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141015 p

Page 1

일탈, 분열 그리고 불평등 사이버 폭력, 디지털 미디어 중독, 인터넷 포르노그래피. 정치 집단의 극단화, 인터넷 이용 편중, 뉴스 품질 저하. 세대 간 미디어 이용 격차, 정치 참여 격차. 한국 사회의 디지털 민낯이다. 해결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통합하는가, 아니면 분열시키는가? 영화 <디스커넥트>(2012)의 포스터 그림.


인텔리겐치아 2262호, 2014년 10월 15일 발행

언론학회 기획연구 1. 양승찬·김옥태·박웅기·심재웅· 이종임·정준희·금희조·정낙원· 김춘식·이현주·문상현·정일권· 황용석이 쓴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예측하 지 못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vi쪽.


디지털 사회 문제가 무엇인가?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사회 부작용이다. 커 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탈, 고립, 격차, 불평 등, 사회 통합 위기와 단절을 말한다. 소통과 평등, 통합에 기여하지 않는가? 그러한 규범적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개 인 간 자유로운 소통을 향상하고, 정보 평등 을 고취하며, 네트워크 공동체를 구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미 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대는 현실 이 아니다. 기대는 왜 현실이 되지 못하는가? 규범적 기대와 그 실현은 다른 문제이기 때


문이다. 그 둘은 종종 어긋나기도 한다. 디지 털 기술이 우리 기대와 정말 조응해 왔는지는 실제 사회 변화에 대한 체계적 진단을 거치지 않고는 단언할 수 없다. 진단 지점은 어디인가? 한국 인터넷 상용화 이후 20년의 발자취에 대한 재고다.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채택과 무선 인터넷 보편화 속도가 한국처럼 빠른 국 가도 드물다.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른 만큼 사 회 문제의 발생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학계 차 원에서 차분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 책,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은 무 엇을 말하는 책인가? 한국 디지털 사회 문제에 대한 기존 연구 결 과를 정리했다. 다양한 문제가 어떤 개념으 로 분석되었는지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기존 연구를 정리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디지털 기술 도래 이후 한국 사회에 어떤 문 제가 발생해 왔는지 유형을 볼 수 있다. 디지 털 문제를 정리 정돈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한국이 당면한 디지털 사회 이슈가 뭔가? 온라인 일탈, 사회 통합 위기, 정보 불평등과


격차다. 왜 이 세 가지가 지목되는가? 현재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슈들이기 때문 이다. 온라인 일탈은 무엇인가? 사이버 폭력, 디지털 미디어 중독, 인터넷 포 르노그래피는 누구나 실감하는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다. 사회 통합의 위기는 어떤 모습인가? 온라인 미디어에서 정치 집단의 극단화, 인 터넷 뉴스 이용 편중과 뉴스 품질 저하 문제


는 사회 통합 위기와 관련된다. 디지털 기술 이 우리를 통합하고 있는가, 아니면 분열시 키고 있는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 불평등은 어디서 나타나는가? 세대 간 미디어 이용과 정치 참여 격차는 정 보 불평등 이슈와 연결된다. 주된 정보가 인 터넷으로 소비되는 지금 질적으로 좋은 정보 가 과연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을까? 디지털 에 대한 규범적 기대와 관련되는 쟁점이다. 디지털 사회 문제 해소의 첫 단추는 무엇인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한 디지털 시민성의 향 상이다. 일탈, 통합, 불평등, 격차는 우리 사 회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


가라는 공통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 사회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가? 디지털 기술로 규범적 기대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 여부는 디지털 시민으로서 우리의 역량에 대한 고민과 교육, 성찰에서 시작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양승찬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 수다.


