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발굴 프로젝트
동작 FM 양승렬
은행나루 마을방송국 김미현
가재울 라듸오 황호완
와보숑 김재현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노원유쓰 캐스트 장재석
라디오 금천 이성호
성북 실버IT센터 김금순
용산 FM 황혜원
남산골 해방촌 배영욱 강서 FM 김지혜 강북 FM 김일웅
마을미디어 뻔 박수영
창신동 라디오덤 조은형
서울 마을미디어를 대표하는 라디오 및 영상방송국, 신문잡지 15곳 운영자의 살아있는 마을미디어 이야기
성북동천 김기민
은평시민 신문협동조합 박은미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발굴 프로젝트
동작 FM 양승렬
은행나루 마을방송국 김미현
가재울 라듸오 황호완
와보숑 김재현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노원유쓰 캐스트 장재석
라디오 금천 이성호
남산골 해방촌 배영욱 강서 FM 김지혜 강북 FM 김일웅
마을미디어 뻔 박수영
창신동 라디오덤 조은형
성북 실버IT센터 김금순
용산 FM 황혜원
은평시민 신문협동조합 박은미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발굴 프로젝트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프롤로그
2012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이 어느덧 7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마을미디어 단체들이 활동을 벌였고, 다양 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을 3회 이상 진행 하고도 동아리 수준에 머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짧은 기간 내에 참여자를 모으고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며 매체로서 탄탄한 조직 형태를 갖 추는 곳도 생겼다. 마을미디어마다 어떤 차이와 특성이 있기에 그런 것일 까?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를 대상으로 그 성장 과정을 짚어보기로 했다.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마을미디어 15개 단체의 대표 활동가를 만 나 마을미디어 활동의 의미와 성과, 단체의 성장 과정, 고비와 돌파 방법, 운영 노하우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5 ●프롤로그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프로젝트의 고정 인터뷰어는 2012년 우 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부터 마을미디어 사업에 참여해온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이 맡았다. 인터뷰 내용은 2017년 하반기 내내 각 마을라디오 팟캐스트로 송출했고, 마을미디어 뉴스레터 <마중>으로 발행했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2년까지 활동의 폭과 깊이는 각각 달랐지만 이 들 마을미디어 단체의 성장 동력은 공통적으로 사람, 공간, 그리고 공모사 업 지원이었다. 여기서 사람이란 충성도 높은 참여자, 결속력 있는 코어그 룹, 의지와 역량을 갖춘 상근활동가를 말한다. 외부 요인으로는 마을미디 어 공모사업과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주어진 상근활동가 인건비 지 원이 주효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이제 마을미디어에 한 단계 도약 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 봤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업비 지원보다 운영 지원, 마을라디오에 대한 주 파수 부여, 마을미디어에 대한 공식 지위 인정 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 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외부 지원을 바라기 전에 단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 적해 있다. 의지와 역량 있는 상근활동가가 나서야 하고, 결속력 있는 코 어그룹이 만들어져야 하며, 충성도 높은 참여자를 폭넓게 모집해야 한다. 고정 공간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십시일반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하고 최 소한의 관리 비용이라도 후원 등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마을미디어의 오랜 과제다.
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준 강북구공동체라디오 김일웅 총괄 PD, 강서FM 김지혜 국장,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 표,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성북동 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공동체미디어 용산 FM 황혜원 국장,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 은미 편집장,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PD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이 프로 젝트의 고정 인터뷰어를 하겠다고 선뜻 나서준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에게 감사드린다. 조은형 국장의 놀라운 공감 능력이 아니었다면 마 을미디어 대표선수들로부터 이토록 진정성 넘치는 답변을 얻어내기 어려 웠을 것이다. 아울러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 는 서울시 문화예술과에도 감사드린다. 이 책이 마을미디어를 시작하려는 독자들에게, 시작은 했으나 뭔지 모 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18년 2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7 ●프롤로그
차례
프롤로그· ···························································· 5
세 번의 실패를 딛고 세 명의 동료를 만나다 강북구 ·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 12
마을 ‘미디어’에서 ‘마을’ 미디어로! 강서구 · 강서FM 김지혜 국장· ············································ 36
역사를 기록하는 금천지역 마을언론 금천구 ·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
58
노원에 대한 청년들의 열정을 방송으로 모으다 노원구 ·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82
동주민센터에 마을방송국을 만들다 도봉구 ·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102
마을라디오에 주파수를! 동작구 ·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122
실험 거듭하며 마을라디오의 확장 꾀하다 서대문구 ·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148
재미와 보상 사이에서 고민 중인 6년 차 영상방송국 성북구 ·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 172
실버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다 성북구 ·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 192
과거에서 현재로, 일상의 공론으로 성북구 ·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208
우리를 키운 건 팔할이 사람이다 용산구 ·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 234
자유로운 개인의 느슨한 연대로 해방촌의 변화 기록 용산구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254
‘마을’신문과 ‘지역’신문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 중 은평구 ·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274
마을라디오, 창신동 사람들의 멍석이 되다 종로구 ·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 294
마을방송국을 넘어 중랑 미디어생태계 지원으로 중랑구 ·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316
에필로그 전망이 절박했다 / 조은형(창신동라디오 덤 방송국장)····· 336 부록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개요· ·························· 354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일지· ·························· 357 별책 서울 마을미디어 타임라인 2012~2017
마을미디어는 겉으로는 활기차게 보여도 사실 언제나 과도기다. 참여자 모집에 애를 먹고, 인 력난에 시달린다. 강북FM 역시 수많은 위기에 봉착했지만 더 나은 방송국을 만들기 위해 쉬 지 않고 달려왔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라디오를 진행하고, 미디어교육과 청소년 미디어 체험 프로그램 등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6년 동안 지역 자원을 알차게 활용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았고, 지역과 함께 자라는 마을미디어로 자 리매김했다. 치열한 고민과 도전의 결과일까. 강북FM은 2016년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을 수상 했고, 2017년 현재 9개의 방송과 각종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 김일웅 총괄 PD가 있다.
▶방송 다시듣기
1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11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세 번의 실패를 딛고 세 명의 동료를 만나다
김일웅 총괄 PD님은 강북FM 초기부터 활동하셨죠? 무려 6년 동안 마을미디 어를 일궈오셨는데요. 2017년 7월까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공동 간사로 활 약하셨고, 강북 지역에서도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먼저 본 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1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강북FM 총괄 PD, 북한산 반달곰 김일웅입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돌아볼 때 운영자마다 본인의 활동을 정리하는 방식이 다 양할 것 같아요. 지난 6년을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어요. 지금은 ‘발단’과 ‘전개’를 지나서 ‘절정’을 꿈꾸는 단계라고 봅니다. ‘절정’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올해와 내년에 달 려 있지 않을까요? ‘발단’의 시기를 떠올리니 암울하네요. 첫 해 두 차례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열었는데 참여자가 거의 모이지 않았어요. 지 속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분도 없었죠.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미디어가 매 력적이고 가능성도 많다고 봤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13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지역 네트워크로 연결된 단체가 많은 것 같던데 그럼에도 참여가 많지 않았 나 봐요?
첫 해엔 라디오를 고집하지 않았어요. 첫 해이니 만큼 ‘우리 마을에 맞는 미디어를 알아보자’는 콘셉트였죠. 여러 단체와 함께 활동을 기획했고, 각 단체에서 한 명씩 보내주기로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됐어요. 지역 활동이 워낙 바쁘잖아요. 각자 활동하기도 빠듯해서 지속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네트워크가 많아도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했어요.
눈물주의, 6년 차 활동가의 고난과 역경 초기엔 강북FM이 아니라 ‘강북마을모임’, ‘삼각산 재미난마을’, ‘작은도서관 함께놀자’ 등 다양한 단체의 이름으로 사업에 지원하셨는데, 그 험난함이 반영 된 것 같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사업을 진행하기가 민망했죠. 모집 인원 자체도 적었고, 사업 진행이 안 되니까 예산을 다 쓸 수도 없고요. 시간대와 장소를 바꿔서 모집을 해도 사람이 안 모이니까 ‘정말 안 되는 건가?’ 싶었죠. 다음에 다시 사업 신청 시기가 왔을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모집이 또 잘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죠.
그 민망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 오셨네요. 고민이 많았는데 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특별한 끌림이 있었나요?
1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오기가 생겼어요. ‘안 된단 말이지?’(웃음) 힘은 들지만 재미를 느끼는 과정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어요. ‘난 여전히 이 일이 재밌고 가능성을 보고 있 으니까 해보자’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저는 뭘 해도 3년은 해봐야 한다 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요. 3년 차에 ‘이번에 망하면 그만두자’고 마음먹었 죠. 강북구에 마을미디어를 뿌리내리겠다는 불타는 사명감까지는 아니고, 오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을미디어는 동료가 필요해… 3&3의 법칙 마을미디어에 대한 첫인상이 그렇게 용기를 낼 만큼 매력적이셨군요. 이야기 를 들어보니 PD님의 뚝심이 정말 한몫했네요. 여기까지가 ‘발단’이라면, 2013년 부터 상황이 달라졌네요.
그렇죠. 당시의 초동 멤버가 아직까지 남아 있으니까요. 사실 그때도 삐걱 거렸어요. 그래도 참여 인원이 늘어나고, 초동 주체인 저와 동갑내기 두 명, 그렇게 세 명이 남았어요. ‘3의 법칙’이란 게 있잖아요. 세 명이 주체로 있으니 순탄하게 방송을 만들 수 있었죠. 교육을 마치고 2013년 하반기부 터 적은 수이긴 하지만 드문드문 방송을 만들었어요. 돌아가며 진행도 하 고요. ‘망함’을 벗어나는 터널의 끝을 볼 수 있었어요.
1기와 2기 ‘미디어문화교실’ 이후 3기에서 초동 주체가 탄생했는데요. 운영 주 체로서 특별한 조처를 취한 게 있나요?
15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마을미디어에 대한 익숙함, 인지도의 차이 아닐까요? 홍보를 꾸준히 하다 보니 현수막 을 보고 오는 사람도 생기더라고요. 공모사 업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청소년 영상제작팀이 함께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그래서 저희가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공간도 빌려 쓰고 서로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면서 재미있게 방송했어요. 운영자로서 특 별한 조처를 취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신 의 가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을미디어 공모사업이 큰 영향을 미쳤네요. 2012년 1~2기까지 진행하며 마 을미디어가 주민들에게 익숙해진 면도 있고,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자들이 연결 되는 효과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초동 주체가 동갑이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술 마시며 의기투합도 하고.(웃음) 초동 멤버들은 동네에서 처음 동갑을 만 났다고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 듯해요.
‘발단’ 단계에 있는 단체들에게 조언할 이야기가 있다면요?
2년은 해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해요. 초기일수록 부여잡고 버티는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초기엔 아직 조직이 다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중 심 잡는 사람이 특히 필요해요. 물론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좋죠. 한두 명 이라도 함께하면 차원이 달라져요. 참여자를 모으는 특별한 비법은 없어
1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서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초기엔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처음엔 마을미디어라는 활동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 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나 인식이 바뀌었잖아요. ‘발단’ 단 계에 있다면, 사람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제일 좋 은 방법은 같이 시작하는 거니까요.
도전을 통한 성장… 교육의 중요성 본격적으로 ‘전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6년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을 수상 하셨어요. 그 힘이 무엇일까요?
불쌍해서 주셨나?(웃음)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 점을 높게 평가해주 신 것 같아요.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한 팀이기도 하고, 시즌제 콘텐 츠도 시도했으니까요. 지금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 공개방송을 초기 에 많이 했고요. 여러 가지 기획과 시도를 나름 원 없이 해봤네요. ‘발단’이 힘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참여자 확대’가 중요한 전략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2016년부터 자체 교육을 1년에 4번, 4차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데 신청자는 적지만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있어요. 교육을 할 때마다 콘텐츠 하나는 남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 끌어내는 데 고민의 방점을 찍고 있어요.
17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1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아까 현수막만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활동하는 창신 동에도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보고 오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홍보가 이뤄지면 인 지도가 쌓이는 건 확실해요. 다음 해 4기 교육을 할 때 10명 넘게 오셨거 든요. 4기 때 지금 강북FM의 주축인 나종이 아나운서가 교육을 받으러 왔 어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다고 다들 좋아했죠. 시기적으로도 잘 맞 았어요. 초동 주체들이 뭔가 해보려는 의욕이 있었는데, 마침 큰 원군이 들어온 거죠. 당시 방송을 두 개 정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질적으로나 양 적으로 발전한 시기였죠. 2015년에는 ‘교육형’으로 진행하며 구성에 변화를 줬어요. 원래 커리큘럼 이 12차시 석 달 과정인데, 신청자 입장에서 부담이 좀 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두 차례 체험 프로그램을 배치했어요. 그러 고 나서 듣고 싶은 분들만 교육 신청을 받았죠. 그랬더니 서너 분이 교육 을 받으셨어요.
청소년들과의 네트워킹도 활발하시잖아요.
진로직업 체험은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다 받고 있어요. 2015년부터 청소 년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가 전문 가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마이크를 잡아볼 수 있다는 인식이 중 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체험 공간이 집 근처에 가까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죠. 2016년에 혁신교육 사업으로 청소년연합동아리를 운영했어요. 중학생 프
19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4.19 국민문화제 시민참여 부스 Ⓒ 강북FM
로그램이었는데 중학교 1학년 친구들이 2학년 때까지 계속 진행한 경우도 있어요. 고등학생 프로그램은 더 드라마틱해요. 중학교 3학년 때 강북FM 에서 체험 학습을 받은 학생이 너무 재미있다며 계속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어요. ‘혼자 하기 힘드니까 두 명쯤 더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진짜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왔더라고요. 진로 프로그램은 형식적이고 단기적으로 그칠 때가 많아요. ‘돈은 얼마나 버느냐’고 물어서 난감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래도 방송에 흥미를 느끼고 계속해보고 싶다고 마음먹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마을미디어의 존재 의의가 아닐까요. 체험 학 습이 끝나면 학생들이 엽서를 보내와요.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분명 시 켜서 썼겠지만(웃음) 뿌듯하고 고마워요.
2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초등학생과 중고생에 적합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분기별로 교육을 실 시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닐 텐데요. 확실한 강점인 것 같아요. 촘촘한 교육 시스 템을 기반으로 청소년층과 청년층이 유입된다면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씨앗이 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말엔 중고생 연합 공개방송을 해보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사실 중고생 과 어린이 프로그램을 저희가 자체적으로 기획하진 않았어요. 동네에 방 송국이 있으니까 진로체험 요청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강북FM의 경우 혁신교육 사업으로 방과후 배움터, 청소년연합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또 운이 좋게도 저와 동갑내기인 강북FM 초동 주체가 혁신교육지구 사무국 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함께 활동했던 친구니까 미디어 사업 관련해서 협 력이 잘되었죠.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 쌓이고 커리큘럼도 체계적으로 잡 히고 있네요.
청소년들과 활동하면서 저희도 감동을 받을 때가 있어요. 창신동라디오 덤 청 년활동가의 기획으로 가수를 꿈꾸는 한 동네 청소년을 위해 방송국에서 콘서트 를 연 적이 있어요. 좁은 방송국에서 록 콘서트를 열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그즈음 동네 청소년지역아동센터에서 방송국 녹음실로 노래 연습을 오던 중학 생이 둘 있었어요. “동네 오빠가 록 콘서트를 하는데 너희들도 초대 손님으로 나올래?”라고 물었더니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들도 함께 무대 데뷔를 했어요. 그 경험이 좋았는지 콘서트 끝나고 집으로 가면서 “저희도 콘서트 해주 시면 안 돼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때 소름이 쫙 돋고 너무 행복했어요. 청소년 들이 뭔가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은 마을살이라는 긴 호흡으로 봤을 때
21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만나면서 인간 대 인 간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마을교사 활동을 통해서 관계의 고리가 여러 개로 뻗어나가기도 하고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거죠. 요 즘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웃음)
시즌제와 콘텐츠의 중요성 ‘전개’ 단계에서 시즌제나 교육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시즌 제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미드도 시즌제로 많이 나오잖아요. 콘텐츠 형식은 같은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참여자가 바뀌는 겁니다. 저희는 <동화보따리>와 <라디오극장>을 시 즌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동화보따리>는 2014년에 교육받은 분들이 시 작한 방송입니다. 그런데 20회까지만 하고 그만두신대서 너무 아까운 거 예요. 그래서 시즌 2 참여자를 모집해서 진행했어요. 동화를 읽어주는 프 로그램은 마을미디어들이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콘텐츠이기도 하고, 또 젊 은 엄마들이 활동하고 있어서 계속 이어가도 될 것 같아요. <라디오극장>은 당시 라디오 드라마를 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지 속적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조건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동네 아마추어 극단이 같이하면서 대본도 써주셨고요. 이번엔 작가를 모 집해서 <라디오극장> 시즌 3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제는 참여자를 지
2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왼쪽부터 채우석 청년활동가, 박번동 주민 DJ, 김일웅 총괄 PD, 나종이 주민 DJ, 조선미 주민 DJ, 조정림 대표
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좋은 방식입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검증된 콘텐 츠죠. 다른 곳에서도 시도해보시길 권해요.
공감해요. 명확하게 끝이 보이고, 바통을 넘겨줄 수 있어서 좋죠. 콘텐츠의 중 요성도 강조하셨는데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방송국에선 콘텐츠 생산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교육, 체험, 공개방송 같 은 활동이 우리 콘텐츠로 남는 게 중요하잖아요. 참여자 확대, 신규 콘텐 츠의 지속적 생산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방송국이 돌아갈 수 있 어요. 체험이나 외부 프로그램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지 속적인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진로학교에서 만난 세
23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서로 학교가 다르니까 <세 학교 이야기> 같은 방송 을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이처럼 일상적인 활동을 어떻게 콘 텐츠로 만들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죠.
네트워크 활동이라는 기반이 있으면 이렇게 콘텐츠로 바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군요. 창신동은 아직 마을 동아리 문화가 충분하지 않아서 네트워크 활동과 문화적인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면이 있어요. 활동과 경험이 있어야 콘텐츠로 만들어질 테니까요.
공동체 미디어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믿 음이 있어요. 교육하는 입장에서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게 열어놓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먼저 묻기 전엔 이야기하지 않는 분도 있고, 사람의 성
<라디오극장> 시즌 3 녹음 모습 Ⓒ 강북FM
2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향에 따라 질문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질문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역과 참여자에 따라 적절한 방식이 필요하고요. ‘전개’ 단계의 이야기 를 들으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아직 ‘절정’은 안 왔잖아요. 대상을 받긴 했지만요. ‘이래서 마을미디어가 필요해’라고 확신한 순간이 있었나요?
첫 번째는 어린이들을 교육할 때 느낍니다. 어머니들이 같이 오시면, 저희 스튜디오가 작고 장비들이 좋지 않은데도 굉장히 좋아하세요. 마을에 이 런 공간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셨던 거죠. 그동안 멀게만 느끼던 미디어 를 동네에서 보고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두 번째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나도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마을미디어를 만나서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참 소중해요. 마지막으로는 장비인데요. 마을에 이런 장비를 가진 곳이 별로 없어요. 행 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과 역량이 있기 때문에 지역 차원의 문화적 프로그램은 충분히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외부 기획사 나 이벤트 업체를 통해서 했다면 이제는 지역 자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동네에서 마을미디어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 여성건강 증진사업을 했는데, 저희 장비를 이용해서 전화 연결 하는 이벤트를 했어요. 참여자들이 다 여성이었는데 모두 즐거워했죠. 마 을미디어가 없었다면 이렇게 공동의 경험을 하는 즐거움이 기획되기 힘들 었을 거예요. 문화적 인프라와 역량을 가지고 지역 차원에서 자신들의 활 동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마을미디어가 지역에 꼭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5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보람과 의미가 정말 크죠. 한편으론 가끔 숨이 찰 때도 있는데, 어떨 때 고비 라고 느끼나요?
초반에 시련을 너무 많이 겪어서 중반에는 딱히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어 요. 그렇지만 모든 마을미디어가 그렇듯 사람이 항상 부족하죠. 조직 외 향은 커졌는데 감당할 인력이 부족할 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방송이 많 아지면 더 힘들죠. 바깥에선 조직이 커 보이지만 실제 안에서는 한두 명만 일하고 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5~6년 된 마을미디어들은 방대한 업무 량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또 방송 특성상 팀별로 정체성이 강하잖아요. 이게 하나의 조직 문화나 정 체성으로 잘 안 모여질 때 어려워요. 참여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아 무리 재밌어도 방송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초반에 는 신기하고 뿌듯한데 더 이상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시점이 있어요. 참여 자들에게 고비가 오는 시점마다 단독 공개방송을 마련해주는 등 계속 진 행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마을미디어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활동가들에게는 전망 문제가 고민일 것 같아요. 과연 여기서 계속할 수 있 을까 하는 고민일 텐데, 어려운 문제죠.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기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강북FM에 필요한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참여자 입장과 단체 차원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각각 다르고, 지역사회에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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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함께놀자 부모커뮤니티 <어울림한마당> 공개방송 Ⓒ 강북FM
하는 변화도 있을 텐데요.
참여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운영을 요구할 것 같아요. 이 공간이 안정적으 로 유지되어야 걱정 없이 방송을 할 테니까요. 방송을 하면 배우고 싶은 분야가 계속 생기니까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 같고요. 방송국 차원에서는 개별 혹은 팀별로 지속적인 피드백과 컨설팅이 필요합 니다. 강북FM이 왜 방송을 계속하는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등등 조직 차원의 전망과 목표가 참여자들과 공유되는 작업이 필요하 다고 봐요. 앞으로 운영위원회를 강화하고, 참여자 소속감과 강북FM의 정체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조직의 법인화 과정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안 정적인 재정을 만드는 일도 물론 필요하고요.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에요. 몇 년간 활
27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동했기 때문에 검증된 경험과 역량이 있지만 저희에게도 지역에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대본이 한 가지인데, 같은 체험을 했다고 항의하는 친구들이 나타났어요.(웃음) 프로 그램 개발이 필요합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에 꼭 필요한 공익 적인 콘텐츠를 지역에서도 바라지 않을까요? 2017년 12월부터 혁신교육 사업으로 방과후 배움터를 할 예정인데, 저희 와 동네도서관 두 곳이 콜라보를 해요. 프로그램 이름이 <나도 CF 감독> 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강북FM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봐요. 처음에는 오디오 콘텐츠로 기획했는데, 영상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일이 커졌어요. 지역이 요구하는 문화적 콘텐츠를 이렇게 마을미디어가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경제적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로도 연결될 수 있겠네요. 경제적 기반에 대해서는 비영리 기반으로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수익 사업은 별도인가요?
수익 사업은 하기 어려워요.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운영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수익 사업을 진행하려면 지금 규모의 마을미디어로는 어렵죠. 수 익 사업을 통한 자립은 쉽지 않다고 봐요.
맞아요. 해야 할 일이 목까지 차올랐으니까요. 활동과 연계한 소소한 수익 사 업은 가능하겠지만 별도의 수익 사업은 지금 상황에선 진행하기 어렵다고 봅니 다. 그렇다면 마을미디어 활동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항상 생각하는 문제이고 다들 같은 생각일 텐데, 무엇보다 공간과 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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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관의 입장에서는 왜 공공이 마을미디어를 지원해야 하나 고민할 수 있 어요. 그렇지만 마을미디어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서 보여준 역할이 확 실히 있잖아요.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충족시키고 소통의 역할을 맡고 미디어교육도 담당해요.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라도 공간과 인력에 대한 지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을공동체 사업이 공적인 필요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자립해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죠.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이면 이렇게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동안 마을미디어 가 보여준 공공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고민하면서 실질적인 지원 방법을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최소한의 법적 근거로 마을미디어지원 조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7 연말특집 공개방송 Ⓒ 강북FM
29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제가 현장에 있어서 더 그렇겠지만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 할수록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데 마을미디어만큼 강력한 도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 미디어 활동가로서 자긍심이 높은 이유죠. 사회에 관심 있는 건강한 시민이 사 회의 희망이에요. 어떻게 하면 개인이 사회와 연결되고, 삶의 문제를 사회와 연 결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마을미디어를 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마을미디어의 공공적 역할에 주목해달라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로서 강북FM의 강 점을 정리해주세요.
총괄 PD?(웃음) 농담이고요. 핵심적으로는 지역과 연계되어 활동하는 탄 탄한 네트워크가 강점인 것 같아요. ‘전개’ 부분에서 말씀드렸듯이 기획과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죠. 실패할 때도 있지만 늘 새 로운 방법을 찾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동력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참여자들의 헌신과 열정이죠. 이 마이크 하나로 모인 주민들, 강북FM이란 공간을 함께 가꾸고 고민하는 참여자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기 전부터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해오셔서 그런지 마 을미디어의 확장에 큰 도움을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시도를 두 려워하지 않고 의미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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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죠. 좋게 해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마을미디어가 매력적인 매체로 느껴지면 좋겠어요. 한발 더 다가와주셨으면 좋겠고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이 힘드 실 텐데 좀 더 힘내세요. 서로 어깨를 도닥거리면서 주파수가 생기는 날까 지 열심히 해봅시다. 인터뷰 2017. 9. 14.
31 ●강북FM 김일웅 총괄 PD
강북FM 2012-2017 TIMELINE
강서FM은 여타 대표선수 방송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참이다.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 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장을 보이며 어느 방송국보다도 탄탄한 체계를 갖췄다. 어떤 운영 원칙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오가는 질문과 답변 속에 그 비결이 담겨 있었다. 빠른 성장 세를 가능하게 했던 수많은 고민들. 카리스마 넘치는 김지혜 국장도 흔들리는 시간을 거치며 마을미디어에 필요한 것들을 다시 재정비했다. 현재 강서FM은 그동안의 활동을 기반으로 새 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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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FM
김지혜 국장
35 ●강서FM 김지혜 국장
마을 ‘미디어’에서 ‘마을’ 미디어로!
2017년 9월 21일에 강서FM 공간 개소식을 하셨잖아요. 심정이 복잡오묘하실 것 같아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 중에는 안정적인 방송 공간을 염원하는 사람들 이 많을 텐데요.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부터 먼저 들려주 시면 좋겠어요.
3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어느 단체나 공간에 대한 간절함이 있죠. 저희도 3년 만에 만든 공간이고 요. 사실 실질적인 내용이 궁금하실 거예요. 보증금은 얼마? 월세는 얼마? 저희 공간이 지하철역과 가까운 좋은 상권인데, 마침 보증금이 저렴한 곳 을 찾았어요. 보증금은 제가 충당했고, 인테리어 비용은 미리 1년 치 회비 를 내신 분들이 있어서 그 돈으로 지불했어요. 월세는 매달 회비와 수익금 을 합쳐서 내고요. 수익금은 사실 많지 않아요. 저와 다른 활동가들이 인 근 초등학교에 미디어교육을 나가는데, 2017년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을 진행했어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도 하고 있고요. 장비는 서울시 마을미디어 보조금으로 대여해서 사용하고 있죠. 월세와 장비가 회원들의 후원과 지원사업으로 충당되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접근성이 뛰어난 적절한 공간, 보증금 선지급 결단, 1년 치 회비 선납과 같은 감사한 조건, 지원사업으로 대여 가능한 장비까지 여러 조건이 잘 합쳐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셨네요. 저희도 공간을 마련할 때마다 신비롭다는 생각을 해 요. 용기를 내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잖아요. 저희도 공간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데, 공간 문제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용기와 결단이죠. 1년 차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고, 2년 차에는 결단을 내 리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3년 차에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로 주변의 압박이 있었어요. ‘우리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었죠.
지금까지의 활동을 질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 을까요?
37 ●강서FM 김지혜 국장
참여자들이 방송을 시작한 2015년이 가장 힘을 발휘한 때에요. 강서FM 은 주민들의 목소리로 방송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그게 교 육으로 발현된 시기였어요. 교육을 마치고 바로 방송을 시작했는데,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는 막막하고 감이 잘 안 오잖아요. “3개월은 해봅시다. 3 개월만 해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제가 늘 이렇게 이야기했죠. 그렇게 3 개월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 기획하고, 코너를 만들고,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되거든요.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강서FM 활동의 첫 번째 덩어리는 교육을 시작하고 방송을 처음 제작 해본 시기가 되겠네요.
그냥 만들어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거죠.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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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나치지 않아요.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 ‘팩트체크’ 담당 기자한 테 그 코너를 매일 하라고 했대요. 담당 기자가 부담스럽게 여기니까 “그 렇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했다는 거죠. 맞아요. 정답이에요. 방송 은 매주, 격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해요. 취미 생활로 하시려거든 죄송하지만 강서FM에서는 허 용해드릴 수가 없어요.(웃음)
미디어라면 일정한 주기로 꾸준하게 공동체미디어, 마을미디어에서 강서FM은 ‘미디어’에 방점을 찍고 있네요.
제가 결혼 전에 라디오 DJ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방송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죠. 사실 방송은 오래 하기 힘들어요. 처음에는 재 밌고, 내 방송 들으면 신나지만 그건 잠시뿐이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생각 이 변하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 방송을 누가 들어주긴 할까?’ 고민하 게 되거든요. 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누가 듣는지는 고민하지 말 자. 우선 내가 즐거우면 된다. 이 방송이 나의 이야기를 하는 해우소가 된 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씀을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요. “매주 방송을 하지 않으면 미디어로서 효 과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 효과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콘텐츠는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멀지 않은 주기로 지속될 때 콘
39 ●강서FM 김지혜 국장
텐츠의 색깔이 드러나고 힘이 실려요. 물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전해지 거나 파급효과를 크게 가지려면 조직이나 단체가 애를 써야 하죠. 하지만 콘텐츠가 3년쯤 지속될 때, 내용이 탄탄할 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내 용일 때 콘텐츠 자체가 힘을 갖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활동의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운영자는 불씨만 당길 뿐이니까요. 많은 운영자들이 이 점을 간과 하는 것 같아요. ‘자원활동가들에게 어떻게 지속가능을 강조하고 요구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면 평생 이야기하지 못할 거예요. 판을 깔아주고, 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당당함을 가지면 좋겠어요.
급성장의 비결은 ‘원칙’ 2015년에 복합형으로 처음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에 선정되셨는데, 어떻게 알 았고 또 어떻게 신청하셨어요?
마을미디어 사업 초기에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어요. ‘나도 하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는 현실적으로 아이가 너무 어려서 엄두를 못 내다가 2014년에 이주민방송(MWTV)에서 라디오교육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예전에 봤던 기사가 다시 떠오르는 거예요. 마음이 요동쳐서 교육을 신청했죠. 그때 강사가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였어요. 교육을 받으러 갔 다기보다는 운영자 마인드로 ‘이런 교육은 어떻게 열어요?’ ‘강서구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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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마을라디오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뭐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해서 사업을 신청하셨군요. 2015년부터 강서FM을 시작하셨는데 빠른 속도로 급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요. 이런 성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비결이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 방송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에 진입하기 쉬웠고, 방송을 이해하고 있으니 운영 원칙을 나름 제시할 수 있었어요. 또한 참여자들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선택을 처음부터 결정하고 시작했기 때문 에 꾸준히 운영할 수 있었죠. 저희는 2015년 첫해에 복합형으로 지원을 받 았지만 매체형처럼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복합형은 보통 교육 후 공개방송으로 끝내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교육 이후의 꾸준한 방송을
41 ●강서FM 김지혜 국장
목표로 삼았죠.
교육생을 모집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나요?
모집할 때는 아니었지만 교육 내내 강조했어요. 지속적으로 방송하지 않 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결정한 팀만 총 7팀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방송을 시작했죠.
진입장벽을 확실하게 하고, 그렇게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 나름의 비법인 셈이네요.
지속적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많이 힘들긴 해도 그런 만큼 방 송에 애정이 많기도 하세요. 투자한 시간이 있고, 어려울 때 같이 기획하 고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에 관계를 더 돈독히 유지하고 멤버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운영자와 자원활동가 사이에 밀당도 있잖아요.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밀당을 하 는 것이 운영자의 역량이죠. 그런 부분을 잘 운영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서FM은 1기에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셨어요. 강사로 활동하는 분, 마을 활동을 하는 분……. 모두 욕구가 강하고 도전의식과 활력이 있는 분들이 었죠. 제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여도 다 감당하시고 받아들여주셨고요.
운영자의 판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참여자들에 대한 감각이 있고, 기준을 높 게 잡아도 넘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으니 강행할 수 있었겠죠. 그러면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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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FM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세 명을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먼저 사업을 함께 시작한 최미경 대표를 꼽고 싶어요. 강서FM의 기둥이 시죠. 2015년에 마을미디어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같이할 사 람이 없었어요. 사업을 신청하려면 대표제안자 3명이 필요한데, 동네 친 한 엄마에게 말하기도 그렇고……. 고민하다가 강서구의 파워블로거를 찾 아봤어요. 파워블로거라면 기본적으로 글솜씨가 좋고, 미디어를 갖고 있 으니 홍보도 되겠다 싶었죠. 제가 검색의 달인이라 열심히 찾았는데, 며칠 만에 이분의 블로그를 발견한 거예요. 그런데 제가 기대한 것보다 스펙이 더 대단하셨어요. 미디어 관련 대학원에 다니고, 방송작가와 잡지기자 경 력까지 있는 분이더라고요. 다짜고짜 ‘만나서 제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쪽 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어요. 만나서 앞으로의 방향성과 비전을 공유했 고 그 자리에서 단체 이름을 바로 지었죠. ‘강서울림미디어’라는 이름이 그 자리에서 나온 거예요. 강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마을의 많은 이야기 를 울려준다는 뜻이죠.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계시고, 제가 조직 내부를 운영하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조언과 지지를 해주세요. 저에게는 너무 고맙고 감사한 분입니다.
강서FM을 유지시킨 사람들 그리고 마을 멋진 동료를 구하는 데 웹서핑 능력과 맨땅에 헤딩하는 용기가 주효했네요.
강서FM의 또 다른 주역은 상근활동가들이죠. 저희는 상근활동가가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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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요. 두 분 모두 1기 교육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소통이 잘 이루어져요. 더구나 능력이 많은 분들이시고 각자 맡은 영역에서 성실히 잘해주고 계 세요.
상근활동가 두 분의 일하는 영역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홍선정 PD는 디자인과 홍보를 맡아요. 마을미디어 매니저로서 라디오 교 육을 원하는 곳이 있으면 나가기도 하고요. 김현정 PD는 방송 녹음 기술 을 맡고 있어요. 강서FM에 필요한 각종 공지와 연락도 챙겨주고요. 매주 토요일에는 가정을 팽개치고(웃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방송 참여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마을 DJ 분들이 바로 강서FM의 존재 이유입니다. 어느 마을미디어나 마찬가지겠지만, ‘내 삶’ 의 이야기가 모여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강서FM DJ 분들은 정말 성실하세요. 정기적인 방송 주기를 잘 지키고, 개소식이나 공개방송 같은 큰 행사가 있으면 도와줄 일 없냐며 챙기시죠. 늘 감동받아요.
강서FM의 모든 참여자들을 다 아울러주셨네요.
3년 후에는 강서FM을 응원하는 후원자들도 기여자로 넣고 싶네요.(웃음)
운영에는 사람뿐 아니라 마을과 관의 도움도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도움을 받 으셨나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 공간이 없어서 막막할 때도 마을 안에서 희망 이나 따뜻함을 찾을 수 있었어요. 참여자들에게 “교육 끝나면 방송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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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공간이 없었어요. 정 안 되면 우리 집에서 해야 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데 소식을 들은 강서 자치구생태계지원단(자생 단)에서 두 평 정도의 공간을 내주셨어요. 좁은 공간이기는 했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그 공간을 허락해주신 마을 활동가 분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렇게 마을이 품어주셔서 3년을 버틸 수 있었어요. 그 공간 이 없어졌을 때는 구청 관계자분이 도와주셔서 강서영상미디어센터의 공 간을 쓰게 되었죠. 방송을 하려면 장비가 필요하고 녹음도 해야 하니 우리 에게는 공간만큼 중요한 게 없잖아요.
디지털믹서, 그리고 공개방송에 대한 투자 그렇죠. 녹음 공간을 일주일에 한 번만 쓸 수 있는 것과 상시로 쓸 수 있는 건 너무 다르죠. 그런데 강서FM은 녹음 시스템이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시스템이고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저희는 디지털콘솔을 써요. 개인적으로 아는 전문가가 도와주셨어요. 그 분께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테크닉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면 디지털 콘솔을 시도해보라고 추천해주셨거든요. 추천을 받고도 좋은지 몰 랐는데, 동화구연 같은 녹음을 해보면 소리가 풍부하게 들어가고 편집도 쉬워요.
저희도 아날로그 믹서와 디지털 믹서 두 개를 모두 써요. 디지털 믹서가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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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공개방송 <다시, 청춘> Ⓒ 강서FM
음악 녹음과 공개방송에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초기 진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 더군요.
전문가 도움 없이는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고, 처음에는 녹음이나 편집 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막상 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복잡 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죠.
