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물따라 불편한 성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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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1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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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빛과 선의 음률
성동 둘레길 따라 남산까지 걷다 성수동 빵순이의 빵, 갤러리 지도 공정여행 여섯코스
일상에서 여행으로
여행자거리-청계천박물관
친구에게 추천해줄 거야! 물은 여행한다
수원지-배수지-물재생센터
우리 동네 낙타길
발은 머리 위에 있다
------------ 2부 동네
32 38 44 51 54 58 ⓒ최제희
동네를 여행하는 법
송정 용답 옥수 성수
사근동 그리고 마장동
은둔카페 산책길
성동의 서울미래유산 자전거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성수동의 새 얼굴 떠나는 이들을 위무하며, 또 깊이 생각하며
------------ 3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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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5개의 색으로 떠나는 지하철 여행
와.전.여행 - 와이프의 전남친이 소개해준 성동여행 성동과 닮은 그곳
호주 로즈베이
서울숲의 나무들 도시의 가로를 걷는 이들을 위하여 서울숲에서 중랑천까지
새들을 만나러 길을 걸었다
새들의 소리 홍일점 살구나무 송정제방둑길
Editor's Letter 우리가 살고있는 곳은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 성동 구석구석을 발로 누빌 때 든 생각이었습니다. ‘성동둘레길’은 낙타길로 다시 보였습니다. ‘개나 리 피는 응봉’은 든든하고 오롯한 산이었습니다. 중랑천 따라 깃을 내리고 쉬는 철새들. 흐르는 물 에 비친 성동의 풍경은 마음에 각인됐습니다. 성동 은 숲과 산과 강물이 어울린 동네입니다. 성동의 사람과 공간을 열고, 소개하고 있는 성동 공정여행사업단도 만났습니다. “여행이란 그곳 사 람과 만나는 일”. 그 평범한 말도 다시 기억합니다. 마장동 산동네 꽃담마을. 낡고 오래된 집들이지만, 그 안은 삶터 일터. 그곳을 가꾸어가는 이들은 꽃 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자연과 사람 사이로 길과 집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 걸어 그곳을 거닐 때, 잠시 발을 멈추고 들여다 볼 때, 마음으로 그곳에 닿으려 할 때, 그곳은 각기 심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2018 성동의 풍경과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원동업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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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유상
1부
길 5
빛과 선의 음률 서울숲 곤충 식물원 이유상
서울의 허파, 서울숲 서울시민 및 성동구민의 보물창고다. 숲과 잔디가 어울리고 사슴과 나비가 노니는 곳. 서울숲 곤충식물원에서 빛과 선의 음률을 만난다.
그곳에 가면 꽃과 곤충, 나비와 선인장, 물고기와 새들. 소통하며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심신을 휠링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Jacqueline's Tears 첼로 음을 들으며 빛의 기억을 담는다.
이유상 : http://blog.naver.com/uslee3232 성동여행 SNS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사진가 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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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둘레길 따라 남산까지 걷다 이미경, 강민경
여기 성동서 떠나 남산으로 가는, 미경이와 민경이의 불편한 여행지도를 소개합니다. 굳이 먼 곳으로 떠나가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면. 그러나 지금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우리 함께 떠나요. 서울숲서, 달맞이공원서, 동네작은도서관서 시작할 수 있는 길. 남산으로 가는 쉬운 길 대신, 꿈과 낭만, 추억까지 묻어나는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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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불편한 지도(동네숲 따라 남산 가기) 1.금호산 입구정류장 금호산 정류장은 신금호역에서 3 분 거리 남짓에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말 그대로 금호동의 달동네였는
5.도심등산로
데,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
이 정류장의 왼편이 새롭게 변모
7.작은 도서관
왔나 싶었는데 고층아파
하였다. 그렇지만 남산으로 가는
작은 도서관으로
트들이 중간중간 보인다.
산줄기의 초입은 변함없다.
환승해도 허하
20층이나 되는 아파트와
노라.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는 2. 서울숲 남산길 입구
셈이다.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걸어서 4시 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다. 서울숲에서 이곳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공룡의 등뼈를 타고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
6.서울의 우수조망명소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는 남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 못 지 않다.
4.응봉산 근린공원입구 본격적으로 남산으로 가는 관문 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산책로도 좁아지고 오로지 두 발이라는 교 통수단만을 이용. 3.성동5번버스 숲으로 이어지는 입구까지 친절 한 마을버스 5번을 타고 오면 걸 어서 올라오는 수고를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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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두번째 숲길 입구
10.가을의 팔각정
차가 올 수 있는 마지막 길
이대로 머물러도 좋다
9.유아 동네 숲터 아이랑 같이 오신 분은 숲체 험하고 갈 수 있는 길
11.팔각정에서 본 한강 점같이 보이는 저곳을 너무 크게 두고 살고 있구나
13.남산이 보인다
12.이제 우리에게 내리막길만
14.확실히 용산구 성동구에서 중구로 다시 용산구로
ⓒ강민경
15.남산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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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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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엔 맛있는 빵집이 참 많다. 단골로 다니는 가깝고 맛있는 빵집, 멀어도 일부러 찾아가는 빵집, 30년 넘는 전통을
잇는 빵집, 나만 모르고 다 아는 유명한 빵집까지 다양한 빵집들까지…. 빵순이가 한번 나서서 빵 힐링 여행을 떠나 보려 한 다. 나 혼자 알기 아까운 빵집들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맛있는 행복, 함께 나눠요!
본노엘 물 한 방울이 안 들어가고 건강한 유기농 밀가루만을 사용하는 빵집이라고 잘 알려진 본노엘! 쫄깃쫄깃한 식빵부터 앙버터까지, 정말 눈이 돌아가는 빵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는 빵집이다. 재료에서부터 건강을 겸비한 정성으로 꽉 찬 빵 집이라서 그런지 이 곳의 빵은 설명을 듣지 않고 먹기만 해도 맛으로 그 정성이 모두 느껴지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에서는 잘 만든 프레첼을 찾기 쉽지 않 은데 이 곳에서는 베스트 메뉴 중 하나로 버터 프레첼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 으로 강력 추천. 먹으면서 내내 ‘맛있다’ ‘맛있다’를 외치게 되는 곳. 주소 서울 성동구 상원길 64[뚝섬역 3-4출구 사이 상원길 가다 쌍용아파트 앞] 추천 베스트 메뉴: 버터 프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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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작은 마을 성수동 <빵굽는 작은 마을>은 대한민국제과기능장 사장님이 매일 직접 따듯하 고 맛있게 빵을 굽는다. 빵뿐아니라 마카롱, 쿠키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뚝섬역과 가까이 있고 코너자리에 있어 굉장히 찾기가 쉽다. 이 곳은 정 말 빵집 간판부터 파는 빵들까지 하나하나 뭔가 그리운 옛 정취가 살아 있는 느 낌이 들어 유난히 정감 가는 곳이다. 이 곳에서 베스트 셀러는 어니언 크림치즈 베이글이라 한다. 일반 베이글과는 다르게 좀 더 바게트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호두 베이글과, 기분 좋은 양파향을 가득 머금은 어니언 크림치즈 가 알맞게 들어 있다. 말 그대로 환상의 조합! 한번 먹으면 또 찾을 수밖에 없는 맛이다. 더 좋은 것은 냉동해 두었다가 15분 정도 실온에 해동만 시키면 방금 산 빵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2동 656-1731[뚝섬역 8번 출구에서 직진] 추천 베스트 메뉴: 어니언 크림치즈 베이글
멜로워 멜로워는 2013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이자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스페셜리스트 김진규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멜로워는 맛있 는 커피뿐만아니라 다양한 빵들이 있어 성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빵집 중 하나 이다. 케롯케익, 초코 크로아상, 쑥 앙버터 등 다양한 빵들이 있는데 특히 비주 얼이 정말 좋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개인적으론 아직 먹어보지 않은 소시지 페 이스트리를 추천하고 싶다. 심슨의 마지가 떠오르는 비주얼을 하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피식 웃게 된다. 공간도 넓고 쾌적해서 여유를 되찾기에 적합하다. 무엇 보다 이 곳은 커피가 유명한 곳으로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커피와 빵 모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완소 장소가 될 것.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7길 39[호랑이, 까치, 학 벽화가 있는 그 골목] 추천 베스트 메뉴: 소시지 페이스트리
샹도르 이곳 또한 유기농 밀가루 전문점이며 천연 효모를 사용하여 빵을 굽는 곳. 천연 발효종이란 자연친화적인 발효종 배양과 장시간에 걸친 발효에 의해 얻어지는 효모를 말한다.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 활동하는 천연발효종 빵은 여러 가지 유 익한 성분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빵 고유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샹도르는 시간이 더뎌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이스트를 최소화한 자연 발효법을 고집해 모든 제품에 천연 효모를 사용한다. 빵도 빵이지만 이 곳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케익. 비주얼이 정말 이쁘고 가격도 착해서 자주 이 용하고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뚝섬로 400[성수이마트 사거리, 두꺼비왕식자재 옆] 추천 베스트 메뉴: 생크림 케익 2호 13
훔볼트 훔볼트는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분위기에 천장에 높게 달린 3개의 샹들리에가 제 일 먼저 반겨주는 곳이다. 인더스트리얼하거나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많은 성수 동에서, 다른 곳과는 상반되게 아예 다른 느낌을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곳 또한 커피의 질이 우수한 데 비해 가격이 좋은 편이라 자주 찾는 단골집이다. 머 무르기에 편안한 분위기에 맛있는 다양한 빵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매일 가도 좋은 곳. 최근에 빵들의 질을 한층 더 개선시키고자 업그레이드 준비중에 있다. 준비 중인 현재에는 케익 종류를 집중해서 판매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스트 로베리 생크림 케익과 딸기쇼트는 지친 날에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기에 충분하 다. 특히 스트로베리 생크림 케익같은 경우에는 모양이 단정하고 이뻐서 선물로 도 추천하고 싶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58[성수역 3번출구서 한강 방향, 경수초 입구] 추천 베스트 메뉴: 스트로베리 생크림 케익, 딸기 쇼트
성수동 꿀꽈배기 이곳은 두 말이 필요 없는 곳이다. 말 그대로 “1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 복이 아닐까?”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2개 1천 원인 꿀꽈배기는 가격이 착해서 도 좋지만, 한입 먹고 나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맛이다. 찹쌀로 만들어져 그 쫄깃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꿀꽈배기에 커피 한잔이면 오전 오후 피로감 은 모두 날려버릴 수 있겠다.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주소 서울 성동구 성덕정길 127[뚝도시장 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향, 왼편] 추천 베스트 메뉴: 꿀꽈배기
어니언 <어니언>은 1970년대 지어진 낡은 단층건물에 위치해 있다. 50여 년의 시간동 안 슈퍼, 식당, 가정집, 정비소 그리고 공장으로 변형돼 왔던 곳. 패브리커라고 하는 팀이 이 곳에서 과거의 흔적들을 살리면서도 동시대적 공간으로 재생시켜 <어니언>이 탄생했다. 이 곳 역시 공간이 좋고 빵과 커피가 다 맛있다. 가격대는 좀 있는 편.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뭐니뭐니 해도 팡도르라 할 수 있겠다. 눈 이 소복이 쌓인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팡도르는 달콤하고 달달해서 커피와 함 께 단것이 당길 때 당 충전하기에 제격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9길 8[성수역 2번출구에서 가깝다] 추천 베스트 메뉴: 팡도르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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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난자 <보난자>는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여 장시간 저온 숙성한 빵으로 알려진 곳이 다. ‘NO 설탕-버터-우유-계란’과 ‘당일 생산, 당일 판매’ ‘퓨어버터-천연사탕수수 수 OK’라고 팻말이 붙어있다. 설탕, 우유, 버터, 계란을 넣지 않고 빵 맛을 어떻 게 낼까 의심스럽지만, 빵맛을 보고 나면 ‘한번도 가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만 다녀간 사람은 없는 곳’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보난자 베이커리가 생긴 배경 엔 특별한 로맨스 스토리가 있다. 빵집 사장님이 연애할 당시, 지금의 아내인 여 자친구분이 빵을 너무 좋아했다. 제과제빵 수업을 들었는데 그 반이 자격증 반 이었고, 생각지도 않게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 지금의 베이커리를 오픈한 것. 보 난자베이커리의 빵집 내부는 정말 작아 빵만 구매할 수 있다. 와인 살라미, 할라 피뇨 치즈, 나 초코 나 초코, 크렌베리 호두, 치즈볼, 보난자바게트, 100% 통밀 빵, 블랙올리브 치아바타 등이 앞다투어 ‘나를 사달라’ 외치는 듯한 쇼케이스가 있다. 많은 빵을 먹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할라피뇨 치즈는 만족도가 가장 높은 빵이다. 할라피뇨만의 알싸한 향과 적당히 매운맛 덕에 느끼함도 없고 씹는 맛 이 굉장히 좋다.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느낌이 드는 맛. 빵을 먹고 난 이후에도 더 부룩함이 전혀 없어 부담감 없이 맛있는 빵들을 양껏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5길 9-2[성수동 갈비골목 대성갈비 근처] 추천 베스트 메뉴: 할라피뇨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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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의 빵투어와 함께 근처에 가볼 만한 갤러리들을 함께 소개한다.
