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츄잉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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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5 chew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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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잉룸 소 개

츄잉룸은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 꿈을 키우고 성장해가는 공동 작업실입니다. 안 지 숙

년 갤러리MW의 한켠에서 시작된 츄잉룸은 현재 독립하여 신촌 노고산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숙입니다. imfine.tistory.com

‘심사숙고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CHEW처럼 경쾌하게 고민하는 우리들의 성장터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시나리오 작가, 영상 디자이너 편집 디자이너, 여행 작가, 웹 기획자, 내면초상화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츄잉룸 안에서 함께 해왔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그리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창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자극을 늘 주고 받습니다.

매달 한 번, 정기모임을 통해 서로의 창작적 고민을 나눕니다 초 선 영

창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작가, 화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기에

도서 <나 이상한가요>,<이야기 책>,

외롭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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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내면초상화>를 쓰고 그렸습니다. 행복이 무언지, 올바르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츄잉룸의 식구들은

고민하는 사람.

함께 의지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chosunyoung.com | @chosunyoung


박 정 은

이 지 나

기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샌프란시스코’, ‘카페수업’, ’엄마 딸 여행’,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울림을 주는

‘서울재발견’의 저자. 주로 여행 책을 작업해 여행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라고 불리지만 그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러스트 모음집으로 <너와 나의 이야기>를

공간을 잇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출판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 무언가를 잇고, 그 과정을

ddurudduru@naver.com www.pje.kr | @pjekr

책으로 만들고 사진찍는 사람. lifeisjina@gmail.com | @lifeisjina

윤 나 리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과 몸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오 연 재

여성 민우회, 반성매매운동 이룸 등의 여성단체와

츄잉룸의 OB멤버, 영원한 츄잉룸의 팬.

다수의 일러스트 작업을 하였고, 콘텐츠 하다에서

디자인과 그림작업을 합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일러스트에 담은 <라랄라

sima1234@naver.com | evanjae.tumblr.com

아줌마>를 그리고 있습니다. nariplanet@gmail.com www.yoonnari.com | @nari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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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출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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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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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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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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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리의

월례모임 후기 - 5월 16일 연남동 나리네 집

참여멤버 정은 / 지나 / 선영 / 승주 / 나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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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스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모임 장소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어요. 밥 같이 해먹자! 라고 신나게 생각했는데 아직은 손이 느린 초보주부라... 스스로 한계를 깨달으며 밥 대신 국수로 메뉴를 바꿨습니다. 곧 여름이니까! 콩국수! 올해 첫 콩국수를 츄잉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국숫집 아주머니가 생면이 맛있다고 추천해주셔서 사 왔는데 뭣도 모르고 오래 끓여 밀가루 죽으로 만들뻔한 저를 지나와 정은이가 도와주었습니다. 다 같이 오이와 방울 토마토로 데코도 하고 호로록~ 먹었어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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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집에 놀러 온다고 친구들이 선물을 주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늘 두루마리 휴지를 썼었는데 지나와 선영이에게서 티슈도 받았어요. (급 품격이 생긴 느낌입니다.) 정은이가 케이크를, 연재가 헤드폰도 주었어요. 또 지나가 알콩달콩 비비며 살라고 비빔면이랑 과자, 꽃도 선물해주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각자 한 달동안 조그만 나아감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13


선영 여름부터 디노마드에서 진행하는 강의와 프리마켓 내면초상화를 다시 시작합니다. 우쿨렐레를 접하고 여러 친구을 만나게 되면서 감성도 풍부해진 것 같고 재충전의 시간도 충분히 가졌던 한 달이었습니다. 정은 그라폴리오에서 연재하면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고, 전주영화제 에 오랜만에 다녀왔던 것이 매우 좋았던 경험이었네요. 자신의 작업을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야 기를 들으면서 위안과 힘을 얻기도 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 값진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나 어느새 3학기가 지나가고 있고... 여러 상황을 겪으며 가족과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한 달이 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취미생활을 발견한 것이 큰 기쁨이었는데 에코백에 좋아하는 미술 도구 를 챙겨서 야외에서 그림도 그려보았어요.(뿌듯뿌듯) 그림 그리기를 계속했으면 좋겠고 새롭게 시작하는 운동도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나리 요즘 요리가 너무 재밌습니다. 옆에서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신랑)이 있어서인지 꽤 재밌어요. 어릴 때 그림 그리면 ‘너 되게 잘 그린다’라고 말해주는 짝꿍이 생긴 느낌입니다. 한살림에서 식 생활 교육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새로운 동화 더미북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대돼요!