일탈, 분열 그리고 불평등 사이버 폭력, 디지털 미디어 중독, 인터넷 포르노그래피. 정치 집단의 극단화, 인터넷 이용 편중, 뉴스 품질 저하. 세대 간 미디어 이용 격차, 정치 참여 격차. 한국 사회의 디지털 민낯이다. 해결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통합하는가, 아니면 분열시키는가? 영화 <디스커넥트>(2012)의 포스터 그림.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양승찬·김옥태·박웅기· 심재웅·이종임·정준희· 금희조·정낙원·김춘식· 이현주·문상현·정일권· 황용석 지음 한국언론학회 엮음 미디어 > 뉴미디어 2014년 10월 17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504쪽 28,000원


작품 속으로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서문 한국 사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양승찬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연구서의 목적 한국 사회에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일반인이 이를 이용하기 시작한 지 이제 20년이 되었다. 인터넷이 바꾸어 놓은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알게 모르게 적응하면서 그동안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 났다. 2009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확산·보급되면서 이제 이 똑똑 한 미디어는 우리 감각의 연장선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게 하고 세 상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즐기게 하는 도구로 자리하며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물론 급속도로 발전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우리 사회에 다양 한 편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동시에 우리가 예측 하지 못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개입 된 다양한 미디어 기기의 채택 속도가 빠르고 이동성이 보장되는 무선 인터넷의 이용이 보편화된 한국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사회 문제가 더욱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 특히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와 관련 있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나아가 해결점을 모색하기

viii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의 중심 으로 자리하는 시대로 한국 사회가 급속히 진입한 가운데 커뮤니케이 션 속에서 경험하는 일탈, 고립, 격차, 불평등, 사회 통합의 위기, 단절 등의 사회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는 학계의 연구 관심사이자 사회의 문제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이슈에 주목하였다. 인터넷과 새로운 스마트 미디어가 만들어 낸 디지털 커뮤 니케이션 환경에서 우리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학계가 그동안 어떻게 진단하고 설명해 왔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 적으로 이 연구서를 기획했다. 한국 사회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발전 과정과 기능적 가능성을 탐구한 학회 차원의 연구는 그동안 다수 진행되어 왔다. 이번 한국언론 학회 연구기획위원회가 마련한 학술 연구서는 이러한 연구 동향 속에 서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문제와 새롭 게 문제로 등장할 수 있는 이슈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구서 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던져진 문제의 유형을 분 류해 보고, 어떤 학술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각각의 문제가 언론학, 커 뮤니케이션 분야 연구에서 다루어졌는지를 진단하는 작업을 수행함으 로써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체계적인 학술 자 료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또한 대학원과 학부 세미나 과정에서 함께 토 론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유형별로 제시하려는 목 적으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이 연구서에서는 디지털 커뮤 니케이션 안에서 인터넷, 사이버, 온라인 등의 용어를 포함하여 정리했 음을 밝힌다. 연구서의 내용이 향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ix


주요 내용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연구기획위원회는 지속적인 논의 과 정을 거쳐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온라인 일탈’, ‘사회 통합의 위기’, ‘정보 불평등과 격차’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사안을 다 루기로 결정하였다. ‘온라인 일탈’은 악성 댓글이나 악의적 언어 공격 등이 만들어 내는 사이버 폭력, 디지털 미디어의 과도한 이용에서 발생 하는 중독, 인터넷 공간에서의 포르노그래피 이용 문제를 중심으로 구 성했다. ‘사회 통합의 위기’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립, 극화, 뉴스 이용 편중과 뉴스 품질 저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디지털 미디어가 사람들을 외롭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고립화를 가속화 하는 문제, 정치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오히려 점점 극단화되어 대 립하는 소통 과정의 문제, 그리고 새로운 인터넷 뉴스 생태계 속에서 뉴 스 유통과 이용, 저널리즘과 관련한 뉴스 품질의 문제 등을 이 영역에서 다루었다. ‘정보 불평등과 격차’는 격차 발생과 프라이버시의 위기에 집 중하여 문제를 정리했다. 특히 격차의 경우 세대 간의 미디어 이용 격 차에서 오는 단절의 문제,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서의 미디어 이용과 정 치 참여의 문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한편 새로운 이슈로는 ‘즐기기와 일하기의 혼돈’이라는 주제를 채 택하여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세대적 정체성의 문제와 디지털 창의 노 동 과정의 문제를 다루었다. 문화연구 분야를 공부해 온 연구자들을 중 심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현상 이면에 있는 창의 노동의 명암과 디 지털 세대의 문화 생산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앞의 사회 문제 영역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쉬운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이 영역에서 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가져온 현상을 문화연구의 시각에서 조망하

x


면서 이슈를 제기했다. 모두 11개의 주제 분야를 연구서에서 다룬 후 이를 종합하여 결론 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연구기획위원회에서는 사회 문 제와 새로운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디지털 시 민성과 리터러시’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결론을 대신했다. 구체적으로 각 장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온라인 일탈 사이버 폭력

