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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듀서를 위한 텍스트 비평과 연출, 촬영과 조명에 대한 교재는 드물지 않다. 정작 영화를 만들어 이익을 내는 방법에는 깜깜했다. 현업 경험과 강의 감각이 하나가 되어 신선한 교재가 등장했다. 프로듀서를 원한다면 여기서 시작하라.

≪영화 비즈니스 입문≫은 수많은 프로듀서의 현장 경험을 담았다.


인텔리겐치아 2168호, 2014년 8월 13일 발행

굿클래스 교재 안내 3. 김은영이 쓴 ≪영화 비즈니스 입문≫

영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 이 점점 많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체계 있는 입문서가 출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종 의 ‘모험심’을 자극했다. -‘서문’, ≪영화 비즈니스 입문≫, vii쪽


이 책은 영화 비즈니스 입문 교재인가? 그렇다. 영화비즈니스총론 수업에서 주교재 로, 영화기획제작론과 영상기획워크숍 수업 에서 부교재로 사용한다. 왜 이 교재를 썼는가? 나는 1990년대 초반에 영화 비즈니스 실무를 하면서 주로 외국 자료를 통해 지식을 습득 했다. 각종 보고서와 시장 분석 자료를 주로 참고했다. 영화 비즈니스나 프로듀싱 관련 국내 서적은 전무한 상태였다. 학교로 자리 를 옮기고 강의를 한 것이 십 년 되었다. 여전 히 영화 비즈니스 분야에 관한 책은 드물고 입문 교재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쓰기 로 했다.


어떻게 구성된 교재인가? 실무 경험이 없어도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과 범위, 프로듀싱 과정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 록 구성했다. 모두 10장이다. 기획개발, 자 금조달과 예산편성, 프로덕션 운영, 마케팅, 계약, 배급, 부가시장을 비즈니스 단계에 따 라 독립적으로 구성했다. 설명의 초점은 어디에 두었는가? 프로듀서가 숙지해야 할 직무에 초점을 맞 췄다. 당신의 수업에서는 이 교재를 어떻게 사용하 는가? 총론이나 개론 과목에서 주교재로 채택하고


책의 순서대로 강의한다. 각론 강의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기획 개발과 패키징, 투자와 예산 편성, 마케 팅과 배급 등으로 과목을 세분해서 사용할 수 도 있다. 이렇게 강의할 때는 이 책을 기본으 로 삼고 실무를 함께 가르쳤다. 실무를 어떻게 가르쳤나? 우선 과제를 내준다. 최근 2~3년 동안 개봉 한 한국 영화의 성패 요인을 분석하도록 한 다. 분석 과제를 마치고 나서 학생이 시놉시 스, 프레젠테이션, 트리트먼트를 작성하고 피칭까지 시행한다. 기획 개발을 실제로 해 보는 것이다. 피칭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한


다. 학생들이 CJ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피칭 을 하기도 했다. 학생 반응은 어떤가? 기획 개발을 실제로 진행하며 몸으로 익히니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강의에서 기획 개 발한 내용이 학생들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이 과목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때론 특강을 하기도 한다. 영화사 대표나 감독이 직접 현장 얘기를 들려주니 학생들이 좋아 한다.


교재에도 현장 경험담을 충분히 실었나? 수많은 프로듀서의 현장 경험담을 기술했 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세한 얘기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영화 비즈니스 에 입문하거나 프로듀서의 길을 선택하는 이 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었다. 프로듀서의 필수 소양은 무엇인가? 문화적 야망과 경제적 성공을 동시에 실현해 야 하므로 그는 몽상가이면서 동시에 사업가 여야 한다.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와 전 방위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창의 적이면서 비즈니스 수완이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은영이다.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 과 교수다.


영화 프로듀서를 위한 텍스트 비평과 연출, 촬영과 조명에 대한 교재는 드물지 않다. 정작 영화를 만들어 이익을 내는 방법에는 깜깜했다. 현업 경험과 강의 감각이 하나가 되어 신선한 교재가 등장했다. 프로듀서를 원한다면 여기서 시작하라.

≪영화 비즈니스 입문≫은 수많은 프로듀서의 현장 경험을 담았다.


영화 비즈니스 입문 김은영 지음 예술 > 영화 2014년 9월 초 출간 예정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372쪽 2학기 교재 무료 검토하기


작품 속으로

영화 비즈니스 입문

본문 전체 보기로 제공되는 󰡔󰡔영화 비즈니스 입문󰡕󰡕은 편집 작업 중인 원고입니다. 교재는 8월 말 출간 예정입니다. 본문 미리보기는 강의자들이 교재를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제공하 는 것으로 출간 교재와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 비즈니스 입문

지은이 김은영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월 ??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하여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김은영, 2014 ISBN 979-11-304-????-?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문 십 년의 강의, 한 권의 책

