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lim 30th anniversar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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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 도 ·시 와 농촌이 함께 사는 길 한살림

당신 덕분에 삽니다 한살림 30년 글 모음


한살림 30년 글 모음


당신 덕분에 삽니다 한살림 30년 글 모음


한살림 30주년 백서

차례

밥상 살림

14 16

22 24 26

28 30

32

34 36 38 40 42

-

50

김종철

자급해야 안심할 수 있다

-

52

서형숙

밥을 둘러싼 종교적 상징과 실천들 한미FTA, 우리 밥상이 위태롭다

-

-

54

윤형근

56

우미숙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 위협하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하라 유전자조작식품의 실태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 바뀌어야

-

-

한살림연합

61

정현미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더욱 엄격한 국가관리 기준을 책정해야 한다 -

-

69

윤선주

밥상·농업·생명살림을 위한 TPP 반대, 그 한 줌의 희망과 실천

-

조완형

정부는 GM작물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해체하라! -

64 67

한살림연합

밥의 안부를 묻다

59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를 말해 줍니다

-

-

79

이미화

81

임진희

천덕꾸러기 ‘쌀’ 해결책은 국민 모두 함께하는 책임생산·책임소비 GMO 표시기준을 더욱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GM작물 상용화가 우리 농업과 생명밥상에 불러올 대재앙

74 76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GMO반대생명운동연대

우리 집 밥상에서 시작하는, 농업의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

72

-

-

한살림연합 -

조완형

권혁주

83 85 88 90 93 95 98

100 102

※ 일러두기 이 책에 수록된 글의 제목과 필자의 직책은 간행 당시의 내용을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4

104

쌀, 토박이씨앗, 농지보전, 생산자, 농업 환경에 대한 글들

쌀값, 한 끼에 210원

-

한살림

우리쌀을 지키고 우리밀을 살리자

-

우리의 생명인 농업을 살립시다 다마금을 아시나요

-

-

한살림

한살림

강수옥 |

20

밥과 명상

농업 살림

논 속 우렁이와 오리를 그들은 보았는가 쌀 자급이 중요하다

-

-

-

이호열

김성훈

일방적인 쌀 관세화 시장개방 중단하라 쌀의 눈물

|차 례

18

식품안전, 식생활교육, 가까운 먹을거리, GMO, 건강한 밥상, 바른 식문화를 이끄는 글들

-

한살림연합

최원국

쌀은 생명의 혼이기에 농부는 자연의 일을 거들 뿐

-

정선섭

우리 식문화 속에 있는 식량자급 희망을 싹 틔워 식량위기를 넘어 봅시다 생명의 씨받이, 씨알독립만세!

-

수입 잡곡보다 좋은 우리 잡곡 농업정책 뒤의 관료와 투기꾼

이상국

-

-

-

경종호

천규석

‘내 것’ 아닌 ‘우리 것’으로 ‘살림’에서 ‘살림살이’로

-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건강한 농지 확보에 나선다 한살림과 독립운동

-

-

-

-

-

조완형

이재욱

한살림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카트리나의 교훈

도상록

최광선

‘돌아오는 농촌’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

땅에 뿌리박은 지혜

-

최재두

김종철

윤형근

유기농업과 GAP 비교대상인가?

이상국

홍진희

우리 보리 자급사료화 사업으로 곡물자급률 향상에 한걸음 다가선다 ‘제터먹이’ 살리기가 절실하다

-

-

배영태

구제역 예방 동물복지 차원의 한살림축산이 답이다

5

-

이제홍

-

조완형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 살림

110 112

핵발전은 생명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

-

140

김종철

142

한살림연합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구럼비바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

-

147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152

한살림연합

119

밥상을 살리고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이정표를 세우자

-

123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

-

125

수명 다한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핵발전 위주 에너지 정책을 바꿉시다

127

162 168

한살림연합

179 190

한살림연합 -

사고발생 후 지난 일년이 더욱 참담하다 이제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129

원전 확대, 온실가스 증가, 송전탑 확대, 지역갈등 부추기고,

`국민 안전 도외시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면 수정하라

132

영덕 신규 핵발전소 계획 백지화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 사회 구축하라

-

한살림연합

207 209

-

211

한살림연합

134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정부는 진심 어린 사과, 책임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6

195

한살림연합

-

-

한살림을 시작하면서

-

박재일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

-

장일순

한살림 활동의 구체화에 관하여

-

김지하

공업사회의 붕괴와 공생의 시대

-

쓰치다 다카시 |

117

수돗물 불소화 실시를 강제하는 법안을 철회하라

한살림 가치관, 세계관, 사상, 가치, 지향을 품은 글들

|차 례

115

밑거름 말

마을과 공동체, 푸른 지구, 나눔, 탈핵, 평화공존을 이끄는 글들

어머니의 마음에서 바라본 생명운동 농업살림운동의 평가와 전망 한살림에서 살림으로

-

-

박경리

최재두

주요섭

지역살림운동의 평가와 전망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

-

-

-

김민경

박재일

지금 여기, 손 맞잡을 이웃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

윤형근

새정부에 전하는 농업·먹을거리,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 제언 문명사적 전환기, 생명운동 30년을 돌아보고 내다보며

한살림연합

한살림연합

7

-

-

조완형

이상국·박맹수


한살림이 처음 출발할 때, 이제 고인이 되신 박재일 회장께서

지난 10년 동안 세상에도 한살림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농민과 소비자를 서로 만나게 하고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제안했던

무엇보다도 한살림의 규모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게 커졌다.

문제의식들이 이제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13만 세대 남짓이던 소비자 조합원이 60만 세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지난 30년 동안 식품안전, 식생활교육, 가까운 먹을거리,

전국 총 세대의 3% 정도다. 71개이던 매장도 213개로 늘었다.

Non-GMO, 건강한 밥상, 바른 식문화를 이끄는 글들, 쌀, 토박이씨앗, 농지보전,

한살림이 원칙을 지켜 온 점을 시민들이 이해해 준 결과일 것이다.

생산자, 농업 환경에 대한 글들, 마을과 공동체, 푸른 지구, 나눔, 탈핵,

그러나 우리의 열망과 달리, 세상은 더 각박하고 위태로워졌다.

평화공존을 이끄는 글들, 그리고 한살림의 가치관, 세계관,

쌀 시장이 개방되고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이 줄줄이 체결됐다.

사상을 품은 한살림 글 모음을 통해 새로운 30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광우병을 우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들불처럼 일었지만

다시 말을 걸고자 한다. 한살림은 어쩔 수 없이 시장 안에 있지만

수입은 강행됐고 국내 축산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고,

늘 성장할 것만 같던 경제가 정체되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한없는 소비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시작되었다.

질주하는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지 않고는 사람과 사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파괴되고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여전히 미봉된 채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이다.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한살림이 처음 출발할 때의 그 마음,

유전자조작 벼 등 GM작물 재배를 본격화하겠다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엉뚱한 농업 진흥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생각을 돌아보면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햇살과 바람 정직한 땀의 기록’을 펴낸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펴내며

한살림의 성장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책 을

한살림 30주년을 맞아 ‘한살림 20년의 기록 -

한살림 30주년 백서

책을 펴내며

2017년 3월 31일 한살림연합

8

9


“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 가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괭이

“ 남은 생애는 ‘토박이씨앗’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밥 상 살 림

한 알의 밀알 같은 독립운동

한살림 30주년 백서

아버지의 논

|

질해서 만든 논이다. 자주자주 논밭에 가 보아라. 주인의 발소리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박운식_ 한살림 영동 생산자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대지의 힘으로만 작물을 기르고 거기서 채종을 해 농사를 이어 가는 게 독립운동만큼이나 절박한 일이 되었어요.” 안상희_ 충북 괴산 한살림우리씨앗농장 생산자

10

11


밥상살림

G M O

식 품 안 전

바 른

식 생 활 교 육

식 문 화

건 강 한

가 까 운

밥 상

먹 을 거 리

13 12


밥과 명상

우리의 밥 먹는 습관과 관련해 늘 잊히지 않는 통계자료가 있다. 일본의 어

그 습관은 우리의 밥 먹는 행위 자체에 표

가 인간적으로 존엄한 삶을 기대할 수는

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없을 것이다.

인간다워지려면 슈퍼마켓에서 휴지를 사

밥을 천천히 먹는 일은 단순히 개인의

이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밥을 가장 빨

듯이 쌀을 사들이고, 휴지를 버리듯이 밥

건강을 위해서만 좋은 일은 아니다. 온 마

리 먹는 사람들은 한국인이고, 그 반대로

을 먹어 치울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음으로 주의를 집중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떤 조사자에 의한 것이라고 기억되는데,

못한다 하더라도 한 끼 한 끼의 밥에 주의

인연에 대해 공경심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

경제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밥

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우리 각자의 생명

다. 그리하여 그러한 공경심의 습관적인

먹는 속도에 별다른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과 삶이 우리의 한정된 능력으로는 도저히

함양을 통해 우리는 좁은 개인주의적 자아

않는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는 삶

헤아릴 수 없는 근원적인 우주적 힘의 신

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좀 더 온전하고 근

이 점점 더 무반성적인 것으로 되어 간다

비로운 원천으로부터 비롯한다는 겸허한

원적인 존재 앞에 겸허해지는 기쁨을 얻게

자각에 도달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의 문

될지도 모른다. ㅂㅅㅅㄹ

고 한다.

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도

김종철 녹 <색평론 발 > 행인

대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앞 으로만 내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땅도 망가지고, 하늘이 무 너지고 있는데도 물건과 권력에 대한 우리 의 탐욕은 멈출 줄 모르고, 우리 대부분은

화와 사회적 삶 전체가 좀 더 영성적으로 살아 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밥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문화는 근본적으로 병들거나 죽은 문화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 속에서는 어떠한 물질적 성취

온갖 이기적인 욕망에서 헤어날 줄 모른

를 가지고도 인간은 결코 내면적 기쁨을

다. 인간 생존의 사회적·자연적 토대가 급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속도로 붕괴되어 가는 세상에서 소득이 높

따지고 보면 끼니마다 밥 먹는 일 자체

아지고, 재화와 서비스가 많아지는 것이

가 본질적으로는 작은 잔치, 제사 행위라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밥을 통해서 가족간

우리가 좀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밥을

의 우애와 협동을 확인하고 하늘의 은혜를

먹어야 할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느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밥 먹는 순간은

생명의 영위에 불가결한 밥이 대체 어떻게

거룩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식사 행위를

어떤 경로를 거쳐서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는 행동으로 이해

인가를 기억하는 습관이 되살려져야 하고,

《밥과 명상》, 2002년

14

하는 누추하고 야만적인 문화 속에서 우리

15

|

밥에 대해 그리고 밥을 존재하게 한 온갖 |밥 상 살 림

옛날 사람처럼 추수감사제를 지내지는

가장 느리게 먹는 사람들은 이태리인이라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자급해야 안심할 수 있다

이젠 의식주가 아닌 식주의 순으 로 우선인 세상이 되는 듯하다. 웰빙 바람 으로 비교적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 이 높아 가고 있으나 아직도 아쉽다. 먹을

을 살릴 수 있다. 여름내 뜨거운 햇살을 담

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조상님들은

뿍 받고 자란 더운 음식인 쌀을 겨우내 먹

억지로 만든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으면 몸이 따뜻해져 별다른 난방과 남다른

생명 모두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고 자연과

보온 옷이 필요치 않다. 또 덤으로 겨울에

소통했다. 간혹 수입 유기농산물이 좋은가, 내 나

한다면 참으로 행복할 텐데. 총체적인 생

논이 물을 담고 있어 기화열에 의해 기온

라 일반 농산물이 좋은가 묻는 이들이 있

각을 하며 제대로 먹으려면 먹을거리에 대

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 수입농산물은 다 알다시피 수송과정에 서까지 화학약품이 투입되고 알곡만 가져

들은 주변에서 난 제철 재료를 자연에 가

이다. 논은 산소 방출 기능은 물론 토사 유

오기 때문에 우리 농산물보다 훨씬 오염되

깝게 조리해 드셨다. 또 축산물로 배불리

실 방지 기능이 뛰어나다. 흙이 1센티미터

어 있고 내 땅을 거름지게 할 무엇이 없다.

지 않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유

만들어지는 데 200년이 걸린다. 해마다 유

또 내 땅에서 자라며 뿜어낼 산소도 없다.

실되는 것이 3밀리미터 정도라니 3년이

반면 공기를 오염시키며 이동하는 매연만

면 200년 치가 사라진다. 그 아까운 흙을

이 가득할 뿐이다. 어떤 것이 좋은지는 자

못 쓸려 가게 잡아 두는 것도 논이다. 여름

명하다. ㅂㅅㅅㄹ

기농산물을 먹었고 오랫동안 몸으로 실험

서형숙 한살림서울 이사 -

한 음식을 골고루 드셨다. 이런 행동의 바탕은 세상 모든 먹을거 리가 자연의 오묘한 교감으로 만들어지므 로 그것과 더불어 서로 모시는 마음이었 다. 사람도 여러 생명의 순환고리 가운데

철 보리밥 역시 몸을 시원하게 해 주어 한 여름에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없이 부채 로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보리는 쌀과 달

하나로 보아 음식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생

리 겨우내 자라 찬 기운이 가득하기 때문

산과정에서나 처리과정에서 환경을 더럽

이다. 제대로 먹는 것은 내 몸뿐 아니라 환

히지 않았다. 음식을 기를 때나 만들 때나

경을 살리는 일이다.

먹고 나눌 때도 생명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조상들이 먹던 유기농산물이란 말 그대

가 가득했다. 그래서 그 가운데 한두 가지

로 유기적인 관계의 산물이다. 사람은 알

만 실천하여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다.

곡을 먹고 가축은 그 부산물을 먹는다. 그 리고 배설물과 먹지 못한 찌꺼기들을 발효

제철음식을 먹는 것 또한 내 강토를 함께

시켜 퇴비를 만들어 땅으로 되돌린다. 그

지키는 일

양분을 먹고 또 알곡이 자란다. 순환하여

겨울철 음식인 쌀만 잘 먹어도 몸과 환경

《밥과 명상》, 2002년

16

사람, 가축, 자연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주

17

|

밥을 먹는 만큼 이 땅에 논이 보존될 것

한 옛 어른들의 생활을 살피면 된다. 어른

|밥 상 살 림

밥을 잘 먹으면 여름이 시원하다. 그것은

거리에 대한 근본적이며 총체적인 생각을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밥·성만찬·발우공양

밥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는 이 미 우리의 전통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

밥을 둘러싼 종교적 상징과 실천들

다. 쌀 한 톨에 농민의 땀방울 일곱 근이 들어 있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의미 나 쌀 생산에 농민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기 위해 불을 발견한 인물인 고실례(高失

는 전쟁과 자원 착취로 인한 생태계 파괴,

禮)로 등장하는데, 이것이 농사를 관장하

식량 생산면적의 감소와 더불어 도시화,

는 신의 상징으로 전통사회에서 일상적 의

산업화에 따른 농업인구 감소가 지속된다

례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면 지구에는 더 비극적인 폭식과 거식, 기

최남선은 《조선상식(調鮮常識》에서 고수

아가 만연할 것이다.

속담도 밥의 귀중함, 밥을 생산하는 노동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들과 뭇 생명

분명하다. 지금은 우리 삶을 뿌리부터 바

의 어려움과 귀함을 드러내는 이야기라고

들의 평화로운 공생을 기원하는 규모에 따

꾸는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그 출발은 먼

할 수 있다.

라 큰 규모의 것은 ‘굿’으로, 그보다 작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다.

것은 ‘고사’로, 보다 일상적인 것은 ‘고수

매일 대하는 밥 한 그릇을 귀한 줄 알고 밥

레’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 만들어진 이치대로 살아가려는 실천,

보다 적극적으로 열 사람이 한 술씩 보 태어 한 사람을 먹인다는 십시일반(十匙 글

一飯)의 나눔의 정신은 동학이나 원불교

윤형근 모심과 살림 연구소 사무국장 -

등에 뿌리내려 가난한 이들을 돕거나 일 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도 했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먹기 전에 한술을 떠내고 기도하는 고수레의 전통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음 식을 조금 떼어서 “고수레”나 “고시레” 하 고 외치며 문밖으로 던져야 탈이 없다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 속에 삶의 의

즉 밥을 아끼고 나누어 먹는 데서 환경보

미를 되새기고 나눔을 실천하였던 것이 바

전과 세계 평화가 시작되고 새로운 문명이

로 전통 풍습인 ‘고수레’라는 것이다. 인디

싹터 올 것이다. ㅂㅅㅅㄹ

언과 인디오에게도 이와 유사한 전통이 있 었다는 사실은 인간과 뭇 생명을 먹여 살 리는 우주의 운행에 대해 감사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전통 시대를 살아가는 사 람들의 보편적 삶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보 여 준다.

믿었던 이 풍습은 농사를 관장하는 신에 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계속 풍

현재 문명의 위기를 모순적으로 드러내

부한 양식을 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

는 폭식과 거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

는데, 그 이면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나고 있다. 세계화라는 미명으로 진행되는

있는 뭇 생명과 공생하려는 나눔의 지혜

전 지구적 시장 일원화도 강화되는 거대자

가 담겨 있었다.

본의 독점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세계 를 경악시키고 있는 전쟁과 테러는 그 한

고수레는 《신시본기(神市本紀)》에 환 웅 천황(天皇) 밑에서 백성들을 먹여 살리

《밥과 명상》, 2002년

18

양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이기심을 부추기

19

|

현대문명은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이 |밥 상 살 림

레를 ‘고사’ 및 ‘굿’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필요하다는 이야기, 밥상이 약상이라는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한미FTA, 우리 밥상이 위태롭다

협상과 재협상을 거듭하며 4년 이상 끌어온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10 월 12일 미국 의회에서 먼저 비준되었다. 엄격히 말하면 미국 국내법에 맞게 새로 작 성한 이행법률안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장

와 발언을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2007

논밭을 갈아엎는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

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몇 안 되는 축

며,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도 늘어날 것

산업자와 귤 재배자들 때문에 한국이 한미

이다. 농토가 줄어들어 결국 우리 땅에서

FTA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애초부터 농민

나는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협상을 하겠다고 선

것이다. 한미FTA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청소

리 국회의 비준만 남았다. 협상 초기에 많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과 별장

년들의 학교급식까지 수입농산물로 차려

은 외교·경제 전문가들이 군사대국이며 전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광우병 위험 때문

야 한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

세계 통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

에 중지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

다. 한미FTA 안에는 지자체나 시도교육

나라가 동등하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

겠다고 덜컥 약속까지 했다.

청이 관장하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누고 함께 이익을 얻는 자유로운 무역협정 글

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애

우미숙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 -

초에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개방인지 눈에 빤히 보이는 협상이었다. 정부는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효과가 국내총생산의 5.7%에 이르고 일자리가 35 만 개 늘어나며 외국인 투자와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 나 설혹 한미FTA가 가져올 희망찬 성과가

한미FTA 협상 당시 수석대표였던 김

을 우선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FTA 안에 쌀 개방

다. 지역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내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하

용이 담긴 조례가 있더라도 FTA가 우선

며 미국이 압박을 가해 오자 WTO쌀쿼터

적용된다.

협정이 종료되는 시점에 쌀 협상을 하겠

수십 년간 농부의 땀과 하늘의 기운

다고 미국을 안심시켰다. 국가의 근간이

으로 생명을 길러 온 농토를 한낱 수입쌀

되는 농업을 희생시키며 미국의 이익을

수입배추, 수입과일 때문에 한 번에 갈아

위해 정부와 대통령이 소매를 걷고 나선

엎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국민

꼴이다.

99%의 생계를 위협하고 식량안보를 위기 로 모는 한미FTA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한미FTA를 받아들일 수 없는 두 번째

있다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없다. ㅂㅅㅅㄹ

이유는 당장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나

유가 있다. 한미FTA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라 농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이 협상이 우리 농업을 희생시키

협정안에 의하면 농산물 1531개 품목 중

는 것을 전제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9

38%인 567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진다. 빗

월 각국의 정부와 주요 기업의 민감한 문

장이 풀리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

서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한

어오면 우리 농산물은 가격경쟁에서 살아

미FTA 협상 과정에서 오고 간 밀약문서

<한살림>, 2011년 10월

20

남기가 어렵다.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워

21

|

언했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 직후, 임기가

|밥 상 살 림

치를 단단하게 장착한 법안이다. 이제 우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소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군대 및 학교 급식을 중단하겠 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과의 통 상마찰 소지가 있어 수입 중단을 할 수 없 다 한다.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보다 미국 과의 통상마찰 방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

4년 전의 약속대로

기를 위해 바쳐지는 엄청난 양의 곡물사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

맞은편에는 가난한 국가의 굶주리는 인민

학교와 군대 등의 단체급식에서

들이 있다. 곡물사료 재배를 위해 사라지

미국산 소고기의 사용을 금지하라!

는 숲이 있고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이미 수입하여 유통되고 있는

가 있다.

미국산 소고기 또한 전량 회수하라!

남용되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밀집 사육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지난해 봄 전 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축 구제역은 어쩌

가, 아니면 미국인가? 정부는 또 과학적 근

먹을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

면 광우병의 한국식 변형일지 모른다. 생

거를 확보해야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문이다. 먹을거리 안전은 생명권과 직결

명살림의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살

한다.

되는 문제이다. 이미 각종 유해식품과 농

림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 요구와 함

약, GMO 등 우리의 밥상 안전이 도마 위

께 광우병 발병을 계기로 우리의 생활양식

에 오른 상황에서 이제 광우병 소고기까

을 깊이 있게 성찰할 것을 시민사회에 제

지 올려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광우병 소

안한다.

이번에 발병한 광우병은 인간 광우병으

한살림연합 -

로 전염되지 않는다 주장한다. 정부가 말 하는 과학적 근거란 무엇을 말하는가? 4년 전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

고기를 거부하며, 자국민의 건강보다 미

밥상의 위기는 생명의 위기이다. 밥상

었던 시민들에게 광우병괴담 운운하며 무

국의 이익을 앞장서 옹호하는 한국 정부를

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자. 밥상을 바꾸어

지의 소산이라 치부하였던 정부가 이야기

규탄한다. 농부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생명살림의 세상으로 나아가자. ㅂㅅㅅㄹ

하는 ‘과학’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자못 궁

하며 농사일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떠맡던

금하다. 일반 시민의 건전한 양식과 당연

소는 이제 아이들의 그림책에서만 존재할

한 권리보다 ‘과학’이 앞서는 국가라서, 4년

지도 모른다. 하루의 고단한 농사를 마치

전에도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고 소 잔등을 쓸어 주던 농부조차 언제 사

안전하다고 세뇌하였던가? 과학의 이름으

라질지 모르는 농업위기의 상황이다. 소는

로 온갖 전문가의 이름으로 정부가 유포하

이제 오로지 인간의 ‘먹을거리’로서만 존

는 일방적 논리를 우리는 거부한다. 건강

재한다. 그러므로 광우병은 인간의 욕심이

한 시민의 상식으로, 당연한 시민의 권리

빚어낸 참극이다. 지금과 같은 식문화와

로 우리는 판단하고자 한다. 정부는 국민

생활양식이 지속되는 한 광우병은 결코 사

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2년 5월 7일

22

라지지 않을 것이다. 부드러운 한 점 살코

23

|

광우병 소고기가 위험한 것은 우리의

가? 도대체 이 정부가 섬기는 것은 국민인

|밥 상 살 림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 위협하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는 4년 전, 미국에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명운동연대에 참여해 활동해 왔다. GMO

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육종법이다.

의 위험성을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알리면

수입된 이후 현재, 한국은 이제까지 784만

서 한편으로는 GMO표시제를 개정하기 위

톤(GMO수입량 누계)을 수입해 세계 2위

해 노력해 왔다. 당연히 GMO작물은 취급

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입 국가가 되었

하지 않는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

다. 국내 농업 기반을 돌보지 않은 탓에 식

하며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노

량자급률은 22.6%로 떨어진 상황이다. 한

력도 함께하고 있다. GMO로부터 안전한

국의 소비자는 이 많은 양의 GM농산물(수

사료를 먹인 ‘Non-GMO한우’와 ‘유기한

입되는 옥수수의 절반, 수입되는 콩 3/4이

우’, 농사 부산물을 활용한 국산 사료를 먹

GMO)을 직간접 형태로 섭취하고 있다. 콩

여 키운 ‘국산사료한우’를 비롯해 올해부터

은 콩기름·전분당을 비롯한 가공품이나 기

공급하기 시작한 수입 옥수수 대신 국내산

능성 식품의 부재료로, 옥수수는 거의 전

발아보리와 농사 부산물을 먹인 ‘우리보리

량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

살림돼지와 닭’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반 소비자들이 GMO식품의 실태를 명확하

내 밥상을 살리자면 먼저 생산자의 수

게 알 방법이 없다. 이는 현재 시행되고 있

고를 이해하고, 농업살림이 진정한 생명

는 표시제의 맹점 때문이다. 최종 제품에

살림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

유전자조합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

다. 또 이런 농산물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는 경우, 정제수를 제외하고 함량이 주요

이용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식량

원재료 5순위에 들지 않은 경우 이를 표시

자급률을 높이는 길이며 소비자가 할 수

할 의무가 없다. 이런 현실은 개선되어야

있는 실천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GM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한다. 2008년 식약청은 이미 ‘GMO완전

책임지고 소비자는 조합원의 생활을 책임

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표시제’(원재료 기준 GMO 표시 ,GMO-

진다’는 한살림의 오래된 구호다. 이 말 속

프랑켄푸드라고 불리는 GM농산물에

Free 표시 도입)를 약속했었다. 이를 이행

에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최소한

미래가 담겨 있다. ㅂㅅㅅㄹ

이는 1만 년 전 인류가 이룩한 농업혁명 이

의 알 권리, 그리고 선택할 권리를 위해 지

래 가장 반생명적인 것이며, 인간의 인위적

극히 당연한 것이다.

(다국적 생화학 제조업체)의 미승인 GM 밀이 한국에 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이래 세상이 시끄럽다. 밀의 98.3%를 수입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우리 밥상의 불안 한 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생물학적 오염에 대해 그간

우리가 품어 온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정현미 한살림경기남부 식품안전위원장 -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견된 GM밀은 8년 전 몬산토에서 개발하여 미 국의 16개 주에서 시험 재배하다 여론 악 화로 완전 폐기되었다고 알려진 제초제 내 성을 가졌다는 그 품종이다. 장기간 섭취 할 경우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작 물 간 교잡으로 인한 생물계 오염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에 대해서 검증도 없이 이미

인 조작이 아니었다면 45억 년 지구 역사

《한살림》, 2013년 7월

24

한살림은 2000년부터 GMO반대 생

25

|

1996년 GM농산물이 국내에 처음으로

리건 주의 밀 경작지에서 생산된 몬산토

|밥 상 살 림

유전자 조작식품의 실태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 바뀌어야

지난 5월 29일 미국으로부터 오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었다는 소식 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국내산 수산물조차 꺼려하 고 있다. 여전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는 종결되지 않았으며 언제 이 상황이 수 습될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9월 9일, 일본산 가운데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임시특별조치를 시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일부에 대한 수입 금지 및 식품 방사성물질 기준치 강화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치와 동일한 수준이며 여전히 대단히 미흡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한 수치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하

이미 2011년에 타이완은 일본 5개 현

고 기준치 아래 미량이 검출되더라도 이를

모든 식품에 대해, 중국은 10개 현 모든 식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 스스로가 해당 물

품 및 사료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품 섭취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바 있다. 일본과 가장 가까이 인접해 있으

한살림은 일본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영유

면서도 우리 정부는 다른 주변국들에 비

아에 대해서는 4Bq/kg, 청소년과 성인은

해 가장 느슨한 규제를 훨씬 뒤늦게 시작

8Bq/kg을 관리 기준치로 설정해 놓고 기

한 것이다. 정부가 내린 임시특별조치에도

준치 이하 미량이 검출되더라도 빠짐없이

불구하고 수입 금지를 내린 8개 현 외 지역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안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식품 방사성물질

검사를 강화할 것인지, 또 스트론튬과 플

오염은 일본 후쿠시마 등 핵발전소 붕괴

트론튬 및 플루토늄 등에 대해서도 추가

루토늄 등 다른 핵종에 대해서는 어떤 안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절대 안전을 주장

검사증명서를 요구하기로 했으며 국내산

전조처를 취할 것인지는 뚜렷하게 드러나

하던 일본의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연일 핵

식품에 대해서도 방사성물질인 세슘에 대

지 않았다.

발전소와 관련해 수천억 원대 부실공사와

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수산물은 8개 현 외의 지역에 대해서도 세슘이 검출되면 스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불

비리가 터져 나오고 툭하면 가동이 중단되

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일

고 있는 한국의 핵발전소 역시 불안하기는

본산 수산물 전체, 나아가 모든 일본산 식

마찬가지다. 한살림은 노후된 원전부터 신

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난 후 처음으로

품 및 사료까지 수입을 금지시켜야 한다.

속히 폐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핵발전소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를 취

정부는 그동안 수입식품의 안전 관리 실태

를 모두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이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현장과

를 공개하고 관리 기준을 강화하라는 국민

있다. 이를 위해 한살림은 조합원들과 함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에서 진작 마땅히

들의 요구에 대해 ‘방사능 괴담 유포자 엄

께 에너지 절약에 힘쓰는 한편 햇빛발전소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벌’ 운운하며 국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건립 등 탈핵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그러나 이미 지난해 후쿠시마 주변 8개

대응을 해 왔다. 또한 뒤늦게 세슘 등 일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핵발전 위주의 에

현에서 5,000톤을 포함해 일본산 수산물 4

부 방사성물질에 대한 식품 관리 기준치를

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당장에는 국

만 톤이 수입돼 유통되었다. 일본에서 수

100Bq/kg로 강화하겠다고 하지만(2013년

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

9월 이전 기준치 370Bq/kg) 이는 핵발전

조치를 엄격하게 취해 국민들의 불안을 잠

소가 붕괴된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준

재워 주기 바란다. ㅂㅅㅅㄹ

한 기준치를 기존 370Bq/kg에서 100Bq/

한살림연합 -

kg로 높여서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

입된 가공식품과 가축 사료까지 고려하면

<한살림>, 2013년 9월

26

27

|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수입

이번 조치는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밥 상 살 림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더욱 엄격한 국가관리 기준을 책정해야 한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밥의 안부를 묻다

언제나 그 시대를 잘 알려 주는 말이 있다. 요즈음 소통과 화해 혹은 용서 와 배려에 관한 말이 많이 오가지만 한때

끌어 같이 밥을 먹여 보내야 마음이 후련

23.1%, 쌀자급률은 93.1%에서 89.2%로 줄

했다. 그때는 밥의 동의어가 생명, 목숨쯤

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중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한 영양공급원인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 가운데 다른 무엇

늘어 간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에 쌀 시장

는 반드시 밥은 먹었는지 안부를 물었고,

보다 사람을 우선 생각하자는 기운이 일

을 개방하겠다고 한다. 관세를 높게 매겨

직장에 나가는 새내기에게는 최소한 밥값

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전을 최고의 가치

수입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겠다고는 하지

은 하라고도 했다. ‘열 사람의 한술 밥으로

로 여겨 인명을 경시한 데서 비롯한 사건

만 몇 년 안에 관세가 무너져 외국산 쌀이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말로 밥이란 서

임을 자각하고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사람

무제한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공동체

을 귀중하게 여기자는 것이다. 어쩌면 어

결국 우리 쌀과 농업을 지키는 확실한

교육도 했다. 낮에 각자의 일터로 흩어졌

렵고 추상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밥

길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쌀은 농부의 땀

이 삶의 중심이던 때로 돌아가자고 말해도

과 정성에 우주 만물이 협동해 우리 앞에

될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밥은 먹고

온다. 우리 농업이 계속 겨레의 식량 창고

다니는지, 무슨 밥을 누구와 어떻게 먹고

로 남아 우리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밥상

있는지, 뭇 생명의 희생과 농부의 정성으

을 차릴 수 있도록 지금 여기서 마음을 모

로 차린 밥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는지 등

아야 한다. 농부와 밥 짓는 이가 서로를 고

에 관심을 두고 돌아보자고 이야기해도 되

마워하며 희망으로 여기고 살려야 한다.

로소 집에 왔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친

지 않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얼

그래야 어릴 적 엄마의 손맛이 여전히 우

구끼리 나이를 따질 때도 먹은 밥그릇 수

마나 부자고 권력을 쥐었는지 무슨 사치품

리를 위로하는 것처럼 훗날 우리 아이들도

를 이야기했고 누군가의 죽음을 밥숟가락

을 입고 갖고 다니는지에 마음이 가는 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따듯한 밥

을 놓았다고도 했다. 지금보다 훨씬 살림

신 어떤 밥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상을 차릴 수 있다. ㅂㅅㅅㄹ

살이가 어려웠던 때도 낯선 나그네나 걸

살피고 나누면 좋겠다.

에 ‘밥’이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이웃에게

던 가족의 모든 이야기가 밥상머리에서 알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

려졌으며 집안의 중요한 일이 이야기되는 곳도 함께 밥을 먹는 밥상이었다.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밥 먹는 것을 봐 야 어머니들은 안심했고 아랫목에 따듯하 게 모셔 놓았던 밥그릇을 앞에 놓아야 비

인, 우체부나 행상을 위해 조금 넉넉하게

요즈음 쌀이 밥상에서 누리던 절대적

밥을 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늘 찬밥을 먹

인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쌀 소비량은 계

어야 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누

속 줄어 1970년대 1인당 1년에 136kg이었

구나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는데 2013년에는 67kg으로 줄었다. 식량

누가 됐든 때가 돼서 집에 온 사람은 잡아

<한살림>, 2014년 8월

28

자급률 또한 1970년 80.5%에서 2013년

29

|

매년 논 면적도 줄고 농사를 포기하는 일도

|밥 상 살 림

세월호 사건을 겪은 후 사회 일각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주 했던 말 중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가입 문제가 머잖아 커다란 사회이슈로 떠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아시 아·태평양 연안 12개국 간 메가톤급 자유

대해 우리 정부가 의무표시제도를 시행하

하고 있다. 미국은 약 3천 종을 허용하고

는 것이 타당하지 않으니 폐지하라고 요구

있다. 우리가 허용하지 않고 있던 식품첨

하고 있다.

가물을 인가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광우병(BSE, 소해면상뇌증)이

이런 골치 아픈 와중에 TPP 협상 참여

은 TPP 가입조건으로 자국산 쇠고기에 대

국인 일본은 자국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한 검역기준을 완화하라고 요구할 가능성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이 높다. 현재 우리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

높다. 우리나라는 방사능오염 우려 때문에

협상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하고, 이

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을 수입 금지

렇게 되면 우리의 농업주권과 밥상주권이

추가 개방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미국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는 TPP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의 연간 출하 육우 중 BSE 검사율은 1퍼센

가입을 앞두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트에 불과하다. BSE 감염 우려 쇠고기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TPP에 가입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하면 우리 먹을거리의 생산기반과 안전기

규 회원국으로 서둘러 가입한다는 방침이 다. 협상 참여가 아니라 다 만들어진 협상 틀거리에 가입하는 터라 기존 12개국 간

우선 쌀 시장 추가 개방 문제다. TPP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가입조건으로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받 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정부 고위 관 계자가 한국이 TPP에 가입하려면 쌀 수입 시장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설정한 쌀 관세율 513%

농약잔류허용기준(MRL) 완화와 수

준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

확 후 처리농약 증가도 문제다. 미국 등 일

부는 한미FTA 협상 과정과 마찬가지로 사

부 TPP 참여국들은 우리나라가 허용 목록

회적 합의를 생략한 채 국민들 모르게 TPP

이외의 농약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

가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를 낮추고, 자국산 쌀 수입 쿼터를 늘리라

는 점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TPP 협상 참여

입장이다. 그래서 농약 안전성 평가에 대

까? 먼저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학습

국인 베트남, 호주 등도 덩달아 비슷한 공

해 수확 후 농약 사용을 전제로 하는 국제

기회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격 카드를 제시할 것이 뻔하다.

MRL 도입을 요구할 것이다. 이 국제기준

또 TPP를 반대하는 농민농업단체·시민사

은 잔류농약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회단체들과 연대하여 TPP 협상 진행상황

유전자조작식품(GMO) 위해성 평가 및 표시 의무 철폐도 문제다. 미국은 자국에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TPP에 가

에 대한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정부에 정

서 안전성을 검증한 농식품을 우리 정부가

입하게 되면 미국은 우리에게 자신들이 채

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

수입 과정에서 재차 위해성 평가를 하는

택하고 있는 느슨한 식품첨가물 기준에 맞

자가 손을 맞잡고 TPP 가입 반대, 지속가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자국이

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

능한 먹을거리 자급 운동에 적극 나서야

나라는 약 600종류의 식품첨가물을 허용

한다. ㅂㅅㅅㄹ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보증하는 GMO에

<한살림>,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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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

우려되는 쇠고기 수입 역시 문제다. 미국

무역협정(FTA)인 TPP 협상이 타결되면 신

|밥 상 살 림

밥상·농업· 생명살림을 위한 TPP 반대, 그 한 줌의 희망과 실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을 상용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 어 국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증폭되고 있 다. 지난 9월 8일 16차 유전자변형생명체 (LMO) 포럼 세미나에서 박수철 농촌진 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장은 “올해 안에 GM벼에 대한 안전성심사를 신청할 계획” 이며 “다만 아직 GM작물에 대한 국민적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민감한 것을 고려할 때 일단 밥쌀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안전성

심사를 받을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한살림연합 -

안전성심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은 GM

정부는 GM작물 개발의 명분으로 안정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통해 매년 수십

적인 식량 확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며 GM작물 개발에

GM작물의 개발이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

만 골몰하고 있다. 우리는 농촌진흥청 GM

났지만 세계의 기아문제는 여전히 해결되

작물실용화사업단의 GM작물 개발이 국민

지 않고 있다. 또한 세계곡물생산 통계를

건강을 위협하고 식량생산 기반을 위태롭

보면 GM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 미국

게 하는 일로 판단한다. 정부가 식량 안보

지역의 곡물생산성이 GM작물을 재배하지

와 미래세대의 밥상을 걱정한다면 생태와

않는 유럽의 곡물생산성보다도 훨씬 낮아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농업, 친환경 유기

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GM작

농업으로의 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구

물 개발의 명분으로 식량위기 극복을 내세

해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안전한

우는 것은 허구다.

먹거리를 제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부는 온 힘을

GM작물의 위해성과 안전성 논란은 끊 이지 않고 있다. 몬산토사의 라운드업 제

쏟아야 할 것이다.

는 말이며, 정부가 이를 최종 승인하면 상

초제가 불임증, 각종 암, 파킨슨병 등을 유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해체하라!

업적인 재배와 유통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글루텐 질병이

정부는 명분과 실효성도 없고 혈세를 낭

GM벼, GM잔디, GM고추 등 GM작물 다

라는 과민성 알레르기 등이 GM식품 소비

비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수가 안전성심사 신청을 앞두고 있어 내년

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 등, 관련 연구

GM작물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

부터 국내 GM작물 개발을 본격화하겠다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또한 꿀벌들이

는 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이다.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일도 GM작물의 재배

책을 전면 전환하라! ㅂㅅㅅㄹ

작물 품종 개발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부는 ‘산업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렇

어설픈 꼼수를 쓰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게 GM종자가 지구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나 농민단체의 반발은 무시한 채 오히려

끼칠지 불명확한 가운데 불안과 우려가 증

GM작물 개발과 상용화에 혈안이 되어 있

폭되는 현실이다. 이렇듯 GM작물 개발은 식량부족을 극

음이 드러났다. 우리는 정부의 GM작물 개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GMO반대생명운동연대 결의문>, 2015년 9월 30일

발과 상용화를 위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해체할 것을 강력

32

복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며 오히려 위해 성과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

33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을 중심으로 농업정

|

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식인 쌀에

다. 이러한데도 정부는 농촌진흥청 산하에

히 요구한다.

|밥 상 살 림

정부는 GM작물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GM작물 실용화사업단을 해체하라!

정부가 유전자조작작물(GMO)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많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앞서 밀 어붙이는 정부. 쌀 시장 개방으로 우리 농 민들의 미래는 과연 어찌 되는 것인지. 일 개 국민인 제가 느끼기에도 참 착잡하기 그지없네요. 이러다 먼 미래에는 우리쌀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결국, 안전하지 못한 중국 쌀, 미국 쌀 등

이 곧 오는 건 아닐런지요. 그동안 저도 사실 별생각 없이 아무 쌀

이나 먹곤 했는데 이제는 쌀 소비 주력자

이미화 한살림천안아산 조합원 -

인 우리 주부들이라도 나서서 우리 쌀을 지켜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살림 쌀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나 하나부터’라는 실 천이 농업의 미래를 살릴 힘의 원천이라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단 순히 우리쌀을 먹는 것만으로 수입쌀과의

나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 스스로 우리쌀

유기 쌀은 보관도 중요한데요. 넓은 지

만 먹는다면 쌀 시장이 개방된들 무슨 걱

퍼백에 쌀을 넣고 공기를 빼서 차곡차곡

정이 있겠어요.

김치냉장고에 두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사실 유기농 쌀이 더 맛있다고 자부할

지만 저처럼 김치냉장고가 없으시다면 밀

수는 없지요. 당장 가계를 생각하면 가격

폐용기에 곡물과 통마늘을 담아서 공기가

도 비싸고요. 하지만 농약 없이 자연과 더

잘 통하는 곳에 두면 쌀벌레가 생기지 않

불어 키운 쌀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안심

고 눅눅하지 않은 느낌으로 쌀을 먹을 수

하고 먹일 수 있지요. 심지어 쌀은 매끼 먹

있습니다. 이렇게 주식부터 조금씩 유기농

는 주식인데,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

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유기 쌀에 현

장에서 그 어떤 음식보다도 밥은 까다롭게

미, 흑미, 콩 등을 섞어서 잡곡밥으로 먹으

따져 먹여야 할 것 같습니다.

면 훨씬 더 건강한 식단이 될 거예요. 우리

우리 집은 유기 쌀이라도 그냥 백미만

아이 건강은 엄마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은 먹지 않습니다. 항상 현미와 흑미, 지금

우리 남편의 건강은 아내에게서 나오는 것

은 콩까지 넣어서 잡곡밥으로 먹고 있습니

이니까요. 더불어 우리쌀 우리 농산물 건

다. 좀 더 건강한 밥을 먹기 위함이죠. 제

강까지 살릴 수 있는 이 나라의 주부가 되

가 먹고 있는 한살림 잡곡을 추천해 드릴

어 보길 희망합니다. ㅂㅅㅅㄹ

게요. 한살림 발아삼색미는 현미 50%, 찹

경쟁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쌀현미 30%, 흑미 20%가 섞여 있는 쌀이

오리, 우렁이, 메뚜기가 살아 있는 생태계

랍니다. 현미 한 종류만 넣어 먹기보다 여

가 보존된 쌀인 친환경 유기농 쌀을 먹어

러 가지를 섞어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아요.

줘야만 앞으로 농민들도 유기재배라는 점

밥 색깔도 예쁘고요. 발아삼색미는 백미와

에서 가격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함께 섞어서 불리지 않고 밥을 해도 맛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니다. 또 하나는 선비콩인데요. 쌀을 씻

저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유기농 쌀 소비

은 후에 씻은 콩을 골고루 뿌려서 밥을 하

가 더해진다면 수입쌀로 인한 가격경쟁에

면 식감 좋은 콩밥으로 재탄생됩니다. 선

실패한 농민들도 친환경 쌀농사로 눈을 돌

<한살림>, 2015년 10월

34

비콩밥은 특히나 우리 연지가 제일 좋아하

35

|

수입쌀을 엄청나게 비싼 값에 사 먹는 날

는 밥이기도 합니다.

리게 될 것이고, 유기 쌀 공급이 점점 늘어

|밥 상 살 림

우리 집 밥상에서 시작하는, 농업의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

쌀 시장 개방 문제로 요즘 말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를 말해 줍니다

첫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전환점 을 맞았다. 아이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어

내 이웃의 아이도 함께 건강해야 한다.

탄산음료 등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음식

그래야만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을 늘 가까이에 두고 있었다.

