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을 을 닮 아 가 는 잡 지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 다
창간호 특집기사
경숙씨는 왜 그래? 우리도 상 주자! 평생주부 안성구의 현대시장
2016년 금천광고대상
닮다 창간준비모임+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마을 이야기를 담아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창간호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다’의 제호는 박원순 시장님이 써주셨어요.
마을을 닮아가는 마을잡지 ‘닮다’ 창간호 2016년 편집위원 김미화, 조상연, 장인국, 한미옥, 김유선, 김은아, 임선영, 배진희, 진선희, 김민금 디자인,인쇄 도우리 지원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순 서
창간 축하시- 김산복 _5
창간호 특집이야기- 경숙씨는 왜 그래? _6 월계화계수수목단.... ‘우리는 화목단’이예요 _12 골목에서 발견하다 _16 동네일에 처음 나선 김미화의 ‘동네 놀이터 탐방기’ _24 알고 보면 우리동네에 재밌는 곳이 많아!- 어울샘 공간활용법 _28 ‘우린 별장에서 놀았어‘-남편의 추억을 찾아간 임선영의 생활역사탐방기 _30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 만난 사람- 김길남씨 _34
마을 광고 광고 광고
자유학기제중인 중1의 숙제장- ‘우리, 노는 게 아니구요.’ _43 동네 밖 선생님의 동네 안 이야기 _48 평생주부 안성구님을 따라 현대시장에 가다 _50 낯선 듯 익숙한 그림글자- 골목에서 만나는 메시지 _ 55 산책길에 만나다-담장 너머 마주치는 이야기 _57 소소한 이야기- 학교 가는 길 _60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해요. _64 2016년 마을광고대상 ‘우리도 상 주자’ _66
4
창간호 축하시
닮다 야! 닮다 야! 김산복
얼마나 닮고 싶으면 ‘닮다’라 했을까 시흥, 금천구, 아니 세계의 아름다움을 모두 닮고 싶겠지. 그 닮음을 향해 첫발을 띄는 너 ‘닮다’야 아주 작은 데서부터 시작해라. 네 눈으로 닮을 것을 찾아 다오 모두들 바쁜 삶이어서 쉽게 찾을 수 없단다. 너 첫 둥이 ‘닮다’가 찾아 나섰으니 네 눈에는 닮아야 할 보석들이 환하게 보일거야. 여기 저기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너는 잘 찾을 거야. 네가 찾아낸 보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치장 하게하라 네 즐거움이 얼마나 크겠니. 영롱하고 초롱초롱한 닮아야 할 것들이 네 눈에 띄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네 귀에 들려 지기를 숨 죽여 기다린단다. 네 첫 발자국의 소리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닮다’야 ‘닮다’야
김산복 선생님 (75세) 은 석천교회 원로목사 수필가 (문예사조2004년 5월호 ‘호박넝쿨외 1편 당선) 여행가 (2010년부터 8차에 걸쳐 중국 오지를 1인 배낭여행으로 다니는 여행가) 저서 수필집 “마음에 어두움이 올 때”, 시집 “밝은 웃음”
5
동네 오지라퍼라면 따라올 자가 없는 두 사람. 알고 보니 이름자도 같았어? 6
창간호 “닮다” 특집 이야기
경숙씨 어디 가? 11월 7일 월요일 늦은 오후....우리는 동네오지라퍼 두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카페 ‘자리’에서 만났다. 마을사 람 이야기를 담아서 마을을 닮아가는 마을잡지 ‘닮다’에 딱 어울리는 두 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다. 아마 성격도 다를 것이다. 나이도 다르다. 살아온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런데 어떻게 하는 일, 모양새는 닮았을까? 아주 다른 두 사람이 동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생각 이 들었다. 그런데 일의 모양새만 닮은 줄 알았는데 이·름·이 · 같·았·다. ‘탁경숙’ vs ‘류경숙’
두 분 학창시절은 어디에서?
류: 저는 2000년 럭키아파트에서 금천구 생활 시작
류: 포천여고를 다녔지요. 학교에서는 조용한 학생,
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사건은 중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왈가닥으로 놀았지요. 지금 생
2학년 때. 선생님이 나를 인정해주면서 선도부를 시
각하니 어른들 앞에서는 말없이 조용한 모범생. 친구
작하고 남 앞에 나서는 용기를 갖게 됐어요. 나는 굉
들 사이에서는 맨날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미는 왈가
장히 소심해서 앞에 나서서 뭘 하는 게 힘들었어요.
닥이었어요. 그 때 제 꿈은 여군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나는 김치를 못 먹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탁: 저는 이리여고를 나왔어요. 서울을 처음 오게 된
그 어려움을 숨기고 있다가 어느 날 친구에게 털어
날이 생각나네요. 교장선생님과 서울로 전두환대통
놓게 되요. 그런데 친구가 너무 쿨하게 ‘고기 못 먹
령 환영회 학생대열(총학생부회장 교련활동)에 참여
는 애도 있어’라고 말해주었어요. 내가 유난스럽지
하러 왔던 일이 있었네요. 학교 다닐 때 나름 모범
않음을 알게 되었던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죠.(웃음)
생이었지요. 성적도 뭐 나쁘지 않았어요. 판사가 꿈
그것을 계기로 남에게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이었어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
(일제히 와~와~)
어요. 이 사건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겐 큰 사 건이었어요. 각자 자기 아픔을 가장 아프게 느끼고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인생에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계기가 됐어요. 친구에게는 털어놓음의 시간과 과정
탁: 99년 남문시장 부근에서 1년 살고 한양아파트
을 통해 내가 변하게 된거죠.
에 살게 됐어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면 한양아
나(너)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한마디가
파트 재건축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때라고 볼 수 있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니 만나는 사람에
어요. 재건축 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1세대가 바로
게도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게 되요.
우리 집이었는데. 많은 사연이 있지요. 그 이야기는 28권짜리 일기로 남아있어요. “재건축을 하면서 나
7
또한 재건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죠. 제 인생이 재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뿌듯하게 느껴질 때는?
건축 되었던 사건이었어요. 재건축이 시작 되서 집주
탁 : 재건축 할 때도.. 봉사 할 때도 힘든 일이 있을
인 말만 믿고만 기다리고 있다가 이사를 하려하니 “감
때가 많았어요. 나의 작은아들이 나에겐 공기주머니
히 세입자 주제에.. 세입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예요. 내가 비난받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때였
집주인의 한마디에 오기가 생겨서 집을 구입하는 사
어요. 둘째아이가 ‘안양천에 가자’고(당시 초등학교
태에 이르렀어요.
6학년) 해서 따라나섰어요. 징검다리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아들이 보이는 것이 있느냐고...... 묻더니 물
사람들이 있지만 헛된 것을 본 것 또한 많기 때문에
속에 담겨있는 건물들을 보며 “엄마는 흘러가는 물
나는 재주부리는 ‘곰’은 되고 싶지 않아요. 그 곰을
이다.” 엄마는 그 많은 것을 품고 흘러가는 물이라
키워내는 ‘사람’이었으면 싶어요. 나를 비난했던 사
고... 하는 거예요.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음을... 그
람들..,, 그 사람들은 떠나고 없어요. 나를 진정으로
아이가 알려줬어요. 지금의 고통이나 아픔, 슬픔도
보이지 않게라도 도왔던 사람은 아직도 내 옆에 있
품어지고 흘러갈 것이라고 하는데....정말 그렇더라
지요. 그 사람들과의 믿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구. 안양천 물 안 쪽으로 우리 아파트도 비치고 다른
충실할 것이다.
건물들도 다 들어와 그림자로 비추더라. 다시 아이
아직도 왜 저럴까 생각하는 사람들.. 희한하게 생각
가 엄마 “물은 징검다리 사이로도 흘러간다.”라면서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뭘 알고 하는 말인지 그렇게 말하더라. 왈칵 눈물도
- 난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나는 ‘적시적인 사람 되
나고 내 상황이 훤히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다음날
고 싶다. 필요한 시간에 딱 나타나는 사람.....
도 이어서 교통봉사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하게 되었어 요. 의자위에 꺾어진 나무를 보면서 꺾어졌어도 쉬고 있으니 “엄마도 여기저기서 꺾이고 힘들어도 잠시라
두 분 다 하시는 일이 많아요? 간단하게 소개해주
도 쉬면서 기운을 차리기”를 말하는 아들 덕분에 항
신다면.....
상 힘을 내어 일할 수 있죠. ‘엄마가 품으라’는 희망
탁: 많은 편이지만. 시간을 많이 내고 맘을 많이 내
을 주는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지요. 큰아들 역시 든
야하는 일도 있지만 잠깐 짬을 내서 할 수 있는 활동
든함으로 나를 지켜주고 응원해줘요.
이 있으니 할 만하다.
류: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친구들이 생각나요. 양복
둘째가 중학교 갔지만 워낙 하던 일이라...녹색어머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찾아왔던 아이들이 있
니회(초등학교 앞 등하교지도) 활동, 금빛 찬란, 마
었어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검정고
미캅, 가디언 등등(42개 봉사활동을 하고 있음)
시 합격했다고 소식을 전하는 아이들도 보람있죠.
10년동안 이어오니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주기 시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연락 오는 아이들도 반갑구
작했다.
요. 어떠한 경우이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물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돈이 된다고 생
모습에서 건강한 일상을 보기도 해요. 헛된 일을 하
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돈이면 뭐든 한다고 생각하
고 있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아이들.... 이렇게 나의
는 게 그것이 가장 슬프다.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게 되면 저는 기운이 막 나요. 그리고 주변에 내가 하는 일들을 아무것도 따지지도
류 : 나는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데.... 다들 봉사
바라지도 않으며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서도 힘을 얻지요.
