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츄잉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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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츄잉 Monthly Chewing /

39 /



4 츄잉 한 컷

6 교감일보직전

8 독일어 시간

10 츄잉 새소식

11 이 달의 츄잉


츄잉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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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으로 반려견이랑 산책을 다녀왔다. 지나가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츄잉 월례 모임을 가지기도 했던 곳이라 여기저기 추억이 방울방울. / 사진 윤나리


교감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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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그래 많은 일이 있었지마는 행복의 순간만을 기억할 것 그러면 온 기억들 위에 누워 언제까지고 머물 수 있을 거라

7 _ 교감일보직전

초선영 | 작가, 화가. 행복이 무언지, 올바르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chosunyoung.com | @chosunyoung


/ 독일어 시간

독일어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모두 독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몇 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생인데 철학, 문학, 예체능계 전공자가 대부분인 점도 흥미롭다. 강산이 변하는 만큼이나 나 이 차이 나는 친구들과 같이 있다 보니 그간 잊고 지냈던 내 나이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17학 번이라니!) 이제 내 또래 친구 중에 학생은 없다. 그건 다양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고 선택하 는 시기를 보내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 아이를 하나 이상 가진 엄마이거나, 아 이를 낳은 후 연락이 끊기거나,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부류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며느리와 엄마가 되면,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든, 업무에서 어떤 성과를 내었든, 전혀 8 _

롭게 느낄 감정은 만족감과 기쁨을 동반한 새로운 도전이 아닌, 무궁무진한 좌절감만 남은 것

독일어 시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앞으로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혹은 엄마로서 새 같아서 두렵고 암담하다. 그 현실을 앎에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혼할지 말지에 대해 나와 또 래의 친구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그럴 때이기에 더욱 앞으로 가지게 될 직업,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친구들 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결혼 후에도 전과 다름 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성공을 경험하는 남성들처럼, 결혼을 경험한 여 성에게도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이 우리들에게 언제나 가능한 때가 왔으면 좋겠다.


깊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면서도 잠수하는 걸 좋아한다. 수영장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출산일을 3개월 정도 앞두었던 언니가 태교로 수영 수업을 듣고 싶은데 혼자 갈 자신이 없다고 해서 따라가 주게 되었다. 당시 나는 과제에 시달리던 때라 예민 했기 때문에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아줌마들이 주로 모이는 주부반은 피하고 싶었지만, 언니의 시간에 맞춰야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언니와 운동을 배우러 다닌 건 처음이라서 설레기 도 했었지만, 그 기쁨도 잠시,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조카 덕에 남은 강좌를 혼자 다녀야 했다. 아줌마들은 관절이 약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말동무가 없어서, 자녀 취업이 걱정되어서, 힘 이 들어서, 저녁 찬거리를 뭐로 할지 정하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샤워실부터 탈의실까지 있는 힘껏 떠들고 웃어댔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친구의 바지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입거나, 체중 계에 올라서면 뒤에서 슬그머니 무게를 더 주어서 체중이 더 불어나 보이도록 하는 장난들이 매 시간 계속되었다. 이런 장난을 실컷 하고서는 수영장을 나설 때는 여느 때와 같은 무표정한 얼 9 _

굴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나게 웃는 모습이 시끄러워 보이고, 둔탁한 몸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우악 스러워 보이고, 몸이 아픈 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보인 신경질적인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였으 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오지랖으로 느껴진 건 아닌지... 수영을 하고서 떡과 요구르트를 같이 먹자고 부르는 것도, 스승의 날이라며 모두에게 돈을 모아 선물을 따로 챙겨드리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줌마들 덕분에 많이 웃었고, 즐거 웠다. 졸업 작품전이 끝나고 다시 수영장을 찾았을 때 ‘주부반’에 남은 자리가 있는 지부터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아줌마들 틈에서 웃으며 즐겁게 수영을 배웠다. 윤나리 | 프로산책러. 반려견 포카 @poca_girl 와 산책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독일어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녀들에게 덧입혀진 혐오의 이미지가 꽤 두터웠음을 깨닫게 되었다. 신


츄잉 새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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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search on Feminist Art Now 60여개의 페미니즘 콜렉티브 및 작가 포트폴리오, 30여개의 영상 작업을 열람 가능한 전시가 진행됩니다. 8월 4일~11일까지, 2~8pm (휴무 없음) 스페이스 원 artspaceone.org | 서울 용산구 신흥로 95-9 신흥시장 내 2F ※ 주차는 근처 공영 주차장 가능(현금결제만 가능) ※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 이 달의 츄잉

네잎클로버를 잘 발견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저 클로버가 많은 곳을 지날 때마다 매번 멈춰서서 유심히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다. / 박정은

더위 따위! 가뿐히 내쫓아주는 우리 포카! / 윤나리

인생에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에 나를 맡기고 나아가고 있다. 기분 좋은 만남과 대화 속에 충분히 행복한 요즘. 낯선 곳으로 오랜 친구와 떠나는 여행, 늘 말로만 듣던 곳으로의 성지순례, 타인에게 받 고 나누게 되는 긍정의 에너지. 누군가 언젠가 상대와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좋은 가, 이것이 그 관계와 만남의 척도가 된다고 이야기한 걸 들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맞는 이인지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요즘의 내가 좋다. 보다 솔직해지고, 생 생히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날들에 감사하며 행복한 여름! / 이지나

이 달의 츄잉

때의 내 모습, 내가 어떤 인간이 되는지를 잘 살펴보면 그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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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츄잉 #39 2017년 8월호 츄잉룸 chewing.kr | chewingroom@gmail.com | @chewingroom 디자인 윤나리 @nari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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