涅槃宗要 열반종요
1. 인연문
물음: 부처님께서 열반에 임(臨)하여서 이 경을 말씀하셨는 데, (그렇게 해야 할) 인연이 있었는가? 인연이 없었는가? 만일 인연이 없었다면 또한 당연히 말씀도 없었을 것이다. 만일 인연이 있었다면 몇 가지 (인연이) 있었는가? 답: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는 (그렇게 해야 할) 인(因)도 없었고, 연(緣)도 없었다. 왜냐하면 말씀하신 뜻의 이름과 말이 끊어져 있어서(絶於名言) 인연을 열지 않 았기 때문이다. (이 경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분별을 떠나 있어서 인연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연 없이 이 경을 억지로 말씀하신 것이다. 이 경의 아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납라바이(拉羅婆夷)를 먹는 기름[食油]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먹는 기름이 아니 다. 억지로 이름 붙여서 먹는 기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 대열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인연이 없지만 억지로 이름 붙인 것이다. 또 ≪섭대승론(攝大乘論≫에서 이르기를, “만일 부처님의 과위[佛果]가 무분별지(無分別智)15)가 나
15) 무분별지(無分別智)는 올바르게 진리를 체득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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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난 것이라면, 분별중생을 떠나서 어떻게 중생에게 이익 되는 일을 할 수 있는가? 이치[理]에 전도가 없는 것처럼 공 용(功用) 없이 일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거듭 게송 [偈]을 읊어 말하기를,
비유하면 마니(摩尼)16)와 하늘 북17)이 생각 없이 스스로 일을 이루듯이 이와 같이 분별없이 갖가지 불사(佛事)를 이룬다.
라고 했다. 해석하여 말하기를, “만일 이러한 뜻에 의하 면 인연 없이 말씀한 것이 있었다는 것이 된다”라고 하고, 또다시 말하기를,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또한 말씀한 것도 없었다”라고 했다. 마치 이 경의 아래 글에서 “만일 여래께 서 항상 설법하시지 않은 줄 안다면 이것을 다문(多聞)을 구 족한 보살이라고 부른다”라고 한 것과 같다. 또 두 밤이라는 것은 경에 “처음 도를 얻은 밤에서부터 열반하신 밤에 이르 16) 마니(摩尼), 산스크리트어 ‘Mani’의 음역으로 주(珠), 보(寶), 무구(無垢), 여의(如意)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17) 하늘 북[天鼓], 도리천의 선법당(善法堂)에 있는 큰 북이다. 이 북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원수가 온다, 원수가 갔다, 사랑하라, 싫증을 내어라 등 의 소리를 자연적으로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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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까지 이 두 밤의 중간에 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라고 했 다. 이것으로 인연도 없었고 말씀함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혹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큰 인연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는 이 경을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이 없어서 하는 일도 없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다. 깊 은 이유가 있어야 하는 일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마 치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비유하면 수미산(須彌 山)18)왕이 인연이 없거나 작은 인연으로는 스스로 움직이
지 않는 것과 같이 모든 부처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인연 없 이 말씀하신 것이 없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이 글의 뜻에 의하면 인연이 있어야 말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 의하면 이 경을 말씀하시게 된 인연에는 총 체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이 있다. 개별적인 것으로 말하면 인연은 무량하다. 왜냐하면 대인(大人, 부처님)이 말씀할 때에는 결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게송, 한 글귀에도 각각 인연이 있고, 한 말씀 속에도 또한 여러 인 연이 있다. 이 경의 산스크리트본에 2만 5000개의 게송이 있으므로 곧 2만 5000의 인연이 있다. 그 한 게송마다 네 글 18) 수미산(須彌山)은 수메루(Sumeru)산이라고도 하는데, 묘고(妙高), 묘광 (妙光)이라 번역한다. 고대 인도의 세계관에 의하면 세계의 중앙인 금륜(金 輪)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은 산이 있는데, 그것을 수미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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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四句]가 있으므로 곧 10만의 글귀가 되고, 거기에 그 정 도의 인연이 있다. 또 그 하나하나의 글귀에는 각각 여러 인 연이 있다. 이런 연유로 무량한 인연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다. 