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렌공주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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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렌 공주



등장인물

얄마르: 네덜란드 일부 지역의 왕 마르셀뤼스: 네덜란드 또 다른 일부 지역의 왕 얄마르 왕자: 얄마르 왕의 아들 어린 알랑: 안 왕비의 아들 앙귀스: 얄마르 왕자의 친구 스테파노, 바녹스: 마르셀뤼스의 장교들 안: 유틀란트의 왕비 고들리브: 마르셀뤼스 왕의 부인 말렌 공주: 마르셀뤼스와 고들리브의 딸 위글리안: 안 왕비의 딸 말렌의 유모 시종 의사 광인 세 명의 걸인 두 명의 늙은 농부, 요리사 귀족들, 장교들, 소 치는 사람, 앉은뱅이, 순례자들, 농부들, 25


하인들, 거지들, 방랑자들, 아이들 등 일곱 명의 베긴 교단의 여신도들 노파 시녀들, 하녀들, 여자 농부들 등 플루톤이라 불리는 검은색 커다란 개

1막은 하를링언에서 그리고 다른 막들은 이셀몽드 성과 그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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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1장 성의 정원

스테파노와 바녹스가 들어온다.

바녹스: 몇 시지? 스테파노: 달을 보니까 자정임에 틀림없어. 바녹스: 비가 올 것 같아. 스테파노: 그래, 서쪽에 커다란 구름들이 떠 있어. 잔치가 끝나기 전에 누가 우리와 교대하러 오진 않을 거야. 바녹스: 잔치는 동트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걸. 스테파노: 오! 오! 바녹스!

성 위로 혜성이 하나 나타난다.

바녹스: 뭔데? 스테파노: 지난밤 그 혜성이 또 나타났어! 바녹스: 아주 거대한데! 스테파노: 성 위로 피를 쏟아붓는 것 같아. 29


이때 별들이 비처럼 성 위로 떨어지는 듯하다.

바녹스: 별들이 성으로 떨어지고 있어! 봐! 봐! 봐! 스테파노: 난 이렇게 별이 비처럼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없어! 하늘이 이 약혼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아. 바녹스: 이 모든 게 커다란 불행의 징조라고들 해. 스테파노: 그래, 아마도 전쟁이나 혹은 왕들의 죽음과 같은. 이런 징조를 늙은 왕 마르셀뤼스가 죽었을 때 보았었지. 바녹스: 긴 머리카락이 달린 이 별들은 공주들의 죽음을 알 린다고들 하지. 스테파노: 그렇게들 말하지…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아…. 바녹스: 말렌 공주는 앞날이 두려울 거야! 스테파노: 내가 공주 입장이라면, 별들의 경고가 없어도 앞 날이 두려울 거야. 바녹스: 그래, 늙은 얄마르는 아주 이상해 보여…. 스테파노: 늙은 얄마르? 이봐, 내가 알고 있는 걸 감히 다 말 하지는 못하겠어. 근데 내 삼촌 중 한 명이 얄마르의 시종인데, 나한테 만약 딸이 있다면 난 얄마르 왕자에 게 내 딸을 주지는 않을 거야. 바녹스: 모르겠어… 얄마르 왕자는…. 30


스테파노: 오! 얄마르 왕자 때문이 아니고, 그의 아버지가! 바녹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는 머리가…. 스테파노: 남편인 늙은 왕을 가두고 폐위시킨 그 이상한 왕 비 안이 유틀란트에서 이셀몽드에 온 뒤로… 사람들 이 말하기를… 말하기를… 그러니까 늙은 얄마르는 일흔 살이 넘었어. 근데 내 생각에 왕은 나이에 비해 왕비를 좀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 같아…. 바녹스: 오! 오! 스테파노: 사람들이 말하는 게 바로 그거야… 내가 알고 있 는 걸 감히 다 말하지는 못하겠어. 하지만 내가 오늘 한 얘기를 잊지 말게. 바녹스: 불쌍한 공주! 스테파노: 오, 난 이 약혼식이 맘에 들지 않아! 벌써 비가 오 는군! 바녹스: 저기는 소나기가 오는 것 같아. 불길한 밤이야! (랜 턴을 든 하인이 지나간다.) 잔치는 어떻게 되었지? 하인: 창문을 좀 봐요. 바녹스: 오! 불이 꺼지지 않는군. 하인: 오늘 밤엔 불이 꺼지지 않을 겁니다. 난 이런 축제를 전혀 본 적이 없어요! 늙은 얄마르 왕이 완전히 취해 있어요. 그가 우리의 왕 마르셀뤼스를 포옹했어요. 그 31