스페이스 오매 (SPACE OMAE) OMAE는 Old and New, Men & Women, A to Z , East to West 라는 뜻. ‘오매! 놀라운 작가들’을 발굴해 국내를 비롯해 해외로 알리는 역할을 하는 통로가 되고자 2015년에 생겨난 곳이다. 꾸준히 유망한 신진작가 발굴에 나섰던 OMAE는 대중과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자 2017년 10월에는 성수동에 Space OMAE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새로 오픈했 다. 성수동 스페이스 오매 전시 공간은 30년 된 연립주택을 재생 건축해 이전의 흔적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동시대적 감성을 결합하여 독특한 분위기가 살아있다. 이 곳에서는 전시 이외에도 워크숍, 공연, 마켓, 옥션 등의 다양한 문화 행 사도 진행하여 문화 예술을 통해 영감을 주고 휴식을 선사한다. 공간 아래편에는 개성적인 상점들도 여럿 입주해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곳은 복합적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뚝섬로9길 16 4층[성수역 3번출구-성수이로길-경수초로 좌회전해 가다 오른편] 일요일 휴무 16
9P Paper / Photo / Print / Printmaking / Plate / Press / Paint / Project / Pin 아홉의 P로 시작하는 전시와 아트 관련 단어들, 그리고 구피라는 캐릭터가 좋아서 만들어진 9P 갤러리. 9P는 성수동 판화공방과 문래동 갤러리가 함께 뭉쳐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신진 작가 전시와 다양한 전시를 꾸준히 하고 있는 곳이라 전시가 있다면 꼭 찾아가 볼 만하다.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1길 28[성수역 2번출구 - 길 건너 두 번째 골목서 좌편길 직진] 일요일 휴무
브레가 아트 스페이스 BREGA는 해외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베이스로 하여 활동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킹과 공유 환경을 지원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국내외 작가들의 실험적인 창작활동과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한다. 201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국 내외 예술인들간의 담화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BREGA Studio에서 첫 해외 레지던시 프로 그램을 실시했다. 최근 2018년 2월 성수동에 Brega Art Space 라는 이름의 새로운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미술과 대중 이 교류하는 플랫폼. 자유로운 스튜디오의 공간 제공과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속에서 작품을 개 념화하고 제작하고 전시한다. 나아가 대중들이 미술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문화와 미술이 모든 이에게 제공될 수 있 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41[호랑이, 까치, 학이 있는 그 벽화골목, 멜로워 옆]
라벨 갤러리 라벨갤러리는 주식회사 세림에 의해 만들어진 갤러리이다. 특이하게도 라벨과 연관된 작업을 엄선해서 보여 주는 곳 이다. 그 동안 이 곳에서 전시된 국내 회화, 판화, 사진작가들의 작업은 한결같이 구체적인 사물에 깃든 라벨 이미지였 다. 사물의 피부에 달라붙어 그것의 정체성과 용도, 미감을 장악하는 중요한 부위에 눈독을 들인 작가들의 작업을 용 케 찾아내 선보이는 한편, 세림에서 생산된 라벨과 함께 묶어 전시하는 감각이 돋보이는 갤러리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 특화되고 개성적인 갤러리에서 많은 볼거리와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좀 더 편리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성수역 2번출구-큰길 건너-세번째 블록서 왼편으로 직진]
사진창고 2015년 6월 개관한 갤러리 <사진창고>는 사진, 미술의 평면과 조형의 입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다. 전시와 함께 다양하고 지속적인 세미나등을 진행하여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 준 높은 전시작품을 선보여 뜻깊은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26[성수 이마트 뒤편 경찰기마대 근처]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 & 바이산 90년대에는 물류창고였고 그 이전에는 정미소였던 공간이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성수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한 이 곳에서 작품은 항상 바뀐다. 음식도 맛있어서 친구, 가족, 지인 누구든지 함께 방 문하기 좋은 곳. 공간이 주는 이채로움과 전시물들을 즐기는 문화 생활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78[성수역 3번출구서 한강 방향으로 가다 왼편] 17
일상에서 여행으로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 여섯 코스 성수동쓰다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이하 여행단>은 성동의 일상을 ‘여행’으로 만든다. 2018년에 여행단은 성동구 곳곳에 여섯 개의 여행코스를 열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했던 사회적경제 둘레길을 왕십리나 금호동 쪽으로도 넓혔고, 책방을 넣 어 주제도 확장했다. 시간적으로는 ‘야밤’여행을 추가하고, 하룻밤을 성동서 묵는 ‘실험’도 했다. 백영화 대표가 길을 열었던 여행코스 6곳과 그곳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1코스 서울숲과 소셜벤처 여행단은 서울숲방문자센터에서 서울숲 여행을 시작한다. 서울숲은 시민이 참여해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시민의 자원봉사가 중요한 축이다. 서울숲사랑모임이 녹색공유센터와 함께 서울숲컨서번시로 서울숲 전체를 관리하게 된 것 도 중요한 변화. 서울숲은 단지 시민들과 주민들의 휴식처, 놀이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곳은 개구리, 지렁이, 매 미, 제비 같은 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이고, 숲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는 모든이들의 학습터이기도 하다. 서울숲 4번-5번 출입구는 서울숲길, 그러니까 성수동과 직결되는 통로다. 카페거리로도, 혹은 아틀리에 거리로도 알 려져 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 서울숲길을 찾는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식당, 커피숍, 그리고 공정무역기업과 디 자인, 사진 스튜디오, 공방과 아틀리에 등이 곳곳에 박혀있다. 하지만 이곳은 동시에 주민들이 살고있는 거주지. 마을 여행자의 자세는 어때야 하나?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를 이야기하고 보고, 만질 수 있는 곳. <1코스> 1) 서울숲 방문자센터 → (2) 달려라피아노 앞 서울숲 이야기 → 3) 더피커 → 4) 아프리카인사이트 → 5) 체인지메이커 스 홈 → 6) 이스트오캄 → 7) 마리몬드 → 8) 희락공방 체험 18
2코스 성수동 수제화거리&갤러리체험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 하지만 박제된 곳이 아니라, 여전히 성수동 사람들의 삶터요 일터 이다. 여행단은 구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박물관처럼 펼쳐져있는 2호선 성수역 내부에서 만난다. 그리고 수제화거 리의 벽화와 공방들과 수제화공원으로도 사람들을 안내한다. 수제화 혹은 가죽공방 사람들과도 만난다. 2017년엔 오 래 수제화를 만들어온 숙련장인들을 주로 만났다면, 2018년에는 젊은 ‘작가와 공방 기업인’들이 중심. 이 여행길에선 성수동 수제화의 이면과 미래를 만날 수 있다. <프루와>의 박선규 대표는 작업자들의 공방을 1층에 만들고, 전시장과 판매숍을 지하에 두었다. 언뜻 이해가 안 가지 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하루 종일 일하는 작업자들이, 햇살과 바람이 통하는 더 좋은 환경서 일하는 게 맞다. 전시장 을 들르는 손님 고객은 그야말로 잠시 머물지 않는가?” 역발상이지만, 상식 앞에 우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맨솔>의 박기범 대표도 ‘해온 대로’가 아니라, 새 생각을 많이 하고있는 청년 창업인. “수제화의 시스템, 유통구조를 바꾸고 싶다. 수제화와 그 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2코스> 1) 성수역 슈스팟 → 2) 성수역 3번출구 → 3) 최성규 의인비와 성수2로에서 미션 → 4) 수제화가죽 거리 벽화 → 5) 프 루와 공방 6) 맨솔 [수제화공원 포함 등 변경 가능] → 7) 스페이스 오매 체험
성동책마루
희락공방
희락공방
성수동 수제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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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 금호행당 마을공동체 <서울의 달>이라는 산동네 드라마를 찍었던 곳이 성동구의 옥수동 금호동 산동네였다. 그게 1994년. 시인 함민복도 금호동에 살았는데, 그때의 경험을 ‘금호동의 봄’이란 시로 적었었다. “똥차가 오니 골목에 / 생기가 확, 돕니다 / 비닐 봉지에 담겨 / 골목길 올라왔던 갖가지 먹을 것들의 냄새가 / 시공을 초월 한통속이 되어 하산길 오르니 …하략…” 현 재의 금호동과 옥수동은 아파트가 마천루를 이루었지만, 그 안에서 삶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금호1가동 주민센터엔 지난 201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보물단지>가 있다. 주민들이 재활용으로 버릴 의류, 도서, 잡화류를 받아 재판매하는 곳. 그 돈을 모아 아이들 장학금을 준다. 그 옆 <책단지꿀단지>서 책을 읽고, 위층에서도 아주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명실상부한 주민자치센터. 재개발로 살터를 잃었던 이들이 시작한 ‘논골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온 성동생협을 찾아가면, 논골신용협동조합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성동FM>에서 만남이 삶을 이루고, 삶이 만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수다방송으로 만든다. <3코스> 1) 신금호역 2번출구 → 2) 금호1가동주민센터 <보물단지> <꿀단지책단지> → 3) 대현산 배수지공원 →4) 성동생협 → 5) 성동FM 동네라디오 방송제작 체험
보물단지
왕십리
왕십리 여행자거리
4코스 왕십리와 봉제업 협동하는 사람들 성동구는 성의 동쪽 마을이다. 동대문 바깥에서 서울사람들의 채소, 땔감을 담당했던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담당했고, 산업화 시대엔 공장지대였다. [현재의 성수동엔 엔터테인먼트 회사 및 정보기술 관련 수많은 기업들이 곳곳의 지식산 업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산업형태는 주로 도시산업. 구두와 인쇄, 자개, 자동차정비 그리고 봉제산업도 중요한 축 이었다. 현재도 왕십리, 성수동엔 소규모 형태의 패션, 봉제인들이 미싱을 돌리고 있다. 왕십리는 왕십리역을 갖고 있어 대중교통의 요지이다. 성동구청과 의회가 있는 행정중심 동네이기도 하다. 여행단은 성동구청 책마루서 만난다. 365일 문을 여는 이 책마루는 성동 및 외부인들의 이야기 플랫폼이기도 하다. 책들의 향 기를 몸에 묻히고 길을 나서면 왕십리 광장. 지역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세운 소녀상과 만난다. 시 ‘왕십리’ 시 비와 김소월 동상도 여기 있어 시간을 보낼 만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건강마을치과협동조합 역시 성동구 사람들이 마음과 돈을 모아 창립하고 운영중인 곳. 패션봉제협동조합을 찾으면 봉제인들의 삶과 생활을 나눌 수 있다. <4코스> 1) 왕십리역 성동구청 책마루 → 2) 왕십리 광장 소녀상과 동상들 → 3) 건강한마을치과 협동조합 → 4) 성동패션봉제 인연합회/업사이클링 체험 20
5코스 서울숲+소셜벤처+희락공방 5코스는 1코스와 같고 저녁에 진행된다. 희락공방은 세 번 공방을 열었다. 처음 연 곳은 서울숲길. 뚝섬역 사거리서 서울숲 수변공원으로 가는 큰 길. 2010년 대 초, 그곳은 한적하고 그늘진 곳이었다. 두 번째 공방은 서울숲2길. 2010년대 중반. 성수동이 핫하게 떠서, 예술가 들과 젊은 기업인들이 <오!성수>같은 책을 만들고, 꽃길을 열고, 자발적인 축제를 열던 중이었다. 그곳서 함께 피었으 나,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 희락공방은 과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성덕정길’로 이사온다. 재개발이 예정된 곳. 이 곳서 성수동 여행을 마친 이들과 도예·예술 체험이 이뤄진다.
6코스 책과 노니는 동네 ‘만 권의 책, 만 리의 여행’이라 한다. 사람을 키우는 데 여행과 책만한 것이 없다는 뜻. 그러니 책방을 찾아나서는 6코 스는, 이 성동공정여행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문제는 책방이 성동구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점. 이 부분을 여행단은 광 진구의 사회적기업 <하나투어리더>_대표 이현수와 협업해 해결했다. 상부상조의 협업으로 차를 빌리고, 성동구 책방 여행이 이어진다.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 역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단계를 밟는 중이다. <옥수책빵>은 목수책방이었던 곳. 3호선 옥수역에서 내려 옥정초등학교를 왼편에 두고 올라가면 독서당로와 만나는 데, 오른편 쪽 고가 가까운 곳에 옥수책빵이 있다. 작가 장세이와 자연환경 전문 출판사 목수책방 전은정 대표가 함께 만드는 공간. 그림책을 통해 마음을 읽고 치유하는 주인장 정해심이 운영하는 <카모메그림책방>과 ‘되찾은 시간’을 쓴 작가 주인장이 운영하는 <프루스트의 서재>, <서실리>는 모두 금호초등학교 근처에 있다. 서대문구에 있다가 성 수동에도 분점을 낸<공씨책방>은 서울미래유산. 이야기들 안에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게 피고 열린다. <6코스> 1) 카모메 그림책방 → 2) 프루스트의 서재 → 3) 옥수책빵 → 4) 공씨책방 → 5) 언더스탠드에비뉴 내 파워스탠드
그리고 남은 길들 성동구공정여행단은 지난해 서울 속 마을여행으로 32회의 여행길을 열어, 450여 명의 여 행자와 함께 성동을 걸었다. 또한 총 2,000여 명에 이르는 이들이 서로 만났다. 여행은 열 두서너 명의 사람이 최대다. 마을여행이라 더 많은 인원은 함께 움직이기 어렵다. 오히려 더 작아졌으면 한다. 제주같은 자연유산도, 종로 성북같은 문화예술 유산도 없는 성동에서, 일상의 삶과 노동 그리고 삶의 터를 여행지로 삼는 성동공정여행. 사람을 잇고, 일상을 발 견하는 그 길에서 사람들이 보는 것은 나의 삶, 나의 마을이다. 금호동서 태어난 백영화 대표는 꿈이 있다. 도시 성동과 그녀의 또 다른 거주지 농촌 양평 을 이어주는 일, 도시민과 농촌주민들이 작당해서 서로의 고유한 문화를 체험하고 깊이 있 백영화 대표
는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이어주는 것. 호주의 친환경생태공원 세레스와 골드코스트의 크리스털 공동체를 찾아가 흠뻑 빠져보는 과정도 계획하고 있다. 그 여정은 꿈에 이르는 길이요, 여행자 백영화로서의 꿈이기도 하다. 21
왕십리 도선동 상점가와 여행자거리 그리고 청계천 박물관
친구에게 추천해줄 거야!
강민경
도선동상점가와 여행자거리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았던 알록달록한 색상의 왕십리 도선동 상점가 대문이 궁금증을 일으켰다. 왕십리역 2번 출구, 왕십리문화공원에서 시작해서 도선동상점가와 여행자거리로 이어지는 길. 동행한 친구와 점심을 먹고 느 릿느릿 걷는다. 세월이 느껴지는 작은 여관부터 꽤나 규모가 있는 호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한 부티 크 호텔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숙소들을 볼 수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꽤 보였는데, 밀집해 있 는 숙소와 다양한 먹을거리, 정돈된 거리와 편리한 교통은 여행자들을 모으기에 좋은 조건인 듯하다. 가벼운 발 걸음으로 ‘여행자거리’를 걷다가, 어떤 숙소의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테이크아웃 한다. 낯선 곳의 도시여 행자가 된 기분으로 골목을 걸었다. 왕십리문화공원에서부터 토요일 오후의 나들이를 시작했다.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 왕십리역과 문화공원이 위치하 고 있는 큰길의 이름은 고산자로. 사실 부끄럽지만 이 길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의미를 몰랐었다. ‘특이한 이 름이네, 무슨 뜻이 있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여행의 시작에 고산자를 만났다. 고산자는 조선의 지리학자 이며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호. 1984년 서울시가 위인들의 이름으로 도로 명을 정하면서 ‘왕십리 고산자로’라 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대동여지도에도 이 도로의 형태가 나타나있다고 하니 실제로 고산자가 걸었던 길이 아닐까? 왕십리는 한양도성 동대문 밖의 인접 지역으로 조선시대부터 일찍이 취락이 형성된 곳이다. 말을 기르는 마장으로, 농산물을 재배하여 공급하거나 소를 잡아 도성에 공급하는 식량배후지로, 현대사에선 봉제, 칠기, 금형공장 등 생산 기지였다. 이때 모여든 사람들과 서울시내 어디든 쉽게 연결되는 교통의 중심지로서의 지리적인 요건이 숙박촌을 형 성한 배경이다. 22
왕십리 (往十里)
ⓒ이지은
청계천 끝물 자락에 자리한 동네. 오래된 집들이 켜켜이 시간을 품고서 골목골목 빨래를 나부낀다. 푸르고 붉고 노란 빛깔에 흥겨워서 십 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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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박물관 ‘여행자거리’에서 청계천박물관을 향해 걷다보면 주택가를 통한다. 지어진 지 오래된 주택들이 많았는데, 저마다 세월 의 흔적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구조와 장식들이 눈에 띈다. 골목을 산책하면서 발 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작은 골목골목 사잇길에는 육류전문 유통업체들도 많이 보인다. 대로 건너에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있으니 이 곳에 육류유통거리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토요일이라 조용한 유통업체들을 지나, 높게 솟은 서울시설공단 옆에 낮고 길게 생긴 청계천박물관이 있다. 언제 생 겼는지도, 어떤 내용의 전시가 있을지도 모르고 찾아간 박물관은 외관부터 기대를 갖게 만든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시장 앞에서 바라본 청계천 너머의 전경은 오랜만에 탁 트인 시야를 선물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다섯 개 언어로 된 안내 리플릿이 있었는데, 태국어로 된 리플릿도 있다. 들어가니 역시나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이 있었는 데 단체여행 코스에 박물관이 빠질 순 없나 보다. [산과 물, 서울의 바탕] 이라는 잘 만들어진 청계천의 변화 영상을 시작으로 첫 주제, <역사 속 서울의 개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귀와 권력의 중심 북촌과 고고한 선비들의 마을 남촌, 진경과 풍류의 명승지 웃대(상촌), 상업의 중심 저 잣거리(중촌), 아랫사람들이 사는 마을 아랫대와 성저십리에 이르는 천변 지역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었다. 경사진 전시장을 따라 두 번째 주제는 ‘청계천이 복개되어 청계로가 되는 과정’의 역사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 전쟁을 거치며 청계천변에 살았던 서민들의 시대상과 청계천 상가의 발달 과정도 볼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모인 서 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전시된 사진 자료와 재현해 놓은 판자촌의 모형을 보면서도, 그 속에서의 삶은 상상 조차 되지 않았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덕지덕지 붙여 지은 판잣집은 그로테스크한 예술 작품 같아 보이기 도 했다. 살기 위해 천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살기 위해 다시 도시의 가장자리로 떠나야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그때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도시의 개발을 위해 밀려난 사람들. 40~50년 전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개발에 밀려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 청계천박물관 상설전의 셋째 네번째 주제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 그 후의 10년’에 관한 내용이다. 1990년대 후반 생태 환경과 역사문화의 보전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면서 청계천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현재 청계천은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지만 성급한 복원으로 인한 문제점들은 여전하다. 청계천 재-복원 계획은 단기, 중기, 장기 계획으로 나뉘 어 진행되고 있다. 2018년은 단기 계획이 완료되는 해이고, 마무리는 2050년으로 현재 수돗물로 운영 중인 청계천을 온전한 자연의 물길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나중에 나의 딸이 커서 이 박물관을 경험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어 느 정도로 재-복원이 이루어져 있을까? 꼭 함께 와서 청계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방문했지만 알찬 전시 구성과 적절한 기획 덕분에 청계천에 대한 이해와 서울의 지리적인 역사 이 야기까지 재미있는 강의를 한 편 들은 것 같았다. 이렇게 괜찮은 전시가 무료라니, 주변에 적극 추천해줄 만하다. 박물관을 나오면 길 건너에 판자촌 체험 전시관이 있다. 작은 규모지만 색다른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좋다. 다만 직원 이 상주하는 것이 아니어서 관람을 하려면 따로 연락을 해야 한다. 왕십리의 볼거리, 먹을거리라 하면 곱창거리와 왕십리역사의 엔터식스밖에 몰랐는데 훌륭한 장소를 내 목록에 추가할 수 있어 뿌듯하다. 이제 타지에서 친구가 서울로 놀러 온다면 추천해줄 만한 동네가 되었다. (도선동, 마 장동을 아울러) 왕십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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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여행한다 성동구 수원지서 물재생센터까지
성수동쓰다
이 세상 어느 곳에나 물은 존재한다. 물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꾼다. 온도에 따라 그건 물이었다가 수증기였다가 얼음 이 된다. 장소에 따라 하천물이었다가, 하수도를 흐르다가, 논으로 스몄다가, 공기중에 떠올라가 구름이 된다. 이때 물은 더러운 것을 내려놓고 하늘로 떠올랐다가, 정화된 상태로 내려오기 때문에 물은 우리들에게 언제나 사용가능한 형태로 남을 수 있다. 성동구에서 물은 친근하다. 성수1가1동은 한강과 중랑천 하류를 끼고 있다. 성수1가2동은 중랑천을, 성수2가1동은 한강을 접한다. 사근동은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용답동을 만난다. 사근동은 하천이 밀어온 모래가 쌓이는 곳이어서 붙은 마을이름이다. 동빙고가 있던 옥수동과 저자도를 바라보던 금호동 역시 한강을 남쪽에 둔 배산임수의 집터다. 물도 여행을 한다. 인간의 삶과 마을을 담고 25
옥수동 동빙고 한여름, 한조각 얼음조각의 의미는 각별하다. 더구나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엔 더욱 그랬을 것이다. 현재 옥수역이 가 까운 옥수고가 밑 언덕은 한강서 채취한 얼음을 보관하던 동쪽 얼음창고, 동빙고가 있던 자리다. 한양 궁궐서 가깝고, 홍수 피해를 피해 적절한 창고를 만들기엔 둔덕이 필요했기에 선택된 장소였다.(빙원지 성수동엔 둔덕이 없다) 현재 형성되어 있는 공유공간인 옥수다락의 천장은 얼음을 연상케 하는 은박 구조물들이 고가 하부를 덮고 있다. ‘얼 음’은 그 당시 임금이 독서당에서 사가독서(일부러 휴가를 내어 하는 독서 공부)를 하는 선비들과 권부대신들에게 하 사하던 “성은이 망극한” 아이템이었다. 감옥의 죄수들과 혜빈원 등의 환자들에게도 얼음들이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 역시 왕의 감은이 두루두루 미치던 정치행위였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세 곳에서 물은 나고, 여행하고, 죽은 뒤 다시 산다. 성수동의 수원지, 대현산의 배수지 그리고 용 답동의 물재생센터가 그곳이다.
