 몇 십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주방
하다. ‘여성은 조신해야지’라는 편견이 매일 입는 교복에
세제와 한결같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고, 여성 청소년의 활동을 실제적으
주며 주방세제가 그만큼 계속 쓰였음을 강조했다. 주방은
로 제한하고 있었다.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고 있는 광고
매일 입어야 하는 일상복에 녹아 있는 성차별을 당사자
였다. 나와 함께 그 광고를 분석한 친구들은 이런 고정관
는 민감하게 알아챌 수밖에 없고, 교복이 불편하다고 토로
념 말고도, 여성이 설거지하는 동안 남성은 회사에 출근하
하자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복 말
는 모습, 여자 아이가 설거지하는 여성 옆에서 도와주려
고도, 무거운 물건은 남자아이들만 들게 시키기, 생리를
고 하는 모습, 치마만 입고 있는 여성, ‘여성이 쓰기 편한’
국가기밀처럼 조심조심 말하기, 화장과 다이어트 등 일상
주방세제라는 문구 등 많은 요소를 찾아냈다. 그 짧은 광
속 성차별 말하기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토론할 때도, 뒤
고를 보고 자세하게, 정확하게 짚어내는 모습이 놀라웠고,
풀이 시간에 이야기를 할 때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
나 또한 놓쳤던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기획단의 입
연스러운 우리의 대화 주제가 됐다. 청소년들에게 진작에
장이었지만 이렇게 톡톡 튀는 관점과 생각들로 나도 많이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필자 또한 처음 페미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즘 동아리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좋았던 것은 그동안 겪
다른 팀이 분석한 광고는 통신사의 속도 광고로, 남성
은 성차별을 내뱉으면서 같이 분노하고 공감할 사람들이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드리블 속도, 공을 막는 속도만큼 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전에도 부당한 일을 겪거나 여성 혐
르다고 하지만 김연아는 매력에 빠지는 속도로 비교한다.
오적 발언을 들으면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이야기했다.
남성은 실력으로 대표되지만 여성은 세계 정상급 실력인
하지만 집단으로,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서 다 같이
데도 외모를 뽐내길 요구하는 사회의 인식이 잘 드러나는
탄식하거나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
광고다. 여성의 삶에 전반을 걸친 억압 중에 대표적인 것
가 있다는 건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달랐다. 나 혼자 예민
이 바로 외모다. 특히 사회는 몸매와 얼굴의 ‘아름다움’을
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문제다, 그렇기
10대, 20대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캠프에서 만난 청소년
에 내가 아니라 이 사회가 문제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학
들도 외모와 관련한 억압과 차별을 많이 이야기했다. 같은
교와 학원 밖을 넘어,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관점을
반 남학생들이 습관적으로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도 이렇게 페미니즘의 문제의
등수를 매긴다고 해 충격을 받았고, 다른 친구는 다이어트
I 50
때문에 급식을 굶거나 샐러드를 싸와서 먹는 사람이 있다고 도 했다.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한 친구는 학교에서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본인도 화장을 내려 놓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페미니즘 캠프의 좋았던 점 중 한 가지는 사회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이렇게 스스로를 성찰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다. 나 또한 성차별적 사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내가 가 진 고정관념과 편견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변화 의 시작이다. 또 다른 친구는 캠프 처음에는 자신은 딱히 겪 은 성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광고도 분석해보면서 자신보다 어린 남학생들한테 성희롱 을 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친구답게 잘 대처했지만, 그 경험이 성차별에서 비롯된 부당한 일이었음을 다시금 해 석할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즘 캠프가 남긴 씨앗 전체 프로그램 마지막 마무리는 ‘나다움 선언’이었다. 여 성답게, 남성답게, 학생답게도 아닌 나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담아 나다움 선언을 적어보았다. 옳은 건 옳다, 틀린 건 틀렸 다 인지할 수 있는 사람, 주눅 들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사람, 타인과 나의 차이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식으로든 사람의 계급을 나누지 않는 사람,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일조하 는 사람···. 다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다움이나 학생다움보 다 훨씬 멋있는 나다운 삶을 살 것을 선언했다. 청소년 페미 니즘 캠프 내내 우리가 겪은 차별을 이야기하고 내 안의 편 견을 돌아봤지만, 캠프의 마지막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성차별을 겪은 경험이 없다는 친구의 생각이 바뀐 것처럼, 우리가 여기 한 자리에 모여 무 엇이 문제이고 그 원인을 같이 찾아냈으니, 바꿀 수 있다. ‘나 다움 선언’과 마지막 소감을 말할 때, 부당한 일에 당당히 맞 서겠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 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 캠프는 페 미니즘이라는 세계를 알고,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작은 씨 앗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 친구들에겐 우 리와의 만남이 사회 속에 살면서 타인과 세계와 교감하고 적 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의 첫 걸음이 되었길 바란다. 후 속 모임도 쭈욱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51 I
스쿨미투
우리가/ 여기/ 함께/ 있다_ 2020년 용화여고 스쿨미투 재판방청연대 활동 글 홍문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활동가
2020년은 검찰의 ‘증거불충분 혐의
소년성평등교육활동가 그룹 ‘성장통’
명한 목소리로 증언해 준 피해자와 참
없음’으로 중단됐던 용화여고 스쿨미
과 2020년 성폭력전문상담원 100시
고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법
투 학내성폭력범죄에 대한 기소, 재판
간 교육과정 수강생들과 연계해 ‘재판
정에서 만난 당신들은 당당하고 존재
이 시작된 의미 있는 한해였다. 노원스
방청연대 활동’으로 함께 힘을 모았다.
만으로 빛났다.
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이하 ‘시
법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사건
민모임’) 등 총 44개 여성단체와 개인,
낯선 장소다. 특히 민사재판과 달리 형
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나 피해자를
8,403여 명은 2020년 5월 4일 용화여
사재판으로 이루어지는 성폭력 범죄
대하는 태도는 피해자 회복과 직결된
고 스쿨미투, 엄중한 처벌을 위한 탄원
의 경우 피해자에게 법정은 주체가 될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서 제출, 서울북부지방법원 정문 앞에
수 없는 공간이다. 법정 증언을 요청받
성폭력 상담소와 여성단체는 피해자
서 진행된 릴레이 1인 시위, 5월 21일
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원이라는 낯
증언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권리로서
기소 결정, 2020년 6월 23일 기자회
선 공간, 심지어 가해자까지 있는 불편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변화를
견과 1심 재판으로 이어졌다.
한 공간에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다시
오랜 시간 요구해왔다.
이번 재판은 2018년 스쿨미투를 촉
떠올리며 증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재판방청연대
발한 용화여고 스쿨미투에서 용화여
과 불안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활동, 재판방청지원단 활동도 이러한
고 졸업생들이 고소한 사건이다. 재학
러나 법정에서 피해자의 권리보호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6월 23일 기
생들이 고발한 180여 명의 학생들의
이루어진다면 피해자에게 증언은 피
자회견과 1심 1차 공판을 시작으로 7
175건 성추행고발은 수사도 되지 않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
월 21일, 8월 21일, 9월 22일, 10월 6
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 이 과정에
될 수 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일, 10월 27일, 11월 17일 7차 공판에
서 시민모임의 연대 단위로 가능한 활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피해경험
이어 12월 8일 8차 공판을 앞두고 있
동을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아동·청
을,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담담하게 분
다. 재판방청연대 활동은 ‘사건의 쟁점
I 52
죄재판 다시 돌아보기’ 포럼에서는 ‘재 판방청’을 주제로 이야기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성언주 판사는 “방청연 대의 존재는 형사재판 절차에 적극적 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은 피해자의 존 재와 그 관점을 일깨우는 기능을 할 수 있으며, 방청연대 같은 외부 감시자가 있는 법정에서는 피해자의 절차적 권 리 보장이 더 적극적으로 실현될 가능 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성폭력
투 연대자와 지지자에게 발송했다. 방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재판과
청갈 때마다 마스크에 부착해 사용하
누구나 성폭력 피해자에게 연대하
정에 문제 제기한다. 피해자 중심으로
기도 했다. 스티커는 총 7종으로 재판
는 ‘첫 사람’이 될 수 있다. 공개된 재
사건을 바라보면서 성폭력 피해자 조
부에 대해 우리의 요구를 담은 내용이
판에서 재판은 언제나 열려있다. 형편
력자, 지지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다. 7차 재판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로
에 맞게 시민모임과 여성단체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는 적극적인
부터 마스크에 부착한 스티커를 뗄 것
협력하고 변주하고 연대한 올 한해 재
활동이다.
을 요청받기도 했지만 인천, 성남, 광
판방청연대 활동이 2021년 의미 있는
재판을 방청하면서 재판과정에서
주, 전주, 충북에서 우리의 요구를 담
선고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재판
재판장 등 재판 관련자가 피해자에게
은 이 스티커가 스쿨미투 활동현장에
방청연대를 통해 우리는 말한다. 우리
잘못된 통념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
서 빛을 발했을 것이다.
가/ 여기/ 함께/ 있다.
은 없었는지, 재판정 분위기는 피해자
이러한 시민들의 오랜 실천활동과
에게 위협적이지 않은지 모니터링 하
요구가 마중물이 되어 올해 법원 내부
는 것이 임무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에서도 의미있는 포럼이 열렸다. 법원
위한 제도들이 실제로 잘 운영되는지
안에 구성된 젠더법연구회 재판다시
를 체크해 2차 피해 등 인권침해가 재
돌아보기팀이 지난 9월 열었던 ‘성범
발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활동도 한다. 재판을 방청하면서 쟁점이 되는 피해 자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내거나 탄원 서를 법원에 내기도 한다. 2020년 서 울동북여성민우회는 재판방청연대 활 동을 하면서 모니터링 결과를 카드뉴 스로 제작, 공유하고, 마스크에 부착 가능한 스티커를 만들어 전국 스쿨미
53 I
세상을 바꾸는 학습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지?]
궁금증으로 시작한 여성주의 세미나_후기 글 이지현 작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성인권 교육을 받은
아무도 없는 카페 커뮤니티룸.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분들과 책 한 권을 통해
제가 1등으로 도착!
더 알아보기도 했죠.
흐흐흐. 이상하게 뿌듯뿌듯~
언젠가 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의 안부를 알리며
그래서 결성된 세미나팀.
“걔, 페미니스트 활동가래.”
함께 읽은 책은 권인숙 님의
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양성평등이야기 입니다.
“뭐? 페미니스트라고?
#양성평등 #성평등
헐.. 어쩌냐.”라고 말하더라구요.
6명 모두 모인, 첫째날은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읽을 책을 알아보았어요.
왜? 페미니스트가 나쁜거야? 페미니스트가 뭔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는데
.. 라고 묻고 싶었지만
각자 지금 자신의 삶을
대화는 금방 다른 화제로 돌려졌지요.
5글자롤 줄여보았죠.
지역 한 단체인 #노원여성회 에서
첫번째 만남은
-급격한변화
#성인권 교육을 받은 적이
지난 5월 9일(토)에 있었고
-밥하는사람
있습니다. 세아들을 키우면서
만남 시간은 오전 7시였어요.
-숲노아덕분
#성교육 에 관심이 있었는데
24시간 운영하는 카페 커뮤니티룸에서
-환장하겠다
우선 저부터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만났는데 오전 7시에 만난 이유는...
-여유있는삶
모두 엄마인데다
저는, 뭐라고 했냐면요,
도저히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였어요.
-웃는데눈물 ^^
적이 없어서 먼저 받아야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4차시 동안 성관련 교육을
오전 7시에 책을 들고 만나다니!
받으면서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대단하죠?
몰랐던 것도 있고, 알았는데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있고,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도 있고.
놀랄일은 더 계속된답니다^^
두번째 모임도 오전 7시.
지켜봐주세요오..ㅋㅋ)
두번째 모임부터는
더 알고 싶어졌어요.
I 54
각자 한 챕터씩 맡아서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서
어머니, 모성에 대한 책의 내용을
네번째 날은 #여성의몸 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지요.
이야기 나누어 보았어요.
#모성 #모성애 #모성이데올로기
#다이어트 #몸매 #외모 #성형수술
#여성 #여자 #여자역할 #엄마역할
우리나라 여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착한여자콤플렉스 진단도
이 네 가지... 느낌오시죠?
해보고 이야기도 풍성하게 나누었죠. 아직 페미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의는 내리지 못한
역사 속에서도 여성의 몸은
상태였지만 우리나라 여성관이나
상징적인 존재였지요.
여성주의에 대한 정리는 정말 잘 되더군요.
부계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공통적으로 남자의 시선과 관심,
여기서 #여성주의 란,
모성은 본능이고 당연한 걸까요.
이해해 따라 조종되고 관리되어
결코 ‘여성이 최고다! 남자보다 낫다!’
#돌봄 은 엄마의 몫일까요.
왔어요. 왜냐면~~
의 의미가 아니랍니다.
남편은 경제활동을 하니까
여성의 몸이 오롯의 여성의 것이
감수해야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었기 때문이죠.
언제부터 차별을 당하게 되었는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과연, 무엇일까요.
요즘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자’가
남자여자 만남의 장을 열어주면
않다는 게 문제!
맞는 말인건지 알아보았지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걸까요.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보이네요.
인상적이었던 건
수 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들
‘차이를 차별이 되지 않게 하자’는
사이에서 아침시간이 꽉 채워졌습니다.
그런데요, 사실은~~
일반명제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사진과는 달리 엄청 만이 웃고
하다는 말이었어요. 다양한 차이가
함께 깨닫고 화냈다가 또 웃고 그래요.
차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옳지만, 차이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면 틀린 이야기가 된다는 거지요.
네번째 만남은요, 글쎄 새벽 6시에 시작!
이해가시나요?^^
어떻게 6시에 만나 세미나를
다양한 차이가 차별이 되지
할 수 있냐고요?
않아야 한다는 점은 맞지만,
그냥 일어나서 양치만 쓰윽-하고
차이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면
밖으로 나오면 됩니다.
