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우리 동네 이야기 1. 강동의 변화를 읽다 (글, 사진 박경숙) p.9 골목에서 공존을 외치는 청년, 치킨보이 천태우 p.10 생활예술동아리 알리고 묶어나가는 오세윤, 음민서 p.14
2. 마을 사람들 향기드림 마을밥상의 이금옥 (글 음민서, 사진 유명한) p.20 도배로 키운 우정 해 뜨는 집 최규환 (글 나성재, 사진 음민서) p.26
3.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힘, 마을네크워크 (진행 박성식, 원고정리 이은진) p.32 강동정원문화포럼 p.34 강일마을넷 - 마을교육공동체 p.36 신나는여성자갈자갈 p.38 강동주민자치네트워크 p.40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 p.42 강동마을미디어네트워크 p.44 강동작은도서관네트워크 p.46 강동 생활문화동아리 네트워크 p.48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 고덕천 그림책 임광숙 p.54 최경희 p.58 윤정현 p.61
노래와 나의 인생 주돈찬양
계속되어야 하는 젠더수업 천해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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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일본을 싫어하는 딸, 일본에 간 아빠 나성재 p.67 한판뜨자 김다혜 p.70 이은진 p.72 김명국 p.74
빛담스케치 계기판
선인장도 알아듣네요
이영숙 p.76
우리 이제 그만 나를 사랑하자 만 원의 행복 이춘애 p.82 비밀의 정원에서
정다현 p.79
김효선 p.86
이미옥 p.89 젠더거버넌스를 아시나요? 김설희 p.92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우리들의 시선 정류장에서 바라본 동네 사람들 (사진, 글 박경숙) p.98 삶의 모습이 담긴 정겨운 손 (사진, 글 박경숙) p.104 ‘아름다운 길’(캘리그라피) 봄빛 p.113 ‘내 꿈을 펼쳐서’(어린이그림) 나윤서 p.114
2019년, 사진으로 돌아본 이모저모 (사진제공 박성식, 유명한 글 이은진, 이춘애) p.117 함크 이전 p.118 시서화비 발표회 p.120 맘 바라보다, 별별 이야기 그리고 The Festa!(생활문화거버넌스) p.122 소리모아 p.131 숲도 우리의 도서관입니다 p.134 편집 후기 p.140 회원 모집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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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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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동의 변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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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공존을 외치는 청년,
치킨보이
천태우
생활예술동아리 알리고 묶어나가는
오세윤, 음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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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천태우 _ 오세윤, 음민서
강동의 변화를 읽다
글. 사진
박경숙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강동구는 주민들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목식당으로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성내동의 강풀만화거리 골목길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는 상인들의 패기 있는 움직임이 사람들의 발길을 모읍니다. 오랜 시간 그들이 꾸준 하게 가꾸어 온 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영향으로 차츰 발 딛 기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함께 뭉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 고자 노력합니다. 성내동 골목에서 기존 상인들과 함께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청년 상인을 만나보았습니다.
강동구 주민들은 함께 예술을 즐기고 타인을 알아가는 재미를 더욱 키워가고 있지요. 각자 특색 있는 예술 활동을 매개로 삼삼오오 모여 생활예술동아리로 영역을 넓혀가며 점차 네트워크 활동을 맺고 있습 니다. 소소하게 해오던 작은 동아리 활동이 발전해 함께 무대를 마련 하고 자신들의 장기를 선보이며 더불어 즐기는 시간을 갖게 된 것입 니다. 마을의 다양한 행사, 생활예술동아리 발표회 등을 통해 생활예 술을 이끌었던 이들을 만나 생활예술동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 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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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우
골목에서 공존을 외치는 청년, 치킨보이 천태우
인터뷰
17살 때부터 꿈꾼 치킨집 창업, 24살에 이뤄 ‘골목길에서 먹고 살자’고 늘 외치는 청년. 삼십 대 초반인 그는 강 동에서 자라고, 강동에서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강동구 청년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6학년까지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성장했 다. 어린 시절 왜소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지만, 지 역아동센터 교사들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를 배우며 바르게 성장했다. 17살의 천태우. 이 시기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역 앞 KFC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먹어 본 치킨 맛에 반해 치킨집 창 업이라는 꿈을 안고 매달 30만 원씩 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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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통사고를 겪으며 휠체어도 못 탈 수준으로 몸을 다쳤고, 가해 차량이 무보험이라 모았던 돈도 몽땅 병원비로 사라졌다. 단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인간은 극한의 절망 속에 있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힘이 생기더군 요. 이 믿음은 어떤 상황이 와도 나 자신을 믿고 전진해 나가는 힘을 갖게 했습니다. 힘든 환경을 극복하는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지요. 다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면서 주위 환경과 나를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문제 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건강회복 후 우연히 tVN 창업 오디션 ‘부자의 탄생’에 도전장을 냈 다. 밑바닥부터 장사 경험을 쌓은 부단한 노력이 통해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했다. 그는 20대 중반에 홍대 앞 40여 평 치킨 매장의 주인이 되고 매출은 상승했다. 홍대 앞을 비롯해 여러 군데 매장을 냈고 라이브 클럽까지 운영하며 사업 확장을 이어갔다.
‘골목에서 일하고, 먹고 살아야 합니다!’ “홍대 매장의 20대 사장으로 정신없이 2년을 보내고 나니 스스로 멈춰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6개월간 불가리아, 그리스, 네팔 등을 여행하며 초심을 되찾고 강동으로 돌아왔지요. 홍대 매장처럼 대형 상권의 임대료와 권리금의 모순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동네 치킨집 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길이 보였습니다.” 임대료가 저렴한 성내동 골목길에 가게를 얻고 혼자 ‘치킨보이’를 꿋꿋하게 운영했다. 치킨 가격을 낮추며 동네 주민들의 발길을 끌 어모으고 골목길과 마을에서 일하는 청년들과 연대해나가며 ‘골목 에서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치킨보이’와 ‘성내탭룸’을 운영하며 청년들,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 는 공간을 확장해나갔다. 이런 활동은 청년들끼리만 문화와 공간, 생각을 나누며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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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을 존중하며 ‘공존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지게 했 다. 그는 골목길의 상인들과 연합해 ‘성안상회’라는 상인 커뮤니티 를 만들었다. “골목을 상권화시키겠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골목에서 오랫동안 터 를 잡고 계셨던 입주자, 자영업자들과 공존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 어요. 제가 자본에 의해서 밀려났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누군가 를 밀어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목에서 오 래 살기 위해서는 동네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으며 더욱 성장해나가 야 합니다. 저희가 골목에서 먹고 사는 모습 그 자체가 다른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청년, 자영업자, 나이 든 어르신이 공존하는 골목 그는 성내동에 다시 들어와 골목 끝자락에서 5년여 시간을 보내며 골목길의 빠른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를 비롯해 골목에서 터를 잡 고 있던 기존 상인과 입주민들이 임대료, 권리금 등에 대한 불안감 에 마음이 편치 않아도 오히려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자세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 “‘골목에서 먹고 사는’ 한 명의 입주자로서 불합리하거나 아니라고 여겨지는 부분에 공감하며 함께 생각을 모으고 움직여보고 싶습니 다. 사업을 하며 부딪치게 되는 임대차 분쟁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 시하고 연대하며 힘을 키우려 합니다. 저는 골목에서 자리 잡은 작 은 가게들이 ‘섬’이라고 생각해요. 찾아오는 길도 힘들고 규모도 자 그마하지만, 각각 가진 개성과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지요.” 그를 비롯해 성내동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에서 ‘먹고 사는’ 가게 16곳이 함께 모여 상인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가게를 운영하며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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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 등 실제 관련 법상에 나와 있는 내용을 임차상인, 임대주, 소비자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잘못된 관행이 서서히 사라지고 안정된 골목상권이 이루어져 상인과 단골 손님, 임대주 등의 관계가 원활하게 형성됩니다.”
성안상회란? 성안상회는 강동구 성내동 성안마을의 강풀만화거리에 위치한 상인 커뮤니티이다. 골목 상인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같은 골목에서 먹고 사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조금은 천천히, 하지만 함께 목소리를 내며 공생하고자 한다. 자발적인 상인회인 성안상회는 카페, 식당, 공방, 펍 등 총 16개의 다양한 종류의 점포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 특색 있는 카페, 취미 클래스가 가능한 공방, 분위기 있는 펍과 바가 있다. 더짬뽕(짬뽕) 모루(이자카야) 무어에스프레소(커피, 음료, 디저트) 바람 (칵테일, 와인) 베른 샵 카페, 늪 주얼리 (카페와 주얼리) 분더버거(수제버거) 성내탭룸(수제생맥주) WOW 신내떡(떡볶이) 아이엠케익 (수제 플라워 케이크) 아이엠케익 마카롱 (마카롱) nmjt leather(가죽공방) 유유자적(카페) 이십다시오(와인바) 치킨보이(치킨, 생맥주) 피콜로(파스타) 희숲(판화, 디자인 작업실)
오세윤
음민서
생활예술동아리 연대 이끄는 오세윤, 음민서
인터뷰
주민들의 생활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확장해 온 생활문화 거버넌스 25 활동이 강동구에서 3년 동안 진행되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 술 활동이 자치구에서 활성화되도록 지원 체계를 갖추고 생활예술 매개자(FA:Facilitating Artist)를 통해 시민 중심의 민관협치(거 버넌스)가 이루어지도록 기반을 닦은 것이다. 강동구에서 2019년 생활예술매개자 활동을 한 오세윤, 2018년 생활예술매개자 활동을 펼친 음민서(2019년 송파구 생활예술매개자 활동)씨를 만났다.