큰 영향을 받았다. 식원성 증후군(Food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계신 백남

Oriented Syndrome)이라 하여 음식이 원

기 어르신도, 내 땅에 송전탑 건설 대신

인이 되어 나타나는 행동양식에 관한 책

농사를 짓고 싶다 하시는 밀양의 할매들

생각했다. 같이 교사로 일하던 남편은 시

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음식을 청소년

도,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

골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들의 사회적 범죄 연구 및 해결에 응용하

야 할 분들이다.

둘 다 사직서를 내고 남편은 친환경 농사,

고 있다고 한다.

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자원은 한 정되어 있는데 지금처럼 물건과 음식이 넘 쳐나는 풍족한 삶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나는 자식농사를 짓기로 했다. 지금 합천 가회에 들어와 7년째 겨울을 맞고 있다. 글

요즘 세상에 부부교사 직업을 그만두고

임진희 경남 합천 생산자 -

농사를 짓는다 하면 십중팔구 특이한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두고 ‘살 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학교에 서 만난 많은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어 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무

우리 집 반찬은 많아야 3찬을 넘지 않

니라, 이 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온 나라

는다. 반찬 가짓수가 많으면 오히려 음식

살림의 주체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이

고유의 맛을 잘 못 느낀다. 봄이면 돌나물

한살림 조합원임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의 아삭함과 냉이, 두릅의 향을 느끼며 먹

왜냐하면 ‘살림’은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

고, 여름이면 햇살에 맛있게 익은 토마토

이다. ㅂㅅㅅㄹ

와 오이를 먹는다. 초가을에는 둥근 애호 박을 지져 먹고, 볶아 먹고, 된장국에 넣 고, 전도 부쳐 먹는다. 겨울에는 잘 갈무리

엇을 먹는지를 지켜보라는 말이 있다. 한

해 놓은 배추와 무가 밥상에 자주 올라오

사람의 성정을 먹을거리로만 판단하는 것

고, 봄에 말려 놓은 묵나물이 기본 찬이 된

이 무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다. 매일 먹어도 아이들은 늘 맛있다 한다.

경험에 의하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폭력

그만큼 아이들은 제철 채소의 ‘맛’을 안다.

적이고 산만한 아이들, 공감할 줄 모르고

이럴 때야말로 살림하는 보람을 느낀다.

자제력이 없는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

나는 ‘여성농부’이자 ‘살림하는 사람’으

나 있었다. 육류나 튀김, 인스턴트 음식을

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가치가 있

유난히 좋아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다

다고 믿는다. 건강한 먹을거리가 있어야

고 아이들이 다 문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

아이들이 살아나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만 폭력성을 띤 아이들의 대부분은 육류나

<한살림>, 2016년 1월

36

한살림 조합원들은 단지 ‘보신족’이 아

도 살아난다고 믿는다. 내 아이뿐 아니라

37

|

우리 농업을 지키자고 주장하다가 경찰의

|밥 상 살 림

그즈음 해서 손에 쥐게 된 책에서도

떤 먹을거리로 살아갈까에 대해 더 구체적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생산비 걱정에 한숨짓는 쌀 농부들 한국 농업의 근간은 누가 뭐라 해도 쌀이 다. 경작면적에서도 농업소득에서도 소비 시장에서도 쌀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 이다. 우리는 쌀에 ‘주식’뿐 아니라 ‘생명’, ‘평화’, ‘주권’ 등의 수식어를 주저하지 않 고 붙인다. 그 쌀이 어느 날부터 천덕꾸러 기가 되었다. 지금 20킬로그램 쌀 1포대는

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상승을 반영하기는 커녕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할 정도로 쌀값

이 떨어졌고 정부의 늑장대응까지 맞물리

권혁주 충남 부여연합회 소사공동체 생산자 -

면서 농민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쌀 문제 핵심은 ‘소비부진’ ‘과잉생산’이 아 닌 ‘수입쌀’ 풍년이 들고 소비가 위축되어 쌀값이 떨어 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해

까? 국가·국민이 책임지는 쌀정책 마련을

고 버텨 낼 재간이 있을까?

위해 한살림이 자기 사명을 다해야 하지만 책임생산·책임소비는 한살림만 해서는 부

책임생산·책임소비, 한살림만 해서는 근본

족하다. 농민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

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그럴 때 그

정부의 쌀정책은 10년에 한 번씩 바뀌었

가치를 다한다. 우선 한살림의 가치를 더

다. 1994년 정부는 UR협상을 타결해, 쌀

욱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더불어 토박

시장 완전 개방을 10년간 유예하되 4%를

이씨앗을 보전하고, 생산공동체와 소비조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2005

직이 함께 짓는 벼농사를 추진하는 등 전

년 다시 완전 개방을 10년간 유예하되 추

국에서식량주권운동을 시작하자.

가 개방하며 의무수입 물량을 두 배로 늘

또한 정부의 쌀 감축 정책과 직불금 축

렸다. 2015년에는 안전장치까지 모두 봉

소 계획, GM벼 재배 등에 단순한 우려를

인 해제한 쌀 관세화 개방이 시작되었다.

넘어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공동행동

이에 따라 한살림에서도 두 차례 가슴 아

을 조직하자. 쌀정책의 패러다임을 “시장

픈 결정을 했다. 2005년에는 7억 원, 2015

기능에 맡긴다”는 정부에게 “정부가 적극

년에는 12억 원을 지출해 재고미를 처리한

개입한다”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자. 쌀

것이다. 한살림 생산자와 조합원이 20년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정부가 언제 어

이상 모아 둔 생산안정기금에서 나왔고,

떻게 개입할지 정교한 제도와 안을 만들어

이미 기금의 70% 정도를 지출했다.

시행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자. 그동안 우

문제는 올해부터다. 정부 정책이 변하

리 한살림에서 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쌀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이 432만 톤이었는

지 않는다면 쌀농업의 붕괴가 상상을 초월

은 주권이고 그만큼 절실하다. 그걸 지키는

데 그동안 누적된 재고미 190만 톤이 창고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한살림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살림’이다. ㅂㅅㅅㄹ

에 쌓여 있다고 한다. 적정 재고량 80만 톤

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안정기금을 10년

이 넘어섰는데도 거기에 의무수입물량 40

주기가 아닌 올해에 또 지출해야 하는 상

만 톤까지 더해진다. 이렇게 1년 생산량의

황이 닥치면 어찌해야 할까? 생산자들이

절반가량이 재고미로 쌓여 있다. 그런데

재배면적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책임소

마다 고정적으로 밀려오는 수입쌀에 있다.

정부는 밥쌀용 쌀까지 수입하고 있다. 나

<한살림>, 2016년 5월

38

비만을 호소하면 될까? 과연 그것이 옳을

39

|

개 사룟값만 못하고 밥 한 공기가 껌값에

라곳간이 이 지경인데 천하의 한살림이라

|밥 상 살 림

천덕꾸러기 ‘쌀’ 해결책은 국민 모두 함께하는 책임생산 책임소비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공지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공고하였습니 다. 개정안의 요지와 우려되는 점은 다음 과 같습니다. 첫째, 기존 식품위생법상 검사 대상 품 목으로 정한 7가지 작물 등에 대해서만 표시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여전히 전 세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이하 GMO) 18종 가운데 나머지 11종에 대해서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 유전자변형식품 표시기준 개정안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는 표시의무를 면제해 주게 됩니다.

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이 자신이

GMO에 대해 사회적으로 여론이 환기되

이용하는 식품에 어떤 원료가 사용되었는

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식품위생법과 식

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약처의 관련 표시기준이 다음과 같이 강화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국

되기를 희망합니다.

민들의 보건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당 국의 책임 있는 자세입니다.

식품위생법상 GMO 표시의무 대상 품목

국민들이 건강과 직결된 식품 등에 대

을 현행 7종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

해 어떤 물품인지 스스로 알고 이용할 수

통되고 있는 18종 모두를 표시할 수 있게

있도록 하는 알 권리와 선택의 자유를 방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해하는 법과 제도를 상식적으로 개정해 줄

소비되고 있는 가공식품에 대해 사용된 원 료가 GMO인지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

전분당의 경우처럼 가공 후 유전자변형단

록, ‘검출 기반 표시제’가 아니라 ‘원료 기반

둘째, GMO 원료를 가공한 식용유나

한살림연합 -

백질이나 DNA가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의 무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 와 선택의 자유를 박탈할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 현재 GMO 상용재배가 허용되지

것을 한살림은 요구합니다. ㅂㅅㅅㄹ

식용유, 당류 등 국내에서 주로 GMO가

표시제’를 도입해 어떤 원료로 만든 것인지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GMO 염려가 없는 국내산 농산물 등에

Non-GMO 표기를 할 수 있게 보장해야

않고 있는 국내농산물 등에 대해 표시대상

합니다.

이 아니라는 이유로 Non-GMO 표시를 할 수 없게 하는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수입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GM작물

되는 GMO 농산물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을 가장 많이 수입해 식용유와 전분당 등

못하도록 하고, 이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

식품 원료와 사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

알 권리를 제약할 수 있습니다.

다. 그러나 현행법과 표시기준의 한계 때

이러한 이유로 한살림은 정부에서 공고

문에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식품

한 유전자변형식품 표시기준 개정안에 대

에 GMO 원료가 사용되었는지 알기 어렵

해 우려하며, 현행 기준보다도 더 후퇴한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6년 5월 20일

40

게 되어 있습니다. GMO 유해성 여부에 대

41

|

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

수준이라고 인식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밥 상 살 림

GMO 표시기준을 더욱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정부는 지난 4월 21일 ‘유전자변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코의 눈물>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온몸이 검은 반점으로 뒤덮인 채 태어난 어린 소녀 아이샤 카노의 클로즈업 화면이 머릿속에

해진다. 정부는 ‘산업용’이라는 어설픈 꼼

EU의 경우 GM작물 재배를 금지하는 움직

수를 쓰면서 이 땅에 GM작물을 은근슬쩍

임(Green Wave of EU GMO Crop Bans)

들여놓으려 하고 있다. 언젠가 식용으로도

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15년 9월 말 현재

상용화할 거면서 말이다.

GM작물 재배 금지를 선언한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오스트리아,

에 불과하다. 정부가 개발해 놓은 GM작물

폴란드, 러시아 등 19개국에 달하고, 앞으

이 약 170종에 달하는 만큼 더 많은 작물이

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왜 우리

줄줄이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GM

정부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시대

작물이 한번 상용화되면 우리 농업은 물론

착오적인 GMO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

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도 GMO의 안전

우리 먹을거리 안전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

일까? GM작물이 상업적으로 재배되면 국

성을 경고하는 발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게 된다. 과연 국내에서 생산된 GM작물이

내 농업, 특히 유기농업이 크게 위협받게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일이 현실화되는 걸

된다. 세계 각국은 GM작물을 유기농으로

까? 국내에서 GM작물이 재배된다면 한국

인정하지 않고 있다. GM작물이 상용화되

판 <차코의 눈물> 참상이 일어나지 않으리

면 GM작물 재배농지로부터 날아든 꽃가

라는 보장이 없다.

루가 유기농지를 오염시키는 등의 부작용

가 사는 아르헨티나 차코 주의 참상을 담아 냈다. 이곳에서는 유전자조작(GM)콩 재배 로 대량의 제초제가 살포된 탓에 선천적 장 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매년 급격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는 몬산토가 개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이용되는 글리포 세이트 성분을 발암성 물질 2A 등급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또 지난해 6월 MIT의 한 연구원은 “최근 어린이 자폐증 급증이

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GMO 수입대국’이다. 지난해 식용으로 228만 톤(세계 1위), 사료

GM작물이 한번 이 땅에 심어지기 시

년에 이르면 아이들의 절반가량이 자폐증

용으로 854만 톤(세계 2위)을 수입했다. 우

작하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GM

에 걸린다”는 충격적인 연구보고서를 내놓

리 국민은 GM옥수수와 콩을 사용한 식용

작물 개발 및 상용화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았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농진청)는 지난

유, 전분당, 과자, 빵, 축산물 등을 알게 모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유기농업을 육성·확

9월 초 GM벼 상용화를 위해 식용이 아닌

르게 다양한 형태로 충분히(?) 섭취하고 있

산하는 방향으로 농정기조를 바로 세워야

산업용으로 안전성 심사를 추진하겠다고

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까지 GM작물

한다. 대다수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GMO

밝혔다.

이 재배돼 우리 밥상에 오른다면 어떻게

식품을 먹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의식

될까? 우리는 정말 달갑지 않은 GMO 천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GMO 표시규

국에 살게 될 것이다.

정이 있긴 하지만 워낙 허술하기 때문이다.

몬산토 제초제 ‘라운드업’ 때문이며 2025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GM작물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작물이 없는 상태라 충격은 더욱 컸다. 정부가 안전성을 최종 승인하면 곧 상업적인 재배와 유통이 가능

《한살림》, 2015년 11월

42

사실 세계적으로 볼 때 GM작물 재배

GMO 식품이라도 최종 제품에서 GMO 성

를 허용하는 국가는 늘지 않고 있다. 특히

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상위 5가지 원재료

43

|

정부의 GM벼 상용화 발표는 전초전

되살아난다. <차코의 눈물>은 아이샤 카노

|밥 상 살 림

GM작물 상용화가 우리 농업과 생명밥상에 불러올 대재앙

지난 9월 중순 MBC가 방영한 <차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한살림 30주년 백서

밥상살림

에 속하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다. 정 부는 GM작물 상용화에 매달릴 것이 아니 라 각종 면제조항으로 누더기가 된 현행 GMO 불완전표시제를 ‘완전표시제’로 개선 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한살림은 GMO 완전표시제 전환을 요

|밥 상 살 림

구하는 대정부 정책활동을 계속하면서 정 부의 GM작물 상용화 정책에 적극 대응해

|

야 한다. 조직의 단순 입장표명에 머무르 지 않고 한살림 조합원과 생산자가 스스로 폭넓게 참여하는 조직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해 왔던 식량자급력 향상, 토 박이씨앗살림, GMO 자율표시운동에도 더 욱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도 우리와 같은 밥상을 차릴 수 있 도록 GMO를 막는 데 우리의 마음을 모았 으면 한다. ㅂㅅㅅ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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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야. 모든 생물이 함께 살아야 해. 나는 죽기 전까지, 힘이 닿는 한 내 작은 땅

“ 농사는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있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면 훨씬 쉽고 다섯, 열 명이

과 그곳에 사는 생물들을 살리는 농사를 지을 거야. 그게 농약에서 우리를 살려 주고 우렁이농법을 알

모이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다들 약자들인데, 뭉쳐야죠. 생산도 소비도 협동이 우리 농업의 희망입

게 해 준 하늘의 뜻에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

니다.”

|농 업 살 림

협동이 농업의 희망

한살림 30주년 백서

하늘 뜻 따르는 우리 땅 생명농법

|

고 최재명_ 우렁이농법을 창안한 생산자

김찬모_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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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살림

생 산 자

토 박 이 씨 앗

농 업

환 경

농 지 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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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한 끼에 210원

10월 21일 소협 회의실에서 쌀 생산자와 소비자 대표 격인 임원들이 모여 추수된 쌀값을 논의했다. 어렵사리 생산한 쌀을 놓고 소비자도 값 매기기가 난처하고 생산자 또한 쑥스러워하는 가운데, 일 년 간 유기농을 한 모습들을 알리는 생산자와 감사한 마음을 가진 소비자 간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평년작은 된단다. 유기농의 어려움은 무엇

이 아니냐며 1만4,200원 인상을 주장하기

을에 일 년 쌀값이나마 받을 수 있도록 노

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인상 폭은

력해 보자. ㄴㅇㅅㄹ

10%가 조금 못 되는 1만3,000원으로 결정 되었다. 그래서 생산자의 정성과 사랑과 보살핌이 듬뿍 들어 있는 영양쌀이며 병원 비까지 포함된 건강쌀이 한 가마에 유통비 용 1만3,000원을 더하여 16만8,000원에 공급되게 되었다.(농민으로부터의 구입가

|

“그래도 10% 선은 인상되어야 생산자도 생활을 할 것이 아니냐!” - 소비자

긴 장마와 태풍에도 불구하고 작황은

자금을 내어 보관은 생산자가 맡더라도 가

|농 업 살 림

“모든 물가가 오르니 우리라도 좀 잡아 두자.” - 생산자

선은 인상되어야 생산자도 생활을 할 것

격, 한 가마 80kg, 15만5,000원) 먹는 것은 밥 한 공기인데 쌀값은 항상

보다도 제초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의 부족 글

이다. 더구나 요사이는 품값은 접어 두고

한살림 -

라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가마니로 계산하여 값이 엄청난 것 같다. 우리 한 끼 쌀값은 얼마일까? 보통 집에서

쓸 만한 인력은 도시나 농공단지에 다 빼

먹는 밥 한 공기는 쌀 100g이면 되고, 쌀

앗겨 버려 남은 노인들을 고용했다가 일이

한 말(8kg, 1만6,800원)이면 밥 80공기가

되지 않아 난감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무농약 쌀

기농 신규 생산지는 느는데 기존 생산지는

로 지은 한 끼의 밥은 210원이 된다.

주는 경향이 있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유통비용 1만3,000원은 마진율이 10%

지으면 지을수록 느는 잡초에다 제초작업

도 채 못 되는데 이는 쌀 운송비를 포함해

노동력이 모자라 어지간한 굳은 마음이 없

서 쌀을 8kg으로 포장해서 공급하는 비용

으면 몇 년 만에 다시 화학농법으로 돌아

을 말한다. 쌀 8kg에 1,300원의 유통마진

가는 이도 있다.

은 결코 높은 것이 아니며 그 이하로 내려 가면 조합 경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생산자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가 마당 30만 원도 모자란다는 의견도 있었는

또 쌀값 책정과 관계없이 한살림에서는

데 어떤 생산자는 모든 물가가 오르니 우

가을에 한꺼번에 수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라도 좀 잡아 두자며 8,000원 인상이 마

농가에서는 저장도 떠맡고 목돈을 만져 볼

땅하다 하고, 어떤 소비자는 그래도 10%

<한살림>, 1991년 11월

50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기회도 없다. 올해는 모든 조합원이 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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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을 지키고 우리밀을 살리자

우리쌀이 죽음의 벼랑 끝으로 밀 려날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이 자 국의 얼마 안 되는 쌀 생산 농민의 이익을 위해 600만 우리 농민의 생존과 우리 국민 의 생명을 무시한 채 힘의 논리로 쌀 수입 개방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과밀 현상에 따른 교통, 실업, 공해 등

각종 도시문제, 전통과 문화의 파괴, 생태

는 서구식 식생활을 우리 풍토와 우리 체

계의 파괴, 식량의 안전성과 안정적 공급

질에 맞는 쌀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이 되

문제 등 값싼 가격의 수십 배에 달하는 피

도록 나와 이웃의 밥상, 학교급식 등의 변

해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은 너무나 자명

화에 노력함으로써 생산비가 보장되는 우

한일입니다.

리쌀 소비 확대에 앞장선다.

우리는 수입농산물에 의해 변화되고 있

의 안전성문제는 수입밀에 의해 우리 밀밭

농업을 살려 냄으로써 농촌살림과 우리

밥상 주인으로서 민족자주성을 지켜 주고

이 사라짐에 따라 우리가 지금 일상적으로

생명살림을 기할 수 있는 대안실천활동인

있는 유일하게 남은 생명의 젖줄이며 우

먹고 있는 맹독성 농약으로 오염된 수입밀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회원으로 적극 동

리 모두의 고향인 농촌을 지키는 주춧돌

에서 실감하고 있는 것 이상일 수밖에 없

참한다.

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의 생명과

건강을 농약에 뒤범벅이 되어 들어올 수밖

원산지 표시와 생산, 저장, 가공 과정에서

정하여 ‘쌀은 콜레스테롤이 없는 가장 이

에 없는 수입농산물과 그 제품에 방치한다

의 오염실태를 상세히 밝혀 국민생활을 보

상적인 식품이고, 쌀농사는 논에 물을 저

는 것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부모의 도리

호하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과, 마지

장하는 기능을 가져 수자원 보전효과와 수

가 절대 아닙니다.

막 하나 남은 쌀의 수입개방 압력에 대해

입니다.

한살림 -

미국이 자국민에게는 ‘쌀의 달’까지 제

질향상에 큰 기여를 하며 산소공급과 탄

따라서 이 땅의 생태계에 적합했던 우

산가스 흡수로 공기 정화기능이 지대하다’

리 밥상을, 파괴된 것은 원래 모습대로 살

는 등의 이유를 들어 쌀 소비와 쌀농사 보

려 내고 파괴되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막

호를 주장하고 있으면서 우리 겨레의 생명

아 내야 합니다. 우리 밥상을 지키고 살리

젖줄인 쌀 생산터전이 파괴되는 쌀 수입개

려는 강한 의지가 모아지면 파괴된 밥상도

방을 강요하는 것은 얼마나 극단적인 이기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실한 희망을 우

주의의 발상이요, 생명말살 행위입니까?

리밀 살리기 운동으로 살아나고 있는 우리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농산물을 값싸다는

밀밭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생명살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가 선택하게 된다

림운동을 밥상살림으로부터 시작하고 있

면 우리 농민들은 유랑의 길을 떠날 수밖

<한살림생활협동조합 결의문>, 1993년 2월 27일 제6차 정기총회

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모두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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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농산물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우리

관계당국은 수입농산물에 대해 엄격한

반대하는 전 국민의 결의를 토대로 굳세게 맞서길 촉구한다. ㄴㅇㅅㄹ

는 우리는 제6차 정기총회를 마감하면서 다음 사항의 실천을 결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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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쌀은 우리 겨레의

|농 업 살 림

이 중에서도 쌀 수입개방에 따른 식량

우리 농민의 농사 수입 가운데서 절반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당면한 절체절명의 농촌·농업 의 위기는 바로 우리 각자의 생명 위기입 니다.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생명 은 밥을 먹어야 유지되며, 이 밥을 만드는 곳이 농촌이요, 하늘과 땅, 농민들이 만들 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쌀 수입개방과 관련해 국민에게 드리는 글

바른 농업을 살리는 일을 중심으로 일해 왔

우리의 생명인 농업을 살립시다

습니다. 즉 농민과 도시 생활인들이 손잡

고 외국농산물 및 화학농약농법의 문제에

고 건강한 농산물의 생산터전과 건강한 밥

대한 지속적 홍보에 열심히 나섭시다.

상을 마련하면서 친교와 생활변화를 기해

가는 생활공동체운동을 실천해 왔습니다.

의 손에 의해 주도적으로 될 수 있는 제도

그동안의 활동 결과로 2만 세대의 소비

바른 먹을거리는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

농산물의 생산, 저장, 가공, 유통이 농민

와 정책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합시다. ⊙

와 품성을 인간이 삶의 방식으로 체득하

는 국민 모두가 농업에 대한 바른 인식과

업살림을 위해 직간접으로 할 수 있는 일

는 곳이, 농사 행위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

지속적 실천의지만 있으면 우리 농업을 우

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농촌이란

리 스스로가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

나섭시다.

것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모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물적·인적으로 자신이 농

우리 한살림은 우리 땅과 밥상을 살리고

국민 여러분! 한순간의 외침이나 일시

생명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늘려 나가는 생

적 동정, 한순간의 언론보도에 눈길만 보

명살림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열심히

100% 완전 수입개방이라는 사상 최대의

내는 그런 관심으로는 우리 농업은 살아날

함으로써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위기를 맞아 임종 직전의 마지막 가쁜 숨을

수가 없습니다.

농민, 신명 나는 농촌 마을, 더불어 살아가

한살림 -

게 태아의 탯줄처럼 소중한 농업과 농촌이

몰아쉬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이 숨을 거

다음 사항을 실천하는 데부터 우리들

두고 나면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의 적극적인 농업살림 의지를 모으길 제

우리의 생명선인 농업살림의 길에 함께 나

안합니다.

섭시다. 이미 우리 한살림은 1986년부터

황금만능주의, 물량주의, 이기적 편의주의

뒤 면의 관계와 같다는 각성을 확산시켜

등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농업을 중히 여기

나갑시다.

는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변화시키는 데 농

업을 살리는 길이 있다고 믿고 그 대안운

은 우리 농산물로 차려지도록 합시다.

동을 펼쳐 왔습니다.

가 오히려 튼튼한 희망의 주춧돌이 되도록 지혜와 실천을 거듭 당부드립니다. ㄴㅇㅅㄹ

농민은 소비자의 생명을 지키고 소비자

을 먹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먹는 목적에

가는 한살림과 같은 농산물 직거래 운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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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마음이 되어 농업의 최대 위기

각 가정의 밥상이 우리 자연조건에 알맞

는 농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관계를 만들어

<한살림>, 1993년 12월

을 다짐합니다.

우리 농업과 우리 각자의 생명은 손의 앞

구체적으로 우리 인간의 생명유지는 밥

맞는 밥이 생산될 수 있는 땅 살리는 일과

는 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 분발해 나갈 것

적극 동참합시다.

55

|

자와 생산자가 동참하고 있는 지금, 우리

|농 업 살 림

또한 순환 공생하는 자연생명세계의 원리

두가 다 아는 것처럼 이 땅에 사는 모두에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묵을 과하게 뿌린 탓이다. 이렇게 자연은

다마금을 아시나요

히 비단을 펼친 듯 약간 붉은색을 띤다. 나

늘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그래도 그렇

는 이 다마금 벼를 우리 논 2,000평 중에

게 크게 밑지지는 않은 듯하다. 다마금 자

서 300평에 심었는데 금년에 국립농산물

체가 비료와 계분, 돈분 없이 풀을 베어

검사소에서 무농약 유기농산물 품질인증

퇴비 만들어 농사짓던 시절에 적합한 품

는 일반적으로 심었던 벼인데, 지금 국내

을 받았다. 보는 사람마다 무슨 벼가 저렇

종이다 보니 옛날에도 한 마지기(200평)

에서는 거의 멸종을 했고 농촌진흥청 종자

게 생겼느냐며 아주 신기해하는 모습은 나

에 쌀 두 가마 수확하면 많다고 하였다

보관소에만 보관되어 있다.

만이 재배한다는 어떤 자부심과 긍지를 갖

고 한다. 통일벼 품종은 네 가마에서 다섯

게 해 준다.

가마, 일반 품종은 네 가마의 소출을 하

‘벼 품종의 하나로 10월 중순에 익는 비교 적 좋은 품종’이라고 되어 있다. 언뜻 듣기 에는 일본 품종인 듯싶지만 순수한 우리의 품종인 다마금은 통일벼가 나오기 전까지

전북에 사는 쌀농사꾼 박문기 씨가

어린 시절 새 옷을 입으면 동네 아이들

는 게 보통이다. 보는 사람마다 “멸구 약

다마금 볍씨를 훔쳐다 번식을 시켰다고 하

에게 자랑하고 으스대던 것처럼 다마금을

을 하지….”, “농약을 살짝 해….”라고 한

심은 내 마음도 그랬다. 김매기는 오리가

다. ‘살짝’이란 표현은 아무도 모르게 하라

했으니 별로 힘들지 않았으나 키가 너무 크

는 뜻에 가깝다. 농약을 할 줄 몰라서 그

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이삭이 나

렇다면 농약을 해서라도 멸구를 박살 내야

올 때부터 다 익을 때까지 태풍만 없다면

겠지. 그저 내년에는 잘 지어 보자는 마음

올해는 작년보다 작황도 좋아 나도 풍년의

뿐이다. 10년 넘게 옹기를 굽거나 뭐 다른

대열에 합류하겠구나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을 했다면 도(道)에 가까운 어떤 이치를

수확철이 다 되어 가는 9월부터 몇 년 만

터득하기도 했으련만 농사꾼은 그저 기능

에 한 번씩 나타나는 멸구가 일기 시작하였

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평생 농사

무도 심는 사람이 없어 나 혼자 심었다.

다. 처음에 맷방석만큼 번지던 멸구는 하

꾼일 수밖에 없다.

다마금은 밥맛은 좋지만 수확량이 형편없

루가 무섭게 논 전체를 파먹는다. 펄 벅의

무농약 벼농사를 포기하고 마는 심정을

고 병충해에 약해서 대부분의 농사꾼들은

소설 《대지(大地)》에 나오는 메뚜기 떼같이

나는 이해한다. 그래도 먹어 주고 인정해

통 심으려 하지 않는다. 키가 보통 품종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자연의

주는 사람이 있기에 유기농을 고집할 것이

다 30cm는 더 커서 바람만 살짝 불어도

힘인 양 멍청히 바라만 보아야 했다.

다. 올 1년을, 또 10여 년을 돌아보니 어떻

5~6년 전에 중국 동포로부터 열한 개의

는데, 나도 그분으로부터 2년 전에 볍씨를

강수옥 충남 부여 딸기 쌀 · 생산자

구하여 심기 시작했다. 나이가 60쯤 되는 사람은 다마금이 밥맛 좋고 예전에 흔히 심었던 벼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어르신들한테 들어서 기억할 뿐이다. 작년에는 우리 동네에서 같이 딸기농 사를 짓는 청마공동체 중 세 사람이 다마 금을 심었으나 올해는 늘어나기는커녕 아

쓰러지려는 벼를 심으려 하지 않는 게 당 연하다. 다마금 벼 이삭은 수수목처럼 탐스럽

<한살림>, 1997년 11·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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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구는 거름기 없는 벼는 타지 않고 조

게 지냈나 싶게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

금 잘되거나 쓰러진 벼논에 발생하고 그

지만 또 소비자들을 만날 일을 생각하면 기

극성이 아주 심하다. 나도 욕심을 부려 깻

운이 난다. 10월 26일 서울 한살림에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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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다마금’의 ‘금’ 자는 비단 금 자이니 가

|농 업 살 림

쌀 농사꾼의 1년을 돌아보며

한자 사전에 다마금(多摩錦)은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린 시절 그렇게 가을을 지냈다. 두부도 장

이 글을 쓰는 지금, 서울 여의도

로 밥을 지어 시식하기로 작정을 했다.

터에서 만들려고 계획했다. 그런저런 생각

에 10만의 농민들이 모여 농업을 살려내라

예부터 멸구 먹은 쌀은 밥맛도 없다

에 들떠 있는데 농산물 검사소에서 전화가

외치고 있다. 5천 년 유구한 역사의 중심

한다. 그래서 우선 멸구가 먹었으니 밥맛

왔다. “인증제 받은 쌀은 그런 방법으로 출

축에서 한민족의 정서를 담아내며 우리 문

은 어떤지 가정용 방아에 찧어 밥을 지어

하하면 안 됩니다.” 일단 농약 검출 여부를

화를 일구어 온 농업이 절망의 벼랑 끝으

먹어 보기로 했다. 아내 한다는 말이 “싸

검사해서 합격한 다음 규정된 포장지에 넣

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 땅 갈고

래기가 너무 많아요.” 가정용 방아는 싸래

어 출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써레질하며 낫으로 벼 베던 기억이 엊그제

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밥맛이 다마금 맛

리 변명도 할 수 없어 금년은 할 수 없이

언제부터인가 경쟁과 투쟁 속에서 하루하

이 아니었다. 이래 가지고는 한살림 장터

포기하기로 했다. 단지 다마금 쌀은 공급

루를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과 불

에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밥

할 양도 얼마 되지 않는데 포장지를 따로

안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을 다시 지었다. 아니, 이것은 밥맛이 좋았

만들기가 아까워서 지금 쓰고 있는 한살림

올해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

다. 아내 말이 “밥물을 조금 더 넣었지요.”

포장지에다 품질인증 스티커만 붙여 12월

약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크게 깨달은 해

썩어도 준치라던가?

쯤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내년에 두부도

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

한살림 장터에 갖고 나가자. 큰 무쇠솥

그 자리에서 만들고 청국장과 배추 겉절이

서 날마다 내리는 비, 계절도 무시한 냉

을 떼어 가지고 가서 장작불로 불을 때 밥

곁들여 다마금 쌀밥 맛을 보는 장터를 기

해, 예년에 없던 전국적인 해충피해를 통

을 지어 보자. 한살림 물류센터에 전화를

대해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공짜로, 아

해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걸어 서초구청 장터에서 장작불로 밥을 지

니 공짜라고 하면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우리는 그 소리를 들

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실무자의 말

것 같다. 그냥 서로 나누어 먹는 것, 이것

어야 한다.

이 서초구청 마당이 아스팔트라 녹아서 불

이 한살림 아닐까. ㄴㅇㅅㄹ

11월 17일부터 10여 일간 충남 아산에

을 지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였다.

서는 내년도에 소비자와 함께 나누어 먹

무쇠솥에 장작불로 밥을 지어야 제맛이 나

을 벼 1,800톤(4,500포)을 수매했다. 그런

는데, 좋은 쌀을 굳이 압력솥으로 할 필요

데 이른 봄부터 열심히 땀 흘려 농사지은

가 없다. 구수한 숭늉 맛은 어린 시절 향수

벼를 싣고 오는 전국 생산자들의 얼굴에

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거기에 청국장

는 수심이 가득하다. 아마 속은 더 시커멓

과 집에서 만든 두부를 넣고 무도 함께 넣

게 탔을 것이다. 그래도 입가에는 미소를

어 끓인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나는 어

머금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막걸리 한잔에

58

|

같은데,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농민들은

이호열 충남 아산 생산자모임 부회장 -

서초구청 장터는 시간도 촉박하고 달

기 선별이 안 된다. 어쨌든 밥을 지어 먹어

논속 우렁이와 오리를 그들은 보았는가

|농 업 살 림

는 한살림 가을걷이잔치한마당에 다마금으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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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스 피해가 있다고 농학박사님들이 떠

Stomach-Washing가 더 어렵다고 한다.

숙여진다.

들어 댄다. 그것은 농사를 한 번도 지어 보

태교를 처음 과학적으로 규명한 구 소련의

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농민들

유전과학자 루이센코는 ‘후천성 획득 형질’

유기농업 평가절하, 오해도 계속되지만

은 다 알고 있다. 우렁이 새끼들이 헤엄을

의 법칙에 따라 사람들은 어릴 때 즐겨 먹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은 2천 년이라는 기나

치고 다니며 논바닥에 난 풀을 뜯어먹는

던 음식료의 맛에 길들여져 나이가 들어서

긴 세월을 거쳐 농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그들은 본

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어릴 때

어져 왔다. 그런데 40년의 역사도 채 안 되

적 있을까. 한 줄로 쭈욱 늘어서서 논의 풀

부터 익숙해진 입맛 정도가 아니라 우리

는 현대의 화학농업은 조상들의 슬기로 이

을 매 나가는 오리의 모습을 보면 그 옛날

민족의 역사와 줄곧 함께해 온 쌀밥, 된장,

어 온 유기농업을 부정하고 오직 대량생산

이웃들과 호미로 논을 매면서 노랫가락을

고추장, 김치 등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넘

에만 매달려 토양을 오염시키고 마을 앞 냇

불렀던 모습이 절로 생각나기도 한다. 농

어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원형질 같은 것

물조차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짓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책

이다. 그런데 다음 세대들이 우리들처럼

현대적 의미의 유기농업이 우리에게 소

상머리에 앉아 연구만 하는 사람들은 우리

마음껏 우리 고유의 음식을 먹고 살아갈

농민들만큼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조짐들이 한둘이 아

개된 것이 불과 30여 년밖에 안 된다. 모진 시련을 딛고 유기농업을 이어 온 선각자들

그 어느 누구도 유기농업의 가치를 부

의 의지와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 겨우 유

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설령 그런 사람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쌀을 평균

기농업인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과정에

이 있다 해도 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69.8kg씩 소비했다고 한다. 1984년

이른 것이다.

함께 뭉쳐 하나뿐인 지구를 생명이 살아나

130.1kg로부터 꾸준히 줄어 왔고 2011년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유기농업을 평

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할 것이

71.2kg에서 1년 만에 1.6kg 감소했다. 도

가절하해, 마치 60년 판잣집을 연상시키듯

다. 아직도 냉소를 참아 가며 농사짓는 농

시화와 식습관이 서구화된 때문이다. 도

천하에 못살고 못 먹을 일이 유기농업인

사꾼과 먹는 일에 그렇게 유난 떨지 말라

시 가구들은 하루 세끼를 다 챙기는 경우

양 비아냥거리는 일부 학자들의 모습을 보

는 둘레 사람들의 비웃음을 미소로 받아내

가 적어졌고 그나마도 쌀밥이 아니라 빵,

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렁이농업은 우

는 소비자들이 쓰러져 가는 농업을 떠받치

라면,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먹는 일이 많

렁이가 벼를 다 갉아 먹어 안 된다고 있지

고 이끌어 갈 것이다. 후손들에게 이 자랑

다. 반면 상대적으로 식생활 패턴의 변화

도 않은 얘기를 하고, 오리농업에서는 오

스러운 생명살림의 유기농업을 물려 주기

가 적은 농촌의 주민들은 2012년 1인당 쌀

리 배설물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오랜 실

위해 우리 한살림 생산자들이 이를 더욱

을 111.2kg 소비했다.

험 끝에 쌀겨가 제초문제를 해결할 수 있

굳게 지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ㄴㅇㅅㄹ

60

쌀 자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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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하는 생산자들을 보면 나 또한 고개가

|농 업 살 림

세뇌Brain-Washing보다 세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

겠다며 한숨 돌리고 있을라치면 쌀겨 농법

푸념을 쏟아 내며 내년의 풍년 농사를 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니다.

쌀 소비가 줄었는데도 그동안 남아돈다

<한살림>, 2013년 3월

61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매한 경험이 있다. 쌀은 우리나라만이 아

풀뿌리운동처럼 건강과 아이들의 미래를

년에는 쌀을 83%밖에 자급하지 못했다. 그

니라 중국, 일본 및 동남아 사람들에게도

위해 아침밥 먹기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

나마 쌀을 자급해 온 덕에 우리나라 식량

주식이다. 2008년 국제곡물가격 파동이

다. 쌀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은 이상적

자급률이 25% 내외를 유지해 왔는데 이제

일자 베트남과 태국이 쌀 수출을 중단한

인 식품이며 아침밥을 먹으면 두뇌가 활성

이마저도 위태로워졌다. 해마다 논밭 2만

것처럼 부족해질수록 사 오기 힘들 게 분

화되고 폭식을 막아 비만을 방지할 수 있

정보(여의도 면적의 60~70배)가 사라지

명하다. 주곡만이라도 자급기반을 확보하

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학생과

고 있는 탓이 가장 크다. 2011년 우리나라

는 일이 급선무다.

군인들에게 친환경급식을 확대하고 점심

아무리 쌀농사가 중요하다고 해도 실질

저녁을 밖에서 먹는 일이 대부분인데 여기

3.7%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변화 영향도

소득이 낮으면 농민들은 다른 농사로 전환

에 국적 불명의 쌀이 쓰이지 않도록 사회

있지만 논과 쌀농사를 지키겠다는 정책의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값이 오를 조짐

전반으로 친환경급식을 확대해야 한다.

지가 결여된 탓이 가장 크다. 최근 들어 중

이 보이면 값싼 수입쌀을 풀어서 가격을 통

쌀은 환경생태적으로도 여름철이 고온

앙부처, 지자체 할 것 없이 농지에 대한 용

제할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논 소득기

다습한 우리나라의 홍수 방지와 생태계 유

도변경을 쉽게 허락해 지난 10년 동안 20

반 다양화 사업’이라 하여 쌀 대신 다른 작

지를 위해 가장 알맞은 작목이다. 쌀농사

만 정보가 감소했다. 식량 생산량이 줄 수

물을 생산하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지난 7

가 무너지면 IMF구제금융사태 때 사료곡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곡

년간 쌀값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이렇다

물을 수입하지 못해 닭, 돼지를 굶겨 버리

물자급률 32%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보니 단기간에 한 톨이라도 더 거두려고 농

던 것처럼 상상하기도 끔찍한 재앙이 닥칠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75만 정보의 농지

민들은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

수 있다. 국민의 건강생명권과 후손들의

가 필요하다. 그러나 2011년 현재 농지는

농업에 매달리게 되고, 논에 관상수를 심

생존권을 위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

169만 정보밖에 남지 않았다. 말과 현실이

거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쌀의 재

해 쌀을 지켜야 한다. ㄴㅇㅅㄹ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배 면적을 유지하고 쌀농사를 지속하면 직

쌀이 더 부족해지면 수입을 해 오기도

불금을 지급하는 ‘쌀 소득 직불금’ 제도를

어렵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식량생산

강화하고 여기에 ‘친환경농업 직불제’를 더

량이 감소한 데다 쌀은 전체 생산량의 10%

하면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실질적인

남짓만이 국제시장에서 거래된다. 1980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관행 쌀농사를 유기농

전두환 정권 초기에 흉작이 들어 캘리포니

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아 쌀을 사 오려고 했을 때, 3년간 구입하

또한 쌀 소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겠다는 보장을 하고 구걸하듯 현금으로 구

도 중요하다.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62

|

의 식량자급률은 22.6%로 쌀을 제외하면

|농 업 살 림

던 쌀이 이제는 자급도 어려워졌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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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쌀 관세화 시장개방 중단하라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쌀에 대 해 관세만 내면 누구나 수입할 수 있게 관 세화를 통한 수입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발 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지난 20년간 쌀 시장을 개방 하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쌀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3년

시장개방을 중단하고, 일단은 2014년 상

23.1%까지 추락했다. 그나마도 쌀을 거의

태, 즉 쌀 수입 허가제와 2014년 의무수입

자급해 온 덕에 간신히 이 수준이라도 유

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해 왔는데, 최근 쌀 자급률은 꾸준히 하

현상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향후 협상전

락해 80%대에 머물고 있다. 또 나날이 심

략을 위해서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는 것

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우리 농촌의 고

이 필요하다.

실을 감안할 때 쌀 시장개방은 그나마 지

개방 관련 통상협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

천 톤까지 늘어난 점을 들어 쌀을 전면 개

탱해 오던 쌀의 생산기반을 무너뜨리고 우

고 이를 토대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논

방하는 일이 불가피하고, 시장을 개방하

리 농업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

의를 전개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더라도 높은 관세를 매기면 수입물량이 더

갈 것이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통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협상안을 도출

정부의 ‘쌀 관세화’ 방침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량이 국내 소비량의 9%에 달하는 40만 9

쌀은 단순히 시장개방 문제를 정책 담

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주권국가의 주인

당자들이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인 국민으로서 생존이 달린 문제에 대해

아니다. 쌀은 단순히 수많은 식료품 가운

온전히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면 우리 뜻대로 고율관세를 유지하는 일이

데 하나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시원과 함

하는 요구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께해 온, 말 그대로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넷째, 불가피하게 시장개방을 하게 되

정부가 쌀 시장 전면개방을 일방적으

농업의 근간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장

더라도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로 선언한 일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많지

개방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내에서 가장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고 이를

만, 논리적 근거 자체가 희박하다. WTO

것이다.

법률로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이후

이상 늘지 않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

한살림연합 -

러나 한중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 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

진행될 WTO나 TPP 협상 과정에서 예상되

협정문에는 쌀 시장개방을 미룬다고 의무 수입량을 늘려야 하거나 한번 늘어난 의무

우리쌀 시장개방 불가피론을 되풀이

수입량을 다시 줄일 수 없다는 조항이 없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

다. 2014년 9월까지 쌀 관세화를 통보해야

한다.

할 이유 역시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

첫째, 수입개방 불가피론을 펴기 전에

구하고 자동적으로 ‘2015년 쌀 시장개방’이

우리쌀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종합적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인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

이다.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4년 8월 28일

64

는 관세율 추가 인하 압력에 대응하기 위 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한살림은 쌀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노 력할 것이다 먼저, 45만 한살림 가족과 이러한 인식 을 공유하기 위해 홍보와 학습 기회를 더

둘째,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쌀

65

|

셋째,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쌀 시장

|농 업 살 림

령화 등 우리 농업 농촌이 직면해 있는 현

수입해 왔다. 정부는 2013년 쌀 의무수입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욱 확대하고 쌀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을거리로 남고 우리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쌀밥 하면 어머니께서 옛날이야

다각적인 조합원 참여 캠페인을 벌일 것이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지금 쌀 시장 전면

기처럼 들려주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

다. 쌀 시장개방은 6% 농민들만의 문제가

개방을 막기 위해 한살림은 최선을 다할

느 날 집에 손님이 한 분 오셔서 어머니께

아니다. 94% 소비자들과 우리 후손들의 생

것이다. ㄴㅇㅅㄹ

서는 아끼고 또 아껴 두셨던 쌀로 밥을 지

존과 직결된 절박한 문제다.

쌀의 눈물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어 밥상을 차리셨습니다. 저도 쌀밥을 달

체, 생협조직 등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아버지와 손님에게 상을 차려 드렸습니다.

