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가장 아름다운 꽃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 사람 향기 그윽한 성북동 골목길 그 거리에서 통하였느냐, 通意洞 기행 괭이부리말 아이들에게 안부를 묻다
1천 년 성곽길
Best 5
사람
여행작가 노동효 걷기여행 가이드 조태봉, 임병직
하루 10분으로 날씬해지자! 쉽게 만드는 건강 음료, 석류차 커피의 시작, 에티오피아 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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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03 간 창 이벤트
둘레길 걷고, 책 선물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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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문화매거진 나무아래
2012년 3월호 vol.1(창간호)
발행인 김병훈
편집장 박미경
디자인 최옥열
마케팅 최진희
관 리 황미정
발행처 나무아래 서울시 강서구 발산로 40 서울농수산물공사빌딩 411호
사업자번호 109-07-14552 통신판매업번호 강서구청 제 16-1377호
TEL 02-3664-5147 FAX 02-2664-5260
<나무아래>는 * 걷기문화매거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실린 글, 사진, 그림은 발행인의 서면 * 본지에 허가 없이 옮겨 쓸 수 없습니다. * 잘못 만들어진 책은 본사나 구입처로 연락 주시면 바꾸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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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래에서
걷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 중 하나입니다. 탈것이 발달하기 전에는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해서 볼일이 있을 때 시오리쯤 걸어가는 것이야 일도 아니 었습니다. 굳이 걷는다는 사실을 의식할 것도 없을 만큼 일상적인 행위였지 요. 탈것이 발달한 뒤로 인간은 걷지 않고도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 니다. 덕분에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버스와 전철은 도시인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자동차를 두고 걷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비 용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게든 적게든 사람들은 매일 걷습니다. 출퇴
걷기,
근길에 전철이나 버스를 타러 가면서 걷고,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가면서 걷 고, 실내에서도 조금씩은 걷게 마련입니다. 더러는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 서 한두 시간씩 걷기도 합니
가장 원초적인 사치
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 가 부족해서 걷기 위해 계획 을 세우고, 시간을 내서 걷 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고, 비용을 들여 걷기에 필요한
신발,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을 구입합니다. 걷기가 일상이 아니라 특별한 활 동이 된 것입니다. 반대로 자동차는 일상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이 편리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걷기 위해 애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요? 자동차가 제아무리 빨리 목적지까지 사람들을 데려다 준다 해도 그건 단 지 편리한 이동수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걷는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 치가 따로 있다는 뜻이지요.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합니다. 걷 기의 의학적 효능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 들은 단지 건강만을 위해서 걷지는 않습니다. 처음엔 건강을 목적으로 걸었다 해도 걷다 보니 걷기의 매력이 자꾸 보이는 겁니다. 걷기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 아도 발에 맞는 편한 신발만 있으면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얼마든지 걷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고 몸 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걷기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지역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여행법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장소도 자동차를 타고 휙하니 지나가 버리면 세상은 우리에게 더 깊은 멋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리지리 골목길을 누비 고,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자연 속으로 들어갈 때, 세상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 던 내면의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걷는 만큼 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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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그것을 오래 간직할 수 있게 오감을 자극합니다.
걷기는 책상머리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나 삐걱거리는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해결해 주는 수단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걷다가 상대성 이론의 단초를 발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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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니체의 명저 역시 산책하 걷기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걷기
다가 구상한 작품이고요. 스티브 잡스는 걷기를 통해 동료와의 마찰을 풀었다
문화매거진 <나무아래>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고 합니다. 인간이 타고난 원초적인 행위가 나를 즐겁게 하는 특별한 취미가
이 첫걸음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으로 꾸준히
되기도 하고 중요한 영감을 얻는 계기나 사업수완이 되기도 한 셈입니다.
이어져 많은 사람과 함께 걷게 되기를 바랍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짬이 날 때마다, 때로는 일
길을 걷다 만나는 푸른 나무그늘처럼 반가운 잡
부러 짬을 내서 걸어 보세요. 걷기의 이 모든 효용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겁니
지가 되도록 열심히 걷겠습니다.
다. 걷기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누릴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사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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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나무아래> 창간호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고마운 분들께 마음을 전합니다.
조태봉, 임병직
박민성
유재현
취재하랴, 사진 찍으랴, 남들보다 걸음이 느릴 수밖 에 없는 기자가 선두 그룹을 이끌고 저만치 사라지 는 대장님과 얼굴 마주하기란 바늘구멍에 동아줄 넣기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할 때 겨우 따라잡고 가까이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 에 귀 기울일 때마다 걷기에 관해 새로운 깨우침을 얻곤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 는 것이 늘 아쉬웠다. 그 목마름을 원 없이 풀고 싶 었다. 인터뷰(+막걸리)에 흔쾌히 응한 두 대장님과 의 이야기는 시간을 잊게 했다.
첫 걷기여행 취재에서 느낀 인상. 작은 체구에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매주 여행자들을 이끌고 걷기에 나선다니 체력이 될까 궁금했다.어느 날 차 한 잔씩 나누며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에너지는 자연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 마 전부터 ‘오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에 신 혼집을 짓고 있다. 그곳에 정착해서 자연과 교 감할 수 있는 걷기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 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부러움을 느꼈다.
일행의 선두에 있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면 어 느새 후미에 가서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 그러 다 또 다시 보면 중간쯤 가서 상황을 체크한다. 걷는 내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잰걸음으 로 부지런히 걷는 그는 같은 코스를 걸어도 남 들 두 배는 걷는 게 아닐까? 걷다가 대열 중간 쯤에서 마주칠 때면 작은 안경알 너머로 해맑 게 웃고 있는 그의 미소가 귀엽다. 새내기 가이 드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걷기에 관한 열정과 자 부심이 대단함을 느낀다.
정운갑, 전은주
서천우
정운갑 원장님.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망우리 고개. 그의 정체는 자전거로 산과 계곡을 자유롭게 누비 고 다니는 정형외과 의사.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전은주 씨. 그녀 역시 자전거 마니아. 산악자전거보 다는 로드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스피드 광이다. 이 두 사람이 걷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 작했다. 걷기는 특별한 준비 없이 쉽게 누릴 수 있 는 사치란 말, 공감하고 있는 걸까?
지난 해, 처음으로 그의 카페에 들렀을 때, 기자 를 먼저 반긴 것은 검정 개 ‘마노’였다. 원고 청 탁을 하고자 카페를 다시 찾았을 때, 꼬마 아가 씨였던 그녀가 벌써 숙녀가 되어 서천우 바리 스타 곁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이 반가웠 다. 서천우 씨는 기자를 맞이하며 맛있는 커피 를 내리기에 여념 없었다. 원고 청탁하러 갔다 가 그 귀하다는 ‘커피 루왁’을 대접받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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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간 웍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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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도보여행 전문 멀티브랜드숍’인 웍앤톡을 나무아래가 모른 체할 리 있을까. 가 장 먼저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며 아낌없는 협조 를 받았다. 웍앤톡의 여러 관계자들 중에서도 추운 날씨에 즐겁게 야외촬영에 응해준 안지훈, 차유지 두 사람에게 특별히 더 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 두 사람이 업무 중에 맘 편히 촬영할 수 있게 배려해준 주준모 지점장님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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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나무아래 2012년 3월호 vol.1(창간호)
010
018
038
050
111 표지
걷기여행, 그 첫 걸음 내딛는 마음으로 첫 번째 <나무아래>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022
004
028
050
나무아래에서
이 사람
이달의 커피
걷기, 가장 원초적인 사치
멋진 소설을 쓰는 것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 여행작가 노동효
커피의 시작, 에티오피아 짐마
006
052
고마워요
032
길가의 식탁
창간호 발행에 도움 주신 분들
걷기 테라피
쉽게 만드는 건강 음료, 석류차
하루 10분으로 날씬해지는 비법 054
010 특별한 여행
034
여행상품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
테마여행
걷기여행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여행상품
삼국시대 성곽길 Best 5 056
018 특별한 만남
“걷기는 나를 만나는 여행” “여행은 무조건 행복해야 합니다”
038
독자 여행기
용품 이야기
그 거리에서 통하였느냐 – 通意洞 기행
등산화? 워킹화? 아니, 아니, 양말 먼저! 058
022
040
이벤트
도시를 걷다
워킹 코디네이터
둘레길 걷고, 책 선물 받고!
사람의 향기 그윽한 성북동 골목길
겨울 끝을 걷는 트레킹 스타일
026
044
트레일 정보
언젠간 다 가 볼 테야~!
나무아래 통신
이달의 걷기여행 뉴스
필드 테스트
칸투칸 K25 에베레스트 046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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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에게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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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행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시작하는 눈꽃 트레킹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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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서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 능선이 철쭉으 로 붉게 물듭니다. 그런가 하면 여름에는 원추리꽃이 덕유평전을 뒤덮고 가을에는 골짜기마다 단풍이 수를 놓지요.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야 어느 산에 간들 꽃이 없겠습니까. 덕유산은 겨울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 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향적봉(1,614m)과 중봉(1,594m) 사이, 덕유평전을 지키고 선 주목과 구상나무 가지 에 피는 눈꽃, 서리꽃 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겨울 산에 핀 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소문으로 듣고 사진으로 봐서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그 눈꽃을 보기 위해 한겨울 등산을 감행하자니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 사람, 네, 많습니다. 이쯤에서 덕유산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밝혀야겠습니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관광 곤돌라를 타면 발품 팔지 않고 도 해발 1,520m 설천봉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 게다가 설천봉에서 덕유산 정상 향적봉까지는 20분밖에 걸 리지 않는다는 사실. 그렇게 가뿐하게 산정에 올라 환상적인 눈꽃 터널을 걷다 보면 저 멀리 지리산을 위시 한 산줄기들이 너울너울 펼쳐진다는 사실. 아! 당장 무주로 가는 차편을 알아봐야겠습니다. 글·사진 박미경, 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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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11
겨울 산에 내리는 반가운 손님 덕유산(德裕山),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온갖 나무와 풀, 꽃, 산짐승 들을 품어 키우는 것이 산이니, 세상의 산은 모두 다 어미입니다. 하지만 그 산에 겨 울이 찾아오면 어미의 품도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바람은 차고 땅은 얼어붙 습니다. 생명 가진 것들은 먹을거리가 부족해 굶주리기도 합니다. 산도, 그 품에 사는 뭇 생명도, 모두 웅크릴 수밖에 없는 이 혹독한 계절에 눈은 반가 운 손님입니다. 겨울가뭄으로 목말라하던 나무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추운 땅을 포 근하게 덮어주며, 메마른 낙엽을 촉촉하게 적셔 혹시 모르는 산불의 위험도 덜어줍 니다. 겨울 산을 찾는 사람에게도 눈은 반가운 존재입니다. 나뭇가지마다 사뿐히 내려앉아 탐스러운 눈꽃을 피워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을 만들어 주니까요. 눈꽃 만발한 겨울 산만큼 사람의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도 드물 겁니다. 어디 그뿐 인가요. 눈 쌓인 산길을 걷는 내내 뽀드득거리며 따라오는 그 소리에 귀도 덩달아 즐 겁습니다. 이 설경에 반해 겨울마다 산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산정 에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덕유산은 눈꽃으로 유명한 산 중에서 도 산꾼이나 사진작가 들이 최고로 꼽는 산입니다. 카메라에 담기가 벅찰 만큼 아름 다운 설경은 말할 것도 없고, 귀한 눈꽃을 다른 어느 산에서보다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탔습니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짐에 따라 슬로프를 내달리는 스키어와 보더는 저 아래로 멀어지고 가지마다 새하얗게 눈꽃을 피운 나무 들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와, 저 나무 좀 봐!” “우와, 저 산 좀 봐!” 10여 분 그렇게 탄성을 지르는 사이에 곤돌라에 앉은 채로 가뿐하게 설천봉에 올랐 습니다. 어떤 이는 곤돌라가 있어 덕유산 트레킹이 거저먹기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곤돌 라에서 내려 승강장을 빠져나오기만 하면, 그곳이 해발 1,520m 설천봉이니까요. 하 지만 트레킹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곤돌라 덕분에 쉽게 산정에 올랐다 해도 지금 부터 갈 길이 험난하다면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덕유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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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에 오르기까지 인간이 만든 기계의 힘을 빌렸다면, 이제부터는 산이 덕을 베 푸는 듯 너그럽게 길을 내어 줍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다시 중봉으로 가는 길. 눈꽃 터널은 황홀하고 오솔길은 포근하며 능선은 부드럽습니다. 예상치 못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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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순간,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과 봉우리의 향연은 장중합니다. 그림이 이쯤 되니 눈 덮인 세상을 노래한 선인의 시 한 수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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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새롭게 옥수궁을 짓는지
天上新成玉樹宮
구름 도끼 달 도끼 못 장인들 애쓰누나.
雲斤月斧役群工
어지러이 바람 따라 눈이 되어 떨어져서
紛紛落雪隨風下
인간 세상 한 빛으로 온통 같게 단장했네.
粧點人 一色同
- 이수광, <新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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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13
함박눈, 겨울나무에 반하다
랑을 받게 된 건 좋은데, 식물자원이라는 개념으로 생각
향적봉과 중봉을 향해 가는 길에는 주목과 구상나무
하면 어쩐지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가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향적봉 8부 능선부터 정상에
어쨌거나 주목과 구상나무는 겨울 덕유산을 더욱 빛나게
이르기까지 분포한 주목은 1천 그루쯤 된다고 합니다.
하는 나무입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말처럼
300~500년생 나무들인데, 오랜 세월 산정에 서서 바람
두 나무는 재질이 단단해서 죽어서도 쉬 쓰러지지 않습
을 맞다 보니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은 나무도 있고, 그
니다. 살아 있을 때는 늘 푸른 나무였다가 죽어서 가지만
중에는 고사목이 되어서도 특유의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남은 뒤에는 그간의 치장을 모두 털어내고, 앙상한 가지
지키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일지언정 당당하게 뻗고 서 있습니다. 무수한 세월을 견
전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덕유산 향적봉 중심 해발
디고 선 그 모습은 사람들 눈에도 아름다워 보여 수많은
1,000m 이상 지역에 자생하는 희귀식물입니다. 한라산
사진쟁이를 덕유산으로 불러들입니다. 겨울철 때때로 내
에 가장 많고 덕유산과 지리산 등에도 일부 자생하고 있
리는 눈이 죽은 나무 가지에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이기 때문에 영어
이유도 어쩌면, 눈이 이 나무들의 모습에 반했기 때문인
이름도 ‘Korean Fir’, 즉 ‘한국의 전나무’입니다. 게다가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으로 역시 한국산
주목과 구상나무의 자태를 감상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가 전 세계에
금세 중봉에 이릅니다. 중봉 주변은 평평하고 넓은 밭과
서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쓰인다니 어떻게 된 연
같다하여 ‘덕유평전’이라 부릅니다. 이곳에는 키가 작은
유일까요?
관목과 철쭉, 조릿대 등이 강풍을 견디면서 무리지어 살
구상나무는 100여 년 전, 아직 우리나라에 식물자원에
고 있습니다. 덕유평전은 봄이면 철쭉으로, 여름이면 원
관한 인식이 없을 때 독일로 건너갔습니다. 이후 독일 사
추리꽃으로 뒤덮이는데, 그 장관이 눈꽃 만발한 겨울 산
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개량해 전 세계인의 사랑
에 뒤지지 않습니다. 봄이 오면, 또 여름이 오면 그때 다
을 받게 되었는데, 독일은 이 나무로 수백억 원의 외화까
시 이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지 벌어들이고 있답니다. 우리나라 나무가 세계인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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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겨울잠 자는 구천동계곡 따라
려가야 합니다. 대신 좁은 길을 따라 빽빽이 자란 조릿대
중봉까지 신나는 눈꽃 트레킹을 즐겼다면 이제 하산 방
가 한겨울 눈 속에서도 홀로 푸른빛으로 하산 길을 인도
향을 결정할 차례입니다. 사실 덕유산의 절정은 설천봉
합니다.