3년간 발굴한 생활예술동아리의 열정적인 만남 박경숙(이하 박) : 생활예술매개자(FA:Facilitating Artist) 여러 분, 올 한해도 고생 많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강동구민의 생활예 술 활동이 폭넓어지고, 다양한 무대와 발표회가 생기고 있네요. 오세윤(이하 오) : 네. 생활예술매개자는 시각예술, 연극, 무용, 문 학, 전통예술 등 시민의 자발적인 예술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동아리와 소모임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3년 동안 강동구에서 꾸준히 진행되며 많은 14
동아리가 발굴되었지요. 음민서(이하 음) : 2017년부터 강동구 생활예술동아리를 발굴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고 네트워크화되었어요. 매달 1회 전시팀과 공연팀으로 나누어 회의를 진행하며 예술 활동 욕구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까 꾸준하게 고민했습니다. 35개 동아리 가 발굴되며 서로 간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 지금 만나’ 라는 주제로 연합공연을 하며 기반을 닦아 나갔지요. 박 : 2018년에 열린 ‘우리 지금 만나’ 첫 공연은 조촐한 음악회, 공 연 형식으로 각자 소개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며 어울리는 자리였 어요. 강동 생활예술동아리의 정다운 음악회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 : 규모가 작든 크든 공연을 준비하려면 품이 많이 들어요. 참가 동아리들의 일정도 맞아야 하고 적절한 크기의 공연장 섭외, 무대 세팅과 음향 담당, 공연 순서 배치, 진행을 맡은 사회자의 역할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른 동아리의 색깔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지요. 오 : 2018년 9월 동아리 조사원으로 시작한 활동이 2019년에는 생활예술동아리 매개자의 역할로 넓어졌어요. 새롭게 20여 개 동아 리를 더 발굴하면서 점점 강동구 생활예술동아리에 대한 이해의 폭 이 넓어졌지요. 공간을 마련해 전시와 공연 동아리가 함께하는 자 리도 마련되며 생활예술동아리 연합활동을 펼쳐 나갔습니다. 2018 년 10월에는 카페 또봄에서 ‘우리 지금 함께’ 전을 2주간 열었지요. 사진과 규방 공예, 그림, 캘리그라피 등이 전시되었고 네트워크 파 티 때는 동요 중창단, 플루트연주팀, 밴드 등 공연팀의 축하 공연이 마련되어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음 : 이런 활동이 더욱 발전하여 2019년 11월 29일에는 호원아트 홀에서 ‘The Festa : 강동청통-강동구 생활문화 동아리, 청년 예 술인과 통하다’라는 생활문화 프린지 페스티벌이 크게 열렸어요. 15
14개 공연동아리와 5개 전시동아리가 함께 참여해 열정적인 무대 를 꾸미며 강동구민의 생활예술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29일 무대에는 14팀, 150명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 쳤고 전시동아리까지 200여 명이 참가했지요. ‘같이 축제를 즐기 자’는 마음으로 ‘고요 속의 외침’이 아닌 ‘함께, 우리의 축제로’ 만들 어가는 자리였습니다. 2019년 강동구 생활예술매개자 두 분(오세 윤, 유희재)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다양한 지역축제와 함께 성장하는 생활예술동아리 박 : 평소 이웃들과 함께 즐기던 소소한 예술 활동이 다양하게 어우 러지며 더 큰 결실을 거두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생활예술이 뭐 지?’하고 물으면 ‘우리가 늘 해왔던 것이지’라는 생각, 누구나 예술 을 접하고 즐기면 예술가적인 기질이 발견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 아마추어를 떠나 시민들의 즐거운 움직임이 생활예술이라는 생각 이 듭니다. 음 : 그렇죠. 차츰 다양한 동아리들이 발굴되며 강동구에서 열리는 도시농업축제, 게내마을축제, 대동제, 선사축제 등의 프로그램 구 성도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생활예술동아리 활성화 운영예산이 서울시에서 각 자치구로 배정되고 구청에서 사 업과 예산계획수립을 하니 동아리들의 필요사항이 잘 수용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생활예술매개자의 역할 역시 제한적이긴 하지 만 동아리에서 원하는 축제형식, 동아리 네트워크 안정화 등 자발 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 관심 있는 사람들의 조직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 활예술인, 생활예술동아리 발굴도 중요하지만, 생활예술동아리의 소넷 지원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3~8개 동아리가 모 여 네트워킹을 시작하며 소넷을 구성하면 발표를 위한 공간대여료, 기기 대여료, 강사료 등이 지원됩니다. 강동구에서도 2019년 소넷 활동이 첫발을 떼며 밴드 3팀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연합 공연 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6
서로 응원, 소문내고 품앗이하며 관계 맺기
박 : 생활예술매개자들은 지역주민들과 친근하게 관계를 형성해나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 다른 요구사항을 가진 분들을 독려하고 모임과 공연을 이끌며 느끼는 보람과 애로사항은 어떤 점이 있는지요. 앞으로 생활예술동아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오 : 우선 생활예술매개자 두 명의 화합과 분업이 잘 이루어져야 합 니다. 생활예술매개자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가운데 생활예술동 아리나 소모임에 전시나 공연에 따른 협업을 제안했을 때 믿고 같 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정말 고맙지요. 스스로 ‘각 동아리 활동 에 스며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화합이 잘되더라고요. 아쉬운 점 은 일이 많아 허덕일 때가 있지요. 차츰 동아리 자신의 목소리가 더 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이 주춤했던 생활예술동아리도 수 면 밖으로 모습을 더욱 드러내고 자체 운영위원회도 만들어지면 더 욱더 튼튼한 생활예술문화가 정착될 거 같아요. 동아리들끼리 서로 응원하고 소문도 내고 품앗이하면서 힘을 키우면 마을에서 예술로 관계 맺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음 : ‘사람 덕분에 좋고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딱 맞아요. (웃 음) 사람을 만나서 여러 관계를 맺다 보니 갈등도 생기고 풀어나가 는 일이 만만치는 않지요.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매년 성숙해 지는 거 같아요. 여러 동아리 참여자들과 함께 설계한 공연이나 전 시가 잘 치러졌을 때는 정말 기쁘고요. 앞으로 생활문화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통해 생활문화 촉진자도 발굴했으면 합니다. 여러 토론 의 장이 마련되어 생활예술문화가 한계점을 넘어서며 더욱 활성화 되기를 바랍니다. 박 : 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 감사해요. 2020년에도 더욱 환호하며 즐기는 생활문화동아리 활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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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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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드림 마을밥상의
이금옥
글 · 음민서, 사진 · 유명한
도배로 키운 우정 해 뜨는 집
최규환
글 · 나성재, 사진 · 음민서 19
이금옥
향기드림 마을밥상의 이금옥 님을 만나다 글 음민서
이금옥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민과 관이 힘을 합쳐 공동 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강동구 협치회의에서 선생님은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밥상, 함께 먹는 밥 한 끼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눠 먹는 밥 한 끼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 과 마음을 이어줄 거라고 말이다.
환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인 머리, 빛나는 눈동자, 늘 온화한 미소의 이금옥 선생님은 마을밥상 얘기를 하실 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선생님이 어떤 분일지 궁금했고, 더 알고 싶었다. 마침 성내어 울터에서 ‘향기드림 마을밥상’ 활동하시는 걸 알고 마을담 주민기자 로 연락을 드려 찾아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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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예전에 ‘같이 나눠 먹는 밥’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향기드 림 밥상’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고 좋더라고요.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직접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 사실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어요. (웃음) 한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도저히 집에서 밥하러 가스 불 켤 수가 없 는 거예요. 그래서 밖에 나가 밥을 사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 요. 그 얘기를 동료들과 나누다가 “공유 부엌이 있으면 좋겠다. 그 럼 같이 밥을 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얘기에 다들 공감을 해 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성내동 희망지 사업에서 담당자 도움으로 소소부엌에 모여 일주 일에 한 번씩 밥을 지었어요. 우리끼리 메뉴를 정해 음식을 만들다 보면 풍기는 냄새를 맡고 “뭐해요?” 하면서 손님이 찾아오고, 그렇 게 시작한 게 이어진 거예요. 음) 이번에 성내어울터에서 진행하신 향기드림 프로그램은 이웃만 들기 사업으로 도전하신 거죠? 어떠셨어요? 이) 서류 작성이 정말 어려웠어요. 우리가 잘 못 하니까 주변에 계 속 폐를 끼치게 되는 거야. (웃음) 그래도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게 같이 모여 밥 한 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힘을 얻 는 거로 생각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죠. 마을이 활기차지려면 젊 은 사람도 많이 모이고 문화 예술적인 활동도 일어나고 해야 하는 데, 우리가 차리는 이 밥상으로 젊은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향기드림 밥상을 운영했어요. 저희 는 이번 예산으로 홍보비를 썼어요. 젊은 사람들한테 그냥 와서 밥 먹으라고 하면 오지도 않을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하는 걸 알리기 위해 홍보지랑 선물을 직접 챙겨 가서 공 간지기 청년들에게 알렸어요. 대부분 한 명이 자리를 지켜서 못 오 는 경우도 생기는데, 공유부엌에서 밥을 안 먹어도 동네 사람들이 당신들을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응원하는 걸 알리고 싶어서 선물 을 돌린 거예요. 21
음) 저도 선생님들이 차리신 상을 받아봤지만 정말 정성이 대단하 시더라고요.
이) 젊은이들이 마을에 잘 정착할 수 있게 우리가 좋은 이웃이 되 자, 그런 생각이었죠. 각자 잘하는 음식, 그리고 제철 요리, 젊은 사 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정해서 미리 장을 보고 손질하고 요리 를 하고, 즐겁게 했어요. 음식 재료 장을 볼 때도 마트하고 시장 가 격이 차이가 크게 나는 거예요. 우리가 주부이다 보니 그런 걸 예 사로 할 수가 없는 거야. 삼사일 전부터 하나하나 일일이 비교해 장보고, 서류하고 여러 가지 힘들기는 했어요. 스스로 신세를 볶는 다고 할까? (웃음) 그런데 공유부엌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 필 요한 거로 생각하는 게 밥 한 끼 사 먹는 것보다 같이 해 먹는 게 서로 친밀도 높아지고 연대 의식이 강해지는 걸 느껴요. 공유부엌 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성내어울터는 특히 공유부 엌이 잘 되어있어서 좋았어요.
음) 같이 하시는 향기드림의 동료 선생님들과는 어떻게 만나시게 되었나요?
이) 2013년도에 성내종합사회복지관 북카페가 생기면서 시니어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는데, 같 이 참여한 분들이에요. 교육받고 봉사 다니고, 이후로 몇 년을 밥 한 끼 하면서 만나다 보니까 가까워졌어요. 여덟 분이 같이하는데, 우리 나이 되면 정기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좋은 인연 으로 만나 우리가 만날 커피를 내리면 커피 향기가 나잖아요. 그래 서 좋은 향과 맛을 나누고 드린다는 의미로 ‘향기드림’ 이름으로 공 유부엌 활동을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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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보면 열정이 늘 대단하시다고 느끼거든 요. 저처럼 사십 대에는 어떻게 보내셨을까, 궁금합니다.
이) 굉장히 바빴어요. 사는 게 바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십 대에 IMF를 겪고 참담하게 망했거든요. 그때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조금만 더 버텨보지, 안타까운 마음이었죠. 인생에서 십 년 주기로 마음의 변화가 일었던 거 같아요. 바쁜 시절들 지나가고 딸이 취업하고, 내 나이 예순이 되니까 돈 버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눌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곧 일흔 을 앞두고 있으니 또 조금 달라지겠죠.
음)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 곧 칠십 대가 되는데, 주변을 보니까 팔십 대가 되면 건강이 언 제 나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고 활동 반경이 좁아져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게 십 년이겠구나.’ 칠 십 대에 할 수 있는 활동 범위를 충분히 이용하자는 생각에서 장기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물론 향기드림 밥상은 계속 공유부엌에서 밥을 차릴 거예요. 2020 년 1월이면 성내어울터에서 딱 1년이 되어요. 이후에도 선생님들 이 돌아가면서 그달의 밥상 차리는 걸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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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젊은이들을 응원하는 향기드림 밥상, 저도 참 감사드리고요. 인생 선배님으로서 우리 사회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셔요?
이) 우리 세대는 아끼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그만큼의 성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 돈을 쓸 일은 많은 데 벌 기회가 잘 안 보여요. 그렇다고 좋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 잖아요. 노인들 보장은 주어지는데, 젊은 사람들한테는 해주는 게 적은 거 같고, 기본적인 거주지 해결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가 공동주택에 함께 살면서 공동 체를 가꿔가는 걸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봐요. 서로 필요 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금옥 선생님이 처음 성내동에 이사 오셨을 때 성내동이 참 아기 자기한 동네라고 느끼셨다고 한다. 작은 공방이 많고, 문화예술 하 는 사람들이 있고, 주택, 아파트, 빌라의 비율이 비슷비슷한. 지금 성내동은 도시재생 사업 등으로 또 많은 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향기드림 밥상처럼 젊은 세대를 응원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앞으 로의 성내동이,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모습이, 관계들이, 마을의 변화가 김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하고 고소한 내음 가득할 거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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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로 키운 우정 <해 뜨는 집> 최규환
글 나성재
“10년 전 동네 치킨집 벽에 붙은 A4 한 장짜리 자원봉사자 모집 광 고를 발견하고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란 옷을 입고 삼겹살을 먹고 있는 이선옥 씨에게 해 뜨는 집 자원봉사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취약계층의 집수리 봉사를 시작한 그녀는 같은 학교 교사인 윤선애 씨도 전도했다고 한다. 이 선옥 씨와 윤선애 씨를 2019년 해 뜨는 집 송년회에서 만났다.
둘은 10년째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함께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허드 렛일을 도와주다가 지금은 집수리 중에도 특히 요령이 필요하다는 도배를 맡아서 하고 있다. 도배할 때 둘은 두 손이 척척 맞는 콤비 라고 한다. 지금은 선옥 씨가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아서 함께 근무 하지는 않지만, 선옥 씨와 선애 씨는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이 야기해달라고 하자 바퀴벌레 얘기를 대뜸 꺼냈다. “도배하기 위해 헌 벽지를 뜯어내자 바퀴벌레들이 쏟아졌어요.”, “그렇게 많은 바퀴 벌레를 처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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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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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을 깨끗하게 수리하고 도배까지 마친 후 거주하는 분들의 얼굴을 볼 때가 제일 신나요. 옛날 TV 프로그램의 ‘우리 집이 달라 졌어요’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만났을 때 인사도 제대로 못 하 던 아이가 자기 집이 바뀐 것을 보고 놀라움으로 환하게 웃던 그 표 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집 도배를 하고 난 후 선옥 씨와 선애 씨의 집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작업 후 집에 가지고 간 신발에 바퀴벌레와 알이 붙어서 옮겨간 것이다.