1. 수원지 성수동 수원지는 도시를 흘러와 더러워진 중랑천이 합류하기 전, 서울숲쪽에 있었다. 이곳에 물을 모으고 정수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설이 있었다. 성수동 지번 624번지. 뚝도수원지는 서울유형문화재 72호로 지정돼 있다. 1907년 건설되었 으니, 벌써 112년에 이르는 긴 세월이 흘렀다. 당시 1일 정수용량은 12,500입방미터. 당시 서울 시민 165,00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전한다. 2008년엔 수도박물관이 개장했다.
2. 대현산 배수지 배수지는 물을 분배하여 나누는 곳이다. 이곳 높은 곳에 배수시설이 있는 이유는 중력을 이용하여 서울시내 곳곳에 물을 나눠주기 위함이다. 이곳에 배수지가 형성된 것은 1908년, 뚝도수원지와 동시에 건설되었고, 90년 후인 1989년 다시 공사를 해 배수지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시설용량은 총 20만 입방미터, 종로 성동 성북 동대문 중구 등 5개구 시 민들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단다. 대현산배수지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복개된 배수지 위에 딱 1.2킬로미터 짜리 트랙도 있어서 걷거나 달리거나 자 전거를 타는 주민들, 아이들의 좋은 휴식처요 놀이터다. 나무도 넉넉해 44종 4만8천여 주가 식재돼 있어 도시의 열을 식히고, 그늘을 제공해 주고 있다. 2003년 5월 31일 개장했으니, 서울숲보다 대략 2년여 앞에 먼저 휴식처가 되었다.
3. 용답동 물재생센터와 하수도과학관 <용답동은 재활 재생의 땅> 용답동 물재생센터 부지 안에는 여러 ‘재생’ 관련 기관들이 모여있다. 우선 <아름다운가게>의 물류창고가 여기 있다. 그 옆에는 비전트레이닝센터가 있다. 노숙인들이 자립과 갱생을 모색하는 공동체 공간. 트레이닝 센터 옆엔 폐가구나 목재를 활용해 물품을 만드는 이들의 작업장도 있다. 이들은 현재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해 있다. 새활용플라자는 폭넓 게 재생과 재활용,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을 추구하는 모든 활동과 사람들의 집합체. 새활용플라자 등을 열면서 개방된 물재생센터는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여행’이 가능하다. 마치 핵전쟁이 쓸고 지나간 지구, 인간은 사라지고 철과 콘크리만 남아 작동을 계속해 가는 듯한 <미래소년 코난>의 인더스트리아 현실 판이 궁금하시다면, 여기서 볼 수 있다. 우리 삶이 어떻게 유지되고, 죽어가는 생명이 재생될 수 있을지, 이곳은 커다 란 학습터이기도 하다. 26
1. 수원지
2. 배수지
3. 재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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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낙타길 이응석
새로 명명한 낙타길 우리는 직립보행인간이다. 기본적으로 걷도록 만들어졌다. 창조주가 자동차, 엘리베이터를 염두에 두고 우리를 만들 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직립보행인간임을 지나치게 부인한다. 인간본연의 모습은 수렵시대 사람의 모습이다. 마사 이족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눈여겨 볼만하다. 인생전체는 100년간 하는 긴 여행이다. 발을 아끼면 몸이 좋아하지 않는 다. 발이 바빠야 몸이 편하고 행복하다. 여행은 다리의 싸움으로 시작하여 머리와 가슴과의 싸움으로 끝난다. 여행은 상처와 치유를 동시에 엮어가는 긴 과정이다. 여행이란 다리라는 노동을 통하여 지혜라는 알곡을 거두는 곳간이다. 오늘은 새로 명명한 낙타 길을 걷는다. 어른낙타 등도 있고 애기 낙타 등도 있다. 캐러밴이 아니기에 특별한 장구가 없 는 낙타의 체온을 느끼며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주변이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잉어가 물 밖으로 입을 내밀고 산소를 마시듯 오늘은 성동의 작은 허파를 찾아 산소를 마실 것이다. 28
ⓒ원동업
발은 머리 위에 있다 발은 머리 위에 있다. 발은 머리를 지배한다. 건강한 발은 우수한 머리보다도 낫다. 발은 가장 밑에 있지만 하늘에서 보 면 가장 위에 있다. 그게 바로 발의 위대성이다. 발의 위대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오늘도 길을 나선다. 목표지점은 새로 명명한 낙타길이다. 해발 81m의 응봉산을 기점으로 하여 낙타 등과 같이 생긴 고만고만한 고개길을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응봉산의 응(鷹)자는 매 ‘응’자다. 이성계가 사냥을 위해 즐겨 찾던 곳이다. 낮다고 깔보면 안 된다. 전망도 일품 이다. 낮지만 거치적거리는 게 없어서다. 서남쪽은 탁 틔어 가슴이 뻥 뚫린다. 안타깝게도 북쪽방향은 대현산보다 높은 아파트들이 정상까지 치고 올라와 우리들 눈의 먹이를 파먹었다. 응봉산은 보기 드문 명산이다. 돌산이지만 진달래가 온통 돌을 덮어 육산으로 착각할 만하다.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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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상
한강은 아나콘다 아직도 개나리꽃 몇 잎은 3월을 못 잊어 첫눈을 맞으며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 첫눈은 연습하듯 쬐끔 온다. 첫눈은 자연의 하얀 불꽃이다. 벌레 알, 씨앗들 잠들어라, 겨울 옷 준비하라고, 김장 서두르라며 인간에게 보내는 착한 신호다. 그런데 금년엔 예상을 깨고 지난달 24일 8.8cm의 기록적인 첫눈을 뿌렸다. 맑은 날보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을 유독 좋아하는 내가 첫눈의 유혹을 못 본 척 할 리 없다. 지팡이만 챙겨 길을 나섰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아 황홀한 선경을 만들어낸다. 뿌윰한 서울숲은 새둥지 같았고 삼표레미콘 공장은 다리 꺾은 사마귀 같았다. 멀리 한강은 정지된 아나콘다의 몸이며 한강다리는 절지동물의 큰 마디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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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낙타, 애기 낙타 한강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데크 공사와 페인트칠로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낙타의 첫 번째 등을 타고 바닥으로 내 려와 두 번째 등인 달맞이 공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엔 ‘무쇠막’ 간판이 서 있다. 무쇠막은 조선시대 주철을 녹여 무쇠 솥, 농기구 등을 주조해서 국가에 바치거나 시장에 내다파는 야장들과 대장간이 많은 지역이라 해서 불렸단다. 두 번 째는 낙타 새끼의 등으로 야트막하다. 계단을 몇 개 정도 밟고 올라가면 이내 정상부가 나온다. 배드민턴장과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고 강 쪽으로는 전망대가 여지없이 있다. 이제 쉬엄쉬엄 두 개의 낙타 등을 밟았으니 이번엔 어른 낙타 등을 타야겠다. 정식명칭은 응봉근린공원(금호산)이다. 주변에선 제법 높다. 이곳에도 공원으로 새로 단장 한 서쪽방향을 뺀 나머지는 역시 아파트들이 볼썽사납게 하늘을 잠식하고 있었다. 하늘은 지상에 있는 우리 인간들로 하여금 마음껏 보라고 만들어졌는데 인간의 감정의 먹이, 뇌의 먹이, 눈의 먹이를 주인의 허락도 없이 야금야금 먹어 치운다.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랴. 정상부에서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서울의 우수경관 조망명소’가 있다. 과 연 명소답다.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인수봉, 만장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웃해 있는 배수지공원을 한바퀴 돌아 행당역 쪽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땅거미가 내려 가로등의 불이 하나씩 켜졌다. 느릿느릿 쉬엄쉬엄 14000여 보를 3시간 에 걸었다.
발은 마르지 않는 행복 화수분 발은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언제나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걷기는 한강을 마르지 않게 하는 태백 의 검룡소며 낙동강의 황지며 섬진강의 데미 샘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빛이며 화수분이다. 발은 수 천 수만의 머리를 달고 있다. 걸으면 지네처럼 다족류가 된다. 걸음은 수백 수천의 머리를 만든다. 발이 둘인 것은 함께한다는 의미다. 발이 교차하는 것은 한 발짝 씩 나아가야 한다는 질서의 의미다. 이게 어긋나면 뒤엉킨다. 이인삼각경기가 어려운 이유 다. 여덟팔자로 걷는 것은 힘의 분산을 가져온다. 힘 있는 걸음걸이가 될 수 없다. 척추에 영향을 미치며 자세가 뒤틀려 보기 흉한 모습이 된다. 걸음걸이가 촐랑대면 마음도 촐랑댄다. 걸음을 무겁게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오늘도 낙타 길 의 낙타 등을 타며 생각의 타래를 마구 풀어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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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5개의 색으로 떠나는 지하철 여행
성수동쓰다
다섯 개의 색 성동구에는 다섯 개 색깔의 길이 있다. 녹색, 주황색, 보라색, 하늘색, 노랑색. 2호선 3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그 리고 분당선이다. 몸 곳곳을 구석구석 연결하는 핏줄처럼, 서울의 지하철들은 성동에도 와 닿는다. 성동서 타면 서울 곳곳에, 그리고 그 바깥으로 갈 수도 있다. 움직여야 산다. 걸어 지하철을 타고 내려 다시 걷자. 우리의 조금 불편한 여행이 몸과 정신의 자유를 가져온다. 32
ⓒ강민경
녹색 2호선 1980년 개통한 순환선이다. 성동에서는 뚝섬역과 성수역이 지상철 구간이다. 성수역에서 신설동까지 지선 역시 지상 철로 연결된다. 2호선은 서울의 중심 세 곳을 잇는 구도로 만들어졌다. 구도심인 을지로 시청을 연결되는 종로구 일 대, 잠실과 강남이라는 새로운 축, 그리고 공업지역인 대림과 영등포다. 1호선부터 9호선까지, 경의중앙선과 공항철 도는 물론 분당선과 신분당선까지 환승역이 연결되는 서울교통의 혈맥이다. 성수역에서 신설동으로 이어지는 지선은 정북방향으로 달리는 1호선과 다시 연결된다. 성동구 2호선엔 다음의 역이 있다. 왕십리역은 성동구의 중심이다. 경의중앙선과 5호선 환승역이 있고, 분당선의 기 착지다. 엔터식스엔 CGV와 쇼핑시설, 수영장과 스파 등이 즐비하다. 한양대역은 ‘대학가답게’ 다양한 소비위락 시설 들이 존재한다. 사근동 마장동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뚝섬역에서 내리면 8번출구로 서울숲이 가깝다. 상원길과 서울 숲길, 연무장길 등엔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성수역 근처는 여전히 자동차정비, 인쇄, 기계, 수제화 공장 등 도시산업 시설들이 많다. 최근엔 지식산업센터들이 다수 들어섰다. 33
주황색 3호선 3호선은 서북부에서 동남부로, 4호선은 동북부에서 서남부로 크게 X축으로 연결한다. 3호선은 일산선이 연결되면서 북으로는 경기 고양 대화까지 이어지고, 남으로는 오금까지 닿는다. 삼송지구와 은평뉴타운 등 북쪽의 서민 공공주 거지와 남쪽으로 압구정동, 예술의 전당,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오간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라는 연극 도 있었는데, 가난한 산동네서 벌어진 욕망의 풍경을 다뤘다. 옥수 산동네는 이제 압구정동만큼 부촌이 됐다. 성동에는 금호역과 옥수역이 있다. 옥수역에서 내리면 한강과 가깝고, 천년 고찰 미타사 근처로 달맞이봉을 만난다. 달을 보기에 그만인 곳. 금호에서 내리면 조금 걸어 남산까지 이어지는 산길 산책로로 다가갈 수 있다. 성동구 둘레길 이다. 금남시장이 가까이 있어 활기찬 장터서 장을 볼 수 있다. 언덕길을 넘어가면 금호초등학교 근처의 책방 트라이 앵글(서실리-프루스트의서재-카모메 그림책방)도 만날 수 있다.
보라색 5호선 5호선은 서울을 가로축으로 연결한다. 강서구에서 강동구, 송파구로 연결되면서 교통소외 지역을 많이 해소했다. 서 쪽으로는 김포공항과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상일동과 마천동으로 갈린다. 이전엔 버스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했던 이 지역들이 비로소 ‘서울’이 된 것. 5호선은 서울에서 가장 깊은 곳을 달리는 지하철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역을 이용해 보면 땅속으로 한없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성동구의 역 중, 신금호역은 다섯 개의 오름길 내림길로 이어지는 세 개의 출구를 갖고 있다. 옛날 신금호역 주위엔 헌 책방 <고구마>도 있어, 수없이 많은 애서인들을 불러 모았었다. 지금은 아파트촌과 일반주거지가 혼재돼 있다. 행당 역을 나오면 산비탈이다. 위로 오르면 논골사거리가, 아래로 내려가면 성동구립도서관이 나온다. 5호선은 왕십리역을 지나 마장역과 답십리역, 장안평역을 지난다. 마장동엔 이전에 우시장, 도축장 그리고 마장동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 다. 정말 옛날 이야기다. 답십리는 인사동과 쌍벽을 이루는 골동품 가게들의 거리로 알려져 있고, 장한평은 평편한 땅 에 한국 최대의 중고자동차거래장이 있다. 단일 최대의 차량과 축산물 시장 등을 보고 싶다면 이곳 등서 내리면 된다.