연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개

저는 문틈으로 두 분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방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보며 밥을 남겨 주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다. 쌀 시장개방과 국내 쌀 시장의 불안

손님이 체면상 밥을 남기고 수저를 놓자

이 가중되면 쌀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자급

아버지는 다 잡수시라며 밥그릇에 물을 부

률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기

어 드렸습니다. 손님은 할 수 없이 밥을 모

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라도 일어나면 이

두 다 잡수셨고 그 광경을 본 저는 울음을

제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아찔

터트리며 “다 먹었잖아”라고 소리를 질렀

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한살림만

다고 합니다. 손님은 몹시 당황하며 저를

의 문제도, 우리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달래려고 쌈짓돈을 쥐여 주셨습니다.

셋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합심해 쌀 생

1960년대만 해도 쌀밥은 명절이나 제

산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이를

삿날, 생일에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하디귀

위해 쌀과 우리 풍토에 맞는 잡곡 등 식량

한 음식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 시

자원을 살리는 밥상문화를 지키고 쌀 관련

절 사람들의 가장 큰 소원이 쌀밥을 배부

물품을 늘리는 한편, 쌀 이용 장려 및 결집

르게, 매일 먹는 것이었을 겁니다. 제가 태

활동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할 것이다.

어난 지 100일 만에 온 이곳 홍천군 남면

|

님이 남기시면 ‘너 다 줄게’라며 달래고는

|농 업 살 림

는 쌀 시장개방 문제를 막기 위해 농민단

최원국 강원 홍천 명동리공동체 생산자 -

라고 졸랐고, 어머니는 밥이 부족하니 손

둘째, 우리 후손들의 미래까지 위협하

명동리에서 아버지도 쌀농사를 지으셨습 쌀은 유구한 세월 동안 우주 만물의 협

니다. 하지만 집에는 늘 쌀이 귀했습니다.

동과 농부들의 땀과 정성으로 이 땅에 이

내다 팔기도 빠듯한 형편이었지요.

어져 왔다. 앞으로도 쌀이 우리 민족의 먹

도시에서 일도 해 보았지만, 하늘에서

66

<한살림>, 2015년 10월

67


준 저의 업은 농부였습니다. 쌀농사를 지

속에는 풍년을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하는

은 지 올해로 마흔세 해. 저는 33,057㎡

데 농부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라면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초록바다 풍광

논 면적은 계속 줄고 농촌 인력도 고령화

부의 눈에는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는

대 나라의 식량증산정책으로 저도 농약을

되어 가는 상황에서 쌀이 대접을 받지 못

현실이 있습니다. 해마다 쌀 소비가 줄어

치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고 남아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들고, 이에 따라 쌀농사를 포기하는 이들

부터인가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

수 없습니다. 지난해 농부의 손을 떠나 소

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생산지 쌀

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때, 이

비자를 찾던 쌀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값은 15년 전이나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고

웃에 살던 이가 무농약 농사를 제안했고

농부의 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보이지 않

농자재, 인건비가 많이 올랐는데 쌀값이

그렇게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는 쌀의 눈물을 바라보며 배고팠던 시절,

낮으니 농민들이 땀 흘린 대가를 못 받는

그러나 풀과 벌레를 잡을 길이 없어서 숱

귀한 대접을 받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고생을 했습니다. 틈만 나면 유기농사

올해의 쌀은 모두 주인을 찾아 누군가의

일반 관행 농사, 즉 화학비료 농약을

를 먼저 짓기 시작한 곳을 견학하며 목초

건강을 위해 소비되는 자랑스러운 쌀이 되

사용해서 짓는 벼농사는 농가들이 편하

액, 현미식초, 청초 발효액 등 제초에 좋

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ㄴㅇㅅㄹ

게 농약 소독된 종자를 씁니다. 볍씨를 살

다는 것도 실험을 했습니다. 이렇다 할 결

균제와 살충제를 섞은 농약 물에 담가 두

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오리농법을 알

었다 사용합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살균제

게 되었고, 제법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

만 써도 병이 없었는데 요즘은 병균도 내

니다. 손가락질하던 주변 농가들도 유기농

성이 생겨서 더 독하게 살충제를 써야 합

사를 짓겠다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

니다. 화학농약으로 동식물이 잘못되어 가

만, 판로가 막막했습니다.

니 생태계가 파괴되어 곤충들이 할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2000년 한살림을 만

우리 인간이 다 하려 하니 바쁘기만 합니

나 초상집이 잔칫집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다. 한살림 쌀의 볍씨는 각 농가가 자가 채

볍씨를 파종하여 모를 기르고 심었습니다.

종하거나 유기농 채종포에서 엄선된 종자

따가운 땡볕 아래 잡초와 씨름하며, 병충

를 재배면적 약정서와 함께 각자 회장, 반

해와 싸우며 애지중지 키워 냈습니다. 고

장을 통해 공급받습니다. 이 볍씨를 4월 씨

생했던 기억도 잊을 만큼 풍년이 들어 누

앗 담그기 전에 독한 농약 효과와 비슷한

런 황금 들녘이 바람에 넘실거립니다. 맘

효과를 내기 위해 열탕 소독을 합니다. 60

|

터 유기 쌀을 냈던 것은 아닙니다. 1970년

|농 업 살 림

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지요? 하지만 농

정선섭 충남 아산연합회 인주지회 생산자 -

우리의 주식은 분명 밥이라고 하는데,

의 논에서 찹쌀 농사를 짓습니다. 처음부

68

쌀은 생명의 혼이기에 농부는 자연의 일을 거들 뿐

요즘 멀찍이 논을 바라보고 있노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15년 8월

69


약 종류가 있지만, 값도 무척 비싸고 화학

까? 특히 한살림 쌀 품종은 각 지역의 기후

평화를 유지하고 식탁의 먹을거리에서 가

를 넣고 정확히 10분간 담가 둔 채로 자루

농약같이 효과가 뚜렷하게 나지도 않으니

에 맞는 지정된 품종만 쓰는데, 국내외 벼

족 간의 대화도 생기고 세상 이치에 대해

를 흔들어 속까지 골고루 온도가 균일하게

어렵습니다. 그래도 많은 비용을 들여 예

의 모든 특성이, 다수확에 병해충에 강하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

전달될 수 있도록 한 뒤 찬물에 식혀 매일

방 치료에 쓰고 있습니다. 긴 장마가 오면

고 쓰러짐에도 강한 것은 밥맛이 덜하고,

다 하여도 먹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주식

물갈이하며 산소 공급을 시켜 줍니다. 이

습해서 또 병이 발생해 반복되고 가뭄이

밥맛 좋은 종자는 병해에 약하고 잘 쓰러

인 쌀이기에 쌀 한 톨, 밥 한 그릇이 식탁

렇게 해야 키다리병이라는 기형된 싹이 나

오면 다른 병이 발생합니다.

지며 병해충 방제가 어려워 수확도 떨어집

에 오르기까지 농부의 수고를 생각하면서 드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ㄴㅇㅅㄹ

농부들은 병해충 파수꾼 노릇 하느라

니다. 좋은 성분만 있는 생명 있는 쌀을 먹

은 자라면서 양분만 소모하고 이삭이 없거

많은 고민을 합니다. 독한 화학농약 유혹

기 위해서는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고

나 자라다가 죽어 버려 수확량이 감소됩니

도 대단해 참는 고행도 따릅니다. 흉년

햇볕과 비와 바람을 제때에 주셔야 하고

다. 크고 튼튼한 모를 옮겨 심어야 병해충

엔 모든 사람이 먹을거리를 더 사다가 안

우리 농부는 약간의 보조 역할만 하는 것

에 견디고 제초에도 유리한데 그러지 못해

정되게 채우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쌀을

입니다.

어려워들 하고 있습니다.

지키고자 하면 우리 농부들만의 힘으로

우리 인간이 먹을거리를 공산품같이 마

고령화되어 인력이 없으니 우렁이로 제

는 안 되고 소비자님들께서 이용해 주셔

구 찍어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농부들은

초를 대신하는데, 물속의 야생초를 먹는

야 가능합니다. 생산지와 생산자를 모르

언제나 생명이 없는 것 같은 씨앗을 파종

우렁이는 어린모가 물에 잠기면 모를 뜯어

는 값싼 먹을거리만 찾는 것은 내가 사는

하는 작업만 하지 나머지는 우리가 못 합

먹습니다. 높낮이가 고르질 못해 높은 논

땅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매일 다시 마시

니다. 싹을 나게 할 수도 없고 고르게 자

바닥에 풀은 안 뜯어 먹으니 잠도 안 자고

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요? 우리 한살

라고 꽃피고 열매 맺고 순환적으로 하는

자라는 야생초로 작은 빌딩 지대가 됩니

림 쌀은 같은 인증기관에서 인증받은 것

것은 자연에 맡기는 것입니다! 쌀이란 우

다. 고령화된 농촌엔 돈을 주고라도 제초

이라도 출하하는 농부와 소비자들과 관

리 조상님들이 지켜 온 생명의 혼이고 우

할 인력이 없어서 힘겹게 자가로 손 제초

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증을 받고도 아

리 후손에게도 이어질 혼입니다. 쌀을 먹

를 하면서 환경을 살리고 소비자와의 약속

무 곳에나 출하하면 누가 먹는지 무슨 생

고 있는 우리는 요즘 무엇을 어떻게 먹고

을 지키려 땀 흘리고 있습니다. 급작스럽

각하면서 생산했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도

있을까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뱃멀미해

게 올라 버린 인건비에 비해 값싼 화학농

알 수 없습니다.

가면서 몇 날 몇 달을 거쳐 온 것은 수많은 방부제 처리를 해서 긴 세월 변질이 안 되

약을 사용해 한번에 해결하고 시원한 그늘

우리 한살림 쌀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에서 소주, 막걸리 한잔하면서 쉬면 얼마

함께하는 먹을거리이기에 타 단체와 구별

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병해

되는 가치가 있지 않나요? 서로 배려하고

각 가정의 건강은 주부님들의 생각에

충이 오면 유기농에 쓸 수 있는 식물성 농

걱정해 주는 따듯한 마음이 다르지 않습니

따라서 좌우됩니다. 좋은 식탁이 건강과

70

|

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키다리병

|농 업 살 림

인 정도의 물에 마른 벼가 담긴 망사 자루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게 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71


식량 부족, 과도한 물자 이동과 에너지 사 용에 따른 탄소배출로 지구온난화라는 전 생명 절멸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중 에서 식량의 위기는 당장의 인간 생명유지 와 영순위로 관계되는 사안이다. 6~8억에 달하는 세계 기아인구가 존재하는 상황에 서 인간 자신에 의해 악화되고 있는 근자

인간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 생명의 존재는, 일차적으로 식량

이상국 한살림사업연합 대표이사 -

이 생산자의 유효 공급 능력이 보장되어 항시적 이용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타당한 비용으로 항시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접 근성이 용이해야 하며, 정치 외교적 문제

만 년을 살아왔다. 우리의 경우 곡류를 중

화는 패스트푸드, 육류 및 외국식 식문화

심으로 한 일상식과 채소류, 어패류, 콩류

로 변화되어 감에 따라 쌀 소비량은 1970

를 중심으로 한 부식, 육류, 국수류, 과정

년에 비해 60% 이상 감소한 반면, 전량 수

류, 주류 등 의례식의 식문화를 갖고 자급

입곡물에 의존하는 육류 소비량은 70년 대

하며 살아왔다. 우리 자연과 인간 간의 상

비 2005년에 벌써 700% 이상 증가됐다.

호관계를 중시하고 스스로 자연과 화합하

이에 따른 당뇨 등 생활습관병과 암 또한

고 공생하면서 발효시킨 삶의 문화로서 지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속 공급 가능한 이 땅의 인간생명 유지 밥

해외 공급 사정이 안정적이냐 하면 그

상이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

렇지도 않다. 세계 식량 시장은 수출 능력

모두가 이 땅의 자연이 공급할 수 있는 능

이 있는 국가가 소수인 데다 저장, 수송

력의 식문화에 맞는 식량으로 자신의 밥상

부문을 70%나 독점하고 있는 카길과 같

을 차리겠다는 작심만 한다면 불안한 세계

은 7대곡물 메이저에 의해 공급권이 장악

식량에 의존하고 있는 생명 불안으로부터

되어 있는 실정이다. 현 세계무역기구 체

벗어나 우리 농업, 즉 안정적인 우리 식량

제 하에서도 식량 무역 통제를 허용하고

공급기반은 내일이라도 살려 낼 수 있다고

있어 해외 식량기지를 확보해도 불안정한

본다.

데, 식량 특성상 수요와 공급이 가격 변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좁은 이

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곡물 생산량

나라 땅이지만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생

을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먹는 목적

1% 감소 시 국제가격은 47%까지 급등할

산물에 맞춰 일구어 왔던 전통 우리 식문

에 맞는 안전성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

수 있다. 더욱이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화 안에 지역순환농업, 유기농업, 지구온

그런데 우리 식량구조는 28% 정도만

의 도시화율 증가와 세계적 육류 소비 증

난화를 일으키지 않는 식품 이동거리, 이

자급을 하고 수입의존율은 갈수록 높여 가

가로 곡물 수요 독점 현상이 예견되고 있

웃과의 음식 나눔 친교 등 지금 생명살림

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의 장기

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운동이 일차적으로 담고자 하는 미래가 다

적인 해외농산물 시장 개척 법안에 따라

재배환경 악화 등으로 불안정의 정점을 이

담겨 있다. 이 씨앗이 발아 가능 시기를 넘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입농산물의 장기적

루고 있다. 원래 인간은 식량을 구할 수 있

기지 않게 지금 나의 밥상에서부터 싹틔워

공급은, 식문화의 변질도 가져와 수입구조

는 자리에 정착을 하고, 정착한 자연 조건

우리 모두 식량자급 생명 안전망이라는 하

에 맞는 다양한 나름의 식문화를 갖고 수

나의 숲을 이루어 보자. ㄴㅇㅅㄹ

나 이동수단(석유에너지 등)의 제약 및 지 구온난화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성

를 더욱 심화시키는 순환구조마저 형성하

<한살림>, 2008년 9월

72

73

|

의 식량 사정은 고등생물이라고 자처해 온

고 있다. 쌀 등 곡·채식 중심의 우리 식문

|농 업 살 림

우리 식문화 속에 있는 식량자급 희망을 싹 틔워 식량위기를 넘어 봅시다

지금 지구행성은 화석에너지와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생명의 씨받이, 씨알독립만세!

우리 농촌 마을들은 일제의 식민 통치와 미군정을 겪고 한국전쟁,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 자본에 휘둘리고 망가 지고 스러져 왔다.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겠다며 한 가지 농작물을 들판 가득 히, 드넓은 산자락에 빼곡하게 심어 놓고 는 한다. 이들의 씨앗은 거의 모두 다국적

이가 가능한 재래종자, 토종종자를 키워야

명 자체인 유전형질이 보존되어 있어 씨앗

다국적기업들이 유포하는 유전자조작 종

을 되뿌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자를 막아 낼 수 있다. 예전처럼 마을마다

삶터 주변에서 혹 사람 손이 닿지 않더라

토종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 토종 콩을 온

도 자연적으로 씨앗이 떨어져 자라나며 가

나라의 마을마다 심어서 자급할 때 유전자

지 치고 다시 열매를 맺으며 생명을 이어

조작 콩으로부터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

온 것이다. 어릴 때부터 마을의 두엄더미

을 것이다.

나 밭 귀퉁이에 심어져 자라던 조선오이를

단순히 씨앗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

되받을 수도 없는 생명력이 단절되거나 인

보며 자라났다. 몇 마디 건너가서 땅에 줄

과 평화 가득한 마을 공동체. 생태 순환 원

위적으로 왜곡된 씨앗들 말이다.

기가 닿으면 뿌리를 내리고 또 몇 마디 건

리에 충실한 소농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

너가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멍석처

운 문명. 건강한 땅과 건강한 노동. 토종종

럼 번성하며 이 땅 백성의 삶을 지켜 왔을

자, 재래종자 들은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

조선오이. 토종 파를 만나던 그 순간은 지

게 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씨앗 한 알에

금도 생생하다. 마치 몇 년 동안 뽑지 않은

담긴 의미가 이렇게 무겁게 다가온다. 자

쪽파처럼 다복하게 어울려 한 무더기로 자

급용으로 심어서 수확해서 먹어도 보고 이

라던 모습. 밭 가장자리 사람 손이 닿지 않

웃과 나누기도 했으니 내년에는 토종 고추

는 곳에서도 한두 해 스스로 가지를 쳤음

농사도 지어 보려고 한다. 소비자들께 토

직한 모습. 포기를 나눠서 옮겨 심고 그 포

종이나 재래종 작물을 만나면 먼저 마음으

기들이 자라서 겨울을 나고 수백 수천 배

로 대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땅에서

마을을 찾기가 어렵다. 종자회사들도 거의

의 씨앗으로 다시 살아서 지금은 드넓은

오랫동안 키워진 그 작물에 담긴 힘을 잘

다 다국적 기업들이 장악해 버렸다. 그나

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섭취해 좋은 기운이 깃드시기를 기원한다.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자본은 이 땅에 글

유전자 조작된 농작물을 광범위하게 퍼트

홍진희 충북 청주 신촌공동체 생산자 -

리고 있다. 너무도 두렵다. 산자락 마을마 다 영양가가 높다는 서양 채소가 빼곡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며 앞이 캄캄해진다. 시 장 경쟁력 있고 ‘돈이 된다’ 하면 특산품이 라며 그 지역의 모든 농민이 한 작물만 심 는 것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농촌마을에 가도 예전처럼 다양한 먹을거리가 심겨진

마 남아 있는 규모가 가장 큰 종자회사도

다양성은 때로 번잡해 보이고 능률

경쟁을 위해서는 유전자조작을 할 수밖에

이 낮은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안에 생명의 속성이 있다는 것을 무겁

조선오이나 재래종 파를 심고 기르면서

게 받아들여야 한다. 마을 전체에 단일 작

관찰해 보니 재래종들은 그야말로 이 땅에

목을 심는 방식으로는 결코 마을 만들기

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살아오며 자연과 조

<살림이야기>, 2009년 겨울(7호), 발췌

74

ㄴㅇㅅㄹ

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을마다 씨받

75

|

기업이 파는 일회성 종자들이다. 씨앗을

|농 업 살 림

우리 종자를 지키고 가꾸는 농부 이야기

화를 이루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국제 곡물값이 치솟으면서 식량안보에 대 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옥수수, 밀 등 곡물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국 제 곡물값 폭등은 곧 식량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높은 곡물 해외의존도 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있 는 것도 아니다.

물자급률이 약 51%지만 사료용을 포함하 면 26% 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연간 곡물 소비량 2,000만 톤 중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74%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료 곡물이 3분의 2(1,000만 톤)를 차지한다. 특히 해외의존율이 무려 99.2%에 달하는 옥수수는 수입량의 75%가 가축 사료로 사

보리 자급 사료화 특허기술 전수·활용에

거두고 사회적 평판도 얻었다. 하지만 축

관한 협약식이 있었다. 우리 보리 자급 사

산물은 한살림이 지향하는 바와 어울리지

료화 특허기술은 보리의 소화율을 70%에

않게 대부분 수입산 곡물사료에 의존해서

서 90%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과 보리

생산되고 있다. 국내 사료곡물 생산기반이

의 뿌리가 나오지 않도록 억제하면서 발아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키는 방법이다.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리고 우리 보리 자급 사료화 사업은

한살림의 사료곡물자급률은 4.8%에 불과

금년 정부의 보리 수매제 폐지로, 보리 생

하다. 조사료를 포함한 전체 사료자급률

산 기반이 더욱 빠르게 붕괴될 것으로 예

은 17.4% 수준이고 한우(곡물사료자급률

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보리 살리기 운동’

11.6%)를 제외한 돼지와 닭의 곡물사료자

의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

급률은 0%에 가까운 실정이다. 한살림 농

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다른 곡물과 마찬

업정책의 7가지 기본방향 중에는 ‘식량자

가지로 보리 재배 농가로 하여금 보리농

급기반의 확보를 도모한다’는 내용이 있는

사를 포기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데, 사료곡물의 사정은 이 정책방향과 크

2003년부터 우리 정부는 군대급식에서 보

게 동떨어져 있다.

리를 제외하는 등 보리 감산정책을 적극

한살림은 이런 상황을 적극 개선하기

시행하여 매년 10%씩 수매량을 줄여 오다

승에 따른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클

위해 생산자·소비자 조합원이 함께하는 우

올해부터 보리 수매제를 전면 폐지하고 말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료곡물 문

리 보리 자급 사료화 사업을 시작한다. 이

았다. 하지만 수입 옥수수에 얽힌 식량종

제에 대한 대책 없이는 식량 자급과 자치

사업은 우리 보리를 활용해 수입산 옥수수

속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대안이 될 수 있

를 논하기 어렵다. 최대한 국내 사료곡물

를 대체하고 사료곡물 자급력을 높여 간다

는 한반도 고유 곡물자원은, 보리밖에 없

생산을 늘려 사료곡물 수입을 줄이는 길

는 내용이다. 이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다는 것도 사실이다. 식량종속 처지에서

만이 곡물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위해 지난 8월 6일(월) 한살림, 씨알살림축

벗어나 식량주권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길

인 방법이다.

산(한살림 축산가공 생산지), 보리 생산자

은 보리를 살려 내는 길밖에 없다.

용된다. 이런 상황이라 국제 곡물가격 상

한살림의 상황은 어떨까? 한살림은 지

(전북 김제·완주·부안·군산), 축산 생산자

현재 우리 보리를 발아시켜 만든 사료

난 26년간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괴산 한살림축산생산자회) 등이 참여하는

를 기존 배합사료에 20% 혼합하여 돼지 사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 창립총회와 우리

육에 적용하려 준비하고 있다. 올해 9월부

‘국산’ 및 ‘유기농’ 먹을거리 자급 운동을 열

<한살림>, 2012년 8월

76

77

|

우리나라의 경우 사료용을 제외한 곡

심히 전개해 왔다. 그 결과 나름의 성과를

|농 업 살 림

우리 보리 자급 사료화 사업으로 곡물자급률 향상에 한걸음 다가선다

가뭄,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로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터 해남과 괴산의 두 농가를 대상으로 돼

어둠을 밝힌다면서 병든 가족이

지 시험 사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마 12

잠든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정부는 한미

월부터 우리 보리 자급 돼지고기를 한살림

FTA에 이어 중국과도 FTA를 추진하고 있

가족분들에게 일부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다. 수출 시장을 넓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인다. 그 밖에 한우, 닭에도 시험 적용해

외국 상품의 값을 낮춰 국민 소비 지출 비

볼 예정이다.

용을 줄이며 심지어 값싼 외국 유기농산물

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내년 사료용

을 붙여 FTA를 미화한다 하더라도 얻으

우리 보리 생산계획량은 약 1,800톤(전국

려고 하는 그 전부와도 바꿀 수 없는 것 하

보리 생산량의 약 2%), 생산계획면적은 약

나를 잃게 될 것이다. 흔히들 무의식적으

400헥타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

로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 사

동안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이 땅에 사는

는 데 제일 중요한 것, 매일매일의 생명을

사람들은 제터먹이(식량) 생산을 포기하지

이어 주는 먹을거리, 식량의 안전하고 안

않는 제터지기 정신으로 살아왔다. 이 일

정적인 공급 기반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야말로 이른바 식량주권, 생명주권을 지

‘물질의 풍요’는 생명을 유지한 다음에 따

키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보리 자급 사료

질 일이다. 이것을 내세우며 ‘제터먹이 공

화 사업을 통한 ‘우리 보리 살리기 운동’은

급 터’를 무너뜨리는 황망한 일을 하고 있

이 땅에서 유구한 세월에 거쳐 지탱해 온

는 것이다.

제터먹이 살림과 제터먹이 정신을 계승하

|

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명분

한미FTA가 예선전이었다면 한중FTA

는 일이기도 하다. ㄴㅇㅅㄹ

는 결승전이다. 미치는 파장도 상상을 초 월할 것이다. 중국 농산물 생산비는 우리 나라에 비해 평균 20~30% 수준이다. 특 히 사과는 30%, 배, 가지, 오이, 토마토 등 은 20%, 배, 대파, 콩, 당근은 16%, 참깨는 14%, 시금치, 상추 12.5%, 돼지고기, 닭고 기는 55%에 불과하다. 중국산 농산물은 이

78

|농 업 살 림

월부터 내년 7월까지 시험사업을 거쳐 내

우리 농업과 생존을 위협하는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

까지 이용하게 해 국민건강까지도 배려한

우리 보리 자급 사료화 사업은 올해 9

‘제터먹이’ 살리기가 절실하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12년 5월

79


FTA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미 ‘제터먹

종 콩과 잡곡 수확이 거의 끝납니다. 한살

우리가 먹는 채소류 가운데 중국산이

이’ 공급체계가 파괴된 상태에서 국민 생명

림 잡곡 주 수매처인 괴산잡곡도 연중 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7%에서 2010년

줄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장 바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2016년 1년

73%로 확대되었다. 지금도 고추 마늘 같은

장거리 운송수단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정

간 조합원들께 공급할 잡곡들이 이 시기에

주요 채소는 95% 이상 중국산이다. FTA가

부가 할 일인가. 또, FTA는 전 세계 농업

전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한데 올해는

마무리되면 이 땅에서 더 이상 우리 농산

환경을 훼손시키고 결국은 온 인류를 파멸

그것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이 존재나 할 수 있을지. 한중관계연구

의 길로 몰아갈 수 있다. 이미 식량위기는

근 한 달간이나 이어지고 있는 때 아닌 가

원의 공동조사에 의하면 한중FTA가 채결

10세 미만의 아동을 5초마다 1명씩 굶어

을장마로 미처 수확하지 못한 콩들이 밭

되면 한국의 농산물 수입액은 12조 늘어나

죽게 하고 있으며 10억의 인구를 상시적

에서 눈과 비를 맞으며 곰팡이가 나고, 싹

고, 한국의 농업생산은 14~15% 감소할 것

기아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FTA를 그래

이 나고, 썩어 가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이라고 한다. 우리 농업 총생산액이 35조

도 하고 싶다면 농업은 제외시켜야 한다.

가뭄으로 통통히 여물지 못한 데다 마지

원이니 5조원 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한미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

막 수확 때까지 도와주지 않는 날씨가 여

FTA가 발효되고 10년이 지난 뒤 농업 생

를 위해 완강하게 거부해야 한다. 거부하

간 야속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잡곡은

산액이 1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것

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부에 대해 적

날씨의 영향을 무척이나 많이 받는 작물

에 비하면 5배나 많은 액수다. 이미 우리

극적으로 반대를 촉구하는 것, 또 하나는

입니다.

농촌에는 65세 이상 고령 농민이 40%에

우리 땅의 지속가능한 제터먹이, 유기농산

벼농사와 비교하면 기계화가 거의 이

달하고 젊은이들은 농업을 기피하고 있는

물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한살림 밥상

루어지지 않아 일손이 많이 가고, 최근에

실정인데 정부가 한술 더 떠서 안전하고

을 차리는 일,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에

는 그 값마저도 몇 년째 끝을 모르고 폭락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기반을 허물어뜨리

너지를 덜 쓰는 삶을 실천하는 일, 우리 함

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한살림

고 있는 셈이다.

께 시작해 보자. ㄴㅇㅅㄹ

의 대표 잡곡 생산지 중 하나인 괴산 칠성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

유기농공동체 생산자들의 평균 연령은 어

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불러오

느덧 70세가 훌쩍 넘었습니다. 잡곡 농사

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이 먼 거리 물자 이

를 짓는 농민들이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동에서 발생한다. FTA는 기후변화를 더욱

것이죠. 하지만 새로 잡곡 농사를 시작하

가속화시키고 식량 생산 환경을 악화시킬

는 농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

것이다. 이미 석유 생산량은 정점을 지났

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잡곡은 농사의 어려

80

수입 잡곡보다 좋은 우리 잡곡 소비자 조합원의 바른 선택으로 지켜요!

|

도 수입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농 업 살 림

해마다 이즈음이면 논과 밭의 각

경종호 충북 괴산잡곡 대표 -

다. 석유에 의존한 운송수단으로 지탱하는

미 지난 10여 년 동안 관세를 적용했는데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15년 12월

81


농지은행 제도와 함께 반드시 재

대로라면 친환경 잡곡은 고사하고 국산 잡

백질 함량은 대표적인 수입 콩인 렌틸콩,

도입되어야 할 토지 제도는 토지소유상한

곡마저 우리 곁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

병아리콩보다 오히려 높거나 비슷한 수준

제다. 이것은 앞에서 본 대로 1949년 농지

은 불 보듯 뻔합니다. 괴산잡곡에서는 잡

으로 나타났고 비만, 다이어트와 밀접한

개혁 이후 1996년까지 있던 제도다. 영농

곡 생산농가가 조금이라도 농사를 편히 지

관련이 있는 탄수화물 함량은 국산 콩보다

의 면적 규모화로 시장경쟁력을 높인다며

으실 수 있도록 친환경인증 지원, 곡물 자

수입 콩에서 약 두 배 정도 높은 수치를 보

이 소유상한제를 폐지한 지 올해로 10년째

루 지원, 파종기 대여, 수확 후 선별기 무

였다고 하니 우리 곡물이 절대 뒤지지 않

접어들었지만, 기대한 대로 농산물의 시장

료 대여 등 작지만 다양한 농가 지원 사업

는다는 것이지요. 아니, 오히려 더 좋다고

경쟁력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고 소수에게

들을 진행하고, 지속해서 늘려 가고 있습

해야 옳은 것이 아닐까요?

로 농지의 집중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10%가 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식량

높이는 대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쟁

최근 생활양식의 변화로 쌀 소비량이

주권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지금과 같

적으로 남발하는 각종 개발정책에 따른 땅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잡곡의 소비량 또

이 값싸게 먹을거리를 수입할 수 있는 것

값 폭등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과거 행적

한 덩달아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도 우리가 직접 생산을 할 수 있을 때나

검증에서 드러났듯이 그 재산을 몇십, 몇

국산 잡곡의 소비가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농부들이 사라지

백 억대로 불려 주는 투기의 수단이 되었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가

고 농사를 지을 농지가 모두 사라지고 나

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거 때마다

수입 곡물입니다. 연일 매스컴에서 수입

면 그때도 그들에게서 싼 값에 먹을거리

또는 정권 유지와 인기 차원에서 각종 개

곡물들의 기능성과 영양성분을 강조하며

를 사 올 수 있을까요?

발 공약으로 토지 투기를 오히려 조장해

수는 없습니다.

이른바 슈퍼푸드라고 홍보를 했고, 이러한

조금 비쌀지라도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놓고 그 투기를 잡는다는 구실로 실거래가

언론의 홍보에 힘입어 수입 곡물들의 판매

건강한 콩을 선택하는 한 번의 따뜻한 손

에 따른 부동산 보유세와 매매 때의 세금

량은 지난해 대비 400% 이상 증가했다고

길이 우리 농촌의 지속가능한 농업의 밑거

등 각종 세수의 증대를 위한 구실만 새로

합니다. 한 대형할인점의 올해 상반기 렌

름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을

만들어 가고 있다.

틸콩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7,000%

지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힘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그 성장세가 가히

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ㄴㅇㅅㄹ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토지소유상한제를 반드시 재도입해야 한

대단합니다. 이에 비해 국산 잡곡의 매출

다. 소유상한제 폐지는 이번에 개악을 시

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도 중인 비농민 도시자본의 농지 소유 허

한국식품과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영양

천규석 전 한살림대구 이사 -

토지의 소수인 집중은 농업 경쟁력을 글

오늘날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채

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농업정책 뒤의 관료와 투기꾼

|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산 콩류의 단

|농 업 살 림

움에 비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용보다 더 반민주적인 개악이었다. 과거에

82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땅에 뿌리박은 지혜》, 2006년, 발췌

83


는 토지에서 얻는 소득이 주로 농업 소득

가 없는 순 소작농일 경우에는 그 임대료

이었기 때문에 농지에만 소유상한제가 있

를 소유상한 면적만큼 받지 않는 것이다.

땅은 누구의 것인가. 땅은 누구나

로부터 우리 농업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

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점유권과 소유권도

은 없다. 모두가 개발 이익이나 그 파급효

는 길이고 특히 소농을 보호할 수 있는 유

생겼고, 땅의 사적 소유로 인해 경제 불평

과로 지가 상승을 기대하고 땅을 산다. 그

일한 길이다. 소농은 시장 세계화 시대에

등과 땅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현재 우리

러므로 지금의 토지소유상한제는 산지를

버리고 갈 쓰레기가 아니고 파국으로 직행

나라는 청년실업, 노인빈곤, 비정규직문제

포함한 모든 땅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중인 시장 세계화의 다음 시대를 기약하는

등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심각한 수

사유의 신성화 시대에서 땅을 보존하

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이자 풀뿌리 민주주

준에 와 있다. 겹겹이 쌓인 문제를 풀어 나

기 위해서는 땅의 전면적 사유화보다는 농

의를 지켜 줄 마지막 보루다. 민주주의의

갈 길은 농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지의 일부나마 많은 사람들의 감시와 통제

첫걸음은 토지의 독점을 막는 제도로부터

특히 한살림이 추구하는 바와 같은 자연과

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 소유로 해 두는 것

출발한다. 비농민 도시자본의 전면적 농지

사람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살림살이의

밖에 더 좋은 농지 보존 방법이 현재로서

소유로 토지의 투기와 파괴를 합법화해 주

농업이어야 할 것이다.

는 달리 없다. 영농의 규모화가 피할 수 없

는 농지법의 개악 행보는 반드시 막아야

는 시대적 요구라면 1949년 당시의 3헥타

한다. ㄴㅇㅅㄹ

|

조차 농업 소득만을 위해 땅을 사는 사람

|농 업 살 림

있는 공공재이다. 하지만 붙박여 있는 땅

도상록 충남 서산 가림다마을 생산자 -

이것만이 중국 등의 저가 수입농산물

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심지어 농민

한살림 30년! 이젠 사회적으로 뜻있고 힘차게, 한 차원 다르게 그 역할을 해낼 나

르보다 훨씬 높여 10헥타르(3만 평)로 높여

이가 되었다. 살림의 문화에서 살림살이의

서라도 상한제는 두어야 한다. 설사 30헥

문화로, 즉 이젠 좀 더 구체적으로 땅에서

타르로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상한제도

살아갈 수 있는 모범교사의 본을 보일 때

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다. 농지살림운동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

국가 재정으로 비축한 농지은행의 농

으리라 믿는다. 특히, 한살림 생산자님들

경지 임대료도 다음과 같이 차등화할 필요

께 거는 기대가 크다. 2,130여 세대가 넘는

가 있다. 예컨대 1가구당 소유상한제가 10

한살림 생산자들이 전국에 폭넓게 분포되

헥타르로 제정될 경우 그 농지 소유 상한

어 있고 그간 축적된 여러 경험들을 후배

을 다 채운 농민이 보다 대규모의 기업농

들에게 물려줄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

을 경영하기 위해 농지를 임차할 경우에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감히 제안한다면

저율의 임대료를 받는다. 그러나 10헥타르

형편에 따라 생산자들 소유의 땅을 공유농

의 소유상한 농지면적에 미달하거나 농지

지로 기부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

84

‘내 것’ 아닌 ‘우리 것’으로 ‘살림’에서 ‘살림살이’로

언제 어디서든 평등하게 사용하고 누릴 수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16년 5월

85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되어 버린다. 땅은 온 생명의 것임과 동시

로 출자와 후원, 농지기부 등을 기획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계화, 자동화, 종자 획

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땅은 어떻게 쓰여

있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

일성, 농화학물질 대량 투입 등을 상징하

야 할까? 해월 선생은 땅을 소중히 여기기

지만 그 중심에 생산자가 있었으면 한다.

는 공장식 농업은 자본에 예속되며 그 세

를 어머니의 살같이 하라고 하셨다. 땅을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생산자는 자기 힘

를 불리고 있다. 한살림식 다차는 가족농·

우리 모두가 하늘의 뜻을 열어 가는 곳이

에 부치지 않을 만큼의 땅만 두고 나머지

소농을 지향하는 한살림이 할 수 있는 최

자 열매를 맺어 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

를 한살림에서 관리할 수 있는 공유농지로

선의 시도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한살림

다. 살림살이! 땅을 살리는 것에 그치면 반

기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가깝

식 다차를 통해 끊임없이 땅(흙)을 가깝게

쪽이다. 그 땅에서의 삶이 지속되는 ‘살이’

게는 현재 한살림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하고 어릴 때부터 농사일의 소중함을 몸에

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살림운동의 진정

중에서 농사를 미래의 삶으로 생각하고 있

배게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이라고

한 모습이 될 것이다. ㄴㅇㅅㄹ

는 이에게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고 농사기

확신한다. 소비자 조합원 중에서도 소유

술도 지도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한살림

하고 있는 빈 땅이 있으면 함께 활용할 방

실무자만큼 생산자와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점이 아닌가 한

있을까?

다. 농촌이 아니라 도시의 땅도 상관없다.

공유농지를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 가

한살림 매장의 높은 임대료가 한살림운동

족들에게 빌려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땅의 활용

있다. 지금 러시아에는 소비에트 사회주

도는 무궁무진하다. 한살림 생산자, 조합

의 공화국 연방 때부터 인민들에게 나누어

원이 함께 참여하는 농지살림운동이 우리

준 ‘다차(Dacha,Дача)’라는 것이 있다. 농

나라의 전반적인 토지문제를 물 밖으로 끌

사일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는 농지 딸린

어내어 공론화시키고 치유책까지 제시할

별장 정도로 보면 되는데 그 기능은 상상

수 있었으면 한다.

이상이다. 러시아 전체 농산물 중 다차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땅은 누구

서 생산되는 비중은 감자 83%, 양파 75%,

의 것인가? 땅속 지렁이, 딱정벌레, 땅강

양배추 62%, 오이 58%, 당근 49%에 이른

아지, 미생물의 것이다. 그곳에 그들이 살

다. 우리도 한살림식 다차를 실험해 볼 수

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땅을

있을 것이다.

제 것이라 하지 않는다. 목숨 다하면 저를

|

락하고 기업농이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오고

|농 업 살 림

재 한살림에서는 농지살림운동의 방편으

살게 한 그 땅으로 돌아가 이윽고 그 땅이

농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가족농은 몰

86

87


공익적 기능을 우렁각시처럼 묵묵히 수행 하고 있다. 홍수 조절, 지하수 공급, 대기 정화, 토양유실 방지, 기후 조절, 자연경관 유지, 휴식공간 제공, 자연생태계 균형 유 지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

업을 포기하거나 은퇴하는 농가의 농지를

가 잠식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강 건너 불

우선 대상으로 하고, 농지 한 평 사기 운동

보듯 해서는 안 된다. 농지 잠식을 막고 건

을 통해 조성된 출연금도 되도록 유기농업

강하고 지속가능한 적정 농지를 안정적으

농지를 매입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

로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

이를 위해 농지정보 교류 사이트를 개설,

만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농

운영하는 방안도 좋을 듯하다.

민과 시민 들이 함께 나서서 농지지킴이운 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 운동이 활성화되

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적정 수

어 가까운 미래에 국민농업운동으로 발전

하지만 그동안의 농지정책을 돌아볼 때 현

준의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농지를

되길 희망한다. 그때 우리와 우리 후손들

실적으로 국가에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잘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농지의 사용 대

의 삶에 미래가 있다. ㄴㅇㅅㄹ

이제 농지의 공공적 가치를 공감하는 농민

가인 토지용역비(지대)를 공시지가 기준

농지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과 시민 들이 직접 나서서 농지를 공유화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하는 ‘농지지킴이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농지지킴이운동은 여러 사람이 돈을 모 아 농지를 사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농 지를 영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공유화하 는 것이다. 따라서 농지 확보를 위한 현물

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농지의 공 공성을 고려하여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 다. 공시지가 기준의 토지용역비를 제외한 생산물 판매액은 실제 농작업자가 갖게 될 때 농지지킴이운동이 지속될 수 있다. 젊은 농업취업자나 귀농자가 농지를

또는 현금 출연은 지분 개념이 아니라 기

활용하도록 배려하면서, 개인보다 공동체

부나 기증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 먼저 농지를 쓸 수 있도록 하자. 농지지

사업을 통해 잉여금이 생기는 경우 배당하

킴이운동은 공유자산인 농지를 매개로 참

기보다는 농지를 추가 확보하는 데 써야

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는 지역지원

한다. 그리고 농지 처분을 엄격히 제한해

형농업(CSA)으로 나아가야 한다. 농지 지

서 농지를 영구 보전한다는 운동의 목적을

킴이 사업조직에서 직접 또는 위탁해서 생

철저히 지켜 나가야 한다.

산한 먹을거리를 농지 지킴이 회원들과 내 부거래하고, 다양한 교류활동을 통해 깊은

농민이 참여하는 농지 기부 운동과 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민이 참여하는 농지 한 평 사기 운동을 함 께할 수도 있다. 농지 기부 운동은 유기농

<살림이야기>, 2015년 3월(34호), 발췌

88

세계적 식량위기 상황을 생각하면 농지

89

|

농업취업자와 귀농자, 그리고 농업인

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땅히 국가가 적정

|농 업 살 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건강한 농지 확보에 나선다

농지는 식량생산 외에도 다양한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과 독립운동

내가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10년이 다 되었다. 그때 우연히 여

한살림은 경영능력과 실무에서 완전한 전

든 행사가 재미있고 오붓하기도 했다.

문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

주소를 손에 꼭 쥐고 찾아간 곳이 시청 건

그런데 한살림 가족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생활을 해야 하

너편의 조그만 한살림 사무실이다. 사무실

생산량과 동시에 생산자도 늘어났다. 어떤

겠다. 이렇게 되면 한살림은 미래에 대한

을 지금의 이상국 상무이사가 지키고 있었

조직이든 규모가 커지면 그 과정 속에서 언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 잡지에서 읽은 내용과 찾아온 동기를

제나 불합리한 것은 따르게 마련인지 생산

말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그때 난 사실

자와 소비자 간에 그리고 한살림 본부와의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한살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고 단순

의견 차이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던 적도 있

매일 공급해야 하는 채소 생산자로서 그

히 무공해로 농사를 지었으나 판로가 없었

었다. 그때 그 일들은 한살림 역사에 아픈

동안 참으로 힘들 때도 많았다. 지난번 장

기 때문에 찾아갔던 것이었다.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픔

마가 일어났을 때 지금까지 공급을 한 번

을 통해서 한살림은 계속 성장하여 왔고,

도 빼 놓지 않은 ‘전통’을 살려 계곡의 진

생활협동조합 형태에서 사단법인으로 바뀌

흙물을 건너 배추와 양배추를 나르던 일은

는 가운데 한살림 조합원 1만 세대를 돌파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뿐인가. 7월부터 10

하게 되었다. 쌀·채소 등 생채소 위주였던

월까지 공급하는 채소는 생산량과 소비량

것이 이제는 많은 품목들이 추가되어 물품

을 가장 맞추기 힘든 품목이다. 지난해엔

도 다양해졌다. 이제 한살림은 제2의 도약

하루에 200포기 정도로 계산하여 심었는

단계로 돌입한 셈이 된다. 이제부터 뼈를

데 7월 초 영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하루에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선 생

50~60포기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밀

산자에게는 생산의 질과 다양성이 더 한층

리고 밀리던 배추는 총 2만 포기가 밭에서

선생님도 만나 뵈었으며 김영원, 김성순

요구되고 세계화라는 바람 속에 국적이 있

썩고 말았다. 그런데 비로 인해 일반 채소

두 장로님을 만나면서 깊은 교감을 느꼈

는 물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신을 갖게

가 다 썩고 나니 8월 중순부터 배추값이 폭

다. 그리고 곳곳에서 올라오는 생산자들을

된다. 민족적인 전통식품을 현대화해야 하

등하면서 하루에 400~700포기씩 주문이

만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었고 좋은 소비

고 이것을 개발하고 유통시키는 일을 한살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땐 소비자들에게 너

자와 어린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림이 맡아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 큰 배신감을 느껴 아예 배추농사를 짓

감동되었다. 행사 때 역할극을 하면서 서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자는 더욱 생산에 한

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이

열정과 전문적인 지식과 실천이 필요하고

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어디 배추뿐이겠

며칠 후 이상국 상무에게서 쌀 여덟 가

최광선 강원 화천 채소 현 ·미 현 ·미차 생산자

마를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무척 기 뻤고 찾아간 보람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때부터 한살림에 쌀을 조금씩 공급하면 서 이상국 상무가 우리 집을 방문하고 밤 새워 술을 들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마음의 생각들, 책 이야 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가까워졌다. 그 후 한살림 행사에도 참석하게 되었고 장일순

로의 다른 삶을 이해하기도 하였다. 어쨌

<한살림>, 1995년 5·6월.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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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

자 역시 한살림을 통해 부분적 소비가 아닌

|농 업 살 림

아픔을 겪으며 성장한 한살림

성잡지에 실린 이순로 이사장의 글을 읽고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는가? 사과, 배, 포도, 딸기 등에서도 이런

기능하여 자각한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세 식구인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 누가 농사짓고

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

우리는 ‘돌아오는 농촌’을 공약으로 내걸었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이다. 그래서 나는 한살림서울 조합원 1만

던 김영삼 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그해

세대 돌파는 우리 모두의 새 출발과 새로운

봄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에 따라

자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ㄴㅇㅅㄹ

다르겠지만 우리로서는 3천여 평의 농토를

지금의 농촌에는 젊은이는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있다. 요즘 들어 연일 신문

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지만, 아무도 그

사의 일머리를 잘 모른다는 것이 하나고,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모양이

둘째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자금이 너무

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논 면적의 4.3%인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4만 7천 ha가 감소했다고 하고, 우리나라

여러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의 곡물자급률은 28.5%에 불과하다(주식

이었습니다. 어림잡아 3천 평 정도의 내 땅

인 쌀자급률은 87.7%). 또 미국 농무성의

을 사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려면 1억 원

분석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전

이 훨씬 넘는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개

세계 수입의 42%를 차지, 세계에서 두 번

인적인 능력 이외의 어떤 공적인 지원이나

째 사료곡물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보조, 융자도 ‘돌아오는 농촌’의 돌아온 농

나는 농업이 단순히 농업이 아니고 우

|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첫째 농

민에게는 없습니다.