오늘날 영화 관람은 개인과 집단에 특별한 감정의 순간을 제공하는 가 장 일상적이고 매혹적인 사회적 관습이 되었다. 누구나 영화관에서 혹 은 텔레비전과 모니터, 스마트폰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이토록 대중적 이고 입체적인 여흥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백여 년간 영화는 끊임 없이 예술적 혁신을 거듭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중의 기호와 영합하면서 끊임없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제작, 배급, 상영이라는 일련의 공 정을 거친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장터’에서 관객이라는 외부 요소를 만 나, 이익을 지향하는 문화산업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영화가 예술적 이 상보다는 경제적 성공을 도모하고 상업적 본성을 가지는 것은 불가피했 다. 창작 행위도 언제나 박스오피스의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평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상업의 이름으로 영화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는 동안,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는 독자적으로 틈새시장을 만들면서 분투해 왔다. 시장에 편 입되지 못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문화적으로’ 보존해 온 곳은 시네 마테크와 예술영화전용관이다. 시네마테크와 예술영화전용관에는 관 습적이지 않은 영화를 ‘헌신적으로’ 좋아하는 보헤미안 관객이 꾸준히 모여든다. 그들은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다. 그러나 그 관객 수는 너무 적다. 더구나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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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영화를 출시하는 메이저의 영화들 때문에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입 지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영화제조차 대단히 상업적인 마케팅의 장으 로 바뀌었다. 지극히 사적인 것이 아니라면 예술영화라도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한다. 배급과 마케팅, 상영이라는 체계와 제도(institutions) 가 붕괴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영화 관련 리포트와 저널들도 앞다투어 경제적인 성공과 실패 여부 를 기록으로 남긴다. 특히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 실적은 영화의 가치를 논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예술적 요소로 평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관객 수, 매출액, 이 익률 등에 따르게 된다. 즉 상업적으로 성공했는가만 중시된다. 그렇다면 영화창작자가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작비를 확보하는 일에서 게으를 수 있는 프로듀서는 없다. 누군가의 투자와 지원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한다. 특히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장편 극영화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가끔 ‘명예’를 원하 는 투자자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금전으로 보상해 주기를 원한다. 투자 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힌 프로듀서는 ‘실패한’ 영화인이 된다. 좋 은 영화를 만들어 보려는 그의 의지는 손쉽게 상처 받고, 새로운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으로 영화를 제 작하기란 매우 어렵다. 운 좋게 영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의 제도에 다시 의지하게 된다. 배급과 마케팅 영역도 그러한 제도 안에 구조화되 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듀서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다(producing)는 것은 이와 관 련된 수백 가지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영화제작 현장에서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아야 하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였다. 프로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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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이성적인 판단에 기대야 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창의적으로’ 수행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내가 가장 오래 강의해온 과목의 이름은 ‘영화 비 즈니스 총론’이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던 수업자료는 여러 해에 걸쳐 보완되었다. 강의한 시간이 그리 짧은 것도 아닌데, 그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게으른 탓 이었다.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부담 감도 컸다. 늦게나마 발간을 결심하게 된 것은 그동안 이 분야에서 다양 한 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에 관한 체계적인 입문서가 출 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종의 ‘모험심’을 자극하였다. 기왕에 강의를 해 왔으니 책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듀 서로서의 부담감을 다 내려놓고 원고를 끝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영화 비즈니스 총론’을 강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90년대 초 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영화 비즈니스를 전자회사의 신규사업 팀에서 실무적으로 경험하면서 한편으로는 외국 책을 길잡이 삼아 배운 사람이었다. 당시에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들은 비디오 기기나 CD 플레 이어 같은 하드웨어 제품을 보급하면서, 영상 콘텐츠나 음반을 제작· 유통하려 애썼다. 삼성전자는 특히 일본의 전자회사가 할리우드 메이 저 기업을 인수한 것에 자극받아 이와 유사한 신규 사업을 도모하고 있 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삼성전자에 입사한 나는 영화사업의 범위와 체계, 대략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당시에는 ‘콘텐츠’라는 단어 대신에 ‘소프트웨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부서 내에서 회람되던 각종 보고서와 시장분석 자료는 더없이 좋은 참고자료였다. 일본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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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기업의 선진적인 동향은 늘 관심을 끌었다. 비즈니스를 익히는 과정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의 배 급사와 영화관의 거래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제작과 투자의 관행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웠다. 당시 국내 영화 비즈니스는 몸소 경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았다. 참고할 만한 국내 서적도 많지 않았다. 비즈니스나 프로듀싱에 관한 책은 전혀 없었다. 간 혹 관련된 책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어 하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 기 일쑤였다. 영화의 제작과 투자, 배급과 마케팅을 빨리 익히기 위해 선택한 방 법은 외국 서적을 읽는 것이었다. 해외에 출장 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한두 권씩 할리우드의 영화 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사들였다. 이 책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어 들을 알려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비즈니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 었던 것은 아니었다. 