에서 향적봉을 거쳐 중봉까지 오는 동안 다 보았다고 할
고려 때 오수자 스님이 수도하여 도를 얻었다는 오수자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설천봉으로 되돌
굴을 지나면 드디어 덕유산의 자랑, 구천동계곡이 모습
아가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
을 드러냅니다. 여름에는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 사이
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산행장비를 갖추지
로 흐르는 물소리가 멀리서부터 골짜기를 울리지만, 한
않고 단순히 눈꽃을 보러 나섰거나, 트레킹을 더 하기에
겨울의 계곡은 조용합니다. 콸콸콸 흐르던 계곡물이 얼
는 체력에 무리가 따르는 경우, 중봉에서 발길을 돌려 무
어붙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울리는 물소
주덕유산리조트의 이모저모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
리를 들을 수 없는 점이 서운하기는 하지만, 겨울 산에
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물이 얼지 않으면 주변 식물들에게는 오히려 위험하답니
반면, 덕유산의 다른 모습도 보고 싶거나 눈 덮인 산길을
다. 줄기와 뿌리가 물을 가득 머금은 상태에서 갑자기 날
더 걷고 싶다면 가던 방향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봅
씨가 추워지면 식물의 몸속에 있던 물이 얼면서 해를 끼
시다. 설천봉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빼고, 하산 길이 두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계곡이 얼면 얼음장 밑
갈래로 갈라지는데 중봉 오른쪽 길은 남덕유산으로 가는
에서 다른 생물들이 조용히 은거하며 새봄을 준비하기도
종주산행로이고 왼쪽은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내려
하니, 계곡물이 얼어붙었다고 해서 숲을 걱정할 필요는
가는 길입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이 중 오수자굴로 향하는 길은 지난 1994년부터 5년간
고요히 쉬고 있는 겨울의 계곡처럼 여행자도 숨을 고르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했다가 다시 개방된 등산로입니다.
며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완만한 산길은 물론이고 얼
그만큼 자연경관이 훼손되지 않고 숲이 울창하며 길이
어붙은 계곡물과 바위 위에도 하얀 눈이 수북합니다. 눈
거칩니다. 특히 오수자굴까지는 산길의 경사가 제법 급
꽃 화려한 산등성이와 달리 찾는 사람이 적어 겨울나라
해 아이젠과 같은 산행장비를 잘 갖추고 조심스럽게 내
를 호젓하게 느끼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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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15
눈 위에 편지를 남기는 마음 구천동계곡 곁에 자리 잡은 백련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기에
雪色白於紙
높은 곳에 있는 사찰 중 하나입니다. 신라 신문왕 때 백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
擧鞭書姓字
련선사가 이곳에 은거할 때, 하얀 백련꽃이 피어난 것을
바람아 불어서 땅 쓸지 마라
莫敎風掃地
보고는 그 위에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했다고 전합니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好待主人至
전성기 때는 14개의 사암에 9천 명의 승려들이 도를 닦
- 이규보, <雪中訪友人不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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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곳이어서 이 일대의 이름을 ‘구천동’이라 했을 만큼 큰 사찰이었다는데,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소
눈이 내린 날, 친구를 만나러 말을 타고 달려갔지만, 주
실되고 말았지요. 이후 1962년부터 조금씩 복원하여 지
인이 집을 비운 탓에 그리운 얼굴은 보지 못하고, 새하
금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얀 눈 위에 다녀간다는 글만 남기고 돌아서는 친구의 마
백련사에서 주차장까지는 6.5㎞나 되는 먼 길입니다. 하
음을 떠올려 봅니다. 그 마음 읽은 까닭일까요, 채찍 대
지만 길 폭이 넓고 굴곡이나 경사가 거의 없어 계곡의 절
신 트레킹용 스틱으로 눈 위에 글씨를 새기는 여행자도
경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기에는 그만입니다. 너른 길 위
보입니다. 그의 마음이 원하는 곳에 닿을 때까지 눈 위에
에 곱게 쌓인 눈을 보며 이번에는 고려 때 시인 이규보의
쓴 편지가 지워지지 않게 하려는지 하산 길의 바람이 고
시 한 수 읊어 봅니다.
요합니다.
016 | 나무아래_res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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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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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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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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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약 1.5㎞, 2시간 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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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스키? 보드? 난 트레킹! 무주덕유산리조트 혹시 스키리조트는 겨울에만 가는 곳으로 알고 있다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무주덕유산리조트를 겨울에 만 간다면, 셋도 넷도 모르는 겁니다. 무주덕유산리조트의 관광 곤돌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물입니다. 이 곤돌라를 타면 발품 팔 지 않고도 10분 만에 설천봉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덕유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는 겁니다. 힘들게 산에 왜 가느냐고 묻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무주덕유산리조트에 데려가 보시길 권합니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덕유산이 펼쳐 보이는 장관을 감상하며 부드러운 능선 따라 트레킹을 하고 나면, 다음에 또 산에 가자고 먼저 말할지도 모릅니다.
트레킹 정보
찾아가는 길 자가용
Link 1
http://deogyu.knps.or.kr
Link 2
goo.gl/BPE4Y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무주IC 또는 덕유산IC 이용. 이후 표지판
주의사항
따라 진행.
*설천봉에서 향적봉이나 중봉까지만 다녀올 요량이라면 산행장비를
시외버스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날이 추우니 방한복 차림은
무주터미널 하차 후 무주덕유산리조트행 시외버스(배방삼거리
필수겠지요.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하차)나 셔틀버스를 이용. 소요시간은 약 50분.
아이젠입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걷기가
셔틀버스 탑승 장소와 출발 시각은 리조트 홈페이지에서 미리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눈길을 훨씬 편하고
확인하세요.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니,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아이젠 한
Link 1
www.deogyusanresort.com
켤레는 꼭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Link 2
goo.gl/igkfU
*향적봉에서 오른편 계단을 내려가면 약수터가 나오고, 약수터 뒤편으로 향적봉대피소가 보입니다. 혹시 물을 미리 챙기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향적봉대피소에서는 취사를 할
곤돌라 운행 시간
수 있으며 컵라면 등 간편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요일
상행
하행
월~목
10:00~16:00
16:30까지
*중봉에서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금
10:00~16:30
17:00까지
갈 길이 먼만큼 물과 행동식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이 경우에는
토
09:30~16:30
17:00까지
일
09:30~16:00
16:30까지
등산화에 스틱까지 갖추는 것이 안전한 트레킹에 도움이 됩니다.
※ 계절에 따라, 기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책 《꽃들의 웃음판》, 정민 글, 김점선 그림, 사계절 펴냄 봄 꽃, 여름 숲, 가을 잎, 겨울 산이라는 주제로 사계절을 노래한 한시를 소개한 책
곤돌라 이용 요금 구분 왕복
어른 12,000
어린이 9,000
편도
8,000
6,000
호 비
※ 리조트 회원은 30% 할인 / 문의 063-320-7381
무주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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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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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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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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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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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 삼공지구: 약 14㎞, 6시간
오수자굴 March 2012 | 017
특별한 만남
“걷기는 나를 만나는 여 행”
걷기여행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많다. 그들은 걷는 게 마냥 좋아서 주말마다 혹은 틈 날 때마다 무조건 걷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걷기 마니아들 중에 아예 걷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걷기여행 가이드’다. 이 좋은 걷기를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워서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는 두 사람. 걷기 전문 여행사 ‘산하클럽’의 조태봉, 임병직 두 가이드를 나무아래서 만났다. 정리 박미경 사진 최진희
요즘 걷기가 대세라는 말 많이 들으시죠? 대세가 되기 전부터 걷기를 즐기던 사람도 많지만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걷기 시작 한 사람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언제부터 걷기의 매력 에 빠졌나요?
임병직 저는 그 전에 등산은 많이 다녔지만 지금처럼 순수하 게 걷기를 접한 건 1~2년밖에 안 됐어요. 반면 조 대장님(가 이드를 ‘도보대장’이라 부르기에 여기서는 대장이라는 호칭을 쓴다)은 걷기 열풍이 일기도 전, 아주 초창기부터 걸었고 커 뮤니티를 만들어 활발하게 운영도 하셨죠. 그러다가 지금처 럼 걷기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 사업으로까지 발전한 거 고요.
조태봉 제가 처음 걷기에 빠져서 함께할 사람들을 모을 때는 단순히 커뮤니티 개념이었어요. 처음 산하클럽을 만들 때만 해도 걷기보다는 등산이 대세였죠. 다들 그쪽으로 관심이 쏠 려 있었고, 저도 백두대간부터 해서 등산을 많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등산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군요. 그래서 등산 보다 더 기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걸 찾다 보니 그게 걷기였어요. 걷기가 좋다는 걸 알고 나니 다른 사람들과도 공 유하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거죠. 같은 관심사를 가 진 사람들끼리 새로운 길도 개척하고 정보도 나누고요. 걷기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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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봉 현대인은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죠. 직장에 다닌다 해
도 일할 때는 혼자죠. 그러다 보면 마음을 나눌 사람도 그리
워지고 자연도 그리워지는데, 걷기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
예 간
럽게 사람도 만나고 대화하며 정도 나누게 돼요. 게다가 자연 속에서 걸으니 얼마나 좋아요. 현대인이 그리워하는 그런 것 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걷기죠.
창
임병직 말씀 드렸듯이 전 예전부터 등산을 굉장히 많이 했어
요. 그런데 어느 날 등산이 아니라 걷기를 했는데 등산할 때 보다 훨씬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등산할 때 못 보던 게 걸으니 보이더군요. 그게 아마 여유가 있어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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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까 싶어요. 산에 오를 때는 정상에 꼭 올라야 한다는 생 각이 강하고, 그렇게 정상에 오르더라도 급하게 ‘찍고 내려오 기’에 급급했는데, 걷기는 다르더라고요. 편안한 길을 천천히 걸으니 주변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요. 예전에 저는 등산을 다 하고 내려와도 그 길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걷고 나면 내가 걸은 그 길이 온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등산할 때 결과 를 중요시했다면, 과정의 중요성을 걷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고나 할까요. 그 말씀을 들으니 고은 시인의 시가 생각나네요. ‘내려갈 때 보 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짧은 시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여행은 무조건 행복해야 합니다”
같아요. 그리고 걷기는 은근히 달구어지는 온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임병직 그렇죠. 그 은근하다는 거,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리 켜 냄비근성이라느니 빨리빨리 문화라느니 그런 말을 하는 데, 사실 우리는 뚝배기 문화였어요. 빨리빨리는 일제 강점기 에 들어온 거고, 그게 산업화를 거치면서 몸에 배여서 지금까 지 온 거죠. 근데 걷기가 바로 우리네 은근한 온돌이나 뚝배 기 같아요.
조태봉 걷기와 등산을 비교하자면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성 향도 비교할 수가 있어요. 넓게 보면 살아온 환경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랄까, 그런 것도 얘기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산에서 자란 사람과 강가나 들에서 자란 사람들의 성향이 다 르잖아요. 걷기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등산을 좋아하는 사 람도 가만 보면 성향이 달라요. 아무래도 등산보다 걷기를 좋 아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이 훨씬 온화한 것 같아요. 원래 온 화한 사람이 걷기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고, 걷다 보니 온 화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걷기와 등산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랄까? 이런 것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단적으로 등산이랑 걷기랑 소모되는 체력 차이가 커요. 등산은 짧은 시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되는데, 그 게 건강에 반드시 좋지만은 않아요. 사람에 따라 급격한 체력 소모가 오히려 해로운 경우도 있거든요. 게다가 힘들게 등산 하고 나면 대개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죠. 그런 습관도 건
호 비
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반면 걷기는 지속적으 로 은근히 움직이니까 건강에 훨씬 도움이 돼요.
임병직 요즘 다이어트에도 관심들이 많은데, 이 역시 등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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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걷기가 더 효과적입니다. 그게 과학적으로도 연구가 많이 되고 있어요. 갑작스런 체력 소모를 요하는 운동보다 은근히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이 지방을 더 많이 연소시킨대요. 특히 걷기처럼 빨리 걷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는 등 운동하면 서 스스로 강약을 조절하다 보면 우리 몸에서 지방을 분해하 는 물질이 나온대요. 그러니까 은근하게 걸으면서 강약을 조 절하는 게 격렬한 운동보다 낫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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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19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얻는 것도 다르고, 걷기의 의미도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나 니체 같은 철학자들은 걸으면서 영감을 얻었고, 그렇게 떠오 른 생각을 정리한 책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고전이 되 었거든요. 또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어 보니 동료들과 마찰이 있거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같이 걸으면서 문제 를 풀었더라고요. 두 분에게 걷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조태봉 자연으로의 초대라고나 할까요?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게 바로 그 때문이었어요.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길이 많고, 걸으면 좋다는 걸 아는데, 그 좋은 걸 혼자만 하기엔 아깝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었어요. ‘걷기’라는 여행의 또 다른 방법을 제 시하는 거죠.
임병직 나를 만나는 여행이죠. 걸으면 무엇보다 생각 을 많이 하게 돼서 좋아요. 예전에 한참 등산을 다닐 때, 다른 어떤 경우보다 생각을 깊이하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때가 홀로 간 산행이었어요. 특히 지리산을 단독 종주할 때, 2박 3일 또는 3박 4일 먹을 거 다 짊 어지고 가야 하잖아요.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능선 따라 묵묵히 걷는데,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여 럿이 함께 이야기하며 걷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 걸어 보세요. 걷는 동안 온전히 나를 만날 수 있어요. 철학자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퇴계는 독서여 유산(讀書如遊山), 즉 산을 유람하는 게 글 읽기와 같 다고 했어요. 퇴계 역시 산길을 걸으며 글을 읽듯 생 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 거라고 볼 수 있죠.
조태봉 루소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걷는 동안에 만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색에 잠기 려면 분위기가 중요해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분위 기.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곳, 그런 공간을 걸을 때 훨씬 집중력도 높아지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죠. 그게 어디겠어요? 바로 자연
게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걷는 동안 무리가 없게, 다
입니다.
걷고 나서 그 여행이 좋았다고 느낄 수 있게 인도하는 것이 가이드의 역
임병직 사색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는 조 대
할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어떤
장님의 노력은 제가 압니다. 같이 이 일을 하면서 지켜
상황이라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것, 원래 좋은 건 더 깊이 느낄 수
보니 조 대장님은 ‘현대’가 많이 보이는 길을 다른 사람
있도록 안내하는 것, 즉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는 게 바로 가이드가 할 일
들에게 절대 권하지 않아요. 제가 답사를 다녀와서 어
입니다. 여행은 무조건 행복해야 하니까요.
느 길이 좋더라고 추천을 해도 조 대장님 보시기에는
임병직 그래서 가끔은 지름길을 두고도 돌아갈 때가 있어요. 조금 돌아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뭐냐면, 걷는 동안
더라도 그 길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에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에 차량 소음이 많이 들리거나 현대문물이 많이 보이
싶거든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더 예쁜 길도 있어요.
는 길이에요. 겉보기에 아무리 예쁜 길이라도 차량 소
조태봉 여행 루트를 짤 때 그런 걸 다 고려하지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음이 쌩쌩 들리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추
때보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올 때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거나, 샛길에서
천하지 않더라고요.
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면 큰길을 버리고 좀 돌아서 가더라도 그 길로
조태봉 아무래도 저는 가이드니까 같이 가는 사람들에
가는 거죠. 가이드니까 사람들이 더 좋은 길을 걷고, 더 감동하면 보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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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로 손에 손 잡아주고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허리춤 까지 물에 잠기는 개울을 건넜어요. 그렇게 해서 완주를 하고 났더니 참가자들이 무척 고마워하고 만족스러워했 어요. 오래 전 일인데도 지금까지 그 여행이 기억에 남 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때 개울을 건너지 않고 우회하거나 여행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 잊 어버리고 있던 어릴 적 추억 같은 걸 상기시켜주고 싶 었어요. 4,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어릴 때 그렇게 개울 건너고 물에서 놀던 기억들이 대부분 있어요. 어 른이 되면서 그런 걸 잊어 가는데, 잃어버린 그 추억을 찾아주니 모두가 좋아하더라고요.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주고 싶다 던 바람을 이루신 거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걷기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또 다른 바람은 없는지요?
