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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언론까지 야당의 의표를 찌른 총리 지명, 당황한 야당의 물고 늘어지기, 자기 보도에 대해 자신 없는 KBS, 급조 토론으로 주저앉은 MBC, 유구무언으로 무능을 증명한 청와대, 정파 논리에 익사한 여러 신문, 인터넷을 타고 횡행하는 사이비 언론.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다.

<두 형상>, 파블로 피카소, 1904


인텔리겐치아 2139호, 2014년 7월 25일 발행

한국 언론의 문창극 보도 리뷰 5. 최진봉이 쓴 ≪미디어 정치 경제학≫

뉴스 미디어는 뉴스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정 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생산... 은밀하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지 원한다. -“2장 미디어 프레이밍”, ≪미디어 정치 경제학≫, 10쪽.


문창극 지명자에 대한 언론 프레임의 지형도 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KBS를 중심으로 반문창극, 조선일보를 중 심으로 친문창극의 대립 구도였다. 친문창극 프레임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KBS의 교회 발언 보도를 왜곡 보도라고 비난 했다. 종교적 취지의 발언을 정치 발언과 혼 동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왜곡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무엇이 제시되 었나? 발췌 보도의 사실 왜곡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연의 전체 의도는 발췌 보도 내용과 다르다 는 주장이다.


여기서 종교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 세부 표현이나 논지 전개에서 문제가 없는 것 은 아니나, 종교적 발언이라는 특수성을 고 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교적 발언의 특수성이란 뭘 말하는 것인가? 종교는 개인의 신념 행위다. 현실 정치 담론 과는 콘텍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친문창극 프레임의 논리에 대해 당신의 입장 은 무엇인가? KBS의 해당 보도가 발언을 짜깁기한 것이라 면 정말 문제다. 그러나 특정 부분을 발췌한 것이기 때문에 왜곡이라 볼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이 왜곡이라면 세상의 모든 뉴스가 왜곡 이다. 종교 발언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는가? 어불성설이다. 목회자가 예배 시간에 한 설 교라면 어느 정도 해석의 폭이 있겠지만 문 후보자는 장로이고 그의 강연은 일종의 ‘교 양 강좌’였다. 설교나 교리 해석이 아니었다 는 얘기다. 종교 프레임은 효과가 있었는가?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때 비난 여론 수위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해졌다. 문 후보의 민족사관에서 KBS 보도 문제로 논의


초점을 전환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친문창극 언론이 왜 이런 프레임을 짠 것인가? 제도나 규제 완화로 언론사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게 정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 이 그동안 얼마나 권력 지향적이고 보수화되 었는지를 반증하는 사례다. 프레임의 정치 효과는 무엇이었나? 특정 집단과 계층에게 비난 여론에 대한 대응 논리를 제공했다. 보수 인사와 언론이 이 프 레임을 확대 재생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 회 산하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 회의 의견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발견된다.


문창극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프레임은 어디 까지 확장되었을 것으로 보나? 문 후보의 조기 낙마로 불발된 인사청문회에 서 여당의 대응 프레임이 됐을 것이다. 여당 은 인사청문회를 문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KBS 보도의 왜곡성 여부를 두 고 설전이 오가는 자리로 끌고 갔을 것이다. 후보 검증을 보도 검증으로 왜곡했을 것이라 는 판단인가? 그렇다.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 신해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제도다. 정파 적 입장과 편향을 내세워선 안 된다. 국민 상 식 수준에서 후보를 검증하고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자리여야 한다.


청문회가 열렸다면 야당은 여당의 프레임을 분쇄할 수 있었을까?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대립이 후보 검증보다 앞섰을 것이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왜 이 모양인가? 여당의 정파적 공세에 야당이 다시 정파적으 로 대응하는 게 우리 인사청문회의 현주소이 기 때문이다. 총리 지명자 청문회는 무엇을 해야 했는가? 여론이 이미 지적한 바를 그대로 해부하면 됐 다. 일제 침략과 지배에 대한 관점, 국민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공식적 자리에서 확인했어 야 한다. KBS의 왜곡이나 종교 여부에 상관


없이, 국민의 상당수가 문 후보의 관점과 생 각을 의문시했기 때문이다. 후보 검증의 기준이 국민인가? 그렇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가 되선 안 된다. 정책 수행이란 국민 의 신뢰와 믿음에 바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달 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높아진 이때 정부 고위직 인사는 먼저 국민의 상식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 인사청문회에 희망은 있는 것인가? 정파성을 벗어나야 한다. 당리당략에 따라 후보를 검증하고 인준하는 관행을 쇄신해야