하늘색 경의중앙선 경의중앙선의 한쪽 끝은 파주 위쪽 문산에 닿는다. 임진강이 가깝고, 휴전선에 이르는 최북단 전철이다. 문산에서 평 화누릿길을 도보로 걸을 수 있다. 경의중앙선의 다른 끝은 구리 덕소 양평 용문을 거쳐 지평까지 닿는다. 경의선은 이 전에 북한과 연결되어 신의주까지 연결되었던 철길이다. 1905년 건설됐다. 신의주에 철길이 연결되면 중국 대륙을 넘 어 유럽까지 닿는다는 그 열차길이다. 왕십리역, 옥수역에도 경의중앙선이 지나고, 응봉역도 있다. 응봉역은 ‘철도덕후’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한다. 경 원선, 중앙선, 2호선, 3호선, 4호선을 구석구석 볼 수 있기 때문. 성동구의 대표적 이미지인 응봉산 배경의 개나리와 기차 지나가는 풍경의 일부이기도 하다. 중랑천, 서울숲, 응봉산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이용 승객은 극히 적은 곳. 다 만 암벽등반공원은 최상의 체험을 제공한다는 전언. 34
노랑색 분당선 분당선은 성동구에서 강남으로 가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전에는 강남을 가기 위해서 2호선을 타고 2시에서 5시 6 시 방향으로 우회해야 했던 것이, 이제는 곧바로 가로질러 압구정로데오에도, 강남구청에도 선릉에도 내릴 수 있다. 더 내려가면 야탑과 이매, 정자와 오리, 신갈과 기흥 수원에도 닿는다. 2005년 개장한 서울숲에도 2007년 서울숲역이 곧이어 생겨, 더 많은 이들이 서울숲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서울숲역에 내려 3번 4번 출구 사이엔 언더스탠드 에비뉴가 있다. 서울숲으로 향하는 이 통로에는 <성동구 일자리 주 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엄마손 만두집과 시니어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볼 수 있다. 혁신적 사고로 무장한 각종 샵과 공 익공간에서 문화예술 행사도 자주 벌어진다. 문화상품들도 풍부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업장터 마르쉐도 열린다. 성수동의 옛중심지, 성덕정길도 예서 가깝다. 성덕정길을 따라 올라가면 뚝도시장이, 그 위로 더 가면 노룬산 시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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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 있다.
지하철 가는 길은 조금 불편하다. 지하철은 내려가야 하고, 지상철은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 뒤는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안정된 곳이라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세상 구경, 사람 구경도 원 없이 할 수 있다. 지하철역서 내리면 가까운 곳에는 대개 서울공유자전거 따릉이도 비치돼 있다. 지하철뿐아니라 자전거 타 기도 편한 마을 성동에선 두 발로 걷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문이 여러 개 달린 전철을 타고 여행할 일이다. 오감 구석구석까지 행복한 여행은 불편한 길에서 먼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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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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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삼행시] 이미경
ⓒ최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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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여행하는 법 이상국
송정동 중랑천변 굽은 동네
중랑천 물줄기의 하류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송정동. 동이름은 원래 조선시대 숫말을 기르던 국영 목장이 이 일대에 있어서 숫마장이라 하다가 음이 변해 솔마장(率馬場)벌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한자로 송정(松亭)이라 부르면서 송정 동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송정동은 물길을 따라 경기도 의정부 상촌 나들목과 서울시 송파구 장지 나들목을 잇는 동부간선도로가 길게 뻗어있 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동쪽에 군자동, 남쪽에 성수동이 송정동과 경계로 한다. 덕분에 대학 졸업 후 서울 광 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나도 성수동에서 송정동을 거쳐 자전거 타고 자주 출퇴근 했던 기억이 있다. 뚝섬역을 출발하여 송정동 남쪽에 금속 철공소가 몰려있는 광나루로 대로변 옆을 지나가거나, 지 금은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된 송정제방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곤 했다. 중랑천을 따라 3.2km로 이어지는 송정제방길이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길`로 새롭게 조성된 건 2015년의 일이니, 내가 일하던 2012년에는 아침 저녁으로 송정제방길 따라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학생, 여유롭게 산책하는 주민들이 함께 공존했던 기억이 난다. 과거에도 늦가을이 되면 송정제방길은 울창한 수림대의 오색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송정제방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노란 은행나무는 단연 으뜸이었다. 가을에는 송정제방길의 오색단풍이 장관을 이루지만, 중랑천이 굽이를 도는 바깥 변에 위치한 송정동은 역사적으로 집중 호우 시 침수 상습 피해로 주민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다. 1990년 9월 연합뉴스 기사에는 집중호우로 중랑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하수가 역류하여 인근의 송정동 마을 주민들의 침수 피해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송정동 주민들은 당시 장안국민학교에 마련된 임시 수용소로 대피하여 물이 빠지기를 고대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고. 다행히 지금은 중랑천 변에 다양한 서울특별시 종합종말처리장, 중랑천하수처리장, 송정빗물펌프장 등 빗물관리시 설을 설치하여 집중 호우 시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상습침수지역으로 오래된 주택이 밀집되어 있었던 송정동은 현재 주거환경개선과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여러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38
송정제방길에서 바라본 중랑천과 동부간선도로
걷고 싶은 길로 조성된 송정제방길(2015년)
중랑천과 장안교
이 동네 여행법 다가오는 봄, 송정제방길을 걸으면 떠나는 송정동 마을 여행은 옆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가끔 눈앞에 있는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옆에 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송정길 초입에 위치해 있는 송정빗물펌프장, 멀리 중랑천 건너편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중랑천하수처리장까지. 어떻게 보면 이 시설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밝게 불빛을 비추는 바다 위의 등대처럼, 오랜 시간 송정동 마을의 안전을 위해 빛을 내고 있었던 존재였다. 송정제방길을 걷는다면 한 번쯤은 옆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가려진 진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마을 여행에서 찾아야 하는 가치이지 않을까.
용답동 새활용과 순환의 땅
용답동과 나의 인연은 성동구 드림스타트센터에서 ‘꿈아날자’ 강사라는 활동을 하며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성수동에 서 용답동으로 찾아가는 방법은 내게 크게 두 가지였다. 성수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살곶이다리를 지나 청계천변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 용답동으로 찾아가거나, 지하철 2호선 본선과 성수지선의 환승역인 성수역에서 신설동 방면 성수지 선 열차에 탑승하여 용답역으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용답역으로 떠나는 방법 위주로 소개 한다. 성동구 드림스타트센터에서 ‘꿈아날자’ 강사 활동을 하기 전까지 나는 용답동이라는 동네를 가본 적도 없었고 잘 알지 도 못했다. ‘꿈아날자’ 강사 활동이 몸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성수역에서 성수지선을 타고 길을 떠나는 일이 낯설고 때 론 불편하기도 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지하철 2호선 순환선 본선의 열차 편성이 길게 연결된 것과 달리, 성수지선은 4량의 짧은 열차가 운행하고 있어 탑승 시에는 승차 위치를 꼭 확인해야 했다. 또한 배차 간격 역시 본선에 비해 길어 시간을 잘 못 맞추는 날이면 승강장에 서 긴 시간을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원래 낯선 세계로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통과 의례는 감수해야 하지 않나. 그 정도로 생각하면 성수역에서 용답동으 로 떠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여정은 아니다. 원래 성수지선은 열차의 입출고를 위한 차량기지로 생겨났다. 입출고선이 길어지다 보니 영업용으로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성수역에서 출발하여 용답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군자차량기지의 풍경이 가깝게 눈에 들어온다. 39
지하철 철로 옆으로 세워진 군자차량기지를 지나 용답역에 도착하면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터널이라는 또 다시 낯선 풍경과 마주한다. 용답역 지하터널은 외부 사람들이 낯선 용답동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삶터이자 일터인 용답 동에서 쉼터인 청계천변 산책로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지하터널을 지나 용답동에 첫 발을 내딛으면 개발되지 않은 옛날 서울과 마주한다. 용답 상가 시장을 중심으로 과일가 게, 순대 국밥가게 등 작은 상가들이 다양하게 밀집해 있고 거리를 보행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서행하는 자동 차가 뒤섞여 서로를 피해 움직여 다닌다. 용답 상가 시장 주변에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등의 메뉴를 갖춘 국수집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최근 용답동에 방문하 여 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었는데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고 착했다. 국수집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식사를 하시는 손님도 여럿 보였다. 아마도 저소득층이 많은 용답동의 상황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용답동은 서울에서도 소득이 낮고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에 꼽힌다. 용답동은 용답역 주변으로 인구가 많으며 특 히 재개발로 묶여 있는 지역 일대에 집중적으로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수급자 등의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성동구 세대별 인구현황(2018년 9월 기준)을 보면 1인 가구 구성비가 54%로 성동구 사근동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동구에서도 용답동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다른 동에 비해 상대 적으로 높다. 성동구 인구현황(2018년 9월 기준)에 따르면 용답동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16%이 다. 이는 성동구 17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2015년 4월 대비 3% 증가한 추치다. 지역 내 노숙인 재활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와 ‘서울특별시립 24시간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는 것도 용답동의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한다. 용답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노숙인, 장애인들처럼 소외된 이웃들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기피해야 할 대상 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내에서 함께 돌보고 관심 가져야 할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용답동은 2호선 순환선 본선에 비해 존재감이 낮은 성수지선처럼, 성동구에서 상대적으로 외롭고 쓸쓸한 동네 의 느낌이 강했다. 그런 용답동에 2017년부터 ‘서울새활용플라자’와 ‘서울하수도과학관’이 생겨나면서 따뜻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서 울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공간이 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는 폐가구를 재활용하는 목공작업소 ‘세움’이란 이름으로 비전트레이닝센터의 노숙인들이 다 른 예술가들, 벤처기업과 입주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새활용 토요장터도 열린다. 또한, 물이 순환되는 과정을 배워볼 수 있는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도를 테마로 한 과학관이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중랑물재생센터를 시설 현대화를 통해 전국 최초의 하수도 특화 교육장 으로 재탄생 시켰다.
비전트레이닝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
물순환테마파크
이 동네 여행법 용답동이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자. 마을 여행을 매개로 용답동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소외된 이웃의 만 남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네로 인식을 전환시킨다면 어떨까. 나는 용답동의 대표적인 세계관으로 ‘새 활용’과 ‘순환’이 떠오른다. 하수도를 정화하여 맑은 물이 흐르듯 용답동에도 새롭고 젊은 에너지가 들어와 순환 과정 을 거친다면 동네는 좀 더 밝은 활기가 흐르지 않을까 싶다. 40
옥수동 일요일 복합문화공간 탐방기
12월 2일 일요일 오후. 성수동의 창조적 공익 공간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13번 성동 마을버스를 타고 옥수동 으로 떠났다.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버스를 탄 지 15분쯤 흘렀을까? 성수대교 북단 교차로를 지나 용비교를 건넌 버스는 옥수역에 도착했다. 참고로 2016년부터 신설된 성동13번 마을버스는 성동구 옥수동과 성수동 지역을 한 번에 연결하는 노선이다. 성수동에 사는 내가 옥수동에 방문한 건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왔던 지난 가을의 9월 30일 일요일에 이 어 두 번째다. 지난 가을에 방문했을 당시에 비해 겨울에 방문한 옥수동의 일요일은 더 조용하고 한산했다. 시간이 겨 울로 변화하면서 옥수동 오름길 입구의 마트 앞에는 군고구마 기계가 생겨났고, 포장마차 주변은 따끈한 오뎅 국물과 떡볶이, 튀김 등의 분식을 찾는 사람들로 꽤 붐볐다. 사실 내가 일요일에 옥수동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토요일에 성수동의 카페에서 일하는 직업 특성을 꼽을 수 있 다. 나는 현재 토요일에는 주로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카페성수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만난 다. 암튼 옥수동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작은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이 오름길에는 특색 있는 공간와 분위기 좋은 카페,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업시설이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문제는 옥수동 오르막길 골목에 위치한 대부분의 상업 가게들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다. 나의 경험상 상업 복합문화공간은 토요일에 비해 일요일이 손님이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 복합문화공간에서 일하는 내 가 일요일에 쉬는 것처럼, 옥수동 공간에서 일하는 그들도 일요일에 쉬는 건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상황이다. ‘탕종빵’으로 옥수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집이라 알려진 <모찌모찌>도, 독일 함부르크의 재생 도시에서 영감을 얻어 문 연 카페라고 하는 <항구도시연구소>도 일요일이 정기휴무다. 그래서 일요일에 옥수동에 오면 이 공간들은 들어가 지도 못하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한다. 물론 옥수동의 모든 상업 공간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건 아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대표적인 곳은 <항구도시 연구 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May 314>다. 옥수동 오름길에 자리 잡은 지 4개월 된 <May 314>는 양지차돌 쌀국수, 쏨땀 등의 태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원테이블 식당이다. 쌀쌀한 겨울에 따뜻한 국물의 양지차돌 쌀국수는 차가워진 몸에 온기를 불어 넣기에 훌륭한 메뉴다. 쌀국수는 양지와 차돌 중 선택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인심 좋은 중년 사장님은 양지랑 차돌이랑 다 넣어 주신다. 두 개 다 넣어주시니까 쌀국수 좋아하는 나에게는 '개이득'.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다시 근처에 문을 연 공간을 찾아 나섰다. 길을 걷다 발견한 곳이 옥수역 7번 출구 앞 고가도로 하부에 들어선 <다락옥수>다. <다락옥수>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북 카페이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동네 사랑방이다. 피부 메이크업, 요가, 시 창작 등의 다양한 문화 강좌가 열리고,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도 비치되어 있다. <다락옥수>에서 잠시 쉼을 가지며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신택리지 사업’으로 발간된 <청년, 서울의 마을을 탐하다>라 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청년허브가 새로운 일 경험을 탐색해보는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의 결과물로, 청년 들이 낯선 지역과 마을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소와 사람을 만나며 기록하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었다.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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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위로 성수동과 옥수동을 이어주는 용비교
옥수동 오름길
다락옥수
이 동네 여행법 청년으로 성동마을여행 사업에 참여한 나에게도 옥수동은 전혀 관계성이 없기에 가장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다. 그래서 다른 동네보다 더 많이 발품을 팔고, 지금까지 없었던 계기를 옥수동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일요일의 옥수 동 방문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현재 나의 일터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일요일은 성수와 옥수를 잇는 복합문화공간의 쉼을 의미한다. 옥수동 천년고찰 미타사의 느티나무처럼 복합문화공간은 때론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그늘의 역할을 한다. 쉼이 필요하다면 일요일이 아니어도 좋다. 옥수동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 옥수동의 제 각각의 특색이 묻어있는 문화공간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성수동 각기 다른 색, 복잡하게 연결된 골목상권
내가 살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은 서울숲 옆으로 아파트 주거단지와 오래된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형성된 동네다. 산업화 시대의 준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은 현재 장인들의 일터에서 자연과 문화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성수동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세월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여러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에는 인쇄 소, 공장 등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젊은 트렌드를 반영한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생겨났다. 도시의 빠른 변화 흐름을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성수동은 서울에서 도시의 오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네로 꼽 힌다. 붉은 벽돌의 공장과 창고는 원형을 보존한 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했고, 낡은 주택은 젊 은 창업가들의 꿈을 키우는 터전으로 탈바꿈했다. 도시 조직 내에서 다양한 용도로 혼합되어 있는 공간적 특성이 지역 고유의 장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성수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갔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성수동에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더 하여,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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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성수동과 관계 맺어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각각 다른 색으로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봄, 가을이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가 연일 끊임없이 이어졌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성수동 골목 상권 은 그때그때 다르게 그려진 지도로 맺어지고 끊어지길 반복했다. 넓은 성수동 골목 곳곳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공간들 을 압축하여 표시한 지도가 있어도 수없이 길을 헤매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종이 지도 는 무용지물이 된다. 오히려 스스로의 촉과 방향 감각을 믿고,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아가 는 것이 느리지만 제대로 성수동을 느끼며 이해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성수동 골목길의 다양성은 끊어졌다 다시 연결되길 반복했던 나의 지난 삶과 닮아있다. 준비했던 삶의 지도는 현실 세 계에서 큰 효용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보다 동네에서 행동하고 질문하며 소통했던 시간들로 인해 느리지만 ‘나’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굳이 지도를 펼치지 않아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성수동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영향이 크 다. 마을에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길 희망하는 사람들, 부지런히 한 땀 한 땀 작업한 수공예 작품으로 더 따뜻한 세상 을 만드는 사람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만들어 지역의 건강한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 등. 성수동은 다양한 사람 들의 개성 있는 삶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룬다. 그 속에서 관계를 맺고 함께한 많은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각자에게 필요한 욕구를 공유하며 같이 풀어 나가기도 했다. 이것이 성수동의 매력이고 힘이 아닐까 싶다. 내가 성수동을 좋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정제방길에서 바라본 중랑천과 동부간선도로
걷고 싶은 길로 조성된 송정제방길(2015년)
중랑천과 장안교
이 동네 여행법 성수동 마을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나는 지도없이 천천히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 손에 쥐고 있는 지도와는 잠시 이별한 채로 성수동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여행을 더 즐겁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의 다양한 공간을 자유롭게 경험하면서 여행의 새 로운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은 듣고, 보고, 경험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점을 잊지 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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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근동 그리고 마장동 이희선, 최제희
ⓒ 최 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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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tu vois ma mere> - Sydney Bechet
프롤로그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흘러나오는 커피의 향에 나도 모르게 홀릴 때가 있다 그윽하거나 쌉싸래하거나 오래된 숲의 나무향기같은 유혹. 길을 걷다보면 눈에 은근하게 들어오는 예쁜 모습들이 있다. 마지못해 푸르죽죽 서 있던 시멘트벽에 예쁘게 옷을 입힌 벽화. 은근하거나 눈이 번쩍나게 화려한 모습들. 우리의 여행은 그러다 코와 눈이 자석처럼 이끌려 머물게 된다. 오솔길같은 고개를 넘다보면 계단 한가득 꽃이 피어있다. 향기 그윽한 커피향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은둔 아닌 은둔같이, 조용한 카페에서 수다 한 모금 그렇게 될 때도 있다. ⓒ최제희
도시의 집시처럼 즐기는 소소한 방황. 45
# <Mystery of love> - Sufjan Stevens (Call me by your name o.s.t)
1. 사근거리며 산책하다 - 사근고갯길
# <The Memory of Tree> - Enya
2. 젠틀한 정글 - Jungle Juicy (정글 쥬스) 이른 아침 들린 정글 쥬스, 쌀쌀한 날씨에 커피를 시켰는데 가격이 착했 다. 그리고 맛도 착했다. 2층도 있다는 사장님의 말에 올라간 2층은 제 법 넓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손님은 나와 함께 간 지인 둘 뿐이었 다. 인증샷을 찍으며 지인과 얘기를 나눈다. 공간이 좋다. 여기를 작업 실로 쓰면 좋겠다. 부분 임대는 어떨까. 김칫국부터 마신다. 할 말이 많 아진다. 1시간 남짓 머문 동안 손님은 우리 둘 뿐, 안타까웠다. 나오면서 커피가 맛있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손님의 발걸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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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t Sleep Love> - Pentatonix
3. 아기자기한 낭만 - Cafe beirut (카페베이루트) 김광석, 94년인지 95년인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세실 극장에서 열 린 김광석 콘서트에 갔었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김광석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간 콘서트는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기타와 하모니카를 든 김광석은 그날따라 왠지 슬픈 눈망울을 하고 너 무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죽음을 예고했던 것일까? 아직도 그는 내 가슴속에 살아있다. 사근동 카페베이루트에 들어서면 벽 한편에는 김광 석을 그리듯 김광석의 초상화와 노랫말로 장식을 하고 있다. 사장님도 나처럼 김광석의 팬일까! 아닐 수도 있겠다. 몇 번을 들렀던 베이루트에 서 김광석 노래는 한 번도 듣질 못했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김광석의 [거리에서] 중에서
# <Just the two of us> - Grover Washington Jr & Bill Withers
4. 새침한 안경 너머로 느껴지는 따뜻함 - Tailor`s coffee (테일러스 커피)
전설 '퀸(Queen)' 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지금 보헤미안 랩소디와 연애중이다. 불황은 추억을 소환한 다고 했던가! ‘퀸’ 의 소환은 중년층에게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스 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두려움 없이 함께 전율하라' 보헤미안 랩소디 열 광 중에 찾은 곳이 사근동 테일러스 커피였다. 낮시간에 몇 번을 방문했 다가 자리가 없어 허탕을 치고 오픈 시간에 맞춰 겨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심플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에 무심히 얹혀진 흑백사진들, 사 진들 속에 비틀즈도 있었다. 문득 비틀즈가 그리워진다.