좋아서 즐겁게 하는 것들을 오해하고 뒷얘기 하는 사 람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하는 일이 너무 많지요. 소외된 아이들, 문제가 있어
어제도 지역에선 작은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다. 억울
보이는 아이들이 내 눈에 다 보여요. 그런데 그 아이
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나?
들 조금 손잡아주고 맘 써주면 싸악 달라져요.
탁 : 구/시의원하고 싶으냐? - 는 말을 자주 들어요.
단순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 이야기를 들어
“나도 하고 싶다.” “내 돈 2억 있다면 하겠다. 남의
주길 바라는 아이, 일 저지르고 어떻게 할지 몰라 가
돈으로 시작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빚으
출하는 아이들....아이들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다
로 시작할 일에 기구(비행기)태우지 말라”고 말해
르지만...잠시 기다려주고 다독이면 대부분 달라져
요. (내 돈이 있다면..) 나는 무조건 합니다.
요. 그걸 아는 데 어떻게 아이들을 안 쳐다볼 수 있
10년의 재건축 사건을 겪으면서 나와 함께한 많은
어요? 그냥 봐라보기만 해도 아이들이 달라지는데..
8
내가 슈퍼맨이 된다면? 탁 : 보이지 않게 외로이 봉사하시는 분들을 찾아서 자존감 회복시키기(그들의 역할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주기)-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누군 가 기댈 수 있는 지지자(가족이든 누구든..)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류 : 지금처럼 있는대로 그대로 하고 싶다. 슈퍼맨이 라고 해서 더 넓게 크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아 이들을 위한 쉼터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서로의 첫인상은? 탁 : 류를 처음 봤을 땐 무뚝뚝하고 무게 있어 보였어 요.... 나보다 어른인줄 알았어요. 류 : 탁을 만나기 전에 소문으로만 들어서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소비멘토링지도사 과정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역시 듣던 대로였어요. (웃음)
나를 아직도 힘들게 하는 것? 탁 : 정말 열심히 하는데 나를 다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니가 뭔데, 얼마받고 일하냐.. 는 말을 들을 때는 힘들어요. 그럴 때 나는 ‘제가 얼마 받는 거 같 아요?’라고 물으면 ‘니가 알지 내가 아냐?’고 쏘아붙 이는 사람들의 말이 나를 참 기운 빠지게 만들어요. 류 : 가족에게 이해하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는 상 황이 생길 때.... 그들이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아 참 행복하다 하는 순간은? 탁 : 거리에서 인사하는 왕자님들, 공주님들(거리에 서 몇 번 마주쳤다고 알아보는 아이들)..... 만날 때! 류 : 행복보다는 즐겁다. 지금 일하는 그 자체가 즐 겁지요.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쉬려고 앉는 그 순간 도 좋아요.
9
10년 후의 나를 상상해 본다면? 탁/류 : 지금과 같은 마음과 모습이면 좋겠어요. 일 을 쉬면 되려 늙을 거 같아요. 나는 그 때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환경이 조금 바뀌 었을까요? (그래서 두 사람이 닮았다는 것이다.)
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탁 : 있어야 할사람.. 꼭 필요한 사람.. 류 : ‘경숙’스러움.. 깨비스러움.. 뚝딱뚝딱 방망이 휘두르면 무엇이든 해내는 지금 같은.. 툭툭 던져지 는..... 계획은 없지만 그 자리에서 후다닥 이끌어내 는.....사람. 나는 딱 3가지만 한다 – 센터, 청바지(지역에서 청 소년을 바라보는 모임), 공부 (참네. 이러니깐 여기저기서 말이 나온다. 한번에 한 가지 일을 하지만. 그 한가지 일이 여러개가 되니깐 사람들이 ‘경숙씨는 왜 그래?’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게 문제라는 걸 두 경숙씨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나에겐 또 다른 꿈이 있지요. 꿈꾸는 것은? 탁 : 글쓰기(부모에서 나 자신으로..) 류 : 보육원 원장 꿈이라기보다는 일상으로 이어지 기를 바래요.
좌우명이 있다면? 탁-절대긍정, 절대감사 류-멀리보자
다른 경숙에게 미션을 준다면? 탁 : 나를 관찰해서 나를 기록하기 류 : 하나는 내려놓자.
10
이쯤 되면 눈치 채셨을 꺼다. 참 다른 경숙씨들이 ‘어 떻게 하는 일은 닮았지’하는 물음에서 인터뷰는 시 작되었다. 동네에서 최고의 오지라퍼를 만나는 자리 에서 우리는 그 동안의 오해와 질투와 고백과 선망 과 애정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동네에서 뭘 좀 한다 고 하면 뒷얘기가 남기 마련이다. 적어도 이 두 사람 에게는 그 뒷담화를 넘어서는 동력이 이미 장착되어 있다. 그러니 함부로 대하지 말자. 잘 웃는다고 자신 을 낮추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고 쉽게 보면 큰 코 다 친다. 이 인터뷰자리에 앞서서 경숙씨 한분이 덜커 덕 울음보를 터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인터뷰 자 리에 두 눈이 뚱뚱 부어 나타난 것이다.) 바쁜 두 경 숙씨가 오랜만에 궁댕이 붙이고 앉아 처음 마주하는 시간이었는데. 왠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확인도 안된 이야기를 공식석상에서 누군가 해버리고. 많은 사람 에게 오해를 샀다는 것이다. 너무 억울해서 울음보가 터진 것이다(역시 뒷담화가 무섭긴 하다). 그래서 우 리는 그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었음에 동의 하고 그 일이 다 지나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 만 아직도 남은 질문 ‘경숙씨는 왜 그래?’ ‘왜 그렇게 나서?’, ‘왜 그런 일을 해?’를 그냥 물어보라. 친절한 두 경숙씨는 답할 것이다. 너무 뻔해서 김이 빠지지 만 ‘하고 싶어서 해요’,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같 은 말이 돌아오겠지만. 이야기 하다보면 촘촘히 드 러나는 ‘왜’ 일까를 조금은 알게 된다. 그래서 늘 같 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매일 새롭게 변하는 두 경숙씨 에게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두 분을 만나시려면 금천구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어디선가 나타납니다. 아니 면 마을일 하는 곳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까?)
사진과 글: 박지영, 김유선
11
월계화계수수목단.... ‘우리는 화목단’이예요
화목한 우리 마을 화목단 일지
12
태동... 그리고 출발
생산된 종묘는 화목단, 마을계획 단, 마을 주민 여러분께 나누어
S.O.S. 꽃씨가 있으신 분은 꼭
드리고 마을곳곳에 심을 예정입
좀 나누어 주십시오
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화목단, 마을계획단 여러분의
2월14일 7시에 어깨동무카페에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합니
서 화목단 창단식겸 회의가 있었
다. 부탁드립니다.
습니다. 방종태선생님과
어제 힘든 파종에 수고하신 임훈
곽성란선생님 박경수선생님 임
재, 박경수, 김은자선생님께 깊
훈재선생님 김복선님 김은자님
은 감사드리며 지도해 주시고 함
장인국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
께해 주신 방종태선생님, 양영신
참석하신분은
방종태 선생님이 맡으시면 최선이겠지만 주중에는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일본에계시는 관계로 고사하셔서 부족하지만 김은
급히 올리다 보니 인사가 누락되었습니다.
자님과 제가 단장을 맡아 이미 햡의된 일정대로 다 함께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씨앗을 보내 주신분 등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 사드립니다.
아울러 파종에 필요한 꽃씨를 가능한 많이 모으기 로 했습니다.
3월 27일 일요일 3시에 2차 파종이 있었습니다.
꽃피는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만들기에는 여러분 모
방종태 임훈재 박경수 곽성란 김복선 김은자 선생님
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마을계획단
등이 참석하셔서 2차 파종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김
모두가 화목단이십니다. 함께해주세요. 간곡히 부탁
복선선생님이 가져오신 빵과 쨈 요구르트와 곽성란
드립니다.
선생님이 가져오신 부활절 달걀 등을 나눠 먹으며 즐 겁게 일을 했습니다.
꽃씨를 보내주신 김혜숙 이현주 양영신 임훈재 조
1차 파종 때 심은 씨앗들 꽃샘추위가 왔지만 비닐
석준 방종태님(보내주신순)께 심심한 감사드립니다.
을 덮어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새싹도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3월 셋째 주 중으로 파종대상지를 정리하고 주말엔 1차 파종에 들어갑니다. 감사합니다.
3월28일 월요일에 화목단 3차파종과 야생화 텃밭만 들기가 있었습니다. 임훈재 박경수 선생님께서 많이 힘써 주셨습니다.
파종....
간이 온실도 만들었구요. 새싹도 많이 올라왔습니
가든 시티 프로젝트의 시작
다. 야생화 텃밭은 금천초등학교 와 협의가 잘 되지 않았
3월20일 일요일에 화목한 화목단 1차 파종이 있었
을 경우를 대비해 플랜 b로 마련했습니다.
습니다. 72구짜리 포트 30판을 파종했습니다.
13
모두 발아 하면 2160개의 종묘가 생기겠지요. 발아
3차 파종까지 총 72구 포트 60개 즉 4320구 파종
율이 높기를 기대해 봅니다.
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약 2000-3000본의
그리고 2차 파종으로도 많은 종묘가 만들어 질 것
종묘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화목단 단
입니다.
원님 모두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첫 결실로 먼저 생산된 해바라기 등의 종묘를 4/15일 전체모임에서 마을계획단 여러분께 나누어 드립니다. 가든시티 프로젝트 제 1탄 내 집 앞 꽃밭 만들기의 일환입니다. 내집 앞부터 시작하여 점차 널리퍼져 우리마을 전 체가 꽃 대궐이 되는 날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감 사합니다.