틀린 이야기가 된다...는 말.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ㅋㅋ
세번째 만남도 아침 7시!
쌓여가는 발제물들.. 뭔가 공부하는 느낌적인 느낌?
55 I
세상을 바꾸는 학습
공부도 아니고,
“페미니스트가 뭐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도서모임도 아니랍니다.
라고 물어보면 아주 명쾌하게
책 내용을 반박하기도 하고
“어, 그거 내가 아는데~
공감, 공유도 하며
그거 이런 거야~”
뒷풀이를 통한 마무리까지.
책 읽고 느낀 점 나누기 정도?!
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근데 확실해진 것도 있어요.
다섯번째에 이어 여섯번째까지의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는
만남을 잘 했어요.
좋다 나쁘다의 관점이 아니라는 거죠. 책 한 권으로 정말 어느 곳에서든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풍성한 시간들을, 의미있는 깨달음을
또 오해하고, 그게 맞는 것처럼
얻은 소중한 아침만남이었습니다.
와전되기도 하듯이 이쪽도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엔 ‘나와 다른 것’, ‘나와 상관없는 것’ 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건 깨달았네요. #여성노동 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구요,
그렇다고
이른 아침 시간,
#양성평등 에 대한 내용은
“나, 페미니트스야!”라고
책을 들고 나선 길에
정말 알고 있었지만,
당당하게 말할 정도도 아니에요.
비까지 내리니 마음이 더 상쾌!
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아직 모르니까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더 알아가야하니까요.
우산을 들고 어디론가 아침일찍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더라구요. 여섯 번의 이른 아침 외출길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삶에
아들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활력소가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남자 와 여자에 대해 알고, 성별에 따른 차이와 차별을 알고,
남자아들만 키우는 여자엄마로서
우리사회와 문화 속에서의
뭔가 물음표들을 정리한 느낌이에요.
#남녀 가 서로 이해할 점을 알고,
여자가 아니라, 엄마가 아니라
또
그저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총 여섯번의 만남을 통해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함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깨달았다는 점에서
느낀바 도 많았지만 아직 명쾌하지
여섯번의 아침만남은 뜻깊었습니다^^
않은 부분도 있어요. 함께했던 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누가
머지않아 또 ‘이른 아침’에
“페미니즘이 뭐야?”
마주칠 수 있길!!
I 56
내가 공부하는 페미니즘이 궁금한 너에게 글 강혜미 노원여성회 회원
작년 겨울 기억나? 친구들이랑 송년 모임이 끝나고, 너랑 나랑
여한 후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 않는 말이 있어. 바로 “여자 애가
집 방향이 같아서 함께 왔었잖아. 그때 내가 페미니즘 잡지 ‘깨다’
왜”, “남자 애가 왜”란 말이야. 여자나 남자로 아이의 정체성을
에 글을 싣게 되었다고 너에게 말하니, 네가 뭘 그런 것까지 하냐
구분하지 않고, 아이 그대로를 보려고 해. 부모인 나부터 열린
고 물었었지. 그때 멋들어진 논리로 네게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태도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아이도 더 넓게 세상을 보지 않을까 생
싶었어. 하지만 막연한 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지. 나조차 페
각해.
미니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까. 난 ‘페미니스트가 되
세미나 중 제일 기억이 남는 모임이 있다면, ‘엄마의 희생은 늘
겠어’라고 결심만 했지,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아름다운가’를 주제로 한 시간이야. 대부분의 사람은 모성은 본
지 못했어.
능이라고 생각하잖아. 나 또한 아이를 낳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
그래서 노원여성회에서 여성주의 세미나를 한다고 했을 때 바
지. 아이를 낳은 후 생각이 달라졌지만 말이야. 모성의 본능이 어
로 참여했어. 뒤엉켜진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내 삶의 방향성을
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과 기준이 달라. 그런데 사회에
찾기로 했지. 여성주의 세미나는 총 6번으로 나누어 진행했어. 모
서는 획일화된 모성만 강요하지. 당장 올해만 해도 그래. 코로나
임 인원은 5명이었는데, 각자 일정을 확인하니 우리가 모일 수 있
19로 인한 돌봄 노동은 온전히 엄마들의 몫이잖아. 맞벌이 가정의
는 시간이 주말 새벽인 거야. 어떻게 했냐고? 우린 매번 주말 새벽
돌봄 공백은 온전히 엄마들의 죄책감으로 돌아왔지. 자녀 양육이
6시에 만났어. 시간의 제약도 공간의 제약도 우리에겐 통하지 않
나 교육 문제는 엄마의 일만이 아니라, 전 사회가 함께 나누어 책
았지.
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모임의 교재는 권인숙 선생님의 「양성평등 이야기」였어.
그 외에도 우리는 여성의 몸과 성, 일터의 여성들에 관해 이야기
시간이 된다면 너도 읽었으면 좋겠어. 페미니즘 입문서로 양성평등
를 했지. 세미나 횟수가 진행 될수록 나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
에 대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책이거든. 책은 성별고정관념과 모
수 있었고, 내가 나아갈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어.
성 이데올로기, 외모 지상주의와 성폭력, 노동문제까지 총 다섯
미나야. 난 몸에 작은 가시를 가진 채 태어났어. 여자라는 가시,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우리는 매 모임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
아니 여자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세상의 강요된 여성이라는 가
고 나눴지. 첫 만남이었던 오리엔테이션 모임에서는 페미니즘이 무
시 말이야. 내 몸이 자라면서 자연스레 가시도 자라게 되었지. 가
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다섯 번의 세미나를 차례로 이어갔
시가 있는 곳이 쓸려 가끔 따끔했지만, 아프진 않았어. 태어날 때
는데, 첫 번째 세미나에서 난 내 안에 있는 성별고정관념에 놀랐어.
부터 그곳은 가끔 따끔거렸기 때문에 그게 아픔이란 걸 몰랐던 거
생각해 보니 딸과 아들이 같이 뛰어 다니면 나도 모르게 딸에게
지. 하지만 이젠 알게 되었어. 따끔한 건 아픈 거고, 그건 가시 때
만 얌전히 있으라했어. 남자는 뛰어 노는 게 당연하고 여자는 얌
문이라는 걸 말이야. 슬프냐고? 아니. 난 오히려 기뻐. 이제 치료
전히 앉아서 놀아야 한다는 성별고정관념이 있었던 거야. 내 딸은
를 할 수 있게 된 거야. 서서히 가시를 내 몸에서 빼게 되면 난 자
활동적으로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아이인데 말이야. 아이들이 가
유로운 몸이 될 테니 말이야.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는’이라
정 먼저 접하는 사회가 가정이잖아. 그러니 가정에서부터 성별고
는 가시를 빼고 나면 진정한 내가 될 거야. 본연의 내가 보이겠지.
정관념이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지. 그래서 세미나에 참
이게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야.
57 I
세상을 바꾸는 학습
노원여성회가 「태백산맥」을 읽는 이유
당연히 나도 해야지라는 각오와 결심은 한치의 의심도 없 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7권의 장편을 읽어야하는 일 정이 겹치게 되면서 아쉽지만 태백산맥모임은 다음에 하 게 됐다. 왜 난 「태백산맥」을 읽고 싶어하는지 생각해보았다. 학
글 조은나 노원여성회 집행위원
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단군할아버지가 터 잡으신 후를 시 작으로 대한독립만세하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광 복을 맞이하고 나서 끝이다. 학교 교과과정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현대사는 내가 찾아서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가 없었다. 20대 초반에 제주도에서 몇 년 지낸 적이 있었 는데 제주4.3항쟁을 제주도 가서 그때서야 처음 알게 되었 다. 한세기도 지나지 않은 우리 역사인데 제대로 알지 못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또 일상에 묻혀 살아가다 보니 역사에 대한 마음이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큰아이가 학교를 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불쑥 불쑥 들어오는 질문에 당황한 적이 있다. 내 아이들의 질 문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내가 배워야겠구나 생각이 들었 던 과목이 역사였고 그중에 관심이 가는 부분이 현대사였
왜 「태백산맥」일까? 왜 노원여성회에서는 역사학습을 하는 걸까? 왜 노원여성회에서는 많고 많은 역사소설 중 「태백산 맥」을 읽는 걸까?
다. 아이 덕분에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지만 사실이다. 올해 초 드디어 기다렸던 태백산맥모임을 시작하게 됐 다. 책은 알라딘 중고로 구입해 틈틈히 읽고 있었다. 첫 시 간은 본모임을 시작하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왜 역
그리고 나는 태백산맥모임을 왜 하고 싶은 걸까?
사를 배워야하는지의 중요성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많은
「태백산맥」을 읽고 내가 얻는 건 무엇일까?
역사책 중 왜 「태백산맥」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줬다. 역사는 연속성의 법칙이 있다. 박근혜 정권 때
처음에는 호기심이 작용한 것 같다. 분명 노원여성회에
촛불항쟁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서 선택한 책이라면 이유가 있겠지만 그건 책을 읽어보기
우리는 지나온 과거인 역사를 알아야 지금의 정치·경제 상
전에 자세히 알기 힘들어 궁금증이 남아있었다.
황을 잘 알 수 있다. 몇 십 년 전 사건이 발생하는 사건을
2019년 상반기 노원여성회에서 태백산맥모임을 시작한
지금 문제가 된다고 싹을 도려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
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여성회 다른 지부인 영등포여성
다. 뿌리째 뽑아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인 것이다. 또한 과
회와 동서울여성회는 노원여성회보다 먼저 태백산맥모임
거를 모르고 미래를 얘기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자랄 때는
을 시작했다. 태백산맥모임 마무리는 「태백산맥」 배경이
교과과정에서 현대사를 알려주지 않는다. 우연일까? 의도
되는 전라남도 벌교로 태백산맥 문학관을 비롯해 「태백산
일까? 어떤 이유인지 알기 위해선 수고스럽지만 직접 찾
맥」에 나오는 곳들을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온다는 얘기를
아봐야 한다. 「태백산맥」은 일반 민중의 목소리를 많이 들
들었다. 그것도 아이들 없이 「태백산맥」을 읽은 여성들만!
을 수 있다. 나라의 어떤 정책이 시행하고 나서 그 당시 민
몹시도 부러웠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나를
중들이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잘 표현이 되어있어 역사의
하면 어설프게 안하는 여성회! 역시 마무리를 확실하게 하
흐름을 이해하기 좀 더 수월하다. 그래서 일반 역사책이
는구나 싶었다. 노원여성회에서 태백산맥모임을 시작하면
아닌 소설인 「태백산맥」을 같이 읽는 것 같다.
I 58
「태백산맥」은 총 10권으로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 나온 지형과 장소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
는 여순항쟁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부
만으로 흥분됐고 기행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하는 데까지를, 제2부는
코로나19 폭발적인 확산은 대구에서 불을 지펴주었고 태
여순항쟁 이후 약 10개월 뒤까지를, 제3부는 1949년 10
백산맥 문학관은 잠정휴관에 들어갔다. 결국 기행은 못 갔
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6·25전쟁 발발전후를, 제4부는
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 시기
올해 8월! 노원여성회 태백산맥모임 새로운 두 팀이 새
를 각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순항쟁 종결에서 휴전협정
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6월에 구로구로 이사를 가 거리
에 이르기까지, 이후의 한국 현대사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
는 멀어졌지만 노원여성회를 애정하는 나에게 36km는 물
대한 시기에 대한 소설인 것이다. 그 당시를 모르고서는
리적 거리에 불과하고 모임하는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총
지금의 정치·경제를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9명이 2팀으로 나뉘어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부운영자로
3개월 동안 10권 읽기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참석하게 됐다. 일 년에 「태백산맥」을 두 번 읽다니 무척
매일 「태백산맥」을 읽어야하는 살짝의 압박과 내가 한 시
이나 뿌듯하다. 전체 진행을 하면서 팀원들을 챙기고 인상
간 내 몇 페이지를 읽는지 체크하면서 모임날까지 시간계
깊은 구절을 체크하며 공유도 하고 서로의 생각들도 나누
산을 해 가능했다. 특히나 1권부터 3권까지는 등장인물 소
었다. 책만 잘 읽어가면 되는 팀원일 때랑은 매우 달랐다.
개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단계라 조금 지루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와 닿은 구절이 달라지고 명확해짐을 느
1부의 고비만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궁금해서라도 책장을
낀다.
넘기게 된다. 특히나 등장인물을 따로 메모하면서 읽는다 면 헷갈리지 않고 읽을 수가 있다.
장편소설 열 권은 혼자 읽으려면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 서로를 응원해 가며 읽는다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즉 태
모임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역사적 사건들도 알게 되
백산맥모임을 함께 하자고 하면 열 권을 어떻게 읽냐며 주
었지만 「태백산맥」은 민중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
저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 어렵지 않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역사모
이다. 여기에 더해 노원여성회 태백산맥모임은 여느 독서
임에 선정된 책이 「태백산맥」인 것 같다. 모임시간은 약 4
모임과 다르다. 각 회차별 역사적인 사건 정리와 민중들의
시간 가까이 되었지만 항상 토론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
삶을 다시 되짚어보는 운영자 해설과 토론을 통해 「태백산
아쉽다.
맥」을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태백산맥」을 보면
모임 회차가 지나갈수록 기행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
누구를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태백산맥」
져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두고 1박 2일이라는 첫 여행
을 다르게 학습하는 노원여성회 태백산맥모임. 그래서 여
이라는 자체가 걱정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가족들에
기서 만난 우리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특별한 관계를
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나의 의지를 꺽기
만들어 간다. 이런 감정과 관계를 더 많은 여성들이 느꼈
에는 부족했다. 국내 문학관에서 유일한 흑자를 내고 있는
으면 좋겠다. 「태백산맥」을 읽고 싶은 분들이라면 (노원여
문학관인 것이 궁금했지만, 설렜던 가장 큰 이유는 책에
성회에 가입하고)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K O O B T
ALK!