책의 내용을 비교적 온전하게 이해하게 된 때는 내 힘으로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마케팅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였다. 비 즈니스 감각도 전반적으로 좋아지던 때였다. 그러나 책 한 권이 모든 궁 금증에 답해 주지는 못했다. 가끔 나의 사고를 자극하면서 새로운 궁금 증을 만들어 내는 책을 만나기도 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것은 언 제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책의 제목을 ‘영화 제작 입문’이 아니고 ‘영화 비즈니스 입문’으로 정 한 이유에 대해 밝혀야 할 듯하다. 영화 현장에서 ‘제작’이라는 용어는 ‘필름메이킹(filmmaking)’과 ‘프로듀싱(producing)’으로 구분되어 사용 된다. 필름메이킹은 ‘영화 제작’이라고 번역하는데, 실제적인 영화 만들 기 공정을 말한다. ‘연출하기’를 뜻하기도 한다. 반면에 프로듀싱은 저 작재산권을 소유하게 될 프로듀서가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과 배급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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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비즈니스 일체에 관여하거나 책임지는 것을 뜻한 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에 ‘제작’보다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용어의 혼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본문 에서 ‘제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도, 그 주된 의미가 프로듀싱에 있 다는 점도 밝혀둔다. 책보다 더 친절하고 좋은 선생은 없다.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두려 움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어떠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이 영화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한 ‘입문서’이길 바란 다. 물론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읽어 볼만한 책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따라서 이 책을 실무적인 경험이 없는 이들이 영화 비즈니 스의 특성과 범위, 프로듀싱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 성하려고 하였다. 본문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각 장은 영화 비즈니스의 단계에 따라 독립적으로 구성하되, 프로듀서가 숙지해야 하 거나 수행해야 할 직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1장은 먼저 문화산업을 정의하고 문화와 경제의 관계를 검토한 후,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성격을 살펴보면서, 영화 비즈니스라는 ‘업(業)’의 특성에 대해 정리하였다. ‘싸구려’ 대중문화로 비난받으면서 성장한 문 화산업은 시장과 경제의 논리에 순응하면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할 리우드 영화는 그 정점에 있다. 이 장에서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서 영화시장을 제도화한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어, 영화가 기업적 전략 속에서 어떠한 비즈니스 특성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검토한다. 2장에서는 프로듀서의 직무와 역할, 권한에 관해 알아보고 기획개 발 과정을 기술한다. 프로듀서는 영화의 아이템을 선정하여 시나리오 로 개발하고 자금을 확보하여 완성될 때까지 모든 일에 대해 책임과 권 한을 가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다. 여기에서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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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직무에 따라 구분하여 설명할 것이다. 프로듀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개발이다. 기획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패키징인데, 이를 통해 프로젝트가 탄생하는 과정을 짚어볼 것이다. 프로젝트를 투 자자에게 피칭할 때 필요한 제작계획서를 작성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알 아볼 것이다. 3장에서는 프로듀서가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에 관해 개관할 것이다. 영화제작비를 마련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이 장에서 자금의 출처와 파이낸싱 방식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만, 할리우드와 한국영화 업계가 구사하는 몇 가지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화의 총 원가는 크게 제작비와 배급·마케팅비로 나눈다. 영화 의 제작 원가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하는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원가 산정 기준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한국영화의 투자 자와 프로듀서가 합의해 온 가장 표준화된 양식을 기초로 하여 설명하 고자 한다. 4장에서는 저작권에 대해 개관한 후 영화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법적인 이슈들을 정리해 보고, 엔터테인먼트 계약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프로듀서는 다양한 계약을 체결하 게 된다. 계약의 구속력과 저작재산권의 귀속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된 다. 이야기의 소재나 스토리를 개발할 때 원작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투자 및 배급계약서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정의, 계약 당사자의 권 리와 의무, 최종편집권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5장에서는 실제 프로덕션 운영에 대해 알아본다. 프리프로덕션, 촬 영, 후반작업으로 이어지는 공정을 단계에 따라 살펴볼 것이다. 모든 영 화가 동일한 프로덕션 운영방식을 구사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촬영을 준비하고 촬영하고 후반작업을 하는 공정은 정해진 기술적인 단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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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진행된다. 영화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장의 운 영체계를 확립하여 적절한 인력을 구성하여 배치하고, 대본 분석 후 최 종적인 예산을 확정하는 것, 이어 촬영 스케줄을 짜는 것 등 촬영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준비과정이 프리프로덕션에 속한다. 촬영이 끝나 면 후반작업이 시작되는데, 편집과 사운드 작업이 진행되고, 최종적으 로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프린트나 디지털 상영용 파일을 완성하 게 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공정을 단계별로 기술하면서, 프로듀서가 제작을 위해 고용하는 인력의 직무를 분류하여 알아볼 것이다. 6장부터 9장까지는 완성된 영화가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6장에서는 영화 마케팅에 관해 알아본 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시장에서의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수없이 많 다. 이 장에서는 영화 개봉 이전부터 진행되는 마케팅 전 과정을 순서대 로 짚어 보고, 광고, 홍보, 판촉, 조사연구 등 그 도구에 관해 알아볼 것이 다. 마케팅 기획서 작성 요령도 살펴보고 마케팅 실행과정도 기술할 것 이다. 덧붙여 박스오피스 매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영 등급에 관해서 언급할 것이다. 7장에서는 영화관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영화관객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대중은 ‘관객 수’라는 것으로 헌신하면서 개별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과 실패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 영화관객은 영화로 인해 생성되고, 영화는 영화 관객으로 인해 그 존재가 영속된다. 