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140828 p

Page 1

커뮤니케이션에서 뇌의 일 눈이든, 입이든, 귀나 코나 피부까지도 결국은 뇌의 일이다. 기호를 만들고 뜻을 새겨 풀고 나누고 연결하는 모든 일은 뇌가 한다. 그런데 어떻게 뇌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술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언어 이전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인텔리겐치아 2190호, 2014년 8월 28일 발행

8월의 새 책. 조창연이 쓴 ≪기호학과 뇌인지 과학의 커뮤니케이션≫

인간의 삶은 기호화 과정 그 자체다.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태어나지만 탄생의 순간부터 기호적인 존재로 변환된다. 기호는 일생 동 안 우리의 존재를 대신한다. -‘기호의 개념과 구성’, ≪기호학과 뇌인지과학 의 커뮤니케이션≫, 32쪽.


기호란 무엇인가?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특징짓는 것이다. 기호는 어떻게 인간의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있는가? 인간의 존재 조건은 외부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곧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그 렇다. 기호와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관계인가?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게 기호다. 그래 서 기호를 이해하면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이 해할 수 있다.


우리는 기호를 얼마나 아는가?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커뮤니케 이션 과정 분석에만 골몰하여 기호 자체를 충 분히 분석하지 못했다. 과정 분석 연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기호의 명시적 의미가 전달되는 과정을 실증 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 러나 기호가 어떤 의미 작용을 일으키는지, 또 그 의미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깊이 알 수는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기호 자체에 대한 연구, 곧 기호학의 형편은 어떤가? 양 측정과 미시 분석을 강조하는 사회과학 연


구 경향 탓에 커뮤니케이션학 주류에서 밀려 나 있었다. 최근에 커뮤니케이션 수용자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융합 관점이 대두하면서 기호학 접근이 새롭게 각광받는다. 다시 파악된 수용자는 어떤 모습인가? 송신자가 의도하는 의미를 항상 전달받고 공 유하는 존재, 더 이상 그것이 아니다. 새로운 수용자는 송신자의 텍스트를 스스로 해석하 고 그 의미를 생산한다. 기호학 연구가 다시 불붙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이 제기되었다. 서로 다른 수용자 가 어떻게 사회 문화 수준에서 공유할 수 있 는 의미를 생성하는가?


대답은 무엇인가? 개인이 텍스트 의미를 생산할 때 의존하는 공 통의 토대, 곧 인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인지 기호학이 등장한 것이다. 인지와 기호는 어떤 관계인가? 인지는 기호 작용의 토대이면서 동시에 기호 그 자체다. 인지는 어떻게 기호의 토대이면서 또 기호 자 체일 수 있는가? 인지는 메타 기호이기 때문이다. 인지는 어떻게 메타 기호인가? 기호란 무엇인가를 대신한다. 언어 기호나


영상 기호는 어떤 대상을 지시한다. 이 기호 가 인간의 뇌에서 처리되려면 이들을 중재하 는 것, 곧 기호의 기호가 필요해진다. 인지는 기호의 기호로서 뇌의 기호 처리에 중재자로 기능한다. 인지기호학의 출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 인가? 의미 생성의 주요 원인을 인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기 존 기호학에선 기호 의미의 생성이 기호 외 부 요인, 곧 사회라든가 문화 혹은 인간을 둘 러싼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관점이 우세했다. 인지기호학은 인간의 내부 요인, 곧 인지에 의해 기호와 그


의미 생성이 더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기호학은 어디까지 확장되는가?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융합 학문, 곧 뇌인지 과학과의 통섭에 다다른다. 기호학에게 뇌인지과학은 무엇을 줄 수 있 는가? 매 순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외부 자극을 처 리하는 뇌의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을 알게 되면 기호 의미의 생성과 작용을 더욱 역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뇌와 기호는 어떤 관계인가? 뇌는 외부 환경과 접촉하여 이를 범주화하


고, 기억하고, 운동으로 반응하는 과정에서 기호 의미를 생성하고 사용한다. 기호 의미를 어떻게 만드는가? 뇌는 신체 내부와 주위 세계를 연결하고 중재 하면서 새로운 시간 감각과 공간 감각을 만든 다. 이때 뇌의 상징 조작 능력이 발휘된다. 상 징 조작이란 기호와 기호의 의미를 만들고 사 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 ≪기호학과 뇌인지과학의 커뮤니케이 션≫은 무엇을 설명하는가? 인지의 기능과 역할을 기호학 관점에서 살펴 본다. 인지기호학의 개념과 이론, 기호 의미 의 생성과 전달을 뇌인지과학의 관점에서 분


석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창연이다.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 수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뇌의 일 눈이든, 입이든, 귀나 코나 피부까지도 결국은 뇌의 일이다. 기호를 만들고 뜻을 새겨 풀고 나누고 연결하는 모든 일은 뇌가 한다. 그런데 어떻게 뇌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술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언어 이전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기호학과 뇌인지과학의 커뮤니케이션​ 조창연 지음 기호학/뇌과학/인지심리학 2014년 8월 28일 출간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300쪽 23,000원


작품 속으로

기호학과 뇌인지과학의 커뮤니케이션 조창연


05

인지와 기호

인지의 개념과 접근법 인지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인지(Cognition)를 인간 정신의 지적인 과정이며 산물이라고 규정하는데(Flavell et al., 1993/1999), ‘감각 및 지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뇌의 정신 활동을 일컫는 개념으로 쓰여 왔다. 그러나 인지는 지적인 운동 패턴과 행동이 연역적 추리에 의해서 상징 적 조작 능력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나타난다. 따라서 고등 정신 과정에 속하는 지적인 과정 외의 다른 요소들이 인지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환경 정보가 감각기관에 입력되어 행동으로 출력되기 까지의 모든 과정적 관점에서 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모 외, 1999). 왜냐하면 인지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인식 (Recognition)은 다소 수동적 수용 과정으로 앎의 과정을 지칭하며, 문 제를 해결한다든지, 말을 한다든지, 의지를 보인다든지 하는 등의 능 동적 지적 과정들을 의미하지만, 감정적 앎, 학습, 신체 감각-운동의 통 제 등의 측면을 다 포괄하지 못하는 좁은 의미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인지는 이러한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능동적 지적 과정이 강조되는 보다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지의 개념은 이 성(Reason)과 의(will)를 포괄하며 감성(Emotion)의 상당 부분도 포함

87


그림 11 인지 연구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Flavell et al., 1993을 토대로 구성) 정보처리 관점

피아제의 관점

신피아제의 관점

인지개념

생물학적 관점

맥락주의적 관점

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고, 지각, 인식, 저장, 기억 혹 은 사고, 문제 해결, 그리고 언어 사용을 통하여 세계의 성질이나 전체 세계를 정신적으로 표상하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된다(Strube ed., 1996). 인지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그 특성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접근법(Flavell et al., 1993/1999)을 생각해 볼 수 있다(그림 11 참조). 각 접근법의 특징들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지는 복잡한 유기체가 복잡한 환경에서 생물학적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한 형태다(피아제 접근). 둘째, 인지는 마치 컴퓨터 처럼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나 내부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조 작하거나 처리하는 어떤 것이다(정보처리 접근). 셋째, 인지는 유기체 가 특정한 자극, 과제, 사회적 맥락, 그리고 지시에 따른 복잡한 환경에

88


서 생물학적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한 능력이다(신피아제 접근). 넷째, 인지는 문화에 의해서 개인에게 전수되는 지적 적응으로 신념, 가치, 그리고 지적 적응 도구의 영향을 받으며 선천적으로 사회 문화적 인 것에 의해 형성된다(맥락주의적 접근). 다섯째, 인지는 인간의 생물 학적 진화 과정을 통해서 유전적으로 전달되며 뇌의 기능과 작용을 통 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다(생물학적 접근).

피아제의 관점

인간의 적응과 발달을 인지적 측면에서 연구하는데, 이러한 관점을 발 생적 인식론이라 한다. 이 관점은 인간의 인지 발달이 자연적인 성숙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가능하며 그 과정은 질적으로 다른 네 단계를 순 서적으로 거친다는 점을 주목한다(Piaget, 1973/1974). 이 네 단계는 감 각 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그리고 형식적 조작기로 구분된다. 감각 운동기(0∼2세)는 생후 초기 아동의 인지 활동으로 감각적이고 동 작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 시기 동안 아동은 감각 운동적 활동으로 학 습을 하고 행동 도식을 조직화한다. 두 번째 단계인 전조작기(3∼6세) 가 되면 아동은 감각 동작적 행동에만 의존하던 것을 차츰 새로이 습득 한 언어와 대치하고 언어 이외의 다양한 상징적 능력을 개발한다. 그러 나 개념의 형성은 아직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기의 여러 가지 특성은 직관적 사고, 자아 중심적 사고, 상징적 사고, 실재론 적 사고, 인과관계적 사고 등으로 나타난다. 다음의 구체적 조작기 단 계(7∼11세)에 접어들면 아동의 사고는 급격한 진전을 보인다. 즉 전조 작기에는 지각적으로 두드러진 대상에게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구체적 조작기에는 일반적인 것으로 관점이 확대되고 여러 가 지 방법으로 내적 표상을 조정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

89


동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탈중심화가 된다. 그러나 추상적 사고는 아 직 성숙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형식적 조작기(12세 이후)가 되면 아동 은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문제 해결을 하는 데 가설을 사용하며 성인과 같은 형태의 사고를 하게 된다. 이로써 시공간을 넘어 선 사고가 가능하고 연역적 문제 해결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인지가 단계적으로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토대가 되는 것은 도식, 동화, 조절, 평형의 개념이다. 도식(scheme)이란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틀’을 말하며 이 도식(또는 구조)은 유기체가 태어나면서부 터 가지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가 환경과 접촉하고 반복하는 행동과 경험 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동화와 조절(assimilation, accommodation)은 환경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적응의 토대가 되는 원 칙인데, 동화는 이미 갖고 있는 도식 또는 체계에 의해 새로운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인지 과정을 의미하며, 조절은 기존의 인지 구조로 새로운 대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에 기존의 구조를 변경시 키는 과정을 나타낸다. 평형(equilibrium)은 새로운 상황에서 일관성 과 안전성을 이루려는 시도이며 계속적인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유지된다.

