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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팅 리듬, 눈 뗄 수 없는 영화의 비밀 노래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음정 박자 리듬이 있다. 의미 있는 스토리라인, 적절한 시퀀스의 배분 다음에는 긴장과 이완의 대위법, 갈수록 숨찬 시지각의 리듬이 필요하다. 심장과 함께 뛰는 영화의 맥박이다.

영화 <목요일의 이야기들>, 리처드 제임스 앨런 감독, 캐런 펄먼 편집, 2007


인텔리겐치아 2142호, 2014년 7월 28일 발행

한여름의 새 책 1. 캐런 펄먼(Karen Pearlman)이 쓰고 김진희가 옮긴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Cutting Rhythms: Shaping the Film Edit)≫

영화에서 리듬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개념이 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주제다. -“머리말”,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x쪽.


영화에서 리듬이란 무엇인가? 영화의 전체 흐름을 말한다. 사람이나 사물 의 움직임, 사건의 발생, 감정의 변화가 각 장 면의 리듬을 만든다. 장면의 리듬이 어울려 전체의 리듬이 완성된다. 편집에서 리듬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물, 사건, 감정뿐만 아니라 연기, 카메라 움직임, 이야기 진행이 모두 리듬의 구성 요소이기 때 문이다. 리듬이 영화에서 하는 일은 뭔가?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 적절한 리듬을 탔 을 때 관객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영화에


몰입한다. 어떻게 그런 리듬을 만드는가? 촬영본에 담긴 각 리듬을 잘 읽어 내고 가장 잘 어울리는 리듬으로 통합하면 된다. 어떻게 읽고 통합하는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배우기 어려운 게 리듬이다. 지금까지 영화에 대한 논의는 리듬 편집에 대 해 무엇을 이야기해 왔는가? 놀랍게도 영화 속 리듬 편집에 대한 심층 연 구는 매우 드물다. 이론 연구에서는 원론 수 준의 언급만 있었고 실무 수준에서도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그렇게 방치한 이유가 뭔가? 리듬이라는 개념을 막연한 느낌의 차원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영화학자들조차 리듬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방법을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현장 경험이 이론으로 정리 표현되지 못했다 는 말인가? 그렇다. 편집자들은 멋진 리듬을 만들어 놓고 도 그 방법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리 듬 편집을 경험 위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 책,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의 새 로운 얼굴은 무엇인가? 영화의 리듬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영화의 리듬, 편집의 리듬이 무엇인지 상세히 알려 준다. 기존 연구가 거의 없는 분야이기 때문 에 무용학, 신경학, 인지주의 분야 지식을 총 망라해 영화의 리듬을 분석했다. 영화 리듬의 개념을 어떻게 정리한 것인가? 물리적 리듬, 감정의 리듬, 사건의 리듬을 이 론적, 실무적으로 설명한다. 슬로 모션, 패스 트 모션, 평행 액션처럼 자주 쓰이는 편집 기 법도 리듬 차원에서 새로 분석한다.


이 책이 정의하는 리듬 편집이란 무엇인가?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만들어 낼 목적으로 타 이밍·속도감·경로 구성을 통해 시간·에 너지·움직임을 다듬은 것을 리듬 편집이라 정의한다. 경로 구성(trajectory phrasing)이 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무용학을 바탕으로 저자가 새로 만든 개념이다. 경로 구성이 뭔가? 숏과 숏, 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여러 움직 임을 모두 고려하는 편집 방법이다. 곧 물리 적 움직임, 감정의 변화, 사건 진행에서의 방 향·에너지·경로를 고려해 영화의 흐름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편집자들이 경험적으로 늘 해 오던 작업 방식이다. 그러나 구체 개념으로 정립했다 는 점이 중요하다. 물리적 리듬 편집의 사례를 들 수 있는가? 영화 <시카고> 초반부에서 벨마(캐서린 지 타 존스)가 ‘올 댓 재즈’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 이 대표적이다. 그녀와 다른 무용수들의 동 작과 음악의 리듬, 물리적 리듬을 최대한 살 려 편집한 것을 볼 수 있다. 감정의 리듬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 인가? <변호인> 중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와 차동


영 경감(곽도원)의 법정 논쟁 장면을 보라. 점차 고조되는 감정에 맞게 장면을 편집했 다. 감정의 변화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 달된다. 사건의 리듬에서 모범 답안을 찾는다면 무엇 을 고를 것인가? <대부>의 세례식 장면이다. 대부 마이클(알 파치노)이 참석한 장엄한 세례식과 같은 시간 에 그의 지시로 벌어지는 살해 사건들을 교차 편집하고 있다. 이러한 편집으로 사건의 진행 을 관객에게 더욱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커팅 없이 리듬을 살리는 방법도 있는가? 물론이다. 숏 내부의 리듬이 충분한 완성도


를 갖추고 있을 때는 편집자가 이를 존중해 길게 연결하기도 한다. 영화 <시>가 훌륭한 사례다. 슬로 모션의 리듬 효과는 어떤 것인가? 슬로 모션은 물리적인 리듬이 느리게 촬영된, 혹은 후반작업에서 효과를 주어 느리게 한 영 상을 활용한다. 이때 재현된 사건의 리듬도 느려진다. 대체로 극적인 부분에서 슬로 모션 을 쓴다.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듬감과 감정의 고조 효과를 액션 장면에 적용할 수 있다. 빠른 액션 장면 에서 슬로 모션 숏이 정상 속도의 숏 사이에 가끔씩만 들어가게 하면, 장면 자체의 사건의 리듬은 오히려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게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진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강사다.