임병직 걷기 자체만으로도 참 좋지만 저는 걷기에 다 른 걸 접목해 보고 싶어요. 음악이나 영화, 책, 명상 그런 요소들을 접목해서 걷기여행을 더 풍성하게 하는 거죠. 등산만 알던 제가 걷기여행을 접하고서 이게 좋 다고 느끼게 되니까 자연스레 걷기에 대해 더 알고 싶 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많이 찾아봤는데 특히 틱낫한 스님의 《걷 기명상》, 《화》, 《힘》 이 책들을 다 읽었어요. 그 분이 ‘걷기명상’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불교에 행선이라는 수도법이 있어요. 참선을 하던 수도자들이 졸음이 오 거나 집중력이 약해질 때 잠시 가볍게 걸으면서 수행 을 이어가는 게 행선인데, 그렇게 걷는 것과 명상을 접 목시킨 게 걷기명상이에요. 이건 종교를 떠나서 누구 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행복을 느 낄 수 있습니다. 많이 느끼죠. 제가 걸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
걷기가 왜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행복’이라는
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감동받은 길을 다른 사람들이 휙휙 지나가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 걸으면 행복해진다. 사람에게
는 걸 보면 너무 아까워요. 무엇보다 천천히 걸을 때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중에 세로토
것들이 있는데, 그걸 그냥 지나치는 건 정말 안타까워요.
닌과 도파민이라는 것이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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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들의 영향이다. 두 분 모두 걷기여행 가이드로서 사명감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
그런데 어느 뇌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걸을 때 분비
게 길을 안내하면서 제일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면요?
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양이 사랑에 빠졌을 때와
조태봉 섬진강 오지마을로 걷기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 코스에는 개울
비슷하다고 한다. 걸으면 행복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
의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 구간이 있거든요. 거길 건너지 않으면 그 여행이
로도 증명된 셈이다. 굳이 어려운 용어나 이론을 끌어
연결이 안 되는 지점인데, 하필 그날 돌다리가 물에 잠겨 버린 거예요. 당시
들이지 않더라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걷기는 사람을
참가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 조건이 썩 좋지는 않아서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자신을 만나는 행복한 여행이
이 구간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했죠. 어려
다.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다.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움이 있겠지만 서로 협동해서 여길 건너면 더 멋진 여행이 될 거라고. 그래
선현들이 어디 괜히 걸었겠는가.
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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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21
도시를 걷다
사람의 향기 그윽한 성북동 골목길 성북동은 오래된 동네다. 그러나 서울 어디엔들 옛것이 온전하게 남아 있으랴. 성북동도 예외는 아니어서 옛것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새것이 메웠다. 그러니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밀려난 옛것을 따라 거기에 살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가 버렸다. 그렇지만 아직도 성북동은 서울의 어느 곳보다도 사람과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다. 골목 모퉁이마다 나라와 민족과 우리 땅의 문화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가 성북동에 가는 까닭이다. 글·사진 김영록(걷기여행 작가)
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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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뜰에 놓인 간송 선생의 흉상과 석물. 022 | 나무아래_restree.co.kr
최순우 선생 옛집 툇마루에 걸터앉으면 정갈한 뜰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문을 닫아걸면 바로 이곳이 깊은 산중이라네
호 비
걷기 시작해서 처음 만나는 곳은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이다. 큰길에서 잠깐 비껴든 골목에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소박하고 운치 있는 집이다. 선생은 우리의 것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평 생을 문화재를 찾아내고 보존하는 일에 신명을 바쳤다. 또 뛰어난 안목으로 우리 문화재의 멋을 널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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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분이다.
최순우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았던 이 집은 향나무와 소나무며 각종 화초가 자그마한 석물들과 예쁘게 어울린 정갈한 집인데 하마터면 헐릴 뻔한 적이 있다. 다행이 선생을 흠모하고 선생의 뜻을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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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름다운 분들의 정성으로 살아남아 ‘시민문화유산 제1호’라는 별명도 얻었다. 선생의 명저 《무량수 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도 이 집에서 태어났다. 안채 처마 밑에는 선생이 직접 썼다는 현판이 걸려 있다.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즉 ‘문을 닫아걸면 바로 이곳이 깊은 산중’이라는 뜻이다. 현판 글귀 에서 선생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March 2012 | 023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들리는 곳 최순우 선생 옛집에서 찻길을 건너 골목 안으로 들어가 면 조지훈 시인의 집터가 있다. 조지훈 시인이 30여 년 동안 살았던 옛집은 헐리고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 서 있다. 이 터를 지나 조선 시대에 양잠의 창시자인 중 국 서릉씨의 제사를 지내던 선잠단 터를 지나고, 성락 원(城樂苑)으로 간다. 성락원은 서울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민간의 원림이다. 울창한 묵은 나무들과 인 공으로 조성한 용두가산(龍頭假山)이 어울린 모습이 그 림 같다. 나무 그늘이 짙은 입구 바위에는 ‘쌍류동천(雙 流洞天)’이라고 새긴 암각 글씨도 있고, 후원으로 올라 가면 연못 위 바위에 장중하게 올라앉은 송석정이라는 정자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이 사유지인 까닭으로 자유롭게 둘러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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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락원을 나와 근처에 있는 길상사를 찾는다. 길상사의 전신은 한때 장안의 최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이다. 대 원각의 주인이던 길상화 故 김영한이란 분이 자기의 모 든 재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법정 스님께 시주를 해서 1997년 12월에 길상사라는 절이 세워졌다. 길상사 마 당에 앉으면 여기가 도심의 동네 한가운데라는 것이 전 혀 실감나지 않는다. 깊숙한 숲도 좋고, 정갈하게 정비 된 절 마당 곳곳에는 앉아 쉴 곳도 마련해 놓았다. 게 다가 마당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묵은 나무도 두 그루나 있는데 보호수답게 품도 넓어서 언제나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도시의 소란함이 싫어질 때 이곳을 찾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2 1 길상사에 들어서면 성모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상이 눈길을 끈다. 2 길상사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곳이 서울 한복판임을 잊게 된다.
가을이 깊은 어느 날의 선잠단 터.
여행정보 ■동네 길이어서 음식점이나 편의점은 중간에 많이 있다. 화장실도 한성대입구역, 길상사를 비롯해 각 거점이나 주민 센터, 성당, 미술관 등에서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최순우 옛집은 4월~11월에만 개방한다.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개방 기간에는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문의 02-3675-3401~2
걷는 길 6㎞, 1시간 30분 한성대입구역 5번 출입구
선잠단 터 조지훈 옛집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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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성락원
최순우 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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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님은 갓슴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 길상사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심우장(尋牛莊)이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 지은 자그마한 집이다. 집 안에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 가 운치 있게 자라고 있으며, 마당가에는 선생이 손수 심었다는 향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평생 조국 독 립을 위해 애쓰다가 광복 한 해 전인 1944년에 이곳에 서 돌아가셨다. 이 집에는 선생의 글씨나 연구 논문집 그리고 선생의 공판기록 등이 보관되어 있다. 처마 밑 에 걸려 있는 심우장 현판 글씨는 선생과 함께 독립운 동을 했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서예가 위창 오세 창 선생의 솜씨다. 3
심우장에서 내려와 월북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의 고 택으로 간다. 이효석, 정지용 등과 구인회를 결성하여 한국 근대문학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태준 선생은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는데, 1933년부터 1946 년까지 14년간 이 집에 머물렀다. 자그마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면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마당이 있 고, 마당 오른쪽에 안채와 사랑채를 하나로 모아 만든 아담한 한옥이 있다. 현재는 이태준 선생의 후손이 ‘수 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연산방 조금 아래에 간송미술관이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을 두고 수집한 우리 문화재들을 보관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늘 개방하지는 않고 일 년 에 두 번, 봄과 가을 전시회 기간에만 개방한다. 대개 5 월과 10월 중에 보름 정도 전시회를 여는데, 그때 이곳
4 3 만해 한용운은 총독부를 바라보기 싫어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 4 이태준 선생 고택은 선생의 후손이 ‘수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을 찾는다면 우리 것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간송 선생 의 아름다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걷는 책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지음, 미래사 펴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지음, 학고재 펴냄 《법정스님 숨결》, 변태주 지음, 큰나무 펴냄 《님의 침묵》, 한용운 지음, 고은 엮음, 민음사 펴냄 《한용운》, 조정래 글, 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펴냄 《몰라쟁이 엄마》, 이태준 글, 신가영 그림, 우리교육 펴냄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소년한길 펴냄 《간송 전형필》, 이충렬 지음, 김영사 펴냄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한상남 글, 김동성 그림, 샘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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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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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수연산방
심우장
한성대입구역 7번 출입구
March 2012 | 025
트레일 정보
우리나라 구석구석, 이렇게 멋진 길이…
언젠간 다 가 볼 테야~! 수도권 서울성곽길 http://goo.gl/4cb6B 남산-낙산-백악산(북악산)-인왕산을 따라 서울 도성을 한 바퀴 빙 도는 서 울성곽길. 18.627㎞의 이 둘레길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문 화·생태 탐방로입니다. http://goo.gl/FdvJ4 북한산둘레길 북한산(삼각산)과 도봉산을 아우르는 북한산국립공원. 그 산자락에 난 샛길 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조성한 70㎞의 둘레길은 북한산국립공원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강화 나들길 http://goo.gl/qQlEu 강화도는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많은 유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나들길은 강화 곳곳을 걸으며 자연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수도권
http://goo.gl/x6lae 경기도 평화누리길 김포, 고양, 파주, 연천으로 이어지는 182.3㎞의 트레일. 군사분계선 가까이 있는 마을과 산, 강, 바다를 두루 거치는 이 길에는 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습 니다. 시흥 늠내길 http://goo.gl/0JGn6 ‘늠내’는 ‘뻗어 나가는 땅’, ‘넓은 땅’이라는 뜻의 옛말입니다. 늠내길은 야트 막한 산과 갯골, 옛길, 도심, 바닷길 등을 거치며 시흥이라는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충청
전라 지리산둘레길 http://goo.gl/VEADu 지리산 둘레에 자리한 3개 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의 80여 개 마을을 잇는 300여㎞의 트레일입니다. http://goo.gl/7oD9s 변산 마실길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수려한 자연을 따라 걷는 마실길. 2011년 현재, 바닷길 위주로 66㎞가 개통되었습니다. 2012년, 내륙길까지 완성되면 총 거리 200 ㎞에 달하는 트레일이 생깁니다.
전라
군산 구불길 http://goo.gl/SvcE8 금강, 망해산, 대야 큰들, 군산저수지(옥산저수지) 등을 중심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길에는 우리 근대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이야기가 있는 걷기여행’에 제격입니다.
호 비
http://goo.gl/460Ik 진안 고원길 평균 해발 300m 이상 고원지대에 형성된 진안군의 여러 마을을 잇는 58㎞ 의 고원길. 맑은 공기를 마시며 깨끗한 물길을 따라 걷고, 정감 있는 농촌 마 을을 지나 고개를 넘습니다.
예 간
고창 질마재길 http://goo.gl/2QZrR 선운산을 바라보며 갯내음 들이치는 보리밭 사잇길을 걷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군까지 만날 수 있는 고창. 맛 좋은 음식까지 더하니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http://goo.gl/l1VH9 익산 둘레길 강변포구, 숲길, 마을길 등을 두루 거치며 익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99㎞의 트레일입니다. 특히 걸으며 마주치는 문화유산에서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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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제주도
전국의 둘레길 열풍, 실감들 하시나요? 새로운 길이 열릴 때마다 잰걸음으로 찾아가 걸어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언젠간 가 봐야지, 하며 나만의 걷고 싶은 길 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사람도 있지요. 이미 걸어 보았거나 앞으로 걸을 예정이거나, 아무렴 어때요. 우리 땅에는 걷고 싶은 길, 걷기 좋은 길이 수도 없이 많은걸요. 여기, 전국의 수많은 둘레길 중 굵직한 트레일 20개를 골라 봤습니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옮기다 보면 언젠간 이 길들 다 걸어볼 날이 오겠지요. 그러다 어느 길 위에서 우리 서로 만날지도 모르고요. 정리 박미경, 최진희
강원·충청 강원 바우길 http://goo.gl/IDaPH 백두대간부터 경포와 정동진까지,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두루 느낄 수 있는 300㎞의 트레일입니다.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 길에는 역사 속 시인묵객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강원
태안 솔향기길 http://goo.gl/zN7db 태안의 상징인 바다와 소나무를 테마로 하여, 아름다운 해안길과 바다 를 계속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솔숲길을 연결한 42.5㎞의 싱그러운 트 레일입니다.
동해안
동해안 해파랑길 http://goo.gl/4ADzh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 등 688㎞를 잇는 국내 최장 거리 탐방로입니다.
경상
경상
부산 갈맷길 http://goo.gl/HWj47 항구도시 부산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약 300㎞의 트레일이 바다는 물론, 숲길, 강변길, 도심까지 부산의 구석구 석을 누빕니다. 남해 바래길 http://goo.gl/unL1G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촌마을의 생명력 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바래길 55㎞를 걸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 쪽 바다를 두 눈 가득 담아보세요. 외씨버선길 http://goo.gl/spXQ4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청정 트레일입 니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표현한 ‘보일 듯 말 듯한 외씨버선’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길입니다. 영덕 블루로드 http://goo.gl/aJsRQ 강구항을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50㎞의 해안 트레일로 푸른 동해의 풍광과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등 볼 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코스입니다.
호 비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http://goo.gl/0DIRL 울진의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에 조성한 트레일입니다. 숲길 훼손을 방지하고자 인터넷 예약을 한 사람에 한하여 숲해설가와 함께 탐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
창
예 간
제주올레 http://goo.gl/sJs69 전국에 둘레길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죠.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 다운 섬, 제주. 그 섬의 진면목이 제주올레에 담겨 있습니다.
March 2012 | 027
이 사람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여행작가 노동효
멋진 소설을 쓰는 것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과거의 농경사회가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회였다면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이동이 자유로운 농경사회, 즉 들뢰즈와 가타리 식으로 말하면 유목사회다. 자크 아탈리는 우리 시대 도시 유목민을 도시를 부유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바꾸어 가는 새로운 인류로 보았는데, 그는 마음껏 삶의 자유를 누리는 부유한 유목민, 외국인 근로자나 자신의 땅에서 쫓겨난 농민과 같이 어쩔 수 없이 떠돌아다니는 가난한 유목민, 부유한 유목민을 꿈꾸는 정착자인 가상 유목민으로 나누었다. 당신은 어떤 유목민인가? 진정한 보헤미안 집시 여행자 노동효는 늘 먼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청춘들을 위해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를 썼다. 21세기 새로운 농경사회에서 어떤 유목민으로 살아갈지 선택의 기로에 선 청춘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내일은 계획하되, 걱정은 하지 말라고. 길을 나서면 어느덧 여행의 신이 네 어깨 위에 내려앉을 테니, 떠나라!라고 청춘의 등을 떠민다. 인터뷰 진행 도서출판 나무발전소
푸른 스물에 세계지도 달랑 한 장만 들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삶은 태어난 그 자
도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그런 시기가
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이야기다. 여
체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한
지났지만 언젠가 소설가인 선배가 재능을
행기를 보니 위험한 현장을 둘러가는 것
이후가 아닌가 싶다. 사실 어떤 행운, 고
탕진하지 말고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한
이 아니라 일부러 관통하더라. 여행지에
난, 고통, 아픔, 슬픔, 기쁨… 우리가 인생
적이 있다. 나는 대답했다. 멋진 소설을
서 만난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걸 알면서
에서 겪는 모든 상황과 감정은 우리가 살
쓰는 것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고.