정보처리의 관점

인지가 디지털 컴퓨터의 체계와 유사하다고 보고, 컴퓨터처럼 외부에 서 유입되는 정보와 내부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정보가 조작되거나 처 리됨으로써 인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Siegler & Crowley, 1991). 따라 서 한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마음에 두고 있고, 어떤 정보가 표 상되고 목표 달성을 위하여 어떤 정보를 어떻게 조작하는지가 인지의 구조적 특징이 된다. 여기서 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부호

90


화되거나 재부호화가 되고 해독이 되어 다른 정보와 비교되거나 결합 되어 기억에 저장되거나 기억을 통하여 호출된다. 이 정보들은 여러 유 형으로 구성되는데, 다양한 크기와 수준의 복잡성이나 추상성을 가진 단위들로 구성된다. 어떤 유형의 정보는 작으면서도 본질적으로 특정 한 기호를 구분하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반면 좀 더 고차적인 수준의 정보는 사고와 문제 해결에 사용되는 계획, 전략, 규칙, 표상, 개념, 스 크립트, 범주, 사태 지식 등과 관련된다. 또한 어떤 정보는 서술적인 성격을 띠고 단어의 의미나 사실과 연관된 지식의 구성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 접근법의 특징은 인지가 정보의 덩어리로서 이것을 처리하는 어떤 규칙에 따라서 생성되며,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표상 하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정보를 어떻게 조작하는지, 그리고 한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는지 등의 기능이 인지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처리 접근법은 문제 해 결에 인지의 변화와 그 생성 과정의 파악에 초점을 둔다. 정보처리 접 근법의 이상적인 목표는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고 상세하며 실시간적 흐름에 맞는 인지 처리의 모델을 구축하 는 것이다. 이 모델은 컴퓨터가 처한 특수한 조건이나 제한하에서 어떻 게 반응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정보처리 의 관점에서는 사고 및 인지적 변화의 정보처리 과정을 검증하고 수정 하는 도구로서 컴퓨터가 사용된다. 기존의 정보처리 접근법이 밝혀 낸 인지의 발달 과정들은 피아제 가 발견한 인지 현상들에 대한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시글러(Siegler, 1978)의 연구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이 정보처리 관점 에서 효과적으로 연구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 접근법은

91


인지 발달 이론 측면에서는 피아제의 관점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접근 방법의 측면에서 정보처리 접근 방법을 차용하는데 이를 신피아제 접 근법이라고 한다. 다음에서 신피아제 접근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신피아제의 관점

신피아제 접근법은 발달에 대한 관점은 피아제와 일치하지만, 이론적 부분에서 피아제가 설정한 인지 발달의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임의적 유동성의 문제를 정보처리 접근법에서 차용한 변화 개념을 적용하여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 피아제의 접근법이나 정보처리 접근법과 다르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이 갖는 문제점 중에서 비판적으로 지 적되는 것이 인지 발달의 선형적 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점이다. 왜냐하 면 실제의 인지 발달은 항상 선형적 단계로 진행하지 않고 비선형적으 로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피아제의 접근법은 정보처리의 변화 과정이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모색하는데, 기 본적으로 인지 발달의 단계 이론을 수용하면서도 이 단계에서 수용하 고 처리하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수용자 각자가 처리 한 정보의 양과 질이 인지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간주한다. 인지 구조는 아주 일반적인 수준에서 구체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고(Case, 1985), 점점 더 많은 정보를 다루 면서 하위 목표에서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략을 만들 어 내고 기존 전략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증대된다. 이런 의미에 서 인지 발달이란 개념적 지식의 구조가 점점 효율적이 되는 동시에 문 제의 해결을 위한 절차가 점점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즉 인간이 점 점 더 많은 정보를 다루게 되면서 정보처리 행위가 더 복잡해지고, 이러 한 행위들이 통합되면서 정신적인 조작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인

92


지 변화를 겪는다(Case, 1992). 이처럼 인지 발달의 체계가 아주 일반 적인 수준에서 구체적인 수준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고 상정함으로써 인지 발달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에 의해서 피아제가 설정한 임의적 유동성 문제점이 보완되는데, 임 의적 유동성의 문제란 이론적으로 특정한 인지 발달 단계에 속한 아동 이 여기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이로서 피아제 이론의 기본 정신을 살리면서 단계적 과정이 갖는 선형성의 문 제에 정보처리라는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정신 용량이나 문제 해결의 절차에 의한 인지적 변화가 새롭게 해석된다.

맥락주의적 관점

맥락주의적 접근법이 기존의 여타 접근법들과 다른 특징은 인지적 변 화와 발달에서 사회적 영향을 강조한 점이다. 기존의 다른 접근법들도 인지 변화와 발달에서 사회적 영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 지만, 맥락주의적 접근법은 특히 사회적 영향을 인지의 발달과 변화의 중심에 두고 인지적 성격을 사회적으로 파악한다. 기존의 발달 이론들 과는 달리 이 접근법은 언어와 그것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인지의 특성과 발달에 결정적인 기여한다는 것인데, 비고츠키(1896∼ 1934)는 이 접근법의 대표자로 볼 수 있다. 맥락주의가 공통으로 가지 고 있는 가설은 사회적인 영역과 인지적 영역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으 며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적인 맥락은 크게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되는데, 한 가지는 사회 문화 및 역사적 시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주변의 사회 물리적 환경 이다. 전자는 가치 체계, 규범, 문자 사용의 능력, 숫자의 체계 및 과학 기술 등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그렇지 않은 경우와는 다른 방식과

93


방향으로 사고를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문화의 과거 역 사와 현재의 형태는 가치 체계, 신념, 규칙, 가능성 및 불가능성 등에 영 향을 받아서 인지 발달과 변화에 새로운 국면을 갖게 하는 것이다. 후 자는 사회 문화 및 역사적 힘의 중계자로 부모, 형제, 친구, 교사, 기타 중요한 인물들을 의미하며 이들이 인지의 변화와 발달에 조력자 역할 을 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에 의하면 고등 정신 기관으로서 인지는 개인적이고 생 물학적 적응 과정을 거쳐 타고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역사적으로 누적된 지식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거쳐 내면 화되어 개인의 정신 기능이 됨으로써 나타난다는 것이다(Vygotsky, 1978). 내면화 과정으로 사고의 발달은 처음에 객체와 사회적 상호작 용의 범주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다가 다음 단계에서 주체 내 사고 과정의 범주인 ‘개인의 내면’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동의 내면화 과정은 아동 자체의 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며 매개 기제와의 상 호작용에 의해 비로소 설명이 가능한데, 언어 기호는 타인과의 의사소 통을 위한 일차적 수단이며 사고를 위한 필수 매개체로서 사회 문화적 세계와 개인의 정신 기능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여 인지 발달에 중요 한 기여를 한다. 인간은 심리적인 문제(기억하기, 비교하기, 선택하기 등)를 해결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기호를 발명하고 이용하는데, 기호 와 도구는 기본적으로 매개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유사한 것이다. 그 러나 도구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활동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 로, 외부 지향적이며 대상에 변화를 초래하는 반면, 기호는 심리적이며 조작의 대상에게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도구는 자연을 숙달하고 이겨내며 목적을 달성하려는 인간의 외적 활동 수단이 되는 반면, 기호 는 자신을 숙달시키려는 목표를 갖는 내적 활동의 수단으로서 내부 지

94


향적인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맥락주의적 관점은 인지 발달의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서 인간의 사회 환경과 상호작용의 과정을 탐구하는 것 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아동은 성인의 도움을 받아 사회 문화적 산물로 서의 지식과 기능을 내면화하고 이를 통하여 개인적 인지 발달을 달성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

이 접근법은 발달 인지 신경과학적 접근법 혹은 인지 신경 심리학적 접 근법, 혹은 연결주의적 접근법 등으로 구성된다. 공통적으로 인지의 발 달과 변화를 유전적인 소질과 뇌[Carey & Felman(eds.), 1991]와 뇌의 신경망의 작용(McClelland, 1989) 등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성숙에 따른 대뇌의 변화와 정신 형성(Fordor, 1983)이 인지 발달과 변 화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기존의 생물학적 접근법 은 인지 발달이 생물학적 성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반면 뇌 인 지신경 과학에서 유래한 신경구성주의(Neuroconstructivism) 접근법 (Westermann, G. et al., 2004)은 인지의 발달과 형성에 대한 새로운 이 해를 제공한다. 즉 정신 표상을 구성하는 신경 활성화 패턴에 대한 생 물학적 제약을 고려하여 인지 변화의 기제를 설명하는데, 이에 의하면 환경 실험은 발달에 필수 요인이다. 환경 실험이 뇌 하드웨어를 변화시 켜서 표상의 성질을 변화시키며 이런 변화가 다시 새로운 경험을 만들 고 나아가서 신경 체계의 추가적인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생물학적 접근법이지만 그 강조 점이 뇌와 이를 구성하는 신경망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접근법들과 다르다. 뇌 인지 신경과학적 접근법은 지각 입력이 어떻게 뇌에서 인지 표상을 만드는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지각과

95


개념화에 이르는 인지의 총체적인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이 과 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뇌신경인 뉴런이다. 신경 뉴런은 생물 학적 행동에 반응하는데(Tai et al., 2004), 이 뉴런들이 모여 형성된 (synaptogenesis) 신경망이 정신적 표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 활성화는 생물학적 제약에 따른다. 여기서 생물학적 제약이란 것은 뉴런의 발달 이 세포 환경에 영향을 받고 뇌는 몸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 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경 표상은 사회적, 물리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뇌는 자기 조직적으로 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들 이 뇌의 연결망을 형성하고 정신적 표상의 기반이 되는 신경 구조에 영 향을 미침으로써 인지의 구조와 특성이 결정된다. 이에 반하여 뇌 인지 신경과학의 또 다른 접근법인 연결주의적 접근법은 인지가 뇌신경 망 의 단순 구성 단위들의 연결망이 만든 통일된 전체 상태로부터 창발되 는데, 이것은 신경망이 개별 단위들의 작용을 위한 국부적인 규칙과 단 위들 사이의 영결 강도의 변화를 주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접근 방법에서 기호의 조작은 수의 연산, 즉 역학 체계를 지배하는 미분함수와 같은 것으로 대치되고, 하나의 단일하고 독립된 연산은 단 순한 단위들의 그물망을 지배하는 많은 수의 연산 결과로서 가능하다. 이 체계에서 의미를 지닌 대상은 더 이상 기호가 아니고 신경망을 구성 하는 많은 단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단위 활동의 복잡한 패턴이다. 의 미는 특정한 연결론적 정보처리 단위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고, 체계 의 전체적인 상태 함수로 주어지며 지각 또는 학습과 같은 주어진 조건 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작동 행태와 관계된다. 기호보다 더 세분화된 작은 요소들의 연결망에서 전체적인 통합 상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하위 기호적 범형이라고 한다(Smolensky, 1988). 지금까지 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들을 살펴보았다. 인