커팅 리듬, 눈 뗄 수 없는 영화의 비밀 노래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음정 박자 리듬이 있다. 의미 있는 스토리라인, 적절한 시퀀스의 배분 다음에는 긴장과 이완의 대위법, 갈수록 숨찬 시지각의 리듬이 필요하다. 심장과 함께 뛰는 영화의 맥박이다.

영화 <목요일의 이야기들>, 리처드 제임스 앨런 감독, 캐런 펄먼 편집, 2007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캐런 펄먼 지음 김진희 옮김 영화 편집 / 영상 제작 2014년 7월 28일 출간 사륙배판(188*258mm) 무선 제본, 316쪽 28,000원


작품 속으로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캐런 펄먼 지음 김진희 옮김


머리말

처음 이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필자가 호주국립영화학교(Australian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 AFTRS)에서 편집 전공 석사 과정을 마치기 위해 졸업 작품을 마무리하던 때였다. 당시 편집 전공 담당 교수였던 빌 루소 (Bill Russo, ASE1)는 신입생 교육을 위해 편집의 역사와 이론을 조사해 줄 수 있 는지 물어 왔다. 그때부터 필자는 일반적으로 영화2를 편집할 때 자주 사용하면 서도 제대로 정의되지는 않는 용어들, 즉 구조, 몽타주, 리듬 등에 대한 연구가 필 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빌은 다른 기성 편집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현 장 경험을 통해 편집에 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었고, 호주국립영화학 교는 짧은 기간 내에 편집자들을 키워 내기 위해 다양한 편집 실습 위주의 교육 을 하고 있었다. 빌은 필자의 연구 주제를 매우 반가워했다. 영화 학교가 현장과 는 어떻게 다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오랜 실 습과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었던 개념들이 명확하게 설명되고 소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그 역시 궁금했던 것이다. 연구 과정 동안 영화와 관련 문헌들을 조사하고 작가, 감독, 편집자들과 인 터뷰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러시아 몽타주 이론, 연속 편집(continuity editing) 의 기술, 구조, 편집 기법, 자주 등장하는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들을 정리 해서 가르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에 반해 리듬은 매우 파악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관련 문헌에서는 서로 모순되거나 제한적 인 설명들만 있을 뿐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개념 정의가 없었다. 숙련된 편집자 들은 리듬이란 것이 (구조와 마찬가지로) 편집 과정 중 만들어지고 느끼게 되는 어떤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리듬이라는 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 거나 (직관적으로 만들어진다는 표현 이외에) 리듬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주저했다. 그나마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과 크리스틴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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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in Thompson)이 『영화 예술(Film Art)』에서 “영화에서 리듬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개념이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주제”3라고 정의하며 도전 장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필자는, 어쩌면 가장 정의하기 어렵고, 적어 도 필자가 아는 한 가장 까다로운 주제인 영화 편집의 리듬을 이해하기 위해, 본 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화 편집의 리듬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필자는 좀 더 명확한 개념 정리를 위해 영화 분석은 물론 무용, 신경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관 지어 연구했다. 이 책에서는 먼저 편집의 리듬을 결정짓는 직관, 안무 과 정과 유사한 편집 작업,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드는 방법과 목적에 대해 설명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편집자들이 만드는 여러 종류의 리듬을 알아보고, 다양한 종류의 장면과 이야기를 통해 리듬에 대한 편집자의 새로운 접근 방식들 도 살펴볼 것이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4은 편집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작업 과정과 도구, 리듬의 기능에 관한 책이다. 독 자들은 이 책에서 리듬을 구성해 내는 직관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영화 리듬에 대 해 토론할 때 필요한 용어들, 영화 리듬의 종류와 구축 방법에 대한 분석을 접하 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 편집에 필요한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 이다. 편집의 기술적인 면을 다룬 책들은 많다. 역사와 편집 기법을 다룬 책들도 있다. 하지만 편집자들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들의 편집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영화 예술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주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의 내려지지 않은 리듬에 대해 본 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리듬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다듬어지고, 왜 필요한 지 살펴봄으로써,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심 있는 영화학자들, 특히 뛰어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전 문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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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역주) 호주영화편집자협회(Australian Screen Editors Guild) 소속. 2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줄 목적으로 일정한 길이를 갖추어 완성된 모든 상영물을 영화로 간주한다. 비디오, 애니메이션, 경우에 따라서는 디지털 미디어도 포함한다. 정해진