I 60
B o o k
T a l k
김지은입니다
사회 박미경 편집장 / 글 안현 기자
「김지은입니다」는 피해생존자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JTBC의 인터뷰, 즉 세상을 향한 첫 번째 말하기 이후 두 번째 말하기가 담긴 책이다. 그녀가 겪어내야 했던 기나긴 싸움, 변화한 삶,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녀의 입장이 궁금했던 사람들, 또 다른 김지은이 나오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 그녀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열 명 남짓 모였다.
미경 얼마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추행 사건이 큰 이
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어요. 처음 책을 펴자마자, 이건 혼
슈가 되었죠. 피해를 입은 여성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이
자 읽기보다는 같이 읽고 나누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책에 대해서 같이 읽고 특별히 토론하고 싶다는 분들이
었죠.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박원순 전 서울 시장, 오거
있어서 「김지은입니다」를 8월의 책으로 선정하게 되었습
돈 전 부산 시장, 안희정 전 충남 도지사까지 그 높은 자리
니다.
에 있는 권력자들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짓을 하지, 이해 가 안 되었는데, 그 집단의 조직 문화나 돌아가는 시스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와 소감에 대해 말해볼까요?
을 알게 되면서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문화 가진 조직이 있고, 문제의식 없이 일
주은 JTBC에 김지은씨가 나온 순간부터, 이 이름은 저에
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놀라웠고.
게 불편한 이름이 되어 버렸어요. 이 책이 나온 걸 알게 되 면서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했지만 미루다가 읽게 되었어
인기 저는 사실 이 사건이 불륜이라고 생각했어요. 안희정
요. 박원순 시장 사건도 그렇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까지
씨의 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서 김지은 씨가 팬
왜 이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날까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
심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했죠. 판결문을 읽고 슬비씨
다 피해자인 김지은 씨의 입장을 알고 싶었어요. 언론을
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 싶어서 구입
통해서 비추어지는 그녀의 이미지 말고요.
을 하고 읽었어요. 그런데 다 읽고 보니까, 이 책을 안 읽었 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김지은씨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용
슬비 선뜻 구입을 해서 읽을 생각은 못하고 아, 이 책이 나
기를 내서 미투를 한 것도 고맙고. 이 책을 내준 것도 고맙
왔구나. 딱 거기까지가 제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이번 박
고. 그런 고마움이 정말 큰 책이었습니다.
원순 서울 시장 사건을 보더라도, 피해자에 대해서는 비난 을 주로 하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경우는
문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전국의 수행비서들 전수조사 들어
거의 없잖아요.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어
61 I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떻게 이렇게 열악한 환경과 인권 유린의 현장이 존재할 수
변의 사람들 중에 권력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그들의 문
있나. 놀랐어요. 그런데 우린 다 모르고 살아 왔던 거죠.
화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가해자들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제왕적
충격적이었던 건 국가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의 원리, 구조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구나, 설사 성폭력을 저질러도 피
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어서 벌일 수 있는 거다, 하는 이야
해자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
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절대 권력을 향한 집단의 몰입이
운 상황이 되어 버리는 과정이 이렇게 전개되는 구나, 납
나, 조직을 배신하면 절대 안 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
득이 되었어요. 권력의 생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고
연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선거 운동을 하는 캠프들
나 할까요. 가족의 가족 생일, 온갖 잡일과 심부름까지 도
조직 문화에 대한 의심이 강하게 들었어요. 다들 비슷하지
맡아야 하는 건 꼭 행정 기관의 권력자가 아니라 아주 작
않을까.
은 회사도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다다 이 책과 김지은씨가 불편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진희 우리나라가 위에서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토대가 군
JTBC 인터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전 미투고발자라 하
사 문화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군대에
면, 서지현 검사처럼 당당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
서도 모든 사생활을 밑의 부하가 다 책임을 져줘요. 회사
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JTBC에서 본 김지은 씨는
나 군대나 똑같아요. 군인들이 군대를 나와서 또 회사를
제 기준과 너무 달랐던 거죠. 이 사람이 하고 있는 말이 맞
차리는 경우도 있고. 해방 이후 군인들이 권력을 굉장히
나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득권들, 회장들. 그런 문화에 젖
가진 프레임에 갇혀 김지은 씨를 바라본 게 아닌가, 어쩌
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어요.
면 그녀가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었어요.
미경 사실, 책을 보면서 상식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노동법으로 정해진 근무 시간, 최저
미경 저는 무엇보다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성폭력
시급, 시간 외 수당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노동자 김지은
피해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쓴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은
에서 이런 게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24시간 근무를 하는
데. 이렇게 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과 같다고 나와요. 참 충격적이었어요. 인권이 전혀 없
고요. 피해자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가 크게 다가왔어
구나 싶고. 박원순 서울 시장의 경우도 연결이 되는 부분
요. 어렴풋이 상상만 되었던 것들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그
이 있는데, 아무리 겉에서 성평등이나 인권을 존중하는 정
린 장면을 보면 놀랍기도 했고. 노동자 김지은 편을 보면
책을 펼친다고 해도, 실제 뒤에서는 인간의 존엄이 완전히
김지은 씨가 안희정 씨의 가족들을 일일이 다 챙기잖아요.
삭제되잖아요.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위 진보적인 단
남자 수행비서도 똑같을지가 궁금했어요. 여성 장관일 때
체에서도 암암리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남자 수행비서가 속옷을 챙기고 이런 일을 할까. 여성한테
그만큼 우리가 노력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몫이 있다는 걸
챙김의 노동이 더 가중되는 듯 해 보이기도 했고요.
느끼게 되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점을 나눠주세
인기 안희정 씨는 노무현의 남자로 유명했잖아요. 고 노무
요.
현 대통령을 존경했기 때문에, 안희정 씨도 좋게 봤어요. 대선, 경선 토론할 때 조금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슬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정도까지인지는 몰랐어요.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고 미
지, 권력자의 주변 사람들이 권력자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투를 지지하던 사람이 뒤에서는 노동법도 지키지 않고 제
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사실 책을 읽기 전엔 나나 내 주
왕적으로 군림한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안희정
I 62
씨는 차기 대선주자였잖아요. 만약에 김지은 씨가 밝히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안희정 씨의 민낯을 알게 돼 서 다행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지은 씨에게 고맙다고 생 각해요. 문 예전엔 안희정과 김지은, 개인의 차원에서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이것이 조직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 게 되었어요. 다다 저는 JTBC인터뷰를 볼 때까지만 해도 왜 성폭력을 당했을 때 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4번이 나 당할 이유가 없는데. 왜 이제 와서 미투를 하는 거지? 하고. 저도 예전에 대표님의 담배 심부름을 한 적이 있는 데, 그때 그게 문제라고 인식을 못했어요. 그 문화에 젖어 있었던 거죠. 지나고 나서야 그게 부당한 대우였다는 사
등 교육을 나갔을 때, 강사가 너무 놀랐데요. 자신에 대한
실을 깨달았어요. 김지은 씨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높은
조롱, 비아냥, 무시들. 수강생이 수업을 들은 걸로 해 달라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없고, 그의 위압에
면서 나가버리기도 하고. 아무리 필수 교육으로 만들고,
눌려 있는 기분, 김지은씨가 처한 상황들이 이해가 되었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들을 자세가 아예 되어
어요.
있지 않으면. 그러면 교육이 효과가 없나, 그럼 뭘 해야 하 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받고, 보다 민주적인 조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진희 일단 법을 강력하게 제정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 법이 너무 약해요. 교육이고 뭐고, 법을 먼저 제정하고, 유치원
은지 노동현장에 여성의 비율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
부터 젠더교육을 차근차근 하면 좋지 않을까요?
각해요. 위로 올라갈수록, 고위직이 될수록 거의 다 남자 잖아요. 그러면 남성의 문화가 지배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다다 제가 회사 생활을 할 때 놀랐던 건, 남자 선배들은 일
까 거기서 소리를 낸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요.
을 설렁설렁하고 담배 한 대 피고 이러다가 밤 11시, 이렇
만약에 여성이 대부분이고 남성이 소수가 된다면, 이런 문
게 늦게 퇴근하고, 여자는 안 쉬고 정말 열심히 일하다 정
제가 없을까. 또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시에 퇴근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일단 퇴근하는 시간
일단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집단이 어울려 일할 수
만 보면 누가 봐도 남자 선배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한 것 같
있는 노동 환경이 되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잖아요. 그래서 야근 없이, 근무시간을 반드시! 준수하고, 근무 시간을 다양화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슬비 일단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여성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어요.
요.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면서 50퍼센트 이상의 여성이 집 에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미경 민주적인 조직을 위해선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가 참 많죠. 또 다른 김지은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김지은 씨가 있었던 집단은
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교
워낙, 폐쇄적이고 위력이 작용하는 곳이라 바꾸기가 힘
육이잖아요. 그런데 7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들에게 성평
들 것처럼 보였고 이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
63 I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모임이나 단
다다 김지은씨가 일상생활을 아예 하나도 하지 못한다는
체나 조직 안에서 누군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면 불편해
부분을 읽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한국성폭력상담
하고, 또 적이 많아지잖아요. 그런 걸 감수하면서 목소리
센터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전화 상담이나 교육, 여러 가지
를 내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
지원으로 도움을 주고 계신 것 같아 저도 후원할 수 있는
이 들었어요.
방법을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피해 여성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내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방
우리 사회에 만연한 ‘피해자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요? 혹시 그 중 여전히 내 안에서 작동하는 고정관념, 나도 벗 어나지 못하고 있는 생각이 있나요?
인기 언론보도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깨달았어요. 양쪽의 입장들을 다 보고 판단해야하고, 진실을 보는 눈을
다다 저는 김지은 씨가 이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키우려면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
때, 누군가에게 말했어요. 그 사람, 이혼도 했대. 지금 생각
고, 그 내용을 확산, 확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는
해보면 정말 후회스러워요. 사실 이혼 경력과 사건은 아무
생각이 들었어요.
런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그 사실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쪽에서 일부러 찾아내고 퍼뜨린 거고, 저는 그걸 비판 없
슬비 사실 성폭력 피해자의 책 사진이나 내용, 젠더 이슈
이 그냥 받아들이고 쉽게 이야기한 것 같아서 반성했어요.
를 SNS에 올리면 이웃이 진짜 많이 떨어져 나가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싫어해요. 악플도 많이
인기 성폭력 피해자들의 옷차림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달리고. 그걸 감수하면서 올릴 것이나, 말 것이냐 선택을
냥 티셔츠에 바지 평범한 차림이었어요. 보통 피해자들이
해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다, 같이 나누
가슴이 푹 파진 상의에 짧은 치마, 술 취해서 돌아다닌다
면 좋겠다, 제 의견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제가 할 수
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
있는 한에서의 행동이 아닐까 싶었어요.
게 된 거죠. 그런 고정관념을 깨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주은 저는 이 책을 친정에서 읽었는데, 표지가 보이지 않게 미경 피해자한테 왜 성폭행을 4번 당했냐고 묻는데, 왜 가
덮어 놓고 읽었어요. 아버지의 성향을 아니까. 일단 젠더
해자인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느냐는 부분이 책에 나와요.
이슈를 이야기하게 되면 아버지와 부딪힐 것을 아니까 피
정말 공감했어요. 우리가 시선을 그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
하게 되더라고요. 가끔 내가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까. 그렇게 방향전환을 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
있고 책 안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요. 무
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엇을 행동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지은이가 지은이에 게>처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이와 공유하고 연대
미라 처음 김지은씨가 봤을 땐 왜 저렇게 당당하지, 좀 의
하는 것도 있는데. 내가 내 자리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한 부분이 있었어요. 피해자가 어떻게 저래 했는데. 지
무엇일까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겠다고 생각했어요.
금은 김지은 씨가 용기를 내줘서 정말 고맙고, 대단하고 감사한 마음이 커요.
진희 이건 견고한 사회적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 해요. 저희 집에 남자가 두 명인데, 꾸준히 스며들도록 교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지은씨에게 하고 싶은
육을 시키고 있어요. 두 명이 페미니스트까진 아니라도 기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래도 살아가고 있는 성폭력 생존
본적인 인권에 입각해서 생각하도록. 계속 그렇게 해 나갈
자, 세상의 모든 김지은을 위해 꼭 실천하고 싶은 나의 행동을
생각입니다.
나눠주세요.
I 64
언니들의 이야기 Sister's story
언니들의 이야기
드라마나 영화에 이혼이 빈번하게 출연하는 만큼, 한부모 가정이나 돌아온 싱글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 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의 이혼은 ‘고백했다’라는 기사로 접할 수 있다. TV에 출현한 당사자들은 ‘사실은..’으 로 이야기를 꺼내거나, ‘이혼을 숨기려거나, 숨기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같이 있던 출연자들의 눈썹 은 팔자(八)를 그리기 시작하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배경음악이 깔린다. “이혼, 너무 밝히고 싶었어요!” 라는 당사자 말이 무색할 만큼, 자막은 그 분위기를 맞받아친다. ‘너무 담담한, 갑작스런 고백에 말을 잇지 못하는...’ 자막이 내 머릿속을 떠나기도 전에 인터넷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아픈 가정사 고백, 5세쯤 부모이혼..” 할머니가 보호자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은 헤드라인과 달랐다. 가정사가 아팠거나, 아프다 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아픈’ 가정사라고 말했다. 가정을 유지하지 못함으로 생겨나는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데자뷰 같은 상황들이었다. 나는 작년 활동가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들은 남편과 가족관계에 대 해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 말은 많은 순간 ‘사실은…’으로 시작하 는 ‘고백’이 되어버려 난감했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그들의 태도는 나를 이질감 있 는 존재로 만들었다. 어떤 이들은 나를 동물원의 원숭이로 만들기도 했다. 그들은 신기한 듯 나에게 물었다. “벌써 결혼했어 요?”, “양육비는 받아요?”, “그럼 아이아빠랑 연락해요?”, “그럼… 생활비는 어떻게 해요?” 질문을 던진 사 람들 중에는 친하지 않은 지인뿐 아니라 얼굴을 처음 본 사람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대수롭지 않게 이야 기할 수 없었다. 그런 순간은 면접자리에서도 이어졌다. 나는 비밀을 털어놓은 입장이었다. 돌아온 싱글의 입장으로서 ‘고백’을 반복했던 나는 늘 마주쳤다.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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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했다. “사실은 한부모를 고백한다는 것이..” 말하는 순간 나도 ‘고백’이란 단어를 쓰고 있음
헤어짐은 왜 ‘고백’이 되어야 하는가
을 깨달았다. 내 마음은 요동쳤지만 나를 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사 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고백이 라고 표현하는 건, 이상한데…” 서둘러 주워 담 은 내 말의 어색함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미 디어에서 그려왔던 ‘이혼’과 ‘한부모’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었다.