96


지 발달의 개인적 요인을 강조하는 피아제의 관점이나 정보의 양적 및 질적인 변화가 인지 발달과 변화에 미친다는 정보처리의 관점, 피아제 의 관점과 정보처리의 관점을 결합한 신피아제의 관점, 사회적인 요인 들이 인지의 발달과 변화에 미친다는 맥락주의적인 관점, 그리고 생물 학적 관점 등과 같은 다양한 관점들은 인지가 총체적인 생명 체계의 현 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다양한 특성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음 시 사한다. 즉 인지는 유기체인 인간의 속성으로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적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생긴 것이며 유기체의 자기 조직적 이고 폐쇄적인 체계인 뇌와 같은 기관을 통하여 형성된 활동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생명 체계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그 체계의 구조에 의 해 구체화되고 이 생명 체계는 자기 생산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외부 환 경과 구분되며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지 현상은 생명 체계 의 자기 생산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생명 체계에서 생명은 곧 인지 이며, 그 인지 영역은 곧 자기 생산이 가능한 상태의 영역이다. 신경 체계는 유기체 안에 있으면서 인지 현상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 기 생산이 가능한 상태의 영역을 확장하여 유기체의 인지 영역을 증 대시킨다. 이 과정에서 인지는 생명체의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하며 이에 대응한다. 이것은 인지가 생명체와 구조적으로 접속되어 있 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접속 안에서 인지는 폐쇄적인 상호작용의 네트 워크 속에서 재귀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나타낸다(Maturana, 1985/1995).

인지와 기호 인지와 언어 기호

언어 기호를 다루는 기존의 언어학은 언어 연구에서 인간을 배제하느

97


냐 포함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관점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언어를 마음의 작용 방식과 독립된 자율적인 기호 체계로 보고 의미나 문법 조 직을 언어 자체의 문제로 해명하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가 인 간의 마음과 밀접하게 결부된 인지의 산물로 의미나 문법 조직이 신체 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에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전 자는 구조언어학 혹은 생성언어학적 입장이고 후자는 인지 언어학적 입장이다. 여기서 후자의 입장은 추상적인 사고나 의미가 근본적으로 일상의 신체화된 체험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보며 의미가 언어 기호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다. 인간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언어적 의미 와 문법적 형태의 상관성을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보면 인지 언어학의 목적은 인지적 관점에 바탕을 둔 언어학으로, 인지와 언 어 기호의 관계를 인간 중심으로 연구한다고 볼 수 있다(임지룡 2008). 인지 언어학은 언어 기호를 좀 더 일반적인 인지 능력 내에 위치하 는 언어 기호에 대한 연구 방법으로 볼 수 있다(Taylor, 2002). 이 관점 은 언어 기호를 생성하고 사용하는 언어 능력을 인지 능력과 무관하게 자율적이라기 보기보다는, 언어 기호의 이해와 사용이 인간의 지각, 개 념 체계, 신체화된 경험, 세상에 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문화적 배경 등과 관련된 인지 능력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처럼 인지 언어학은 언어 기호의 구조와 의미 문제를 개방적이고 사 고 의존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특징을 보인다. 인지 언어학의 관점에서 본 인지와 언어 기호의 특징적 관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언어 기호의 구조와 의미는 인지적 필터로 이 해되고 동기화되어 있으며, 여기서 동기화와 도상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 기호의 의미는 개념주의적 의미론의 기본 원칙에 근거하고

98


있으며 이에 따라 의미는 개념의 주체와 객체로 구성되는 개념화로 파 악된다(Cruse, 2000). 따라서 언어 기호의 의미는 그 표현이 드러내는 개념적 내용과 그 내용이 표현되기 위해 해석되는 방법과 함수적 관계 를 갖는다(Langacker, 1997). 또한 언어 기호의 의미는 언어적 지식과 세상 지식이 함께 통합된 백과사전적 지식으로 구성된 인지 구조를 토 대로 하기 때문에 언어 기호의 의미는 본질적으로 백과사전적 지식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언어 기호의 규칙과 자료를 보면 어떤 절대적인 법칙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의 접근법 (bottom-up 방식)’에 근거하는데, 이 방식은 용법에 근거한 모형으로 실제의 구체적 사례로부터 도식(schema)을 추출하고 그 도식을 이용 하여 다른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언어 기호의 작용 원리를 파 악한다. 이 방식은 언어 기호의 보편성과 상대성을 함께 인정하면서 보 편성을 다소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보편성은 종(species)으로서 인 간이 본질적으로 공유하는 신체적 특징에서 비롯되며, 상대성은 특정 한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 문화적인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지 언어학은 이처럼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고 인지하며 개념화하는 방식에 기초하여 언어 기호의 의미와 구조를 언어 기호, 몸과 마음, 그 리고 문화의 상관성을 통하여 규명한다. 인지가 언어 기호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 지 방법들이 있다. 우선 범주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는 범주 구성의 핵심적인 토대가 되는 원형의 분석에 그 초점을 맞춘다(Rosch, 1975). 다음으로 개념 구조에 대한 분석인데 방법론적 으로 분석기제는 다음과 같다. 영상 도식 분석(Johnson, 1987), 의미 프 레임 분석(Fillmore, 1985), 인지 모형 분석(Lakoff, 1987), 개념의 환유 성과 은유성 분석(Lakoff & Johnson, 1980), 그리고 정신 공간 분석

99


(Fauconnier, 1985)과 개념적 혼성 이론의 분석 등이 있다. 언어 기호의 동기화 기제는 도상성의 분석을 이용한다(Haiman, 1985). 그리고 장면 의 의미 분석에는 해석(construal) 접근 방법(Langacker, 1987)이 있고, 내용어와 기능어의 의미 변화 분석에는 문법화의 접근 방법이 있다 (Hopper & Traugott, 1993). 이상의 설명을 간단히 도식으로 표시하면 표 3과 같다. 지금까지 논의한 언어 기호와 인지와의 관계를 정리하면, 언어 기 호는 인간의 개념화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언어 기호에 의한 표 현은 잠재적으로 무한한 개념적 내용을 유발하고, 그 의미에 대한 특정 한 해석은 은유나 환유를 통하여 나타난다. 이러한 개념화는 신체적 경 험 특히 공간적인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 경험은 인류에게 공통적 이며 정신적 은유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의사소통의 기초를 제공한다. 또한 언어 기호는 범주화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범주화는 원형에 연결 된 구조들의 망에 의해 특징된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인 지 언어학인데 공시적·통시적인 관점에서 통합적 설명을 모색한다. 이러한 인지 언어학의 연구 결과는 인지와 기호의 관계를 연구하

표 3 인지 내에서의 언어 기호 생성에 대한 분석 방법 인지

인지 구조

연구 대상

원형 이론

개념적 구조

영상 도식, 프레임 의미론, 인지 모형, 개념적 은유·환유, 정신 공간, 개념적 혼성 이론

구조와 의미의 동기화

도상성

내용어와 기능어의 의미 변화

문법화

장면의 의미

해석

출처: 임지룡(2008), 12쪽.

100

분석 기제

범주의 내적 구조


는 인지 기호학에도 많은 의미가 있는 시사점을 준다. 특히 인지 의미 론은 언어 기호의 인지 내 의미 생성의 기제를 설명하는데, 언어 의미가 언어 자체에 고유하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념적 혼성과 같은 인지적 과정에 의해서 창조되고 발현된다고 지적한 점은 인지와 일반 기호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언어 기호가 기호의 특수한 형태라는 점과 기호와 그 의미를 생성하는 인지의 보편 적인 능력을 감안하면 기호 생성에 대한 인지적 시각에서의 설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다음 절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인지와 기호학 인지와 퍼스 기호학

인지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은 관점이 다른 여러 기호학의 방향에서 가 능하지만 이 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기호학의 경향을 대표하고 있는 퍼 스와 소쉬르의 기호학을 중심으로 진행한다.19) 먼저 퍼스(Peirce)의 기 호학 이론과 인지와의 관계를 설명하도록 한다. 기호와 인지의 관계를 잘 보여 주는 것은 인식과 사고가 본질적으로 기호로 구성되었다는 퍼 스의 인식론적인 입장이다. 이에 의하면 인간은 기호를 토대로 사고가 가능하며 이런 의미에서 기호적 존재인 인간의 인지적 가능성과 존재 는 동격으로 간주된다. 즉, 사고는 기호에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 체가 기호적인 것이다. 여기서 기호적이라는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 적인 특징뿐만이 아니라 느낌이나 감정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

19) 기호학과 인지과학에 대한 폭넓은 논의는 Jorna(1989)과 Parret(1995), 78∼104를

참조.

