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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삶이 언어다 언어학은 어렵다 . 언어학자들이 어 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 토론, 타협, 협상 , 논쟁, 상담, 면 담, 또 틈틈이 이용 되는 재담의 해석과 설명이 필요하다 . 언어는 삶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리의 문제’다.


인텔리겐치아 2148호, 2014년 7월 31일 발행

한여름의 새 책 4. 김하수가 쓴 ≪문제로서의 언어 3≫

인문학의, 동시에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를 말 한다면 ‘직업과의 연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 ‘머리말’, ≪문제로서의 언어 3≫, vii쪽.


언어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연구의 주체로, 언어를 그 연구의 대상물로 인식했다. 그러 나 언어 자체가 인간의 생산물인 만큼 주체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인 간의 문제’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언어는 우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 리의 문제’다. 우리의 문제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들었는가? 기층에서 요동치는 광범위한 대중의 숨소리 다. 그들은 종종 애국적이기도 하지만 때로 는 무척 이해관계에 예민하다. 아직도 엘리 트들에게 기대는 면이 많기는 하지만 어떤 면


에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주도하 고 싶어 한다. 이제 전문가들은 바로 그 부분 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출발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새 시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통찰력 있 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19세기 말에 일 어난 우리 언어에 대한 관심 역시 새 시대의 밀물을 예민하게 감지한 선각자들에 의해 싹 텄다. 그런 점에서 언어에 대한 현미경적인 집중 관찰보다는 언어와 연계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흐름을 꿰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 문제의 흐름을 어떻게 꿰어 볼 수 있는가? “소통이란 과연 실재하는가?”다. 특히 원활 한 언어적 소통의 가능성과 문제점, 또 그 한 계 등에 대해 폭넓은 고찰을 해 보는 것이다. 소통이란 과연 실재하는가? 언어적 소통은 언어의 유용성에 기대어 저절 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언어 를 유용하게 만들지 못하면 소통에 실패한 다. 소통의 실재에 대해 의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 인가? 언어 전문가들에 의해 도안된 언어의 여러 가 지 법칙이 항상 대중의 실제 언어 현상과 어


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다. 항상 어긋났단 말인가? 그렇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을 종종 오류 로, 또는 예외 현상으로 설명하지만 대중은 자신들의 완결된 언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역동적이다. 따 라서 전문가들의 정태적인 도식에 쉽게 가두 어지지 않는다. 대중이 언어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이제는 언어 전문가들이 대중을 언 어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그에 복종하고 복무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 를 줄일 수 있다.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 인가? 언어학을 포함한 인문학을 이 세상과 동떨 어진 고고한 성역으로 만든 것이다. 이 사회 는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에서 풍부한 인문학 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직 업 교육의 내용 구성에는 인문학은 빠져 있 고, 주로 기술이나 파편화된 지식들로 채워 져 있다. 일상과 직업에서 요구되는 언어학적, 인문학 적 능력은 무엇인가? 토론, 타협, 협상, 논쟁, 상담, 면담, 또 틈틈 이 이용되는 재담 등이다. 이 부분을 언어학 과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생활


교육과 직업 교육의 필수적인 과정을 제공해 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늘상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것은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문학의 위기 주장이 왜 허위의식인가? 인문학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인 문학이 뿌리를 내려야 할 대지에 대해 생각하 지 않고 꽃과 열매에만 눈을 팔고 있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 것인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 요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 용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싶어 하기 때문 이다.


그런데 언어학 연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많은 지식인들이 언어 문제에 대한 믿을 만한 담론에 목마르다. 하지만 언어학은 그에 대 한 공론장으로서의 답변을 하지 않고 자신들 만의 자문자답을 한다. 언어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언어학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언어학은 ‘인간에 대한 관심’, ‘인간에 대한 문 제의식’ 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언 어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것이 인간의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리기 쉽다.