디지털 믹서 사용 매뉴얼을 강서FM에서 만들어주신다면 큰 기여가 되지 않 을까요?(웃음) 강서FM에서는 공개방송에 대한 접근도 좀 다르다고 들었어요. 참 여자들이 성실하게 자기 방송을 하다가 물이 오르고 꽃을 피우는 순간에 공개방 송을 활용한다고요.
라디오 방송의 꽃은 공개방송이에요. 공개방송은 스케일이 크고 눈앞에 관객이 있으니 흥이 나죠. 스튜디오에는 사람이 많아 봤자 10명을 넘기 어 렵잖아요. 천 명, 만 명 앞에서 야외 공개방송을 해봤는데 사실 그렇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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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기에 눌리는 경험을 해요. 그 기를 뚫고 행사를 진행 한다는 건 보통 담력으론 어렵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방송 진행의 스킬이 나도 모르게 올라가요. 우리 마을 DJ에게도 그런 경험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요. 스튜디오라는 정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만 방송을 하다 가 직접 관객을 만나서 생동감을 느끼다 보면 나를 다시금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그런 힘이 있어야 즐겁게 방송할 수 있어요. 기운이 나 지요. 서너 팀 정도와 그렇게 공개방송을 했어요. 소박하게 하는 그런 공 개방송은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공간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모여야 진행 자도 기획자도 관객도 재미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준점을 좀 높게 잡고 그 성과를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회 를 만들었고, 여기에 화답해 용기를 낸 강서의 주민들이 계셨네요. 저는 강서와 는 다르게 장벽을 낮추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방송을 나와 별 관계없다고 여기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저희 동네는 노동 시간이 긴 분들이 많다 보니 참여 장벽을 낮추는 기획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우 리 동네에도 여력이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 저희 창신동라디오 덤의 시스템은 그분들이 만족감을 느낄 시스템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역의 특성을 반 영하는 것과 더불어서 그 지역 내 다른 욕구들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이처럼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받고, 공간도 마련했고, 만족도가 높은 교육 시스 템과 송출 시스템도 만드셨는데, 한편으로 고비도 있지 않았나요?
저와의 싸움이 그랬어요. 2017년 초에는 바닥을 친 듯한 기분이었죠. 1~2 년 차에 에너지를 너무 써서 그랬는지 공간이 생긴 이후에 내가 감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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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들이 부담으로 확 다가왔어요. 사실은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 제였고, 너무 감사하게도 알아서 잘 진행되는데…… 글쎄요, 그때는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니까 자신감이 점점 떨어 지는 거예요.
위기를 지나 다시 목표를 세우다 공간이 생기면서 형태가 딱 갖춰진 게 눈에 보이니까 더 그랬을까요?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아무튼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 어요.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주변 선배 국장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이 감정이 옳은지, 그만둬야 하는지……. 그런데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나 도 그런 적 있었다.’ ‘지금은 너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 다.’ 그 말들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고비가 파도처럼 몰려왔는데, 어떻게 지나간 것 같나요?
막상 공간을 얻고 나니까 방향성을 잃었나 봐요.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하 지?’ 방황했던 것 같아요. 에너지를 찾는 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내 스스 로 찾았다기보다는 주변의 응원들이 저를 지켜줬어요.
지금은 다른 방향성을 찾으셨어요?
강서FM이 미디어에 초점을 두었다고 보시는데, 교육을 나가고 활동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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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개소식 Ⓒ 강서FM
면서 미디어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선배들 이야 기도 듣고, 스스로 반문해보면서 지역에서 강서FM이 해야 할 일을 고민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운영에 대해서 고민했다면, 방황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강서FM이라는 단체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재설 계했어요. 설계의 방향성이 지금은 좀 정리가 됐습니다. 교육을 하고 활동 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동안은 마을을 뺐던 것 같아요. 마을에 관심을 두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고, 또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덜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은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 안에서 길을 찾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인정받고 신뢰를 얻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고비가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 설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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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몇 차례 겪었던 것 같은데요. 다른 운영자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고비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마포FM, 동작FM을 찾아갔어요. 선배 단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상황이 정리되더군요. 혼자 고민하면 결론이 나오지 않 는 것 같아요. 주변의 경험자들을 찾아서 고민을 나누는 것이 좋은 방법이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역사회의 기대와 수요에 부응하기 강서FM의 행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선 단체와의 네트워킹을 조금씩 열어갈 생각입니다. 강서FM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있으니까요. 지역이 요구하는 언론으로서 지역 만이 갖는 고민과 알려야 할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강서FM으로 성장하 고 싶어요.
지역의 요구는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같은 경우 공중파에서 하는 토론회 말고 강서에 사는 주민들이 허 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토론회 같 은 기획을 강서FM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저도 할 이야기 많은 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도 공감하고 고민하는 부분이었어요.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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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지역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강서FM에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행이나 팩트 구성에 전문성이 필요 한 것 같아요.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품이 많이 들죠. 보도국 형태와 비슷하게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하는 사 람이 많아야 하고요.
첨예한 현안일수록 공정하게 그리고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 죠. ‘이걸 어떻게 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은 대부분 첨예한 사안이라 서요. 종국에는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팩트 체크가 어렵다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라도 만들어야죠.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자 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일을 쉽게 하도록 돕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의 역할이네요. 첨예한 상황에 선 대화가 이루어지기보다는 다툼이 나기 쉬운데, 대화하는 힘만 갖출 수 있어 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 마이크를 갖다 대도 싸울까요?
아닐 것 같아요. 마이크를 들이밀기만 해도 반응이 다를 것 같아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카메라 있을 때와 아닐 때 사람들이 좀 다르거든요. 우리 같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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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FM과 마을생활전파소가 공동기획한 지역일꾼찾기 프로젝트 <강서썰팟> Ⓒ 강서FM
요.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정리해주세요.
저는 강서FM을 만들면서 활동가의 길인지 모르고 시작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걸 주변 사람들과 나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죠. 이렇게 험 난할 줄 몰랐어요.(웃음) 뭘 몰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0년 넘게 비영리단체를 하신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네가 뭘 몰라서 3년을 이 끌어올 수 있었던 거야.”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그 길에는 든든하게 동행해주신 강서FM 식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에 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인터뷰 2017.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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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FM 2015-2017 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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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금천 이성호 PD는 2010년부터 지역에서 뉴스를 제작하고 신문을 만들어왔다. 2012년 부터 라디오 제작을 시작했고 2016년 10월 라디오금천을 개국했다. 2017년 현재 마을신문 금 천in 편집장, 라디오금천 PD로 활동하면서 금천 지역의 마을미디어 활동을 지원하는 열혈 인 큐베이터다. ‘마을미디어의 힘이 커지지 않으면 라디오금천도 성장할 수 없다’는 신조가 분명 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술력과 풍부한 지역 활동 경험을 통해 금천구의 터줏대감으로 입지 를 다진 라디오금천. 오랜 시간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이성호 PD는 이 기록이 잘 보관되 고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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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금천
이성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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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록하는 금천지역 마을언론
라디오금천의 활동 과정을 시기별로 구분한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미디어 활동은 2007년에 시작했어요. 아는 형님이 영상으로 하루에 한 편 씩 구로·금천 지역 영상뉴스를 만들었는데, 그때 고민이 생겼죠. 첫째, 동 네에 대해 기록하는 사람이 없고 둘째,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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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더군요.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없고, 주민들끼리도 서로 잘 모르고요.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 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역할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요. 그러면서 미디어라는 결론을 더 분명하게 내리게 됐습니다. 특히 뉴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종이신문을 만들었어요. 지역의 소식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게 이유였고, 주부 나 어르신이 주 타깃이었습니다. 2010년 11월 마을신문 금천in 준비 1호 를 내놓고 다음 해 5월 창간호를 만들었습니다. 종이신문은 접근 대상이 한정적인 면이 있는데,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팟캐스트도 만들었어요. 2011년은 <나는 꼼수다>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였거든요. 그때부터 팟캐스트 라디오 활동을 신문 과 병행했어요. 2013년엔 마을방송국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처음엔 지역 내 단체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도록 했고, 또 그것들을 모으면 되겠다 싶어서 금천학부모모임, 도시농업네트워크, 생협 등에 제안했죠. 그런 노 력들이 이어져 2016년 10월 라디오금천을 개국했습니다.
영상, 종이신문 거쳐 라디오금천 탄생 영상에서 종이신문, 그리고 신문을 활용한 라디오, 여기에 다양한 단체의 활 동을 공유하는 여러 시도가 잘 모아져서 라디오금천 개국으로 이어졌네요.
59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각 단체의 활동을 공유하는 마을방송국은 실패했다고 봐요. 각 단체가 활 동은 활동대로 진행하면서 홍보 수단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셈인데, 아무 래도 방송까지 하는 것은 활동가들에게 벅찬 일이었어요. 단체의 활동만 으로도 빠듯하잖아요. 그리고 그땐 녹음실도 없었어요. 각 단체에 장비를 싸들고 가서 녹음하고 다시 챙겨오고 그랬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정 조 율도 힘들었어요. 2014년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이라는 단체 한 곳에서 만 방송을 진행했어요. <텃밭라디오>라는 이름으로 텃밭에서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도했는데 도시농업 하는 분들의 모임이라 미디어 활동에 집중 하기 어려웠고, 결국 지속되지 못했어요. 이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가 2015년엔 대중강좌를 시작했어요. 그때 만난 분들이 지금까지 주축이 되 어 움직이고 계시죠.
접근 어려운 신문, 수입 없는 라디오… 마을에 맞는 매체는 뭘까 영상, 신문, 라디오 매체를 모두 경험하셨는데요. 지역 현안과 소식을 전하는 데 있어서 각 매체마다 어떤 특징이 있나요?
영상은 무겁게 다가오죠. 장비 부담도 있고 손이 많이 갑니다. 신문은 참 여자 확대가 어려워요. 대부분 글 쓰는 일을 정말 어려워하세요. 쉽게 접 근해도 되는데 신문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시죠. 참여 자 확장성은 가장 떨어져도 매체 영향력은 신문이 가장 큽니다. 신문 산업 은 뉴스가 핵심이니까요. 라디오나 영상물은 ‘뉴스’라는 언론의 역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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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다양한 곳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요. 라디오는 접근이 가장 쉽지만 수입 구조를 만들기가 가장 어려워요. 또 학교에서 라디오 교실을 열어도 결국 영상으로 귀결시키더라고요.
세 가지 매체를 계속 같이 운영하고 싶으신가요?
젊은 친구들은 영상 매체를 정말 잘 다뤄요. 친숙하게 여기기도 하고, 빠 른 시간에 잘 만들어요. 반면 이 친구들에겐 라디오가 익숙하지 않겠지만 중년에겐 친숙하죠. 영상 매체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이신문 발행은 고민이 됩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기에 종이신문이 필요할까 싶 기도 하고요. 뉴스는 만들겠지만, 아무래도 인터넷 유통에 방점이 찍힐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 신문은 가져갈 계획입니다.
61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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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이나 소식은 텍스트로 전할 때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소식을 전하려는 목적이라면 라디오도 적합하지 않다고 봐요. 찾아듣기가 어렵잖아요.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도 시의성은 없죠. 다시 라디오금천 이야기로 돌아오면, 2015년에 교육을 하셨고 2016년에 조직으 로 활동을 하셨어요. 개인적인 동기가 있을까요? 방송국 멤버들이 활동을 시작 하게 된 동기도 궁금합니다. 재미 이상의 차원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라디오금천에서 주축으로 활동하는 초기 멤버 대부분은 방송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어요. 인터넷 방송, 학교 방송국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개인적 동 기가 강력했죠. 이런 분들을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 이에요. 조직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딱히 정해 두진 않았지만 금천구 주민 들이 모두 들어야 하는 방송, 금천구 주민들이 들으면 좋은 방송을 꼭 하 고 싶었습니다. 새롭게 들어오시는 분들도 이를 실현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단체 활동가 중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 도 계시고요.
새로 결합한 멤버들은 현수막을 보고 오신 거죠?
네. 현수막이 홍보하는 데는 최고죠. 새 멤버들은 라디오 경험을 가지고 계셨고, 방송에 대한 로망이 있으셨어요.
지역 소식이나 현안을 전하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멤버들과는 공감 대가 형성된 건가요?
아뇨. 아직 저의 개인적인 꿈입니다.(웃음) 아마 참여자 분들도 금천 지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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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실 거예요. 라디오금천의 윤 명숙 대표님이 진행하는 <윤명숙의 사랑채>는 동네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 는 방송인데, 동네 소식도 퍼져나가고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거죠.
금천구 소식은 라디오금천이 전한다 신문과 라디오를 결합시킨 콘텐츠도 시도해보셨잖아요. 데이터와 팩트를 가 지고 있으니까 잘될 것 같았는데 왜 정착되지 못했을까요?
신문을 읽어주는 <들려주는 마을 신문>과 매주 <라이브금천>이라는 생방 송이 있습니다. <들려주는 마을 신문>은 진행 중인데 <라이브금천>은 휴 식 중입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이브금천>은 준비해야 할 것이 참 많은데 집중하질 못했어요. 이 프로는 지역 시사방송이라서 진행하기가 까다로워요. 기록하고 관찰하고 물어보는 건 훈련이 되어야 하거든요. 라 디오 활동만으로 훈련되는 분야가 아니에요. 지역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 을 가지고 살펴봐야 하고,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어야 진행을 할 수 있으니 까요. 단순히 교육만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는 않더군요.
전체를 운영하면서 인큐베이팅을 하는데, 생방송까지 준비하려면 너무 힘들 죠. 생방송은 또 다른 전문 영역이라서 욕심 같기도 해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는 절대 공감합니다. 현안을 다루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 는데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 고통스럽죠. 긴 호흡으로 해야 하고 또 시간이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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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많은 고민 이 필요합니다.
짧고 굵은 1분 뉴스나 브리핑 등 다양한 방 식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라디오금천은 2016년 개국해서 활동 기간이 길진 않은데요. 그래도 콘텐츠가 많고 참여자도 많고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것 같아요. 빠른 시 간 안에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뭐 라고 생각하세요?
라디오금천 참여자들에게 열의가 있어요. 참여자의 열정이 정말 중요한데 이들의 헌신이 없으면 사업이 확장될 수가 없죠.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단련된 측면도 있고요. 기술적인 부분이 특히 그렇죠. 저도 체계적인 교육 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한 거죠. 그렇지만 마을미디어 활동을 오래 해왔으니 하드웨어적인 바탕이 있었어요. 동네 어디에 가면 장비가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여기저기서 빌려서 조합을 할 수 있죠. 방송국이 없던 시절엔 활동하는 단체에 직접 찾아갔어요. ‘금천마을방송 국 만들기’ 시절인데, 장비 다 챙겨 가서 녹음하고 다시 싸 들고 오고 그랬 죠. 그 시절에 기자재를 조립하는 훈련을 톡톡히 했어요.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가 열성적인 멤버와 보따리 싸들고 뛰어 다닌 경력이네요. 현장에서 악조건에 부딪히는 가운데 역량 있는 활동가가 탄생
65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했습니다.(웃음) 활동 초기에 제일 어렵고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공간이죠. 메뚜기처럼 이곳저곳 더부살이하다가 지금의 녹음실에 안착했어요. 벌써 네 번째 공간입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두 번 녹음하니까 더부살이도 가능했는데 참여자가 점점 늘고 방송도 많아지니 까 독립 공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공유공간은 많지만 점유할 수 있는 공간 은 드물어요. 한 평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점유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단체가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방송국은 그렇게 운영하기가 힘들잖아 요. 이사를 해도 몇 달 후에 나가야 하고요. 공간을 공유하던 시절에는 마 음이 편치 않았는데 독립공간이 있으니 확실히 마음은 편해요.
왼쪽부터 김혜희 PD, 이성호 PD, 윤명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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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공간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독립 공간 절실 가정집 같고 아늑합니다. 독립공간을 마련하신 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지금 이 공간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금천 지역의 활동가 분이 건물주에요. 공간도 좋은데 건물주님도 좋아 요.(웃음) 공동육아, 학부모 모임에서 이용하던 곳이었는데 이제 저희가 사 용하게 되었죠. 덕분에 보증금 없이 저렴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 활동을 품어주는 공간이네요. 월세 부담도 줄었을 테고요. 공간과 장 비가 고민인 분들에게는 좋은 정보네요.
수입이 없으니 월세 20만 원을 감당하는 것조차 고민이었어요. 회비를 더 걷을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저와 대표님이 더 내는 방식으로 해결하자 마 음먹고 이런저런 사업들을 진행했는데 하다 보니 수입이 약간 생겼어요. 아주 다행이죠.
공간 문제 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방송을 어떻게 유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동네에 어르신이 많은데, 팟 빵 사용법을 설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리플릿을 만들려고 해도 구구절절 설명하게 되고요.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많이 듣고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 민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사용법 설명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어르신들도 듣기 편하게 구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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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야 하는데……. 창신동라디오 덤은 자체적으로 앱을 만들었는데 팟빵 정 책이 바뀌어서 무용지물이 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팟빵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마을라디오 송출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에 라디오금천은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다양한 야외 행사도 많이 하 셨잖아요. 그런 활동이 마을미디어에 어떤 의미와 성과라고 보시는지 궁금합 니다.
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 외에도 다양한 분들이 진행하십니다. 상반기 자체교육은 끝났어요. 독산4동, 시흥3동에서 역량강화사업으로 동네라디 오를 만들겠다고 하셔서 교육도 하고 공개방송도 지원하고 있어요. 학교 방송국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방송반 아이들과 한 달에 두 번 라디오를 제 작하는데 교장 선생님 인터뷰도 하고 영상도 찍어요. 직업체험도 많이 옵니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금천지역의 학교와 협동조합 을 연결하고 있어요. 생협에 가서 음식을 만들거나 공방체험을 하죠. 그때 라디오금천도 함께 체험을 진행합니다.
‘팟빵’에 의존하는 건 문제… 안정적 송출 시스템 필요 어떻게 해야 교육 프로그램에 특화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까요? 교육을 시 도하는 마을라디오는 많지만 콘텐츠 제작으로 활동이 연결되려면 기반이 있거 나 관과의 관계 등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2011년부터 7년 정도 라디오를 해왔어요.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이나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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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 전화를 많이 주세요. 미디어를 인큐베이팅하는 일 도 하고 있어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필요한 내용을 같이 설계해요. 저희가 찾아다니며 발굴한 케이스는 없어요. 활동을 쭉 하다 보니 확산된 거죠. 쉽게 도움을 청하시고 연계 활동을 하는 거죠. 홍보도 열심히 하긴 해요. 축제 부스를 운영하고 동주민센터에 팸플릿을 가져다 놓습니다. 동네 네 트워크나 연대회의에도 나가니까 아는 분들께 연락이 오곤 해요. 일단은 많이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바쁘잖아요. 문의 전화가 왔을 때 일일이 응대하기가 어렵고 벅찬 데, 어떻게 그렇게 친절하게 응대를 할 수 있을까요? 이 일에 집중하는 상근자 가 계신가요?
제가 상근활동가예요. 그리고 뉴딜일자리로 활동하는 분이 계시죠. 동네 다른 미디어 활동을 지원하고 상담하는 일에 충실하면서 회의에도 집중 할 수 있는 건 지금 구성원 분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해주셔서 가능한 일입 니다. 하지만 분명 벅찬 구조이긴 해요. 새로운 사람이 성장하려면 시간 이 많이 필요해요. 강좌를 들으신 분이 스스로 오퍼레이팅을 할 수 있고, 상담을 하고, 기획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하려면 1~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생계 문제가 안 풀리니까 그만둘 수밖에 없고, 서로 슬프죠. 라디오 광고시장이 많지 않고 거의 후원이니까요.
69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2017 금천노인박람회 체험부스 운영 Ⓒ 라디오금천
금천지역 마을미디어 생태계 위해 컨설팅도 병행 다른 팀들에 대한 지원, 컨설팅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동네 터줏대감이 없으면 다양한 미디어가 활성화되기 어려워요.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니까요. 기기와 기술을 서포팅해주는 사람이 있으 면 계속 갈 수 있어요. 훈련하고 방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역할을 라디 오금천이 했다고 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는데, 공공의 역할을 하는 분들이 컨설팅 비용을 고려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면 인큐베이팅을 왜 계속해야 하나 회의 가 들기도 하죠. 그렇지만 마을미디어가 늘어나야 하는 건 맞고, 라디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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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 성장하려면 협력자이자 경쟁자가 필요해요. 협력자이지만 경쟁자이 기도 한 우리가 기획을 함께하고 이끌어주는 거라고 봐요.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점진적으로 정책을 바꿔나가야겠지요.
벅찬 구조에서 활동하고 계시네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습니다. 컨설팅 비 용 문제 등 타 조직의 활동을 지원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계 신 것 같아요. 미디어의 어떤 가능성을 보고 계신가요?
신문은 없어질 수 있지만 뉴스를 활용하는 방식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지만, 동네 기사는 로봇이 쓸 수 없어요. 빅데이 터를 구축하기도 어렵고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죠. 동네가 더 개방되고 공 개되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지역행정에 대한 감시를 목적으로 시작했 고, 금천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금천은 1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활동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미디어가 이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라디오금천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풍성해지면 물론 좋 겠지만, 끊임없이 지역밀착형 콘텐츠와 구조를 가져가야 올바른 방향이라 고 봅니다. 우리 동네가 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 어요.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확신이 있으시네요.
우리만 성장하지 않고 타 단체의 성장을 돕는 것은 분산이 아니라 힘을 키 우는 방식이에요. 미디어의 힘이 커지지 않으면 라디오금천도 클 수 없어 요. 미디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늘어나야 감시자도 늘어나고, 질 높은 미
71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디어가 생산되고, 만족도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겁니다.
라디오금천에는 어떤 고비나 문제가 있었나요?
공간을 옮길 때마다 고비였어요. 그렇지만 열성적인 활동가들 덕에 잘 돌 파했죠. 고민은 늘 사람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 들어야 하는 장기적인 문제가 있고, 단기적으로는 업무 조율이 어려운 숙 제지만 슬기롭게 풀어나갑니다. 관계 문제는 서로가 겪어나가야죠.
관계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주저앉을 수도 있잖아요. 정면으로 관계 문제를 다루며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죠. 업무는 어떻게 분배하시나요?
장비만 있으면 녹음부터 업로드까지 대부분 할 수 있어요. 청소년들은 한 시간 정도 알려주면 바로 알아서 해요. 기술적인 문제는 방송 장비만 세팅 되면 어려울 게 없어요. PD들이 육성되고 있죠. 공간이 필요한 이유이기 도 해요.
방송마다 몇 명 정도로 구성되나요?
대부분 교육생끼리 팀을 짜서 콘텐츠를 만들어요. 처음엔 오퍼레이터를 해주고 석 달 후엔 직접 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퍼레이팅까지 할 수 있도 록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은 기계 조작이 그렇게 복 잡하지 않잖아요. 오퍼레이팅 인력을 따로 두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혼자 방송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팀으로 합니다. 2인 이상 으로 팀을 꾸리는데, 1인 방송을 하시는 분에게는 오퍼레이터를 붙여요.
7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시흥3동 박미마을회관 역량강화 프로그램 Ⓒ 라디오금천
평균 3~4명이 팀을 이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동일 시간대 띠 편성 및 생방송 모색 현 단계에서 라디오금천에 필요한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띠별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매일 특정한 시간에 생방송을 하는 거죠. 생 방송의 묘미가 있잖아요. 팟캐스트도 계속 진행하겠지만, 일정한 시간에 방송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라디오는 보통 찾아 듣는 것보다 켜면 나오는 거잖아요. 라디오금천이 청취자 분들의 삶 속에 배치되면 좋겠어 요. ‘몇 시엔 라디오금천’이라는 인식이 박혔으면 해요. 3일 정도 스트리밍
73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을 해본 적이 있어요. 누가 듣겠냐 싶지만.(웃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띠 편성과 생방송으로 방향을 잡고 계시네요.
전체 생방송은 부담스러우니까요. 라디오금천은 워낙 편집을 안 하고 생 방송처럼 녹음해서 무리는 없겠지만 심적인 부담은 있겠죠. 생방송은 적 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생방송은 준비가 많이 필요하 고 스태프가 꼭 필요하지만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라디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생방송에 대한 로망이 있죠. 그런데 콘텐츠에 대 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세요? 라디오금천의 콘텐츠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 니다.
독산1동 마을축제 공개방송 Ⓒ 라디오금천
7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지역 주민을 소개하는 <윤명숙의 사랑채>, 시를 나누는 <시와 음악카 페>, 건강방송 <건강톡톡 생생톡톡>, 음악 방송 <포포즈의 음악여행>, 동 단위 방송 <오동통 라디오>, 청소년 방송 <별별톡톡>, 차성수 금천구청장 의 <차차차>가 있고, 이밖에 <여수다>, <문학산책>, <금천을 기억해>, <들 려주는 마을신문> 등이 진행되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서 가능하면 지역에 더 밀착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나 학부모와 연계한 동네 방송이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수다도 괜찮고, 뉴스를 흉내 내도 됩니 다. 라디오금천을 통해 동네 소식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사람이죠. 가장 큰 부분이에요. 보통 활동가들이 생계 문제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곤 하잖아요. 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급여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 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높 아서 기술 습득을 참 어려워하세요. 그분들을 교육하고 키워낼 수 있는 구 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해요. 결국 사람을 키워내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마을을 기록하고 보관하고 전달하기 성장을 위한 교육과 체계가 필요하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생계를 해결 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75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한 가지 말씀을 더 덧붙이면,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기록’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금천구나 서울시나 행정적인 부분을 서버로 쫙 기 록하잖아요. 그런데 마을미디어나 공동체 활동은 누가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요? 의문이 들더라고요. 블로그도 그렇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만으로 개인이 기록하는 방식은 사라지기 쉬워요. 저희가 동네 단체들과 <금천을 기억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1935 년생, 1945년생 분을 모시고 당시의 마을 이야기를 듣는데, 이전까지 동 네에 이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어요. 자료도 없고 기억하는 분들도 없는 거 죠. 새로운 세대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미디어가 기록하고 남기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뿐 아니라 이후까지 어떻게 전 할까? 이 점이 고민이에요. 모든 걸 다 전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디에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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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지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카이빙에 대한 이야기인데 외부 업체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기록하고 남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네요.
기록을 하는 분들은 많아요. 그러나 ‘기록물을 어떻게 보관하고 전달할 것 인가’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을 역사로 남기는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동네에서 미디 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2017. 11. 21.
77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라디오금천 2015-2017 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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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노원유쓰캐스트는 2017년 4기 공개모집에 무려 109명이 지원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노원구 대표 청년단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7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에서 성 장상을 수상했다. 활동 4년 차에 접어든 노원유쓰캐스트는 독특한 운영체계로도 주목을 받았 다. PD와 운영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풍성한 방송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벌점제도를 도 입한 것. 실무자 역할을 자처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온 운영진의 열정과 노고를 느낄 수 있다.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는 20대답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복지 사업과 마을미디어 활동의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라면 장 대표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 다시듣기
8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81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노원에 대한 청년들의 열정을 방송으로 모으다
노원 NPO지원센터에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스튜디오가 있네요. 주민공동이 용시설인 듯한데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2017년 초에 노원구에서 ‘행복공동체사업’ 일환으로 주민들이 방송 활동 을 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마련했어요. 주민과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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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을 촉진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꾸려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공간 이죠. 조건 없이, 공익활동을 하는 구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성북구에 최초로 구 단위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생겼는데, 뒤이어 노원구에 서도 노원마을미디어지원센터 착공에 들어갔다면서요?
노원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2018년 8월 완공될 예정이에요. 미디어 활동 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니까 저희 같은 마을미디어가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원구 행복공동체사업으로 공용 스튜디오 탄생 구 차원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니 부럽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어서 노원유쓰캐스트는 물론이고 노원FM, 이야기발전소도 활발히 활 동하는 것 같습니다. 공동이용시설이라서 다른 마을미디어 단체와 협력하는 일 이 많을 것 같아요.
서로의 현장을 볼 수 있으니 덜 외롭고,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요. 모두의 아지트 같은 곳이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아기자기 함 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깝게 관계를 맺진 못했어요. 노 원구 탈축제 기간에 함께 공개방송을 한 적은 있는데, 그밖에는 협업을 한 적이 없어요. 연령층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니 아직까지는 각자 활동에 집 중하고 있습니다.
83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구 차원에서 축제 때 마을미디어들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노원유쓰캐스트 활동이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볼 때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2013년 활동 초기는 암흑기였어요. 공간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 는 와중에 청년들의 소리를 들어보자는 의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정신 없었죠. 그러다 2014년에 아이템형으로 지원사업을 받으면서 체계를 잡 아갔고, 이름을 알려나갔어요. 유아기였죠. 활동 3년 차에 접어들며 슬슬 성과가 나오고, 반응이 오는 걸 느꼈습니다. 2017년엔 매체형으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예산 지원도 많이 받았어요. 2017년 공개모집에 무려 109명이나 지원을 해주셨어요. 그중 15명을 선 정해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 통해 체계 갖추며 암흑기 탈출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암흑기, 지원을 받으며 체계를 잡은 유아기를 지나 반 응이 오는 걸 느끼셨군요. 무엇보다 109명이나 지원했다는 사실은 큰 성과와 기 록입니다. 활동 초기에는 어떤 동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복지관에서 공익근무를 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공익적인 일에 관심을 갖 게 되었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노원구 도서관 휴먼북 시스템(도서관에 서 ‘사람’을 빌려 대화를 나누며 경험을 열람하는 것)을
8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통해 최윤석 선생님을 처음
만났고, 노원유쓰캐스트를 만들게 되었어요. 최윤석 선생님은 팟캐스트 강의를 하는 분인데, 방송이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는 걸 아까워하시더라 고요. 기록물로 남길 방법을 고민하다가 방송국 운영을 제안하셔서 “그럼 한번 해볼까요?” 하고 만들게 되었어요.
방송국 운영이 간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 또래 친구들이 취업에 급급할 시기에 저는 진로를 고민했어요. 그러다 ‘공익성’이란 가치에 빠져든 것 같아요. 청년들의 개성 넘치고 활기찬 모습 도 좋았고요. 처음부터 미디어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지만 최 윤석 선생님의 영향으로 라디오를 시작하게 된 거죠. 제 지향과 선호가 결 집된 결과물이 노원유쓰캐스트 활동입니다.
85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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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멤버는 어떻게 구성하셨어요?
초기 운영진은 최윤석 선생님과 저의 지인들이죠. 2013년 하반기에 대여 섯 명이 모여서 1기 운영진을 구성했어요. 그 이후엔 공개모집을 통해 구 성했습니다.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하셨어요?
재밌을 거 같다고요.(웃음) 우리가 꿈만 꾸던 걸 실현해보자고 했어요.
PD는 방송제작, 운영진은 운영실무 노원유쓰캐스트는 운영진과 PD가 구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체계가 궁금 합니다.
보통 PD와 운영진의 경계가 흐릿하잖아요. 노원유쓰캐스트 PD들은 방송 제작에 집중하고 운영진은 운영에 집중해요. 처음엔 운영진도 방송을 해 야 했지만, 지금은 멤버가 많아서 운영진을 따로 구성할 수 있어요. 대학 교나 지역 시민단체에 홍보하고 공개모집을 하니까 지원자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운영진은 실무를 담당하면서 제작을 지원하는 역할이잖아요. 보통 자기 방송 을 하고 싶을 텐데 운영진을 자처하는 이유는 뭔가요?
저도 초기엔 방송을 해봤는데 제 경우는 운영진이 적성에 맞더라고요.(웃
87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음)
최근엔 시스템에 약간 변화가 생겼어요. 원래 운영진과 PD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지만 최근엔 PD 중에 국장을 선정해서 운영진과 PD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도록 변화를 주었어요.
멤버 모집 이후엔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나요?
교육이 끝나면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 초기 시스템인데, 아직도 이렇게 진행 중입니다. 네트워킹은 물론이고 체 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최윤석 선생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4년 동안 운영 노하우가 많이 쌓였을 텐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지금 이 공간이 생기기 전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PD들에게 알아서 녹음하라고 맡기고,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그랬죠. 공간이 없으니 대학 교 강의실에서 녹음하고, 중고차를 사서 이동식 스튜디오도 만들었어요. 그 차 이름을 ‘노우너’라고 지었고요.(웃음) 그런데 운전할 사람도 없고 제대 로 된 녹음실도 아니라서 많이 힘들었죠.
아이디어 좋은데요? 독립 다큐멘터리도 차에서 녹음을 하곤 하니까요. 공간 과 장비 문제 말고 다른 고민은 없었어요?
1기 분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커요. 너무 힘드니까 많이 떠나가셨 죠. 그래도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운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때 함께했던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좋은 환경에서 녹음할 수 있도록 지 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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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한 노력은 정 말 높이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지원이 들어오면 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었나요?
자금이 생기니까 홍보를 할 수 있었어요. 인 쇄비나 SNS 홍보 비용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죠. 최소한의 장비 지원도 할 수 있고 공 간 대관도 가능했습니다.
시스템에 변화가 많았는데 사람 구성에도 변 화가 생겼나요?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죠. 초기 멤버는 소수만 남았어요. 그래도 지원 사업을 통해 예산이 생기니까 PD나 운영진도 새롭게 유입되고 아이디어 도 쌓였습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생계 해결할 수 있었으면 노원유쓰캐스트는 젊은 분들이 방송을 하고 계시고 ‘청년’ 미디어를 표방하는 단체잖아요. 젊은 시절에는 주로 취업과 생계 문제가 고민일 텐데 방송 활동을 진로와 연결지어 생각하시나요?
저는 운영진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요. 물론 취미 활동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어요. 서
89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2017 NYPDDJ 임명식. 왼쪽부터 김푸름누리, 이지원, 임지수 Ⓒ NYcast
로 함께 맞춰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취미로 생각하고 활동한다면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텐데요. 대부분 어느 정도의 결합도를 가지고 있나요?
운영진의 경우 수시로 만나고 정기회의를 해요. PD들도 교육 기간엔 자주 만나고, 월간 총회 때 만나니까 평균 매달 몇 번씩 만나고 있습니다.
운영진의 결합도가 높은 편이네요. 생계 활동은 어떻게 하나요?
직장인, 학생, 백수 등 다양합니다.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일을 병행하기도 해요.
9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017년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 때 발표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유로운 시스템으로 운영하다가 벌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을 재편했는데 이렇게 변화를 시도한 계기가 따로 있나요?
방송을 개인의 자율과 재량에 맞기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집하니 까 흐트러질 때가 많더라고요. 결방이 잦으면 방송국이 돌아가기 어려워 요. 월 1회 총회에 불참하는 분들이 많아서 시스템을 재편하자고 뜻을 모 았죠. 총회에 빠지면 벌점 0.5점을 주고, 결방을 해도 벌점을 줍니다. 벌점 이 3점이면 퇴소해야 해요. 그렇지만 운영진 회의에서 동의를 얻으면 벌점 을 리셋할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다 같이 풍성하게 방송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도입한 제도니까요.
운영진을 소집해서 벌점을 리셋한다니 운영진의 열정과 애정이 느껴져요.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좋은 걸 많이 해드리고 싶어요.
자체 홈페이지 운영, 오디오 넘어 영상 제작까지 노원유쓰캐스트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요. 다른 마을미디어 단체에 꼭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 추천하고 싶은데요. 하나만 꼽자면 <노원라이크유>를 추천할게요. PD 들이 각자 자기 방송이 있지만 자율적으로 돌아가면서 <노원라이크유> 진 행을 맡고 있어요. 노원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든 나와서 마이크를 잡
91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추천 하고 싶어요.
오디오 팟캐스트 외에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별도로 올리시는데 특별한 이유 가 있나요?
음성 송출은 한계가 있죠. 미디어 활동을 하다 보니 영상을 피해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노원유쓰캐스트의 방송을 귀로도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송출 방식이 궁금해요. 마을라디오들은 대개 팟빵으로 송출하는데 노원유쓰 캐스트는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홈페이지와 자체 서버를 통해 송출하는 시스템이더군요.
팟빵은 수많은 방송의 집합소라서 경쟁력을 못 가질 것 같더라고요. 노원 유쓰캐스트 방송을 들으려면 홈페이지로 오도록 해야 희소성이 있다고 판 단했어요.
홍보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해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서 홍보 합니다. 그냥 홍보만 하지 않고 댓글 이벤트 같은 것도 많이 해요. 상품을 걸기도 하는데 많이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하려는 전략이죠. 타 단체 페이지 에 공유를 부탁하기도 하고요.
9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노원유쓰캐스트 홈페 이지에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를 기사화하고 계시더라고요. 방송과 잡지의 기능을 동시에 담보하는 시도 같아요.
2013년에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를 함께 기획했지만, 지금은 잡지와 방송팀이 분리되었어요.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 페이스북 페이지가 유 명하니까 홍보를 부탁하기도 하는 등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노원뮤직네트워크 NMent와도 협력을 하시는데 어떻게 접점이 생긴 건가요?