이 장에서는 영화라는 예술의 수용 자이자 소비자인 관객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관객을 분류하고, 텍스 트에 의존하는 존재로부터 해독 주체나 시장의 소비자로 간주하는 관객 연구의 전통에 관해서도 검토할 것이다. 8장은 영화의 유통체계에서 첫 번째 윈도이자 가장 중요한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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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을 다룬다. 배급사는 영화제작자와 상영관 사이에 있는 중개인으 로서 영화 비즈니스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다. 이 장에서는 배급사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관해 기술하고, 배급전략과 규모, 정산 방식에 대해서 개관할 것이다. 배급의 최전선에 있는 영화관과, 최초의 공식적인 흥행 데이터가 발표되는 영화관 매출 즉 박스오피스에 관해서 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관과 배급사가 박스오피스 매출을 분배하는 방식을 놓고 한국영화계에서 벌어진 최근의 논쟁도 짚어볼 것이다. 9장에서는 영화의 후속 윈도 체계와 부가시장에 관해 기술한다. 디 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켰고, 영화의 2차 시 장인 홈 엔터테인먼트의 판도도 바꾸어 놓았다. 과거 가장 중요한 윈도 였던 홈비디오와 DVD 시장은 대폭 축소되어 그저 연명하고 있으며, IPTV와 디지털 케이블 TV에서 제공하는 TV VOD와 인터넷 VOD가 새 로운 윈도를 형성하며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 장에서는 새로 재편된 후 속 윈도 시장의 체계를 살펴보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외국 시장과 필름 마켓에 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10장에서는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들, 즉 영화라는 미디어가 직면 한 도전들과 환경 변화, 다양성 의제 등을 검토하면서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N 스크린’이나 스마트 미디어는 과거 의 습관적인 미디어 소비행태를 바꾸고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이 장에서는 영화 비즈니스 관련 기업들의 최근 전략을 살펴보면 서 앞으로 전개될 영화 비즈니스의 동역학을 이해하고자 한다. 문화다 양성 이슈와 한류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것이다. 한류가 할리우드의 수 출전략을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있다 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영화문화 를 단일한 시장으로 축소하지 않으려면, 글로벌주의의 도그마에 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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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야 한다. 국가의 경계를 넘는 문화가 교역의 대상인지 교류의 대상 인지를 재고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에 첨부한 ‘용어해설’은 그동안 잘못 번역됐거나, 마땅한 우 리말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영어나 일본어로 쓰고 있던 용어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되도록 현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바꾸되, 필요 에 따라 새로운 번역어를 제시하였다. 본문에서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 은 낯선 단어는 ‘용어해설’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이 책은 그동안 영화제작과 산업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온 이들의 저술과, 영화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의 성공 혹은 실패담, 프로듀서로 서 내가 익혀 왔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정리한 글이다. 따라서 이 책을 혼자만의 저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화 한 편이 수십 명 이상의 창작자 들이 모여 만든 저작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여러 사람의 경험 과 연구의 산물이다. 영화 비즈니스라는 영역을 항해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참으로 많다. 학습의 기회를 처음 제공해 주었던 삼성전자와 삼성영상사업단 선배와 동료들, 특히 ‘사업기획’이라는 전체 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준 길종철 선배에게 감사한다. 자신이 갖춘 능력보다 늘 겸손한 사람이었 으며,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퇴직 후 영화제작이라는 힘겨운 현 장에 뛰어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투자해 주고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 어준 강우석 감독은 언제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영화계 선배다. <사랑 니>(2005)가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더 힘내라고 격려해 주던 순간을 평 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자리에 있건 상관없이 조언해 주는 김인수 선배, 이미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늘 덮어놓고 나를 지지하면서 선배의 ‘위 신’을 세워 주는 이혜정과 최선희, 나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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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만든 동료들, 그들에게 아직 고마움을 표시하지도 못했고 아무것 도 갚지 못했다. <사랑니>로 인연을 맺은 정유미 배우에게도 고맙다. 그녀의 반짝이는 열의는 영화제작이라는 고단한 여정을 기꺼이 즐거운 일로 여기게 하였다. 초고를 쓰면서 영화 비즈니스의 한복판에서 일하 고 있는 동료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초고를 보완하 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곽용수, 김재민, 박철수, 윤용필, 이정석, 최 용배, 하정석…. 나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이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영화 비즈니스 총론’ 수업시간에 만났던 영상비즈니스과 학생들에게 고맙다. 강의록을 보완하는 데 학생들의 호기심은 언제나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졸업 후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제자들과 문답할 때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내 연구실 옆 방의 안성아 교수에게도 고맙다. 그녀와의 대화는 늘 신이 났다. 책의 구성과 글쓰기에 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다.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절친했던 동료를 잃었다. 문화경제 학자이자 추계예술대학교의 동료 교수였던 고 김휴종 교수, 그가 지근 거리에 있었다면, 이것저것을 주저 없이 질문했을 것이다. 인기가 있을 법한 책도 아닌데도 선뜻 출간을 결정해 준 커뮤니케 이션북스에도 감사한다. 특히 글쓰기 솜씨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기획 력도 남다르지 않은 내게 친절하게 아이디어를 내준 전정욱 편집주간과 곽성우 편집자에게 감사한다. 이 책에서 내가 기술한 내용은 수많은 프로듀서의 현장 경험담이 다. 나는 이 경험담을 현장에서 일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었다. 특히 ‘인디펜던트’로서, 수공업적인 영세산업(cottage industry) 에서 탈피하려는 경제적 욕망과 다양하고 풍성한 삶을 꿈꾸는 문화적 실천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의 프로듀서들, 감독들과 공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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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책이 영화 비즈니스에 입문하거나 프로듀서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되어 두려움 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차례