글 강은지
우리는 ‘만남’을 결핍된 결합으로 여기지 않는 다. 안타까움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러나 ‘헤어짐’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에 비춰지 는 헤어짐은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드라마, 예 능, 기사, 유튜브의 많은 개인방송 등. 그로인해
위기, 고백을 감수해야 하는 특별한 ‘사건’으로
시청자의 나이가 따로 없고, 고정관념은 세대를
이슈처럼 만들어 버리는 우리 문화에 있지 않을
내려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하지만 ‘헤어짐’도
까? 우리는 왜 어떤 만남의 종결을 ‘고백’으로 만
하나의 모습이다. 만남과 함께 존재하는 순간
나게 되는지, 낯설은 시선으로 바라 볼 필요가
이다. 누군가와 가정을 이뤘다가 헤어졌다는 것
있다.
은 ‘아픈 가정사’도 아니고, ‘동정’으로 보아야 할 대상도, 그런 감정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 이가 ‘한부모 자녀’라고, 내가 ‘돌아온 싱글’이라
고백 (告白) [명사] 1.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고 당당하게 내뱉지 못하는 건, 나라는 한 사람,
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 2 [가톨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런 나의 말
릭] 고해 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으려고, 고해 신
을 안타까운 ‘고백’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 분
부에게 지은 죄를 솔직히 말하는 일.
NEWS
“사실은 한부모를 고백한다는 것이…”
67 I
언니들의 이야기
뭉클함과 뿌듯함까지 밀려왔다. 하지만 그 감정 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와장창 깨져버렸 다. 이유 없이 아기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를 안아서 달래고 또 달
나는 모성이데올로기를 버리기로 했다
래도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초 보 아빠, 엄마답게 아이가 왜 우는지에 관해 토 론했고, 배가 고파서 우는 것 같다 결론 냈다. 나 는 산후조리원에서 열심히 배웠지만, 당최 제대 로 되지 않았던 모유 수유 자세를 취해 젖을 물 리려 시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모유를 거부하며 계속 울기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아이는 직수를 거부하고 젖병 수유만 원하는 아
글 강혜미
이였다.) 결국 분유를 타기 위해 주방에 갔다. 하 지만 나는 분유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도, 만드는 걸 본 적도 없었다. 막막함에 하 염없이 개수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남편 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분유를 타지 않고 뭐 하 고 있냐는 남편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나 지금 뭐부터 해야 하지? 분유는 어떻게 타 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알아야지. 넌 엄마잖아.” 엄. 마. 그때 처음으로 엄마에게 요구되는 밑 도 끝도 없는 당연함을 느꼈다. 인체의 신비함 에 여성만이 임신 할 수 있다. 자궁에서 아이는 10달의 기간 동안 자란 후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면 여성은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 는 것이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모성이 뾰로롱 하고 나타나는 순간이다. 나도 아이가 태어나 면, 엄마가 그랬듯 자연스레 모성이 ‘짠’하고 나 타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무지하게도.
I 68
“나는 엄마다.” 첫 아이를 품에 안고 나서부터
나의 출산과 육아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가슴 가득 새긴 말이다. 나는 7년 전 첫째 아이
출산 혹은 임신과 동시에 모성이 발현되는 일
를 낳았다. 우리는 병원에서 4일, 산후조리원에
은 없다. 그저 나에게 보호해야 할 존재가 생기
서 13일간의 적응 시간을 가진 후 집으로 왔다.
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존재가 귀엽고 사랑스럽
둘만의 보금자리였던 집에 식구 한 명이 늘어
다. 더군다나, 24시간 나와 온 하루를 함께한다.
나니 묘한 행복감이 들었다. ‘이제 세 식구 알콩
그러니 사랑이 생긴 것이다. 내가 남편을 만나
달콩 행복한 추억을 쌓으며 살겠구나’ 생각하니
사랑이 커져 결혼해서 가족이 되었다면, 아이
는 가족으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다. 하지만 그 무게는 달랐다. 엄마가 육아만 전담하면 ‘남
‘넌 엄마니까 당연히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
편 돈으로 놀고먹는 여자’가 되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면
다. 나는 ‘엄마란 원래 다 그렇게 희생하는 존재야.’라는 말
‘아이 내팽개치고 일하는 매정한 엄마’가 된다. 우리 부부
로 내 능력을, 내 마음을 의심받는 현실에 갑갑해지기 시
는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함께 하지만 아이 문제로 상
작했다.
담을 하는 건 항상 엄마인 나다. 여전히 양육은 온전히 엄
유명한 스님이 말씀하셨다. 아이는 생후 36개월까지 무
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왜 육아는 당연히 엄
조건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난 출산 후 3개월 동
마의 몫인 걸까? 왜 사람들은 엄마들에게 이중적 잣대를
안의 휴가만 사용하고, 회사에 복귀했다. 그때부터 아이와
들이밀며 평가를 하는 것일까?
내게 꼬리표가 붙었다. 나에게는 ‘어린아이를 두고 회사에
계속되는 의문에 답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오는 매정한 엄마’ 아이에게는 ‘어린 나이에 엄마 보살핌도
나는 모성이라는 본능을 벗어나기로 했다. 아니, 나는 본
못 받는 불쌍한 아이’라는 꼬리표이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능적으로 모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 이렇게 말하는 게
않게 나에게 물어본다. “애는 어떻게 하고 출근을 해?”
정확하다. ‘길들어진 모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로 했다.
“어린이집 다녀요.”라고 대답하면 “아이고, 애가 너무 불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강혜미의 길을 가기로 했다.
쌍하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엄마랑 떨어져야 하
내가 아이에게 하는 사랑의 몸짓들을 모성이라는 이름으
고.” 이 말에 난 대충 얼버무리며 머쓱하게 지나친다. 무
로 포장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유년 시절 기억에 엄마
슨 말이든 보태어지면 상처받는 건 나이기 때문이다. “이
만으로 가득 차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이와 보내는
제 아이도 생겼으니, 책임감이 막중하겠어. 이제 진급해야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편도 그럴 것이다. 아이에게 아빠
지.” 남편은 아이가 생기고 회사에서 주로 이런 말을 듣는
의 자리를 빼앗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정은 버려
다. 여자인 내가 출산 후 회사에 갔을 때 들었던 말과 비교
진 모성 대신 끈끈한 가족애와 사랑이 가득할 것이다. 그
하니 어떠한가?
시간 속에서 나는 또 사회적 편견과 내 안의 가득한 학습
우리 부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우린 부모가 되었다. 남편은 아빠라는, 나는 엄마라는 신분이 하나 추가된 것이
된 편견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세상 에 단 하나뿐인, ‘강혜미다운’ 엄마이니까.
69 I
언니들의 이야기
봉화산을 반쯤 돌다가,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 다. 빈이는 봉화산 둘레길을 반만 돌아도 지친다. 체력이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들
안 되는 것이다. 아이가 체력이 될 때만, 산책도 가능했다. 봉화산에서의 새소리와 바람은 참으로 좋았다. 매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4월. 시간이 흐르니 벗꽃도 피었다. 봉화산에서 중랑천 장미공원으로 산책로를 바꾸었다. 벚꽃이 온 나무를 하얗 게 뒤덮었다. 하얀 나무였다. 가끔씩 새들이 꽃둥을 쪼아 꽃잎이 머리위로 떨어지면 그걸 잡으려 손을 뻗고는 했다.
글 하명란
아이와 걷는 동안 학생들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 10시경은 모두 실시간 온라인 수업 중이었다. 빈이 학교는 특수학교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안 되었다. 아이 랑 걷는 산책도 필요했다. 집에만 있다가 넘치는 에너지를 쓰지 못하니 층간소음도 문제가 되었으니까. 5월. 봄이 그렇게 오고 가는 동안 날은 더워지고 장미의
코로나19가 발발하고 난 뒤, 2월 봄방학을 기점으로 한
계절이 왔다. 장미를 보기 위해 더 기쁘게 산책을 나갔다.
달간 외출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 베란다 창으로 중
카메라 렌즈보다 우리 눈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알게 됐다.
랑천을 걷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봤다. 뉴스를 통해 사태
우리 눈이 배경을 만들고, 또 줌 기능도 가능하다는 걸 장
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시장을 보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방금 본 장미 색깔을 휴대폰
신랑에게 부탁했다. 처음엔 좋았다. 아들 빈이를 데리고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치료실과 복지관을 다니며 바쁘게 생활하다가 집에 있으
됐다. 주황, 분홍, 하얀색, 하늘색, 흑장미 등 어찌 그리 예
니 쉼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계속 뉴스에 집중하고,
쁠까. 눈을 뗄 수가 없다. 장미를 통해 본 세상은 달랐다.
사태를 살폈다.
장미를 가꾸는 작업 인부들의 손길은 더욱 정교했다. 장미
그러다가 집에만 있으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걷지
는 전보다 더 예쁘게 피었다.
않고 운동을 안 하니 고질병인 허리가 말썽이었다. 주변에
6월. 기다리던 등교가 시작됐다. 비록 하루 가고 이틀 쉬
서 봉화산을 추천했다. 둘레길도 잘 되어 있어 좋다고 했
는 거라도 등교하는 게 감사했다. 빈이와 나의 산책은 그
다. 바라보기만 했던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러고도 계속 됐다. 낮의 쨍한 날에는 걸을 수 없어 점점 늦
빈이는 마스크를 잘 써 주었고, 마스크가 내려 올 때마
은 산책을 하게 됐다. 낮 산책은 초저녁 운동으로 바뀌었
다 고쳐 쓰라고 얘기해주니 잘 따랐다. 밖으로 나가는 목
다. 중랑천 강변을 따라 걸으면, 강물에 어리는 가로등 불
적은 약속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걷기였다. 가는데 30분,
빛과 선선한 강바람도 좋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
돌아오는데 30분을 잡았다.
난다.
봄이 오고 있어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쑥이 먼저 눈에
어느 날 항상 되돌아 서던 지점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보
들어왔다. 쑥을 보니 시골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시골 가
니, 안 가 본 새로운 길이라 낯선 땅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
면 쑥도 캐고, 아버지도 볼 텐데 지금 상황에 움직이지 못
끼게 됐다. 망설이고 돌아서던 길을 더 걷는 건 나의 한계
하는 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혹은 두려움의 극복 같은 느낌을 주었다. 조금 더 나아간
봉화산에서 진달래를 보았다. 진달래에 마음을 빼앗겼
그 길은 빈이가 더 좋아하게 됐다. 단지 그 지점에선 산책
다. 연보라 빛 진달래는 한때 나의 최애 꽃이기도 했다. 진
로와 자전거도로가 라인 하나로 경계를 두어 빈이에겐 그
달래도 보고, 걷는 동안 봉화산에 대한 애정도 생겼다.
구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계속 그 라인 안으로 들어
I 70
가니, 자전거 탄 사람과 충돌 우려가 있어 잘 살펴야 한다.
다. 눈물은 나지 않고, 그냥 하늘을 향해서 울부짖을 수밖
학교와 치료실로 바쁘다 보니, 산책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
에 없었다. 내 모습은 드라마 속 김태희가 되었다. 그들이
았다. 아쉬웠다. 무리하게 이끌고 산책을 갔더니, 위기가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을 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가슴
왔다. 빈이는 산책로 입구의 벤치에서 30분 가량을 내 무
은 비명을 질러댔다. 죄는 부모인 내게 있는데! 욕하려면
릎을 베고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동
나에게 하지 왜 빈이에게 그러느냐고. 빈이를 왜 욕 하냐
안 혹 쓰러질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고! 죄 없는 빈이를 욕한다는 생각에 나는 분노했다. 이상
빈이가 이제는 걸음이 빨라져, 따라가기가 벅차다. 자
한 건 내가 그렇게 아주 크게 소리 지르고 욕하는데, 주변
신이 아는 길을 앞질러 가면, 나는 뛰어야 한다. 빈이는 걷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를 비웃기라도 해야 하는데
는 동안 그냥 즐겁다. 빈이의 마음은 즐거운 것이다. 소리
정작 사람들은 주변에 산책하던 사람들은 나를 그냥 보고
도 많이 낸다. 나는 아이 옆에 붙어 걸을 때는 소리에 신경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해서, 말도 삼켜진 걸까. 내가 보이
쓴다. 조용히 걸으며 산책하던 사람들이 빈이 소리에 놀란
는 모습을 두고 사람들이 아무런 말이 없어도 가슴속 분노
다. 놀라고 두려움에 아이를 경계하면 얼른 그 자리를 피
가 꺼지지 않는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다. 워낙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 나는 일일이 미안하다
장애를 가진 빈이에게는 죄가 없음을. 오히려 빈이에게 죄
고 말하기가 어렵다. 빈이 상태를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기
가 없음을 내가 인정하고 있었다.
가 쉽지 않을 때 나의 산책은 어렵다. 아이를 보고 피하거
그리고 나도 곧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나 집으로 돌아
나 아이를 보고 쑥덕이는 모습을 볼 때 내 마음은 어렵다.
왔다. 그리고 신랑에게 속상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조용
아이를 한번 보고 주변을 살펴 엄마를 찾는 사람에겐 설명
히 듣더니 딱 한마디 한다. 그래서 성인 장애인이 집밖으
한다. 아이가 자폐임을.