리나라가 독립국가가 되는 기본산업이라

아내가 밖에서 벌어 오는 것은 일주일

고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이면 바닥이 났고 어디에 들어갔는지 표도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5천 년 역사 이

안 나는데 항상 주머니는 비었습니다. 1년

래 가장 농업이 각광받는 시대가 오리라는

을 그렇게 고생해서 다음 해 영농비와 관

믿음을 갖고 있다.

리기 살 돈을 마련하고 한 해 더 지나니까

농업은 단순히 농민의 것만이 아닌 우

조금의 경제적 여유가 생기더군요. 우리가

리 모두의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농촌이

왜 이런 하소연 같은 소리를 여러분께 드

병들면 어찌 도시가 살 수 있겠는가? 그래

리느냐 하면 지금 우리의 농촌에 뜻을 갖

서 바로 지금 한살림의 역할은 더없이 중

고 새롭게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돌

요하다. 한살림은 농업살림 희망의 등대로

아’오기에는 너무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입

92

|농 업 살 림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

이재욱 강원 춘천 솔잎효소 생산자 -

제대로 이용하는 데 3년이 걸린 셈입니다.

에는 쌀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논

‘돌아오는 농촌’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93


니다. 농지가격은 너무 비싸서 농사를 지

버텨서 뿌리를 내리는 사람도 있고 이제

요즈음 농민들 사이에서도 박정

어서는 사기 어렵고 또 몇 억씩 가지고 농

막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글을

희 신드롬이 심심찮게 이야기되고 있다.

촌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고 빈

읽는 분들께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그때는 그래도 농민들이 살 만했다고. 그

손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담보물도 없

농사꾼을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실 것을 부

러나 18년간의 독재가 끝나기 직전에 나

고 신뢰의 근거도 없으니 공적인 지원을

탁드립니다.

는 가톨릭농민회 회원이 되었고, 농민이

나이 어린 ‘56세’

이 겪습니다. 일반농사는 농산물의 시장가

고 농민이 못사는 것은 농업정책의 잘못에

우리 동네 새낭골은 우리 집을 포함해서

격이 폭등을 하면 큰돈을 만질 기회도 있

서 비롯되었으므로 잘못된 농업정책을 바

여섯 집이 삽니다. 제일 나이 어린 분이 올

지만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은 어렵게 판로

로잡는 데 농민이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

해 56세이고 모두 60세, 70세를 넘긴 분들

를 확보한다 해도(처음 시작하는 유기농산

하게 되었다. 농지세 문제, 수세 문제, 소

입니다. 일반 직장이면 이미 퇴직했을 나

물은 알아주지도 않지요) 겨우 생활을 유

값 파동, 배추 파동 등 농민을 울리고 기만

이의 노인들이 아직도 들에 나가 농사를

지하는 정도니 큰돈이 들어가는 투자(농기

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면 농민이 좀 더 잘

짓습니다. 지난겨울에 이 동네에서 두 분

계나 농지 구입 등)를 하기가 어렵지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이웃

의 노인이 돌아가셨지요. 아마도 머지않아

새롭게 시작하는 유기농 후계자들에

농민들과 함께 시위도 하고 진정서, 질의

이렇게 한 분, 두 분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게 따뜻한 격려와 도움을 줘서 용기를 얻

서도 내며 공무원들과 입씨름도 많이 해야

농촌은 점점 더 비게 되겠지요. 한때 20여

고 희망찬 농사를 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

했다.

호 살았던 이곳 새낭골이 새로 들어온 저

이 농촌을 지키는 또 하나의 운동이 되겠

그러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은 농

희 집까지 여섯 집인데 어쩌면 우리 집만

지요. 비어 가는 농촌을 음식점이나 눈썰

민 문제는 농민만이 아니라 도시의 소비자

남게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지

매장, 전원주택으로만 채울 수는 없잖아

들과 함께 풀어 가야 된다는 것이다. 그때

역의 농촌도 비슷하겠지요.

요? ㄴㅇㅅㄹ

에도 수많은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었으니

이렇게 비어 가는 농촌에, 어지간한 사

까. 그래서 도시의 소비자들과 함께하기

적인 지원이나 축적된 자산을 등에 업고

위해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야 된

들어오지 않으면 배겨나기 어려운 농촌에

다고 믿고 생명의 농법을 시작하게 되었

가뭄에 콩 나듯 저희들처럼 빈손으로 용감

다. 그렇잖아도 농약의 피해가 얼마나 심

하게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한두

각한지는 절절히 경험하고 있던 터였다.

해 살다가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농약 치다가 밭고랑에 쓰러지는 농민, 고

94

|

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

|농 업 살 림

농사를 시작하는 분들보다 더 어려움을 많

최재두 충북 음성 성미마을 채소 생산자 -

왜 못사는가, 어떻게 해야 농민이 농민답

특히 유기농업에 도전하는 분들은 일반

해 줄 수도 없지요.

한살림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2003년 12월

95


추 따고 나서 얼굴과 손이 퉁퉁 부은 농민,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그렇게도 어렵사리

최재명 씨와 우리 집 이렇게 세 집밖에 남

아 보자고 함께 많은 고민도 했다. 그 뜻이

맨발로 제초제 치다가 고생하는 이웃과 나

농사지어 놓은 귀중한 내 쌀이 여느 쌀과

지 않았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더욱 성숙해지기 위

자신을 생각하면서 당장 내가 살기 위해서

함께 취급되고 팔려 나가다가 그 쌀을 필

한살림 10년을 돌아보면 빼놓을 수 없

라도 농약으로부터 해방되어야겠다고 결

요로 하는 한살림이 생긴 일이 얼마나 기

는 것이 단오행사다. 농촌에서는 한창 바

심하게 되었다.

쁘고 반갑던지…. 그때 박재일 회장님이

쁠 때이지만 생산자들이 모두 모여 전날

어느 생산자가 유기농 고집하며 수박농

처음에는 논농사부터 제초제와 농약을

“이제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다”며 기쁨과

저녁에 돼지 잡고, 그넷줄 드리던 모습, 온

사 짓다가 마누라가 도망갔다는 얘길 듣고

안 치고 시작했다. 농사지어 가며 농민운

결의에 찬 말을 하실 때의 모습이 지금도

동네 잔치, 시끌벅적한 행사가 끝나면 무

우리 마누라는 그래도 그 어려운 일 참아

동도 해야 하는데 뽑아도 뽑아도 자꾸자꾸

생생하다.

언가 될 것 같다는 기대에 나도 한살림 생

가며 궂은 일 다 맡아 하는 것이 눈물겨워

해 더 좋은 인연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 대해 본다.

산자로 끼워 달라던 농민들…. 그러나 한

등을 두드려 주며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한

손이 부르트고 손톱이 부러져도, 남들은

해마다 갑절씩 늘어나는 소비자들이 그

해 고생해 보고는 힘들다며 포기하는 모습

다. 벌레, 우리 논으로 다 날아온다. ㄴㅇㅅㄹ

제초제 뿌려 놓고 느티나무 밑에서 쉬고

때에는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

들은 씁쓸하기도 했다. 10년 전 상추 소비

있을 때도 구슬땀을 흘려 가며 논에서 풀

려운 농사일도 힘든 줄 모르고 하게 되었

량이나 지금의 상추 소비량이나 별 차이가

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다. 퇴비만 넣어 기른 배추는 얼갈이가 되

없는 처지다 보니 나도 뭐라 붙잡을 수 없

그러나 그것은 참고 견뎌 내면 할 수 있

어 버리고 떡 벌어진 모양이었지만, 이렇

는 것이 더 가슴이 아프다. 어디 생산자만

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 쌀의 의미를 알아

게 맛있는 배추 처음 먹어 보았다는 얘기

그런가. 어느 소비자 한 분이 병이 들어 현

주고 이용할 소비자를 찾는 일이 남아 있

를 들을 때는 더 열심히 정성껏 길러야 되

미를 구하려고 서울에서 영업용 택시 타고

었다. 공해 문제만 얘기해도 불순한 사람

겠다고 다짐도 하고, 생산자들이 모여 밤

우리 동네까지 찾아왔기에 한살림을 소개

취급하던 그 시절에, 농약 문제의 심각성

이 깊어 가는 것도 모르고 얘기를 나누곤

해 주었더니, “어떻게 믿어요?”를 열 번 이

을 생각하고 우리 쌀을 사 먹을 사람을 찾

했다. 그때는 품질이 어떠니 따지지 않고

상 묻고는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우

는다는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었던

농약 안 뿌린 것이면 그저 좋아하고 귀중

리 실무자들도, 고생깨나 하겠구나’ 생각했

가? 나 혼자 그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은

히 여겼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격세지감

다. 우리가 처음 기쁨과 결의에 차 한살림

역부족이었다.

을 느끼게 된다.

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하나씩 다시 시작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우리 마을에서 한살림과 함께했던 생산

하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몇 년을 그

자들은 처음에 다섯 집이었는데, 한 분은

렇게 고생하던 중에 함께 농민운동을 하던

돌아가시고, 한 집은 소득이 적다고 떠나

농민운동과 한살림이 아니었다면 나는

박재일 회장님이 서울에 ‘입성’하여 한살림

버리고, 지금은 우리 작은아버님인 최영섭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그

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때가 1986년이

씨, 우렁이농법을 처음 시작하신 이모부인

동안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고, 제대로 살

96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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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에서 50명, 그 이듬해 100여 명.

|농 업 살 림

올라오는 풀들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이제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다”며 기뻐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땅에 뿌리박은 지혜

우리는 흔히 국가의 보호 아래 우 리의 생존이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오랜 세월 땅에 뿌리박고 땅을 의지하면서 정직 한 땀을 흘리며 살아온 사람들은 아무리 그럴싸한 논리라 할지라도 국가의 논리에

의 필연적인 결과는 전체 사회의 몰락이라 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 개펄과 바다를 죽이고 아름다운 산과 들을 거덜내면서 친 환경 개발 운운한다는 건 결국 기득권자들 의 상투적인 속임수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쉽사리 설득되지 않는다. 모든 국가는 본

국 민중을 착취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은

사물의 핵심을 뚫어보는 눈을 가진 사람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으로 땅의 사람들은

들이 소농의 몰락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국가와 국

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소농

가기관의 선전과 수사에 쉽게 설득당하는

은 식량안보와 국토보존이라는 측면에서 글

것은 이른바 계몽된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김종철 녹 <색평론 발 > 행인

쉽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오늘 날 자유무역과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개 되는 전 지구적인 거대한 시장의 출현에 대해서 흔히 지식인들은 이것을 인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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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핵심적인 비극은 이러한

|농 업 살 림

질적으로 군사 국가이며 국가기관이란 결

만 보호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소농을 살리는 문제는 우리의 인간다운 삶 전체 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작은 땅에서 땅을 사랑하고 이웃들과 연대와 협동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존조건 때문에 소 농은 거대자본과 국가기구에 예속된 지

진보의 새로운 단계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식인 전문가 관료들에게는 절대로 기대할

있지만, 이것이 세계의 자연과 대다수 민

수 없는 자주적 정신과 협동적 자치의 원

중을 위협하는 대재앙이 되고 있다는 것은

천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

땅의 사람들에게는 자명한 일이다. 그들

한 땅에 뿌리박은 자주적 지혜를 철저히

은 미국산 옥수수의 한정 없는 소비에 의

외면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진보라고 믿

존하는 공장식 축산업과 그 산물인 맥도날

는 어리석은 미신에서 지금 우리는 헤어

드 햄버거가 번창하는 세계에 내일이 있을

나지 못하고 있다. ㄴㅇㅅㄹ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중국 시장에 핸드폰을 내다 팔기 위해서 한국의 마늘 농가가 파산을 감수해야 하는 경제시스템

<시민의 신문>, 2003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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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 헨더슨(Hazel Henderson)

카트리나의 교훈

트리나’ 이후의 뉴올리언스다.

역이 몰락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협동과 공

회의 근대화는 도시의 물질적 풍요를 얻은

금으로 움직이는 공공영역으로 구성되는

인을 발생시켰고, 그 허리케인은 ‘화폐경제

대신에 농업과 농촌을 기반으로 한 자연,

화폐경제 부분과 비화폐적 경제 부분으로

로 흡수되어 사회적 협동경제 영역이 붕괴

그리고 사회적 협동의 경제를 잃는 과정이

나눴다. 그는 화폐경제 부분은 전적으로 비

된 자본주의의 극지(極地)’가 폭력과 살인,

었다.

화폐적 경제 부분에 의존한다고 주장해 눈

강간과 방화와 같은 인간성 상실의 현장이

물론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일

길을 끌었다. 비화폐적인 경제 부분은 크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아무런 가감 없이

이다. 하지만 생태환경의 보호와 함께 유

게는 사회적 협동경제 영역과 자연으로 구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바꿔 말해

기농업을 사회적 기초로 삼고 있는 스위

성되며, 사회적 협동경제 영역은 공유, 호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살아가

스, 덴마크, 독일 등의 나라에서 볼 수 있

혜적 교환, 나눔, 자급을 원리로 작동하는

는 곳이 되려면 건강한 대자연의 품 안에

는 것처럼 21세기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

서 연대와 협동, 우애와 배려를 바탕으로

는 기반으로서의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 하

하는 사회적 협동경제의 영역을 확충하는

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는 것만은

것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분명하다. 적어도 뉴올리언스의 참극에서

DIY, 물물교환, 사회·가족·지역을 유지하

부조, 노인이나 병자의 간호, 가정 내 생산 과 가공, 자급농업 등을 포괄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인간이 살 아갈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자연과 사회 적 협동경제 영역 덕분이며, 화폐경제 부 분이 성립할 수 있는 것도 이 영역이 터전

윤형근 모심과 살림 연구소 사무국장 -

는 기초인 가사家事, 돌봄, 봉사활동, 상호

우리 사회에서 자연과 사회적 협동경

우리 사회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으려면 오

제를 구축하는 기반은 누가 뭐래도 농업과

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농촌에 있었다.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맺

자명하다. ㄴㅇㅅㄹ

는 접점은 농업이었다. 즉 농업을 통해 자 연의 혜택을 받아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

것이다. 또한 전통 두레에서 볼 수 있는 것

재 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신자유주의 세

처럼,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 상호부조의

계화의 모습은 이 두 영역을 화폐경제 영

공동체문화를 일구는 터전이기도 했다.

역으로 끌어들여 점차 상품화해 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는 점에 있다. 이렇게 대책 없는 상품화의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과

확대는 인류의 생존뿐 아니라 사회적 기반

농촌이 급속도로 축소되었고, 현재는 그마

자체를 붕괴시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저도 비교우위의 상품화 논리에 밀려 고사

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 바로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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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뿌리박은 지혜》, 2006년, 발췌

위기에 처해 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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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후변화로 이어지면서 초강력 허리케

의 생산구조를 크게는 시장(market)과 세

|농 업 살 림

동체의 문화도 침몰하고 있다. 즉 우리 사

자연의 상품화는 지구온난화 등 급속

이란 여성 경제학자는 오래전에 산업사회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요즘 유기농업(친환경농업) 진영 은 학교급식 문제와 모 방송국에서 제작하

유기농업과 GAP 비교 대상인가?

는 사람과 작물이 자라는 땅에 대한 관리

Control Points)과 유사한 농산물관리기준

를 전제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유기농업과 GAP는 농산물의

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GAP농산물은 철

안전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저하게 결과를 중심에 둔다는 점이 다르

태생부터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혹 안

죽지 않는다’는 요지의 강연을 자주 연다고

다. 국가가 정해 놓은 위해요소, 대표적으

전성 기준을 동일하게 통과했다 해도 땅과

한다.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대신해서 적

로 잔류농약 등에 대해 기준치를 통과한

작물을 대하는 태도와 농사방식부터가 차

절하게 관리된 농산물을 먹는 것이 낫다는

것인지 사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가 크다. GAP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비

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급식과 관련 하여 학부모를 대상으로 ‘농약 좀 먹어도

교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관행농산물과 별

모 방송국에서는 ‘한국에는 진정한 유

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제초제와 화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관

기농업은 없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준비

학합성농약, 화학비료의 사용을 철저하게

행농산물도 잔류농약 기준치 이하일 때만

금지한다. 하지만 GAP농산물은 농약과 화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학비료의 사용은 물론이고 제초제 사용마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저 허용하고 있다. GMO종자 사용은 말할

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굳이 우열을

나위가 없다. 어차피 ‘적절한 사용’을 전제

가리자면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농산물, GAP농산물이라고 줄을 세워 볼

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농업 육 성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폄하하기까지 하면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배영태 한살림연합 상무 -

이 잡듯이 뒤지면서 꼬투리 잡기에 나섰다

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업 생산현장을

셋째, 유기농산물은 외부자원의 투입

수 있을 것이다.

– 농산물우수관리)를 내세우기 위해 꼼수

을 최소화한, 생태순환적이고 환경친화적

다량의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사

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인 농사방식으로 생산되는데 반해 GAP농

용하는 관행농업의 폐해를 적절하게 관리

한다. GAP는 말 그대로 ‘농산물 생산을 적

산물은 이런 가치를 우선하지 않는다. 가

하고 극복하자는 점에서 GAP제도는 진일

절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기농

족농, 소농의 가치를 우선하는 유기농산물

보한 제도일 수 있으나 유기농업을 대체할

산물과 GAP농산물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과는 달리 GAP농산물은 위생이라는 미명

수는 없다. 유기농업의 정착과 활성화를

수 없다. 유기농산물과 GAP농산물은 종자

하에 대규모 시설에 대한 의존성이 있다.

위해 저변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

사용에서부터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한마디로 기업농에 적합한 관리방식이라

도가 적절하다. ㄴㅇㅅㄹ

수확 후 관리방식에 이르기까지 관리체계

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GAP가 가공식

가 다르다.

품에 적용하는 해썹(유해요소중점관리기

첫째, 유기농산물 인증체계는 농사짓

102

<한살림>, 2014년 3월

준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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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기농산물은 GMO종자를 사용

논리도 내세운다.

|농 업 살 림

여기고 살펴본다. 예방적 조처를 우선한다

고 있다는 프로그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과 같 이 발굽이 2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들에 게 발생하는 병이다. 증상은 고열과 함께 거품이 섞인 침을 흘리고 입안에 염증과 입술, 유두,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것 이다. 인수공통병이 아니며 감염된 고기를

구제역 예방 동물복지 차원의 한살림축산이 답이다

생산되는 조사료(볏짚, 호밀, 청보리 등)를

경우는 항체형성률이 70%를 넘지 못한다.

최대한 이용하며 깻묵, 쌀겨, 싸래기 등 농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축의 면역력

사 부산물을 자연 발효시켜서 혼합한 사료

을 키워 주기 위해 정부 차원의 축사 환경,

이다. 돼지는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을 통

사료 개선 정책과 그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

해 옥수수 사료를 배제하고 대신에 발아보

다고 본다. 또한, 이를 토대로 공장식 축산

리 20%와 쌀겨 10%를 혼합하여 만든 사료

탈피와 동물복지 축산도 고민해야 한다.

를 먹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축회에서 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감염된 가축과 접촉했던 가축은 대개 매몰

해 왔다. 가축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미네랄을 활성화해 정제시킨 BM활성수를

처분한다. 국내 축산농가들은 축사 위생에

확보한 축사, 바닥에 깔짚을 깐 축사, 항생

급여하고 있다. 짚이 깔려 있는 축사 바닥

신경 쓰고 백신 접종을 통해 구제역 예방

제를 넣지 않은 사료, GMO 없는 사료, 국

에 BM활성수를 뿌리고 이를 통해 미생물

산 곡물사료 지향과 이를 통한 국산사료

층을 형성시켜 악취 없는 쾌적한 축사 환

자급률 향상, 우리보리살림운동 등은 지금

경도 조성하고 있다. 현재 한축회 생산자

까지 펼쳐 왔던 한살림의 노력이다.

들은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의 이동을 금하

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12

한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농가와 정부 의 노력에도 전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자칫하면 2010년 11월 발생해 2011년 4월 까지 무려 35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매 몰 처분했던 구제역 재앙이 되풀이될까 두 렵기도 하다.

이제홍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 생산자 -

월,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충북 진천의

구체적으로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

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혹시라도 3

(이하 한축회)에서는, 구제역 백신 접종은

년 전, 두 농가에서도 구제역 판정을 받아

기본으로 하되 한우는 채광과 통풍이 되

한우 180마리를 매몰 처분했던 안타까운

는 개방 축사에서 1마리당 8.3㎡(2.5평) 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최대

상의 공간을 확보해 사육하고 있다. 돼지

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는 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개방 축사에서 1

축산 전문가들도 구제역 발생과 예방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은

마리당 1.3㎡(0.4평)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

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조건 매몰 처분을 하

으며 임신한 돼지는 금속 틀(Stall)이 아닌

하지만 한축회 생산자들은 공장식 축산 탈

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항체형성률) 구

축사를 넓게 개조한 방사 형태의 사육으로

피와 동물복지 차원의 축산에 답이 있다고

제역에 전염된 가축 내지는 축사별, 농장

전환하고 있다.

생각한다. 쾌적한 축사에서 좋은 사료와

2011년 이후, 정부에서는 구제역 예방

별로 구분하여 매몰 처분을 하고 있다. 하

사료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

깨끗한 물을 먹이는 건강한 축산을 기본으

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에서도 볼 수 있듯

다. 먼저 한우는 완전혼합사료(TMR, Total

로 하되 더 나은 축산을 위한 고민도 계속

Mixed Ration)를 급여한다. 완전혼합사료

할 것이다. ㄴㅇㅅㄹ

백신 접종을 통한 구제역 예방은 한계가 있

<한살림>, 2015년 1월

는 GMO 원료를 일절 넣지 않고 지역에서 104

105

|

한살림에서는 일찍이 대안축산을 고민

치사율이 70%까지 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농 업 살 림

사람이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가축에 따라

다. 백신을 접종한다 할지라도 돼지 같은

한살림 30주년 백서

농업살림


“ 한살림은 지역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원래 하고자 했던 생명살림의 세상을 열어 갈 수 있어요. 이 속

“ 도시와 농촌에 작은 단위 공동체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웃과 조화롭게 어울려 함

에 사람이 살면서 필요로 하는 문화와 복지, 의료, 교육 등 많은 참살이 내용을 녹여 내야 합니다. 바로

께 땀 흘리고, 거친 음식도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씩 먹으며 마음과 몸을 닦고 아이들을 마음껏 낳아 기

이것이 앞으로 한살림이 만들어 가야 할 생명살림 세상입니다.”

를 수 있는 공동체세상을 물려 주고 싶습니다.”

|생 명 살 림

아이들 위한 작은 마을공동체

한살림 30주년 백서

더 깊이 지역 참살이

|

고 최재두_ 충북 음성공동체 생산자

안상희_ 충북 괴산 한살림우리씨앗농장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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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생명살림

탈 핵

마 을 과

푸 른

공 동 체

지 구

평 화 공 존

나 눔

109 108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보건복지 위에서는 지금까지 지자체의 자율결정에 맡겨져 있던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전국적 으로 강제 실시하는 것을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 국민

철회와 동시에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근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심스럽거나 불

적인 재검토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수

확실한 것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전

돗물 불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기

예방 원칙이다.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본적으로 맹독성 물질의 하나인 불소를 아

없는 소중한 것이며, 인체는 잠재적인 위

무리 저농도라 할지라도 평생에 걸쳐 장기

험성을 가진 물질을 모호한 증거만을 믿고

음용해야 할 수돗물에 첨가한다는 것은 예

사용해도 좋을 실험 대상이 아니다.

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더

년 동안이나 아무런 의심 없이 대량 사용

나 충치예방을 목적으로 1945년 이후 미

욱이 미국과는 달리 천연적으로 불소가 많

되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치명적인

국에서 시작되어 여러 나라로 번진 수돗물

이 함유된 해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위험성이 인정된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았

불소화 사업은 그동안 그 윤리성과 안전성

한국의 식생활문화를 고려할 때, 불소의

던가? 전체를 못보고 국소적인 이익만을

과잉섭취와 그에 따른 심각한 질병 발생의

쫓는 결과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학계 일부의 의견도

명시해야 한다. 치명적인 전염병도 아니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 다른 방법으로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자체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

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큰 논란거리로 되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다.

김종철 녹 <색평론 발 > 행인

어 있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 문제를

우리가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하는 또

충치의 부분적 예방을 위해서 수돗물에 불

다른 이유는 우리 몸의 70~80%를 구성하

소라는 독성물질을 첨가하여 국민의 선택

는 수분을 공급하는 원천으로 수돗물은 철

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매우 독단적이고 무

행됐다가 부분 중단 또는 불법화되었다는

저히 순수한 물로서 공급되어야 한다고 믿

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

사실이다. 이 사실은 불소를 이용한 충치

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이미 많은 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

예방 사업이 결코 서둘러서 확대해야 할

학물질이 수돗물 정화에 사용되고 있는 상

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앞장서야

사업이 아니라 대단히 신중한 접근을 요하

황에서 충치예방 목적으로 또 하나의 화학

할 국회와 정부가 국민대중의 동의를 구

는 문제라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럼

물질을 인위적으로 추가한다는 것은 음용

하지 않고 수돗물 불소화의 확대실시를

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불소화를 법적 강제

수의 본래적 기능과 용도를 더욱 왜곡시키

강제한다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민들

를 통해서라도 전국에 걸쳐 확대하려고 하

는 행위이다. 상수도는 가능한 한 깨끗한

로부터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

는 시도는 ‘생명살림운동’에 오랫동안 헌

음용수를 공급하는 체계가 되어야 하며,

을 것이다. ㅅㅁㅅㄹ

신적으로 참여해 온 우리들이 결코 묵과

의료목적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수단이 되

우리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유럽과 일 본을 비롯한 여러 복지 선진국에서 일시 적, 부분적으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법안의 즉각적인

110

사단법인 한살림, 1999년 3월

어서는 안 된다.

111

|

종래에 디디티(DDT)를 비롯하여 몇십

측할 수 없는 위험에 다수 국민을 노출시

의 구강위생을 위한 국가의 공중보건 사업

|생 명 살 림

수돗물 불소화 실시를 강제하는 법안을 철회하라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핵발전은 생명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명체를 살상하고, 이것을 영구히 안전하

마 사태 이후 핵발전과 방사능 문제를 새

게 관리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세

롭게 인식하며 형성된 국민 다수의 탈 핵

대가 당장의 편리를 좇아 선택한 이 위험

발전 여론에 반하는 것이며, 수십 년 동안

천만한 핵발전에 대한 대가는 수백, 수만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로

년을 두고 우리 후손들이 영원이 짊어질

해당지역을 중심으로 매번 심각한 사회적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

갈등을 겪어온 일을 되풀이하게 할 것입니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

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사태를 겪고도 우리

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탈 핵발

하고 있으며, 위험천만한 방사성물질은 여

정부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

전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전히 하늘과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습

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핵발전 확대 정책을 고집하는 한, 수십 기

니다. 일본은 이미 큐슈 지역을 제외한 전

없습니다.

의 핵발전소를 서해안에 짓겠다고 나선 중

강력한 지진과 해일은 그 자체로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이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파괴와 방사성물질 누출 사태는 지금까지 도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떨게 하고 있 습니다. 세계 제일의 재난대비 국가로 불 리던 일본은 사고가 난 지 10개월이 다 된

한살림연합 -

론 모유와 아이들 소변에서도 방사성물질

국토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농작물은 물

정부의 핵 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좁은 국토에 21기의 원자로를 가동하 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핵발전

국을 설득할 명분도 모두 잃게 된다는 점 도 심각합니다.

소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게다가

한살림은 일찍이 한살림선언을 통해

민들은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이미 건설 중인 7기, 계획 중인 6기까지 합

‘핵위협과 공포’를 현대 산업문명이 직면한

지을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치면 모두 34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여

위기적 증후의 첫 번째로 밝힌 바 있습니

입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수력원자력은 크리

다. 한살림이 걸어 가는 생명살림의 길에

서 핵연료를 회수하고 해체하는 데만도 앞

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 12월 23일, 강원

서 핵문제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입

으로 4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만

도 삼척과 경상북도 영덕 지역을 신규 핵

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농촌 생산자와

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태로 생명을 죽

발전소 후보지로 선정 발표했습니다. 30년

도시 소비자들이 뜻을 모아 생명의 먹을거

이는 방사성물질 누출로 인한 피해 정도는

만에 핵발전소 신규 부지를 발표한 것이며

리를 생산하고 나누며 일궈온 모든 노력

이렇게 가늠할 수조차 없고 언제, 어떻게

또 다시 8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것

이 방사성물질 오염으로 위협받는 일을 결

끝이 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온 인

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해외에 원자

코 좌시할 수도 없습니다. 한살림은 정부

류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로를 수출하겠다고 나서면서 후쿠시마 핵

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

핵발전은 물질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발전소 사고를 오히려 핵 관련 산업 도약

은 입장을 밝힙니다.

인위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제

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마저 공공연히 밝

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사고 주변지역 주

어할 수도 없으며 소멸되지도 않는 방사성

112

<한살림 결의문>, 2012년 1월

히고 있습니다.

첫째,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반드시 중 단되어야 합니다.

113

|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후쿠시

|생 명 살 림

물질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며, 이는 생

지난해 3월, 일본 열도를 뒤흔든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둘째,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는 무

셋째, 방사성물질로부터 위협받고 있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벌

리한 가동 연장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폐쇄

는 우리 밥상과 농토를 지키기 위해 사전

써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후쿠시마 핵

해야 합니다.

검사를 철저히 하는 등 만전의 노력을 다

사고는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함께 핵과 인

하겠습니다.

간이 공존할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셋째,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철저

이제 그것은 ‘후쿠시마’ 이전의 그 봄은 분

만, 아직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명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유

은 출입이 통제되고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넷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

기농 농사를 실천해오던 후쿠시마의 농부

발견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뜻과 지혜를 모

가 자신의 책임과는 무관한 방사능 누출로

핵연료 제거 및 폐로 시간만 40년. 비용만

아 핵발전소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지금

농토가 오염된 일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15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 시간 안에 후

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끊은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살

쿠시마 핵사고가 모두 정리될 것이라는 것

한살림은 지금처럼 에너지를 마음껏 쓰

림이 추구해 온 밥상살림은 단순히 밥상에

을 믿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면서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을 반대하는 것

오르는 먹을거리에 대해 방사능 오염정도

이러한 가운데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

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도 잘 알고 있습

를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 되었습

기 위한 전세계 각국의 흐름은 매우 뜨겁

니다. 한살림은 ‘우리 스스로 바뀌지 않고

니다.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성물질 누출은

다. 핵사고가 일어난 일본의 경우, 54기의

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분명

일본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힘과 지혜를

핵발전소 중 단지 3기만 가동 중에 있으며,

히 인식하고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해 핵

모아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올해 4월이 되면 모두 가동을 멈출

없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려고 합

세상만물이 생명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니다. 첫째, 한살림은 전국 20개 지역 회원 생협의 30만 조합원, 2천여 세대 생산자들

예정이다.

는 믿음을 실천해 온 한살림은 밥상살림,

대만은 현재 운영 중인 핵발전소 3기의

농업살림, 생명살림과 핵 없는 생명 세상

수명연장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였고,

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ㅅㅁㅅㄹ

몽골에서는 국제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중

과 함께 더욱 비상한 각오로 에너지 소비

단할 것을 발표하였다. 유럽의 경우 추상

를 줄이는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겠습니다.

적인 탈핵선언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탈

둘째, 한살림이 추구해 온 ‘가까운 먹을

핵시나리오 발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거리 운동’과 ‘생태순환농업실천’을 더욱 적

독일 정부가 2022년 핵발전 비중 0%를 발

극적으로 펼쳐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생태

표한 이후 벨기에, 스위스 등이 정부차원

순환적인 자립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의 탈핵시나리오를 발표했고, 이탈리아는

114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확대 발족 선언문

|

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온 사회가

|생 명 살 림

일깨워 주었다. 사고 이후 1년이 다되었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겠지만,

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생산된 전력 에너

핵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결의문>, 2012년 2월 1일

115


환란이 닥쳤습니다. 조상 대대로

적 열망을 확인한 바 있다.

드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그 길을 본격적

깃들어 온 마을입니다. 함께 기쁨과 슬픔

그러나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핵사고

으로 떠나고자 한다. 핵없는 안전한 세상,

을 나누던 이웃입니다. 일용할 양식을 내

를 대하는 태도는 실망을 넘어 경악을 금

평화로운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후손들

어주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주던 땅

치 못할 수준이다. 현재 31% 수준인 핵발

에게 물려 주는 것은 우리 세대를 살고 있

과 바다입니다.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전 비중을 2030년 59%로 늘리기 위한 계

는 양심적인 모든 이들의 숙제이기 때문이

어느 날 ‘외부 세력’이 찾아왔습니다. 안보

획은 후쿠시마 핵사고와 상관없이 추진 중

다. 우리에게는 요원해 보일 수 있는 ‘핵없

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을 앞세워 찾아온 그

에 있으며, 이를 위해 삼척과 영덕을 신규

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고 우리 사회를 바

들은 ‘평화’를 지킨다고 합니다. 해군기지

핵발전소 후보지로 지정, 건설계획을 추진

꾸는 일에 함께 나아가도록 하자. ㅅㅁㅅㄹ

를 짓는 것이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라 합

하고 있다. 또한 핵산업을 조선, IT 산업과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니다. 64년 전에도 이 마을에 환란이 닥쳤

함께 수출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원

(사)에너지나눔과평화, 가톨릭환경연대, 경주핵안전

습니다. 그때에도 안보라는 이름으로 공권

연대, 광주환경운동연합,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나

력을 앞세워 찾아오기는 마찬가지였습니

와 우라늄 농축 문제를 포괄하는 한미원자

께, 대학생사람연대, 대학생협연합회, 동아시아탈원

다. 평화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한다 하였

력협정 개정, 종합적인 핵연구 단지를 만

레생협연합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

을 지지하고 육성시키기 위한 계획이 하나

전자연에너지네트워크,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 두 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반 핵울산시민행동, 반핵의사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불 교환경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삼척핵발전소 (핵단지)유치백지화위원회, 생명살림연구소, 생명평

씩 발표되고 있다.

화마중물, 생태지평, 시민평화포럼, 아이쿱서울생

핵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한 필요가 없 을 것이다. 이제 길은 분명히 정해졌다. 그 길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갈 것인가가 남

협,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연대, 에너 지전환, 에너지정의행동, 에코붓다, 에코생협, 여성 민우회생협연합회, 여성환경연대, 영광핵발전소안 전성확보공동행동,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 원회, 영덕핵발전소반대포항시민연대, 원불교환경

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밥을 함께 나누어 먹던 마을 사람들을 둘로 나누었고, 그들 이 보호하겠다던 국민을 총칼로 희생시켰 습니다. 4·3이라 불리는 아픈 과거는, 그 렇지만 많은 주민들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평화가 무력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라

연대, 의료생협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

면, 언젠가 더 큰 무력에 의해 평화는 무

았을 뿐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1년. 총선과

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

기력해지고 맙니다. 평화는 결코 힘에 의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이 몰려 있는 2012

부모회, 참여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

년 우리는 그 길을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연대, 초록교육연대, 통합진보당, 평화를만드는여성

나아가려고 한다. 지난 1년간 확인된 것처

살림연합, 합천평화의집, 핵발전소반대경남시민행

럼 핵없는 세상을 향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 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116

민주노동연구소, 진보신당, 차일드세이브, 참교육학

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한 동, 핵없는세상, 핵으로부터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 사람들,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 국교사모임,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한살림연합 -

눔문화, 녹색교통운동, 녹색당(준), 녹색연합, 다함

들기 위한 원자력클러스터 계획 등 핵발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자력진흥종합계획,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구럼비바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

그 열망을 모아 진정으로 핵없는 세상을 만

|생 명 살 림

국민투표를 통해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민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해 유지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평화를 지 키겠다는 정부와 해군은 평화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권력을 앞세운 폭력으로 마을공 동체를 파괴하고 구럼비바위 발파를 강행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와 해군이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2년 4월

117


이야기하는 평화는 폭력과 파괴의 다른 이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ㅅㅁㅅㄹ

의 무책임,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온 국민

께 나누는 것입니다. 땀 흘리는 노동을 나

을 좌절하게 만든 세월호 사건, 먹을거리

누고, 한 그릇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 평

시장 개방과 농업·농촌의 몰락, 핵 위기,

화입니다. 너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 아

기후변화,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 저소득

니라 네가 있어 내가 있는 것이 평화입니

층이 죽음을 선택하는 비참한 현실. 우리

다. 그러므로 모든 평화는 또한 생명의 그

삶은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일찍이

물입니다.

문명적 위기를 내다보고 한살림이 일관되

가치는 이제 한 발자국도 뒤로 물릴 수 없

은 서로 한 몸입니다. 제주의 자연은 햇빛

는 절박한 명제가 되었다. 6·4지방선거가

과 바람과 물이 만든 것입니다. 구럼비바

다가오면서 또 다시 정치권은 치장된 말로

위 발파 행위는 붉은발말똥게와 강정마을

표를 구걸하고 있다. 한살림은 조합원들과

주민만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과 물을 파괴

함께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살림은 온 우주

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물살을 틀게 되기를

의 생명이 함께 더불어 살기를 기원합니

희망하고 있다.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6·4 지방선거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개방경제가 날로 확대되면서 농업기반 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먹 을거리 해외의존도는 무려 76.4%(2012년)

강정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

에 달해 먹을거리 자급력과 다양성 그리

로 수렴하지 못한 해군기지 사업은 민주

고 먹을거리 안전성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주의를 훼손하는 사업이며 마을 공동체를

있다. 게다가 갈수록 빈번해지는 기상이

파괴하는 것이기에 중단해야 합니다.

변 때문에 농업생산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럼비바

고 계절농산물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위는 천혜의 생태지역이기에 이를 무자비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 개방이

하게 파괴하는 해군기지 사업은 반드시 중

가속화되면서 우리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

단되어야 합니다. 구럼비바위는 그 자리에

른 친환경농업도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

118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4년 4월 24일

119

|

나는 붉은발말똥게와 강정마을의 주민들

한살림연합 -

게 추구해 온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발파되는 구럼비바위와 그 곳에서 쫓겨

|생 명 살 림

름입니다.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

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당국과 해군에게

밥상을 살리고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이정표를 세우자

지켜지지 않은 규정과 책임자들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하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감한 제초제나 GMO까지 허용하게 되어

너지 수요의 96%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론 유엔이 발표한 2013 세계행복보고서에

전국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연평균 16%

있어 친환경성, 안전성과는 거리가 있다.

실정이다. 정부는 핵발전소가 차지하는 역

서 41위, 2012년 경제개발기구에서 발표한

할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면서 후쿠시

이혼율 1위, 노인빈곤율 1위, 비정규직 1위

이런 가운데 부실인증 사례가 늘어나며 친

물질에 의한 먹을거리 오염에 대한 국민들

마 핵 재난의 경고를 외면한 채 신규 핵발

등에서 드러나듯 각박한 우리 현실을 적나

환경농업의 신뢰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

의 걱정과 불안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전소 부지 조성과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등의 압력으

방사성물질은 일본산만이 아니라 국내산

대규모 송전시설 건설 등 핵발전 위주의

한살림은 이번 지방자치선거에 나서는

로, 유기농업을 관행화·세계화로 내몰고,

먹을거리에서도 검출되고 있어 우리를 안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

정당과 정치인들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

국내 유기농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유

타깝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미국에서

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공동체가 붕

해 최소한 다음 의제들에 대한 자신들의

기가공식품 상호 동등성 협상’이 진행되고

수입된 GM밀가루가 국내에 유통되었다는

괴되는 등 희생과 갈등이 첨예해지고 국민

입장과 비전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있다.

뉴스가 사회이슈가 된 일이 있다. 지난해

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안전

국내에 수입된 GMO는 총 888만톤(농업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

한 먹을거리를 먹이자는 취지에서 학교급

용 720톤, 식용 168톤)으로 전년대비 12%

된 지난 4월 이후 ‘협동조합 4000개 시대’

을 위태롭게 하는 FTA 확대와 TPP(환태평

식에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자는 것은 사

이상 급증하였다. 2008년, GMO를 수입할

가 도래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추진 그리고 국내

회적 합의에 따른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때 반드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규정한 관련

협동과 상생,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

유기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미국 등 5

들어 서울시교육청은 친환경농산물 권장

법이 시행된 이후 최대 수입량이다. 지난해

이기보다 시장경제체제 아래 구성원들을

개국이 요구하는 유기가공식품 상호 동등

사용 비율을 기존 공립초교 70%, 중학교

GMO 수입 급증은 전체 수입량의 약 80%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와 지

성 협상을 신중히 검토하고 접근할 것을

60% 이상에서 모두 ‘50% 이상’으로 낮추

인 704톤에 이르는 사료용 수입 옥수수가

자체들은 협동조합 설립을 강조했는지는

요구한다.

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

주도했다.

몰라도 협동조합이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우리 밥상의 안전, 미래 세대 삶의 근간

벼랑 끝에 몰린 우리 농업·농촌에 희망

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친환경농업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빈발하면

있게 할 정책 마련엔 취약했다. 신생 협동

과 대안이 되고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을

육성·지원하려던 친환경 학교급식의 목적

서 그에 따른 경제손실은 천문학적 규모로

조합들도 자생적으로 사업과 활동을 전개

수 있게, 틈새농업이 아닌 주류농업으로서

과 의미는 눈에 띄게 퇴색하고 있다. 뿐만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

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의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는 지역농정을 마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고 있는

구(OECD) 가입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

이다.

