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츄잉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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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츄잉 Monthly Chew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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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츄잉 한 컷

6 교감일보직전

8 네 꿈은 며칠 남았니

14 하루 한 장

18 독일어 시간

20 이 달의 츄잉


츄잉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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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_

츄잉룸의 뉴페이스! '블블'님을 위한 환영 케이크 / 사진 이지나


교감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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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 있는 듯 가까이 있되 묶여 있어서 마주볼 수 없는

7 _ 교감일보직전

초선영 | 작가, 화가. 행복이 무언지, 올바르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chosunyoung.com | @chosunyoung


네 꿈은 며칠 남았니

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EXP. 2019/01 면접을 위해 샀던 일회용 렌즈의 유통기한이 놀랍게도 3년 뒤였다. 혹시라도 찡그리는 내 표정이 면접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까 봐. 급하게 허둥지둥 학교 앞에서 샀던 그 렌즈. 한참 전에 일이다. 떨어지고 울고 불고 온갖 난리를 다 쳤었던- 이제는 까마득한 면 접이었는데. 화장대 서랍 구석에 렌즈가 처박혀 있었다. 아직도 쓸 수 있구나. 앞으로도 쓸 수 있겠구나. 그런데 이 렌즈를 끼고 면접 볼 날들이 또 올까. 길쭉한 종이 상자 속에 수북이 쌓여있던 일회용 렌즈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꿈에도 렌즈처럼 정확 히 유통기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정확히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부럽다. 매일매일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부럽 다. 원래 내 안에 품고 있던 꿈보다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꿈을 버린다 할지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삶이라는 건 얼마나 아름다울까. 꿈 따위 없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미련 없이 돌아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것일까. 다만 하나, 꾸었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바로 앞에 앉은 친구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무례하게 나를 치고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마음속으로 화풀이를 하는 건 아닐까. 때로는 명확히 '아니요. 제가 맞아요.'라고 말해야 할 순간 조차도 죄인처럼 침묵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렌즈는 무슨 죄 때문에 여기 이렇게 처박혀 있었나. 더 선명하 고 생생하게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회들을 꿈이라는 잘 포장된 욕망 때문에 다 놓쳐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영화와 문학들이 그저 '꿈꾸는 나'를 보여주기 위한 자료로 써 스쳐 지나간 것은 아닐까. 꿈 외에 다른 가치들을 얼마나 평가절하하며 살았는가. 내 프랑스어나 꽃꽂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그런 것들을 위해 매일 자기 시간 을 쏟아붓던 친구들은.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여유는. 때로 받지 못해도 베풀 수 있었던 여유는. 꿈 때문에 삶이 젖어버린 것은 아닐까. 물 묻은 휴지처럼 형체도 없이 풀어헤쳐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9 _ 네 꿈은 며칠 남았니

명의의 집은 얼마나 소중한가. 안락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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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다. 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쓴다는 일은, '무언가' 외에 것들에 대해 인색해진다는 말이다. 한 가지 꿈만을 계속해서 꾼다는 건 어쩌면 망가져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점차 생의 감각에 무뎌지고 자신의 행복은 멀어져 간다. 여기 나와 함께 호흡하지 않는 꿈은, 애석 하지만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

지금 여기 살아있는 삶을 보내기 위해서 꿈은 시시때때로 빛깔과 형태를 달리 해야 한다. 꿈을 이루는 것과 일상의 행복이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좌표를 이동하듯 새로운 꿈을 찾아 움직이며 살아가야 한다. 꿈도 곪는다. 썩는다. 꿈이 나를 망치도록 놔 두어서는 안된다. 꿈과 행복의 방향이 달라진다면 과감히 꿈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 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살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했다. 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생겨서 난 이제 그만 꿈꿀 거야. 해사하게 웃으며 돌아서 간 사람들이 없었다. 내게 익숙했던 건 그때 그 꿈을 포기해서 너무 속상해라는 식의 후회와 하소연이었다. 그 '포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 외에는 스스로 게임에서 도망친 루저라 생각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사회이기에.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꿈의 유통기한을 계속해서 갱신하고 갱신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썩는 줄 도 모르고. 어쩌면 알면서도.

네 꿈은 며칠 남았니

합리화와 물음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들었다. 극소수의 꿈을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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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은 며칠 남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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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가 아니고 이동이라고. 당신이 한 선택 역시 새로운 꿈의 시작이라고. 각자가 지킨 것. 각자의 선택에 손뼉 쳐주는 사회였다면 꿈이나 욕망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을 텐데. 매일 새로운 꿈을 꾸었을 텐데. 참 늦게도 깨달았다. 2019년이 오기 전에 쌓여있는 일회용 렌즈를 다 써야겠다. 마구마구. 맨 뒷좌석에 앉아 영화를 보기 위해서. 작가교육원 강의실 칠판에 글씨를 실눈 뜨고 읽지 않기 위해서. 오늘 처음 가는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삶의 단면들을 잘 살펴보기 위해서. 내가 꿀 다음 꿈들을 위해서.