길이가 없거나 비선형적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CD롬, 컴퓨터게임, 비디오나 필름으로 제작 된 전시물, 웹 기반의 상영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후자의 리듬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지만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3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pp. 196~197. 4 (역주) 이 책의 원서 제목은 Cutting Rhythms: Shaping the Film Edit 으로, 직역하면 ‘영화 편집을 만들어 내는 커팅 리듬’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지점을 선택하여 자르고 붙이는 실제 편집 작업의 느낌을 강조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리듬의 원리를 소개하 고 있는 책의 내용을 반영하여 한글 제목을 정했다. 이후에 나오는 컷(cut)이나 커팅(cutting) 이라는 용어들도 발음 그대로 옮겼다. 컷은 ① (제작 과정에서) 필름의 두 부분을 연결하는 것, ② (완성된 영화에서) 한 영상에서 다른 영상으로의 순간적인 변화를 말한다. 참고로 숏 (shot)은 ① (촬영에서) 카메라에 의해 끊어지지 않고 찍힌 일련의 프레임(frame)들, ② (완 성된 영화에서) 끊어지지 않은 하나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8th edition, McGraw-Hill, New York, 2008, p. 477, p.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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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이 책은 필자 캐런 펄먼(Karen Pearlman)이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에서 2006년에 쓴 박사 논문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리듬을 구축하는 방법(Cutting Rhythms: Ideas about the Shaping of Rhythm in Film Editing)’에 기초한 것이다. 이 책 1장의 초기 버전은 호주미디어교육자(Australian Teachers of Media) 에서 출간하는 메트로 매거진(Metro Magazine)(2004년 141호, 112~116쪽) 의 편집에 대한 특별 기고란에 ‘생각의 리듬: 편집자가 영화의 리듬을 구축하 는 방법에 대한 견해(The Rhythm of Thinking: Speculation on How an Editor Shapes the Rhythm of a Film)’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2003년 11월 14일에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열린 연구원들을 위한 콘퍼런스 ‘춤, 육체성, 몸 그리고 공연 실습’과 2004년 9월 25일에 시드니댄스컴퍼니(Sydney Dance Company)에서 개 최한 무용 영화에 대한 포럼 ‘시네무브(Cinemoves)’에서는 필자의 논문과 영화 <목요일의 이야기들(Thursday’s Fictions)>의 내용이 소개되었다. 4장, 5장 그리고 6장에서 발췌된 일부 내용들은 뉴욕에서 발간된 무용영 화협회(Dance Films Association)의 저널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세 차례 에 걸쳐 게재되었다(Dance on Camera Journal , 2005. 7~8, 8권 4호; Dance on Camera Journal , 2005. 9~10, 8권 5호; Dance on Camera Ezine, 2006. 2).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큰 관심과 훌륭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사 과정 지도 교수 세라 깁슨(Sarah Gibson)과, 이 책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 을 주었던 공동 지도 교수 로스 깁슨(Ross Gibson)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첫 지도 교수 패트릭 크로건(Patrick Crogan) 박사는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고, 그의 특별한 연구는 필자가 생각을 정리하고 연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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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호주국립영화학교 편집 전공 담당 교수였던 빌 루소가 보여 준 이 연구에 대 한 관심, 도전 정신, 그리고 토론과 편집 지도에 대해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 호주국립영화학교 시나리오 전공 담당 교수였던 폴 톰슨(Paul Thompson)의 희 망과 공포에 대한 개념 정리도 도움이 되었다. 필리파 하비(Philippa Harvey)와