라디오에는 음악이 필수잖아요. NMent의 대표자는 따로 있고 저는 초기 기획에 참여했어요. 음악 하는 분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연도 하 고, 음악감상회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들게 됐어요.
2017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에서 단체상을 수상한 NYcast Ⓒ NYcast
93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라디오 방송은 말과 음악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볼 때 현명 한 네트워크라고 느껴집니다. 네트워크가 방송의 질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잡 지로 정보를 유용하게 전달하고, 음악인들과의 네트워크로 양질의 방송을 만들 고……. 공개방송 때도 빛을 발하겠어요. 어떤 일을 시도하더라도 유용하게 활 용할 수 있는 좋은 관계망입니다.
일단 네트워크가 있으면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성과가 난다고 봐요. 다른 단체에서도 마구 씨를 뿌려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을미디어 통해 공동체 경험… 주체적으로 목소리 내는 기회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활동하면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느끼셨어요?
같은 동네 주민이니까 밀도 높은 관계 맺음이 가능해요. 노원이라는 지역 이 저희를 엮어줬죠. 성인이 되면 동네친구 만들기가 어려운데, 지역에 대 한 애정을 기반으로 모이니까 좋은 교감 속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학교나 직장 이외에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또 자 아를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해요. 사회에 맞춰서 살아가는 수동적인 청년 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 청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 에서 의미가 큽니다.
활동을 통해서 주체성이 생겨난다는 것, 그리고 동네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고
9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죠.
티셔츠도 맞춰 입고, 회의도 함께 하면서 소속감이 고취되죠. 저희만의 아 지트에서 모일 때마다 늘 감사하고 기뻐요. 만날 때마다 행복합니다.
최근엔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는데, 저는 ‘같을 수는 없 을까?’ 하는 고민을 해요. 노원유쓰캐스트 활동이 직업으로 발전할 수 있 으면 좋겠는데, 개인 취미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분들과 간극이 있어요. 그 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생계 활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고, 그런 지점을 만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상상하는 대안이 있나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느라 실습을 다녀왔는데, 복지업계가 마을공동체 사업과 협업하면 시너지가 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복지사업, 구청에 서 진행하는 사업과 연계해서 홍보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방식 은 다양할 것 같습니다.
공감해요. 평생교육과도 연관이 많다고 생각해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구 성하고 가꿔나가는 힘을 키우는 데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봅니다. 그 리고 지역 내 다양한 활동들을 엮어줄 수 있고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공유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을미디어가 이를 엮어주고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 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마을미디어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활용가치가 높다
95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2017 NYPDDJ School 오퍼레이터 교육 Ⓒ NYcast
는 데 공감합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춘 마을미디어 단체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네트워크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지역의 변화 확인하고 싶어 마을미디어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주민들 사이에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 소식을 전하는 데 강점이 있죠. 주민 이라는 이유로 연결이 되고, 다른 방송국이 전하는 것보다 훨씬 밀도 있게
9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활동 초기엔 미디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활동을 하면서 고민 이 점점 쌓여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현 단계에서 노원유쓰캐스트에 필요 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역사회와 접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우리끼리 재밌게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변화가 실현되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구민 들에게 더 다가가고, 그들이 만족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복지 사업과 미디어가 좋은 시너지 를 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요. 이 가능성에 주목해서 청년 일자리에도 활용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상상력을 가지고 시도하는 동 안 관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하고, 그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이 절실합 니다. 지금보다 살 만하고 훈훈한 세상을 꿈꾸며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 원하겠습니다. 인터뷰 2017. 12. 20.
97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노원유쓰캐스트 2013-2017 TIMELINE
9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99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대표
전국 최초로 동주민센터에 마을방송국이 생겼다. 도봉구 방학3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은행나 루마을방송국은 2016년 7월 20일 도봉구 방학3동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마을활동 가들의 협업으로 개국했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는 2012년 마을미디어 시 작 단계부터 지역신문에서 진행한 교육 참여자로 시작해 6년 동안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오 랜 지역 활동을 기반으로 주민과 관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민관 협업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약을 위한 과제가 남아 있다. 김미현 운영담당자는 “마을미디어 의 확장을 위해선 탄탄한 체계와 정책, 전문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을의 허브가 되는 방송국, 주민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는 마을방송국을 꿈꾸는 김미현 운영담당자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방송 다시듣기
10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동주민센터에 마을방송국을 만들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은 2016년에 탄생했는데 짧은 시간에 굵직한 행적을 남 겼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활동해오셨나요?
2016년 3월 마을계획단 주민모임에서 마을미디어 사업을 진행했어요. 교 육형 사업으로 22명의 은행나루마을방송국 1기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10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보통 수료생 배출과 동시에 공개방송을 하기 때문에 7월 20일 방송국 개 국과 동시에 거창하게 공개방송을 했죠.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개국을 했 습니다. 2017년엔 복합형으로 마을미디어 사업을 지원받았어요. 2기는 자 체적으로 교육했고, 3기까지 교육생을 배출했어요. 이 시기에 은행나루가 많이 알려졌고, 동주민센터와 함께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얼마 전엔 주민센터 안에 방송국 스튜디오가 생겼어요. 아직 정식 오픈 은 안 했지만 방송 녹음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생기니까 관심 도 더 커지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죠. 지금은 안정적으로 마을미디어 활 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방송국 운영을 더 잘해야죠.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개국하고 동주민센터 안에 스튜디오를 차리셨어요. 자체적으로 3기까지 교육생을 배출했고요. 시작 단계부터 다른 단체와 차이가 있네요. 상세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은 2012년 도봉N에서 시작했어요. 신문도 만들고 라디오 도 하고 운영도 담당했어요. 도봉N은 시민단체인데 이왕이면 더 많은 주 민들이 마을미디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주력했어요. 2015년에는 방학3동 이 찾아가는동주민센터(찾동) 희망동으로 선정되고, ‘마을활력소’ 공간 사업 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마을활력소는 카페 겸 사랑방으로 주민들의 공유 공간입니다. 공연이나 강좌를 여는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죠. 그때 이형엽 동장님이 주민센터에서 미디어교육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마 을활력소 공간도 알리고,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가깝게 경험하면 좋겠다
103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는 취지의 제안이었죠. 번듯한 스튜디오는 없지만 교육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고, 주민자치회에서 장비도 구매해줬어요. 동주민센터와 주민들, 지 역 내 마을미디어 전문가가 아주 쉽게 결합해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꾸준한 지역 활동으로 주민과 행정의 신뢰를 얻다 마을활력소 공간 사업은 ‘찾동’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이었군요. 찾동에 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통해서 더 많이 해보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마을활력소 공간이 생긴 뒤 콘텐츠를 기획해서 이끌어가는 건 주 민들의 몫이잖아요. 제가 마을콘텐츠제작단 엠블 활동도 하고 있어서 은 행나루에서 재즈, 퓨전국악 같은 공연이나 강좌를 열었어요. 주민센터가 주민밀착형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린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고 봅니다. 2년 가까이 매주 은행나루지킴이 자원봉사도 해왔고요. 방학 3동에 오래 살았고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서 신뢰가 있었던 거죠. 사업 목 적을 떠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온 경험이 좋은 작용을 한 것 같아요.
미디어 활동가라는 전문성과 경력이 호감과 신뢰를 얻었네요. 2012년부터 해 온 마을미디어 활동이 은행나루마을방송국에서 싹을 틔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시작한 일이었다면 맨땅에 헤딩처럼 우여곡절도 많았을 텐데 그동안 마을미디어 사업을 통해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좋은 방향을 모색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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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요. 마을미디어를 꾸준히 하는 분들은 기회가 올 거예요. 각자 본인의 역량을 많이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초기 시작 단계에서 굵직한 흔적을 남길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시작이 어렵진 않았어요. 교육으로 시작했으 니 이후에 주민 참여를 독려하는 게 목적이 었죠. 동주민센터와 운영을 같이 하니 도움 을 많이 받았어요. 모집 홍보라든지 꾸준히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라든지. 공개방송은 특히 장소를 물색하느라 힘을 많이 빼는데, 마을활력소에서 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었죠. 동장님 의 역할이 컸어요. 보통 관은 거절하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웃음) 무엇보 다 방송국 1기 회원들도 큰 힘이 되었어요. 방송에 많이 참여하진 못해도 지금까지 함께해준 회원들 때문에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이신데, 방송국 개국 이전에도 활동하셨나요?
2016년 7월, 그러니까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개국 바로 직전에 주민자치위 원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2017년 1월에 미디어분과가 생기면서 제가 분과 장을 맡았고요. 처음에 동장님으로부터 ‘방송국을 주민자치위원회 미디어 분과 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105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싶었는데, 동장님은 방송국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하신 것 같아요. 은행나루마을방송국에 방학3동 주민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 려도 있었고, 부담을 느끼는 분도 계셨지만,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쳤기 때 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어요.
‘캐비닛 방송’ 하며 공간의 중요성 절감 시작 단계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동주민센터와 의 협력, 안정적인 공간, 개방적인 동장님, 멤버십 좋은 수료생, 주민자치위와의 협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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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스튜디오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장비를 넣었다 뺐 다 하는 ‘캐비닛 방송’이었지만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녹음 장비를 매번 세팅하려니 시간도 그렇고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22명 의 회원이 방송에 골고루 참여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만 녹음할 수 있 으니 제작에 한계도 있고요. 엔지니어 교육도 필요한데 공간이 없으니 아 쉬움도 컸죠. 그 와중에 도봉구 주민참여예산마저 계속 줄었어요. 방학3 동은 이미 공간을 많이 갖고 있어서 다른 지원이 잘 안 되더라고요. 잘하 고 있는 곳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한데……. 공간만 만들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응집력이 떨어지잖아요.
고유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 어려움에 너무나 공감하실 것 같아요.
정말 힘들죠. 공간이 있으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방송 장비도 처음엔 낯설고 어렵잖아요. 버튼 하나 잘못 눌렀다가 녹음이 안 되는 상황도 겪게 되고요.(웃음)
맞아요. 방송 장비는 고장도 잦잖아요.
은행나루마을방송국 하면 스튜디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고급스럽고 빛이 나더라고요. 처음부터 이런 스튜디오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서요? 스튜디오 마련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은 민관이 함께하다 보니 2016년 7월 개국방송 이후 언론의 취재 요청이 많았어요. ‘방송국’이라는 명칭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
107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았고요. 번듯한 스튜디오를 떠올리신 거죠.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장소가 중 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산을 따기가 어려웠는데 동장님이 지역 구의 원 두 분을 설득하셨어요. 동주민센터 지하 1층에 청소년 공간과 마을방 송국, 돌봄교실을 만들 수 있도록 구의원 두 분이 힘을 써주셨습니다. 이 동진 도봉구청장님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또 주민자치위원장 출신의 한 지역 인사는 기금을 내주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동주 민센터 지하에 방송국 스튜디오와 청소년 문화복합공간이 탄생했어요. 정 말 감사하죠.
구의원을 설득한 것도 중요한 요소였네요. 난관에 부딪히면 지역의 의원을 찾 아가고, 그분들을 방송에 초대하는 것도 좋은 팁이네요.(웃음)
물론 뜬금없이 등장하면 색안경을 끼겠죠. 감사하게도 그동안 마을미디어 활동가로 일하면서 지역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관과 일할 때 거부 반응이 없었어요.
지역과 주민, 주민과 주민을 잇는 마을미디어 그 과정이 참 쉽지 않죠. 저도 주민자치위원으로 마을방송을 시작해서 최근까 지 만 4년 동안 활동을 했는데요. ‘넌 누구?’ 하는 시선이 한참을 가더라고요. 지 역에 기반한 활동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 같아요. 2016년 3월부터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언제 가장 힘드셨어요?
10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09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첫째는 공간 문제였어요. 마을미디어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고, 주민들이 재밌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데, 공간이 없어서 제작을 못 하니까 늘 아쉽더 라고요.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은 동주민센터와 같이하는데도 왜 이런 어려 움을 겪어야 하는지 고민이었죠. 예산 문제는 참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고비보단 아쉬움이죠. 둘째는 관과 협력하면 성과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부담스러웠어요. 마을미디어는 어떤 성과를 드러내 는 것보다 마을에서 긴 호흡으로 주민들과 천천히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 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동주민센터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봐요.
관과 협력해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진행할 때 강점도 있지만 구성원이 바뀌고 관계가 바뀌면 위치가 애매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을에서 어떤 지위를 갖 고 활동하는 분들의 경우는 방송을 할 때 편안하게 개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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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잖아요. 동장님, 위원장님 앞에서 격식을 갖추고 대화하면서 편하게 자신 의 생각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들고요.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은 동주민센터 안에 소속되어 있잖아요. 비판적인 미 디어의 역할보다는 주민들의 다양한 경험과 소식을 나누는 플랫폼 역할을 했으면 해요. 나의 오늘, 일상, 취미, 관심사, 그리고 지역에 대한 허심탄 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죠. 그러다 보니 공무원 섭외할 때도 어려움이 없더라고요. 함께 홍보하고 제안하고 축제 후기도 나눌 수 있어요. 이웃의 이야기가 감동을 줄 수 있고 지역 소식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개인의 경험을 나누고 주민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관과 함께하는 마을미디어는 파급력, 섭외력, 정보력이 큰 장점이네요. 그 혜 택을 주민들이 온전히 누릴 수 있고요. 이런 장점을 더 크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 다. 그렇지만 관에서 잘못할 때 미디어가 비판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마을미 디어는 그런 힘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 마을신문을 만들 때도 비판보다 동네 자랑이 목적이었어요. 마을 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방송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알 아가는 즐거움, 주민들이 방송을 듣고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있죠. 방 송을 하는 이와 듣는 이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어요. 다양한 방송이 늘어나 면 남부럽지 않은 방송국이 될 수 있어요.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과 주민 사이에 편안한 접점을 만들어내는 방송국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111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방학3동 33명 통장 출연하는 <통장들의 수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동주민센터와 함께하다 보니 마을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은 필수라고 생 각했고, 그래서 소소한 마을뉴스를 전하는 <소마뉴도봉>을 진행하고 있습 니다. 지역에 김수영 문학관이 있어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지역의 시인 들이 함께 <문학이 꽃피는 나루>라는 방송도 하고 있고요. 드라마 ‘힘 센 여자 도봉순’ 리뷰 방송인 <내가 도봉순이다>는 조회 수도 꽤 높았죠. 드라 마에서 도봉구는 우범 지역으로 비쳐졌는데, 우리가 느낀 도봉구는 아동 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라는 점을 이야기했죠. 미디어에 미디어로 대적한 방송입니다.(웃음) <아름드리 초대석>은 도봉구에 사는 예술가, 시인 등 다 채로운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고요. 희망 팟캐스트로 진행한 청 소년 방송 <관종들의 수다>도 있네요. <통장들의 수다>는 얼마 전 파일럿 방송이 올라갔는데 인기가 좋았어요. 통장님이야말로 이웃과 접점이 많은 분들이잖아요. 동주민센터에 꼭 필요한 방송이죠. <소마뉴도봉>처럼 은행 나루마을방송국의 대표방송이 되면 좋겠어요. 2018년 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밖에 여행방송도 준비하고 있어요.
<통장들의 수다>는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 았잖아요. 통장님들은 동네에서 발로 뛰며 주민과 만나는 분들이니 동네 소식을 가장 잘 알죠.
맞아요. 그리고 보통 패널 분들은 방송 홍보를 잘 안 하시는데, 통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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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3동 33명의 통장님과 함께하는 <라디오반상회> Ⓒ 은행나루마을방송국
은 홍보 효과가 좋아요. 동주민센터와 함께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봐요.
동주민센터와 함께하니 길이 열렸네요. 저희도 통장협의회 회의 자리에 찾아 가서 방송 출연을 부탁드리거나 따로 연락을 해봤지만 섭외가 어렵더라고요. <통 장들의 수다>는 큰 성과라고 봐요.
마을미디어로서는 좋은 시도인 것 같아요. 이 방송은 방학3동 이형엽 동 장님 아이디어로 시작됐어요. 관과 함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예요.
현 단계에서 은행나루마을방송국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우선 동주민센터와의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마을의 허브 역할도 제대로 해야 하고요. 소식과 정보, 네트워크 차원에서 마을미디어의 허브 역할이
113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은행나루마을방송국 회원 정기모임 Ⓒ 은행나루마을방송국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단체와 차별화되는 동주민센터만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신뢰감과 공신력이죠. 그리고 동주민센터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데, 미디어와 함께 가면 홍보와 성과가 더 확대되지 않을까요? 그만큼 인력도 충분히 필요하 고 역할 분담도 잘해야겠죠. 전문성 확보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처음 활동 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마을미디어가 잘 리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허브 역할을 주민센터 직원이 해야 할까요?
마을미디어가 해야죠. 은행나루마을방송국처럼 민관이 협력해서 탄생한 경우엔 직원들이 중간 역할도 담당하잖아요. 주민센터 일 자체로도 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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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 서로 발맞춰 가야죠. 마을미디어는 동주민센터의 풍부한 정보를 알 릴 수 있고, 나중에 주민들이나 통장님을 통해 SNS로 뿌려지잖아요. 미디 어 플랫폼의 힘이죠.
마을과 동주민센터의 정보, 소식, 활동 내용이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힘쓰는 게 중요하다고 보시는군요. 이걸 ‘허브’라고 표현하셨고요.
마을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미디어 활동가가 아 니면 그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운데, 활동가들이 계속 필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마을미디어-찾동 사업 간 연계 시스템 필요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찾동 사업에 미디어 분과도 없고, 지원정책도 없어요. 찾동의 성과를 미디 어가 기록할 수 있는데 전문가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죠. 마을미디어와 찾 동 사업은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아요. 찾동 사업 안에 미디어분과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지속가능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이 6년 차에 접어들면 서 서울 각 지역마다 마을미디어 전문가가 생겨났어요. 이들 전문가들이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되어야 해요. 사업이 배 정되길 기다리고, 계속 교육만 하면 발전할 수가 없더라고요. 마을미디어
115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는 서울시 문화예술과 사업인데 애매한 단계에 있다고 봐요. 도약하지 못 하고 머물러 있는 단계인 거죠. 마을미디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설득 하다 보면 힘이 빠져서 더 못해요.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면 좋겠어요. 마을미디어 활동은 인력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자치구에서 중간 역할을 할 전문가를 파견하고 조정하는 일이 중요해요. 마을미디어는 콘텐츠, 교 육, 운영 등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해요. 계속 발전하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워요. 결국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중요해요. 하지만 사람에 대한 지원을 안 하고 있잖 아요. ‘알아서 하겠지?’ 이런 식으로 일관하는 현실이 아쉽죠.
마을미디어 활동을 해보면 주민 몇몇으로는 확장되기 어려운 지점이 있죠. 은 행나루마을방송국은 동주민센터와의 협력을 돌파구로 삼았는데, 잘 안착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성과라고 느끼거나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 이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스튜디오가 생기니까 학교에서 관심을 많이 보여요. 방학3동은 민·관·학 협의체가 잘되어 있 는데, 인근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온 적이 있어요. 동주민센터는 딱딱하 다는 편견이 있는데, 학생들이 탐방을 오는 따뜻한 공간이 된 거죠. 그리 고 학교 방송국과는 또 다르게 아이들이 원하는 방송을 하면서 숨을 쉬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점도 마을미디어의 성과인 것 같습니다.
11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 3기 공개방송 Ⓒ 은행나루마을방송국
너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012년 마을미디어가 처음 생겼을 때는 되게 생뚱맞다고 생각했어요. “마 을미디어? 왜 마을이에요?” 이런 질문도 했으니까요. 1년 정도 활동하니 까 ‘마을’이란 말이 입에 붙더라고요. 특히 저는 영상작업과 라디오를 재밌 게 했어요. 다른 분들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 선물 같은 경험을 꼭 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죠. 그래서 주민들과 사진으로 동네를 기록하 고 구민회관을 빌려서 전시도 했어요. 작가가 되어보는 경험이죠. 살면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마을미디어를 통해서 해보는 거죠.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처럼 경험에 따라 삶이 바뀐다고 확신해요. 활동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전문성을 갖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솔 직히 많이 힘들어요. 그렇지만 즐거움, 보람, 의미가 있으니 계속 활동할
117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은행나루마을방송국 2017 송년회 모임 Ⓒ 은행나루마을방송국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모든 활동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도 마을미디어의 장점이죠. 언제든 찾아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게 마을미디어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고 선물입니다.
삶의 기쁨을 전해주시네요. 더 많은 이웃과 만나기 위해 민관 협력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성공담을 열정적으로 피력해주셨습니다. 민관 협력으로 일궈낸 마 을미디어의 첫 사례이기 때문에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의 활동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2017. 11. 13.
11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행나루마을방송국 2016-2017 TIMELINE
119 ●은행나루마을방송국 김미현 운영담당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지하 공간에 위치한 동작FM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손때 묻은 그 공간 에서 동작FM의 역사와 현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핵심부에 있는 양승렬 방송국장은 2012 년 동작FM 출발부터 지금까지 6년째 동작FM의 살림을 맡고 있다. 오랜 시간 운영을 담당한 만큼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느껴진다. 재정, 운영체계, 관계에 대한 유용한 조언이 가득하다. 양 국장은 인터뷰 내내 마을미디어의 도약을 위한 날카로운 지적과 제안을 들려주었다.
▶방송 다시듣기
12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121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마을라디오에 주파수를!
동작FM의 지난 활동 과정을 질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어떻게 나 눌 수 있을까요?
2012년 가을,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인 우리마을미디어문화 교실 2기에 선정되어 교육을 열었어요. 그때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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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FM의 씨앗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 시기에 교육을 시작해서 참여자와 주민 DJ를 모았고, 방송국이라는 조직 형태를 갖추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를 새싹기, 2015년부터 지금까지를 성장 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달 단계를 씨앗기-새싹기-성장기로 구분하셨네요. 새싹기와 성장기 이야 기도 들려주세요.
새싹기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 같아요. 2014년은 운이 참 좋았던 시기였어 요. 공간 리모델링도 했고, 계약직이지만 청년활동가도 2명이 있었고, 장 비도 새로 마련할 수 있었으니까요. 방송국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하드웨어가 마련된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새싹기의 이런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지금의 동작FM의 모습이 갖춰졌죠. 방송제작이 안정적으로 이 루어지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 역사탐방, 시민사회 및 풀뿌리 활동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이제 다시 한번 제2의 도약을 해야 하는데, 성장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체기는 아닌지 고민됩니다.
씨앗기, 새싹기 거쳐 성장기… 운영위원회 역할 중요 동작FM은 다른 마을미디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마을미디어 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라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
123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다 조직을 안정감 있게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곳보다 빠른 시간에 조직화가 되 었다고 봐요. 운영위원이 초기부터 결성되었고, 2016년에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기도 했고요.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조직화를 이루었는지 궁금합니다. 비법이 있을까요?
제가 살림을 맡고 있다 보니 동작FM을 이야기할 때 양승렬이라는 한 사 람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운영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조직 형태와 체계를 갖출 수 있었어요. 동작FM에 운영위원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개 국은 2013년 1월에 했는데, 운영위원은 2014년 2월에 생겼죠. 8명 정도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회의를 통해서 중요한 일 을 결정하고 역할 분담을 했어요. 2016년에는 우리가 단체로서 도약할 필 요가 있을 것 같아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비영리 민간단체, 법인 등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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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형태를 어떻게 할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어요. 거의 2년 가까이 고민 했네요. 우리의 현 상황에 맞게 신중히 접근했고,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 했죠. 2016년 가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는데, 이를 계기로 해 서 향후 방향을 정해보자고 결정했어요.
월 1회 정기 회의는 빈도도 높은 편이고,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도 건강해보입니다.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진 계기나 배경이 있나요?
초기에는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참여자 분들이 의견을 주셨어요. 이 모임이 체계를 갖추고 성장하려면 의사결정 구조가 있어야 하고, 운영위원회 같은 공식적인 의결기구가 필요하다고요. 처음 엔 제가 그 점을 잘 수용하지 못해서 1년이 지나서야 운영위가 꾸려졌어 요. 지금은 이 운영위원회가 동작FM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 습니다.
양 국장님이 동작FM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도 궁금합니다.
동작FM 이전에 마을방송국 활동 경험이 두 번 있어요. 학창 시절부터 미 디어를 만들고 싶었는데 특히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어요. 그러다가 2004년 22살 때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장기 농성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라는 프 로젝트에서 감독을 맡았는데 사실 당시에는 별 고민 없이 참여했어요. 그 런데 이주노동자인 또래 청년을 만나고 인터뷰를 영상에 담으면서 타인의 삶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죠. 20대 초반의 네팔 청년 두 명을 인터
125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뷰했는데 나중에는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되더라고요. 녹화 후에도 자리 를 떠나지 못했어요. 나중엔 카메라 내려놓고 같이 데모하러 다녔죠.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카메라에 담는 행위가 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두 번째로는 2006년 대학교 3학년 봄에 평택 대추리로 농활을 간 경험이 있어요. 미군기지가 대추리로 이전하며 국방부가 토지를 수용하고 주민들 을 내쫓던 시기였어요. 남는 사람도 있고 떠나는 사람도 있었죠. 어르신들 이 맨몸으로 경찰과 싸우는 모습을 외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을의 이야기와 주민들의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하 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대학교 친구들과 ‘들소리 방송국’을 만들고 하루 10 분씩 인터넷방송을 했죠. 총 200회쯤 한 것 같아요. 당시 ‘참세상’이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스트리밍(streaming)했는데 동네에서 고립되어 싸우고 있던 주민들과 함께 저녁 촛불행사 때마다 우리가 만든 뉴스를 보면서 함 께 울고 웃으며 힘을 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미디어가 우리를 하 나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앞으로 동작구에서 계속 살아갈 텐데 뭘 하면 좋을 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마침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시 작했어요. 좋은 기회였죠. 동네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서 마을방송국을 시 작하게 되었습니다.
미디어가 나와 이웃을 사회와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 달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네요. 피부로 느낀 경험이 정말 오래가죠. 강력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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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 영향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지 않았을까요?
분명 큰 계기였어요. 10년 전 일이지만 그때가 많이 떠오릅니다. 시간, 공 간, 사람은 다르지만 당시 느낀 희열과 희망을 계속 떠올려요. 동작FM을 통해 그런 기운이 또 다시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운영위원들의 활동이 동작FM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셨는데, 같 이 시작한 멤버들의 참여 동기는 무엇일까요?
제가 20대 시절부터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활동을 했는데, 그때 함께했던 동료들이에요. 같은 동네 주민이고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동료들이라서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의하는 데 이견이 없었죠. 그리고 2012년에 서울시장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졌잖아요. 마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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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주민 활동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마을미디어라는 걸 만 들어보자. 동작에서도 관악FM처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누가 하 겠어? 우리가 힘을 모아 직접 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애초에 미디어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분명하네요.
맞아요. 그리고 옆 동네 관악FM의 생생한 사례도 중요하게 작용했죠.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워 동작FM의 초창기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초기엔 시설과 장비가 없었어요. 방송국 공간도 어둡고 퀴퀴한 지하 창고 같았어요. 방문한 분들이 무섭다고 할 정도였어요.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으니 확장성이 제로에 가까웠고, 공간 자체를 설명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리고 초기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고 또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 는 갈등을 푸는 노하우가 부족했어요.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짧았으니까 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데 미숙해서 많이 삐거덕거렸고 상처를 주고받았 던 기억도 납니다.
갈등은 늘 존재하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어요? 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지 속되는 문제잖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동작FM을 매개로 사람을 만날 때는 이곳의 성격을
129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해요. 마을방송이 무엇인지, 동작FM은 당신에게 무 엇을 해줄 수 있는지, 당신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잘 공유해야 합 니다. 당장 사람이 급하고 콘텐츠가 급하다고 해서 충분한 공유와 대화 없 이 함께하면 삐걱거릴 확률이 높아요. 서로 거리를 좁히고 이해의 폭을 넓 혀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또 운영자 입장에선 기대를 낮추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운영자인데…… 이렇게 생고생하는데……’라는 생각이 강해서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 나면서 조금씩 떨쳐낼 수 있었어요. 주민 DJ, 후원회원 등 동작FM에 참 여하는 분들 모두 자신의 무언가를 하나 이상씩 내놓으며 동참하는 거니 까요.
동작FM의 부흥 요인? 타이밍과 역할 분담 양 국장님의 지혜가 느껴지네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비교적 빨리 해결하고 2014년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을 수상하셨어요. 그때가 부흥기라고 볼 수 있는 데,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네요. 그땐 동작FM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신명나 고 자랑스럽던 시기에요. 연말에 대상을 받은 그 감격을 잊을 수 없어요. 운이 좋기도 했겠지만 이전의 경험과 노력이 쌓여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요? 2013년에는 교육을 두 번 열었고 참여자도 세 배나 늘었어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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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승렬 방송국장, 신소연 PD
수도 1.5배 늘었고요. 멤버십과 콘텐츠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시기였죠. 그때는 저 혼자 상근 활동을 했는데 외부 교육이나 수입에 대한 고민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 더 집중했어요.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웠죠. 더구나 지하 창고 같은 공간으로는 참여자들 에게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없으니 매일 고민을 거듭했어요. 계속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참 많이 했죠. 딱 30대 중반까지만 해보자, 3년만, 아니 1년만 버텨보자고 다짐했어요.
2013년 2기 라디오 교육은 공모사업과 무관하게 직접 진행하셨죠?
2012년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반응이 좋았어요. 덕분에 입소문이 났 죠. 참여자 분들도 의욕이 많으셨고요. 이 흐름이 끊기면 안 될 것 같아서
131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한 번 더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공모사업을 기다리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만들었죠. 배운 걸 총동원해서 교육을 열었고, 같은 해 마 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교육을 열었어요.
중요한 특징들이 있네요. 초동모임이 미디어에 중점을 둔 팀이라는 점도 그렇 고, 맨 처음 교육을 받은 분들의 열의가 식지 않고 이어지도록 노력한 과정도 인 상적입니다. 공모사업이 없는 시기를 잘 이용하신 것 같아요. 보통 운영진들은 직장 다니면서 주말과 밤 시간에 짬을 내서 활동하는데, 상근활동가가 결합하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후속 활동을 지원하지 않으면 성과가 전멸되잖아요. 타 이밍 잘 잡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죠.
맞아요. 그리고 1기 멤버들에게는 후배 기수가 생기게 되잖아요. 후배들 과 뭔가를 더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계속 활동이 왕성했는데요. 2014년 이후로도 부흥기로 느껴집니다.
2014년에 안정적인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그 기반으로 지금까지 여러 활 동을 실험할 수 있었어요. 2015년에도 많은 시도를 했죠. 방송용 장비를 들고 나가 골목과 동네 공원에서 작은 행사들을 꾸렸어요. 방송제작을 지 원해주는 상근자가 결합하면서 저는 외부에서 미디어제작 교육을 하고 다 른 단체와 연대하는 일을 했어요.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간사로 활동하 면서 동작FM의 주변부를 더 두텁게 만들어가는 역할도 할 수 있었어요.
역할 분담이 잘 되었네요. 2014년 서울시 마을로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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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활동가 2명이 결합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에 한몫했을 것 같아요.
동작FM은 청년활동가가 가장 먼저 배치된 곳이에요. 단기 계약직이란 점 에서 근본적인 어려움도 있어요. 그렇지만 인력이 있으니 안정성이 담보 되고,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고, 지역 활동을 보다 폭넓게 해나갈 수 있다 는 장점이 분명 있어요.
후원, 대여, 교육 사업으로 재정 활로 모색 고비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고비가 계속된다는 말이 정확하겠지만 어떤 고비가 있었고 해결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고비라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요. 가장 큰 고비는 아무래도 재정 적인 부분입니다. 비영리 활동이고, 규모가 작고, 주파수가 있는 것도 아 니라서 외부적인 수입이 거의 없는 거죠. 지금 동작FM에는 저 말고 상근 활동가가 두 분 더 있는데, 활동비 지출이 가장 머리 아프고 어깨가 무거 워요. 아직까지 활동비가 밀린 적은 없지만 제 활동비를 제때 챙기지 못한 적은 몇 번 있어요. 그리고 제가 기획하고 생각했던 마을방송의 결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가 끔 질문을 던지는데, 확신에 찬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재정적인 어려움보 다 더 힘들어요. 재정 문제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관계 문 제나 방송 콘텐츠에 대한 고민, 지역사회 활동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슬럼 프에 빠지곤 하죠. 그럴 때가 가장 고비인 것 같아요.
133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골목버스킹 <노량진의 우아한 점심시간> Ⓒ 동작FM
재정 문제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긴 곳은 아직 없을 것 같아요. 해결 방안을 어떻게 모색하셨나요?
수익구조 중 하나가 후원회원이에요. 동작FM 스튜디오 바깥벽을 보시면 후원회원 명패가 있어요. 90명가량 후원회원이 계시고 CMS 방식으로 도 움을 주세요. 한 달에 70만 원 정도 후원금이 들어오는데, 이 돈으로 월세 와 공과금을 충당하고 있어요. 외부 교육도 주요한 수익 사업인데, 학교나 복지관 등에서 미디어교육을 합니다. 대여사업도 하고 있고요. 공간, 장 비, 인력을 대여하고 비용을 받는 거죠. 하지만 역시 큰 축은 보조금입니 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과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신청하고 있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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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은 어떤 경로로 연결이 되나요? 외부 교육은 어떻게 연결되고, 대여 사업은 어떻게 홍보하는지 궁금합니다.
후원회원은 기본적으로 주민 DJ들과 그 지인들이에요.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등 SNS에 활동을 알리는데, 동작FM의 필요성과 존재 의미에 동의 하는 분들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합니다. 외부 교육은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동작구에 있는 학교에서 교육을 하면 다른 학교로 연결이 되기 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연락이 옵니다.
SNS를 보고 후원회원을 신청했다면 그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뜻인데, 이 슈파이팅이라던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요?
약 1년 전쯤에 어떤 주민 분에게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동작FM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좋은 일 많이 한다면서 후원회원이 되겠다고 하시더라 고요. 한 달에 한 번 후원회원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데 반응이 비슷 해요. 동작FM이 지역사회 연대활동에 앞장서고, 지역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점을 알아주시고 감동하시는 것 같아 요. 동작구에 동작FM이 있어서 사건이 묻히지 않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세요. 지금은 4년 넘게 후원하는 분 도 계십니다. 후원을 지속시키려면 리워딩이 굉장히 중요해요. 받기만 하 면 오래가지 못해요. 우리가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된다는 다짐, 우리를 지 켜보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최 대한 많이 만들고 있어요. 교육도 하고 행사도 기획하고 축제도 열죠. 물 론 후원회원 분들은 무료로 초대합니다.
135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미디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신뢰감을 준 것 같네요. 활동을 하다가 개인의 확신이나 의지가 흔들릴 때는 어떻게 해결 하세요?
해결이라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흐르며 지나가는 것 같아요. 초창기엔 너 무 흔들려서 힘들었는데 결국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더라고요. 그래 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다양한 데 참여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퀄리티에 대해 책임지지 않거나 무리 한 요구나 부탁을 하거나 상근자를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을 때는 정확하 게 문제가 무엇이고 이 사람이 요구하는 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우선 이에요. 이야기 나눠본 뒤 바꿀 때도 있고 적당히 무시할 때도 있죠. 웃으 면서 화내기를 잘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요. 어쨌든 크게 스트 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도를 닦고 계시네요.(웃음) 저도 활동을 하면서 이해의 폭은 넓어진 것 같아요.
저도 사람 됐다고 생각해요. 원래 까칠하고, 사람들 힘들게 하는데.(웃음)
양 국장님의 초창기 모습이 상상이 안 되네요. 지금은 침착하고 부드러운 느 낌이거든요.
동작FM을 운영하면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고 노력 해요. 우리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갈 등과 문제는 늘 있지만 이것 때문에 내부에서 싸우고 척지는 건 소모적이 고 불필요한 일이에요. 싸워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니 스트레스가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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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네요.
중요한 것과 부수적인 것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겠네요. 그밖에 다른 고민이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청년활동가가 배치되는데, 10개월 단기 계약 직이에요. 시간이 흘러 계약 종료를 앞두고 고비가 와요. 남아 있는 사람 과 떠나야 하는 사람의 감정이 교차하죠. 연말에는 항상 힘이 들고 외롭습 니다.
10개월 계약직이라는 조건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5개월쯤 지나서 일이 익 숙해진다 싶으면 계약 기간이 끝나니까요. 바로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
국민마이크 in 동작 Ⓒ 동작FM
137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민해야 하고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죠.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마을미디어, 가랑비에 옷 젖듯 긴 호흡으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이 일 너무 좋다, 너무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건과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5년 넘게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동작FM에서 방송하는 분들을 곁에서 지 켜보는 일이 가장 즐거워요. 동작FM의 미디어교육과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분들이 편안하게 와서 웃고 배우고 나누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과 행복 을 느낍니다. 이런 행복감이 없으면 못 할 것 같아요. 동작FM에서 일주일에 11편의 방송이 만들어지는데 참여자 분들이 스스 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이 나요. 정량적인 변화를 설명 하긴 어렵지만 오랜 시간 가까이서 지켜보니 참여자 분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말할 때 주저함도 사라져요. 이런 것들이 저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쳐요. 마을방송 동작FM은 정말 할 만한 일이구나! 생각이 들죠.
