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 캠페인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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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치 캠페인 권혁남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미디어 정치 캠페인

지은이 권혁남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3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하여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저서는 2010년도 전북대학교 저술장려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습니다. ⓒ 권혁남, 2014 ISBN 979-11-304-0054-9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문

분명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치는 많이 변했다. 비록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과거보다는 진일보하였다. 그리 고 일부 잘난 사람들만이 관심 갖고 참여하던 정치에서 맘만 먹으면 누 구라도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정치의 대 중화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치와 공중 간의 관계는 오히려 더 멀어져 로버트 엔트먼이 말한 이른바 ‘시민 없는 민주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와 언론의 목소리가 커져 가는 것과는 정반대로 시민들의 목 소리는 갈수록 더 작아지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정치-언론-국민은 한 나라의 정치와 언론 시스템을 받치는 세 개의 기둥이다. 이들 세 기둥이 각 기둥 간 거리가 똑같은 정삼각형 모양으 로 서 있으면 그 어떠한 무거운 짐도 안정적으로 잘 지탱할 수 있다. 그 런데 오늘날 국민-정치 간의 거리와 국민-언론 간의 거리는 멀어지고 정치-언론 간의 거리가 가까워진 이상한 삼각형 형태로 모양이 변질되 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세 개의 기둥은 무거운 짐을 지탱할 수 없 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국민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에서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와 미디어 간 의 관계는 매우 밀접해지고 있다. 이제는 미디어 없는 정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정치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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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정치 간의 관계가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미디어 정치 현상의 본질과 문제점을 분석해 보고,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갈수록 늘어 나고 있는 정치 과정에서의 미디어 역할이 과연 민주주의 발전에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에 대한 답도 찾으려 하였다. 이 책은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미디어 정치와 선거에 직간 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치인과 언론인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 2, 3부는 학부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였고, 4부는 난이도를 조금 높여 학부 고학년 학생과 대학원 학 생들을 겨냥해 준비하였다. 이 책의 구성에서 졸저 󰡔미디어 선거의 이 론과 실제󰡕(2006년 개정판)의 구성이 좋은 참고가 되었으나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은 새롭게 짜여졌다. 1부 ‘정치제도로서의 미디어’에서는 오늘날 모두가 만족스럽게 생 각하지 않는 민주주의와 그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원인을 진단하고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집중적으로 살펴 볼 것이다. 아울러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의 허상과 이미지 정치로 인한 폐해에 대해 알아보고, 미디어 정치와 선거 시대에서 우리가 꼭 알 아두어야 할 저널리즘의 윤리와 원칙, 법규 문제를 다루었다. 2부 ‘정치 캠페인 뉴스 메이킹’에서는 미디어와 정치 간의 관계에 서 생산·보도되는 정치 뉴스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또한 정치 인들이 미디어의 내용과 메시지를 통제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정부와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 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상황에서 정치와 언론 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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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우리 언론의 선거 보도 실태와 문제점을 상술하였다. 3부 ‘미디어 정치 캠페인 수단’에서는 미디어 캠페인의 핵심 수단 들인 TV 토론, 정치광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선거 여론조사 의 본질과 실태 그리고 문제점들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례 를 통해 알아보았다. 4부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는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와 관련 된 이슈와 중요 연구과제들을 살펴보고 이것들에 대한 국내외 연구결 과들을 자세히 소개하였다. 아울러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의 향후 과 제들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아무쪼록 이 책이 국민들의 미디어 정치, 선거에 대한 이해를 높여 결과적으로 미디어 중심의 정치가 갖는 역기능을 줄이고 보다 적극적 이고 책임감 있는 민주시민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시민 있 는 민주주의’가 부활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자료수집과 정리를 도와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과 대학원 박사과정 김 영신 조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전 한다.

갑오년 원단 권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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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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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정치 제도로서의 미디어 01 미디어와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

미디어 정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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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미디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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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와 미디어

15

텔레비전의 정치적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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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의 특성과 정치적 함의 참여민주주의와 미디어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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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미지 정치와 선거

이미지 정치의 현실 이미지 정치 효과

43 51

이미지 형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미지 회복 전략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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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미디어 선거의 윤리와 법규

선거와 미디어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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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

76

외국 방송의 선거 보도 원칙과 법규 외국 신문의 선거 보도 원칙 한국의 미디어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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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100

2부 정치 캠페인 뉴스 메이킹 04 정치 뉴스 생산과 보도

정치 뉴스의 특성 정치 뉴스 편향

127 137

상업주의 저널리즘과 보도의 획일성 선거 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147

150

05 미디어 전략과 뉴스 관리

정부와 미디어의 관계 뉴스 관리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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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략

194 203

06 한국 정치와 미디어

미디어 환경과 정치적 영향력

216

한국의 선거 취재 보도 시스템 특성

225

한국 미디어의 선거 보도 특성과 문제점 미디어 선거 보도의 새로운 방향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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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미디어 정치 캠페인 수단 07 TV 토론 TV 토론과 선거

275

미국의 TV 토론 발달 과정

281

우리나라의 TV 토론

290

TV 토론 전략과 효과

316

선거 방송 토론의 쟁점과 문제점 새로운 방향과 개선 방안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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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정치광고

정치광고 시대

345

정치광고의 개념과 전략

347

정치광고와 선거 캠페인

351

정치광고의 빛과 그림자

368

정치광고의 효과

378

정치광고 활성화 방안

382

09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인터넷과 정치

388

미국에서의 인터넷 선거

400

한국에서의 인터넷 선거

408

소셜 미디어와 정치

411

사이버 정치의 빛과 그림자

422

10 선거 여론조사

여론조사와 선거

432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의 실태와 문제점 출구조사

452

439


설문 문항의 중요성 무응답률 문제

473

476

미디어의 여론조사 보도와 효과

482

선거 여론조사 발전을 위한 제언

485

4부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 11 미디어의 정치적 효과

미디어와 정치 효능감

493

미디어와 정치 냉소주의 미디어와 정치 참여

499 515

12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 현황과 과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발달 과정 선거 캠페인 연구

535

한국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 미디어 정치 캠페인 연구의 과제

참고문헌

551

523

539 545


1부 정치 제도로서의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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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

미디어 정치 시대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정치와 미디어 선거가 갑자기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부터 국민들 사이에 우리나라 선거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 선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미디어 선거운동이 강력히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미디어 선거가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였다. 특히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후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 론을 시작한 TV 토론은 본격적인 미디어 선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 대 사건이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의 선거를 ‘미디 어 선거’로 일컫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디어 정치를 실감케 하는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사례 1 지난 15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1997년 8월 5일. 김대중 후보

는 MBC의 아침 프로그램인 <임성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사별한 전 부 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잠시 비쳤다. 김 후보의 눈물 어린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인 주부들의 심금을 울렸다. TV프로그램 출연 으로 김 후보는 그동안의 ‘빨갱이’, ‘무섭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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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이미지를 새롭게 변신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까지 20.7%였던 여성층의 김 후보 지지율은 8.2%포인트 늘어난 28.9%로 껑충 뛰었다.

사례 2 1996년 4월 11일의 15대 국회의원 총선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 발

생한 북한의 DMZ 무효화 선언 사건, 이른바 북풍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는 당시 야당이 어렵게 확보해 놓은 수도권의 20여 석을 일순간 날 려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사례 3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첫 번

째 정치광고인 <눈물>편. 오직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비틀즈의 명곡 <상상해봐요(Imagine)> 노래가 잔잔하 게 흐른다. 이윽고 주르륵 흐르는 노 후보의 눈물. “노무현의 눈물 한 방 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두 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 대한민 국 새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조용한 카피. 노 후보가 실제로 눈물을 흘 린 화면을 이 광고에서 사용하여 노 후보가 40대에 실천하였던 민주화 투쟁을 상기시키면서 많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시켜 그의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례 4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

보들은 TV토크쇼에 출연하여 자신들의 인간적인 측면들을 부각하여 국 민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성공하였다. 안철수 교수는 2009년 6월 17일 MBC <무릎팍 도사>에 전격 출연하여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 라 훗날의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 재인, 안철수 후보가 연이어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하여 국민들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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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몰랐던 내면적인 얘기들을 들려줌으로써 국민들과의 친근감을 크게 높 일 수 있었다.