련할 것을 요구한다.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는 친환경농산

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정부는 2020

지난 2월 서울에서 복지 사각지대에서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GAP

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힘들게 살아가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못

친환경농산물을 GAP로 대체함으로써 친

가 유기농업에 비해 더 안전하다며 학교급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

견디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를 안

환경농업의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려는

식에서 친환경농산물을 배제하려는 움직

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

타깝게 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사

일련의 조치들을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

임마저 일고 있다. GAP는 환경에 가장 민

나 정책은 나와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에

회의 허술한 복지지원체계의 문제점은 물

120

121

친환경급식 권장사용 비율을 축소하고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재고하고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생 명 살 림

감소하고 시장규모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먹을거리에 대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관리 체계와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호가 침몰했다. 한살림은 사고가 발생한 순간부터 시종일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

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정으로 안타깝게 지켜보며 울음을 삼켜왔

인 존엄성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따

다. 세 달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고는

뜻한 복지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수습되지 않고 있다. 300명 가까운 이들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 싸늘한 주검으로 인양되었고 여전히 11

|생 명 살 림

양극화가 심화 되고 있는 가운데 복지 사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

명이 실종된 상태인데도 사고가 벌어진 원

|

인, 이후 대응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한살림은 43만여 세대 소비자 조합원,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2천여 가구 생산자 회원들과 함께 위 요구

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공유하며 이번 선거

생한 돌출적인 일이 아니라, 돈과 이기심

가 우리사회에 희망의 씨앗이 싹트는 계기

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부박한 시대정신

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ㅅㅁㅅㄹ

과 사회문화가 빚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한살림연합 -

한살림은 이 참혹한 사고가 우연히 발

에 대한 제 정당과 정치인들의 입장과 정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라고 진단하 고 있다. 돈만 좇으며 생명을 가볍게 여기 고, 일의 동기나 과정보다는 성과와 효율 만 중시하며, 협동하기보다 남을 짓밟고 경쟁에 이기기만 종용하는 세태. 법과 제 도를 기반으로 정당한 절차를 밟기보다 편 법과 탈법을 앞세우고 개개인의 자율적 의 사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며 그저 일방적 으로 명령하고 수동적으로 복종하기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허풍선 같은 경 제성장과 물질의 풍요에 취해 맹목으로 달 려오다 보니 어느 새 우리들 마음 속에 자 라난 괴물 같은 이기심이 결국 이번 사고

122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4년 7월 9일

123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이 때문에, 그 바다에 침몰한 것은 단

위해 먼저 한살림 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

4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이

순히 한 척의 배가 아니라 직시하기 차마

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재앙은 사고를 발생시킨 배경이라고 할 수

부끄러운 이 시대, 대한민국 자체이며 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있는 생명경시, 배금주의, 절제 없는 소비

진한 학생들이 품고 있던 우리들의 미래라

우리 사회가 이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일

문화, 에너지 낭비 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고 생각한다.

을 한 살림다운 방식으로 펼칠 것이다. 우

점에서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

를 일으킨 것이다.

핵발전은 물질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끓는 심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

고 있는 한살림경기남부를 시작으로 한살

인위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

건을 초래한 사회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림연합에서도 위와 같은 활동을 차근차근

로 방사성물질을 발생시키며 이것은 인간

한 누구라도 또다시 그러한 비극에 희생될

펼쳐나갈 것이다.

이 완벽하게 제어할 수도 없고 소멸되지 도 않습니다. 상상하기조차 끔찍하지만 어

명 연한을 넘기고 언제 참혹한 사고를 일

체 등 관계기관에 대해, 유족들과 시민들

쩌면 지구 생태계가 핵발전소 파괴 이전의

으킬지 모르는 상태로 가동되고 있는 노후

이 요구하는 대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

원자력 발전소 등 유사한 사고의 가능성은

제정과 별도의 조사기구를 통한 철저한 진

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여전히 방사성

우리 사회 도처에 널려있다.

상규명,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물질이 새어나오고 있고, 일본에서 갑상

우선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원인, 벌어

데 적극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들의

선암 환자가 수백 배 증가했다거나 태평양

진 실상,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을 낱낱이 밝

이 절박한 요구가 어떻게 이행되는지 45만

건너 캘리포니아에서까지 세슘134가 검출

혀야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이 무

조합원들과 함께 주시할 것이다. ㅅㅁㅅㄹ

되었다는 등의 우울한 소식들이 여전히 끊

엇이든, 우리시대의 그릇된 정신과 문화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에 즈음하여

한살림연합 -

한살림은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 지자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수

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행과 법 제도, 책임을 물어야 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 우리 사

는 개인과 기관들까지, 뼈를 도려내는 고

회에는 잠시 우리들 삶의 자세를 돌아보는

통을 감수하면서라도 낱낱이 도려내고 새

성찰의 분위기가 일었습니다. 핵발전 위

살이 돋게 해야 한다.

주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에너지를 마

한살림은 전국 45만 조합원들과 함께

음껏 낭비하는 소비문화를 돌아보는가 하

이번 일의 책임이 우리 개개인에게도 있다

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는 점을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회원생협,

비록 미량이지만 국내산 표고버섯 등에서

생산자들과 함께 사회적 관행을 바꿔가기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서 일본의

124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5년 3월 11일

125

|

선 경기도 안산시를 활동구역으로 포함하

|생 명 살 림

가족을 잃고 몸부림치는 유족들의 애

수명 다한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핵발전 위주 에너지 정책을 바꿉시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방사성물질 누출이 지구 전체의 안전을 위

되며 원자로가 밀집한 곳에서 사고가 일어

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아프게 자각했습

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일 년이 지났다. 남쪽 바다에서 날아온 황 망한 그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계절이 네 번

명을 가볍게 여기고 당장 눈앞의 돈과 이

핵발전소 파괴 4년이 되는 시점에 한살림

바뀌고 고통스럽게도 봄꽃들이 환하게 또

기심만 좇는 부박한 시대의 욕망과 배금주

은 다시 요청합니다.

다시 피어났다. 사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과감하

게 생각을 전환하며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시오.

다면 비슷한 재앙이 또 벌어질 수밖에 없

습니다.

십시오. ㅅㅁㅅㄹ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 주

만큼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모두들 우 연히 벌어진 일일 것이라고 짐작하며 울음 을 삼켰다. 한살림은 사고가 일어난 뒤, ‘돈 만 좇으며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일의 동

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는 이미 수명

세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

이 다한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기를 종용하고 정당한 절차보다 편법과 탈

결정을 내렸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결정입

법을 앞세우며, 절차적 합리보다 일방적인

니다. 한살림은 이미 지난 2012년 1월 정

명령과 복종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허풍선 같은 경제성장과 물질의 풍요에 취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 바 있습

해 맹목으로 달려온 우리들 마음속에 자라

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21기의 원

난 괴물 같은 이기심이 사고를 일으킨 것’

자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핵발

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전소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며 건설 중

바다에 침몰한 것은 단순히 한 척의 배

인 7기, 계획 중인 6기까지 합치면 원자로

가 아니라 차마 직시하기 부끄러운 이 시

는 모두 34기로 늘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대 대한민국 자체이며 천진한 학생들이 품

이제라도 수명이 다한 원자로의 가동을

고 있던 우리들의 미래였다. 사건을 초래

중단하십시오. 월성1호기 인근에는 울산

한 사회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누구라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들이 즐비합니다.

도 또다시 그러한 비극에 희생될 수 있기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미국의 드리마일 사

에, ‘이번 사고를 일으킨 원인, 벌어진 실

고에서 보듯이 사고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상,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정상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부분에서 촉발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이 무엇이든, 우

12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한살림연합 -

기나 과정보다는 성과와 효율만 중시하는

후쿠시마 4주기가 다 되어 가던 지난 2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5년 4월 13일

127

|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는 후쿠시마

|생 명 살 림

니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건의 본질에 생

수명이 다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십

사고발생 후 지난 일 년이 더욱 참담하다 이제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리시대의 그릇된 정신과 문화, 사회적 관

보상금 운운하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고 유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늘(18일) 오

행과 법 제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개인과

족들을 모욕하려는 술책일 뿐이다. 이제

전 10시에 한국전력공사 한빛홀에서 제 7

기관들까지, 낱낱이 도려내고 새살이 돋게

라도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들

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한다.

해야 한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일

이 납득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회 보고용 자료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사고 수습은 커녕 사

해야 한다.

에서 확인된 것처럼 부풀려진 전력수요 전

유족들이 광장에서 한뎃잠을 자며 추운

는 일이 무엇인지,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

고압 송전탑은 기존 선로 외에 2개 이상 늘

겨울을 나는 동안 우리들은 차마 광화문

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지 찾아

어나고 345kV 송전탑 역시 늘어날 것으

광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출근

작은 일부터라도 실천할 것이다. 다시 이

로 예상된다. 건설 중인 신한울 원전 3, 4

길 일터로 향하면서, 들판에 나가 밭을 갈

참담한 봄에, 한살림은 정부 당국에 이렇

호기가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보낼 신규

고 씨를 뿌리고 끼니마다 밥을 삼키면서,

게 요구한다.

765kV 송전탑조차 선로는 물론 변전소도

우리들은 마치 공범이라도 된 것처럼 고통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정부는 진상조사

주민 반발로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앞으로

스러운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배를 가

에 협조하라. 유족들이 양보하고 여야가

계속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는

라앉게 만든 우리 시대의 물신주의를 개선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최소한의 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혀 실현가능성이

하지도, 어린 학생들을 단 한 명도 구조하

사기능을 겨우 위임받은 진상조사위원회

없는 계획이다.

지 못한 속수무책의 국가권력을 변화시키

가 하루빨리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

정부가 적극적인 전력수요 관리 정책

지도, 진실 규명도, 재발방지 대책도 아무

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행령을 폐기하고

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수요

것도 진척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유족을

가라앉은 선체를 인양하라.

는 정체기에 들어갔다. 2014년 전기소비

조롱하며 능멸하는 정신분열적인 증상마

저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재발 대책을 수립하라.

재발방지를 위해 사고의 원인이 낱낱

진실규명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전기소비 증가율을 4.3%나 전망한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전력수

이 밝혀져야 한다. 진상 규명에 주저해야

다, 정책 이념을 다시 점검하고 사회 시스템

요전망은 항상 미래를 잘못 예측해왔다. 2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들의 의

을 개선하기 위해 지체 없이 나서라. ㅅㅁㅅㄹ

차 에너지기본계획, 5차 전력수급기본계

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식을 잃은 부

획,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7차 전력수급

모들은 아이들이 왜 참혹한 죽음을 맞아야

기본계획이 제각각이다. 산업부가 참고하

했는지 진실 규명을 바랄 뿐이다. 거액의

고 있는 KDI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

128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을 위한 시민환경단체 결의문

증가율이 0.5%에 그친 상황에서 2015년

사람과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

|

대 계획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765kV 초

|생 명 살 림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문화를 바꿀 수 있

고 있다.

한살림연합 -

망을 근거로 원전 확대, 석탄화력발전 확

한살림은 50만 조합원들과 함께 우리

고 자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내

원전 확대, 온실가스 증가, 송전탑 확대, 지역갈등 부추기고, 국민안전 도외시하는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전면 수정하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을 위한 시민환경단체 결의문>, 2015년 6월 18일

129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고 있고 메르스 사태로 경제 타격은 더 커

정부는 잘못된 전력수급 계획으로 전 국토

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정부 관료와

질 것으로 보이니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하

를 갈등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고 있다. 해

친정부 전문가들, 발전사업자들, 건설업자

락할 것이다. 게다가 전기를 가장 많이 쓰

당 지역은 대기 오염, 방사능 오염, 사고

들만 모른 채 외면하고 있다. 7차 전력수급

는 때인 여름과 겨울의 최대전력소비는 전

위험, 환경파괴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

기본계획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ㅅㅁㅅㄹ

기냉방과 전기난방 때문에 발생한 것이니

전, 경제활동은 지금보다 더 위협당하고

전기의 상대적 가격만 조정해도 전기소비

있다.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할 정부의 무

는 줄어들 수 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능함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에너지시민회의, 가로 림만조력발전반대대책위, 경기 765kV 송변전 백지 시송전선로대책위원회,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

서 1차 에너지가격보다 더 싼 비정상적인

산업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대정전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겠다고 한 구체적인

의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을 희생시

주민대책위원회,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 아산만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피크요금제와 같은

키고 발전소를 건설하여 수도권에 전기를

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영광핵발전

피크관리 제도만 도입해도 발전소는 더 필

보내는 계획은 더 이상 실현가능하지 않

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

요없다.

다. 삼척, 영덕, 울산, 부산, 당진 등의 원

대공동대책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핵으로부터

전, 석탄화력발전은 지역의 전기를 공급하

이 될 상황인데 추가 신규 발전소 계획은

는 발전소가 아니다. 이미 해당지역은 지

전혀 필요없는 시설이다. 석탄화력발전 4

역이 소비하는 전기의 2배, 3배 이상을 생

기를 취소했다고 하지만 이미 6차 계획에

산하여 수도권에 보내고 있다. 생산하는

서 기존 15기에 추가 12기를 계획해서 이미

전기를 모두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초고압

2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계획 중

송전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수도권

이다. 원전 역시 2기가 아니라 기존 11기에

의 전력망은 포화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번에 추가 2기가 더해져 13기인 셈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무리하게 외부에서

게다가 사고위험이 더 높은 수명다한 월성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다 보면 수도권 송전

원전 1호기를 비롯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

망이 불안정해지고 급기야는 대정전에 이

획상 폐쇄되어야 할 11기의 노후원전이 이

를 수도 있다.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집

번에 반영되었다. 정부의 전기수요관리 정

단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이기주의에 공공

책의 실패, 대형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

성, 국민의 안위와 안전은 내팽겨져 진 상

대한 집착, 그로 인한 송전탑 건설 계획은

태다.

전국적인 지역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130

위,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삼척 옥원1리 송전탑 반대

|

현재 건설 중인 발전설비조차 과잉공급

|생 명 살 림

화 공대위, 동부화력 저지 당진시대책위원회, 당진

조력댐건설반대 범아산시민대책위원회, 여수지역석

대,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청도345kV송전탑반 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사람들, 횡성송전탑반대네트 워크

뻔히 보이는 공멸의 길을 향해 내달리

131


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 소 사고의 교훈을 망각하고 핵발전소를 증 설하는 계획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더구 나 26년째 핵폐기장, 핵발전소로 고통 받 고 있는 경상북도 영덕군 4만 군민들의 명 백한 반대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며 최소한

고 있어 기본적인 민주주의 절차조차 부정

종교, 환경, 생협, 지역 단체들은 영덕 신

영덕 신규핵발전소를 계획한 산업통상 자원부는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 소 7, 8호기를 영덕 신규 핵발전소 부지에 위치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전문가들은 물론 국회 등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전력수요는 정체상태에 들어갔고 신규 핵발전소는 물론 신규 석탄화력발전 소까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적극적인 전력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사회로의 전환 정책을 추진 한다면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들조차 중단 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과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132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따라서 신규 핵발전

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희생을

소 건설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충분

강요하는 핵발전소 건설을 진행해서는 안

한 설비예비율과 전력수요 정체 등으로 신

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도 드러

규 핵발전소 건설이 시급하지 않음에도 불

났듯이, 최소한 반경 30km 이내의 지역주

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내

민들은 직접적인 사고피해의 당사자가 될

려가면서까지 전기수요를 끌어올려 신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민들

핵발전소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그 저의가

에게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7차 전력수급

의미에서 영덕군민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

기본계획에서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를 굳

는 핵발전소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는

이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박근혜

너무나 정당한 요구이며 당연히 보장되어

정부가 국민 안전과 평안보다 핵산업계의

야 할 권리다.

핵발전소는 일단 들어서게 되면 방사능 오염, 온배수 피해뿐만 아니라 어업, 관광

또한 정부가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주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각계대표선언 참가자 일동 -

의 보장을 요구한다.

로 인한 전자파 피해의 고통 역시 온전히

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요구하며 주민투표

야 할 것이다.

이익을 옹호하겠다는 일방통보와 다를 바

우리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

없다. 스스로 정한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

해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운동에 많

지정책’이라는 기본 방향과도 어긋나고 있

은 국민들이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

어 에너지정책에 있어서도 무능하다고 평

리고 영덕 주민들의 정의롭고 정당한 요구

가받는 상황이다.

를 적극 지지하면서,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영덕 신규핵발전소 추진여부는 한국사

서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할 것을 다시 한

회가 불안하고 위험한 에너지정책에서 안

번 촉구한다. 우리는 오늘 선언을 시작으

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으로 전환

로 영덕의 주민들과 함께 한국사회가 민주

할 수 있는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우

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

리는 한국 사회가 계속해서 핵발전에 의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ㅅㅁㅅㄹ

한 위험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반대한다. <영덕 신규핵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각계대표 선언문>, 2015년 7월 7일

정부는 영덕 신규핵발전소 추진이 아닌,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의 계획을 수립해

133

|

하고 있다. 이에 전국 100여개 시민사회,

또한, 신규 초고압 송전탑과 변전소 등으

|생 명 살 림

의 의사 확인 과정인 주민투표조차 거부하

영덕 신규 핵발전소 계획 백지화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 사회 구축하라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백남기 농민이 끝내 숨을 거두었 습니다. 작년 11월 농민대회에 참가했다 가 집회현장에서 쓰러진 지 317일만입니 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일을 당한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 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

것을 촉구합니다.

처럼 경찰 방호벽 앞에 서 있던 그는 일흔 에 가까운 노인이었고 맨손뿐이었습니다. 그가 공권력을 향해 외친 것은 박근혜 대 통령의 공약인 쌀 한 가마(80kg) 21만 원 보장을 이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의 살수차는 고인을 향해 정조준하여 발사하 였고, 그가 쓰러진 뒤에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정부가 유족을 향해 진심

그러나 쌀값 보장을 위한 노력은 진척되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지 않았고 오히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방지 대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백

개방과 쌀값 폭락이 이어졌습니다. 백남

남기 농민이 염원하던 대로 농민이 안심

기 농민이 맨손으로 경찰 방호벽 앞에 나

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현실을 향해 우리

서서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배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게 되기를 기원합

경 때문입니다.

니다. ㅅㅁㅅㄹ

정부와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유족들이 애끓는

|

우리가 모두 목격했으며 알고 있는 것

그러한 사회적 공감을 반영한 것입니다.

심정으로 해를 넘기며 병상을 지켰지만 이 제까지 진정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습니다. 집회 시위 과정의 진 압 장비 사용과 공권력 행사는 정해진 규 정과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합니다. 이제 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경찰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무고한 피해자

은 대단한 특권과 이익에 대한 요구가 아

한살림연합 -

멀리 서울까지 올라와 도로에서 외친 것

백남기 농민이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가 또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공권력을 남 용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국민

니라, 농민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

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깊

는 절박한 호소였습니다. 난데없는 요구

은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백남기 농민이

가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 나서서 절박하게 외치다 이 지경에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이행하라는 것이었

이르게 된 것은 절멸의 위기로 내몰린 우

습니다. 농업은 농민들의 생업일 뿐만 아

리 농업의 현실이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

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

가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게 되기를 희망합

제입니다. 쌀값 보장 공약이 등장한 것도

134

《한살림연합 결의문》, 2016년 9월 26일

|생 명 살 림

도록 책임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정부는 진심 어린 사과, 책임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생명살림

니다.

135


“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 밥 한 그릇만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밥알 하나라도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지 않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해야 해요. 한살림은 끝없이 만들어 가는 거예요. 완성된

으면 생겨날 수가 없어요. 천지의 이치가 밥알 하나 티끌 하나에도 대우주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뜻

게 아니라 생활하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삶은 통해서 만드는 거지요.”

이에요. 밥 한 그릇이면 다 알아.”

|밑 거 름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한살림 30주년 백서

한살림답게

말 |

인농 박재일

무위당 장일순

136

137


밑거름 말

가 치

가 치 관

세 계 관

지 향

사 상

139 138


약중독으로 고통당하고 농산물은 독극물

줄 것은 정성들여 만들고, 받는 사람 또한

에 오염되어 먹는 사람의건강과 생명을 위

고마워하지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

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듯 보

협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농약 방부

나게 되고 친한 사이가 된다면, 정성과 고

이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안심하고 믿고

제 착색제 각종 식품첨가제로 뒤범벅이 된

마움이 나누어지지 않을까요?

도우며 건강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게 하

식품이 범람하는 속에서, 가족의 건강과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하

고 있는지요?

생명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식탁을 꾸며야

고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

숨 쉬는 공기나 마시는 물이, 농사짓는

할 어머니들은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어

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생산자

땅이 살아 있는 제 모습을 잃어갈 때 우리

서 불안합니다. 정말, 안심하고 건강한 식

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하

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만듦이 있어야 쓸

품을 구해먹을 수가 없을까요?

고자 합니다. 또한 농산물의 유통단계를

을 대량으로 만들고 써버립니다. 많고 높 고 빠르면 좋고, 편리하면 더욱 좋은 것으

믿지 못하지요.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한살림을 시작하면서

|밑 거 름

고 생명력을 잃어 가고 있지요. 농민은 농

오늘의 세상은 너무나 많은 물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땅과 사람, 물건과 사람, 사람과 사람

줄여서 과다한 유통마진을 줄이는 직거래

사이가 갈라지고 못 믿는 사이가 되는 삶

활동을 펼쳐서 농산물의 품질이나 수량을

이 살림의 삶일까요, 죽임의 삶일까요? 또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생

한 농산물 값이 내려가면 농민은 울고 소

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비자는 좋아하고, 농산물 값이 올라가면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땅도 살리고 건강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좋아합니다. 이처

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서로가 믿

럼 다른 이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삶

고 돕는 관계가 되고 모두의 건강과 생명

이 옳은 삶일까요? 특히, 농산물은 유통과

이 보호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

정이 너무 복잡하고 여러 손을 거치기 때

일은 한두 사람이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건강과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음식물

문에 값, 품질, 수량 등이 조작되는 경우가

여러 사람이 더불어 해야 가능합니다. 생

(먹을거리)을 생산하는 농업의 경우, 농민

많습니다. 억울하지 않고 믿고 나누며 사

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해야 가능합니다. 이

은 자기가 생산한 것은, 어디서 누가 먹는

는 길은 없을까요?

한살림운동에 많은 분들의 이해와 성원과

수 있고, 씀이 있어야 만듦이 필요하고 계

비자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요. 서로를 필 요로 하고 돕는 사이인데, 현실은 서로 갈 등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지요. 소비자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고 생산자는 누가 어떻게 쓰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서로를 믿지 못하게

1987년 정초에 살림꾼 박재일 드림

속되지요. 원래 생산과 소비, 생산자와 소

되었습니다.

지 사는 형편은 어떠한지, 반대로 소비자는

땅도 살리고 자신도 살고 소비자의 건

참여를 고합니다. 이 운동은 많은 농민(단

자기가 먹는 것을 누가 어떻게 만들고 사는

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퇴비를 하고

체), 소비자(단체)가 협력하고 천주교 원주

형편은 어떠한지 알 수 없습니다.

김을 매고 땀 흘리며 정성들여 농사짓는

교구(지학순 주교)가 뒷받침하여 시작하게

농민도 있고, 그런 농산물은 고하는 소비

되었습니다. ㅁㄱㄹㅁ

농약, 화학비료를 치는 양이 해마다 늘 어만 가고, 물은 오염되고 땅은 토박해지

140

<한살림>, 1997년 시작호

자도 많습니다. 다만, 서로 만나지 못하고

141


노자의 말을 빌려서 우리가 한살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

자애의 정신이 한살림의 기본정신입니다.

선생 말에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말이

그 다음이 ‘검(儉)’인데요. 노자에 “치인

있어요.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말이에

사천막약색(治人事天莫若嗇)”이라는 말이

요. 동학에서 일컫되 인내천(人乃天)이라,

삼보(三寶)라고 그랬어요. 세 가지 보배라

있어요.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그리고 사람만이 하늘이 아니라 곡식 하나

는 말인데, 자애, 검약, 겸손, 이 세 가지입

데 알뜰함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인데요. 그

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야. 돌 하나도, 벌

니다.

런데 지금은 알뜰할 수가 없게 돼 있어요.

레 하나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에요.

림운동을 하면서 꼭 지녀야 할 세 가지 마 음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노자는 이걸

나 제사 때면 고기며 떡이며 음식을 차렸

가 지금 온통 장삿속으로 돌고 있어요. 죄

산주의든 자본주의든 마찬가지예요- 무한

다가 남은 것은 다락에 다 올려두었잖아

다 욕심판이에요. 그걸 하면 돈이 얼마나

히 자원을 개발해서 제로 분배만 하면 그

요. 그런데 명절이 지나고 그 맛있는 것이

드느냐, 그거 하면 얼마나 받느냐, 박사 되

게 복지고 민주주의인 줄 알았어요. 그런

분명히 다락에 있는데도 어머니는 그걸 우

면 월급을 얼마나 받나, 사장 하면 얼마를

데 이게 지금 한계에 와 부딪치고 있잖아

받느냐, 전부 이 관계예요.

요. 이래가지고는 이제 인류가 살 수가 없

|

그러니까 자연을 무시하면서 -그건 공

왜 알뜰할 수가 없게 돼 있느냐. 지구 전체

|밑 거 름

그럼 먼저 자애란 뭐냐. 예전에 명절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장일순 생명사상가 -

“어머니, 그거 맛있는 음식 좀 주세요” 하

강연자

리한테는 안 내놓으신단 말예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색(嗇)’자를 봅시다. 요게

다는 거예요.

‘인색하다’고 쓸 적에 ‘색’자인데요. 그런데

사실 자연의 모든 존재가 인간이 살 수

인색하다는 건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는 얘

있도록 뒷바라지해 주고 있어요. 그 뒷바

긴데, 여기서는 사물을 ‘알뜰히 여긴다’는

라지가 없으면 사람은 살 수도 없어요. 그

얘기예요. 동학의 2교주이신 해월 선생은

러니까 이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알게 되면

민주주의 하자고 난린데, 요새 산골마

“밥 한 사발을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느니

만사를 다 알게 되느니라 하셨고, 그래서

다 가보면 쓰레기가 이렇게 쌓여있지 않아

라” 그런 말을 하셨어요. 의암 손병희 선생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거예요. 중요한

요? 이것만 봐도 민주주의 아직 멀었죠. 좋

도 “밥 한 사발은 백부소생(百夫所生)이라”

이야기지요. 그런데 거기에 갈비가 있어야

은 거는 나만 가지면 된다, 이 심보 아니에

즉 많은 농민들이 땀 흘려서 만든 거다, 그

되고, 외국에서 들어온 무슨 좋은 음식이

요? 나만 즐기고 가지면 되고 남이야 무슨

러셨어요. 그런데 사실은 사람만이 땀 흘

있어야 되고, 그래야 잘 먹는 거다 하는 생

상관이 있느냐, 이렇게 남의 사정을 헤아

려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일체

각, 그거는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

릴 줄 몰라서는 민주주의가 안 됩니다. 자

가 앙상블이 되어서, 하나로 같이 움직여

이지. 그 길로 우리가 잘못 온 거지. 그렇

애의 관계라는 건 말이지, 세상 일체가 하

서 그 밥 한 사발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

지 않아요?

면, “객지가 있는 누나가 방학에 오면 그때 같이 먹자” 그러시거든요. 그러면서 어머 니는 “다섯 손가락 깨물어봐라. 안 아픈 손 가락이 있느냐” 그러세요. 이게 자애지요.

나의 관계라는 걸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모두를 내 몸으로 인정하는 관계예요. 이

142

<한살림>, 1997년 시작호 무위당 장일순 선생 1988년 9월 19일, ‘한살림 월례강좌’ 일부 게재

러니까 밥 한 사발은 우주적인 만남으로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는

되는 거지요.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해월

알뜰함만한 게 없다” 했어요. 그 얘기는 뭐

143


냐. 우리가 농사지은 거, 그리고 모든 물건

요. 그 작은 콩 하나 팥 하나 속에 우주 전

대를 먹이려고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

에 서서 문제를 보고 가야지요. 한살림은

을 알뜰히 해서 소중히 쓰면 많은 사람에

체의 힘이 들어 있는 거라. 만남이 거기 들

금은 어떻게 되느냐. 좋은 건 제가 집어먹

영원의 자리에 서서 투영하는 거예요. 이

게 베풀 수 있어요. 알뜰하게 해야 남는 것

어 있고, 생명이 있는 거라. 알뜰하다는 게

고 “민주주의야” 그런다 이 말이에요. 그래

것은 단순히 무농약, 무공해, 이런 차원 가

을 주지. 하늘과 땅과 만물의 도움으로 생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가지고 민주주의가 되겠어요? 민주주의는

지고 되는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자애와 검약, 겸손, 이런 얘

상대에 대한 존경과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긴 물건을 알뜰하게 모시고 남는 것을 이

그 다음이 겸손이에요. 겸손해야 되요.

웃과 함께 나누는 게 바로 한살림의 정신

지금 저처럼 이렇게 방자하면 안 되고. 겸

이에요.

손은 뭐냐. 세상에서 남에 앞서려고 그러

우리는 샘도 좋아하지만, 바다가 되자

러한 자애가 바탕이 되어야 해요. 그렇기

아까도 얘기했습니다만 벌레 하나, 돌

지 말란 말이에요. 지금은 정반대 아닙니

면 아래로 내려가야 돼. 크자면 말이지요.

때문에 만나는 물건마다 알뜰하게 해야 한

하나, 풀 하나에 다 하느님이 함께하시는

까? 요새 가끔 데모 잘하는 운동권 학생들

그걸 노자 선생께서 잘 말하셨어요. 예수

다는 거라. 한 번 더 말하지만, 알뜰함이란

거예요. 카톨릭에 보면 아씨시의 프란치스

이 나를 찾아와요. 다들 민주주의 하겠다

도 같은 말 하셨잖아요. “날보고 주여, 주

인색하게 나만 갖는다는 거 하곤 달라요.

꼬 있잖아요. 그분의 평화의 기도는 얼마

고 그러지요. 열혈남아들이고 용기 있는

여 하지 말고 세상에서 짓밟혀서 억울한

마땅히 좋은 데에 베풀기 위해서 소중히

나 멋있는 기도입니까. 그런데 이건 교회

학생들이에요.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에

놈들, 세상에서 가난한 놈들, 세상에 못난

다룰 줄 아는 거지.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가면 입으로만 외는 거라. 가슴으로 하지

요. 그런데 예를 들면 “자네, 여기 과반에

놈들, 거기 가서 만나. 그러면 날 보는 거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이런 겸손의

않고. 내가 그러니까 그렇다는 얘기요. 여

사과가 여러 개 놓여 있다. 자네는 어떤 것

야.” 큰 나무가 이렇게 되자면 그 밑에 수

토대 위에서 세상을 넉넉하게 하고 풍요

러분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이 양반은 말

부터 먹겠는가?” 물으면 답을 못해. “무슨

많은 잔뿌리가 있어야 해요. 잔뿌리 없이

롭게 하는 거예요. 알뜰함으로 세상에 누

이지 들에 가면 꽃하고 대화를 하잖아. 새

말을 하십니까. 그냥 먹으면 되지 않습니

큰 나무가 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대

구도 굶주리지 않게 하고, 자애 속에서 잘

하고 대화를 하고. 들짐승들 하고 대화를

까?” 그래 다시 물어요. “여기 우리 여섯이

(大)와 소(小)는 하느님 아버지의 차원에서

못한 사람조차 안식처를 찾도록 하자는 게

하고. 하느님 아버지가 함께하는 거를 거

둘러앉아 있는데 이런 과반에 과일이, 사

보면 같은 거라. 그게 바로 한살림의 차원

한살림정신인 거라.

기서 보는 거라. 그런데 이 얘기를 요새 교

과가 놓여 있는데, 그중에는 좀 예쁜 사과

이에요.

회에서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안 해요. 교회

도 있고 찌그러진 사과도 있고 더 잘난 사

그러니까 환상에 잡히지 말아야 해요.

내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짐 진 자들,

안에만 하느님이 계신 건 아니잖아요. 그

과도 있고 그래. 그럼 어떤 것부터 먹어야

제일 중요한 것은 욕심 가지지 않는 그 세

의지할 데 없는 어려운 자들, 다 나한테

러니까 사람을 다스리고 -다스린다는 얘

돼?” 그래도 답변을 못 해. 왜 답변을 못

계에서 비춰 보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하

오라고 할 수 있었고, 향아설위(向我設位)

기 재미없지요?- 사람을 모시고 하늘을

하느냐. 이제껏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이

나도 버릴 게 없어요. 무심(無心)에서, 욕

를 가르친 해월 선생도 무궁무진한 시초가

섬기는 길은 알뜰함만한 게 없다는 거요.

나 세상교육이 그런 거라. 좋은 것 먼저 제

심 없는 상태에서 보지 않으면 한살림운동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말하신 거예요.

알뜰해야 모시고 접하는 거라. 그렇기 때

가 집어먹도록 가르치잖아요. 다 같은 그

은 시작부터 갈지자로 가는 거라. 그러니

이 엄청난 진리를 타락하고 부패한 도시

문에 농부가 타작한 뒤에 마당에 콩 하나

렇고 그런 사과지만, 보기에 좀 못난 사과

까 이 한살림이란 말이 엄청난 말이지요.

속에서 펼쳐 나가고자 하는 것이 한살림의

팥 하나가 있을 때 그걸 집어서 모으잖아

부터 자기가 집어야지. 그리고 좋은 건 상

우주의 생명의 차원, 진리의 차원, 그 자리

뜻입니다.

데서 오는 거지.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기를 했는데요. 한살림의 기본 정신은 이 |밑 거 름

말 |

144

예수님은 전 우주가 나를 받쳐주기에

145


한살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어려 운 일이에요. 속담에 “연자방아 돌리던 망 아지는 밭에 가도 돌기만 한다”는 말이 있 어요. 여태까지의 습관, 관행을 버리기가

한살림 활동의 구체화에 관하여

한살림활동을 구체화함에 있어 한살림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한살림선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살 림활동은 대략 일곱 가지로 요약된다.

스로의 끊임없는 결단을 통해서 자애와 절

들은 자신이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생명의

약, 겸손을 바탕으로 전체를 보고 가는 지

일부임을 자각하고 동시에 진화하는 생명

혜가 필요합니다. ㅁㄱㄹㅁ

임을 자각해야 한다.

첫째,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 우리

|밑 거 름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지. 결국은 자신 스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둘째,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 오늘

|

날 우리들에게 자신의 자유와 동시에 생태 계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 발표자

의 요구는 인간의 요구이고, 인간의 권리

김지하 시인 -

도 또한 지구의 권리다. 셋째,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 인 간은 자연과의 균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상실했다. 오늘날 결핍된 것은 물질적 안락이 아니라 공동체적 조화다. 넷째, 생활문화운동. 새로운 인식, 가 치, 양식을 지향하여 산업문명을 생명의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고 사회적으로 널리 보 급해 가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 실천활동. 산업문명, 즉 반생태적, 반공동체적인 정치권력, 기 술관료, 기업에 대한 생명의 투쟁을 전개

<한살림>, 1997년 시작호 1989년 12월 16일 한살림모임 실행위원 간담회 발췌

해야 할 것이다. 생명의 투쟁은 새로운 문 명을 준비하는 창조적 활동이다.

146

147


성화하고 이것을 정례화한다. 소모임의 내

동. 생명의 세계관,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이 밥을 먹는 것은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우

여섯째, 생산자의 경우에는 유기농 협동운

용으로는 공부, 논의, 식고, 심고, 풀이인

실천활동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의

주생명이 영활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

동을 전개한다.

데 공부는 우선 한살림선언을 공부하고,

모든 생명이 거대한 우주생명에 합일된다

라서 식고를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우주

일곱째, 생산자든 소비자든 자원재생운동

논의는 사업이나 활동 등 공동과제에 해서

는 각성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도덕적 각

생명임을 잊지 말고 그리고 우리에게 밥을

을 전개한다.

상의하고 소모임을 모을 때는 반드시 함께

성이야말로 사회실천활동의 출발점이다.

준 천지만물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반포지

여덟째, 소비자의 경우 소비자협동운동을

식사를 하는데, 이때 공동으로 식고를 하

일곱째, 생명의 통일운동. 우리 민족의

리(反哺之理), 즉 보은(報恩)의 이치를 생

통해서 유기농협동운동과 연대한다.

도록 한다. 풀이는 개인적인 애로사항, 고

역할은 고난과 시련의 역사를 새로운 역사

각하면서 생명순환의 이치를 잊지 않도록

아홉째, 전일적인 심신건강운동, 자연식운

민 등을 공동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창조의 원동력으로 전환시켜 인류진화의

(不忘)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식고

동과 같은 심신건강운동을 전개한다.

이렇게 간단한 내용으로 소모임을 활성화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와 심고, 세끼 밥을 먹을 때 ‘밥을 먹습니

|

하나의 우주자연임을 늘 명상하도록 한다.

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 데, 우주생명

|밑 거 름

여섯째, 자기실현을 위한 생활수양활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하고 이를 정례화 해야 할 것이다.

다’라고 고백하는 것과 출입할 때, 잠자리

셋째,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

첫째, 생명에 한 우주적 각성

에서 일어날 때, 중사에 부딪쳤을 때 마음

첫째, 다른 사람을 신령한 우주생명으로

넷째, 생활문화운동

무엇보다도 먼저 식고(食告, 食기도, 공

에 고백을 하는 것은 우주생명이 자기 안

알고 한울처럼 공경한다.

첫째,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생명의 가치관

양 시 합장)나 심고(心告, 기도, 묵념)의 방

에 살아 있다고 보고 살아 있는 우주생명

둘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어를 쓴다.

을 단단히 하고 일체의 죽임, 곧 반생명이

법과 같은 종교적 수행을 통하여 생명에

과 일치하려는 노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

즉, 거룩한 우주생명임을 인정하므로 경

나 생명파괴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도

한 우주적 각성이 필요하다. 심고는 아침

다. 또한 공개강좌와 연수를 통해서 우주

어를 써서 높여야 되지 않겠느냐라는 뜻

록 노력한다.

에 일어날 때나 밤에 잘 때, 집에서 나갈

와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임을 깨우쳐

이다.

둘째, 모든 일,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죽

때 들어올 때, 중사에 부딪쳤을 때 미리 자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이웃과 어떤 형태로든 부분적으로나

이고 시들게 하고 허무하게 하고 흩어지게

마 공동체생활을 도모해 나간다.

하기 보다는 이를 살리고 생생하게 하고

기 마음 안에 우주생명이 살아 있다는 것 을 인정하고, 이 우주생명에게 마음으로부

둘째, 자연에 한 생태적 각성

넷째, 생산자는 유기농공동체운동으로, 소

알차게 하고 보람있게 하고 하나로 모으는

터 고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나간다면

이것은 일상적인 생활상의 문제로서

비자는 소비자공동체운동으로 생산자와

일을 각 방면으로 꾸준하게 실천한다.

‘나갑니다’, 잘 때는 ‘잡니다’, 일어날 때는

첫째, 풀·나무를 꺾지 않기로 한다.

소비자 사이의 공동체운동으로 각기 각 방

셋째, 생명파괴나 반생명적인 시청각매체

‘일어납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동물을 학대하지 않기로 한다.

면에서 정진하도록 한다.

는 선택해서 보지 않기 운동을 한다.

이와 같이 심고를 할 뿐만 아니라 식고, 즉

셋째, 미생물이나 곤충을 보호한다.

다섯째, 다양한 사회민주화운동에 참가

넷째,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운동을 한다.

세 끼 밥 먹을 때 밥 먹기 전에 ‘밥 먹습니

넷째, 산이나 바다, 강물에 쓰레기나 빈 병

한다.

다섯째, 새로운 생명문화운동의 제창·확

다’라고 고백을 하는 것이다.

등을 버리지 않고 이것들을 주워 모은다.

여섯째, 저축조합운동을 활성화한다.

대인데 이 경우 새로운 생명문화운동의 내

다섯째, 여행할 때 산천과 우리의 생명이

일곱째, 지역별·기능별 소모임(接)을 활

용에 대해서는 연구모임을 통해 보다 심도

한살림선언은 밥 한 그릇이 우주의 젖

148

149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할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

의미에서 통일운동의 기반을 확립해야 할

하다.

것이다.

다섯째, 사회실천활동

넷째, 새로운 인간,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다섯째, 그리고 때가 무르익고 우리들의

첫째, 생산자 자주관리운동을 새로운 노동

새로운 인간,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새

내실이 다져지면 집단적인 차원에서 그

운동의 형태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로운 인간으로 스스로 변모할 것을 마음에

리고 큰 차원에서 동학혁명과 독립운동,

둘째, 지방분권운동, 자치운동에 힘을 쏟

늘 다짐해 두어야 한다.

6·25동란으로 죽어간 원혼들에 대한 진혼

깊게 연구해 갈 필요가 있다.

다. 이것은 통일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넷째, 반핵운동을 전개한다.

첫째, 갈가리 찢어진 생존의 보편적 통합

일일 것이다. ㅁㄱㄹㅁ

다섯째, 평화운동을 전개한다.

운동으로서 통일운동을 실천한다. 예를 들

여섯째, 모성과 주부노동의 사회적 평가

면 감성과 이성이 찢어졌다든가 또는 욕구

변화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부운

와 자기의 현실생활이 갈라졌다든가 여러

동·여성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가지 형태의 분열을 극복하는 노력을 각

일곱째, 생명의 전일성을 기본내용으로 하

방면에서 해나가는 것이 곧 생명통일운동

는 새로운 생활공동체운동을 다양하게 확

의 단초라는 것이다.

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각종 생명운동을 통해서 민족통일운

여덟째, 청년 한살림운동과 노인운동을 특

동을 전개한다.

별히 힘을 들여 전개해 나가야 한다.

셋째, 새로운 삶의 양식, 곧 새로운 문명창

|

일곱째, 생명의 통일운동

셋째, 반공해운동을 전개한다.

|밑 거 름

제·진혼굿을 집행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

아야 한다.

조를 통해서 민족통일운동을 전개한다. 여섯째, 생활수양활동

넷째, 인심개벽, 즉 정신적인 전환을 개인

첫째, 식고와 심고를 열심히 하는 문제.

적 또는 집단적으로 이룩함으로써 민족통

둘째, 기공법, 궁을체조, 태극권, 택견 등

일을 전개한다. 이것은 새로운 삶의 세계

어떤 것이 될 지 모르겠으나 체조나 호흡

관, 새로운 삶의 양식, 새로운 인간성을

법을 연구위원회에서 계속 연구해 발표하

확장함으로써 새로운‘개벽인간’이 등장해

겠다. 이것을 통하여 심신수련을 수행하는

야 한다는 요청, 새로운 문명의 요청 앞에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서 생산양식이나 소비양식, 일체의 삶의

셋째, 수심정기(修心正氣)를 생활화해야

양식을 새롭게 창조·전개함으로써 참다운

150

151


공업사회의 붕괴와 공생의 시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을

국일치하고 있던 일본에 패전 부흥의 기회

믿게 하고, 극동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

를 갖다준 것은 한국전쟁이었습니다. 실

한 정당한 전쟁이라고 착각하게 하고, 전

사(絲) 변과 쇠 금(金) 변이 들어간 산업은

쟁에 협력 가담한 어리석음과 그 결과 아

무조건 돈을 벌었고, 섬유산업, 금속, 가공

니다. 그것이 여러분에게 참고가 되고 도

시아 각지에서 범한 커다란 죄에 대해 깊

산업 등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물건이 움

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게 반성했는가 자문(自問)하지 않을 수 없

직이고 돈이 벌리는 한국특수(特需)였습니

우선 일본의 역사를 말하면서 과거 반

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만

다. 물욕에 의해 거국일치한 일본이 경제

세기 동안의 일본의 범죄에 대해서, 한국

급급했던 일본인들은 깊게 반성하고 생각

성장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되었습

의 여러분을 포함해서 아시아 각지의 사람

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기 위해 필요한

니다. 저는 그때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

들에게 커다란 희생과 비극을 강요한 것에

것을 찾아 헤매었던 것입니다.