로 안 나오고, 잘 볼 수가 없다고. 그 얘기에 또 마음이 짠
그날은 마치 작정을 한 것처럼 연속으로 일들이 일어났
했다. 우리 빈이도 어려워지면 산책이 힘들어질까?
다. 자전거 도로를 걷는 빈이를 제지했음에도 빠르게 오는
내 안에서 갈등하던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시선 차이는
자전거 탄 아저씨와 마주쳤다. 처음엔 나에게 아이를 단속
무얼까? 어느 순간 그 차이를 알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지
하라고 말하더니 나중엔 앞서가는 빈이에게 그러면 안 된
금은 ‘삶의 질’과 ‘생존’이라는 거대한 차이에서 나는 갈등
다고 말한다. 빈이가 무반응하니 그 사람은 그냥 그 자리
한다. 나는 장애부모다. 내 정체성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를 떠났다. 빈이 소리에 놀라는 커플들과 그런 빈이를 두
인정이고, 생존에 가까운.
고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계속 스쳐 지나고 있었다. 산
중랑천을 아이랑 걸을 때, 보기 좋았던 것은 8마리의 새
책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면서 오고
끼를 거느리고 가는 어미 청둥오리였다. 이후로는 보지 못
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시선들을 만났다.
했지만 잘 자라고 있으리라. 자주 가다보니 중랑천 공원을
그리고 한 지점을 돌아 의자에 앉아 쉴 때였다. 빈이가
자세히 관찰하게 됐다. 다른 곳보다 조금 늦게 유채를 심
소리를 내니 옆에 앉아 있던 꼬맹이가 주먹을 쥐고 때리려
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밭을 가꿀 때랑 씨 뿌리는 거랑
고 준비 중이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왜 그런 자세를 취하
유채씨를 비둘기가 어떻게 달려들어 먹는지도 보았다. 그
느냐 물었다. 형이 이상해서 그런단다. 형은 장애를 갖고
유채가 꽃을 피우고 만개해 노랗게 바다를 이룰 때도 보
있을 뿐이야, 폭력을 쓰진 않아, 하고 말해 주었다. 그래도
았다. 좀 더 활짝 피울 줄 알았는데 산책을 못 오는 사이에
그 모습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감정을 떠올
유채꽃이 시들어 있었다. 다행인건 꽃은 시들었지만 꽃이
렸다. 빈이가 다 쉬었는지 자리를 벗어나 계속 걷는데, 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봤기에 그 모습조차 아름답다는 것이
번엔 어른 남녀가 걷다가 빈이를 두고, 속삭이듯 말한다.
다.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시대를
내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음에도 그 분들은 빈이를 두고 비
사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웃는다. 그때 나는 내 신경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 사람들 을 지나치고 난 뒤에 앞서 걸으며 하늘을 향해서 울부짖었
필요에 의해 산책을 하고 강변을 걷는다. 나는 길 위에 서 계속 걸으며 또 만날 것이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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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그림책
세상의 많은 미자언니에게 보내는 그림책 글 강혜미 기자
그림책을 읽는다고 하면 저에게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 아닌가요?” 그럼 저는 대답합니다. “아니에요. 한 번 읽어보세요. 아름다운 글과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져요.” 왜 그런 날 있지 않으세요? 한없이 무거워진 마음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 까맣게 타버린 마음이 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을 때요. 그럴 때 전 그림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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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그림책
제목 : 오, 미자! 박숲 글. 그림 출판사 : 노란상상
나의 한 페이지
제가 「오, 미자!」 그림책에서 고른 한 페이지입니다. 일하다 보면, 수많은 편견과 시선을 느낄 때가 많죠. 특히 “하필 왜 여자야?”, “아줌마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은 많이들 들어봤을 거예요. 그럴 때 어떠신가요? 저는
그림책 소개
이럴 때 오히려 투지력이 상승합니다. 편견을 깨주겠다는 투지력 말이죠.
「오, 미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노동자
이 페이지를 처음 봤을 땐 웃음이 났습니다. 씁쓸한 현실
이야기입니다. 건물 청소부, 전기기사, 스턴트우먼, 택배기
이 위트 있는 그림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죠. 두 번째 봤
사, 이사 도우미 일을 하는 평범한 다섯 ‘미자’의 노동 현장
을 땐 슬펐습니다. 편견에 싸우는 ‘미자’의 하루하루를 너
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이들의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
무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매운맛을
면 ‘오미자’ 열매와 많이 닮았습니다.
보여줘야 합니다. 그들의 편견이, 정말 편견임을 증명해야
활기찬 미자는 가끔 사람들의 찌푸린 시선에 쓴맛을 느낍
하는 ‘미자’이니까요.
니다. 피하지 않는 미자는 누군가의 차가운 말과 손가락질 에 매운맛을 보여 주고 싶을 때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의
함께 생각해봐요.
‘미자’들은 그 정도로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땀 흘려 일하는 내가 좋습니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격려해 주는
하루하루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미자’들을 보고 있자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얻는 달콤함에 오늘도 내일도 행복
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미자’의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자들은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땀
하루와 꼭 닮아 있기 때문이죠. 먹고 사는 게 바쁘다는 이
흘려 일합니다.
유로 옆을 돌아볼 시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이
그림책 「오, 미자!」는 힘든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렇게 쉬지 않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쉼이 필요합니다. 그래
이 세상의 모든 미자들을 위해 박수와 위로를 보내는 이야
야 내일을, 더 먼 미래를 달려갈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기입니다.
우리 ‘미자’들에게 어떤 쉼이 필요할까요? 당신에게 필요 한 쉼은 무엇인가요? 내가 하고 싶은 쉼에 대해 함께 생각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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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영화
50년 흘렀지만, 아직도 외면당하는 ‘투명인간’들의 외침 [리뷰]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다시 본 영화 <카트> 글 박미경 편집장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을 하고 있는 내가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영화장면이 있다. 바로 영화 <카트>에서 선희(염정아) 아들 태영(디오)이
TV화면에 초집중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알바비 못 받았을 때 잠이 안 오더라고. 억울해서. 엄마 가 내 억울함을 풀어줬어.”(태영)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편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노동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
의점사장(김희원)이 아르바이트비를 제대로 안 주는 것,
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
그리고 태영이 편의점 유리창을 깼다고 오해하고 폭력을
을 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을 했는데, 돈을 안 줬다. 그 억
행사하는 장면이다. 수업 중 자던 학생도, 딴짓하던 학생도
울함은 당연히 잠이 안 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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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서에 가게 된 태영과 편의점사장. 선희가 경찰 서로 달려오고, 편의점사장은 선희를 보자마자 소리친다. “긴 말 할 것 없고. 유리문 작살난 거, 나 오늘 영업 못 한 거, 전기요금, 수도요금, 싹 다 변상해!” 그리고 선희가 말하려는 찰나에 난 일시정지를 누른다. 학생들은 왜 지금 일시정지를 누르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 본다. 끊지 말고 계속 보여달라는 것이다. 나는 이 장면에 서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불편한지 묻는다. 그러면 전체 적으로 활발히 얘기하는 학생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 들도 있다. 그러나 얘기를 나눈 후, 편의점사장을 향해 선 희가 얘기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하나같이 다들 말한다. “와! 완전 사이다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시원하게 얘기하는 선희지만 처 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노동3권이라고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을 인용해 노동3권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단결권은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권리이고,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대표해 사용자 또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애환 그린 영화 <카트>
사용자단체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단체행동권은 노동 자가 사용자에 대항해 단체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영화 <카트>는 전태일 열사 44주기인 2014년 11월 13 일 개봉했다. 지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파업 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뤘다. 선희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뭐든 다 했고 5년 동안 벌점 한 점 없었다. 그런 선희에게 직장동료 혜미(문정희) 가 묻는다.
영화 속, 문자로 통보된 부당해고에 비정규직 여성노동 자들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혜미는 말한다. “혼자서 아무리 회사에 말해 봐야 씨도 안 먹혀요. 우리 그날 복도에서 봤잖아요. 우리가 한꺼번에 덤비니깐 최 과 장이 당황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해요.” 그 자리에 모인 마트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노동조합 가 입 신청서를 받아든다. 떨리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있지
“안 힘드세요? 날마다 그렇게 연장하시면...”
만,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
”힘들긴요, 어차피 마트일인데요.”
사측이 임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얘기를 듣고, 노동조합
자신의 연장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해도 선희는 마
에 가입하고 교섭대표도 선출한다.
트일이니깐 상관없이 모두 받아안고 일한다. 그런 선희에
그러나 회사측은 무시와 탄압으로 일관한다. 영화 <카
게 마트는 ‘정규직’을 약속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문자로
트>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회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통보된 부당해고’였다.
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 교 섭장에 나타나지 않는 모습,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체인력
우리나라 헌법에도 보장된 노조할 권리
채용으로 대응하는 모습, 경찰을 동원해 파업 참여 노동자 들을 연행하는 모습, 구사대가 농성장을 무자비하게 철거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3항에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
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 거
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제
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모습, 노동자들을 분열시
33조 1항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
키는 모습, 노동조합 위원장을 자극해 폭력을 유발하는 모
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습 등.
그래서 우리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영화 <카트>에서만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
75 I
여성노동
리가 현실에서도 이렇게 짓밟히고 있다. 법은 지키라고 있 는 것인데 말이다. 내 존엄이 짓밟힌다고 느낀 차별의 장면들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 여 성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하고 억울한 장면이 나오면 내 감 정 또한 함께 동화됐다. “반찬값이나 벌자고 나온 여사님들을 누가 꼬셔가지고, 참...” “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
칭이 ‘여사님’이다. ‘아줌마’든 ‘여사님’이든 듣기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마 트 직원은 회사측과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다. 그런데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에 노동하는 여성노동자를 그에 맞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첫 번째 불편함이다. 두 번째 불편함은 모든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 는데도 그런 의미를 담은 단어를 모든 여성에게 사용한다. 세 번째 불편함은 직업의 귀천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교수나 의사에게 여사님이나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그런 남성이 버는 임금은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비이고, 여성은 가족을 돌봐야 하고 그런 여성이 버는 임금은 반찬값 취급을 당한 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똑같이 일하는데 성별에 따라 차 별이 존재하는 모습, 우리 사회 성역할고정관념을 고스란 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여사님~”, “아줌마~” 보자마자 숨 막히는 듯했다. 소위 갑의 갑질 때문일까? 우리 사회에서 보통 ‘아줌마’라고 하면 결혼하고 아이가
갑과 을의 관계를 얘기할 때 갑에 대한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여성을 말한다. 그것도 의미 가치가 떨어져 비칭(卑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을이라고 지정하는 게 싫어지는데,
稱)에 가깝게 쓰인다. ‘아줌마’라고 불리면 불쾌해하는 이
우리는 항상 ‘을’이라니?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라는 것
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또 그 ‘아줌마’를 존대해 부르는 호
인가?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 ‘모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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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선언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배부하는 활동을 했었다. 그 때 아
했다. 2020년인 지금,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문장
파트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각 아파트 청소노동자
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휴게공간을 찾아갔는데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지하에 있 었다. 지하도 너무 어두컴컴해서 여기에 휴게공간이 정말
“무릎 꿇고 사과해!”
있나 싶을 정도의 의문을 품고 휴게공간을 찾아야 했다. 휴게공간도 인원에 비해 좁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당한 노동자, 존엄한 인간이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해 나가면서 이 사회와 회사의 부당함을 온몸으로 겪은 선희는 이제 이전의 선희가 아 니다.
바로 앞서 말한 갑과 을의 위치를 선명히 보여주는 대표 적인 장면. 여기에 을의 존엄은 없다. 부당하고 억울함은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냥 삼켜야 한다. 그렇다고 갑 의 존엄은 있는가? 누구 위에 군림하고 굴복만 시키면 되 는 존엄. 그 존엄이 우습다. “회사가 언제 말로 해서 들어준 적 있어요? 여기만 봐도 알 잖아요. 보일러실 옆에다 판자때기로 막아가지고. 난방은 안 되지. 여름에는 꼴랑 선풍기 두 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기 저 계산대에서 바보같이 일만 했 던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소리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 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외치는 저희를 좀 봐달 라는 겁니다. 저희의 얘기를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저희가 바라는 건 사람 대접 받는 거, 하나입니다.” 전태일 열사도 그랬다. 전태일 열사는 평화시장 노동자 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시청과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과 냉소뿐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죽음으 로써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렸다. 우리 동네 아파트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오버랩됐 다. 지난 6월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노원지역 아파트 청소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은 2020년. 지금은 어떠한가. 아직도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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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성평등주간의 유래와 진정한 기념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글 최경숙 기자
Ⅰ. 들어가는 말 2020년 9월1일부터 9월7일까지 일주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는 “성평등을 향 한 지금, 여기서의 한 발”이라는 표어로 25주년 양성평등주간기념행사, 연구발표, 유공자 포상, 대중매체 홍보 등을 실시 한다. 주간의 날짜가 갑작스레 변경되었다. 정부는 양성평등주간을 종전 7월에서 9월로 변경1)한다고 발표했다. ‘여권통문’2) 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동안 7월이라 행사를 할 땐 늘 무더운 날씨와 비 때문에 마음을 졸였는데, 그나마 올해는 전세계적인 질병 때문에 연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시적 변경이 아니라 확정이라 니 어리둥절하다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참에 더위가 한풀 꺾이는 선선한 날씨에 하는 것이 잘 된 것인지도 모르 겠다. 사실은 일 년 중 일주일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할 성평등 의식, 부족하지만 이 일주일만이라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성평등 의식을 향상하는 주간이 되기를 바라며 양성평등주간의 유래와 그 의미를 살피고 지역에서는 어 떤 행사가 필요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Ⅱ. 양성평등기본법과 UN여성폭력차별철폐협약 양성평등기본법(양평법)과 양성평등주간이 궁금하다. 일부에서는 이미 성별 간에 평등이 이루어졌고 오히려 ‘여성상위 시대’라는 못마땅한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시대에 이 법이 왜 필요할까? 양평법은 1994년 12월 통과되고 이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여성발전기본법(여발법)이 만들어진 후 20년 만에 전부 개정되면서 바뀐 법 이름이다. 14대 국회(1992~1996) 전체 299명의 의원 중 여성이 단 8명인 입법상황에서 ‘여성의 발전 도모’를 목적으로 여성 위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이런 법이 탄생했다는 것은 기적이다. 이런 법이 만들어져야할 이유가 있 지 않았을까?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 UN여성폭력차별철폐협약과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 국제적 기준에서 우리나라 성차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가 ‘국제여성헌법’ 혹은 ‘여성권리장전’이라고 불리 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EDAW,여성차별철폐협약)이다. 초안 작성에만 6년이 걸렸다고 하는 1)
여성가족부는 2020.8.27. 보도자료를 통해 변경을 발표했다.