이러한 네 가지 사례는 오늘날 매스미디어가 차지하고 있는 정치 적 영향력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증거물이다. 우리가 이른바 미디어 정 치 시대(media politics)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다. 과거, 정치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정당을 비롯한 정치 기구들의 역할 이 감소하면서 오늘날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고, 때로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 정치 의 한 부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 수가 되었다(Iyengar, 2000). 한마디로 이제는 미디어가 시·공간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정치 적 현실까지 초월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현실(realities)은 미디얼리 티(medialities), 정치화(politicization)는 미디어화(media-lization), 정 치 논리(political logic)는 미디어 논리(media logic), 정치적 지배 (political rule)는 미디어에 의한 지배(mediarchy)로 대체되었다(이수 범, 2001). 여기서 미디얼리티는 마이클 로빈슨(Michael Rob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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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p. 191)이 처음으로 제기한 개념이다. 미디얼리티란 미디어가 강 조, 확대, 특징화시킴으로써 그 중요성을 부여시킨 사건이나 상황을 말 하는데, 이것은 실제 중요성을 수정·왜곡하거나 모호하게 만든다. 선 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예로서는 정책 스캔들, 경제적 재난 그리고 개인적 약점 등을 들 수 있겠다.

민주주의와 미디어의 역할 정치 정보 홍수 시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은 공중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 출하는 과정이다. 공중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는 정치 참여의 중요한 수 단인데, 민주주의 과정은 선거와 선거 과정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선 거는 민주정치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차원을 갖는다. 선거의 1차 목 적은 책임 있는 정부 관리를 뽑는 일이다(Alger, 1996, p. 7).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공간적으로 매우 제약된 삶 을 살고 있다. 신경 쓸 일과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가정, 직장, 학교, 친구, 종교, 진로, 기타 개인적 관심사 등 우리가 신경 쓰지 않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신 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일, 특히 정치와 선거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가 출마하였고,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정책들을 내걸고 있으며, 어느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 스스로가 직접 경험할 수 없다. 시공 간적으로 제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를 대신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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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정보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디어가 정치권과 국민, 정치인과 공중을 연결해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미디어는 민주주의의 신경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정당이 중요한 정보원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 공 중의 중요한 정치 정보원이자 정치 행위의 조직자요, 안내자로서의 정 당의 역할과 영향력이 나날이 쇠퇴해 가고 있다. 정당 이외의 중요한 정치 정보원은 공중 개인이 속해 있는 이익집단(interest group)으로서 노동조합이나 협회,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정보원에 비해 매우 좁은 범위 내에서만 정보가 전해지고, 여기에 서 나오는 정치 정보는 편향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늘날 대부분의 공중은 중요한 정치 정보원으로서 미디어 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설사 가족이나 친구 등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 정보를 얻는다 해도 그러한 정보조차 미디어를 통해 얻은 간접 정보일 경우가 많다.

뉴스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문과 텔레비전 이용률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에, 인터넷 이용률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신문구독률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는데, 1996년 69.3%, 2000년 58.9% 그리고 2004년에 처음으로 절반 이하인 48.3% 로 떨어졌고, 2010년 29.5%, 2012년 20.9%로 크게 떨어졌다(2012 KAA 미디어리서치).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문 보는 시간도 갈수록 줄 어드는데, 2002년에 하루 평균 37.3분에서 10년 만인 2012년에 15.7분 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의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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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998년 국민의 TV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평일 3시간 13.6분, 2004년 2시간 35.2분으로 해마다 줄어들다가 2006년 3시간 23.3분으 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 이후로 TV 시청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데 2010년 2시간 48.7분, 2012년 2시간 52.6분으로 나타났다(한 국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의식조사).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터 넷 이용률은 1999년 22.4%, 2000년 44.7%, 2002년 59.4%, 2004년 70.2%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여 인터넷 상용화 10년 만인 2004년 에 인터넷 이용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이후로 증가세가 둔 화하였는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통계에 따르면 2008년 81.0%, 2010년 83.7%, 2012년 84.1%를 기록하였다(연합뉴스, 2013. 12. 14). 그런데 고정형 인터넷 이용보다는 스마트폰 등 이동형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진흥 원의 2013년 조사에 의하면 2011년 42.5%, 2012년 65%를 기록했던 스

그림 1-2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 변화 추이(단위: 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의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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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폰 보유 가구 비율은 2013년에 79.7%로 올랐다. 스마트폰 사용 증 가로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58.3%에서 91%로 크 게 늘었다. 카카오톡과 라인 등 모바일 기반 인스턴트메신저 사용 비율 도 2012년 60.1%에서 82.7%로 증가했다(≪한겨레≫, 2013. 12. 17). 한편 <나는 꼼수다>, <뉴스타파>, <이슈털어주는 남자> 등 팟캐스트 이용률은 2012년 현재 13.0%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미디어 정치 정보원의 다양화

미디어가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정치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미디어의 종류와 채널이 분화,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 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쏟아내는 정치 정보는 홍수를 이 루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을 보면, 1992년에는 CNN이 유일한 케이블 뉴스 채 널이었으나 2000년에 CNN, CNN Headline News, CNBC, C-SPAN, MSNBC, 그리고 FOX News 등이 새로 생겼다. 아울러 <60분(60 Minutes)>, <20/20> 등의 지상파 TV 잡지 프로그램이 예전에는 두 개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각 채널마다 한두 개씩이 있다. 온라인 정치 웹 사이트의 수와 종류도 크게 늘어났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각 정당, 각 신문과 방송 등의 뉴스 미디어들은 자체 웹사이트를 갖고 있다. 또 한 정부 기관 사이트는 물론이고 수많은 비정파적 또는 독립적인 웹사 이트들이 많으며 갤럽, 로퍼 등의 여론조사 회사들도 사이트를 갖고 있 다. 따라서 오늘날 수용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정치 정보원들에 얼마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Shaw, 2001). 우리나라도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이외에도 2011년에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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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4개의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YTN, 뉴스Y 등의 보도 전문 케이블 채널들이 수많은 정치 정보들을 쏟아내 고 있다. 또한 수십 개의 인터넷 뉴스, 팟캐스트 방송 그리고 실시간으 로 정치 정보들을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의 모바일 미디어들이 또 다른 중요한 정치 정보원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텔레비전의 이용률이 줄어드는 대신 에 인터넷에 대한 의존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도 텔레비전 의 지배는 여전하다. 다시 말해 아직도 텔레비전이 정치 정보원으로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고, 또한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면 텔레비전이 여전히 최고의 정보원이자 신뢰원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래니(Ranney)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 하고 있다(Mughan, 2000). 첫째, 광고가 아닌 정치 프로그램에서 텔레 비전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비정파적이다. 둘째, 이러한 메시지는 일반 적으로 시청자의 깊은 신념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셋째, 신문 독서 행 위나 정치 집회 참석에 비해 텔레비전 시청은 정치 정보를 획득하는 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 수단이다. 넷째,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보고, 좋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

노리스(Norris, 2000, p. 12)는 대표민주주의 시대에 미디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첫째는 시민 토론광 장(civic forum) 역할로서 미디어가 공공 문제에 대한 다원적 토론을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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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파수견(watchdog) 역할로서 미디 어가 권력 남용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정치 동원 주관자 (mobilizing agent) 역할로서 미디어는 선거 과정에서 공중의 학습과 투표 참여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의 세 가지 역할 기준에서 미디어가 그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노리스의 주장을 통해 살펴보기 로 하자(Norris, 2000, pp. 25∼32).