선애 씨는 봉사활동을 하기 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남을 위한 삶 을 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해 뜨는 집 봉사를 하면서는 남을 위한 삶 을 살라는 이야기에 힘을 주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했다. 말하는 데로 사는 삶에는 힘이 넘쳐 보였다. 처음부터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었는지 물어보자 선옥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처 음에는 내 아까운 시간 쪼개서 베푼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봉사 활동만 하고 봉사자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순간 월 1회 진행하는 집수리를 위해 단장님과 다른 분 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서 준비하는지 알게 되었고 베 푼다는 마음을 슬며시 내려놓고 그 이후로 활동에 두발을 푹 담그 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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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해 뜨는 집 단장을 맡은 최규환 씨는 더 좋은 주거 환경 을 통해 거주자들의 삶이 활력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 게 집수리 활동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반지하 방 을 깨끗하게 수리해 주자 집주인이 반지하로 내려가고 반지하에 살던 사람은 주인집으로 가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집 수리가 끝나자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더 비싼 가격으 로 세를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집주인과 일 정 기간 세입자의 거주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고 집수리를 진행한 다고 한다.
“도배지를 들 힘이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선옥 씨와 선애 씨에 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건지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선명하 게 노란 옷을 입고 있던 선옥 씨의 얼굴이 더 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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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힘, 마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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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박성식
원고 정리
이은진
강동정원문화포럼 강일마을넷 - 마을교육공동체 신나는여성자갈자갈 강동주민자치네트워크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 강동마을미디어네트워크 강동작은도서관네트워크 강동 생활문화동아리 네트워크 31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힘, 마을네트워크
진행: 박성식 / 원고정리 : 이은진
2019년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힘 마을네트워크 공론장이 열렸다. 마을에서 활동 중인 8개의 단체와 구민이 모이는 자리가 2019년 12월 4일 저녁 6시 강동구민회관 1층 소회의실에 마련되었다.
이곳에서 강동 정원문화포럼, 강일동 마을네트워크, 신나는여성자 갈자갈, 강동 주민자치네트워크,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 강동 마 을미디어네트워크, 강동구 작은도서관 네트워크, 강동 생활문화동 아리 네트워크의 지난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었다. 공론장을 통해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고려해보고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지역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기대를 담아내기도 했다. 마을에서 일하는 여러 단체가 함께 모여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을 논의한다는 의미가 담긴 행사였다.
각 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부스도 마련되어 관심을 끌었다. 손끝으 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인형들, 손뜨개로 만들어진 동화 속 장면, 자수로 만들어진 소품, 활동을 알리는 사진과 기록집 등이 전시되 어 있어 오는 이들의 눈길을 머물게 했다.
새로운 힘을 만들고자 하는 마을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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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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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동정원문화포럼
김영일
강동정원문화포럼은 공원과 정원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모임입니다. 미세먼지와 폭염 등 환경문제에서부터 건강과 여가를 위한 쉼의 공 간으로, 자연생태학습을 통한 배움의 공간으로 공원과 정원의 가치 는 무한하다 할 수 있습니다.
강동정원문화포럼은 주민주도의 공원정원문화를 만들어 가려 합니다. 주민 참여를 통한 공원 관리에서부터 정원교육을 통한 주민 여가와 복지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역의 많은 단체와 연계해 공원 이용 프 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등 기존의 공원 인프라를 더욱 가치 있는 공 간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나아가 지속가능 한 공간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통한 일자리, 일거리 등을 만들어 가 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볕을 받아 무거운 땅이 불을 걷어 올리고 돋아나는 푸르 른 새싹들과 함께 정원에서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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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정원문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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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일마을넷 - 마을교육공동체
정은영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이 행복해야 한다고 합 니다. 그런데 들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우면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 가 어렵지요? 부지런히 아이들 등원, 등교시키고 엄마들은 우쿨렐 레를 함께 배우는 커뮤니티 활동, 작은도서관 봉사활동, 독서커뮤 니티 활동, 건강 걷기 활동 등을 하면서 각자의 욕구에 맞는 즐거운 자기 계발의 시간을 마을에서 갖습니다.
강일동은 2016년부터 <강일마을연합> 활동으로 마을공동체활동 을 지역과 함께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품앗이 활동을 넘 어 배움을 나눌 수 있고 전문가로 성장한 리더들이 여럿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구립도서관, 학교 다양한 마을활동 등에서 전문적 인 특색을 띤 마을공동체들의 네트워크로 발전되게 되었답니다.
2019년 9월 30일 강일마을넷 출범식, 12월 9일 강일마을넷 총회 를 하였습니다. 현재는 강일마을넷 비영리민간단체를 준비, 진행하 고 있습니다.
2020년은 지역에서 건강한 공동체 활동과 마을 교육 전문가로 도 서관, 학교 그리고 내 공동체 활동을 넘어 마을에서 넓은 범위의 마 을공동체 활동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일상이 행복 하고 행복한 마을공동체 활동이 전문화되어 마을에서 활동가로 배 움을 나누고 직업으로 연결되는 것을 강일마을넷은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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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마을넷 - 마을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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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나는여성자갈자갈 채은순
여성의 관심과 경험을 발견하고 확장하는 기회를 만들고, 성평등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2018년 2월 신나는여성자갈자갈을 시작했습니다.
자갈자갈은 각자의 서사를 만들어 가는 일을 지지합니다.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그리고’, 마음먹고 앉아서 글을 쓰는 시 간을 나에게 주자 ‘몽실몽실’, 아이템보다는 원리를 알려주는 일상 을 위한 ‘봄바느질’, 대안 생활용품을 만들며 쓰며 실천하는 ‘사락사 락’, 여성주의 공부 모임 ‘한발더’를 통해 자신을 인정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창작 동아리를 지원합니다.
마을에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의제화합니다. 2016년부터 젠더거버넌스 활동팀이 성평등정책 제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동구 공중화장실에 비상벨 설치, 중간지원조직과 어린 이집 교사의 성인지교육 등 개선안이 반영되는 경험을 통해 주민에 서 성평등정책을 제안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열린 강좌(문화페미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그림책과 여성 주의 콜라보,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등)를 통해 성평등한 가치를 알립니다. 그리고 강좌를 후속 활동으로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성평 등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성평등 그림책 읽어주기, 강동구 소식지 를 미디어리터러시한 개선점을 강동구청 홍보과 제출 등)
2020년 지금까지 했던 동아리와 성평등가치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지속합니다. 추후 마을에서 아동, 청소년을 위한 성평등 교육안을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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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여성자갈자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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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동주민자치네트워크
백은경
강동주민자치네트워크(이하 강동넷)는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강동 지역을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견제/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제안하여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강동구의 시 민사회단체 연대 모임입니다.
강동넷은 주민자치, 생활 정치의 실현을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2019년의 행정사무 감사모니터링 활동은 인권의 가치를 체크리스트에 담아 모니터링하고 강동구 의원들의 인권교 육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2020년은 인권의 가치를 반영한 지역 운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수자의 관점과 감수성으로 지역을 다시 보고 인권의 관점으로 지 역의 조례, 선거 시기 혐오차별에 맞서기(2020 총선 후보자 차별 발언 모니터링 등)를 전개해 가려고 합니다. 정치인을 견제하고 감 시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차별이 없어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우리 내부의 평등에 대한 감각도 함께 익혀 나갈 예정입니다.
참여 단체 및 개인 :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사)열린사회시민연합 강 동송파지부, 아우름강동장애인부모회, 초록바람, 생태보전시민모 임, 한살림서울 강동지구, 청년, 강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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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주민자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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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
문영란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고덕천사)은 물고기, 나무, 사람 모두 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고덕천으로 가꾸고 지키는 활동을 하 는 모임입니다. 시민단체와 주민 모임- 초록바람, 생태보전시민모 임, 열린사회강동송파시민회, 강일마을넷, 사이, 하늘땅물벗 등-이 함께 활동합니다. 고덕천사는 이용 중심으로 조성되는 하천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이 루는 하천을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고덕천을 가꾸고 지키는 것 을 목표로 모였습니다. 이를 위해 2018년 지방선거 때 고덕천 유 지 관리 계획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과 평가까지 주민의 의견이 반 영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조례의 필요함을 제안했습니다. 2019년 박원서 구의원의 발의로 ‘강동구 하천 관리 협의체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4개의 하천 성내천, 망월천, 대사골천, 고덕천 중에 서 가장 긴 하천이 고덕천입니다. 고덕천은 강일2지구 택지 개발 사 업과 연계해 2011년에 도시하천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도시하 천공원 조성 계획이 세워질 때부터 민관협의체가 구성되어 고덕천 이 조성되었으면 가장 바람직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같이 논의하면서 관리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도시 하천은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 기능과 주민들의 여가 활동을 하는 열린 공간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능 등 여러 가지가 있습 니다. 그런 만큼 도심에 있는 하천은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모 이는 곳입니다. 고덕천도 그러합니다. 2020년 조례에 근거한 하천 관리 협의체가 구성되면 민과 관의 소통 창구가 마련되어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고덕천으로 관리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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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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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동마을미디어네트워크 (마미넷K)
조기옥
주민이 소유하고,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가 있습니다. 바로 마을미디어입니다. 마을미디어는 마을의 이슈를 나누고, 마을 사람 들의 삶을 담아내 마을의 목소리가 되는 매체입니다. 매체는 인쇄 매체와 영상매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문, 잡지 등이 인쇄매체이 며, 영상매체로는 라디오, TV, 1인 유튜브 방송이 있습니다. 현 재 우 리 마 을 에 는 영 상 매 체 로 는 가 래 떡, 강동FM, 온마을 wetube, 두목회 등이 있으며 인쇄매체로는 마을담(잡지), 그리고 시각매체로는 빛담이 활동 중입니다.
2019년 강동구마을미디어네트워크(이하 마미넷K)는 각 매체활동 가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느슨한 관계 형성하기, 필요시 매 체 연합하기, 매체 정보나누기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마미넷K는 다가오는 2020년을 마미넷K의 기초를 다지는 해로 정 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는 서울시 마을미디어 조례안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강동구 조례안을 제정하도록 구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둘째는 각 매체의 동아리 모임을 전체 협의체를 구성하여 동 단위 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미디어 협의체를 추진할 것입니다. 셋째는 각 매체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을 넘어 타지역과의 연합활동 을 지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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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마을미디어네트워크 (마미넷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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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강동작은도서관네트워크 (강.작.넷.)
노인숙
강동구에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우리 동네 작은도서관이 41개 있습 니다. 작은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소통과 나눔으로 주민이 함께 삶과 마을에 변화를 이루는 지역문화공동체 입니다.
이러한 작은도서관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구립과 사립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즈음 세 명의 관장(구립 천일 웃는책 김자영 관장. 사립 옹기종기 안미경 관장. 사립 다온작은도서관 노인숙 관 장)이 만나 독서 모임을 하며 작은도서관의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 는 것을 시초로 2019년 1월엔 강동작은도서관네트워크(강.작.넷.) 가 정식으로 발족하였습니다. 강.작.넷.은 매월 1회 정기모임을 지 속하며 작은도서관 활성화 방안 연구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에는 <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책수다> 지원사업 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권역별 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하였고, 문학 탐방으로 충남 당진의 그림책 꽃밭과 필경사도 다녀왔습니다. 또한 구청장과 만남, 구의원, 마을지원센터장, 마을공론장 등 작은도서관 을 더욱 알리고 민관이 협력할 방안에 대하여 지속적인 제안 활동 과 홍보를 해왔습니다.