또한 우리 마을 곳곳을 빈 곳을 찾아 가꾸는 활동 을 위해 가꿀 만한 장소를 물색 하기로 하였으며 1 차로 금천구 생활체육회 옆 화단을 가꾸고 또한 백
첫 결실... 그리고 축제
산 초등학교 앞 빈터를 화단으로 가꾸어 보기로 하 였습니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장소를 물색하기
우리 화목단에서 만든 이 멋진 화단에서 7월에 주민 화합 수확물 축제를 할 예정입니다. 예전에도 말씀 드렸던 가든파티입니다. 기대해주시고 많이 참석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로도 하였습니다 . 그리고 회원들의 역량강화를 위 해 8월 14일에 광명시 가학산 광명동굴 앞에 있는 야생화 단지를 견학 현장학습 회의를 갖기로 하였습 니다 감사합니다.
7월 10일 일요일 오후 6시에 8시까지 2시간 동안 어울샘옥상 화단 에서 수확물 주민화합축제가 있었 습니다 . 바베큐 파티를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코사랑의 연주와 참석자여러분들의 흥겨운 장단 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석하신 분은 건영경로당에서 할머니 5분 아코사
벤치마킹...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랑 김병보회장 차현섭 부회장 시흥 5동 봉사단에 서 아주머니 3분, 우리계획단과 화목단 에서는 고동 석 곽성란 방종태 임훈재 김복선 한미옥 김은자 조 석준 장성 이성호 장인국등 총21분이 참여하였습니 다. 감사합니다.
화목단 1차 야생화 원정대 실시지난 8월 15일 월요 일 15시부터 18시까지 광명시 광명동굴 야생화길 로 야생화 원정대 현장학습 회의를 다녀왔습니다.참 석한분은 임훈재 김복선 장성 조석준 장인국 등입니 다. 더운 날씨에도 산길을 오르며 관찰하고 의논하
회의 토의... 개선을 위한 노력
며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곳의 좋 은 점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마을을더 좋은 꽃마을로
7월 31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그레이스 빌딩 7층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우리 학원에서 화목한 7월 회의가 있었습니다. 참 석 하신 분은 곽성란 김복선 임훈재 장성 장인국 김
공감... 지속 가능한 화목단 만들기
은자 등이며 앞으로의 활동 전반에 대해 논의 하였 습니다. 우선 지난 7월 10일 있었던 수확물 축제에 대한 평가가 있었으며 앞으로 있을 2차 수확물 주민 화합 축제는 더욱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확대 실시 하기로 하였습니다.
9월4일 일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그레이스 빌 딩 7층 한우리 학원에서 화목단 9월 회의가 있었습 니다. 참석 하신 분은 조석준 김복선 한미옥 장성 장
14
인국 김은자 등이며 앞으로의 활동 전반에 대해 논의 하였습니다. 1. 골목 가꾸기를 위해 2번 버스 정류 장 앞과 한 비치 아파트 앞 골목화단 , 우리 마을계획 단이 만드는 벤치 옆 화분에 요청이 오면 꽃을 제공 하기로 했습니다. 2. 제 2차 수확물 주민 화합 축제 는 10월 16일 오후 4시에 어울샘에서 개최 하기로 하였으며 대상은 우리 마을계획단과 마을주민을 대 상으로 하며 화목단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주 변분들을 모시고 와서 축제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 다. 그리고 1차축제와는 달리 2차 축제는 바베큐파 티 형식이 아닌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고 확대 하기 위한 경진대회 형식으로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물 론 푸짐한 상품이 준비됩니다. 또한 그 간의 활동을 모음 사진첩을 만들어 전시 홍보 하기로 하였습니다. 3. 화목단 사진전은 11월 13일 어울샘에서 개최하 며 10시에 오픈하여 6시에 쫑파티를 갖기로 하였습 니다. 약 30점의 사진과 함께 활동 사진첩을 전시 하 기로 하였습니다. 4. 회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9월 25일에 광명시 아파트단지 앞에 있는 야생화 단지로 제 2차 야생화 원정대를 떠나 견학 현장학습 회의를 갖기로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15
골목에서 발견하다
골목길따라 대문 맛보기
아파트와 빌라가 많이 들어서는 요즘 주택들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동네 시흥동에는 아직까 지 골목길 따라 크고 작은 주택들이 많이 보인다. 이제 골목길의 풍경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여러 곳의 집 들을 허물고 빌라로 골목들이 정비되고 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본다...
16
하얀 담벼락에 그림을 멋드러지게 그려놓았다. 나는 왠지 주인 아저씨가 이 그림을 그렸을 것만 같다. 많은 종류의 화초들이 담장 위에 놓여있다. 이 많은 식물들을 돌보는 것을 보면 부지런한 대문모퉁이에 센스 있게 피어있는 식물에 눈길이 간다. 멀리서 이 집을 보면 나 혼자 집주인에 대한 상상을 해본다.
이 집은 김윤재 작가의 부모님 집이라고 들었다. 김윤재 작가는 사람과 자연, 삶과 죽음 생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들을 메탈(metal)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작가이다. 김윤재 작가의 부모님이 돌을 쌓아 직접 담벼락을 만드셨나 보다. 요즘 서울시내에서 보기 드문 돌담벼락이다. 대문의 아치를 멋있게 만들어 놓고 주인은 참 흡족해 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오래된 돌들과 대문을 검은색 페인트로 칠했나 보다. 골목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대문은 집주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얼굴일 것이다.
17
골목마다 감나무가 있는 집들이 참 많다. 마당이 있는 집들은 감나무를 참 많이 심어 놓았다. 가을이 되면 잘 익은 감나무를 바라보는 재미가 참 크겠지~
18
여러 사람이 사는 다세대 주택에는 쪽대문들이 많다. 나가는 시간과 들어오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에는 이런 쪽대문들이 참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 성인 한 사람이 들어갈만한 작은 사이즈의 쪽대문들이 눈에 들어온다.
19
골목길을 따라 돌아다녀보면 대문이 열려있는 집들이 많이 보인다. 살짝 열려진 대문 사이로 시래기 나물이 보인다.
20
여러 집이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이다. 과연 몇 사람이 이 대문을 거쳐 출입을 할까?
대문의 색깔이 참 다양하다. 검은색이나 남색의 대문이 많긴 하지만 주황, 파랑색의 눈에 띄는 색깔의 대문들도 있다.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색깔의 대문들이다.
21
대문의 사자 고리.
개 조 심!
집을 지켜달라고 대문에 사자고리를 만들었나 보다.
이 집주인의 개는 사납지 않을 것 같다,
단독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 빌라가 많이 들어서는 요즘에는
예쁘게도 개를 그려놓았다.
대문의 사자고리를 많이 볼 수 없게 되었다. 한 때 대문을 지기며 사람들을 지켜보았던 대문의 사자들은 옛 시절을 그리워하겠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먼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문고리가 망가졌는지 전선줄을 감아
열고 닫힘이 있는 오른쪽문의 사자는 광이 나지만 주인의 손이 닿지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다.
않았던 한쪽의 사자는 먼지만 가득하다.
22
매일 대문을 통해 나가며 들어오는 우리의 삶. 문득 대문을 보며 우리의 삶들이 생각났다. 안락한 집에서 나와 세상에 발을 디디는 하루하루의 일상들 때론 고단하기도, 때론 외롭기도, 때론 행복하기도, 한 삶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들어감과 나감을 지켜주는 대문들. 각자 삶의 모습을 다르지만 우리의 들어감과 나감을 지켜주는 대문들. 점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기에 주택가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금천구의 작은 골목들을 지켜주는 대문들을 남기고 싶다. 사진과 글 김은아
23
동네일에 처음 나선 김미화의 답사기
‘놀이터에서 노~올~자’
24
25
놀이터...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던 나의 어린 시절...
-2016년 9월 별장 길 어린이 공원 모습-
지금처럼 아파트나 공원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놀 이터 또는 동네 골목길은 우리의 최대 낙원...
어른들을 위한 쉼터가 있어 평상시 오후에는 어린 이보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마실 장소가 되는 곳이
동네 친구들과 이 동네 저 동네 놀이터를 찾아다니며
기도 하다.
모르는 친구들과도 금새 친구가 되어 저녁 늦은 시간
유아보다는 고 학년 아이들이 늦은 오후나 주말 놀이
까지 놀아 부모님 속을 태우던 곳...
공원에 모여 딱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아무런 제재도 없이 우리끼리 법을 만들어 놀이 기구 를 이용하기도 했다. 마치 서커스 단장이라도 된 듯 하루 종일 철봉에 매 달려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그네 를 타며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던 친구들... 우리의 에너지를 자유롭게 발산하던 그 곳... 놀이기구가 철재로 되어 있어 뜨거운 햇볕을 받으 면 미끄럼틀을 타다 화상을 입기도 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한 참을 정신없이 놀다 보면 익숙한 소리 “미화야, 은 아야!” 외치던 우리들의 엄마가 생각난다. 이처럼 추억이 많은 놀이터... 30년이 지난 지금의 놀이터와 놀이기구의 모습은 어 떻게 변화했을까?
다양한 놀이터 및 놀이공원 풍경들
벽산6단지 놀이터
-2016년 9월 벽산아파트 6단지 어린이 놀이터 모습언덕길에 있는 아파트 경사를 이용해 미끄럼틀이 1-2층으로 연결되어있다. 이곳 동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공간이기도 하다. 동네 어르신들이 놀이기구에 앉아 휴식을 취 하는 모습도 보인다. 별장길어린이공원
놀이터 주변으로 벤치가 있어 중, 고등학생들이 친구 들과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26
우방어린이 놀이터 모습
-2016년 9월 우방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모습-
이번 취재를 통해 익숙했던 놀이터를 사진 속에 담고 글로 표현하면서 아이들의 즐거움보다는 세월과 환
어린아이들이 주로 놀고 있어 엄마 또는 할머니, 할
경에 따라 놀이터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새
아버지와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많다. 어
삼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럽던 놀이공간이 인위적인
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을 주시하며 어른들 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어른보다는 아이들 중심이던
름대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보호자 없이 혼자 놀이
놀이터 공간은 어느새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공존하
터에서 놀고 있어도 이웃주민이라 어른들의 보호아
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혼자 놀기 보다는 어른들의
래 놀이를 즐긴다. 우방 놀이터는 소방도로와 연결
손에 이끌려 외출하듯 찾는 곳으로 점점 변하고 있
되어 평상시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도 타고,
고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초등
축구도하며 논다.