시민 토론광장 역할

먼저 시민 토론광장으로서의 뉴스 미디어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시민 토론광장으로서의 뉴스 미디어 개념은 하버마스(Habermas)의 공론장 (public sphere) 개념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공론장 영역에 대한 하버마스의 이상적인 개념은 시민사회에서 공공 문제에 대한 폭 넓은 토론의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공론장은 시민과 국가 간을 중개하 는 토론광장 또는 집회장소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충분한 정보를 갖춘 상태에서 그 날의 주요 이슈에 대한 진지하고 심층적인 토론을 촉진시 킨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뉴스 미디어 발달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를 통탄한다. 그에 의하면 대량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신문, 대규모 미디어 그룹에 의한 미디어 집중, 그리고 광고주 힘의 증가 등은 정치 정보를 획일화시키고, 실제 정치토론을 가상 정치토론으로 바꿔놓는다 고 말한다. 따라서 올바른 토론을 위해서는 균형(balance)이 중요하다. 균형은 외적 및 내적 다양성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외적 다양성(external diversity) 개념은 다른 미디어 채널들 간의 경쟁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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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 ≪데일리 메일 (Daily Mail)≫ 등은 오랫동안 보수당에 동조적인 신문들이다. 반면에 ≪데일리 미러(Daily Mirror)≫와 ≪가디언(Guardian)≫은 뉴스와 사 설에서 좌파에 기울어져 있다. 프랑스 역시 ≪르 피가로(Le Figaro)≫는 우파, ≪리베라시옹(Liberation)≫은 좌파 성향의 신문들이다. 따라서 영국과 프랑스는 적어도 신문에서만큼은 외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것 이다.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이념이나 정치적 색깔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보수 신문과 ≪경향신문≫, ≪한겨 레≫ 등의 진보 신문 간에는 어느 정도 이념적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가 바로 외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주요 뉴스 미디어 채널들이 일관되게 오직 한 정당이 나 하나의 관점만을 선호하거나 미디어들이 소수 정당이나 소수 관점 을 체계적으로 배제시킨다면, 또는 시민들이 오직 하나의 뉴스 소스에 만 의존하게 된다면 시민 토론광장으로서의 뉴스 미디어 역할에 문제 가 생긴다. 이러한 외적 다양성에 대한 대안적 개념은 보도의 내적 다양성 (internal diversity)이다. 이 모델은 미국 언론이 전형적이다. 각 신문은 자신의 칼럼 내부에서 다양하고 대조적인 관점들을 제공한다. 의견란 이나 칼럼에서 진보적이고 보수적인 내용을 균형화한다. 내적 다양성 은 비록 특정 시장 내에서 신문의 선택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원주의를 유지시켜 줄 수 있다. 한때 유럽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공영방송이 선거 뉴스보도에서 엄격한 정당 간의 균형성을 이룬 것이 바로 내적 다양성의 또 다른 예다. 텔레비전 편집자나 프로듀서들은 공 통적으로 주요 정당에 대한 등거리 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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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보도에서 정당 간의 양적 균형성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 대한 우 호적­비우호적 기사가 균형을 이룬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의 정책 제안 이 보도될 때 상대 정당의 반대 주장이 동시에 실리게 된다. 내적 다양성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은 미디어가 시비를 두려 워하여 급진적 좌와 우를 배제하고 중도 노선 보도로 일관함으로써 일 어나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편파성이다.

파수견 역할

두 번째 기능인 권력에 대한 파수견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민주주의는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폭넓은 정치적 권 리와 시민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가 파수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리직에 출마한 후보들은 물론이고 비영리 조직과 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자리에 도전하는 사람들까지도 조사를 해야 한다. 언론은 공중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들의 불만을 접수하며 정부 권 위에 도전함으로써 공중의 옹호자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정치 보도 에서 파수견 역할을 제대로 하자면 언론이 정치인들의 확성기 또는 필 경사, 앵무새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언론은 수용자를 겨냥 한 정치인들의 메시지를 여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정당의 전략과 전술을 분석, 보도하는 것은 미디어의 파수견 역할로 볼 수 있다.

동원 주관자 역할

세 번째, 동원 주관자로서의 역할을 보도록 하자. 만약 언론이 ① 시민 들이 유식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공중 문제에 대한 학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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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기고, ② 서민들의 이익과 토론을 자극한다면 그리고 ③ 투표 참여 를 포함한 공중의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 공중 문제에 대한 시민 들의 학습, 정부에 대한 신뢰, 정치 활동 등)를 강조한다면, 적어도 동원 주관자로서의 역할은 성공한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과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노동계급에게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고 주장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민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서다. 밀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만이 공공문제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거와 미디어의 역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필 수다(Alger, 1996, p. 9). 첫째는 공중에게 대안적인 선택들이 주어져야 한다. 사회가 안고 있는 정책 결정을 위해 공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쟁 적인 대안들이 있어야 하듯이, 선거에서도 경쟁하는 두 명 이상의 대안 적 후보들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경쟁하는 대안들을 상호 비교하여 이 들의 장단점을 공중에게 알리려는 노력이야말로 밀턴(Milton)이 강조하 였던 ‘사상의 공개시장(marketplace of idea)’이라는 민주주의 개념에 필 수이며, 시민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선택은 곧 민주주의의 핵 심이다. 선택이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중이 정치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선거에서 공중은 ① 지도력, 후보의 자질(학력, 공직 경력, 기타 경력 등), ② 후보의 일반적인 정치 성향 및 정치 철학, 중요 이슈 에 대한 입장, ③ 선출되는 직위의 성격(공식적인 책임과 요구 등), ④ 중요 이슈에 대한 주장과 요소에 대해 본질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가져 야만 한다. 공중은 선거 때가 아닌 평소에도 관리들의 업무, 새로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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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안과 그 정책이 가져올 효과 등에 대한 정보도 필요로 한다. 사토 리(Sartori, 1987)는 “유권자의 힘은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보장에 불과 하다. 본질적인 보장은 시민들이 정보를 갖고, 여론 형성자와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충분한 정보와 정보 접근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원칙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미디어 민주주의의 위기

“이제 현대 선거는 돈에 의해, 즉 부자들에 의해, 또 미디어 장악을 통한 통제에 의해서만 승리한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시들어 가지만 선거운동 원들은 그들만의 승리를 자축할 것이다.” 2000년 11월 7일 미국의 대통 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민주주의 종주국인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남긴 교훈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문화일보≫, 2000. 11. 9). ≪가디언≫의 미국 대통령 선거 비판은 정확하다. 어느 선거를 막론하고 선거 캠페인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자보다 더 많은 표를 얻 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선거에서 표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TV광고다. TV광고 시간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 고, 결국 이를 위해 수백만, 수억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아야만 하는 것 이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모금하였 는데, 대선과 상·하원의원 선거를 통틀어 사용된 자금은 약 39억 달러 로 지난 2000년의 30억 달러에 비해 30%가량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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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민간기구 ‘대응정치센터(CRP)’에 따르면, 공 화당 후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펼친 대선 레 이스에 직접 사용된 금액이 12억 달러로 집계됐다(≪서울신문≫, 2004. 11. 7).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선거 유세와 각종 배너, TV광고 등에 총 17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7900만 달러로 매 일 두 후보는 260만 달러를 쓴 셈이다(김만기·김규현, 2013). 선거 감 시 조직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 모금액 7억5000만 달러 가운데 57%를 미디어 부문에 사용했는데, 이 중 88%가 방송 광고 관련 지출이었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 후보가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세하기 힘들기 때문에 TV광고가 자신의 홍 보와 상대 후보 공격에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다. 게다가 50개 주마다 관심사·인종·라이프스타일 등이 달라 각각 다른 광고를 제작해야 하 기 때문에 돈 수요는 급증한다(≪한경비즈니스≫, 2012. 10. 19). 우리나라를 보면 2012년에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 혜 후보가 480억 원, 문재인 후보가 450억 원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하였 다. 이 선거비용 중 58%가 신문, 방송, 광고비 등 홍보비로 사용되었다 (김만기·김규현, 2013). 미국의 선거가 돈선거라는 것은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의회선거 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역대 통계를 보면 상하원 모두 돈을 많이 쓴 후 보가 승리하였다. 미국의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선거에서 상원의원 당선자의 81%와 하원의원 당선자의 96%가 상대 후보들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즉, 상원의원 32석 중 26석, 하원의원 433석 중 417석이 해당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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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뿌린 후보에게 돌아간 것이다. 2000년 선거에서 ‘선거비용 챔피언’은 공화당의 밥 프랭크 후보를 누르고 뉴저지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민 주당 존 코자인 후보였다. 코자인 후보는 총 6500만 달러를 써 역사상 가 장 비싼 선거를 치른 것으로 기록됐다(≪조선일보≫, 2000. 11. 10). 분명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의 선거 제도는 과다한 비용을 수반해 정치적 부패를 가속화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선거 구조 때문에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나 이익단체 들과의 이해관계나 로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비용의 대 부분이 TV 정치광고비와 선거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각종 정책 자문가, 스핀닥터(spin doctor),1) 여론조사가, 기술 자문가, 변호사, 인턴 등과 같이 다양한 전 문가들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러한 능력 있는 선거 전 문가들 없이는 어느 누구도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 치인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연설문을 써 줄 참모와, 정책 문 제에 대해 자문을 해 줄 자문가, 그리고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 줄 회계사들을 고용하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미디어 정치 시대를 맞이하여 정치인들 은 자신의 매너와 자세, 표정 관리, 때로는 TV 분장 등을 담당해 주는 카운셀링 업체에도 많은 돈을 지출한다. 만약 특정 후보자가 미디어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한다면 그는 별것 아닌 정치인으로 전락한다. 후보 자가 텔레비전에 출연하더라도 그의 말과 표정에 따라 그에 대한 이미