이후 당신은 언어학의 어떤 문제를 연구할 계 획인가? 언어 문제에 바탕을 두면서 ‘문화’에 대한 문 제의식을 다질 계획이다. 이 책 ≪문제로서의 언어 3≫은 무엇을 다루 나? 한국어는 국가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하나 의 공용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 는 하나의 생활어 혹은 통속어이기도 하다. 새로운 흐름과 사유가 불어닥치는 지금, 지 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공용어의 기능과 의 미가 변화를 겪고 있다. 새 시대의 도전에 마 주할 수 있는 언어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서 성찰했다.


전작인 ≪문제로서의 언어≫ 1, 2권은 무엇을 다루었나? 지나간 1990년대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반영했 다. 주로 국가, 민족, 역사 등과 연관되는 거 시적 담론이 그 주류를 이루었다. 1, 2권 출간 이후 3권 출간은 어떤 의미인가? 19 9 0년대에 형성되고 2 0 0 0년대에 불 거져 나온 사회문화적 현상과 언어 문 제를 천착했다. 1권과 2권에서는 비교 적 오래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민족 과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면, 3권에서 는 한국의 시민 사회가 어떤 음지와 양 지를 품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뤘다.


곧 출간될 4, 5권은 어떤 내용을 담았나? 다양한 사회 문제와 언어 현상을 연계하는 여 러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언어학이 이렇게 도 다양한 문제에 연계될 수 있을까 하고 신 기하게 생각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하수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대중의 삶이 언어다 언어학은 어렵다 . 언어학자들이 어 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 토론, 타협, 협상 , 논쟁, 상담, 면 담, 또 틈틈이 이용 되는 재담의 해석과 설명이 필요하다 . 언어는 삶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리의 문제’다.


문제로서의 언어 3 김하수 지음 2014년 7월 31일 신국판(153*224mm) 무선제본, 294쪽 21,000원


작품 속으로

문제로서의 언어 3


머리말

지나간 시절의 글을 모아 새삼스럽게 (재)공개한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 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책의 이름이 과거에 출간했던 책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부담도 크다. 내용도 당연히 그것 을 계승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에 같은 이름으로 출간한 두 권의 책은 주로 사회 문제 로서의 언어와, 민족 문제로서의 언어라는 두 측면에서 생각하고 논의했 던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주제 의식은 나의 유학 시절을 포함하여 1990년대를 꿰어온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의식은 2000년대 들어와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20세기 막 판까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유대감, 공동체 의식을 중심으로 언어 문제를 더듬어 보는 일이 퍽 익숙한 일이었는데,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그러한 의식이 몹시 희석되어 버렸다. 아마도 외환위기 직후의 금모으기 운동이 그러한 유대 의식의 마지막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21세기의 한국은 경제 발전이니 한류니 하는 낙관적인 양지녘과 일 할수록 가난해지는, 집 때문에 가난해지는, 학력 수준을 높이려다 오히 려 가난해지는 또 다른 비관적인 그늘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 조 울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언어학은 그 잉태 이래로 쉼 없이 그때그때의 사회 문제에 도


