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잡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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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달빛정원 04

나의 작은 텃밭│무지개

07 옥상 텃밭 │오색자현 09 오색자현의 자연살이 │오색자현 11

무게를 재는 상점 “알맹”│느루현지

톺아보다 14 집 앞, 신월 공원│미소경미 19 신월종합사회복지관│주연배우 22 따릉이 사용법│씨걸은경

동네생활자 24 집밥이 생각나는 밥집│아싸경주 26 슬기로운 집콕 주부생활│향기송모 2 8 양천 청년 창업 까페│이이은

지구관찰자 30 달려라, 똥강아지!│프란쯔완 32 프랑스에서 온 편지│쥬씌미뇽 37

페미니즘, 이퀄리즘│임희정

아카이빙 테이블220 42 ‘테이블220’ 오픈을 축하하며│정선영 44 행사소식


달빛정원

나의 작은 텃밭 | 무지개

서울에서 텃밭 가꾸기 4년 차. 첫해는 농사 도사 언니들 옆을 따라다니며 놀러 다녔고, 두 번째 해는 곁눈질로 밭일을 배워가며 역시 놀러 다녔고, 세 번째 해에 들어서야 주먹 두 개만 한 배추 몇 개를 수확해 보았다. 네 번째가 되는 올해는 한 뼘의 땅을 가꾸는 일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기쁨을 수확할 수 있는지 톡톡히 그 재미를 맛보고 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나눔 받은 꽃씨들 04


ㅣ아무 씨앗 뿌리기 키친 가든을 상상하며 텃밭에는 먹을 수 있는 작물 모종들과 꽃씨들 을 심었다. 여기저기서 받아 온 씨앗들을 나의 작은 텃밭에도 심고 엄마네 옥상 상자 텃밭에도 뿌리고 남편 회사 사무실 앞 화단 앞에도 뿌려놓았다. 비 오는 날이면 빗물 흠뻑 맞고 빼꼼 고개를 내놓을 씨앗들 생각에 설레었다. 새싹만 보고는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안가서 꽃을 피워 이름이 밝혀지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ㅣ밥 꽃 구경 텃밭을 안 해봤으면 알았을까? 무, 배추, 당근, 벼에도 콩이 핀다는 걸. 감자꽃이 참 곱다는 걸. 꽃씨들은 아직 새싹인데 작물들은 여름이 익어갈수록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꽃이 피어야 열매가 맺기에 텃밭은 고운 빛깔로 가득하다. 나비와 달팽이 그리고 텃밭에 왔다가는 곤충과 벌레들도 이 기쁨을 나눠 먹고 간다. 작물 수확하는 것도 좋지만 꽃 구경도 마냥 좋은 나는 집에 꺾어놓을 요량으로 밥 꽃들을 꺾어왔다.

쑥갓꽃

무꽃

감자꽃

산마늘꽃 05


달빛정원

요즘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워와 부르는 노래가 있다. 듣다 보면 괜히 찡해지는 노래인데 글을 쓰다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난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ㅣ소박한 기쁨들이 이어지길 바라 지지대로 쓸 나뭇가지를 고르고 마 끈으로 정성스레 묶어준 지 얼마 안 돼서 방울토마토는 열매를 보여주었다. 연둣빛의 단단하고 싱싱한 토마토들을 보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토마토에 보여주는 엄마 미소. 뜨거운 햇빛 아래 빨간색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수확한 토마토로 뭘 해 먹을지 궁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텃밭 작물들이 예뻐 보인다. 누군가는 왜 힘든 일을 굳이 사서 하냐고, 효율성을 따지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텃밭을 가꾸는 일은 본능이자 삶에 대한 태도이자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내년에도 난 또 어디선가 일굴 땅을 얻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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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옥상 텃밭 ㅣ오색자현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이사 온 이유 중 하나는 옥상 텃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 이사 온 후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옆집 아주머니의 텃밭을 구경만 했었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열매가 어떻게 열리는지, 수확의 기쁨은 어떠한지를 함께 느껴 보고자 텃밭을 조금씩 가꿔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고추 모종, 가지 모종, 토마토 모종을 3~4개씩(모종 3~4개에 1,000원이었다^^)을 사다가 심고 상추는 씨앗을 뿌렸다. 은근 쑥쑥 자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토마토를 따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도 재미있게 느껴져 그다음 해는 딸기며 시금치, 열무도 심어보았다. 그렇게 2년쯤 하고 나니 풀 뽑기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물 주러 올라가는 것도 자주 잊었다. 그러다 보니 옆집 아주머니께서 옥상 텃밭에서 키우신 작물을 몇 년 동안 조금씩 얻어만 먹고 살았다. 07


달빛정원

그리고 올해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갔다. 오랜만에 올라간 옥상은 너무 반가웠고 동시에 ‘올해는 뭐 좀 심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 초에 시작된 코로나로 집에만 있는 것도 갑갑했고, 아이들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하루 종일 밥만 차리다 지나는 일상이 지루해진 탓도 있었다. 이렇게 안 나가는 것이 아닌 ‘못’ 나가는 상황이 길어지고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코로나 블루’ 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그런데 우울감이 드는 사람이 집안에서 작은 텃밭을 기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는 이야기를 최근 TV에서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옥상 텃밭에다 조금씩 작물을 심어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심은 딸기는 쑥쑥 자라 예전보다 실해져 제법 큰 딸기들이 열렸고, 호박이며 콩, 고추는 벌써 주렁주렁 열렸다. 그래서 고기 종류의 식사를 준비할 때면 상추, 깻잎, 고추를 바로바로 따다 씻어서 싱그러운 밥상을 만들었다. 애호박을 전으로 부치고, 된장찌개와 자장밥에도 넣어 먹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이지만 직접 따온 채소를 맛있게 먹는 걸 보니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굳이 힘들게 텃밭을 가꾸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잡초를 뽑는 일은 은근 허리가 아프고, 쨍쨍한 여름에는 물을 챙겨서 줘야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식물들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작물이 공장에서 찍어 나온 것이 아닌 하나하나의 땀으로 키워졌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 땀으로 일구어서인지 보람과 기쁨이 2배, 3배가 된다. 또 직접 기른 작물이라 농약 걱정 없이 건강하게, 바로 수확해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의 답답함에 조금이나마 내게 활력을 주고 기쁨을 주는 텃밭이 우리 집 옥상에 있어 너무 기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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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정원