이제 2020년은 강.작.넷. 2년 차입니다. 올해 활동을 기반으로 작 은도서관 공간 활용 플랫폼 형성, 사회서비스 구축, 상호대차 서비 스를 통한 도서관 연결망 등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강동 구의 다양한 네트워크 간의 협력을 모색하여 독서문화 진흥과 지역 문화공동체 형성에 더욱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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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작은도서관네트워크 (강.작.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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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강동구 생활예술동아리 네트워크
오세윤
서울문화재단의 생활문화사업의 한 일환인 ‘거버넌스25’는 서울시 민의 생활예술 활동이 각 자치구의 생활권 토대에서 활성화하기 위 하여, 사업 추진 의지와 역량을 갖춘 자치구를 중심으로 생활문화 활성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수립·이행을 독려하고 나아가 생활예 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강동구도 2017년부터 생활예술동아리 발굴을 시작으로 2019년 현재, 약 50여 개의 공연·전시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모임, 강의, 지역축제 참여, 생활예술 페스티벌 등 매년 활 동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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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생활예술동아리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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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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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천 그림책 임광숙
노래와 나의 인생 최경희
주돈찬양 윤정현
계속되어야 하는 젠더수업 천해
일본을 싫어하는 딸, 일본에 간 아빠 나성재 한판뜨자 김다혜
빛담스케치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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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김명국
선인장도 알아듣네요 이영숙
우리 이제 그만 나를 사랑하자 정다현
만 원의 행복 이춘애
비밀의 정원에서 김효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이미옥
젠더거버넌스를 아시나요? 김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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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천 그림책 이야기
임광숙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큰딸이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에서 우리 동네 그림책을 만드는데 같이 가보자는 말에 그림에 자신은 없지 만, 호기심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지도하시는 선생님께서 주제가 고 덕천에 대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주제를 듣고 나니, 그동안 오랜 시간 동안 늘 함께 해왔던 고덕천에서의 여러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가족은 인천에서 한동안 살다가 30년 전쯤 고덕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집 앞은 차도 밑으로 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고 덕 초등학교에 다니며 하교 후에 그때는 둑 방이라고 했는데 좁은 집보다도 둑 방이 마치 초원 같고 시골 같아서 좋아하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에는 잠자리, 여치, 메뚜기 등 을 보며 뛰어놀았고, 추운 겨울에는 빈 논에 물을 붓고 얼려서 스케 이트도 타고 정말 사계절 둑방에서 거의 시간을 다 보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작은 도서관 밖은 30도가 넘는 더위로 나른한 오후가 지나가지만, 나의 마음은 30년 전 1학년, 3학년 두 딸과 강아지를 데리고 둑방 길을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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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날은 작은딸이 급하게 “엄마! 빨리 와!!”라고 놀란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깜짝 놀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참을 뛰 어왔습니다. 이유를 모르는 강아지도 같이 부리나케 뛰어오고 나서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뛰어온 거니?”라고 묻자 작은 딸아이는 “엄마, 조금 전에 본 작은 뱀 귀엽지 않았나요?”라며 웃는 것이었습 니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런 파충류들은 싫어해서 늘 풀숲 을 뛰어다녔었는데 서울에 이사를 와서도 이렇게 뱀 때문에 뛰어다 닐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또 초등학교 앞에서 백 원, 이 백 원 주고 사 왔던 병아리 중 한 마리는 커다란 장 닭이 되어 둑방에 데리고 가서 벌레도 잡아 먹이고 신나게 산책하며 놀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둑방을 하얀 도화 지 속에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비 오던 어느 날, 커다란 호박잎을 우산 삼아 쓰고 호박을 따서 이웃집과 부침개도 함께 부쳐 먹던 고 향의 뒤뜰 같은 추억에 젖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그리 다 보니 몇 가지 색도 되지 않는 사인펜으로 하얀 도화지에는 고덕 천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담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반듯한 아파트들과 함께 고덕의 휴식처가 된 둑 방, 아니 고 덕천. 각종 식물, 물고기들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고덕천에 지난 추억 을 듬뿍 담은 그림책을 이웃 주민분들과 함께 펴내면서 뜻깊은 시 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족한 그림 실력 때문에 조금은 힘들었 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뿌듯하고 참 좋은 시간이 아니 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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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의 인생
최경희
음악과 나의 삶은 늘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일곱 살 무렵, 두 언 니는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예쁜 살구색 단복원피스를 입은 모습 이 마냥 부러웠다. 나도 언니만큼 크면 합창단원이 되고 싶었다. 이 부러움이 음악과 만남의 시발점인 것으로 기억한다. 언니를 따라간 동요발표회에서 처음 들었던 예쁜 노래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나는 걸 보면 역시 음악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이었나 보다. 그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 ‘이 주일의 동요’를 애청하며 한 주일에 한 곡씩 동요 익히는 재미, 방송국 어린이합창단에 입단하여 방송 과 무대에서의 즐겁게 노래하던 기억, 방송국 전속 앙상블 아저씨 들 반주에 맞춰 노래하며 느꼈던 짜릿함이 좋았다. 생방송 중에 실 수했던 일, 넓고 화려한 회전무대에서 합창했던 기억들은 나의 소 중한 추억이다. 무엇보다 반주로 연주되던 마림바 소리는 너무 매 력적이고 멋있어서 지금도 마림바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배우고 싶다.
피아노와의 인연도 역시 부러움으로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숙직실 을 청소할 때면 같은 반 친구는 그 숙직실에 보관되어있는 오르간 으로 ‘그 옛날에’라는 노래를 아주 능숙하게 연주했다. 얼마나 부러 웠던지. 그 모습이 부러워 종이 건반 위에서 연습하는 나를 보고 엄 마가 피아노를 가르쳐주셔서 지금껏 음악 활동하는데 밑거름이 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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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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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늘 감사.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일주일에 한 번 학년 전 체 음악 시간이 있던 것도 나에겐 행운이었다. 고등학교 땐 방송반 활동을 하게 되어 듣고 싶은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어 너무도 좋았 다. 대학 시절엔 합창반 활동, 기타와 싱어롱, 친구와 듀엣, 지인의 권유로 기독방송 음악 프로그램과 공개방송에 특별출연, 찬송가 녹 음 방송. 학교에 근무할 때 음악 교사는 아니었지만, 교내합창대회 에서 내가 지도한 학급이 우수상 수상, 교사 찬양중창팀 활동. 이런 인연들은 음악을 내 삶으로 끌어들였다.
어린 딸이 보채고 울 땐 안고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면 울음 뚝 그 쳤다. 그 딸과 자연스럽게 노래 같이 부를 기회들이 종종 있었고 동 요대회에서 수상하는 기쁨도 얻게 되었다. 동요를 좋아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동요나라’홈페이지 운영으로 옮겨졌다. 많은 사람의 지 지 속에 이곳저곳의 초청받아 방송에도 출연하며 동요 지킴이란 별 칭도 얻는 영광도 있었다. 현재는 구립합창단 활동, 강동의 동요 지킴이 ‘소리모아’ 중창팀 그 리고 대학 동기 중창팀의 이끔빛으로 활동하고 있다. 뒤늦게 시작 한 오카리나 동호회 활동까지. 오랫동안 음악과 인연을 맺고 즐겼 던 일상의 일들은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게 하는 필 요충분한 이유가 된 것은 아닐까?
언제 불러도 잔잔한 감동이 있고 엄마 품처럼 편안하고 맑고 아름 다운 동요가 참 좋다. 함께 공감하며 즐거이 노래하는 모임 덕에 참 으로 행복하다. 그러기에 동요 지킴이로 동요 전도사로 살아간다. 나아가 동요로 세상을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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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돈 찬양
윤정현
나는 지금 종교적인 얘기를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주돈’. 이 약 자를 아는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진 이곳에서, 아직도 터를 잡 고 있는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한다. ‘주돈’. 주돈은 ‘주양돈까스’의 줄임말이다. 1987년 당시 신동아, 우 성, 한양, 현대 등 15층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그 사이로 상업지역 구역이 명일2동에 들어섰다. 주양쇼핑센터(고덕로62길 55/ 명일 동 48)는 당시 가장 현대적이었으며, 해태백화점(해태마트)이 이 마트로 변한 근래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는 고덕역 상권의 중심이었 다. 주양쇼핑 지하 1층은 동네 아파트 주민들이 늘 장을 보는 곳이 었는데, 한쪽 길모퉁이로 돈까스 집이 하나 둘 씩 생기더니 급기야 ‘주양돈까스’ ‘주돈’이라는 고유명사를 탄생시킨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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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돈 첫 경험은 또래보다 조금 늦었다. 한 푼이라도 살림을 아 끼려던 어머니는 외식을 절대 하지 않으셨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 식 날(93년),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주양돈까스의 바삭한 튀김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창 먹는 걸 찾던 사춘기 때 우리는 모두 주 양돈까스와 그 주위 분식집들을 털었다. ‘털었다’는 말이 격해도 정 답인 듯하다. 특히 인근 중고등학교 운동부 친구들의 주돈 먹는 모 습은 요즘 TV 인기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 다. 주양돈까스의 장점은 돈가스와 밥과 국, 반찬의 무한리필이 가 능하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당시 우리에겐 저렴한 돈으로 한 끼 배 불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성찬이 아닐 수 없었다. 늘 사람 이 붐비고, 북적이고, 음식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그리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의 열기가 범벅이 되어 말 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주양쇼핑만의 사람 냄새가 있었다. 이제 그곳은 휑하니 두어 곳의 가게만 있을 뿐이다. 2015년 재건 축 계획이 세워졌지만, 상인들과 상가 모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017년 법원으로부터 재건축 결의 무효 판결을 받았다. 2019년 7 월 교회와 주양돈까스 입점 업체들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재건축은 다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늘 타 지역의 친구들에게 전국구 맛집이라며 주돈을 자랑스럽게 소 개했다. 마을 이웃인 웹툰 작가 ‘강풀’과 랩 스타 ‘염따’도 주돈의 오 래된 단골이다. 고기는 얇지만 바삭한 튀김, 집집마다 다양한 소스 의 맛, 그리고 후추를 꼭 뿌려 먹어야 제맛인 크림수프까지. 누군가 에게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맛있게 양껏 먹었던 소중한 영양분이 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자라온 시절마다 인연과 함께 한 추억의 장소였다. 나 또한 자주 가던 단골 주양돈까스 집에 늘 지인들을 데리고 갔다. 청소년기의 단짝 친구부터 풋풋했던 첫사랑의 남자친구까지. 주인 아주머니는 모두 기억하고 계셨다. 마치 내 소중한 인연들을 확인 도장 받는, 나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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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돈’의 몇몇 가게들은 강동구 내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 명 맥을 유지하고 있다. 참 고맙다. 아직은 내 옆에 있구나. 아직은 추 억을 더듬을 ‘맛’이 있구나. <인터넷이 기억하고 있는 ‘주돈’> ‘나 말고 ‘주돈’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많은 이들이 SNS와 유튜브, 블로그 등으로 추억 하고 있었다. 강동이 배출한 랩퍼 ‘염따’의 먹방 https://www.youtube.com/watch?v=kVvOg2pHyuU 두리돈까스의 마지막 영업일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fgVIZ_L4Qg) 그외 먹방 영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7wEKIEQUvIA https://www.youtube.com/watch?v=EknztWi7bpU <현재 운영 중인 ‘주돈’ 가게들> (주양쇼핑 지하) 바로돈까스. 돈까스나라. 마마돈까스. 짱돈까스. (그 외) 1. 주양두리돈까스 / 강동구 고덕로 89 2층 2. 주양명가돈까스 / 강동구 동남로73길 26 고덕복합빌딩 1층
계속되어야 하는 젠더 수업
천해 신나는여성자갈자갈에서 한 달에 두 번 여성주의를 공부하는‘한 발 더’동아리가 있다. 거기서 젠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고, 진정 한 의미의 성평등에 관해 공부하면서, 아이들에게 젠더 감수성을 일 깨워주면 좋겠다고 시작해서, “우리가 한번 해보자.”가 되었다.
프로그램 강의계획을 만들어 볼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리엔 3단지 작은 도서관에서 저녁 돌봄을 시행하게 되었다. 바쁜 부모들을 위 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 는 마을 사업이다. 거기에서 그 시간에 프로그램하려고 한다는 말 을 듣고 젠더 교육 수업을 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 결과 2번의 젠 더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라는 책을 바 탕으로 초등 1, 2학년 대상의 강의계획을 수립했다. 이 책은 초등젠 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에 속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 교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수업에 대해 쓰여 있는 책이다. 동아리 내에서도 처음 하는 강의라 강사를 누가 할지를 놓고,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 르다 보니, 다들 고사를 해서 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샤샤가 해주신다고 해서 다들 한시름 놓 았다.