101


지적으로 특징된다. 인지 개념은 넓은 의미에서 이성적인 부분뿐만 아 니라 감성의 상당 부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Strube ed., 1996). 퍼스 기호학과 인지(Cognition)와의 관계는 존재론적 관점과 인식 론적 관점, 그리고 기호적 관점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 문제는 궁극적 으로 존재가 인식을 통하여 어떻게 기호화되는가의 문제로 압축된다. 따라서 퍼스 기호학에서 인지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식론을 거쳐 존 재론에까지 연결된다. 퍼스의 존재론적 시각은 그의 ‘보편적 범주 이론’ 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범주 이론에서 일차성은 인간의 주관성과는 무 관하게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다른 무엇을 지시하지 않으며 또 한 대표하지도 않는 것으로, 우리가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무관 하게 존재하면서 실제 사물의 현존과도 무관한 잠재적 가능성을 의미 한다(CP:1.356, 1.302 그리고 1.531). 이차성은 실제의 사실을 의미하 는데, 지속성과 지속 기간으로 특징되며, 다른 것과 대조되고 저항함으 로써 존재되는 것이다. 삼차성은 일차성과 이차성의 관계를 구성하여 일차성과 이차성의 어떤 것들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삼 차성은 이차성에 의해 구체화될 때 발생하며 이차성은 오직 일차성에 의해서 구체화됨으로써 나타난다. 삼차성의 범주는 인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세 개의 범주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Gentry, 1946). 삼차성의 범주는 보편성, 법칙성, 습관, 연속성 그리고 커뮤니케 이션과 기호로 구성되며 공통적으로 인지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퍼스 기호학의 세미오시스(Semiosis)는 존재가 인식을 통하여 의미 를 획득하면서 기호가 되는 과정인데 그 특징상 본질적으로 추론이다. 이러한 추론은 일차적인 가추법, 이차적인 귀납법, 그리고 삼차적인 영 역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가추법은 어떤 것이 무엇이 될 수 있

102


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이것은 연역법을 통하여 하나의 예측이 되며, 나아가 귀납법을 통하여 실험될 수 있는 것이다. 현상에서 무엇인가를 창의적으로 터득하는 단초가 바로 가추법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세미 오시스는 인지로 환원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해석소가 미치는 인지적 효과에 의해 기호가 표현된다(Nöth, 1997). 이러한 프로세스에서 중추 작용을 하는 것이 해석소(Interpretant) 인데 인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CP: 2.242). 인지는 우선적으 로 기호의 해석소 작용과 관련되어 있고, 선행된 인지작용을 통하여 해 석소의 내부에서 재차 결정되기 때문이다. 해석소의 활동은 표상이라 기보다는 분절적인데 표현소와 대상체의 관계가 파악되거나 그 관계가 언술되거나 추론되는 순간부터 활동하며 해석을 산출한다. 이 해석소 는 정신적인 근원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창조적 타성인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은 기호가 되며 기호는 다시 생각이 되는 것이다. 이 것은 인지적 과정이 해석소의 중심에서 생성되는 ‘생각 기호’와 밀접하 게 접속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써 모든 생각은 인지적 표상으로 특 징되며 여기서 기호와 표상은 유사하게 보인다(CP: 8.191). 이러한 인 지적 과정에서 모든 생각은 기호와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을 지시하면서 (CP: 5.251과 5.314), 무한한 수렴의 과정을 향한다. 이것은 퍼스의 기 호학이 인지적으로 특징됨을 단적으로 시사한다(Nesher, 1990).

인지와 소쉬르 기호학

소쉬르 기호학도 여러 면에서 인지적인 특성을 보인다. 그에 의하면 기 호는 언어의 순수한 정신적 요소인데, 이것은 언어 기호가 한 사물과 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 영상을 결합시킨다는 주장 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청각 영상이란 물리적인 실체로서 소리

103


가 아니라 소리의 정신적인 흔적을 재현한 것이다. 여기서 기호는 정신 적인 실체로서 청각 영상이 추상적인 개념과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다. 이처럼 소쉬르는 (언어)기호적 현상을 인간의 정신적인 현상과 연계하 여 관찰하고, (언어)기호를 개인들의 총체적 두뇌 속에 존재하는 문법 적인 것의 작용 결과로 파악한다(Saussure, 1967). (언어)기호는 이처럼 개념과 청각 영상의 자의적인 결합인데, 일반 적으로 이 기호를 지칭할 때 청각 영상만 호칭되고 개념적인 부분은 드 러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소쉬르는 개념과 청각 영상 으로 구성된 전체를 기호라 부르고 이것을 다시 개념과 청각 영상으로 구분하여 개념을 기의(signifié)로 하고 청각 영상을 기표(signifiant)라 고 하였다(Saussure, 1967). 이것은 (언어)기호의 의미작용이 본질적으 로 정신적인 인지적인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나 아가 소쉬르는 이러한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계열적 형식과 통합적 형 식으로 구분하고 (언어)기호는 이 두 정신적 형식이 통합됨으로써 생성 된다고 본다. 소쉬르가 구분한 계열적 그리고 통합적 구분은 인지 심리 학적 관점에서 보면 각각 스키마(Schema)와 범주(Category)에 해당되 는데, 스키마는 통합적인 것에, 범주는 계열적인 것에 비교될 수 있다 (Nelson, 1985). 통합적 스카마에서는 언어 사용이 선형적이며 연속적 으로 나타나는 반면 계열적 범주는 그 관계가 두뇌 속에서 구성되기 때 문에 비선형적인 특징을 갖고 연상적으로 작용하는 유사성의 원칙에 근거한다. 이러한 두 형식은 서로 다르게 작용하지만 서로 보충하며 밀 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소쉬르의 기호학도 인지와 밀접 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퍼스와 소쉬르의 기호학이 인지적(혹 은 정신적) 토대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과

104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쉬르의 접근 방식은 인지적 (혹은 정신적) 현상을 언어 구조적 시각에서 파악하는 반면, 퍼스의 접근 방 식에서는 비언어적 것을 포함하는 총체적 시각에서 개인적 차원의 인 지적 역동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들의 기호 이론은 공통적으로 인지 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주어진 불변의 것’으로 전제하고, 기호 생성과 그 의미 생성에서 인지의 역동성을 충분히 반영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되고 불변된 인지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 과 반응하며 성장하고 발달하는 인지의 특성과 기호 생성 과정의 밀접 한 관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에서 인지의 역동적 발달과 기호 생성의 관계를 발생적 인식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105


06

발생적 인식론과 기호

발생적 인식론의 이론적 토대 인지의 역동적 발달은 발생적 인식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인지와 지각은 지각 없이는 인지가 가능하지 않으리만치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Maturana & Varela, 1987). 이 발생적 인식 이론에서 인지는 지각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반복되는 감각 운동의 패턴으로부터 창발(Emergence)20)되는 것으로 파악된다(Piajet, 1973). 이것은 새로 태어난 인간이 어떻게 인지를 구축하여 나가는가 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태어난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통하여 인간은 법칙과 논리를 지닌 현상적 세계 의 전체 구조를 구성하는 것이다. 발생적 인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 발달의 단계는 감각 운동의 단계, 전(前) 조작 단계, 그리고 형식 조작 단계로 구분되는데(Piaget, 1974, 29∼80, 135 이하), 이 세 단계 는 서로 괴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결합된다.

20) 창발은 하위 층위 요소들의 속성에서 전혀 설명되거나 예견될 수 없는 새로운 속성이

다른 새로운 층위에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지 현상은 기본적 물리 상태로 환원이 미리 확정된 것이 아니며 주관과 대상 사이의 ‘개방적 만남’을 통해서 비환원적이며 비결 정적으로 발생된다는 것이다.

106


감각 운동의 단계는 여섯 가지의 하부 단계로 구분된다. 이들 각 단 계는 감각 운동에 의하여 대상과 직접적인 공간 환경을 구조화하는 역 할을 한다. 여기서 운동과 이동을 통하여 잠재적 반성 체계(Reflexive System)가 나타나며 이를 통하여 감각 운동의 단계가 생기는데, ‘동화 (Assimilation)’에 의해 기존의 단계로 편입된다. 이를 통하여 새로운 한 단계가 확장되며 다른 단계와 통합된다. 감각 운동적 단계는 기호학적 관점에서 보면, 시각적 모방을 내면적으로 의미화하고, 언어 기호의 습 득을 통하여 시간적으로 연속적인 행위들을 동시적 생각 상(像)에 압축 하고 축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전(前) 조작 단계는 내적 조작을 구조화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 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단계는 운동 감각적 단계와 최초 ‘조작 (Operartion)’21) 사이의 단계를 의미하는데, 조작 지능 혹은 인지적 능 력의 단계로 이행을 위한 준비 단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상징과 일탈에 의한 자아 중심적인 조건화가 이루어진다(Piaget, 1973, 101). 여기서 조작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조작적 지능의 형성을 위한 첫째 단계가 형성된다. 구체적 조작이 진행되면서 실재적(구체적) 대상의 경계가 형성되고, 구체적 조작, 기대 그리고 반작용이 통합되면서 가역 성(可逆性)이 획득된다(앞의 책, 99). 여기서 구체적 조작이란 행동을 내면화시킬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가역적 체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다 른 행동과 통합도 가능하게 한다. 가역성은 어떤 내적인 행위가 반대 방향으로 행하게 하는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시간적인 과정을 전환하고

21) 조작(Operation)은 피아제의 ‘조작 단계’들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로, 이것은 인간의

외부 세계에 있는 어떤 대상을 감각 운동적으로 합성하고, 반성적 연습을 통하여 최초로 획득한 연상이 무한히 통합 가능한 스키마 체계로 형성하고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107


출발점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 가역성은 부정(Negation)과 상호 관계 성(Reciprocity)의 특성을 갖는데 후자는 의식과 관계하여 전망 (Perspective)을 상대화하는 역할을 하며 조작적 구조의 기준에 따라 작용한다. 이 단계에서 구체적 조작은 항시 현실적 대상의 변환에 관계 하며 행위와 조작에 의미 있는 어떤 운동성을 생산하는 사고 구조와 밀 접하게 연관된다. 이 사고 구조에서 조작은 감각 운동적 단계에서처럼 순서적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이행된다. ‘형식 조작’의 단계에 이르러 형식·추상적 사고 조작이 발달된다. 이 ‘조작’은 명제적 사고와 현실적인 것을 가설적으로 파악하는 통합 체 계를 생성시킨다. ‘형식 조작’은 조작적 지능의 두 번째와 마지막 단계 에 나타나는데 이 단계에서 그룹이 형식적으로 통합됨으로써 구체적 조작은 반성적(reflexive) 특성을 갖게 된다(Piaget, 1973). 이 단계에서 조작은 주체적 행위들의 심리학적 맥락을 함의(含意)적이거나 논리적 속성을 포함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시킨다. 이에 의해 궁극적으로 초(超)시간적이고, 논리 수학적인 구조의 발생이 가능하게 되고 실제 적인 현실성을 넘어 이것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그

그림 12 인식 차원과 조작 단계간의 관계(Fruth 1972, 91) 인식의 차원

조작적

조작(적) 단계 ∙∙∙∙∙∙∙∙∙∙∙∙∙∙∙∙∙∙∙∙∙∙∙ 넓은 의미에서 조작적

↑↓

구상적

좁은 의미에서의 조작적

감각 동작적 전(前) 조작적

구체(적) 조작

108

형식(적) 조작


림 12 참조). 이 조작 단계들의 중심에서 조직체는 자기 심리 발생의 균형을 추 구한다. 지각의 변동은 이러한 균형의 파괴로 이어지고 ‘조작’에 의해 다 시 균형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구체 조작’과 ‘형식 조작’의 구조는 균형을 생성하는 특수한 경우다. 이러한 균형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지 발달을 보다 더 고차적인 형태로의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 이 된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인지는 환경을 모방하기보다는 생명체 의 자기 통제적 조직을 반영하며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체계다(Piaget, 1974). 인지 능력은 실제로 신체적 의미나 내성적 의미에서 생기는 것 이지 주체나 대상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각 그 자체는 상당 부분 조직체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모든 인식은 행동적 동작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인지는 주체와 대상 간의 상호작용에서 생긴다. 이 상호작용은 외부적 자극과 마찬가지로 조직체가 즉각적으로 행위를 하는데서 출발된다. 이렇게 볼 때 인지 과정은 조직체의 자기 통제의 결과이며, 그 주된 기제(機制)는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상이한 조직인 것이다.