작은 텃밭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tip ㅣ오색자현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음식물 쓰레기도 하나의 골칫덩이다. 음식물 쓰레기 비닐을 사는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 하루만 지나면 생기는 초파리와 음식물 썩은 냄새는 처리하기 힘들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버리고 싶지만 쓰레기 버리는 날이 정해져 있어서 그러지도 못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다 차도 버리는 날까지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날 밤이 오면 나 홀로 1층으로 내려가 버려야 한다. 하지만 옥상 텃밭의 한쪽 구석에 비료 만들 자리를 만들어 놓고 음식물을 바로바로 퇴비로 만들면, 음식물 쓰레기의 골칫덩이를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다. 물론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래도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채소 껍질도 나오고, 후식으로 먹은 수박 껍질도 어마어마한 양이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가 되다니, 참 고마운 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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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정원

음식물 쓰레기로 비료 만들기 퇴

비 산야초, 짚, 낙엽 등 동식물체인 유기물을 퇴적시켜 발효한 것 탄소인 낙엽 + 질소인 음식물 + 물 60%

준비물 통(아이스박스), 흙, 음식물(양념이 묻지 않은 과일, 야채 껍질 등)

말러서 넣으면 시간이 단축되요~

1. 흙을 바닥에 깐다.

2.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다.

3. 흙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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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정원

다시 쓰는 소비생활

무게를 재는 상점 “알맹” ㅣ느루현지

인체의 무게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1kg이 늘어나냐 줄어드느냐로 웃음과 눈물을 머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일상 곳곳을 채우고 있는 무게, 그 속에 깃든 가치를 가늠해보는 시간에는 마음을 쉬이 내지 않는다. ‘알맹이’는 물건의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일컫는다. 포장되지 않은 원형 그 자체를 의미하는 귀한 단어이기도 하다. 최근 이런 알맹이만 사 가는 것을 모토로 내건,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부제를 단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이 문을 열었다. 합정과 망원역 사이에 자리한 상점의 외관과 내부는 보통의 상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간중간 식물이 있고, 나무로 짜인 가구 위에 전시된 물품을 고른 후 구입하는 보편의 상점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몇 분의 둘러봄이 끝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너무 다른 게 많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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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정원

하나, 이곳에 비치된 물품의 다수는 벌크 용기에 들어 있거나 낱알이 포장되어 있지 않은 알맹이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벌크 용기에 든 물품의 경우 가져온 용기(혹은 비치된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아와 무게를 잰 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살 수 있는 물품은, 액상세제/ 천연세제/ 샴푸와 린스/ 오일/ 원두/ 향신료 등이 있다. 또, 제철농산물을 무포장 형태로 공동구매해 각자의 용기에 담아가는 이벤트도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둘, 공간 한켠에 폐기물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회수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다시금 쓰임새 있게 만드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단체&기업에 자원을 모아서 전달하는 창구가 되어주고 있다. 회수센터에서 받는 물품으로는, 우유팩/ 커피가루/ 작은 PE, PP플라스틱 및 실리콘/ 투명 페트병이 있다.

셋, 지구와 일상을 돌아보고 단단히 다지는 자원순환 강의와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이론 강의/ 워크숍/ 프리마켓 등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소비를 덜고 쓰레기를 줄이는 장을 다양하게 펼치는 중이다. 12


“알맹상점”이 독립된 상점의 형태로 자리 잡기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망원시장에서 상인들과 펼친 ‘망원시장@알맹’, ‘카페엠’과 ‘책방 에코슬로우’에서 진행한 팝업샵과 다양한 워크숍은, 무수히 많은 알맹의 친구들을 만들어냈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형태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제안하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주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경우도, 결국엔 물품을 사고파는 곳이라는 지점에서 소비를 촉구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알맹상점”의 경우, 리필 스테이션, 회수센터를 전면에 내걺으로써 자원순환&환경운동을 하는 살림 공간으로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하였다. 그렇기에 그 어떤 제로웨이스트 상점보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길 바라게 된다. 생각해보면 장바구니 들고 장보기도 익숙치 않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편의 문화가 되어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매김하였다. 껍데기 없는 장보기! 알맹이만 사는 장보기 역시,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 여정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남기며 짧은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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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숨어 있기 좋은 곳

집 앞, 신월 공원 ㅣ미소경미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0년2월부터 시작된 거리 두기는 한해의 반년이 지나도록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른 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집에서 온 가족이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고, 늘어난 시간만큼 생긴 가족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또 필요했다. 갑갑해진 사람들은 ‘슬기로운 집콕생활’과 ‘한적한 야외생활’을 추구하였고, 그렇게 달고나 커피와 차박이 유행하고 있다.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선별 기준으로, 마음대로 숨어 놀기 좋았던 장소를 소개하는 [숨어 있기 좋은 곳] 두 번째 장소는 양천구 신월7동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신월 공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월7동의 아파트는 30년이 지난 오래된 아파트이다. 20채의 아파트 건물이 동그랗게 단지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 총면적 15,465㎡(4,678평)을 자랑하는 ‘신월 공원’이 있다. 15


톺아보다

코로나 시대에 간간히 산책을 하고, 9살 아이가 뛰어놀 수 있었던 건 이 공원 덕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 집에 놀러 가지도 못했지만 그나마 공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안부 인사는 나눌 수 있었다. 코로나로 달라진 세상에서 집 앞의 넓은 공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텨온 6개월을 포함하여, 앞으로 남아 있을 더 긴 시간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웃들이 말하는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도 단지 안 ‘신월 공원’이다. 아파트 안에 있는 공원치고는 꽤 큰 편이어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운동하기에도 좋다. 공원 곳곳에 벤치도 많아서 앉아 쉬기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은 공간이 많이 있다. 운동하는 사람,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 뛰어나와 노는 아이들로 공원은 항상 북적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공원에서 아이들은 너도나도 마음껏 뛰어 다닌다. 봄에는 흐드러지게 꽃이 피고, 여름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녹음이 짙어지고, 가을은 발목까지 낙엽이 쌓인다. 눈썰매를 타기 좋은 언덕이 있어서 겨울이 오면 아이들은 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사계절을 뛰어놀며 아이들은 금방 친구가 되고 그 덕에 어른들도 이웃을 알게 된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경험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응원한다.