도 동행을 자처하고, 백인들에 대한 테
아 있기에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
유라시아 횡단여행은 멋진 인생의 첫 걸음
러가 종종 일어난다는 걸 알면서도 백인
런 이유로 나는 삶 그 자체를 찬양한다.
이었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살아 있다.
친구와 이슬람 오지 마을에서 1박을 한
무엇보다 유년시절부터 합리론자보다는
다. 낙석 사고 세계 1위 히말라야 카라
경험론자에 가까웠다.
10년 전 대륙을 횡단한 여행 이야기인데
코람 하이웨이 길을 트럭 뒷좌석에 앉아
모험소설이나 길 위의 이야기들을 읽을 때
이제야 펴내는 이유는?
통과하거나, 사재 총알이 날아다니는 무
마다 상상했다. 내가 그 이야기 속에 들어
세상은 변했다.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
법천지를 혈혈단신으로 뛰어드는 이야기
가고 싶다는 생각. 《푸른 영혼일 때 떠나
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변 레스토랑
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세상물정 모
라》에 펼쳐놓은 여행에서 내가 읽은 문학,
르는 새파란 청춘이라도 그러기 쉽지 않
신화, 영화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마
다. 원래 용감한 사람인가?
치 내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실은 낯도 많이 가리고 그다지 용감한 사
기분이었다.
람이 아니다. 정말 평범하다. 그러나 내
더구나 청춘이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속에는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그 상황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시절 아닌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즐기는 무엇이 들어
가? 소설, 영화 혹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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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비
창
예 간
과 숙박업소를 찾아내고, 저녁에 타고 갈
기차표를 예약하고…. 그러나 본질은 달 라지지 않는다. 여행의 본질 말이다. 샛길
로 잠시 들어서자면, 장자가 살던 무렵을 우리는 춘추전국시대라 일컫는다. 전쟁준 비로 천문학, 무기술, 과학기술 등등 요즘 으로 치자면 첨단을 달리던 시절이었다.
호 비
창
예 간
March 2012 | 029
여정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로마에서 여행경비 200만 원 중 100만 원을 소매 치기 당하고서도 여행을 포기 하지 않 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여행의 신’의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딱딱 들어맞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났
있는데, 여행의 신이란 있는가?
으니까. 주머니 속에 1달러밖에 없는 내게
무신론적 유물론자는 나의 앞길을 안내하
그런 일들이 일어날지 어떻게 예상할 수
고 도와주던 손길을 길 위의 여행자에게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런 사건들이 일어
사랑과 호의를 베풀던 ‘사람들’이라 여길
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때론 현실이 소
테고, 유신론적 관념론자는 여행의 ‘신’이
설보다 더 극적이니까. 우연의 일치가 소
라고 부를 것이다.
설보다 더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는 게 현
나는 유신론적 유물론자다. 나를 도와준
실이고, 그런 현실이 더 빈번하게 벌어지
말하자면 나날이 새로운 스마트폰이 쏟아
이들은 길 위의 사람들이었고, 죽음의 순
는 곳이 길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보다 길
져 나오는 시대. 장자는 그런 시대에 《장
간들을 넘길 수 있었던 건 그저 그때의 상
을 더 사랑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내
자》를 썼고, 2천 년이 지나 우리들이 여전
황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어깨 위에
가 만약 풍족하고 교통편, 잘 곳, 먹을 곳
히 그의 책을 읽는다. 삶의 본질은 달라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고 느
등등 미리 짜둔 일정대로 움직이는 여행을
지 않기 때문이다.
낀다. 느끼는 것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했다면 그런 극적인 사건과 느닷없는 행운
여행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무의
없다.
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 속에 원형적 상징으로 들어 있는 것들
귀국 후 몇 년이 지나 어느 날 잠을 자다
중 하나가 ‘여행’이다. 왜 어린아이는 기차
가 꿈을 꿨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인데 그
책에서 보니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다
가 사라지는 저편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들이 마치 슬라이드
고 했다. 가장 여러 번 읽은 책과 그 이
을 하는 것일까?(유년시절 나는 기찻길 가
화면처럼 찰칵, 찰칵, 찰칵 지나갔다. 잠
유는?
까이에서 자랐다) 왜 인류의 대부분은 세
이 깨면서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목구
무라카미 류의 《69》와 밀란 쿤데라의 《참
계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우
비나 피부색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눈빛
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셀린저의 《호
리는 죽기 전에 이 행성을 둘러보고 싶다
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단 하나의
밀밭의 파수꾼》.
는 욕망을 갖는 것일까? 나는 신화 속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여행의
세파에 시달려 의기소침해진 친구들에게
수많은 인물들처럼 자신의 터전(집이나 국
신’이라 부르기로 했다. 고난의 여행길에
즐거움과 에너지를 안겨주기 위해 무라카
가)을 떠나고, 고행하고, 귀환하는 과정
오른 이들은 반드시 이 여행의 신을 만나
미 류의 《69》를 선물하기 시작한 지 꽤 오
속에 여행의 본질이 들어있다고 여겼다.
게 될 것이다.
래 되었다. 서점에서 책을 사면 늘 내가 먼저, 다시, 읽게 된다. 그래서 읽고 선물
모든 여행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지만 그
호 비
시절 내가 영국에서 한국까지 오던 길과
인천항이 보이는 산둥반도에 도착했을
하고, 읽고 선물하기를 거듭하다 보니 가
내가 겪었던 경험들이 여행의 본질과 일면
때 주머니 속 남은 돈 1달러, 하루 앞으
장 여러 번 읽은 책이 되어 버렸다. 이 책
닿아 있었다. 우리 인생에서 해야 할 가장
로 다가온 여동생의 결혼식… 에피소드
속에는 청춘이든 청춘이 아니든 에너지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신화를 만드는
들이 다큐멘터리 소설처럼 극적이다. 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많
떻게 이런 일이 한 사람의 여정에서 연
은 것들이 발목을 잡는다. 발목을 잡히기
속해서 일어날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들
전의 시기, 청춘들이 자신의 신화를 만들
것 같다.
기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북돋워주
내가 경험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고 싶었다. 가난해도 오직 청춘이란 이름
아니다. 소설이라면 “너무 우연의 일치가
으로 길 떠날 수 있는 그들에게.
많잖아?” 라고 핀잔을 받을 정도로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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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예 간
북돋워 주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가령, 프
랑스 68세대의 구호였다는 ‘상상력이 권 력을 쟁취한다’는 문장을 비롯해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다 … 즐겁게 살기 위 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 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 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그 싸움을 나는 결코 죽을 때까지 멈 추지 않을 것이다’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어깨동무를 하게 된다. 그래, 끝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말자.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내 가 늘 화장실에 두고 읽는 책이다.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좋은
는 느낌이었다. (제대 후 그런 현상이 사
문장들로 가득하니까. 그러나 습관처럼
라졌는데, A/S를 받을 길이 없다.) 그런
첫 페이지를 펼칠 때가 더 많다. 영원회귀
음악과 영상과 문장들은 길을 가고 풍경을
에 대한 니체의 이야기. 우리의 삶이 영원
바라볼 때도 늘 따라왔다. 돌이켜보면 모
히 반복된다면 우리의 삶은 영원에 못 박
든 게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음
힌 꼴이라는. ‘내가 쓰게 될 문장도 영원히
악을 듣고 또 듣고,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반복된다면 나는 한 문장, 한 문장 좀 더
보고,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모든 걸 다
신중해져야겠지. 영원히 반복해서 쓰게
살 수 있는 돈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될는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절의 결핍이 지금 나의 힘이다.
무하마드가 여행의 신이 보낸 전령이라
《호밀밭의 파수꾼》은 원서를 비롯해 새로 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다 읽었다. 청춘이
2년째 동남아시아를 오토바이로 여행하
고 여기는 것도 재밌지만 현실 공간에서
주인공인 책은 마침표가 있어도, 끝이 없
는 중이라고 알고 있다. 자신의 삶을 걸
만나는 상상도 재미있을 것 같다. 누굴
는 이야기다. 그리고 좋은 책들이 다 그렇
고 어떤 실험을 하겠다는 도전 정신이
제일 만나고 싶은가?
지만 이 책은 10대, 20대, 30대 연배에 따
느껴지는 말이다. 남다른 삶을 살다 보면
나비효과처럼, 만약 그들 중 단 한 사람이
라 다르게 읽힌다. 40대에는 또 어떻게 읽
불안감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라도 못 만났더라면 내 여정은 전혀 다른
힐는지 자못 궁금하다.
간디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자
방향으로 흘러갔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신의 삶을 통해 실험을 했다. 삶을 실험하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는 길동무들 중 한
노 작가의 글을 읽으면 사건과 연상되는
는 가장 좋은 도구는 자기 자신이다. 물론
사람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굳
영화의 한 장면, 관련 도서의 한 단락, 연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 속
이 고르라면 처음과 끝에서 만난, 마이클
상되는 노래 등이 항상 짝을 이루어 등
에 등장하는 이슬람 철학 교사 무하마드
과 무하마드다. 현실 저편에 무언가가 존
장한다. 예를 들어 112일간의 고생 끝에
가 들려준 이야기,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준 마이클
인천항에 도착해서는 마치 누군가 플레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은 희로애락
그리고 아무 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아무
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앤디 윌리엄스의
의 총합이 제로(0)가 되는 지점에서 삶이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일깨
‘해피 하트’가 귓전에서 흘러나왔다는 식
끝난다는 것을 5년 후 나는 길 위에서 깨
워준 무하마드. 이 둘은 정말 쌍둥이처럼
이다. 노작가의 글은 문화적 감성이 충
달았다. 무하마드의 말은 마치 한낮의 태
닮았다.
만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풍부한 감성을
양과 같았다. 그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문득 마이클과 나누던 대화가 떠오른
끌어올리는 것 같다. 한 책을 여러 번 읽
마치 햇살 아래 녹는 얼음처럼 사라졌다.
다. “R, 너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는 것처럼 상황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불안감은 햇볕 아래 놓으면 사라져 버리는
“음…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 그때 나의
법을 어려서부터 익힌 것 같은데 맞나?
얼음이며, 한낮이 되면 사라져 버리는 안
대답이 지금 나의 현실이 되었다. 잃어버
요즘은 덜하지만 푸른 스물 내내 지하철을
개와 같은 것이었다.
린 다이어리 속에 들어 있었던 마이클의
타고, 버스를 타고, 길을 오갈 때면 늘 귀
호 비
연락처. 인터넷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
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지금은
체코에서 만난 택시운전수 N, 헝가리 벌
서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했지만 아직 마이
극장에서 상영종료 직후 관객을 다 내보내
라톤 호수에서 만나 걸인, 자그레브에서
클을 찾지 못했다. 10년이 지나도록 나는
지만 그 무렵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
만난 국제 부랑자 막스, 지중해를 건너는
마이클과 무하마드를 단 하루도 잊은 적이
면 늘상 복도에서 다음 회를 기다린 뒤 빈
유람선에서 만나 반야, 이란에서 만나 동
없다. 그들은 내 안에서 함께 숨쉰다.
자리를 찾아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곤
행했던 폴, 낯선 이방인을 초대했던 제3
했다. 그리고 군대 가기 전까지는 책을 읽
의 사나이 무샤프, 파키스탄 판타스틱 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떠남에 서툰
을 때면 처음부터 끝까지 팔만대장경을 새
프에서 만난 히피 할아버지 토마스, 중국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기듯 조각칼로 뇌표면에 문장을 새기듯 읽
국경에서 만나 산둥반도까지 배웅해 준
DO!
예 간
창
March 2012 | 031
걷기 테라피
하루 10분으로 날씬해지는 비법 다이어트를 위해 매년 굳은 결심을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설악산 흔들바위를 떨어뜨리기만큼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시작해보세요. 10분씩 매일 걷기, 그리고 ‘작심삼일’을 자꾸 이어가다 보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글 정운갑(청원정형외과 원장) 일러스트 전은주
오늘은 할 일이 참 많다. 저녁에 회식도 있고 애인과 데이트도 해야 하고… 내일 하자.
운동할까 고민한다
바로 오늘 시작한다!!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함을 느낀다.
몸이 무겁고 나른하고 귀찮고 무기력하고,
다음날도 운동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피곤하다. 힘들다. 에이, 운동은 무슨….
Good 규칙적인 생활습관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숙면 스트레스 해소 불규칙한 생활 편식과 과식 수면부족 스트레스 과다
예 간
호 비
BAD
창 032 | 나무아래_restree.co.kr
생활 속의 가장 쉬운 운동, 걷기 READY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아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10분 10분이라도 오늘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세우면 중도에 포기하게 돼요. 오늘 시작한 10분이 5분씩 조금씩 늘어나서 30분이 넘어가면 점점 운동도 재미있어지고 다이어트 효과도 가속도가 붙게 된답니다.
나도 모델처럼 매일 출퇴근이나 학교 가는 길에서 보는 보도블록의 선을 따라 일렬로 걸어보세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쁜 걸음걸이를 교정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입니다.
BAD Good
어깨를 움츠리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걷지 마세요.
허리를 펴고 가슴은
바른 자세로
당당하게, 시선은 정면을
걸어야 건강도
보고 팔꿈치는 150도
따라옵니다.
정도로 편안하게 굽힙니다. 손은 살포시 달걀을 잡듯
호 비
쥐고 걸으세요. 보폭은 40㎝ 정도로 편안하게
예 간
걷습니다. 바른 자세가 예쁜 라인과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예뻐요”라는 마음으로 걸으세요.
창
March 2012 | 033
테마여행
걷기여행과 역사공부를 한 번에!
삼국시대 성곽길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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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비우며 무작정 걷는 것도 좋지만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꾸준히 탐방하며 걷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의 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전국의 아름다운 숲길을 찾아다닌다거나 도시의 골목길 또는 시골의 돌담길을 찾아다니거나 문화유산 답사여행을 다니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한 성곽을 찾아가는 걷기여행은 어떨까? 수백 년 세월과 그만큼의 사연을 간직한 성곽을 따라 걸으면 일단 역사 공부가 절로 된다. 무엇보다 입지조건상, 성곽은 적의 침입을 다각도로 감시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기 때문에 시야가 확 트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경치가 좋다는 말과 통한다. 성곽길 걷기는 경치 좋은 곳에서 역사 상식도 얻는 일석이조의 여행인 셈이다. 글·사진 김병훈(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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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했던 백제의 임시왕도
공주 공산성(公山城)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위례성을 맥없이 뺏긴 백제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신라의 원군을 이끌고 온 아들 문주는 이 와중에 왕이 되어 고구려의 공세를 피해 웅진으로 남하 해 급박하게 임시왕도를 꾸린다. 더는 남하할 수도, 그렇다고 기세등등 한 고구려군에 맞서 북상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임시왕도로 삼은 곳이 바로 공산성이다. 임시왕도 치고 산성의 규모는 그리 작지 않다. 금강을 끼고 있는 공산 (110m)의 능선을 따라 쌓은 성벽은 둘레가 2,660m이고, 성 안의 면적은 371,621㎡(약 112,500평)에 달해 꽤 많은 사람과 건물을 수용할 수 있다. 성벽은 대부분 석축인데 이는 조선시대에 수축된 것이고 원래는 토성이 었다. 동남벽에 토성이 일부 남아 있다. 성 안에는 여러 곳에 건물 터가 있고 복원된 건물도 일부 있다. 남서쪽 언덕 정상에는 왕궁 터로 추정되 는 공터가 있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사비성이 함락되자 의자왕이 마지막으로 의탁했 다가 항복한 곳도 여기 공산성이었다. 그 1천 년 뒤인 1623년 이괄의 난 때, 인조가 피난 온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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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가이드 걷기: 2.8㎞, 1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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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루 → 공산정 → 공북루 → 만하루 → 영동루 → 진남루 → 왕궁 터 → 금서루
성벽 옆으로 길이 잘 나 있지만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다. 성벽길 외에 성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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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길이 다소 복잡하게 나 있고 곳곳에 옛 건물지와 누각도 많아 성벽 일주와 함께 걷는 책 《산성 삼국기》, 김병훈 지음, 비엘프레스 펴냄
성 안 답사를 한꺼번에 하려면 코스를 잘 짜야 한다. 여기서는 금서루에서 시 계 방향으로 성벽을 일주하다 성벽에서 가까운 왕궁 터를 들르는 여정을 소 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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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절벽 위에 서다
오, 이토록 웅장한 아름다움!