드디어 1차 수업 날이 되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 반 설 렘 반을 안고 보조 강사를 하러 갔다. 수업은 아이패드 광고 동영상 을 보고 거기 나오는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 지 포스트잇에 적는 것이다. 포스트잇에 나온 ‘힘이 세다, 목소리가 크다, 예쁘다, 공주 같다, 왕자 같다. 화를 낸다, 목소리가 가늘다, 치마를 입는다’ 등의 이유가 진짜 남자 여자를 구분 짓는 특징인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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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라는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이 책은 2019년 나다움어린이책에 선정된 도서로 최초로 바지를 입은 메리 에드워즈 워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틀 후에 2차 수업이 진행되었다. 1차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더 친밀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책상과 의자를 뒤로 밀어 두 고 아이들과 서서 터치 게임을 먼저 했다. 이 게임은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이 도망가면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든 그 사람과 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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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게 계속 터치를 하며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서 [우 리 몸의 구멍] 책을 보았다. 아이들이라 똥구멍, 방귀 등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이 만지면 싫은 부위에 스티커 붙이기를 했다. 그 리고 “우리 몸을 잘 알고 소중히 하자”며 마무리했다. 수업이 끝나고 제일 열심히 1, 2차 수업에 참여해준 2학년 여자아 이가 우리에게 왔다. 샤샤가 “ 이런 수업 처음 받아 보지 ” 했더니 “네” “어땠어?” “재밌었어요“ 라고 말해줘서 나름 뿌듯했다. 1차 수업보다 2차 수 업 때 아이들이 조금 더 흥미 있어 했다. 어쩌면 이런 수업을 계속 할 수 있다면 더 관심과 흥미를 갖는 아이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게 쉽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이라 수업을 끌어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과 토론식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한발 더 동아리 모임 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높아지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차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큰아이에게 똑같은 동영상을 보여주 고 똑같은 질문을 했다. 4학년인 큰아이는 답이 뭐냐고만 계속 물었 다. 우리는 아무래도 늘 답이 있는 질문 속에서 살았나 보다. 반대로 이걸 왜 물어보냐고 나한테 이유를 물었다. 아마도 헷갈린 듯한데, 모르겠다고 말하긴 싫었나 보다. “왜 그렇게 답이 궁금해 이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중요할까. 이 아이는 자기답게 생활하고 있는 거야. 네가 너답게 생활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너도 친구들한테 여 자가 또는 남자가 이런 표현은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 줬더니 의외로 바로 수긍했다.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 있었 다. 사실은 나도 정말 그 광고 속의 아이가 여자일까 남자일까 궁금 하긴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성을 구분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들 이 많을까. 이제는 성이 이분법으로만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안다. 가 장 나다운걸 찾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66
일본을 싫어하는 딸, 일본에 간 아빠 나성재
“아빠! 일본에 가서 돈 쓰지 마. 일본 사람들은 나쁘니까.” “그래 알았어. 아빠 세미나 듣고 밥만 사 먹고 올게.” 이렇게 다짐을 받고서야 초등학교 6학년 큰딸은 내 일본행을 허락 해주었다.
세미나 첫날 첫 휴식 시간이었다. 머리가 약간 센 중년의 한 일본인 이 내게 다가왔다. 내게 몇 가지 질문과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했 다.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의 강력한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것 때문이었을까? 그다음 날 아침 세미나실에 들어가다 테츠지상를 만났다. 눈빛이 강렬했던 어제 그 사나이의 이름이다. 만나자마자 반갑게 내게 인사를 하며 이따 점심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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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고 했다. 어제 내 파트너가 되어준 릴리와 몇몇 친구들도 점심 을 함께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3명과 테츠지상 그리고 내가 함께 스파게티를 먹 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지팡이를 짚고 약간 다리를 절며 가는 테츠지상이 보였다. 8년 전 중풍을 맞았다고 어제 해준 그의 이 야기가 비로소 머리를 스쳤다. 어제 그가 내게 중풍은 자신에게 온 선물이었다는 알쏭달쏭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다음 날 아침 강연장 이 있는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입장을 대기하던 사람들이 내 게 일제히 “오하이오 고자이마쓰!”하며 일정한 톤으로 인사를 했다. 맨 앞줄에 섰던 테츠지상이 다른 사람들보다 한 톤 더 높은 목소리 로 “Good morning SungJae”를 외쳤다. 마지막 세미나는 오후 4시 30분에 끝난다. 오전에 테츠지상이 휴식 시간에 내게 와서 세미나가 끝나고 자신과 함께 저녁을 하자며 내게 몇 번 다짐을 받고 갔다. 중풍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 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문득 어제 식당에서 보았던 그의 불편한 걸 음 세가 어쩌면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디고 있는 아 가의 걸음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간의 세미나가 드디어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테츠지상과 건물 을 나왔다. 그가 가이드를 자처하며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고 했다. 나는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다. 딸에게 했던 말처럼 일본에서 정말 세미나만 듣고 밥만 먹고 올 생각이었다. 관광지를 찾아보지도 않았 다. 그가 내 마음이 원하는 곳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나는 일본의 전통과 관련된 곳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 말에 힌트를 얻었다 며 도쿄 긴자 거리로 나를 안내했다. 우리는 전통 가부키 극장 건물 을 구경하고 함께 차를 마시러 갔다. 그는 내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 에게 돌아가서 일본에서 최소한 가부키 극장과 긴자 거리 그리고 다 음 목적지인 센소지를 가봤다고 말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 고 말했다. 그다음 아카쿠사에 있는 절 센소지로 향했다. 그가 절뚝거리면서 68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절에 도착하니 멋진 건물이 조경과 함께 펼쳐졌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테츠지상에게 내 휴대폰을 건넸다. 찍은 사진을 보니 깜깜해서 내 얼굴이 새카맣 게 나왔다. 대 여섯 장을 찍어도 똑같이 나왔다. 내가 괜찮다고 말하 자 그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찍어 주겠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중풍 후유증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으로 플래시 기 능을 활성화하고 사진을 찍더니 이제야 내 얼굴이 잘 나왔다고 만 족해했다. 배가 고파서 우리는 센소지 근처 해산물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의 뒷면 배경이 잘 어울린다며 내 독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맥주를 마시며 그는 금융맨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과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지금의 상황도 이야기도 해주었다. 나는 일본인을 싫어하는 우리 딸 얘기를 해주었다. 그는 좋은 일본 사람도 있다는 것을 딸이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식사를 마치 고 계산서를 보니 10여만 원이 나왔다. 카운터에 가서 내가 반반씩 내자고 지갑을 꺼내 들자 그가 이렇게 말한다. “Japanese demon talk to you, you get out of here” (나쁜 일본 놈이 말하는데 나가 있어)
집에 가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린다던 테츠지상이 굳이 내가 타는 지 하철 라인까지 바래다줬다. 내일 아침 일찍 미팅이 있다던 그였다. 나는 숙소에 돌아와 작은 캡슐 침대에 누웠다. 한국에 돌아가면 좋 은 아빠로, 좋은 남편으로, 그리고 좋은 책을 출간하는 사람으로 멋 지게 살아가라는 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는 내 인생을 진심으 로 축복해주고 싶다고 했다. 멀리서나마 나의 수호천사가 되고 싶 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뜨거워질 수 있는 마음. 나는 이 마 음이 테츠지상이 새로운 인생에서 받은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삶을 온 마음으로 축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참 이상하다. 나는 우리 딸이 가장 싫어하는 일본에 왔다. 나는 그 일본에서 나를, 내 인생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축복해주는 일본 사람을 만났다. 69
한판뜨자 김다혜
한판뜨자는 2019년 4월에 성내어울터에 만들어진 신생동아리이 다. 시작은 카네이션 만들기였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처음이기 에 너무 떨렸고 설레고 기대가 되었던 첫 모임이었다, 첫사랑의 느 낌이 이랬던 걸까? 첫 모임 날짜가 정해지고 그 전날까지 가슴 한편 이 간질간질 잠을 설칠 정도였다. 어색한 첫 만남에 뜨개도 모르던 엄마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하나 배워 가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제는 내 인생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자리를 잡아 빼놓을 수 없는 동아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엄마’라는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열었다. 7월 카 페 갤러리 4log에서 다른 동아리와 함께 준비한 연합전시회였다. ‘엄마’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한 주제였다. 내 기억 속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옷을 떠주셨다. 그 영향으로 나도 아이를 위 해 뜨개를 하게 되었다. 동아리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엄마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다른 회원분도 엄마를 표현했는데 거기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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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뭉클했었다. 처음 하는 전시라 다들 어려워했음에도 불구 하고 밤낮 구분 없이 전시 작품을 만들고, 작품을 내지 못한 회원은 설치에 도움을 주어 성공적인 전시가 되었다. 그다음 큰 행사인 대동제, 전시회는 잘하는 회원 위주로 전시회에 참여했다면, 이번 행사는 동아리원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동제를 기점으로 한판뜨자는 좀 더 끈끈해 졌다. 이제는 시간 날 때 활동하는 동아리가 아닌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모임이 된 것만 같다. 그 이후 이어진 선사 축제 전시회 동화마을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려 하다 보니 작품 뒷배경을 준비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그 와중 함 께 전시했던 동아리 자갈자갈색채 이은진 대표께 조심스레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만약 내가 혼자서만 뜨개를 했다면 이런 기회들이 있었을까? 한판뜨자 단독으로만 전시했다면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결론은 결 코 될 수 없었다. 나 혼자가 아닌 동아리이기에, 우리 동아리만이 아 닌 생활예술 동아리들의 교류와 협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이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다 놓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 회원들의 모습, 주변에서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 덕에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4log전시, 강동선 사문화축제, 대동제, 생활문화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다들 함께였기에 11월 29일 진행된 생활 문화 페스티벌 ‘강동청통’에서 강동구청장의 감사패도 받게 되지 않 았나 생각된다. 나는 마법에 걸린 듯하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설 수 있는 자리가 생겼고, 그 자리에서 나는 대표이자 강 사다. 무기력한 삶에 활력소가 되었던 나의 동아리 한판뜨자, 동아 리 모임 공간 성내어울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 생활문화거버넌스 25는 내 인생에서 빼놓지 않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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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담 스케치 이은진
뜨거운 몸을 식히며 나란히 섰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날 좀 보라며 기름 냄새를 가득 담은 동그란 모습이 화면을 꽉 채운다. 시장에 지 나갈 때면 어쩔 수 없는 유혹으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호떡 사진이다. 옹기종기 동그랗게 둘러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국화빵, 탐 스러움을 뽐내는 각종 과일, 추석을 앞두고 인파가 가득한 시장 안 에서 그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시장 산책. 강동구청 제2청사 1층 카페갤러리에서 ‘빛담’의 두 번째 전시회가 있었다. 2019년 11월 18일부터 29일까지 3기 수강생의 작품을 선 보인 자리이다. 이곳에서 암사시장을 만났다. ‘시장은 국가 혹은 마 을의 경제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소이며 민심의 근원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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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에 적힌 글이다. 우리의 모습과 민심의 근원이 되는 시 장의 모습이 빛담 회원의 카메라에 담겨 한 장의 사진으로 전해졌 다. 시장 통로에 가득 찬 사람들, 추석을 앞둔 사람들의 기대와 흥, 왠지 시장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검정 선글라스와 양복 차림으로 시장을 활보하는 남자,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박한 상인의 손, 평생을 시장에서 함께 일하며 살아온 부부의 웃음, 맛깔스러워 보 이는 음식들. 지난 몇 개월간 열심히 암사시장을 누비며 무심코, 우 연히 혹은 정성 들여 기다린 끝에 찾아낸 그 모습들이 빛으로 담겨 관객을 반겨주는 사진전이다.