마을미디어는 가랑비 같아요. 끊임없이 질문하며 긴 호흡으로 간다는 점에서 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마을미디어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해요. 서울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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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마을미디어 활동을 5년 정도 지원했는데,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그동안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증명하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봐요. 고작 5년이란 시간에 이런 수준의 지원과 예산으로 변화가 관찰되긴 어렵 죠. 보도블록을 갈아치우는 사업이 아니니까요.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더 크고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공무원들이 일주일이라도 마을미디어에 참여관찰을 오면 좋겠네요.(웃음) 지금 현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참여자, 단체, 지역사회 차원의 요구가 각각 다를 것 같은데 설명을 부탁드려요.
동작FM을 씨앗기, 새싹기, 성장기로 나누어 살펴봤고, 지금이 정체기인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요. 좀 더 넓게 보면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1단
개국 5주년 기념행사 Ⓒ 동작FM
139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계가 끝난 지금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 시기가 길어지면 모 두가 지치고, 기대치와 참여 열기도 낮아질 수밖에 없죠. 우선 최소한의 공간, 장비, 인력이 있어야 마을방송국이 지속적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지 역 활동을 다양하게 벌이면서 지역사회에 자리 잡는 1단계를 진행할 수 있 어요. 2단계는 지역사회 매체로서의 영향력과 이슈파이팅입니다. 제도적 인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드물게 이벤트 식으로는 해볼 수도 있겠 죠. 하지만 일상성을 견지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상파 주파수가 주 어져야 마을미디어가 커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참여자들도 마을미 디어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일자리도 만들어집니다. 우리에게 도 명확한 비전이 생길 수 있고요.
지상파 주파수 및 공식 지위 절실 동작FM은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확신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성장단계에서 참여자, 단체,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고 요. 이제는 성장과 발전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확 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무척 중요한 부분이죠.
동작구 지역사회 안에 처음으로 마을미디어인 동작FM이 만들어졌을 때 ‘와! 우리만의 미디어가 생기는구나’라는 기대가 높았어요. 그런데 주파수 도 없고 운영자금도 없으니까 지역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죠. 마을방송국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필요성 등 상승곡선이 이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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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로서 자리를 잡아야 하고, 여기에는 제도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있어 야 해요. 지금은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때를 놓치면 오랜 시 간 쌓아온 성과가 사라질 거예요. 현재는 1단계 마을미디어가 한계에 다다 른 상황인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선 앞에 길이 있나 없나 가늠하기도 어 렵습니다.
버티는 시기인데, 보통 어려운 게 아니죠.
버티는 데 골몰하다 보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하루하루 버티며 사력을 다하다가 그냥 그 현실에 매몰된다는 다른 선배 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공간 및 장비 대여 사업이나 교육 의뢰, 공모사업에 급급하면 지역 현장에 연대하고 낮은 곳 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해지더라고요. 변명으로 느낄지도 모르지만 정말 큰 어려움이에요.
체계가 받쳐줘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가요?
마을미디어가 지금보다 큰 위상과 권한을 확보해야 할 것 같아요. 마을라 디오에는 주파수가 가장 필요하고, 공식적인 공동체미디어로서의 법적 지 위도 부여되어야 할 것 같아요. 주파수 이야기를 꺼내면 동의하는 분들도 있지만 뉴미디어 시대에 무슨 올드미디어냐며 의문을 던지는 분들도 계신 데요. 팟캐스트를 접자는 말이 아니에요. 팟캐스트와 지상파 방송을 병행 하자는 거죠. 스마트폰이 없거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분들에게 팟캐스 트는 그림의 떡이거든요. 소형 라디오 수신기만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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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공중파 방송이 필요해요.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에서도 동작FM을 ‘방송 국’으로 확고하게 인식하지 않을까요? 한 예로 동작구·서초구·관악구는 현대HCN이 케이블방송을 하고 있는 데 시청률은 얼마 안 나오지만 채널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인식되 는 위상이 있어요. HCN 카메라가 뜨면 공무원과 주민들의 태도가 달라 져요. 방송국이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동작FM은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가도 방송국으로 인식되기가 어려워요.
지상파 주파수가 생기면 뉴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접근성이 높 아지고 매체로서의 영향력도 커진다는 말씀이군요.
tbs교통방송을 예로 들고 싶어요. tbs에는 교통정보뿐 아니라 시정 소식과 시사방송, 시민들의 다양한 사연 등 콘텐츠가 많잖아요. 이런 미디어가 동 네마다 만들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주파수가 있으면 동 시간대 불특정 다수가 청취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죠. 이런 면은 팟캐스트로는 분명 한계가 있거든요. 마을미디어는 조금만 시스템이 받쳐주면 큰 도약과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제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 기를 전해주세요.
마을미디어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의 바람은 비슷할 것 같아요. 내가 사는 동네를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공통된 지향을 갖고 있죠. 도시재생, 혁신교육, 마을공동체, 찾동 등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주민 참여 사업이 성공하려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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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방송중> 공개방송 Ⓒ 동작FM
을미디어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저는 단도직입적 으로 마을미디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힘들 다고 봅니다. 변화를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의 촛불로 탄생한 현 정부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무거운 고민과 숱한 고비를 겪고 있지만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 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계시네요. 좋은 마을미디어 모델의 형태를 보여주고, 명확한 요구와 목표를 가진 동작FM이 있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 니다. 인터뷰 2017. 10. 10.
143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동작FM 2012-2017 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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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는 2009년 관악FM에서 공동체라디오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 년 서대문구에 마을방송국을 꾸렸다.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라디오’를 원칙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재울라듸오는 현재 60명 이상의 지역 주민이 방송제작에 함께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총 900여 개의 라디오 및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고 현재 청취자는 약 500명으로 추산된다. 가 재울라듸오 황호완 PD는 마을미디어 동료들에게 네 가지를 당부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 마을미디어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 지역사회에 많은 네트워크를 만들 것, 무리하 게 사업을 추진하지 말 것. 공동체라디오 활동 8년 차에 접어든 황호완 PD의 이야기에 주목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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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147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실험 거듭하며 마을라디오의 확장 꾀하다
황호완 PD님은 가재울라듸오에서 활동하신 지 4년이 지났고, 이전엔 관악공 동체라디오에서 활동하셨으니 공동체미디어 활동 9년 차에 접어드셨어요. 지금 까지 만난 마을미디어 대표선수 중 가장 긴 경력을 갖고 계십니다. 가재울라듸 오의 지난 활동 과정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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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교육 사업을 지원받아 두 번 교육 을 진행했어요. 이때가 도약기입니다. 2014년은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여 러 시도를 했던 시기인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공간이 좋으니까 모임하기 도 좋고, 교육 이후에 조직 하는 일도 수월했지만, 공간 운영에 필요한 비 용 부담이 컸어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선 공간 부 담이 개인과 단체에 집중되죠. 지역 주민과 부담을 나눌 수도 없고요. 힘 들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던 암흑기였 습니다. 어찌어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 쭉 사업을 하며 사람도 많이 만났고 네트워크도 만들었어요. 2017년에는 그 걸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고, 공동체라디오나 마을라디오 활동과 관련해서 다양한 모색을 하는 단계입니다.
공동체미디어 8년 차… 질적·양적 변화 가능할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도 확장된 2015년과 2016년은 제2의 도약기 네요. 2017년은 도약을 하고 모색을 하는 시기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활동 8년 차에 접어드니 고민이 많아요. 마을라디오 활동의 최대치는 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네트워크도 만들었고 꾸준 히 방송도 하는데, 지금 이상으로 클 수 있을까 싶어요. 어떻게 질적, 양적 으로 변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시기입니다.
149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처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와 단체 차원의 계기는 무엇입니까?
지역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2009년 초 구직 중이었는데, 마침 관악공동체라디오 공채를 통해 인연을 맺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공 동체라디오 활동을 하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진 않았는데, 지향과 잘 맞는 일이었고, 타이밍도 잘 맞았어요.
미디어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미디어 활동을 하게 되셨네요. 가재울라듸오를 시작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가재울라듸오 장수정 대표와 결혼을 하고 서대문구로 이사 오면서 결합하 게 됐습니다. 미디어운동의 일환이죠. 이 공간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 는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목적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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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려고 마을미디어 활동 시작 지역사회 운동의 경험으로 마을미디어에 접근하셨고, 공동체미디어와 인연을 맺으셨는데요. 활동을 확대하기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신 것 같네요. 결혼이 중 요한 원인이고요.(웃음)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미디어가 효과적이라고 판단 하신 것 같은데, 관악공동체라디오 활동을 통해 그 점을 확신하게 되셨나요?
의미 있는 운동이라는 확신은 들어요. 과거에 비해 저변이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죠. 영상이나 팟캐스트는 많이 하지만 공동체라디오와 마을 미디어의 인지도는 낮고요.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공동체라디오, 마을미디어가 지방자치나 직접민주주의에 가장 어울린다 고 생각해요. 공중파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하지만 여기선 가능한 거죠. 마 을방송국이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 되고 주민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 는 공간이 된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저 혼자만의 고민으론 될 수 없고 같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운동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운동의 관점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미’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재미에만 초 점이 맞춰질 땐 약간 아쉽습니다.
지역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공동체미디어가 운동성이 있다 고 보시는 건가요?
151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네. 시장이 누군지는 알지만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이 누군지는 잘 모르 잖아요. 마을미디어 활동은 이를 알려내는 작업이고,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정보를 줄 수 있어요. 해마다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이런 국지적인 재난을 큰 지상파 방송만으로는 제대로 다룰 수 없 고,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봐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역시 ‘사람’… 운영진과 자원활동가 역할 중요 공동체미디어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이 깊으신데요. 공동 체미디어는 공공성이 강하잖아요. 재난방송이나 선거철에 주민의 필요와 요구 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건 공적인 지원과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하죠. 활동가와 자원활동가의 균형이 중요 하다고 봐요. 활동가들은 방송국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고, 자원활동가들이 콘텐츠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구조가 필 요합니다. 활동가들의 경력이 쌓이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운동’의 목적으로 마을미디어에 접 근하신 분들과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다가 지역사회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 사이 에 간극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을미디어가 지역사회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 기까지는 활동가들이 상당히 긴 시간을 가지고 훈련해야 하는 것 같아요.
15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왼쪽부터 이창민 청년활동가, 장수정 대표, 황호완 PD
초기엔 활동가들 사이에 공통된 경험이 거의 없었죠. 공동체라디오와 마 을라디오는 정말 다르고, 마을라디오가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다 하긴 정말 어려워요. 그러나 활동 5~6년 차에 접어들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이 누적되었다고 봅니다. 네트워크도 많이 쌓였는데 이런 경험을 어떻게 공유할지 고민이에요.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라디오를 둘 다 경험하신 분으로서 공동체라디오의 확산 을 바라고 계시잖아요. 마을미디어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고 고민하셨는데 그 차 이를 짚어주시면 좋겠어요.
공동체라디오는 자원활동가 200명 정도가 함께해요. 전파가 있는 것도 결 정적인 차이죠. 12시간 이상 전파를 송출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되어
153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15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있고, 출발점 자체가 달라요. 인원이 있으니 지속성이 있고 속도가 다르 죠. 이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의 방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전파 유무가 결정적인 차이죠. 전파가 없으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 잖아요.
전파 유무의 차이, 이로 인한 규모의 차이가 명확하죠. 편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출발점이 다르고요. 마을미디어는 시스템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 을 많이 받는 구조인데, 우리의 강점이 뭔지를 고민해야겠네요. 지금은 시스템 이 없는 것에 대한 결핍을 강하게 느끼시고 계신데요. 도약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각 자치구별로 마을미디어센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공동체라디 오 법 개정도 필요하죠. 여러 고민이 들어요.
초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갈게요. 가재울라듸오가 교육을 시작하고 안정적으 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요?
꾸준히 방송을 만들었어요. 공간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시기에 많 은 분들이 떠났는데 그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송 만드는 것뿐 이라 계속 방송을 만들었어요. 시스템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매일 방송을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우리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네트워크도 늘어나고, 사업도 하게 되었어요. 방송을 계속 만들었기에 이 겨낼 수 있었어요.
155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방송을 만드는 방법을 택하셨네요.
방송을 만들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1년에 400 개 정도 방송을 만들었어요. 지금도 많이 하지만 그때 가장 많은 방송을 만들었네요.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방식 필요 가재울라듸오만의 특징적인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중간에 사람이 나가면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지속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개 기획자가 나가면 방송도 사라지는데, 다른 사람이 와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 죠. 그래서 가재울라듸오는 대부분 실무자가 방송을 기획하고, PD와 진행 자를 모집하는 구조에요. 구성원 개인이 관심 있는 주제로 직접 기획하기 도 하고요. 이 두 축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시의성 있게 방송을 기획하고 공개모집을 하시나요?
네. 그렇지만 이 구조에선 매니악하거나 어려운 방송은 할 수 없어요. 음 악방송이나 이야기 중심의 방송을 배치해요. 사람이 바뀌어도 남을 수 있 는 방송을 고민하죠. 지역 밀착형 방송에 대한 고민도 끝이 없지만 역시 사람과 기획,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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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뀌어도 할 수 있는 방송은 어떤 게 있나요?
음악방송은 사람이 바뀌어도 가능해요. <가 재울 음악수다방>도 길게 가고 있어요. <작 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지를 기반으로 방 송을 제작하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어도 제작 이 가능합니다. 사실 진행하는 분이 관두시 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목표로 삼고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중적인 기획과 시스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월간지를 기반으로 방송을 기획한 점도 인상적이네요. 대화 주제를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형태로 가기 위해 기획과 세팅을 운영진 이 하는 방법도 좋은 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가능한 방송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방송이 더 있나요?
페이스북 생방송도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녹음 방송을 할 때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곤 하잖아요. 혼자 방송을 하거나 댓글이 안 달릴 땐 더 그렇고요. 페이스북 방송을 하면 댓글도 달리고 피드백도 오니까 소통 하는 느낌이 들고, 방송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죠. 이렇게 하면 방송을
157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가재울라듸오는 기록 영상을 중심으로 영상 작업도 합니다. 서대문구 동주민센터 마을계획단의 활동을 기록하기 도 하고, 지역의 케이블방송에 영상을 액세스해서 방송을 틀도록 합니다. 야외 행사나 축제 영상 제작도 하는데 약간의 수익이 납니다.
수익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나요?
마을라디오 진행자들이 청취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필요하죠. 물론 지역사회에서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생방송으로 청취자와 직접 소통하고 영상 기록 작업으로 수익도 내 는 등 가재울라듸오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네요. 마을미디어 운영의 좋은 노 하우인 것 같은데 마을미디어네트워크에서 공유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장비도 제대로 갖추고, 자막 넣는 마무리 작업도 직접 해보시면 좋겠어요. 점점 지역사회 요청이 늘고 있거든요. 기록영상 제작이 낯선 활동처럼 느 껴지실 수도 있지만, 지역 네트워크 단체를 찍어주는 일이잖아요. 멤버 중 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가능해요.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고 봅니다.
페이스북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터넷 카페 운영은 안 하시잖아요.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공유가 쉽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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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고,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페 이스북 중심으로 운영하게 되었어요. 카페나 사이트는 생명이 다한 것 같 아요. 저희가 여러 사이트를 운영할 역량도 없고요. 가재울라듸오는 네이 버 밴드도 안 해요.
마을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요. 창신동은 주민 연령이 높은 편이라 페이스북을 거의 안 하고 밴드나 카페를 활용하거든요. 서대문구는 젊은 층이 많으니 페이 스북 활용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참여자 분들도 페이스북을 자유롭게 쓰는 분들이에요. 제가 경기 도 수원으로 교육을 나가는데, 여기 분들은 온라인 활용을 거의 안 하고 주로 복지관에서 오프라인 방송을 해요. 좋은 전술이라고 봅니다. 지역 특 성에 맞게 찾으시면 될 것 같아요.
159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작은 것이 아름답다> 생방송 Ⓒ 가재울라듸오
구성원의 특징도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를 것 같은데 가재울라듸오의 경우 수익 사업이 충분히 가능해 보여요. 다큐멘터리나 극영화와는 다른 기록영상만 의 특징이 있는데 마을미디어와 매치가 잘되는 것 같고요.
가능하다면 티브로드 등 케이블방송과 손잡고 동네 방송을 만들고 싶은 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방송하는 모습을 찍는 게 아니라 지역 내 네트워크를 찍는 거죠. 네트워크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셨고 기술적 역량도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을미디어 전체 차원에서 시도하면 몰라도 혼자선 못하죠. 가능하면 2018년에 미니 FM도 해보고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우리 동네에 전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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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서 라디오도 제작해보고 싶어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공동체적으로 공유 하는 경험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여전히 다양한 실험을 기획하고 계시네요.
시도를 하면 할수록 상상력이 더 커져요. 많이 망하기도 하지만 시도할 수 있는 에너지나 상상력은 계속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럴 때 네트워크가 넓어 지기도 합니다.
서대문구 정보공유 플랫폼으로 가재울라듸오 구상 그릇이 있어야 내용이 담기는데,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한 고민과 실험을 하 시네요. 마을미디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영향력이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네트워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가재 울라듸오를 찾기 시작하고, 같이 사업을 기획하게 된 것이 성과라고 봅니 다. 저희 같은 젊은 활동가들이 실무적인 역할을 하며 협력할 수 있어요. 방송국 차원에선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공급하는 포털 역할을 할 수 있고요. 구의원은 몇 명이고, 누가 출마하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차 근차근 정보를 전달하고 있죠. 지난 총선 때 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을 했는데, 이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 페이지 노출이 이전까진 1000 단위였는데 지금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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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을 것 같아요. 이렇게 커져나가는 것이 성과이고, 실험과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한 방 로또인 경우는 없더라고요.
마을의 포털과 플랫폼이 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계시네요. 텍스트와 이 미지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니 정보 전달력이 좋은 것 같아요. 또 라디오만으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데, 영상 매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데 가재울라듸오의 고비는 언제였나요? 힘들었던 경험을 나눠주세요.
100퍼센트 돈 때문이죠. 우린 여기서 먹고살아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사업이 잘되는 것과 더불어 수익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밥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활동가의 최고 고민은 돈이죠. 최저 생계비조 차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서 공감이 됩니다. 공간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으셨는 데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계약서 문제도 있었고, 공사가 지연되어 돈 문제가 걸리기도 했어요. 그런 데 함께하자고 했던 분들이 일부 떠났죠.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지 못했 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어요. 공간 조성 문제가 생겼을 때 관악FM을 관두 고 가재울라듸오로 왔습니다.
공간 지원사업을 받아서 공간을 꾸리는 과정이었는데, 공사가 지연되고 계약 서와 돈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혔던 거네요.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어요. 그때 나의 인적자산을 확인하게 됩 니다. 당시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걸 보면서 다시 시작해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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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생각했어요. 서로를 믿고 함께 갈 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시 작했어요.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정신승리했죠.(웃음)
무리한 지원사업 운영하다 지치기 쉬워 공간 지원사업은 예산 단위가 크잖아요. 우리 조직이 준비된 것보다 큰 사업 을 받았을 때 독이 될 수 있지 않나요?
맞아요. 절대 큰 사업 받지 마세요. 지금 가능한 정도의 사업만 해야 한다 고 봐요. 이후 확장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사업을 하셔야 마 음이 편합니다.
남가좌1동 라디오제작교육 Ⓒ 가재울라듸오
163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과도하게 속도를 내거나 뭔가 될 것 같다는 기대에 의존하면 소중한 사람들 이 힘들어지고 결국 멀어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죠.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최대한 작게, 정말 작게 하시는 게 좋습니다. 또 회비가 20만 원 모일 것 같으면 20만 원짜리 월세를 구하세요. 굳이 집주인 좋은 일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웃음)
전에는 ‘가재울 사랑방’이라는 공동이용시설로 운영하셨잖아요. 미디어 공간 이자 사랑방이었는데 지금은 방송국으로만 운영되고 있네요. 공간에 따라 다양 한 경험을 하셨는데, 방송국에만 집중하자고 판단하신 거죠?
우리 전문은 라디오인데, 처음에는 방송국과 사랑방 역할을 병행하려고
<가재울음악수다방> 공개방송 Ⓒ 가재울라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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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어요. 그런데 우리 역량에 맞지 않았어요. 방송국을 찾는 모든 이를 응 대하고, 함께 사업을 꾸릴 수는 없었으니까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스튜디오에 집중할지, 마을 사랑방 역할까지 할지를요. 공간을 만들 때 이 런 고민이 반드시 필요해요. 이것저것 얹어지면서 공간이 커지고 복합적 으로 되는 것이 과연 좋은가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사랑방 같은 공간을 꾸리려면 이에 맞는 핵심 주체가 있어야 해요. 어떤 사람 이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요.
핵심 주체가 있고, 활동 의지가 있으면 해도 된다고 봐요. 그러나 마을방 송국이라고 해서 꼭 복합공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 단계에서 가재울라듸오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이 한계라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에 이 정도 방송을 하는 상황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봐요. 정책적인 지원이 없으면 도약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공동체라디오방송 진흥법 문제가 핵심이라고 보고요. 공적인 허가가 없으면 마을미디어의 도약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마을미디어가 자리 잡고 있는 토대에서는 최대치를 하고 있고, 앞으로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는 말씀이네요.
관악FM이나 마포FM은 1년에 방송을 3000개씩 만들잖아요. 가재울라듸 오의 경우 1년 내내 만들어도 400~500개가 한계예요. 지금 구조에서 이 렇게 하려면 하루에 한 개 이상 만드는 거죠. 그야말로 죽어라 하는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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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다큐 만들기 교육 Ⓒ 가재울라듸오
요. 마을미디어에서 이 이상 콘텐츠가 나오긴 어려울 겁니다. 법 개정 운 동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서울시 차원의 마을미디어 지원조 례도 좋지만 그것이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워요. 1~2년 된 신생 단체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5~6년에 접어들고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단체들 입장에선 유의미한 발전을 도모하긴 어렵다고 봅 니다.
마을미디어 도약 위해 정책 변화 도모해야 도약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이 참 괜찮은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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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라고 느껴진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 재밌고 즐거워요. 100회를 넘긴 방송이 생기고, 참여자와 오랜 시 간 관계를 쌓아왔다는 생각이 들 때 감격스럽죠. 방송을 가지고 책을 만들 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나눌 때도 뿌듯하고요. 아, 주민들이 가재울라듸오 를 알아봐주시면 기분 좋죠.
마을미디어 활동을 사랑하고 계시네요. 마을미디어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이 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셨으면 좋겠어요. 경험이 많이 쌓이면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길 때 곧장 실현할 수 있어요. 둘째, 마 을미디어네트워크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셨으면 해요. 동네에서 따로 움직이면 한계가 있어요. 네트워크 차원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내고 정책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힘을 가져올 때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더 많은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셨으면 해요. 전부 마을미디어의 자산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지원사업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지역 네트워크와 사업을 기획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요. 좋은 변화죠. 다 자산이 될 겁니다. 앞으로 적극적으 로 고민을 나누고 다양한 시도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2017. 11. 28.
167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가재울라듸오 2013-2017 TIMELINE
16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69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성북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2012년부터 활동을 준비해 6년 차 에 접어든 여러 단체들 가운데 흔치 않은 영상 기반의 마을미디어 단체이다. 오랜 기간 활동 을 이어온 것은 물론이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성과까지 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과의 만남은 그간 쌓인 시간만큼이나 마을미디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야기들 을 나누는 자리였다. 마을미디어가 주는 즐거움, 그 즐거움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적인 고민과 변화, 앞으로 갖추어야 할 외적 조건들……. 성북구를 종횡무진하는 와보숑의 활동을 상상하며 함께 읽어보자. 영상 매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을미디어 활동가라면, 마을미디어의 ‘자립’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김재현 이사장과의 인터뷰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 다시듣기
17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171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재미와 보상 사이에서 고민 중인 6년 차 영상방송국
영상 기반 마을미디어 중에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곳은 와보숑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데요. 김재현 이사장님은 어떻게 와보숑을 만들게 되셨어요?
2012년 ‘함께하는 성북마당’이라는 지역 단체에서 ‘시끌시끌 성북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서울시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사업을 지원받았어요.
17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처음에는 사업의 구성원이 아니었고 교육 장소의 관리자였어요. 저는 2층 사무실에 있었는데, 3층에서 행사를 하니까 제가 퇴근을 못 하잖아요. 마 침 교육 시간이 저녁 시간이었어요. 제가 식탐이 좀 있거든요.(웃음) 기웃거 리니까 들어오라고 해서 같이 밥을 먹었죠. 물만 부으면 되는 생협 국수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행사를 할 때마다 찾아가서 기웃거렸죠. 같이 뭘 먹다 보니까 뭘 하는지 알게 되잖아요. 이렇게 저렇게 참견하다가 눌러 앉게 되었어요. 그 후 교육을 받았고, 배운 게 있으니 작품을 만들어야 하 지 않겠나 싶어서 작품도 만들었어요. 작품을 그냥 묵히면 안 되니까 익산 에서 열린 시민영상콘텐츠 공모전에 출품을 했는데 장려상을 받았죠. ‘아, 우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는 자만심에 단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제대로 낚이셨네요.
지역에서 큰일을 해보자고 의도한 건 아니었고, 그냥 재밌게 해보자고 하 다가 만든 거죠.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만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 야기를 나눠볼까요? 와보숑 활동을 돌아보셨을 때 활동의 변화가 생겼던 지점 들을 덩어리로 묶어보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1단계는 와보숑을 만든 시점, 2단계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시점, 그리고 3단계는 요즘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면 먼저 1단계 시절로 가보죠. 국수를 먹다가 참여한 분들이 와보숑을 만
173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들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초기에 활동한 분들은 자신들의 필요가 있었어요. 지역 활동가들이 많이 결합했죠. 이게 재밌지 않을까? 이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 지 않을까?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지역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밌 는 일을 꾸려보겠다는 의지가 주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민이 시작되 었죠. 처음에는 재미로 하다 보니까 ‘이득’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데, 운영 을 해나가면서 누군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보상이 갖춰져야 한다 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 지점에서 구성원들 간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었죠. ‘재밌게 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분들과 ‘그래도 여기에 돈과 시간을 들였는데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분들까지.
처음엔 활동가들이 재밌는 활동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단순한 재미만으로는 보상이 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영상 활동이라는 게 훨씬 품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외적 보상을 어떻게든 채울 수 있는 형태로 갈 것인지, 아니 면 소수로 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으셨겠어요.
큰 고민은 아니었고 뒤풀이 비용과 교통비 정도의 작은 비용부터 고민을 시작했는데 일이 많아지면서 간단치가 않더라고요. 적어도 용돈을 벌 수 있는 정도로 향후 전망을 보는 분들이 생기면서 중간에서 조율하기가 많 이 힘들었어요. 인원이 많이 빠져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했죠. 어쨌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왔다 갔다 했던 것이 첫 번째 시기의 중요한 이슈였어 요. 우리의 방향을 잘 설정해야 했는데 서툴렀죠.
17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그런 논의를 운영진 내부에서만 하지 않고 참여자들과 같이 하려는 노력이 큰 장점 같아요.
논의만 열심히 한 거죠. 논의하고 추진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꾸 준하게 한곳으로 지향해 가는 부분이 부족했어요.
‘협동조합’ 설립 이후 조합다운 운영 고민 1단계의 고민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2단계에서 펼쳐진 상황들이 있었겠어요.
2단계는 1단계의 문제들을 극복해 가는 시간이었어요. 저희의 활동이 알 려지면서 외부에서 영상제작 주문이 들어오는 거예요. 세금계산서 발행도
175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가능하고 지원사업도 받을 수 있는 조직 형태를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으로 뜻을 모았어요. 그간 결속된 분들을 조합원으로 만들어 발전 방향을 모색 해야겠다는 이유도 있었죠. 물론 굉장히 어려웠어요. 조합을 설립하긴 했 는데 이사장이 약간 좀 모자라서(웃음) 조합을 조합답게 이끌어가지 못하니 고민입니다. 오히려 주식회사만도 못하게 이끌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고 민이 있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분들은 다 비슷한 고민을 하실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기가 어려웠어요. 설득 이 어려웠죠. 미디어 협동조합이라는 구조가 흔한 법인체가 아니거든요. 미디어 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일반 프로덕션과 무엇이 다 른지에 대해서 합의와 공유가 있어야 하 는데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세금계산 서를 발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컸지만, 설립하고 나니까 다양한 고민들이 튀어나 왔죠. 조합비를 요청해야 하는데, 조합에 서 조합원들에게 해줄 게 없다는 자괴감 도 들고요. 기자재를 빌려준다거나 교육 을 해드리는 것 정도인데……. 언제까지 조합원들에게만 손을 벌려야 하나, 동력 을 어떻게 만들고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
17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가야 하나…… 고민은 쌓여 가는데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거죠. 협동조합의 장점도 물론 있어요. 그런데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늘 고민이에요.
2012년 교육으로 시작해서 2013년 와보숑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콘텐츠 를 만들고, 노하우가 쌓이고, 외부 일감이 들어오면서 작은 보상이나마 하게 되 고, 그런 성과들이 쌓여 2015년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했네요.
그렇게 정리해주시니 대단한 것 같지만 까보면 별것 없어요.
뒤풀이가 재밌어서, 편집이 재밌어서 일단 부담은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애써서 걸어 오셨고, 성과를 만드셨어요. 성과는 인정하고, 뭔가 잘못 연결된 것은 그것대로 따로 고민해야 공정한 것 같아요. 초기에 열심히 활동한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 을 품고 노력한 점도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기 멤버들이 계속 활동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코어 멤버들이 어떻게 여러 변화 속에서도 이어져올 수 있었을까요?
아직도 재미있으니까요. 재미의 방향이 달라지기는 했어요. 처음에는 뒤 풀이가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점점 편집 스킬이 향상되면서 또 다른 재 미를 느끼게 됐어요. 재미의 단계가 바뀌는 거죠. 편집 스킬이 늘면서 이 런 시도가 가능하구나, TV 영상을 보면서 나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구 나……. 요즘은 사람을 만나고 우리 동네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희
177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는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 어주면 참 좋아하세요. 그럴 때 너무 즐거워요. 나중에 영상으로 올리면 잘 봤다, 재밌다 이런 반응이 올라오고요. 별로 큰 반응은 아니더라도, ‘좋 아요’ 다섯 개가 고작이라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어요. 본인만이 추구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으시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하는 분들에게 이 점 하나는 일치하는 것 같아요. 외 적 동기가 아니었다는 점이요. 스스로 재밌어서, 해볼 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어서 계속 하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미디어에 참여하면서 너무 기뻐하고, 큰 경험으로 받아들이니까 그 모습에 기뻐하게 되죠. 하나하나 공감이 가요. 처음에 시작한 분들이 지금까지 이어진 이유는 스스로 내적 보상의 길을 나름대로 뚫어내셨기 때문이죠. 그렇 다면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마을미디어 활동가 입장에선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매체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이잖아요. 정기적으로 방송이 나가야 하는데, 잘 안 돼요. <성북마을뉴스>를 하면서 든 고민은 촬영과 편집에 2주나 걸리는데 과연 뉴스가 맞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시 의성 면에선 의미가 없는데 뉴스를 굳이 만들어야 하냐는 거죠. 그러면 꾸 준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매체로서 위상을 갖기 위한 방법은 뭘까? 고민이 드는 거죠. 수익 사업도 풀어나가기 참 어려워요. 어쨌든 법인체로서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마을미디어 지원사업만으로는 안 되고 수익 사업이 필요하
179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거든요. 그런데 수익 사업을 하다 보면 정작 마을 사업을 못 하는 거죠. 이밖에 다른 사소한 고민도 많아요. 구청에서 영상 제작 의뢰가 오면, 예 컨대 30만 원 준다고 하면, 우리는 괜찮은데 이 금액이 고착화될까 봐 무 서워요. 다른 곳에도 이 금액으로 이야기할까 봐요. 또 수익이 생기면 각 기 다른 역할을 한 분들께 어떻게 나누어 드려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상근자에 대한 처우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죠. 상임이사가 상근직인데 서 울시에서 지원받는 뉴딜일자리 청년활동가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아요. 최저시급이 오르면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고요. 운영의 문제, 콘텐츠의 문제, 마을미디어로서 어떻게 잘해 볼까 하는 문제, 마을미디어의 벽을 어 떻게 극복할까 하는 문제……. 고민만 늘어납니다. 다른 고민으로 그 고민 을 또 덮고.
말씀을 쭉 들어보니 자체적으로 보상이 되는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보상이 될 수 있는 자원을 만들기 위한 활동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다가오네요. 공정한 자원 배분이 이뤄질 수 있게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 기에는 또 자원의 규모가 너무 작죠.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영입되면 다를 수 있어요. 내부 규칙이나 규약이 필요합니다. 관련해서 연구용역도 했는 데 사례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잘 안 되네요.
힘든 상황에서도 위기를 헤쳐 나가고 계시잖아요. 응원을 보탭니다. 요즘은 영상에 대한 호감도가 높죠? 라디오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고요.
18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왼쪽부터 송의현, 이현진, 하종민, 엄진희, 장남순, 김재현, 이경숙
그런데 마을에서 영상 활동을 하려면 장비, 기술력, 장소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아요. 시간도 엄청 많이 들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도 영상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기술 고민은 안 하셔도 돼 요. 그보다는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재미를 붙이셨으면 좋겠어요. 장 비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나 각 지역 미디어센터에서 빌리면 돼요. 저 희도 초기에는 구청에서 캠코더를 빌려서 작업했어요. 요즘은 스마트폰으 로도 촬영이 가능해요. 편집도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요. 저는 ‘파워디 렉터’라는 초보자 프로그램으로 편집하고 있어요. 누구나 하실 수 있어요.
181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2017년 7월 콘텐츠 기획회의 Ⓒ 와보숑
라디오만 만만하다고? 영상도 만만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가 있겠군요. 정식 카메라가 아니라서 취재가 어려울 것 같으면 가까운 미디어센터에서 카메라를 빌리면 되고, 편집도 어렵지 않다는 말 씀이신데요. 그럼 공간 문제는요?
공간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성북구 사회적경제센터 회의실 을 빌렸어요. 그러다가 찻집에서 모이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보다 공 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라디오와는 좀 달라요. 저희는 카카오톡으로 촬영 은 어떻게 했는지, 편집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상 근자 업무나 행정 업무만 사무실에서 하고 촬영, 편집 등 나머지는 성북마
18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합니다. 그나마 사무실 벽에 블루스크린을 붙여 놓 고 앵커 촬영을 하는 정도예요.
중요한 요소는 시간과 의지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시간과 의지와 사람이죠. 적재적소에서 촬영하고, 약속된 장소에서 촬영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와 의지가 있어야 해요. 라디오는 일정한 시간에 모 여서 녹음하고 헤어지면 되는데 저희는 그 시간, 그 장소로 가야 하니까 요. 그렇기 때문에 동네에 여러 행사가 있으면 선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 고, 인터뷰를 하려면 그 내용을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자립과 수익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계신가요?
당연히 아직 못 풀고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볼 지점이 있어요. 자립이라 는 문제를 도대체 누가 제기하고 있냐는 거예요. 자립을 요구하는 쪽은 우리가 아니에요, 솔직히. 공무원, 서울시가 요구하는 것 아닌가요? 자립 이 왜 힘들고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어요. 저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3년 버티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그런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장사 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립하라고 요구하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립의 개념도 애매하죠. 어떤 회의에 참석했더니 ‘너희들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세금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하더군요. 이 일이 우리 좋으라고 하 는 일인가요?
183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취미로 하는 미디어 활동과 마을미디어는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좋아서 하는 일이면 전부 자립해야 하나요? 세금으로 배드민턴장도 다 짓 잖아요. 저희가 많이 지원받을 때는 1년에 2000만 원을 받았어요. 2000만 원이 큰돈일까요? 한 사람 1년 연봉도 안 되잖아요. 한 달에 150만 원인 데, 이 돈으로 프로그램 제작하고 공간 운영하고 단체 운영하고……. 저는 자립하라는 요구를 우리가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희에게 자립하라고 요구하는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외주제작을 의뢰할 땐 헐값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자립을 말하는 게 합당한가요? 자립의 문제는 사실 관에서 제기하는 어젠다이고 프레임입니다. 저희가 자립에 몰두하며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틀 안에 갇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립을 위해 노력해야죠. 동작FM은 마을 활동도 많이 하고, 수익 사업도 전개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걸 모든 단체에 일관되게 적용하면서 자립에 대한 일방적 프레임을 제시하는 게 맞는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을미디어 사업이 공모사업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도 돌아볼 지점이 아닐까 요? 매해 새롭게 경쟁해서 비슷한 사업 중에 뽑혀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가 아직은 마을미디어의 공익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중에 마을미디어 사업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는데 왜 자꾸 예산을 깎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정치적 발언인가요?