는…. 바녹스: 신랑 신부는? 하인: 오! 그분들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아요. 자, 안녕히! 난 부엌으로 가요. 거기서도 맑은 물은 마시지 못하지. 안녕히!

퇴장한다.

바녹스: 하늘이 어두워졌어. 달은 또 이상하게 붉고. 스테파노: 소나기가 오고 있어! 다른 이들이 마시고 있을 때 우린….

이때 정원 안쪽의 불 밝혀진 창문들이 산산조각 난다. 비명, 웅성거리는 소리, 소란.

바녹스: 오! 스테파노: 무슨 일이야? 바녹스: 유리를 깨뜨리고 있어! 스테파노: 불이 났어! 바녹스: 방에서 누가 싸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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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헝클어지고 눈물범벅이 된 말렌 공주가 정 원 안쪽으로 달려 지나간다.

스테파노: 공주다! 바녹스: 어디로 달려가지? 스테파노: 울고 있어! 바녹스: 방 안에서 누가 싸우고 있는데. 스테파노: 가서 봅시다!

비명, 소란. 정원은 병사들과 하인들 등으로 가득 찬다. 성의 문들이 세차게 열리고 얄마르 왕이 궁정 사람들과 미 늘창을 가진 병사들에 둘러싸여 계단에 나타난다.

얄마르 왕: 추악한 마르셀뤼스! 당신은 오늘 끔찍한 일을 저 질렀소! 자, 내 말들! 내 말들이 어디 있지! 난 가겠어! 가! 간다고! 당신에게 말렌 공주를 남겨 두지. 그 애의 초록빛 얼굴과 흰 속눈썹과 함께! 당신의 늙은 고들리 브도 남겨 놓겠소! 하지만 기다리시오! 당신은 무릎을 꿇고 당신의 늪들을 지나가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난 미 늘창을 가진 병사들과 네덜란드의 모든 까마귀들을 데리고 당신의 약혼식을 축하하러 올 것이고, 그게 바 33


로 당신 장례식이 될 것이오! 갑시다! 안녕히! 안녕히! 아! 아! 아!

그는 신하들과 함께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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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성의 한 방

고들리브 왕비, 말렌 공주, 그리고 유모가 보인다. 여인들은 실을 자으며 노래를 하고 있다.

수녀들은 아프다네, 그녀들의 탑 속에서 아프다네. 수녀들은 아프다네, 그녀들의 탑 속에서 아프다네….

고들리브: …자, 울지 마라, 말렌. 눈물을 닦고 정원으로 내 려가 봐. 정오야. 유모: 제가 아침부터 그렇게 말했거든요, 부인. 눈을 그렇게 상하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공주는 오늘 아침 창 문을 열고 숲 쪽으로 난 길을 바라보더니 눈물을 흘리 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지요. 벌써 탑 쪽으로 난 길을 바라보나요, 말렌…. 고들리브: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시오! 35


유모: 아녜요, 아녜요. 말해야 해요.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 말할 거예요. 난 공주에게 물어보지요. ‘벌 써 탑 쪽으로 난 길을 바라보나요? 예전에 사랑해서는 안 되는 왕자를 사랑한 공작부인을 가둬 두었던’ 하 고…. 고들리브: 그 일에 대해선 말하지 마시오! 유모: 아녜요, 그것에 대해 말해야만 해요. 조금 있으면 사 람들이 말할 거예요. 전 그래서 공주에게 묻지요… 왕 께서 오셨어요!