개별적인 인연은 이와 같아서 다 말할 수 없다. 총체적인 인연이란 것은 여래께서는 마땅히 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이 경을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이른바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큰 뜻을 나타내려고 하셨기 때문이 다. 마치 ≪법화경(法華經)≫에서 “모든 부처님 여래는 오 직 하나의 일[事]의 인연 때문에 세상에 나오셨다…”라고 말 씀하신 것과 같다. 또 이 경의 <보살품>에서 말하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무량한 부처님에게 공양하고 공경하면 바야흐로 이에 ≪대열반경≫을 들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공 덕이 큰 사람이라야 이와 같은 큰일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 다. 무엇을 크다고 하는가?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비장(秘藏)인 여래의 성품이다. 이런 뜻이기 때문에 큰일 [大事]이라 이름 한다”라고 했다. 해석하여 말하면, 지금 이 경을 말씀하신 때는 바로 한 교화가 끝나는 날19)에 임하여서 구경(究竟)으로 모든 부처 님의 큰 뜻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성도한 이래 근기(根
19) 부처님이 일생의 화연(化緣)을 마치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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機)에 따라 말씀하신 모든 말씀과 가르침을 총괄하여 모두
한 맛[一味]의 도(道)임을 보여서 널리 지금 둘이 없는 성품 에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방삼세(十方三世)의 모 든 부처님이 모두 다 이 뜻과 같아서 둘이 없고 차별도 없다. 이것을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큰 뜻이라 하고, 이것 을 여래20)의 깊고 깊은 비장이라고 이름 한다. 이와 같은 하 나의 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경을 말씀하 신 것이다. 이와 같이 총체적인 부분에서의 ‘하나의 큰 인연은 ’ 즉개 별적인 부분의 ‘무량한 인연을 ’ 포섭한다. (개별적인 부분 의) 그 온갖 인연은 (총체적인 부분의) 하나의 뜻에서 벗어 나지 않기 때문이다.
20) 여래는 ‘Tathagata’ ̄ 로 이를 분석하면 ‘tatha’는 진리, 진실의 뜻이며, ‘thata’̄ 는 같이, 여실(如實)히라는 뜻이다. 그리고 ‘gatha’는 가다[逝], ‘agata’ ̄ 는 도달, 오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① ‘thata+gata’ ̄ 라고 하면 여실히 갔다. 열반 의 저 언덕에 간 사람[如去]이라는 뜻이 된다. ② ‘tatha+agata’ ̄ 는 진리에 도달 한 사람, ③ ‘thata+agata’ ̄ ̄ 는 여실히 도달했다. 여실히 왔다. 열반에 도달했다 는 뜻으로 부처님과 같은 길을 걸어서 세상에 왔다[如來]는 뜻이다. 이같이 여 래(如來)는 진리 그대로 가고, 진리 그대로 오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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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르침의 종지(敎宗)를 밝힘
이 경의 종지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에 다름이 있다. 어떤 사 람은 말하기를, “경문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된 갖가지 의 미가 이 경의 종지가 된다”라고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즉 서른여섯 가지의 뜻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처음의 장 수(長壽)의 인과로부터 최후의 여러 음[諸陰]에 관한 법문 까지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네 가지 큰 뜻이 이 경의 종지가 된다고 한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대열반의 원만하고 지극하고 미묘한 과는 삼사[三事: 법신(法身), 반야(般若), 해탈(解脫)]와 사덕[四德: 상락아정(常樂我淨)]을 구족하고 있다. 둘째, 일체중생은 모두 다 불성을 가지고 있지만 번뇌 에 덮여 있기 때문에 볼 수 없다. 셋째, 삼보(三寶)21)의 불성 은 그 본체가 같아서 둘이 없다. 넷째, 법을 비방하는 일천 제(一闡提)22)나 성품을 고집하는 이승(二乘)23)도 모두 다
21) 삼보(三寶)는 불(佛)·법(法)·승(僧)을 일컫는 말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실천하는 승려 집단인 승가를 말한다. 22) 일천제(一闡提)는 산스크리트어로 ‘iccantika’다. 이 말은 현재 욕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지만 믿음을 갖추지 않은 자, 좋은 방편을 갖추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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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부처가 된다. 이와 같은 네 가지 뜻으로 그 종지를 삼 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을 벗어난[出世間] 인과를 그 종지로 삼 는다고 말한다. 과(果)는 즉 보리(菩提)24)와 열반이다. 인 (因)은 즉 불성과 성스러운 행위[聖行]다. <순타장(純陀 章)>에서 보리의 과(果)를 열었고, <애환장(哀歡章)>