단양 온달산성(溫達山城)
보은 삼년산성(三年山城)
소백산 줄기가 북쪽으로 흘러흘러 남한강을 만나 마지막으로 갈무리된
전국에 2천 곳을 헤아리는 산성이 있지만 대개 허물어지거나 수풀에 덮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성벽은 실로 위풍당당하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여 흔적도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 국내에 남은 산성은 대부분 삼국시대
설화 속의 주인공, 온달이 저 성벽을 함락하기 위해 애쓰다 죽었다는 곳,
에 처음 축조되었고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 채 1000년 이
그래서 산성의 이름도 온달산성이다.
상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풍화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삼년산
온달산성의 입지는 실로 교묘하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남한강을 해자
성은 국내 산성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단번에 깨준다. 삼년산성을 처음
로 쓸 수 있고, 강에서 치솟은 절벽은 150m를 넘어 까마득한 고도감을
본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대한 산성이 있었던가” 하고 깜짝
주는 자연 성벽이 되어준다. 성벽에 오르면 발밑으로 거칠게 흐르는 남
놀랄 것이다.
한강 줄기가 구불거리고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첩첩이다.
삼년산성은 웅장하다. 옛날 그대로 남은 성벽만 해도 일부가 허물어진 상
온달산성 주변에는 군사와 관련된 마을이 매우 많고, 온달과 관련된 전
태로 10m에 달하고, 복원된 치성은 20m나 된다. 여기에 성벽 아래쪽으
설도 꽤 많이 전해져 온달 최후의 현장감을 더한다. 특히 신비감을 보태
로 적군의 접근이 어렵도록 만든 급경사면을 포함하면 실제 느껴지는 성
는 것은 산성 아래 강변에 있는 온달동굴이다. 길이 800m의 석회암 천
벽 높이는 30~40m가량 되어서 옛날에는 범접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
연동굴로 입구는 좁지만 내부는 꽤 넓어 온달이 기거했다는 전설도 있
을 것이다. 성벽 자체의 건축미도 대단하다. 자연석과 살짝 다듬은 잔돌
다. 온달동굴 주변에는 고구려 풍의 역사 세트장이 들어서서 수많은 역
로 반듯한 벽면을 이루고, 때로는 우아한 만곡을 그리는 성벽은 아름답
사 드라마가 촬영되었다. 옛날에도, 지금도 온달산성 일대는 생동하는
기 그지없다.
역사의 무대가 되고 있다.
470년 신라 자비왕 때 3년 만에 완성했다고 해서 삼년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런 규모의 산성을 3년에 완공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다.
답사 가이드
답사 가이드
걷기: 3.5㎞, 2시간 소요 온달관광지 → 온달관 → 세트장 → 사모정 → 온달산성 → 동문 터 → 북문
걷기: 2.4㎞, 1시간 20분 소요
터 → 남문 터 → 사모정 → 온달동굴 → 주차장
→ 남문지 → 서문지 → 주차장
온달산성을 보려면 온달관광지 입장료를 내야 한다(성인 5000원). 입장료를
예전에는 자동차로 성 안까지 진입했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는
내면 세트장과 온달동굴, 온달관(전시장), 산성을 모두 볼 수 있다. 온달산성은
서문 아래에 마련된 작은 주차장에 두고 성벽까지 300m가량 걸어가야 한다.
세트장에서 약 900m 계단길을 20분가량 올라야 한다. 도중에 사모정이란 정
산성 주변에는 가게가 없으므로 식수를 미리 준비하고, 여름철에는 긴 바지
자 쉼터가 있지만 다른 편의시설은 없으므로 물을 꼭 챙긴다. 여름에는 성벽
차림에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아미지 옆의 바위에는 신라 명필 김생(金生)의
길이 잡초에 묻히므로 긴 바지와 운동화를 권한다.
글씨로 전하는 ‘蛾眉池’ 각석이 있다. 보은읍내 쪽에서 보이는 서벽은 복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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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되었으나 나머지 구간은 중간중간 허물어진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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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 서문지(아미지) → 서북치성 → 북동치성 → 동문지 → 남동치성
금관가야의 왕도를 지키다
우리나라 산성의 모범답안
김해 분산성(盆山城)
청주 상당산성(上黨山城)
수많은 미스터리를 간직한 가야연맹의 초기 맹주는 김해와 부산 일원에
청주는 백제 때 상당현이었고, 낭비성(娘臂城) 혹은 낭자곡(娘子谷)으로
있었던 금관가야였다. 분산성은 이 금관가야의 왕도 김해를 지키는 호위
도 불렸다.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따르면 김유신이 처음 출전한 전투
산성이다. 물동이(盆)를 엎어놓은 듯한 산꼭대기를 두르고 있는 전형적
가 바로 낭비성 공략전이었다. 이 싸움에서 초전에 패배한 신라군의 사기
인 테뫼식 성벽은 김해시내는 물론 남해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천혜
를 북돋우기 위해 김유신은 단기필마로 세 번이나 적진으로 돌격했는데,
의 요지다.
이 전투만으로 전설적인 군신(軍神)이 되었다.
분산성의 최고 명소는 최남단의 망루인 만장대(萬丈臺)다. 이름처럼 만
상당산성의 입지는 과연 천혜의 선택이다. 청주 일대의 저지대 평야를 내
길이나 높은 절벽 위에 아득히 솟았는데, 주변은 기암절벽을 이루고 조
려다보는 산악지대 끝단에 자리해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이고, 성벽이 두
망이 너무나 시원하게 트여 처음 이 자리에 서면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
르고 있는 상당산(492m) 주능선 동쪽으로는 해발 300m 정도의 고원지
이 뻥 뚫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발아래의 김해시내는 물론 김해평야
대가 펼쳐져 공격은 어렵고 방어는 쉬우며, 최악의 경우 퇴로 확보도 쉽
너머 남해와 부산 서부지역이 다 보인다. 만장대에는 1999년 복원된 봉
다. 성벽이 품고 있는 안쪽 분지에는 작은 들판이 있고 자연 마을까지 형
수대가 있고, 봉수대 옆에는 만장대의 상징인 천년수(千年樹)가 꿋꿋하
성되어 있어 대군이 장기간 주둔하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조선 말에는 약
게 자라고 있다.
1천 명의 군사들이 주둔했다고 하는데, 12개의 우물과 대규모 연못, 꽤 넓
성벽 안쪽에 산책로가 나 있고, 훼손된 동벽 구간은 등산로를 따라 통과
은 농경지까지 있어 이들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연못 주
할 수 있다. 산성의 규모는 작지만 듬직한 성벽과 장쾌한 조망, 산꼭대기
변에 형성된 산성마을에는 현재 30가구 정도가 거주하며, 대부분이 토속
에 자리한 2천 년 고찰이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음식점을 하고 있다.
답사 가이드
답사 가이드
걷기: 1.2㎞, 40분 소요 해은사 주차장 → 북벽 → 서벽 → 만장대 → 충의각 → 해은사 → 주차장
걷기: 4.2㎞, 1시간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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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공남문) → 남암문 → 서문(미호문) → 동암문 → 동문(진동문) → 동장 대(보화정) → 연못 → 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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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민속촌에서 해은사 주차장까지 500m 정도는 좁은 숲길로, 교행이 어려
남문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주변 경관을 보기에 좋고, 마지막에
우므로 서행한다. 성벽 위를 걸어갈 수도 있으나 난간이 없고 오르내리기 어
산성마을에서 쉬어가기도 편하다. 성벽이 길고 다소 오르내림이 있어 생각보다
려워 노약자는 삼간다. 산성 바로 옆에 있는 가야민속촌과 김해천문대도 함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식수와 간식을 충분히 준비한다. 성벽은 산성마을을 중심
돌아보면 좋다. 김해천문대가 자리한 곳이 분성산의 최정상(382m)이다.
으로 원을 그리고 중간중간에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나 있으므로 체력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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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를 조절하면 된다.
March 2012 | 037
용품 이야기
등산화? 워킹화? 아니, 아니, 양말 먼저! 1년 남짓 걷기여행 가이드로 지내면서 많은 곳을 여행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가이드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처음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과 쭉 걸어온 사람들의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복장에서 오는 차이라 하겠다. 일단 등산이나 트레킹을 조금이라도 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차이는 옷차림이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은 신발. 그리고 그 신발 속의 양말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완소 아이템 10㎞ 미만의 평지 코스를 걷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화나 캔버스화를 신고 온다. 개 인차나 구간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10㎞라 하면 꾸준히 천천히 걸었을 때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이 정도면 평소 신던 운동화로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그런데 한두 시간 열심히 걷다 보면 꼭 이런 사
글 박민성(걷기여행 가이드)
람이 나타난다. 뒤꿈치가 까지는 사람, 즉 짧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에 불이 나는 사람 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복장을 잘 살펴보면 문 제는 신발이 아니라 양말이다. 트레킹에서 양말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걷기여행을 가면 이런 사람이 많다. 요즘 핫 이슈에 오른 운 동화에 그에 맞는 짧은 패션 양말을 매치한 사람! 물론 패션으로 따지자면 뭐라 나무랄 수 없지만 걷기에서 짧고 얇은 양말은 나중에 누구도 모를 고통을 안겨 준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양말이 말 려들어가 뒤꿈치가 까지는 것이 다반사이고, 쿠션감이 없는 캔버스화나 창이 낮은 운동화를 싣고 쭉 걷다 보면 발바닥에서 불이 난다. 이건 숨 쉬기 힘든 사우나에서 나올 수 없을 때의 답답함보다 1.5배 정도 더 답답하다. 그래서 걷기여행이 처음이거나 7~8㎞ 이상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1년 에 몇 번 안 신는 등산화도 아니요, 최신 유행하고 있는 워킹화도 아닌, 두꺼운 목이 있는 양말이다. 등산양말의 효능은 정말 발가락양말의 효능보다 뛰어나다. 신발이 받쳐주지 못하는 쿠션감을 대신 하여 피로감을 줄여주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2차적으로 발을 보호해주며, 얇은 양말과 다르게 땀 흡수와 배출이 탁월하여 훨씬 쾌적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두꺼운 양말 하나면 웬만한 워킹화가 안 부럽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거기에 등산양말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기능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어 본 사람만이 왜 등산양말은 여름용도 두껍고 긴지 알 것이며, 왜 겨울에는 울 양말을 찾는지 알 것 이다. 등산양말을 찾다 보면 등산화만큼이나 여러 종류의 양말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된다. 양 말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여러 군데이고, 거기서도 소재와 두께 또한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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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말을 어떻게 신을까?
아직 등산화도 없는데 양말 공부하다 그만 머리가 아파온 사람을 위해 소견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단 등산용 양말을 두 켤레 정도 구입하되 10㎞ 전후로 걷는 여행을 즐긴다면 계절 상관없이 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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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양말이 좋겠다(단, 겨울에는 걷기여행을 안 하는 걸로 가정). 대개 등산화는 양말과 깔창의
두께, 산행 시간, 발의 형태 등을 고려하여 평소 신는 운동화보다 한두 치수 크게 신으니 양말이 두 꺼워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는 운동화나 캔버스화에 등산양말을 신으려면 너무 두꺼
운 양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양말은 쿠션감이나 땀 흡수 기능이 좋지만 발에 꼭 맞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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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의 운동화에 등산양말을 신으면 오히려 발을 조일 수 있으므로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양말 이 좋다. 등산화나 워킹화가 아닌 운동화는 통풍성이 부족하므로 쿨 맥스 기능이 있는 양말도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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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사람들도 꼭 있다. “면양말 두 개 겹쳐 신으면 안 되나요?” “그건 안 돼~~~!!!” 면이란 소재는 땀 흡수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그 흡수한 땀을 배출하고 건조시키는 능력은 현저 히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신던 면양말을 신고 걷기여행을 나서면 발 냄새도 많이 나 고(특히 여름에) 발의 피로도도 높아진다. 그리고 두 개를 겹쳐 신으면 양말들이 따로 놀아 발이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두 켤레를 한 번에 신는 것보다 한 켤레는 신고 한 켤레는 여분 으로 가져와서 중간에 갈아 신는 것을 추천한다. 걷기여행을 즐기지만 겨울에는 잘 다니지 않는다면 쿨 맥스 소재의 양말이면 봄, 여름, 가을에 충분히 신을 수 있다. 다만 나처럼 손발이 차서 고생하거나 겨울에도 자주 걷는다면 조금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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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울 소재의 양말을 하나 더 장만하면 좋다.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에 울 양말은 조금 두껍기
때문에 양말 한 켤레를 사더라도 신어보고 사기를 권한다. ‘뭐, 겨우 양말 한 켤레인데’ 하고 생 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능성 제품은 그것이 고가의 의류가 됐든 비용 얼마 안 드는 양말이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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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게 마련이다. 누가 좋다더라, 가격이 비싼 것이 좋더라, 하는 주변의 평가가 아니라 나의 걷기 환경과 여행 거리 그리고 신체 조건에 따라 기능이 발휘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신어보고 물어보고 찾아보고 해서 하나씩 구입해 가는 것이 기능성 제품을 돈 준 만큼 제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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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을 좋아하지만 아직 등산화나 워킹화가 없다면 양말부터 준비하라. 등산 양말이 주는 편안함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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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코디네이터
겨울이야, 봄이야?