한다. 자질이 부족한 후보를 무조건 비호하 려는 여당, 후보자 자질 검증보다 흠집 내기 에 초점을 맞추는 야당 모두 반성이 필요하 다. 문제 소지가 있는 인사의 인준을 놓고 물 밑 협상을 벌이거나 정파 이익의 지렛대 혹은 정국 돌파용으로 삼아 온 관행은 이제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상식 수준을 못 따 라가는 게 문제다. 언론의 소임은 무엇인가? 특정 이익과 정략 추구에 입각한 프레이밍 대 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고유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지 않는 언론은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언론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진봉이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 수다.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언론까지 야당의 의표를 찌른 총리 지명, 당황한 야당의 물고 늘어지기, 자기 보도에 대해 자신 없는 KBS, 급조 토론으로 주저앉은 MBC, 유구무언으로 무능을 증명한 청와대, 정파 논리에 익사한 여러 신문, 인터넷을 타고 횡행하는 사이비 언론.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다.

<두 형상>, 파블로 피카소, 1904


미디어 정치 경제학 최진봉 지음 미디어 경제·경영 2013년 2월 25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06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미디어 정치 경제학 최진봉


02 미디어 프레이밍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은 미디어 정치 경제학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이론 중 하나로 뉴스 미디어가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뉴스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마련해 준다. 미디어 프레이밍 이론은 뉴스 미디어가 사회적 이슈나 사건을 취재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특정 프레임을 선택하거나 누락함으로써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특정 이미지(프레임)를 생산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미디어 프레이밍이란? 미디어 정치 경제학(Political Economy of Mass Media)에 서 뉴스 미디어와 정치권력, 그리고 경제권력과 연관 관계 를 이해하는 데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이론 중 하나는 미 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 이론이다. 미디어 프레이 밍 이론은 뉴스 미디어가 어떤 형태로 정치권력과 경제권 력을 지원하는지 밝혀내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해 주 고 있다. 뉴스 미디어는 뉴스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정치 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생산해 국민들 에게 제공함으로써 은밀하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지 원한다. 미디어 프레이밍 이론은 미디어가 어떤 사건이나 이슈 를 보도할 때 특정 프레임을 이용해 보도하는 것을 말한 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프레임(다른 말로 표현하면 의식)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또는 의식)은 각자가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기구(예컨대 학교, 교회, 군대 등)들을 통해 습득한 정보와 지식, 태어나고 자 라난 문화적 배경, 그리고 삶의 경험적 배경에 영향을 받 아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프레임(또는 의식)은 개개인이 세상을 살면서 부딪치고 경험하게 되는 많은 사건과 현상들을 이


해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람들이 같은 사건과 상 황을 경험하고도 각각 다르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각각 다른 프레임을 지니고 있고, 그 프레임을 이용해 사회적 현상과 이슈를 분석하고 이해한다. 예컨대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지닌 사람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각각 다르게 분석하고 이해하 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 기사와 미디어 프레임 뉴스 미디어가 사건을 취재해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이러 한 프레임 논리가 적용된다. 언론이 어떤 사건이나 이슈 를 다룰 때 언론사 또는 취재기자 개인의 정치, 종교, 문화 적 성향에 따라 같은 사건을 각각 다르게 보도할 수 있다 는 말이다. 취재기자는 취재현장에 도착해서 취재하는 과 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프레임(또는 의식)을 통해 사건을 분석하고 이해하게 된다. 개인의 정치적 또는 문 화적 성향이 사건을 취재하는 현장에서 무의식적으로 작 동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는 사건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통해 몇 가지 특징으로 이해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기사 작성에는 취재기자의 프레임만 영향을 미


치는 게 아니다. 취재기자의 프레임과 함께 언론사의 사 주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과 의도 또한 취재기자의 취 재과정과 보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언론사 사주 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는 취재기자의 개인적인 프레임보 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취재기자에게 미치게 된다. 일반 적으로 취재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자신의 프레임과 자신 이 속한 언론사 사주의 정치적 성향이 충돌할 경우 자신의 개인적인 프레임을 포기하고 사주의 정치적 성향을 선택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취재기사가 실제로 보도되기 위해 서는 사주의 정치적 성향을 거슬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재기자는 취재현장에서 언론사주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을 이용해 기사를 작성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의도에 부합한 사건의 특징 들을 중심으로 보도기사가 작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징들 중 사주의 정치적 성향 에 부합하지 않는 특징들은 무시되거나 축소되어 보도되 게 된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는 도중에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우리는 관광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를 선택해 카메라에 담는 다. 왜냐하면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한