호주국립영화학교의 동료들이 보여 준 통찰력과 관심, 호주국립영화학교와 시 드니공과대학교의 제자들이 보여 준 열정에서도 큰 영감을 얻었다. 시드니공과대학교 미디어 아트 과정의 여러 강사들, 특히 부교수 질리언 레이히(Gillian Leahy), 노리 노이마르크(Norie Neumark), 마틴 해리슨(Martin Harrison), 메간 헤이워드(Megan Heyward), 앤 마리 챈들러(Anne-Marie Chandler), 앤드루 테일러(Andrew Taylor), 크리스 케인스(Chris Caines) 덕분 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때때로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이야기와 아이디 어로 더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드니공과대학교의 예술사회과학대 학 학장 테오 반 레이우번(Theo Van Leeuwen) 교수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영화 리듬에 대한 그의 연구는 본 연구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호주영 화편집자협회의 훌륭한 동료들에게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헨리 댄거(Henry Dangar, ASE), 에 마 헤이(Emma Hay, ASE), 피터 휘트모어(Peter Whitmore, ASE), 메리 제인 성 빈센트 웰치(Mary Jane St. Vincent Welch, ASE)에게 감사를 전한다. 스티븐 말 릭(Stephen Malloch) 박사, 그레그 후퍼(Greg Hooper) 박사, 마크 시턴(Mark Seton) 박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주제 배치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크리스토퍼 앨런(Christopher Allen) 박사, 미셸 히스콕(Michelle Hiscock), 디어 드리 타워스(Dierdre Towers), 다르민 칼데론(Darmyn Calderon), J. 글룩스턴 (J. Gluckstern), 로스 머레이(Ross Murray)는 친절하게도 직접 원고의 일부분을 읽어 주었다. 그들의 조언과 제안에 감사한다. 지금의 자리가 있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아버지 앨런 펄먼(Alan Pearlman) 박사는 필자의 모든 사색에서 거울 같은 존재였고, 그의 부인 게일 베이스(Gail Bass)와는 그녀의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리듬에 대한 토론을 함 께 할 수 있었다. 어머니 조앤 펄먼(Joan Pearlman)은 끝없는 열정과 사랑을 보 여 주었고, 그의 남편 피터 키비(Peter Kivy) 교수는 필자에게 처음으로 영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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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책을 선물했으며 그 이후로도 좋은 책들을 수없이 보내 주었다. 돌아가신 시 아버지 로버트 앨런(Robert Allen), 그리고 내 일상의 짐을 덜어주고 함께 지내 며 편히 글을 쓸 수 있도록 보살펴 준 시어머니 조슬린 앨런(Jocelyn Allen)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존재 이유이며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매 순간 기쁨을 주는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샘(Sam)과 재스(Jaz),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와 비전과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사랑을 보여 준 나의 멋 진 파트너 리처드(Richard)까지,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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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영화 편집의 리듬에 관한 책이다. 영화의 리듬 을 구축하는 편집 과정에 대해 직관적이라는 표현 외에 어떠한 설명이 가능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질문은 리듬을 결정하는 편집자의 창 의력과 직관, 리듬을 구축할 때 편집자가 거치는 작업 과정과 방법, 영화에서 리 듬의 기능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연구를 거쳐 『커팅 리 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영화 편집에서 리듬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왜 필요한지에 관한 이론들을 정립했다. 또한 필자가 직접 편집한 영화와 그 밖 의 다양한 영화들의 리듬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이 이론들을 어떻게 실제로 적용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의 1장은 직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흔 히 편집자들이 리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직관적이라고 설명할 때, 그것은 어 떤 종류의 생각과 실행 과정을 표현한 것일까? 이 책에서는 세상 속의 리듬과 그것을 경험한 편집자 자신의 몸의 리듬, 이 두 가지 토대로부터 체득한 지식이 편집자의 직관이라고 가정한다. 편집자는 이 두 리듬으로부터 리듬에 대한 정 보를 몸으로 익히고, 이들을 시발점으로 리듬을 편집할 때 필요한 창의력을 활 성화한다. 1장에서는 리듬 관련 지식의 토대인 이 두 리듬 사이의 신경학적, 경 험적 연관성도 설명한다. 또한 리듬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과정에서 생리적 반응 이 가진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으로 사고하는 법과 운동감각에 의한 감정이입 (kinesthetic empathy)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2장에서는 편집자가 영화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이미지와 사운드 의 구성을 조절하는 편집 작업을 일종의 안무로 해석한다. 몸으로 리듬을 습득 하게 된다는 1장의 견해를 발전시켜, 움직임을 인식함으로써 리듬을 느끼게 된 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는 편집자가 자신이 경험한 움직임을 통해 리듬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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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식을 얻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촬영본의 이 미지와 사운드의 움직임을 조절해서 리듬을 구축하게 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안무가들 역시 움직임으로 작업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춤과 춤을 만드는 과정으로부터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 때 유용한 기술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3장에서는 리듬을 편집하는 안무적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해 알아 본다. 타이밍(timing), 속도감(pacing)과 관련된 다양한 편집 작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또한 이 장에서는 타이밍과 속도감으로 설명되지 않는 편집 자의 주요 작업을 경로 구성(trajectory phrasing)이라는 용어로 정리한다. 경로 구성은 무용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개념으로, 움직임의 구절에서 드러나는 에너 지와 방향을 조절하는 편집 작업을 의미한다. 4장에서는 영화 속 움직임을 리듬으로 구성하는 목적을 살펴본다. 긴장과 이완의 주기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과 영화의 리듬이 관객의 리듬과 일치되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1장부터 4장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 편집의 리듬이란, 긴장 과 이완의 변화를 만들어 낼 목적으로 타이밍, 속도감, 경로 구성을 통해 다듬어진 시간, 움직임, 에너지를 말한다.