예전엔 내 모든 괴로움이 멀게만 느껴졌어. 이젠 그 괴로 움이 여기에 머물 것 같아. 아, 예전이 좋았어...... [예스터데이] 중에서 47
# <Stars> - Bobby Mcferrin & Yoyoma
5. 벽화 즐기기 - 마장동 꽃담마을
마장동 30통, 꽃담 벽화마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35명의 작가, 140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지하철 5호선 마장역 4번 출구에서 뒤돌아 골목길에 들어가면 세림아파트 (서울시 성동구 마장로 42길 14) 가 나오는데 세림아파트 담 벼락부터 벽화는 시작된다. 150여 개의 벽화는 밤하늘 은하수처럼 수를 놓았다. 가는 곳 마다 탄성을 지르게 하는 벽화는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누르게 만든다. 인생샷 끝에 나오는 생각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에 온 듯 한 느낌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마을이 오래토록 이 모습 그대로 보존됐으면 좋겠다. 사라지면 어쩌지... 그러다 동네를 바 라다보면 발전됐으면 좋겠다. 참! 풀기 어려운 숙제다! 48
우리 마을 벽화
이희선
자전거를 탄 아이가 신나게 달리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춤을 추는
ⓒ최제희
주소는 몰라도 백설공주네는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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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d folks> - Kenny Dorham
6. 전문성. 갤러리. 조화. 편안함 - Cafe Civet (카페시벳)
출입구에 붙여진 `쿵‘ 이 인상적이다. 여럿이 `쿵‘ 하였나보다. 카페시벳에 들어서면 아늑한 느낌과 작은 커피숍 안 왼편에 주인공처럼 로스터기가 앉아 있다. 로스터기를 지나 왼쪽 나 무창가에 작은 화분들이 걸음을 붙잡는다. 작은 창문 너머로 의 풍경이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소품들로 아트샵을 연상케 하는 카페시벳에 앉아 있다 보면 <응답하라 1990>이 다. 그 시절 즐겨 다니던 커피숍처럼 친근감이 든다. 음악도 딱이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카페시벳... 갑자기 사장님이 궁 금해진다.
<얼떨결에 따뜻한 인터뷰>
12월의 약간은 쌀쌀한 어느날.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 좋은 사장님을 인터뷰하다. -김희구 대표 카페시벳은 2011년 10월 오픈했다. 마케팅 전공으로 15년간 직장 생활 후 내린 결론이었다.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서 모 은 소품들, 생두가 좋아서 무작정 연구한 커피 그리고 여러 기관에서 배운 바리스타 자격증과 함께였다. 시벳이란 말은 ‘사 향고양이’란 어원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로는 코피루왁, 다람쥐에서 추출되는 콘삭, 족제비는 위즐…. 그림과 클래식, 재즈와 제3세계 그리고 뉴에지 등에도 관심이 많은 사장님은 ‘한 잔 커피와 동물들의 삶에도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65세 까지는 이곳 카페시벳서 일하고 싶다는 그. “체력이 있어야 제가 직접 커피를 내리니까요!” 이 공간에서 놀고, 아파도 이곳 에서 아파야 한다는 사장님의 커피 자부심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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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서울미래유산 서울의 역사문화를 기록 기억한다
성수동쓰다 글 원동업, 그림 최제희
서울미래유산은 미래세대에 남길 가치가 있는 서울시의 역사와 문화가 그 대상이다. 비록 국가나 서울시 등이 등록문화재 로 지정하지 아니하였지만, 기억하고 보존할 가치가 높은 우리 시대의 산기록들이 등재돼 있다. 2019년 1월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451개, 성동구의 서울미래유산은 총 8곳이다. 문화예술 분야 1) 뚝섬승마장, 정치역사 분야 2) 서울경찰기 마대, 서민생활 분야의 3) 성수탕 4) 왕십리 대도식당 5) 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 산업노동 분야의 6) 성수동 구두제 조업과 7) 마장동 축산물시장, 도시관리 분야의 8)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이다. 이중 성수동을 중심으로 몇 군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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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수탕 영업신고증 0002호, 1967년 개업한 성수탕 성수탕에는 서울미래유산 동판이 없다. 주인장은 특별히 그것에 ‘욕심’ 이 없어보였다. 그 직업 종사자들이 어느 정도는 그 직업을 닮게 되는 것이라면, 성수탕 주인 이창훈(43) 씨는 맑은 물을 닮았다. “목욕탕에 무슨 쓸 것이 있겠어요?” 창훈 씨는 겸손해 했다. 성수탕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67년. 창훈 씨의 부친 이치 님이 열었다. 당시엔 목욕탕 없는 집이 많았다. 그러니 명절이면, 휴일이면,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면, 목 욕탕행이 자연스러웠다. 목욕탕은 의례를 위한 장소요,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대개는 1층에 목욕탕이 있었다. 성수탕도 남탕과 여탕 사이 벽 윗부분이 트여있어서 엄마와 아들이 서로 약속도 주고받았다. 바가 지로 중앙의 물을 퍼, 몸에 끼얹으며 목욕했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2. 공씨책방 이곳은 천국인가 보물섬인가? “만일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을 것-보르헤스” 공씨책방에 들 어가보니, 그 말은 서점에도 적용되겠구나 싶었다. 켠켠이 책들이 쌓여 있고, 음반들도 흥부네 집 자식들처럼 나란했다. 공씨책방에 ‘공씨’는 없다. 책 담당 장화민(62) 씨의 이모부 공진석 님이 1972년에 헌책방 1 세대로 시작했고, 남편 왕복균(62) 님과 함께 이어받았다. 이문동 경희 대 앞서 시작한 책방은 서대문구 창천동을 거쳐, 여기 성동구에서 공공 안심상가에 분점해 왔다. 바스라질 것 같은 책들, 최근 헌책이 된 책들 이 뒤섞여있다. 36평방미터 좁은 ‘성수점’에 책을 다 옮겨놓지는 못했 고, 200년 묵은 책도 창천동점에는 아직 있다. 현재 부부는 이산가족이 다. 이곳은 세대를 거듭하며 세상에 나온 책들의 집이기도 하다.
3. 서울경찰기마대 철기병, 더센왕, 선더스텝, 엄지번쩍 서울경찰기마대는 태어난 지 올해로 72년이다. 1946년 종로구 수송동 에서 창설되었고, 1972년 성수동으로 이사왔다. 창설 당시 말 100두, 90여 명의 기마대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12마리의 말을 14인이 함께 한 다. 말들의 하루는 경찰들처럼 규칙적이다. 여섯시면 하루가 시작되어 아침 건초를 먹는다. 아홉시부터는 서울 유일 실내 마장인 이곳 기마대 서 운동이 시작되고, 운동후엔 목욕을 한다. 적외선으로 잘 말리고 난 후엔 점심 건초, 2시부터 4시경까지 근무한다. 업무후 간단한 정비와 함께 건초와 에쿠우스 간식을 먹고 나면 하루가 끝. 순하고 강인한 말 을 고르기 위해 기마대는 전국의 승마장을 찾아 말들을 골라온다. 철기 병, 프로페서실버, 더센왕, 선더스텝, 금돌이, 엄지번쩍, 파이브마운틴, 히오로스송은 이 말들의 이름이다. 52
4. 뚝섬승마원 성수동, 말의 유산 이야기 ‘뚝섬승마장’은 서울숲 내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 조성 공사가 시작된 날은 1953년 7월 28일, 한국전쟁 휴전일 다음날이다. 1922년 조선경마 구락부로 발족, 과천으로 경마장이 옮겨지는 1989년까지 35년여를 경 마장도 성수동에 자리잡았었다. 경주로 안쪽에는 한때 덕마(德馬)라는 골프장도 있었고, 1960년대 겨울에는 이곳 유휴부지에 물을 얼려 ‘뚝섬 경마장특설링크장’도 개설됐다. 국민학교 빙상대회 및 중고교 한일친선 빙상대회도 열렸던 역사를 지녔다. 뚝섬승마원은 지난 2014년 12월경 폐쇄된 지, 어느덧 4년여가 되어간다. “장마철이면 분뇨 냄새가 심하고, 인근 성수중고교와 인접한 환경” 탓으로 주민들의 강력한 민원도 지속 되다 문이 닫혔다. 말울음 소리가 다시 울리고, 그 시대의 추억은 다시 소환될 수 있을까?
5. 성수동 수제화거리 수제화의 A부터 Z까지 성수동 구두는 도시의 멋쟁이 신사, 숙녀들이 신는다. 인쇄, 자동차정비 등 성 수동에 자리잡은 다른 제조업체들처럼, 도심형 산업이다. 성수동은 한 때 한국의 수제화 생산의 90%를 담당했던 구두제조업의 메카다.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가 소개한 ‘수제화거리’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수제화 제조업체들이 밀집하기 시작하여 1980년대 말 수제화의 메카 로 부상한 지역으로서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113일대이다. 제 조에 적합한 공장, 저렴한 임대료, 지하철역과의 근접성 등의 조건들은 구두 제조업체들에 적합했으며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냄새, 화 공약품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자연스레 한 곳으로 모이게 되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내리면, 작은 ‘수제화 박물관’ 으로부터 성수동 수제화를 경험할 수 있다.