톺아보다

개인적으로 다른 공원보다 신월 공원이 좋은 이유는 오랜 세월이 만든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나무들도 줄을 맞춰 심어 놓은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종류가 심어져 있다. 7~8층 높이까지 자란 두껍고 곧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빼빼하게 위로만 자란 나무, 굽어서 옆으로 자라는 나무, 가지가 많은 나무, 덩굴이 올라가고 있는 나무, 새집을 품고 있는 나무, 개미가 줄을 지어 오르내리는 나무 등 하나하나 그 생김새가 다양하고 특징이 있다. 또 좋은 점은 인조 잔디를 깔아 놓은 축구장과 공원을 빙 둘러서 깐 트랙을 빼곤, 공원 전체가 다 흙 바닥이라는 점이다. 발을 감싸 안는 느낌의 흙 위를 걷는 건, 발을 밀어내는 딱딱한 콘크리트와는 느낌이 다르다. 아무렇지 않게 툭, 하고 내던져있는 흙 바닥의 투박함과 각기 다른 개성의 자유로운 나무들이 만난 ‘신월 공원’은 그 어우러짐이 멋스럽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이었다. 돌이 지난 아이가 맘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했다. 내 생활의 중심이 아이가 되어가고 많은 걸 아이에게 맞추면서,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나의 만족이라 여겼다. 직업도, 생활도, 성격도, 그렇게 집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를 위한다고 잠시 멈추었던 일들이 결국 나에게도 필요했던 일이었다. 공원에 소풍 온 듯 돗자리 펴고 앉아 간식을 먹고, 산책하며 노래를 듣고, 그렇게 나를 돌아보고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 앞만 보고 달려오던 그때의 내게 딱 필요했을 시간이었다. 아이의 놀이터로만 여겼던 집 앞 신월 공원은 나에게 마음의 여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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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소개하고 공원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노래의 멜로디가 밝고 상쾌해 소풍을 가는 듯하지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그런 느낌의 노래로 개인적으로 위로를 많이 받은 곡이다. 신월 공원에 들르게 된다면 들어보길 추천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 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18

글/노래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톺아보다

함께 숨쉬는 동네기관 신월종합사회복지관

김동호 관장을 만나다 l 주연배우

서울에는 100여 개의 종합복지관이 있다. 그 중 양천구의 종합복지관 수는 5개다. 신월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동호)은 그 가운데 가 장 오래된 복지관이다. 지난 달, 2007년 취임 후 지금까지 관장을 맡고 있는 김동호 관장(이하 김 관장)을 만나보았다. 신월종합사회복지관(이하 신월복지관)은 1991년에 건립된 이후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설 때 한 번 이전한 후 지금까지 신월동을 지키고 있다.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여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 관장은 2014년 5월에 신월복지관이 이사를 하며 “당신의 삶에 복지를 더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새롭게 내걸고 줄곧 지역사회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19


톺아보다

특히 주변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젊은 세대층이 유입되면서 미취학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욕구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욕구에 발맞춰 신월복지관에서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창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한 주변이 소음 피해지역인 점을 감안하여 공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힐링영어캠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이는 이주여성을 원어민 강사로 채용하여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느린학습자’ 프로그램은 발달 정도가 경계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적절한 교육과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해냄학교’를 운영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주부들을 위한 ‘주부성장학교’는 자격증 취득을 통해 개인이 성장하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이수 후,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이나 강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신정3동과 신월 2, 6동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센터와 권역별 협력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신월복지관의 특징이다. 김 관장은 각 기관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소외계층을 지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기금 지급 상담에 10명의 복지관 직원들이 각 동의 주민센터로 파견돼 업무를 함께 했다고 한다.

“실제로 2월 21일부터 휴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고민이 큽니다.” 김 관장은 말한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이전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후에는 운영 방식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예를 들면, 10명 이내의 수업 또는 비대면으로 수업이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변경 계획 및 실행하고 규모가 큰 사업이나 활동 등은 사이버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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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

김 관장은 이후 상황에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서도 가장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취약계층이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지역사회 리더와 지역의 가게를 발굴하는 ‘행복돋보기’ 사업으로 지역 내 취약계층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관장의 가치관은 “敬天愛人(경천애인)”이라는 네 글자 속에 들어 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구이다. 복지관 관장실 벽에 걸려있는 네 글자가 김 관장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모토라고 한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와 설득으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복지관이 “지역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14년여 동안 관장직을 맡으며 복지사업에 큰 줄기를 만든 듯하다. 젊은 사회복지사들과 복지관 직원들에게 복지사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묵묵히 일러주는 모습이 동네의 큰 어르신 같은 모습이다. 현재의 ‘찾동’ 서비스가 생기기 이전부터 ‘찾아가는’ 복지 활동을 했던, 그야말로 발로 뛰는 지역사회 복지가이기도 하다. 마음에서 열 번 다가가면 한 번은 실제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처럼 김 관장의 열정과 노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터뷰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동 받는 경우가 있다. 김 관장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사회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실망하고 좌절해서 외면했던 우리 사회,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 사회 곳곳에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가치가 난무하는 혼란한 사회에서 김 관장처럼 앞장서서 기준을 만들어주는 사람들 덕분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톺아보다

씨걸은경이 친절히 알려주는

따릉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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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스토어에서 따릉이 어플을 설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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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화면을 보시면 LCD형 QR형의 상단에 2가지의 버튼이 있어요.