그런 다음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에서는, 앞에서 제시했던 직관, 안 무적 접근, 리듬을 만들어 내는 도구와 리듬의 목적에 대한 가설을 편집자가 접 하게 되는 여러 종류의 리듬에 적용한다. 리듬의 종류와 편집자가 사용하게 될 안무적·직관적 접근법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적 리듬(physical rhythm), 감정의 리듬(emotional rhythm), 사건의 리듬(event rhythm)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편집의 구체적인 사례 혹은 문제점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편집 스타일을 살펴보는 9장에서는 몽타주(montage)와 데쿠파 주(decoupage) 개념으로 리듬을 살펴보고, 스타일을 구축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편집자가 타이밍, 속도감, 경로 구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아본다. 10장에서 는 영화 리듬에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편집자가 사용하는 평행 액션(parallel action), 슬로 모션(slow motion), 패스트 모션(fast motion) 등의 기법들을 살펴 보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언제 진부한 표현이 되는지 알아 본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두 명의 대화 장면과 추격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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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사례들을 살펴보고, 실제로 장면 분석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들을 제시한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편집 기법을 배우고 있는 편집자들과 영화 를 만드는 사람, 편집 기법에 대한 논의를 통해 효과적인 작업 방식을 찾고자 하 는 숙련된 편집자 모두를 위한 책이다. 리듬에 대해 알게 되면, 학생들과 편집자 들은 더욱 창의적으로 리듬을 구성하고 촬영본 속에 잠재된 리듬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이론적 개념과 실용적인 방법의 연계에 관심 있는 영 화학자에게도 유용하다. 이 책의 목적은 리듬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활성화하고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연구 방법론: 이론적 측면 편집에 관련한 최근 문헌들을 조사해 보면,1 영화 편집의 리듬을 논점으로 다루 고 리듬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예외적으로 테오 반 레이우번 이 『영화 텍스트의 리듬 구조(Rhythmic Structure of the Film Text)』 서문에서 이 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영화 이론 연구에서 영화의 리듬이 가진 역할에 대해 자주 언급하던 시기도 있었다. … 최근으로 올수록 영화 리듬에 대한 연구는 사라지고 있다. 미트리 (Mitry)의 『영화의 미학과 심리학(Esthetique et Psychologie du Cinema)』 (1963) 출간 이후 리듬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은 거의 없다.2