악성 댓글이나 악의적인 언어적 공격을 의미하는 플레이밍은 온라인의 대표적인 폭력 행위이자 일탈 행위라 할 수 있다. 사이버 폭력은 피해 당사자에게 경우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할 만큼 정신적·육체 적 피해가 매우 크다. 그동안 정부 및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이러한 사이버 폭력을 없애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 지만 사이버 폭력은 여전히 디지털 사회의 큰 병폐로 존재하고 있는 실 정이다.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 개인차, 그리고 사회적 환경 요인 등 다 양한 차원에서 연구되어 왔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연구의 흐름을 정리 하면서 사이버 폭력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규제와 관련한 사 회적 논의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디지털 미디어 중독

2013년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소위 ‘게임중독법안’을 발의하면서 온 라인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특 히 이 법안에서 온라인 게임을 마약, 알코올 그리고 도박만큼이나 피해 가 큰 중독 물질로 분류하면서 온라인 게임 중독의 실체와 피해에 대해

xi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온라인 일탈을 다루는 첫 장에서는 디 지털 미디어 이용 과정에서 중독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중독을 병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지 아니면 의존도가 높은 이용 행동으로 보 아야 하는지는 현재 진행형인 쟁점 사항이다. 이 장에서는 미디어 관련 중독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온라인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과 함께 새롭 게 주목 받고 있는 SNS 이용과 관련한 중독 현상을 조망한다. 온라인 게임 등에 몰입하고 중독되는 원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과도한 이용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해 논의한다.

인터넷 포르노그래피

인터넷은 포르노그래피를 접하는 가장 보편적인 매체로 자리 잡았다. 소위 3A(Anonymity, Affordability, Accessibility)로 대두되는 인터넷 의 특성은 인터넷이 포르노그래피 이용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 결과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의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그래피 이용 역시 급증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처음 이런 콘텐츠를 접 하는 연령도 초등학생으로 앞당겨졌다. 이 장에서는 인터넷, 모바일 미 디어 환경에서의 포르노그래피 이용과 관련한 현상을 다루면서 현상을 접근하는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그동안 때로는 현상적인 차원에서 머물렀던 논의를 학계의 연구와 연결시키면서 학문적 관점에서 인터넷 포르노그래피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최근까지의 연구 동향을 정리 한다.

즐기기와 일하기의 혼돈 디지털 문화와 세대적 정체성

능동적 소비자 혹은 생비자(prosumer), 디지털 보헤미안(digital Bohe-

xii


mian),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 88만원세대, 잉여세대…. 이들 은 21세기의 유동적 자본주의(liquid capitalism)를 살아가는 새로운 종 류의 대중, 특히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세대 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들에게 노동과 여가는 완전히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즐겁기 위해서 일하고, 일에 대한 경제적 보상보다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주장된다). 게다가 그들의 ‘일’은 기성 세대들의 눈으로 보면 정상적인 ‘노동’이나 ‘직업’이 아닌 경우도 많다. 기존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장에 모든 것을 걸면서 미래를 위해 현 재 자신의 욕망을 희생하기보다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기치로 ‘지금 여기’를 최대한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대책 없는 철부지, 매우 개인주의적이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성을 띤 소비 지향적 집단, 이해가 불가능한 잉여 집단으로 표상되며, 그들 스 스로 그런 이미지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디지털 문화 생산의 주체라는 시각에서 이들 디지털 노마드 세 대에 주목하여 그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한 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특정한 세대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지, 그와 같은 세대문화가 표상되거나 그들 스스로 내보이는 방식은 어 떠한지를 기성세대와 대중매체의 시각을 비교하면서 논의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문화에서 재현되는 세대 담론의 유형을 정리하는 한편,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 디지털 세대의 특징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의 특성을 점검해 본다.