LCD형 따릉이는 거치대 연결장치가 있는 기존 대여소에서만 (노란점) 반납이 가능한 모델 입니다.

QR형 따릉이는 거치대가 없이 대여소에(초록점) 반납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양심이 조금 부족하신 분들은 아무데나 세워 두는 경우도 있음!!

2

네이버나 카톡으로 로그인합니다.

4

메인 화면의 지도에는 초록점과 노란점이 있습니다.

초록점

LCD, QR형 모두 반납가능 노란점 QR형 반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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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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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오른쪽 3선을 터치하여 이용권을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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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에서 내가 가려는 대여소를 지도에서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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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자전거를 선택 후 자전거에 붙어 있는 방식 을 체크합니다

LCD 자전거는 어플 안에 거치 대기 중 자전거를 선택 > 단말기 홈버튼 선택 > 단말기 오른쪽 잠금 장치 분리 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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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구매를 터치하면 구매 방법이 나옵니다.

>정기구매

매달 정해진 금액으로 구매

QR 자전거는 어플에서 QR코드 대여를 선택

>일일권

-> 코드 찍기-> 잠금장치가 열린 후 사용

하루에 사용하는 금액으 로 1, 2시간 단위로 구매 / 이용이 완료되면

사용 시간 초과 시

‘따릉이 대여소’에 따릉이를

5분마다 200원의 추가 요

거치한 후 잠금장치를

금 발생

꼭 잠가주세요.

(반납 시 추가로 지불) >선물하기

선물받을 분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선물 가능 >단체권

최대 5명의 인원이 같이 사용 가능

<<주의>> 신규대여소에는 반납이 안되고 기존대여소에만 가능하니 어플로 대여소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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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생활자

집밥이 생각나는 밥집 | 아싸경주 주막집

엄마밥이 먹고 싶으면 쪼르르 달려가는 밥집이 있습니다. 다른 식당처럼 사재 반찬이 아닌 깔끔하고 정갈한 나물 반찬, 무침 반찬이 나오지요. 직접 담가 무쳐주는 오이지무침, 마늘장아찌는 밥을 부르는 맛이지요~ 요것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일 것 같은데... 그때 나오는 메인요리, 갈치조림! 두툼한 갈치살이 한눈에 들어오고 매콤하고 짭쪼름한 냄새가 입가에 침이 고이게 만듭니다. 바글바글 졸이면서 숟가락에 두툼한 갈치살과 푹 익은 무를 올리고 조림 안에 있는 양파와 청양고추를 올려서 입에 넣으면 세상 맛있을 수 없어요. 게다가 이모님이 직접 만드신 쌈장에 고추를 푹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이 또한 밥이 술술 들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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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등어조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등어조림은 살이 쫀득쫀득하며 육즙이 나와요. 이 또한 푹 익은 무에 양념을 같이 넣고 밥을 쓱쓱 비비면

“와우!” 탄식이 절로 나오면서 이성을 잠시 잃은 채 밥을 먹고 있네요~ 밥도 다른 식당처럼 푸다 만 것 같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아 주시는데요, 여기서 이모님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답니다. 남자들은 조금 큰 공기에, 여자들은 조금 작은 공기에 주시는데요~

저는 어느 공기에 주셨을까요? 빙고~ 큰 공기에 밥을 받았답니다! 조금 슬펐지만 맛있는 밥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군말 없이 다 먹어 치웠네요. 다음 타자는 제육볶음! 생고기에 과일을 갈아서 이모님의 특제 양념으로 버무려 윤기가 좌르르 흐릅니다. 채소로 음식의 양을 늘리지 않고 오로지 고기만 준답니다. 다른 곳보다 양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채소가 빠지고 고기로만 보면 훨씬 많은 양이지요. 제육볶음의 하이라이트~~ 메인메뉴인 듯 나오는 된장찌개가 포인트입니다! 꽃게 몸통이 잔뜩 들어가고 온갖 채소도 듬뿍, 국물맛이 끝내줘요~~

매콤달콤한 제육볶음 한 입 먹고 된장찌개를 호로록 한 입 먹으면 밥~ 두 공기 각이지요ㅋㅋㅋ 이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막 돌고 있네요!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제가 주막집을 다니면서 느낀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해요. 주막집에서 메뉴를 시킬 때에는 한 테이블에 같은 음식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막집만의 룰이 있습니다.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고요, 혼밥은 곤란하니 친구 또는 가족들과 같이 가셔서 드시는 걸 강추합니다. 전 저의 동반자 남편과 항시 같이 간답니다. 조림을 미리 해놓는 게 아니라 주문시 바로 해주기 때문에 같은 메뉴로 통일을 해서 바글바글 끓여 먹어야 맛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 가시는 분들은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맛이 모든 것을 말해주니 가서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주막집 주 소 : 서울 양천구 월정로 57 연락처 : 010-6788-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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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맞서는

| 향기송모

삽화_이인서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는 우리에게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가 몰려왔다. 우리는 모두 놀라고 당황했으며 평범하게 누리던 모든 일상을 빼앗겼다. 서로 거리를 두어야 했고 만날 수도 없었으며, 함께 차를 마실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아이들은 등교할 수 없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영업장 문을 . 닫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일시정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내야 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야 했고 우리의 생명줄과도 같은 마스크를 구하는 전쟁도 치러야 했다. 의료진들은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일선에서 환자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내야 했다.