사진전 오프닝. 가벼운 마음으로 간 그곳은 파티 분위기였다. 빛담 회원들과 더불 어 시장 상인대표자와 구청장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가.래.떡의 경쾌한 사회로 진행된 오프닝에서 빛담 회원들을 따듯하 게 반겨주었던 시장의 분위기가 전해졌다. 빛담 회원만이 아닌 시 장 상인들도 주인공이 되는 자리였다. 와인을 들며 축배를 나누는 클라이맥스는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공동체의 힘이 느껴졌다. 빛담은 강명초 아빠들의 모임 ‘사이’ 안의 동아리이다. 마을을 사진 으로 기록하고 있는 빛을 담은 동아리 빛담. 아빠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가는 ‘사이’의 대표 동아리 중 하나이다. 2018년에 는 변화하는 강동구 마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었다. 올해는 쉽 게 지나치던 암사시장의 빛을 담아냈다. 대형마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모를 법한 사람 맛이 사진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옛 추억 도 가득 떠오른다. 사람 맛 가득한 가까운 시장에 한 번 들러볼까. 마음 따스한 사람들이 담은 우리 동네 사진전. 시장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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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김명국 제 애마 스타렉스 승합차를 끌고 가락시장으로 새벽 장을 보러 가 는 길에 계기판 주황색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름이 떨 어진 거지요.‘아차!, 미리미리 주유해야 했는데….’ 새벽에 주유할 곳이 마땅치 않고 바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계기판 에 불이 들어온 걸 안 이상 이리저리 헤매다 조금 떨어진 주유소에 서 기름을 넣었지요. 주유하고 나니 안심이 되고 힘이 나더라고요. 자동차에 주유하니 왜 제가 힘이 나는 건지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 들은 얘긴데, 중국어로 주유소를 “가유점 (加油店)” 이라고 한답니다. 더할 가(加)와 기름 유(油), "加油!"라 고 하면 “기름을 넣는다.”는 뜻이죠. 그런데 기름을 보충해야 힘이 난다는 뜻으로 "힘내세요!"라는 뜻도 있답니다. 중국말로 쨔이요! 다시 말해 ‘지금 주유해.’ 이 말에는 지금 "힘을 내세요."라는 말도 담겨 있다는 뜻이지요. 재밌는 말 같더라고요.
우리는 시동이 꺼져 있는 상태에선 차량의 컨디션을 모르지만, 운 전하려고 시동을 켜는 순간 계기판을 통해 차량의 상태를 알 수 있 지요. 계기판은 차의 연료, 온도, RPM 등등 차량의 상태를 알려줍 니다. 일명 차의 내시경이지요. 우리 삶도 멈춰있으면 답답해서 내 가 어느 상황인지 알지 못합니다. 시동을 걸어야 알 수 있습니다. 내 가 일을 하려고 시동을 걸면 내가 갈 수 있는 방향과 일의 양을 알 게 될 수 있습니다. 무리해서는 안 될 것을 알고, 할 수 있는 상황을 계기판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 내 삶에 계기판을 봅시다. 계기판을 봐야 나의 현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계기판 주유 표시를 보며 느끼는 시각이 다 다 를 겁니다. 어느 분은 계기판에 기름을 늘 가득 채우고 다니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분은 꼭 불이 들어와야 주유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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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불이 들어와도 “40km는 갈 수 있다.” 하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에 속하십니까? 언제 주유하느냐가 그분의 성격일 겁니다. 주유는 꼭 제때 해야 하겠죠? 저는 기름이 절반이면 꼭 만땅으로 넣 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요. 나의 인생의 계기판은 어느 상황일까요? 제 현실에 삶을 계기판으 로 재조명하고 싶어요. 지금 주유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가 서 주유해도 되는 건지, 지금의 계기판이 내 인생 같습니다. 나의 현 주소를 알면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선택 할 수 있겠죠? 부족하면 주 유하고, 워셔액도 보충하고, 냉각수도 점검하고. 무리한 짐도, 과속 도 방지할 수 있죠. 모르는 낯선 길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왔던 길 그리고 알 수 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평균 규정 속도로 운 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거 같습니다. 제 계기판을 보면서 주행하는 제가 되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만땅 찬 계기판과 안정적인 차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계기판을 보고 외칩시다. “짜이요!” 하며 힘을 냅시다. 오늘도 내 삶게 축복의 멘트로 만나는 분들께 주유합 시다. “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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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도 알아듣네요 이영숙
“이번에는 절대 안 돼. 지저분한 짐들은 다 버려야 해.” 바깥 선생님이 불호령을 했어요. 이사할 집은 확장형 새 아파트로, 무지막지한 선인장 가시를 피할 수 있는 베란다가 마땅치 않았어요. 새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자질 구레한 짐을 비롯해 선인장을 절대 가져가지 않겠다고 남편은 몇 번이나 말했지요. “그래도 버리고 갈 수는 없잖아.”
나는 마음을 돌리고 싶었어요. 자그마치 27년이나 같이 산 선인장 인걸요. 남편의 뜻은 완강했어요. 그이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어 요. 그 마음을 돌리지는 못할 것 같았어요. ‘이제 마지막인가......’ 선인장 문제로 말다툼을 하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 베란다에 선인장 을 바라보았어요. 함께 한세월이 눈앞에 스쳐 갔어요. 성내동에 처 음 집을 사서 온 날 선인장을 만났어요. 전 주인이 버리고 간 걸 아 까운 마음에 키우기 시작한 게, 어느덧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이던 딸들이 아이 엄마가 되고, 꼬맹이 아들은 청년이 되고 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어요. 키가 쑥 크긴 했지만, 선인장만은 늘 푸른 그대 로였지요. ‘아무래도 너랑 헤어져야 할 운명인가보다.’ 선인장과의 이별을 떠올리니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나보 다 생각을 하며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평소처럼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향했 어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고개를 들어 베란다 쪽을 무심히 보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진 거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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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잠든 사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꽃이 었어요. 27년간 한 번도 핀 적이 없던 선인장꽃이 피어 있었어요. 그것도 이렇게 탐스럽고 예쁜 꽃이. 마치 우리가 다투는 모습을 보 고 “날 버리고 어딜 가느냐, 내 예쁜 모습 보고 싸우지 말고 나 좀 데려가.” 하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나는 그 꽃이 하도 신기해서 사 진을 찍어두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랍니다.
그날 우리 가족은 선인장꽃을 사이에 두고 둘러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선인장이 우리 말을 알아듣나 봐.” “선인장에 귀가 달렸나? 신기하네.” “얘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거 아닐까.” “아빠, 선인장도 데려가요!”
바깥 선생님도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져 흔쾌히 선인장 과의 동행을 허락했어요. 그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인장은 우리 집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답니다. 예쁜 꽃을 더는 보여준 적이 없지만요. 제 마음처럼 선인장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 어요. 이 일로 나는 깨달은 바가 있어요. ‘말 못 하는 식물도 기운이 통하고 마음과 말이 통하는 이치가 있구 나. 앞으로 풀잎 하나, 꽃 한 송이도 함부로 꺾지 말고 아껴줘야겠 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사랑과 정성을 기울이는 자세로 살아야 겠다.’ 한 송이 꽃으로 보여주신 자연의 섭리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선인장을 바 라보며 “넌 언제나 나와 꼭 함께여야 해!” 되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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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그만, 나를 사랑하자
정다현
달빛에 비친 앙상한 나무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우리 이제 그만 나를 사랑하자.’, ‘마음의 겨울을 언제까지 둘 것이냐’ 소리쳐 본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다. 바라고, 결핍된 것은 늘 밖에 있기에. ‘네가 이런 행동을 해서’ ‘네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라고 말한다. 사랑은 밖에 있다고 여긴다. 틈틈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은 종종 나를 고요하게 한다. ‘여기 네 가 살아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밖으로 나간 나의 빛을 거두어 내 게 비추자. 마음이 복닥거릴 때는 편안하고 식물이 많은 카페 가서 차를 한잔 마시자.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으로 나를 귀부인처럼 대 접해 주자. 고운 색깔의 머플러를 사서 목을 따뜻하게 감싸보자. 겨 울의 찬바람으로부터 ‘너는 보호 받고 있어’라고 나 자신에게 속삭 여 보자.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나는 무조건 사랑받고 있다고 무턱 대고 확신해보자. 이런 마음조차도 스스로 인색할 필요 없다. 마음 은 우주처럼 무한하니까. 마음은 바람처럼 자유로우니까.
어떤 유튜브를 보니 이런 말이 나오더라. 누군가를 미워할 때 내 마 음속에 등장하는 그 인물은 사실은 내 마음이라고.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그리고 사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 에게 제일 솔직하고 제일 기대를 많이 하고, 제일 상처 받는다.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일까. 뻔한 답이지만 ‘나 자신’이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지시받고, 잘해 내길 기대받는 소녀를 보았다. 그 아이는 움츠려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조언을 해도 받 아들이지 않았다. 두려워할 뿐이었다. 그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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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든 사람의 말을 엄마가 하는 말처럼 지시로 받아들이고 있 어. 너는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받으면서도 동시에 저 항하고 싶은 마음도 똑같이 커져. 그래서 너는 이것도, 저것도 선택 못 해. 어느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너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지.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네가 원 하는 걸 알려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을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제야 소녀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질문’이라는 마법으로 소녀는 갇힌 성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딸 아이의 못된 행동을 묵인하는 엄마가 있었다. 마치 딸이 어릴 적 자기주장이 강한 내 모습과 같아서 혼내지 못했다. 아이는 점점 더 자신의 변호를 잘해 나가며, 엄마를 말로 주물렀다. 엄마는 약이 바 짝 올랐지만, 아이에게 자신이 받지 못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어 야겠다는 신념으로 참고 또 참았다. 소망과 훈육을 구분하지 못했 다. 아이를 혼낼 때면 내 마음속 슬픔과 분노를 배신하는 것 같았으니까.
어떤 아내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꺼트리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듣 고 보니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 아내 역시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나에게 세상은 보답하지 않았다며, 그 분노를 아이들과 주변 사람 들에게 발산하며, 의존하고 있었다. ‘내 마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라며 앞에 있는 사람이 알라딘의 요술램 프가 되어서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현실적인 걸 누가 해결해 줄까. 마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한계 속에서 무언 가를 결정할 수 있을 뿐.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뿐. 너무 오랫동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의 비애였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영화를 삶 속에서 상영하며 살고 있다. 무의식 적으로 상대방을 내 영화 속의 등장인물로 만들려고 한다. 물론 상 대방도 나에게 마찬가지이다. 호의, 연민, 배려, 사랑으로 우리는 오 히려 타인의 투사체가 되기 쉽다. 나의 외로움과 나약함을 채우려 면 상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고 나서 상처받으면 세상 원망 하기 바쁘다. 나는 누군가의 등장인물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나 자체 로 등장하여야 한다. 한겨울에 내리는 소복한 눈처럼 그저 순수하 게 나를 사랑하자. 목적 없이 나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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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의 행복 이춘애 나는 서울의 한 문화재단에 매월 만 원씩 기부한다. 그러면 재단에 서는 여러 가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표를 사서 초대해준다. 공 연은 주로 콘서트가 많은 편이나 연극이나 뮤지컬, 발레 그리고 오 페라나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덕분에 나는 가끔 문 화생활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번에는 오페라 공연이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무조건 갈 수 있다고 표를 신청했다. 오페라 공연 은 흔하지가 않고, 더군다나 유명한 <호프만의 이야기>라 설레기 까지 했다. 오늘이 바로 공연을 보러 예술의 전당을 가는 날이다. 새벽부터 일 어나 아이들 출근시키고 설거지와 청소를 대충 해두고 볼일을 보러 나섰다. 경기도 양주를 오가는데 오늘따라 도로에 차가 많아 예상 보다 더 늦게 집에 도착했다. “어라!” 문 앞에 공동구매한 대추가 와있었다. 내일, 모레는 짬이 없 으니 오늘 배달을 해줘야만 했다. 생대추라 싱싱할 때 빨리 전해 줘 야만 했다. 집에 들어오니 급한 일이 또 있었다. 내일 협조해야 할 배드민턴 시합이 있다. 멀리 전주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라켓 줄이 다 끊어져 있었다. 주섬주섬 대추랑 라켓이랑 외투를 차에 실었다. 이럴 때 기동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여 기며 신나게 운전하면서 할 일을 하러 다녔다. 대추 배달을 다 하고, 스포츠 매장에 가서 라켓 줄을 매고 나니 시간이 애매했다. 퇴근 시 간대에 강남대로를 운전해서 갈 수는 없었다. 차를 집에까지 두고 나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려니 표를 나누 어 주는 분의 화난 얼굴이 어른거렸다. 지난번 표를 받으면서 정해 진 시간에 안 왔다고 싫은 소리를 마구 들었던 기억이 났다. 순간 내 머리가 반짝, 지하철역 근처 단골 마트에 주차해놓고 가면 될 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보고 와서 물건을 왕창 사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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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선택 덕분에 나는 공연장에 여유롭게 도착했다. 표를 나눠 주시는 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확인하고 표를 받았다. 어라? 눈을 크게 뜨고 두 번 세 번 봤는데 80,000원짜리 A석 표였 다. 이전에는 D석이 허다했고, 어쩌다 C석을 받았었기 때문에 오늘 나는 운이 좋은 날이라 여기며 입장을 기다렸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호프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75분간 1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 15분, 다시 2막이 시작되어 음악을 들으며 자막 까지 보느라 정신없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다. 15분 쉬고 다 시 3막을 한다고. ‘앗, 이렇게나 길게 하나? 기본정보를 좀 알고 왔 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갈 생각보다는 마트 주차장 에 세워둔 차가 걱정되었다.