서문 십 년의 강의,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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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문화산업과 영화 비즈니스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영화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

02 프로듀서와 기획개발 프로듀서의 정의와 역할 패키징과 프로젝트의 탄생 소재 찾기와 스토리 만들기 제작계획서 작성

03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자금의 출처 자금조달 방식과 투자과정 제작비의 구성요소와 예산의 규모 예산의 범주와 항목

04 저작권과 계약 저작권의 개념


엔터테인먼트 계약 영화제작과 계약서 작성

05 실제 프로덕션 운영 제작사 설립과 조직문화 프리프로덕션 촬영단계 후반작업

06 마케팅 영화 마케팅의 정의와 수단 마케팅 전략의 수립 마케팅 실행과 상영등급

07 영화관객 관객의 정의와 분류 영화관객에 대한 세 가지 시선 새로운 관객연구들

08 영화관 배급 배급사와 영화관 배급전략 배급 업무의 절차와 정산

09 후속 윈도 체계와 부가시장 후속 윈도 체계의 변화 TV VOD와 인터넷 VOD 시장 DVD와 텔레비전 시장

해외 배급


10 새로운 쟁점과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 문화다양성 이슈와 한류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용어해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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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과 영화 비즈니스

오늘날 문화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이 되었다. 수많은 기업가와 정책입안자, 예술종사자는 앞다투어 문화와 문화산업의 역할을 강조한 다. ‘싸구려’ 대중문화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성장한 문화산업은 신자유 주의 시대에 ‘창조산업’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얻고,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미래 경제의 ‘역군’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문 화·예술과 경제는 친밀하지 않았지만, 영화와 같은 현대적 대중예술은 그 산업적인 잠재력 덕분에 경제와 협력하면서 성장했다. 특히 영화는 시장과 공생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지금에 이르러서도, 영화는 콘텐츠의 원천으로서 문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둘러싼 논쟁을 알아보고,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문화와 경제의 조우 문화산업은 문화·예술과 경제를 연관 짓는다. 문화산업 안에서 예술 과 시장이라는 이질적이고 때로는 대립적인 두 세계는 만난다. 현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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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서 문화는 산업화한 오락 형태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그 주변에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과 경험담이 넘쳐난다. 작은 기업들까지 ‘효율 (efficiency)’과 ‘경제(economy)’를 따지면서 다양한 문화 아이템을 사 업화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에 따른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탄력적 기업 운영이나 규제 완화와 같은 주장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전통적 인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조차도 경영 속에 문화를 담고 변화 하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기업은 문화라는 점잖은 단어 속에서 명분을 찾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참여한다. 소프트웨어 혹은 콘텐츠도 엔터테인먼트의 외피를 두르고 시장에 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생산물은 고유한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것이 상업적 거래의 토대를 제공한다. 성 공한 기업이 많아지고 시장이 성장하면, 문화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 력이라는 수사 속에서 지지와 후원을 받아 몸집을 불려 나간다. 창조산 업(creative industry)이라는 표현도 그럴듯하게 사용된다.1) 기업은 경

1) 창조산업이라는 단어는 영국 행정부에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s)가 신설되면서 초대 장관을 맡았던 크리스 스미스(Rt Hon Chris Smith)가 1998년에 저술한 책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창의산업’으로 번역되

기도 한다. 스미스는 인간적 삶에 가장 심층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문화와 창조성 (creativity)이라고 보고, 이것이 현대 영국의 모든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키워드라고 주장