었는데 이웃나라의 불행을 발판으로 해서

의 시대’라고 하는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생각의 일단을 말씀드리겠습니다만, 화제 (話題)는 일본의 역사와 현실 속에서 제가 보고들은 것, 생각한 것에 한정되어 있습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물욕에 의해 거

|밑 거 름

평화의 의미, 전쟁의 어리석음을 생각한

오늘은 ‘공업사회의 붕괴와 공생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돈을 버는 일본에 의문을 느꼈습니다. 제

(擧國一致)한 일본은 패전과 함께 물욕(物

가 살고있던 오사카의 도요나카(豊中)에

慾)에 거국일치한 것입니다. 살아가기 위

는 미군비행장이 있었습니다. 날아가는 비

해서는 의식주가 결핍되면 큰일입니다. 사

행기를 보며 저는 피와 눈물을 흘리는 이

람들이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탈출을 원했

웃나라 사람들의 불행을 생각했습니다. 한

던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

국 특수로 들끓는 일본은 그때 전후(戰後)

러나 거국일치의 위험은 군국주의에만 있

민주주의를 금주주의(金主主義)로 변질시

는 것이 아니라 물욕으로 거국일치하는 것

켰습니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사

에도 위험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가 되었습니다. 물건의 운반수단을 만드

모두의 생각이 똑같기 때문에 그 함정을 알

는 조선업계와 정치를 연결하는 ‘조선의옥

아차릴 수 없었습니다. 다양성이 있는 곳

사건(造船疑獄事件)’이 조용하게 잠행되고,

1945년 8월 15일은 여러분에게 해방의

에서는 그 차이와 모순을 통해서 상호이해

금권정치의 싹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

날입니다만, 우리들에게도 패전의 그 날

와 반성이 일어납니다만, 모두가 일치하는

다. 전후부흥을 실현한 일본에서는 물건을

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날이었습

곳에서는 착각에 대한 반성적 자각이 일어

만들어 움직이면 돈이 손에 들어오는, 돈

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다양

과 물질의 시대를 1955년 이후 기쁘게 맞

성 존중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들였습니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이

을 수 없습니다. 제가 철이 들기 시작한 소 년기는 그 범죄적 역사로 인해 스스로 받 을 수밖에 없었던 패전과 혼란의 와중이었 습니다. 범죄적이고 잘못된 역사를 걷는 자들에게도 엄격한 징벌이 기다리고 있었 던 것입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뿐만 아 니라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폭탄의 세례를 받고 잿더미로 돌아갔습니다. 많은 사람들 이 죽고, 나중에는 살 집도, 먹을 것도 없

쓰치다 다카시 일본 교토대학 금속공학부 교수 -

전쟁 중 군국주의의 정의에 거국일치

해서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하지 않

는 힘든 생활만이 남았습니다.

니다. 그러나 혼란과 굶주림이 일본사회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인이

152

<한살림 10주년기념 대화한마당 발제문>, 1996년 10월 4일

153


손에 들어오는 물욕의 거국일치로부터 금

지만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식품첨가물이

대가 되어 국민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현재

주주의적 거국일치로, 고도 경제성장을 향

돈이 전부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물 오

1955년에는 100품목 좀 안 되었지만, 10

30조엔에 이르러 국민경제를 크게 압박하

한 폭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염도, 사람들의 불행도 무시되었고, 공해

년 후인 1965년에는 350품목 가까이로 늘

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의료보험제도도 파

범죄는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되

어납니다. 품목수로는 3.5배 증가했습니다

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슈퍼마켓

돌아왔습니다.

만, 사용량으로 보면 자릿수가 다른 증가

에 물건을 사러가서 염화비닐 시장바구니

입니다.

에, 플라스틱 봉투나 용기에 든 먹을 것을

생명의 위기, 생존의 위기가 살며시 다 가왔습니다. 공해시대의 막이 열렸습니

어낸 공해사건이 모리나가 비소밀크 사건

안전하다고 사용이 허가된 식품첨가

구입하는 일상의 풍경 때문에, 화학공해와

고, 식품공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

이었습니다. 가루우유에 식품첨가물로 제

물이라도 그 후 발암성과 최기형성(催奇

식품공해가 연결되어 생명을 위협하고 있

리나가 비소(砒素)밀크 사건도 일어났습니

2인산소다가 사용되어 그 속에 독물인 비

形性), 간장독(肝臟毒)과 생리생식(生理生

는 것입니다.

다. 여러 가지 공해사건이 생활환경을 파

소가 불순물로 섞여 들어가 많은 아기들을

殖) 기능상해(機能傷害) 독성 등 무서운 위

위협 당하고 있는 것은 생명만이 아닙

괴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었습

죽게 한 것입니다. 식품첨가물은 왜 사용

험성이 밝혀지고, 사용 금지된 것이 속출

니다. 인간관계도 위협 당하고 있습니다.

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미나마타병은 새

되었던 것일까요? 돈이 중심인 시대에 유

합니다. 지금까지 48품목이 금지되었습니

먹을거리는 변질하고 썩기 쉬운 특징이 있

로운 시대를 여는 표적합성화학물질인 플

업(乳業)회사도 대량생산, 대량유통에 편

다. 위험한 독물을 국민은 섭취했고, 지금

기 때문에 옛날부터 이웃에서 생산된 것을

라스틱, 염화비닐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나

입해 이익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활동을 계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도 불안합니다.

가정에서 조리하고 가족이 모두 모여 밥상

온 독극물인 유기수은에 의한 중독입니다.

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루우유는 조

돈 중심으로 움직이는 금주주의 사회에서

을 둘러싸곤 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바다 오염이 어패류를 통해서 어민들을 비

금 오래가면 변질되어서 상품가치가 없어

는 이와 같은 위험성을 알고 조심하지 않으

각 가정마다 전해 내려와 그 맛으로 크는

참한 불행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커다란

지므로 그것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이 첨가

면, 건강을 손상받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따뜻한 가정이 만들어졌

화학공해 사건의 책임기업인 치와소의 역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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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됐을 때 유명한 미나마타병이 시작되었

생명의 양식인 먹을거리의 변화가 만들

|밑 거 름

다. 일본의 55년 체제로 불리는 정치가 실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사를 되돌아보면 한반도의 전쟁과 관련돼

최근 어린이들에게 아토피성 피부염과

습니다. 그러나 물건이 풍부한 시대, 금주

천식 등의 알레르기성 병이 눈에 띄게 늘

주의 사회가 되면서 ‘집 있고, 차 있고, 노

있어 역사의 징벌을 느끼게 합니다. 치와

식품첨가물이 생명을 위협

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뼈가 약

인 없는’이라는 카피가 등장하게 되었습니

소의 전신(前身) 기업은 한반도의 수력발

먹을거리는 생명이며 생명은 제행무상(諸

해져 골절사고가 많아졌다고들 합니다. 아

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폭주하던 1960년

전을 기반으로 군수물자를 생산해서 이익

行無常)이기 때문에 변질하는 숙명에 있습

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아토피와 비염

초의 일입니다. 마이 카, 마이 홈으로 표

을 올리고 있었으며, 그 생산 공정이 염화

니다. 오래되어도 썩지 않도록, 변색하지

등 알레르기가 늘고 있습니다. 노인성 골

되는 물질적 풍요로움은 원하지만 주름투

비닐생산에 이용된 결과 가미나마타병이

않도록, 맛이 변하지 않도록, 등등의 목적

조증상이라고 하는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

성이의 노모(老母)는 필요없다는 이야기인

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징벌이라 하기에는

으로 합성보존료, 착색료, 감미료, 산미료

드물지 않게 되었는데, 이것은 누운 채로

데, 정말 부끄럽고 슬픈 일입니다. 간편한

그 피해자가 죄 없는 태아였고, 성실하게

등이 필요하게 됩니다. 금주주의 사회가

있어야만 하는 노인과 치매노인의 증가와

인스턴트식품이 공급되고, 먼 곳으로부터

살아가는 어민들이었던 점이 가슴이 아프

되어 식품첨가물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관계가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병자인 시

도 먹을 것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밥

154

155


기와 굶주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수가 거절했던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 공

버렸습니다. 혼자 먹고 외롭게 먹는 풍조

애기 위해서 농업생산성 향상을 꾀할 때

수입식량의 확보가 계속 가능할 수 있는

업적 번영에 교만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는

도 만연해 있습니다. 애정의 기본이 사라

생명의 원리와 모순된 무리함이 뒤따릅니

조건은 세계적인 식량 생산력과 국제 관계

거절을 하고 나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

져 가는 곳에 아이들의 불행이 있고, 이지

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다량 사용에 의해

의 안정과 평화입니다만, 어느 것도 안심

다”는 것을 선언합니다만, 우리들은 그것

메(왕따)와 자살 등의 유행도 무관하지 않

흙은 병들어 말라 쇠하고 땅힘은 저하되는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더 곤란한 것은 수

과 반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기독

은 듯합니다. 마음도 몸도 병든 아이들의

한편, 논밭의 생태계는 빈곤하게 되고 병

입식량을 구입하는 외자(外資)를 벌어들이

교인이 아닌 제가 성서해석을 할 자격은 없

21세기는 걱정입니다. 21세기에 일본은 노

충해의 피해를 받기 쉽게 됩니다. 비닐하

는 공업의 국제경쟁력 유지입니다. 공업의

습니다만, ‘하느님의 말씀’이란 과연 무엇

인사회, 초고령사회를 맞지만, 그보다 더

우스에 제철 아닌 농산물을 키우면 높은

몰락과 붕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까 마음이 쓰입니다. 생명의 원리라고

큰 걱정거리는 21세기의 심각한 기아, 식량

가격으로 팔릴 것이라 기대하지만 모두가

위기입니다. 농업도 쇠퇴해 버렸기 때문입

제철 아닌 농산물을 출하하는 바람에 가격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니다. 이것도 금주주의 사회가 되었기 때

도 폭락해 하우스 건설비만 빚으로 남았다

공업의 번영은 석유와 금속자원의 무차별

늘날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

문입니다. 고도성장사회가 된 1960년에 농

고 하는 비탄의 소리가 있습니다. 대형기

한 소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자

을 빼앗는 찰나적인 것이 아닙니다. 환경

민이 집을 나가 돈을 벌고 겸업화(兼業化)

계를 도입해서 작업효율을 올리려 해도 미

원은 재생·순환되지 않는 것이므로 환경

에 적응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천부

가 진행되어 농업은 노인과 여자가 주로 떠

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대형농업과 생

오염과 파괴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소모될

적으로 받아 살아가는 것이지, 환경을 이

맡게 되었습니다. 농업에 희망이 없어지고

산성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어 수입농산물

필연성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번영은 몰

기적으로 개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부적

농촌청년에게는 신붓감도 없고, 그리고 젊

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락과 붕괴의 시기를 서둘러 그 비참함을 크

으로 받은 살아가는 힘은 천부적으로 받은

바꿔 말하면 이해가 잘될 것 같습니다.

득격차는 확대되어 갑니다. 소득격차를 없

|밑 거 름

상에 연결되는 가족관계는 희박하게 되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생명은 유구한 시기를 살아남아서 오

은이들도 농업을 이어받지 않게 되었습니

농업으로는 밥 벌어 먹기 힘들고, 농업

게 할 뿐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은 다른 사

안정된 환경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다. 경제성장으로 다른 산업이 부상할 때,

은 소용없다고 하는 한숨이 농촌에 넘치

람들의 이익과 대립합니다. 한정된 자원의

환경이 격변하면 적응할 수 없어 사멸하는

농업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 비참한 상황에

고 있습니다. 신붓감도 없고, 농업후계자

쟁탈은 세계평화를 해치고, 다음 세대의

운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찰나적이고 이

놓여 있었습니다.

도 없는, 농산촌(農山村)의 초고령화와 과

가능성을 빼앗는 것입니다. 모두 알고 있

기적인 이해에 이끌려서 환경을 난폭하게

소화(過疎化)는 멈출 길이 없습니다. 과거,

는 사실입니다만 성서 가운데 “사람은 빵

개조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계를 실

공업의 발달과 농업의 몰락

농촌에 있었던 모심기와 벼베기 등 상호협

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

현하고 향락적인 생활을 즐거워하는 현실

공업은 기술혁신과 합리화에 의해 생산성

동의 작업도 필요치 않고 가능하지도 않게

니다. 단식 중이던 예수가 “네가 하느님의

은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찰나적인 향락

이 비약적으로 향상하는 것에 비해 농업의

되어 마을잔치도 할 수 없게 된 곳도 드물

아들이라면 돌로 빵을 만들 수 있지 않느

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농업은

지 않습니다. 갈수록 식량 생산력이 떨어

냐”는 악마의 유혹을 거절하면서 한 말입

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실은 생명의 원

생명의 산업이며, 태양과 물과 흙의 은혜

지는 한편, 외국으로부터의 식량수입은 증

니다. 우리들은 돌, 즉 석유와 지하광물을

리와 모순됩니다.

에 의해서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농공 소

가일로에 있습니다. 21세기 일본의 식량위

이용해서 수입식량을 손에 넣고 있으므로,

156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안정된

157


라 얘기해 왔습니다. 풍토에 맞는 재료는

안정된 환경이 유지되어서 생명은 계속해

기물을 순조롭게 서로 나누어 갖습니다.

로, 그리고 재료는 이웃 생산 농가의 농산

우리들의 선조가 먹어서 살아남은 것이며,

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혈액순환

수많은 종류의 무수한 생명에 의해서 서로

물을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손수 만든

우리들이 그 먹을거리에 적응해 왔고 우리

이 흐트러지면 병이 되고, 크게 흐트러지

나누는 이상, 그 배당에는 한도가 있으며

밥상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은 공생의 인간

들 체질과 조화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작

거나 멈추면 죽습니다. 생태계환경이 안정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이외에는 다른 길이

관계의 기초가 됩니다. 그리고 식품첨가물

물도 그 풍토에 맞는 것이므로 건강하고,

되기 위해서는 다종다양한 생물이 공생하

없습니다. 공생공빈(共生共貧)이라는 것입

에 오염된 재료와는 달리 가공 정도가 적

농약의 의존도 줄일 수 있겠지요. 그 농산

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동물은 생명의 양식

니다. 공존공영은 있을 수 없습니다. 먹고

은 재료는 안전하며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

물을 키우는 농가도 상품으로서 출하해 돈

인 먹을거리를 다른 생물에 의지하고 있습

먹히는 섭생의 관계와 서로 돕고 서로 도

지요.

을 버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

니다. 그리고 생명활동에 의해 물자와 에

움 받는 상호관계 등에 맞추어서 엄격하게

일본은 21세기 전반에 소산소사(小産

니고 자급자식(自給自食)을 기본으로 하는

너지를 소모합니다만, 그 결과 생기는 불

공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공생하

小死)에 의한 젊은층의 급격한 감소와 장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좇아 사는

필요한 것을 배설합니다. 그 배설물이 끝

기 때문에 비로소 환경은 안정되고 계속해

수화(長壽化)에 의한 고령자의 증가로 인

일이 줄어드는 자립생활에 기초하기 때문

까지 남겨져서 쌓이면 결국 살 수 없게 되

서 생존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생명

구구성이 극단적인 역피라미드의 초고령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농가는 다품목 경

지만 그 배설물을 이용해서 뒤처리해 주

의 원리라고 얘기할 만한 것으로 ‘하느님의

화사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도 다분히

작을 하게 되겠지요.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는 다른 생물 덕분에 축적되지 않고 환경

말’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만, 그

농가를 백성(百姓)이라고 합니다. 백종(百

의 안정성은 유지됩니다. 공생하는 많은

다. ‘돌을 빵으로 바꿔서 살아가는’ 무리가

때 자신과 가족의 건강, 따뜻한 가족관계

種), 즉 어떤 생산물도 다 있다고 하는 의

생물이 순조롭게 이용가능한 유기물을 이

생명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는 대단히 중요하게 되겠지요. 손수 만든

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종다

용함으로써,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환경

문제가 야기되었다는 것은, 즉 국민 모두

밥상을 차리는 지혜를 나이든 사람으로부

양한 생산물을 키우기 때문에 품목 하나의

의 안정화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 병자인 시대와 농업의 쇠퇴를 불러일으

터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든 분에

가격과 풍흉(豊凶)에 울고 웃지 않아도 될

이 유기물은 식물성 생물들이 태양에너지

킨다는 이야기는 이미 서술한 대로입니다.

게 배우는 일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일만

뿐만 아니라 건실한 수입이 약속됩니다.

를 이용하는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것입니

그러면 생명의 원리에 따라서 살아간다는

이 아닙니다. 이것을 통해서 노인들은 자

그리고 먹을거리도 자급도가 높기 때문에

다. 이 식물의 한정된 활동 위에서 모든 생

것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 걸

신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삶의 보

수입의 많고 적음이 생활을 위협하는 일도

물의 생존이 공생의 모습을 가질 수 있습

까요? 그것은 순환을 소중히 하고 공생공

람과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생의 세

적겠지요.

니다. 특정의 생물만이 번성하는 것은 허

빈의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만, 그것은

계에는 양득(兩得)의 행복감이 있습니다.

락되지 않는 엄격한 구조입니다.

전통적인 삶의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음식물 재료의 기본은 이웃집 농산물

을 노려서 특정 작물을 대량으로 경작하므

아닐까요? 전통적인 삶에는 어려운 시대를

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은

로 수입변동이 크고, 투기농업이 되어 결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

살아남았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고,

수입농산물 증가의 시류(時流)에 역행하는

국은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

안정된 생태계에서는 다종다양한 수많은

그 지혜로 살아남은 확실한 실적이 있습니

일입니다. 옛날부터 신토불이(身土不二)

다. 자급적인 다품목경작에 약간의 가축을

|

다. 부엌에서는 손수 만든 요리를 기본으

생물들이 식물활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유

|밑 거 름

순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순환에 의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158

이에 비해 금주주의 농업에서는 고수입

159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순환을 꾀한다면 한층 안정성은 높아질 것

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공생적 입장

을 받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입니다. 유기 완숙퇴비를 이용한 전답에는

에 서면 사정은 전혀 달라집니다. 입장이

그 현실을 긍정하는 듯이 보입니다. 옛날

토양세계의 미생물 낙원이 실현됩니다. 그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협조하

일본은 군국주의적 거국일치에 의해 전도

흙에 건강한 뿌리를 뻗고 작물은 자라겠지

고 서로 협력해서 각각의 희망을 안정적으

몽상의 범죄를 일으켜 비극과 불행을 초래

요. 순환과 공생, 그리고 자립, 그야말로

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

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금주주의적 거국일

공생의 세계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소중하며 그 관계

치로 비극과 범죄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

많은 수입은 꾀할 수 없지만, 공빈(共

속에서 기쁨과 격려가 생겨납니다. 돈과

입니다. 기독교의 성서에도 잘 알려진 대

貧)의 안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생공

물질로 움직이는 세계에는 없는 행복도 함

로 “멸망으로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빈의 세계, 생명의 원리에 맞는 논밭에서

께 나눌 수 있습니다.

넓다. 그리고 그 길로 들어선 자는 많다”라

|

몽상(顚倒夢想)을 좇아 돈과 물질의 중압

생각하는 한, 싸다 비싸다 대립적으로 보

|밑 거 름

더해 농가 내에서 비료와 사료의 농가 내

자란 작물은 건강하므로 맛도 좋고, 농약

여기서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짧은 것

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문은 작고, 길은 좁

도 불필요하겠지요. 건강을 바라는 현명한

으로 알려진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일절

지만’ 생명의 문으로 들어가 생명의 길을

도시생활자가 바라는 일이지요. 이와 같은

(一節)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원리일체

걸어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붕괴하고

일은 생명의 원리에 반해 돈과 물질에 흘

전도몽상 구경열반(遠離一體 顚倒夢想 究

몰락할 수밖에 없는 공업사회에 연연하지

러가는 금주주의 사회 속에서는 쉬운 일은

竟涅槃)”, 전도몽상(顚倒夢想), 즉 잘못되

않고, 공생의 시대를 개척해야 할 생명의

아닙니다. 유통시스템도 대량생산, 대량

어 거꾸로 서고 있는 환상(幻想)의 일체(一

문과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ㅁㄱㄹㅁ

소비를 전제로 해서 경제효율 지상으로 되

切)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를 권하고 있

어 있습니다. 생명의 원리, 공생의 사상에

습니다. 거국일치의 시기에는 군국주의

바탕을 둔 새로운 유통을 만들어내지 않는

적 정의, 금주주의적 향략, 그 이외의 세계

한 공생의 농업도, 공생의 밥상도 불가능

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함께 흘러

합니다.

갈 때에는 다른 사람을 계속 희생하고 비 참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도 불행하게 됩니

공생을 위해 생명의 길 개척해야

다. 그 세계를 해탈하고, 진실을 발견해 받

도시생활자와 농촌생산자는 생활의 장도,

아들일 때 열반(涅槃), 즉 평정평화(平靜

생활의식도 당연히 다르겠지요. 그리고 그

平和)와 고뇌·비참이 없는 상태에 다다를

입장의 차이로부터 이해도 대립된다고 생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하기 쉽습니다. 경제적 이해를 중심으로

160

그러나 현실은 금주주의, 세상은 전도

161


제가 오늘 말씀드릴 주제가 ‘우리 의 살길- 어머니의 마음에서 바라본 생명 운동’인데, 이것은 우리가 당면한 시대 상 황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명제라고 생각 합니다. 우선 ‘우리’와 ‘어머니의 마음’에 대한

낳은 어머니의 마음만이 아니고 기르는 마

한 마리를 일부러 죽여 ‘내 새끼가 죽었다’

음, 가령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떠나서 무

고 보이는 그 처절한 심정, 지혜로움을 어

엇이든지 창조하고 길러주는 마음은 어머

머니의 마음이 아니라고는 아무도 말할 수

니의 마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농부들이

없을 것입니다. 인간만을 위한 부모, 어머

벼를 정성껏 가꾸고 길러주는 마음도 어머

니라고 축소할 수도 있지만, 확대해서 본

니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창

다면 기르는 마음은 다 어머니의 마음인

조하고 보호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 이것

것입니다.

때도 우리, 여러 사람을 이야기 할 때도 우

에 잘 띄지 않고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

리, 우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나와 내

게끔 은밀한 곳에 알을 깝니다. 벌레에게

모든 동물이 또 식물까지도 그 종자를 위

가까운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어머니

도 어머니의 마음이 있는 거예요. 지극한

해서 양분을 향해 뿌리를 뻗어 가는 그 능

정성으로 새끼를 돌보는 늑대라든지, 하이

동적인 힘, 그것은 말하자면 생명의 신비

에나라든지, 여러 가지 동물·식물까지도

일 수도 있고 생명의 의지일 수도 있다고

그야말로 자기 자식을, 종자를 위해서 경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어머니나 모성의 개

있습니다. 생명운동, 생명을 생각할 때 우

건한 마음으로 떠받들고 돌본다는 것, 이

념, 능동성을 인간 위주로만 국한시켜 받

리라는 것이 과연 인간만을 포함하는 것일

것이 과장된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

아들인 것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

까요. 우리 민족, 우리 인류, 우리 가족, 또

니다. 왜냐하면 생명은 어디까지나 능동적

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의 자유, 평등을

는 나로서의 우리. 우리가 환경운동이나

이고 생명이 아닌 것은 피동적이기 때문입

위해서만 싸워 온 역사를 갖고 있고, 늘 인

오늘날 부딪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에 있

니다.

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인간이 모든 것을

|

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벌레도 사람 눈

리 민족 특유의 표현인 우리. 내 얘기를 할

|밑 거 름

개념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

어머니의 마음에서 바라본 생명운동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되었을 때와 확대되었을 때 엄청난 차이가

박경리 작가 -

요.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는 축소

의 마음이라는 것은 설명 안 해도 아시지

어 과연 인간만을 우리라고 지칭할 수 있

능동적인 것은 항상 움직이는 것입니

지배할 권리가 있고, 식물이나 동물 등 모

는가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다. 이것이 생명이지, 능동적이 아닐 때는

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하

우리라는 것을 생명 전체로 확대해야 되지

이미 생명이 아니거든요. 능동적인 데 어

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말이지요.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머니의 마음도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가

그러니까 인간이 자연을 무제한으로 착취

령 새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구하기 위해

하는 것은 죄가 안 되는 것으로 알았죠. 그

서 병든 시늉을 하면서 침입자를 멀리 유

러나 오늘 그 착취에서 오는 결과를 우리

도해 새끼로부터 멀어지면 나는 지혜라든

가 눈앞에 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류

지, 여우가 나머지 새끼들을 구하기 위해

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거든요.

벼를 기르는 마음도 어머니의 마음 또 하나는 인간만이 어머니의 마음을 가지 고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자식을

162

<한살림 10주년기념 대화한마당 발제문>, 1996년 10월

163


과거에는 ‘자연에 대한 도전’을 말했습

든요. 무속이 뭐냐 하면, 내세 또는 전생의

서는 눈에 보이는 것, 확실한 것, 현실적인

지 않는 것은 전부 생략해 버리고, 그것을

니다. 가령 히틀러가 열등한 민족은 도태

우리 아버지, 형제들이 죽었지만 영성은

것에만 가치를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사사오입식으로 잘라 버리기 때문입니다.

시켜 버리고 우수한 민족만 남긴다고 한

살아 있다고, 영원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은 사사오입식으로 빼 버린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인간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필요

그와 교신하고자 하는 열렬한 희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머니즘이 중요한

것에만 가치를 둘 때, 인간의 정신세계는 굉장히 좁아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고, 또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

은 무속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샤머

이 내세나 어떤 다른 세계에 가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원인입니다. 극도로 좁아진

다. 무제한으로 자연을 착취하고 폭거를

니즘에서 가장 분명한 생명주의를 느낄 수

생명체로 태어났을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공간에서 우리가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그

일삼아 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나무도 인간과 똑같은

되면서 공간이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사람

런데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우리 중에 당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 중심의 오

동격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나무에도 영성

의 사고가 어딘지도 모르는 아득한 곳, 우

장 이 시간, 이 순간 이후에 무슨 일이 있

만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그마

이 있다, 그것을 왜 영성으로 보느냐, 능

주 공간까지 확대됩니다. 무엇이라고 정확

을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무슨 일

한 날파리 한 마리, 나비 한 마리, 또는 코

동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도 능동적입

히 정의 내릴 수 없고 확실하게 실증할 수

이 생길지 내일 일도 모르고 모레 일도 몰

끼리, 독수리, 사자, 심지어 모든 식물까지

니다. 순환한다는 것은 능동적인 것이거든

는 없지만, 상상이라는 것은 무한한 공간

라요.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라는 것은 무

도 삶의 기적은 다 똑같습니다. 그렇게 생

요. 생명을 능동적으로 생장시켜가고 있거

으로 펼쳐지는 것입니다.

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생

각하면, 어머니나 우리의 의미가 달라집니

든요. 그 능동적인 영성은 인간이 가진 능

이 확대된 공간이 불교 시대로 넘어오

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모른다는

다. 즉,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

동성과 동일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샤머니

면서 철학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기

것은 말하자면 확실치 않다는 것입니다.

다는 것입니다.

즘은, 5백년 산 나무가 80년 산 인간에 비

때문에 무한공간이 테두리를 갖게 됩니다.

불확실성이죠.

해 위대하다, 그 생명의 위대함에 대한 염

쉽게 말하면, 공간이 좁혀졌다고 볼 수 있

또한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좁은 공간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많아

원, 그 위대한 생명과 교신할 수 없을까 하

지요. 그 다음에 유교가 들어오면서 공간

뿐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도

다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왜 우리 자

는 열렬한 소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더 좁아집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본,

지도상으로 인식할 뿐인데, 더 나아가 우

|

이유는 생명주의라는 것입니다. 또한 영성

미신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샤머니즘

|밑 거 름

로 하는 것을 다 착취해도 좋다고 생각했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리가 이렇게 좁아졌는지 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생명의 신비를 끊임없이 탐구해

인간이 행동하는 기본을 이야기하는 것이

주를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습니까? 못 보

많은 인구가 좁은 자리에서 북적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과학은 생명의

유교이기 때문에 더 자리가 좁아진 것입니

지요. 산 너머도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수많은 물질이 들끓고 있어요. 옛날로 돌

신비를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 인간의 처신, 철저하게 인간이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좁은 한 부분뿐이

아가서 샤머니즘시대를 생각해 봅시다. 현

샤머니즘은 아주 강한 소망이지만 증명을

살아가야 하는가 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인

라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들은 합리주의나 유

하지 못했습니다. 똑같은 처지인데 하나는

간 이외의 다른 생명은 배제된 것입니다.

많습니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을 뿐만 아

물론에 입각해서 샤머니즘을 무조건 미신

미신이고 하나는 과학이라니, 이게 말하자

더 공간이 축소됐지요. 그런데 자본주의

니라 인간이 알고 있다는 것은 아주 초라

으로 몰았습니다. 샤머니즘 중에서 무속

면 합리주의가 가지는 적당한 사사오입식

든, 사회주의든 오늘에 와서는 그 공간이

할 정도로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만 지엽적으로 끌고 와서 미신이라고 봤거

사고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날에 있어

완전히 축소되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보이

물질주의라는 것은 그런 걸 다 쳐내버립니

164

165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까도 생명의

정하지 않고,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질은 무

을 정도로 꽃이 들어차 있더라고요. 저는

용한다고 병이다, 깡통이다 버리는 것들

평등을 얘기했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아남

한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없

마치 시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

을 모아서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고 있어

으려면 새로운 이념을 창출해 내지 않으면

애 온 거죠. 환경운동도 인간이 살아 남기

습니다. 사실 그 꽃들은 다 시체입니다. 물

요. 그런 것들은 그냥 새로 되는 것이 아니

안 됩니다. 샤머니즘 시대로 돌아가자는

위해서 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생명 전체

에 피어 있는 것도 아니고 잘라서 사람 보

고 또 새로운 무엇인가를 첨가해야 하거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한계에서 다른 방

가 공존한다는 의식 없이 인간만을 위해서

기 좋게만 만들었지, 이미 그것은 생명이

요. 게다가 본래 만들어진 것도 아니기 때

향으로 공간 확대가 없으면, 우리가 살아

필요한 것만을 개량한다면 언젠가는 또 멸

아닙니다. 그 한순간을 위해서 방 한가득

문에 몇 번 쓰다 버립니다. 그러니까 쓰레

남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어떻

종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까지 이어 온 것

메워놓은 것인데, 몇 분 후에는 그게 다 쓰

기 속에 쓰레기가 또 쌓이는 거예요. 그런

게 좁혀봅니까? 더 이상 좁힐 수 없을 만큼

이 또 되풀이될 뿐입니다.

레기통에 들어가잖아요. 그 많은 꽃이 몇

데 지금은 그런 방면의 산업이 지배적입니

우리는 좁혀져 있어요.

분 쓰이고 쓰레기통에 들어간다면 농부가

다. 게다가 그런 강습이 얼마나 많습니까.

샤머니즘과 생명주의

땀 흘린 것이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

도대체 우리가 장식으로 먹고 삽니까?

유사 이래 생명의 평등은 존재했던 적이

래서 어떤 사람이 거기에 대해 얘길 했더

없습니다. 항상 인간의 자유, 인간의 평등,

니 화훼농장 하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인간 위주에서 생명 위주로

도 강원도에 살고 있지만 요즘은 지역민들

인간에 대한 박애정신을 위해서 투쟁하는

는 거예요. 야단났대요.

운동도 물론 해야지요. 물도 먹을 수 있게

이 오히려 환경을 개발해야 한다고 부르짖

|

식품이 거리마다 가득합니다. 또 폐품 이

어떤 모임에 가보니까 벽이 보이지 않

|밑 거 름

다. 그러니까 모든 생명체를 생명으로 인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깨어나야 할 것 같 아요. 지역이기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저

역사가 점철되어 왔습니다. 인간에 대한

우리가 동양의 샤머니즘 얘기를 왜 하

하고, 땅도 살려 내야 하고, 너무너무 할

습니다. 농부들도 전부 이윤만을 추구하거

고귀한 사명을 가지고 싸워온 투사도 있

느냐 하면 우리의 생명주의를 찾을 수 있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의식의 근본

든요. 농업도 산업화하고, 모든 것이 산업

고, 역사적인 영웅도 있고, 모두 우러러보

기 때문이에요. 제가 어릴 때도 꽃을 자르

적인 변화 없이는 어느 순간에 가서는 또

화 되고 있습니다. 그 물건으로 임시적으

는 성인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면 “그것도 생명인데 왜 자르냐”고 어머니

다시 되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로는 배부르죠.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지

리의 현실은 형용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가 그랬어요. 다른 사람도 그런 얘길 하더

인간 위주에서 생명 위주로 나가야만 우리

불할 생각은 안 하거든요. 땅도 죽고, 물

있습니다. 가령 물도 먹을 수 없죠, 여러

라고요. 꽃을 자르다 할아버지한테 매 맞

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유물론에 입각

도 썩는다는 생각은 안 하죠. 당장 많은

가지 혼란과 의식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았다고.

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수확이 있고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만 하

잘 살아야 하는데 쌀 농사 지어서는 손해

우리 도자기에는 꽃병이 거의 없습니

것은 분명합니다. 물이 썩고, 땅이 죽고 하

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에

난다고 농민들도 쌀 농사 팽개치고 화훼농

다. 그리고 선비 방에 꽃을 꽂아 두지 않았

는 여러 가지 현상은 바로 물질 위주의 삶

요. 자기들이 당장 벌이를 하겠다 하지만,

장을 한단 말이에요. 농민들도 살아야 하

습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나 남성들이나

에서 오는 결과거든요.

몇 해 후에는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이

니까 당연한 주장이고, 권리예요. 그러나

장식을 많이하고 다닙니다. 귀걸이도 걸

요즘 자본주의를 개량한다, 수정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과연 우리가 꽃으로

고…, 어떤 때는 사람은 안보이고 장식만

이런 말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생존할 수 있느냐 말이에요.

보일 때도 있어요. 서울거리를 보세요. 장

이 말기 현상을 개량하고 수정하는 것은

166

게 됩니다. 그런 자각이 있었으면 좋겠습 니다. ㅁㄱㄹㅁ

167


와, 한살림생산자모임의 대표로서, 한살림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제초제와 농약, 화

이 걸어온 지난 20년의 주요 고비마다 함께

학비료를 우리 농업에 막무가내로 도입해

논의하고 결정한 한 사람으로서, 지난 20

온 국토가 이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됩니다.

켜 봅니다. 옛말에 세월은 화살과 같다고

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한살림운동 방향

땅은 지력을 잃어 가고 논과 밭의 온갖 생

하더니 불혹의 나이에도 못 미치던 30대

을 소박하게나마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명체는 자취를 감춥니다. 더 이상 냇가에

2006년 12월. 한살림이 창립 스 무 돌을 맞습니다. 이제 어엿한 스무 살의 청년 한살림을 보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이

농업살림운동의 평가와 전망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는 물고기가 놀지 않습니다. 농촌의 환경

후반에 시작한 한살림을 이렇듯 50대의 끝

월은 개인적으로나 한살림 전체를 놓고 보

지금도 예전과 다름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당하던 농민들이 온전할 턱이 없었습니다.

더라도 참으로 많은 일을 해온 시간이었

1970~80년대의 농촌은 참으로 견디기 힘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한해에도

습니다. 그 세월은 우리 농업과 농촌이 걸

든 곳이었습니다. 당시 광란의 폭풍처럼

수천 명의 농민이 농약중독으로 쓰러지고

어온 질곡의 시간만큼 농민으로서 좌절과

휘몰아쳤던 이 땅의 경제개발정책은, 넉

죽어나가게 됩니다.

|

이 이 지경이 되고 나니 이를 온몸으로 감

한살림과 농민들의 만남

|밑 거 름

자락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지난 20년 세

그뿐이었겠습니까? 지금과 마찬가지로

으로 알고 농촌에서 무던히 살아가던 이

농사짓던 농민들은 가장 힘없는 존재로 언

땅의 건장한 농민형제들과 아리따운 우리

제나 정부 정책의 희생물이 되어야 했습니

의 누이들을 공장 노동자로 내몰아 공업화

다. 정부가 마구잡이로 솎아낸 모든 농업

정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값싼 노동

정책의 피해는 농민들이 고스란히 돌려 받

력의 원천으로 활용했습니다. 게다가 우

아야했습니다. 농민들은 부당한 수세와 정

리 농업을 공업화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부 수매가격과 싸워야했고, 정부가 저질러

림운동이 지난 20년의 세월만큼이나 앞으

저가 농산물 생산기지로 전락시켜 우리 농

놓았던 소값 파동과 각종 농산물 가격파동

로도 감당해야할 일이 많다고 느끼기 때

업과 농촌을 산업화의 최대 희생양으로 만

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농민들은 늘어나는

문일 것입니다.

들어 갔습니다. 평온하던 농촌공동체는

부채를 견디다 못해 목을 매기도 하고, 농

이 와중에 순식간에 해체와 붕괴를 맞게

약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한 농민으로서 새로운 희망과 내일을 설 계하는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하였습 니다. 이마에는 주름이 생겨나고 머리는 하얗게 변해가지만 20년 세월이 먼 옛날 얘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일처럼 생생한 것은, 아직도 우리 농민들의 활동이, 한살

최재두 한살림생산자모임 회장 -

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농사일을 천직

분노도 느꼈지만, 또 한편 한살림과 함께

한살림운동이 현재진행형의 운동일 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의 농업포기

됩니다.

밖에 없는 까닭은 아직도 많은 농민형제들 의 삶이 어렵고 고단할뿐더러, 우리 농업과

그뿐만이 아니라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정책이 더욱 노골화되자 농민들은 하나둘

농촌 현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

라는 근대화, 산업화의 논리는 종전과 같

씩 농촌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 일

은 전통적인 농사방식 또한 송두리째 바꾸

꾼들이 줄어든 농촌은 수확을 끝낸 가을

어 놓았습니다. 녹색혁명이라는, 생산력

들판마냥 황량한 마을로 변해갔습니다. 더

큼 암담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한살림운동에 참여한 농민이기도 하거니

168

<한살림 20돌기념 대화마당 발제문>, 2006년 12월

169


과 한살림이 만났습니다. 농민들 스스로도

어져 버린 탓입니다. 심고 거두는 족족 망

곳이었으니까요. 이러한 80년대의 중반에

우리 농민들을 진정한 농민으로 거듭나게

깨닫지 못하거나 반신반의하던 농업의 사

하는 농사를 지으려는 이가 어디 있었겠습

한살림이 세상에 등장한 것입니다. 제기동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회적 가치, 그 속에서 꽃피는 생명농업의

니까?

에 처음 자리를 잡은 한살림은 우리 성미

농촌지역 곳곳에서 이런 의지를 가진

의미를, 이를 인정해 주던 도시 소비자와

1970~80년대를 관통하면서 농민들

마을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였습니

농민들과 한살림의 결합은 80년대 말부터

함께 농민들은 깨닫기 시작합니다. 농업이

은 참으로 큰 좌절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다.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기도 했습니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지금도 활동 중인

근대화와 산업화, 물질문명이 만연해가는

마을마다, 군 단위마다 농민회가 건설되

다만, 어쨌든 이래서는 농촌에서 살아갈

초기 생산자들이 대부분 이런 경로를 통

사회 속에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유지시켜

어 농민의 권익 쟁취를 위한 투쟁은 날로

방도가 없겠다고, 농촌에 희망이 없겠다고

해 한살림과 결합된 생산자들입니다. 음성

야 할 우리 삶의 뿌리임을 스스로 자각하

거세져 갔지만, 농민들의 삶은 도무지 나

모두가 풀이 죽어 있을 즈음에 등장한 한

의 최재명 생산자, 공근의 정현모 대표, 당

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농민들

살림은 농민에게 희망의 불씨와도 같은 존

진의 정광영 대표, 상주의 최병수 회장, 아

이런 물결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걱정하

은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풀고 있는 것이

재였습니다.

산의 이호열 대표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며, 잃어버렸던 농업과 농촌의 소중한 의

|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한살림의 제안은

다. 70년대 말부터 무농약 농사를 시작한

|밑 거 름

이상 농촌에서 농사로 버텨나갈 방도가 없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아닌가라는 자기반성들을 하기 시작합니

농약에 골병든 농민들이 이런 방식으

없을 만큼 많은 농민들이 초기에 한살림에

미를 되찾으려는 수많은 도시사람들에게

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

로 농사지어서는 내가 죽겠다며 농약통을

참여하게 됩니다. 이들을 빼놓고는 한살림

잔잔히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불과 몇 년

이, 단순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권익옹

집어던지고 무농약 쌀농사를 시작했지만

을 말할 수 없습니다. 이들 농민들이야말

만에 수백 명의 한살림 조합원이 수천 명

호투쟁만으로는 그 해답을 내어올 수 없다

어디 마땅하게 판매할 곳이 없었던 처지

로 오늘의 한살림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었

으로 불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필요

는 자각이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라 헐값으로 정부수매에 임하던 때라, 값

다고 생각합니다.

로 하는 농산물의 생산을 위한 농민들의 손

농업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또 하나의

의 고하는 막론하고 무농약농산물의 가치

한살림의 탄생은 한국의 유기농업을 정

길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불신

산업이 아니라, 진정 생명을 돌보는 가꾸

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착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입니다. 유

이 만연하던 사회에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

는 일임을, 농촌이 이를 지탱해가는 농민

일이었지요. 그뿐입니까? 도시 소비자들은

기농업의 초기 선각자들이 자신의 존재

고서는 신뢰를 가지기 힘든, 공산품도 아

들의 삶의 공간임을 자각하는 운동이 곳곳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라며

를 인식해 주는 조직과 소비자를 만났다는

닌 농산물을 보지도 않고 구입할 수 있다는

에서 전개됩니다.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우리 농사꾼을 자신들과의 동반자적인 관

것, 그로 인해 불모지의 땅에 생명농업을

것, 그것도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농민의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일어난 것입

계로 인식하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의 친환경농

으로 재배했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농민에

니다. 농촌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발견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자’라는

업의 불씨를 만들어간 소중한 계기가 되었

게는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농민과 도시

작지만 이 때부터 시작되게 됩니다.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다고 봅니다.

인들이 만들어낸 한살림의 신뢰였습니다.

충북 음성 성미마을은 이런 자각을 바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벗어나 죽어 가

탕으로 무농약 농사와 농촌공동체운동이

는 땅도 살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더 많은 농민과 소비자의 만남

농산물을 알고 먹는 이들이 생겨나 고마

이땅에 처음으로 시작된 곳 중의 하나입니

을 생산하고 나누어, 서로 믿고 돕는 도농

1980년대까지 채 100명도 되지 않는 농민

운 일이었지만, 이를 농사로서 안정시키는

170

처음에는 농민들이 어렵게 지은 무농약

171


았고, 도농 간의 직거래(한살림)를 통해 도

게 이웃농민을 설득하며 조금씩 확산시킨

들이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치를 인

림은 이 땅의 농민에게 농사가 어쩔 수 없

시와 농촌의 연대와 협동의 삶을 체험하게

생명농업을 정착해가는 일은 당시로서는

정해 주던 많은 도시 소비자들이 있었기

이 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개

된 것입니다.이는 종전에는 이 땅의 어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습니

때문입니다. 진딧물에 절은 배추나 상추,

척해가는 삶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습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사회운동의 방식

다. 마음 하나만으로 덤벼든 무농약 농사

꾸부러질 대로 꾸부러진 오이를 감사한 마

니다. 노동자, 농민이 우리 사회 변혁의 주

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농업이라 지칭하

는 이런 농사방식을 감당할 땅을 제대로

음으로 공급받았던 초기 한살림 소비자 조

체라는 계급적 관점의 자긍심이 아니라,

는 안전한 먹을거리 나눔운동을 기반으로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고, 병충해를

합원들은 우리 농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를 돌보는 생명의

하는 수많은 생협과 시민운동이 생겨난 것

막아가는 데도 서툴기 짝이 없었습니다.

되어 주었습니다. 무보다 맛이 못하다던

양육자, 어머니의 마음, 대지의 마음을 가

도 이 즈음으로, 한살림이 이 사회에 공헌

농약을 대신할 만한 변변한 자재가 없어,

사과를 3년 동안이나 견뎌주었던 조합원들

진 이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한 것 중의 한가지입니다.

잘 자라던 농작물이 하루아침에 내려앉는

이 없었다면 한살림이 지탱할 수 있었겠습

많은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던 농민의 마음은

니까? 지금의 한살림은 이런 생산자와 소

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한살림의 성장

어떠했겠습니까?