시간을 따져보니 마트 문 닫기 전에 도착하려면 3막은 못 보고 가 야 할 것 같았다. 피날레도 못 보고 이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무척 이나 컸고 마트에 세워둔 차가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마침 공연장 앞에는 시동을 켜둔 마을버스가 있어서 재빨리 탔다. 그런데 마을 버스는 갈 생각을 안 한다. 손님을 태우고 또 태워 빈틈없이 꽉 채 운 다음에야 출발했다. 느릿한 마을버스로 인해 나는 타고자 했던 지하철을 놓쳤다. 종점인 오금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다행히 시 간 안에 마트에 도착할 것 같았다. 다음 열차가 왔고 나는 탔다. 타 고나니 이 열차는 수서역까지만 간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왜 하필?’ 속으로 투덜대며 할 수 없이 나는 수서에서 택시를 탔다. 기사님한테 사정 얘기를 했다. 11시 전으로 명일역까지 가야 한다 고. ‘아! 총알택시다.’ 기사님은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 손님인 내 사정을 들어주느라. 명일역에 내리니 10시 46분이다. 총알처럼 빠 르게 달려준 답례로 3,000원을 더해서 현금으로 드렸다. 다행히 마 트 안에는 사람들이 몇몇 장을 보고 있었다. 나는 쌀이며 과일, 고기 등등 가격이 좀 있는 것들로 신속하게 바구니를 채웠다. 계산대에 서 결제하면서 차량번호를 똑똑히 말하고 주차장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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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숨을 몰아쉬고 주차장 정산기를 통과하려 들어섰는데 올라 가야 할 막대가 그대로 가로막고 있었다. 이어서 주차요금 25,000 원을 정산하라는 기계음이 나왔다. ‘헉! 이건 뭐야?’ 후진하여 다시 주차하고 허겁지겁 마트 안으로 들 어갔다. 마감 시간이라 직원들은 정리하느라 바빴다. 나는 주차요금 에 문제가 생겼다고 따졌다. 영수증을 보여주며 이렇게 샀는데 주 차요금이 25,000원이나 나왔다고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아무리 물건을 많이 사도 최대한 한 시간 봐줘요.” 직원의 답변이다. 난 몰랐다고, 언제부터냐며 담당자를 불러 달라고 했다. 우리는 모른다고, 오래전부터 시행했었다고, 주차장은 용역업 체에서 별도로 운영한다는 답을 들었다. 입속에는 욕이 배어 나왔 다. 넓은 주차장은 나 혼자였다. 기계와 싸울 수도 없고, 지체할수록 주차비만 더 나올 것이다. 시동을 걸고 다시 정산기 앞으로 가서 신 용카드를 투입했다. 이렇게 많은 주차요금은 처음 내본다.
10,000원 후원하고 80,000원짜리 오페라를 감상했으니 그만한 대 가를 지급한 거라고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이 주차장이 없어서 골 목에 차를 두고 갔었더라면 견인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 각도 해봤다. 이번 일로 나는 마트 주차장이 이전과 다르게 운영되 고 있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나의 무지와 안일한 생각이 ‘애 마’를 ‘애물단지’ 취급한 것에 깊이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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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정원에서 김효선 나는 암사동의 롯데캐슬 퍼스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 처음 입주가 막 시작될 때 이사를 왔기에 주변이 몹시 삭막했다. 텅 빈 상가와 집들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우리처럼 막 이사를 온 나무들의 모습이 앙상하고 보잘것없었다. 버팀목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나무들은 씩씩하게 잘 자라나 지금은 아주 멋진 모습이 되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내가 사는 동은 아파트 정문과 가까워서 일부러 마음먹고 나서지 않으면 중앙공원 쪽에 있는 멋진 나무들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동 바로 앞에도 멋지고 큰 나무 들이 있지만, 중앙공원처럼 숲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아쉬움을 가지고 살던 중 내가 우리 동 앞의 작은 정원을 발견한 것 은 5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산책하러 갔다가 아파트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중앙공원 트랙을 몇 바퀴 돈 뒤 집으로 돌아오던 중 예쁜 새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 다. 집 앞 작은 정원 안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새를 발견하고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살금살금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어머나!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라움에 탄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왜 이곳을 몰랐던가! 길을 따라 바삐 걸어 가느라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 예쁜 정원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땅 위에는 노란 민들레와 보라색 제비꽃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피 어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꽃밭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자니 먼저 깨 어난 민들레가 아직 땅속에서 자고 있는 꽃씨들을 깨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개를 숙이고 잎을 오므리고 있는 제비꽃은 잠에 서 덜 깨어난 것인지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나 는 그날 새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꽃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후로 그곳은 중앙공원 부럽지 않은 내 비밀정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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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정원에는 산수유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자태가 아주 우아하다. 이른 봄날 노란 꽃으로 방긋 인사를 한 뒤 여름이면 초록색 양산을 펼치다가 가을이면 빨간 열매로 즐거움을 주는 산수유나무. 직박구 리가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곤 한다. 직박구리의 봄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한데, 계절은 붉은 손수건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어느덧 가을을 떠나보냈다.
12월, 나뭇잎들은 모두 사라지고 산수유 빨간 열매만 남았다. 나뭇 가지에 걸려 있는 열매가 꼬마전구 같다. 문득 학창 시절 국어 시간 에 외우던 김종길의 시 <성탄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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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검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 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나는 붉은 산수유 열매의 온기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 며 천천히 겨울 비밀정원을 거닌다. 아버지의 얼굴이 산수유 붉은 방울 알알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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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을 보고
- 이 땅의 75년생들에게 바치는 희망의 노래 이미옥 아들의 더벅머리를 해결해주기 위해 미용실에 들렀다. 잡지를 하나 둘 들척이다 나는 어느새 김고은과 정해인의 다정한 사진을 내 것 인 양 공들여 찍고 있었다. 10컷 정도 너덧 장의 사진을 고쳐 찍고 집에 와 혼자만의 시간에 그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으로 카톡 프 로필을 바꾸었다. 그리고 프로필에 글귀를 더한다. ‘나에게도 눈부신 시절 사랑이 있었네!’ 삶이란 게 때로 녹록지 않아서 늘 꽃길만 걷는 수도 있으나 쓰디쓴 맛을 많이 본 자로서 과거를 추억 여행하게 하는 응답하라 시리즈 처럼, 때로 우리 삶을 응원하며 토닥거려 주는 쓰담쓰담 스토리들 이 절실하다.
나 역시 호적상 빠른 75이지만 사실은 74년생으로 낼 모래면 50이 내 인생에 성큼 다가선다. 내 나이 21세이던 1994년, 25년 전의 삶 의 방식들 - 회사에 다니던 방식,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던 방식, 사 랑을 나누던 방식-은 나에게 퍽 익숙했었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에 겐 너무나 낯설었다. 스마트 폰, 페이스북, 카톡이라고는 그림자도 없어, 공중전화와 이메일로만 연락할 수 있던 그 시절, 공중전화와 이메일의 속성상 그 연락은 제한적이고도 녹록지 않아 그리운 사 람일지라도 오래도록 연락이 닿지 않던 그 시절의 감정들은 뜸 들 이는 밥 향기처럼 참 뭉근하였다. 연락하기보다는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던, 그래서 사람에 대한 마음이 진중하게 익어가던 그 시간이 생경하면서도 참 그리워졌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절 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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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꾸었던 꿈들, 내가 설레었던 밤들, 취업해야 하는 시기에 맞이 했던 IMF, 나의 첫 직장, 꿈과 이상 현실과 괴리, 재능과 현실과 괴 리, 유난히 후져 보였던 내가 빛을 발하던 나날들. 다시 꿈꿀 수 없 게 된 현실들……. 그러면서도 겁은 하나도 없고 자신만만하기만 했던, 본인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지극히도 사치스러웠던, 그러면서 도 나에게 있는 그늘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맑고 밝게만 인생의 역 경들에 당당히 맞서던 시절이 가까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첫사랑, 참 곱고 예쁘고 따뜻했지만, 또 기적 같았지만, 어느 새 신물 나고 벗어나고 싶었던 첫사랑이 성큼 다가서 눈앞에 현현 하였다. 인생에 대해 너무나 천진무구한 탓에 젊어 많은 고생하고 싶다며 모든 고생을 값지게만 여겼던, 그래서 아무리 험한 일을 많 이 겪고도 그 큰 고난을 다 겪고도 절대 황폐하고 싶지 않다던 20대 의 나는 그 꿈을 이루었을까? 이제 돌이켜보니 나는 그늘져 있었으 나 그늘을 인정한 적도 없었고 고되다 한 적도 없이 오로지 투사처 럼 20대 30대 40대를 한결같이 싸우고만 서 있었구나. 영화 마지막 ColdPlay의 <Fix you>가 깔리는 씬처럼 미친 듯 목 숨 걸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기만 한 내 인생에도 첫사랑이 찾아오 듯 내게도 이제는 황폐하지 않은 그러한 나를 마주하게 되기를 원한다.
30년 무한히 변함없이 달려온 나에게 많은 상을 주어야겠다. 이즈 음의 지침과 여행을 줄곧 계획하는 나를 이해하겠다. 딸과 이탈리 아 여행을 예약했다 막내 녀석 덕에 취소하게 된 사연,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러시아의 바이칼호, 백두산, 윤동주 생가, 독립운동의 흔 적들,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횡단해보고 싶은 중앙아시아, 아이들과 50번은 보았을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오스트리아 대저택 과 스위스의 산들, 영혼의 친구였던 지영이가 미술을 하고 싶다며 잘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떠난 가우디의 스페인도 자꾸만 가보고 싶 은 나를 이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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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마추픽추가 나를 부르는 것 같 은 페루도 자꾸 가고자 하는 나를 쉬이 이해하겠다.
아라비안나이트를 듣는 6세기경 페르시아의 어느 천일의 밤은 얼 마나 아름다웠을까? 나의 이야기를 눈으로 듣는 오늘 밤이 참 아름 답다. 나의 이야기여 더욱 창궐할지어닷! 푸르고 빛났던 나의 젊음, 눈부신 시간, 영롱하며 아련한 순간들. ‘나에게도 눈부신 시절 사랑이 있었네!’
젠더거버넌스를 아시나요?