1) 스핀닥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킴은 물론 정부 수반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역할 까지 하는 정치 전문가 또는 홍보 전문가를 말한다(송종길·이호영, 2007, pp. 33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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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외모나 표정을 관리해야만 한다.

민주주의 위기의 징조와 원인

현대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징조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 인과 정치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관점, 여기에 따른 정치 참여의 부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과 언론은 으레 국 민들에게 선거 과정과 투표에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일반 대중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기란 쉽지가 않다. 한마디로 선거는 여론조 사가, 선거운동원 등 선거 전문가들만의 잔치로 변해 가고 있다. 시민들이 정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개의 이슈 에 대해 시민들이 지닌 정보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 면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종합 조사에서는 유권자들에게 각 대통령 후보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 지식(전 텍사스 주지사 등)을 3개씩 들어 보라고 주문했는데, 3개를 모두 맞게 꼽은 사람의 비율은 12.7%에 불과했고 30.3%는 (대통령이 된 전 텍사스 주지사에 대한 배경 지식을 포함해서) 단 한 가지도 꼽지 못했다(Bennett, 2009, p. 203). 미디어 정치에서 공중의 역할이 주변으로 밀려남으로써 로버트 엔 트먼(Entman)이 말한 ‘시민 없는 민주주의’가 성립된다. 수전 헙스트 (Susan Herbst)는 한 연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주로 내부 참여 자들의 이익을 위주로 진행되며, 더 큰 공중의 존재나 공중의 정보 수요 가 무엇인지에 관한 인식은 희미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Bennett, 2009, p. 28). 따라서 뉴스가 대중들보다는 내부자용으로 되어 버렸다 는 우려가 있다. 이런 미디어 논리는 ‘시민 없는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 다. 시민이 뉴스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여론조사를 했을 때와 이따금 항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인데, 이때도 시민들은 대체로 주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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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보다는 카메오 역할에 머문다(Bennett, 2009, p. 51). 그렇다면 오늘날 민주주의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미국은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인가? 만일 민주주의가 삼권분립에 의해 삼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 관계에 있고, 시민들이 투표권을 포함해서 인권과 자 유를 누리는 정도로 규정된다면 미국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본래의 말뜻대로 국민이 주인인 체제, 즉 다수가 중요한 정 치적 결정에 참여하는 체제로 정의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제한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많은 주요 결정들은 기업 부문의 영역이 고 정부가 행하는 대부분의 결정은 공중은 알지도 못하거나 거의 영향 을 미치지 못한 채 강력한 이익집단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이 불평등이 심하고, 결정 과정에 대중의 참여가 최소이고, 탈정치화 가 광범한 사회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로 불릴 수 없다는 것이 다(이효성, 2001a).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텔레비전이 조장했거나 주도했다는 의 견이 팽배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이 모든 사회적, 정치적 병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투표율의 감소, 정당의 쇠퇴, 정치 참여의 감소, 이슈 토론의 감소, 현직자의 자동적인 재선, 정치 지도부 의 문제 해결 전략보다는 상징 사용의 증가, 일반적인 공중 불신과 냉소 주의의 증가 등의 문제가 결코 텔레비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Denton, 2000). 그중에서도 정치에 대한 미디어의 부정주의 조장에 관 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데에는 쉽게 동의한다. 그 렇다면 이러한 위기를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수많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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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동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선적으로 들 수 있는 것 으로는 선거 등 정치제도의 구조적인 문제, 정치인과 정치기구들의 문 제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미디어 역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 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미디어가 일반 공중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국가나 시민 문제에 대한 경시, 그리 고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을 직접적으로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media malaise theory)이다. 미디어 부정주의에 관한 연구는 1960년대 정치학에서 처음으로 시 작되었다. 워터게이트 후인 1970년대부터 이와 관련된 학술 논문들이 본격적으로 나왔고, 1990년대 들어서서는 언론학과 정치학에서 홍수 를 이루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여기에 관한 단일 이론은 없다. 노리스(Norris, 2000, p. 4)는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의 범위를 정의 하였는데, 그는 뉴스 미디어와 정당 캠페인에 의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의 실천이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를 방해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 는 이론이라고 하였다. 모든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정을 갖는다. 첫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은 시민 참여에 중 대한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이러한 영향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초창기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은 텔레비전 뉴스에만 국한하여 초점 을 맞추었는데, 나중에는 전체 저널리즘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뉴스 문 화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관한 미국과 유럽의 연구 경향 및 내 용을 각각 살펴보기로 하겠다.

미국에서의 연구 경향과 내용

미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최초의 문제제기는 1960년대 랭(Lang) 부부에 의해서다. 이들은 처음으로 방송사 네트워크 뉴스의 부상과 미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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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환멸 간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텔레비전 방송은 정치 갈등을 과장하고, 일상적인 워싱턴의 정책 결정을 깎아내 림으로써 공중의 냉소주의를 부추긴다고 하였다(Norris, 2000, p. 5). 1970년대 월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공중의 소외감이 커지자 몇몇 학자들이 이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중 마이클 로빈슨(Michael Robinson, 1976)은 처음으로 비디오 부정주의(video-malaise)라는 용 어를 사용하였다. 그는 미국인들의 텔레비전에 대한 의존이 정치적 냉 소주의, 사회적 불신, 정치 효능감2)의 상실 등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 다. 그는 심한 부정주의, 갈등적 틀, 반정치 제도 사고 등으로 가득 찬 텔레비전 뉴스를 많이 보게 되면 정치적 불만, 좌절, 냉소주의, 자아 의 심, 그리고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로빈슨은 이러한 과정은 선거 기간에 매우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이 이슈보다는 경마식 보도를, 사실적 정보보다는 분석을 강조하고, 후 보들의 ‘나쁜 뉴스(bad news)’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 경향에 더 이상 흥 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래니(1983) 역시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TV가 시민 비참여(civic disengagement)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만 텔레비전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전통 적으로 보통의 미국 시민들은 정치와 정치 지도자에 대해 낮게 평가하 는 경향이 있었는데, 텔레비전이 이러한 경향을 더욱더 강화시켰으며, 정부와 정부 기구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고, 시민들의 투표 의 욕마저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2)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란 한 개인이 정치 과정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광범위

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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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쁜 뉴스 “나쁜 뉴스는 좋은 뉴스를 만든다”는 개념은 상업주의 저널리즘의 오래 된 전통이지만 최근에 와서 그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패터슨 (Patterson, 2000)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언 론에 보도된 주요 정당 대통령 지명자에 대한 좋은 뉴스-나쁜 뉴스 비율 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에 나쁜 뉴스는 상승하였다. 1960년대 후보들 은 1970년대 후보들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보도되었다. 1970년대 후 보들이 1980년대 후보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도된 것은 물론이다. 변 화는 극적이다. 1960년 케네디와 닉슨에 대한 기자들의 모든 평가적 언 급 중 75%는 긍정적이었으나 1992년 클린턴과 부시에 대해서는 오직 40%만이 긍정적이었다. 1980년과 1988년, 1992년 선거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많았다. 월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언론이 정치인을 등지고 돌아선 시기라고 한다면 최근은 언론 이 정치인을 향해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 시기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의회와 대통령에 대한 뉴스보도가 극단적으로 비판적이었고, 이 시기에 의회와 대통령에 대한 공중의 인지는 매우 비 호의적이었다.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 뉴스보도는 정부에 대한 공중의 불신을 높여 주는데(Capella & Jamieson, 1997), 이러한 효과는 신문 독자와 텔레비전 시청자 모두에게서 발견되었다.