가끔 타이밍과 속도감을 이용해 리듬을 만드는 규칙들을 제시하는 편집 기 법 안내서들이 있다. 이 책들과 더불어 편집자를 인터뷰한 책에서 특정 영화 속 의 리듬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서적에서는 리듬을 편집하기 위 한 규칙은 없다고 말하고,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켄 댄시거(Ken Dancyger)는 그의 책 『영화 편집: 기술, 역사, 이론, 미학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Theory and Practice)』에서 속도 (pace)의 일부로 리듬을 설명하며 “영화의 리듬은 개별적이고 직관적인 사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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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하다”3고 말했다. 카렐 라이스(Karel Reisz)와 개빈 밀러(Gavin Millar)는 『영화 편집의 기법(The Technique of Film Editing)』에서 리듬을 타이밍의 특성으로 해 석한다.4 『영화 예술』에서 보드웰과 톰슨이 “A숏과 B숏 사이의 리듬 관계”5라는 단락에서 몇 가지 리듬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필자가 이 책에서 속도감이라고 표현하는 컷의 빈도수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보드웰과 톰슨은 서 문에서 “영화 전체의 리듬은 편집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 기술로부터도 나온다” 고 언급했다. 이와는 달리 필자는 영화 전체의 리듬이란 편집자가 최종적인 구 성과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필자의 연구는 편 집 작업에 집중하되, 편집 작업으로 구성한 영화 리듬을 좀 더 넓은 측면에서 고 찰하고, 거기에 편집 작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이 책에서는 영화 의 리듬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편집자들이 고려하는 다양한 측면을 설명 할 것이다. 컷의 빈도수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영화 편집: 역사, 이론, 그리고 실제(Film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의 저자인 돈 페어서비스(Don Fairservice)는 영화 편집의 리듬을 다룬 문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영화 편집에 대한 모든 논의는 결국 리듬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의하기 어렵다 보니, 모호한 개념이나 개론적인 단어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 었다.6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리듬이나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에 대해 어 떠한 규칙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리듬을 만들어 내는 직관력과 그 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자 하는 편집자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를 공부 하는 학생들이 촬영본을 보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영화 편집 리듬의 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들이 스스로에게나 촬영본을 보며 물어 볼 수 있는 질문과 연관시킨 이유는, 여기서 제시되는 이론을 좀 더 실용적으로, 실제 편집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편집하는 동안 누 군가가 “이건 아닌 것 같아”, “이 느낌이 아닌 것 같아”, 혹은 “리듬감이 없어”라고 반응할 때, 편집자는 이 책에서 논의된 리듬의 내용을 떠올리며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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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키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필자는 주로 인 지적 측면에서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작업의 특성과 과정을 고찰했다. 데이비드 보드웰과 노엘 캐롤(Noël Carroll)은 인지주의에 대해 “심적 표상 방식과 자연주의적 절차와 (어느 정도) 논리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사고, 감정, 행위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7라고 표현했다. 인지주의 학자들은 우리가 영화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영향 받 는지 연구할 때 인간의 생리적인 특성을 고려한다. 이들의 기본 원리는, 특별 한 순간을 경험하거나 교육을 받기 이전 상태의 모든 인간에게 우리의 특성을 이루는 일부분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간은 삼차원이다’, ‘자 연광은 위에서 쏟아진다’ 등의 인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보편자 (contingent universals) 덕분에 예술적 관습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왜냐 하면 예술적 관습들은 인간의 인식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8 대부분의 편집 작업도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편집자들은 편집실에 서 본성이나 우주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지식과 믿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경험을 활용하려고 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나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생리적 혹은 깊이 몸에 밴 자각이나 지식 등 인간 의 경험적 측면을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작업 중인 영화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을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인지적 접근 방식에 해당한다. 영화 제 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해 실용적인 이론을 만들고 발전시키려는 것 도 인지적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리적·인지적 체계”9를 통해 영화 편집의 리듬과 리듬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편 집자와 관객의 살아 숨 쉬는 몸속의 리듬 활동을 신경학적 협력 작용으로 설명한 다. 이를 몸으로 생각한다고 표현하고 이에 관련된 여러 참고 자료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필자는 “인식은 운동감각에 의한 것이라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10고 믿었던, 구소련의 위대한 감독이자 몽타주 이론가인 세르게이 예이젠 시테인(Sergei Eisenstein)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깊이 있 는 지식은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이 며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몸이 영화의 리듬을 생각하고 만들어 낸다는 개념에는 몸으로 익힌 지식을 좀 더 잘 활용하려는 필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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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마음(the mind)이 육체적인 것이고 몸이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음이 그 밖에 어떤 것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 책 에서 다루는 내용은 인식이나 의식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며, 물질적인 가치와 그것을 초월한 가치를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마음이라는 것이 몸을 통 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달리 실행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려는 의도도 없다. 필자의 견해는 마음이란 것이 생리학적 실체이기도 하다는 증거로부터 도출된 것이며, 그 밖에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어떠한 것이 아닌지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거나 연관 짓지 않았다. 마음이 육체 적인 것이고 몸이 생각한다는 전제하에, 편집자가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 낼 때 마음과 감정과 몸이 서로 통합된다는 관점으로 편집의 리듬을 고찰하고 있는 것 이다. 필자의 주장을 실제 작업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인지적인 접근이 가장 효 율적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이러한 접근법을 적용할 수 없는 내용도 있다. 리듬 자체에 대한 연구는 인지적으로 이해할 수 없거나, 그러한 접근이 거의 불가능 하다. 리듬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대체로 “리듬은 느껴지는 현 상”11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듬이 느껴지는 것이고 느낌을 통해 생성된 다는 특성은, 필자의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편집 기법 에 대한 글에서조차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을 주관적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특징짓는다. 또 이런 특성 때문에 어렵고 심오한 현상학적인 담론이 이 루어지고, 질 들뢰즈(Gilles Deleuze)식의 영화 연구가 존재하게 되었다. 영화 의 이해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라면 직접 들 뢰즈의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네마 2: 시간-이미 지(Cinema 2: The Time Image)』에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시각적·청각적) 감 각, 운동, 강도, 감정, 리듬”12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각적·청각적) 감각, 운동, 강도, 감정”13을 이용해 다양한 과정과 목적 으로 만들어지는 리듬을 분석한 결과,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에서는 리 듬이란 느껴지는 현상이되 단순히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간주한다. 리 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과 리듬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은 학습되는 것이며, 리 듬을 배우고 만들어 가는 과정도 설명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신경학 분야의 지식을 통해 리듬을 경험하고 창조하는 신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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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설명한다. 그중에서 특히 최근 신경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의도된 움직 임을 인식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의 기능에 주목했다. 이 책에서는 뇌가 (부분적으로 의도된 움직임을 감지함으로써) 리듬을 인식하는 과정과 인간의 몸 이 스스로 인지한 움직임에 대해 운동감각적 감정이입을 한다는 현상학적 이론 들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몸이 리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고 복 구해서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생각하는 몸’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다시 말해 몸은 생각하되, 육체적·경험적 과정을 통해 매우 주도적으로 생각한 다는 것이다. 필자는 들뢰즈, 앙리 베르그송(Henry Bergson) 등의 철학자들과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이용해 ‘생각하는 몸’이라는 모델 안에서 영화와 춤을 현상학 적으로 연구했다. 왜냐하면 영화, 시간, 공간, 에너지 그리고 움직임의 인식 에 대한 그들의 연구에서 리듬이 인식되는 방법과 그러한 인식이 가지는 의미 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E. 바르텐부르크(Thomas E. Wartenburg)와 안젤라 커런(Angela Curran)이 자신들의 교재 『영화의 철학(The Philosophy of Film)』에서 들뢰즈의 연구에 대해 표현한 것처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거나 “시간과 움직임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변화”14시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이 책은 보드웰과 캐롤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제 해결을 위한 연 구”15다. 즉 리듬을 만드는 요소, 형성 과정, 목적, 그리고 리듬이 몸으로 인식된 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 들어 내는 창의성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연구 방법론: 실제적 측면 리듬에 대한 필자의 연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실제 작업에 관한 내용이다. 필 자는 많은 단편 영화, 장편·단편 다큐멘터리, 때때로 교육용이나 홍보용 영상 을 편집해 왔고, 각각의 작업들을 통해 편집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편집 작업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항상 기록해 왔기 때문에, 모든 작업들이 이 연 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리듬에 대한 지식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론과 경험을 통합하고 필자 및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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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적용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로 편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념을 개발하고, 다른 이론 연구에도 유용한 정보와 아이디어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되었다.