비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지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말해주는 이

1990년 중반부터 한살림은 나날이 성장을

가 있으면 이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 자신

거듭합니다. 세상이 파국을 향해 내달리고

|

돌보는 가장 귀한 행위라는 것을…. 한살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한살림 농민

|밑 거 름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어렵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살림 조합 원들이 나날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무작

나와 세상을 바꾼 한살림

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 속에서 자신이 미

있는 만큼 생명에 대한 위협은 가중되기

정 늘여놓은 유기농업 면적에, 들쭉날쭉하

1970~80년대 한국사회가 근대화, 산업화

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존귀함을 알게 됩

마련입니다.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각종 공

던 소비량은 또 다르게 한살림 농민을 괴

를 밟아오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였던

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해물질과 유해한 환경들은 인간의 생존 그

롭히는 것이었지요. 온통 벌레가 들쑤셔놓

농민들이, 스스로 물질 중심, 돈 중심의 구

하는 생명의 농산물 나눔 운동, 흔히 말하

자체를 위협합니다. 환경호르몬, 농약잔류

은 농산물을 시중에 내다파는 일은 애초에

조로 편입되고자 했던 20여 년의 세월이

는 유기농산물 직거래운동을 통해, 농업의

량을 훌쩍 넘긴 각종 농산물, 납덩이 수입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웃 농가가 부끄

있었습니다. 스스로 농민임을 부끄럽게 여

가치를,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수산물에 GMO 수입농산물까지, 그뿐입니

러워 밤새 갈아엎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

기기도 하고, 농사 행위를 그저 돈벌이나

설명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농민

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유해물질로 뒤

요. 관행농업으로 얻던 소득의 절반에도

생계의 한 방편으로만 생각하기도 했습니

을 산업사회의 변방에 있는, 사라져야 할

범벅이 된 각종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연

못 미치는 힘든 시간들이 몇 해째 계속 되

다. 때가 되면 언제라도 힘든 농사를 집어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종말을 향해 미치

일 터져 나오는 먹을거리 안전성 시비에

었지만 우리 한살림 농가들은 쉽사리 포기

치우고 소비 지향적인 도시 삶을 꿈꿔보기

도록 무섭게 질주하는 물질 중심의 산업사

대해 수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채

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살림을 하는 농민

회를 멈춰 세울 브레이크와 같은 존재라는

없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이런 도시 어머

소농가들은 낮에는 힘겨운 수확에, 늦은

들은 새롭게 자기 삶에 대해 눈뜨기 시작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니들의 열망은 한살림이라는 믿을만한 조

오후에는 수확한 농산물을 수송하는 일로

합니다. 농사짓는 행위야말로 가장 생태적

농민들은 생명농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

직으로 눈길을 돌리게 합니다. 10여 년 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인 것이고, 자연친화적인 것이며, 생명을

이서로 소통하고 공생하는 관계임을 깨달

생해 온 한살림운동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172

173


지역을 무대로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업을 고집한다고 정부로부터 갖은 핍박을

다. 물론 이런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

의 연대의 폭은 확장하지 않고, 협동의 틀

농업운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한살

받으면서도 참고 견뎌왔던 농민들의 노고

회적인 관심의 증가와 유기농업의 빠른 확

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유기농산물 확

림이 추구하는 지역사회운동의 확장이기

가 고스란히 배인 결과물이었습니다.

산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대운동만을 중점적으로 벌여온 결과물입니

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유기농업, 생명농업은 더

아니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웰빙

다. 바로 이점이 한살림 창립 20주년을 맞

개별 농가로는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이상 변방의 비주류 농업이 아니라, 이 시

이나 로하스로 지칭되는 사회적인 흐름이

아 농민 스스로 극복하고 변화시켜야 할 주

경종농업과 축산, 가공을 지역으로 묶어내

대가 함께 추진해야 할 농업의 한 방법으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보신

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고, 생명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인적, 물적

로 채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가 앞다

주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농민들마저 생

1990년대 후반부터 한살림이 본격적으

지역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확장시

투어 유기농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이

명농업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보다는 상업

로 추진한 생태순환적인 지역농업시스템

켜나가, 진정한 지역의 자립과 자치, 자급

를 육성하고 장려하는 많은 정책을 내놓게

적 유기농업으로 일관하여 진정한 농업살

은 우리 농업과 농촌에 적지 않은 희망을

이 가능한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을 하나의

됩니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을 필두로 수많

림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

제시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체계로 만들어나가는 생태순환적인 지역

은 지원책들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정부나 지

자취를 감추고 농촌공동체는 점차 공동화

농업의 활기찬 추진은 모든 이에게 모범이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 중심에 한살림 농

자체 또한 우리 농업의 대안이라며 마구잡

되어 이미 해체되어 버린 지 오랩니다. 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수많

민들이 있었습니다. 한살림이 유기농산물

이로 유기농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

런 상황에서 생명의 순환원리에 입각한 지

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

직거래운동을 통해 유기농업 또한 농업에

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역농업시스템은 이런 농촌공동체의 새로

다. 그 전례가 전무하다시피 한 지역농업

있어 지속가능한 농사방식임을 증명하지

수만 가마의 친환경쌀이 남아돌아 유기농

운 대안의 모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으로 나아가는 길은, 도와주는 이들은 많

않았다면, 이의 결과물인 유기농산물이 직

업 실천농가들을 곤란에 빠뜨린 것도 사실

제 개별 농가로서는 전통의 농사방식, 물

았지만 결국 농민의 지혜로 해결할 수밖에

거래를 통해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나

입니다.

질순환원리가 작동하는 농사를 지탱하기

없는 전인미답의 길이었기에 더욱 그러하 였습니다.

|

이 휩쓸려 간 까닭입니다. 농민과 도시민

로 성장하여 10만 명을 훌쩍 넘겨 버립니

|밑 거 름

있습니다. 그간 생산성이 떨어지는 유기농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눔의 방식이라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비단 한살림 밖의 농업 상황만이 이런

가 어렵습니다. 특별한 한두 농가가 시도

우리 사회에 이만한 유기농업의 활성화가

것이 아닙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

할 수는 있지만, 농촌에서 이를 전면적으

가능했을까요? 이런 일련의 사회적 흐름을

살림생산자모임도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

로 시행할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한살림 농민이 만들었다고 한다면 너무나

어 한살림하는 농민들을 만들어낸다기보다

개인을 넘어 지역의 농민들이 서로 연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농민으로

오만한 발상일까요?

는 한살림이 필요로 하는 물품과 이를 생산

대하고 협동하는 지역농업은 이러한 생명

서 자긍심을 가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흐름은

하고 출하할 농민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은

순환 원리가 작동하는 생명농업과 해체

니다. 더욱이 농업을 통한 생활의 유지와

더욱 가속도가 붙습니다. 한살림은 한 해

연중에 움직여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

된 농촌공동체를 복원하는 운동입니다.

재생산이 가능한 농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에 1~2만 명의 조합원이 늘어나기 시작해

실입니다. 사회적인 연대와 협동의식 없이

제 자리를 다시 잡아가는 운동이지요. 농

안팎으로 어려운 우리 농업 상황을 고려한

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조합원수가 두세 배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생명농업

민들만의 연대와 협동운동만도 아닙니다.

다면 결코 쉽게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한

174

지금의 농촌 현실에서 농민들이 농촌지 역에서 올바른 농사방식을 통해 자기 삶을

175


성과입니다.

지금과 같이 도시와 농촌이, 생산자와

서 시행착오 속에서도 훌륭하게 지역농업

때만이 실현되는 내용이 아니기는 합니다

소비자가 하나의 극점에서 만나는 형식으

우리는 이제 지금까지 해왔던 생명농산

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만,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이라는 확신과 희

로는 한살림운동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널

물의 생산과 공급이라면 단극점이 만나는

또한 우리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

망이 보이지 않고서는 절대 이를 대중화할

리 꽃피우기는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말

방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가야 합니다.

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이 더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처럼 자본주의라는 물질 중심의 체제는 모

지역을 무대로 도농공동체적 삶을 전 영역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든 인간의 만남과 관계를 ‘당구공과 당구

에서 실현함으로써 농촌과 도시, 농민과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농민 혼자만의

공이 만나는 관계’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

도시 조합원 가릴 것 없이 생명의 어머니

한살림운동을 다시 내다보며 한살림

결단과 실천행위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닙

니다 이 속에는 오로지 접점만 존재합니

인 땅을 매개로 단극점이 아닌 면과 면이

20년의 역사는 농민들의 농사짓는 행위를

니다. 농민 아닌 이들이 흔히 말하듯이 전

다. 만나는 시간도 찰나에 불과합니다. 부

만나는 전면적인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제

폭적인 농업, 농촌 지원책만으로도 해결할

딪힘만 있다는 것이지요. 농촌과 도시 생

입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전국의 통합

행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생

수 없습니다.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농업,

산자와 소비자 간 관계의 호혜망을 지금과

물류시스템(일부 지역은 독자 물류시스템

명을 돌보는 어머니와 같은 고귀한 행위

농촌정책이 나올 때만이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이 단편적인 생명의 먹을거리 나눔운동,

이 가동되고 있기는 합니다만)에만 전적으

임을 알게해 주었습니다. 또한 농민 자신

도 같은 우리 농업은 회생의 길로 나아갈

유기농산물 직거래운동으로 가져갈 것인

로 의존하는 구조로는 이를 실현시키기가

이 대지를 지키는 자연을 닮은 사람임을

수 있습니다.

가 지역을 바탕으로 삶의 전 영역으로 확

어렵다고 봅니다. 자칫하면 한살림이 그

장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입니다.

토록 반대해 왔던 물량 중심의 소비조직이

욱 많은 지역에서 활기차게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모든 농업생산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밑 거 름

살림은 아산과 홍천이라는 두 시군지역에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자각하게해 주었습니다. 농민의 자존과

한살림운동은 자기 안에 모셔진 한울

자긍심을 되찾은 것입니다. 이는 한살림

님을 발견하고, 귀하게 모시는 행위를 통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생명의 먹을거

양산하는 유기농산물의 구매와 소비라는

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각한

해, 인간과 인간,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리 나눔운동을 통해 농촌공동체에서 생산

구조가 단순 반복 재생산되는 구조로 고착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 조합원들의 지지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된 유기농산물을 한살림 조합원들이 그 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의 자립과 자

격려, 응원에 힘입은 바도 큽니다. 서로가

우리는 생명을 모시고 키우는 구체적인 농

치를 인정해서 제 값을 치르고 구입하는

치, 자급이 전제되지 않고, 이를 향상시킬

귀하게 여기는 모심의 마음이 통한 까닭

업의 행위를 통해 이를 더욱 분명히 드러

행위를 통해 망가져가는 농촌과 농업, 농

노력이 우선하지 않는, 중앙 집중적인 유

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도

냅니다. 그래서 농업은 이런 한살림운동의

민을 지켜가는 노력을 계속해왔습니다. 이

통만으로는 지역을 무대로 하는 생명살림

불구하고 지금 농촌은 여전히 어려움에

실현도구이고 지역은 실현무대입니다. 농

러한 행위가 2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운동은 한낱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처해 있습니다.

업이 근간이 되지 않고서는 올바른 세상을

가장 큰 힘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봅니다.

자각한 농민은 다수가 아닙니다. 아직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가 도시에 살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물품만 보이고 사람의 관계는 전혀 보

도 농업을 통해 이런 마음을 가지기를 희

건, 농촌에 있건, 한살림 하는 이들이 농업

러한 노력은 이제 한살림 이외의 많은 단

이지 않는 지금의 구조를 변화시킬 지역

망하는 농민들은 많지만 현실로 닥친 생존

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체들이 다함께 노력하는 보편적인 방식이

물류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다시 가동

의 문제는 이를 더디 가게 만듭니다. 물론

에 있습니다.

되어버렸습니다. 한살림 20년 역사가 이룬

시켜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

176

177


역한살림은 도시 소비자 조합원의 조직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 덕분입니다.

한살림, 생명세계를 열다

아니라 농촌과 도시를 아우르는 지역한살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기조에는 변화가 없

그것은 행운이었다. ‘한살림’과의 만남. 타

림운동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럴

다고 하지만 아무튼 이를 바꿔내는 데도

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가슴에 안았던

때만이 생산-공급-소비-폐기의 전 과정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한살림’이라는 범상하면서도 새로

소비(자)가 단절되지 않는 온전한 한살림

들고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속으로

인의 표현처럼 ‘한살림이 내게로 왔다’고

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절망 속에 있는

우리 운동을 확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해야 맞을지 모른다. 세계는 ‘생산력’과 ‘계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일방이 일방을 향해

한살림이 원래 하고자 했던 생명살림의 세

급’과 ‘정치’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신들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과 시혜로 해

상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을 무

과 자연과 교감하는 뭇 생명의 관계망임을

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할 때

대로, 지역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을 통

깨닫게 하였다. 사회적 삶과 더불어 생태

만이 풀릴 수 있는 우리 삶의 영원한 화두

해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삶을 나누는 운

적 삶과 영성·문화적 삶을 얻었다. 칠흑 같

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깥 빗장은 존

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속에 사람이

은 한밤중에 마치 예언처럼, 새 문명의 씨

재하지 않는, 그래서 밖에서는 도저히 풀

살면서 필요로 하는 문화와 복지, 의료, 교

앗이 뿌려졌다.

어낼 수 없고, 오로지 안에서만 풀 수 있는

육 등 많은 참살이 내용을 녹여내야 합니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지

묘한 존재인 것입니다. 새로운 한살림운동

다. 바로 이것이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한

금으로부터 20년 전 한살림은 지구의 변방

은 농민과 도시 조합원이 함께 이 숙제를

살림 세상입니다. ㅁㄱㄹㅁ

한반도 남쪽에서 새 문명운동의 물꼬를 텄

생명살림운동의 평가와 전망

|

운 꿈을 얻었다. 아니 남미 어느 유명한 시

앞으로의 한살림은 우리 안으로 쪼그라

|밑 거 름

이 어우러지고, 도시와 농촌, 생산(자)과

한살림에서 살림으로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발제자 주요섭 한살림정읍전주 이사 -

풀어 가는 운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 죽임으로써만 이윤을 극대화하는 농사 와 밥상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우

끝으로

리의 삶과 가치지향에서 배제된 ‘신화의

그간 한살림운동은 거창하고 요란한 구호

세계’와 ‘생태계와의 육친적(肉親的) 관계’

로서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를 되살려냈다. 대안적 삶이란 화두를 던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를 확인하

졌다. 한살림은 한국사회 대안운동의 맏이

고 연대하고 협동하는 운동방식이었습니

다. 한살림의 천지부모(天地父母)는 동학

다. 사회적으로는 생명운동의 확산에 기여

을 비롯한 한국적 생명사상의 뿌리, 그리

했습니다. 지난해 정부통계로도 8만가구가

고 19세기 말부터 끈끈하게 이어 온 민중

넘는, 전체 농업가구수의 7%에 가까운 농

운동의 역사다. 그로부터 태어난 한살림

민들이 생명농업을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

은 그 자체로 새 생명의 약동이었다. 녹색

178

<한살림 20돌기념 대화마당 발제문>, 2006년 12월

179


운동, 환경운동이 공해반대에 머물고 있을

포기하고 수퍼형 생협(일본의 마트형 생협

서 ‘시장’에 의지할 수도, ‘정부’를 믿을 수

맏형인 한살림이 만만치 않은 저변을 형성

때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로운 전일적

에 빗대어)에 머무는 사이 친환경농산물로

도 없는 민초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먹는

하고 있는 대안운동의 그물망을 출렁이게

삶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겸허하게

상품화된 유기농산물이 프랜차이즈로 백

물도, 하수처리도, 종자와 식량도 약탈적

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밥을 나누는 것으로 좌우와 국가-시장을

화점의 식품코너로 몰려다니고 있다. 문제

시장의 논리에 맡겨져 민초들의 자구수단

넘어서는 우리 시대의 개벽운동, 즉 ‘ 생

는 보다 깊고 근본적이다. ‘난파선에서 내

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명’ 세계를 여는 모태가 되었다.

려야 한다’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

사태가 이런 지경에 왔음에도, 현실정

정녕 희망은 없는 것일까. ‘노동’조차도 자

유기농산물 직거래와 공동체 활동과 교

는 수출 3천억 달러 시대를 구가하며 자본

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민사회운동도

신의 경제적 권익을 높이는 것 외에 눈길

육을 통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바꾸었다.

주의 세계체제의 주요 축이 되었다. 한국

기실 속수무책이다. 이른바 90년대를 풍

을 돌릴 여유를 잊은 오늘, ‘난파선’의 침몰

우리쌀지키기와 학교급식, GMO문제 등

사회에서 세계화는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

미했던 이른바 ‘시민운동’은 그 긍정적인

과 ‘구명선’을 위한 또 다른 전투 외엔 답이

을 통해 생명살림으로서의 ‘농업’과 ‘먹을

었다. 한미FTA를 막아내야 할 절대절명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존 질서의 하위

없는 것일까.

거리’를 우리 사회의 핵심적 의제로 만들

과제가 눈앞에 있긴 하지만, 우리사회는

구조로 존재하며 체제내화 되었다. 새로

아니다. 파장의 표면만 보아서는 알 수

어냈다. 도시 소비자에게 공동체와 지역을

안타깝게도 이미 신자유주적 시장경제체

울 것 없는 의제로 시장과 정부를 뒤쫓다

없다. 깊이와 두터움이 더해가고 있다. ‘진

눈뜨게해 주며 대안적 풀뿌리운동의 모태

제가 구조화, 내면화되었다. IMF 이후 저

보니 사회적 이니셔티브도 약화되었다.

보언론’이라는 매체들조차 여전히 대안의

가 되었다. 모심과 나눔 문화의 확산을 통

성장사회로 진입했으나 정치인과 이른바

대안적 전망의 부재 때문인지 아직 때가

모색은 ‘진보’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서

해 한살림은 10만 조합원이라는 숫자의 크

‘기업인’들은 여전히 고도성장의 부활을 강

안 된 탓인지 풀뿌리와 생활운동을 강조하

울에 있는 대형 환경단체들과 시민단체들

기를 넘어서는 대안적 가치와 문화, 사회

변하며 민초들을 호도하고 ‘(상품-교환)시

며 정치나 구조와 같은 ‘거시기획’을 외면

은 빙산의 드러난 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

운동의 인도자가 되고 있다. 한살림 주부

장은 곧 선(善)’이라는 신화를 주입하고 있

하는 이율배반을 보여주고 있다. 해체론

다. 경향각지에서 5년, 10년, 20년씩 대안

의 일기가 준 신선한 충격과 감동만큼이

다.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생

들 정도로.

협들이 자라나 33만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1%의 희망. 생명평화의 공모

|밑 거 름

말 |

나, 한살림은 그 자체로 가치혁명, 문화혁

소득, 교육, 문화, 환경, 정치권력 심지

명의 상징이었다. 생명의 먹을거리, 생산

어는 영성적 풍요에서까지 전일적인 양극

한살림은 이러한 우려와 지적으로부터

최소한 생명의 밥상과 공동체적 삶을 접하

자와 소비자의 협동과 상생, 나눔의 공동

화는 정녕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향해가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유기농 먹을거리의

고 있고, 생협의 형식을 빌려 의료, 문화,

체 등등. 그것은 대안적 생활과 문화로 작

있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는지도 모른

공급은 결국 웰빙운동, 부르주아운동에 불

교육 등 민초들의 자구적 조직들이 다양하

지만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다. 쓰나미와 허리케인으로 예고되고 있는

과하다는 비판이나 유사 물류업체라는 힐

게 태어나 자라고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

환경재앙, 혹은 달러경제의 붕괴나 남북관

난도 아프지만, 뭇생명을 살리겠다는 한살

불교와 원불교 등 대부분의 종교에서 ‘생

쓰나미보다 무서운

계의 격변, 이라크전쟁이 예시하는 지구적

림이 극단적인 죽임의 경제사회체제에 대

명’, ‘평화’를 내세운 단체들이 정말로 우후

하지만 세상의 속도는 생명의 울림과 파

차원의 자원전쟁 등 생태적·사회적 위기가

해 이토록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죽순처럼 셀 수 없을 만큼 만들어졌으며,

장보다 빠르고 가파르다. 공동체 나눔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참을 수 없도록 괴롭다. 생명평화운동의

강화도와 지리산, 홍성과 괴산과 무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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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농촌에서 그 땅을 지켜온 농민들과

조직되는 ‘희망의 공모’다. 통합적 전망과

려 다양하게 전개된 녹색 대안, 생명평화운

나이면서 여럿이거나 전체이고, 오롯한 마

농업으로 돌아온 이들이 뜻을 모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은

동이었다. 한살림운동 20년, 신자유주의적

음이면서 가운데 길이다. 사실 ‘ ’이라는

차원의 농업문명을 일굴 씨앗을 뿌리고 있

분명히 그 이전과 다른 길을 향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소박한 희망마저 앗아가는 우

접두사나 수식어도 필요없이 ‘생명’이 본래

다. 또한 작지만 발랄한 평화단체들과 여

기존의 가치지향과 문화, 운동방식과는 차

리 시대에 한살림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

그러하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생명이며, 지

성운동그룹들, 수행단체들이 활동하고 있

원이 다르다.

승하면서도 현재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

구생명이며, 우주생명인 .생명, 한살림은

응해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명이 본래의 모습대로 그 결대로 태어나

등 산업문명과 근대를 넘어선 다채로운 철

생의 길을 모색했던 척사파와 서구적 근대

학과 사회적 전망이 모색되고 있다.

화를 이루려 했던 개화파에 대해 전혀 새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 사이

한살림운동, 생명공동체운동은 곧 ‘ 생명’

‘아체는 두 번 울었네’, ‘길바닥평화행

로운 민중적 전망을 실천했던 개벽운동처

‘녹색주의’로 가야 한단다. 녹색연합이 올

운동인 것이다.

동’이란 액션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실버

럼 좌우와 보수진보를 넘어선 개벽적 대안

초부터 시민사회단체에 적극적으로 제안

누군가 생태문화사회론이나 생태경제

라이닝(silver lining)이라는 랩그룹이 부

의 공모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3의 물결이

하는 대안담론이다. 이제부터 녹색생명이

사회론을 말할 때 우리는 ‘ 생명사회론’을

른 노래의 제목이다(쓰나미와 계엄령, 빈

라고 할 수도 있고, 대안운동 혹은 생명평

이슈나 소재의 하나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방편이다.

곤과 환경. 아체지역 사람들은 쓰나미라는

화운동이라고 해도 좋다. 소돔과 고모라에

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과 관

온 생명이면서 한 생명인 삶의 세계를 말

환경재앙이 오기 전 이미 계엄령이라는 정

필요했던 다섯 명의 의인처럼, 3%면 족하

점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또 변혁해야

하기 좋게 듣기 좋게 생명세계, 생명사

치적 재앙 아래 있었다). 이들의 설명에 따

다. 바다가 바다이기 위해선 3%의 염분이

한다는 생각이다.

회라고 말해보자. 더욱이 생태·경제도 문

르면 실버라이닝은 태양에 비추인 회색구

필요하다. 33만의 조합원, 어린이들과 엄

12월 9일 공주 우금치에서는 110여 년

름의 주변 띠다. “먹구름도 뒤쪽은 은빛으

마와 아빠가 살림의 뜻을 모으면 희망의

전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며 우리 시

로 빛난다”는 것. 태양이라는 희망이다. 이

싹을 틔우는 3%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

대의 선언문을 발표한다. 선언문에 천명될

중국공산당이 조화사회를 말한다면,

들 래퍼들에겐 강령이라는 것도 있다. 예

명평화라는 대안이 진보와 개혁에게 화두

대안사회의 세 가지 원리. 관계성, 순환성,

우리는 생명평화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지

컨대 이런 것들, “빛을 향해 나아가되 어둠

로 다가설 때, 생활 속의 대안을 만들 때,

다양성. 생명 과정의 특성을 대안사회의

않을까. 작은 실천도 일용행사의 도(道)도

을 미워하지 말고, 진실을 추구하되 분노

희망은 우리 안에 있다.

원리로 제시하는 선언문이 의미심장하다.

예쁘지만, 미시기획과 더불어 과감하게 거

한살림운동, 생명운동이 이미 20년 전부터

시적 전망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을

토론하고 생각했던 것이었으나 감히 제안

까. 중국 공산당은 헌법을 바꿔가며 ‘소강

하지 못했던 그것. 엄청나게 큰 이야기를

(小康)사회에서 화해(和諧, 조화)사회’로 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기.

행의 목표를 제시한다. 이는 이른바 과학

고 자라나고 피어나는 것이라는 것. 요컨대

100여 년 전 개혁을 통해 봉건왕조 재

|밑 거 름

으며, 생태사회주의, 자율주의, 아나키즘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하지 않아야 한다”, 따위가 그것이다. 청년 들의 상생논리라고나 할까.

거칠지만, 오늘의 개벽운동이 걷고 있 는 길은 대체로 이러하다.

화도, 이 도저한 테크놀로지도 모두 생 명이라면….

요컨대, 개별화된 실천으로 눈에 잘 띄

개혁과 진보의 입장은 선명하나, 대안

지는 않지만, 생명과 평화는 분명, 혹자들

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한살림선언’의 광

이 말하는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흐름으

대한 전망은 차라리 논란조차 없었다. 한살

큰 이야기 좀 해보자. 다시, 한살림은

적 사회주의에 의거한 단계혁명의 과정이

로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심전심으로

림운동의 내용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오히

생명운동. ‘ ’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하

아니다. 오히려 집체적 판단에 의한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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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이란 게 있는데, 미래의 설계도를 짜놓

문화기획, 호혜적 마일리지와 인터넷 동심원

언어로 사회적 전망을 말하는 중국이 부럽

게 해석하면 공자님이 말씀하신 화이부동

고 부품을 끼워 맞추듯 하는 구조기획은

한살림은 무엇보다 가치(문화)혁명의 중심

다. 아시다시피 소강과 대동은 예기에 나

(和而口同)의 뜻도 분명해진다).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본래 기획이란 과

이 되어야 한다. 교환과 상품이 중심이 되

기우뚱한 균형. 하늘, 땅, 사람, 삼재의

정 그 자체, ‘생성’ 하는 기획이어야 한다는

는 경제 가치에서 호혜와 무상증여의 생명

소강이라니, 조화사회라니 얼마나 추

조화 속에서, 음과 양, 물질과 정신, 정착과

말인 듯하다. 공진화(co-evolution) 혹은

가치로. 1989년 한살림 주부의 이야기가

상적인가? 차라리 생명평화세상은 선명하

유목, 근대와 탈근대가 때와 형편에 따라

천지화육(天地化育)에 참여하는 일이 아닐

새로운 가치와 문화, 생활양식의 상징이

다. 녹색사회도 좋고 무지개세상도 좋다.

앞서거나 강조되는 역동성을 얻어야 할 것

까(재진화 re-evolution도 좋다)?

되었으나, 21세기 들어 조직규모의 급속한

조선말 후천개벽은 그 말 한마디로 민초들

이다. 또한 더 이상 대안사회의 세 가지 원

독일 녹색당은 네 개의 기둥을 말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혁명 시대에 걸

을 가슴 뛰게 했다. 생명과 평화. 생명이

리를 말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1) 관

다. 생태주의, 사회적 책임, 풀뿌리 민주

맞은 상징을 만나기 어려웠다. 모든 생명

체(體)라면, 평화는 용(用)이다. 평화는 생

계성, 시공간적으로 연기(緣起)할 수밖에

주의, 비폭력이 그것이다. 네 개의 기둥이

체는 생장소멸이 있는데, 돈은 왜 썩지도

명의 자기전개이며 표현이다. 그러므로 생

없는 생명의 그물망 2) 순환성, 한울로써 한

든 세 개의 기둥이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않고 은행에 가만히 맡겨두기만 해도 불어

명운동은 곧 평화운동이다. 우주적 평화,

울을 먹는 이천식천(以天食天) 되먹임고리

독일에 네 개의 기둥이 있다면, 우리에겐

날까. ‘무이자은행’ 같은 것은 없을까. 교환

생태적 평화, 사회적 평화를 이루는 생명

3) 다양성, 수억 조의 생명이 모두 달라 스

세 발 달린 솥(정, 鼎)이 있다. 영성·문화

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호혜의 경제를 만

세계, 생명평화세상이 우리의 유토피아인

스로 우주의 중심. 이 세 가지 원리가 사회

적 삶, 생태적 삶, 사회적 삶, 즉 천지인이

들기 위해서는 어떤 상징이 있어야 할 것

지도 모른다.

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하면 일시적으로나

바로 그것(정은 중국 고대의 제기(祭器)로

이다. 한살림에서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출

평화의 한자 어원을 보면 그 뜻을 짐작

마 실천이 쉬워질 것 같다(교조화하지 말자

서 권위의 상징, 새 나라 건설의 상징이기

자하는 제도를, 좋은 먹을거리를 먹었으니

하기 좋다. 평화(平和)의 평(平)은 고대 중

는 얘기). 이 세 가지 원리가 구조로 고착되

도 하다).

좋은 일에 쓰는 제도로 바꾸면 어떨까(현

국에서 사용된 천평(天平)이라는 저울의

지 않기 위해서는 생명과정 자체가 창조적

양 끝에 물건이 놓여있는 모양이라고 한

영성의 자기 전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는 말, 화해는 서경에 나온다던가).

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하모니다(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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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전망일 뿐이다(자신의 고전에서 자신의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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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느 시인의 표현으론 ‘기우뚱한 균형’

우리시대의 정(鼎)을 정(定)하는 세 개

재 한살림에서 고민 중이라고 들었다).

의 튼튼한 다리. 결국 좁은 의미의 살림운

대구의 한 청년단체는 자전거타기운동

동에서 벗어나 정치·사회·문화·생태·경

을 하며 일정거리를 탈 때마다 1,000원의

이다. 수평이 아니다. 和는 흔히 벼 화(禾)

네 개의 기둥, 세 발 달린 솥

제기획의 통합적 전략이 세워져야 한다는

기부금을 적립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많이

와 입 구(口)의 조합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생명평화세상으로의 전환, 전환을 위한 기

것이다. 관계성, 다양성, 순환성의 원리를

타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건강에도 좋으니

(그런 해석도 틀린 것은 아니다), 실은 禾

획 혹은 전략,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싫

바탕으로 지역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에

돈을 적립해 좋은 일에 쓴다는 것이다. 일

와 피리 약(籥)이 만난 것이라고 한다. 화

어하는 때에 ‘조화사회’라는 큰 그림 그리

서, 한반도적 차원에서, 지구적 차원에서

종의 호혜적 마일리지다.

는 벼라는 뜻이 아닌 소리(音)를 취한 것이

기에 고무되어 생명평화세상을 아무렇지

국가와 시장에 휘둘리지 않는 민(民)의 자

언어전략. 민(民)의 언어, 디지털세대

며, 결국 피리를 여러 개 묶어 만든 ‘약’이

않게 얘기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옛날

구적 노력을 촘촘하게 자아가야 한다는 것

의 언어로 생명평화 교감하기. 《살림의 말

라는 악기에서 나는 잘 어울린 소리를 의

에 책에서 본 이야기. 구조기획과 과정기

이다.

들》이 출간되었지만, ‘한살림선언’을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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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관계성, 순환성, 다양성, (창조성

과학의 언어이다(필자도 마찬가지라서 부

단 생태(ecology)와 경제(eco-nomy)는 동

구성되는 지역공동체의 재구성전략은 어

영성)에 의거해 대안적으로 재구성’하는 것

끄럽지만).

전의 양면. 환경위기, 지구문명의 위기는

렵지만 절실한 과제다. 특히 환경재앙과

이다. 어느 구미의 녹색정치 이론가는 이

미디어. 웹2.0(web2.0)과 사용자 생산

결국 ‘가용자원’이란 경제가 ‘생명 에너지·

식량을 비롯한 자원전쟁이 현실화될 수밖

렇게 말한다. “녹색정치는 새로운 패러다

콘텐츠(UCC)가 인터넷 생태계를 바꾸고

물질’이라는 생태를 남김없이 잡아먹어 생

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장이 독점하고

임으로의 ‘문화의전환’에 대한 정치적 표현

있는 오늘. 그 공간엔 녹색과 대안, 생명평

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태와 경제는

있는 지역적 생태·경제시스템에 대한 대안

이다.”

화를 가치지향으로 하는 인터넷매체가 없

생명과정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환경

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정치의 문제이기

“생명과 평화, 정치·노동과 소통하라.”

다. 좌도 우도 많은 인터넷매체를 만들어

부와 건설부의 통합은 당연한 얘기). 또한

도 하다. 농지는 기업농의 것이 되고, 상하

올 초 모심과살림연구소가 주최한 신년대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없다. 수백 개의 생

인간의 생명활동은 노동이며 생활이며, 예

수도가 민영화, 광역화하면서 지역의 땅과

화모임에 나온 이야기를 소개한 어느 신문

명평화 단체들이 생산해 내고 있는 대안적

술이며 다차원적 소통이다. 좁은 의미의

물조차도 지역민이 결정할 수 없게 되었

의 타이틀이다. 생명평화를 가치지향으로

담론과 실천의 동심원을 넓혀갈 인터넷 마

‘노동’과 (생태적) 족보가 없이 따로 노는

다. 초광역 시스템이 붕괴할 경우 지역은

하는 연대체를 만들자는 얘기다. 대안운동

당(場)을 만들어 보자. 이는 생명평화 네트

‘자본’을 동시에 넘어서야 한다는 것.

영원히 자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의 첫 번째 과제는 무엇보다 곳곳에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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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공동체), 신재생에너지 체계 등으로

하지만 관점은 분명하다. 생명경제학. 일

|밑 거 름

운동의 언어는 여전히 의고체이거나 사회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호혜경제. 어떤 학자는 ‘증여경제’라는

열린 하늘, 고정된 땅, 발길 닿는 데까

작게 흐르는 생명평화의 물길이 모이는 대

예술적 삶과 영성적 삶, 생태적 삶이라

말도 쓴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조건 없이

지만 움직이는 사람. 생명과정은 에너지·

안의 네트워크, 동심원의 파장이 겹치며

는 새로운 행복의 조건. 경제 다음이 아닌

준다는 점에서 증여는 교환과 대비된다.

물질대사와 신호·교통 관계(소통)로 구성

진즉부터 수면 아래로 소통해 온 생협, 대

더불어 갖추어야 할 인간의 조건을 깨닫

교환경제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호혜

된다고 한다. 생명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안교육, 공동체, 종교인 생명공동체운동,

는 정신운동은 필수. 교육이 희망. 마쓰시

경제는 사라지고 없다. 모든 노동과 물건

때, 교역과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정보의

평화단체 등을 망라한 연대망을 형성해야

다 정경숙 같은 사관학교(?)도 필요하지 않

(재화)이 돈으로 환산된다. 관계조차도. 한

소통은 극대화하되, 물류의 이동은 최소화

한다는 점이다(민중운동, 개혁세력과의 전

을까. 녹색대학, 생명학대학원 등의 역량

살림이 결국 호혜적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

해야 한다. 그것이 물질·에너지를 보존하

략적 연대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을 모아 21세기의 신생숙(新生塾)을 만들

라면 육아와 이웃사촌의 돌봄과 같은 호혜

면서 영성·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보수와 진보를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되

면 어떨지. 해방 직후에 만들어진 학교 이

적 관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착취적인 관

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선

상생할 수 있다).

름이라는데….

계는 차치하고), 유통과 교환을 넘어설 수

용도 고려해야.

워크의 기초이기도 하다.

민할 때가 되었다. 거시담론과 함께 더불

있는 현재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생태·경제기획, 열린 하늘, 고정된 땅, 발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공동체의 재

더불어 생명평화운동도 이제 정치를 고

사회·정치기획, 정치적 생태계를 깨끗하고

어 외면되어 온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다

길 닿는 데까지만 움직이는 사람

구성. 순환농업으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풍요롭게

람쥐나 토끼는 입도 벙긋 할 수 없는 정치

현재 한살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업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local food)

사회, 정치적 기획이란 크게 보면 ‘생명평

적 생태계. 호랑이와 사자 뒤에 줄을 서야

긴 하지만, 너무 어렵고 잘 모르는 이야기.

개념을 비롯해, 다양한 생산-소비의 협동

화의 중심 가치로 우리 사회의 정치제도와

만 생존할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을 바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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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을 벌이자. 호혜 마일리지와 소액기부운

까. 정치적 에너지가 응집되는 선거과정도

한 생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편으로 고

명히 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대안적 생활

동이 결합된, 생명기금과 살림재단과 연계

외면만 할 수는 없다. 특히 위험수위에 다

장 난 배 고치면서 옮겨 탈 배를 준비해야

상(像)을 창조해야 한다.

된 규모있는 살림운동을 펼쳐보면 어떨까.

다른 한국사회의 성장·경쟁주의 사회체제

한다. 앞에서 우리는 좁은 의미의 생명살

싸이월드와 같은 개인 기반의 대규모

에 대해 근본적으로 ‘아니다’라고 말할 수

림을 넘어서 정치사회적 기획과 문화전략

사이트도 행동강령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수백, 수천의 생명-평화운동을 매개하라

있는 정치적 실체가 절실하다. 대안의 정

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웰빙에 보수적

100원 기부운동이나 마일리지 기부의 정서

담론 형성, 의제 설정, 네트워크 형성, 새

치적조직화. 궁극적으로 대안정치는 근대

가치가 일반화되도록 해서는 안 될 일. 웰

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끼치기(인큐베이팅). 현재 한살림의 주요

정치와 대안정치를 넘나들며 생명평화세

빙을 넘어서, 잘 살기를 넘어서, 생명으로

혹은 회원제 교성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한 운동적 과제는 농업살림과 밥상살림이

상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3%의 정치적 매

살기를 이야기했다. 제3의 길을 만드는 한

공유의 끈은 무엇일까. 호혜(혹은 증여)

다. 때문에 생명살림운동도 이를 기반으로

개체가 되어야 한다.

살림을 강조했다. 지구적 관심, 한반도적

와 신뢰. 닭과 달걀처럼 서로가 서로를 전

확산하는 동심원의 파장일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가지기를 기대했다.

제한다. 공동체는 안 되고 있으나 20년간

이제 조금은 기백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

이어 온 소비자와 생산자, 도시와 농촌, 회

일 때가 되었다. 더 깊은 ‘모심’을 위해서도

원과 회원 사이의 조건 없는 신뢰. 이것이

‘살림’과 ‘기름’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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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조직적 효율성을 위해서는 구분을 분

난파선에서 뛰어 내릴 일도 아니다. 어느

|밑 거 름

깨끗하고 풍요롭게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녹색대안정치운동의 컨셉은 대체로 이 런 정도. 가. 가치·문화 중심: 대안적 가치와 문화,

마지막으로 한살림 스스로의 변화를 위 한 몇 가지 과제를 생각해 본다.

의제의 확산이 중요하다. 나. 일즉다(一卽多): 하나이면서 전체. 소

한살림의 자산이다. 교환의 현실을 인정하

스무살 청년 한살림은 이제 온 나라에

면서 보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증여’가 자

산재한 수백, 수천의 생명평화운동을 매개

수자문화운동적 성격

정착적 공동체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정체성

연스러운 관계. 이런 한살림만의 정체성을

하고 촉매하는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 농

다. 공감(共感): 세력의 결집이 아니라 공

의 재구성

공유한다면 그게 곧 공동체가 아닐까.

업, 식품안전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세발

감의 파장. 다중적 멤버십도 가능한 개방성

회원사업도 공동체적 방식이 어려운 시대.

라. 미학(美學{):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치미

그러나 지역생활권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

희망이 없는 세상, 호혜의 신뢰공동체운동을

정에서 과감하고, 스스로 평화운동의 유무

학. 이제부터 정치의 잣대는 ‘아름다움’

체를 못 한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유목

앞서 얘기한 한살림의 호혜·신뢰 문화를

형의 자산이 되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맏이

적 공동체라고 할까. 사람을 묶어 공동체

모델로 사회적인 신뢰공동체운동을 벌여보

가 되기를 기대한다. ㅁㄱㄹㅁ

청년 한살림, 벗들과 함께 세상 속으로

를 만드는 방식에서 조합원 스스로 정체성

자. 장기보험 하나 드는 것만으로도 지킬

생명평화운동, 녹색대안운동의 맏이 한살

을 공유·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생산과 소

것이 생겨나 보수(保守)가 되는 사회(은행

림이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아직 연

비의 이분법도 넘어서야 한다. 자본가들

이 망하면 안 되니까), 믿고 의지할 것이라

륜은 부족하나 동생들 건사할 때가 되었

은 오래전부터 컨슈머리즘(consumerism)

고는 자기 자신과 가족밖에 없는 신뢰과 희

다. 동생들과 한살림 가족에게 희망이 되

을 팔아먹어 왔으며 최근엔 UCC(User

망을 잃은 우리 사회. 한살림, 생명의 가치

어야 한다. 노아의 방주에 올라 탈 일도,

Created Contents)의 활용에 골몰하고 있

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신뢰공동체운

188

달린 솥(鼎)을 제정하는 마음으로 의제설

189


1.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자들만의 농촌, 한살림 소비자들만의 도

해 도시와 농촌은 서로 공동운명체라는 것

시가 아닌 보다 폭넓은 ‘도농의 상생’을 위

을 깨닫게 되었다. 먹을거리 나눔을 통해

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계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누가 생산한 것인

를 외치며 공동체 깃발을 흔들었다. 대부

격랑 속에서 이웃나라의 소농 또는 생활공

지, 누가 소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분의 깃발은 도시 소비자공동체에서 만

동체와 함께하는 공생을 어떻게 실천할 수

든 것이었다. 도시 소비자들이 한살림운동

있을까.

1년 전 2005년 여름 울진 바닷가에 한 살 림 생산자들이 모여 “우리가 희망입니다”

지역살림운동의 평가와 전망

3. 협동으로 만나다

는 살림 현장의 중심에 있는 주부들을 중

것이다. 다들 농업(촌)에 희망이 없다고 할

농촌은 우리의 삶이 시작된 곳이며 생명의

심으로 협동조합 방식의 살림공동체가 만

때 스스로 우리가 희망이라고 외칠 수 있

기본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또한

들어졌다. 공동체 방식의 회원가입과 이

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대량생산과 대량소

전통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며 종국에는 우

용은 경영상의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

리가 돌아가야 할 둥지다. 이제까지 도시

라 조합원 개인에게 이웃의 존재를 깨닫게

의 배후에서 빼앗기기만 하며 삶의 기운을

했다. 물품 이용을 위해 만난 이웃은 생활

잃어온 농촌이, 우선 생활이 안정되고 사

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다. 함께 어울려 두

람이나 일이 죽임이 아닌 살림을 하게 해

부를 만들고 비누를 만들었다. 생산지 방

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살림은 시작되었다.

문을 통해 신뢰를 키우고 단오잔치, 가을

생명의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농업, 생

걷이를 체험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전

한살림을 하는 도시 소비자들이, 가까이에

명을 심고 길러 거두고 다시 대지에 뿌리

통문화의 계승지인 농촌을 새롭게 만나게

는 한마음으로 농사짓는 이웃 동료 생산자

는 농업을 통해 길러낸 먹을거리들이 함께

되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실무자들

가 있었다. 그들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

생명가치를 실현할 도시 사람을 만나기 시

역시 생산자, 소비자와 더불어 한살림운동

었던 힘은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작한 것이다.

의 한 주체였다.

|

2. ‘서로살림’이 시작되다

동체 깃발을 만들어 드리는 것으로 표현한

|밑 거 름

도시에서는 생명을 낳고 기르고 보살피

을 생산자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을 생산공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아래서 풀매고 퇴비를 만들며 생명순환의 농업을 꿋꿋이 지켜왔다. 산업화로 사람들 이 떠나버린 농촌에서 외롭게 생명농업의 길을 걸어 왔지만 그들에게는 멀리서 함께

김민경 한살림서울 이사장 -

되어 버렸지만 한살림 생산자들은 뙤약볕

비의 와중에서 농약과 제초제가 일용품이

한살림은 도농교류의 오랜 역사를 가지

산업화 과정에서 먹을거리 생산기지로

물품 교류로 시작한 생산지와 소비지는

고 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운명공동체라

만 인식되던 농촌으로부터 땅을 살리고 생

도농공동체로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한 걸

는 생각으로,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명을 살리는 생명의 먹을거리가 도시를 찾

음 더 나아가 각자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마음

아와 밥 한 그릇 속에 우주 만물의 도움

네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먹을거리

이 담겨 있으며 인간과 자연, 우주가 하나

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행정 등등 갖가지

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 과정을 통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고 스스로

으로 생명의 먹을거리 나눔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살림 생

190

<한살림 20돌기념 대화마당 발제문>, 2006년 12월

191


을 알게 되었다. 어른들도 모임 속에서 공

대량생산을 위하여 행해지던 죽임의 농업

향 설정은 되었지만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

다. 조합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부하며 생각을 키우고 이웃을 상생의 존재

의 방향을 바꾸었으며 친환경농업을 정책

러나지 않거나 핵심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

지부조직이 있었으나 한 걸음 더 나아가

로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

화하게끔 행정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도농

지 못해 지역활동이 개인의 성향으로 오해

마을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생명을 살리고

웃과 더불어 살림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교류를 통해 도시와 농촌 어느 한쪽이 일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04년 중장기 계획

보살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분

행정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쳤다.

방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서

활동방향’ 설정과 생협 전환을 계기로 조

로가 살림을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

합원이 주체가 되어 살고 있는 마을의 과

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제에 접근하여 성과를 만들고 지역의 다른

출하면서 지부에는 다양한 분과, 소모임들

1996년에 지역의 조합원들 가까운 곳 에서, 조합원 스스로 꾸려가는 조직체로

이 만들어졌다.