츄잉건의사항 - 지나와 선영이 자리에 전구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 화장실 이용 후, 불을 끄고 문을 잘 잠그기로 했습니다. - 전기 콘센트가 무작위 병렬연결이 되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 콘센트도 될 수 있으면 믿을 수 있는 상품의 것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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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테이블에서만 함께 하다가 처음으로 밥상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어요.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다는건 참 기분 좋은 일 같습니다. 앞으로도 무언가 같이 만들어 먹는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또 새로운 한 달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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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잉룸 여름방학 일정으로 월간츄잉 7월호는 쉽니다. 17


윤나리의

그림 그리는 날

프리랜서 3년차. 이곳저곳에서 일을 받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즐겁고 재미난 일도 있지만, 슬픈일도, 때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기도 하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홀로 견디는 시간이지만, 츄잉룸 안에서는 종종 작업에 관해, 서로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고...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월간츄잉안에 코너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글재주는 없지만,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마다 소식 나누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18


모 PD님의 의뢰로 고은 시인의 시 ‘봉태’에 넣을 일러스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 시 속에 등장하는 봉태는 꽃다운 나이에 전쟁 중 이념 다툼 속에서 억울하게 숨을 거둔 수많은 전쟁 피해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봉태야 나는 너 하나 살려낼 수 없었다’ ‘네 열일곱 살은 내 열일곱 살이었는데’ 시가 지어진 것은 오랜 옛날이지만, 이 마지막 구절은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뇌어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친구를 잃고서 몇 번이고 눈물을 훔쳤을 아이의 설움과 죄책감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오는듯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을 떠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 또래들에게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요. 부끄럽게도 저는 당당하게 ‘그런 적 있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너 하나 살려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묻힌 설움으로 이렇게 읊조리고 있진 않을까...란 생각에 숙연해지고 부끄러움 마저도 듭니다.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봉태를 잃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의 봉태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총 30권으로 제작된 고은시인의 ‘만인보’ 중 9권에 수록된 시입니다. 실제로 고은시인의 친구가 전쟁중 희생을 당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아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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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 고은

나하고 국민학교 일이등 다투었지 부자집 아들이라 옷이 좋았지 항상 단추 다섯 빛났지

도시락에 삶은 달걀 환하게 들어 있었지 흰쌀밥에 보리 뿌려졌지 그러나 누구한테 손톱발톱만치도 뽐낸 적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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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논 옆에 우리 논 하나 있다 너하고 나도 의좋게 지내자고 굳은 떡 주며 말했지

그런 봉태 수복 직후 아버지 죽은 뒤 동네사람에게 끌려가서 할미산 굴 속에서 죽었지 유엔군 흑인 총 맞아 죽었지 그 달밤에 그 캄캄한 굴 속에서 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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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야 나는 너 하나 살려낼 수 없었다

네 열일곱 살은 내 열일곱 살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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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츄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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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지금은 내게 귀 기울일 때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지말고 친구들의 품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절대 포기할 수

좋아하는 것들을 잊지 말고,

에 퐁당 안겨보기

없는 게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잃지 말고 살아갈 것

오연재

전주 국제 영화제

박정은

누군가를 사랑할 땐 어떤지, 그에 더해 내가 사람을 싫어할 땐 어떤지, 나는 왜 이 모양 인지... 싫어하는 사람을 통해 좋은 걸 알게 되고, 좋은 시간을 통해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을 안다. 많은 일이 있던 오월, 싱그러운 초록 속에 모든 걸 담아두고 이만.

이지나

텃밭 가꾸기

이 사

0712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물과 바람과 햇빛으

4년 살던 방을 떠난다. 이사짐을 정리하고

눈 깜짝할 사이

로 쑥쑥 자라는 채소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있다.

0712..

기특하고 신기하다.

짐 속엔 내 삶 들어있다. 돌아보며 덜고 싶은

언젠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게 된다면 부엌

나를 버리고 되고 싶은 나를 담는다.

안지숙

초선영

에 텃밭으로 향하는 작은문이 달린 집이었 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잊지 않 고 계속 생각해야지. 생각하면 언젠가 이 루어 질테니까. ‘하루에 먹을 만큼만 수확 해서 먹기’가 가능한 삶을 누리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윤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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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츄잉 25 / 2015년 6월호 발행인 | 안지숙 · 초선영 · 박정은 · 이지나 · 오연재 · 윤나리 편집 · 디자인 | 윤나리 표지 사진 | 윤나리 발행처 | 츄잉룸 www.chewing.kr chewingroom@gmail.com @chewing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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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츄잉 Vol.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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