사운드 사운드는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 내고 느끼는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리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영상 편집자의 사운드 활용 부분 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르면, 찍힌 순 서대로 넘어온 촬영본을 편집자(영상 편집자)가 완성된 영화의 형태, 구조, 리 듬을 가지도록 편집한다. 그러고 나면 완성된 편집본은 후반 사운드를 담당하는 사운드 에디터에게 보내진다.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일반적 인 절차에서는 편집자가 영상에 입혀져 있는 소리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후 어떤 사운드 효과음이나 배경 사운드가 덧붙여져 완성되든지 간에 편집자가 우선적으로 사운드를 조정하게 된다. 물론 사운드에 대한 전문가는 사 운드 디자이너다. 필자도 편집자의 입장에서 항상 사운드를 이용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운 드를 찾거나 만들어 내는 것은 영상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만 하고, 필요한 타이밍과 에너지를 구성할 때는 대부분 주어진 촬영본 안에서 해결한다. 볼륨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사운드 효과음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타이밍을 잡을 때 사운드를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작업, 사운드 원본, 방향, 미묘한 차이, 여러 층의 사운드 트랙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후반 사운드 팀이 작업하도록 편집본과 함께 넘긴다. 사운드는 편집자가 만들어 낸 리듬 속 의 한 요소이지만, 사운드 디자인의 예술적 완성도는 사운드 디자인의 독립된 영역이다. 그리고 사운드 디자인은 편집된 영상의 리듬에 맞추어 이루어지게 된다. 리듬에 대한 논의에서, 일반적인 편집 상태를 이야기할 때 사운드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필자가 언급하는 사운드는 영상 편집자가 다루는 사운드 를 의미하는 것으로, 후반 사운드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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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할 때에만 사운드를 따로 떼어 내 언급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움직임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 고, 에너지라고 표현할 때는 영상과 사운드의 에너지를 함께 말하는 것이다. 물 론 이것은 영상 편집자가 영상에 입혀진 사운드를 조절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전 제로 한다.

음악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 역시 작곡가가 아닌 편집자의 작업 영역에 국한된 것이다. 편집자가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관객이 완성된 영화의 리듬을 느끼 는 과정에서 음악은 매우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음악에 대해 대본에서 특 별히 언급하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음악 작곡은 영상 편집이 완전히 확정되 고 난 후에 이루어진다. 사운드의 리듬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리듬도 영상 편집 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구조·리듬을 강조하고, 강화하고, 대비시키고, 명암을 드리우는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 구성된다. 사실 음악은 영상 편집의 리듬을 파 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 음악이 하나하나 연결 된 이미지들의 구성을 매끈하게 연결시킨다. 음악은 낱개의 음이 아니라 전체적 인 흐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미지들도 흐름으로 인식되게 하고, 잘못 커팅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조차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그러다 보니 편집이 나 편집의 리듬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많은 편집자들은 편집 과정에서 템프 뮤직(temp music), 즉 임시 음악을 사 용한다. 임시 음악의 사용은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추 구하는 분위기에 적합한 음악을 먼저 찾아서 깔고 그 음악에 맞춰 영상 편집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지와 연기에 담긴 리듬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 이다. 또한 원래 만들려고 했던 영상의 리듬과는 다른, 임시 음악 자체의 리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창의적인 편집으로 촬영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이 차단된다.16 어쩌면 작곡가, 사운드 디자이너, 편집자가 나란히 모여 리듬, 사운드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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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움직임, 이야기 등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작업 환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 능하다. 이미지를 먼저 구성한 후 그것을 넘겨받아 후반 사운드와 음악 작업을 해야만, 편집에서 삭제되거나 바뀌는 부분 때문에 사운드 디자이너와 작곡가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다. 작업 시간을 줄일수록 비용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사운드와 음악과 이미지의 구성을 더욱 균형 있게 만들고 예술적 가능성도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검토된 바가 없다. 그러므로 임시 음악의 사용을 고려하는 편집자는 음악이 영상보다 더 큰 영 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2005년 시드니에서 열렸던 좌담 회에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는 이미지에 다른 음악들을 깔면 이미지가 바 뀌게 되지만 음악에 다른 이미지들 붙인다고 해서 음악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 했다.17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가능한 임시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 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단지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임시 음악을 쓰지는 않는다. 임시 음악 사용과 관련해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더 있다. 첫 번째는 편집을 끝내고 특정 임시 음악을 넣는 경우다. 빠듯한 예산 때 문에 편집자와 작곡가가 전혀 모임을 가질 수 없을 때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방 법으로 임시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편집자는 추구하는 분위기와 의도 를 보여 주기 위해 임시 음악을 쓰게 된다. 이 방법은 작곡가의 창의성과 예술성 발휘를 다소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보다 마감 시간과 예산이 더 아쉬 운 작품들이 너무 많다 보니, 작곡가도 이런 협조를 반기게 되고 편집자도 효과 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임시 음악을 쓴다. 임시 음악이 의미 있게 사용되 는 또 다른 경우는 제작자에게 작품을 홍보해야 할 때다. 대략적으로 작업한 편 집본에 강한 설득력을 가진 임시 음악을 깔아서 세련된 리듬이 느껴지도록 만 들면, 제작자는 최종 편집본에 신뢰를 가지게 된다. 이런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 는, 작곡가가 편집자에게 어떤 곡을 사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그 렇게 되면 작곡가는 편집 과정에 창의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 면 최소한 제작자에게 영화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강한 인상을 전달해서 최종 적인 작곡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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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임시 음악의 사용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경우 모두 최상의 영상미, 이미지와 사운드 의 운동감각적 흐름을 찾아내야 하는 편집자의 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에 음악에 대한 특별 언급이 없는 한, 이 책에서는 움직이는 이미지로 리듬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논의에 음악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