② 전략적 뉴스 한편 오늘날 비단 텔레비전만이 아니라 모든 뉴스 미디어들은 여론조 사에 기초한 경마식 보도, 그리고 갈등적 부정적 뉴스(나쁜 뉴스), 전략 적 게임 틀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다. 캐펠라와 재미슨(Cappel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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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son, 1996)은 정치 문제에 대한 전략적 뉴스 틀은 캠페인 정치는 물론이고 정부와 공중 정책에 대한 냉소주의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미 디어는 대체로 정책과 문제의 내용보다도 주로 전략과 갈등을 강조하 는 보도 관행을 갖고 있는데, 카펠라와 제미슨의 지적대로 승자와 패자, 내부 거래, 정치적 계산에 주로 초점을 맞춘 기사는 냉소주의를 부추긴 다(Bennett, 2009, p. 29). 도트리치와 하틀리(Dautrich & Hartley, 1999)는 뉴스 미디어는 미 국 유권자들을 실패하게 만들었다고 결론지었다. 왜냐하면 많은 시민 들은 언론이 선거 캠페인 전략과 전술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보도 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며, 동시에 정치 이슈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 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이 전적으로 미디 어만의 책임일까? 정치인들은 책임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사실 더 많은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베넷(Bennett) 은 정치인들은 네거티브 선전을 펼치고 정부를 모든 악의 뿌리로 매도 해 정치의 우물에 독을 풀어 넣었다고 말한다. 자기와 대동소이한 사람 들을 조심하라고 시민들에게 경고하고 의회에 입성한 정치인들은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중에게 자기와 자기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매디슨 애비뉴(광고업계)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를 고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Bennett, 2009, p. 49).

③ 뉴스의 연성화 닐 포스트만(Neil Postman, 1985)은 케이블TV와의 시청률 경쟁 때문 에 지상파방송들은 심각한 정치 보도보다는 오락 지향적이고, 범죄, 유 명 인사 등에 사로잡힌 타블로이드 TV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결국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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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방송들은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보다는 할리우드와 건강, 스 포츠 등을 끝없이 보도하여, 시청자들은 오락만을 죽도록 즐기게 되었 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임영호(2000)는 저널리즘 장르가 오락 프로그램의 요소를 받아들여 융합해 가면서 뉴스의 ‘연성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 말한다. 뉴스 가치를 갖는 무겁고 딱딱한 주제, 즉 하드 뉴스 대신에 인간적 흥미에 비중을 두는 소프트 뉴스를 중시하고, 뉴스 취급 방식에 서도 정책적 쟁점과 배경보다는 극적인 영상에 치중하며 친밀하고 격 의 없는 진행 방식, 앵커의 카리스마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가치에다 오락 프로그램의 경 험에서 얻은 지혜를 가미한 것이다. 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에 적합 한 텔레비전 매체 본래의 특성을 살려 뉴스 프로그램의 대중성(시청률) 을 높이려는 상업적 동기의 산물이다. 하드뉴스의 공통된 기준은 사회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응당 알아 야 할 내용이 보도에 담겨져야 한다. 이 기준은 다른 주제보다도 정부 의 여러 활동, 선거 후보자의 입장, 국제 정세, 정책 문제, 사회문제, 역 사적 사건 등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다. 소프트 뉴스는 감성적이고 즉각적이다. 수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그만이다. 주로 오 락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Bennett, 2009, p. 82). 정책 문제와 세계 정세에 관한 심각한 뉴스는 인기가 없다. 가장 인 기 있는 뉴스 주제는 사람들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끼치는 화제(범죄, 유명인, 건강, 소비자 기사, 오락)를 반영한다. 정치 뉴스와 국제문제는 세계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와 테러리즘 같은 이슈들이 개인 의 삶과 직접 관련될 때를 제외하고는 뉴스 관심도 조사에서 최하위권 을 기록했다. 정치나 국제뉴스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50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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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연령층에서는 20%를 약간 넘는 반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연령층 에서는 10%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범죄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조사대 상이 된 모든 연령층에서 40%를 상회했다(Bennett, 2009, pp. 76∼77). 뉴스 내용의 연성화 추세를 가장 종합적으로 제시한 패터슨(2000) 의 연구에 따르면, 경성 뉴스에서 연성뉴스로 전환되는 경향은 주로 20 세기 마지막 20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부터 1999 년까지 5000개의 뉴스(2개의 TV방송사, 2개의 주간 잡지, 3개의 주요 신문과 26개의 지역 일간신문)에 대한 패터슨의 내용분석 결과에 따르 면 공공정책 내용과 무관한 기사(연성뉴스)가 전체 기사에서 1980년에 는 35%였으나 1999년에는 거의 5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 구에서 선정주의적인 뉴스는 25%에서 40%로 증가했다. 인간적 흥미에 관한 기사는 11%에서 26%로 늘었다. 게이블러(Gabler, 1998)는 정치 과정은 쇼 비즈니스로 재포장되었 다고 말한다. 오락 중심적이고 유명 인사 지향 사회에서, 공중의 관심 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유일한 가치 기준이 되어 버린 현대사회에 서 진지한 정치 토론과 정책 문제, 그리고 심각한 선거 보도는 주변화되 어 버렸다는 것이다. 팰로우(Fallow, 1996)는 대중성 지향 시장은 미디어로 하여금 시 청자들이 다른 채널로 돌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선정적이고 피상적이 며, 대중주의적 정치 보도를 추구하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미디어가 점점 더 오만하고, 냉소적이고, 스캔들을 즐겨 다루고, 파괴 적이 되어 수용자들의 불신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유럽의 연구 경향과 내용