13 _ 네 꿈은 며칠 남았니

블블 | 떠들고 쓰는 일을 합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습니다. 대본 창작 중. 팟캐스트 <서늘한마음썰> 진행 중. brunch.co.kr/@miyath | @la_leche


하루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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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하루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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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_ 하루 한 장

박정은 | 기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울림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ddurudduru@naver.com | pje.kr | @pjekr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애쓰거나, 지금 고민해 봤자 풀리지 않을 일을 고민할 때 나는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솔직히 나는 결혼을 준비 하면서 ‘딸 같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어리석은 욕심을 가졌었다. 부끄럽게도 딸과 며느리 사 이의 격차는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시댁에서 수 번의 제사상을 차리고 치우며

독일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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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우치게 되었다. 막내딸로서 해왔던 역할보다 며느리의 역할에 더 긴장하고 치중하게 되는 모습과 ‘착한 며느리’의 가면을 쓰는 나 자신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L은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kein Stress’라고 말을 해주셨다. 지금은 반을 옮겨 다른 선생님과 공부하고 있지만, 수업에 따라가지 못해 공황인 상태가 되면 나도 모르게 이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는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말 것, 무리해서 애쓰지 말 것, 지금 당장 풀리지 않을 일은 고민하지 말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나에겐 마법 같은 말 ‘카인 스트레스’를 중얼거려 본다.


나는 내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작업하는 게 좋고,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결혼 후에 도 늘 하던 대로 작업을 했더니 신랑은 내가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저녁 식사 만이라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저녁 식사를 꼭 같이하는 방향으로 스케줄을 짰지만 해 질 무렵부터 집중이 잘 되는 나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전날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하지 못하면 무기력한 상태로 다음날 오전을 보냈다. 무기력감 속에서는 작업이 되질 않 아 낮에 장을 보고, 개를 산책시키고, 소소한 집안일들을 하며 쉬었는데 이 일들을 마치고 나면 어느샌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이런 반복적인 상황에서 시댁 식구의 ‘일은 쉬엄쉬엄해도 괜찮 아’, ‘요즘도 아주 바쁘니’, ‘자기 일에 미쳐서 사는구나!’ 등등의 말은 내가 살아온 나의 방식을 무너트리기 쉽게 다가왔다. 이쯤 되니 ‘나는 대체 오늘 뭘 했나’라는 생각에 괴로워졌다. 이런 괴로움에서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아예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그럴수록 집안일에 신경 쓰게 되었다. 무기력감을 가지게 된 요인을 생각하기 보다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나를 탓하며 고정 수입이 없는 직업을 가졌으니 까 집안일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태는 계속되었고, 결혼 후 세 번째 맞는 건지 싶었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고, 봄에 신랑이랑 남산으로 놀러갔다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독일어 기초반 수업을 신청했다. 남편과는 함께하는 식사는 주말에만 또 집안일에 대한 부담감을 덜자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작업에 몰두하던 예전과는 달리 시간이 늘 부족하다. 이제는 노력으로 쌓아가는 커리어를 쉽게 무너트고자 하는 말을 안다. 휘둘리지 말아야지. 내가 하고 싶은 일, 행복한 일로 채우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윤나리 | 프로산책러. 반려견 포카 @poca_girl 와 산책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독일어 시간

겨울은 혹독하게 우울했다. 정말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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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간다는 것이 최고의 위로와 위안, 때론 그것이 슬픔의 원인 이었던 여름 ㅡ사는 것, 살아지 는 것의 보이지 않는 무게에 대 해 생각했다. _이지나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 다. 그런고로 자주 숲을 찾아가 걸었다. _박정은

츄잉 새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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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이 시가 나에게 다시 왔 다. 어느 추운 날 지하철에서 마 주쳤던 시였어. 신춘문예에 실린 시라며 네가 보내줬었는데. 어느 덧 시집에 실려 출판이 되었다. 너 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나도 잊혀 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를 보내야겠어. _블블

우리집 사고뭉치이자 천방지축 댕댕이가 두 살이 되었다. 두 살 이 되면, 성숙한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걸 기대했던 것 부터가 잘못된 생각이지 않았을 까... 싶다. 그래도 건강히 잘 지 내주어서 늘 고맙고.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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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윤나리

이 달의 츄잉


월간츄잉 #40 2017년 10월호 츄잉룸 chewing.kr | chewingroom@gmail.com | @chewingroom 디자인 윤나리 @nari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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