김설희
이름조차 생소한 젠더거버넌스. 나는 이 활동을 3년 차 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활동을 얘기하려면 먼저 젠더거버넌스를 설명해 주곤 한다. 젠더거버넌스는 자치구 사업이 성인지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개선안을 만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도 ‘신나는 여성 자갈자갈’이 강동구의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 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했다. 익숙지 않은 행정 용어와 조례를 알고자 많은 자료를 읽고 관련된 의미를 찾는다. 현 장을 나가 직접 일하는 사람과 이용자들의 얘기를 듣고, 현실 가능 한 개선안이 나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보고서를 쓴다. 그러나 보고서의 명줄은 길지 않다. 보고서에 제안된 사업의 개선 안은 예산의 문제, 타과와 연결된 사업이기에 협력의 문제로 반영 이 어렵다는 담당 공무원의 코멘트가 달린다. 그 코멘트는 3년 동안 같았다. 정책 개선이 되지 못하는 보고서의 운명은 그걸로 사장되 어 파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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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내보고 싶어 구의원을 만나기 로 했다. 강동구 의회로 가니 생각지 못한 엄숙한 장소에 대한 긴장 감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서렸다. 진선미 구의원 과 인사를 하고 활동과 제안을 담은 서류를 내밀었다. 우리 얘기를 진실하게 말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의원은 강동구가 여성친화도 시인데 실상은 미비한 점. 자갈자갈의 활동 성격과 활동단체로서의 바람을 얘기했다. 듣고 있다가 이러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걱정이 점점 커질 때쯤 다행히 이어지 는 얘기에서는 우리의 제안을 얘기할 수 있었다.
양성평등 기금의 사용되지 않는 문제, 여성가족부의 예산의 문제 (90%가 보육예산임), 젠더거버넌스가 제도화되기 위해 영향 있는 직급의 담당자 편성,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곳에 같이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진선미 구의원은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 동할 것이고 관련 부서와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준비한 말을 다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활동사진을 열심히 찍고(이것도 기록으로 남을 것이니) 자리를 나섰다.
젠더거버넌스는 프로젝트 활동이고 예산 부족, 성인지 관점의 부재 로 정책반영이 어려운 점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봄이 되 면 모여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을 받고, 관심 있는 사업을 골라 뜨거운 여름에 현장 모니터링을 하며 아이를 재운 밤중에 서류를 쓸 것이다. 이번 서류는 명줄이 길어 생명력을 갖길 기도할 것이다. 젠더거버넌스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되기 위해, 소외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같이하기 위한 수 고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성평등한 사회는 멀리 있는 목적이 아니고 같이하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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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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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바라본 동네 사람들
사진 박경숙
어느 날 문득 집 앞 정류장에서 바라본 우리 동네 사람들. 누군가를 기다리고, 떠나고, 돌아오고, 반기고 또 헤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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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들의 발걸음과 뒷모습에서 삶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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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이 담긴 정겨운 손
사진 박경숙
암사시장에서 꿋꿋하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인들의 손. 고집스레 우리 밀 빵을 만들고 있는 베이커의 손.
삶의 의지가 느껴지는 강동구 주민들의 일하는 손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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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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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펼쳐서
서울 고명초등학교 5학년 나 윤서
나의 꿈은 화가이다. 나는 내 그림을 세상에 펼치고 싶다. 내 그림을 펼쳐서 밤하늘에 불꽃놀이 하는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다.
내가 빨리 커서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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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진으로 돌아본 이모저모 사진제공
박성식, 유명한
글
이은진, 이춘애
함크 이전
‘작은도서관 함께크는 우리’가 재개관식을 했다.
고덕 시장 안 백두쇼핑 2층에서 묘곡초등학교 근처, 고덕 래미 안힐스테이트 건너편으로 이전한 것이다. 부족한 이사비용은 벽돌 한 장 기부 행사로 모금했다. 작은 도서관 유지를 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었다. 벽면 전시책장에 색을 입히는 일도, 오래된 책상을 깨끗이 대패질한 것도 회원 들의 손길로 이루어졌다.
도움을 준 회원의 이름을 새긴 나무 명판이 천장 한쪽에 전시 되었다. 새 둥지에서 기존 회원들과 새롭게 만날 사람들과 함 께 만들어 갈 ‘작은도서관 함께크는 우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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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크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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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서, 화, 비 스케치
11월 9일 오후 2시 성내어울터로 향했다. 발표회 장소에 들어서자 창가에 예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캘리그라피 작품들이었다. 글씨도 예쁘고 어떤 것은 그림까지 곁들여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 악과 함께 시를 외워서 낭송해주는 시간은 관객들이 모두 숨죽 이고 들었다. 낭송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힐링 의 순간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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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주고받는 시 낭송을 보고 있노라니 꽃과 나비가 사랑을 속삭이는 듯이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출연자 전원이 기타연 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이 동아리의 이름이 조만 간 바뀔 것 같다. 시,서,화,요,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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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바라보다. 별별 이야기 그리고 the Festa
2019년 생활문화 거버넌스25를 통해 모인 동아리들이 합동전 시를 만들어갔다. 취미활동을 넘어 예술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전시, 공연들이 마을 속에서 속속 얼굴을 내밀었다. 그 중 「맘바라보다」,「별별이야기」는 7월 과 11월 성내동 4LOG에서 열린 전시회이다. 그림, 캘리그라 피, 수예, 목공 등 다양한 작품들이 주민들과 만났다. 삶 속에 서 예술을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누구나 예술을 삶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9년 전시 팀와 공연 팀이 함께 만나는 자리 「江同靑通 The Festa」가 11월 29일, 30일 이틀에 걸쳐 성내동 호원아 트홀에 펼쳐졌다. 생활 속에서 누구나 예술을 함께 즐기는 문 화를 만들어 보는 자리였다. 강동구 청년 예술인, 생활문화 예 술인과 만나고, 그들의 공연과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의 나눌 수 있었다. 빠른 세상의 흐름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고, 우리를 보고, 함께 나누는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기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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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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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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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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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모아 발표회 스케치
11월 1일 오후 7시에 디자인 카페 <허브>의 세미나홀에서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저녁을 못 드신 관객들을 위해서인지 입구에는 샌드위치와 따 뜻한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강동구에서 동요 지킴이로 활동하는 <소리 모아>의 활동을 몇 차례 경험했는데 너무나 짧게 끝나 아쉬웠었다. 이번에는 소리 모아의 발표회라 다양한 곡을 길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알프스의 소녀들 같은 복장으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 는 단원들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 행복이 관객들에게 스며 들었는지 관객들 표정과 반응도 매우 즐거워했다. 오랫동안 잊 었던 나의 ‘동심’을 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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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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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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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도 우리의 도서관입니다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2시, 강동아트센터 앞으로 사람들 이 모이기 시작했다. 녹지를 훼손하는 도서관 건립부지 변경을 요구하는 구민들이 한 마음으로 결집한 것이다. 이날 「서울시 장과 함께하는 강동구 2010년 예산 설명회」가 이곳 스튜디 오1에서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방문 시간에 맞추어서 모 인 사람들은 ‘강동구청은 녹지파괴 정책을 중단하라.’, ‘강동구 청은 도시공원 녹지를 보존하라.’, ‘녹지 훼손 개발행위 반대한 다.’를 외치며 그들의 의견을 박원순 시장과 강동구청에 전달 하였다.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186번지 일대 명일 근린 공원 공공도서 관 건립(안)에 대한 도서관 부지 이전과 녹지 보존 행동을 요 구하는 기자회견문이 낭독됐다. ‘도서관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가 아니라 찬성한다. 하지만 강동구의 자랑이었던 녹지가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민의 외침이 담 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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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한 도시계획 도로 공사로 명일 근린공원의 녹지는 약 5,000㎡(1,500평) 훼손, 감소하였다. 강동주민들의 산책로였 던 수영산의 일부가 처참하게 잘려 나가 사라지는 것을 개발과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해 왔다. 2019년 초 공동현관 게 시판에 붙어 있던「미세먼지 먹는 나무 심을 숨을 땅 찾기」 라는 강동구 공모문이 떠오른다. 서울시에서 점차 심해져 가 는 미세먼지와 도시 열섬현상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 안의 하나로 “2천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하니 어느 장 소든 이유와 희망 수종을 적어 응모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한 그루 나무라도 심고 가꾸는 것도 중요한 지금, 우리에게 주 어진 숲을 보존하는 행정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날 모인 사람들은 외친다.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을 하자고. 우리의 편리함으로 미래세대에 감당하지 못한 문제를 남겨주지 말자고. 나무 한 그루가 소중한 지금.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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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도 우리의 도서관입니다> 어린이 그림 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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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담> 마을잡지를 통해서 여러분도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소중한 당신의 원고를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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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마을의 변화와 삶의 모습을 소소하게 담은 ‘마을담 4호’ 1년에 한 권씩 만들어오던 마을잡지를 2019년에는 두 권 발 행했습니다. 페이지도 많이 늘어나고 마을담 3호와 4호 모두 각 750부가량 발행하며 마을 여러 곳에 배포했습니다. 우여 곡절을 거치며 책으로 묶여 나온 마을잡지를 받아 본 강동구 주민들의 반응은 참 다채로웠습니다. ‘글을 쓸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책으로 나오니 참 보람차요’, ‘이 렇게 예쁜 잡지를 만들었군요’, ‘마을에 이런 잡지가 있었나요?’, ‘일상의 사는 모습이 담겨 있는 우리 이야기가 참 좋아요’, ‘내 이야 기가 실려서 동네에서 유명인이 되었어요’라는 말을 하며 마을담 잡지를 손에 쥐고 웃는 이들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20여 명이 함께 마을잡지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 다. 스스로 기획을 잡았지만 쓰고 싶었던 글의 방향이 바뀌 는 주민도 있었고, 취재하고자 했던 주제가 마음처럼 원활하 게 풀리지 않아 의기소침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글 을 쓰고자 했다가 수필로 내용을 바꾼 이도 있었고 사진과 글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주민도 함께 마무리했습니다.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마을잡지를 통해 마을의 모습과 우리의 생활을 ‘기록’한다는 역할 에 충실히 하려고 모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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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동구에는 여러 가지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 양한 변화와 여러 활동 속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 함께 ’ 와 ‘ 연대 ’ 입니다. 골목상권을 유지하기 위한 상인들의 연대, 다양한 마을 미디어가 어울려 서로 돕는 목소리를 담고자 하 는 노력, 마을 정원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과 작은 도서관의 활발한 네트워크 활동, 점차 고층 아파트 숲으로 바뀌며 파 괴되는 강동구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이어가는 환경 활동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채로운 마을의 활동은 주민들 스 스로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합 니다. 천천히 가도 같이 가다 보면 어느새 큰 공감과 힘을 얻 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을담은 이런 주민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강동 구 사람들이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강동구의 멋과 맛을 알리고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곳 곳에 아름드리나무가 드리워져 천천히, 여유 있게 걷는 길이 아름다웠던 강동구도 이젠 도시 변화를 심하게 겪고 있습니 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자고 일어나면 마을이 다른 모습 으로 바뀌어 혼돈이 오지만 우리의 추억과 훈훈한 정서는 그 대로 살아있습니다. 그 속에서 마을담은 강동구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온기를 담는 마을잡지로 자리매김하려고 합니다.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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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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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를 아끼는 분들과 만나고 싶어요
‘마을담’은 강동구 주민들이 참여하여 제작하는 마을 잡지 입니다. 올해로 3년째 접어들고 있으며 마을 활동에 관심이 있는 주민, 글쓰기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웃, 강동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담으며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일상에서 사진 잘 찍기,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 마을에서 시야 넓히기 위한 공개 특강도 기획하여 열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2017년 12월 마을담 1호 발행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은하상-화합상 수상) * 2018년 12월 마을담 2호 발행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은하상-소통상 수상) * 2019년 9월 마을담 3호 발행 * 2019년 12월 마을담 4호 발행
연락하실 곳 / kitayama47@naver.com 010-6240-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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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담 4호 펴낸곳
마을담
발행일
2019년 12월 20일
기획
강동 마을담 편집위원회
진행
박경숙
디자인
윤재선
일러스트
이은진
후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장소제공
성내어울터, 승룡이네집, 함께크는우리 작은도서관
마을미디어 4기 김다혜 김명국 김설희 김효선 나성재 박경숙 박성식 봄빛 유명한 윤정현 음민서 이미옥 이영숙 이은진 이춘애 임광숙 정다현 천해 최경희 청소년 참여자 나윤서 함께크는우리 작은도서관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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