겨울 끝을 걷는 트레킹 스타일 어느덧 겨울이 끝을 보인다. 아직 꽃샘추위도 남았고, 봄은 멀리만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겨울이 저물고 있는 것은 사실. 겨울이 길어 춥고 지루하긴 했지만 그냥 보내기엔 섭섭한 이 마음. 이 겨울의 끝에 마지막 눈꽃을 보러 산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아예 이른 봄을 찾아 얼음 녹는 강가로 떠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언제나 그렇듯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나운 추위와 바람이 첫걸음 내딛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럴 때,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바로 전문가의 도움. 도보여행 전문 멀티숍 웍앤톡이 추천하는 기능성 용품과 스타일로 겨울을 배웅하러 가보자. 스타일링 차유지, 안지훈(웍앤톡 김포공항점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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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부담스러운 만큼 가벼운 등산이나 도보여행을 할 때 방한기능이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편 안한 착용감도 무시할 수 없겠죠? 산뜻 한 빛깔의 재킷과 캔버스화를 닮은 귀여 운 등산용 슈즈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합니다. 적당한 크기에 방수성능을 기본 으로 갖춘 배낭을 메고 앙증맞은 보온물 병까지 매치하면 편안하고 센스 있게 여 행을 떠날 수 있어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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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셔츠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 부드러운 촉감과 착용감이 만족스러운 제품. 피크퍼포먼스 16만2000원 2 재킷 3IN1 재킷의 내피는 초경량 다운을 적용하여 편안한 착용감과 뛰 어난 단열 효과를 확보. 잭울프스킨 49만원 3 바지 신축성과 발수력이 좋으며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점이 매력. 미즈노 14만7000원 4 신발 OMNI-GRIP 사용으로 다양한 아웃 도어 활동에 최적의 접지력을 제공. 콜롬비아 재팬라인 15만8000원 5 물병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가볍고 견고하며 내용물의 맛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린캔틴 2만 7000원 6 장갑 PL100 글러브는 신축성이 좋으며, 폴라리스 소재의 안감이 따뜻함을 더한다. OR 4만7000원 7 배낭 크루저는 여성이 착용하기 부담 없는 크기로 편리하고 가볍다. 잭울프스킨 6만5000원 8 모자 GORE-TEX 소재를 사용해 햇빛은 물론 비와 바람까지 효과적으로 막는다. OR 시애틀 섬브레로 9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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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이 심한 계절에 웬 겨울용 재킷이냐고요? 3IN1 재킷은 덥거나 추울 때 내피와 외피를 분리 해 3가지 용도로 입을 수 있답니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도 언제나 쾌적하 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 죠. 게다가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일 상생활에서도 산뜻하게 입을 수 있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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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 폴리에스터와 면을 혼방한 소재로, 편안한 착용성과 속건성을 만족시킨다. 잭울프스킨 6만5000원 2 남방 롤업 슬리브를 적용하여 여러 가지 스타일로 입을 수 있는 3계절 아 이템. 잭울프스킨 9만5000원 3 바지 신축성과 투습 기능이 우수하며, 밑단 벨크로로 둘레조절이 가능하다. 잭울프스킨 24만5000원 4 재킷 TEXA PORE 소재를 사용하고, 내피와 외피가 분리되는 3 IN 1 재킷. 잭울프스킨 49만원 5 배낭 탑로딩 방식의 알파인 트레일 30은 당일 여행에 적합한 배낭이다. 잭울프스킨 17만8천원 6 장갑 PL100 글러브는 신축성이 좋으며, 폴라리스 소재의 안감이 따뜻함을 더한다. OR 4만7000원 7 신발 MTX8003은 신발 표면에 방수기능과 방한기능이 뛰어난 이온 마스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팀버랜드 16만 8000원 8 모자 울 소재를 사용하여 따뜻하고 향균 및 향취 기능이 있다. OR 유콘 캡 5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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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테스트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등산화 선택, 어렵지 않아요~
칸투칸 K25 에베레스트 K25 에베레스트는 이름과 달리 전문 산악인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에 나서는 사람에게 적합한 등산화입니다. 테트라텍스 소재를 사용하여 방수 및 방풍성능이 뛰어남은 물론, 언제나 발을 쾌적하게 하는 투습성능도 우수합니다. 5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천연 소가죽 누벅을 적용하여 외관이 고급스럽습니다. 가격 부담이 적어 보조용 등산화로 한 켤레 갖추기에도 알맞습니다. 글·사진 최진희
http://goo.gl/ObV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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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갑피 천연 소가죽 누벅, 안감 테트라텍스, 밑창 BT-ROCK 중량: 558.6g(280㎜ 기준) 참고: 5~10㎜ 크게 신으면 잘 맞아요. 문의: ㈜칸투칸 www.kantukan.co.kr 1544-0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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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을 두지 않다가 가족, 연인, 동료의 권유로 첫 산행을 시도하는 사 람이 많습니다. 이때 별 생각 없이 평소 신던 운동화나 오랜 기간 관리를 소 홀히 한 등산화를 신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운동화는 아웃솔이 물러 서 울퉁불퉁한 지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발이 쉽 게 피곤해집니다. 경사가 가파른 길에서는 발목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도 흔하지요. 오랫동안 신지 않은 등산화도 안 심할 수 없습니다. 등산화를 오래 방치하면 아웃솔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져 잘 갈라지고 미끄럽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연례행사가 될지 모르는 산행을 위해 저 멀리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고기능성 첨단 소재를 적용하고 방습, 방풍, 투습기능으로 무장한 고가의 등 산화를 사는 것은 누구나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더러는 해당 모델의 단종 이나 브랜드 프로모션 등의 이유로 좀 더 저렴하게 나오는 제품도 볼 수 있지 만 유명 브랜드의 제품은 제아무리 할인가라 해도 딱히 저렴해 보이지 않아 새 등산화 구매가 더욱 망설여집니다. 이럴 때,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아웃도어 용품 전문 업 체가 눈에 띕니다.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의 B2C(Business to Customer) 직거 래를 통해 유통구조를 혁신한 ‘칸투칸’입니다.
합리적인 가격 VS 품질과 성능 칸투칸 K25 에베레스트에 5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이 매겨진 것은 바로 합 리적인 유통 형태의 결과입니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등산화의 기능을 균형 있게 갖추면서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라는, 함께하 기 어려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룬 것입니다. K25 에베레스트는 발목이 미드컷보다 조금 낮은 날렵한 스타일을 하고 있습 니다. 여기에 소가죽을 부드럽게 연마하여 만든 누벅을 사용해 비슷한 가격 대의 등산화보다 한층 고급스럽습니다. 슈레이스 아이렛은 두껍게 코팅된 금 속 재질이라 신발 끈이 매끄럽게 움직여 어느 위치에서 잡아당겨도 전체적으 로 고르게 조여집니다. 한편 고가의 등산화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성도 K25 에베레스트의 장점입니 다. 고어텍스 소재와 유사한 특성의 테트라텍스를 사용했는데, 발목 깊이의 개울에 잠시 빠져도 양말이 젖지 않는 뛰어난 방수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투습과 방풍성능은 장시간의 산행 시 고어텍스에 다소 뒤처지는 느낌 입니다. 그럼에도 신속히 땀을 배출하고 외부의 냉기는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일반 운동화에 비해 쾌적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등산화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아웃솔은 작은 바위가 많고 지형의 굴곡이 심한 국내 트레킹 코스에 최적화한 BT-ROCK을 적용하였습니다. 우 수한 탄성으로 타이어에 흔히 사용되는 뷰틸고무 소재를 적용한 것으로, 발 바닥을 단단히 잡아주면서 지면의 충격을 흡수합니다. 또 트레드가 크고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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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어 작은 돌과 흙이 쉽게 빠지는 형태로 물기가 있는 바위에서도 잘 미 끄러지지 않는 우수한 접지력을 보입니다. 다만 충격을 분산시키는 미드솔이 단단해 장시간 걸을 때 피로를 가중시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무엇보다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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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치수에 비해 5~10㎜ 크게 선택해야 잘 맞는다는 점은 구매 시 꼭 참고해 야 할 사항입니다. K25 에베레스트는 전체적으로 등산화가 갖추어야 할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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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갖췄습니다. 블랙/레드와 블랙/옐로 조합의 색상은 커플화로 신어도 잘 어 울립니다. 10만 원이란 돈은 고가의 등산화 한 켤레도 살 수 없는 금액이지만
K25 에베레스트를 선택한다면 소중한 사람과 걷기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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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 지금 괭이부리말이 있는 자리는 원래 땅보다 갯벌이 더 많은 바닷가였다. 그 바닷가에 ‘고양이 섬’이라 는 작은 섬이 있었다. 호랑이까지 살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었다던 고양이 섬은 바다가 메워지면서 흔적도 없어졌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곳은 소나무 숲 대신 공장 굴뚝과 판잣집들만 빼곡히 들어 찬 공장 지대가 되었다. 그리고 고양 이 섬 때문에 생긴 ‘괭이부리말’이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게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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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저자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리고 나에게도 소설 속 숙자, 숙희, 동준이 같은 어린 친구들이 있다. 취업 걱정과 학점관리, 자격증 취득 및 토익시험에 매달리며 청춘을 보내고 있던 대학 4학년.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에 성공하거나 대학원 진학이라는 길을 선택하는 것을 보며 초조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 번쯤은 주변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동아리 선배의 권유로 동인천의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공부방에 드나들면서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비단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이 나에게 더욱 각별하게 와 닿은 이유가 어쩌면 공부방에서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글 유재현(걷기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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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유난히 차던 겨울날,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 하늘은 흐
길로 쭈욱 가면 돼. 거그가 만석부두 가는 길인 게 글로 가봐.”
려 있었다. 괭이부리마을을 찾아가는 나의 로드무비는 경인철도의
옆에서 폐지를 모아 정리하던 할아버지도 한 말씀 거든다.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시작되었다.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길 건너
“만석부두 가는 큰길로 가다 보면 만석식당이 나오거든. 그 근처가
편에 서 있는 차이나타운 패루가 눈에 들어왔다. 책 속에서 쌍둥이
다 괭이부리마을이여.”
자매 숙희, 숙자의 어머니가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비디오 대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일러준 길을 따라 공장지대로 들어서자 책 속
점을 차린 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하지만 자본의 힘으로 크고
삽화에 묘사된 것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장 굴뚝
세련된 외관에 편리한 시스템까지 갖추고 속속 등장하는 신식 비디
은 연신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도로 바로 아래까지 들어온 바
오 대여점 앞에서 숙자 어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같은 비디오
다는 바다라고 하기도 뭣한 우중충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물이 빠
대여점은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다.
져 개흙이 드러난 자리에는 새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이 탁한 곳에 서 놀고 있는 새들이 안 됐기도 하고 참 독한 녀석들이구나 싶기도
숙자는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탄 뒤 인천역 앞에서 내렸다. 건널목을
했다. 그와 동시에 어쩌면 여기가 ‘똥바다’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
건너 공원 올라가는 길을 찾았다. 가파른 언덕 길가 에는 맨 여인
각이 번뜩 들었다. 비록 책 속에서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추억이 어
숙이나 음식점, 술집 들뿐이었다. 숙자는 어머
린 똥바다는 마을과 포구 사이에 큰길에 생기
니가 날마다 뒤뚱거리며 이 언덕을 오르내릴
면서 사라졌다고 했지만 말이다.
것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가 하는 ’사랑 비디오‘는 언덕 위 중국
똥바다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였다. 괭
인 마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었다. 숙자는
이부리말 아이들은 거의 다 똥바다에서 오리
지난번 영호 삼촌이 어머니 가게 근처에 비
들과 같이 멱을 감고 놀았다. 썰물 때는 갯벌
디오 가게가 너무 많다고 걱정하던 것이 생
에 나가 민챙이도 잡고 게도 잡았다. 때로는
각나서 언덕을 오르는 동안 비디오 가게를
갯벌에 대 놓은 폐선에 올라가 해적 놀이도
세어 봤다. 어머니 가게까지 더하면 네 곳이
하고, 새로 배를 짓는 목수 아저씨 주위를 뱅
나 되었다.
뱅 돌다가 대팻밥이나 톱밥을 얻어내 나무 조 각이나 휴지 들과 함께 철길 위에 모닥불을 피
차이나타운은 다음 기회에 둘러보기로 하
워 놓고 불놀이도 했다. 만조 때 축대에 앉아
고 나는 괭이부리마을을 찾기 위해 신체
낚싯줄을 대면 가끔씩 망둥어도 잡혀 올라왔
나침반을 곤두세우며 걷기 시작했다. 인천
다. 꼬리 부분이 휘어지거나 허리가 휜 망둥어
역 주변 거리는 수인선 공사 여파로 상당 히 어수선했다. 만석부두 쪽으로 방향을 잡
도 심심치 않게 잡혔는데, 똥바다를 둘러싼 공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장에서 흘려보내는 폐수 때문인 것 같았다.
고 걷기를 약 15분, 송월시장이 있는 송월사거리에 다다랐다. 시장 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 가지 상품이 쌓여 있고 손님과 상인의 흥
줄줄이 이어지는 공장을 지나 드디어 ‘환영합니다 만석부두’라고 쓰
정하는 모습으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송월시장의 상권
인 구조물 앞에 섰다. 제대로 찾아오긴 한 모양이다. 만석부두 입
은 이미 죽어서, 때 묻은 타일을 붙인 오래된 건물만이 자리를 지키
간판 오른쪽에 음식점으로 쓰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가지런히 줄맞
고 있었다.
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
스산한 송월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만석고가교에 연결된 육교를 통
는 판잣집들이 음식점 건물과 나란히 줄을 맞추고 있었다. 나무문
해 경인선 철길을 건넜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괭이부리마을
에 분홍색, 하늘색 등으로 칠한 파스텔 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
을 아는지 물어보았지만 다들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만석우체국
져 있었다. 버려진 집들인 듯했다. 그럼에도 골목길에는 사람이 가
옆 골목길로 들어서자 낡은 표정으로 힘겨운 듯 서 있는 만석1차 아
꾼 것이 분명한 화분이 놓여 있고, 어느 판잣집 외벽에 걸린 벽시계
파트가 보였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드디어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의 바늘은 제시간을 가리키며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있었다. 굴 까는 일을 하는 할머니들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굴을 세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이 골목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 괭이부리마을 사람들이 소일거리로
으로 와글와글 쏟아져 나와 삼삼오오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며 인근
굴이나 마늘 까는 일을 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혹시 여기서부터가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 속 괭이부리마을 사
괭이부리마을인가 하는 생각에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다.
람들은 대규모 공장 근처에 살지만 정작 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할머니, 안녕하세요? 혹시 괭이부리마을 아세요?”
은 얼마 되지 않는다. 너무나 가난한 마을, 다들 가난하지만 그나마
“그럼, 알지. 저기 높아 보이는 아파트 보이제? 아파트 왼쪽으로 난
그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형편이 나은 축이라며 부러워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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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곳이 책에서 말한 ‘똥바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이 들었다.
김명희 선생님이 다시 이사 온 숙자, 숙희네 집도 이렇 게 생겼다.
주인 떠난 빈집. 괭이부리마을이 문학촌으로 개발되어 집집마다 환한 기운이 돌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공장이 부도가 나서 문이라도 닫게 되면 괭이부리말은
아기 내복이랑 장난감 사 주려구. 우리 4학년 때 담임네 집에 가서
더 가난해질 거라며 걱정하던 동수의 모습이 작업복을 입은 공장 노
본 거, 천장에 매다는 장난감 말야, 그거 사려구 그래.”
동자들 사이로 스쳐갔다. 음식점 뒷골목을 벗어나니 아까 할아버지가 알려준 만석식당이 보
숙자와 동준이가 깡통을 주웠다던 화도진공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였다. 길모퉁이에서 슈퍼를 겸하고 있는 작은 가게였다. 그 앞에서
화도진공원 가는 길에도 괭이부리마을 못지않게 사람이 사는 집과
요구르트 배달하는 아주머니를 만나 다시 한 번 괭이부리마을이 어
버려진 집들이 뒤얽혀 있었다. 언덕 너머에는 새로 지은 높다란 아
딘지 물어보았다.
파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아 있다. 개발된 곳과 그렇지
“여기가 다 괭이부리마을이에요. 책 보고 왔어요? 여기 사진 찍으
않은 곳, 형편이 좀 나은 곳과 여전히 가난한 곳의 경계를 넘은 듯
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골목이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요 슈퍼 뒤
한 기분을 느끼며 화도진공원으로 들어섰다.
로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 봐요.”
화도진은 서해안 방어를 목적으로 고종 15년(1878) 8월, 당시 어
나 말고도 이미 많은 사람이 괭이부리말을 찾아 로드무비를 찍었나
영대장인 신정희에게 축조공사를 맡겨 그 이듬해 7월에 완공되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간다는 곳. 이 골목에서
다. 이후 고종 19년(1882) 5월 22일, 화도진에서는 고종의 전권대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사진으로 담아 갔을까? 책에 그려
신 신헌과 미국의 전권대사 슈벨트 제독 사이에 한미수호통상조약
진 삽화와 글로 묘사된 풍경을 떠올리며 좁은 골목으로 발을 들여
이 체결되었다. 시간이 흘러 갑오개혁으로 군제가 개편됨에 따라 화
놓았다. 사람이 사는 집도 있고 버려진 집도 있었다. 집집마다 화장
도진은 불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점차 주택이 밀집해 가던 중 1982
실이 있는 요즘의 주택들과 달리 마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마을.
년 5월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비를 세우고 서울올림픽이 열
괭이부리마을은 아직도 그랬다. 지저분하고 좁고 어둡고 생기 없는
리던 1988년 9월에 <화도진도>를 바탕으로 인천광역시에서 복원한
모습에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다. 빈집이 많아서인지 을씨년스러운
것이 바로 화도진공원이다.
느낌마저 들었다. 골목에서 아이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말끔하게 단장된 화도진공원에서는 이제 깡통이나 빈병을 줍기도
간혹 마주치는 주민은 모두 노인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골목 어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춥고 흐린 날씨에, 평일 낮이라 더더욱 드나드
에서 임신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기 옷을 사려고 빈병을 주워 모으
는 사람이 드물던 곳. 봄이 오면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햇볕을
던 숙자와 동준, 그 아이들을 마주칠 것만 같았다.