50대 주부인 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와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의 슬기로운 주부 생활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우선 내가 배우던 요가와 캘리그래피 수업이 일시정지 되었고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을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어 팔다리가 다 묶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19는 비말로 가장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피치 못해 외출할 때는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였다. 외식을 못하고 집밥만 하는 상황이 주부인 나에게는 제일 큰 고민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식재료를 주문하게 되었고 주문하면 바로 배송되던 것들도 3~4일은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전쟁이라도 치르듯 라면이며 휴지며 집 안 곳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품이 문 앞에 놓이면 소독용 알코올로 제품들을 잘 닦아내고 집에 들여놓기도 했다. 특별히 돌보아야 할 아이나 어르신이 없는 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것이 나의 큰 숙제였다. 가족들이 다 출근하고 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말 한마디 함께 할 사람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24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다 보니 여기저기 집 안 구석구석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쓸데없이 부지런해지기도 했다. 하루에 한 군데씩 정리하고 버리고 치우고 위치 바꾸고.... 그러자 집 안에서의 생활이 더 피곤해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들도 굳이 다 끄집어내서 일을 만들다 보니, 몸은 피곤해지고 마음의 색은 블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방송에서도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한다며 ‘코로나 블루’라는 병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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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고 집콕 생활을 해야 한다면 슬기롭고 재미있게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이러 저러한 이유들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의 슬기로운 집콕 주부 생활을 위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보았다. 책 읽기, 뜨개질, 바느질, 일기 쓰기, 라디오 듣기 등등. 이런 일을 하면서 나는 즐거워졌으며 마음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주 고마운 택배 배송 기사님들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온라인으로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재료와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로 이것 저것 해보면서, 나는 하루 하루 견디며 살아내고 있다. 어떤 날은 낡은 청바지로 티 매트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쁜 도일리를 떠보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날에는 수세미 실을 잔뜩 구매해 수세미를 뜨기도 했다. 수세미를 뜨면서 지금 이 상황이 좋아지면 지인, 형제자매와 함께 수세미를 나누어 쓸 생각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친구들과 형제자매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책을 읽기도 하고 마음에 남는 책의 구절을 필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갈 수 없으니 예쁜 잔에 커피를 마셔보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카톡으로 여럿이 모여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서로의 식사 메뉴를 공유하며 불안한 마음도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톡방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한층 더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가까이 사는 언니는 내게 주고 싶은 음식들을 드라이브스루 전법으로 아파트 경비실에 건네주고 가고... 참 별스럽게도 다 살아본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하던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직도 코로나19는 우리 곁에 있다. 끝나려나 싶으면 또 누군가를 시작으로 또 번져가고... 그런 날의 반복으로 살아간다. 방호복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들이 얼굴에 밴드를 부치고 해맑게 웃으며 인터뷰하는 뉴스를 볼 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하며 울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했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도 아닌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도울 일은 도우면서 그렇게 이 어려움도 웃으면서 끝낼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 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그날까지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위로하며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먼 훗날 2020년에 우리는 참 힘들었고 아팠지만 그래도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고 옛날 이야기로 말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소망해 본다.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있는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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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것을 앞서 아는 공간

양천 청년 창업 카페 | 이이은

내가 살고 있는 신정 3동의 행복주택 이든채 아파트 지하에 양천 창업 카페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양천구에도 청년을 위한 공간이 점점 생기고 있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창업카페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그리고 양천 상상마당이 운영하는 창업문화의 확산과 예비창업자를 꿈꾸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창업카페는 주소상으로는 지하로 되어있지만, 입구가 지상에 있어 지하라는 느낌은 없다. 바로 옆 ‘연의공원’과 이어져 있어 푸른 풍경이 배경으로 보인다. 창업카페에 방문하는 김에 공원 산책까지 한다면 우리 동네를 100%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카페 입구로 들어서면 새 공간인 만큼 하얗고 쾌적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좋은 향기도 나는데 무슨 방향제인지 나중에 살짝 여쭤볼까 싶은 정도로 좋은 향이었다. 리셉션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 공간은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코워킹 공간으로 회의나 단란한 소모임을 하기 좋게 되어 있다. 나도 이 공간을 한국화 수업을 진행하거나 미팅을 할 때 자주 애용하고 있다. 개별 공간으로서 오순도순 사용할 수도 있고, 깨끗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이라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언제나 높다. 공간을 대관하기 위해서는 방문이나 유선을 통해 담당자에게 예약하면 된다. 리셉션의 오른쪽, 오픈된 공간은 넓은 책상이 많은데, 내가 방문할 때마다 청년들이 공부나 업무를 하며 이용하고 있었다. 요즘 학습 공간이 다양해져 독서실이나 도서관보다 가까운 카페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멤버십에 가입한 이용자에 한해 하루에 커피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리고 책상에 콘센트가 잘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스터디 공간으로 추천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그래서 나도 간단한 절차의 멤버십 가입 후 제공되는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는데, 직원분이 좋은 기계로 직접 내려주셔서 무료 커피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사물함도 준비되어 있어 사용을 원한다면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더 큰 공간이 나오는데 화면과 강단이 있어, 강의나 발표 공간으로 사용하기 적합해 보였고, 실제로 이곳에서 대인원 수용이 필요한 강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강의나 행사가 없는 평소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공구를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점이다. 나는 1인 가구라 집에 공구랄 것이 딱히 없는데, 혼자 조립하거나 보수해야 하는 일이 생겨 공구가 필요할 때는 비싼 가격에 구입하기도, 빌릴 수 있는 이웃도 마땅하지 않아 곤란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웬만한 공구를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대여할 수 있다니, 우리 집 지하에 나만의 창고가 생긴 것처럼 든든한 마음이 든다. 운영시간도 보통의 공공기관과는 다르게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여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내부 벽에 창업카페에서의 활동 참여를 모집하는 다양한 포스터들이 있었다. 도자기 만들기 수업, 팝아트 수업, 뜨개질 모임 등 주민을 위한 접근성이 좋은 프로그램 등도 있고 창업교육, 예술행정 실무 교육, 3D 프린팅 수업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 등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진행이 어려워, 비대면 창업상담만 진행 중이다. 전체적인 방문 소감으로는 쾌적하고 잘 준비된 공간이라는 점과 직원분들이 친절하여 공간 이용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창립된 청년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발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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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똥강아지! | 프란쯔완