여러 가지 정책적 선택이 있겠지만, 활동 현장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할 의
18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미디어영상교육 중 캠코더 촬영실습 Ⓒ 와보숑
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 같아요. 외적 보상이 없으니 내적 동기를 찾은 사람만이 지속할 수 있고, 이것을 모든 이에게 요구할 수 없으니 만만하지 않은 활동이라 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 개인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은 이미 증거가 많죠. 또 그냥 취미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품이 많이 들어 요. 관에서 마을미디어, 공동체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 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 크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노동을 당연하게 여겨 도 되나요? 이 한 몸 부서지게 바쳐도 해결되지 않는 운영 능력을 요구받고, 심 지어 수익 사업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과도하죠.
공익 사업을 하면서 돈 벌라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마을미디어 사업을 하면서 직장에 다니는데 양립이 굉장히 어려워요.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 고 전업으로 하는 많은 분들은 정말 큰 희생을 하고 계세요. 그런 희생을 발판으로 마을미디어가 성장하고 있는데 왜 그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자립
185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을 이야기하나요? 서울시에서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청년활동가 일자리 지원 안정적으로 필요 지금 와보숑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도 있고, 단체 에 필요한 것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뉴딜일자리 청년활동가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어요. 사실 활발 하게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월 150만 원을 주는 것도 그렇고 전망을 가져 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죠. 10개월 일하고 퇴직금도 없는 이런 곳에서 말 이에요. 매년 새로 뽑아야 하는 것도 안타까워요. 장기적으로 보자면 마을 미디어의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나의 전망을 가질 수 있겠구 나 하는 믿음이요.
맞춤형교육 수료작 및 주민상영회 Ⓒ 와보숑
18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지역사회에서 와보숑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좀 안타까운 대목인데요. 제가 직장과 마을미디어를 병행하고 있어서 마 을 이야기에 깊숙이 들어가기가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퇴근 이후와 주말 에 방송만 만드는 꼴이죠. 사람이 부족하니까 마을과 호흡이 안 되고, 영 상 기록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마을에서는 우리가 기록을 남기고 여 론을 확산하기를 기대할 텐데 어려움이 많네요.
저도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지역 네트워크 회의와 각종 행사에 쓰는 시 간이 90퍼센트 이상이라면 라디오는 10퍼센트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지역사회 를 깊이 바라보고 상황을 읽어내려면 전업으로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죠. 겉으 로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마을미디어에 상근활동가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고 미디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주세요.
와보숑이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게 되면, 그때 제가 바라는 꿈이 있어요. 와보숑에 오면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다 볼 수 있는 거죠. 우리 동네 의 모든 이야기가 와보숑에 있다면, 와보숑에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찾아올 거예요. 서울시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마을미디어에 있는 것, 어 디에도 볼 수 없는 이야기가 마을미디어에 있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마을 미디어로 모이는 것, 그것이 저희의 꿈이고 비전입니다. 인터뷰 2017. 9. 30.
187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2012-2017 TIMELINE
18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89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성북구 월곡1동 밤골경로당에선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90세 어르신이 한글 ITQ(정보기술자격) 에 합격하기도 하고, 전국 단위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한다. 경로당에서 컴퓨터 교육을 하 고, 뉴스를 제작하고, 영화도 만든다.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는 2008년부터 노인들을 대 상으로 미디어교육을 해왔다. 마을미디어 활동 3년 차에 접어든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는 인터뷰 내내 마을미디어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교육 지원이 있었기에 활발한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금순 대표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매년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 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추고 있다.
▶방송 다시듣기
19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191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실버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다
지금까지 성북실버IT센터가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정보화교육원, 서울시 데이터센터 고령층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활동해왔습니다. 어르신들도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 면 좋을 것 같아서 경로당에 컴퓨터 10대를 마련하고 한글교육과 인터넷
19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교육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실버넷뉴스>에 영상부를 만들고 2014년까지 제가 부장을 맡았어요. 7년 동안 매주 한 편씩 3~5분짜리 뉴스를 제작해 서 판도라TV에 유통했죠. 총 300여 편을 제작했습니다.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전에도 한국정보화교육기관, 서울시 데이터 센터에서 연속으로 지원을 받으셨네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게 되셨고요. 다른 지원사업과 마을미디어 활동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 까요?
차이가 많아요. 이전엔 3~5분짜리 영상뉴스만 만들었는데 마을미디어 지 원사업을 받으면서 인터넷방송에서 케이블TV로 발전할 수 있었어요. 이 전엔 인터넷방송인 판도라TV에 올리는 게 전부였는데 이젠 성북마을TV 홈페이지, 유튜브,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등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활동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교육’ 행사 소개나 뉴스 중심의 짧은 영상이었다면 지금은 포맷이 달라진 거네요.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시고 다른 분들에게 희망을 주시니 마을미디 어 전체 차원에서도 좋은 것 같습니다. 2015년부터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셨으니 벌써 3년 차에 접어드셨는데요. 그동안의 활동 시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2015년이 교육을 받는 단계였다면 2016년엔 복합형, 2017년엔 매체형으
193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로 지원받으며 발전할 수 있었어요.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장비를 이용 한 스위칭, 편집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송출, 촬영, 편집까지 모든 것을 해 결할 수 있어요. 마을미디어가 아니면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 거예요. 교육 도 받을 수 있었고, 활동비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죠. 어르신들은 주로 보수 없이 자원봉사 차원으로 활동을 하고 기자재도 자체적으로 구해서 작업을 하는데,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많진 않아도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발전이 가능했던 주된 원인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활동비를 받 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강도 높은 활동이 가능했던 거 고요.
무엇보다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시 데이터센터 지원사업
19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에 떨어진 뒤 강사비가 없어서 교육을 할 수 없었어요. 우리 좀 살려달라 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2015년에 마을미디어를 만났어요. 그때 성북마을 미디어지원센터에서 큐레이터 교육을 받고, <통통 동네이야기>, <다람쥐 할머니와 열매> 등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었어요. 약 3년 동안 25분 분 량의 영상을 130여 편 정도 만들었고, 2017년에만 45편 정도 만들었어요. 이후 상도 많이 받았어요. <다람쥐 할머니와 열매>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2017 한국영상문화제전에서 영상문화 동아리 우수 활동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관중투표를 통해 상을 받았는데, 전국적으로 희귀한 사례라고 하더라고요. 전국에서 6팀을 뽑는데 선정이 되어서 활동 발표도 하고 작품도 상영하고 상금도 받았습니다.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계신데요.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몇 분이 함께하고 있나요?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10명 정도에요. 기획자, 작가, 촬영감독 등 역 할 분담이 되어 있어요. 처음 영상뉴스를 제작할 땐 두 사람이 기획도 없 이 무작정 촬영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체계를 갖췄죠.
공간 마련은 어떻게 하셨어요?
성북구에 약 150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대개 화투를 치거나 게임을 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저는 실버 세대에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보급 되기 전인 2000년대에 컴퓨터를 배웠어요. 2004년부터 정보화교육기관 의 도움을 받아 어르신들 대상으로 제가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죠.
195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주로 1 대 1 교육을 했는데, 집합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다섯 명의 IT봉사단원을 꾸려 경로당에서 컴퓨 터 교육을 하기로 했어요. 성북구 월곡1동 밤골경로당을 이때 만났어요. 2008년 고령층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밤골경로당에 빈 공간을 얻었거든 요. 그래서 컴퓨터 교육, 촬영 편집, 사진 교육을 집합교육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구청에서 리모델링도 해줬어요. 지금 경로당 3층은 스튜디오, 1층은 컴퓨터 교육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소명감을 느끼면서 봉사단을 꾸리고 사 업을 기획하셨네요. 민관 협력을 통해 공간을 마련하신 것도 인상적입니다.
원래 굉장히 지저분했는데 구청의 협력 덕분에 그럴싸한 공간을 갖출 수 있었어요. 그리고 현재 구청에서 매달 40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덕분에 관 리비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요. 감사하죠.
간호사에서 기자로 변신… 어린 시절 꿈을 이루다 대표님께서 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젊었을 때는 간호사로 일했어요. 어릴 때부터 영상 만들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돈 버느라 바빠서 꿈을 잠시 접어두었죠. 그러다 정년을 맞았어요.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실버넷뉴스>에 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꿈을 실현한 거죠. 다른 어르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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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동기도 비슷해요. 이 나이에 돈을 많이 벌 생각도 없고요. 그냥 활동비 정도만 있으면 할 수 있잖아요.
마음속에 묻어뒀던 꿈을 실현하셨네요.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미디어 활동을 꿈꾸는 분 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이 우리를 찾아오죠. 저는 돈이 생기면 자꾸 기 자재를 사게 돼요. 최근엔 드론도 샀어요. 좀 더 좋은 장비를 제공하고 싶 어서요.
성북실버IT센터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원인은 뭘까요?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보조금이죠. 서울시 데이터센터 지원사업에 떨어지고 나서 다른 지원사업을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교육 받고 싶으면 복지관에 가라’는 식으로 외면당했어요. 경로당에 컴퓨터 10대와 스튜디 오까지 갖춰놓고 수강생도 있는데 지원이 끊기니 정말 앞이 캄캄했어요. 시설만 만들었다고 해서 다가 아니고, 계속 교육을 해야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마을미디어를 만나고 적합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계속 활 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고 봐요. 이때 진짜 울었어요.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해 주셨는데요. 어르신 분들은 더욱 그럴 것 같아요. 다 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돌아앉으면 까먹기 때문에 반복 교육을 하고 직접 실습해보는 게 중요해요. 2016년 말에 90세 노인이 한글 ITQ 자격증을 땄어요. 강사
197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는 80대 노인이었고요. 왜 자격증을 땄냐고 물었더니 그 할머니가 이렇게 답변하시더라고요.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고, 내 열정이 젊은 이들과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017년에도 밤골경로당 수강생 중에 한글 ITQ 자격시험에 합격하신 분들이 많아요. 밤골경로당 같은 작은 교 육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면서 놀라는 분들이 많죠.
마을미디어 활동은 삶 그 자체 활동이 지속되려면 교육을 할 수 있는 외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내적 요인으로는 어르신들의 열정이 발휘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교육기 관에서 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니잖아요. 성북실버IT센터가 다른 교육기관 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제 자랑 같아서 쑥스러운데…….(웃음) 제가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계 속 촬영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다른 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듯해요. 혼 자 젊게 사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열정에 불을 붙이는 거죠. 상호 작용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이 활동 참 좋다고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한테는 마을미디어가 삶입니다. 이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었 다면 치매나 우울증이 왔을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지원해주니 의미가 크죠. 덕분에 젊게 살 수 있어요. 이 자체로 사회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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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왼쪽부터 이종옥 PD, 김금순 대표, 오장열 PD
고 봅니다.
행복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이제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활동하시 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어요?
식대가 8000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나머지는 제 사비로 지출해요. 그러 다 보면 원래 돈 쓰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그 점이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 도 있어요. 전 옛날 사람이라 이웃끼리 나눠 먹고 대접하는 게 익숙해요. 정말 어머니 마음으로 주고 싶고, 함께 나눠 먹고 싶은 심정인데 오해를 부를 때가 있으니 성찰하게 되죠. 그래서 부국장, 대표 같은 직함도 내려 놓고 싶어요. 명예욕 때문에 그런다고 할 수도 있고…… 또 좋은 마음으로 나누었는데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곤 하니까요. 열정적으로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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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해받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후회될 때도 많은 데 고치질 못해요.
대표니까 뭐가 나와서 그러는 건가? 혹은 명예욕 때문에 그러나? 하는 오해 가 종종 있죠.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의심하는 일도 있고요.
이번에 한국영상문화제전에서 상금 100만 원을 받았는데 바늘방석에 앉 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아직 돈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웃음) 이럴 땐 그 냥 안 받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해요.
예산에 대한 오해는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고, 리더의 동기에 대한 의심은 대 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더의 방식과 성향이 다른 것은 어느 단체나 겪는 문제인데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풀어갈지 답답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성찰하는 수밖에 없어요.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면 나중엔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통통 동네이야기-집밥이 좋다>라는 쿡방을 하고 있어요. 음식에 깃든 이야기와 옛 시절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에요. 음식에 깃든 이야기를 끌어내며 ‘정’이라는 문화를 되살리고 싶어요. 외부에서도 반응이 좋아요. 이웃끼리 살갑게 나누는 문화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의 의미를 느끼신 순간이 있나요?
보통 마을미디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
201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요. 얼마 전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재개발에 관한 영화를 상영했 어요. 상영 후 워크숍을 하는데, 마을미디어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지 몰랐 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재개발로 고통받는 이웃 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데 놀라더라고요. 큰 방송사에선 우리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데 마을미디어에선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분들이 많았어 요. 참여자들에게 마을미디어가 하는 일이 뭔지, 존재 의미가 뭔지 꼭 알 리고 싶었는데 뿌듯했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마을미디어의 의미죠.
2017년은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참 다사다난했잖아요. 취재 다니면서 공 부도 많이 되었고, 시청자들에게 공적으로 정보를 줄 수 있어서 참 뿌듯했 습니다.
노인 세대에게도 전문분야 평생 교육 필요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100세 시대잖아요. 다양한 교육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우 리 뒤를 이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 평생교육은 미디어, 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지 못했어요. 다 퉁쳐서 복지관에서 배우라는 식이었죠. 그 래서 마을미디어가 영원히 살아 있어야 해요. 전문적인 평생교육이 가능 하니까요. 물론 복지관에도 컴퓨터 교실이 있지만 거기선 딱 기초만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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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촬영 교육은 하지 않거든요.
사람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니까 전문성 있게 욕구를 채워줄 필요가 있 겠네요. 평생학습의 체계가 잘 짜여 있어야 나이가 들어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 아요.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될 필요가 있다 는 말씀이 중요한 지점 같습니다. 또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장비가 부족해요. 미디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더 좋은 영상을 만들지 않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걸 부단히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서 돈만 생기면 촬영 장비를 사고 있어요. 회원 개인용이긴 하지만 드론도 3 대 샀고요. 드론의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이 사용하기 좋고, 딱히 순발력이 나 체력이 중요하진 않더라고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즐 겁게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집밥이 좋다> 스튜디오 촬영 Ⓒ 성북실버IT센터
203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월곡1동 밤골경로당 교육장 Ⓒ 성북실버IT센터
새로운 기술과 장비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마지막으 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어르신들에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수명도 길어질 텐데, 많은 분들이 삶의 의미를 찾으셨 으면 좋겠어요. 이제 돈벌이하는 나이는 지났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겼으면 합니다. 그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고, 개인이 발전하는 길이 니까요.
정년퇴직 이후에도 자신의 꿈을 계속 발견해나가고 실현하면서 이웃 실버 분 들의 열정에도 불을 붙이는 김 대표님과 성북실버IT센터를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2017. 12. 27.
20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성북실버IT센터 2008-2017 TIMELINE
205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대표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발행하는 성북동천이 어느덧 활동 5년 차에 접어 들었다. 잡지 발간 외에도 교육과 마을 탐방, 지역 의제 발굴과 공론장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성북‘동’에서 꾸려나가고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의제는 화수분처럼 샘솟는다. 그 어렵고 중요 하다는 공론장 조성을 해내고, 활동가들 스스로 기쁨과 보람을 찾는다는 성북동천은 여러모 로 새롭고 신선한 마을미디어 모델이다. 마을미디어 사업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오는 노련함 도 엿보인다. 최근 지원사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는데……. 마을미디어의 역 할을 모색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지원 체계를 고민하는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의 이야기 에 귀 기울여 보자.
▶방송 다시듣기
20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207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과거에서 현재로 일상의 공론으로
성북동천은 성북구가 아니라 성북동을 대상으로 마을잡지를 발간하는데요. 저희 창신동라디오 덤도 동 단위의 마을미디어라서 동질감을 느낍니다. 동을 기 반으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동네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 불편함 속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해요.
20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그래서 동네 현황과 맞닿아 있는 생활밀착형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생활밀착형이라는 특징에 공감합니다. 동 단위 마을미디어라는 점에서 한계 나 아쉬움도 있나요?
확실히 규모가 작아서 함께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성북동 주 민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모집하는 건 아니지만, 이곳에 거주하고 생활 하는 분들, 마을 일에 관심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모집하니까요. 성북동 주민 인구가 2만 명이 안 되거든요.
이야깃거리가 빈약해서 활동 대상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느끼시나요?
전혀요. 이야깃거리는 화수분처럼 샘솟아요.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할 분 을 찾기가 어려운 거죠. 이야기 자체는 무궁무진해요.
마을미디어 활동에서는 일상을 잘 관찰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힘이 중 요하잖아요. 무작정 외연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일상을 잘 관찰하는 데 답이 있 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지역활동가 분이 “마을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척 공감해요. 보육, 교육, 의료, 도시계획 등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망라한 곳 이 마을이고, 앞으로 우리가 겪을 모든 일이 들어 있죠. 그런 점에서 정말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209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동’ 단위 마을미디어, 이야기는 무궁무진! 성북동천의 5년을 돌아보면 언제 질적인 변화를 느끼셨나요?
마을잡지는 2016년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어요. 창간할 때 기 본 포맷은 역사문화 자원 소개, 동네 점포 소개, 주민 인터뷰, 자유기고 등 이었어요. 그러다 2016년부터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다루기 시작했 어요. 그동안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탐색하고 주민 개개인의 생활사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공통 의제와 생각을 나누 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역 현안을 주요하게 다루기 시작했군요. 큰 변화
21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를 겪으셨네요.
역사문화 자원도 공공 분야이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분명하 지만, 과거의 이야기잖아요. 대개 과거에 대해선 공적으로 접근하는데, 현 재의 삶은 공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의문 속에 서 새로운 방향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큰 변화를 겪으셨는데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초대 편집위원장, 2기 편집위원장을 거쳐 제가 3기 편집위원장을 맡았습 니다. 그동안 운영담당자로 실무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편집위원장이 되 면서 아무래도 저의 시각과 문제의식이 기획과 구성에 반영되잖아요. 당 시 동네에 살면서 겪는 문제를 누구와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고민하던 시 기였어요. 성북구가 한옥 보존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헐려나가는 시기였는 데, 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한옥을 보존해야 한다’는 관 점에 그치고 싶지 않았고요. 잡지라는 매체의 위상을 가지고 취재하면 서 로 문제의식을 나누기 좋잖아요. 기획 의도에 구성원들이 동의해서 특집 코너로 개설되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공적인 문제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죠. 연결고리가 분명 있 는데 그 고리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런데 마을미디어를 통해 공론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으셨네요.
편집위원장을 맡으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역할과 자격이 주어진 것 같아요. 이 활동을 안 했으면 꺼내기 어려웠을 이야기인데, 지난 5년의 활
211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동이 자격을 부여해준 것 같습니다.
성북동천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성북동천의 경우 초기 멤 버들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잖아요. 멤버는 어떻게 구성했나요?
저는 2011년 카페를 개업하면서 성북동으로 이주했어요. 번화가가 아니 라서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어요. 카페 공간을 활용해 모임도 열었는데 처 음엔 지역성이 두드러지진 않았어요. 그러다 2012년 성북동이 역사문화 지구로 지정되었는데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커뮤니티 조 사, 지역네트워킹 용역을 ‘희망제작소’가 맡았어요.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들이 성북동에 들어와 1년 가까이 주민들을 만나고 자원을 조사하 고 2013년 2월에는 마을학교를 열었어요. 1년 동안 만나면서 관계를 맺고 친분이 쌓인 연구원들이 마을학교에 수강하러 오라고 권유했어요. 호기심 에 수강생으로 갔다가 그 인연으로 성북동천이 만들어졌습니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마을학교 사업에서 출발 1년 동안 관계를 맺어오다가 제안을 받은 거네요.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사람을 모집할 때 현수막만 걸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다양한 관 점과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삐거덕거릴 수 있어요. 그런데 뿌리센 터의 경우 1년간 공을 들여 주민들을 만나고, 그 사람의 관심과 특징, 마을에 대 한 생각을 충분히 교감한 후 마을학교를 구성했네요. 성북동천이 탄탄한 조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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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계를 갖추는 시작점이 된 것 같아요.
마을학교에서 4주 동안 주 1회 과정으로 수업을 들었고, 마을에 어떤 활 동이 필요한지 토론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원들이 후속 과정을 잘 유도했다고 봐요. 마을학교를 마치고 그냥 헤어지는 줄 알았는데 연락이 왔어요. 관심 있는 분들을 모아 자리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 는 장을 열어줬어요.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죠. 실행계획을 세 우면서 예산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사람과 아이디어가 있고, 계획이 마련되고, 돈이 생기니 쭉 갈 수 있었어요. 그렇게 성북동천이 탄생했죠. 마을학교에 30명 정도 참여했는데, 그중 10명이 성북동천에 참여했어요.
관심사는 다 비슷했나요?
관심 분야는 서로 달라도 뭔가 해보고 싶은 욕구와 공감대가 있는 분들이 었어요.
마을에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모였군요. 뿌리센터에서 조직한 분들은 마을에 대한 생각에 어떤 공통점이 있었나요?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잠만 자며 살고 싶지 않고, 구성원으로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거죠. 그리고 이 활동을 봉사라고 여기지 않아요. 나를 위해서, 내 가 사는 동네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나를 위한 노력이 지역사 회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을 가진 분들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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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활동을 홍보하고,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하곤 하지만, 코어그룹을 형성하려면 마을 활동에 대한 공통의 지향이 있어야 해요. 참여자 모집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죠.
맞아요. 긴 호흡으로 봐야 해요. 당시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들이 사 람 만나는 데 공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급여를 받고 그 일을 전문으로 하 는 분들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생업이 있는 분들은 에너지를 충분히 쓰기가 어렵죠. 그런 점에서 조직 활동의 핵심은 상근활동가로부터 비롯 되지 않나 싶어요. 분명한 역할이 있고, 합당한 급여를 받을 때 밀도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이 진행될 수 있어요.
215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상근활동가 부재의 딜레마… 몸집 가볍지만 활동력 아쉬움 성북동천은 상근활동가가 없잖아요. 활동비가 없어도 사업은 할 수 있지만, 멤버를 확보하고 서로 합을 맞춰가려면 비상근으로는 힘에 부치죠. 에너지가 많 이 드는 일입니다.
다른 일은 역할을 분담해서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응대하고 발굴하는 일은 자원 활동만으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초기엔 가능하지 않을까 싶 었죠. 그런데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걸 실감해요. 잡지를 보고 연락하는 분 들이 계신데 저도 생업이 바쁘니까 정성껏 응대하지 못해요. 함께하고 싶 다고 정확히 신호를 주실 때도 있는데 정작 만남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 어요. 우리 조직의 현재 상태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예요. 상근활동가
21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봐요.
상근자가 없으면 가볍고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은 있어요. 그렇지만 마을미디어는 품이 많이 들어서 상근자를 필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성북동천은 상근자가 없기 때문에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요. 잡지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고요. 상근자가 없을 때의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도 상근자로 일해 봤고, 상근자가 있는 조직에서 비상근으로도 활동해 봤어요. 그런데 확실히 상근자가 있으면 자원 활동의 영역이 후퇴하거나 축소되는 경우를 많이 봐요.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다 해야지”라고 생각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반대로 상근활동가가 없다는 것은 책임을 넘길 사 람이 없다는 의미에요. 우리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하니까 무리해서 하지 않아요. 감당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해서 움직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보수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유지는 가능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발견을 하기는 어렵죠.
딜레마네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시민들의 자원 활동을 충분히 존중하고 지지하는 구조가 아 니기 때문에 더 힘들어요. 중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자유가 보장되고 여가 를 존중하고 생계 활동을 하면서도 자원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 면 고민이 풀릴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상근을 두거나 자원 활동을 적 당히 하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 중간지점을 기대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먼 이야기죠.
217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어떤 프로젝트 가 생기면 인건비를 받는 사람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일이 몰리 는 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각자 역할을 하면서 내 일이라는 자긍심과 기 쁨을 가져가면 좋겠는데……. 멤버들과 상근자의 역할을 명료히 할 필요도 있겠 죠. 자발성이 보장되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려면요. 그런데 똑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면 동력이 떨어지잖아요. 매년 꾸준하게 잡지를 내고, 동일한 멤버들이 계속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동력이 유지되나요?
동력이 떨어질 즈음 편집위원장이 바뀝니다.(웃음) 잡지를 만드는 데 운영 담당자와 편집위원장의 역할이 커요. 기획과 구성을 하고 스케줄을 챙기 고 마감 일정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으니까요. 고르게 역할을 나누면 이상 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결국 책임을 맡은 이에게 역할이 몰리죠. 그 역할을 1년 넘게 하면 소진되니까 처음엔 호별로 돌아가며 편 집위원장을 맡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위원장 역할은 부담스러워 하셔서 정한 대로 하지 못했죠. 길어도 2년을 넘기진 않았어요. 과부하가 걸리거 나 소진될 타이밍을 넘기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분으로 역할 교대 가 이루어진 것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칠 때쯤 편집위원장을 바꿔가며 운영 유지 편집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으니 다른 분들은 느슨하게 결합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편집위원장을 돌아가며 맡으니 내 차례가 돌아올 걸
21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대비하고 준비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아요. 만나는 횟수가 적을 것 같은데 팀워 크는 어떻게 유지되나요?
성북동천은 운영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어요. 운영위원회가 활동 점검, 집 행, 추진을 담당해요. 편집위원회는 잡지 사업만 담당하고요. 편집위원회 는 잡지 발행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만나지만 운영위원회는 매달 모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멤버십이 유지됩니다.
잡지를 만들지 않을 때는 운영위원회에서 어떤 회의를 하나요?
잡지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밖에 해야 할 일도 있고, 또 외부에 서 요청받는 역할들이 있어요. 최근엔 교육과 사례공유 요청이 있었어요. 예전에 지역개발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을 돌아보는 활동을 했었는데, 그
마을잡지 9호 출간기념회 Ⓒ 성북동천
219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활동을 지켜본 다른 단체에서 마을 여행 프로젝트와 결합해 공론장 만드 는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어요. 이처럼 마을잡지 발간 외에도 추진하 는 일이 많아서 운영위원회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어요.
마을 현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셨는데, 중점을 두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성북동의 정책과 사업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계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성북동 지역개발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이란 워크숍과 토론회를 열었어요. 중요한 현안이에요.
저도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고
마을잡지 9호 출간기념회 Ⓒ 성북동천
22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민했는데, 성북동천에서 그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2014년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가능한 시도였다고 봐요. 다른 지원사업이었다면 주민 토론과 공론화 조직이 불가능했을 것 같아 요. 마을미디어 사업이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공론 활동을 촉진했어요.
마을공론장으로서의 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 일반 주민들이 공공개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짜 셨어요?
주민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틀을 저희가 짰다기보다는 공 개적으로 그 필요성을 제기했어요. 관련 로드맵이 있었죠. 많은 사업과 현 안이 있었지만 대표적인 문제였던 성북로 대표보행거리 조성사업을 골랐 습니다. 보행거리 조성사업은 성북동 보행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 이에요. 물론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지만 주민들은 결정의 주체가 아니 라 의견수렴의 대상으로만 머물렀어요. 공청회 때도 주민들이 몰려와서 성토만 하고 끝나버려요. 일각에선 주민들의 수준이 낮아서 무리한 요구 를 한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의사결정이 가능할 만큼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니 주민들은 답답하고 황 당하죠. 이야기할 장이 부재하니까 어쩌다 공청회라도 열리면 아무 말이 나 토로할 수밖에 없는 거죠. 행정구조가 애초에 일부러 그렇게 짜여진 것 같다는 의심마저 들어요.
221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의례적인 절차만 만들죠. 그 이상의 상상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과정을 몇 년간 지켜보다가 모임을 꾸렸어요. 보행권의 개념이 무엇 인지, 우리 사회의 보행 환경이 어느 수준인지 공부하고 토론하는 독서 모 임을 네 차례 열었어요. 지역 안팎의 주민들이 참여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거죠. 이런 과정을 기반으로 해서 성북동 개발계획 워크숍을 열고, 관련 행정문서를 검토하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아무래도 전문성이 필요하 니까 건축설계사를 비롯해 지역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고 의사결정 구조 를 잘 아는 활동가 패널을 조직해서 함께 사업을 검토했어요. 그때 한 단 체에서 지역 현안과 연계한 마을여행 사업을 제안해서 2017년 9월 말에 공동으로 진행했어요. 앞으로 전문가 패널 중심으로 테이블을 한 번 더 구 성하려고 합니다.
진행 과정을 돌아보면 어떠셨나요?
만족해요. 참여자 분이 “공청회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소감을 나눠주셨어요. 기 회가 없으니 당연히 한풀이로 그칠 수밖에 없죠. 주민들의 역량이 결코 부 족하지 않아요. 기회와 정보가 있으면 심도 있게 토론할 수 있어요. ‘이런 논의가 하고 싶었고, 이런 장이 꼭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뿌듯하 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곳곳에 제대로 된 공론장이 만들어지면 사회가 얼마나 건강해질까요? 창신동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이 이슈였는데요. 공론장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
22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 Ⓒ 성북동천
운지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공론장을 준비할 때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요? 우 선 균형감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이에요. 지난 5년 동안 마을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 어요. 그분들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워킹그룹을 구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마을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함께 사업 을 꾸릴 분들이 지역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요. 어떻게 팀을 꾸리는지가 판 을 벌이는 시작점이죠. 이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게 사업비에요. 이분들에게 회의 참석비를 드릴 수 있다면 활동이 좀 더 힘을 받는 거죠. 액수를 떠나서 지역에 기여하는 나의 역할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를 드 리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계속 참여할 수 있어요. 봉사만 요구하면 생업 이 있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렵잖아요. 마을미디어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꾸준한 활동을 통해 사람을 확보하면서 큰 시너지가 났 어요.
223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마을잡지 10호 출간기념회 Ⓒ 성북동천
꾸준히 이어가는 비결 … “일을 매듭짓고 잔치를 하세요” 밑에서부터의 움직임이 중요하고 그것을 연결하는 고리가 마을미디어의 역할 이라고 봐요. 그 사례를 성북동에서 보니 너무 반가워요. 이 사례를 다른 지역에 서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주시면 좋겠어요. 타인을 위한 봉사가 아 니라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인데 요. 그 외에도 멤버들을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동력이 있었나요?
사업 이후엔 꼭 잔치를 벌였어요. 일종의 의례처럼 1년에 두 번씩 출간 기 념회 겸 잔치를 합니다. 말 그대로 잔치에요.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풍성 히 준비해서 나눠 먹고, 잡지 구절도 함께 읽고, 공연도 보죠. 공동체 의식
22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과 유대감을 만들고 다지는 데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사회에 서도 그렇잖아요. 추수 직전 오곡백과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시기에 한 가위 명절이 있고, 농한기엔 먹고 즐기며 관계를 촉진하는 의례가 있죠. 도시는 이게 단절되어 있어요. 참여자 분들도 이런 의례 역할을 하는 자리 를 좋아하시고, 저 역시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워요.
라디오는 시작과 맺음이 명확하지 않아서 잔치 시기가 고민되네요. 그렇지만 집중하는 주기와 편안하게 대화하는 주기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 이 듭니다. 마을미디어를 하면서 이런 건 참 좋다고 느낀 경험이 있나요?
잡지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 그렇죠. 얼마나 고생했는지 세세하게 는 모르더라도 발행인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는 피드백이 오면 정말 좋 아요. 봉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과정이고, 지역사회에 도 움되는 일이 분명 맞잖아요. 혜택을 받는 분들이 저희의 이런 노력을 인정 하고 공감하고 지지해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변화가 필요한 시기, 지원사업 손떼기 고민 ‘나를 위해서 이 일을 한다’는 의미는 ‘내가 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을 명확히 한다는 뜻이죠. 내 이웃을 연결된 존재로 바라보는 인식이 바로 마을 미디어 활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익과 공익을 일치시키는 사람들이 많 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 사회가 건강해지는 방법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225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길이니까요.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성북동천에 필요한 변화가 뭐라고 생각하세 요? 참여자, 단체, 지역사회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다를 것 같습니다.
지난 회의 때 지원사업인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계속하는 게 좋을까 를 두고 고민했어요. 2017년 하반기에 10번째 잡지가 나와요. 지원사업 신청 자체가 어렵고 부담되는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원이 라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게 맞을까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 각합니다. 지원사업은 이제 종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벌써 5년 차에 접 어들었고, 10번째 잡지를 펴냈으니까요.
그만둬야 할 근거가 빈약한데요?(웃음)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원사업이 갖는 효과나 이점이 분명 있죠. 그런데 지원사업 자체를 수행 하느라 역량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쏟게 되는 측면이 있어요. 지원사업의 구조나 일정 때문에 하고 싶은 다른 활동이 있어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 이기도 하고요. 저는 성북동천이 지역에서 해야 할 핵심 역할은 공론장을 만드는 일이라 고 생각해요. 그간의 활동을 통해 축적된 자산을 공론장을 조성하는 데 활 용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원사업의 또 다른 문제는 사업운영 담당 자에게 역할과 책임이 과도하게 부여된다는 거예요. 조직의 민주적 운영 이나 고른 책임 부담이 어렵죠. 현재의 지원사업이 조직 구조에 미치는 영 향을 고려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원사업 종료 여부에 따라 향후 활 동 계획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22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왼쪽부터 김선문, 이준호, 최성수, 김철우, 박진하, 김기민, 손유리
만약 지원사업을 종료한다면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세요?
운영비는 모든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고민일 텐데요. 자립은 단체 재정만 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봐요. 공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에게 모든 걸 맡 긴다면 사회와 정부가 무책임한 거죠. 정부에서 지원을 활발히 하도록 만 들어가야 해요. 성북구 차원에서 해나가라고 요구할 거예요. 세금으로 운 영되는 지방정부에서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죠.
지방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마을미디어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져야 할까요?
지역별 미디어 네트워크의 역할과 활동이 중요합니다. 잡지 사업이 아니 더라도 공론장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잖아요. 저희는 판을 깔고, 다른 단
227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체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수도 있죠. 전 문가와 결합해 대안을 만들고 결과물을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지방정부에 여론을 전달하는 일인데 이것을 한 단체가 단독으로 하기는 불가능해요. 미디어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나설 때 힘이 생기지 않 을까요?
조직화된 힘이 없으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어렵죠.
성북동천이 자체 사업을 포기하면 잉여 에너지가 생겨요. 이 에너지를 네 트워킹 활동에 쏟으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여기까지는 개인 의견입니다.
‘공론장’ 형성 위한 지자체 및 중앙정부 지원 절실 마지막으로 마을미디어가 도약하기 위해 어떤 사업이 필요할까요?
모든 마을미디어 단체가 지역 공론장 조성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 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네트워크, 지방정부에 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지역에서 공론장 만드는 일을 제대로 수 행하지 못하면 지방자치가 엉망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 역할을 하겠다 는 단체가 있으면 제대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충분히 지원해주면 좋겠어 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는 논의되지 않아서 제가 명확한 대 안을 제시하긴 어려워요. 그렇지만 한 단체에서 단독으로 공론장 만드는
22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역할을 하기는 어려우니 지원 체계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 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성북동천은 주민조직을 어떻게 시작할지, 일상에서 지역공론장을 어떻게 실 천할지 고민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2017. 10. 18.
229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성북동천 2012-2017 TIMELINE
23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31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은 용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마을모임 ‘종점수다방’을 만들었고, 이를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이어갔다. 용산FM의 도약 요인으로 ‘사 람’을 꼽는 황 국장은 동료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활동 초기에 팀원 사이의 불협화음, 방 송 조기종영 등 숱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 고민을 나누고 머리를 맞댈 동료가 있었 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활동 6년 차에 접어든 용산FM은 지역 특성을 담아낸 다채로운 콘텐 츠를 기획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지역밀착형 방송국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고 수많은 성과를 일구어낸 용산FM은 2017년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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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233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우리를 키운 건 팔할이 사람이다
최근 새 공간에 둥지를 트셨어요. 조그만 다락방 같던 곳에서 방이 무려 3개 나 되는 곳으로 이사하셨는데요. 새 공간은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공간 이전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이었어요. 건물주가 보증금까지 들고 와서 나가라고 했거든요. 1년을 버티다가 결국 이전했어요. 원룸에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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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짜리 빌라로 옮겼죠. 서울시 마을공동체 공간 지원사업을 기대하고 있 었는데 올해 신규 지원사업이 없어져서 후원주점을 열어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했어요. 예전에 쓰던 공간은 입지는 좋았지만 좁아서 불편했는데 지 금 새 공간은 방이 3개라서 너무 좋아요. 후원자, 활동가, 서울마을미디어 지원센터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요. 두 공간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마을모임으로 시작한 종점수다방은 후암동 종점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었 어요. 접근성이 좋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어요. 해방촌으로 가는 길목이 라서 해방촌과 연계된 활동도 가능했고요. 6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갔죠. 우리를 키워준 곳이에요. 새 공간은 조용한 주택가인데 업무집중 력이 높아서 만족스러워요. 골목 안쪽에 위치해 접근성이 좀 아쉽지만 홍 보를 잘해서 보완하려고 합니다.