인지 발달의 토대 발생적 인식론에서 인지 발달에 관여하는 핵심적인 토대는 조작성, 도 식, 평형화, 동화, 그리고 조절 등의 요소들로 구성되는데(Piaget, 1974), 이 요소들은 조작적 지능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에서 각각 의 개념들을 살펴본다.

109


조작성

조작성(Operationality)은 ‘조작 단계’들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로,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타고난 능력으로서) 본능적 인지가 지능적으로 발달 하면서 총체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외부 세계에 있는 어 떤 대상을 감각 운동적으로 합성하고, 반성적인 연습을 통하여 최초로 획득한 연상이 무한히 통합이 가능한 스키마 체계로 형성되고 발전하 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 운동적 행위, 논리 혹은 지능, 그리고 이것에서 생성되는 세계는 역동적 사실주의로 특징되며, 행위를 통하여 사물을 합성하고 잉여를 생산하는 것과 관계된다. 감각 운동적 지능에 의해 실 제로 발전된 행위적 도구에 의해 기본적이며 초보적인 단계가 인지 단 계로 발달한다. 여기서 감각 운동적 지능은 실제적 선택이나 성공을 목 표로 하는 반면, 언어적 혹은 문자적 사고의 기능은 진실의 표현과 인식 을 지향한다. 인지의 이러한 발달은 ‘형식 조작’에 이르러 모든 조작적 감각 운동의 단계를 내용화함으로써 인지 차원을 조작적인 단계에서 구상적 단계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킨다. 그 결과 감각 운동 단계는 조작 적으로 특징되며 ‘형식 조작’의 단계는 구상적으로 특징된다. 이처럼 ‘조작(operation)’의 개념은 인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개념인데, 좁은 의미에서는 성숙한 지능에 의한 일반화된 내재적 행동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감각적이고 동적인 특정한 활동을 제외한 ‘전(前) 조작’적 인 행동으로 특징된다. 이 조작은 일종의 ‘구조’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인식은 감각적이고 동적인 행위 과정과는 다르게, 외향적이며 재귀적 으로 특징된다(Piaget, 1973). 이 ‘조작’을 통하여 행위, 감각, 지각, 그 리고 인식의 단계가 통합되는 것이다. 조작에 의한 인지 생성은 이상적이거나 객관주의적이지 않다. 대 상에 대한 아주 단순한 인식조차도 감각적이고 동적인 행위(senso-

110


motoric Activity)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행위와 관련된 인지 생성 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대상에 대한 정신적 ‘표상 (representation)’이나 개념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것은 생각과 행위의 도식을 통하여 정교화되어 보다 더 구성적이 된다(Piaget, 1975, 337∼ 365). 이러한 의미에서 인지는 고등적 유기체가 복잡한 환경에 생물학 적으로 적응하는 특수한 하나의 형태이며 환경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생명체의 ‘구성적 행위(constructive activity)’ 주체로 볼 수 있다. 즉 인 지는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적 구조도 고려하지만, 자신의 기 존 정신 구조에 알맞도록 언제나 환경을 재해석하고 재분석한다. 이것 은 인지가 외부 세계를 수동적으로 그대로 수용하지 않지만, 외부 세계 를 무시하면서 자폐적으로 구성하지도 않음을 뜻한다. 오히려 인지는 외부 세계의 자료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변형하고 재조직해 스스로의 구조를 형성한다. 인지를 형성하는 이러한 과정에서 ‘행위’는 항시 본유 나 습득된 ‘의도(Plans)’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의도’는 유기 체의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이거나 본유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일종의 도식(Schème)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의도(schème/plans)는 도식 (Schma/schèma)과 구분되는데, 도식은 일종의 구상적인 모델, 즉 어 떤 표상적인 윤곽을 의미하며 구상적인 동화(assimilation)나 상징과 관 계되는 반면, 의도는 조작성(operativity)과 관계된다(Piaget, 1973, 101). 이 ‘의도’는 특수한 인식 행동의 내적 일반 형태로서, 감각적이고 동적 ‘행위’와 연관되며, 이를 통하여 ‘행위’들에서 일반화된 행위를 도 출하여 다른 유사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111


도식과 평형화

도식(schema)은 삶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 등이 인지에 조직화된 체계를 의미하며,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보편적 개념들을 표상하는 자료의 구조다. 따라서 도식이란 외부 세계에 대한 내적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이 내적 모형의 역할은 입력되는 외부 세계의 자극에 대한 정 보를 처리하는 것인데, 이는 외부 자극의 처리에 가장 잘 맞는 모형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식은 대상, 상황, 사건, 행위 등에 대 한 도식으로 구분되는데 이런 도식들의 총체적 합이 입력 자극을 내적 으로 평형(균형)되게 해석하는 것이다. 반면, 평형화(equilibration)는 변화 과정 중에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으로 내적인 불균형을 극복함으로써 인지 발달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도식은 슬롯(slot) 또는 변수들로 구성되는데, 변수 항에는 그 변수 항의 이름과 이 변수 항에 들어올 수 있는 정보가 명시적이고 세세하게 기술된다. 이런 도식은 다른 도식에 내포될 수 있으며 다른 도식의 하 위 도식으로 내포됨으로써 모든 추상 수준에서 지식을 표상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시각적 자극도 하나의 도식으로 표상될 수 있으며, 단일 단어 수준의 개념도 하나의 도식으로 표상될 수 있고, 복잡한 사건도 상 위 추상 수준의 도식으로 표상될 수 있다. 도식은 사전적 지식보다는 백과사전적 지식을 표상하는데,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동적인 특징을 가진 재인 기구로서 입력 자극과 도식이 얼마나 잘 부합되는가를 처리 하는 내부 절차가 내장되어 있다. 외부 세계의 자극을 해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식이 활 성화되어 교차하는데, 이 도식들은 심리적으로 실재하며, 복잡한 계산 이 없이도 잘 구조화된 많은 지식을 즉시 처리하여 각종 정보에 대한 기 대 형성, 이해, 추론, 재인출 등을 가능하게 한다.22)

112


동화와 조절

조작적 ‘의도’는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을 통하 여 구현된다(Piaget, 1968, 10 이하 참조). 동화와 조절은 유기체가 외 부와 상호작용을 통하여 적응해 가는 구조를 나타내는데, ‘동화’는 환경 과 한 유기체 내의 조직 사이에 내적 균형을 형성하거나 내적인 대응을 의미하며 행위를 조작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선행하는 구조로 통합하도록 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사실 인간이 환경을 지각해 서 획득하는 지각적 지식은 실재의 단순한 복사가 아니고 인간이 이미 선행적으로 획득하고 있는 구조에 동화라는 과정이 첨가되어 획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동화’는 인과론적이고 기계론적인 과정을 거치 지 않고, 환경으로부터 자료 그 자체를 수용함으로써 최대한 잠재적 환 경 자료를 형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Piaget, 1973). 이런 의미에서 동화는 이미 언급한 통합 과정을 거쳐 조금씩 변화하지만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선행 상태와 연속적으로 연계되어 새로운 상황에 선행 구 조가 맞도록 적응하고 변하는 통합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동화 의 개념은 이중적인 성격을 띠는데 한편으로는 의미 개념과 그리고 다 른 한편으로는 행동과 연계된다. 즉 모든 지식의 획득은 의미와 연관되 면서 동시에 행동과 연관되어 있고 어떤 대상이나 사태는 이러한 도식 들을 적용함으로써 파악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실재를 복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실재에 대하여 작용하는 것, 즉 행동하 는 것이다. 이 행동과 연관된 변환 체계에 따라 실재를 이해하는 방식 이 변화된다(Piaget, 1967).

22) 도식에 내재된 정보들은 동시에 입력 정보에 없던 정보를 추가, 삭제, 변형하기도 하

는데 이것은 기억의 연구와 범주화의 연구, 이해, 추리, 판단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113


이에 대해 ‘조절(accommodation)’은 조작에 의한 외부 지향적 행 위 과정이며 특수한 실재 상태와 관련되며, 외부 환경의 영향에 대하여 유기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과 관 련된다. 이에 의해 하나의 일반적 구조가 하나의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 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인지 구조가 알고 있던 기존의 방법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지식으로 해석할 수 없는 갈등 상황 에 직면하였을 때 기존의 지식 체계를 수정하도록 작용한다. 좁은 의미 에서 보면 새로운 상황에 대한 ‘조절’은 이미 형성된 구조와 차별화하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동화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인지 체계에 적용시키려 는 성향을 의미하며, 조절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기존의 지식 체계를 변화시키는 성향을 나타낸다. 여기서 인지 구조는 동화와 조절의 조작적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되는데, 동화는 지식의 양적인 변화와 관련되며 조절은 지식의 질적인 변화와 관련된다. 즉 인지는 감 각적이고 동적인 행위들의 재귀적 표본(피아제의 표현에 의하면 순환 적 반응)들로부터 창발되고 이로써 행위가 지각되는데, 이러한 행위들 은 외부적 활동을 통합하며 ‘조작’을 통하여 사유 활동과 연결된다. 다 음 장에서는 ‘행위’와 ‘조작’에 의한 인지 생성 발달을 기호와 그 의미 생 성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그 구성적 과정을 살펴보도록 한다.