상업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전통적으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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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방송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공영방송 독점 체제 가 깨지면서 공민영 혼합 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두고서 많 은 사람들은 상업방송과의 시청률 경쟁 때문에 공영방송의 질과 프로 그램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달그린 등(Dahlgren, et al., 1997)은 공영방송이 상업방송으로 대치됨에 따라 공론장(public sphere)이 황폐화되었다고 말한다. 슐츠(Schulz, 1998) 역시 독일에서 공영방송이 쇠퇴하면서 정치 뉴 스의 선정적이고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상업 채널의 성장으로 말미암 아 공중의 냉소주의가 증가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비단 텔레비전만의 경향이 아니라 인쇄 매체도 마찬가지다. 줄어드는 독자 확보를 위해 신 문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신문의 타블로이드화(tabloidization), 정보오락화(infotainment)가 가속되고 있다(Norris, 2000, p. 9). 일부 사람들은 인터넷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 고 있지만, 오히려 인터넷이 정치적 냉소주의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스와 오웬(Davis & Owen, 1998)은 “인 터넷은 정치적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터넷 접근 기회가 똑같지 않다면 민주주 의 참여를 위한 인터넷의 잠재력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일찍이 머독과 골딩(Murdock & Golding, 1989)은 뉴미디어는 전 통적인 정치 참여에서 기존의 사회적 불균형을 재생산하고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대 선거 캠페인은 정치 마케팅 기술을 폭넓게 채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 선거 캠페인은 PR, 뉴스 관리, 광고, 연설문 작성, 그리고 여론조사 등에서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정치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공중의 정치 지도자와 정치 기구들에 대한 냉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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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가 증가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정치 마케팅 의 조작, 설득 기술이 정치 지도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유 럽의 많은 사람들은 영국, 독일,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선거 캠페인이 미국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공중의 정당에 대 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정당과 정치인들이 부정적, 공격적 광고를 사용해 유권자들의 정치 참 여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Norris, 2000, p. 10). 이와 관련하여 블럼러(Blumler, 1995)는 서구 사회가 시민 커뮤니 케이션의 위기라고 진단하였다. 그에 의하면 정당은 점차로 자신의 메 시지를 언론의 형식, 뉴스 가치, 언론인의 선호 경향에 맞춰가고 있는 데, 기자들은 정당이 작성해 준 정치 기사에 단지 자신의 이름만을 적어 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결과적으로 선거 캠페인 보도를 황 폐화시키며, 국가가 당면한 진지한 정책 이슈에 대한 공중 토론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지금까지 논의한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을 간단히 재정리하자면 공 중의 뉴스 미디어, 특히 TV 노출은 정치 학습을 떨어뜨리고, 정치 지도 자와 정부 기구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리며, 투표와 같은 정치동원을 감 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능동적인 민주주의 시민 의식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Norris, 2000, p. 17). 정보는 시민들이 선출될 공 직자에 대한 판단과 평가에 결정적이다. 텔레비전 뉴스는 공중에게 제1 의 정보원이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공중의 결정을 나쁘게 이 끌 수 있다. 텔레비전 매체는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원칙을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요소로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치 이슈와 행위는 개인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정책들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 들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공중들이 텔레비전을 정치 정보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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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더 많이 의존할수록 텔레비전은 정보를 더욱더 단순화시키며, 복잡 한 사회 이슈를 인식하고 수행하고 평가하는 능력 역시 떨어질 것이다 (Hellweg, Pfau, & Brydon, 1992). 텔레비전이 다른 미디어들에 비해 우리들의 정치 지식수준을 떨어 뜨리거나 정치학습을 방해한다는 국내 연구들도 많다. 한국언론진흥 재단은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5가지 시 사 상식문제를 얼마나 알아맞히는지 조사를 하였다. 조사결과 신문 구 독자들의 문항 정답률이 62.9%로 가장 높고(전체 평균 정답률은 55.5%), 이어서 라디오 이용자(60.9%), 인터넷 이용자(60.0%) 순이었 고 TV 이용자들의 정답률은 55.5%로 가장 낮았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의식조사). 그러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언론의 책임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언론이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보도를 한다는 주장에 대 해 언론은 있는 그대로를 보도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말하자면, 언론을 비난하는 것은 메신저를 나무라는 격이라는 것이다. 스캔들을 비롯해서 연성보도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용자가 부지런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심각한 보도와 분석도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연성 보도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이효성, 2001a).

텔레비전의 정치적 영향력 TV정치 시대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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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TV에서 용난다”. 선거철, 특히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텔레비전 에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많은 용들이 우글거린다. 우리나라는 대 통령 선거를 앞두고 항시 소위 3용이네 8용이네, 또는 잠용이네 하는 정치인들이 뉴스와 TV 토론을 장식한다. 과연 이들 용 중 진짜 용이라 할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 있다면 몇 명이나 될까? 한 명? 아니면 두 명? 그러나 솔직히 그 용들 중에서 적어도 절반은 용이라 칭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국민적 지지도가 1∼2% 수준 에 지나지 않고, 정당 내부 경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 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을 용이라 부른다. 왜? 미꾸라지도 용으로 만드 는 신통력을 갖고 있는 텔레비전이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 역시 이제 더 이상 우 리나라에서 유효하지 않다. 분명히 말하건대 “권력은 TV에서 나온다”. 오늘날의 정치 선거는 전적으로 텔레비전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기 때 문에 모든 후보들의 선거운동은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그리고 유권자 보다는 텔레비전을 겨냥하여 선거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서 오늘날의 선거는 ‘TV선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를 건가? 텔레비전은 이미 바보상자가 아니라 마법상 자가 되어 버렸다. 오늘날 텔레비전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정치 정보원이 며 동시에 가장 믿을 수 있는 매체로 자리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에 편파보도의 대명사로 불렸던 텔레비전은 이제 국민에게 가장 쉽게 접 근할 수 있고, 동시에 국민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부상하였다. 국민들의 약 절반인 2000만 명이 매일 밤 거실이나 안방에 편안히 앉아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분명 텔레비전은 ‘길거리선거’를 ‘안방선거’로 바꿔 놓을 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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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다. 국민들의 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TV의 정치적 영향력 또 한 커지고 있다. 텔레비전은 뉴스보도, 정치광고, TV 토론, 여론조사 보 도, 후보자 연설 등을 통해 후보들과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에 게 후보들의 정책과 정치적 능력을 알 수 있게 해 줌과 동시에 후보들의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TV 토론과 뉴스보도 를 통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지지 후보 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텔레비전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 타났다(한국갤럽, 1998). 이러한 텔레비전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텔레비전의 정치력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의 정치적 영향력은 한 정권이 권력을 획득하고, 권력을 유지, 확대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찍이 영웅 들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 확대하는 데 언론을 가장 강력한 도구로 이 용해 왔다. 역사적으로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정치적 수단으로서 언론의 성격은 인류 최초의 신문 유사물로 기 록되고 있는 로마 시대의 ≪악타 세나투스(Acta Senatus)≫와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시저가 로마를 좀 더 강력하게 지배하기 위해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개발한 이 들 신문 유사물은 시저에게 좋은 정치 선전 수단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히틀러를 들 수 있다. 이들 은 당 시대에 가장 지배적인 매체였던 라디오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거 나 유지할 수 있었다. 먼저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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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어려움을 겪자 라디오에 수시로 출연하여 국민과의 ‘노변담화 (fireside chat)’를 통해 국민적 에너지를 한 곳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고,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켜 결국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권력이 더욱더 견고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 다. 히틀러 역시 라디오를 이용, 여론을 조작하여 권력을 획득하였고, 권력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미국의 레이건, 클린 턴 대통령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오늘날 정치 선진국이나 후진국 모두 텔레비전을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하여 권력을 획득하고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선진국에서는 아 주 교묘하게 텔레비전을 포함한 언론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권 력을 차지하는 반면, 후진국에서는 언론을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도구 화함으로써 권력을 차지한다는 점이다(권혁남, 1997a, 26쪽). 제3세계 국가에서 언론은 권력을 탈취하고, 탈취한 권력을 정당화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언론이 사회의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기 전까지, 권력 탈취는 대통령 등의 최고 권력자의 관저

그림 1-3 라디오 노변담화 방송중인 루스벨트 대통령과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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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요 정부 건물, 기간산업 시설을 점령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제3세계 국가에서 쿠데타 등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집단은 국가 기관이나 산업 시설에 앞서 방송사를 먼저 점령한다. 이러한 사실은 1961년 5·16 쿠데타나 1980년 5·17 쿠데타에서 도 우리가 직접 경험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이 쿠데타 집단이 우선적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것은, 자신들의 쿠데타에 대한 군대, 경찰, 일반 국민 들의 저항이나 반대를 사전에 억제하고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서 자신들 의 지위를 강화하며 자신들의 권력 장악을 기정 사실화하기 위해서다. 민주주의 선진 국가에서도 언론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중 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언론을 조작하여 권력 획득을 하고 있지만 선거 자체가 어느 정도 공정하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정통 성 시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 선진국에서 정치가들은 권력을 획득 하기 위해 언론을 통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조작하여 선거에서의 승리를 꾀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개인의 정치적 능력을 개발하고 더 좋 은 정책을 입안하는 데 힘쓰기보다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얼 마나 더 멋있게 보일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포장술에 더 많은 관심을 두 고 있다. 또한 유권자들은 이슈나 정책보다는 후보의 이미지를 중심으 로 하여 투표 행위를 하고 있다(권혁남, 1997, 27쪽).