원룸에서 출발, 2017년 방 3개짜리 방송국 만들다 용산FM의 발전 과정을 시기별로 구분한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2012년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통해 활동을 시작했는데 2013년까지 는 마을미디어를 맛보는 시기였어요. 2012년에는 정말 멋모르고 시작했 어요. 첫 번째 문화교실을 마치고 세 개의 방송을 진행했지만 마을미디어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었거든요.(웃음) 각자 하고 싶은 방송을 만든 시기였
235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어요. 첫 번째 도약기는 정규 라디오 방 송을 시작한 2014년이에요. 음악방송을 시작했고, 필리핀 이주민들이 주도적으 로 참여하는 타갈로그어 방송 <필리피 노 라이프 인 코리아>도 시작했어요. 용 산FM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활동한 시 기입니다. 참여자들이 모이는 시간도 자 주 만들었어요. 두 번째 도약기는 2015년인데 젊은 진 행자를 만났어요. ‘DJ 모집’ 현수막을 보 고 찾아왔죠. 당시 해방촌이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된 시기였는데, 지역커뮤 니티와 연계한 방송을 시작했어요. 세 번째 도약기는 2016년이라고 볼 수 있어요. 홍보를 활발히 진행했고, 그림 그리는 분이 청년활동가로 결합해서 덕을 크게 봤어요. 지역 현안을 중점으로 활동한 시기이기도 해요. 역사 방송을 시작했고, 용산 화상경마 장 폐쇄를 위해 싸우기도 했죠.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굿바이, 화상 경마장>이란 프로그램도 진행했어요. 싸움에 참여하는 주 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자는 취지였죠. 덕분에 관계자도 많이 만나 고, 화상경마장이 폐지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2017년은 질적인 도약을 위한 시기입니다. 번듯한 녹음실도 있고 커뮤니 티 공간도 갖췄어요. 인근에 후암 전통시장이 있는데 여기서 공개방송도
23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할 계획입니다.
해마다 도약했다고 진단하시네요. 깊이와 폭이 넓어졌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마을미디어라고 하면 ‘각자 하고 싶은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여 겼어요. 2013년까지 동아리적인 성격이 강했죠. 그런데 2014년 마을미디 어 사업을 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매달 용산FM 진행자 모임을 열 어 방송 진행을 점검하고 사업 문제도 논의했어요. 이 시기에 용산FM에 대한 고민을 자주 나눴습니다.
처음엔 각자 하고 싶은 방송을 했다면 2014년부터는 단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군요. 방송을 지속할 수 있는 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도약만 있었을까요?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지역 현안을 다루는 미디어 특성을 갖 추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2014년에는 팀원들 사이에 활동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불협화음도 있었어요.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죠. 운영이 미숙 했다고 봅니다.
개개인의 다툼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합의하고 소통하는 훈련의 부재가 근본적 인 원인이 아닐까요. 조직 안에 공통의 가치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생기는 혼란 이죠. 서로 다른 지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할 것 같아요.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공유했다면 덜 삐거덕거렸을 거예요. 잘 해보자는 생각만 가득했지 뭘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은 부족했어요.
237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용산FM의 전신, 종점수다방으로 마을 활동 시작 황혜원 국장님은 어떻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종점수다방에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름처럼 마을버스 종점에 있는 수다방이죠. 동네에서 엄마들,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어 만든 공간이 에요. 저도 학부모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고 엄마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2012년에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시작하고 공방, 벽화, 미술수업을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에 결합하신 분들 말고 별도의 운영진이 있었나요?
재능기부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분들이 운영진이라는 이름으로 결합하지 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국장님 개인이 구성하고 운영하신 거네요. 입지 조건이 좋은 곳에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만드셨고요.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도 많이 했어요. 마을장터 도 열고, 해방촌에도 열심히 결합했어요. 당시 해방촌이 뜨면서 동네의 상 권화에 대한 우려가 생겨났고 주민모임이 필요한 때였어요. 뜻을 모아 주 민협의체 준비위원회를 만들었죠. 밥상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 을 나눴어요. 힘은 없었지만 만남과 공유, 연대가 이뤄졌죠. 다양한 활동 이 이뤄진 곳입니다.
23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뭔가 해야겠다는 의지를 모았네요. 지역 문제와 현안에 위기의식을 느꼈고요.
첫 출발은 그랬습니다. 해방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모임을 시 작한 이유죠.
마을미디어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하면서 딸아이와 함께 <엄마와 딸의 동상이 몽>이라는 방송을 했어요. 2015년 4월까지 70회 넘게 진행했죠. 제가 지 금까지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방송 때문입니다. 방송을 하는 기쁨을 제대로 누렸거든요.
첫 시작 동기는 해방촌에 대한 걱정이었고, 방송을 지속해온 힘은 방송의 즐
239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24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거움 때문이네요.
종점수다방에서 다양한 문화교실을 열었지만 점점 한계를 느꼈어요. 우리 보다 더 짜임새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으니까요. 문화교실을 통해 주민들을 만나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 잖아요. 문화교실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라디오 를 만났어요.
복지 차원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여는 것과 주민들이 좀 어설프더라도 주체가 되어 직접 해보는 건 다르죠. 전문가들이 함께하니 쉽게 참여할 수도 있고요.
그렇죠. 마을미디어는 문화교실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관계를 지속하고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주체적으로도 참여가 가능하 고요.
라디오가 다른 미디어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마을라디오를 시작 할 때 주변에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라디오는 얼굴이 안 보이니까 말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착각이었죠.(웃 음)
감사하게도 관악FM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 단체가 후발 단체
를 돕는 건 진짜 큰일이죠.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이효성 활동가의 도움이 컸어요. 함께할 동료가 있으니까 참 좋더군요. 목공을 하는 분이라 책꽂이 도 뚝딱 만들어주시고 여러 아이디어도 보태셨고요.
함께할 동료와 선배 단체의 도움이 있으니 환상의 조합이네요. 초기에는 어려
241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움이 많았을 텐데요.
초반엔 맛보기라 어려운 줄 몰랐어요. 또 이렇게 길게 하게 될 줄 몰랐고 요.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2013년 후반기에 혼자 살림을 도맡으면서 정말 울 뻔했습니다. 더구나 각자 생활이 있으니 팀워크가 흔들리기도 하고, 방 송을 길게 지속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방송 초기 참여자 격려에 소홀했던 점 반성 방송을 길게 지속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개인적인 조건이 달라져요. 방 송진행자의 조건과 의지의 문제인데요. 개인 사정으로 콘텐츠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요. 70회 넘게 진행했던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의 경 우에 출연자였던 제 딸이 대입을 앞두고 그만둔 것처럼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운영자로서 잘 이끌지 못했어요. 동기부여를 잘하지 못했죠. 방송진 행자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고 동기부여를 계속해 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어요. 진행자에게 많은 책임이 부여되고 알아서 해 야 하니까 오래 하기 힘들어지죠. 지속할 힘을 얻으려면 소통이 필요해요. 소통과 격려를 통해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운영자로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라도 품이 너무 많이 들면 지치게 되죠.
24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맞아요. 방송에 품을 너무 많이 들이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방송을 지속 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얻어야 하거든요. 부담스럽지 않게 하자, 무리하 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은 품이 거의 안 들었어요.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면 됐거든요. 이야기 푸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게 할 수 있었어요.
운영자 기획력+대표 네트워킹 역량+청년활동가 실무력 소통과 운영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셨네요.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 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어떤 요인이 힘이 되었다고 생 각하세요?
243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해방촌 도시재생 마을미디어교육 Ⓒ 용산FM
운영위원회 활동을 꼽을 수 있어요. 2014년부터 진행자 모임을 운영하다 가 2015년 후반쯤 모임의 흐름이 끊겼어요. 그런데 2016년 ‘지속가능한 마을미디어를 위한 워크숍’에서 운영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을 귀에 못 이 박히도록 들었죠. 운영위원회 활동이 공간 이전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 움이 되었습니다.
선배 단체들의 도움과 컨설팅이 유용했네요. 그밖에 더 힘이 된 요인이 있다 면 무엇일까요?
지금 용산FM 대표를 맡고 계신 박승희 선생님의 도움이 컸어요. 박 대표 님은 1기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교육생이셨죠. <아침에 커피 한잔>이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그만두셨는데, 2015년에 다시 결합하셨어
24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요. 간간이 관계를 맺어 왔는데 제가 확 잡아버렸어요. 후암동 커뮤니티도 이끌고 계시죠. 엔지니어를 담당하는 청년활동가 김의영 씨의 활동력도 한몫했어요. 청년활동가로 일하면서 <음악잇수다>를 방송하고 있는데 기 획력도 좋고 매니악한 특징이 있어요. 정책 동향도 잘 살피는 데다가 청년 활동가로 결합하는 동안 용산FM의 역사를 정리하고 매뉴얼까지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죠.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분이네요.
혼자선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국장님은 기회만 되면 동료 자랑을 하시네요.(웃음)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네트워크도 풍부하고, 김의영 씨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활동가들이 있으니 자 랑할 만합니다. 기획력이 있는 사람, 전체 네트워크를 볼 줄 아는 사람, 실행력 을 가진 사람의 조합이 훌륭합니다. 종점수다방 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비 결이 있을까요?
밥상모임을 하면서 지역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좋은 운 영진을 구성할 수 있었죠.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원 및 신규방송 발굴 고민 소통 문제 말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있을까요?
245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공간을 이전했지만 재정적인 안정이 시급합니다. 지금까지 후원인들을 통 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아직 더 많이 확대해야 해요. 지역 주민들을 후원인 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밀려 있는 일들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인지도가 낮은 것도 고민이죠. 용산구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 은 곳이에요. 구청의 관심도 크지 않고요. 우리가 뚫고 나가야 하는 과제 죠. 후암동과 해방촌에서 관계를 만들긴 했지만 용산구 전역으로 인지도 를 높여야 하는데 아직 미약해요.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지 만 아직 일부에 집중되는 측면도 있고요. 방송을 진행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오면 정말 걱정스럽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새로운 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 까 고민이 많죠. 용산FM 진행자들 사이의 소통도 중요한데 조건상 쉽지 가 않아요. 용산FM에 대한 고민을 소수의 몇 명만 하고 있는 셈이죠. 결
2017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용산FM Ⓒ 용산FM
24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국은 만나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규 방송 확대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방송의 다양한 구성은 늘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지나가게 되잖아요. 겨울특 집을 해볼까? 누구랑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다가 또 지나가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몸이 안 움직이네요.(웃음) 무엇보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도 큰 고민이에요.
‘단체를 위해서 언제까지 하는 게 좋을까?’ ‘내가 애정은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 저도 공감해요. 수많은 고민과 고비에도 불구하고 계 속 활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을 통해 방송의 기쁨을 알았고, 여전히 유효해요. 주민들을 만나는 인터뷰 방송도 너무 좋아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 거든요. 사람들과 가까이 만나는 일이 참 좋아요. 용산구에서 만나는 활동 가 분들도 마찬가지죠.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저도 인터뷰가 너무 좋아요. 오랜 시간 알고 만난 분들도 인터뷰를 통해 만나 면 또 다르잖아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역사 방송을 진행하면서 우리 지역을 알아가는 과정도 참 좋아요. 청취율 은 낮지만요.(웃음) 계속 이야기하고 싶고, 공부도 많이 하게 되죠.
247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도약 요인은 결국 ‘사람’… 안정적 인력 지원 필요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사람이죠.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청년활동가가 배치되지만 10개월 짜리 계약직 활동가잖아요. 상근활동가가 필요해요. 흐름이 끊기지 않으 면서 계속 활동할 수 있으려면요. 방송의 지속가능성과도 긴밀히 연결되 는 문제죠. 상근활동가가 있어야 고민도 지속되고 도약할 수 있어요.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된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요.
녹음실에 대한 지원도 해주면 좋겠어요. 용산FM 새 공간에 방음 인테리 어를 아직 못 했어요. 흡음재만 붙여 놓았는데 외부 소음이 다 들어와요. 해방촌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마을미디어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 을 하려면 지역사회의 지원, 특히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방학3동 은 행나루마을방송국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으로 주민센터에 방송국을 만들었잖아요. 역량 강화 문제도 여전히 고민입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 강연 프 로그램이 있지만 좀 더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용 산FM이 마을방송국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지금처 럼 하면 길이 없다고 봐요. 주파수 확보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있어 야 합니다.
24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뚝딱뚝딱 어린이 라디오체험교실 Ⓒ 용산FM
사람, 공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 그리고 정착을 위한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인상적인 인터뷰였습니다. 해방촌의 위기 에서 주민모임을 만들고, 공간의 위기에서 또 새로운 공간을 열어나간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런 일이 있었지, 이 것 때문에 버텼지…… 상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모습은 정말 시사점이 큽니다. 앞으로 함께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2017. 10. 24.
249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공동체미디어 용산FM 2011-2017 TIMELINE
25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51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마을잡지 <남산골해방촌>의 배영욱 발행인은 서울 곳곳을 전전하던 중 해방촌을 만났다. 도시 설계가인 그는 다양성과 역사가 살아 있는 이곳에 푹 빠졌고, 해방촌의 매력을 탐구하고 싶은 마음에 잡지를 만들었다. 해방촌 주민으로, 해방촌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만나 잡지를 발행한 지 어느덧 6년. 그러나 여전히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 도 가득하다. 수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해방촌은 자유롭고 다양한 이들이 한데 모여 매력 을 발산한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남산골해방촌>이다. 배영욱 발행인의 설명 에 따르면 느슨하게 참여할 수 있는 동네 동아리 같은 모임이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모임이 기도 하다. 이들을 엮어준 해방촌은 어떤 곳일까? 오늘도 해방촌을 달리는 도시설계가 배영 욱 발행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송 다시듣기
25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253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자유로운 개인의 느슨한 연대로 해방촌의 변화 기록
용산 지역 마을잡지 <남산골해방촌>을 6년째 발행하고 계신데요. 먼저 잡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첫 호를 발행했고, 6년 동안 열두 권의 잡지를 만들었어요. 얼마 전엔 전시회를 했고, 지금은 열세 번째 잡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25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동네 버스정류장에 모집 포스터를 붙이고 함께할 사람을 모았어요.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동네 동아리 같은 모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용감하게 시작하셨어요? 보통 주변 지인부터 알음알음으로 모 아서 시작하곤 하는데요.
그동안 신도시를 만들고 개발하는 일을 해왔어요. 요즘은 도시와 지역재 생 일을 하는, 그러니까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서 울 여러 동네에서 살아봤지만 해방촌에 살게 되면서 이 동네가 참 매력 있 다고 느꼈어요. 꾸준히 관찰하다 보니까 해방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 가 너무 많아서 아예 잡지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회사 사람들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죠. 그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그때 대학원 과제로 시작한 일이 지금까 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시설계가라는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해방촌의 매력을 규명하고 싶었다는 점도 인상적이고요. 해방촌과 사랑에 빠지셨네요.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전에 사당동에 살 때는 퇴근하고, 집에서 자고, 차 로 둘러싸인 골목을 돌아다니는 게 다였어요. 정말 베드타운(bed town)이었 죠. 그런데 해방촌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이를 가꾸어가는 사람 들이 보였어요. 신도시 만드는 일을 하니까 신도시에 해방촌 같은 분위기 를 만들려면 어떤 요인들이 조성되어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해방촌의 특
255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이한 매력을 나누고 싶어서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다양 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걸 계속 발굴하고 싶었죠.
도시 설계하는 사람, 해방촌에 빠지다 잡지를 정독하고 싶어지네요. 명확한 촉으로 해방촌의 매력을 찾아내고, 이를 언어화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해방촌의 특징을 좀 더 설명해주세요.
해방촌은 1인 가구가 많고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방촌을 가꿔온 분들은 사실 이곳에 오래 살아오신 분들이에요. 눈이 오 면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길을 정리하시고, 사시사철 집 앞에 화분을 내놓 고 계절마다 꽃을 심으시죠. 또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개인 생활을 밖으 로 드러내는 데 개의치 않아요.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베란다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어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배타적이지 않 았어요. 인상적이었죠. 깊숙이 들어가면 배타적인 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 렇지만 서로의 생활을 용인하는 문화가 쌓여왔다는 게 느껴져요. 처음 잡 지를 뿌릴 때 ‘얘네 뭐야?’ 싶으셨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시고, 이것저 것 질문하면 신나게 답변도 해주십니다.
거침없이 사람을 모으셨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요?
잡지는 혼자 만들기가 어렵잖아요.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인쇄 나 출판 과정은 생소했어요. 그렇지만 해방촌이 궁금하고, 재밌고, 좋고,
25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밝혀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 대학 동아리처럼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어 요. 동네에 포스터를 붙였더니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죠. 인쇄 비는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지원을 받았고, 마침 박원순 시장님이 마을공 동체 사업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죠. 시작 도 어렵지 않았고, 활동을 해나가는 데도 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큰 어 려움은 없었어요.
동네에 애정을 느끼고 탐구하고 싶다고 생각을 전환한 힘, 거침없이 포스터를 붙이고 사람을 모집한 에너지가 특이하게 느껴져요.
해방촌에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가 근처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사진 클래스 등 동아리 활동을 하 고 있었어요. ‘빈집’이라는 공동체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아, 이
257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렇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가 있구나’ 싶었죠. 뭐든 쉽게 시도할 수 있 는 동네 분위기에 저도 발맞췄을 뿐이에요. 대학 때 동아리나 통신동호회 (유니텔)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같이 작업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성공적이고 즐거운 공동체 경험이 있으셨네요. 모집할 때 어떤 분들이 오셨어 요?
동네 여기저기에 참여자 모집 포스터를 예쁘게 만들어 붙였는데 연락이 오더라고요. 다양한 사람들이 신청했는데, 잡지라는 매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가오신 것 같아요. 10명쯤 오셨는데, 신기하고 재밌어서 엄청 자 주 모였어요.
참여자 분들은 어떤 동기로 함께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대부분 잡지 제작에 로망이 있는 분들이었고, 지역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 도 많았어요. 그랬던 분들이 마침 포스터를 보고서 함께하게 된 거죠. ‘문 화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나에게 이런 재주가 있으니 함께하자’고 제 안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해방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이 작 업하게 되었죠. 초기엔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품었지만, 포스터 분위기도 그렇고 신청도 이메일로 받았더니 젊은 분들과 함께하게 되었어 요. 글쓰기는 어렵지만 동네 정보를 잔뜩 들고 와서 회의에 참석하시는 어 르신도 계세요.
25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두세 달 수다 떨며 기획 회의… 기사 작성은 각자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세요? 작업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편집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나요? 아니면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나요?
발행인, 편집인, 디자이너 등 역할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기 자를 모집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수다 를 떨어요. 정말 부담 없는 수다죠. 기사를 써야 하는 타이밍인데 뻔뻔하 게 계속 수다를 떨다가 많이 늘어지기도 해요. 이 시간을 줄여야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할 텐데, 저는 이것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봐요. 이 시간을 통 해 해방촌의 이슈가 모이거든요. 서너 개를 모아 특집 혹은 주요 기사로 배치하고, 대략 10편 정도의 글로 잡지를 완성합니다. 부담 없이 언제든 시간만 맞으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지향해요. 물론 디자인 작업할 땐 일 에 집중합니다.
한 편의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해요. 단편적 인 생각들이 수다를 거치면서 정리되는 것 같고 요. 잡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과가 명확 히 보이고, 단계적으로 선명한 기승전결이 있다 는 건데요. 덕분에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 것 같 아요. 팀 작업의 느낌도 강하고요. 라디오의 경 우는 대본 쓰는 분들이 상의하면서 구성을 하지
259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않고 보통 혼자 쓰거든요.
회의는 팀으로 하지만 글은 각자 써요. 글을 돌려 읽고 의견을 나누지만 수정은 필자의 고유권한으로 남겨둡니다.
초기 멤버 10명이 계속 유지되고 있나요?
처음에는 시스템도 없이 작업했고, 차차 안정화된다고 느낀 때가 4호를 발간할 즈음이에요. 오히려 시스템이 안정되니까 시들시들해지더라고요. 취업이나 어학연수 등의 이유로 멤버들이 교체되어 매호 신입 기자를 뽑 았어요. 대부분은 3~4호씩 연달아 꾸준히 참여해주고, 결혼 전까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요.(웃음) 지금까지 남은 초기 멤버는 3명 정도에요. 계 속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투고를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원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기 멤버와 신입 멤버가 섞여 있는 구조네요.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모이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 모임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요?
정말 부담 없이 친구 만나듯 만나기 때문 아닐까요? 시간이 안 되면 듬성 듬성 나올 수도 있고요. 같이 밥 먹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나오는 거죠. 멤 버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역량을 모아 잡지라는 뿌듯한 성과물을 탄생시키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게 지금까 지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봅니다.
긴 호흡으로 가려면 내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죠.
26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공간 욕심이나 사람 수를 늘려서 조직력을 갖추자는 욕심은 없어요. 하지 만 결과물에 대한 욕심은 있죠. 구성원 모두가 고퀄리티를 지향해요. 온라 인 배포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실행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못하겠고 몸이 안 움직이면 아직 준비가 덜 됐구나 싶은 거죠.
격렬한 토론이 일상, 책임자로서 부담스러울 때도 격렬한 토론도 종종 하신다면서요?
수위 조절에 대한 토론이 종종 있어요. 10호 주제가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했
261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26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어요. 저는 도시설계가로서 변화는 당연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곳이 면 사람이 몰리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고 보거든요. 하지만 이 변화를 조장 하는 사람들을 명확히 알리고, 책임 없이 떠나는 이들에 대해서는 신고해 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어요. 해결책을 내려고만 하지 말고 숨은 뜻을 밝혀 내서 현상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상호나 개인을 드러내는 문제에 대해 격렬히 토론했고, 결국 편 집인이 중재했어요. 상처받은 사람도 있을 테고 살벌하다고 느낄 수도 있 지만 긴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 신뢰가 쌓여 가능한 일이죠. 또 저희가 뒤 끝이 없기도 합니다.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다니 굉장히 좋아 보여요. 자기 생각이 선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대개 관련 기사나 내가 목격한 걸 토대로 판단하는데, 독 자들에게도 다양한 사고의 장을 열어줄 것 같습니다.
살벌한 수다에 비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을 빼고 나면 막상 잡지는 순 둥순둥하게, 입장이 애매하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 뭉툭함의 요인이 저 인 것 같기도 해요.
책임자가 갖는 한계라고 봐요. 폭풍에 휘말리면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 무해 한 형태로 내려고 신경 쓰게 되니까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잡지는 활자로 남으니까 이름 하나, 상호 하나 쓰는 게 조심스러워요. 성 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63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고비나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4호 발간 이후에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 우리 모임이 즐거운 모임 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속상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주고, 경력이 쌓이니 노하우도 쌓이더라고요. 진짜 고비라고 느낀 때는 2017년 이었어요. 저는 대학원생에서 회사원이 되었고, 프리랜서 디자이너 친구 도 회사로 들어갔어요. 다 직장인이니 여유가 없더라고요. 동아리처럼 운 영되는 모임이라서 우선순위에서도 자꾸 밀리게 되고요. ‘우리 계속 못 하 는 거 아니야?’ 하는 조바심이 계속 들었어요. 열 달 만에 12호를 내면서 특집 기사를 통해 “우리 이거 계속할 수 있을까? 왜 하는 거지?”라고 질문 했어요.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방법을 달리해보자는 의견이 모였고, 13 호는 세 달 만에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워크숍을 통해 집중력 있게, 빠 르게 글을 쓰고 청탁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어요. 수다 떨며 느릿 느릿 만드는 것도 좋지만 밀도 있게 집중하는 방식도 좋더라고요. 앞으로 직장에 다니면서도 참여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실험을 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군요. 두 과정의 특징이 다를 테니까요. 매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워크숍이 좋은 대안일 수도 있겠습니 다. 청탁으로 글을 받으면 격렬한 토론을 하기 어려울 텐데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고민스럽지만 보완해가야죠. 개인적으로 수다 타임을 놓칠 수가 없어서 여러 방법을 섞어가며 진행하려고 합니다.
26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해방촌의 내일을 만드는 <남산골해방촌> 꽤 오랜 시간 활동하셨는데 초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처음 시스템을 만들어갈 때는 신기하고 재밌고 열정적이었어요. 이 열정 으로 3~4호까지 진행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입니 다. 열정과 연륜의 차이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잡지가 쌓인 걸 보면 이것 이 최근 해방촌의 역사이고, 우리가 기록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죠. 그 힘으 로 어렵지만 계속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산골해방촌>의 활동 성과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첫째, 최근 5년 동안 해방촌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했고 이것이 또 다른
265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해방촌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되었다고 봅니다. 중요한 자료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 거죠. 저 역시 해방촌을 연구하며 이전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 자료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해방촌을 탐구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둘째, 해 방촌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들에게 발언대 역할을 하고 있 다고 평가합니다. 해방촌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 등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 는데, 주민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장이 되기도 하고요. 재생사업에 대한 특 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주민협의체에서 예의 주시하더라고요.
해방촌의 내일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친다!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언제 확신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해방촌의 매력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해방촌의 변화가 느껴지는
26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데, 5년 후에 내가 여기서 살 수 있을까? 변화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옛날 모습 그대로 남을 수는 없다고 봐요. 막고 싶다고 막을 수도 없지만,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쪽으 로 변화의 방향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건 싫어요. 다양성을 담는 매체로써 용산FM, <남산골해방촌> 모두 존재 의미가 있는 거죠.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습 니다.
저 또한 창신동의 변화를 느끼며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데요. 그건 라디 오로 변화의 물결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절감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일에 자긍심을 갖는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생각을 더욱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해방촌 주민 스스로 해방촌의 매력을 알아가고, 또 자긍심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다양성을 함께 지켜나가고 싶어요.
편안하고 가벼운 모임으로 남았으면 현 단계에서 <남산골해방촌>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저 편하고 쉽게 계속 운영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하 는데.(웃음)
267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이 일이 재밌고 좋으면서도 일상에서 버거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요. 대개 직장을 얻게 되면 병행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잖아요. 사회적으로 노동 의 조건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한순간에 바뀌진 않을 테고, 좋은 경험을 유지하며 타협하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생각합 니다. 배영욱 발행인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동체를 향한 강한 애정과 동기가 느 껴지는데, <남산골해방촌>도 그런 모임인가요?
공동체에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개인주의적인 모임이에요. 서울마을미디 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지만 시간 조율이 어려워서 행사에는 불참하는 경 우가 많아요. ‘공동체’라고 하면 참 좋지만 자유를 속박하는 용어로 다가오 기도 하잖아요.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한 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 바 로 <남산골해방촌>입니다. 앞으로도 장벽 낮은 모임, 동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모임으로 남길 바랍니다.
<남산골해방촌>은 ‘취미 활동’이라는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고, 그 점이 중요 한 특징인 것 같네요. 그럼에도 마을미디어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업그레이드를 고민하지 않는 모임인데, 돌이켜보니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속 방법을 찾고 있었네요. 서울 마을미디어 행사에 가면 위축될 때도 있 어요. 주변 분들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하시는 데 저희는 아무것도 안 하 는 듯해서요. 그렇지만 우리의 내부 철학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 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늘 문득 든 생각인데, 우리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웃음)
26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는 없지만 중요한 것을 선명히 알고 있고 지켜나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못 다한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동네 사람들이 읽는 잡지니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 어요. 또 <남산골해방촌> 같은 가벼운 조직을 지원하는 체계도 확대가 되 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2017. 12. 26.
269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남산골해방촌 2011-2018 TIMELINE
27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71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은평시민신문은 2004년 ‘우리 동네에 좋은 신문이 있으면 좋겠다’고 뜻을 모은 주민들이 만든 지역신문이다. 인터넷신문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지면과 인터넷을 고루 활용하며 협동조합 체 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기자 생활을 거쳐 6년째 은평시민신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은미 편 집장은 구청과 중앙언론이 외면하는 지역의 이야기를 모으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자 열심히 은평구를 누비고 있다. 박은미 편집장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 로서 마을미디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획기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 하지만, 이를 위해선 마을미디어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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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273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마을’신문과 ‘지역’신문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 중
편집장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은평시민신문에서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쓰고, 신문 발송과 배송 작업도 하 고, 신문 발행과 운영 전반에 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7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평시민신문은 역사가 깊어요. 마을미디어의 조상 격인 마포FM이나 관악FM 보다 오래되었는데요. 지난 활동 과정을 시기별로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은평시민신문은 창간 14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2018년이면 중학생이 되 는 나이지만 아직도 새싹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미디어와 지역신문의 뿌리가 약하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큰 성장을 거듭해온 건 사실 입니다. 은평시민신문은 매년 도약하고 있으니까요. 2004년 인터넷신문 으로 시작할 때, 2009년 처음 종이신문을 시작할 때, 2013년 협동조합으 로 다시 출발할 때 모두 작은 도약기였다고 봅니다. 현재 지역 조합원들과 함께 인터넷신문도 운영하고, 종이신문도 함께 만들고 있어요. 한편으론 어떤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을 이뤄야 하는데 작은 도약만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터넷신문으로 시작, 종이신문 병행하며 운영 중 은평시민신문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나요? 박은미 편집장님 개인의 동기도 궁금하고, 조직의 첫걸음도 궁금합니다.
창간 당시 저는 은평구가 아닌 종로구에 살고 있었어요. 2005년에 은평구 로 이사를 와서 동네 신문이 있다는 걸 알고 신기하다고 생각한 정도였어 요. 인연이 생긴 건 둘째 아이 때문이에요. 둘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문 제가 생겼고, 이 이야기를 지역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은평시민신문이 취재를 했고, 제가 기고도 하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지
275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역과 가까워졌고 은평시민신문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신문이 주민의 필요를 채워준 거네요.
막상 문제에 부딪히니 지역 문제를 이야기할 창구가 없더라고요. 중앙 언 론에서 다뤄줄 것도 아니고, 구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던 상황에서 큰 힘이 되었어요.
은평시민신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은평시민신문은 2004년에 인터넷신문으로 출발했어요. ‘우리 동네에 좋은 신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지역 주민 50여 명이 모여 힘차게 시작했 습니다. 당시 사무실도 없어서 미술학원 한편에 책상 하나를 두고 시작했 는데, 신문사에 필요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어요. 당시 은평구청 은 민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취재를 가면 어디서 온 사람 들이냐고 무시 받는 서러운 시간도 보냈습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에 대한 확신으로 6년째 신문 이끌어 박은미 선생님은 어떻게 편집장까지 맡게 되셨어요?
시민기자로 참여하며 간간이 기고를 했고, 나중에 기자로 일하다가 편집 위원으로 활동했어요. 지역이 뭔지, 신문이 뭔지, 또 주민의 목소리를 전 하는 게 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죠. 그러다 2012년에 전임 편집장님
27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둬야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대책을 마련해야 하 는 상황이었는데, 7~8년 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은 상태였고 후원자도 있는데 문을 닫기에는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딱 3개월만 일 을 하겠다고 했어요. 진짜 3개월만 하고 다른 분이 오실 때까지만 자리를 지키려고 했는데,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3개월이 6년이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은평시민신문의 어떤 점에 끌리셨어요?
은평시민신문은 자석 같아요. 육아 때문에 잠깐 일을 쉬어도 돌아오게 되 고요. 제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적성에 맞았고, 무엇보다 우리 목소 리를 담을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 신문을 만나면서
277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죠. 학교다닐 때 사회 시간에 국회에 대해 배우지 만 사실 제대로 모르잖아요. 지역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도 잘 알려주지 않고요. 왜 이런 걸 안 가르쳐줬을까요? 진정한 민주화 시대 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봐요. 중앙의 이야기뿐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알 수 있는 창구가 없으니 지역신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중앙 뉴스가 다루지 않으면 잘 모르는 실정이죠. 함께하는 멤버는 몇 명이나 되나요? 조직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사회가 중심인데, 6명의 이사들이 재정이나 방향을 고민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문 내용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편집위원회가 있고, 신문을 제 작하는 편집국이 있고, 재정을 관리하는 사무국이 있어요. 조합원은 150 명이 넘어요. 시민기자들과 함께 신문을 만드는데, 신문사의 역할은 그 이 야기를 모으는 거예요. 상근자는 현재 두 명 입니다. 격주로 신문을 발행하는데, 돌아서 면 만들고 돌아서면 만들고, 정말 숨 돌릴 틈 이 없죠.
상근자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신문사 상 근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이메일을 확인해요. 오 전엔 보도자료를 체크하고, 업데이트할 기사
27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를 고르고, 지역 현안을 살핍니다. 취재 일정이 있으면 취재를 가고요. 그 날그날 일정이 달라요. 낮엔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바쁘죠. 하루에 50통 이 상 전화를 받은 적도 있어요. 찾아오는 분들 응대하고, 전화 받고, 회의하 고, 행사 가고, 그렇게 하루가 후딱 가요. 저녁엔 고요한 마음으로 기사를 쓰고요. 평일을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는지라 주말엔 되도록 일을 하지 말 자고 정해뒀어요. 그런데 지역 행사는 왜 이리 주말에만 열리는지요.(웃음)
2017년 최초로 격주 발간 목표 달성 과부하가 걸릴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은평시민신문은 2012년 마을미디어 사 업이 시작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인데요. 꾸준히 활동할 수 있 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신문은 비용이 많이 들어요. 인쇄비, 편집비가 많이 들어서 어떻게든 신 문을 계속 발행하려면 지원이 절실했습니다. 2012년은 재정적으로 어려 울 때였는데, 때마침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사업이 시작돼서 다시 일어 설 수 있었어요. 마을미디어가 없었다면 외롭고 형편도 어려워서 문을 닫 았을 텐데, 고민을 나눌 동료가 생겼고 재정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격주로 발행하니까 1년에 24번 신문을 발행해야 하는데, 2017년에 처음으로 목 표를 달성했어요. 2012년엔 10번 정도 나왔으니 해마다 발행 횟수가 늘어 난 거죠.
279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마을미디어 사업을 통해 체계화되고 안정될 수 있었네요.
재정은 아직 불안정해요. 신문은 특히나 제작비가 많이 들거든요. 마을미 디어 지원사업이 선물 같고 도움도 많이 되고 자극도 주었어요. 물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재정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장 힘든 점은 재정 문제겠네요. 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초기엔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어서 미술학원 한편에서 시작했고, 나중에 사무실을 구하긴 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굉장히 춥고 귀신 나올 듯한 분 위기였거든요. 신문사인데도 제대로 된 프린터기와 컴퓨터도 없어서 각자 집에서 들고 와서 지금의 사무실을 꾸몄어요. 인건비는 자원봉사 수준이 고, 오히려 자기 돈 써가며 일을 했죠. 참여자와 갈등도 겪었어요. 지역의 예민한 이슈를 다루며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었고요. 외적, 내적으로 어려 움이 많았네요.
인간관계는 모든 조직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죠. 특히나 신문과 잡지는 의 견충돌도 잦고, 문제 해석을 놓고 갈등도 많이 빚어지는 것 같아요.
중앙 언론과 같은 위계적인 시스템이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가 주인이니 까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할지 훈련이 필요하죠. 어떤 원칙으로 이견을 조율 해 나갈지 그 체계를 세워나가고 있어요.
어떤 원칙을 세우셨어요?
작은 일이라도 의논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직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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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면 가장 위기죠. 사실 급한 사람 입장에선 물어보고 하든 내가 판단해서 하든 어떤 면에서는 똑같거든요. 급하고 바쁠수록 쉬운 방법을 찾게 되는 데, 뜻을 함께한다면 일도 나누고 의견도 나누면서 사람들에게 자꾸 기회 를 줘야 합니다. 그런 자리를 수시로 마련해야 해요. 내 목소리가 의미 없 는 목소리라고 느껴질 때 서운하고, 이 일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지거든요.
저도 명심해야겠네요.
요즘은 카카오톡이 활성화되어 있으니 멤버들에게 의견을 계속 물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면서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요. 피곤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요.