한다. 그는 창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sustainable growth)을 도모하기 위해 1997년 정부 산하 기구로 창립된 창조산업전문위원회(Creative Industries Taskforce)의 의장이기도 했 다. 창조산업전문위원회는 1998년 영국의 창의적 활동과 관련된 경제 동향, 그 잠재력을 개관하면서, 이 분야의 고용, 소득, 가치, 성장률 등을 정리하고, 관련 부처 간의 협조를 얻 기 위해 일종의 지형도라 할 수 있는 󰡔󰡔창조산업: 1998 전략보고서(Creative Industries:

1998 Mapping Document)󰡕󰡕를 발간한다. 이 간행물이 강조하는 것은 정부정책과 산업계

의 유기적인 관계다. 창조산업에 포함되는 분야는 광고, 건축, 아트와 앤틱 시장, 공예, 디 자인, 디자이너 패션, 영화, 컴퓨터·비디오 게임 등 인터액티브 레저 소프트웨어, 음악, 공 연, 출판, 소프트웨어,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이다. Smith, Chris(1998), Creative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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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선택한다. 예컨대 허구적 소설이 나 영화, 뮤지컬, 대중음악 등이 경제적 잠재력이 큰 생산물로 간주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는 무역거래의 중심 아이템 중 하나가 되고, 가 용할 수 있는 모든 미디어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시장을 확대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문화가 경제 속에서 그 지위를 확고하게 인정받 게 된 것일까. 문화라는 단어는 유연하고 다소 덜 구체적인 삶의 요소들, 이를 테면 의미, 재현, 가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윌리엄스(1976)가 일갈 했듯이 문화는 손꼽힐 정도로 매우 복잡한 영어 단어로,2) ‘창조적 행위’ 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그 의미를 예술적 활동에 한정 하거나, 경작하는 농부의 일상생활까지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하 다. 반면에 경제는 명확한 목적성과 방향을 중시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는 문화와 경제가 기업의 사업전략과 조우하면, 경제 적 과정과 실천에 따라 문화는 ‘개조’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그렇게 개 조된 문화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도모한다. 순수한 예술적 열망은 시장 에서 상업적 요구에 맞게 조절된다. 이때 문화의 품질은 중요한 고려사 항이 아니다. 문화를 경제와 일치시키려는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이 영 화다. 다수 영화는 그 창조성의 목적을 ‘돈벌이’에 둔다.

문화상품의 정의 영화라는 ‘상품’을 알아보기에 앞서 문화상품을 정의해 보자. 트로스비 (2001)는 문화상품(cultural goods)이 생산과정에서 창조성을 내포하

London: Faber & Faber, pp.1∼11 & pp.32∼33와 Creative Industries Task Force(1998),

Creative Industries: 1998 Mapping Document, London: DCMS 참조. 2) Williams, Raymond(1976),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London: Fontana Press,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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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고, 지적재산권이 체화되어 있으며,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특징 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3) 문화상품을 창조성에 기초한 지적 산물로 본 것이다.4)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상품은 문화산업의 산물 (the output of cultural industries)이다. 유네스코(UNESCO, 1982)도 문화상품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경로를 통 해 생산되고, 재생산되고, 저장되고 유통되는(produced, reproduced, stored, distributed on industrial and commercial lines)” 상품으로 본 다.5)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경로’다. 산업 혹은 상 업은 ‘장사’를 전제로 한 것이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전제로 시장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실현한다.6) 이러한 문화상품은 여타의 상품들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을 통해 유통, 소비된다. 그중에서 도 영화는 대표적인 오락상품(entertainment goods)이다. 대다수 영화

3) Throsby, David(2001), Economics and Culture, 성제환 역(2004), 󰡔󰡔문화 경제학󰡕󰡕, 파주:

도서출판 한울, p.226. 4)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나 문화예술진흥법에서도 유사하게 정의한다. 문화

산업진흥기본법(시행 2013.3.13.) 제2조 1항과 2항에서는 문화산업을 “문화상품의 기획·개 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으로, 문화상품을 “예술성· 창의성·오락성·여가성·대중성(이하 ‘문화적 요소’라 한다)이 체화(體化)되어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유형·무형의 재화(문화콘텐츠, 디지털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 츠를 포함한다)와 그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로 정의한다. 문화예술진흥법(시행 2013.8.6.) 제2조 2항에서도 문화산업을 “문화예술의 창작물 또는 문화예술 용품을 산업 수

단에 의하여 기획·제작·공연·전시·판매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5) UNESCO(1982), “Cultural Industries: A Challenge for the Future of Culture”, Paris: UNESCO, p.21. 따라서 문화상품은 대규모에 기초하고 문화의 발전보다는 경제적 고려