텔레비전의 특성과 정치적 함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미디어 정치의 핵심은 바로 텔레비전 이다.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알기 위해서는 텔레비전 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텔레비전의 어떤 특성이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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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시각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미디어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아랍의 테러리스트 들에 의해 폭파되는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되었다. 사건 자체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일이었지만, 전 세계인이 텔 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건물의 폭파 장면이 영화보다 더 실감 나게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기에 그 충격과 여파가 몇 배로 증폭되었다. 또한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되고 붕괴되는 장면이 각 방송 사들에 의해 수십 번씩 재방송돼 9·11 테러 사건은 한동안 전 세계를 공포와 충격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1991년 3월 3일 미국 LA에서 차를 몰던 한 흑인이 속도위반 으로 경찰에 걸려 멈춰 섰다가 경찰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한 아마추어 비디오 촬영가에게 포착되었다. 이 영상이 텔레비전에서 수 도 없이 반복 방송돼 전국적으로 매우 큰 사건이 된 일이 있었다. 이게 바로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인데, 이 사건으로 결국 LA 경찰국 장이 물러나고, 관련 경찰들이 모두 구속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1992 년 4월 29일에 발생한 LA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만약 이 두 사건이 TV에 보도되지 않고 오직 신문에만 보도되었다 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충격과 여파는 현저하게 적었을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 매체는 종이에 인쇄하는 미디어다. 그래 서 독자들은 언제든지 기사를 다시 읽을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TV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방송사가 특정 장면이나 기사를 반 복해 보여 준다면 그 효과는 달라진다. 위에서 예를 든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이나 로드니 킹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정치인이 과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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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한 내용을 방송이 계속해서 틀어준다면 엄청난 부정적 효과를 일으키고 만다. 분명 TV는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켰다. TV는 말하는 것(언어적 메시지)과 보이는 것(시각적 메시지), 그리고 표현되는 방식 (제작기술)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텔레비전의 주된 언어는 보이는 것과 표현되는 방식의 결합인 시각적인 요소인 것이다. TV의 언어인 시각적 요소는 언어적 부분을 위축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정치전문가 스워프(Ken Swope)는 “TV에서 중요한 순서는 영상(그림), 음악, 말 순 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재미슨(Jamienson)도 “시각적 이미지들 은 언어적인 것보다 더 빠르게 이해되고 즉각적으로 획득된다”고 하였 다. 본질적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선호하는 TV의 성향으로 정치 커뮤니 케이션이 크게 바뀌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담론에서 시각적 메시지 가 언어적 메시지를 경시하는 현상을 두고서 재미슨은 “갈수록 정치 웅 변은 언어가 아니라 시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Hellweg, Pfau, & Brydon, 1992). 인쇄 매체는 문자와 사진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잡지는 컬러 사진 을 많이 싣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사진이 엄청난 효과를 일으키기 도 한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영상 매체다. 동영상과 오디오 사운드가 이 매체의 핵심이다. 텔레비전 매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들 이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마치 실제처럼 보고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지심리학자 글라이트만(Gleitman, 1986, pp. 191∼192)은 “우 리는 배경에 초점을 두지 않고 우리의 시각으로 인물에 초점을 둔다. 우리는 정적인 것보다는 움직이는 동적인 형상에 더 주목하기를 좋아 한다. 이러한 예들은 지각은 선택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십만 개의 자극을 받아들여 해석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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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지각 체계는 그것들 중에서 일부를 선택할 수밖 에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본질적으로 우리 인간이 외부 자극을 물 리적으로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바로 눈이다. 그래서 ‘백문이 불 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일단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레비전의 영상은 단순히 문자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어떤 확신감과 정보의 권위를 보장해 주는 것 이다. 바로 여기에서 텔레비전의 정치적 힘이 나오는 것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소구

닐 포스트만(Neil Postman, 1985)은 인쇄 매체는 ‘한 줄 한 줄이고, 연 속적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의미론적이고 부연적이며 명제적 내용을 담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독서는 합리성을 강화해 준다. 반면에 TV는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이 말하는 의사사 건(Pseudo event)을 부추긴다. 메이로위츠(Meyrowitz, 1985)는 철학 자 랭거(Langer)가 발전시킨 추론적 상징(discursive symbols)과 표현 적 상징(presentational symbols) 간의 구별을 통해 영상 매체의 독특 한 특성을 설명하였다. 추론적 상징은 말과 언어 등이 대표적인데 말과 언어 등은 추상적인 것이 특징이고, 특정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오랜 세 월을 거치면서 발전되었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거 나 비슷한 모양을 담고 있지도 않다. 문장에서 단어들은 임시적인 줄의 연속이고, 철자와 단어의 구별적인 단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우리 는 교육과 연습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그림과 같은 표현적 상징은 상징의 의미와 좀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림은 의미의 대상처럼 보인다. 이러한 그림은 문자와는 달리 구별적인 단위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문자에서는 단어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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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위에 주목함으로써 이해하지만, 그림은 전체로서 그리고 시각 행 위의 단지 하나의 행위로서 경험된다. 메이로위츠는 이러한 표현적 상징은 ‘만약-그러면(if-thens)’, ‘둘 중 하나(either ors)’와 같은 어떤 논리적 연결을 갖지 않는다고 하였다. 영상 매체인 텔레비전은 본질적으로 표현적이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텔레비전을 지배한다. 예를 들어 제품 광고는 그 제품의 구매를 위한 형식적이고 논리적이고 언어적인 주장을 표현하지 않는다. 합리 성에 소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감각에 호소하는 광고는 “이 제품의 구매는 당신을 기분 좋게 만들고, 더욱 소중하게 만들 것”이라는 암묵 적이고 비언어적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텔레비전은 인간의 이 성보다는 감성을 소구하는 것이다(Alger, 1996, p. 74).

주목도가 높지 않은 미디어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가 본질적으로 다른 또 하나는 미디어를 접촉하 는 동안의 주목도와 정신적 상태가 다르다는 점이다.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 어떤 기사를 읽을 것인지의 선택은 전적으로 뉴스 소비자에게 달 려 있다. 비록 면 톱기사와 주제목들이 주목을 끌기 위해 편집되었다고 는 하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기사들을 쉽게 건너뛸 수 있는 것이다. 특 정 기사를 읽는다는 것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신문 에 있는 문자가 저절로 우리에게 들어오지도 않고 우리의 주목을 붙잡 지도 않는다. 그러나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한다는 것은 이러한 적극적 인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TV에 주목하는 방식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있다. 그중에 서 큐비와 칙센트미하이(Kubey & Csikszentmihalyi, 1990) 연구는 우 리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사람들이 TV를 얼마나 많이 시청하고 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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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연구를 하였는데, 연구자들은 ‘경험표 본추출방법(Experience Sampling Method)’이라는 독특한 방법3)을 이 용하였다. 연구 결과 주목도, 도전, 기술(skill)의 평균 수준 측면에서 TV 시청 행위가 다른 행위들보다 의미 있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V 시청은 가장 낮은 도전과 기술을 요구하는 행위였다. 응답자들은 TV를 시청하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기술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독서는 모든 행위에서 가장 많은 집중을 요구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TV 는 가장 적은 집중을 요구하였다. 또한 집중 수준도 TV 시청 동안에 떨 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시청 동안의 뇌파 활동을 검사하기 위해 EEG 기계를 사용한 연구 에 의하면 “인쇄 매체에 대한 EEG 반응은 매우 능동적이다. 그러나 TV 에 대한 반응은 수동적이다.” 그리고 TV광고에 대한 연속적인 짤막짤 막한 노출은 왼쪽 뇌의 지배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왼쪽 뇌의 활동은 선형적이고, 연속적이며, 논리적, 인지적 기능과 관련이 있다. 반면 오 른쪽 뇌 활동은 이미지나 공간적 문제에 대한 지각과 관련이 있다 (Alger, 1996, p. 74). 사람들이 특정 TV 뉴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유는 단순히 TV가 그 방송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문과는 달리 시청자들은 시 청할 TV 뉴스기사를 선택할 수가 없다. 시청자들은 단지 앉아서 눈과 귀에 들어오는 뉴스에 노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TV