디지털 창의 노동의 명암

탈산업사회론에서부터 네트워크사회론 그리고 비물질 노동에 관련된 최근 논의에 이르기까지, 산업사회 등장 이후에 전개되어 온 노동 성격

xiii


변화를 지적하는 사회학적, 정치경제학적 논의는 많았다. 이 장은 이와 같은 일반적 차원의 관찰에 입각하면서 그러한 사회 변동의 효과가 더 욱 극명하고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디지털 창의 노동’ 부문 에 주목했다. ‘창의 노동(creative labor)’은 개인에게 자유와 성공을 보 장하는 바람직한 근로 형태라는 인식이 부상하고 있지만, 엄청난 보상 을 받는 극소수의 창의적 주체와 보상 받지 못할 열정만 소진한 채 불안 정 계급(precariat)으로 전락하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커 뮤니케이션 기술이 바꾸어 낸 노동과 직업의 성격은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띠고 있는가? 노동 과정과 고용 문제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거시경제적인 협력을 통해 개입하던 시대는 끝나고, 노동과 고 용이 철저히 개인적 선택이자 책임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극단적 유연화 조건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더 큰 속박을 남기는가? 이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정리하면서 이 장에서는 디지털 혁명에 수반 되는 노동 과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창의 노동의 명암을 조망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한국 사회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디지털 창의 노 동 부문의 특성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디지털 창의 노동자들의 개인적 이고 집단적인 대응 양상 및 사회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제도적 대안 을 점검해 본다.

사회 통합의 위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최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 간의 연결과 소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 주고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사회적 고립과 외

xiv


로움을 해소하고 사회 자본 및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있는지는 명확하 게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학자들은 시간 대체 가설, ‘다함께 홀 로’ 등의 개념을 근거로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신 뢰 수준을 하락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소통으로 대표되 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현상이 실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과는 어떻 게 관련되어 있는지 이론적 개념들을 고찰하고 그 현상과 원인을 탐구 한다.

온라인 미디어와 정치적 집단 극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정보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도가 상대적 으로 높다. 이러한 환경이 다양한 정치적 시각을 담은 정보 이용과 상 호작용을 촉진시켜 사회적 합의와 통합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 의 입장과 비슷한 방향으로 선택적 정보 이용 및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선유 경향의 강화를 통한 태도 극화를 심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보면 이용자들 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지지받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보를 이용하 고 상호작용을 하며, 그 결과 다름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결여된 채 내 적 집단의 이념 극화와 이질적 집단에 대한 적대화 현상이 심화되어 이 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단 간 정치적 태도 극화 현상의 이해를 위해 온라인 미디어 환경 의 정치적 의견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 본다.

인터넷 뉴스 소비와 저널리즘의 위기

인터넷의 등장은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절대량을 급격히 증가시 켰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정보 교환 등 다

xv


양한 정보 유통 경로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의 기준이었던 전통적인 언론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 는 대신 개인의 정보 선택성이 크게 늘어났다. 인터넷의 등장은 뉴스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나 이러한 변화 속에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 이다. 또한 사회적 정보를 조작하거나 이런 정보 유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빈번히 출현하고 있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이 가운데 우 리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한 뉴 스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새 로운 뉴스 소비 패턴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점검 한다.

정보 불평등과 격차 세대 간 미디어 이용 격차

디지털 기술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개인이 구성하는 커뮤니케이 션 기술 환경도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정보 격차 논의에서는 단일 매 체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체의 접근성과 이용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세대 간의 매체 이용 격 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주하는 ‘디지털이주 세대’와 ‘디지털세대’ 간의 매체 이용 양상이 크게 차이가 나기 시작하 면서, 결과적으로 세대 간 정보 및 소통 방식과 사회 참여 방식에도 차 이가 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격차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체계 화하면서 격차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정리한 다. 특히 세대 간 디지털 미디어 이용 격차의 현황과 문제점을 다루면

xvi


서 관련 연구 및 경험적 자료를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과 프라이버시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가 및 기업의 데이터 수집 및 처리 능력이 증대되면서 개인 정보의 보호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 히 기업에 의한 개인 정보의 대량 수집과 활용은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 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과도하게 침해한 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개인 의 프라이버시에 미친 다양한 영향에 대한 논의를 정리한다. 프라이버 시에 대한 논의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전 제 속에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제시한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화, 프라이 버시 보호와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면서 향후 연구와 정책적 논 의에서 고려해야 할 이슈를 다룬다.