“네!? 퍼레이드에 아이들을 참여시키자고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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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님의 제안, 즉 코로나19로 지친 양천구민들에게 요 귀여운 아이들이 힘내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효과가 2~3배는 되지 않겠느냐는, 일리 있는 말에 넘어가서. 일단은 ‘달 똥!’ 식구들을 설득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띄고 설득 작업에 들어간 나! 하하하! 역시 우리 달 똥님들~ 흔쾌히 퍼레이드에 동참하기로 했다. 의상 점검까지 모두 끝냈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2XL의 ‘콩이’가 참여를 못 하게 된 것이다. 콩이 언니가 갈비뼈에 금이 가서 걷는 게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아이들이면 엄마가 안가도 친한 이모들이니 따라갈 테지만, 콩이는 엄마 외에는 꿈적도 하지 않는 아이였고 행사 하루 전날 댕댕이를 섭외해야 하는 나로서는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도 평상시 이모들을 잘 따르는 ‘우유’가 섭외되었고, 의상 사이즈가 문제였지만, ‘함식’이랑 한 사이즈 씩 크게 입혀서 퍼레이드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드디어 행사 당일! 아이들 등 위에 한 글자씩! ‘힘내라 양천’이라고 쓰인 순서대로 행진을 하려고 노력은 하였으나......! 시작과 동시에 개판이 되고 말았다. 등에 붙여진 글자 순서는 무슨! 응가 하시고, 냄새 맡으시고~ 예상했던 모습이었으나, 의외로 구민들의 반응은 너무 좋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쨍한 오렌지 의상을 맞춰 입고 걸어가는 모습만으로도 인기 짱이었다. 마지막 관문인 파리공원 입성을 앞두고 다시 정렬을 하고, 공원 안으로 씩씩하게 들어서는 우리 똥강아지들! 더운 날씨에 자식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흔쾌히 참여해 준 ‘달 똥!’ 식구들에게 고맙다. 코로나19에 우울한 나날과 답답한 일상을 보내던 구민들에게 즐겁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웃음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어서 뜻깊은 행사였다. 마스크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에도 참여했고 ‘위 캔 두 코로나19 힘내라!’ 마지막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너무 뿌듯하고 즐거웠다. 마을공동체 ‘달 똥’!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이들과 웃음 바이러스를 쭈욱 퍼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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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lettre de la France

프랑스에서 온 편지 | 쥬씌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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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의 조용한 동네인 이곳은 출퇴근하기 좋은 소도시이다. 한 켠에 센느강이 흐르고 교외선이 강변을 따라 지나간다. 아이들은 학교로 학부모들은 일터로 빠져나간 동네는 가끔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이 소도시의 고요함은 곧 외로움이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때는 바깥세상으로 나를 데려다줄 전철을 타고 혼자 어디든 가리라는 상상을 하며 막내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어느새 이 동네에서 12년을 보냈으니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다. 어느 곳이나 정붙이고 살기 나름이라고 첫 아이가 유치원과 음악학교를 가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아이들과 더불어 나에게도 좋은 친구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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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은 동네에서 익명성을 가지고 살기란 참 쉽지 않다. 특히 나같은 동양인은 이곳에서 사람들 눈에 띄기 마련이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내 얼굴을 알 수도, 내 특이 사항을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이웃, 그 이웃의 가족…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고 있다...? 학교에 아이를 찾으러 간다거나, 빵을 사러 가는 길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서로 잘 모르지만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거나 짧게 ‘봉쥬르’하고 인사를 나누게 된 사람들, 아직은 서로를 파악 중인 어색한 사람들... 길에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도, 누군가는 꼭 만나게 되니 내가 다니는 익숙한 이 길들이 가끔은 불편하기도 하다. 3월 중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프랑스는 휴교령에 이어 이동제한령이 내려졌다. 근 두 달간 모두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장을 보거나 조깅을 하러 밖으로 나가려면 사유서와 신분증을 지녀야 했다. 절차도 귀찮고 하루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르니 집 밖의 세상이 두렵기도 해서 일주일 치 장을 보고 집에서 버티기가 시작되었다. 가끔 멀리서 엠뷸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두 달 가까이 이동제한령이 내려지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만남이 줄어드니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고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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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에게도 특별한 경험의 시간이 주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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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늘 이른 아침엔 아이들의 등교준비로 전쟁을 치르는데, 휴교령이 내려지자 아침 시간이 내 것이 되었다. 차 한 잔 마시고 손길이 필요한 꽃과 나무를 돌보았다. 마침 옆집에 사는 마리 아줌마가 담장 너머로 말을 걸어오셨다. 며칠 전부터 꽃밭을 만들려고 땅을 갈아엎고 있었는데, 궁금하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이동제한령이 풀리면 원예상점에 달려갈 생각으로 땅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내게 줄 것이 있다고 하신다. 그날 이후 담장을 사이에 두고 매일 아침 마리 아줌마와 함께 하는 체조와 정원 가꾸기가 시작되었다. 마리 아줌마는 매일 정원에 있는 화초를 한 웅큼 씩 떼어서 나에게 주셨다. 그리고 정원에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거나 새가 물어온 꽃씨들이 싹을 틔우기도 하는데, 올해는 운 좋게도 제비꽃과 풍로초가 잔뜩 피었다. 잡초 취급을 받지만 노란꽃을 피우는 애기똥풀도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어떤 날은 옥양목에 야생화를 그리고 친구가 준 둥근 수틀에 팽팽하게 끼워 색실로 수를 놓았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며 보고 싶은 친구 얼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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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오후엔 가끔 남편이 기타를 치며 이웃들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대중가요를 불렀다. 그리고 저녁 8시면 창가에 나가 의료진을 위해 박수를 쳤다. 그 시간에 아픈 사람은 없는지 안부를 묻고 생일을 맞은 이웃에게 축하송을 불러 주기도 했다. 이름도 ‘Angel’인 앞집 아저씨는 직접 키운 토마토 묘목을 이웃들 대문 앞에 놓고 가셨다. 재봉틀을 가지고 있는 나는 짜투리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렇게 이웃 간의 연대로 감옥생활을 나름 잘 버텨내었다.