운동단체들과 만나 지역살림운동의 성과

만들어진 지부는 먹을거리 나눔으로부터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생명순환의 의미

만하게 펼쳐진 소모임과 분과에 이리저

시작해 농촌과 관계 맺기, 이웃사람, 마을

를 담고 있는 유기농산물이라는 단어가 친

리 불려 다니며 이 모임들이 단순히 사람

행정과도 살림의 관계맺기 등으로 스스로

환경농산물 품질인증의 한 단위로 치부되

을 끌기 위한 프로그램의 집합체에 지나

진화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학교·쓰레

는 점이다. 안전한 물품을 찾는 욕구를 충

5. 미래의 살림세상을 위하여

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

기·도로·마을 숲 등 지역환경살림, 주민자

족시키는 기준으로 전락해 그것이 국내외

지역살림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살

치 참여, 방과 후 학교 지원, 품앗이 활동

구별도 없이 유기농산물은 몸에 좋고 안전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만남 속에 예비되어

림을 이해하는 같은 색깔의 사람들이 모

과 지역 내 생협, 시민단체와 연대해 학교

한 것이라는 식의 편의적인 인식이 확산되

있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는 것만으로

인 모임들이 자리를 잡아나갔다. 취미모임

급식을 안전하게 바꾸는 등의 살림운동을

고 있는 점이다. 사회환경의 변화, 조합원

는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에

으로 시작해도 돈으로 재료 등을 사지 않

벌여왔다. 또한 한살림이기 때문에 지역의

의 바람 등이 물품에 반영되면서 한살림운

서 이웃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면서 기술을 익

청소년들과 함께 농촌체험을 진행해 미래

동이 농업을 중심에 둔 도농공동체 운동보

와 참여가 필요하다. 도시에서 지역살림운

혀가고, 자녀교육도 유치원이나 학원에 돈

세대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몸을 살리

다 안전한 물품 유통의 모습으로만 도드라

동이 꽃피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을 주고 맡기기만 하지 않고 각자가 가진

는 바른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

지고 있는 점 또한 아쉽다.

참여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생명력을 가

능력을 나누어 서로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도 했다.

를 함께 만들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백화점식으로 산

|밑 거 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게 되었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보살피기도 했다. 부모교육을 통해 아이

10년 전에 이미, 이전 10년을 돌아보며

지고 있다는 믿음 아래 조합원모임을 다양

생산지, 소비지에 모두 지역적인 토대가

하게 만들게끔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마당

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

4. 살림의 현장을 돌아보며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살림 생

을 마련해야 한다. 한살림의 지역살림은

이를 하나의 우주로 인식하며 아이와 부모

한살림의 도농공동체 운동은 생명살림의

산자·소비자의 공동체성뿐만 아니라 각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조합원

가 평화로운 관계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기

의지가 담긴 물품의 생산과 소비의 집중을

자 생명살림의 주체로서 지역 안에서의 역

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지역을 바꾸어 가

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

통해 농업살림의 씨앗을 키우고 안전한 먹

할을 생각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말

리라 믿는다. 지역에서 약한 사람들을 보

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자연생태를 배우

을거리에 대한 사회인식을 일깨워 소비자

이다. 생산지에서는 아산, 홍천 등에서 생

살피고 밥을 먹게 하며 새로운 보살핌노동

고 그 속에서 뛰놀며 점차 자연의 소중함

의 먹을거리 선택의 기준을 바꾸었다. 또

태지역농업이 진행되었다. 서울에서는 방

의 모습도 진행될 것이다. 농촌지역 역시

192

193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

한살림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이웃을 보살펴

17년이 됐습니다.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온 생산지들도 있지만 앞으로도 생명살림

동기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처

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뿐만 아니라 지

음엔 어떻게 하면 농산물의 안정적이고 지

역의 공간과 사람들이 평화로울 수 있도록

속적인 소비가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인가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고민했습니다. 이 길을 모색하다 보니까

가 보니까 도저히 그게 안 된다는 게 느껴

게 되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관련단

진 거죠. 이걸 하기 위해서는 도시 사람들

체, 이웃나라와 도농교류가 있어야 한다.

과 농촌 사람들이 기존 농사 방식에 대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의 존재로 만나고 각자

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의 지역에서 이웃을 만나고 국경을 넘어

는 것을 느꼈습니다. 즉 소비자에게는 어

소농들을 만날 때, 우주와 인간과 자연이

떤 농산물이 공급되어야 하는가, 생산자는

하나이며 만남의 근본에 생명의 씨앗을 뿌

소비자에게 필요한 농산물을 어떻게 생산

리고 기르고 보살피는 농심, 어머니의 마

하고 또 농산물의 정당한 가격 실현은 어

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가를 서로 공유하고

|

제는 이제 한살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

농산물 거래라는 게 딱 걸립디다. 시장에

|밑 거 름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농업 문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가물거나, 바람 불거나 눈이 오면 생산지

수 있을 텐데 기존의 관행으로는 도저히

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는 한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살림 사람이 많다. 이미 한살림을 통해 감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직접 만나서

수성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자연을 깊이

문제를 풀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느끼는 감수성으로 농업 살리는 이웃을

흔히 말하는 직거래를 생각한 것인데,

많이 만들어 도시와 농촌이 서로에게 희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개념이 정확한 것 같

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살림은 농업

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직거래라고 했을

살림을 통하여 밥상을 살리고 생명을 살

때 그것도 결국은 사고판다는 개념이 들어

린다. ㅁㄱㄹㅁ

있는 것인데, 제가 생각한 것은 생산자와

박재일 -

문제가 있으면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해결할

비록 몸은 도시에 있지만 비가 오거나

인농 박재일 선생 1주기 《한살림답게》, 2011년 8월 2003년 11월 박재일 선생 강연 정리

소비자가 딱 나눠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194

195


임짐으로써, 농업도 지키고 건강한 밥상도

먹어 구멍이 뻥뻥 뚫려 있으니 쳐다보지도

기 때문입니다.

지키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놓고 파니까 ‘참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협동조합 방식의

시장에서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다른 공

서 바로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을 하나로 보

웃기는 놈들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외면해

한살림운동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

산품도 마찬가지고, 인간관계는 모두 팔고

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역할을 나눠

버리고 말더군요.

닙니다. 한살림운동은 우리의 밥상과 농업

사는 관계뿐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는 경

서 하는 것이죠. 농민 생산자는 생산, 도시

이렇게 처음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을 살리고 나아가 온 누리의 생명을 살리

제적인 관계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이해가

소비자는 소비 역할을 동시에 나눠서 하는

그러나 저는 이 운동을 해 오면서 사람들에

는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기초적

상반됩니다. 소비자는 보다 싸게 사려하고

것이죠.

대해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바

으로 먹을거리와 밥상을 살리는 일부터 시

쁜 세상이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

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한살림은 밥상을

생산자는 보다 비싸게 팔려고 합니다. 결

이 됐습니다.

만 그래도 정말로 사람이 뭔가, 어떻게 사

차리는 소비자와 생산하는 생산자가 같이

이런 대립 관계가 한참 가면 어떻게 하든

는 한살림운동

는 것이 사람다운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

주인으로 참여해 함께 운동을 해 나가고

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내 이익을 취

이런 생각을 갖고서 농산물 직거래운동을

고 노력하는 사람이 뜻밖에 참 많았습니다.

있습니다. 생산하는 생산자 회원, 소비하

하려고 합니다.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손님이 뜸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희의

는 소비자 조합원이 다 같이 회원으로 참

그러나 이렇게 돼서는 안 되는 겁니다.

1986년 12월 4일 동대문구 제기동에 ‘한살

참뜻을 이해하기도 하고 좋은 의견도 나누

여해 같이 꾸려 나가는 형태로 하고 있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밥상을 살리는 일이

림농산’이라고 직판장을 냈습니다. 물론 처

는 한두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일

것입니다.

이렇게 대립적인 관계로는 불가능합니다.

음부터 준비를 철저히 하지는 못했습니다.

년 반쯤 지나니까 매장을 거쳐 간 사람들

소비자의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은 둘로 나

그때는 지금과 같은 회원제 운영도 아니었

이 한 1,500세대, 그 가운데 지속적으로 이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

눠진 대립 관계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즉,

습니다. 직판장에다 생산물을 갖다 놓고

용하는 사람들은 10% 정도 되었습니다. 한

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한다

‘생산과 소비가 하나’라는 관점에서 출발했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우리는 이러이러한

달에 한 번 오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그

농산물을 다루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있습디

을 때 필요한 것을 서로 협력해서 만들어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생산을 한 것이니까

때 저희들이 직판장에 공급한 물품은 쌀을

다. 예를 들어 쌀을 생산하다 보면 생산자

낸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들은 농산물 직

자유롭게 이용하시라는 정도였습니다.

중심으로 해서 한 열 가지밖에 안 되었습

는 보통 9월이나 10월 초에 수확을 합니다.

20평 되는 점포를 임대해서 시작했는

니다. 계속하다 보니까 소비자들로부터 좋

몇 가마를 수확하든 일단 생산하면 이를

데 한 일주일 있어도 사람들이 안 와요. 그

은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이 운동을 어

일거에 팔아야 영농비와 생활비로 쓸 수가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같

냥 왔다가는 사람에게 한살림을 시작한다

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있습니다. 그런데 밥상 차리는 소비자가

이 모여서 생산자는 밥상을 살리고 생태계

는 홍보물을 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오기

를 고민하다 협동조합방식이 떠오른 것이

일 년 먹을 밥상을 하루아침에 차리고 364

를 살리고 땅도 살리는 생명의 농업, 즉 유

도 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상하다 생

죠. 그래서 이름을 ‘한살림 공동체소비자협

일은 밥상 차리지 않아도 된다면 몰라도

기농업운동을 해나가고 소비자는 그 운동

각하고 들어오기도 하는데, 물건을 보면

동조합’으로 했다가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그럴 수가 없는 거죠. 생산은 일시에 되는

이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소비를 책

얼굴빛이 달라지는 거예요. 배추가 벌레

으로, 그리고는 지금의 ‘사단법인 한살림’

데 소비는 일 년 내내 해야 된다는 것이죠.

|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주인으로 참여하

국 둘 중에 하나는 손해를 보게 되는 거죠.

|밑 거 름

삶 전체와 인간관계를 바꿔 내자는 것이었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거래운동, 도농 간 삶의 연대, 공동체운동 등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196

197


그렇다면 이제 생산한 쌀을 누가 보관하고

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자금은 물품 구입,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

사무실 얻는 돈, 배달 차량 구입, 기타 사업

다. 저희는 이 문제를 초기에는 생산자 회

을 위해 필요한 재정으로 쓰였습니다.

자와 소비자가 같이 모여 의논을 합니다. 증가한 조합원수를 감안하여 내년도엔 쌀 소비량이 몇 천 가마가 될 것인지 계산

니라 품질도 굉장히 향상됐습니다. 요즘은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쌀 같은 경우는 시중에 나오면 다른 일반 미 못지않게 잘 나갑니다. 초기에는 형편이 없었습니다만 겉보기

하지만 관리는 일 년 내내 해야 되니까 고

년 4월 21일이었습니다. 그때 참여한 조

겁니다. 그리고 생산계획량을 생산자 회

에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하나하나 이런

생이 많죠. 그러나 꾸준하게 소비만 되면

합원수는 70여 명이었고 모인 돈은 약 78

원들이 의논을 해서 산지를 배정하고 계획

식으로 개선시켜 나가다 보니까 지금은 가

힘든 것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죠.

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

생산을 합니다. 일 년이 지나 수확한 쌀을

공품까지 합쳐서 일 년에 약 450여 가지의

저희들이 추구하는 바는 ‘생산자는 소

이죠. 지금 현재 조합원 수는 매년 늘어나

도시에 있는 소비자 조합원들이 책임소비

물품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도시 소비자

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

2003년 11월 말 현재 서울에만 4만9,000

를 합니다. 그런데 계획한 대로 책임소비

조합원들은 한살림 생산자 회원들이 생산

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

세대, 전국적으로는 7만3,000세대, 2011년

가 딱딱 들어맞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동

해 내는 것만 가지고도 시장을 보지 않고

문에 생산은 계획 생산을 하고 소비는 책

7월 현재 약 27만 세대가 되었습니다. 이

안 여러 사정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입니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임소비를 해나가는 역할과 관계를 설정했

조합원들이 출자해서 모은 돈은 45억 원

다. 3,000가마 예상했는데 살림살이를 해

생산하는 삶과 소비하는 삶이 연계를 긴밀

습니다. 이런 관계와 목표를 정하고 조합

정도에 이릅니다. 출자금에 제한은 없지

보니까 2,900가마만 소비를 할 수도 있고,

히 해 가면서 하다 보니까 하나하나 목적

원들이 모여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물

만, 조합원이 되려면 3만 원 이상의 출자금

또 거꾸로 농사가 안 되어서 2,900가마밖

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건이 올라오면 대금을 빨리 생산자에게 보

은 내야 합니다. 출자금이기 때문에 서울

에 생산을 못 해 100가마가 모자랄 수도 있

예를 들어 딸기가 한창 익을 때는 정신

내주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에 살다가 이사를 간다든지 외국으로 이민

습니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합니다만, 모

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루 자고 나면 100킬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을 할 것이냐가 중

을 간다든지 해서 탈퇴를 하게 되면, 출자

든 물품이 다 그렇습니다.

로그램을 따던 것이 200킬로그램으로 늘

요한 과제였습니다.

한 돈을 환불해 드립니다.

|

을 합니다. 그게 곧바로 생산계획이 되는

그렇게 해서 협동조합을 만든 게 1988

|밑 거 름

원들이 해결했습니다. 수확이야 한 번에

17년 전에 출발했을 때는 10개 품목밖

어납니다. 그러면 남는 100킬로그램을 한

그런데 저희는 이를 좀 다르게 접근했

그 1년 동안 살림살이를 꾸린 후에 매

에 안되었지만 현재는 생산력도 높아졌고

정된 소비자 조합원이 갑자기 먹을 수가

습니다. 돈은 필요하지만 돈 가치가 사람

년 결산 총회를 하는데 차량비, 인건비 등

품질도 높아져 많이 발전했습니다. 처음

없잖아요. 딸기는 며칠만 두면 망가지기

가치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가

운영비와 모임이나 산지 방문 등 행사하는

3~5년 계속 노력을 해 오다 보니까 다행

때문에 가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딸

치, 생명 가치가 위에 있고 그 다음에 경제

데 드는 비용 등 전체 예산을 다 제하고 남

스럽게 땅도 살아나고 생산도 증가됩디다.

기잼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공

가치는 이의 보조 수단이 되는 관계로 생각

은 돈은 다시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합니

그런걸 보면 ‘참 자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품들이 자꾸 개발되고 늘어나서 350여 가

을 한 것이죠. 우선 조합원이 되려면 자금

다. 완전히 공개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필

고귀하구나, 생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하

지가 된 것입니다.

을 출연해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출자라

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다음 해의 생산과

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고 하는데, 맨 처음에는 5만 원을 투자하는

소비계획을 짭니다. 생산계획을 예로 들면

수확량이 떨어지지만 지력이 자꾸 회복되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나눔의 행사를 통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3만 원을 출자합

쌀농사는 가을에 추수하고 12월 중에 생산

니까 생산량도 늘어납니다. 안전성뿐만 아

해 신뢰를 돈독히 한다

198

199


에서 농촌의 생산자를 초청해 수확의 기쁨

까 사람들의 생각이나 관계도 달라집니다.

자연부락이 있습니다. 이 부락들은 과거에

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수확철에

을 함께 나누고 한 해 동안 소비자와 생산

현재 한살림 조합원들은 일반 시장에 가서

삶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

논에 메뚜기가 나타나면 아이들하고 메뚜

자가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인 ‘한살림 가을

물건을 사지 못합니다. 이 물건을 사도 괜

의 농업이 이런 식으로 계속 도시에 의해

기 잡으러 오라고 연락을 합니다. 농약 친

걷이 잔치한마당’을 엽니다. 말하자면 장터

찮은 것인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

피폐해지면 농촌사회가 깨집니다. 그러면

논에는 메뚜기가 별로 없지만 저희 생산자

같은 형태죠. 각지 생산자들이 자기가 생

런데 저희 소비자 조합원들은 생산자 회원

남아 있는 공동체마저 다 없어지는 것입니

회원들은 모두가 유기농을 하기 때문에 그

산한 물품을 갖다 전시도 하고 음식을 만

이 생산한 것에 대해서 이런 불안감을 갖

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농촌과 도시는 전

때만 되면 메뚜기가 천지거든요. 그러면

들기도 해서 소비자들과 무사히 수확을 할

지 않습니다. 믿고 안심하고 사는 것이죠.

혀 다른 별개의 사회가 아니라 삶을 얼마

아이들이 엄청 좋아합니다. 한바탕 어우러

수 있게 한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이것

저희는 <한살림>이라는 소식지를 한

든지 함께 하고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단

져 노는 거죠.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모

도 1989년도부터 매년 해오고 있습니다.

달에 두 번씩 발행합니다. 시기마다 나오

지 물품만이 오고가서 되는 것이 아니라

릅니다. 또 배추 등 채소를 심어 놨는데 일

이런 만남의 행사는 우리의 전통문화체험

는 생산물과 가격의 변동, 그리고 이 품목

서로가 직접 왕래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합

손이 부족해 자꾸 풀이 자라면 김매기를

을 곁들여 합니다. 우리 문화의 의미도 되

은 누가 만들었다는 것이 이 소식지에 나

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도와주러 갑니다.

새길 수가 있고, 재밌게 장을 벌립니다. 우

|

니다. 그렇게 하니까 기억에 남고 생산자

우리나라에는 쌀을 생산하는 5만여 개

|밑 거 름

이런 과정이 여러 해 동안 진행되다 보니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옵니다. 직접 찾아가든지 전화를 하든지

생산자는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에 있

또 하나 음력 5월이면 생산자와 소비

리가 처음 이런 장터를 할 때는 다른 데서

해서 확인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축적

는 우리 조합원들 얼굴을 떠올립니다. 도

자가 한자리에 모여 파종의 기쁨을 나누고

하는 것을 못 봤는데 요즘은 많은 곳에서

되니까 불신이 걷힙니다. 일단 약속이 되

시의 소비자 조합원들은 쌀이든 수박이든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단오잔치 한마당’

장터가 열리고 있습니다. 참 좋은 일이죠.

면 바로 생산 공급이 되기 때문에 안심이

딸기든 수확물을 먹을 때, 우리 생산자 회

을 엽니다. 5월 단오는 사실 모 심는 문화

그 뜻이 변질만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와

원들의 얼굴과 삶을 생각합니다. 그냥 그

축제였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거든요. 이것

런 식으로 한살림에서는 산지 방문과 도시

농촌을 따로따로 별개의 것으로 여겼던 생

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을 다시 살리려는 것이죠. 1989년부터 매

의 장터행사라는 나눔을 끊임없이 하고 있

각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 관계

생산지를 방문해 생산자를 만나고 농사

년 해오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도시소

습니다. 이것이 한살림이 하고 있는 중요

도 바뀝니다. 만약에 태풍이 몰아치면 소

체험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면 저절로 생

비자들이 어느 생산지 하나를 정해서 갑니

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비자 조합원들이 생산자 회원에게 전화를

각이 나게 됩니다.

다. 옛날처럼 그네도 만들고 여러 놀이도

이와 같은 운동은 우리 세대만을 위한

합니다. ‘태풍이 왔는데 사과가 어떻게 됐

직접 해 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

즐기며 마을사람들과 소비자 조합원들이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느냐? 다 떨어지지 않았느냐? 홍수 때문에

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10여 년 전

하나가 되어 단오문화행사를 합니다. 이런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후

벼가 어떻게 됐느냐? 사람 다친 데는 없느

만 해도 소비자 조합원들이 벼 베기를 많

문화행사는 더욱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세들에게 좀 일찍 빌려 쓰고 있는 것이나

냐?’ 식으로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안부까

이 했습니다. 수확할 때가 되면 소비자 조

남깁니다. 그래서 한 번 행사에 참여하고

다름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자식들에게도

지 묻습니다. 도농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이

합원들이 전부 낫을 쥐고 직접 거둬들입니

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런 생각들을 일러 줘서 그들이 살아갈

루어지는 것입니다.

다. 평생 처음 낫질하는 사람들도 많았습

200

또 추수가 끝난 후 10월 말이 되면 도시

환경과 생존 터전을 제대로 가꾸도록 가르

201


어서 식량자급을 완전히 이뤄내야 하겠지

북한을 보세요. 안보가 보장되고 있습니

십시오. 요즘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 되었

갈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 워낙 국토가 좁아서 쉽지가 않습니다.

까? 철통같아 보이던 안보가 먹을거리 때

습니까? 조금만 나가면 없는 물건 없이 빼

우리의 도시 아이들은 자연에서 멀어져 있

그러나 쌀, 보리, 밀, 콩, 옥수수 같은 기본

문에 하루아침에 사면초가가 되었죠. 먹

곡히 진열되어 있는 백화점, 대형 슈퍼마

어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그런 우

적인 기초식량은 충분히 자급할 수가 있습

을거리 기초식품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

켓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세상은 이렇게

리의 귀한 아이들을 위해 저희는 초·중학

니다. 그를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생산자

는 농업방식이 보급되고 정착이 되어야 합

편리해졌지만, 저희는 주문을 해도 날마다

교 학생을 대상으로 여름과 겨울방학 때

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의 삶

니다. 포괄적으로 ‘환경보전형 농업’이라고

갖다 주지도 않고 4만 원 이상이 아니면 공

‘한살림 생명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이 농업에 대한 협력적인 삶으로 나아가야

말하는 것이 그것이죠.

급 비용을 더 받아요. 몇 년 전에는 매장도

생산지 한 곳을 정해서 3박 4일 동안

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이 하나로

많지 않았고 5가구 이상 공동 주문을 하지

힘을 모아 내는 공통 과제가 남아있습니

엔 논도 매 보고, 풀도 뽑아 보고, 감자도

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이 돼야겠다

다.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생산자들이 할

이렇게 한 까닭은 단지 비용을 줄이기

캐 보고, 소꼴도 베어서 소에게 먹여 보기

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

몫이 있고 소비자들이 할 몫이 있습니다.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게

도 하는 등 농사 체험도 하고, 생태 관찰

의 밥상도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흙 자체

이 몫들을 서로 나눠서 열심히 해 나가면

단지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는 데에 있는

도 하고,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보기도 하

도 죽어 결국에는 생산하고 싶어도 생산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한살림

게 아니라 모두 다 함께하는 공동체적인

면서 협동 생활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

이 안 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것입니다. 비

의 경우가 바로 한 예입니다. 여러 가지 길

삶이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 간에도 서로

다.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해 보는 기회는

료와 농약만 마구 치면 땅은 얼마든지 인

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뭐든지 처음 하

간에 나누는 문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또한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매우 유익합니

간에게 필요한 것을 맘껏 생산해 주리라고

려고 하면 힘도 들고 발전은 느리지만 꾸

서였죠. 그런데 현재 도시의 문화라는 게

다. 그곳을 갔다 온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전 세

준히 해 나가다 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떻습니까? 서로가 삶을 나눌 기회는커

이해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핵심

계적으로 화학비료에 의존하던 농사는 더

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

녕 파편처럼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 않

적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이상 증산이 되지 않고 땅만 망가져요.

희도 17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호소

습니까? 놀라운 것은 20여 년 만에 서울에

|

또 하나는 우리의 농업이 건강하고 안

않으면 아예 갖다 주지도 않았습니다.

생활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논 맬 시기

|밑 거 름

쳐 주어야 하죠. 그것이 미리 빚내서 쓰고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렇게 자연 속에서 함께 뒹굴고 놀아 본 아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아무리 비료를

를 해도 손님이 없었습니다. 그저 친구들

올라왔는데 제가 떠날 때는 서울이 이렇지

이들은 친구 관계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쏟아부어도 되질 않습니다. 고작 30~40

이 와서 술이나 먹고 갔고 저희도 화가 나

않았거든요.

혼자서만 놀던 아이도 친구들과 같이 놀

년 만에 이런 상태로 와 버렸어요. 이것을

서 술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훌

아파트가 엄청나게 생겼고, 길들이 엄

줄 알게 되기도 하죠.

고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륭한 분들이 많이 모여서 어느새 2011년 7

청나게 넓어졌어요. 그런데 사실 아파트의

국민들에게 필요한 기초식품 생산은 농민

월 현재 27만 세대라는 규모가 됐습니다.

옆집과 옆집 사이의 두께가 얼마나 되겠습

먹을거리운동은 공동체운동과 환경운동으

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존을

한살림을 이용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

니까? 이 하찮은 두께가 대단한 철옹성이

로까지 확대됩니다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나라 전체로 보

다. 좀 복잡하죠. 일주일에 한 번 정한 날

에요.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어쨌든 우리의 농업이 잘 보존되고 발전되

면 이것이야말로 중대한 안보문제입니다.

에 공급을 해 줍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

수가 없어요. 저는 그래도 옆집 사람과 인

202

203


사 정도는 하고 사는데 서로 부딪히는 기

습니다.

지 환경운동도 합니다. 1990년부터는 우

도 했지요. 이렇게 직거래운동은 환경운동 으로 나아가고 또 행정부를 바꾸는 일로도

같아요. 그래 얼마 전에 복도에서 만났는

수도 있고, 개인으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

갈 때 모아 와서 그것을 제지회사에 가져

연결이 되었습니다.

데 서로 나눈 인사말이 ‘오랜만입니다’에

다. 처음에는 5가구 이상이 모여야 조합원

가서 휴지로 만들어 재활용했습니다. 이후

요. 바로 옆집사람끼리 이런 인사말이 성

가입이 되었지만, 1997년부터는 개인 가입

에 환경부에서도 분리수거한다고 하여 계

생명 가치관에 따른 환경농업만이 살길

립할 수 있는 건지 참으로 의문입디다.

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3가구 이

속할 필요가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용기

한살림운동은 밥상차림운동으로부터 시작

한 동에 100여 세대가 사는데 같이 이

상이면 공동체를 이룰 수 있고, 이용 금액

도 재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재활용

했습니다. 또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은 따로

웃하며 살면서도 이웃이 없어요. 다 쪼개

에 따라 우대 혜택도 주어집니다. 그리고 1

을 합니다. 산지에서 나온 물품 병을 조합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으로 보았습

져 있어요. 그래서 이것을 헐어내기 위해

회 이용 금액은 4만 원 이상이어야 하고,

원들이 깨끗이 닦아 다시 물류센터에 보내

니다. 그래서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을 통해

공동구매라는 공동체를 만든 것입니다. 이

그래야 공급하는 비용이 나옵니다.

면 물류센터에서 수집해서 다시 산지로 보

서 우리의 삶과 운동을 생명살림 운동으로 변화시켜 가고자 노력했습니다.

|

유팩을 모았습니다. 1주일에 한 번 공급 나

한살림 조합원이 되면 공동체로 이용할

|밑 거 름

회가 없어 진짜로 몇 달에 한 번씩 보는 것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걸 하니까 물건을 주문하려면 옆 사람들을

17년 전만 해도 강남 쪽에 가면 길은 넓

냅니다. 폐식용유 같은 것도 하수구로 흘

찾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 어색하지만 자

고 차는 없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공급하

려보내면 한강물이 굉장히 오염이 되기 때

세상은 온통 물질과 돈과 출세에 모든

꾸 공동구매를 하다보면 자주 접촉해야 되

는 형제들이 차를 몰고 나가면 시간도 얼

문에 분리수거하여 비누를 만들게 되었고,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 그러다보면 친한 사이가 됩니다. 친한

마 걸리지 않았죠. 이제는 너무 많이 막혀

나중에는 ‘협성생산공동체’라는 곳에서 젊

제 생명가치에 중심을 두고 생명의 세계관

사이가 되니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일하기가 곤란할 정도예요. 그리고 주부들

은 노동자들이 모여 재생비누를 생산하는

에 입각하여 삶을 바꾸어 가고 자연과 인

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의 사회활동 기회가 자꾸 늘어나 집을 비

공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간의 관계도 바꾸고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기쁨도 얘기하고 고민도 얘기하고, 그러다

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물건은 다시

관계도 바꾸고 농사도 그런 세계관에 따라

좀 더 발전해서 서로 취미활동을 같이 한

결하기 위해, 공동 주문도 못하고 개인 주

한살림에서 물건을 받아다 조합원들에게

짓는 생명살림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다든가, 아이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등

문도 못하는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합니다. 이런 환경운동 및 재활용운동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을 부모가 돌아가며 가르쳐 준다든가 하면

작은 지역 점포를 만들었습니다. 2003년

을 하다 보니 행정부처에 제안을 하게 됐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유기농산물을

서 자체 모임을 만들어 갑니다. 그 모임이

현재 고양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과천, 분

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데

취급한다니까 관이나 협동조합, 농협 등

커지면 지역공동체가 되고 지역공동체가

당, 일산, 전농 등 19곳에 있습니다. 2011

우리에게 조금 지원을 해주면 퇴비나 사료

에서 상당히 백안시했습니다. 저 사람들

좀 커지면 지부가 됩니다. 그 지역에 사는

년 7월 말 현재 전국 129개 수도권 71개 공

로 재활용하는 일을 맡겠다고 제안하게된

은 생각이 좀 삐딱하지 않느냐, 속이 빨갛

조합원들이 지부를 만들어, 말하자면 독립

동 주문, 개인 주문, 매장 판매 등 3가지 형

것이죠. 몇 군데 아파트단지를 선정해 그

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런

을 하는 것이죠. 현재 한살림서울생협에는

태로 물품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

곳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찌꺼기를 직접 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세상이 참 많이도

지부가 다섯 곳 있고 2011년 현재 서울에

되 중심은 공동구매 공급방식입니다.

거하여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장으로 보내

변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이 살아남아

어 바로 사료로 직접 활용하는 실천운동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

는 7개 지부가 있죠. 공동체지역모임도 많

204

저희 소비자 조합원들은 또한 여러 가

205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얼마 전

까요?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환경도

로 장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

영주의 한 중학생이 또 몸을 던졌다. 삶에

살리고 국민의 건강도 보장해 주는 농업,

고 있습니다. 이제 이 운동을 지혜를 갖고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

즉 질적으로 맛도 뛰어나고 안전성도 있는

열심히 해 나가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갈

나이이기에 뉴스를 듣던 우리의 마음은 더

농업, 이것이 바로 앞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쓰렸다. 전 우주의 무게만큼 소중한 그 아

농업입니다.

는 이런 운동이 산업주의에 의해 빚어지고

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

있는 여러 절망적인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

든 것은 학교폭력이었다. 작년 말 대전 여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ㅁㄱㄹㅁ

고생, 대구 중학생이 목숨을 끊은 뒤 정부

지난 1998년 11월 14일 ‘환경농업육성 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동안 환경농업육성

당국과 교육계에서는 학교폭력을 추방한

들이 모여 이뤄냈습니다. 1999년 1년 동안

다고 온갖 대책을 세웠건만, 그 대책이란

환경농업육성법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시

것이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

행령을 작업했습니다. 작년 11월 14일 날

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

을 위해선 법이 필요하다 해서 관련 단체

지금 여기, 손 맞잡을 이웃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적극적으

|밑 거 름

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을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적인 노

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에 속한

력이 뒷받침되었습니다.

다. 2009년 한해에만 1만 5413명이 스스로

14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일에 대해 이상

목숨을 끊었다. 노인 자살률은 단연 1위이

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주위 분들도

다. 60세 이상은 10만 명 당 80명, 80세 이

직거래운동에 대해 자문을 구하면, 필요하

상은 120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과는

기는 하지만 고생스럽고 가능성이 있겠냐

달리 이들은 경제적 곤궁과 사회적 소외감

하며 말리기만 했습니다. 그런 일을 저희

때문에 가슴 아픈 선택을 한다.

들 같은 미련한 사람이, 그야말로 소처럼

다들 짐작하듯이, 우리 사회에서 나이

미련스럽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하를 막론하고 자살의 가장 근본적인 원

정부가 함께 나서서 법도 만드는 그런 세

인은 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눈에 흙이

상으로 변했습니다.

들어갈 때까지 우리의 삶이 무한경쟁의 경

과거에는 한강의 둔치 같은 넓은 공

제 전쟁터가 되어 버린 탓이다. 옆에 있는

간 직거래를 위한 문화장터를 한번 열자

친구조차 내가 밟고 넘어서야 할 경쟁상대

고 해도 허락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

로 여겨야 하는 잔혹한 정글 속에서 버티

206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 상무이사 -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

시행령이 발표되어 이제 환경보전형 농업

<한살림>, 2012년 4월

207


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럼,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살아남은 우

없는 거 아니냐며, 어떤 자극에도 불감하

하고 있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유

리 모두는 죄인이기에 무릎 꿇고 속죄의

다. 반대로 어떤 이는 온갖 오염물질과 무

무역협정(FTA)을 통한 시장개방을 더 확

기도를 해야 하리라.

시무시한 경쟁의 상황에 지나치게 과민하

대하고 수출대기업을 더 육성해야 한다고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 목숨을 끊

다. 그 불감과 강박은 문제를 가져온 불신

말할 것이다.

는 사람이라도 최후의 순간에 외로움, 두

과 탐욕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하지만 우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농업과 먹을거리

려움을 토로할 단 한 사람, 손을 맞잡을 한

리가 걸어야 할 길은, 불감으로 인한 무관

를 해외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사회적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심이 아니라 안전 과민의 강퍅함이 아니라

격차는 더 벌어지며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하지 않았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더한 고난

심해질 것이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농

후미진 곳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을 다음의

의 순간에도 따뜻한 손을 맞잡고 함께 문

업협상 타결, 1998년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또 한 아이, 또 한 사람에게 우리는 어떻게

제를 헤쳐 갈 사람들, 이웃들을 지금 여기

추진된 FTA 등으로 지난 20년간 우리 농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에서 만드는 일이다.

업·먹을거리 개방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손을 내미는

신뢰를 주고받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이런 개방정책을

것보다 더 강한 속죄는 먹고 먹히는 정글

렇고, 마을과 동네의 이웃들과 나누고 배

지속한다면 박근혜 당선인이 표방한 ‘국민

이 아닌 다른 삶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 일

려하고 돌보는 손길들의 얽혀짐, 엄마 같

행복시대’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다. 개방정

구는 일일 것이다. 인간 사회를 거룩하게

은, 내 친구 같은 따뜻한 손길을 주고받는

책으로 밥상과 생산현장의 거리가 멀어질

만드는 것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그리

한살림이 일구어야 할 나눔과 배려, 돌봄

수록 먹을거리 안전과 국민 건강과 생명에

고 핵 사고로 우리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

의 안전망이 절실한 때다.

대한 위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

는 작년 후쿠시마의 동일본 대지진 때 굶

“자식새끼 데리고 이웃과 친화하면서

로는 국민행복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주림과 공포 속에서도 가진 것을 나누고

사는 삶”. 무위당 선생이 돌아가신 지 이

새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의

약자를 배려하고 돌보는 협동의 힘이었다

미 스무 해 가까이 흘렀다. 그러나 선생이

하나로 규정하고 ‘불량식품’ 근절을 통한 먹

는 것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강조하시던 이 말씀의 의미는 날이 갈수록

을거리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살림을 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

더욱 무겁게 와 닿는다. ㅁㄱㄹㅁ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진짜 불량

일 것이다.

새정부에 전하는 농업·먹을거리,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 제언

식품’을 근절하자면 농업·먹을거리의 해외

무한경쟁으로, 기후변화로, 핵 위기로,

의존도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

온갖 오염물질로 이미 세상은 우리 힘으

을까? 농업·먹을거리를 해외에 더 많이 의

208

<한살림>, 2013년 2월

209

|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이는 어쩔 수

로 목숨을 끊는다. 어느 대학교수의 말처

|밑 거 름

새로 들어설 정부는 5천만 국민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로 돌려놓을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망가져

기에는 강하지 못한 연약한 존재들이 스스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존하면 할수록 유전자조작이나 공장형 축

먹을거리 체계 확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이상국 지금 농업 위기를 얘기하

산, 방사능 오염, 농약과 항생물질로 뒤범

에 대한 보편적인 먹을거리 지원 프로그램

지만,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 없는 거예요.

벅이 된 ‘진짜 불량식품’의 수입도 늘어날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젊은 농사꾼이 없습니다. 40대 미만이 3%

생산하지 못하면 다른 게 무슨 의미가 있

지속가능한 국내 먹을거리 생산체계를 구축

확대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해졌다는

겠어요? 생명운동의 진전된 모습과 그 과

하는데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반증일 것이다. 새 정부도 경제민주화를

정은 기본적으로 먹을거리와 농업의 자급

20년에 걸친 개방정책의 ‘불편한 진실’을 정

표방하고 정책 실천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

력을 어떻게 넓혔는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

확하게 인식하고 농업·먹을거리 정책 기조

만,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재벌을 규제하는

다. 거기에 실천적 성과와 지표가 있다는

를 다시 세워야 한다. 무너진 농업·먹을거

제도를 만든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이죠. 식량자급률이 지금 24%까지 떨어

리의 근본을 바로 세우지 않고 폐허가 된 빈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시민들이 다양한 협

졌지 않습니까? 전 세계적으로도 야단이지

들에 세우는 새 정부의 국민행복시대, 행복

동조합을 스스로 만들고 자립할 수 있도록

않습니까? 이른바 생명운동 진영에서 거기

한 농어촌 만들기, 불량식품 근절은 시간과

할 때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 협동조합은

에 도달점을 두고 있는지, 이에 대한 자기

자원만 낭비하는 공약(空約)이 될 뿐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 바람을 타고 새로운

실천적 영역을 갖고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

사회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다. 그런 점에서 초기에 한살림운동이 먹

현재 우리 국민은 먹을거리의 77.4%를 해외에 의존한 채 먹을거리 주권이 확보되

지난해 불어 닥친 협동조합 열기는 올

을거리와 농업을 통해 생산양식과 생활양

지 않은 불안한 나라에 살고 있다. 모든 국

들어서도 식지 않고 더욱 강해질 것으로

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만들어냈던 건 굉장

민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소비

전망된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후변

할 권리가 있다. 새 정부는 국민의 먹을거

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겠지만, 한편으로

화 시대의 먹을거리 문화, 농업 문제 등에

리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먹을거

는 협동조합의 정신과 목적을 왜곡한 유사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

리 기본법’과 ‘국가 먹을거리 계획’을 수립

협동조합도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합니다.

해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 모두가 질 좋은 먹을거리를 쉽게 접

건전한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시장경제의

박맹수 생명운동 주체들의 치열함이 부족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

취약점을 보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

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30년 동안

으로 쌀, 보리, 밀, 콩 등 국민기초식량 수

여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했으면 한다.

생명운동이 실패했느냐, 그런 의미는 아

매제 실시, 유기농업으로의 과감한 정책기

건전한 협동조합이 많이 태동·성장하면 할

닙니다. 저는 네 시기로 생각해봤습니다.

조 전환, 유기농식품의 틈새 아닌 주류 시

수록 새 정부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도 앞당

1980년대는 생명운동의 태동기이자 계몽

장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워지는 지역

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ㅁㄱㄹ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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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과 살림》, 2013년 여름. 1호 발췌

211

|

이 되었다. 그만큼 사회적 격차(양극화)가

대되고 있는 지구적 먹을거리 위기 속에서

|밑 거 름

정도예요. 농사를 짓지 않고 먹을거리를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고문 박 ·맹수 전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쟁점

대담자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기후재앙이 날로 확

문명사적 전환기, 생명운동 30년을 돌아보고 내다보며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있다는 것, 이건 굉장히 중요한 성과라고

관점에서 하달 구조가 아니라 상달 구조

고 한살림농산을 만들고 공해추방운동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관계가 있을 때 정

봅니다.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지만,

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후천시

했다면, 90년대에는 내부적으로 여러 시행

말 유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곡

대 가장 큰 특징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역

착오를 겪으면서 기본 토대를 만들려고 애

요? 이렇게 농사 기술로써의 ‘유기농’을 넘

물자급률이 24%에서 내리막길을 가고 있

이라는 거잖아요. 지역 하나하나가 우주를

써왔고, 2000년대는 여러 사회 이슈가 터

어서 그 의미를 확장시키고, 환경농업육성

고 농가인구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담보해 내는,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는 가

지면서 생명운동의 필요성이나 의미가 고

법을 만들고 친환경농업과 같은 정부부처

‘농업살림’의 화두를 붙들고 30년을 이어와

장 중요한 현장이잖아요. 그 각각의 지역

조되었던 시기라고 봅니다. 새만금, 핵 폐

제도의 토대를 닦은 것도 매우 잘한 일이

서 틈새를 희망의 장으로 형상화시킨 것은

마다 참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사례들이

기장 문제, 최근 4대강, 광우병 소고기 문

라고 생각합니다. 김지하 선생이 ‘시장의

그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유되고, 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제라든지, 밖에서 여러 요청들이 있었는데

성화’라고 표현했습니다만, 돈 중심에서

그에 대한 우리 생명운동의 대응은 생각해

벗어난 진정한 인간관계가 회복되어야 하

박맹수 생명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설정

의 화음과 조화를 이루는, 이게 생명의 실

봐야 할 문제이긴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지 않겠습니까? 한살림 경우에 대체로 잘

하고 사회적 화두로 던져서 30년을 걸어온

상이죠. 똑같은 색깔, 똑같은 가치관이 아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재도약해

실행되고 있는 것이 파종 전 가격예약제입

것은 자타가 다 인정하고 사회적인 큰 공

니라, 저마다 색깔을 가지면서 서로 떼려

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체적으

니다. 이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 거

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 공

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들어 가는 방식으

로는 제3자가 볼 때 열심히 달려온 건 사

예요. 쌀의 경우에는 2년 전에 생산 소비

감과 지지 속에서 생명운동으로서의 한살

로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인데 바깥에서 오는 위기 현상들이 너무

계획을 세우는 거잖아요. 이 급변하는 시

림이 양적 성장을 한 것도 크게 평가하는

ㅁㄱㄹㅁ

심각하고 규모가 확대되어 버렸기 때문에

대에 말이죠. 세계유기농운동 친구들로부

데, 성장하다 보면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그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부족과 한계를

터 ‘물질적 이해관계의 문제를 철학으로

면이 함께 있습니다. 성장해가는 반면에

절감하지 않나 싶습니다.

풀어낸 좋은 롤모델’이라는 평가도 들었습

낡아가고 굳어져가는 부분이 있단 말이죠.

니다.

이게 바로 생명의 원리예요. 한쪽만 있는

색깔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그것이 하나

자기 생명의 생산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에

|밑 거 름

기로 원주보고서와 한선림선언을 발표하

한살림 30주년 백서

밑거름 말

|

이상국 그동안 잘해 온 것도 있다고 봅니

이게 실제로 분절적·물리적 세계관에

건 생명이 아닙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우

다. 과거 다른 사회운동과 다르게 먹고사

서 온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명 세계

리 자신도 모르게 굳어져 있는 면에 대한

는 ‘밥’으로부터, 밥을 만드는 ‘농적(農的)

관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증거

성찰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질적

가치’로부터 생명운동을 펼치고 일상적으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란 동물도 우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공감을 일으

로 사회적으로 표현해낸 건 굉장히 놀라

주적 보편적 진리에 맞게 일상의 첫 번째

킬 만한 가치와 운동 슬로건, 실천이 담보

운 일이었습니다. 그전에도 유기농이 있었

출발점인 ‘밥’을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 협

되지 않은 성장은 어려운 거거든요. 그렇

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속에서 먹는

동의 원리에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다면 앞으로 30년 후를 내다볼 때 질적인

사람이 자기 생명의 문제로, 지속가능한

것, 이것이 의도적 의식 속에 이루어지고

면에서 성장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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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

|

농업살림

|

생명살림

당신 덕분에 삽니다

-

한살림 30년


당신 덕분에 삽니다 한살림 30년 글 모음 발행한 곳 발 행 일

한살림

2017년 3월 31일

발 행 인

곽금순

편 집 인

김성희

기획·편집

장순철, 정미희, 김현준, 정연선, 박근모

자료정리

조선경, 송윤정, 문재형, 하만조

디 자 인

그린다

누 리 집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서초월드 4층 02-6715-0800

hansalim@hansalim.or.kr www.hansali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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