114


07

인지 기호학의 콘셉트

인지와 기호의 관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하여 인지의 기호 작 용을 기호학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이 요청되었고, 작업의 특성상 인지 기호학23)적으로 특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인지의 구조성을 기호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구조주의적 기호학의 콘셉트를, 그리고 인지 생성과 발달의 역동적 구성과 과정을 기호학적으로 설명하기 위 해서 퍼스의 실증주의적 기호학의 콘셉트를 적용한다. 따라서 기표와 기의, 그리고 기호의 생성과 인지의 역동적 생성이 어떻게 연관되는가 를 지표, 상징, 도상의 기호학적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한다.24)

23) 인지 기호학에 대한 것은 이 책 서론의 ‘인지 기호학적 국내외 접근 방법’을 참조할 것. 24) 감각 운동에서 전(前) 조작/구체 조작, 그리고 형식 조작에 이르는 인지 발달의 역동

적 과정을 퍼스의 기호학적 콘셉트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감각 운동은 외부 대상을 구 조화하는 역할을 한다. 감각 운동적 단계는 ‘감각적 모방’을 내면적으로 의미화하고 시간 적으로 연속적인 행위들을 동시적 생각 상(像)에 압축하고 축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내면적으로 의미화하는 과정은 외부 대상과 인과적 관계를 갖고 공간적으로 물리적 연관 관계를 갖는다. 이것은 기호학적으로 볼 때 ‘지표’에 해당된다. 다음 시간적으로 연속적인 행위들을 동시적 생각 상(像)에 압축하고 축적하는 과정은 지표적 현상과 유사한 상(像) 의 생성이라는 점에서 도상적이다. 이러한 ‘도상 기호’는 현실적 대상과 변환, 즉 현실적 습관의 결과에 의해 지시되고 의미된다. 이런 의미에서 ‘도상’은 ‘상징’으로 전환된다.

115


인지적 표상으로 기호 인지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호란 인지적 표상(cognitive representation)25)이며 세미오시스는 정신적 조작(mental operations)의 프로세 스로 볼 수 있다(Nöth, 2000, 230). 따라서 기호와 그 의미 생성에 대한 물음은 인지과학과 기호학의 학제 간 문제와 관련되며 이를 해명하는 것은 인지 기호학의 중요한 목적이 된다. 인지 기호학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인지의 개념26)을 다 시 명확히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인지는 학문적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게 파악되는데, 일반적으로 ‘감각 및 지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뇌의 정신 활동을 일컫는 개념으로 능동적 지적 과정이 강조되는 보다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 런 의미에서 인지의 개념은 지(知)와 의(意)를 포괄하며 정(情)의 상당 부분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파악된다(이정모 외, 1999, 16 ∼17 참조). 따라서 인지 과정은 환경 정보가 감각기관에 입력되어 행 동으로 출력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 서 인지기능은 지각, 인식, 저장, 기억 혹은 사고, 문제 해결, 그리고 언 어 사용에 의한 세계의 성질이나 전체로서의 세계를 정신적으로 표상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지의 개념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25) 표상은 ‘무엇의 표상(Representation-of)’과 ‘무엇을 위한 표상(Representation-for)’

의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한데, 상징적 표상은 ‘무엇을 위한 무엇의 표상(Representation of something for something)’으로 상징은 명확하게 국한되면서 동일시되는 단위로서 ‘무엇인가를 대신하는 것’으로서 이해된다. 반면에 내재적 표상은 ‘무엇의 표상 (Representation-of)’을 나타낸다. 26) 인지 개념에 대한 선행적 논의는 이 책의 5장 1절을 참조.

116


서는 표상(Representation)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표상은 앎이 마음의 작용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실제 대상이 그대 로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옴으로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상을 어 떤 상징이나 다른 형태로 다시 표현(재현)하거나 추상화하여 처리함으 로써 생기는 것이다(Johnson-Laird, 1988, 28). 따라서 표상된 것은 외 부에 있는 실물 자체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다시(Re-) 나타남 (Presentation)의 결과로 우리 마음의 내용이 된다. 다시 말하면 실제 대상이 아니라 추상화적으로 다시 나타내어 어떤 내용이 우리 마음속 에 상징화된 것이 표상이다. 이러한 표상을 상징적 표상이라 하는데 아 이디어, 이미지, 믿음, 그리고 기억 등이 이에 대한 좋은 사례다. 상징적 표상은 인지를 정신적 표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를 설명하 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처럼 표상은 상징을 매개로 관계적으로 결 합되어 있는 성질을 가진 대상의 집합으로 현상 속에서 외부 세계의 어 떤 성질을 표상하면서 나타나는 총체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표상은 기호의 근본적 기능인데, 전통적인 표상으로 외재적 표상 이 있다. 외재적 표상은 상징적 표상(Symbolic Representation)이라고 도 한다. 이 ‘상징적 표상’의 표상은 지시체의 모방(Abbildung/ Image) 으로 파악되는데(Palmer, 1978; Goodman, 1968 참조), 이 표상은 경 우에 따라서는 지시체를 전혀 함축하지 않고 단지 잠재적 지시체 (potential references)를 갖는다(Smythe, 1990, 49).27) 상징적 표상은 또 한 기술적(descriptive)으로 특징되는데 서술(敍述), 모델, 상징 스키마, 영상 기호 체계의 토대가 된다. 상징적 표상에서 인지는 상징들의 집합

27) 이러한 잠재적 지시체는 비표상 혹은 분산 표상적인 기호현상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

책의 10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117


조직이고 구문론적으로 특징되며(Goodman, 1968; Jorna, 1989 참조), ‘무엇으로서의 표상(Representation-as)’으로 나타난다(Goodman, 1973, 38∼42). 상징적 표상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인지 연구는 고전적 계산주의 (Computationalism) 모델의 토대가 되는데 이 고전적 계산주의 모델에 서는 생각, 사고 과정, 계획, 의사 결정 혹은 이해와 같은 인지적 과정을 규칙이나 원칙에 의한 상징조작을 통해 해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인지 과정은 ‘계산 과정’으로 간주된다(Strube, 1996, 306). 이 와 관련하여 위의 주장이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은 이미 위에서 언급 했지만 계산성의 가정이다. 물론 모든 정보처리 접근 이론가들이 계산 성을 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산주의적 정보처리 접근 이론가들은 인간의 심적 과정을 계산으로 접근한다. 계산(computation)이란 단순 하게 정의한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의 변환’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은 엄밀히 말하자면 ‘계산주의’(Pylyshyn, 1984)라는 하나의 관점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계산주의는 뉴웰과 시몬(Newell & Simon, 1972)의 입장과 포도르(Fodor, 1975)의 ‘사고의 언어’로 대표되 는 입장이다. 이 계산주의 입장에 의하면, (튜링 기계의 개념에 기초하여) 어떠 한 과정을 효율적인 절차나 계산 가능한 함수로 나타낼 수 있으면 그 과정은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절차 또는 알고리즘이 란 어떤 수리적 조작을 수행하는 자동적 방법 또는 기계적 규칙이다 (Cutland, 1980). 어떤 함수 또는 조작의 값들을 구할 때 알고리즘 또는 효율적 절차가 사용되면 그 함수는 ‘알고리즘으로 계산 가능’, ‘효율적 으로 계산 가능’ 또는 그저 ‘계산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심리적 사건에 적용시켜 개념화한다면, 입력과 출력 사이의 대응을 알고리즘적 절차

118


또는 계산이 가능한 규칙의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면 심적 사건도 계산 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심적 사건 자료인 표상에 명백한 처리 규칙들을 적용하는 계산 과정이 있다 는 것이며, 이러한 규칙들은 프로그램 언어나 일상 언어 같은 통사 규칙 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Fodor, 1975). 심적 대응인 심리적 조작 이 계산 가능하다면 정보처리적 접근의 인지과학자들이 할 일은, 마음 의 원소 함수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어떻게 조합되어 보다 복잡한 알고 리즘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심적 사건으로 나타나는 고리를 발견하는 일이다. 이 고리가 발견되면 심적 사건은 계산 가능하기 때문에 분해 역시 가능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인지는 기호의 계산 혹은 규칙에 따르는 기호 조작 을 통한 정보처리의 관점에서 파악된다. 즉 분절적 기능 요소인 기호를 조작함으로써 계산이 가능하다고 보며, 인지는 기호의 의미가 아니라 기호의 물리적인 속성인 형태에 의해서 실재 세계의 모습이 적절히 표 상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심리적 표상은 형식 체계에서 나타나는 사건으로 규정되고 마음의 활동은 이러한 표상의 명제 태도적 색채인 믿음, 욕구, 의도 등이 드러난 것이 된다. 인지 과정이 상징을 조작하는 일종의 계산 과정이라는 생각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심적 작용은 하 위의 단순 과정들로 분해하여 어떤 심적 조작이라는 정보 사건에 내재 하고 있는 복잡성의 명시화를 통하여, 이를 보다 낮은 수준에서 기술하 여 그 복잡성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에 따라서 순환적 분 해의 가정에 의해서 정보처리 활동을 흐름도(flow-diagram)로 분해할 수 있고 이 흐름도 안의 한 요소는 보다 더 단순한 또 다른 하위 흐름도 로 순환적으로 분해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상징적 표상에서는 상징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지 생성의 내재적 요소들의 역할이 강조된다. 여

119


기서 인지 과정은 감각기관과 연관된 역동적 과정의 결과가 반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기호의 상징적 처리와 관계된다. 그러나 계산주의적 접근과 정보처리적 접근을 완전 동일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보처리적 접근은 ‘분해 가능하지만 계산 가능하지 않 은’, 즉 명료한 알고리즘적 규칙에 의해 기술할 수 없는 부분들도 인정하 기 때문이다. 정보처리적 접근은 계산 가능하다는 것이 정보처리 체계 의 사건을 분석하여 기술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만 필요조건은 못된 다고 본다(Palmer, 1986).28) 따라서 외재적 표상 외에 내재적 표상을 고 려할 필요가 있다. 외재적 표상은 관계적 표상(relative representation) 이라고도 하는데 사물을 관계적으로 이해하고 사물의 표현을 일종의 관계를 통하여 나타낸다. 내재적 표상은 교환 규칙에 의거해서 범주, 유 추, 모방, 지시, 교환 그리고 외연의 형태로 나타난다(Jorna, 1990, 17; Strube, 1996, 578). 다음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인지 기호학의 구조를 파악하도록 한다.