가운데에서 열반의 과를 열었고, <여래성품(如來性品)> 에서 불성의 원인을 나타내었으며, <성행품(聖行品)> 가 운데서는 행덕(行德)의 원인을 말했다. 그 나머지의 여러 품에서도 거듭 인과 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 로 가장 높은 인과를 종지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장차 이룰 부처의 과위[當常]25)와 현재 부처
자 등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므로 일천제는 대승법을 비방하거나, 불법승 삼보 를 믿지 않고 비방하는 자, 선근을 끊어서 보리(菩提)의 인(因)이 없는 자, 무 성승(無性乘)으로 열반에 들 수 없는 자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23) 이승(二乘)은 성문, 연각을 가리킨다. 성문(聲聞)은 ‘Śravaka’ ̄ 로 소리를 들은 자라는 뜻이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인 사성제를 듣고 도에 정려하는 부처 님의 제자들을 말한다. 연각(緣覺)은 ‘Pratyeka-buddha’로 독각(獨覺) 또는 벽지불(辟支佛)이라고도 한다. 연기의 이치를 스스로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24) 보리(菩提)는 ‘bodhi’의 음사로 붓다가 깨달은 지혜를 말한다. 깨달음이라 고도 한다. 25) 당은 당래, 장차의 의미다. 상은 부처의 과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장차 이 룰 부처의 과위를 당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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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얻은 지위[現常]26)의 두 과를 종지로 삼는다고 말한 다. 이른바 일체중생이 모두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상(當常)’을 나타낸 것이다. 여래가 증득한 대반열반은 ‘현상(現常)’을 밝힌 것이다. 어떤 사람은 원만하고 지극한 하나의 과를 이 경의 종지 로 삼았다고 말한다.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대반열반이다. 그런 까닭으로 종지로부터 경의 제목을 세운 것이다. ≪영 락경(瓔珞經)≫은 여섯 가지 영락을 종지로 삼았고, ≪대 반야경(大般若經)≫은 세 가지 반야(般若)27)를 종지로 삼 았다. 이 ≪열반경≫도 하나의 큰 열반으로 종지를 삼았음 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모든 부처님이 비밀스럽게 간직한[秘藏], 둘 이 없는 진실한 성품[實性]을 경의 종지로 삼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진실한 성품은 모양[相]을 벗어나 있고 성품[性]을 벗어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부분에 대해서 장애가 되지 않 는다. 모양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 도 않으며, 인도 아니고 과도 아니며,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
26) 현은 현재를 말하고 상은 부처의 과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현세 에 얻으신 과위를 현상이라 한다. 27) 반야(般若)는 ‘prajna’ ̃ ̃ 의 음사로 지혜(智慧), 혜(慧), 명(明) 등으로 번역한 다. 진리를 체득한 밝은 지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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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아니며, 있는 것[有]도 아니고 없는 것[無]도 아니다. 성품 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더럽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하며, 인 이 되기도 하고 과가 되기도 한다. 하나[一]이기도 하고 다 르기도[異] 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물들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하기 때문에 혹은 중생(衆生)이라고 하고, 혹은 생사(生死)라고 하며, 또한 여래(如來)라 하고, 법신(法 身)28)이라 한다. 인이나 과가 되기 때문에 혹 불성이라 이름
하고 혹은 여래장(如來藏)29)이라 이름 하며, 혹은 보리라 이름 하고, 대열반이라 이름 한다. 또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기 때문에 이제(二諦)라고 한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도(中道)라고 이름 한다. 하나가 아 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해당될 수 있고,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이 한 맛[一味]이 된다. 이와 같이 둘이 없 는 비장(秘藏)을 이 경의 종지로 삼는다. 28) 법신(法身, dharma-kaya) ̄ 은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이라는 삼신(三身) 중의 하나다. 불교의 본질이 진리에 있다는 것으로 법신불은 진리 의 부처다. 진여, 법성이 바로 법신이다. ̄ ̄ 29) 여래장의 원어인 ‘tathagatagarbha’ 는 ‘tathagata( 如來)’와 ‘garbha(태아, 모 태)’의 합성어다. 이 말의 의미는 중생이 여래의 태아로서 여래 안에 포용되어 있는 상태 또는 중생이 자신 안에 여래가 될 수 있는 태아 혹은 여래의 소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중생은 여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 한다. 이것을 토대로 여래장 사상은 중생 성불의 가능성과 붓다의 자비에 의한 중생 구원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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