학교 중학년이상은 보기 힘들다. 발전된 환경에 놀이 터는 세련되고 다양한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놀 이터의 주인인 아이들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2016년 9월 탑스빌 아파트 놀이터 모습동네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다 아이들이 잠깐 놀뿐 시설이 모래놀이터라는 이유로 외면 받는 장소... 아파트 규모 상 인력부족이나 예산 등으로 인해 규 칙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고양이 배설물이나 각 종 세균 노출로 주민들이 꺼려하는 대상의 놀이터가 되 어버렸다.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 좋은 놀이터를 두고 다 른 놀이터를 찾아다닌다....
27
알고 보면 우리동네에 재밌는 곳이 많아! -어울샘 공간활용법
아줌마들의 골목안 사랑방 - 어울샘
“언니 저긴 뭐하는 곳이야?”
참 작년에는 텃밭도 분양 받아 정성껏 키워 상추 수
동네에 새로운 공간하나가 생겼다. 문은 매일 열려
확해서 밥상에도 올렸는데.... 동네 할머니께서 더운
있고 사람들은 계속 드나드는데 특별히 무엇을 하는
여름 시장 다녀오시다가 잠시 머물러 앉아 쉬시다가
곳인지 알 수 없는 공간! 그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 생
가시는 길에 우리랑 자주 마주쳐서 우리 애들이 반
겼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쳐다보다 궁금한 눈
갑게 인사하는 이웃 할머니 되시고.
빛 한번 흘리고는 자기 갈 길 가는~.
내 친한 동생은 친정언니네 가는 길에 시원한 물 한
나도 그곳이 참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강술래
모금 마시러 들어 왔다가 딸이랑 보드게임 한판하고
수업을 신청했는데 어울샘에서 한단다... 아 그 곳!
있는 중에 시장 다녀오는 나와 만나 또 한참을 수다
내가 궁금해 하던 곳. 매주 목요일 했던 수업은 자유
떨고~. 새로 알게 된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은 친목 도
롭고 편하고 더불어 수업 후에 음식까지 해먹고~. 우
모하며 점심에 맛난 음식 해 먹고~. 나와 내 이웃에
와 이런곳이..... 그때 알았다. 그곳은 주민들이 편하
게 집 외에 작은 사랑방이 생긴듯하다...
게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곳이라는 걸. 그때부터 나
이름은 금천 예술 창작소라 이름 붙어져서 여러 가지
는 어울샘에 드나들었다.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걸 알지만 난 이곳 어 울샘을 아줌마들의 사랑방이라 느낀다.
오후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있는 무인카페 를 이용했다.(오전 10시~12시에는 요일별로 동아
어제도 난 벽산5단지에서 매콤한 순대 곱창 볶아다
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용하기 조금 미안함. 아줌
가 친한 동생들과 커피한잔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들 수다소리가 방해될까봐) 그러다 보니 잼난 일
같은 반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이 많아졌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곳 만의 편안함
도로변에 위치하고 늘 문이 활짝 열려 있으니 학원
이 있다. 작년보다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아져서 괜
가는 예림 엄마 지나가니 불러 세워서는 계획에 없던
시리 마음이 따뜻하고 좋다.
데이트하고, 함께 어울리다 직장나간 애기 엄마 아들
집에만 있으면 볼 수 없는 지인들을 시장가다 운동
늘 궁금해 안타까워하는데 그 아들 하교하는 모습보
가다 볼 수 있어 가끔 어릴 적 동네 평상을 연상케 해
면 불러 세워 인사하고는 일간 엄마대신 간식주고 옷
서 나도 모르게 지날 때 마다 따뜻하고 호기심어린
매무새 챙겨주고 그리고는 엄마한테 사진 찍어 톡 보
눈길을 보내게 된다.
내 걱정 말라 맘 써주고, 친구 딸 생일 파티 해달라고
오늘도 운동가다 불 켜진 어울샘을 들여다 본다. 오
노래노래 부르는데 예쁜 옥상서 간단하게 친구들 불
늘은 기타치는 모임이 있구나...
러 모아 생일파티도 해주고, 가끔은 딸과 이곳에서 공기놀이도 하고 콩주머니도 만들고~.
사진과 글 배진희
28
29
‘우린 별장에서 놀았어‘-남편의 추억을 찾아간 임선영의 생활역사탐방기
대원군 별장터를 찾아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국사 과목이 참 좋았다. 재미있
지금은 30년이 넘는 낡은 아파트이지만, 아파트가
게 풀어주시는 역사 선생님 덕도 있었지만, 우리의
세워지기 전엔 동네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터였다.
역사는 깊고도 오묘한 맛이 있어 알면 알수록 나를
원래 이 자리는 조선시대 정승이었던 이팔장의 아흔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으로 나를 미혹시켰다.
아홉칸 집이였고, 후에 대원군의 별장으로 사용되었 던 곳이었으니 얼마나 넓고 좋았을까?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1970년대는 다들 가난했다. 우리 집 또한 그랬다. 그런데 국사 시간에 배운 우리
한옥의 특성상 넓은 마당과 문들은 시흥동 동네 아이
의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들에게 더 없이 즐거운 숨바꼭질 놀이터였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때처럼 우리도 다시 잘 살 수 있다는 희
내 남편도 그 동네 아이들 중의 한명이었는데, 아직
망을 안겨다 주는 파랑새였다. 지금의 나에게도 우리
도 그 시절 이곳에서 흥겹게 놀았던 추억을 종종 얘
의 역사는 여전히 파랑새이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꼭
기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다.
안아주고 싶은, 애틋한 파랑새.
남편의 앨범 중 혹 이곳 사진이 남겨져 있을까 찾아 보았지만, 그 시절엔 카메라 휴대가 쉽지 않았던 시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금천구내의 역사 유적지들을 즐
절이라서 일까 남겨진 사진이 없어서 무척 아쉽다.
거운 마음으로 답사중이다. 몇몇 역사 유적지중 유독 나에게 인상적인 곳이 있는데 그중의 한군데가 바로
흥선 대원군 이하응은 이 별장을 언제 사용했을까?
“흥선대원군 별장터” 이다.
정확하지 않지만, 대원군이 권좌에서 실각하여 정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철거되고, 그 집
치적으로 소외되었던 1873년~1898년 경에 사용하
터에 1985년 현대에서 사원용 주택 120세대인 현
던 별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공덕동에 위치
대 아파트를 건설했다.
한 “아소정” 처럼 여러 문헌에 이 곳이 적혀 있었다
30
역사에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만약 그 둘이 사이좋은 부자사이로 서로 힘을 합쳤다면 일 본의 식민 지배를 피해가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거닐다 보니 노년의 흥선대 원군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흥별장에 있었을까 궁 금해졌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대원군이 정계에서 물러나 이곳에서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며 지은 시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시흥 별장에서 넓은 옥 관대(管帶)에 아관(峨冠) 쓰고 이곳에 올 때는 때 좋은 깊은 가을 중양절(重陽節;九月九日)이었네. 숙세(宿世)에 세 번 인연 있음을 알게 되고 돌이켜 생각하니 앞 사람 한 꿈이 길었지 면 많은 얘기들을 펼칠 수 있을텐데 이런 점들이 금 천구 내 문화재들을 소개할 때의 애로사항들이고 아 쉬운 부분이다. 매번 이곳에 들릴때 입구에서 몇 번 왔다 갔다 했을 뿐 아파트 안쪽까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사 는 곳이 아니어서 일까? 낯설음이 주는 불편함이 있
덕을 쌓음은 바야흐로 자손위한 일이 되지만 수신하여 성명(姓名)과 천명(天命)에 도움 됨을 누가 알건가? 맑은 샘 꽃그늘 바위도 모름지기 잠깐 인걸 부생(浮生)들 헛되이 스스로 분망한 걸 히늘은 비웃으리.
었다. 하지만 이번 답사는 평소와는 달랐다. 새소리 와 따뜻한 햇볕의 상쾌함이 나를 안쪽으로 이끌었다.
我笑堂(아소당) -李昰應(이하응 1820-1898)
아파트 뒤쪽으로는 산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옛날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을때는 꽤나 풍경이 좋았을 거라고 추측이 쉽게 된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우 리가 익히 알듯이 아들인 고종과 끝내 화해하지 못 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무엇이 그들 부자 사이를 갈 라 놓았을까? 어쩌면 흥선대원군의 비극은 장성한 아들의 능력을 믿지 못한 아버지가 아들이 해야 할 정치마저 대신 하려 했던 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31
금천 문화포럼 블로그 참고
32
오후만 있던 어느 일요일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짙은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생각없이 걷던 길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하얀 강아지 이유 없이 달아났네 나는 노란 풍선처럼 달아나고 싶었고 나는 작은 새처럼 날아가고 싶었네 작은 빗방울들이 아이들의 흥을 깨고 모이 쪼던 비둘기들 날아가 버렸네 달아났던 강아지 끙끙대며 집을 찾고 스며들던 어둠이 내 앞에 다가왔네 나는 어둠속으로 들어가 한없이 걸었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가 마냥 걷고 있었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포근한 밤이 왔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 비가 왔네
33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 만난 사람
별장산 이발관 주인장 김길남씨
오후만 있던 어느 일요일....5월22일 오후4시 쯤 금하로를 걷는다. 밀린 집안일을 헤치우고 밧데리 용량이 다 해가는 핸드폰을 어떻게 해야하나 매장에 들러 상담을 한다. ‘나의 분신같은 것을 2년밖에 안된 핸드폰을 바 꾸나?’싶다. 그렇게 일요일 오후가 가고 있었다. 오늘은 마음먹은 대로 여유롭게 이발소사장님을 봬야지 싶 어서 길을 나섰다. 별장산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에 이르니 일요일 오후의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골목길 에 나와 앉은 할머니들, 아이를 얼러주고 있는 아빠, 놀이터의 시끌벅쩍한 아이들 모습. 그렇게 일요일 오후 의 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34
1970년 5월 1일 시흥2동으로 이사와 함께 ‘김포이
니 오히려 가까에 사는 사람이 찾아오더라구.