2)
‘여권통문(女權通文)’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122년 전인 1898년 9월 1일 평범한 여성들인 이소사와 김소사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으로 당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여성의 평등한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이날을 기념하여 ‘여권통문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19.11.26.)하였다. * 소사(召史) : 나이든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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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약은 1967년, 여성차별문제만을 별도로 다룬 유엔 최초의 문서 인 ‘여성차별철폐선언’이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후 12년 만인 1979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1981년 9월부터 발표되었다. 법적구속력을 가진 이 협약은 성평등에 관한한 가장 근본적인 협약 으로 각국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전문 과 본문 30개 조로 구성되어 여성차별에 대한 정의 및 양성평등의 원 리, 국가가 취해야 할 조치를 밝히고 있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 적 분야를 포함한 어떤 분야에서도 성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는 것, 모성이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가정의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 기본 규정이다. 이 법에 따라 설치된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협약에 관한 세계 각국의 이행상황을 4년마다 보고받고 심의한 후 개선점을 권고하고 있다. 1999년 협약 가입당사국의 개인이나 단체가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 사항에 대해 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에 청원을 제출할 수 있는 진정절차를 포함한 선택의정서도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84년 국회의 비준을 받아 90번째 당사국이 되었고, 따라서 이 협약은 1981년 1월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 다. 정부는 1986년부터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여 심사받고 미비한 부분 을 지적하는 권고안을 받아오고 있는데 그 권고사안이 매우 많다. 그 리고 2006년 10월 선택의정서를 비준했다. 따라서 여성인권침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개인이나 시민단체도 유엔에 요청할 수 있음도 알아두면 좋겠다. 2018년 3월, 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여성차별 실태에 대해 53개의 최 종 견해문을 제시했는데 주요 권고사항은 2년 이내에 이행상황을 보 고3) 4)하도록 했다. 그 밖의 권고사항은 성매매부터 정치적 활동, 교육, 고용 등 다양한 분야의 차별 개선 방안으로 고위직 여성대표성, 형법 297조 (강간의 기준을 동의로) 개정 및 배우자 강간범죄화, 직장 내 성 희롱 관리, 탈북여성지원, 위안부피해자 배상 등이다. 현재도 성차별로 인해 발생되는 젠더기반폭력의 주요 이슈들이 망 라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의 이행상황점 검은 양평법 제11조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심 의·조정해야 한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되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 다. 실제 2018년 2월 제네바 유엔최고인권위원회사무소 본부에서 진 행된 심의에서 한국정부대표단이 위원들에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미 흡한 내용과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질타 받았다고 한다. 3)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2. 합당한 가정폭력범죄의 해결 및 처벌(상담조건 기소유예폐지 및 화해·중재를 통한 해결금지, 가해자의 법적처벌보장 등) 3. 온라인 플랫폼 및 유 1. 포자에 대한 상당한 경제적 제재 등을 포함한 온라인 성폭력 예방조치 강화 4. 예술흥행비자 제도의 모니터링 강화 및 임시체류비자취득제도 보완 등
4)
1985년부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된 국가보고서는 최근 2018년2월까지 8차례 심의 받았으며 2020년 3월18일, 8차에서 권고받은 이행사항을 UN위원회에 제출 하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20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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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성평등기본법 제정의 목적과 내용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1994년 12월30일이고 1996년 7월1일부터 발효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며 여 성단체에 의해 ‘마술지팡이’로도 불린 차별철폐협약이 여발법 제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CEDAW에 차 별을 없애기 위해 잠정조치를 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이 정책이나 법제정에 정부, 정당, 국회의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을 것 같다. 이렇게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생겼던 여발법은 미흡한 부분도 많았지만 여성발전기금이라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크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예산이 없으면 유명무실하다. 그런 여발법이 양평법으로 개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대의 변화이다. 양평법은 세계적으로 여성정책이 ‘성 주류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여 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하고자 한 것이다. 양평법이 국회 여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던 날, 한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여발법은 성평등의 촉진을 통한 성평등한 사회실현이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명칭이 여성발전 으로 되어 그 의미가 여성 편중적인 법으로 왜곡되기도 한다.”며 “기본법으로서의 방향 제시와 실효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교육열과 여성의 높은 대학 진학률로 개인적 차원의 여성발 전은 성과를 보고 있지만 그 실현은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사회문화에 가로막혀 있다”며 “문제해결의 초점을 여성발전에 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와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5) 실제로 국가는 위원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시정 권고를 받으면서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통계, 성인지교육, 국가성 평등지수 작성 및 공표 등 정책이 실시되고 있어6) 법적 근거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 법은(목적 제1조)7)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정책이 ‘성인지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이 목적은 기본이념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현이 가능하다. 3. 양성평등기념주간과 지방자체단체(노원구청) 양성평등주간의 법적 근거는 양성평등기본법(이하 양평법) 제38조이다. 제38조 ‘여성의 날과 양성평등주간 등’에 관하 여 1항에 ‘범국민적으로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기 위하여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중 1주간을 양성평등주간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올해 정부는 양성평등주간에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문화 확산, 성별영향평가 등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해 정부포상을 수여한다. 또 이 주간 중 하루를 ‘양성평등 임금의 날’로 정하도록 개정된 법(20.5.19)에 의해 「성별임금격차 해소 방안 토 론회」(9.3)를 연다. 이밖에도 ‘성평등과 코로나19 위기’ 주제로 ‘2020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9.3~4), ‘방역의 역사와 여성’ 주제로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9.4~)’,을 개최하고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9.3)한다. 지자체인 노원 구에서도 다양한 기념주간행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양평법에 근거하여 기념주간이 마련되었다면 그 법에 무엇이 담겨있는가도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기념 주간이 왜 필요한지, 진행되는 행사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중앙정부와 지자체, 특히 노원구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제2장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및 추진체계에는 여가부장관이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였 5)
뉴시스, 2014.4.25. 양성평등기본법, 여성가족위 소위 통과
6)
정부가 개선권고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많다.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강간을 판단하도록 한 형법 297조의 개정, 낙태비범죄화 등이다.
7)
목적(제1조) 대한민국헌법의 양성평등1)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을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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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를 위하여 5년마다 양성평등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국민이 양성평등 관련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하여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하였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서 여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경제포럼의 세계성격차지수(GGI)를 통해서도 여 성의 지위 수준을 알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나오는 통계들이 더 적나라하게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를 보면 실태조사를 통한 통계가 주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인 구청장에게 요청하고 싶다. 보다 세밀한 구(區) 관련 통계를 간편한 절 차로 접근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양성평등주간에 구의 관련지표들을 발표하고 홍보해 주길 바란다. 여기서 사족을 붙이자면 노원구 내의 젠더기반폭력 발생 통계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젠더기반폭 력으로부터 안전한지, 안전이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동네인지 알 수 없다면 언론에 관련 사건이 날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고 두려움에 떨지 않겠는가? 웬만한 통계는 통계청 사이트에 있다. 그러나 통계청이라고 모든 통계를 다 만들어 보 여주지는 않는다. 국가는 보여주기 불편한 통계나 자세한 지역통계는 안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친밀한 사이 에서 발생한 폭력이다. 그러나 지역 경찰서는 범죄현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통계가 궁금하다. 통계가 있어야 현실을 제 대로 파악할 수 있다. 부디 노원구는 젠더기반폭력의 자세한 통계를 작성하고 발표해주길 바란다. 둘째, 정부는 여러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전담인원을 배치하여 추진 기능을 강화하였다. 양성평등정책에 관한 중요사항 을 심의 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두고, 양성평등위원회에 양성평등심의위원회와 분과위원 회를 둘 수 있도록 하며, 중앙행정기관 및 시도에 양성평등정책책임관과 필요한 전문전담인력을 지정하도록 하는 등 양성 평등정책의 정부책임성을 강화하고 양성평등정책의 조정, 협력, 실행을 촉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1년에 2회 열리는 양성 평등위원회에서 과연 얼마나 내실 있는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CEDAW는 대통령직속을 권유하고 있다. 노원구에는 성평등 관련 위원회에 어떤 조직이 있는지, 기관들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위원들은 어떤 자 격으로 선정이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권한의 유무, 그들의 말이 반영 되어야만 하게 만들 시스템, 적절한 인물이 아닐까?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노원구 인권위원회 등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학교를 품고 있는 구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도 매우 궁금하다. 셋째, 고용에 있어 국가와 지자체는 관리직 목표제를 비롯하여 정책결정과정, 공직, 정치, 경제활동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라고 하였다. 노원구 행정조직에서 여성 공무원의 현황 이 궁금하다. 직종과 직급에 따른 성별 비율이 궁금하다. 구청에서 여성의 승진 대상과 승진 비율도 궁금하다. 구의회가 이 러한 내용을 보고 받아 파악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넷째, 언젠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에서 개최한 보고회에 참석하였다가 깜짝 놀 란 적이 있다. 활동가가 직접 발로 뛰면서 확인하여 그린 서울 동북5구 성매매 가능업소 밀집지역 지도에 노원구의 한 지 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사는 동네와 가까웠다. 평소 지나다니는 길이었다. 1~2년 지났으니 그 지역이 어떻게 변했을지 모 르지만, 아직도 그런 곳이 있다면 매우 큰 문제이다. 성매매는 불법이다. 이 불법을 구청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법은 국가 와 지자체의 성차별 금지를 위한 시책마련 노력 조항을 신설하여 ‘성차별 금지’를 기본법 차원에서 강조하고 성폭력·가정 폭력·성매매 범죄의 예방 및 성희롱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토록 명시했다. 올해 코로나로 연기되었기에 양성평등기념주간행사의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 만일 행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법의 취 지에 맞게 구청에서는 관련 내용들을 확인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Ⅲ. 양성평등주간에 바란다 지금까지 양성평등기본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양성평등주간에 대해 알아보고, 올 기념행사에서 노원구가 보여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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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행사의 방향을 이야기 해보았다. 굳이 여성의 날을 만들고 기념주간까지 만드는 것은 그 필요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주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 나가야 할까? 소박하게는 법명이 바꾸어지길 바란다. ‘성평등’기본법이 아닌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양성평등이라 쓰지만 성차별로 읽 히기 때문이다. 영어로 성평등을 ‘Gender equality’로 쓰면서 왜 우리말로는 양성평등으로 적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남 성과 여성 둘밖에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음이 아쉽다. 여가부가 말한 양성에서 성소수자는 분명 빠져있다.8) 성의 숫 자가 문제가 되지 않는 날로 인식이 개선되어 나가면 좋겠다. 양성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양성’을 언급하는 순간 성별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성차별 이 다 해소되지 않았는데 양성 간의 평등을 끄집어냄으로써 벌써 양성 간에 평등이 이루어진 것처럼 착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젠더9)에 기반한 폭력(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성희롱 등)10)의 95%이상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이다. 양성이 평등해졌다면 왜 아직도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이 80%가 넘고, 최근까지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서는 어찌하여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여성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개선 권고를 내리고 있는가. 양평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자. ‘성 주류화’는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전 과정에 걸쳐 젠더 관점을 통합해 결과적으로 남성지배적 주류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정책의 핵심전략이다. 그런 데 양평법은 “성주류화 전략의 목적인 젠더관점에서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사회전반의 권력관계에 가림막을 쳤다.” “기존 의 불평등한 성역할과 권력관계는 그대로 둔 채 성비균형이나 남성의 참여에만 집중했다.”(박진경)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권리로서의 성평등, 평등한 주체로서의 여성에 대한 인정, 성 주류화 등에 대한 관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성적지향에 기반한 인권침해 금지결의안을 통과 시켰고, 한국 역시 찬성투표 를 했다. 국제법도 무시하고 시기상조라며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으로 규정하며 기계적 평등과 ‘남성참여’에 집착하며 불평등한 권력관계 변화를 위한 목적을 상실했다.”라는 비판도 받았다.11) Ⅳ. 나가며 양평법에는 성희롱 조항도 있다. 제1장 총칙 제3조 2항12)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성희롱이 멈추지 않고 있 다. 이는 법이 만능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양성평등주간에는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태를 드러내보자. 그리고 성차별적 인식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보 자. 성평등 사회를 위해 주변 곳곳에 스며있는 생활 속의 성차별 제도와 의식·관습·관행을 인식하여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 이고 이를 바꾸기 위한 실천방법을 찾아보자. 지자체인 노원구는 구조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 보자. 성차별 없는 사회는 모든 성이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이 될 것이다.
8)
2015년 8월, 여가부는 양평법에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거나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전시 성평등조례의 성소수자 관련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였고, 대전시 의회는 이 조항을 삭제 하였다.
