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츄잉 Monthly Chew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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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츄잉 한 컷
6 교감일보직전
8 독일어 시간
10 이 달의 츄잉
츄잉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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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핑크 화이트 핑크 / 사진 윤나리
교감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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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을 넘지 못하여 우리는
7 _ 교감일보직전
초선영 | 작가, 화가. 행복이 무언지, 올바르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chosunyoung.com | @chosunyoung
내 파트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 연인이자 남편이다. 그와 함께 보낸 3년 반이라는 연애 기간 나 의 고민, 내 가족의 문제와 나의 못난 점을 모두 알고 공감해주는 사람이라 평생을 함께해도 좋 을 벗이라고 생각했고, 결혼을 결심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린 뒤, 남편과 아 내, 고정된 역할에 안착하는 과정을 겪으며, 양가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역할 수행을 하다 보니, 그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한 부분이 때때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정한 사람 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들로 자라왔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해 대화로 개선점을 찾고, 서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서 내가 여성으로서 처하게 되는 상황을 온전히 헤아리기엔 부족함을 느낀다. 또한, 이 것이 그의 잘못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부분이 어쩌면 제일 힘들고, 말로는 못다 할 쓸 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나의 답답한 감정에 대한 지지를 그가 아닌, 나와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 받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감사한 일이지마는 버거운 나의 고 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들 때가 있다니... 때로는 연애 시절, 많은 고민을 나누고
독일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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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감정적 지지를 받던 시간이 그립기도 했다. 요즘 따라 우리 부모님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생각난다. 밖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돌 아오는 길이라던가, 기분 좋게 술에 취해 무언가 이야기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 때면, 언제나 ‘어 차피 모두(Alle) 혼자(allein) 사는 거다',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야’같은 허탈한 한숨 섞인 자 조적인 말을, 미취학 아동이었던 때부터 나를 앉혀놓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애한테 이런 말 했 다고 하면 지인들은 웃었다.) 부모를 힘든 부분을 가지고 있는 어른,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하 게 했던 그 말.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그 말이 30년이 지나서 위로로 다가오는 때가 올 줄은 몰 랐다. 솔직히 말해주면 좋았 을텐데. 모두가 다 혼자이지만, 때로는 혼자서 해결하기엔 버거운 문제가 있기도 한 것을. 곁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독일어 공부는 왜 하세요?'라는 물음 앞에 이렇다 할 목적이 없다고 하면 ‘취미로 배우시는군 요!’라는 답을 듣지만, 스스로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주저하게 된다. 생각해보건대 재미를 찾기 위한 것보다는 조금 더 다른 의미가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스스 로 생각하는 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녹록지만은 못했던 것이, 새롭게 배운 단어를 찾아 정리하고 외우기도 하지만 기억력의 한계에 매일 부딪히는 기분이다.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깨닫고 좌절하도 했다. 익숙한 단어를 보면 불과 얼마 전에 내가 그 단어를 찾아보았었다는 것만 생각 날 뿐, 매번 그 뜻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찾아봤던 단어라고 생각나는 걸 보면 내 뇌가 나 도 노력하고 있다고, 변명거리를 만드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어느 날 같은 반 동생 H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단어 공부하다가 사전 찾아봤는데 Prüfung bestanden(시험 합격)이 bestehen(견디다)에서 나온 거래요.” 사전을 찾아보니 역 시 그랬다. bestehen은 존재하는 것, 넘어지지 않는 것을 뜻하고, bestanden은 수목이 자란 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큰 나무로 자라는 동안, 넘어지지 않고 견디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는 거야', '너도 엄마가 되어봐야 하지 않겠니',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야!', '고민할 시간에 일 년이라도 빨리 애를 낳아',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래'....... 때로는 삶을 먼저 살아본 사람의 말은, 삶을 단조롭게 바라보게 하며, 그로 하여금 새로운 발견 하지 못하게 한다. 그 그늘에서 벗어나 견디기 위한 나름의 방법으로 공부를 선택했다. 도통 쉽 게 외워지지 않는 단어들을 보며,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내가 바라는 대로, 나답게 존재할 수 있 을까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고민이 버겁고 힘들더라도 잘 견뎌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윤나리 | 프로산책러. 반려견 포카 @poca_girl 와 산책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독일어 시간
마음이 왠지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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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전부였던 이들의 사랑이 막이 내렸다는 소식을, 이곳저곳 에서 전해 들었다. 담담히 전하 는 소식 앞에서 내가 해줄 수 있 는 말을 고르고 또 고르는 겨울 이었다. _윤나리
올해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공통 된 말은 "수고했어요-" 였다. 올 한 해 그 누구보다 애썼고 고생 했고, 수고했다는 메세지에 울컥 했던 걸 보니 분명 그런 시간 안 에 있었던 것같다. 미련없는 2017년, 분명 매듭이, 끝이 있다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 지는 요즘. 너무 애쓰지 말고, 힘 츄잉 새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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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땐 자기를 기억해 달라던 말 도, 힐링의 방법으로 자길 찾아 달라는 말도, 감사히 받았다. 조 용히, 무탈하게 한 해가 흐름에 감사하는 올해. 정신적으로도 많 이 강해지고, 또 신앙적으로도 너무 큰 의미가 있던 한 해였다. 안녕, 2017!! _이지나
열장짜리 크리스마스카드 세트 를 샀다. 사실은 두 장만 필요했 는데 왜인지 사버렸다. 원래 카 드를 써서 주려고 했던 두명에게 카드를 쓰고 여덟장이 남았다. 그냥 가방에 넣어 두고 다녔다. 어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그 날 만날 두 명에게 충동적으 로 짧은 글을 적어 전달했다. 오 늘 또 친구를 기다리며 한 장 더 적었다. 뜻하지 않은 세명에게 급하게 카드를 적고 나니 기분이 좋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지 않 다. 다섯장이 남았고, 나는 아마 앞으로 다섯 번 더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많이 남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어쩐지 애쓰지 않아도 다 쓸 것 같아서 기쁘다. _블블
여전히 작업 중.. _박정은
11 _ 이 달의 츄잉
월간츄잉 #43 2018년 1월호 츄잉룸 chewing.kr | chewingroom@gmail.com | @chewingroom 디자인 윤나리 @naripl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