정되어 있어서 여행지의 전체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유명 관광지에는 다양한 특성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은 관광지 전체의 특징 을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인 상 깊은 곳을 선택해 사진을 찍게 마련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이나 이슈의 현장에는 참으로 다 양한 특징들이 존재하지만, 그 다양한 특징들 중에서 취재 기자나 언론사주의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권력과 이해관 계가 맞아 떨어진 특징만이 뉴스 미디어에 의해 선택되어 기사화되게 된다. 즉, 취재기자와 사주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한 특징들만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재 기자와 언론사주가 어떤 특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독자나 시청자들이 사건이나 이슈를 이 해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같은 이슈와 사건 일지라도 어떤 특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이나 이 슈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은 언론사 사주 와 자신의 정치적, 문화적 성향을 기반으로 사건이나 이슈 를 이해하고, 사주와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사건이나 이 슈의 특징만을 선택해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기 자나 언론사들의 관행을 미디어 프레이밍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미디어 프레이밍의 문제점은 언론이 특정 이슈 나 사건에 대해 한쪽의 편향된 논리와 이미지를 이용해 사 건이나 이슈를 보도함으로써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본질 에서 벗어난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되어 시청자나 독자들 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통합진 보당 사태에 대한 보도를 보면, 보수정권과 보수언론들은 그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인 부정선거 문 제를 넘어서 색깔론과 이념논쟁을 앞세워 진보진영 전체 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 보수언론들은 통합진보당 사태 에 대한 보도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사건의 본질을 벗 어난 과장과 확대를 통해 진보진영에 대한 색깔론 프레임 을 부각시킴으로써 특정 프레임을 이용해 통합진보당 사 건을 규정했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인 부정선거 행위 에 대해 비판을 넘어서 이를 빌미로 진보진영 전체에 ‘종 북’, ‘친북’ 등의 자극적인 프레임을 이용해 부정적인 이미 지를 덧씌우는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미디어 프레임 전략: 선택, 강조, 무시 뉴스 미디어의 특정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프레이밍 과정 에서 뉴스 미디어가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전략은 ‘선택


(selection)’과 ‘강조(salience)’ 그리고 ‘무시(ignorance)’ 전략이다. ‘선택’과 ‘강조’, ‘무시’ 전략을 통해 취재기자와 언론사는 어떤 사건이나 이슈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징 중에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소수의 특징만을 선택해 강조 해 보도하고, 언론사 사주나 취재기자의 정치적 성향과 의 도에 적합하지 않은 특징은 철저히 무시하고 보도하지 않 게 된다. 결국 사건이나 이슈는 언론사 사주와 취재기자 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수의 특징만 강조됨으로써 국민 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나 이슈의 본질 과 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뉴스 미디어들은 미디어 프레이밍 과정을 통 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이 미지를 생산해 내는 역할도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논란 이 되고 있는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특정 프레임을 생산하 고, 그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사회에 확대재생산 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사건 현장에 갈 수 없는 독자와 시 청자들은 뉴스 미디어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생산한 이 러한 이미지와 프레임을 통해 사회적 이슈와 사건을 이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뉴스 미디어가 제공한 프레임을 통해 사건이나 이 슈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생산되고, 독자와 시청자들은 그 왜곡된 이미지를 통해 사건이나 이슈를 이해하게 되어 진실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 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은 뉴스 미디어의 특정 프레임에 의해 생산된 정보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사 건이나 이슈에 대한 실제 본질과 다른, 뉴스 미디어가 원 하는 이미지로 재생산되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03 미디어 소유구조의 집중화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언론들은 대부분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일정부분 자유를 쟁취한 반면 또 다른 권력집단인 경제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력의 언론 관련 규제와 제도 철폐 정책으로 거대 자본에 의한 언론사의 소유 집중화를 불러왔고, 거대 언론 기업들은 소규모 지역 언론사들과 언론 관련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소수의 미디어 그룹에 의해 언론 시장이 장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디어 산업과 경제권력 미디어 정치 경제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는 미디어 산업의 소유구조에 관한 부분이다. 미디어 정치 경제학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역할과 기능 자체가 공 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미디어(특히 뉴스 미디어)가 경제권력에 의해 장악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인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권력의 미 디어 산업 진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제 시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 을수록 미디어는 정치권력에 의해 장악 또는 통제되는 경 향이 강하다. 그러나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민주주 의가 성숙할수록 미디어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와 장악 은 줄어드는 반면 자본력을 앞세운 경제권력이 점차 미디 어 산업을 장악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후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의 미 디어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억압과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들은 정치권력 의 직접적인 억압으로부터는 자유를 쟁취한 반면, 경제권 력이라는 새로운 권력에서 나오는 통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 산업이 경제권력에 의해 통제될 때 어 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언론 시장을 자 본주의 논리에 내맡긴 미국의 언론 상황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 미국에는 세계적인 거대 언론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언 론사들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고 있으며 많은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 는 것이 있다. 미국 거대 언론사들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 의 창출 뒤에는 미국 언론의 공영성 상실이라는 부작용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저히 상업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거대 언론사들은 마치 일반 기업들처럼 소유 주의 이익 챙기기를 위해 총동원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 서 언론이 공영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 렵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상업방송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대 부분의 선진국들은 방송이 자본의 권력에 의해 장악되어 공영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벌의 방송사 소유 제한을 완화한 이후 몇몇 거대 미디어 그룹들 이 미국 전체 방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트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타임워너의 CEO 제프리 뷰케스 (Jeffrey Bewkes, 1952∼ )