마르셀뤼스가 들어온다.

마르셀뤼스: 말렌? 말렌: 전하? 마르셀뤼스: 얄마르 왕자를 사랑했니? 말렌: 예, 전하. 마르셀뤼스: 가엾은 녀석! 그런데 아직도 그를 사랑하니? 말렌: 예, 전하. 마르셀뤼스: 아직도 그를 사랑해? 말렌: 예. 마르셀뤼스: 넌 그 일 후에도 아직 그를 사랑하는 거냐? 36


고들리브: 전하, 애한테 겁주지 마세요! 마르셀뤼스: 겁주는 게 아니오! 자, 난 진짜 아버지로서 여 기 온 거요. 그리고 난 오직 네 행복만을 생각한단다, 말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알지. 늙은 왕 얄마르가 날 모욕했어, 이유 없이. 아 니, 오히려 너무 많은 이유들이 있는 것 같아! 그는 비 열하게 네 엄마를 모욕하고 널 더 저열하게 모욕했어. 내 손님만 아니었다면, 여기, 하느님의 가호 아래에 있 지만 않았다면, 그자는 결단코 내 성에서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야! 오늘은 잊어버리자. 그런데 넌 우릴 원 망하고 있니? 네 어미 혹은 나를? 자, 대답해 봐, 말렌? 말렌: 아녜요, 전하. 마르셀뤼스: 그럼 왜 울지? 얄마르 왕자, 그자는 잊어버리는 게 낫다. 그리고 어떻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겠 니? 너희는 겨우 잠깐 봤을 뿐인데. 그리고 네 나이에 는 심장이라는 게 밀랍 같아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거란다. 얄마르의 이름은 구름 속에 쓰여 있었던 거야. 그런데 소나기가 와서 모든 게 지워졌지. 오늘 저녁부 터 그자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얄마르 의 궁전에서 네가 정말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하니? 난 왕자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야. 왕자는 어린애야. 하 37


지만 그의 아버지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는 걸 무 서워한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네덜란드에서 그보 다 더 어두운 궁정은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지. 그자의 성은 이상한 비밀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그런데 넌 딸과 함께 이셀몽드에 온 그 이상한 왕비에 대해 사 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구나. 나도 그걸 너 에게 얘기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네 가슴에 독을 붓 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넌 음모와 의심이 가득 찬 무시무시한 숲으로 혼자 들어가려고 했던 거야! 자, 대답해 봐, 말렌. 이 모든 게 두렵지 않니? 그리고 넌 내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얄마르 왕자와 결혼하려고 했던 게 아니니? 말렌: 아녜요, 전하. 마르셀뤼스: 좋아, 하지만 나한테 솔직하게 대답해라. 그 늙 은 왕이 승리해서는 안 돼. 너 때문에 우린 큰 전쟁을 치르게 될 거야. 난 얄마르의 배들이 이셀몽드를 둘러 싸고 보름달이 뜨기 전에 출범 준비를 하리라는 걸 알 고 있다. 다른 쪽에는 오래전부터 널 사랑하는 부르고 뉴 공작이 있지 (왕비 쪽으로 돌아서며) 난 모르겠구 나. 혹시 네 어미가? 고들리브: 예, 전하. 38


마르셀뤼스: 그럼? 고들리브: 조금씩 준비하도록 해야 할 거예요…. 마르셀뤼스: 그 애가 말하게 놔둬요! 자, 말렌? 말렌: 전하? 마르셀뤼스: 넌 이해하지 못하니? 말렌: 뭘요, 전하? 마르셀뤼스: 얄마르를 잊겠다고 약속하니? 말렌: 전하…. 마르셀뤼스: 뭐라고? 아직 얄마르를 사랑한다고? 말렌: 예, 전하! 마르셀뤼스: “예, 전하!” 아! 악령들과 폭풍우라니! 냉소적으 로 고백하고 있어. 수줍어하지도 않고 감히 나한테 소 리치고 있어! 저 애는 얄마르를 단지 한 번 봤을 뿐인 데, 오후에 단 한 번. 그런데 지옥보다도 더 뜨겁군! 고들리브: 전하! 마르셀뤼스: 조용히 해요! “예, 전하!” 저 애는 아직 열다섯 도 되지 않았어! 아, 이것들을 당장 죽여 버려야 할 정 도야! 나는 오직 그 애 안에서만 산 지 15년이 되었어! 그 애 주변에서는 숨소리도 죽이며 산 지 15년이 되었 어! 그 애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할까 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지 15년이 되었어! 궁정을 수도원으로 만든 39