발소’를 여신 김길남씨. 그해 태어난 첫째 아들이 벌
그 때가 재밌었지. 일하는 사람들이랑 점심에 잔치국
써 46세. 지금은 ‘별장이발관’으로 46년째 업을 잇
수 사다가 함께 나눠먹고 그 때가 살맛났지.
고 계시다. 골목이야기를 담 고 싶어 찾아뵀다고 하니 흔
제일 오래된 단골은 어떤 분
쾌히 맞아주신다. 우선 눈에
이세요?
띄는 진열장위 상장의 연유
수원으로 이사 간 후에도 몇
를 물었다.
십 년 째 오시는 분인데 올 해 94세 어른이 있고. 보통
상패와 표창장, 위촉장이 참
은 몇 년에서 몇 십 년 째 오
많아요. 어떻게 받으시게 됐
는 분들이 오지요.
어요? 그 정도로 오래 되셨으면 집
내 자랑하고 싶어서 늘어놓 은 것이 아니라. 몇 해 전 만 해도 이사람 저사람 장
안 대소사를 다 아시겠어요.
사한다고 하니깐 돈 좀 받아낼까 찾아오는 사람이 많
그렇지요 뭐. 말은 말이 안 해도 저절로 알게 되는 일
았어요. 어쩔 수 없이 놔뒀죠. 위생검사다 뭐다해서
들이 있지요. 하루에 한번씩 들락날락하는 사람도 있
보건소...파출소에서도 한번 씩 들리곤 했어요. 그래
고. 지나다 그냥 들리는 사람들이 있지.
서 놔두게 됐어. 집에는 더 많지... 지금 그런 사람은 없어. 세상 참 좋아졌죠.
이발소 자리 이전엔 여기 이곳은 어떤 가게였어요? 이 자리에서 17년 했는데 이전엔 연탄가게였고(그
이발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때는 다 연탄을 때우던 시절이라)
젊은 시절 영사기 기사였어. 그게 내가 처음 하던 일
옆 세탁소는 구명가게였지. 그 옆 꽃 가게도 예전
이였지. 포천1동 문화극장에서 포천2동 군인극장,
에 슈퍼였어.
청량리 오스카극장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고 이 일을 하게 됐어요.
언제까지 이발소를 하실 계획이세요?
시흥2동 이발소자리가 나와서 가지고 있던 자격증
뭐 얼마나 되겠어요. 천장 한번 봐요. 빗물이 고였다
으로 처음 열게 됐어요. ‘김포이발관’은 원래 이발
가 배어나서 얼룩이 졌는데 보기 싫어서 작년에 수
하던 양반이 쓰던 거라 그대로 이어 사용했지요 뭐.
리하려고 했는데. 주인이 옆집 세탁소 내보내면서 모 두 내보낸다고 해서 손을 대지 않았어요. 이 집에서
35
그 당시 영사기 기사였으면 인기 있는 기술직이셨
나가게 되면 이 나이에 또 시작할 수도 없고. 꽃집(
을 것 같아요?
이발소 바로 옆집) 동생이 집주인(집주인은 꽃집 주
그렇지요. 여자도 많이 따랐어. 표 한두 장 챙겨주
인장의 사촌동생이라고)한테 전화해서 ‘이발소 형님
면 그것으로 아가씨들이 홀딱 넘어갔었던 시절이라.
앞으로 이발 하면 얼마나 더 하겠냐? 몇 해만 못봐주
이발관 하시면서도 그런 전성시대가 있으셨어요?
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했다고. 그래서 겨우
예전엔 엄청났지. 아가씨를 두 명 두고 이발사도 한
다시 하던 일을 하게 됐지.
명 더 있었지. 처음엔 이 골목이 너무 산이라 장사가
힘이 닿는 날까지 해야지...안하면 뭐해. 난 지금이
될까 걱정이었어. 마누라가 얻어 놓은 곳이라 그냥
좋아 이 나이에 일 할 수 있는게 다행이지. 남 눈치
시작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이발하게엔 좋은 곳이었
볼거 없고. 집에서 새벽에 나와 저녁에 들어가도 지
어. 골목안쪽이라 걱정했는데 큰 길이랑 떨어져 있으
금이 나아.
그렇지 여기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것들이니 오래 됐지. 지나다닐 때 마다 문이 열려있어요. 언제 쉬는 날 이세요? 매주 화요일 쉬어요. 쉬는 날 몰아서 일을 보니 사실 화요일이 바쁜 날이야. 아침 6시에 나와서 문 열고 저녁8시에 들어가니 하루 종일 여기서 살지. 아니 그렇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여세요? 손님들이 그 때 오세요?(정말 깜짝 놀라서 물음) 그럼 그럼. 일찍 여는 줄 아니까 일찍 오는 손님이 있지. 그리고 일찍 일 나가기 전에 이발 하는 사람 들이 있어. 그러면 식사하실 땐 어떻게요? 주변에 식당도 없는데. 직장에 매어 있으니 하고 싶은 일 못하시잖아요?
집사람이 반찬만 만들어주고 내가 여기 와서 밥통에
아냐 아냐...자유총연맹에서 반공연맹으로 넘어 때
다 해먹지. 밥통에 쌀만 넣으면 되니깐 어려울 게 없
도 다시 청소년선도위원 같은 사회 활동도 한참 했
어. 아침과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은 퇴근해서 늦
지. 쉬는 날(매주 화요일)은 이발 봉사하러 경로당에
은 저녁을 먹어.
도 가고 사람들 끼리 모임도 해. 그렇게 긴 시간 일하셔도 돈을 못 버실 것 같은데? 이제 이발소가 많이 없어져 동료 분들과 이발 봉사
(웃으시며)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 내가 쓸 만큼은
가능하신지요?
벌어. 예전만 못하지만 할 만한 일이야.
많이 없어졌지. 지금은 이발소가 70~80개 정도 밖 에 안되니까. 그래도 쉬는 날 같이 모여 술도 한잔하
그러시군요. 이 골목에서 좋은 기억만 있지는 않을
고 옛날 얘기도 하면서 같이 놀지. 오랫동안 만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라 ‘척’ 하면 ‘착’ 하고 알아.
두 내외가 죽을 고비를 넘었지. 집사람하고 호형호 제하고 나한테도 아주 잘했던 사람이 이웃에 있었
얼마 남지 않은 게 아니신데요? 70여군데 있으면 많
어. 서로 오래 오가며 김치도 나눠먹고 시골에서 올
으신 것 같은데요?
라온 과일로 주고받고...여기 사람들 다 그렇게 살
에이그 무슨 예전에 골목마다 있었어. 지금은 다 미
았어. 그런데 ‘계’를 붓다가 이 여자가 어떻게 됐는
장원으로 가잖아. 얼마 안 남았어.
지 달아났어. 집집마다 사연이 기막힌데....동네가 난리가 한번 났
이 골목에서 추억이 참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지. 돈을 떼이고 집사람이 일년은 꼼짝 못하고 누
그래서 여기서 가게 하는 동안은 이발소를 하지만 다
웠었어. 사람 죽게 생겨서...그만 그 돈을 놓아버리
른 데로 가면 뭘 하겠어. 여기니깐 하는 거지.
자고 약속하고 또 다짐하고 다짐해서. 나도 집사람 도 다시 살아났지. 일년은 나도 죽겠더라구. 생각만
이발소에 오래된 물건이 많은 것 같아요. 이 물건들
하면 다 죽을 것 같아서...잊자고 하고 지금까지 살
역사가 깊지요?
잖아.
36
아휴 그런 일도 있었네요. 이 골목에도 사연이 있었
일요일 오후에 듣기에 다소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네요. 그런데 유난히 예쁜 화초가 많으세요. 이발소
자주 바뀌는 풋풋한 이웃들 이야기와 추억의 젊은 시
일도 혼자 바쁘실 텐데 어떻게 골목 화단을 이렇게
절 반공연맹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도 들었다. 서슬퍼
만드셨어요.
런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현재의 시간을 횡종단으로
처음엔 한두개 심었어. 가게 오른쪽에 땅이 여유 있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서없는 질문에도
어서 흙을 돋우고 키우다보니 재밌더라구. 길가다 한
웃음으로 넘겨주셨으니 오후의 약속 없는 만남에도
참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목화꽃 피었다고 도라지꽃
인터뷰가 계속 될 수 있었다. 손님이 오셨어도 뻔뻔
이라고 반가워 하길래. 나도 좋아서 조금씩 더키 우
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우리아버지, 남동생, 남편
게 됐어. 상추도 고추도 심는데 사람들이 함부로 따
이 이발하는 것처럼 구경도 했다. 촘촘히 쌓이는 머
가느라 망가져서....어느 해는 싹 뽑아버리기도 했
리카락과 잔잔하게 쇳소리를 내는 가위질의 리듬에
어.(한바탕 웃으시면서) 내가 그런 꼴은 못 봐줘. 하
빠져들기도 했다가. 면도 크림의 드라마틱한 붓질과
나하나 잘 따먹을것이지 고춧대를 망가트리고 하니
면도날이 지나는 면면을 보면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화가 나더라구. 그리고 꽃집 동생이 준 화분도 있
없는 익숙한 손놀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떤 잔
어서 재미나게 하고 있어. 보기 좋잖아. 꽃이 사람
손질도 계획되지 않은 것이 없는 절도 있는 몸짓에
을 바꿔.