디즈니, 타임워너, 뉴스 코퍼레이션, 바이어컴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지상파방송사, 케이블방송사, 영화 제작사, 라디오방송국, 잡지사, 출판사, 위성방송사, 비디 오 대여점, 수많은 지역방송국들을 소유함으로써 미국 전 체 방송 시장의 생산과 분배, 소비구조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경 우, 폭스뉴스, 폭스 스포츠 네트워크, 마이스페이스(미국 판 싸이월드), 스카이 위성방송, 디렉트TV, ≪더 선≫(영 국 신문사), 20세기폭스 영화사, 스타 위성 TV, TV 가이


드, ≪뉴욕 포스트≫(미국 신문사), 하퍼 출판사, 그리고 영국, 독일, 중국, 인도 등에 위성방송사와 텔레비전 방송 사,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 그룹들은 이러한 교차 소유구조를 통해 자사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기에 여념이 없다. 예를 들어 월트 디즈니에서 새로운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경우, 월트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인 ABC의 프로그 램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고, 월트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 케이블방송사와 잡지사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프 로그램과 기사를 내보내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다. 즉, 자 사의 이익 추구를 위해 자사가 소유한 계열 언론사들을 공 공연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사의 이익은 방송 의 공영성이나 공공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대 언론 기업들 의 로비에 굴복해 언론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유지해 오던 언론 관련 규제와 제도들을 무작위로 풀어준 정치권력의 비호가 있었다. 특히, 지난 1996년 제정된 미국의 ‘텔레커 뮤니케이션법(Telecommunication Act)’은 그동안 한 언 론사가 소유할 수 있는 방송국과 신문사의 수를 제한하던


규제를 철폐해 언론사의 전국적인 소유 규제를 삭제하고, 한 언론사가 한 지역에서 8개의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 록 해 거대 미디어 그룹이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들을 소유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으며, 7개의 거대 전화회사 들이 케이블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실 제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 라디오 업 계를 중심으로 매각과 합병이 급격히 이루어져 방송국의 소유 집중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미국 전역에 라디오방송국 약 1200여 개를 소유한 거대 라디오방송 기 업인 ‘클리어 채널’이 탄생하게 되었다. 즉, 미국 정부의 친 기업적 방송 정책이 미국 방송의 소유구조를 재편시켜 6∼ 7개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 시장을 장악하는 사 태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언론의 공공성 훼손 문제는 이러한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의 미국 언론 시장 장악이 결국 언론의 공공성과 공영성 확보의 근간을 뒤흔 들었다는 점이다. 거대 언론 기업들의 전략은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 시청자나 청취자들의 수준 향상에 도움 이 되는 콘텐츠 생산을 통한 공공 서비스를 과감히 버린 것이었다. 자사의 이익 창출에 반하는 어떠한 보도나 프


로그램의 생산도 허용하지 않았고,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 에 근거해 소유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자본주의 원칙에 근거해 보면, 소유주가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나아가 이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추구의 극대화만 달성되면 그 과정에서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일반 적이다. 그러나 국가나 공공기관은 다르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 하는 국가나 공공기관은 이익 창출을 통한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작용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언론 관련 규제와 제도의 철폐를 통해 언론을 시장경제 체제에 내맡김으로써 언론사의 소유 집중화를 불러왔고, 정부가 언론사의 소유 집중화를 방관하는 사이 거대 언론 기업들 은 소규모 지역 언론사들과 언론 관련 기업들을 마구잡이 로 사들여 몸집을 키워갔다. 결국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 에 의해 미국 언론 시장이 장악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언론에 관한 각종 규제와 제도의 철폐를 통한 미국 언 론의 소유 집중화는 자연스럽게 언론의 공영성을 말살하


고 이익 창출의 극대화를 위한 무한 상업주의 사상이 팽배 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미국 언론들은 이익 창출의 극대 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 을 만들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결국 미국 의 상업언론들은 언론 본연의 사명인 정치와 사회권력에 대한 ‘감시견’의 역할을 포기하고 자사의 경제적 이익 창 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눈치 를 보는 권력의 ‘충성견’이요 ‘치어리더’로 전락하고 말았 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언론이 경제권력에 장악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 미디어 산업을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 장논리에 내맡기게 되면 사회적 공공재로서 미디어의 사 회적 기능을 말살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알 권리 를 말살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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