지 15년이 되었어. 그런데 내가 그 애의 심장 속을 들 여다보기 위해 온 날…. 고들리브: 전하! 유모: 다른 여인들처럼 공주도 사랑할 수 없나요? 공주를 유 리문 아래 가둬 두고자 하십니까? 어린아이를 쫓아서 이렇게 큰 소리 치는 게 옳은 일인가요? 공주는 그릇 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르셀뤼스: 아! 그릇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먼저 당신 입 좀 닥치시오. 난 당신한테 말하는 게 아니오. 근데 아마도 중매쟁이처럼 당신이 부추겨서…. 고들리브: 전하! 유모: 중매쟁이! 내가, 중매쟁이라고요! 마르셀뤼스: 내 말 좀 막지 마요! 나가요! 나가요, 둘 다! 오! 난 당신들이 서로 잘 통한다는 걸 잘 알아. 음모의 시 기가 이제 열리게 되었지. 하지만 기다리시오! 나가 요! 아! 눈물이 나는군! (고들리브와 유모가 나간다.) 자, 말렌, 먼저 문을 닫아라. 이제 우리만 있다. 난 잊 어버리고 싶어. 사람들이 너에게 그릇된 충고를 했어. 난 여자들은 자신들끼리 이상한 계획을 짠다는 것을 알지. 내가 얄마르 왕자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야. 하 지만 합리적이어야 한단다. 합리적으로 되겠다고 약 40


속하니? 말렌: 예, 전하. 마르셀뤼스: 아! 그래! 그럼 넌 이 결혼에 대해 더 이상 생각 하지 않겠지? 말렌: 예. 마르셀뤼스: 예? 말하자면 넌 얄마르를 잊겠니? 말렌: 아니요. 마르셀뤼스: 넌 얄마르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니? 말렌: 예. 마르셀뤼스: 만일 내가 강요한다면, 내가 말이야? 그리고 널 가두어 둔다면? 어린 여자애 얼굴을 하고 있는 얄마르 로부터 널 떼어 놓는다면? 어떻게 하겠니? (말렌은 운 다.) 아! 결국 이렇게 되는군! 나가, 어디 두고 보자! 나 가!

그들은 각자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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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숲

얄마르 왕자와 앙귀스가 등장한다.

얄마르: 난 좀 아팠어. 이 모든 죽은 자들의 냄새! 죽은 자들 의 냄새! 마치 이 밤과 이 숲이 내 눈에 약간의 물을 부 어 준 것 같아…. 앙귀스: 나무밖에 남지 않았어요! 얄마르: 늙은 마르셀뤼스 왕이 죽은 걸 보았소? 앙귀스: 아니요, 하지만 다른 걸 보았어요. 어제저녁 당신이 없을 때 그들이 성에 불을 질렀어요. 그리고 늙은 고들 리브 왕비는 하인들과 함께 화염 속을 가로질러 달렸 지요. 그들은 성벽 주변에 파 놓은 수로 속에 몸을 던 졌고, 모두 죽은 것 같아요. 얄마르: 말렌 공주는? 공주가 거기 있었소? 앙귀스: 공주를 보지 못했습니다. 얄마르: 다른 이들은 보았소? 앙귀스: 아무도 공주를 보지 못했습니다. 공주가 어디 있는 42