9)
젠더란 ‘사회가 성역할에서부터 신체적 외형에 이르기까지 ‘남성적’ 또는 ‘여성적’이라는 개념에 부여하는 사회적 태도와 기회, 관계 등에 관한 것이다’(UN 여성문제에 대한 사 무총장 특별자문관실(OSAGI, 2006). 성별을 이분화 하여 부당하게 규정지어진 성역할은 성차별과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10) 젠더기반폭력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권력불균형 등 성별위계와 관련 있다고 보고 채택된 개념. 가정, 지역사회, 공공장소, 직 장, 여가활동, 정치, 스포츠, 보건서비스 및 교육환경 등 공적이든 사적이든 인간 상호작용이 있는 모든 공간과 영역에서 발생한다(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반권고 No. 35, 11) 2015.11.27.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단체, 소수자인권단체 개최 ‘성평등 정책, 이론, 운동의 방향과 미래’ 토론회 발언 들, 베이비뉴스 2015.12.15. 재인용 12)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지자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 로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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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성별에 따른 권력 불균형과 성차별적 사회구조 성격차 지수
• 153개국 중 108위(GGI, 세계경제포럼, 2019)
유리천장 지수
• OECD 29개국 중 29위, 8년째 꼴찌(이코노미스트, 2020)
여성 국회의원
• 20대: 17%, 51명, 193개국 중 125위(국제의원연맹, 2020.3월 기준) • 21대: 19%, 57명(전체 300석),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
정부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 339개 중 여성 기관장 10.9%(2019.4.10.기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 중앙행정기관 35개 주무부처 산하 공공기관 중 여성 기관장이 한 명도 없는 부처는 21곳
행정부 국가공무원 중 여성
• 50.6%, 중앙행정기관 여성 국실장급(고위공무원) 5.5%, 과장급(3,4급) 16.0%. 인사혁신처, 2019인사혁신통계연보 (2018년 기준). 행정부소속 일반직 국가공무원으로 연구, 지도, 우정직, 전문직, 외무, 별정, 일반임기제 제외
중앙행정기관 소속 정부위원회 여성비율
• 40%를 의무화 하고 있으나 43개 행정기관 중 모든 개별 정부위원회의 법정기준(40%)을 지킨 기관은 13개뿐, 2019년 기준, 여성가족부 ‘중앙행정기관 위원회별 여성참여 현황’, KOSIS 사이트
공기업(35개) 임원 중 여성
• 1명(0.6%), 2018년 기준, 2019.2.13. 발표, CEO 스코어(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
• 3.60% • 여성임원이 0%인 기업 62%(310개사), 여성가족부 발표 2019.7.25.
여성경제활동참가율
• 52.7%, OECD 36개 회원국 중 23위(2018년 기준) • 남성 73.7%, 세계 6위/남녀경제활동참가율 격차 4번째 큰 세계 33위
여성고용율 (15세 이상, 취업률)
• 50.4%, 남성은 70.8%, 여성가족부,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 41.5%(367만명)/남성은 26.3%(293만명) • 여성비정규직 중 53.6%가 시간제 근로자/남성은 25.1%
남녀 임금격차
• OECD 36개 회원국 중 최하위(34.1%), 2018년 기준, 18년째 꼴찌 • 여성임금은 남성의 65.9%, OECD 회원국 평균은 13.2% • 남성이 100만원이면 여성은 66만원 받는 것과 같음. 날짜로 계산하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위해서는 5월 6일까지 84일 동안 무급으로 더 일해야 함을 의미. 내년부터 양성평등주간에 성별임금격차실태를 알리기 위해 ‘양성평등 임금의 날’을 제정해 성별임금통계를 공표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비율
• 35.3% OECD 32개 회원국 중 32위, UN노동기구(ILO),19.3.8발표 • 남성은 14.3% OECD 32개국 중 14위
점수조작으로 여성지원자 탈락시킨 기업
• KB국민은행, 하나은행,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탄공사, 서울메트로 • 2017~2019년 보도자료
직장 내 성차별
• 직장 내 성별직무분리 49.3%, 성역할 분리(음료, 다과 준비는 여직원)44.3%, 여가부, 2016, 제1차 양성평등실태조사 (첫 실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
• 맞벌이 여성 하루 평균가사노동시간 남성의 4.8배(여성 3시간 14분, 남성 40분), 통계청, 2016년 일·가정양립지표 (2014생활시간조사기준) • 노동시간은 남편이 아내에 비해 1.3배 김. 주중 가사시간은 아내가 남편보다 7.3배, 육아시간은 3.5배 많음. 주말은 가사 노동시간4.3배, 육아시간은 1.7배 많음, 2019,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 (2017년 기준)
• 시사토크 여성진행자 10%, 뉴스 인터뷰 대상자 중 여성 전문직 비중5.8%로 남성20.8%에 비해 낮음. 드라마 속 여성전 문직 비율 21.1%로 남성 47.0%보다 낮아 성차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음(18.5.2발표)
친족에 의한 살인사건
• 2018년, 동거하는 가족에 의한 살인사건 피해자 183명, 검찰청, 2019범죄분석 • 동거하지 않는 친족에 의한 살인사건 피해자 40명 • 친족에 의한 살인사건은 ‘18년 발생한 살인범죄 중 25.5%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함
가정폭력사범 처리 실태
• 가정폭력사범 39,188명 중 검찰 기소율 10.6%(4,168명)/구속률0.8%(294명)/ 불기소 48.4%/가정보호사건 송치 36.4%, 법무부 국회제출자료, 2018년 기준
애인에 의한 살인사건
• 피해자 68명, 데이트 폭력범 구속 3.8%, 검찰청, 2019범죄분석
스토킹 신고
• 1년에 5,416건(18.6~19.6), 이 중 10%정도(583건, 2019년)만이 검거됨. • 19년 스토킹 검거 건수(583건, 583명) 중 정식재판 회부 1건, 벌금 10만원 부과 23.2%, 범칙금8만원 부과74.6%, 경 찰청 국회제출자료
불법촬영
• 8년 만에 5.1배 증가(10년 1,063명→18년 5,414명) • 불법촬영 가해자 96% 남성 /기소 46.9%, 구속 3.8%, 검찰청 2019범죄분석, 18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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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1월 25일~12월 10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글 박미경 편집장
서울시동북권지역 젠더의제 활동가들은 2017년부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에 공동현수막 게시, 공동 교육 및 캠페인 등 공동행동을 해 왔습니다. 올해도 공동행동을 진행했는데요. 매년 해 오고 있는 공동현수막을 게시하고,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인 상황을 감안해 대면 캠페인이 아닌 비대면 온라인 행동으로 관련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정신을 잇는 서울시동부권지역 젠더의제 활동가들의 공동행동을 ‘깨다’에 담았습니다.
I 84
서울시동북권지역 젠더의제 활동가들의 공동행동
85 I
이 법은 꼭 알자
여성폭력방지기본법과 피해자 보호 글 최경숙 기자
이에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방지 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 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함(제1조)을 목적으로 여성폭력 특수성을 반영한 피해자 지원시스템 및 일관성 있는 통계구축, 교과과정 내 폭력예방교육을 통 한 성평등 의식 확산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정책의 실효 성을 높이려 이 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법은 여 성폭력방지정책의 추진을 통해 모든 사람이 공공 및 사적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약칭 여성폭력방지법)은 2018년
영역에서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12월 24일 제정되어 2019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발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폭력없는 사회를 이루는 것을
효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이 법에 대해 낯선 사람들
기본이념(제2조)으로 하고 있다.
이 많은 것 같다. 성역할고정관념과 성불평등한 권력관계 에 의한 성차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
○ ‘여성폭력’에 대한 정의
이 난무하는 시대와 사회에 이런 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
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비록 아직은 불완전해 마음에
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미흡한 점은 있지만, 우리가 이 법을 제대로 알고 개정을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
요구한다면 보다 나은 법으로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밖에 친밀한
를 가져본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피해를 당하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
고 있거나 당했던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지원 받을 곳
(제3조). 이 법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별에 기반한 폭
이 있고, 지원 받는 것이 당당한 권리임을 알리고 싶다.
력이고 범죄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젠더기반폭력은 현 행법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이 포함된다.
○ 법 제정이유
그런데 이 법은 더 나아가 지속적 괴롭힘 행위, 이른바 ‘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인해 여성들은 일상생활에
토킹’과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즉 데이트폭력 등을 포
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
함하고 있다. 아직 스토킹처벌법과 데이트폭력 관련법이
롱,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스토킹)와 그밖에 친밀한 관계
제정되지 않았음을 볼 때, 이 조항은 아직도 친밀한 관계
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 디지털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에서 발생하는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각종 범죄로 많은 여성이 두려움을 경험한다. 그러나 여러
법적으로 완전히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데
사건에서 보듯이 아직도 국가는 그러한 범죄에 대해 제대
이트’라는 미명이 범죄성을 약화시키는 데이트폭력, 이제
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는 데이트 대신 ‘교제’라고 쓰자.
1)
1)
I 86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 법제정의 이유에서 재구성
이런 큰 의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내 이
법의 정의조항 문구가 수정되길 바란다. ‘성별에 기반한 폭
이기에 그렇다.
력’(젠더기반폭력)으로.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면 되지 굳이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쓴 이유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 여성폭력 발생현황 등에 관한 통계(실태조사)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가족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폭력으로부
한편 ‘여성폭력 피해자’의 범위는 여성폭력 피해를 입은
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누려야 할 권
사람(당사자)과 그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 직
리가 있기에 모든 사람은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
계친족 및 형제자매까지로 피해자 주변인의 피해도 적지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
않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치단체(지자체)는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지 원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2차 피해’ 또 하나 다른 법에서는 찾을 수 없고 이 법에서만 명시
이에 여성가족부장관은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되어 있는 조항이 있다. 바로 2차 피해. 성폭력, 성희롱 등
지원정책(이하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용어
수립해야 한다. 또 관계법률에 따른 성폭력, 가정폭력, 성
이다. 이 법에서 처음으로 ‘2차 피해’를 명시했다.
매매,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여성폭력에 관해 여성
‘2차 피해’란 여성폭력피해자(이하 ‘피해자’)가 수사·재
폭력실태조사를 실시해야한다. 3년마다 실시하여 그 결과
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를 발표하고, 이를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
모든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말하며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여성폭력발생현황 등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
에 관한 통계(이하 ‘여성폭력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
위해 정기적으로 수집·산출하고 공표해야 한다. 이 조항들
로 인한 피해를 포함)이다. 그리고 사용자로부터 폭력 피
은 통계를 산출해야할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당한 것을 말한다.
2)
정책을 만들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고 통계는 주요한 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나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도
표가 된다. 실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또 다른 불이익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못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통계가 부족했다. 그런 통계를 제대
한다는 통계가 있다. 가해자가 잘못 되는 것을 안쓰러워하
로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걸 제대로 드러내
고 걱정하면서 반면 피해자가 고통받는 것은 외면하면서
보자.
도리어 피해자에게 자책감을 느끼게 하는 비난이 심하다
지금까지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폭력통계는 소위 ‘암수
는 의미이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닌 데도 말이다. 다른 피
통계’라고 하는 말이 있었다. 드러난 것보다 숨겨진 피해가
해를 본 사람에게는 왜 당했냐고, 어떻게 처신했길래 당했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신고하지 못하고 있
냐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젠더기반폭력 피해자에
는 사람이 더 있다는 의미이다. 국가는 피해자들이 왜 그
게는 또 다른 피해가 덧씌워지는가. 슬프게도 왜곡된 통념,
럴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성차별, 불평등한 성별권력으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 ○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권 2)
사용자의 불이익조치는 다음과 같다.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그밖에 부 당한 인사조치 3)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의 차별과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5) 교육 또는 훈련 등 자기계발 기회의 취소, 예산 또는 인력 등 가용자원의 제한 또는 제거, 보안정보 또는 비밀정보 사용의 정지 또는 취급 자격의 취소, 그밖에 근무조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차별 또는 조치 6) 주의 대상자 명단 작성 또는 그 명단의 공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 언, 그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 7)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 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 8) 인허가 등의 취소, 그밖에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행 위 9) 물품계약 또는 용역계약의 해지, 그밖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조치
리(피해자 보호·지원) 피해자에게는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구제, 보호, 회복 및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와 성별, 연령, 장애, 이 주 배경 등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 리, 그리고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위 해 국가와 지자체는 피해자에 대한 상담, 의료제공,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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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꼭 알자
금 지급, 법률구조, 취업 관련 지원, 주거지원, 취학지원 및
PS. 주변에 함께 해줄 지지자원이 있음을 꼭 기억해주면
그밖에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좋겠다. 둘러보면 우리 동네에도 함께 의논해 줄 단체나
있다. 피해자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사람들이 있다.
률」,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
노원에는 노원여성회가 있고, ‘깨다’를 만드는 사람들이
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보호·지
있다. 옆 동네에는 서울동북여성민우회가 있고 더 넓히면
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성단체에서 당당한 여성의 삶을 위해 상담을 하는 곳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른다면 전국 가정폭력상담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위탁해서 운영되고 있
소·성폭력상담소·여성긴급전화 1366 등에 전화하면 자세
는 상담소도 있다. 학교에는 위클래스가 있고 서울시교육
하게 안내 받을 수 있다. 폭력을 당하면 신고를 하는 것이
청에는 성평등팀과 성인권 시민조사관이 있다. 각 직장에
중요하지만, 망설여진다면 상담소에 먼저 전화를 걸어보
는 성고충처리위원회가 있다.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는 것도 좋겠다. 저녁이라면 아침이 될 때까지 참지 말고
긴급피난처도 있다. 피해자보호시설(청소년, 여성, 가족 등
1366으로 전화를 하면 된다.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
이 갈 수 있는 쉼터)도 있다.
하다. 당연히 상담은 무료이다. 피해자 보호는 국가의 의 무이기 때문이다.
젠더 기반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이제는 참지 말고 이야 기 해보자. 어디서? 여기서!