28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신뢰 받는 지역신문으로 자리매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그럼에도 성과가 있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 인가요?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했다고 느껴요. 최근 동네 초등학교 장 애학급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을 한 사건이 있었어요. 학부모들이 항 의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요. 그때 학부모님이 저희 신문사로 찾아 오셨어요. 취재를 하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조회 수가 3000이 넘고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리더라고요. 매체 파워를 느꼈어요. 그날은 힘든 줄 모르고 일했죠. 주민들의 목소리가 힘을 갖게 되고, 해결로 이어질 때 뿌듯하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문제의식을 던지거나 주민의 억울함을 위로하기 도 해요. 공무원을 퇴직하고 학교 앞에서 10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하는 분 이 계셨는데, 바로 옆에 큰 문구점이 들어오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 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장문의 편지 세 장을 저희에게 보내주셨어요. 일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은데 기회를 뺏긴 거잖아요. 저희가 취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골목 상권을 왜 지켜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를 만들고, 그분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위로할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현재 임사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충암학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하나고등학교 내부고발자 해고 건도 밀착 취재해서 알리는 역할을 했어요. 그 선생님도 은평이랑 인연이 없었는데 지역이 따 뜻하게 손을 내밀어줘서 너무 고맙다며 함께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시더
283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군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주민들의 활발한 제보가 인상적이네요. 은평시민신문이 지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껴져요. 마을미디어 활동가 중에는 지역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 어 하는 분들도 있는데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 일은 훈련이 필요하 다고 보는데요. 취재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까지 갈 수 있으려면 어떤 훈련 이 필요할까요?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넓은 시야를 갖추는 일이 분 명 하루아침에 되진 않지만, 마을미디어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장애인과 그 가족이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 를 나누는 마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 책 으로 발행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해주고 계시 죠. 기존 미디어에선 부모가 장애아를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유명인이 되 었다는 식의 미담만 나오잖아요.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왜 이렇게 훌륭하게 키우지 못하냐고 하는데, 당연히 불편하죠. 개인들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중한 기회인 만큼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 를 전하고, 작은 목소리를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의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요.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하시 나요?
의제라는 말이 거창하고 어렵게 다가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시 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의제가 되는 거예요. 아이
28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들을 학교에 보낸 후 그 내부에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 는 게 보이는 것처럼요. 앞서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겼던 이야기를 했는 데, 어린이집 사례만 봐도 국공립 보육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보여요. 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렇게 이어지는 거예요. 보육교사 대우가 형편없 고 힘들다는 건 알지만 학부모로서 해야 할 이야기는 하는 거죠. 한 명을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내 삶의 이야기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제가 가사노동자로서 힘든 점, 여성으로서 부당했 던 경험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제 일이 아닌 이야기, 예를 들면 20대 남 성의 이야기는 할 수 없잖아요. 제가 모든 영역에 걸쳐 이야기할 수 없으 니까 그건 당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죠.
신문 인쇄 후 발송 작업하는 주민들 Ⓒ 은평시민신문
285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은평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은평마을라디오 Ⓒ 은평시민신문
의제 설정은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 내가 경험한 일을 규명하고, 시야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당사 자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겠네요.
웃고 떠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잖아요. 웃고 떠들고 말하는 건 6년 동안 많이 했으니까 앞으로는 더욱 성숙한 발 걸음을 내디디고,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 이라고 봅니다.
은평시민신문은 역사가 길기도 하고 언론의 역할, 지역 공론장의 역할을 성실
28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히 해주셨죠. 그래서 길을 낼 수 있는 경험이 쌓인 것 같아요. 시민기자 모집과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이전에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사실 글은 혼자 쓰는 거고, 글쓰기는 자기 과제로 가져가야 하는 게 많아요. 그리고 글쓰기 교육부터 시작해서 기사 작성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요. 필요할 때 특강 을 하면서 주제를 던지는 건 가능하지만, 글쓰기 교육부터 시작하는 방식 은 적합하지 않아서 2017년에는 교육을 하지 않았어요. 밀착해서 고민을 나누는 체계가 필요하고,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현 단계의 은평시민신문에 필요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용어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은평시민신문은 지역신문이기엔 부족하고 마 을신문이기엔 넘쳐나는데, 이 경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창 간 14년 경력에 걸맞은 곳이 되기 위한 조직 과제도 있습니다. 작은 도약 을 반복했으니 이젠 전문적인 기자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을 떠올리면 끝도 없지요. 주민의 목소 리를 담는 신문이 된다고 했을 때 활동가의 주말이 보장되려면 어떤 지원이나 체계가 필요할까요?
사람이 많아야겠죠? 지금은 모든 역량의 최대치를 써서 하고 있는데 내 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고 상상하면 두려워요. 이 문제
287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를 어떻게 풀지 조직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신문사로서 어느 정도 체계를 갖췄으니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발행할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마을미디어의 존재 가치 스스로 증명해야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시기가 길어지면 사람이 상하잖아요. 지난 시간, 신문 발행에 무리 없을 정도로 자리 잡힌 네트워크와 노하우, 신뢰가 큰 자산이네요. 앞으로도 흐트러지지 않고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할 것 같 습니다. 그렇다면 마을미디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지금과 같은 지원은 지원이라고 할 수 없어요. 마을미디어가 이 많은 서울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데, 지원이 너무 미비해요. 마을미디어의 뿌 리가 너무 약한 상태인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과감한 지원이 필요 해요. 초기에 너무 힘들게 활동하고 힘이 빠지면 지속해서 활동할 수가 없 잖아요.
공감해요. 어려운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지금 까지 쌓아온 것들이 너무 아깝잖아요.
과감하고 획기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만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이끌어 내는 역할도 우리 활동가들의 몫이에요. 취미 생활이나 못다 한 꿈을 이루
28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제4차 정기총회 Ⓒ 은평시민신문
는 데 그치지 말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마을미디어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 야 해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미디어라면 ‘마을미디어 지원=공익을 위한 지원’으로 행정의 인식을 전환하도록 노력해야죠. 소소 한 이야기를 전하고 받아들이는 문화도 만들어가야 하고요. 지역과 개인 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미디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2017. 12. 28.
289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2004-2017 TIMELINE
29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91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
라디오 방송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문화 행사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창신동라디오 덤은 지역 주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획에 초점을 둔다. 2012년 라디오 교실을 시작으로 2017년 현 재 주민 음반제작, 봉제인 음악회 및 간담회, 꼭대기 장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제 인이 많은 창신동의 특징을 고려한 기획들이다. 물론 마을에 굳건히 뿌리내리는 과정은 녹록 지 않았다. 한계가 많다면 많은, 작은 동 단위의 마을미디어지만 나름의 돌파구를 찾으며 더 욱 단단해졌다. 지역에 멍석을 까는 역할을 자처하며 나와 이웃이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는 조 은형 국장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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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293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마을라디오, 창신동 사람들의 멍석이 되다
용산FM 황혜원입니다.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프로젝트의 고정 인 터뷰어 조은형 국장님을 제가 인터뷰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연속기획으로 마을 미디어 활동가 집중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모두 14개 팀을 만나
29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프로젝트 진행이 현실적으로 과한 욕심이었는데, 이 여파를 창신동라디오 덤 식구들이 온몸으로 커버해줬어요. 우리 식구 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웃음) 식구들은 욕심 부린다고 했지만 정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6년 동안 창신동에 콕 박혀 지내느라 다른 지역 상황에 어두웠거든요. 각 방송국이 다양한 고난과 고비 속에서 나름의 해 결책을 찾아가는 걸 보니 보물을 찾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방송국과 비교를 하게 되니까 창신동라디오 덤의 특징도 분명히 인식하게 되고요. 시야도 넓어지고, 지역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고 있어요. 모두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지고, 동지애도 생깁니다.
시작할 땐 신나신나, 2016년엔 한계 직시 정말 하길 잘하셨네요.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창신동라디오 덤은 2012년 교육을 시작으로 2013년 개국했는데, 그동안의 활동 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큰 변화의 시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교육을 하고, 개국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초창기엔 굉장히 신났어 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제1시기인데, ‘신나신나 시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잘 알던 사람도 마이크를 잡으면 자기표현을 하고, 다른 모습 을 보이는데, 그 멍석 효과에 압도되었던 시기에요. 2015년까지가 제2시 기인데, 마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시도와 마을 현안에 관심을 가진 때입 니다. 이 시기에 봉제인이 많은 창신동의 특징을 살려서 활동을 해왔어요.
295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봉제인 간담회나 음악회를 열고, 공장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제작하고, 소 식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제3시기는 2016년인데, 한계를 직시하며 고민이 많았던 시기입니다. 활동의 정체성, 조직 운영, 공간, 콘텐츠에 대한 고민 이 주를 이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2017년은 지역에 뿌리내린 시기라고 봐요. 운영자로서 생각이 정리되어 대학원 입학도 했고, 주민 음반제작을 하며 멍석 까는 능력이 향상되었어 요. 참여자의 만족이 후원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방송의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지역의 문화로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주민들이 큰 부담 없이 방 송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 체험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을 미디어가 지역에서 중간 역할을 하며 갈등 해소에 기여했어요. 제가 도시 재생 주민협의체, 창신마을 넷, 주민자치위원 등 다양하게 발을 걸치고 있 거든요. 오해나 루머 때문에 갈등이 생기곤 하는데, 방송국이 중간 역할을 확실히 하며 지역 토양에 뿌리를 내린 시기라고 봅니다.
2013년까지 신나는 제1시기, 2015년까지 마을 특성을 담은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제2시기, 2016년까지 조직 운영과 지역 현안 다루는 법을 고민한 제3시기, 2017년은 지역에 맞는 덤의 역할을 찾아가며 뿌리내리는 시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창신동라디오 덤을 떠올리면 ‘멍석’이 생각나요. 어떻게 멍석을 깔까? 초기부터 고민하셨고 그 방법도 진화해왔네요. 사람을 어떻게 만날까 늘 고민하 시는 것 같습니다.
덤 멤버들이 온몸으로 함께하고 있기에 가능했어요. 그분들에게 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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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교사, 영상제작자 거쳐 방송국 국장으로 어떻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미디어 활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2003년에 창신동에 있는 해송지역아동센터 교사로 활동했는데, 그러면서 창신동과 접점이 생겼어요. 야생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반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교사는 학부모와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데, 학부모들을 통해 아이 들이 다시 보였어요. 학부모 대부분이 봉제인인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일 주일에 딱 한 번, 일요일에만 쉴 수 있어요. 그 구조를 이해하니 자녀들의 특성이 새롭게 이해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분들과 재미난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어요.
297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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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활동과 관련해서는 한겨레문화센터와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교육을 받았어요. 취미 삼아 하다가 나중에 영상제작자로 전업하게 되었 죠.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긴 했는데, 그때 이미 30대였어요. 독립다큐멘 터리를 만들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아동센 터 교사 월급이 워낙 박봉이라 어쩔 수 없이 접었습니다. 상업 영상을 제 작하다가 주말만이라도 밥벌이 말고 나와 이웃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름다운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제인 분들이 주로 라디 오를 들으며 일하시니까 라디오를 선택했고, 2012년 마을미디어 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부모가 보이고 동네가 보였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이것이 나의 할 일이다!’라고 마음먹고 방송국을 시작하셨다니 대단합니다. 정 말 적임자네요.
교사 시절도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방송국 생활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기쁨, 집중해서 작품을 만드 는 기쁨이 다 충족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라디오라는 매체보다 공동체성 에 주목하는 운영자인 것 같습니다.
초기 주체는 어떤 분들인가요?
초기 멤버는 1기와 2기 라디오 교실 수료생이에요. 1기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즐거워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건 다른 문제 였어요. 그런데 ‘일단 시작했으니 해보자’며 힘 있게 이끌어주신 참여자 분
299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이 계셨어요. 개국 멤버 중 절반이 일요일만 쉬는 봉제인이고 나머지도 직 장인이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내가 방송을 한다는 것, 내 힘으로 방송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자존심도 한몫했죠. 시작 동기는 소박했던 것 같습니다.
추진력 있는 초기 동료들이 창신동라디오 덤 발전에 기여 창신동라디오 덤은 언론에도 많이 나오는 유명 방송국인데요. 시작 단계에서 발전해나가는 데 가장 힘이 된 요인은 무엇인가요?
영상 쪽으로 전업한 뒤에도 창신동에 살았는데 지역아동센터에 교사 일손 이 달리면 자원봉사도 하고, 집 밥이 먹고 싶으면 찾아가 먹기도 하는 편 안한 교육공동체 관계망이 있었어요. 창신동엔 지역아동센터가 밀집되어 있어서 마을공동체를 고민하는 네트워크 활동도 있었고요. 그래서 1기 라 디오 교실을 모집할 때 별 고민은 없었어요.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까요. 초기 정착할 때까지 행사 때마다 이분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든든한 관계망,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에 겁 없이 덤빌 수 있었군요.
맞아요. 덤은 콘텐츠가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봉제인이 많다는 강력한 특 징이 있고, 이를 반영한 방송이 있죠. 고민이 많았던 개국 멤버들도 ‘일단 해보자’고 결단하더니 할 수 있는 이상을 했어요. 봉제인 방송은 30여 년 동안 봉제일을 해온 김종임 씨가 제안한 방송이에요. 봉제인 분들은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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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은형 국장, 박준만 PD
을 일으키고 열심히 살아온 반면 자존감이 낮은데, 이분들을 쓰담쓰담 하 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운영자가 잘했다기보다 활동력 있는 멤버들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봉제인 분들이 추진력이 강해요. ‘공개방송 하자!’ 하면 바로 자투리 천으로 조끼 만드는 식이에요.(웃음) 덕분에 직장 생활로 바쁘고, 기술력이고 뭐고 없는 상태에서도 공개방송, 음악회, 거리 방송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든든한 지원군과 추진력 있는 동료들 덕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네요. 만약 창신동라디오 덤이 아니라 종로FM이었다면 분명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동 단위 마을미디어라는 강력한 특징이 있고, 동네 주민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인 것이 성장비결로 보입니다. 활동 초기에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301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초기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생계 활동만으로도 벅찬데 다들 매 일 카톡으로 의견 나누고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하다 보니 잠도 잘 못 자 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적어졌어요. 저는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생 리불순도 겪었죠. 서민들이 빠듯한 생계 활동을 하면서 삶을 잘 가꿔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무리라는 판 단이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방송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계 활동과 병행 어려워… 민주적 운영 꿈꾸다 진통 겪기도 직장에 다니면서 활동하기가 참 어렵죠.
그 와중에 민주적인 조직 운영을 갈망했어요. 수시로 연락하며 모든 사안 을 공유했더니 직장에서 업무 흐름이 끊긴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이 계셨어요. 제가 욕심을 부린 거죠. 참여자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 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쓰라리게 깨달았습니다.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열심히 민주주의를 갈망하셨네요.
민주주의는 기본적인 여유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 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토대가 갖춰져야 꽃필 수 있고요. 현재는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요. 타 협점을 찾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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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으셨는데요. 왕성한 활동으로 부흥할 수 있 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초기에는 개인의 자기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멍석 까는 일에 집중했다면 2014년부터는 지역 문화 활동에 집중했어요. 봉제인 음악회 같은 문화 활동을 벌였는데, 이 일에 관심 있는 사람과 그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 고 함께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마을 현안을 다루기 위해 2014년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갔고, ‘봉제마을 살길 찾기’라는 간담회도 열었어요. 음반 제작은 4년째 진행하는데 반응이 좋아요. 2013년 공개방송 때 노래 를 부른 반찬가게 사장님의 평생소원이 음반제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당시 <예술은 아무나 한다>는 방송을 하면서 음악 녹음을 해본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 꿈을 가진 주민을 만났으니까요. 때 맞춰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친구가 성인이 되어 작곡가를 꿈꾼다는 소식 을 들었어요. 바로 음반제작 실무자로 섭외했죠. 이 친구가 없었으면 제작 까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음반제작이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 줄 그땐 몰 랐거든요. 처음엔 한 음반에 세 곡을 담았고, 이젠 능숙해져서 네 곡+α 로 제작 가능합니다.(웃음) 일 끝나고 새벽까지 녹음하는 열정적인 참여자 분 들도 계십니다. 음반제작 기념으로 음악회도 여는데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가르친 청년과 다시 맺어진 인연도 신기해요. 혜성처럼 나 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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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음반제작기념음악회 <나는 창신동에 살고있다> Ⓒ 창신동라디오 덤
공간도 기적처럼 마련되었고 음반제작도 기적처럼 가능했어요. 논리적으 로 설명이 안 되는 신비한 일이죠. 난관을 소문내다 보면 곳곳에 자원이 있어요. 예측하지 못한 길이 열리죠. 이게 마을 활동의 묘미예요.
창신동라디오 덤에는 어떤 고비가 있었나요? 핵심 활동가들이 열성적으로 활 동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내부적인 고민도 많았을 텐데요. 갈등이 닥 치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저희가 매스컴을 많이 탔지만 사실 콘텐츠 제작 숫자는 적어요. 동 단위 마을미디어인데다 서민 동네라서 참여자도 많지 않습니다. 해마다 연말 에 시상식을 할 때면 다른 마을미디어와 비교해 적은 수치들이 참 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런 아픈 고민과 비교의 과정을 거치면서 동 단위라는 특징, 우리 동네라는 특징에 맞는 활동을 하자고 마음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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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이 지점에서 왔어요. 노동 시간이 긴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취 미로 하기에는 벅찬 규모로 애써 활동을 해왔으니 고비가 온 거죠. 다들 벅차니까 서운함도 쌓이고 갈등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상근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해결책으로 제가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리 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 유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봤어요. 작은 규모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길 바랐지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땐 진통이 있었죠. 두 번째 고비는 2015년 청년활동가와의 갈등입니다. 그저 뜻을 같이하는 활동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 입장에선 여기가 일터였고, 저는 고용 주였죠. 운영자로서 경험이 없어 미숙했고,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큰 상처 를 남겼어요. 운영자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고 무겁게 돌아보고, 누가 와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송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습 니다.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 2015년을 아프게 마무리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한 것으 로 보입니다. 2016년은 모색의 시기라고 할 수 있겠고요.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 게 된 핵심은 무엇일까요?
청년활동가들과의 관계가 아프게 마무리되면서 운영자로서 자신감을 잃 었죠. 2014년엔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해결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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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나오면서 고민이 커졌어요. 해결과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해지는데 해결책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더라고요. 다시 간담회를 열어도 동어 반복 밖에 안 될 것 같고요.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면 내공이 필요하겠다 싶 어서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어요. 마포FM에서 진행한 조직운영교육을 받 았고, 지역 현안을 잘 다루고 싶어서 민주시민교육도 받았어요. 방송국의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다녔더니 동네 도서관 사서분이 철 학 세미나를 제안해주셔서 2016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공부하고 있어요. 2017년에는 방송통신대학원 평생교육학과에 입학했고요. 제가 꽤 많이 탄탄해진 것 같습니다.
고민을 깊이 하다 보면 그 끝에는 해결 방안이 있는 것 같아요. 도움을 요청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렇게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조직 운영 능력도 향상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차분하게 교육을 받아보고 싶네요. 이 런 문제는 언제든 부딪힐 수 있으니까요.
방송국 차원의 모색도 계속했어요. 방송을 어떤 시스템으로 짤 것인지 고 민이 많았죠. 구 단위 마을미디어에 비해 동 단위는 규모도 작고 한계도 많아요. 봉제인 방송을 우리 방송국의 대표방송으로 끌어안은 게 큰 변화 였어요. 사실 김종임 씨가 봉제인 방송을 마무리한 후에도 계속 그 뒤를 이를 봉제인을 기다렸어요. 당사자가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요. 그런데 여유 시간이 별로 없는 봉제인이 스스로 방송을 제작한다는 건 초인적인 일이잖아요.(웃음) 비현실적인 열망이라 재조정에 나섰죠. 봉제인 방송을 대표방송으로 하고, 상근자들이 인터뷰를 하는 등 새로운 체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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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련했어요. 게스트가 부담 없이 참여하는 방송이 우리 동네에 적합하다 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주민들과 만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SNS 이용 빈도가 낮은 동네라 오프라인 접점이 많지 않으면 한계가 크거 든요. 외부에 알려진 것에 비해 정작 지역 주민은 활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대외 활동을 줄이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 보다 봉제인 방송의 진행자인 ‘파파야’ 김선숙 씨와 ‘동대문그여자’ 김종임 씨의 결단이 중요했죠. 창신동의 연예인으로 불리는 파파야는 긍정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인데, 이 방송을 하면서 그렇게 되었다 고 하시더라고요. 봉제인이면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적극적 으로 외부인을 맞이하셔요. 이 두 분이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새로
지역청소년 김보문 콘서트 Ⓒ 창신동라디오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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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 끼 만발 음악회 Ⓒ 창신동라디오 덤
운 시도를 계속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역별 상황에 맞는 기획 필요 창신동라디오 덤은 라디오방송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고민하고 계 신데요. 오프라인 행사가 많은 이유가 있나요?
창신동은 문화가 다양하지 못해요. 봉제인의 근로 현실이 다양한 문화 활 동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을 고민했어요.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봤고요. 또한 창신동라디오 덤은 동 단위 마을 방송국이고 서민 동네니까 방송제작에 참여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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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발언을 부담스러워 하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에 가까운 공개방송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가랑비에 옷 젖듯 멍석에 익숙해지는 ‘가랑비 문화작전’이죠.(웃음) 방송국은 방송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잣대가 우리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역의 현실에 맞는 세팅이 최고의 세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미디어를 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속 활동하게 되는 동력의 순간, 그 기억이 궁금합니다.
1기 라디오 교실에서 멍석 효과를 온몸으로 느꼈어요. 알던 사람인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을 발하더라고요. 눈을 반짝이고 볼이 발개지면서 자신 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주인공’이라는 걸 실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거 죠. ‘이걸 본 나는 평생 빚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순간이 었어요. 콘텐츠보다 참여자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 영자로서 공동체성에 방점을 찍고, ‘살맛나게 살게 되었나? 내 삶에 주인 으로 우뚝 서게 되었나?’를 기준으로 활동을 평가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목격했을 때 힘을 받아요. 또 덤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웃을 만날 때가 있어요. 제가 방송에 서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분 글에 대한 느낌을 말했는데, 그게 용기가 되어 꿈이었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신 분이 기억나요. 정말 기쁜 순간 이죠. 방송 진행자였던 김종임 씨는 방송은 그만두셨지만 주민자치위원, 봉제강사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김선숙 씨도 봉제강사를 하고 계시고요. 방송국 활동으로 시야를 넓히고 공적 활동으로 연결된 거죠. 무엇보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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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이웃 분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게 좋아요. 신나게 이것저것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요. 이런 활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길 바 랍니다.
건강한 마을미디어 위해 상근활동가 인건비 지원은 필수 현 단계에서 창신동라디오 덤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일까요? 참여자, 단체, 그 리고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요구가 각각 다를 것 같습니다.
참여자는 입장에선 일단 재밌어야 해요. 재밌고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만 남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체 차원에선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해 야 하는 숙제가 있고, 후원자 확보도 중요합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 하면 안 돼요. 유연하게 필요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 차 원에선 수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수 요가 있어요. 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멍석 까는 이들이 지치지 않 길 바라고요. 무엇보다 마을미디어는 지역사회에서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사이에 소통이 부재하면 오해와 소문이 무 성하잖아요. 덤은 직능단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마을공동체 활동단체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데, 방송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드러내고 서로 오해 가 생기지 않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추가적인 지원은 어떤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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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방송 <퇴근길여유한잔> Ⓒ 창신동라디오 덤
이 있을까요? 다양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지원이 필수적일 텐데요.
결국은 상근활동가 인건비가 필요해요. 공간도 중요하고 장비도 있으면 좋아요. 하지만 상근활동가 인건비는 정말 필수에요. 공간과 장비를 위한 지원이나 후원은 들어오는데,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경우는 드 물어요. 활동가가 비굴하지 않게 소신껏 활동하려면 인건비가 꼭 필요합 니다. 무리한 행사 위주의 사업이 아닌 건강한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원이에요.
무척 공감해요. 저희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을미디어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창신동라 디오 덤은 성장통도 겪었지만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면서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네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2017. 11. 14.
311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창신동라디오 덤 2012-2017 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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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을미디어뻔이 중랑 지역에 자리 잡은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특별한 운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마을미디어뻔은 초기부터 탄탄한 운 영진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공간 등의 안정적 기반으로 교육 사업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 금의 운영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2014년 서울마을미디어 대상 수상 경험은 ‘가늘고 길게’의 철학을 ‘굵고 길게’로 바꾸어놓았다. 어느 지역에서나 마을미디어는 생존하기 급급한 처지다. 마을미디어뻔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마을 전체의 성장에 헌신해왔다. 운영의 안정성과 지 속성을 1순위로 두어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고, 행사 음향을 지원하는 등 마을 활동의 기술적 문제에도 솔선수범으로 나섰다. 중랑구의 다른 마을미디어와 경쟁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형 성해 함께 성장하고자 했다. 마을미디어뻔이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하며 중랑구에서 살 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아마도 마을미디어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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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315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마을방송국을 넘어 중랑 미디어생태계 지원으로
지금까지 활동 과정을 돌아볼 때 마을미디어뻔의 변화 시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2012년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로 처음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2014년 까지가 씨앗기인 것 같아요. 교육을 계속하면서 참여자를 조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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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운영진도 어느 정도 모실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독립적으 로 단체 운영이 가능하겠다 싶어서 2014년 마을미디어뻔으로 임의단체 등록을 했어요.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을 받았고 이후 2015년까지가 새싹 기예요. 단체를 만들다 보니 부침도 있었지만 이 시점부터 상황이 어떻게 되든 일주일에 방송 3꼭지는 나가더라고요. 대상을 받고 나서 많이 달라졌어요.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노력한 성장기 였죠. 마을에 어떻게 뿌리내릴지, 어떤 실험을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활동 덕분에 이제는 마을미디어뻔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누구인 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주민들이 알기 시작했고, 도움을 청해오기도 합니다.
주민들과의 접점이 많아지는 것을 성장이라고 보시네요. 시기 구분에서 나름 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박수영 PD님이 생각하는 마을미디어뻔의 특징은 무엇일 까요?
저희 활동은 지역의 시민단체 모임에서 출발했어요. 시민단체 활동을 하 던 모임인데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획이 부족했어요. 어떻게 일상적 으로 주민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디어를 접하게 되면서 그 가 능성에 주목했죠. 처음 출발부터가 ‘어떻게 시민들과 일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 민이었기 때문에 성장의 조건이나 기준 역시 그 단계를 확보하는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317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일상적 소통을 위한 도구로 미디어 선택 애초부터 주민들과의 만남이 중요한 목표였는데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마을미 디어를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면 제가 사실 신문쟁이였어요. 언론사 일을 하다 보 니까 ‘내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일상적으로 주 민들을 만날 수 있는 활동인데 마침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 지원을 시작 했으니 운과 때가 잘 맞았습니다.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활동에 마을미디어의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마을미디어는 주민들, 그러니까 미디어 환경에서 배제된 분들을 불러내서
31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생각 하는 마을미디어의 본령입니다.
씨앗기, 시행착오를 거쳐 초기 멤버 만나다 그럼 초기부터 하나씩 짚어볼까요? 많이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초 기 정착이 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처음 마을미디어를 시작한 계기는 제 개인적인 욕구가 컸어요. 제가 이걸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시민모임 운영위원들도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했죠. 미디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교육을 통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싶었어요. 교육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등장하 기 시작했어요. 씨앗기 2년이 길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짧 은 기간에 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비슷한 고민과 생 각을 하는 분들이 있었고, 교육으로 결합해주셨기 때문에 2년 안에 가능했 던 거죠.
힘든 초기 단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갔는데, 그럴 수 있었던 요 인이 뭔가요?
정말 운이에요. 1차 교육 때는 주민들을 모을 방법이 없었어요. 지역 내 단 체의 활동가 분들이 교육생으로 참여하셨는데, 교육 외에도 다른 일로 너 무 바쁜 분들이었어요. 첫 해 교육은 사실상 실패라고 봤죠. 남을 수 있는
319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분들이 없었으니까요. 다음에는 거리에 현수막을 붙이는 등 동네 주민 분들에게 더 열심히 다가 갔어요. 그렇게 모인 분들이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이에요. 동네에서 “이런 걸 하면 재밌겠다” 하시던 분들이죠. 지원사업도 있고, 사람도 있고. 그렇 게 박자가 잘 맞았어요.
인적관계로 섭외한 활동가들은 남기 힘들다는 교훈을 배우셨네요. 결국 발로 뛰면서 사람을 모으셨고요. 다른 지역에도 그런 욕구를 가진 분들이 있을 거예 요. 그런 분들과 만나는 것은 운이 아니라 필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씨앗기를 버티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었어요. 초반에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을 받은 분들이 후속 활동에 결합 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려니까 어려웠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대표PD로서 뻔뻔하지 못하고 낯가리는 성격이라 미디어 활동과 운영이 많이 힘들었어요.
보통 마을미디어 국장님들은 활달하거나 사람 만나기를 즐기는 스타일인데 PD님은 그러지 않으신가 봐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활동이 이어졌잖아요. 꼭 외 향적이지 않아도 이 일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본인에게 어떤 강점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굳이 이야기를 한다면 참을성이 강해요. 오늘 안 되면 내일 되겠지, 아니 면 모레는 되겠지, 내가 하고 있으면 알아서 와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어
32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요. 단체를 만들 때도 성과가 얼마나 나올지 는 모르지만 10년은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래야 주민들이 알고 찾아와줄 테니까요. 그 런 신뢰감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개인적 친분을 쌓는 일이 어려워도, 말도 잘 못하고 서툰 사람이라도, 최소한 저 사람은 오래도록 저 일을 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신문쟁이를 하면서 인터넷이나 컴퓨 터, 장비에 대해 기술적으로 알다 보니 상대 가 그런 면을 신경 쓰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 이 기반이 되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혼자서는 운영이 힘들고, 같이 활동하는 멤버들, 즉 코어그룹 형성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마 을미디어뻔은 언제 어떻게 코어그룹이 구성되었는지 궁금해요.
코어그룹이 구성되는 과정이 바로 새싹기였어요. 처음에는 저의 개인적 인 욕구와 단체의 필요가 있었지만 코어그룹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 사람이 필요했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계속 만났는데 운 이 좋아서 제가 없는 재능을 가진 분들이 와주셨어요. 이를테면 표현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 와주셨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 에서 뭔가 놀 것을 찾고 있다가 와주셨죠. 또 때마침 차도 한 대 얻게 됐고
321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요. 현재 대표이신 황성희 선생님이 본인 차를 이용해서 장비 운반을 거의 도맡아주고 계시거든요. 그 밖에도 저희 단체 활동하던 분들이 많은 지원 을 해주고 계세요.
2014 마을미디어 대상 계기로 새로운 실험 시도 그러면 새싹기에 꽃을 피운 대상 이야기를 해볼까요? 보통 새싹기에 대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어렵잖아요. 대상을 받으신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대상을 떠올리면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희끼리는 마 을미디어 대상을 쥐약이라고 불러요. 먹을 때는 달지만 먹고 나서 무슨 일 이 생길지 몰라요. 대상을 받게 된 이유라면 짧은 시간에 운영조직을 만들 었고, 모델이 갖춰지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나름대로의 철학도 있어 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가늘더라도 길게 가자가 목표였는데, 대 상을 받고 보니 이제 굵게 가는 걸 고민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굵은 흔적 을 어떻게 남기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2015년 이후 사업들이 좀 무리 하게 진행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저희에게 이런 계기가 없었으면 계속 가늘게 갈 생각만 했겠죠. 시스템화를 고민하지 못했을 겁니다. 대상을 받으면서 우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보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실패의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이번엔 이렇게 했으니 다 음엔 이렇게, 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32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323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왼쪽부터 박수영 PD, 황성희 대표
대상을 받을 정도면 특별한 기반이 있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초기부터 공 간을 갖추지 않으셨나요?
그 영향이 컸죠. 입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라디오라고 하지만 사실 기반 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몸만 와서 떠들기만 하면 되도록 기반이 구축되어 있으니까 욕구를 가진 분들이 모일 수 있었어요. 그 기반 이 확립된 시기가 2015년이죠.
기존에 활동하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녹음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이 중 요한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성장기로 가볼까요? 성장기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라고 하셨는데, 그동안 마을에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을 하셨습니다.
중랑구의 경우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마을 활동이 늦었고, 마을공동체 중간
32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지원조직이 2015년에 생겼어요. 제가 그때 중랑구에서 자치구생태계지 원단(자생단) 단장으로 일했어요. 이전까지 해왔던 여러 활동이 인정을 받 은 셈인데, 자생단 활동을 통해서 마을공동체 활동과 저희 활동이 결합된 거죠. 그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 대상 수상도 홍보하고, 주민들 입장에서도 ‘아, 대상 받은 단체였지?’ 하고 알아보게 되는 효과도 있었죠.(웃음) 쥐약도 좋은 점이 있어요. 이때부터 주민들이 저희를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이런 활동을 하려고 하 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하면서 찾아오시고, 그러면서 점점 마을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마을미디어뻔 부르면 돼. 마을미디어뻔이 이런 거 잘 해’ 이런 인식이 마을에 뿌리내린 거죠.
성장기, 지역의 욕구에 응답하다 마을미디어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때 기존 단체나 마을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야 힘이 생기죠. 자생단 활동에서 알 수 있듯이 관심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 가 중요할 것 같아요.
중랑마을넷도 있었죠. 어떤 지역은 구청이나 동주민센터 같은 지역 행정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죠.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해요. 마을미디어 확 장에는 그런 고민이 있죠. 마을미디어가 코어그룹 따로, 기층 따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동시에 만나고 조직해야 합니다.
325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정말 중요해요. 많은 경우 그러지 못해서 ‘자기네들끼리만 노네’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어났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마을에서 어 떤 일을 하셨어요?
저희가 마을 방송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도 마을 단체들은 행사에 대한 욕구가 더 커요. 예를 들어 아파트 커뮤니티 축제를 할 때 공연이나 이벤 트가 필요하고 음향이 필요한데 “마을미디어에 요청하면 가능하죠?” 하면 서 연락이 와요. 그런데 저희는 진행 능력을 가진 분이 있고 음악가도 있 고 섭외력도 있잖아요. 주민들과 이렇게 이어지다 보니 서로의 재능과 자 원이 한데 모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희가 구축하려는 모델이 만들어 졌죠. 2017년만 해도 저희 축제가 아닌 외부 축제에 지원을 나간 회수가 최소 월 1회예요. 1년에 한 번 하는 마을축제를 외부업체가 아니라 저희한테 맡기 시더라고요. 그렇게 지평을 넓혀가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실력도 늘겠어요.
실력도 늘고, 포기도 빨라져요. 그만큼 경험이 쌓인 거죠. ‘아! 야외 행사에 선 이건 안 되니까 포기하자’ 하는 식이죠.
상황에 맞지 않는데도 혼자만의 기준을 고수하면 일이 안 되죠. 완벽주의적인 기질이 있더라도 완결성과 현실성에 대한 판단력이 성장했을 것 같아요.
제가 완벽주의자라는 점은 인정해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결과에 대한 완벽보다 과정의 완벽을 추구하게 돼요. 과정의 완벽이란 제가 할 수 있는
32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봄눈별의 내 마음 속의 난로> 공개방송 준비중 Ⓒ 마을미디어뻔
모든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세팅되었으니 하자’가 아니라 일단 시작하 면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다 해나가는 식이죠.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요.
머릿속에 구상을 다 한 상태에서 일을 하셨다면, 이제는 역할을 던져서 함께 만들어가는 팀워크가 생긴 것 같아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힘이 생긴 거죠. 그동안은 다른 형태 의 조건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 가능성이 열린 것 같아요.
상근 체제가 아닌 한계… 운영인력 지원 필요 성장기에서 심각한 고민은 없었나요?
327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아픈 이야기인데요. 청년활동가 지원을 받았다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간에 헤어졌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상근활 동가 체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활동가와 코어 운영위원들 이 다들 직장에 다니면서 짬짬이 하니까 평일 낮 시간에 공간을 지키지 못 해요. 그러다 보니 청년활동가가 일하면서 교감을 나누거나 도움을 얻지 못했던 거죠.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이 힘드었을 거예요. 뉴딜일자리 지원 기간이 10개월이라는 점도 한계죠. 완전히 모르는 사람 과 일하는 거잖아요. 5~6개월은 서로를 파악하고 호흡을 맞추다가 끝나 요. 남은 시간은 2~3개월에 불과하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단체에서 인건비를 주고 사람을 끌어와야 하는데 상황이 열악하니 쉽지가 않아요. 저희는 이번에 특히 많이 느꼈어요. 처음에는 ‘월급 받으니까 이런 일을 해 야 하지 않나?’ 하는 태도가 있었는데 성급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마을미
<중랑에살거들랑> 특집 공개방송 Ⓒ 마을미디어뻔
32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디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상근활동가도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 이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점,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라는 점을 잊지 말고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잘 맺어나가면 좋겠어요.
그분들이 성장하고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자들이 도와야 하는데, 객관적 조건 자체가 운영자에게도 벅찬 부분이 있죠. 그래도 시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운영자들을 위한 지원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의 지지, 활동의 든든한 버팀목 되다 이제 다시 신나는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난 6년의 시간을 떠올릴 때 씨익 웃 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초기 단계에서 운영이 힘들 때 꾸준히 방송을 해준 팀이 있어요. 그분들 이 제일 감사해요. 제 친어머니가 참여하시는 <행복한 라디오> 팀은 2012 년 말부터 지금까지 방송을 하고 있어요. 2016년 100회를 맞이해서 특집 공개방송도 했죠. 그때는 정말 어머님들한테 고맙고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하고 끌어주신 운영위원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했죠.
저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 활동을 다 지켜보시니 숨길 수도 없 었을 텐데, 크게 걱정하진 않으셨나요?