쬐고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숙희는 혼자서 2층마당을 빙빙 돌다가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가기 전에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는데, 화장실 뒤에서 두런두런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흔적을 더 만나고 싶어 수도국산으로 향했
대는 소리가 들렸다. 영락없이 숙자와 동준이었다.
다. 그곳에 ‘달동네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화평사거리를 지나 저
숙희는 바지춤을 급하게 올리고 뒷골목으로 갔다.
멀리 보이는 송현솔빛 주공아파트 언덕 꼭대기에 수도국산 달동네
“니네들 뭐야, 정말 의리 없게.”
박물관이 있다. 언덕 자체도 높은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숙희가 갑자기 나타나자 커다란 쌀 포대 자루를 묶던 숙자와 동준이
박물관이 있어서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올라야 했다.
는 화들짝 놀랐다.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만수산(萬壽山) 또는 송림산(松林山)이다.
(중략)
개화기 때 일제 통감부의 강압에 의해 이곳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
숙희가 따져 묻자 한참 망설이고 섰던 숙자가 동준이 앞으로 나서며
수지를 설치하면서 산 이름이 수도국산으로 바뀌었다.
말했다. “요새 동준이랑 나랑 화도진공원에 가서 깡통 줍는다.”
이곳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달
“왜?” “주워서 팔려구.” “팔아서 뭐 하려구?” “있잖아, 우리 이걸루
동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달동네는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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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는 의미로, ‘달나라 천막촌’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1950
이 시장 사람들은 죄 망했어. 하긴 우리네들만 망했나, 저 달동네에
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 사이에 도심에서 쫓겨난 판자촌 주민들
서 세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겨울을 날지 몰라. 에구, 사는 게
은 정부가 정한 지역에 임시 천막을 치고 살았는데, 방에 누우면 밤
뭔지.”
하늘의 달과 별이 보인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바로 그 시절 달동네 모습을 재현해 놓은
내가 찾아간 송현시장은 이제 책에 묘사된 것처럼 황량한 시장이 아
곳이다. 안보 표어와 갖가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전봇대와 좁은
니었다. ‘햇살이’ 캐릭터가 그려진 귀여운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
골목길, 연탄을 때는 단칸방과 밑반찬 몇 가지 없이 보리밥만 고봉
왔으며 눈이나 비가 와도 장보는 데 지장이 없게 현대식으로 단장해
으로 눌러 담은 저녁 밥상 등에서 누군가는 향수를 느끼고 또 다른
제법 활기가 넘쳤다.
이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송현시장을 빠져 나오니 동인천역 뒤편으로 이어지는 송현동 순대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10여 년 전 IMF 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골목이 나왔다. 골목에 들어갔다가 그 많은 순대국밥집을 그냥 지
달동네박물관의 전시물은 50~60년 전의 모습이다. 하지만 괭이부
나쳐 나왔다. 날도 추운데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국밥에 소주 한잔
리마을과 달동네박물관 사이에는 세월이 흐르지 않은 것만 같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리운 친구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
5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참 잘살게 되었다고, 개발도상
아 인천을 많이 떠났다. 괭이부리마을을 떠난 사람들도, 수도국산
국에서 선진국의 반열로 올라서게 되었다고 뿌듯해했지만, 50년 전
달동네를 떠난 사람들도, 인천을 떠나 더 큰 도시로 나간 친구들도,
의 모습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인 사람들이 우리 곁에 남아 있음을
모두가 저마다의 새 삶터에서 희망을 발견했기를 바라며, 아니 그럴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은 아닐까?
거라 믿으며, 순대골목을 빠져나왔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책 속의 동수가 첫 월급을 받은 날 가족들 선 물을 사려고 찾아간 송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가운 소식 무작정 괭이부리마을을 찾아 걷기여행을 다녀온 뒤에 반가운 소식을 접
동수는 터덜터덜 걸어서 송현시장까지 갔다. 마음 같아서는 상표 이 름이 있는 좋은 점퍼를 사 주고 싶었는데, 결국 시장에서 사기로 했
했다. 인천시가 이 소설의 무대인 만석동 8번지 괭이부리마을(일명 아카 사키촌)을 도시·주거지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2013년까지 총 115 억 원을 들여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
다. 오랜만에 와 보는 시장은 유난히 썰렁했다. 왁자한 시장통의 모
존의 전면 철거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 일부를 보존하면서 주민들의 재정
습은 온데간데없고 골목마다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착을 돕는 방식으로 재개발을 시행할 예정이며,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
(중략)
들》의 문학적 배경지라는 점에 주목해, 주민들이 간직한 숨은 이야기를
동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며, “근데 할머니, 시장이 왜 이렇
찾아내 44채의 빈집에 북카페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더불어 마을 공동 빨래방, 공동창고 등 주민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게 썰렁해요?” 하고 물었다.
뉴스를 접하니 소설 속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보금
“여직 몰라? 저기 수도국산 다 철거됐잖아. 저기, 저 골목 너머로
자리를 마련해 준 영호네 집이 생각난다. 이 마을에 영호네처럼 온정 넘
보이잖아. 집 다 허물고 산까지 죄 깎아 놨잖아. 이제 저기에 아파
치는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그곳에서 어려운 아이들이 숙자, 숙희, 동준
트가 들어선다구.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버틴다면 모를까, 지금
집 앞에 내 놓은 목기와 신발 한 켤레.
사람 한 명 지나가면 꽉 차는 괭 이부리마을 골목길.
버려진 집, 닫힌 창.
이, 동수, 명환이처럼 꿈을 키우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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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가 밀어낸 언덕에 아파트 가 산을 이루었다.
송현시장도 말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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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커피
커피의 시작
Ethiopia Djimm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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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문화센터의 커피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필자가 어느 날, 나무아래 에디터로부터 이 지면을 채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선뜻 승낙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막상 원고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고민에 고민이 밀려왔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커피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결론은 바로 ‘이달의 커피’를 소개하자는 것. 일 년이면 열두 번이나 새 달이 돌아오니, 매번 그 달에 가장 어울리는 또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나무아래 독자들에게 추천해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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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천우(카페 벨로마노 대표 | www.veloma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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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커피는 전 세계 70여 개국 이상에서 생산된다. 또 같은 나라에서 나는 커피라 해도 지역별로 다시 세분되다 보니 세계 커피 시장에 유통되는 생두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 게다가 커피의 물동량 이 석유 다음을 차지할 만큼 많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겠 다. 이렇게 수백 가지나 되는 커피는 품종별로, 기후별로 수확하는 시기가 다 다르다. 보통 커피나무는 2~4년 정도 자라면 흰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녹색 열매가 점차 붉은색으로 익어간다. 이때 열매의 모 양이 과일 체리(Cherry)와 닮았다고 해서 커피 콩을 ‘체리 콩’이라 부르기도 한다. 체리 콩은 아라비카 종(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두의 70%를 차지하는 종으로 부드럽고 향기가 좋으며 로부스타 종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적은 품종)의 경우 꽃이 지고 약 6~8개월 정도가 지나면 익기 시작하는데, 고지대의 경 우 약 6개월, 저지대는 3~4개월 정도면 다 익는다. 따라서 고지대에서는 보통 1년에 한 번, 저지대에서 는 다섯 번까지도 수확한다. 수확하는 방식은 농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잘 익은 체리만 선별해 손으로 직접 따는 핸드피킹 (Hand Picking) 방식은 가장 품질 좋은 체리를 수확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세계 물동량 2위라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소화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건비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손으로 수확하 는 또 다른 방법으로 스트리핑(Stripping)이 있다. 열매를 하나하나 따는 것이 아니라 커피나무 아래에 넓은 천을 펼쳐놓고 가지를 훑어내는 방식이다. 핸드피킹에 비해 손이 덜 가지만 익지 않은 커피도 함 께 수확되기에 커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메커니컬피킹(Mechanial Picking) 방법이 있 는데, 탈곡기 같이 생긴 커다란 기계로 커피나무를 덮어 수확하는 방법이다. 편리하긴 하지만 기계가 움직이는 데 공간적 제약이 있고 장비의 가격이 비싸서 대규모 농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핸드피킹으로 수확하지 않는 이상 수확시기가 커피의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언제 수확한 커피가 가장 맛있을까? 보통 커피를 수확하는 기간은 몇 달에 걸쳐 있다. 그 리고 수확한 생두가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전체 수확 기간의 중 간 달쯤에 수확한 생두가 가공숙성을 거쳐 우리 손에 도착했을 때, 가장 좋은 맛이 난다고 할 수 있다.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장황설을 늘어놓았으니 이제 수습을 해야겠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지면이 바로 ‘이달의 커피’ 아니던가! 앞서 설명한 요소들을 두루 감 안해 3월에 추천하는 커피는 ‘에티오피아 짐마’다. 커피는 생산국가와 지역별로 분류하여 이름을 부르 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생산지에 따라 하라(Harrar), 이르가체페(Yirgacheffe), 시 다모(Sidamo), 짐마(Djimma)로 나뉜다. ‘에티오피아의 축복’이라 불리는 하라, 부드러운 신맛과 과실 향, 꽃향기가 나는 세련된 맛으로 ‘커피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이르가체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 게 낯익은 이름일 것이다. 이에 비해 짐마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짐마의 옛 지명은 카파 (Kaffa)다. 이는 커피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도 최초로 커피를 발견했다는 목동 ‘칼디’의 이야기가 전 하는 곳이다. 커피(Coffee)라는 이름이 바로 카파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짐마에서 커피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그중에서도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달이다. 겨우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밖 으로 나가 걷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이는 때이기도 하다. 커피 원산지 중에서도 최초의 지역인 에티오피 아 짐마. 커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짐마 커피와 함께 새봄의 시작 3월을 향긋하게 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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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51
길가의 식탁
한 주간의 피로가 채 풀리지도 않은 주말 아침, 반쯤 눈을 뜬 남편이 가까스로 잠을 떨어내더니 일주일 내내 감기로 고생한 아이에게 옷을 챙겨 입히며 자연사박물관에 가자고 합니다. 방학 시작 무렵, 엄마인 나는 아이보다 더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지독한 감기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내가 살짝 무력해하는 걸 남편이 눈치 챘나 봅니다. 오랜만의 나들이, 박물관의 어 린이 체험교실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우리 부부는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한숨 돌리기로 했습니다. 모처럼 좋아 하는 카페모카를 마시며 남편과 마주보는데 문득, 창가에 있는 전열기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빨갛게 빛을 내며 열을 발 산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니 투명하고 빨간 알갱이가 알알이 박힌 석류가 떠올랐습니다.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효과가 뛰어난 석 류. 새콤한 석류알에 설탕이나 꿀의 달콤 을 보태면 그 빨간 씨앗에 숨어 있는 효능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타박타박 다 길가의 작은 나뭇등걸에 자리 잡고 앉아 달콤한 석류차를 음미하는 일, 상상만으로 겁습니다.
함 을 거닐 새콤 도즐
글 강희진(영양사, 구리시 아동급식위원회 위원)
요즘은 석류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석류는 귀한 과일이랍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석류 대부분은 터키 등지에서 들여온 것이고, 국내에 서식하는 석류나무는 대부분 정원수로 가꾸어져 극히 일부만이 전남 고흥에서 과실수로 재배되기 때문입니다. 고흥 특산품인 석류는 대부분 가 공식품을 만드는 용도로 출하되고 일반 과일로 시장이나 마트에 나오는 것은 많지 않으니 더욱 귀하다고 할 수 있지요. 석류는 귀한 만큼 쓰임새와 효능이 뛰어나 잎, 꽃, 껍질, 뿌리, 과실 등 버릴 것이 거의 없는 식품입니다. 과실 안에 예쁜 보석처럼 품고 있는 석류 씨앗은 피로회복과 노화방지, 체지방 제거와 혈관노폐물 제거를 통한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 석류알 1㎏에는 에스트로겐이 10~18㎎ 함유되어 있어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 좋습니다. 특히 에스트로겐이 여성호르몬인 만큼 폐경기에 접 어든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석류의 이러한 효능이 많이 알려져 우리 땅에서 나는 친환경 석류를 구입하려는 사람도 많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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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서 해마다 10월경이면 고흥지방에서는 석류를 수확하는 손길이 더욱 바빠집니다. 그런데 석류알은 신맛이 강해서 그냥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석류 를 이용해 간단하게 요리를 해보면 어떨까요? 만드는 방법이 정말 쉽고 간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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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도 석류의 맛과 영양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음식, 바로 석류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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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만드는 건강 음료, 석류차
COOKING RECIPE 재료 석류, 설탕, 유리병 1 석류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습니다. 2 윗부분에 살짝 칼집을 넣어 네 쪽으로 쪼개세요(깊게 자르지 않아도 자연스레 쪼개집니다). 3 네 등분한 석류를 두 손으로 잡고 흔들어 석류알이 떨어지게 합니다. 4 준비한 석류알과 같은 무게의 설탕을 한데 섞어 유리병에 담습니다. 5 뚜껑을 꼭 닫아 하루 동안 실온에 두었다가 설탕이 다 녹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세요. 2주 후면 먹기 좋게 숙성됩니다.
먹기 좋게 숙성된 석류차는 냉/온차 어느 것으로 즐 겨도 좋습니다. 여름에는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마시 고, 겨울에는 따뜻한 차로 즐기는 거죠. 걷기여행 도 중 잠깐 쉬어갈 때, 보온병에 담아 온 석류차로 길동 무와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기분, 여행길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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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
고민을 해결해주는 여행상품
걷기여행,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할 때, 여행사 문을 두드려봅시다. 이미 걷기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러 여행사가 있으며, 이들은 계절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걷기 코스를 상품으로 구성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앞에 내 놓습니다. 여행상품이 주는 최대 이점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 전국에 걷기 좋은 길이 많고 많지만 그곳까지 가는 것만도 만만치 않은 일이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하루 일정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직접 운전을 해서 가자니 차를 어디다 세워놓고 가야 할지, 여행을 마친 곳에서 다시 차를 세워둔 곳까지는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게다가 걷는 도중에 식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도중에 음식점이 있을까? 도시락을 싸가야 하나? 이것저것 챙겨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럴 때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최소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원하는 길을 걷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걷기여행에 관한 정보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여행상품을 통해 걷기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 준비에 따르는 복잡한 고민 없이 걷기 좋은 길을 걸을 수 있고, 몇 번 경험이 쌓이다 보면 걷기여행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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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박미경, 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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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 알차게 걷고 싶다면
국내 걷기여행 전문, 산하클럽 걷기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여행자가 운영하는 여행사 겸 걷기여행 커뮤니티. 2002년, 국내 최초의 걷기여행 커뮤니티로 출발해 우리 땅 곳곳을 충실히 걷고 있는 걷기여행 전문 여행사입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비롯해 평일은 수요일 또는 목요일에 여행 일정이 있습니다. 여행 거리는 대체로 10㎞ 안팎이며, 걷기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다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걷기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
www.greenwm.com http://goo.gl/0qu3t www.shoestring.kr http://goo.gl/QReCp
www.duriolletour.com http://goo.gl/5RDzy
올레 중심의 제주 여행을 원한다면
세계적인 트레일, 더 큰 세상을 보고 싶다면
제주올레 전문, 두리올레
전문가와 함께 해외 트레킹, 신발끈
제주 올레가 열린 뒤로 유명 관광지를 찾는
우리 땅을 걷다 보면 세계 유명 트레일을 걷고 싶은
여행에서 올레를 걷는 여행으로 제주도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레 한 코스 정도는 걸어줘야 제주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 두리올레는 올레여행, 올레+한라산여행, 올레+우도여행, 올레+요트여행 등 모든 여행상품을 올레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모든 상품은 최소 1박2일부터 3~4일까지 일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요. 여행사에서 구성한 코스대로 따라갈 수도 있고, 일부 상품은 올레 전 구간 중 여행자가 원하는 구간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욕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해외여행을 가서 잠깐 트레킹을 맛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트레킹을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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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도 있지요. 해외 배낭여행을 주로 다루는 신발끈 여행사에서는 순수하게 트레킹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도 갖추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캐나디안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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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몽블랑, 킬리만자로, 까미노 데 산티아고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트레일을 걷고 싶다면 문을 두드려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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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55
독자 여행기
그 거리에서 통하였느냐,
通意洞 기행
서울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깨끗하고 살기 편하다며 너도나도 아파트로 몰려가더니, 다시 옛집의 추억이 그립다며 한옥을 찾아 나선다. 삼한사온 속 겨울의 차가움이 한결 부드러워진 틈을 타 지난 주말 한옥마을이 있는 종로에 가보니 맛집을 찾아온 미식가들과 풍경을 찾아온 사진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글 김종성(http://sunnyk21.blog.me)
통할 통(通), 뜻 의(意) - 통의동 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경복궁 돌담과 함께 청와
특히 보안여관은 광복 이후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시인과 작가,
대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통의동이다. 앳된 얼굴의 의경들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기 전 장기 투숙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 산책하듯이 시민들과 함께 걸어 다닌다. 죄 지은 일도 없는데
곳으로, 이들은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준비하거나 출판사에 원고를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권력의 기세에 눌려
들고 기웃거렸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주
산 탓일까. 통의동의 첫인상은 마치 숨죽이고 있는 듯 했다.