○ 나가며
•청소년상담 : 1388(사이버상담도 가능)
이 법의 의미는 우리나라 법에 성별에 기반한 여성폭력
•여성긴급전화 : 1366 (국번없이, 또는 지역번호 +1366)
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비록 제3조 1항에서 여성폭
(사이버상담도 가능)
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폭력’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젠더
•대한법률구조공단 : 132
기반폭력’(gender based violence)의 초점이 ‘여성’에 대
•경찰민원실 : 182
한 폭력으로 비껴감으로써 ‘여성’만을 위한 법이 되는 것처
•경찰신고 : 112
럼 비춰지게 만들어진 점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 02-735-8994
법으로써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다른 법에서는 찾아볼 수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 02-2263-6464~5
없는 ‘여성폭력’이 정의되었고 ‘2차 피해’란 용어가 적시되
(가정폭력·성폭력·성희롱·데이트폭력 등)
었고 처음으로 ‘여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 02-338-5801
이 법에 의해 여성폭력추방주간이 만들어져 올해 제1회 여성폭력추방주간이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렸 다. 제20조에 ‘국가와 지자체는 관계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여성폭력추방주간을 운영해야 하며 이는 성폭력추 방주간, 가정폭력추방주간, 성매매추방주간과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에 근거한 것이다.3) 이런 기념일이 왜 있게 되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해보자. 단지 하나의 행사로 무심 히 넘기지 말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자. 그 날들이 우리의 권리와 안전이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지는 않은지, 혹시 내가 피해자는 아닌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3)
I 88
성매매추방주간은 9월에 따로 진행됐다. 정부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6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매년 9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을 ‘성 매매추방주간’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무료!)
내 삶의 든든한 언니들의 연대
노원여성회를 소개합니다 노원여성회는 서울여성회 지부 노원여성회입니다. 서울여성회부터 소개하면, 서울여성회는 서울지역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공동체로, 여성이 있는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이에 삶터와 일터의 주인으로서 여성들의 자기 성장, 모두가 살기 좋은 서울 만들기, 소외된 계층에 대한 사회적 연대 실천, 평화 실현 및 폭력과 전쟁 없는 사회 만들기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여성회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들의 자아실현 및 성평등 의식 확산을 위한 교육사업 ▲여성의 권리 신장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성정책 연구 및 의제 개발 활동 ▲여성들의 문화 역량 개발 및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문화사업 ▲평화와 통일,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실천 사업 ▲이 외 서울여성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원여성회는 서울여성회의 이러한 목적과 사업에 맞게 노원지역에서 다양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활동 : 성인권 교육활동가 양성과정, 교육활동가모임,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 서울여성아카데미 in 노원 정책활동 : 젠더거버넌스 현장정책제안활동 조직활동 : 아파트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모임 조직 및 운영, 우리 동네 여성노동자들 옆 대나무숲 운영, 청소년 나다움 프로젝트 진행(청소년 페미니즘 캠프 및 모임 운영) 홍보활동 : 노원여성회가 만드는 페미니즘 잡지 ‘깨다’ 제작, 노원여성회 뉴스레터 제작 및 블로그 운영 회원활동 : 전체모임 ‘모두의 자리’, 월례모임 ‘월간 숨’ 성장활동 : 태백산맥모임, 역사모임, 여성주의모임 등 각종 세미나, 회원성장캠프 소 모 임 : 언니들의 그림책, 책과 영화로 보는 여성인권, 수수한 언니들, 영이와 함께 떠나는 맛집여행 네트워크 : 서울시동북권NPO지원센터 젠더의제 워킹그룹,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노원마을공동체네트워크, 노원공동행동, 노원희망자람네트워크, 우리만나 <노원여성회와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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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푸는 십자풀이 노원여성회에 대해 알아보고 시사상식도 알아볼 수 있는 십자풀이를 준비했습니다. ♥의 부분을 잘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 010-5275-1470(조은나 노원여성회 집행위원)으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선착순 다섯 분에게 노원여성회 행사 및 소모임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 3장을 드립니다. (프리패스권은 노원여성회 월례모임 ‘숨’, 소모임 ‘언니들의 그림책’, 소 모임 ‘수수한 언니들’입니다. 프리패스권 유효기간은 2021년까지입니다.) 정답 힌트 : ♥♥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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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4 ●●●●●●●이란? 성적인 문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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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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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임승수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은
4
마르크스의 ●●●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
4
록 강의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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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선생님의 ●●●● 이야기’를 같이 읽고 있습니다
7 6
6 노원여성회에서는 여성주의 세미나 교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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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7 서울여성회 뉴스레터 이름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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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의 투쟁 실화에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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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을 둔 영화는 무엇일까요?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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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었던 루스 베이더 ●●●●의 실화를 바 탕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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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대●●기업처벌법이란? 사고 발생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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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재 발하지 않도록 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이 법의 주된 취
15 14
9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미국 대법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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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니다. 11 노원여성회 소모임 중 한 달에 한 번 동북권
지역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는
18
소모임 이름은 무엇일까요? ●●와 함께 떠 나는 맛집기행 12 14회 서울여성회 문화축제 슬로건은 “●●
●, 그 다음 페이지 당신이 받았던 ●●●을 넘어서다.”입니다.
가로 낱말풀이
성되어 있습니다. 광복 후 한국전쟁까지 3
13 ●●●●●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년의 근현대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노원여
요? 국가가 임신, 출산, 양육의 주된 역할을
1 포괄적●●금지법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성회는 이 모임 마무리를 1박 2일 기행으로
하는 여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법으로 결
이루어지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 예방
하고 있으며 벌교에 문학관이 있는 이 소설
정을 제한을 해온 것이며, 장애여성과 비장
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겪고 있는 사회적 소
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
애 여성의 차별과 임신중절의 음성화도 문
수자들에 대한 구제를 포함하는 기본법입 니다. 2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로 총 10권으로 구
I 90
3 서울여성회 지부는 영등포여성회, 동서울여
제입니다. 또한 임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성회, 노원여성회, <●●●●>(서울여성회
데도, 남성은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도 논
페미니즘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구성되어
란이 되고 있습니다.
14 여성들은 여성의 진정한 참정권을 위해 얼
5월 28일 ●●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됐
12 ●●●●●●이란? 성별간의 불균형에 대
고 기존의 여성주간에서 ●●평등주간으로
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15 서울여성회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
●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여성회는 대한민국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주간으로, 이
하며,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 관련 사
성교육 교재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100
기간에는 25개 자치구별로 각종 기념행사
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
권정도 선정해 37명의 모니터링단이 분석
가 진행됐으며 매년 7월 1일~7일이었으나
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9월 1~7일로 바뀌었습니다.
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동안 투쟁을 하였나요? ●●●년
16 82년생에 태어난 주인공은 모두가 알지만
5 “네가 밤늦게 다녀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13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1일 14시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들려
“너무 야한 옷을 입었던 거 아냐?!” 등의 성
간의 작업시간을 10~12시간으로 줄이고 1
주었습니다. 2016년 책으로 출간되어 베스
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
개월에 이틀뿐인 휴일을 적어도 일요일마다
트셀러가 되었고 3년 후인 2019년에는 정
●●은 피해자가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쉬게 해 달라’는 지극히 온당한 요구를 한
유미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또 한 번 우
여지를 주거나 유도했다는 황당한 논리입
●●● 열사 추모 50주기를 맞이했지만 대
리의 가슴을 적셔주었는데 이 책의 이름은
니다.
한민국 노동환경은 아직도 열악합니다.
무엇일까요? 82년생 ●●● 17 2015년 여성의 참정권이 생긴 나라는 어디
일까요? ●●●●●●●
6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 노동자
14 최근 지방자치단체, 국회, 미디어 등에서 저
1만 5천여 명이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 모
출산이라는 용어대신 ●●●을 사용하는 추
여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는
세입니다. 출산율 감소와 인구 문제의 책임
18 서울여성회 부설기관으로는 가로열쇠 18번
데 여기서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을
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
●●●●●●●●과 세로열쇠 9번 ●●●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합
문입니다.
●●센터가 있습니다.
니다.
15 코로나19로 많은 여성들의 ●●●●이 강
19 지난 8월 페미니즘이 궁금한데 만나보지 못
7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 파트리
화됐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세끼 식사준비
한 ●●●을 위한 ‘●●● 페미니즘 캠프’
아, 미네르바, 마리아테레사는 독재 정권에
가 가장 많이 꼽혔고, 온라인수업과 과제 챙
의 프로젝트 이름은 무엇일까요? ●●● 나
항거하다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 의해
기기 등 아이들 학습지도(15.1%), 청소 등
다움 프로젝트
살해당합니다. 세 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11
집안일(12.8%), 개인시간 부재(12.3%) 순
20 서울여성회 지부 노원여성회의 페미니즘 잡
지 이름은 ●●입니다.
월 25일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로 정했
16 부당해고 된지 35년이 된 한진 중공업 영도
사회를 이루기 위해 여성폭력방지의 의미를
조선소 마지막 해고노동자 ●●●. 그의 목
되새기는 기간으로 매년 11월 25일~12월
세로 낱말풀이 1 ●●항쟁은?1948년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
하던 군부대의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이다. 2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
으로 나타났습니다.
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토대로 폭력 없는
표는 ‘정년이 아니라 복직’입니다.
1일 ●●●●추방주간으로 지정했습니다.
17 충남지역 도지사였던 안희정의 수행비서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아동 여성 폭력근절
상사 안희정의 성폭력의 피해를 세상을 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고 그 다음 피해자를 막기 위해 미투를 결
8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
범죄 실태를 ‘불꽃’이라는 ●●●추적단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심했습니다. 그녀가 출간한 책이름은 ‘●● ●입니다’였습니다. 18 노원여성회는 노원구의 80%의 주거형태에
업으로 등교가 힘들어 지면서 끼니로 라면
9 서울여성회 부설기관으로는 가로열쇠18)
서 근무하는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
을 끓이던 도중 화재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과 세로열쇠9) ●●●●
한 근무환경과 조건을 개선 하고자 ●●●
더 이상 돌봄과 육아를 개인문제로 보는 것
●센터가 있습니다.
●●●●●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 ●●●으로 힐링하는 소모임이 있습니다.
19 지역사회 내에서 성주류화를 이끌어 내기
사각지대가 사라지길 바래봅니다. 안타까운
모임지기 김슬기의 ‘언니들의 ●●●’은 매
위한 다양한 정책 개선 실행주체들이 모여
이 사건은 무엇일까요? ●●●●●●●●
월 첫 번째, 세 번째 화요일에 만날 수 있습
●●●●●●를 구축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으로 돌봄
3 19세기 후반 영국의 여성참정권운동을 주
도한 여성들을 ●●●●●라 했습니다. 4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니다. 11 지난 11월 3일 미국대선이 치러졌고 당선자
모니터링, 정책제안을 통해 민관이 함께 만 들어간다는 취지인 것은 무엇일까요?
는 ●●●●입니다. (풀 네임을 적어주세요.)
91 I
편 집 후 기
Never Ending Story
‘깨다’ 작업은 절 행복하게 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펼쳐낸 좋은 글들
저는 ‘깨다’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신입입니다. 잡지 제목을 그 흔
을 편집자라는 이유로, 독자 여러분들보다 먼저 보는 행복을 누렸네
한 육하원칙과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해봤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
요. 코로나19로 멈춘 세상에 세상을 연결하는 ‘깨다’와 올 한 해 풍
을, 어떻게, 왜, 깨는가. 그러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성한 웃음 머금고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10명의 여성이 직장 생활이나 집안일을 하다 남은 소중한 자유 시간
- 박미경
을 쪼개서, 각자의 자리(어쩌면 식탁이나 애들이 잠든 방바닥)에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코로나로 인해 흩어져야 함께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위해서, 각자가 가진 신념에 따라, 용기를 내, 마침내 끌어 모은 목소
그럼에 기록으로 함께한 연대의 정신은 ‘깨다’를 더욱 빛나게 만들
리라는 걸요.
었습니다. 온택트(ontact)를 맞이하며, 다양하게 만나게 될 이들과
이 잡지를 만든 10명의 목소리가 과연 ‘깨다’의 소중한 독자님께 닿
같이, 성장할 우리들을 기대합니다.
을지, 그래서 사회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면의 단단한 생각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들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강은지
이번 호는 2호와 3호가 같이 묶여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책이 나올 때마다 매번 달라질 깨려는 시도가 독자분이 느끼기에 기
무엇이든 일을 진행하기 벅찬 한 해였습니다.
분 나쁜 통증이거나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서서 계
2020년 12월 ‘깨다’를 출간할 수 있음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속 반추하게 되는 부드러운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해 봅니다.
이 용기가 2021년을 밝혀줄 불이 될 것입니다.
(신입이! 감히!)
- 강혜미
- 안현
재난의 해로 기록될 2020년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감사
소통과 공감이 허기졌던 한해였다.
했습니다.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계속해서 나아가
‘깨다’ 2·3호 코로나 합본호를 통해 허기짐이 해소되기를 바래본
는 우리가 되고 싶습니다.
다. 발행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글 쓰느라, 편집하느라 애쓴 우리를
- 김슬기
위해 네가 있고 우리가 함께해 가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조은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당연하고 지극히 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이것 이 여성에게만 지나치게 치우쳐진다면 양육의 기쁨보다는 노동의 힘
미루고 미뤄지고, 기다리고 기다리게 하고.
겨움으로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더욱 힘든 돌봄을 하
코로나는 그리움을 켜켜이 쌓이게 만들지만, 그사이 우리는 연대의
고 있는 여성과 어머니, 그 가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동돌봄정책에
돌을 하나씩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다.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보게 된다.
강 건너 혼자가 아닌 혼자인 당신, 외로워하는 피해자들에게 건너가
이것이 단순히 한가정의 일이 아닌 체계적이고 안정된 돌봄의 방향
고 건너오고.
으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어간다.
- 김영미
흔들림 없이. 아직은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당신 곁에’ ‘당신 편
힘겹기만 했던 2020년. 그래도 그 힘겨움 속에서도 ‘깨다’에 함께할
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더 잘 썼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 최경숙
뜻깊은 한 걸음에 동참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건 나를 드러내는 작업인 것 같아요.
‘깨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멋지게 나아가리라 믿고 앞으로도 함께
글을 써 보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하겠습니다.
꿈만 꾸던 일을 하게 해 줘서 너무 감사해요~
- 조혜림
다음 호엔 좀 더 성숙된 글을 써 볼게요~ ♡♡♡ - 하명란
I 92
Vol. 2·3 코로나 합본호
차별을 깨고 차별을 낳는 구조를 깨는 실천을 함께 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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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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