처음에는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몇 년쯤 하면 일정 수입도 생기도
329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가계에도 보탬이 되겠구나 생각하셨나 봐요. 그런데 같이 방송을 해보니 이런 활동으로는 돈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드신 거죠. 개인적인 불만도 많 아지셨어요. 돈 안 되는 활동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요. 집안일이 있어 도 녹음 때문에 안 되고 행사 있어서 안 된다고 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런 데도 여전히 방송을 맡아주시고 저를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가족이 같이 활동하면 힘든 때가 많죠. 저희 부부도 함께 활동하는데 너무 바 쁘고 정신없고 그럴 때는 싸우기도 해요. 그런데도 참 든든한 면이 있잖아요.
맞아요. 믿을 사람도 그 사람뿐이죠. 다른 방송이 들쑥날쑥할 때도 <행복 한 라디오>는 꾸준히 이어졌어요. 저희 마을미디어뻔이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되어준 거죠.
중랑 유일 마을방송국 아닌 미디어네트워크 지향 현 단계에서 마을미디어뻔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8년에는 지원사업을 받지 않고 자립모델을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어 요. 이제는 1년 단위 사업 목표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움직일 생각 입니다. 사업비를 지원받으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2018년에는 자립을 목표로 나아가려 합니다. 저희의 기본 목표는 지역의 유일한 마을방송국, 또는 대표적인 마을방송 국이 아니에요. 마을미디어뻔처럼 작더라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
33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송국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중랑구 전체의 방송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 각하기 때문에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을 하거나 지역에서 저희가 할 수 있 는 것에 대해 지원도 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사업 목표이기도 하고 자립 목표이기도 해요. 2018년부터는 자체 후원조직을 만들고 사업자 등록도 할까 고민하고 있 습니다. 주민 분들이 행사를 할 때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받아 하 시다 보니까 보조사업에 맞게 증빙을 해야 하는데 임대 비용을 카드 결제 로 해드릴 수 없다는 점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럼 지금까지 행사 진행을 맡아서 일해도 단체 이름으로는 비용을 못 받았 겠네요.
그냥 개인적으로 활동비만 받았던 거죠.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너무 불편한 거예요. 마을 분들을 위해서라도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노리미트 서울> 특집 방송 Ⓒ 마을미디어뻔
331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비용 결제가 편해지면 저희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일무이한 영향력을 갖는 것보다 작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고 중랑의 미디 어 환경을 살피시겠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대승적 마음입니다. 그런 데 상근 운영자의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은 구상인 듯해서 좀 걱정이 됩니다.
후원으로 상근비를 모아보려는 생각은 있어요. 아니면 ‘몸빵’으로 해야죠.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견지해야 할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원사업의 목표가 사업지원에서 운영지원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느 껴요. 마을미디어 활동은 지속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믿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다가 떠나는 마을 활동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잘해보라고 하면서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주민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운영지 원입니다. 사업지원도 필요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가게 되면 운영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운영자라면 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적입니다.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업그레 이드할 수 있는 조건까지 이야기해주셨는데, 혹시 못다 한 말씀이 있다면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초기 동력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 같은 경우 에는 공간이라는 기반이 있어서 어떻게든 모임을 굴려왔는데요. 꼭 공간
332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엄마의 시간’이라는 모임이 있는데 그분들은 안 정된 공간이 없어도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하셨 다고 들었어요. 자기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저 사람, 저 조직은 항상 그 위치에서 그 활동을 하고 있을 거야’라는 신뢰 를 쌓으시면 좋겠어요. 화려하지 않으면 좀 어때요.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 가시길 응원합니다. 인터뷰 2017. 11. 11.
333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마을미디어뻔 2012-2017 TIMELINE
334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335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책임 PD
에필로그
전망이 절박했다
조은형 창신동라디오 덤 방송국장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진행자
6년 차, 만 5년의 마을미디어 활동. 힘차게 달렸다. 활동의 결과물이 성 과로 드러났고, 사람의 변화를 목격했다. 방송이 만들어진다는 것, 변화 를 일궈낸다는 것이 신기했고, 아쉬운 부분을 하나씩 보완해나가면 ‘좀 더 살 맛 나는 사회’라는 꿈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달 리다 보니 몇 년째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토할 것처럼 힘들 때만 잠 시 쉬었다. 이런 열정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원사업이 끊기면 활동이 지속 되기 어려운 상황. 심지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도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는 활동비 때문에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 쓰고 있는 상황. 그런데 자 립하라는 요구는 왜 그리 당당한지. 현장 활동가들이 그 누구보다 많은 땀
33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을 흘리고 있는데 말이다. 공익활동가, 미디어 전문가에 더해 유능한 사업 가까지 되라는 요구. 그래, 슈퍼맨으로 유전자를 바꾸면 가능할지도 몰라. 최선을 다하고, 또 상당한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지금의 위기 감은 내가 활동하는 지역과 단체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일까? 동 단위 마 을라디오, 생계 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하는 서민 동네, 시민사회 네트워크 기반이 약한 종로구, 현안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과 조 직의 운영과 경제적 자립까지 해내기엔 역량이 부족한 운영자. 그래, 다 우리의 특수성 때문이지, 하고 물러서자. 그렇지만 이 순간에도 여전히 또렷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은 놀 라웠고, 그동안 쌓인 노하우는 상당하다! 이 경험들이 무(無)로 흩어지지 않고 이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이런 고민이 뇌리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러니 일정에 쫓기면서도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프로젝트 인터뷰어 제안이 기쁠 수밖에. 마을미디어 운영자들의 고민과 지혜를 듣 고, 각 단체의 난관과 돌파 방식을 배우며 개별 활동에 매몰된 좁은 시야 를 넓히고 싶었다. 다른 단체의 좋은 사례를 적용해보거나 객관적인 비교 를 통해 우리만의 특징을 선명히 해서 갈팡질팡하는 혼란을 정리하고 싶 었다. 아울러 지금 마을미디어가 더 이상 각개 전투로 돌파하기 어려운 지 점에 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 다. 그렇게 마을미디어 만 5년 활동가의 ‘전망(展望)에 대한 절박함’이 이 프 로젝트와 만났다. 결코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337 ●에필로그
꿈꾸고, 움직이고, 함께하고, 성찰하고 인터뷰는 즐거웠다. 꿈꾸고, 움직이고, 함께하고, 성찰하고……. 마을미 디어 운영자들은 이렇게 삶을 일궈내는 향기 짙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잠 시 절박감을 잊고 이들의 땀 냄새와 향기에 취해 15번의 짧고 멋진 연애를 했다. 뭔지 모를 씨앗들이 뿌려졌고 희망이 저 밑바닥에서 꿈틀댔다. 그 흔적이 라디오 방송과 글로 남겨졌으니 많은 분들에게 이 경험이 공유되 었으면 한다. 이 프로젝트로 드러나고 흩뿌려진 씨앗은 분명 언제고 어디 선가 싹틀 것이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여기 에필로그에서 나의 의미망에 걸린 굵고 선명한 씨앗 몇 개를 건져 올리기로 한다. 참고로 인터뷰어로서 중요하게 품었던 질문은 활동의 동기, 네트워크 그룹, 코어그룹 형성 과정 과 특징, 활동의 질적 변화와 그 계기, 운영자가 주목해온 활동의 의미, 난 관과 해법, 수익구조 등이었음을 밝힌다.
1. 마을미디어 자리매김과 인력구조* 단체(여럿의 모임)의 입장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미디어교육 수강이 마을 미디어의 시작점이 된다. 교육을 통해 마을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참여자의 수준에 맞게 세팅된 환경에서 미디어 활동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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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이해를 위해 거친 단순화를 시도했다.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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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경우 이 과정을 거치며 참여자의 삶은 충만해지고 경험과 결과물에 감 격한다. 그러나 교육이 마무리될 즈음 지속 활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지원금으로 모셔온 강사에 기대어 만들었던 콘텐츠를 이제 자체적으로 제 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온다. 콘텐츠 기획과 대본 구성은 스스로 한 다 해도 장비와 프로그램 기술을 익히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업로 드, 배포, 홍보도 해야 하고 플랫폼 관리도 해야 한다. 장비도 빌려와야 하 고 공간도 구해야 한다. 여기쯤 다다르면 참여자들은 짧고 멋진 추억으로 미디어 활동을 정리하고 우수수 떨어져나기 쉽다.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직장생활,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취미로 이 모든 활동을 참여자 스스로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임이 지속되는 단체가 있다면 코어그룹이 탄생하는 경우이다. 미디어 활동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봤거나, 미디어 제작 과정이 어지간히 재미있었거나, 미디어 제작기술이 있어 활동에 부담이 적은 사람들이 남 아 지속을 위한 작당 모의를 한다. 기술, 홍보, 플랫폼 관리, 장비, 공간 등 버거운 일들을 찾아 공동으로 해결해 지속참여 가능성을 높인다. 누군가 가 그 버거운 일들을 맡는다. 그 누군가가 버텨준다면 콘텐츠 제작 활동은 유지될 것이다. 장비와 공간 임대료, 홍보 인쇄비 등은 참여자들이 돈을 모아 해결하거나 공모사업을 통해 충당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활동에 대한 보상을 고민할 터이다. 그러한 보상마저 없다면 그 누군가는 긴 시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까지가 공모사업으로 교육이 진행된 이후 미 디어 콘텐츠 제작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기까지만 되어 도 개인의 관심에 기초한 자기표현 활동으로서의 취미 동아리는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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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는다. 그러나 마을미디어 매체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개인의 관심 사를 넘어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소식을 전하는 방송, 현안을 다루는 방송, 주민 참여형 공개방송 등의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방송은 품이 많이 든다. 참여자가 많아 제작 과 정도 복잡하지만, 그 외에 폭넓은 공동체 활동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 문이다. 지역 단체 조사, 정보 취합, 지역 모임 발굴, 네트워크 활동, 관심 자 확대 및 관심자에 대한 적절한 응대 등 활동가는 끝없는 관계망에 놓 이게 된다.* 즉 마을미디어에서 어떠한 콘텐츠든 ‘지속적으로 제작’하려면 지원 인력 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해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려면 지역공동체를 엮기 위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상근활동 가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 은행나루마을방송국은 민관 협력관계 속에서 안정적인 공간과 장비 등의 활동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을미디어뻔은 박수영 책임PD가 2015년 중랑구 자치구생태계지 원단(자생단)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알려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 었다. ** 이번 인터뷰 결과, 잡지의 경우 특수성이 있었다. 지역 미디어매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상근자 없이 운영하고 있었다. 연속 제작이 전제되는 라디오와 달리 시작과 끝이 명확하고, 평균 연 2회만 발행한다는 특이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잡지 두 팀 모 두 상근자 없는 활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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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을미디어 매체 운영의 동력-세 가지 동기 미디어교육이 진행되기 이전에 교육을 기획하는 운영자가 존재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의 촉발은 보통 이 깃발을 꽂는 운영자의 의지에서 비롯 된다. 서울시 마을미디어는 운영자의 의지와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 업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자의 의 지는 어떤 동기에서 비롯될까? 인터뷰를 하며 세 가지 동기를 목격할 수 있었다. 첫째, 지역운동으로서의 미디어 활동에 주목한 운영자들이 있다. 시민 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활동으 로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 마을미디어가 지방자치나 직접민주주의에 가장 어울 린다고 생각해요. 공중파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하지만 여기선 가능한 거죠. 마을방송국이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 되고 주민들이 자기 이야 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내가 사는 동네를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공통된 지 향을 갖고 있죠. 도시재생, 혁신교육, 마을공동체, 찾동 등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주민참여 사업이 성공하려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을미디어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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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있어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마을미디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고 봅니다.” - 동작FM, 양승렬
둘째, 지속적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열정으로 활동을 시작한 운 영자들이 있다.
“콘텐츠는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멀지 않은 주기로 지속될 때 콘텐츠의 색깔이 드러나고 힘이 실려요. 물론 콘텐츠가 누군가에 게 전해지거나 파급효과를 크게 가지려면 조직이나 단체가 애를 써야 하죠. 하지만 콘텐츠가 3년쯤 지속될 때, 내용이 탄탄할 때, 어디에서 도 들을 수 없는 내용일 때 콘텐츠 자체가 힘을 갖습니다.” - 강서FM, 김지혜
“젊었을 때는 간호사로 일했어요. 어릴 때부터 영상 만들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돈 버느라 바빠서 꿈을 잠시 접어두었죠. 그러다 정년을 맞았어요.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실 버넷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꿈을 실현한 거죠. 다 른 어르신 분들의 동기도 비슷해요.” -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셋째,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성에 대한 선호로 시작하는 경우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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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여러 동네에서 살아봤지만 해방촌에 살게 되 면서 이 동네가 참 매력 있다고 느꼈어요. 꾸준히 관찰하다 보니까 해 방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예 잡지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회사 사람들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죠.”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복지관에서 공익근무를 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공익적인 일에 관심 을 갖게 되었어요. (중략) 제 또래 친구들이 취업에 급급할 시기에 저는 진로를 고민했어요. 그러다 ‘공익성’이란 가치에 빠져든 것 같아요. 청 년들의 개성 넘치고 활기찬 모습도 좋았고요. 처음부터 미디어 활동 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지만 제 지향과 선호가 결집된 결과물 이 노원유쓰캐스트 활동입니다.” -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그러나 운영자의 첫 의지가 무엇이었든 매체로 정착한 단체 운영자들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이들 세 가지 동기 모두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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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을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지역현안 다루기 이웃과의 취미 활동이 첫 동력이었던 마을미디어 단체들도 활동을 지속 하면서 지역 현안을 다루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을잡지는 2016년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어요. 창간할 때 기본 포맷은 역사문화 자원 소개, 동네 점포 소개, 주민 인터뷰, 자 유기고 등이었어요. 그러다 2016년부터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탐색하고 주민 개개인의 생활사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공 통 의제와 생각을 나누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 성북동천, 김기민
공론장의 필요성 그 자체를 다루기도 하고(성북동천, ‘성북동 지역개발 의사결 정 구조와 과정’ 워크숍),
선거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가재울라듸오), 명확한 입
장을 가지고 이슈파이팅을 하기도 하고(용산FM의 화상경마장 반대방송), 다양 한 생각들을 기록하거나(창신동라디오 덤 봉제마을 살길 찾기), 소식 방송을 진행 하는(은행나루마을방송국 소식 방송) 등 여러 시도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내용을 정리해 자료를 만들고, 주민 들을 모아 워크숍 혹은 간담회를 열고, 현안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 작하는 과정은 상당한 안목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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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넓은 시야를 갖추는 일 이 분명 하루아침에 되진 않지만, 마을미디어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이 기도 해요. (중략) 개인들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중한 기 회인 만큼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작은 목소리를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중략) 의제라는 말이 거창하고 어렵게 다가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의제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그 내부에 정말 엄청나 게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 보이는 것처럼요. (중략) 내 삶의 이 야기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제가 가사노동자로서 힘든 점, 여성으 로서 부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제 일이 아닌 이야기, 예를 들면 20대 남성의 이야기는 할 수 없잖아요. 제가 모든 영역에 걸쳐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그건 당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죠.” -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동작FM 양승렬 국장은 현재 마을미디어가 중요한 변화의 길목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역 이슈와 현안을 다루는 능력 향상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에 부응하는 제도적 지원이 함께 있어야만 질 적 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1단계가 끝난 지금 2단계로 넘어가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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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어요. 이 시기가 길어지면 모두가 지치고, 기대치와 참여 열기 도 낮아질 수밖에 없죠. 우선 최소한의 공간, 장비, 인력이 있어야 마 을방송국이 지속적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지역 활동을 다양하게 벌이 면서 지역사회에 자리 잡는 1단계를 진행할 수 있어요. 2단계는 지역 사회 매체로서의 영향력과 이슈파이팅입니다. 제도적인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드물게 이벤트 식으로는 해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상성을 견지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상파 주파수가 주어져야 마을미디어가 커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참여자들도 마을미디 어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일자리도 만들어집니다. 우리에 게도 명확한 비전이 생길 수 있고요.” - 동작FM, 양승렬
4. 난관 돌파 시도-조직 내 원칙들 마을미디어 매체로 자리를 잡기까지 어떤 고비가 있었냐는 질문에 운영 자들은 다양한 난관과 해결 과정을 제시했다. 여기서는 조직 내 운영과 관 련해 흥미로운 세 가지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방송제작 관련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대처이다.
* 2005년 이후 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에 공동체라디 오 7곳이 있고 지상파 주파수 1W 출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출 력 확장 및 신규 허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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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가 사정을 말하고 어려움을 토로할 때 참여 기준을 낮춰주는 경우 가 많은데, 오히려 기준을 선명히 하고 타협 없는 운영을 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는 사례가 있다.
“방송은 매주, 격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해요. 취미 생활로 하시려거든 죄송하지만 강서 FM에서는 허용해드릴 수가 없어요.(웃음) (중략) 많은 운영자들이 이 점 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자원활동가들에게 어떻게 지속가능을 강조하 고 요구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면 평 생 이야기하지 못할 거예요. 판을 깔아주고, 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 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당당함을 가지면 좋겠어요.” - 강서FM, 김지혜
“방송을 개인의 자율과 재량에 맞기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집 하니까 흐트러질 때가 많더라고요. 결방이 잦으면 방송국이 돌아가기 어려워요. 월 1회 총회에 불참하는 분들이 많아서 시스템을 재편하자 고 뜻을 모았죠. 총회에 빠지면 벌점 0.5점을 주고, 결방을 해도 벌점 을 줍니다. 벌점이 3점이면 퇴소해야 해요. 그렇지만 운영진 회의에서 동의를 얻으면 벌점을 리셋할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다 같이 풍성하 게 방송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도입한 제도니까요.” - 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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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FM은 운영자의 확고한 입장이 양질의 방송을 원하는 지역 참여자 들의 필요와 맞아떨어져 짧은 시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노원유쓰 캐스트는 3진 아웃제를 도입한 뒤 진통이 있었으나 이를 통해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2017년 방송 PD 공개모집에 109명이 지원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두 번째는 일의 전문성과 능률을 높이는 조직 운영방식으로 운영진과 PD의 명확한 역할분담이다. 운영진은 수시로 만나 정기회의를 하고, 홍 보물 제작, 이벤트 진행 등 방송제작자를 서포트한다. 한편 기수별로 선발 된 PD는 월간 총회에 참석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방송을 제작한다. 노 원유쓰캐스트는 2017년 지원자 109명 중 15명만을 PD로 선발했는데, 이 인원이 현재의 노원유쓰캐스트에서 운영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판단했 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조직 운영 구조에 따라 생기는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의 대 처법이다. 마을미디어 매체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의 배치에 따른 조직구조가 생겨나고, 조직원들의 참여 방식과 내용에서 차이가 발 생한다. 방송제작 참여자, 운영진, 상근활동가, 뉴딜청년일자리 활동가 등 다양한 활동참여 방식에 따라 활동비 지급 여부, 활동 동기, 관심의 초점, 단체에서의 영향력 등에 차이가 생기고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뉴딜일자리 청년활동가들은 시스템이 잘 갖 춰지지 않은 근무 조건에 혼란을 겪고, 수평적 관계 활동에 익숙한 운영진 들은 자신을 동료가 아닌 고용주로 바라보는 시선에 어리둥절하기도 한 다. 프로젝트로 활동비를 받는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비스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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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하고, 그에 길들여진 참여자들은 자발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차 이에 따른 갈등은 인간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므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원칙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 다. 각자 살아온 과정과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을 그냥 덮어버리 면 마을미디어가 원하는 다양성은 꽃피울 수 없을 것이다.
“참여자와 갈등도 겪었어요. 지역의 예민한 이슈를 다루며 의견이 충 돌할 때도 있었고요. 외적, 내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네요. (중략) 중앙 언론과 같은 위계적인 시스템이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가 주인이니까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할지 훈련이 필요하죠. 어떤 원칙으로 이견을 조 율해 나갈지 그 체계를 세워나가고 있어요. (중략) 작은 일이라도 의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직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이 들면 가장 위기죠. 사실 급한 사람 입장에선 물어보고 하든 내가 판단해서 하든 어떤 면 에서는 똑같거든요. 급하고 바쁠수록 쉬운 방법을 찾게 되는데, 뜻을 함께한다면 일도 나누고 의견도 나누면서 사람들에게 자꾸 기회를 줘 야 합니다. 그런 자리를 수시로 마련해야 해요. 내 목소리가 의미 없 는 목소리라고 느껴질 때 서운하고, 이 일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순 간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지거든요.” -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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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난관 돌파 시도-조직 밖 영향력 확장 일부 방송국에서는 들쑥날쑥한 방송콘텐츠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속 가 치가 높은 콘텐츠를 시즌제로 운영하기도 한다. 시즌에 따라 사람이 바뀌 어도 콘텐츠는 유지되므로 참여자는 부담을 덜고 콘텐츠의 인지도는 높아 질 수 있다.
“중간에 사람이 나가면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지속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개 기획자가 나가면 방송도 사라지는 데, 다른 사람이 와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 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가재울라듸오는 대부분 실무자가 방송을 기 획하고, PD와 진행자를 모집하는 구조에요. 구성원 개인이 관심 있 는 주제로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요. 이 두 축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중략) 음악방송이나 이야기 중심의 방송을 배치해요. 사람이 바뀌어도
남을 수 있는 방송을 고민하죠. 지역 밀착형 방송에 대한 고민도 끝이 없지만 역시 사람과 기획,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략) 음 악방송은 사람이 바뀌어도 가능해요. <가재울 음악수다방>도 길게 가 고 있어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지를 기반으로 방송을 제작 하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어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사실 진행하는 분 이 관두시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목표로 삼고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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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단체의 행사에서 공개방송과 라디오체험 교육을 응용 결합하여 행 사의 질을 높이고 방송국 인지도를 넓혀나갈 뿐 아니라 수익 사업을 시도 하는 경우도 많다. 강북FM, 가재울라듸오, 동작FM, 마을미디어뻔, 라디 오금천, 창신동라디오 덤 등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또한 페이스북 생방송, 팟빵 생방송 등 기존의 팟캐스트 송출 시스템의 한 계를 넘어 실시간 반응을 통해 방송의 소통 기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 도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른 단체의 미디어 활동 지원에 많 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두 단체의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눈이 번쩍 뜨이는 큰 안목의 대승적 활동이었다.
“마을미디어는 주민들, 그러니까 미디어 환경에서 배제된 분들을 불 러내서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 이 제가 생각하는 마을미디어의 본령입니다. (중략) 저희의 기본 목표 는 지역의 유일한 마을방송국, 또는 대표적인 마을방송국이 아니에 요. 마을미디어뻔처럼 작더라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송국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중랑구 전체의 방송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을 하거나 지역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지원도 할 생각입니다.” - 마을미디어뻔,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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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터줏대감이 없으면 다양한 미디어가 활성화되기 어려워요.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하니까요. 기기와 기술을 서포팅해주는 사람이 있 으면 계속 갈 수 있어요. 훈련하고 방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역할 을 라디오금천이 했다고 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는데, 공공의 역 할을 하는 분들이 컨설팅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면 인큐베이팅을 왜 계속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하죠. 그렇지만 마을미디어가 늘어나야 하는 건 맞고, 라디오금천이 성장하려면 협력 자이자 경쟁자가 필요해요. 협력자이지만 경쟁자이기도 한 우리가 기 획을 함께하고 이끌어주는 거라고 봐요.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점진 적으로 정책을 바꿔나가야겠지요. (중략) 우리만 성장하지 않고 타 단 체의 성장을 돕는 것은 분산이 아니라 힘을 키우는 방식이에요. 미디 어의 힘이 커지지 않으면 라디오금천도 클 수 없어요. 미디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늘어나야 감시자도 늘어나고, 질 높은 미디어가 생산되 고, 만족도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겁니다.” - 라디오금천, 이성호
반짝이는 단서들을 남기고 인터뷰를 하면서 반짝거림을 느낄 수 있었던 땀 묻은 경험의 조각들. 다 양한 수익 사업, 지역의 특성에 따른 전략들, 매체에 따른 특성, 공간에 따 라 변화한 활동 내용들까지. 더 이해하고 싶었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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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들이 많다. 아쉽지만 다음 연애를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전망이 절박했던 6년 차에 만난 마을미디어 운영자 동료들. 이들과 동시 대에 비슷한 꿈을 꾸며 활동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들의 반짝이 는 이야기 조각들로 퍼즐을 맞춰 현안 다루기와 조직 운영의 변화를 전망 해본다. 그리고 함께 돌파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음을 절감하며 연대활동 에 힘을 모으기로 한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경험에 따라 반짝이는 조각들을 모으고 퍼즐을 맞춰보길 권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땀 묻은, 향기 짙은 경험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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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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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 참여자 확대 및 활동역량 강화
1. 활동과 연계된 마을미디어교육 프로그램 운영 •마을미디어 활동과 연계된 교육 복합형 34곳 지원(510명 참여) • 모니터링 및 컨설팅: 기본이해교육 32회, 현장방문 컨설팅 34회 진행 2. 마을미디어 참여주민 중심의 활동가 발굴 및 양성 지원 •마을미디어 활동가 양성 과정 18회 진행(참여자 177명) •마을미디어 대중특강 3회 진행(참여자 65명) •찾아가는 마을미디어 특강 64회 진행(참여자 581명)
2
함께하는 마을미디어 마을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마을미디어
1. 매체별 마을미디어 활동지원을 통한 역량 강화 • 정기·지속적으로 마을미디어 콘텐츠 제작·유통하는 매체형 23곳 지원 • 다양한 마을미디어 활동 모델 발굴·실험하는 아이템형 11곳 지원 •모니터링 및 컨설팅: 기본이해교육 3회, 현장방문 컨설팅 30회 진행 2. 거점형 마을미디어 단체 확대를 통한 맞춤형 지원 강화 • 거점 단위 마을미디어 시설 및 장비, 컨설팅 지원하는 거점형 2곳 지원 (230명 참여, 라디오 310회, 영상 130회, 인쇄매체 5회 제작) •모니터링 및 컨설팅: 현장방문 컨설팅 2회 진행 3.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미디어 네트워크 강화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워크숍 Boom Up(103명 참여) - 일시: 2017년 8월 30일~31일 - 장소: 서울여성플라자 - 주요 프로그램: <우리 손으로 만드는 마을미디어 매뉴얼> <마을미디어 사람책: 운영매뉴얼에는 없는 이야기> 등 •네트워크 정기모임 웃떠말 4회 진행(105명 참여) •찾아가는 웃떠말 10회 진행(50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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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장하는 마을공동체 마을미디어 콘텐츠 질적 향상을 통한 마을공동체의 변화
1. 마을과 함께하는 콘텐츠 제작으로 마을미디어 질적 성장 도모 •무료 지원 11곳, 반액 지원 9곳 등 2. 마을미디어 콘텐츠 유통·배급을 통한 성과 확산 •마을미디어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홈페이지 운영 - 뉴스레터 <마중> 기사 85건(서울, 지역, 해외 소식 등) - 뉴스레터 <마중> 메일판 4회 발행 별도(구독자 수 2,142명) - 컨설팅 게시판, 콘텐츠 아카이빙(460여 건), 서울 마을미디어 지도, 발간물 자료실 등 운영 - 월 평균 조회 수 3000여 회, 방문자 수 1000여 명 • 팟빵 실시간 라디오 채널 ‘서울마을라디오 동네방네’ 운영(15곳 참여, 60 개 프로그램 방송) •마을라디오 개별 앱 플랫폼 10곳 업그레이드 지원(안드로이드, iOS)
4 지속가능한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 생태계 조성
1. 마을사업 결합을 통한 마을미디어 생태계 조성 • 주민 누구나 활용하는 ‘우리마을미디어실’ 17곳 추진 - 공간형: 도봉구 방학3동 은행나루마을방송국 등 4곳 - 교육형: 강서구 방화3동 등 13곳 2. 교통방송(tbs), RTV, 지역케이블 등 기존 매체와의 협력 강화 • 기존 매체를 통한 콘텐츠 송출 추진 - tbs교통방송을 통한 마을미디어 콘텐츠 송출: <서울속으로 황원찬입니다 >에 활동단체 26회 출연(2017년 1월~12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 케이블TV를 통한 영상 콘텐츠 송출: 티브로드 <나도 감독이다> 14회 (2017년 10월~ 12월, 미디액트), 티브로드 <마을은 지금> 15종 120회(2017 년 3월~12월,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딜라이브 <내가 만든 TV세상> 2 종 1회 방영(2017년 11월 15일, 가재울라듸오) -시 민방송 RTV를 통한 영상 콘텐츠 송출: <마을, 미디어로 꿈꾸다> 2016 년 마을미디어 영상 결과물 67편 방영(2017년 3월~ 6월)
355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개요
3. 마을미디어 사업 평가를 통한 중장기 계획 수립 • 내·외부 평가를 통한 사업 점검 - 사업 평가를 위한 네트워크 송년회 1회 진행 - 매체형·복합형 유형별 평가워크숍 2회 진행
5 마을미디어 사업
성과확산 및 공유를 통한 가치 창출
1. 마을미디어 성장모델 발굴 및 확산 • 제6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열정, 여기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 일시: 2017년 12월 8일 오후 7시, 12월 15일 오후 7시 - 장소: 서울시청 본청 8층 다목적홀 - 주요 프로그램: 2017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 2017 마을 공동체미디어 포럼 - 참여자: 70개 지원단체 및 일반 시민 포함 330여 명 참여 •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발굴 프로젝트 -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매체 운영담당자 인터뷰 15곳 진행 - 온라인 기사 수록, 팟캐스트 송출, 인터뷰집 제작 등 2. 홍보사업 확대를 통한 시민 인지도 제고 • 마을미디어 홍보영상 제작 및 유통 - 2017 홍보영상, 기획영상, 그 외 행사별 스케치 영상, 콘텐츠 추천영상 등 총 20회 • 마을미디어 광고 운영 - 마을버스 외벽 광고(와보숑·동작FM 지원, 해당 지역 마을버스 13대) - 서울시청 시민게시판 영상광고, 인터넷용 인포그래픽 광고 등 • 마을미디어 SNS 운영 -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 2,777명, 게시물 580건 - 인스타그램: 팔로워 368명, 게시물 147건 - 유튜브: 구독자 73명, 동영상 48건, 조회 수 6,016건, 공유 223건 • 언론매체 홍보 -연 합뉴스 <우리동네 라디오 DJ 돼볼까…서울시, 마을미디어 75곳 지원> 외 공모 및 축제 관련기사 20여 건 보도
356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일지
3. 10.
2017 마을미디어 주민지원사업 설명회
3. 28.~3. 29.
1차 공모 심사 진행
3. 31.
1차 공모 심사 결과 발표
4. 5.
선정단체 간담회(1회)
4. 8.
선정단체 간담회(2회)
4. 24.
1차 단체 협약체결 마감
5. 19.
기본이해교육: 양천FM
5. 19.
기본이해교육: 마곡엠밸리 SH작은도서관 활동가모임
5. 20.
기본이해교육: 마을미디어 도봉N+협동조합 청청
5. 24.
기본이해교육: 노원FM
6. 2.
기본이해교육: 장수마을주민협의회
6. 13.
2차 공모 심사위원회 진행
6. 15.
2차 공모 심사 결과 발표
6. 22.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모임 말미잘
7. 4.
성북마을TV 개국 1주년
7. 6.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웃떠말
7. 15.
라디오금천 공개방송
357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일지
7. 20.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총회
7. 28.
<성북동 마을사람들의 이야기> 9호 발간 기념회
7. 28.
노원FM 수료 공개방송
7. 29.
창신동라디오덤 봉제인 끼만발 음악회
8. 3.
현장방문 컨설팅: 노원FM
8. 3.
현장방문 컨설팅: 이야기발전소
8. 3.
현장방문 컨설팅: 장수마을주민협의회
8. 9.
현장방문 컨설팅: 신정3동 마을계획단
8. 9
현장방문 컨설팅: 양천FM
8. 9.
현장방문 컨설팅: 천왕마을팟캐스트
8. 9.
현장방문 컨설팅: 밥꽃영화마을
8. 9.
현장방문 컨설팅: 이쪽사람들
8. 10.
현장방문 컨설팅: 라디오금천
8. 15.
현장방문 컨설팅: 마을여행기획단 콧바람
8. 15.
마을여행기획단 콧바람 <중화동> 전시
8. 16.
중간보고서 제출 마감
8. 17.
현장방문 컨설팅: 마을미디어뻔, 마을미디어 도봉N, 강북FM, 창신동라디오덤
8. 18.
산아래문화학교 잡지 <닮다> 출간기념회
8. 21.
강서구 방화3동 <엄마와 나> 공개방송
8. 25.
서울 마을미디어 네트워크워크숍 <Boom Up>
8. 28.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후원주점
8. 29.
은행나루마을방송국 3기 수료 공개방송
8. 30.
성북마을TV <마을은 지금> 성북동편
9. 1.
은평상상 컨퍼런스 <은평에서도 마을미디어 가능할까>
9. 3.
KCNTV 한중방송 가요제
9. 6.
기본이해교육&현장방문 컨설팅: 관악생활예술모임
9. 7.
현장방문 컨설팅: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
9. 7.
기본이해교육&현장방문 컨설팅: 동대문 보이스그룹사운드이문동
358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9. 11.
현장방문 컨설팅: 성북실버IT지원센터, 사랑방
9. 13.
현장방문 컨설팅: 성북동천,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9. 17.
기본이해교육&현장방문 컨설팅: 엄마시간제작소
9. 18.
기본이해교육&현장방문 컨설팅: 널판지목공학교
9. 20.
기본이해교육&현장방문 컨설팅: 밸류가든
9. 21.
찾아가는 웃떠말: 동대문 보이스그룹사운드이문동 *마을미디어뻔
9. 21.
강서FM 스튜디오 개소식
9. 24.
가재울라듸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공개방송
9. 27.
신정3동 마을방송 계획단 수료식
9. 28.
천왕마을 팟캐스트 종강기념 공개방송
10. 3.
마을미디어 623 프로젝트
10. 13.
놀이터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다른 글쓰기
10. 14.
창신동라디오덤 꼭대기장터 축제
10. 20.
와보숑 <동문서답> 공개방송
10. 21.
동작FM <친절한 영화씨> 일민미술관 공개방송
10. 26.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영화제
10. 27.
양천FM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 공개방송
11. 2.
웃떠말 <콘텐츠 자랑대회>
11. 2.
현장방문 컨설팅: 동대문마을미디어MCN기획단
11. 7.
현장방문 컨설팅: 물빛마이크
11. 7.
기본이해교육: 남대문상인문화예술기획단
11. 11.
현장방문 컨설팅: 마을여행기획단 콧바람
11. 12.
현장방문 컨설팅: 노원유쓰캐스트
11. 12.
남대문상인문화예술기획단 공개방송
11. 13.
현장방문 컨설팅: 비씨피플
11. 13.
현장방문 컨설팅: 까치둥지 마을미디어
11. 15.
현장방문 컨설팅: 금천문화역사포럼
11. 15.
현장방문 컨설팅: 이주민방송
359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일지
11. 16.
마을미디어매니저 직무교육
11. 16.
현장방문 컨설팅: 놀이터알
11. 17.
현장방문 컨설팅: 이야기수집소
11. 18.
현장방문 컨설팅: 협동조합 청청
11. 19.
KCNTV 한중방송 공개방송
11. 20.
현장방문 컨설팅: 성북FM
11. 22.
현장방문 컨설팅: 성동FM 소풍
11. 22.
현장방문 컨설팅: 광진사람들
11. 22.
구로FM 공개방송
11. 23.
현장방문 컨설팅: 남대문상인문화예술기획단
11. 23.
현장방문 컨설팅: 산아래문화학교
11. 24.
광진사람들 마을콘서트
11. 28.
현장방문 컨설팅: 가재울라듸오
11. 29.
현장방문 컨설팅: 성북FM
12. 4.
축제 일일 스태프 오리엔테이션
12. 8.
2017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
12. 15.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12. 28.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평가회의
12. 21.
마을미디어 운영담당자 네트워크파티
12. 22.
현장방문 컨설팅: 협동조합 청청
12. 27.
페이스북 생중계 특강(2차)
12. 27.
현장방문 컨설팅: 나무별 작은도서관
12. 31.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종료
360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발굴 프로젝트
1판 1쇄 펴낸날 | 2018년 2월 28일 펴낸곳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9길 52 동복이세빌딩 3층 전화 | 02-3141-6390 이메일 | mediact@maeulmedia.org 홈페이지 | www.maeulmedia.org 페이스북 | www.facebook.com/maeulmedia 기획 | 이주훈 편집 | 정은경 녹취 | 김푸른 이세린 주신원 사진 | 김용욱 이혜진 오민석 박재경 기술 | 채우석 김현정 박영록 신소연 이호섭 김의영 황성희 박준만 이창민 디자인 | 디자인붐, 이재은 인쇄 | 천일문화사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ISBN 979-11-954581-6-5 (03070) 이 책은 2017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보조금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