편집권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편집 과정에서 감독이 결정권을 가지는 일반적 인 작업 방식을 지양한다. 편집에 관한 책 중에서도 이런 방식을 소개하는 책들 이 있는데, 이 책들은 감독이 결과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 독을 창의적인 결정권자로 간주한다. 감독이 편집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 감독들마다 제시하는 스타일과 구체적인 방향들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편 집 과정에서 감독이 편집 프로그램을 직접 만지고 스스로 영화를 편집하지 않 는 이상, 영화 전체 편집과 시퀀스(sequence), 장면(scene), 심지어 각 숏(shot) 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천 가지의 선택 상황들은 편집자가 먼저 결정하고, 감독 에게 그 결과를 보여 주게 된다. 감독의 승인을 받을 때, 편집자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된 숏들을 보여 준다. 감독은 편집자가 제시하는 상황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편집자는 촬영본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조합 중 어떤 것들을 감독에게 제시할지 결정한다. 편집자와 감독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매우 미묘하고 복합 적이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기도 하고, 실망을 안기기도 하고, 무언의 소통도 흔 히 일어난다. 편집 작업의 과정은 물론이며 최종적인 편집 결과물에 대해서까지 두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기에 대해 중점적으 로 다루지 않는다. 감독과 함께 리듬을 구성할 때 필요한 내용만 별도로 언급했다. 감독과 편집자의 협업이라는 큰 주제는 차후에 다른 책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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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밸러리 올펜(Valerie Orpen)은 편집에 대한 여러 종류의 책들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 했다. “편집에 관한 출판물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편집만 다루거나 편집에 대한 섹션이 있는 영화과 교재 내지 일반적인 영화 연구 서적, 편집 기술 안내서, 그리고 자서전, 강연록, 에세이, 인터뷰 선집, 잡지에 실린 인터뷰 등 편집자와의 대담을 적은 책이 있다.” Orpen, V., Film Editing: The Art of the Expressive , p.10. 필자는 이 세 종류의 문헌들을 모두 조사해 연구에 포함시켰다. 2 Van Leeuwen, T., “Rhythmic Structure of the Film Text”, Discourse and

Communication: New Approaches to Analysis of Mass Media Discourse and Communication , p. 216. (역주) 영화학자 장 미트리(Jean Mitry)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La Cinémathèque Française)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3 Dancyger, K.,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Theory and Practice , pp. 307~315. (역주) 저자가 참조한 것은 2판이며, 3판부터는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 라는 제목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다. 4 Reisz, K., Millar, G., The Technique of Film Editing , pp. 246~247. 5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pp. 278~280. 6 Fairservice, D., Film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 , p. 273. 7 Bordwell, D., Carroll, N., Post-Theory: Reconstructing Film Studies , p. xvi. 8 Stam, R., Film Theory: an Introduction, p. 236. 9 Ibid. 10 Bordwell, D., The Cinema on Eisenstein , p. 125. 11 Brogan, T. V. F., “Rhythm,” The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 p. 1068. 12 Deleuze, G., Cinema 2: The Time Image , p. 29. 13 Ibid. 14 Wartenburg, T. E., Curran, A., The Philosophy of Film: Introductory Text and

Readings , p. 7. 15 Bordwell, D., Carroll, N., Post-Theory: Reconstruction Film Studies , p. xvii. 16 호주국립영화학교에서 연출 과목으로 출강했던 로빈 드 크레스피니( R o b i n D e Crespigny), 영화 음악 전공 담당 교수를 역임한 에드워드 프림로즈(Edward Primrose)와 임시 음악에 대해 토론했던 내용을 참고했다. 17 2005년 1월 9일, 필립 글래스는 시드니 글레베 지역의 발할라 극장에서 열린 독립영화제 ‘팝콘 택시(Popcorn Taxi)’ 좌담회에 참석했다. 관련 영상은 학술적인 목적에 한해 http:// www.popcorntaxi.com.au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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