몸짓을 더하면 마침내 손님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
(속삭이는 말씀으로 꽃집 동생이 꽃을 가꾸면서 사
서 한편의 영화를 끝내는 것처럼. 쏙 빠졌다가 제정
람이 변했다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없다고 덧붙이
신이 들 때 쯤 해도 지고...... 배도 고픈데 많은 이야
셨다.)
기를 나눴음에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선생님과 헤어질 인사를 나누며 동네 이발소 들을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별장산이발 관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를 것들을 찾아가보리라... 이발소의 꼬 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를. (그리고 인터뷰 당시에 살아계셨던 꽃집 사장님은 이웃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 나셨다. 이발관사장님은 이 일로 한동안 기운이 없 으셨고 어느 한 편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한 동안 꽃집 사장님을 아끼고 돌보기도 하셨고 말벗이 셨던 이웃 분들이 그 집 두 마리의 개를 돌보셨다. 그 리고 그 집 따님이 새로 이사를 오셔서 꽃과 차를 파 는 집을 열었다.)
37
창간 축하글 닮다!! 기다리던 마을잡지가 나오게 되어
‘닮다’가 나온다니 누굴를 닮았는지 궁금하네요.
기쁨이 남다르네요.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세상의 긍정을 닮은 아름다운 모습이면
풀어내는 맑고도 아름다운 잡지가 될 것
좋겠네요. 기대할께요.
같습니다. 아프로 마을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에
장제모
깊은 우물의 생수와 같은 역할로 만나면 너무나 좋겠습니다.
항상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금빛찬란’ 이용곤
시흥1동 김민금
닮다 창간호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계속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비추는 잡지가 되시길
오통통라디오 김복선
광주 북구문화의집 정민룡
바람부는 날....나부끼는 나뭇잎 같은 계절에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고 그들의
따라 다양한 색깔을 품는 나뭇잎처럼...
웃음이 나의 웃음이 되어 언제라도 나를
다양한 색과 이야기를 담는 ‘닮다’창간을
위로해주는 그런 따뜻한 잡지!
축하드립니다.
표지가 가을느낌이 물씬나고 맑은 산소가
조영진
뿜어져 나올것만 같아요. 우리네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포장하지 않고 소박함
여우랑! 우리로부터 시작하여 밝고 환한 독산3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잡지를
동 만들어보자구요. (가끔은 땀도 나지만...)
기대합니다.
성향희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장 진수정
지면으로 더욱 많은 이웃들과 만나가길
예쁜 표지의 마을잡지, 닮다. 잡지는 마을을
바랄께요. 창간, 축하합니다.
닮아가고 또 마을은 잡지를 닮아가도록 사람이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
살아있는 잡지를 기대합니다~ 돌봄살림치유공간 ‘자리’대표 안지성
마을을 ‘닯고’ 사람을 ‘닮고’ 아이들을 닯는 멋진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닮다’ 창간호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꾸준히
‘닮다’ 창간을 축하드려요
변함없이 ‘닮다’도 발전하는 잡지이길 바랍니다.
공부모임 ‘짜불하오’ 고종희
시흥3동 이승희
닮다의 탄생을 축하하며
마을과 이웃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전해주길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는 역할을 기대합니다.
응원합니다.
생활문화진흥원장 나기주
마을지원과 김지현
닮다의 첫 출간을 축하드려요. 어떤 내용들을 담아내는지 정말 기대됩니다. 우리이 이야기들과 모습들을 많이 담아주세요! 박언경
38
39
광고
광고
40
41
광고
42 광고
자유학기제중인 중1의 숙제장- ‘우리, 노는 게 아니구요.’
내가 사는 금천구의 역사적인 곳을 소개합니다!
한울중학교 1-3 박희재 | 이규진 | 조휘진 | 한성희 | 현강식
조사한 이유 ⊗ 내가 사는 금천구의 역사적인 곳을 조사하며 우리 고장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 금 천구에서 볼거리와 먹거리에 대한 조사내용이 금천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해서
조사의 진행 ⊗ 기간 : 2016년 5월 6일 ~ 2016년 5월 16일 ⊗ 장소 : 금천구의 역사적인 곳을 선정 (나는야~ 우리동네 척척박사 책자 참조) ⊗ 조원 : 박희재, 이규진, 현강식, 한성희 * 조휘진 학생은 체험학습 참여로 조사에 참여하지 못함 ⊗ 방법 : 자전거를 이용하여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음 ⊗ 대상 : 안양천, 순흥안씨 양도공파 묘역, 시흥 향교터, 독산동 맛나는 거리, 어울샘
43
안양천 방문일
안양천 유역에는 경기도 7개시(안양시, 군포시, 의
2016년 5월 16일
왕시, 광명시, 시흥시, 과천시, 부천시)와 서울시 7 개구(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동작구, 영등포구, 양
방문이유
천구, 강서구)가 연결되어 있다. 길이는 35.1㎞이
평소에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자주 찾던 곳이다. 자
며, 영등포구와 양천구, 강서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
전거 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보기 좋고,
다. 2008년 제방정리 공사를 마치면서 오염의 대명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시설이 있어서 방문하게 되
사였던 안양천이 수질이 개선되고 풍부한 물이 흐르
었다.
면서 버들치, 피라미와 백로, 해오라기 등의 조류가 찾아오는 도심 속의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
방문한 조원
다. 이렇게 복원된 안양천을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
박희재, 이규진, 현강식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천변에 자전거도로, 인공 습지, 징검다리, 오솔길, 발지압장, 농구장, 쉼터 등 의 편의시설을 설치하였다.
44
순흥안씨 양도공파 묘역 방문일
조선을
만드는데
공을
세운
양도공
안경공
2016년 5월 16일
(1347~1421)과 후손들의 묘가 있는 곳으로 안경 공과 안순, 안순선의 묘역과 석물(신도비, 문무관석,
방문이유
장명등, 묘비 등 19기)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
신흥초등학교를 다닐 때 축구하다가 공이 자꾸 무덤
다. 그중에 안경공 신도비(많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으로 넘어가서 공을 찾으러 갈 때만 잠깐 본 묘역의
세우는 비석)는 1435년에 세워진 것으로 600여년
역사가 궁금하고 좀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방문하게
이 지나도 비문이 그대로 남아있다. 조선초기의 무덤
되었다.자전거 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보
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기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시설이 있어서 방 문하게 되었다. 방문한 조원 박희재, 이규진, 현강식
45
시흥향교터
독산동 맛나는 거리
방문일
방문일
2016년 5월 16일
2016년 5월 6일
방문이유
방문이유
얼마 전, 중학교 2,3학년 선배들이 중간고사를 봐
금천구에는 아주 유명한 맛집이 없어서 어디를 조사
서 자리를 비워 주고 근처에 있는 금천 청소년 수련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독산동 맛나는 거리가 맛
원에 갔다가 오는 길에 보고나서 관심을 갖게 되었
집에 적합할 것 같아서 방문하게 되었다.
다. 자전거 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보기
자전거 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보기 좋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시설이 있어서 방문
고,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시설이 있어서 방문하
하게 되었다.
게 되었다.
방문한 조원
방문한 조원
박희재, 이규진, 현강식
이규진, 한성희
조선시대 시흥 지역의 유생에게 유학 교육을 위해
시흥대로 122길 7~독산로 247 일대 ‘맛나는 거리’
설치한 중등교육기관으로 과천향교는 1398년(태조
에 ‘문화가 숨쉬는 특색 있는 거리 조성사업’, ‘간판
7)에 처음 세웠는데, 1400년(정종 2)에 소실되어
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
1407년(태종 7)에 중건하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
사업’ 등을 추진하여 조성하려는 거리로 먹자골목이
란 때에도 불에 타 다시 세웠다가 1690년(숙종 16)
라고도 불린다.
에 과천 서이면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1944
‘맛나는 거리’는 금천구의 유일한 호텔인 엠베서더
년 일제는 하나의 군(郡)에 하나의 향교를 둔다는 원
노보텔이 인접해 관광명소로서 활성화할 수 있으며
칙에 따라 시흥향교·안양향교·과천향교를 통합하
현대지식산업센터가 인접해 젊은 직장인들의 즐겨
여 과천향교라고 명칭하였다. 1959년에 시흥향교
찾는 문화의 거리로 특성화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
로 개칭하였다가 1996년에 다시 과천향교로 명칭
고 있어 ‘맛나는 거리’를 쾌적하면서도 특성화된 거
을 바꾸었다.
리로 탈바꿈하기 위해 금천구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시흥향교는 1944년에 과천향교와 통합되었으며
조성하였다.
1983년에 경기도문화재자료 제9호로 지정되었다. 6·25전쟁 이후에도 건물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이를 헐어내고 상가건물을 건축하였다. 현재의 금천 구 시흥5동에 있었다.
46
어울샘 (금천 마을예술 창작소) 방문일 2016년 5월 7일 방문이유 원래 한번도 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곳이였다. 그런 데, 금천구에 대해 수업시간에 알게되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한 조원 이규진, 한성희, 현강식 2013년에 문을 연 곳으로 은행나무 길을 지나 시흥 5동 탑골로 22번지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폐가업장 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벗고 마을 사람들 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마을의 물을 공 급해주며 만남의 장이 되었던 가압장의 의미를 본따 마을 사람들이 문화예수을 통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어울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울샘은 지역 동아리들이 모여 예술적 재능을 나누 는 문화사랑방, 생활속에서 문화예술활동을 생산하 는 동네공방, 따뜻한 밥을 짓고 나누는 부엌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찾아오는 이웃들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 를 나누는 샘터를 꿈꾼다.