6.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 다시는 다시는 이런 참사 없으라 세워졌지만 왕십리로서 강변북로로 진입한 뒤 구리 방면으로 들어서면 성수대교 위령비 주차장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 공원은 차가 있어야 접근 가능하 다. 횡단보도도 처음에는 없던 것을 사고 20주기였던 4년 전에야 비로 소 만들었다고 한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지키고 서있는 추모 공원은 작 지만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 공원은 1994년 10월 21일을 기억 하며 서있다. 다리에 금이 가는 등 위험한 조짐이 보인다는 민원에 수 리를 했으나, 통행금지는 시행되지 않았다. 오전 7시 30분 경, 결국 다 리 중간이 내려앉았고 급정거한 버스는 절단면에 걸려있다 거꾸로 추 락했다. 등교시간이었기에 사망자 중에는 학생이 많았다. 위령비 전면 에 무학여고 교사였던 변세화 시인의 <영전에 바치는 시>가 비문으로 새겨져있다. 53
자전거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원동업
아마 세상에 첫 길을 연 것은 물이었을 것이다. 물은 그게 어디에 있든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한국처럼 산이 많 은 곳에서는 더. 옹달샘은 실개천과 개울을 이루고, 곧 강을 만나 도도히 바다로 흘렀을 것이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계 곡으로 가고, 그 계곡을 내려 물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과 만난다고 했으니, 물이 흐르는 곳에는 곧, 인간의 길도 있다. 성동구를 수변도시라고 부른다. 성동구를 상징하는 로고는 무지개였는데(혹은 아직도 무지개인데), 그 연원도 여기에 있다. 한강이든 중랑천이든 청계천이든 모두 길들이 나 있다. 각각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로가 일부 청 계천을 따라 달린다. 그 찻길 옆으로 열린 것이 자전거도로 및 도보전용도로다. 청계천을 따라 북으로 동으로 달려가면 청계천 1가, 광화문 시청에 닿는다. 서울의 구중심이다. 중랑천은 의정부를 거쳐 양주로 이른다. 그 길로 계속 달려가면 3번국도인데, 동두 천 연천에 닿아 철책선을 만난다. 성동서 한강을 만나 오른편으로 보면 남산을 볼 수 있다. 왼편을 보면 잠실벌에 높이 솟은 제2롯데월드가 랜드마크다. 강을 따라 오르면 팔당댐을 만난다. 북한강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있는 곳이다. 다음의 글들은 이곳 성동에서 물과 그 길을 따라 자전거로 나섰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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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 자전거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 자전거는 2001년에 구입한 삼천리 자전거였다. 그 해는 내가 결혼을 하고, 인왕산 아래 산동네 무악동 행촌동에서 떠나 처음 평지 동네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해이기도 했다. 자전거는 결혼 생활에서 필수품 이었다. 장바구니를 앞에 달고, 거기에 계란이며 파를 얹었다. 뒷바퀴 위엔 평형 안장을 달고 제법 무거운 쌀가마니(그 래야 10킬로, 기껏해야 20킬로)도 실었다. 첫아이가 태어나고선 앞바퀴와 안장 사이에 아이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 었다. 둘째가 태어나자 그 자리는 둘째 차지가 됐고 뒷자리에 다시 첫째 자리를 마련했다. 성수동에선, 아이들을 앞에 태우고, 뒤에 태우고 가는 엄마를 보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두 아이를 태운 아빠는 흔치 않 았을 텐데, 나는 그 중 한 명이었다. 두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나는 천천히 바퀴를 돌려 서울숲에 가곤 했다. 실컷 아이 들을 놀리다, 앞뒤에 아이들을 태워 집으로 오면, 두 아이는 자전거 위에서 뻗어 잠을 자곤 했다.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는 그 순간이 아버지들에겐 결정적 순간이 된다. 첫째 아이로선 조금 늦었고, 둘째 아이로선 조금 빠르게, 자전거를 배우는 시간이 왔다. 아이들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보조바퀴 없는 자전거를 몰았다. 그리곤 두 번 다시 내 자전거에 오르지 않았다. 2018년 그때에도 나는 내 그 자전거, 2001년도에 산 자전거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미 수없이 바퀴를 갈고, 몇 번 기어 와 체인도 교체해온 자전거였다. 프레임은 단단하고 무거웠다. 마치 험한 산을 오를 수 있는 등산화같았다. 첫째 아들은 자라 사이클을 사서 탔다. 어느 날엔 부산엘 자전거로 갔다오겠다는 말도 했다. 장딴지가 나보다 굵어져서, 그건 가능 해 보였다. 함께 가기로 친구와 약속도 했단다. 하지만 친구네 집에선 반대를 했다. 아이는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반대가 훨씬 자연스러운 건지 몰랐다. 그래서 아들과 춘천으로 가기로 했다. 55
2. 강 그리고 길 춘천이란 먼 길을 가기 전에, 중랑천 정도를 다녀올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서울의 북쪽 경계 정도까지가 우리의 목표. 그간 동네서 헬멧 없이, 고글 없이, 평상복에 운동화 신고 타다가, 처음 헬멧도 사고, 선글래스도 끼고, 장갑도 신었다. 그리고 출발. 우리들의 여행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아비도 아들 못지않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둘은 페달을 열심히 달려 배가 고플 때까지 갔다가, 그곳 시장서 한끼를 해결했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지루하게 돌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길에서 만난 두 사람의 노인 이야기는 해야겠다. 중랑천 중간 어디쯤, 거긴 자전거 혹은 산을 타는 이들의 휴식터쯤 되 었을 것이다. 거기서 한 노인이 바퀴에 바람을 넣고 있었다. 근데 영, 바퀴가 팽팽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무슨 사정인가 들여다보았더니, 세상이 이런 일이…. 그 양반은 먼지를 털어주는 공기분사기를 자꾸만 자전거 공기 주입구에 쏘고 있 었다. 겨우내 자전거를 베란다에 두었다가 날이 풀리면서 처음 갖고 나왔다는 거였다. 그 옆엔 또다른 노인이 있었다. 그의 자전거는 검은 색으로 매끈한 튜닝이 돼 있었다. 배터리를 달고 있는 전동자전거 였는데, 생김새가 조금 특이했다. 그가 설명을 해줬다. 그 배터리는 중국산이기는 하지만, 일반 자전거에 달아 페달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달면 100킬로쯤 달릴 수 있는데, 등뒤 배낭에 배터리가 하나 더 있다는 거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요, 그래서 자유로운 몸이었다. 첫 번째 노인의 바퀴는 부품이 일부 필요했다. 여분으로 있던 걸 갈아 끼워드리고, 휴대용 공기주입기로 바람도 넣었다. 그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려갔다. 두 번째 노인은 내가 도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 의 기술과 생각 혹은 여행해온 곳을 듣고 싶었다. 장비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란 그가 생각하는 방향과 깊이에 따라 달라졌다. 어떤 자전거를 타고 갈지는 명확해졌다. 나는 새 자전거를 구해 이 준비여행에 왔는데, 그 판단은 옳았 다. 56
3. 자전거로 간 동네들 아들 이불군의 외가가 있는 곳이 양평이었다. 우린 자주자주 양평에 가서 묵어오곤 했다. 그러니 이곳의 심리적 거리 는 우리들에게 가까웠다. 대성리는 대학 입학후 첫 엠티를 떠났던 곳. 그 위로 오르면 청평, 아이들과 함께 책엄책아 모임에서 놀이를 갔던 곳. 그 위에 강촌도 그 위에 춘천도…. 그렇게 생각하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싹 사라 졌다. 우리는 춘천서 2박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루는 춘천을 가는 데 쓰고, 하루는 춘천을 돌고, 하루는 오고! (실은 가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서, 그 뒤의 계획은 어떻게 되겠거니 했다). 출발일은 5월 5일 어린이날. 출발자는 중1 이불군 그리고 같은 아파트 고1이 된 지환군. 매주 축구를 하고, 같이 매주 동네청소를 하고, 그 집서 김치를 하면 우리집에 배달이 오는 그런 집. 그러니 여행자들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웠다. 해뜨는 것과 동시에 우리도 성수동을 뜨자고 계획을 세웠다. 이미 어떤 길을 통해 갈지,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어떤 걸 조심해야 할지 공유는 해둔 터였다. 지환도 백 킬로미터쯤을 가는 길은 처음이었지만, 3백 만원 짜리 자전거가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정말 자전거가 좋으면 먼길도 콧노래를 부르며 갈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자전거에 익숙치 않은 엄마와 아직 체력이 달리는 어린 동생 담요군은 기차를 타고 와 강촌서 합류할 계획이었다. 우린 동시에 여섯 시에 출발했는데, 내가 제일 늦어서 나는 저녁 6시에나 도착했다. 바람같이 달린 이불군이 제일 빨 랐고, 지환군이 다음이었다. 내가 늦은 건, 지환 군이 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자전거가 망가진 탓이었다. 그 자전거 를 내가 맡았고, 내가 타던 그의 자전거를 돌려주고…. 우리는 움직이는 세 개의 점이었다. 공기를 가르며 풍경을 눈 에 담으며, 푸른 강가의 도로에 우린 연속적으로 선을 그으며 왔다. 그런 점에서 우린 하나의 연필이기도 했다. 우리 삶은 땅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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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새 얼굴 떠나는 이들을 위무하며, 또 깊이 생각하며
곽설미
성수동의 오래된 공장, 건물, 창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들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주장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서울숲길부터 예술인 친구들이 함께 찾아와 자리 잡았다는 새촌, 수제화로 유명한 연무장길까지. 성수동은 공장과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 골목골목 보석 같은 가게들을 품고 있어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구경하기에 좋다. 2019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뉴트로(newtro)를 충실히 소화하고 있는 거리기도 하다. 뉴트로는 new(새로움)와 retro(복고)가 합쳐진 말로 복고를 새로 즐기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류 브랜드들은 뉴트로를 주제로 한 컬렉 션을 앞 다투어 발표했다. 패션계에서의 뉴트로의 영향은 잘 모르지만, 성수동의 뉴트로는 복합적이다. 이는 지금 성 수동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과도 맞물려 있다.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오래된 건물 을 카페나 식당, 갤러리와 같은 용도로 바꾼 공간을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나 역시 얼마 전 강화도에 방문해서 버려진 방직공장을 카페로 개조한 조양방직에 열광했다. 이전 공간의 역사를 간직한, 새롭지 않으면서 새로 운 공간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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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방직과 성수동 사이에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전자는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공간이었다면 성수동은 삶이 여전히 가득 차 있던 곳이 다른 용도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성수동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골목길 가운데, 연무 장길을 생각해본다. 수제화 산업에 수십 년 간 많은 이들이 삶을 묻어온 길이다. 수제화 거리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 면서 되려 그 오래된 삶들은 오히려 연무장길에서 씁쓸히 퇴장하게 되었다. 기계화가 진행된 분야나 영세한 상인들 은 특히 그랬다. 그리고 그 빈 공간들은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 방문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더 많은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조용하고 어두웠던 골목길의 무드가 바뀌자 덩달아 임대료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성수동 내 골목길을 생각해본다. 서울숲길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여 ‘아뜰리에길’ 혹은 스타 일리쉬한 카페가 많다고 하여 ‘카페길’이라고도 불린다. 내가 이 길로 이사를 결심했던 2015년, 서울숲길은 일에서 주 거가 분리되어 나온 조용하고 한적한 미국의 주택가처럼 보였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 어린이집이 사라진 후부터 변화가 급격해졌다. 23년 된 세탁소가 빵집으로, 허름한 주택들이 식당으로, 카페로 변하더니, 17년도에 용적 률 제한이 풀리면서 여기저기 신축, 리모델링 공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크리리스마스 시즌, 서울숲길을 거닐다보면 넓고 세련된 창 너머마다 가게 주인이 정성스레 장식해놓은 아름다 운 트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의 보금자리로서 그 건물들이 존재했을 무렵에는 이런 트리들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추위를 막아내기 위해, 그 속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창들은 작게 내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숲길의 창들은 벽 한 두 개를 통째로 차지하기까지 한다. 그 안의 전시품들을 가능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서울숲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방문한 이들에게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서울숲길을 걷다 건물들의 예전 모습을 더듬어 볼 때면 문득 궁금 해진다. 그 두터운 벽과 작은 창 너머에 숨 쉬던 삶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서울숲길의 새로운 변화에 기꺼이 자리를 내 주어야 하는 삶을 살았던 것일까? 성동구는 사실 이러한 변화들에 어느 행정구역보다도 발 빠르고 스마트하게 대처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상호협력주민협의체를 조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건물주와 공무원 간의 1대1 매칭을 통해 상생협약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 임대료를 안정시키려 노력했고, 안심상가를 지었다.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치밀하고 적극적인 관의 대처는 서울시 뿐 아니라 중앙 정부에도 훌륭한 귀감이 되었다. 그 노력의 결과, 성수동 은 프랜차이즈가 들어오지 않은 성수동 특유의 매력적인 골목 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배제된 것이 있다. 바로 본래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삶이다. 지금 성수동의 주민들은 떠나야하는 사 람과 남아도 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떠나야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집과 아이들의 새로운 학교와 어린이집을 알아보 느라 바쁘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언제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나뉘어 있다. 거주 의 불안정함은 마을 공동체를 부순다. 우리네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벗어나 기 어려운 아주 큰 프레임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등지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복지고, 정부와 관이 늘 고민해야하는 문제다. 누가 보장받아야하는 삶과 보장받지 않아도 되는 삶을 판단할 권 리가 있는가? 2016년도에 동네 할머님들과 함께 새촌길 꾸미기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손수 만든 화분과 뜨개로 좁고 어두운 골목 길을 꾸미는 일이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최근 이 길은 예술가들이 새로 자리 잡은 길로 주목을 받으며 유명 매거 진에도 소개가 되었다. 덩달아 이곳의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골목 축제에서 주민들이 열고 나오던 그 문들이, 적 어도 6가구의 보금자리였을 붉은 벽돌 건물이 하나의 카페로, 식당으로 변하는 모습이 나는 아직 어색하다. 빈자리를 채우면서가 아닌, 원래의 삶의 자리를 밀어내며 이룬 새로운 마을이 ‘재생’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성수동의 골목길 을 걸으러 오는 이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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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삶
ⓒ백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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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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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전여행 와이프의 전남친이 소개해준 성동여행
이성일
지금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우리는 서울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분위기 좋다는 카페와 맛있다는 음식점들도 열심히 찾아다니고, 연말이면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다. 사실 남자들끼리는 분위기 있는 장소나 유명하다는 동네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사귀는 사람과의 데이트는 남자 입장에서 동네 혹은 장소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뜻밖의 계기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여러 동네에 놀러갔었으나 유독 성동지역에는 잘 가지 않았다. 내 직장이 거기였 는데…. 종종 왕십리 곱창이나 성수의 카페거리에 놀러가자고 제안해도 그리 내키지 않아하는 모습에 성동에 올 일이 별 로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난 물었다. “왜 왕십리에는 안 가? 거긴 별로야?”
알고 보니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한양대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남자친구와 좋지 않게 헤어진 이후 당시 데이트했던 왕십 리와 성수 일대는 동네자체도 기억이 좋지 않게 변색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에 나도 제안했다.
“새로운 추억을 ctrl+v 하자!” 어떤 동네에 대한 나쁜 추억을 평생 가지고 있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예전 남자친구와 자주 다녔던 데이트코스를 쭉 훑기로 했다. 관점을 바꾸어 보면 전 남자친구가 한양대 출신이라 그 동네 좋다는 장소는 훨씬 잘 알 것 아닌가? 62
1. 한양대 앞 카페 ‘럭키스타 로스터스’
럭키스타로스터스는 커피를 좋아했던 전 남자친구가 자주 찾아서 종종 함께 갔던 카페라고 했다. 우리는 첫 코스를 이 곳 커피숍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과거 어린 날의 서툴렀던 각자의 연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엔 아메리카노도 나쁘지 않았지만 콜드브루가 더 맛있었다. 꽤 바디감이 있고 무게있는 맛이다. 커피맛 덕분일까? 가 끔 오는 한양대 커플들을 보며 예전엔 우리도 저런 모습이었겠거니 농담도 서로 던지면서, 우린 진지하고도 즐거운 시간 을 보냈다.
2. 왕십리역 6번출구 먹자거리 ‘황소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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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자친구가 시험이 끝나면 꼭 먹었다는 황소곱창. 가격대가 비싸지만 맛과 양은 동네 최고란다. 뭐 스스로에게 주는 선 물같은 식사였나 보다. 우린 곱창구이 2인분을 시켰다. 앞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길어져 곱창을 굽는 데 전혀 신경쓰지 못했지만, 아르바이트하는 남학생이 숙련된 조교처럼 척척 조리해 주었다. 구워지는 곱창을 보며 우리는 그 전 남자친구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이해하기 힘든 이별, 그 뒤에 감추어진 그 남자의 속마음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여자친구는 궁금했고 난 열심히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제시했다. 그리고 곱창은 맛 있었다.
3. 성수동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이젠 드디어 우리의 데이트를 할 차례가 왔다. 임신한 와이프와 차를 가져온 나는 둘 다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오늘의 이 야기 주제는 아무래도 ‘술 한 잔 해야 할 주제’였기에 저녁 무렵 재즈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 왔다. 과거를 마주하고 왔으니 이제 미래를 이야기해야할 터. 우린 무알콜 맥주에 치즈보드를 곁들인 채 결혼 이후 달라진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 기를 나누었다. 하고 싶은 일. 육아 그리고 노후까지, 공연이 준비되는 한 시간여 동안 우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공연 ‘이한얼 오르간 퀄텟’. 낭랑한 재즈가수의 노랫소리와 오르간 소리는 우리의 '와전여행'의 마무리로는 완벽했다.