인지 기호학의 구조 기표 형성

인간의 감각 운동적 단계는 여섯 등급의 ‘지표(Index)’로 나누어지고, 각 단계는 독자적 표징29)의 유형을 갖는다(Piaget, 1975, 253). 이에 의

28) 이 외재적 표상의 문제에 대한 상세한 논의의 일관성을 위하여 이 책 10장의 비상징적

표상에 대한 논의를 다룰 때 언급하도록 한다. 29) 기호가 외양적 속성(1차성)에 의해서 일정한 종류의 ‘있을 수 있는 대상’을 대신하는

것으로 이해 또는 해석될 때 그것을 ‘표징’이라 부른다. 즉 속성적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으

120


하면 대상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다섯 번째 지표 유형에서 가능하고 여섯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행동 스키마를 정신적으로 통합 하여 독자적으로 형성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 여섯 유형의 ‘지표’들 은 ‘신호(Signal)’로 환원된다. ‘신호’와 ‘표징’의 차이점은 ‘신호’가 이미 감각 운동의 세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서 간접적 순환 반응에 의해서 직 접적 행위와 연결되는 데 반해, 표징은 네 번째의 단계에서 인식되어 예 견과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호’는 ‘동화’와 ‘조절’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서 ‘지표’화되는데, ‘모방’을 통하여 ‘상징’으로 발달한다. 이처럼 기호 형성의 과정에서 ‘모 방’은 핵심 역할을 하는데, 그 능력은 이미 유전적으로 주어져 학습을 통하여 계속 발달한다(Bentele, 1984, 195). 기호학적 관점에서 이 ‘모 방’은 일종의 ‘지표’적 기호 사용을 의미하는데, 기호 사용의 범주에서 지표는 단계적으로 가장 일찍 나타나며, 발생적으로 원시(primitive) 기호 과정과 결합되어 있다(Nöth, 1977, 16 이하). 이 ‘모방’의 발달은 감각 운동의 여섯 단계 과정에서 감각운동 지능 발달과 직접적인 유사 성을 갖는다(Piaget, 1975; Bentele, 1984). ‘기표’는 감각 동작 운동의 단계에서는 ‘기의’와 구분되지 않지만 ‘상징(Symbol)’과 기호의 형성이 어떻게 구분되는가에 따라서 ‘기의’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감각 동작 운동의 단계에서는 단지 ‘신호’와 ‘표징’ 만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모방적 행위가 독립되고 나서야 ‘상징’이 생기 며, ‘동화’와 ‘조절’에 의해서 ‘기표’와 ‘기의’의 구분이 가능해진다. 이처 럼 ‘상징’은 인지 발달의 기호학적 구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로 해석되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개’라는 고립된 단어나 주어가 없는 술어, 예를 들 면 ‘무엇은 검다’와 같은 것이 그 예가 된다(CP 2.309; 4.539 참조).

121


처럼 ‘상징’은 이미 개인들로부터 생기며(Piaget, 1968), 신호, 지표들과 의 차이를 통하여 기호로서 발달한다(Bentele, 1984).

기의 생성

‘기의’의 생성은 인식의 발달, 특히 논리적 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 된다. 인식의 기본적인 세 유형은 ‘본능’, ‘논리’, 그리고 ‘수학’으로 특징 된다(Piajet, 1973). ‘본능’은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데 조직화 된 기능적 논리로 생물체 조직의 가장 일반적 토대가 된다. ‘논리’의 뿌 리는 본능에서 전이되며 본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인지적 진화가 시 작된다. 다음에서 이러한 논리의 진화 과정과 기호와 그 의미(기의) 생 성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감각 운동 단계와 일차적 조작이 형성되는 기간을 ‘전(前) 조작 단 계’라고 하는데, 그 특징은 자기중심적으로 조건화되며, 구체적 조작 기 능에 의해서 상징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작적 지능의 첫 단계가 나타나는데 상징은 표기된 대상의 유사성을 함축하며, 그 대상은 실제 적이거나 구체적으로 한정된다. 이 단계에서는 조정(Coordination)을 위한 ‘구체적 조작’과 예상 그리고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하여 가역성을 획득함으로써 내적 활동을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하거나 혹 은 시간 과정을 역행하는 것을 막고 사고의 출발점을 유지한다. ‘상징’ 을 형성하는 것은 행위와 연속적인 조작(manipulation)인데 유동적으 로 특징된다. 이 단계에서 인지 조작은 단계적이 아니라 동시적이며 구 상(具象)적인 특성을 갖는다. ‘논리’가 이미 언어 발달 이전에 존재하는 행위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며,30) 그 발달의 잠정적 최종 단계는 형식적

30) 이것은 프루스(Fruth, 1972)의 연구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그의 실험에 의하면 귀

122


으로 명확한 유동적 ‘사고(思考)’ 조작 체계에서 귀결된다. 이 사고 조작의 전(前) 단계는 정리되지 않고 모순적이며 정태적으 로 특징된다. 반면 논리적 형태로서 ‘수학’의 형태는 경험 혹은 실증적 학습에 의해서 획득되는데(Piaget, 1974, 313), ‘수학’과 ‘논리’는 단순한 행동 방식의 구조뿐만 아니라 사고 과정을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개 념적 도구, 즉 척도로 기능한다. 심리학적이고 논리 수학적인 과정은 서로 보충적으로 작용한다(Piaget, 1974, XIII). 논리적 과정의 기본 형 태는 귀납적 방법과 연역적 방법으로 구분되는데, 감각 동작의 단계에 서 이미 경험과 논리(귀납적 논리와 연역적 논리)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논리’는 대상에 대한 반성적 추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 라 일반적 행동 조정을 통하여 생성된다. 이 일반적 행동 조정에서 행 동 스키마는 ‘분류 논리’뿐만 아니라 ‘관계 논리(relative logic)’를 정교 하게 처리한다. 이러한 ‘논리’의 계속적 발달은 궁극적으로 경험, 연역, 그리고 귀납의 단위를 논리적으로 정밀하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이성 으로 탄생시킨다(Piaget, 1975). 여기서 연역적 과정은 ‘동화’와 관련되 는 반면 귀납적 과정은 ‘조절’과 관계된다. 이러한 종류의 논리는 대부 분이 내생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하나하나가 프로그램화로부터 발달 한다. 이 ‘논리’의 발달 과정은 인지의 발달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개체의 신생(新生)인자, 환경 요인, 그리고 유전 인자가 협력하여 작용한다 (Piaget, 1974, 14 이하 참조). 이 과정에서 인지는 일반적인 것을 먼저

머거리 아이는 사회적인 자극에 대해서 극도의 장애가 있지만 그의 논리적인 구조의 발달 은 장애가 없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것은 논리가 언어에 의존적인 것이 아니 라 언어가 언어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논리에 근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23


조직하는데 먼저 생물에 나타나는 본질적 성질인 표현형(phänotypus) 을 조절하고 나서 유전 변화에 제한적인 인식의 유전적 형태(일종의 본 능)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앞의 책, 374). 여기서 인식은 조직이 기 계적 반성을 통하여 자기 조절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조직을 계속적으 로 통제하여 다른 조직을 형성하고 외부 세계와의 교환을 조절한다. 기 계적 자기 조절의 결과로부터 인지적 과정이 생성되는데 이 과정은 자 기 조절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통하여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제 하는 가장 세분화된 조직을 만든다. 이처럼 인지는 논리를 통하여 단지 물리적 현상뿐만 아니라 또한 인간의 정신적 상태와 모든 생물학적 현 상에서 의미를 생성하는 토대로서 작용한다. 기호의 의미 생성은 이처 럼 조직이 외부 세계와 교환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조절함으로써 비로 소 가능하다. 연역적이고 귀납적 논리 과정에서 형성된 논리적 체계는 더 이상 구체적인 것이 아닌 ‘형식 조작’으로 표기된다. 이 체계 안에서 모든 개 념과 논리적 관계가 파악된다. 논리 발달의 마지막 단계에서 스키마는 내적으로 새로운 그룹을 즉각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여기서 귀납적 논리와 정신적 구성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행위는 행 동 방식을 점진적으로 내재화하여 정신적 표상을 보완하고, 감각 운동 의 총체는 행위의 단계에서 기호의 형성과 그 의미 단계로 변화한다. 이로서 스키마의 조직은 합리적 콘셉트(concept)의 체계로 이행된다 (Piaget, 1973, 344). 이로써 자아 중심적인 지각적 혼돈은 대상, 인과 성, 공간 그리고 시간을 통합하는 정교한 작업에 의해서 마침내 일관된 정신세계를 창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호의 의미가 생성된다.