47
동네 밖 선생님의 동네 안 이야기
나도 사진작가! 어린이 사진작가 동아리 마(을)스타 사진작가 데뷔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48
알록달록 예쁘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거리에 흩어져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항상 열정적인 유찬이, 수줍
있고, 옷깃엔 찬바람이 스며드는 11월입니다. 조금
은 미소가 매력적인 재혁이, 책임감과 의리가 넘치
씩 두터워지는 옷차림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처럼
는 해봉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 찍을 줄 아는 민결
우리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9월,
이, 멋진 눈웃음만큼이나 사진도 잘 찍는 에이스 희
“나도 사진작가! 어린이 사진작가 동아리 마(을)스
준이, 하나의 작품을 찍어낼 줄 아는 시완이, 본인만
타”에 참여할 아이들을 모집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의 작품 세계가 있는 준현이, 무언가에 늘 도전하고
아이들이 참여할까?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자 하는 민제, 다수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꿋꿋하
걱정으로 아이들을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게 본인들의 작품을 찍어가며 항상 열심히 하는 혜
의 걱정과는 달리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게 되어 애
정이, 민지.. 이렇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10명의
초에 계획했던 인원 보다 조금 늘려서 진행하게 되
아이들이 모여 본인만의 색깔을 담은 사진을 찍으며
었습니다. 또한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남
함께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자아이들의 참여가 더 높았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
남길 바랍니다. 또한 다양한 사진처럼 보다 더 세상
으로 시작한 사진작가 동아리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을 아름답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울 수
높은 참여도와 만족도를 받으며 진행되었습니다. 처
있었던 시간이었길 간절히 바라며, 우리 아이들의
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사진을
사진작가 데뷔전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
통해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리뷰시간을 통해 본인의
탁드리겠습니다.
생각나누기를 하며 자기 표현력을 조금씩 키워 나가 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조금씩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1번의 경험으로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없지만, 다양한 경험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변화되는 것을 볼 때 더 큰 울림으로 다가 올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었길 바라며 제가 느꼈던 이 마음이 아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9
서울백산초등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이명희
평생주부 안성구의 이야기
현대시장
50
골목을 지나 언덕배기기를 내려가면
“아냐요.”, “됐어요. 다음에 올께요.” 하고
골목시장이 나온다.
나온다.
기다랗게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곳
그땐 나도 가난해서
가난한 이들이 살아보겠다고
마음대로 옷을 사 입을 수가 없고
억척스럽게 땅바닥에 앉아 물건 팔고 있는
줄줄이 커가는 아이들 챙기느라
이 시장을 나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거리며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내려간다. ‘어머! 벌써 산딸기, 오디 나왔네!’
그 집 앞을 나와 내려가다 보면
하며 보기만 해도 반갑고 즐겁다.
낙원 떡집 ~ 예쁘고 반질하게 빚어 놓은 인절미.
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산에 가면 산딸기 많았고.
송편 절편 찰떡 등 구수한 냄새를 맡고
누에 친다고 뽕나무도 많이 키워 오디 많이 달리고,
눈요기 한다.
과자가 없던 시대라 이 오디 보면 동네 아이들
솔솔 김이 나는 찐빵집 앞도 그냥 냄새로 먹고.
잔치다.
김밥 집 떡볶이 집도 쳐다만 보고 내려간다.
동네 꼬마들 모여 뽕나무에 기어 올라가 입이
내가 좋아 하는 꽃집 앞에서 이르면
시커멓도록 따먹었던
이름 모를 꽃들이 작은 화분에 나란히 있다.
생각이 나서 쓰윽~ 눈웃음을 친다.
그러면 쪼그리고 앉아 쳐다보고 만져보고.....
울긋불긋 과일들의 모습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러다 꽃 화분 하나 사들고 온다.
철이 바뀌는 것도 시장 안에서 다 볼 수 있다 .
“요즘 꽃 잘 되지요?” 물어보면
그러면서 내려가다 보면
“아유 속상해요.”
할머니들 옷 파는 가게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시골 갈 때 다시 올께요~”
“왜요?” “두 집 건너 위에 큰 꽃가게,
시골 섬에 사시는 우리 시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보다 더 많이 큰 가게가 들어왔어요.”
생각난다.
“아 그러네요.”
“새록새록 새로 나온 예쁜 옷 한 벌 사오렴!”
“그렇지만 오래 되시고 단골이 많으니
“네”
잘 되실 겁니다.”
그러곤 꼭 이 가게서 사다 드린다.
위로해드리고..... 나와 걷다 보면
오래전에 돌아가셨어도 알록달록 옷을 보면
좁은 공간 안에 양푼 다라에 선반 하나 놓고
어머님이 생각난다.
보자기 깔고 쪽파 반질하게 다듬어서 나란히나란히 놓고 파는 할머니한테
나는 자주 가서 쉬다가 놀다 오곤 했다.
파 두 묵음주세요.
야채가게 가면 우리 집 반찬거리가 다 있다.
사 가지고 내려 오다보면 갖가지 반찬들을 만들어
배추, 무, 총각무, 호박, 오이, 고추, 파, 취나물,
놓은 가게를 만난다.
미나리 박스도 나란히 놓아 놓고
오징어 젓갈, 낙지 젓갈, 오이, 소박이, 오이지,
열무...여름엔 열무김치해서
총각김치 버물여 놓고 배추김치 빠알게 버무려
국수에 말아 먹으면 참 좋지....
놓아 군침이 돈다.
그러면서 내려가노라면
힘들 땐 반찬들을 사 먹을 때도 있었다.
젊은 옷들을 파는 멋진 아가씨 같은 아줌마!
51
“입어보세요.” 한번 걸쳐보라고
고기 간 앞에서 또 멈추고 처다 본다.
어깨위에 얹어 놓는다.
송아지 뒷다리 매달아 놓고
양지머리. 돼지고기를 죽 올려놓고 ‘저 소고기 한 근 사서 아이들 국 끓여주면 맛있겠다.’ 하곤 서성거리다 지나간다. 주욱주욱 내려가다 보면 작은 포장 하나 세워 놓고 붕어빵과 지직~~ 기름에 지진 호떡을 보고 그냥 못 지나간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추운 겨울에 손 비벼가며 서 있는 이 아줌마에게 들려서 꼭 사가지고 간다. 하도 잘 가서 마음 속 이야기도 할 정도로 가까이 지냈다. 오년정도 하다 이사 가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아랫집으로 가면 두부부가 하는 양복점! 아주 친절해서 자주 왕래하고 아줌마랑 앉아 수다 떨고 시장 돌아가는 이야기 자기 가정이야기 다 한다. 어려운 일 많고 고생들 하면서도 월세가 많아 해마다 올려 가게 하는 이들이 자주 바뀌고.... 안타까웠다. 이분도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또 올라가다 보면 이불 집 가게를 둘러보며 와아 이쁜 게 너무 많다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다시 올라가서 보면 포장 하나 쳐놓고 순대 파는 아줌마. 오랜 시간동안 손수 만들어 비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비좁은 작은 터에서 리어카를 놓고 양푼 다라이에 둘둘 말아 김이 나는 순대 앞에서 “사천원 어치 주세요.” 시장 갔다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가면 손녀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시장 안에 있는 현대 슈퍼! 다른 슈퍼보다 아주 저렴해서 이곳에 와서 필요한 것을 사며 자주 왕래했다.
52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필요한 것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 시장 안에 다 있다.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 살아보겠다고 바둥거리며 물건을
이들도 있고 많은 이들이 바뀌어져 있다.
파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 힘을 얻는다.
순대 파는 아줌마 찾아가 소식 듣는다. 뜨거운 순대를 매일 만져서 퍼렇게 된 그 손이지만
마음이 속상할 때도
아이들 잘 키워 결혼시키고 집도 좋은 거 마련하고
그냥 시장 안으로 내려오면
가게도 준비해서 앉아 쉬기고 먹기도 한다고 한다.
주욱주욱 둘러보며 그들의 모습과 눈빛,
보는 나는 내일처럼 즐겁기만 하다.
표정을 보며 지나노라면
오랜 세월 속에 살아가는 이들!
어느새 속상한 게 다 풀어진다.
지금은 소문이 나서 바글바글 발이 못 디딜 정도다.
우울할 때도 시장 한 바퀴 돌고 오면 다 없어지고,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새색시들!
즐거움이 가득해진다.
먼 곳으로 이사 가도 여전히 찾아오고, 싸고 물건이 좋다 해서 소문난 재래시장이 되었다.
머리가 아플 때도 내려온다.
무슨 때만 되면 더 바글바글 !
시장 구석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파는 이들을 보면 아픔도 사라진다.
잘된 이들도 있고
이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면 힘이
안된 이들도 있고
넘쳐난다.
슬픈 이들도 있고
살아가려도 하는 그 힘! 생기 있고 활발하다.
재미있는 이들도 있고
나는 사남매를 잘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이렇게
이 현대 시장은 점점 늘어나 길고 넓은 장터가 되고
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많지만
두 집 건너 떡집, 두 집 건너 고깃간, 그만큼
나는 둘러보는 재미가 참 좋다.
많아지고 사람들도 많이 온다.
만져보고 먹어보고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입어보고 얼마나 좋은지.
몇 년 전에 의정부 산골짝으로 이사 와서
훈훈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정갈해 보인다.
나는 가끔 이 현대시장을 그리워한다.
향긋한 사람들의 소리가 아름답다.
다행히 딸 둘이 이곳에 살아서 감사하다.