디지털 미디어와 정치 참여 격차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 한 후 우리 사회는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 습 득의 비용을 낮추고 시민 참여의 통로를 다양화하면서 참여 민주주의 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다. 디지털 미디어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뉴미디어 환경에서 시민들은 개인의 콘텐츠 선호도와 선택적 노출에 따라 정치사회적 정보보다 오 락 콘텐츠에 집중하며 오히려 공동체 이슈에 무관심하고 실질적인 정 치 참여도 활발히 하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의 콘텐츠 선호도나 정치 관심도에 따라 정치 지식의 습득이나 정치 참여 수준에 서 격차가 발생하면서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

xvii


고 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과 정치 참여의 문제를 다 룬 다양한 이론적 논의를 고찰하고 참여 격차와 관련한 연구의 쟁점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결론을 대신하여: 디지털 시민성과 리터러시

이 연구서는 한국 사회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몇 가지 중요한 문제 를 진단하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이슈를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특별히 이러한 문제와 이슈를 모두 아우르는 결론을 종합적으 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결론을 대신하여 이 연구서 집필에 참여한 연구 자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는 새로운 미디어를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함으로써 일부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핵심에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있다고 판단 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며, 생산 하는 개인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소통 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덕목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적 절한 통제와 역기능 방어 능력 등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 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제 문제들에 대한 정책적이고 사회적인 대응 방안의 하나로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으나, 여기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 어지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디지털시민성 개념을 탐색하고 커뮤니 케이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된 다양한 국내외의 시도들 을 정리하면서 디지털 시민 능력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xviii


구성과 활용 개별 주제를 전개함에 있어 각 장이 해당 부문과 관련하여 되도록 유사 한 구성을 가지도록 연구자들의 논의 과정을 거쳤다. 일단 각 장은 한 국 사회에서 해당 주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와 근거가 되는 사례 를 제시하는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언론학 연구의 논의로 이어지는 전 개를 채택했다. 연구 논의는 주제에 따라 학술적, 정책적 접근의 비중 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연구자들이 이를 고려하면서 연구를 정리하여 소개하기로 했다. 국내외 연구 동향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주 요 개념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려 했다. 이어 각 연구자들이 다루는 주 제에 대한 주요 논쟁점을 사안별로 나누어 제시하면서 향후 후속 연구 의 과제와 연결시키려고 노력했다. 한국 사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현 상과 관련한 정책 차원에서의 실용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과 함께 언 론학 연구의 이론·방법론적 제언을 통해 향후 연구 과제를 제시하면 서 각 장을 정리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와 이슈의 성격에 따라 이 론적, 정책적 논의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개별적인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일련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구성했음을 밝힌다. 예를 들어 디지털 미디어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했지만 집단 일체감, 공감의 형성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긍정적 효과 역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 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이는 연구서의 각 장을 활용하여 토 론하는 데 중요한 추가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다

xix


루는 내용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기는 힘들지만 현실에서 마주치는 중요한 사회 이슈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연구진 이 다루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정리하는 작업이 후속연구에서 보완되 어 지속되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언론학계의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연구 자료 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xx


01

사이버 폭력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사이버 폭력의 이해 디지털 기술과 네크워크라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문명이 가져다준 새로운 세계인 사이버공간은 현대인의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 인 동시에 생활, 교육, 사회 여가활동을 위한 영역이 되고 있다(김혜경, 2005; Smith & Kollock, 1999). 하지만 개인 정보의 유출, 음란물 유통, 자살 및 폭력 관련 사이트의 등장, 사이버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상대방에게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 는 행위는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된 2000년대 전후부터 ‘악성댓글’이라 는 형태로 꾸준히 사회적 문제가 되어왔다. 이후 허위사실 유포, 신상 털기, 사이버성폭력, 사이버스토킹 등 새로운 역기능이 등장하고 그 수 단도 인터넷, 문자메시지, 메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사이버공간에서의 가해와 피해에 무게를 둔 ‘사 이버폭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를 특 정하기 어렵고, 가해자의 죄의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 피해가 급속도