고객이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지금도 보안여관을 ‘청와대 기
경복궁 돌담길을 걷다가 경복궁의 서문(西門)인 영추문(迎秋門)
숙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앞에 섰다. 궁궐의 출입문에 계절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이다니, 우리 조상들의 낭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정표 대신 사람에게 길을 묻는 동네
통의동에는 이 영추문길을 중심으로 한옥마을, 미술관과 독특한
통의동의 가옥들은 하늘을 가리지 않는다. 골목에 서서 고개를 조
카페, 책방이 들어서 있다. 주민들 외엔 유동 인구가 거의 없던 동
금만 들면 저 앞 청와대 뒤 북악산의 풍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
네에 문화, 예술인들의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 위
로 훤히 보인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의
로는 청와대를 두고 바로 옆으로는 경복궁을 두었으니 예로부터
외의 막다른 길을 만나도 답답하거나 당황스럽지 않은 이유다. 봄
권력과 가까웠던 동네인데, 그 동네의 이름이 ‘뜻이 통한다’, ‘소통
기운 덕분에 주민들도 집 밖으로 많이들 나와 계셔서 이정표를 보
한다’는 의미의 통의동이니 현재의 정치 상황과도 결부되어 많은
는 대신에 길을 물어보기도 했는데, 골목길 담장 위의 고양이들에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동네다.
게 안 됐다는 동정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잰걸음으로 동네에서 가까운 통인시장에 가시는 할아버지가 계신
미술관이 된 여관, 멤버십 헌책방
가 하면, 집 대문 앞에 턱 앉아 양 다리에 칭칭 두른 실뭉치을 풀
이 지역은 이웃 삼청동이나 가회동, 소격동처럼 화려하지 않다.
면서 실패에 감아 정리하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도 계시다. 동네
눈길을 끄는 큰 기와집이 없고, 사진에 담고 싶은 돌담도 경복궁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아주머니 앞에 앉아 이것저것 실없이 말
담을 제외하면 없다. 하지만 웅장하게 이어지는 경복궁 돌담과 청
을 붙여보기도 하고, ‘실패란 실을 감는 것이구나’ 하고 썰렁한 유
와대로 안내하는 효자동 길, 정부청사 별관이 묘한 긴장감을 뿜어
머가 떠올라 혼자 실실 웃기도 한다.
내면서 오래된 한옥과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에서는 진한 소박
시간이 무척 느리게 가는 동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
함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언뜻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다 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 시간이 되었다. 아까 구부정한 걸음으
분위기의 공존, 통의동의 가장 큰 매력이다.
로 시장에 가신다던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도 통인시장에 가보
동네 골목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다양하게도 꾸며놓은 미술관, 갤
았다. 동네를 닮은 작고 아담한 시장통 길을 걸어가다 멈춘 곳은
러리, 책방들은 통의동 나들이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한
바로 떡볶이집. 그것도 그냥 떡볶이가 아닌 간장 떡볶이다. 전혀
때 서정주 시인이 묵으며 살았다는, 지금은 미술관이 된 보안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재료가 할머니의 오랜 내공 덕분에 별
관, 앉아 쉬기 좋은 마당이 있는 한옥집에 만든 사진 갤러리 류가
미로 태어난다.
헌(流歌軒), 회원제로 운용 중인 독특한 헌책방 가가린, 멋진 미술
인근 효자동과 함께 통의동은, 옛 건물은 무조건 죄다 흔적 없이
작품들을 보여주면서도 입장료를 여전히 안 받는 통의동의 터줏대
허물고 고층 아파트와 사무실로 바꿔 짓는 재개발만이 능사가 아
감 진화랑 등, 이들의 특징이라면 어느 한 곳 소란스럽지 않다는
님을 일깨워준다. 문화와 역사를 살리는 동네가 도시 곳곳으로 번
것이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조용하고 야트막하다.
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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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여관 입구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집
사진 갤러리 류가헌 헌책방 가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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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57
<나무아래> 창간 기념 도서 증정 이벤트
때로는 모험가처럼, 때로는 시인처럼
둘레길 걷고, 책 선물 받고! 걷기여행자를 위한 국내 최초 걷기문화매거진 <나무아래>가 여러분의 걷기여행을 응원합니다. 걷기가 더욱 즐거워지고 여행이 더욱 알차지는 12가지 책을 독자 여러분께 선물합니다. 트랭글GPS로 스마트하게 걷고, <나무아래>가 선물한 책으로 지성과 감성을 겸비해 여행길에서 더 큰 행복을 길어 올려 봅시다! 이벤트 협찬 트랭클GPS
참여 방법 1. 트랭글GPS에 가입하고 앱 설치 2. 트랭글에 등록된 나무아래 12선 메달 둘 이상 획득 3. 나무아래 또는 트랭글 이벤트 게시판 에 원하는 책 제목으로 이벤트 참가 글(해당 책을 받고 싶은 이유) 작성 ★ 자세한 사항은 나무아래와 트랭글 GPS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나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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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도서 목록 1. 《대한민국 감동여행》, 김병훈 외 지음, 터치아트 펴냄 2. 《대한민국 걷기사전》, 김영록 외 지음, 터치아트 펴냄 3.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서울·수도권)》, 김영록·박미경 지음, 터치아트 펴냄 4. 《발길 따라 배우는 우리 근현대사》, 김광일 지음, 살림FRIENDS 펴냄 5.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박희선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6.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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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 7. 《저칼로리 도시락 60세트》, 윤선혜 지음, 부즈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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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수상한 주인장》, 김주현 지음, 넥서스 펴냄 9. 《서울 단골 가게》, 박진주 지음, 부즈펌 펴냄 10. 《산성 삼국기(상/하)》, 김병훈 지음, 비엘프레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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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스무 가지 시선에 비친 스크린과 세상》, 전영범 지음, 비엘프레스 펴냄 12. 《각시탈》, 허영만 지음,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펴냄 ※ 책마다 각 1명씩 선정하여 총 12명에게 책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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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래 통신
올해부터 10년에 걸쳐 전국 숲길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숲길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생태·역사·문 화적 가치가 있는 숲길이 국가숲길로 지정·관리된다. 또 숲길이 등산로, 트레킹길(둘레길과 트레일), 레저스포츠길, 탐방로, 휴양·치유숲길 등으로 구분돼 운영된다. 산림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숲길의 조성·관리 기본계획(약칭 숲길기본계획)’을 올해 실행 착수해 2021년까지 추진한다. 지난해 개정된 ‘산림 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숲길기본계획 실행에는 10년 동안 1조 3천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 숲길 네트워크는 국가숲길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조성·운영하는 지역숲길을 연계한
전국 숲길 하나로 묶는 숲길 네트워크
서울시는 북한산, 인왕산, 남산, 낙산
10년간 1조 3천억 원 투입, ‘숲길기본계획’ 추진
을 잇는 서울 성곽길 21㎞ 노선에 23개 의 종합안내판과 185개의 화살표 표지판 을 설치했다.
형태로 구축된다. 국가숲길은 백두대간, DMZ, 서부종단, 남부종단, 낙동정맥
또 성곽길 인근 9개 지하철역사 안에 역에서
등 5대 트레일과 설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 5개 명산을 기본
부터 성곽길 초입까지의 약도를 담은 종합안내
축으로 해 만들어진다. 지역숲길은 각 지자체가 생활권을 중심으로 지역 특
판을 설치, 도보로 이동하는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성에 맞고 국가숲길과 연계성이 확보되도록 조성·관리한다.
있도록 했다. 9개 지하철역은 시청역(10번 출구),
산림문화자원 실태조사, 숲길 주변 경관관리, 숲길 인증제도 및 숲길 바
서울역(3번 출구), 혜화역(2번 출구), 독립문역(3번 출
우처 제도 도입, 예약탐방제 확대, 숲길 휴식년제 및 휴식기간제 운영
구), 광화문역(7번 출구), 약수역(10번 출구), 동대입구
등 숲길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대책도 실행된다. 또 안전하고
역(5번 출구), 신당역(7번 출구), 동대문역(6번 출구)이다.
편리한 산행서비스를 위해 노선거리 20㎞ 이상의 숲길에 안내센
한편 성곽길 입구와 갈림길 등지에 종합안내판 4개와 구역
터가 설치되고 산림항공구조대도 운영된다. 산림청은 이와 함
안내판 8개, 이용안내판 2개를 설치해 탐방객들이 자신의 위
께 국립산악박물관을 설립하고 등산·트레킹지원센터도 운영 할 계획이다.
서울성곽길 100m마다 화살표로 안내 21㎞ 구간에 23개 안내판, 185개 화살표 설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이하 한길문)는 강변길을 도보로 여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어
치와 그날 컨디션 등을 판단해 탐방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 다. 종합안내판에는 성곽길에 대한 유래와 설명, 전체 코스
플리케이션을 제작 배포 중이다. ‘가람길 따라 도보 여행’이
등이 실려 있다. 구역안내판에는 자세한 설명과 주요 진출
란 제목의 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은 한길문이 문체부와
입 지점 등이 담겼다. 종합안내판과 구역안내판을 보고
공동 개발한 것으로 수려한 강변의 경관을 감상하면서 주변 지역
전체적인 노선을 결정하면 그다음부터는 서울성곽길
의 역사 문화자원을 찾아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체험형 도보
100m당 1개씩 설치된 151개의 둥근 화살표 표지판
여행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라 기획된 것이다.
과 34개 이정표형 방향표지판을 보며 구체적인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길문, ‘가람길 따라 도보 여행’ 어플 공개
시는 그동안 흉물스럽거나 다니기 불편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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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인왕산 돈의문~창의문 4㎞ 구간
강변 절경길 17코스, 코스 안내는 물론 현 위치 표시까지
에 나무계단을 설치하는 등 등산로 정
경관이 뛰어난 17개 코스를 엄선 소개했다.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사용자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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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길 따라 도보 여행’ 어플리케이션에는 탐방로별 기본 정보, 여행 및 교통 정 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탐방로별 코스, 길이, 소요 시간 및 걷기 난이도 등 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코스별 따라가기’를 클릭하면 어플리케이션 사 용자의 현 위치와 그 주변 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060 | 나무아래_restree.co.kr
비도 함께 진행했다. 서울시는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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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플에는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섬진강 5개 강변의 걷기 코스 중에도 특히
길을 시작으로 둘레길과 근교 산 자락길까지 점차 안내체계를 통 일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올해 ‘우리마을 녹색길’ 조성사업으로 아름다운 친환경 녹색길 3개소를 조성한다고
이달의 걷기여행 뉴스
밝혔다. ‘우리마을 녹색길’ 조성사업은 지역단위의 녹색성장 기반 확충과 지자체별 녹색길 수 요가 급증함에 따라 2011년과 2012년 2년간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지자체에 친환경녹색길과 방문객 지원시설을 조성하는 공모사업으로 사업비는 국가와 지방이 각 50%씩 부담하게 된다. 올해는 강서구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천가동 갈맷길’, 해운대구 ‘십오 굽이 달맞이길과 삼포길 연계 탐방로’, 북구 ‘걷고 싶은 가람낙조길’ 등 3개소가 선정돼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 ‘우리마을 녹색길’3개소 조성 강서구, 해운대구, 북구에 친환경 도보 중심 탐방길로 추진 천가동 갈맷길은 강서구 가덕도 해안을 따라 걷는 둘레길로 조성하고 외부 방문객 안내
경기도가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및 지역특산품 판매를 위한 친환경 방문객 지원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해운대 지역
를 아우르는 총 64㎞의 역사문화탐
은 문탠로드에서 이어지는 십오 굽이 달맞이길과 삼포길을 연계한 탐방로를 조성한
방로를 조성한다. 도는 그동안 수원
다. 또 가람낙조길은 북구 금곡동 산자락에서 대천천을 따라 낙동강변으로 이어지
시, 화성시, 오산시와 공동으로 경기
는 웰빙 숲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 옛길 복원을 위해 진행한 고증과 연
‘우리마을 녹색길’은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마을 주변의 역
구용역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역사문화
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을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누구라도 쉽게 탐방할 수
탐방로’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있는 도보 중심의 길로 조성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러한 친환경 녹색길 조
도는 완벽한 경기도 옛길 고증을 위해
성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관광객 유치
1770년 영조의 명에 의해 간행된 ‘증보문헌
등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비고’를 비롯해 대동지지 등 옛 지리서와 해 동지도 등 고지도를 연구하고 역사, 관광, 교 육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수 원, 화성, 오산 지역의 옛길을 거의 완벽에 가깝 게 고증했다.
슬로시티 완도군 청산도 ‘문화예술의 섬’으로
연구결과를 토대로 조성될 역사문화탐방로는 수원
작가들, 청산도에 거주하면서 예술 활동 전개
의 북쪽 끝인 지지대고개부터 오산과 평택의 경계 지점에 이르는 총 64㎞의 길로 크게 능행차길과 경
생태문화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완도군의 ‘슬로시티 청산도’가 지역 예술가
기 삼남대로로 나뉜다.
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화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완도군에서는 ‘가고 싶은 섬 슬로시티 청산도’ 섬 안에 예술작품을 전시 하여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예술과의 융합을 통한 청산도의 또 다른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경기도, ‘역사문화탐방로’ 64㎞ 조성 수원·화성·오산 일대에 옛길 복원
의 섬으로 가꾸어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에서 활동 중인 지역 예술가와 국내 유명 작
경기도는 전체 64㎞의 구간 중 기존에 보행로가 갖춰져 있는
가 10여 명이 1월 17일과 18일에 청산도에 모여 예술작품 전시를
구간을 우선 개장해 운영을 시작한 다음 중·장기적으로 보행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 참석자들은 슬로길을 비
및 편의시설을 확충해 전체 구간을 개장, 운영할 계획이다. 이
호 비
롯한 청산도의 주요 포인트를 직접 둘러보고, 슬로시티 청산도
재철 경기도 문화예술과장은 “역사문화탐방로 대부분 구간에 보
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위한 방향을 논
행로가 있고 생태자원도 잘 보존돼 있다”면서 “앞으로 경기도 옛
의하였다. 작가들은 청산도 내 관광명소와 공간에 대한 예술
길을 모두 복원해 도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실제로 청산도에 거주하면서 작품 제작 등 예술 활동을 전개하며, 이렇게 탄생한 예작품들은 오는 4월에 개최되는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개막식에 맞 추어 선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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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2 | 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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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나무아래> 2012년 3월호 통권 제1호
2002년 4월 1일 등록·등록번호 라00026·2012년 3월 15일 발행·매월 15일 발행 2002년 우편물 나급인가·2002년 국유철도 특별급 승인 제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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