지 모릅니다. 얄마르: 죽은 거요? 앙귀스: 사람들은 공주가 죽었다고 말해요. 얄마르: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야! 앙귀스: 벌써 그녀를 사랑했나요? 얄마르: 누구? 앙귀스: 말렌 공주 말예요. 얄마르: 난 그녀를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오… 그런데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손을 교차하는 버릇이 있었소, 이렇게, 또 이상한 흰 속눈썹을 지니고 있었지!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갑자기 상쾌한 넓은 수로 속에 있는 듯했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난 그 이상한 시선을 다시 보고 싶어…. 앙귀스: 언덕 위에 있는 이 탑은 뭘까요? 얄마르: 오래된 풍차 같군. 창문이 없어. 앙귀스: 이쪽에 뭔가가 적혀 있어요. 얄마르: 뭔가가 적혀 있다고? 앙귀스: 예, 라틴어로. 얄마르: 읽을 줄 아오? 앙귀스: 예, 하지만 아주 오래되었어요.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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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 인클루사 안나 두키사 안노… 등4)

나머지 것에는 너무 이끼가 껴 있어요. 얄마르: 여기 앉읍시다. 앙귀스: “두키사 안나”, 이건 당신 약혼녀의 어머니 이름이 에요. 얄마르: 위글리안의? 맞아. 앙귀스: 그 “맞아”라는 말은 눈보다 더 느리고 더 차갑군요. 얄마르: 이런, 뜨거운 불꽃 같은 “맞아”의 시대는 나하고는 거리가 멀어. 앙귀스: 하지만 위글리안은 아름답잖아요. 얄마르: 난 그녀가 두려워. 앙귀스: 오! 얄마르: 그녀의 초록빛 눈 속에는 부엌데기의 보잘것없는 영혼이 있어. 앙귀스: 오! 오! 그런데 왜 결혼에 동의하시지요?

4) Olim inclusa(과거에 감금되었던)/ Anna ducissa(안나 두키사)/ anno…, etc(…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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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마르: 동의하지 않아야 무슨 소용이 있지? 난 아파서, 우 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2만여 밤 중 어느 한 밤 중에 죽 을 거야. 그래서 난 휴식을 원해! 휴식! 휴식! 그리고 그녀 혹은 다른 여인이 달밤에 내 코를 꼬집으며 나한 테 “내 사랑스러운 얄마르”라고 말하겠지! 푸아! 당신 은 안 왕비가 이셀몽드에 도착한 뒤로 아버지가 갑작 스럽게 화내는 걸 본 적이 있소? 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몰라. 하지만 뭔가가 있어. 그리고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 난 왕비가 무서워! 앙귀스: 하지만 왕비는 당신을 아들처럼 사랑해요. 얄마르: 아들처럼? 글쎄, 그런데 난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녀는 자신의 딸보다 더 아름다워. 그게 우선 큰 문제 야. 그 여자는 마치 두더지처럼 뭔지 모를 일을 해. 그 녀는 내 가엾은 아버지에게 마르셀뤼스에 대해 화를 내도록 부추겼어. 그러고는 전쟁을 일으켰지. 거기에 뭔가가 있어! 앙귀스: 그녀는 당신을 위글리안과 결혼시키기를 원해요. 그건 지옥과 같은 일은 아니죠. 얄마르: 또 다른 게 있어. 앙귀스: 오! 알겠다! 당신이 일단 결혼하면 왕위를 찬탈하려 고 당신을 유틀란트로 보내 얼음덩어리들에 부딪치게 45


할 거예요. 그리고 그녀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불 쌍한 남편을 구하고자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혼자 이 세상을 방랑하는 그토록 아름다운 왕비에게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야 하니까…. 얄마르: 또 다른 게 있어. 앙귀스: 뭔데요? 얄마르: 언젠가 알게 될 거요. 갑시다. 앙귀스: 마을 쪽으로? 얄마르: 마을 쪽으로라고? 더 이상 마을은 없어. 무너진 벽 들 사이로 시체들만이 있을 뿐이야!

그들은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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