단 하루를 투자해 우리는 과거를 되걸으며 공간마다 새 이야기를 한땀씩 바느질해 넣었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과거가 수 놓였던 공간에 새롭게 무늬를 새겨넣었다. 아마 우리의 남은 인생도 새로운 추억은 긴 바느질과 같을 것이다. 앞에 해놓았 던 시접을 수정하고 충전재를 새로 하여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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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과 닮은 그곳
호주 로즈베이(Rose bay) 서양선
서울
서울
로즈베이
걷기를 좋아한다. 걷기의 매력은 차를 가지고 나와 운전하는 즐거움과는 다르다.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보 이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밟으며 지나간다. 또 한 가지 더한다면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 기억되는 장면 이 달라진다. 2012년부터 성동 거리를 걸어왔다. 출근길, 퇴근길 그리고 주말과 휴일.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오버랩(overlap)이라는 영어단어는 ‘겹쳐진다‘, 또는 ‘포개지다’ 라는 의미다. 지하철역에서부터 10분에서 20 분 정도 걷는다. 거리에서 발견하는 오버랩 장면들. 그 기억은 학교 가던길, 친구와 함께 했던 일상 그리고 이 웃들과 보낸 시간들의 오버랩이다. 사진 출처:Best Sydney Walks / Ucruise Sydney / 카페아름다운세상 / Tri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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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동쪽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시드니 하버에 접해 있는 ‘로즈베이’. 그 이름처럼 예쁜 그곳이 성동의 여러 모 습들과 겹쳐진다. 집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30분 정도 거리에 로즈베이.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면 낚시하는 아빠 와 아이들을 만난다. 선착장 다리위에서 기다리던 친구가 로즈베이만
한강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멀리 보이는 하버브릿지를 향해 출발하는 페리에는 사람들이 선상에서 온몸으로 바람 을 맞는다. 뚝섬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한강 바람 을 가른다. 로즈베이는 성동구 각 동의 인구보다도 적은 곳이지만 그 들이 사는 모습은 다른 듯 닮은 모습이 많다. 다양한 모습
로즈베이
왕십리
의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그곳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벼룩 시장에 참가한다. 사람이 모이는 축제는 작은 도시에 활력 을 준다. 어린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날은 사람을 만나 는 것이 행복하다. 누군가는 지갑을 열고, 어떤 이는 입을 즐겁게 하고, 가족들이 모두 나가서 원하는 것을 각자 팔 고 산다. 아이들의 옷과 입가에는 달콤함이 묻어 있고, 그것을 바라 보는 이는 마음이 즐겁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 속에서 만 나는 누군가의 땀과 열정. 그곳에 사는 사람과 찾아온 사람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어울림이 마음에 오버랩을 만든다. 뚝섬유원지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 로즈베이를 지나는 하버 유람선! 지나가는 이방인을 유혹하는 축제! 아흔 해를 넘긴 할아버지도 밖으로 나오게 하는 벼룩시장! 여행에서 음식은 골라먹는 재미를 주고, 눈과 입을 황홀하 게 만든다. 로즈베이 주변 식당의 쉐프들은 한국인이 좋아 할 만한 건강식을 준비한다. 연어를 비롯한 해산물이 혀를 감동시키고, 눈으로 만족하는 음식과 그릇의 조화. 창밖에 서 들려오는 잔잔한 물소리와 바다향이 오랜시간 먹는 즐 거움을 선물한다. 앞에 앉은 친구의 환한 미소. 옆 테이블 이방인이 낫설지 않다. 일상으로 돌아온 당신에게 오버랩되는 기억과 그림이 남 는다. 그것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수 있는 에너지로 온 몸을 흐른다. 성동과 닮은 그곳 ‘로즈베이’
사진 출처: postcard Sydney / 블로그-환상의 채졸타의 성 / 블로그-빌딩스토리 / ekendNotes / Regatta Rose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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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의 나무들 도시의 가로를 걷는 이들을 위한 나무이야기
최우영
뚝섬유원지, 경마장, 인공조림숲, 가족공원, 갤러리아포레. 서울숲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상들이다. 조선시대에는 群神인 둑(纛)에게 둑제를 지내고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 범람도 잦고 섬처럼 보여 둑도라 불리던 곳, 이곳이 서울숲이 있는 예전 지명 둑도 즉 뚝섬 인근이다. 과천경마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뚝섬경마장이었으며 2005년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자연체험공간.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5개 테마구역 으로 조성되어 오픈한 서울 도심의 대표 숲이다. 서울숲 개장시 15만 평 면적에 104종 42만 그루를 옮겨 심었다. 13여 년 이 지나니 숲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계절마다 숲이 주는 아름다운 변화와 편안함으로 서울 시민이 즐겨찾는 복합문화생 태공간이 되었다. 단풍이 아름다운 어느 가을날 서울숲의 몇 가지 나무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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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참나무 (참나무과)
회화나무 (콩과)
참나무는 세계적으로 200~250종으로 다양하다. 와인이
붉은 원 안이 도산서원 회화나무 (400년 수령. 2001년
나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 코르크 병뚜껑, 굴피지
고사)다.
붕, 그리고 도토리묵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참나
같은 콩과 집안으로서 우리가 흔히 아는 아까시나무와
무의 혜택이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가장 흔하게 볼 수
나뭇잎이나 꽃이 비슷하여 혼동하는 사람이 있으나 아
있는 참나무 종류는 참나무아속에 속하는 떡갈나무, 신
까시나무와 다르게 가시가 없고 봄에 꽃이 피는 아까시
갈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 6
나무 보다 늦은 7~8월에 꽃이 핀다. 30m까지 크게 자라
종. 혹자는 갈갈리참참참이라 정리했다. 대왕참나무는
며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우리나
이 6종에 속하지 않으니 우리 토종 참나무는 아니다. 북
라 5대 거목의 하나이며 빨리 자라고 수형이 아름다워
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잎 가장자리의 패임이 독특하고 심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회화나무를 마당에 심으면 그 집
하며 각각의 꼭지점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돋아 pin oak
안에서 큰 학자나 인물이 난다고 하여 예전에는 ‘학자목’
즉 바늘참나무라 한다. 우리에게는 잎의 모습이 임금 왕
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우리의 궁궐, 서원, 향교, 양반
(王)자처럼 보여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가 등에 많이 심었다. 그 흔적을 구 천원 지폐에서 찾아
대왕참나무를 애기할 때 손기정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시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따고 대왕참나무 월계관을 쓰고 대왕참나무 화분을 꽃다발로 받았으나 너무도 부끄러운 가슴의 일장기를 그 대왕참나 무 화분으로 가리게 된다. 귀국하여 그 대왕참나무를 모 교인 양정고등학교에 심었다. 지금은 손기정체육공원이 된 그 자리에서 거목으로 자라고 있다.
붉은 원 안이 도산서원 회화나무 (400년 수령. 2001년 고사)
단풍이 예쁜 대왕참나무 68
王자를 닮은 대왕참나무 잎
양버즘나무 (버즘나무과) 플라타너스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나무이다. 예전엔 위 생이나 영양결핍으로 얼굴에 피부병의 일종인 버짐을 흔 히 볼 수 있었는데 이 나무의 수피가 얼룩얼룩하게 벗겨 져 이런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공해에 강하고 수형이 아름다우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잎이 커 여름에 그늘을 만들고 도시
일본칠엽수와 서양칠엽수 열매, 말밤
의 미세먼지 잘 잡아내면서도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을 뿜어내지 않아 가로수로서 탁월한 조건을 갖춘 나무이 다. 그러나 잘 자라는 탓에 고층 건물의 창이나 간판, 교 통 표지판을 가리는 단점이 있어 그 자리를 은행나무에 게 내주게 된다. 열매는 동굴동굴한 방울모양을 닮아 북 한에서는 방울나무라고 부른다. 방울은 씨앗들이 모인 것으로 눈, 비, 햇빛으로 이 열매가 부풀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번식을 하게 된다.
칠엽수 (칠엽수과) 일본칠엽수 손바닥 모양의 잎이 7장으로 둥글게 모여 달려 칠엽수라 고 부른다. 칠엽수는 마로니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엄 밀히는 열매 표면에 가시가 있는 서양칠엽수를 마로니에 라고 하며, 공원이나 길가에 흔히 심는 칠엽수는 일본칠 엽수이다. 칠엽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제 때이 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의 칠엽수도 그때 심은 것이다. 마로니에는 프랑스어로 밤이란 뜻이며 칠엽수의 커다란 씨가 밤톨과 비슷하지만 약간 더 크며 말밤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칠엽수는 덕수궁에 있는 서양칠엽수로 1913년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황제에게 선 물하여 심은 것이라고 한다. 서울숲에서는 일본칠엽수와 서양칠엽수 모두를 볼 수 있다.
양버즘나무의 얼룩얼룩한 수피와 방울열매
일본칠엽수 69
복자기 (단풍나무과)
소나무 (소나무과)
단풍나무는 가을 단풍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단풍나무과
우리 국민이 단연 사랑하는 넘버원 나무이다. 해마다 바
에는 많은 나무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단풍나무 외
뀌기는 하지만 넘버투와 넘버쓰리는 은행나무와 벚나무
에도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신나무, 공작
다. 그 이름도 으뜸이라는 수리나무에서 솔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중국단풍, 설탕단풍 그리고 소개할 복자기 등
로 변했다고 한다. 국민생선 명태가 다양한 이름이 있듯
이다.
소나무도 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적송, 육송, 미인송. 황
복자기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은 무당이 점을 칠 때 사용
장목 등 다양하다. 2008년 방화로 소실된 남대문 복원시
하던 나무라 복쟁이나무에서 비롯했다는 설과 3개로 나
사용했던 금강송은 금강산에서 자라는데, 남으로는 설악
는 나뭇잎의 모양이 한자 복(卜)자를 닮아 복자기라는
산을 거쳐 삼척, 울진, 영덕까지 자생한다. 금강송은 나
설도 있다. 단풍나무의 붉은 단풍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이테가 촘촘하고, 줄기가 수직으로 곧아 다른 소나무에
붉은 색소 때문인데 복자기의 단풍은 여느 단풍나무보
비해 뒤틀림이 적고 강도도 5배 이상 높아 조선시대부터
다 붉고 선명하다. 복자기의 수피는 너덜너덜하고 지저
왕실의 보호를 받아왔다. 일제 강점기엔 울진 봉화지역
분하지만 자라는 속도가 느려 재질이 매우 단단하고 세
의 금강송이 무차벌 벌목되어 춘양역에서 철도로 서울로
밀하며, 목재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나도박달이라 부
공급되어 춘양목이라 불리기도 한다.
르기도 한다.
소나무과 나무 중 바늘잎 상록수라 구분이 잘 안 되는 몇
대부분의 단풍나무류가 잎자루 하나에 잎이 하나씩 달
나무를 구분해 보자.
리지만 복자기는 작은 잎이 3개씩 달리는 삼출엽이라 구
일단 우리 자생 소나무들인 소나무, 반송, 곰솔(해송)은
분이 쉽다.
잎이 2갈래라 이엽송이라 할 수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백송, 리기다소나무는 3갈래인 삼엽송, 잣나무, 스트로 브잣나무 등은 잎이 5 갈래인 오엽송이다. 잎의 개수를 세어 구분할 수 있다. 상록수이니 잎을 늘 달고 있을까? 넓은잎의 수명은 보통 6개월인데 비해 바늘잎은 1년 6개월에서 7년 정도이다. 소나무 잎은 보통 2년 정도면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수피가 지저분한 복자기
복자기 잎(왼쪽), 단풍나무 잎(오른쪽) 70
은행나무 (은행나무과 )
메타세콰이어 (낙우송과)
은행나무는 화석에도 있고 지금도 살아있는 나무라 화석
은행나무, 소철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라 불린다. 잘 자라
나무라 불린다. 특히 수억 년 동안 1종 1속으로 고귀한
고 군집성이 좋아 조경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 일찍부
혈통을 지키고 있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터 담양과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전국적 명
된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된다. 잎
소이다. 서울은 하늘공원이나 양재천의 메타세콰이어 가
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鴨脚樹), 지금 나무를 심으면
로수길이 아름답다. 이렇게 잘 자라는 반면 높이 자라
손자 때에 열매를 먹을 수 있어 공손수라고도 한다. 우리
면 균형을 잡기 위해 뿌리가 옆으로 판처럼 편편한 판근
국민이 사랑하는 넘버투 나무이기에 가로수나 공원수로
을 만들고 지상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판근이 생기면 메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가을날 거리를 노랗게 물들이
타세과이어의 밑동에는 점차 깊은 골이 생기기도 하는
는 대표적인 나무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그 단풍의 아
데 이 모습을 보자면 치열하지만 당당한 모습에 숙연해
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동시에 똥나무(?)로 배타를 받기
진다.
도 하는데 그것은 은행나무가 지금까지 화석나무로 버티
비슷한 나무로 낙우송이 있는데 새 깃털 모양의 나뭇잎
는 전략이기도 하다. 은행나무는 겉씨식물로 씨방이 없
이 가을이 되면 떨어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두
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종자만 만드는데 악취는 종자의
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메타세콰이어는 잎이
겉껍질(흔히 과육이라고 하는)에서 나는 냄새이다. 중생
마주나고 낙우송은 어긋나기이다.
대에는 초식공룡이 은행을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오 늘날에는 설치류 동물이나 삵, 오소리가 은행의 고약한 냄새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나 아직 은행을 즐 겨 먹는 동물이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고약한 냄새 는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일부 동물들이 좋아하게끔 진 화한 것으로 본다. 한편으론 종자를 멀리 퍼뜨리지 못하 는 동물이 열매를 먹지 못하도록 고약한 냄새와 피부를 가렵게 만드는 성분을 갖는 보호전략이라고도 한다. 가 로수로는 좋으나 냄새로 민원이 많아 국립산림과학원은 2011년 은행나무의 DNA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방 법을 개발했고 1,000여 그루가 넘는 은행나무 암나무가
메타세콰이어의 판근
수나무로 교체되었다 한다.
마주난 메타세과 이어 잎 71
단풍 무딘 감성도 감탄을 자아내는 단풍의 계절, 마지막으로 단풍에 대해 알아보자. 단풍은 우리의 겨울맞기 전 김장처럼 나무의 월동준비다. 겨울엔 잎 이 얼 수 있고 무엇보다 땅이 얼어 수분공급을 할 수가 없는데, 잎은 증산작용을 하기에 지속적으로 수분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명에 지 장을 줄 수 있고 또 에너지 소모를 적게 하기 위해 잎과 본체에 담벼 락을 쌓아(떨겨층) 물이 잎으로 가지 못하고 광합성을 못하게 되니 엽록소가 적어 나뭇잎 고유의 색 (안토시아닌-빨강, 카로티노이드, 크산토필-주황,노랑, 탄닌-갈색 성분)이 나타나고 이것이 우리의 감 탄을 부르는 단풍이다. 정열적인 색의 단풍은 할 일을 다 한 뒷모습 이라 할 수 있으며 냉혹하게는 생존을 위한 자칭 킬러 과정이다. 뒹구는 낙엽도 새로운 역할이 있으니 미생물이 분해해서 잎에 남은 질소를 제공하고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한다. 나무의 지혜라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낙엽들은 떨어질 때 정해진 순서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가장 먼저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늦게까 지 붙어 있고, 가장 늦게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먼저 떨어진다는 것 이다. 줄기의 안쪽부터 낙엽이 지기 시작해 나무 꼭대기의 잎이 마지 막까지 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식물의 성장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성장호르몬(옥신, 지베렐린, 사이토키닌 등) 분비가 끝나는 순서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나뭇잎 하나도 이렇게 순서대로 나고 진다 하니 신비롭다. 고정되어 있는 듯 멈춘 듯, 그러나 4계절 쉬지 않고 역할을 다하는 나무가 새삼 경이롭고 그 자연의 섭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제 낙엽이 지면 많은 나무가 나목이 되어 면에서 선으로 돌아갈 서울숲.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스스로에게 반추하며 나는 어떤 나무로 주위 와 어우러져 살아가는지 생각해 본다.
[참고자료] 감동이 있는 나무 이야기. 한국숲해설가협회 목본연구회. 2017 킁킁, 똥냄새가 생존전략? '은행나무의 비밀'. 어린이과학동아. 2018.10.18 떨어지는 낙엽에는‘철저한 순서’가 있다. 시사저널. 20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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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을 만나러 길을 걸었다 서울숲과 중랑천에서 만난 스물셋 새들의 기록 글 원동업, 사진 백운수
새들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들이 관 심을 갖지 않아 잘 보이지 않을 뿐. 서울숲과 세 개의 강, 한강과 중랑천 그리고 청계천, 더 걸어가면 응봉과 대현산 등등은 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음 기록들은 2018년 12 월 31일, 서울숲과 중랑천변을 걸어 가면서 만난 새들의 기록이다.
서울숲에서
1. 튤립나무 위의 밀화부리 밀화부리에 대한 나무위키 백과의 도래시기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다. 그러나 중북 부 지역에서 번식이 관찰되는 여름새이기도 한다. 봄에 번 식지를 찾아 이동할 때는 4월 중순부터 5월 하순을 거치 며, 가을에 월동지를 찾아 이동할 때는 9월 초순에서 11월 초순에 이동한다.” 그러니까, 이 설명대로라면, 밀화부리를 12월 마지막날, 서울 에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눈앞의 새는 밀화부리 다. 그게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돌아갈 시기 혹은 길을 잃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튤립나무의 씨앗을 부지런히 따 먹는 두세 마리 밀화부리 때문에, 튤립나무 씨앗들은 마치 벚 꽃잎들처럼 휘날리며 떨어진다. 73
2. 산수유 나무들과 직박구리
3. 어여쁜 새 오목눈이
겨울에 생각나는 나무 중 하나는 산수유나무다. 그건 어릴
함께 탐조여행에 나섰던 백운수 사진작가는 방금 우리들 곁
적, 학창시절 배운 시 때문이다. 길종길 님의 시 성탄제. 거기
을 후두득 지나갔던 작은 새 무리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산수유가 나온다.
그리곤 부랴부랴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참새떼들이야 흔한
어두운 방 안엔 /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
건대….”하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니가 /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오목눈이들이에요. 저 새는 미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새지
이윽고 눈 속을 /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 아
요. 아주 미친다고.”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이러자고 내가 백운수 작가와 함께 탐조여행에 나선 것이다.