에 따른 전략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6) 문화상품이라 할지라도 다품종 소량 생산되는 경우도 많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등이 그러하다. 이 영화들은 대개 상업성보다는 예술적 성취 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작품’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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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흥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국가나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한 문화 상품도 있다. 상품이라 부르기 적절하지 않지만, 소수 소비자에 소구하 는 예술분야가 그러하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문화상품을 크게 영화, 방 송, 음반, 케이블, 출판 등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unsubsidized, market-based entertainment business)와, 문학·순수미술·고전음악 등 각종 공적 자금을 받는 전통적인 예술(subsidy-based traditional arts)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찍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69)는 문화산업과 이에 기반 을 두고 있는 대중문화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그들은 영화, 라디오, 잡지가 문화를 동질화시키고 획일화된 체계를 만 들어 낸다고 맹비난하면서, 대중매체가 그저 ‘장사(business)’를 목적으 로 할 뿐이며, 문화산업도 그저 하자 없는 규격품을 만들 듯이 인간을 재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산업이 더 위험하게 여겨진 것은 그 위치가 확고해질수록 소비자의 욕구를 더욱더 능란하게 다루려하기 때문이었 다. 문화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들어 내고 조종하고 교육하며 심지 어 재미를 몰수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우려할 만한 유흥 (amusement)을 매개하는 산업으로 여겨졌다.7) 결국 현대인의 일상과 문화적 삶은 공장에서 대량 제조된 문화상품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호 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대중문화를 상품화한 문화산업이 문화를 장 악한 것을 절망적으로 비판했다. 문화산업이 문화의 품위를 훼손한다

7) Horkheimer, Max& Theodor W. Adorno(1969), Dialektikder Aufklärung, 김유동 역 (2001), 󰡔󰡔계몽의 변증법󰡕󰡕, 서울: 문학과 지성사, pp.183∼193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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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본 이러한 주장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의 전략과 문화소비자 문화를 미디어와 통신사업과 연동시켜 사업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에 따 라 문화의 많은 영역이 산업 속에 편입되었다. 사실 문화 영역에서 영화 와 같은 오락적인 분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하기 이전까지, 문화와 경 제는 서로 모순적인 관계에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많은 이 들이 문화는 경제활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 두 단어가 합성된 문 화산업이라는 조어에는 경제 담론(discourse of the economy)이 불가 피하게 개입된다. 경제담론 속에서 ‘문화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이른바 ‘업(業)’의 개 념을 조정하고, 사업의 목적을 인기 있는 문화상품을 출시하여 성공하 는 것으로 대체한다. 더 나아가 문화의 생산수단을 통제할 만한 힘을 가 지게 된 기업은 창작자의 작업 내용에까지 관여하려 한다. 이 때문에 창 작자는 점점 더 자립할 수 없게 되고, 시장에서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 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 문화의 향유자는 ‘소비자(consumer)’라는 새로 운 이름을 얻게 된다. 섬세한 관객이나 수준 높은 예술의 향유자조차 마 케팅의 대상으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해 대중의 기호를 사로잡으려 는 일련의 마케팅 과정에서 문화의 지향성도 명확해졌다. 문화가 ‘잘 팔 리는 상품’처럼 기획되고, 문화산업의 역할과 그 위력은 더 커졌다. 개인 의 삶은 상품화된 문화에 사로잡히게 된다. 상품화된 문화는 문화상품 으로 구체화하고, 창작자의 열망과 그 결과물은 특정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형태로 거래된다. 이러한 논리를 가장 잘 따르는 것이 대중문화(mass culture, 때로는 popular culture)일 것이다.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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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예술적 창조성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상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의 가치는 대중문화보다는 고급문화(high culture)라는 범주 에서 더 많이 거론된다. 기업은 ‘진정한’ 문화의 가치를 크게 따지지 않 는다. 문화의 가치를 따질 때는 수익성과 관련될 때뿐이다. 수익성의 기 준에서는 문화가 고급인 것이든 대중적이든 상관없다. 고급문화와 대 중문화에 관한 논쟁에 관해서는 갠즈(1974, 1999)의 논의를 참고할 만 하다. 갠즈는 ‘문화전쟁(culture war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고급문 화에 익숙한 실천가들이 대중매체와 대중문화(popular culture)에 대항 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전쟁은 문화적인[cultured(교 양 있는)] 이가 그렇지 못한 이를, 교육받은 자가 그렇지 못한 이를, 전문 가가 문외한을, 유복한 이가 가난한 이를 공격하는 계급갈등과 같다. 고 급문화를 교육받은 실천가들은 대중문화를 해로운 것으로 여겼다. 사 실 문화전쟁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더 나아 가 바람직한 삶에 관한 논쟁이기도 하다. 이는 문화적인 삶을 교양 있는 엘리트가 주도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에 내맡겨야 하는가의 문제를 내포한다.8) 물론 문화를 고급인 것과 저급한(혹은 대중적인) 것으로 구 분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화에 절대적인 위계가 있는 것은 아 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러한 논란에 개의치 않고 장사가 되는 모든 문

8) Ganz, Herbert(1974/1999)의 Popular Culture and High Culture: An Analysis and Education of Taste Revised and Updated, New York: Basic Books, pp.4∼7. 갠즈는 사회의