3) 기존 연구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피험자들의 경험을 기억하도록 묻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피험자들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만나, 피험자 들로 하여금 하루 동안 그들이 한 일(먹는 것, 쇼핑, 일, 취미활동, TV 시청 등 모든 행위) 을 적도록 하였고, TV를 시청하였다면 어떻게 텔레비전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등을 적도 록 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법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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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주목하지 않는 수용자(inadvertent audience)’라고 부른다. 물론 리모컨이 있기는 하지만 선택적 노출과 주목은 여전히 쉽지 않다. TV 매체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적극적으로 끌기 위해 영상과 언어 적 특징을 갖는다. 대체로 사람들은 TV 뉴스 등을 보면서 뉴스에 몰두 하지 않고, TV를 보면서 동시에 뭔가 다른 일을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 의 주목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TV를 시청하 는 시간의 30∼60%는 다른 행동을 동시에 한다고 한다. 가장 많이 하는 복수 행동은 역시 뭔가를 먹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래서 TV를 통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주목하지 않는 수용자를 붙잡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리 모컨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클로즈업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소유

텔레비전의 네 번째 특징은 텔레비전의 본질과 효과를 이해하는 데 결 정적으로 중요하다. 텔레비전은 커뮤니케이터로 하여금 수많은 사람 들을 접근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매우 가깝고도 인간적 인 방식으로 수용자들의 거실이나 안방으로 들어가게 해 준다. 이러한 특징이 바로 TV가 갖는 힘과 영향력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 여 재미슨과 캠벨(Jamieson & Campbell, 1983)은 “텔레비전 스크린의 언어는 클로즈업 언어다. 이러한 전형적인 클로즈업 숏은 텔레비전의 특징인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접촉을 반영하는 것이다. 거리는 친밀성 과 관계 있다. 텔레비전은 친밀한 관계를 가정한다. 클로즈업에 대한 의존은 대인 간 공간 감각의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예를 들어 시청자 들이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뉴스 인물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게 될 때, 사실은 그 인물이 매우 낯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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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매우 친근한 동료로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수용자들이 TV에 나오는 인물에게 친밀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시 청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TV를 시청하 기도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집과 같은 사적으로 제한된 곳에서 TV를 시청하는 상황이 더 많다. 자신의 침실이나 거실로 TV 인물을 초 대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TV를 이용하는 것은 보다 친밀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정치는 편한 옷을 입고서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자신의 사적인 장소에서 행해지는 행위로 바뀌었다. TV가 바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레이버(Graber, 1993)는 한 연구에서 인물에 대한 클로즈업이 방송의 지배적인 이미지임을 밝혔다. 사실 뉴스기사의 평균 70%가 특 정 인물에 대한 클로즈업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텔레비전 매체 특성에 부합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TV로부터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텔레제닉한 인물이라고 한다. 매체가 갖고 있는 특성에 맞는 정치인들은 많은 이점을 갖는다. 프 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라디오에 맞는 좋은 목소리 톤과 능력을 갖 고 있었다. 반면 레이건 대통령은 TV 매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영화 배우 출신인 그의 전달력, 그리고 교양 있고, 부드럽고 친근한 목소리, 세련된 태도는 TV에서 강한 인상을 주었다. 레이건은 친근하고 인간적 이며, 웃는 모습이 좋았다. 클린턴 대통령 역시 TV에 잘 맞았는데, 그의 비디오 영상, 행동, 목 소리 특징 등이 TV에 딱 맞았다. 클린턴은 텔레제닉한 용모를 갖고 있 는데, 그의 얼굴은 진지함과 풍부한 감정이 담겨 있고, 그의 목소리는 강한 인상을 전달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그의 표현 능력은 매우 훌륭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만약 링컨 대통령이 TV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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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면 과연 TV 매체에 잘 맞았을까?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참여민주주의와 미디어 지금까지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의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것을 미디어와 연결시켜 보았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문제점 의 모든 원인이 미디어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대의민주 주의가 왜곡되고,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미디어 역시 상 당 부분 책임이 있다. 그동안 미디어는 정치 과정과 선거 과정에서 정 치인들이 하는 행동을 단순히 기술하고 설명하는 외부 관찰자로서 정 치, 선거 과정 밖에 있는 존재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잘 못된 것이다. 언론은 제도화된 대의정치의 넓은 과정에서 뗄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언론은 결코 대의정치 과정에서 단순히 국외자, 구경꾼 이 아니다(권혁남, 1997a, 121쪽). 따라서 대의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 지 못할 때는 미디어 역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주의는 매우 강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한 면을 갖고 있다. 강하 고 튼튼한 민주주의는 책임감 있는 시민들이 모두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제도를 통해 정부의 정치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때 가능해진다. 반면에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법으로 규정된 민주주의와 실천적 민주주 의 간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참여민주주의는 모 두가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시민들의 투표율 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투표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 다. 국회의원 보궐 선거와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겨우 30% 수준에 머무 는 등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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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책임감 있는 시민과 유권자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선거는 항상 공정하거나 자유롭지 않다. 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는 예술작품 이지만 실천적으로는 항상 압박을 받고 있다(Berghel, 2000). 미디어는 정치권과 공중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가 전달해 주는 뉴스는 정치 선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미디어의 주된 주제는 정치적인 가치가 아니라 언론인의 가 치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또한 미디어는 정치 현실에 대해 좁고 편파 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정치 게임과 정치적 문제점 그리고 국민과 정치 지도자, 정치기구들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기보다는 오히 려 약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Patterson, 2000).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의 수용자들은 정치 정보의 홍수 속 에 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정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채널이 양적 으로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치 정보만을 전문으로 전달하는 채널 또는 전달 수단들(outlets)이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수용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정치 정보들을 얼마든지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도 이들의 정치 정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설사 정치 정 보의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이 정치 참여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왜 미디어 이용이 정치 참여로 연결되지 못하는가? 여기에 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Schefete, 2001). 첫째, 시민들이 매일 매일 알아 야 될 정치 이슈의 수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둘째, 미디어 는 정치 동원 정보, 즉 지역 사회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장소에 관 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는다. 셋째, 뉴스보도의 내용뿐만 아니 라 보도의 성격 또한 변했다. 정치인들의 사운드 바이트(sound-bite, 텔 레비전 뉴스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특정 인물의 육성)는 갈수록 짧 아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의 이슈는 갈수록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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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은 특히 최근 들어 미디어에서 더욱더 강화하고 있는 해석 적 저널리즘(interpretive journalism)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채질하 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 미디어 자체의 해 석적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터슨의 분석에 의하면 정 치인이 매1분 말할 때마다 언론인은 6분을 말한다는 것이다(Patterson, 2000). 베넷 역시 선거 보도에서 언론인들은 그들이 다루는 후보자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방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0년 선거에 관한 ‘미디어와공공문제센터’ 연구에 따르면 텔레비전에 보도된 선거 기사 가운데 74%가 언론인의 진술이었고 후보자가 말한 내용을 보도한 시 간은 12%에 불과했다고 한다(Bennett, 2009, p. 81). 따라서 패터슨은 미디어 뉴스가 민주주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종의 사상 공개 시장을 제 공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자신의 말보다는 정치인과 공중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만 한다고 말한다(Patterson, 2000). 현재 대의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인터넷, 트위터 등의 새 로운 미디어들이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과 소 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호막이며, 정치 개혁의 주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자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고, 전자민주주의의 도래 는 정치의 직접민주주의화를 촉진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유 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유식한 유권자의 규모를 확대시켰고, 정치 자체를 발전시켰으며,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안고 있 는 문제점을 일부분이라도 수정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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