전해 왔다. 인종, 민권, 교육 평등, 양성 평등, 소수 민족 등 어느 하나 사 회언어학이 애정을 표하지 않은 주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 언어학자라면 시대적 낙관도 기꺼이 안아 들여야겠지만 당연히 한국의 우울한 뒷골목에 더 큰 관심을 가져, 이 사회적 조울증과 대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2000년 이후 나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이 시기에는 이 이전에 관심들을 보였던 민족의 문제라든가 통일의 문제보다는 우리 내 부로 들어온 이주자 문제 등이 더 관심을 끌고 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 될 때이기도 했다.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변화나 전기, 또는 큰 여울이라고 할 만한 새 로운 계기들이 나타나기 마련인 것 같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한 동안 학교의 입학 행정을 맡아 일하게 되었다. 내심 우리 학교만은 공교 육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학교가 되도록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기나 긴 인생에 사소해 보이는 사건인 대학 진학 문제가 가족과 개인의 삶을 난도질해 버리는 상황이 극복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가 끝나면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몹시 허탈했다. 그러나 당시에 만났던 수많은 청소년들, 학부모들, 교사들의 마음 속에 있는 강렬한 욕망과 꿈, 도전 의식 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연 구실에 앉아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회적 에너지의 힘을 겪어 본 것이다. 그 이후 오랜만에 독일에 가서 연구년을 보낼 수 있었다. 독일 만하 임의 독일어연구소(Institut für Deutsche Sprache)에서 상당히 광범위 한 문헌을 섭렵하고, 독일의 재통일과 언어 문제, 유럽 통합과 언어 문제 등을 전임 원장이었던 게르하르트 슈티켈(Gerhard Stickel) 교수 연구 실에 들러 자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관점을 경험해 볼 기 회를 가졌다. 당시 독일은 재통일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통합 과정에서의 역할로 몹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시민들의 삶도 무척 팍팍했다. 싸구려 시장에만 고객들이 좀 있었고, 반반한 백화 점은 썰렁하기만 했다. 한때 잘나갔던 티가 나는 사람들이 택시 기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게 눈에 띄었다. 옛날 유학 시절의 독일은 우리보다는 몇 단계 앞선 풍요로운 사회였다. 항상 부러웠고, 항상 그들의 베풂 덕 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깊었다. 그러나 이때 처음으로, 진정 힘들어하 는 그들과 비로소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국립 국어원에서 언어 정책 업무를 담당할 기회가 찾아왔 다.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국가 기관에서의 경험은 국가의 역할, 국 가의 기능 등에 대해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기대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적잖은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국가의 맞은편에 서 있는 ‘대중’이 라는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의식을 하게 되었다. 아마 이때의 경험과 상 념이 이 책에 실린 글의 기본 흐름을 만들어 준 에너지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국어학은 태생 이래로 민족과 시대, 그리고 대중의 문제에 계몽적 사유로 가득 찬 ‘각성한 엘리트’들의 독무대였다. 그 덕분에 우리 언어의 근대화 과정은 엘리트 운동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욕구와 소망은 배제되었고, 이른바 전문가들 중심의 교조적이고 도 교도적인 언어 규범이 만인의 입과 손을 장악한 형태다. 그래서 그런 지 ‘대중의 언어’는 무언가 틀린 것도 많고,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꼭 사고를 치고야 말 것만 같은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시 살펴본다면 한국어를 한국어로 만드는 ‘최종 결재자’ 는 불가피하게도 대중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런 까닭으로 약 칠팔 년 전부터 썼던 글에는 보이게 안 보이게 이 ‘대중’의 문제가 그 바닥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다 보니 공용어나 표준어보 다는 통속어의 기능과 영향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고, 언어와 문화의 기


본 토대를 화용 현상에서 구해 보려고 하게 되었다. 또한 통속어와 함께 이야기에 관계된 문제의식, 요즘 회자되는 표현으로는 ‘내러티브’와 관 련된 것들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사와 주어진 과제들이 이 책의 전반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이 책의 후반부, 언어학의 현재를 비판하면서 미래를 논하는 과정에서도 자꾸 나타나게 되었다. 나의 생각으로는 인 문학의, 동시에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를 말한다면 ‘직업과의 연계를 포 기한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기술 교육을 하자는 것은 아 니지만, 모든 직업 분야에 골고루 나타나는 소통, 타협, 상담 등의 언어 적 요소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언어학적 어젠다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 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인문학과 언어학은 가장 광범위한 직업적 연계 를 가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사회와 문화, 그리고 많은 사람들 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를 하지 못한 원인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반성이기도 하다. 어떻든 대략 십 년 안팎의 세월 속에서 쓰고 발표했던 이 글모음은 한 시대를 완결 짓지도 못했고, 또 새 시대의 문을 열어젖히지도 못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 내는 책이 아니라 후학들에게 밟고 나갈 책을 만드는 기분이 더 강했다. 부디 언어와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 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 책 과 그 내용을 디딤돌로, 혹은 징검돌로 삼아 준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 아울러 앞선 책에서부터 마감하는 이 책에까지 변함없는 정성으 로 다가와 주신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또 한 번 미안하고도 고맙다는 인 사를 남긴다.


지금까지 북레터 <인텔리겐치아>를 보셨습니다. 매일 아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지식을만드는지식 저자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텔리겐치아>사이트(bookletter.eeel.net)를 방문하면 모든 북레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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