비(非)엘리트집단을 관찰하면서, 다수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다. 그에 의하면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모두 공통의 미적 가치와 취향의 표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취향문화(taste cultures)라 할 수 있다. 즉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는 그저 미학적으로 다를 뿐 ‘더 수준 높거

나’ ‘더 수준 낮은’ 것으로 판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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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영역을 사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업이 만든 시장 안에서 대중은 여 지없이 소비자가 된다. 오늘날 문화의 생산자와 공급자는 더욱 강력해졌다. 문화생산자들 은 표준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충실하게 문화를 제공하 고, 기업합병에 가담하여 손쉽게 다른 기업으로 변모한다. 문화의 창조 자인 이들은 영화관에 몰려든다는 사실 외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불 특정 다수의 대중을 유혹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하우저(1951)가 말 했듯이, 아무 형상 없이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가 여전히 형상 없이 쏟 아져 나간다. 그들은 이질적이고 불투명하며 무정형한 군중이다. 그의 주장대로 영화는 매스 관중(Massenpublikum)을 위해 예술을 생산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9) 대중의 기호는 영화의 탄생 시기부터 제작과 유 통에서 중요했다. 그들은 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예술을 즐기는 소비 자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영화 문화상품의 본성, 엔터테인먼트 요소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에서 문화와 경제의 괴리는 단숨에 제거된다. 더 나 아가 경제는 문화의 영토를 철저하게 지배하고 세속화한다. 경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현대에 이르러 엔터테인먼트라는 용어는 사회의 공용어가 되었고, 이에 문화의 내용도 크게 변화하였다. 엔터테인먼트

9) Hauser, Arnold(1953),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백낙청·염무웅 역(1974),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현대 편󰡕󰡕, 서울: 창작과 비평사, pp. 25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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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곧 세계적인 문화가 되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비(非)엔터테인 먼트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경제의 영토에도 문화가 점점 더 깊숙하게 관여했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폰이다. 원거리에 있는 이와 통신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전화기는 제 기능을 넘어서서 온갖 영상과 놀이를 체험 할 수 있는 다기능 무선 미디어로 변모하였으며, 그 자체로 총체적인 휴 대용 엔터테인먼트 단말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바일폰의 카메라로 사 진을 찍고 저장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까지 즐긴다. 말하자면 모바일폰 은 통신기술과 제조업, 문화 콘텐츠의 혼성물인 것이다. 사실 전화기가 오락적 콘텐츠를 필수적으로 탑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다수 소비자는 모바일폰이 탑재한 오락적 기능과 그 사양에 현혹되어 구 매를 결심하게 된다. 애플의 혁신은 대단했다. 애플은 기술과 엔터테인 먼트 요소를 모범적으로 결합했고, 아이폰은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했다. 그 어느 기업도 문화를 배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화가 경제를 수용한 대표적인 문화상품은 영화다. 영화는 엔터 테인먼트 요소를 상품의 본성으로 본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의 하위개념이라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즐겁고 만족스럽게 하는 경험 을 뜻하며, 특별히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효과를 통해 실현된다. 영화관 을 찾는 관객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들은 두 시간 정도 영화를 본 후에 감정과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간다. 감정과 기억은 엔터테인먼트 속에 서 나온다. 엔터테인먼트가 충족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영화를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라고 하는 것이다.10) 영화

10) 쇼 비즈니스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데 비해, ‘쇼 아트(show art)’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아트’의 목적이 대중에게 보여 주는 ‘쇼’에 있지 않다는 점을 상기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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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처음부터 품질보다는 대중적 기호에 기대어 ‘판매용(prepared for sale)’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관객이 영화에서 원하는 오락이 언제나 같은 종류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마술적이고 신비한 요 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는 기술적 장치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끌 어들이는 정서적 요소들과 그에 관한 입소문, 주관적인 감정과 직관이 통용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 게 대중을 유혹한다. 영화에서 엔터테인먼트의 품질은 스토리의 흥미진진함과 출연 배 우의 연기, 영상 구성의 참신함이나 규모 등으로 차별화된다. 영화를 보 기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 품질을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 화는 경험재(experience goods)로 분류된다. 품질을 확신하지 못하는 잠재적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전략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스타 시스템 (star system)이다. 스타라는 유명인은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은, 그 자체 로 효과적인 마케팅 요소가 된다. 어마어마한 시각적 볼거리에 의존하는 블록버스터도 할리우드와 같은 주류 상업영화계가 선택하는 전략 중 하 나다. 메이저에게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야말로 돈을 버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블록버스터 영화 없이 손실을 만회할 방법은 거의 없다. 요컨대 스타가 출연하는 블록버스터야 말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상품인 것이다. 영화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여타의 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화 창작과 배급 과정을 제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으로 일 반화하여 이해하려 한다. 반면에 영화산업이 제조업과 달리 스스로 독 특한 제작-배급 체계를 구축한 예외적인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주 장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입장에 서더라도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요소 를 앞세워 시장에 접근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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