6월이 되자,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건너온 화초는 뿌리를 내리기까지 잘 견뎌주어 꽃이 피어나고 있다. 동자꽃, 도라지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볕이 잘 드는 담벼락에 심은 토마토는 노란 꽃을 피웠다. 재미로 심은 감자도 쑥쑥 잘 자라고 있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옮겨와 잔뿌리를 내리기까지 물을 주고 노래를 불러준,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이 떠오른다. 감사하다. 그리고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올해는 꽃들이 다른 해보다 더 아름답게 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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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여성시대

페미니즘 , 이퀄리즘 | 임희정

어린 시절 이사를 자주 다녔다. 몇 살이었던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그날도 1톤 용달차에 이삿짐을 싣고 엄마와 나는 새로운 집으로 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때는 어려서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 다리를 조금 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저씨가 기어를 움직일 때마다 아저씨 손이 내 다리 사이에 부딪치곤 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때의 불쾌하고 두렵고 나쁜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다리를 모아 피해 보려고 노력을 안했던 건 아니지만 어린 나이의 나는 분명 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엄마의 큰 손이 내 다리를 엄마 쪽으로 끌어 꽉 잡아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어려서였는지 이사가 더 급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저씨에게 별 말 없이 그렇게 상황이 무마되었다. 어쩌면 엄마는 내 상황을 정확히 모르셨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맞지 싶다. 그러니까 이사 후에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고 그렇게 나도 그 일을 잊은 채 별 탈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그 기억은 아주 가끔씩 기분 나쁘게 한 번씩 나를 찾아와 알 수 없는 화를 불러 일으킨다. 혹자는 별일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그때의 일이 아마도 내게는 지울 수 없는 나쁜 경험일 듯 싶다. 살면서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굳이 경험하고 싶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경우의 사건은 일방적인 가해 행위로 일어나는 피해 상황인 것이다. 요즘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성폭력, 성폭행 뉴스를 보면 너무도 다양하고 극악함에 기가 막힌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무시한 그들의 악행은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의 법은 아직도 그들에게 관대한 것이 현실이다. 오래전부터 여성을 남성에게 귀속했던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발생시켰으나, 법은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피해자가 보호받기에는 너무도 편협하다는 것을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문화 수준이 높아진 지금도 우리는 느끼고 있다. 37


사진출처 뉴스 1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불의에 대항하기 위한 감정적이거나 물리적인 형태는 올바른 방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피해자로, 남성을 가해자로 확정하여 보상을 받고자 하는 운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데 그 결과는 더욱 더 남성에게 우월감을 가지게 하고 종속의 관계를 굳건하게 할 뿐이다. ‘여성우대’, ‘여성전용 주차장’, ‘여성 배려칸’ 등은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여성들이 스스로를 연약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화적 배려에 좋은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고 만족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우월함을 남성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여성의 우월함은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은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로서 남성과 동등하기에 능력과 노력에 맞게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이 있었다. 자국 범죄자는 자국의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성범죄에 대한 우리의 법적 처벌 수준이 미약하고 관대하다면 청구국인 미국에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는 법을 다루는 이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벌어진 오판이었다고 생각한다. 타국에서는 성범죄, 특히 아동성범죄는 중죄로 다루며 어떠한 타협도 불허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의 법은 가정, 직장, 사회에서의 성적 인권유린에 대해 소극적이고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갈수록 다양하고 극악해지는 성범죄 발생의 원인으로서 성 인식의 변화와 함께 치안 및 법적 처벌의 수위 또한 강력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천도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 봄알람 / 2016

여성혐오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해’ 뉴스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여성들의 불안감과 공포에 대해 “유난하다”, “기분 나쁘다”는 남성들의 비난을 참거나 고통받지 않고 성에 대한 완전무결한 논리를 갖추어 대응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여성으로서 보호받고자 함이 아니며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언어적, 논리적 사고로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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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빙

양천해누리복지관 모두가 이용하기 편한 가게! 편의시설 설치를 통해 장애인, 노약자 등 모든 지역주민이 이용하기 편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품목을 설치해드립니다. > 높낮이 조절 세면대 > 양변기 자동 물내림 감지기 > 경사로 화장실 구조가 불편해 사용하기 어려웠던 곳, 높은 문턱으로 이용하기 어려웠던 가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세요!

신청방법 :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전화신청 문의 : 경사로 설치 02-2652-3737 세면, 물내림, 감지기 설치 070-4804-6012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문 앞의 예술놀이 결과공유전시회

<택배, 예술이 되다> 전시기간 : 8/3(월)~ 8/28(금)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이용한 사전 예약자 대상으로 운영되는 전시입니다.

문의 : 02-269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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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의 바느질이야기

공예주간 <9월18일~26일> 핸드폰,카드 미니가방만들기 무료체험을 진행합니다. - 18일 (금) 11시~1시 3명 - 21일 (월) 11시~1시 4명 - 25일 (금) 11시~1시 3명 장소 : 서울 양천구 은행정로7길 37 1층 문의 : 010-8886-9529

청년건축가 팀 삼차선 x 반지하예술공간 십삼월이야기 반지하예술공간 공간 십삼월은 SH사울도시주택공사의 지원 사업으로 청년건축가가 서울시의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전시공간과 청년예술가의 작업실로 운영 중입니다.