한 마리 어린 짐생,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로
아는 새라곤 어릴 때 본 제비와 닭, 도시에 흔한 비둘기와 참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이따금 뒷문을 눈이
새, 겨우 까마귀와 까치를 보는 게 전부인 나같은 도시민이
치고 있었다. /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
오목눈이를 알아볼 수가 있었겠나? 백 작가는 겨우 2년여밖
른다.
에는 탐조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정도라도 내겐 든든
서울숲에선 여러 종류의 붉은 열매들을 볼 수 있다. 이른 봄
한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노랗게 꽃이 피어, 가을에 산수유가 맺히고, 산수유는 겨울
우리가 본 새는 ‘붉은머리를 한 오목눈이’, 흔히 ‘뱁새’라고 부
내내 나무에 붙어 있다. 마가목도 붉게 포도송이들처럼 무리
르는 새란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지어 겨울을 견디는 열매들이다. 때로는 익어 남았던 버찌알
는 말이 어째 나온 줄 알겠다. 콩알 열 번 굴러야 호박 한번
도 검붉게 나뭇가지에 달려있다. 감은 노랑을 담은 붉은 색
구른 만 못한 거다. 온통 털복숭이 노랑 외투를 입은 유치원
이라 분홍에 가깝지만, 까치나 직박구리가 파먹을 때면, 속
생들이라고나 할까? 귀한 집서 사랑 듬뿍 받고 자라다 유치
은 붉기 이를데 없다. 하얗게 눈이라도 내리면, 그 붉은 열매
원 나온 개구쟁이들이라고나 할까? 어찌나 재게 다니며, 또
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숨어 다니든지…. 단연 새들계의 귀요미들이라 할 만하다.
(위) 직박구리. (아래) 산수유
새들의 양식이라지만, 나뭇가지 열매들을 채취해선 안 된다 지만, 키 작은 산수유나무서 열매를 몇 알 따먹는다. 겨울, 열 매들은 이미 젤리처럼 말라있다. 달콤하다고도, 쓰다고도 할 수 없는, 조금 신 산수유만의 맛. 아마 이 맛을 직박구리도 잘 알 것이다. 감, 산대추, 꽃사과 할 것 없이 모두 먹어대는 이 먹성 좋은 새에겐, 산수유 역시 좋은 일용할 양식이다. 74
4. 오색딱따구리 오늘의 탐조일정을 시작한 곳은 서울숲 습지생태원으로 향 하는 유수지 체육공원쪽이었다. 사람들은 잘 발길을 주지 않 는 이곳엔 넓게 인라인장과 야구장으로 쓸 만한 너른 들이 펼쳐져있다. 서울숲 개발이 있기 전까지 빗물유수지 등으로 쓰이면서 냄새가 심한 곳이었으나, 최근엔 정비를 하면서 복 개를 한 곳. 체육공원서 습지(연못) 생태원으로 가는 중간에 조경의 손길이 닿지 않은 습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붉은머리 딱따구리를 찾은 곳은 거기였다. 나무를 쪼는 빠르게 두드리는 소리들, 그리고 갈대들과 갈대 들 사이로 드러난 그 붉은 깃털들. 수직으로 오르는 나무를 수직으로 앉아 그러면서도 꼿꼿하게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 고 부리로 쪼는 새의 모습. 딱따구리를 볼 때, 어떤 경외감을 갖게 된다. 참새도, 비둘기도, 까마귀도, 까치도 저처럼 눈에 띄는 색은 갖지 않는다. 서울숲을 돌다가 사슴 방사장 옆, 벚 나무 등걸에서 오색딱따구리의 집(처럼 보이는) 나무속 구멍 도 발견했다. “딱따구리가 집을 만들려면 나무를 삼만 번쯤
중랑천에서
쪼아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백 작가의 말이었다. 생나무 를 기어이 뚫고서 집을 마련하는 저 무모함을 포함해서…. 서울숲에서 중랑천에 이르는 길 중 하나는 하늘다리를 건너 가는 것이다. 서울숲 커뮤니티 센터 옆에 있는 하늘다리를 통해 잠자리가 달라붙은 흰 다리를 건너가면, 서울숲 9번출 구로 나오게 된다. 그 길로 직진해 가면 한강으로 향하는 하 늘다리가 이어진다. 중랑천이 한강과 만나는 이곳 중랑천 하 구로부터 상류로 이어지는 길에 수많은 물가 새들이 산다. 여울과 수초가 있고, 여러 다른 환경이 한 곳에서 어울어진 곳이 새들에게도 보금자리가 되는 모양이다. 우리는 상류로 향하며 천천히 강과 둑 아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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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마우지와 왜가리 가마우지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이야기는 두 가지. 하나는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낚시를 하는 베트남 노인. 이 분은 배 위에서 가마우지 목에 줄을 묶고는, 가마우지가 물 고기 사냥을 하게 둔다. 가마우지는 노련한 사냥꾼이고, 바 닥갯벌을 휘저으며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주인이 묶어놓은 줄 때문에 물고기를 삼킬 도리는 없다. 그걸 빼내어 광주리 에 담는 것이 노인의 하는 일. 물고기도 넉넉하고 해가 질 때 쯤에서야, 노인은 가마우지의 목줄을 풀어 비로소 고기를 삼 키게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챙기고, 꽃을 찾아 벌은 꿀을 따고 인간은 그걸 챙기고…. 다른 하나는 백로 혹은 왜가리와 비교 대조되었던 가마우지 이야기다. 가마우지는 갯벌을 휘젓는 수고를 해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물고기를 잡는 ‘수고’를 한다. 반면에 백로과 새들, 그러니까 다리와 목이 길고 가늘고 부리 역시 긴 이들은 다 르게 사냥을 한다. 그저 물에 꽂힌 나뭇가지처럼 있다가, 어 느 한 순간에만 고기를 향해 부리를 꽂는다. 부산하게 수고 를 많이 하며 일하지 않고도, 성과를 얻는 방법이 있는 것이 다. 중랑천의 물가에선 가마우지와 왜가리를 한 번에 볼 수 있
위) 중랑천의 왜가리
아래) 청둥오리
다. 가마우지는 한번 물 안에 들어가면 잠시 동안은 꼬리끝 조차 볼 수 없다. 온몸으로 물을 헤집고 다니는 것. 백로는 발 목도 끝까지 담그는 법이 없다.(새들의 뒤로 꺾인 부분은 발 목이란다) 우리들이 중랑천에서 만난 새들은 가마우지와 왜가리를 비 롯해 논병아리와 물닭, 청둥오리와 원앙, 중대백로와 갈매기, 흰뺨검둥오리와 쇠백로, 그리고 넓적부리 등이었다. 백운수 사진작가가 대개는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먼저 보았는데, 그 건 그가 그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알아야 보인다는 평 범한 진실이 여기서도 통했다.
덧붙이는 말 새들이 좋았다. 바다에서 출발해 땅으로 그리고 하늘로 날아오른 생명의 정점들이서 좋았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가 좋았 다. 국가와 대륙을 넘어, 바다 위를 활공해 가는 철새들의 무모함, 동시에 그 무모함을 실현해 가는 조직력. 수만 마리가 함 께 군무를 추면서도 서로 부닺지 않는 찌르레기들은 얼마나 영리한가.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중랑천은 살아있었다.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물고기, 그들의 수초 그리고 수 초가 살 수 있는 물이 유지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 물은 더 깨끗해져야겠고, 숲은 더 울창해져야겠다. 그래서 우리들도 더 많은 새를 중랑의 물길, 청계천, 한강을 걸어가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76
새들의 소리
/ 백운수
2018년 마지막 날.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과 중랑천으로 탐조 여행을 다녀 왔다. 사실 큰 기대없이 첫 발을 디뎠다. 몇 걸음을 띄지않아 반겨주는 박새 한 마리. 오목조목 요리조리 자신만의 전용놀이터를 나에게 소개한다. 다소 황량하고 앙상한 서울숲 풍경들. 작은 연못은 꽁꽁 얼음으로 단단하게 변신하였고, 낙엽들을 시집 보낸 나뭇가지는 산들산들 불어오는 실바람과 함께 어울린다. 숲이 주는 너그러움. 숲은 산소를 만들고 사람들은 탄소를 배출한다. 서로가 필요 요소다. 자연과 인간, 동물과 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이 곳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오색딱따구리, 곤줄박이, 밀화부리, 되새들..., 어느듯 이 곳에 정착한 참새, 까치, 까마귀, 멧비둘기, 직박구리들의 노래 소리를 만끽하면서 중량천으로 발길을 옮긴다. 파란하늘 사이로 한강을 앉고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시기한다. 그 때 100층의 높이에서 우아한 자태로 비 행하는 말똥가리 한 마리. 한강과 중량천의 물이 만나는 지점. 수 백 마리의 물닭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중랑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마우지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비오리, 독수리, 논병아리도, 넓적부리, 쇠 오리, 흰죽지, 청둥오리들도 먹이를 먹느라 분주하다. 한 때, 중랑천은 죽은, 생명들이 살 수 없는 하천이었다. 그런 중랑천에서 오늘 탐조하면서 30여종의 새들 을 모니터링 하였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고방오리, 흰비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특히 원앙은 10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새들은 소리내어 요구한다.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달라고, 자연 그대로를 달라고…. 새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중랑천에서 올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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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점 살구나무 이응석
홍일점 살구나무 찾기 홍일점 살구나무를 찾는 길은 호기심어린 길이다. 편도 1.8km 송정제방둑 보행자 길은 벚나무 은행나무 버짐나무만 쭉 늘어서 있다. 그 길에서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찾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매력적인 길이다. 송정제방둑길은 명품길이다. 잘 다듬어진 행복의 보행자 길이다. 여러 차례 파고 뒤집고 묻고 덮 고 박고 걷어내고 다시 채우고 세우고 치고 깔고 칠하고 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강 샘 길이다. 이웃한 직장인들에겐 휴식의 길이며 여유의 길이다. 눈 호사길이며 오감 홀리는 매력 만점의 길이다. 주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시인의 길이며 철학의 길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진기를 꺼내들게 하는 사 진교실이 되며 어린이들에겐 생물 교육장 길이 되기도 한다. 이름 모를 그 아주머니의 바디라인을 살아나 게 하는 다이어트길이기도 하다. 휘청거리는 70대 할아버지의 희망의 끈 길이기도 하다. 송정제방둑 보행 자 전용 왕복 3.6km 구간은 무지개떡 꿈길이며 행복길이다.
한 달간 벌이는 찬미의 잔치 송정제방둑길은 300m씩 은행나무, 벚나무, 버짐나무순으로 군식(群植)되어 있다. 봄이면 참새 혀 같은 연 두색 은행나무 잎과 연분홍 벚꽃의 앙상블은 주변의 모든 사람의 어찔한 멀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 을에 단풍과 낙엽 길을 따를 순 없다. 샛노란 은행잎, 짙은 갈색의 벚나무, 연갈색의 애기우산만한 버짐나 무의 단풍과 낙엽은 이 세계에 던지는 아름다움의 물음이며 찬란이며 환희다. 이 찬미의 잔치는 한 달 이 상 지속된다. 땅에 떨어진 아름다운 무지개 꽃송이가 북풍에 휘날리면 머릿속은 까무룩해진다. 이 아름다 운 낙엽의 잔치를 보지 못하고 어제 눈감은 사람은 어찌해야하나. 낙엽 떨군 은행나무는 워커힐 쇼무대 위의 캉캉춤 추는 아름다운 무희들이다. 벚나무는 넋을 놓고 구경하는 관객이다. 하늘 위 두 개의 쌍둥이 까치집이 위성처럼 걸려있고 한편으론 까치발하고 월담하는 선머슴아이 같다.
무지개떡 양탄자 이 낙엽을 쓸면 섭섭하고 그대로 놔두고 밟으면 속이 아리다. 켜켜이 만들어진 무지개떡 고운 색깔의 은 행잎, 벚나무 잎, 버짐나무 잎이 날아다니는 양탄자를 만든다. 신밧드의 모험이요 알라딘 램프다. 무지개 떡 고운색깔이 황토색 아스콘 위에 기괴한 선을 그으며 하늘로 기어오른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11월의 북풍한설은 탈모제다. 모든 나무의 잎사귀를 떨군다. 한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도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 어느 놈은 옥토에 어떤 놈은 아스콘위에 떨어진다. 모두 운명이다. 잎에 가려졌던 까치집이 하늘에 걸렸 다. 도깨비방망이 침을 가진 시린 별이 나목에 걸려 몸을 떤다. 78
걷기의 본질은 느릿느릿 걷기의 기본은 느릿느릿, 두리번두리번이다. 온몸의 촉수를 초겨울 논밭에 무서리처럼 곤두세우고 걸어 라.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 거미가 줄치는 소리, 지렁이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촉수를 곤두세워라. 그렇게 걸으면 잉어가 왜 흰 배를 뒤집는지, 청둥오리의 식사시간은 언제이며 몇 번 잠수에 성공 확률은 얼마인지, 참매미 우는 시간은 얼마인지, 왜 앵콜송을 부르지 않는지,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때 왜 현장 엔 핏자국이 남지 않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존재이유가 있다. 그 존재와 부존재의 간극과 관계를 살펴보고 본질과 비본질을 들추어보면 세상살이는 심심할 사이가 없다. 길을 걸 을 땐 메모지와 볼펜은 필수다. 사진기 녹음기, 돋보기도 휴대하면 쓰임새가 있다. 길을 걸을 때 관찰요령 은 자세히,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이다. 이걸 염두에 두고 사물을 살피면 행복이 밀물처럼 몰려온 다.
무관심의 승리 에머슨은 ‘잡초란 아직까지 장점이 발견되지 않은 풀’이라고 정의했다. 장점이 발견되는 즉시 그 종(種)은 멸망의 길을 걷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유별나다. 당뇨에 좋다고 헛소문이 떠돌자 섬에 있는 해당화 가 전멸했다. 위에 좋다고 헛소문이 나자 민들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난 잡초들의 장점이 발견되지 않 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어떤 생물이든 종의 번식을 위하여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송정제방둑길에 도 벚나무와 수피가 닮아 지금껏 건재를 과시하는 딱 한그루의 살구나무가 있다. 수피뿐 아니라 연분홍 꽃 색깔도 닮았다. 개화시기도 비슷하다. 그러나 열매만은 확연히 다르다. 모든 열매는 숨어서 큰다. 그것 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그러다 열매가 익으면 ‘나 여기 있소’하고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것은 번식본능 이다. 확연히 드러나는 새색시 볼같이 발그레한 살구열매를 달아매고 벚나무가 도열한 속에 서 있으면서 도 지금까지 둘레 80cm, 키 7~8m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보행자들의 무관심이 한 몫 했다. 주변의 사물 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땅바닥만 보고 걷는 그 무관심이 그 녀석을 스무 살 헌헌장부로 키웠다. 그 무관 심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 살구나무는 살곶이 다리 쪽에서 군자교 방향으로 가면서 왼편에 있다. 두 번째 화장실 맞은편에 있는 어여쁜 홍일점,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옷을 훌훌 벗어던진 철이라 수피만으로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 다. 벚나무가 납빛의 약간 번들거리는 수피를 갖는 데 비해 살구나무는 그냥 검은색의 거친 수피를 가졌 을 뿐이다. 살구나무를 그 녀석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볼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위치를 밝히는 것이다. 나뭇 가지가 부러지면서 나는 ‘딱’소리는 나무의 비명소리라는 점만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길은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다. 길은 인생대백과 사전이다. 길은 지붕이 없는 야생 식물원이다. 걷 기는 장수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걷기는 든든한 노후 연금이다. 길은 모든 배움의 근원이며 가 장 많은 장서를 갖고 있는 도서관이다. 걷는 것은 길에서 캐는 또 다른 금이다. 송정제방둑길은 성동의 자 랑이며 모두의 연인이다. 길을 사랑하며 걷기를 사랑하여 건강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단단히 움켜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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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물따라 불편한 성동여행> 발간 서울속마을여행 [상생도시성동, 성동공정여행] 발간일 2019년 3월 7일 기획/진행 성동공정여행이야기발굴단 편집장 editor in chief 원동업 편집위원 editor 이성일, 이희선, 이미경, 곽설미 일러스트 illustrator 최제희, 강민경 기고 contributing writer 서수아, 이응석, 이상국, 최우영, 이지은 사진 photographer 이유상, 백운수 도움 성동공정여행사업단 백영화 올레모둠 정진영 성동구청 이용애, 박미현, 김미경 디자인 리버블디자인스튜디오 제작지원 서울시 / 성동구청문화체육과 이 책은 1,800부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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