124


기호 형성

지금까지 논의의 결과는 기표 생성은 ‘상징’의 생성과 발달 그리고 임의 적이지만 ‘상징’의 관습적 사용에 영향을 받으며, 기호의 의미(기의) 생 성은 논리 발달과 그 생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징’은 기호 생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상징’의 작용에 의해 비로소 기 의와 기표의 차이가 가능해지고 이 차이로부터 기의(기호 의미)가 생성 된다. 이런 의미에서 상징은 구체적이고 조작적인 생각이 내재적으로 의미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각 운동의 단계에서 행위와 지각에 의 한 세계 획득, 동화와 조절, 그리고 모방을 통한 학습은 상징을 형성하 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상징의 형성은 기의의 형성에 필연적이기는 하나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조작적 논리의 생성이 기호 생성을 위하여 필요하기 때 문이다. 조작적 논리는 감각 운동의 논리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 는 ‘동화’와 ‘조절’의 기능에 의해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조절’은 자아 중심적으로 작동하는 반면에 ‘동화’는 주로 환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 에 처음에는 이들이 서로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서로를 보 완하면서 통합된다. 통합에 의한 주체와 객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동화’ 와 ‘조절’의 기제를 통하여 밀접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서 ‘조절 스키마 (Accommodation Schemata)’의 조정은 ‘동화’를 진전시키고 유리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화’는 단순하게 동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들 을 구성하고 이 구조 속에 있는 사물들을 동화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iaget, 1975). 이러한 감각 조작적 논리는 ‘본능’의 전형적인 형태로 인식의 기본 형태를 구성한다. 이 감각 운동의 논리는 환경에 의존하여 지속적으로 학습을 하면서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논리 수학적 인식으 로 발달한다. 이것은 상징이 순전히 개인적 감각 운동의 논리에서 협동

125


적으로 사고를 진전시키는 단계로 발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 면 감각 조작의 논리(혹은 지능)에 의해 인간의 환경이 파악되고 세계에 대한 상(image)은 사고 과정(연역적 구성)에 의해서 나중에 파악된다 (앞의 책, 371). 여기서 본능은 고차적 형태로서 내재적 지식을 의미하 는데 기호와 교환 과정에서 기관을 조정하기 위하여 함께 작용한다. 기호는 두 그룹, 즉 신호와 상징으로 구분되는데 신호 혹은 지표는 조직체에 의해서 생성되지 않은 기호를 의미한다(Piaget, 1974). 그러 나 상징은 조직체의 직접적인 내적 인식 활동에서 비롯되며 조직체가 직접 생성하거나 조직체에 의해서 재생성된다. 상징은 다시 기호로 그 리고 상징은 좁은 의미에서 다시 세분화된다. 여기서 기호는 임의적이 고 관습화된 상징인 데 반해 상징은 좁은 의미에서 동기화되고 그 자체 가 모방적인 것인 특성을 갖는다(Furth, 1972). 이 기호 체계는 구조화 와 같은 물리적 인식을 얻는 데 기여하고, 능동적이며 구성적인 도구로 서 작용하며 그 기능은 언어적 사유를 넘어 논리적 혹은 수학적 실재의 구성과 관계된다(Piaget, 1974). 감각 운동적 행동 방식에서 생각이나 사고의 단계로의 이행에 전적으로 언어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 려 언어 기호는 기호학적 혹은 상징적 기능의 특수한 경우로 간주된다. 다시 말하면 기호와 그 의미의 생성은 언어 기호에 좌우되기보다는 사 용되는 논리적인 구조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Piaget, 1973). 지금까지 논의된 인지 생성과 기호 생성의 여섯 단계의 과정은 다 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계통 발생적 기호 생성 과정으로 특징되며 각 단계에서 감각 운동의 활동과 그 성과에 기인한다. 둘째, 첫 번째 감 각 운동 단계에서 인지의 생성은 외부 자극에 대한 직접적 반응과 관계 된다. 셋째, ‘신호’의 능숙한 조작 및 ‘지표’의 다양한 단계를 거쳐서 마 지막 여섯 번째 단계에서 일종의 초기 기호 형태인 (도상) 기호가 생성

126


된다(Bentele, 1984). 이 과정은 감각 조작으로 특징되는데 ‘모방’을 통 한 의미화 작업에 의해서 심적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 ‘모방’은 기호학의 본질적 기능에 의해 내재화되어 생각이나 표상이 된다(Piajet, 1974). 이 것은 좁은 의미에서 최초의 상징 발현이며 기호학적으로 보면 도상(기 호)의 발현인데, 이것을 내재화하기 위하여 사건 혹은 대상체의 내적인 표상을 전제로 한다. 이로서 동일한 시간에 상징적 ‘게임’이 생기고 이 ‘게임’에서 대상체는 다른 대상체로 해석된다(Piajet, 1974). 이처럼 기호의 생성은 조작적 논리(혹은 지능)의 발달로 특징되는 형식 조작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완성되는데, 형식화된 구조에 의한 정 밀한 처리와 ‘전(前) 조작’ 혹은 ‘구체적 조작’의 프로세스가 이 과정에 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단계에서 형식(추상)적 인지 조작이 사고에 나타나는데 이러한 사고를 조작적 사고라 한다. ‘형식 조작’은 명제적 사고에서 생기며 많은 가설적 가능성들 가운데서 현실적인 것 하나를 파악하는 조합의 체계에 존재한다. 이 단계에서 심리적 맥락은 조작에 의해서 인과적 성격을 갖게 되며, 모든 주체적 행위들의 함축적이고 논 리적인 성격에서 벗어나서 마침내 기의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 호의 생성은 기호의 전(前) 단계에 있는 ‘상징’이 인위적이며 필연적으 로 어떤 관습과 결부되고 궁극적으로 초시간적인 논리적 혹은 수학적 구조와 결부됨으로써 가능하며 이것의 집합적인 한 체계로서 기호가 생긴다(그림 13 참조).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발생적 인식론에서 인지와 지각은 이처럼 밀접하게 연관되어 지각이 없이 인지 작용은 가능하지 않으며, 인지는 지각을 통해 행동을 인도하는 모종의 반복되는 감각 운동의 패 턴에서 창발(Emergence)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 태어난 인간이 자 신의 행동을 통해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상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하여

127


그림 13 인지 발달과 기호 생성의 관계(Piajet, 1973/1974/1975를 바탕으로 구성) 인지 발달 과정

감각 동작 단계

전(前) 조작/구체 단계

형식 조작 단계

동화 낮음

신호

높음

표정

기표 도상(적 기호)

기호 생성 과정

기호

상징 기의

조절 논리 발달 과정

선(先)개념적 논리

구상적 논리

조작적 논리

법칙과 논리를 지닌 현상적 세계의 전체 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을 예를 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피아제의 발생적 인식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인지 발달의 단계 는 감각 운동의 단계, 전(前) 조작 단계, 그리고 형식 조작 단계로 구 분된다. 각각의 조작 단계는 궁극적으로 본능적 인지를 지능의 발달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인간의 외부 세계에 있는 어떤 대상을 감각 운동적으로 합성하고, 반성적 연습하여, 최초로 획득한 연상을 통 합이 가능한 스키마 체계로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적이며 간단한 단계는 감각 운동적 지능에 의해 실제적으 로 발전된 행위의 도구에 의해 인지적 단계로 발달한다. 이렇게 볼 때, 인지는 환경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는 생명체의 자기 통제적 조 직을 반영하는 실제적 작용을 의미한다. 조직체의 자기 통제의 결과이 며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상이한 체계인 것이다. 인지 형성에서 조작(Operation)은 중요한 개념이다. 조작은 일종 의 ‘구조’이며 여기에서 인식은 감각적이고 동적인 행위 과정과는 다르

128


게 외향적이며 재귀적으로 특징된다. 이 ‘조작’에 의해서 행위, 감각, 지 각, 그리고 인식의 단계가 통합되는 것이다. 인지를 생성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대상에 대한 정신적 ‘표상’이나 개념을 가 능하게 하는데 이것은 생각과 행위의 도식들이 보다 더 정교하게 됨으 로써 더 구성적이 된다. 이 과정에서 ‘행위’는 항시 본유적이거나 습득 된 ‘의도(Plans)’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 ‘의도’는 특수한 인식 행동을 내적으로 일반화한 형태로서 감각적이고 동적 ‘행위’와 연관된다. 이 ‘의도’는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을 통하여 구현 되며 이에 의해 하나의 일반적 구조가 하나의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좁은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상황에 대한 ‘조절’은 이 미 형성된 구조를 차별화하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것 이다. 인지는 이들 간의 조작적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지 이론적 논의 결과는 기호와 그 의미 생성의 과정을 기 호학적 관점에서 구상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기표의 생성을 보면 이 과정은 인간의 감각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인간의 감각 운동적 단계는 여섯 등급의 지표(Index)로 나누어지고 각 단계는 독자 적 표징 유형을 갖다. 대상의 속성이 파악되는 것은 다섯 번째 지표 유 형이고, 여섯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표들이 신호(Signal)로 환원된다. 이 신호는 동화와 조절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지표화되고 모방을 통하여 상징(Symbol)으로 발달한다. 이 모방은 기호학적으로 일종의 지표적 기호 사용을 의미하는데, 기호 사용의 범주에서 지표는 가장 초기 단계에 나타나며 발생적으로 ‘원시 기호(primitive sign)’의 과정과 결합되어 있다. 이 기표는 감각·동작 운동의 단계에서는 기의 와 구분되지 않고, 상징과 기호의 형성이 어떻게 구분되는가에 따라서 기의와 구별된다. 이에 반하여 기의의 생성은 인식의 발달, 특히 논리

129


적 발달과 밀접하다. 인지 과정에서 기호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징은 전(前) 조 작 단계에서 생성되며 자기 중심적인 조건화와 구체적인 조작 기능으 로 특징된다. 상징은 표기된 대상의 유사성을 함축하며 그 대상을 실제 적이거나 구체적으로 한정하는데 조작적 지능의 첫 단계가 여기서 시 작된다. 조작적 지능 논리의 기본 형태로 귀납적 방법과 연역적 방법을 들 수 있는데 이 논리는 대상에 대한 반성적 추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 라 일반적 행동 조정을 통하여 생성된다. 이 일반적 행동 조정은 ‘분류 논리’뿐만 아니라 ‘관계 논리’를 포함하며 개체의 신생(新生) 인자, 환경 요인, 그리고 유전 인자 등도 인지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 서 인지는 논리를 통하여 물리적 현상뿐만 아니라 또한 인간의 정신과 의미를 생성하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논리 발달의 마지막 단계에 서 귀납적 논리와 정신적 구성이 생기며 행위는 행동 방식을 점진적으 로 내재화하여 정신적 표상을 보완하고, 감각 운동의 총체는 행위의 단 계에서 기호의 형성과 그 의미 단계로 변화한다. 이로서 대상, 인과성, 공간 그리고 시간에 대한 정교한 작업이 완성되고 자아 중심적 지각에 최초로 일관적 정신세계가 생기며 기호가 의미를 갖게 된다. 기호의 생 성은 이처럼 조작적 논리(혹은 지능)의 발달로 특징되는 형식 조작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완성되는데, 기호의 이전 단계에 있는 ‘상징’이 인위 적이며 필연적으로 어떤 관습과 결부되고, 궁극적으로 초시간적인 논 리적 혹은 수학적 구조와 결부됨으로써 가능해지고 이것이 집합적인 한 체계가 됨으로써 마침내 기호가 만들어진다.

130


지금까지 북레터 <인텔리겐치아>를 보셨습니다. 매일 아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지식을만드는지식 저자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텔리겐치아>사이트(bookletter.eeel.net)를 방문하면 모든 북레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