시장은 나의 삶이었고 나의 사랑이다.
한 달에 한번정도 딸들한테 전화 해놓고 전철타고 역에서 내리면 큰 딸이 기다리고 있다 만나 손잡고 제일 먼저 이 현대시장을 보러간다. 가슴이 쿵쾅! 신이 난다.
평생주부 안성구님은 올해 나이 72세로 1976년부터 금천구에 거주하기 시 작. 시흥에서 4남매를 낳아키우시고 시집장가 보내어 손자 손녀를 가득 두고 계시다. 네이버 블로그 ‘산내음 들내음’을 찾아보시면 만나실 수 있음. 관심사는 사진찍기와 꽃 가꾸기.
53
골목길 따라 시선이 머무는 자리
54
낯선 듯 익숙한 그림 글자
골목에서 만나는 메세지
Hand Made 직접 만들고 쓴 골목길 hand made 글자에 눈길이 간다.
55
눈으로만 보세요. 가져가면 나쁜 사람
벽을 치지 마시오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했을까? 아름이가 이겼네~~
주인의 경고장~
글 - 김은아 사진 - 김은아, 윤부섭, 김유선, 김민금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얼른 써놓은 바보멍청이~~
56
산책길에 만나다
담장 너머의 마주치는 친구들
언제부터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이 참 삭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 때문 에 잠시 그 삭막함을 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날 동네 골목들을 거닐다가 주택가 담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안 에 꾸며진 꽃과 나무들이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잠시 멈추어 서서 감상합니다.
57
며칠 전까지 피어 있었던 저 이름 모를 노란색 꽃잎도 동네를 환하게 밝혀 줍니다.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서 자신의 예쁜 모습을 마구 뽐내고 있어요.
‘저 집 주인은 어떤 분일까’ 라고 매우 궁금하게 만드는 예쁜 꽃들이 많이 보여요. 저 꽃들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들었을까요?
58
이 집은 독산동 문교 초등학교 근처에 있어요. 붉은 벽돌로 된 담장 위로 보이는 담쟁이덩굴도 반갑고 계단 위에 놓여 있는 화 분들도 이 집의 분위기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 동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감나무도 마찬가지지요. 어 쩜 저렇게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 리 동네가 산 아래 위치해서 그럴까? 아님 바람 좋고 햇살 좋 은 곳이라 그럴까요?
하나 딱 따서 먹고 싶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감나무들이 무지 많은 동네는 바로 이 곳, 내가 살고 있는 금천구랍니다. 사진,글 - 임선영
59
소소한 이야기
학교가는 길~~~
처음 금천구라는 마을로 이사 온 것은 내 나이 8살
또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학교에 1교시가 끝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이다.
날 때쯤 도착하여 들어가지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
어리디 어린 8살 아이는 초등학교를 영등포에서 입
가지도 못 하고 쭈뼜대고 있을 때 선생님과 반 친구
학하여 1학기를 보낸지라 학교를 전학하고 싶지 않
들이 나를 걱정하여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려 주던
았고 부모님도 영등포 쪽의 초등학교가 역사도 길고
모습들...
금천구도 익숙치 않은 터라 영등포쪽의 학교를 1년
학교 운동장을 공사 한다고 하얀 연탄을 가져 오라
넘게 버스를 타고 다녔다.
고 하셔서 버스를 타고 연탄을 들고 갔던 모습들..
생각 해 보면 우리 엄마가 강단이 있으신 분이셨던
방학 중 중간 소집일에 머리 자른 내 모습이 부끄러
듯하다. 여덟 살 밖에 안된 여자아이를 혼자 버스를
워서 교문 앞에서 왔다 갔다 했던 내 모습...
태워서 학교에 보냈으니 말이다. 그 시대에 삐삐나
하지만 그렇게 먼 곳을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닐 만큼
핸드폰도 없었는데 말이다.
학교는 나에게 즐거움의 공간 이였고 즐겁게 놀 수
하지만 생각 해 보면 무릇 우리 엄마 뿐 아니라 그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 이였다.
시대의 어머니들 대부분 그러셨던거 같다.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3학년 즈음 버스를 타고 다니던 친구 중 문제가 생겨
데 말이다.
나도 신시흥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지금은
그래서 나에게 학교 가는 길은 버스에서의 추억이 많
흥일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올해 한울 중학교
은 거 같다. 버스로 학교를 다니던 초반에는 안내양
가 이전을 하면서 없어진 초등학교다. 흥일 초등학
언니도 있었던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그 후 조금 지
교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학교 가는 길에 골목
나 운전기사 아저씨 옆에 요금을 넣는 통이 생겨서
골목을 뛰어 다녀보기도 하고 친구집 문 앞에서 친
무척 신기 해 하던 기억이 난다. 돈 통이 놓이던 곳
구 이름을 부르고 기다리기도 했었다.
이 내 단골 좌석이였기에 더 기억이 나는 거 같다. 조 그마한 여자아이가 버스에 혼자 타니 운전기사 아저
이제는 어느새 내 나이도 마흔을 넘어 나에게 추억이
씨가 운전석 옆 엔진이 있었던 곳이라 추측한다. 좌
넘쳐 나던 학교 가던길을 내 아이가 그리고 우리 마
석은 아니지만 앉을 수는 있는 곳이라 가끔 앉혀 주
을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가는 길을 걸어 보았다.
셨던거 같다.
60
시흥초 가는길~ 시흥초등학교는 금천구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라 학교가 크다~~~ 학교 가는길에 시장도 있고 내 어릴적 골목처럼 꼬불꼬불 좁은 골목들도 있다. 오래된 약국의 간판의 유리 속에는 내 어릴적 보았던 약국의 의자가 보인다. 오래된 동네 목욕탕도 보이고 우리 동네에 있었던 대문들도 보인다~ 그 길들을 지나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면 얼마전 시흥초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같이 그린 벽화가 반갑다가 손짓을 해준다...
61
탑동초 가는길~ 탑동초등학교 앞에는 내 어릴적 우리학교 앞에 있었던 문방구와 똑같은 문방구들이 있다. 입에서 달달한 불량식품을 지나치지 못하고 한입 가득 넣고서야 행복한 표정으로 지나갈 수 있었던 곳... 탑동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그 시절 추억의 그곳이 생각날만큼 비슷하다.
62
금천초등학교 가는길~ 금천초등학교는 산과 아주아주 가까운 학교다. 진짜 좁고 좁은 골목들을 지나서 학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할 때면 높고 높은 담장에 그려진 예쁜 벽화들이 이야기를 한다. 바다 속 풍경들, 비와 함께 놀고 있는 우산들, 귀여운 동물들과 인사하다 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한쪽 벽면의 멋진 담쟁이덩굴의 모습도 빠뜨릴 수 없는 멋진 금천 초등학교의 학교 가는 길이다.
글과 사진 - 진선희
63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해”
64
2016년 9월 23일 금요일. 오늘은 보건소 4층에서
맘 프로젝트 6주 과정 안내영상을 보고 참여자들 끼
열리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맘프로젝트
리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날이다.
주제는 촛불을 마주보며 엄마를 각자의 마음으로 나
홍보하는 글에는 ‘정신없이 달려 나가는 삶! 쉼표가
누는 것이었다. 누군가 훌쩍 훌쩍일 땐 너나없이 티
필요합니다. 마음의 문제는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
슈를 꺼내어 눈물을 따라 훔치고. 어떤 마음은 억울
습니다. 내 마음 속살을 만나는 시간! 진정한 힐링의
함이 묻어 가슴이 찡! 잠깐씩 하하, 호호, 웃음꽃이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라고 되어있다.
피기도....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라는 이 강좌를 듣기
이야기가 끝나고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전체
위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잔잔한 분위기
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가 이어지는 아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음률, 탁자 위엔 예쁜 촛불, 모
다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와 다른 사
래시계, 미니 화분, 편안한 식탁보가 준비된 자리로
람의 이야기를 몰입해서 듣고 반응하는 프로그램이
가서 앉았다.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시간도
나의 테이블엔 다섯 분이 앉게 되었다. 서로 눈인사
기대가 된다.
를 나누고 활동가님께서 가져다주는 밥상, 물, 커피, 쥬스를 대접 받았다. 여왕처럼~ 함께 하신 분은 모두 스물 다섯명 정도였다. 그런데 모르는 분들이 가져다주는 밥상에 안절부절했다 불 편하고 어쩔 줄 모르고 활동가에게 “미안하다.”, “미 안하다.”고 모두 말씀하신다. 활동가님 말씀하시길 “항상 가족을 위해 차려준 밥 상을 오늘은 여러분이 받으세요.” 밥상! 정갈하고 깔끔하여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느끼게 하면서 ‘이게 바로 힐링이구나.’하는 생각이 저 절로 든다.
65
사진과 글 한미옥
2016년 마을광고대상
‘우리도 상 주자’
66
67
68
69
70
71
72
73
편집후기 마을잡지 ‘닮다’창간모임은 2016년 봄에 시작됐어요. 동네 이야기를 지금 현재 모습 그대로 남기자고 했어 요. 우리가 주인이 되는 글쓰기에 대해서 워크샵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글쓰기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어 요. 또 잡지를 만든다는 목적이 커지면 더 엄두가 나질 않을 것 같아서 살짝 이야기모임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야기와 수다를 오가며 마을잡지가 마무리됐어요. 만들고 나니 ‘마을 사람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하면 자연스럽게 마을잡지가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닮다’에 더 많은 분들이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위원, 홍보위원, 글쓰기위원, 기획위원...많은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마 을 을 닮 아 가 는 잡 지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 다
창간호 특집기사
경숙씨는 왜 그래? 우리도 상 주자! 평생주부 안성구의 현대시장
2016년 금천광고대상
닮다 창간준비모임+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