오픈 행사 일시 : 9월 5일은 4시 30분 부터 8시 30분까지

전시공간 오픈 <9월2째주부터> 매주 수금토 2시부터 6시까지 십삼월 입주작가 ‘투민’의

‘보름달’ 전시가 진행됩니다.

기간 : 9월 5일부터 9월 26일까지 .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키링 만들기 워크샵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samchasun)을 통해 꾸준히 업로드됩니다.

장소 : 신월동 71-16 성우빌라 B02호 문의 : 010-9782-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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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시민협력플랫폼 마을+교육분과 양천지역 학교밖 마을교육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마을교육활동을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마을교육 주체들의 연결을 꾀하고 <온오프라인 서로 배우는 마을교육한마당> 행사를 통해 주민들과 학교밖 마을교육의 지향과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더 많은 마을교육 주체들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일시 : 9월 중순 예정

문의 : 010-2705-4035

신월종합사회복지관 신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1인가구 지원사업 '함께하는 혼-LIFE'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혼-LIFE' 다양한 생활관련 수업과 소셜다이닝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문의 : 02-269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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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복합공간

‘테이블220’ 오픈을 축하하며 | 정선영

코로나로 인해 이런저런 모임들이 사라지고 아이들과 종일 집에서만 보내던 터에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한다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콧바람이나 쐴 겸 단단히 마스크를 하고 나섰다. 오랜만의 외출인데 하늘은 공연히 심술부리는 것처럼 우중충하더니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았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살짝 귀찮아진 마음이었는지 혹시 모임이 취소됐다는 메시지가 왔는지 카톡을 한 번 확인해 보고 그제서야 길을 나섰다.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것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일이기에 나름의 사명감이나 비전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으면 각자의 상황과 어려움을 견뎌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다는 건 이 모임을 이끌어가는 구성원들의 애정과 노력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잠깐의 휴식 같은 외출에도 주저하던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말이다. 오늘 그들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오픈식은 그간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었고,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기획된 프로그램들과 함께 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남은 2020년을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게 될지 기대된다. 누군가는 함께 이야기 나눌 누군가를 만나러,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교육받으러,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나누러 이곳을 찾아와 각자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을 것이다. 나는 그들만큼이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이 행복한 공동체가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떠들고, 별스럽지 않은 일에 웃고,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한 곳. 열정과 기쁨이 켜켜이 쌓여 이곳만의 특별한 향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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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Visit)

GV

영화 상영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 이 직접 방문하여 영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응답도 주고받는 무대를 말한다. 배우들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나가는 무대인사랑은 좀 다른 개념이다.

시네마실 영화상영회 동네 마실 가듯 즐기는 영화제~

마실 거리와 먹을 거리가 있는 영화제~

대상 양천구 지역주민

영화를 수다로 풀어보고 파티와 공연으로 신나게 놀아봐요. ●

신청 방법 및 문의 이메일 08032lee@naver.com 또는 SNS상의 네이버폼

일시 추후 공지 44


SW 창의융합수업 3D 펜 체험교실 ●

9월오픈예정 매주 토요일 10시30분 / 13시

역사를 배우며 만들어봐요 ●

3D 펜 융합수업 매달 토요일 첫째, 셋째주 10시30분 / 13시

오조봇 코딩 융합수업 매달 토요일 둘째, 넷째주 10시30분 / 13시

대상 초등학교 3~5학년

신청 방법 및 문의 이메일 08032lee@naver.com 또는 SNS상의 네이버폼으로 지원

문화예술분야 강사모집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는 2020 사회적기업 육성가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문화거점공간인 <테이블220>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간 을 활용하여 지역주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강사를 모집하오니 아래 내용을 보시고 열정 있는 강사님들의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모집 분야 인문학 / 수공예 / 예술 / 쿠킹 / 탐방 등

혜택

프로그램 운영 협의 시, 일정 기간(2~3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과 재료비 및 수업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 활동을 지원합니다. ●

지원 대상 해당 프로그램 운영의 능력이 있는 누구나

지원 방법 및 문의 이메일 08032lee@naver.com 또는 SNS상의 네이버폼으로 지원

제출 서류 - 이력서와 -프로그램계획서 (양식 별도)

상기 사항은 추후 변경 될 수 있습니다 45


'테이블220'은 사회적기업 육성가 사업의 일환으로 30~40대의 자립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입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신월동의 복합문화예술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주민 및 단체에 공간을 대관하고 있습니다. * 연락처:010-5204-9414 생활예술마을공동체

* 위치:서울시 양천구 신월로 220 동방아파트 상가 101호

테이블220 대관 자료 >>룸 대관 최대 14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규모 세미나, 워크샵, 미팅, 개별 모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Reservation Fee 기준인원 _ 8인 수용인원 _ 최소 6인 – 최대 14인 이용요금 _ 2만원 / 시간당 추가요금 기준인원(8인) 초과 시 인당 2천5백원

>>전체 대관 15~30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세미나, 워크샵, 전시회, 개별 모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Reservation Fee 기준인원 _ 15인 수용인원 _ 최소 13인 – 최대 35인 이용요금 _ 9만원 / 시간당 추가요금 기준인원(15인) 초과 시 인당 2천5백원

Facility *외부 식사 또는 음료 반입시 Service Fee가 추가됩니다.

-65인치 LED tv -노트북 -블루투스 음향시설 -무선마이크

대관신청서 http://naver.me/FUwdBGBY -대관신청 후 문자를 꼭 남겨주세요 46


샌드위치 및 케이터링 스몰뷔페바 12.0 샌드위치 외 5종류

스몰안주바 15.0 바삭황태구이 외 5종류

기본샌드위치 5.5 타마고샌드위치 5.0 (다과혼합+500) 10인 이상 주문 / 포장 가능

케이터링 주문서 http://naver.me/FUwdBGBY -주문 후 문자를 꼭 남겨주세요 47


표지사진 UND 스튜디오 이정문실장 표지 나무로봇 협찬 모이동 목공방 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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