3


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공간의 폭력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다. 비록 물리적인 폭력처럼 그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 그동안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 대응 및 선플 달기 운동과 같은 시민 운동 등,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사 이버 폭력은 디지털 사회의 큰 병폐로 남아 있다. 본 장에서는 먼저, 사이버 폭력의 개념과 그 특징을 살펴보고, 사이 버 폭력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겠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연구는 크게 사이버 폭력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학술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를 사이버 폭력의 실태 및 기존 연 구 고찰 부분에서 각각 살펴보겠다. 마지막으로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및 결론을 제시하겠다.

사이버 폭력 현황 이 절에서는 현재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개념 들을 살펴보겠다. 그리고 사이버 폭력의 특징은 무엇인지, 사이버 폭력 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폭력 의 국내외 실태를 제시하겠다.

사이버 폭력의 개념

사이버 폭력은 현재 확정된 개념이라기보다는 학자들 사이에 다의적이 고 논쟁적인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 폭력의 개념을 한마

4


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으며,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서 구에서도 사이버 폭력(cyber-violence),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 온라인 잔학 행위(online social cruelty), 사이버 위협(cyber threat) 등 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Hinduja & Patchin, 2009). 사이버 폭력은 기본적으로 사이버라는 장소적 개념과 폭력이라는 행위적 개념의 합성어다. 여기에서 사이버라고 지칭되는 공간은 행위 가 일어나는 장소이며, 정보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무형의 전자적 공간으로 이용자들이 구체적으로 느끼고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 한다. 사이버공간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넷 중심에서 휴대전 화와 태블릿 PC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렇듯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늘어남에 따라 접속 가능성(accessibility)과 이동성(mobility)이 증가 하고 있다. 폭력에 관한 학문적 정의로는 노르웨이의 사회학자 갈퉁(Johan Galtung)의 주장이 주로 언급된다. 그에 따르면 생존, 복지, 정체성, 자

유라는 인간의 욕구 실현을 제한하거나 방해하는 모든 형태의 영향력

은 폭력이 된다. 따라서 폭력은 물리적인 힘의 행사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 관계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등 다양한 차원을 포함하 게 된다(Galtung, 1996). 법률적으로 폭력은 형태를 띠고 있는 힘의 행세라는 뜻의 ‘유형력 (有形力)의 행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무형’ 의 힘을 폭력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정완, 2005). 다만, 국내 형법은 심한 욕설이나 침을 뱉는 경우와 같이 반드시 유형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폭행으로 간주하고 있어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언이나 악성 댓글, 휴대전화 메시지, 합성사 진이나 동영상 등의 전송도 폭력의 행사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5


한편, 사이버공간에서의 가해 행동을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불특 정인)에 대한 사이버 폭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특정인)에 대한 사 이버 폭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김경은·윤혜미, 2012). 불특정인에 대한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양한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 게 되면서 발생되는 즉흥적인 상황으로, 게시판 댓글, 이메일, 채팅방 등의 매체 수단을 통하여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반 면, 특정인에 대한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알고 있으 면서 괴롭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전자통신기술 을 이용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사이버 스토킹, 학교 폭력의 일 종인 사이버 따돌림 등이 해당된다. 결국 사이버 폭력은 ‘컴퓨터, 휴대전화, 개인용 전자기기 등의 정보 통신기기를 이용하여 글, 이미지, 음성 등의 형태로 욕설, 비난, 위협, 유언비어, 따돌림, 괴롭힘 등과 같은 적대적 표현 및 태도를 고의적으 로 행하여 불특정인이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유 발하는 행위’로 개념화할 수 있다. 사이버 폭력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이버 불링, 사이버 따돌림, 사이 버 일탈 등이 있다. 일부에서는 사이버 폭력(cyber-violence)과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을 혼용하여 쓰기도 한다. 서구에서 주로 쓰이는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은 컴퓨터, 휴대전화, 전자기기를 이용하 여 고의적으로 폭력을 반복하는 행동의 패턴을 의미하는데, 주로 학교 폭력의 한 형태로 이해된다. 국내에서는 사이버 따돌림이 학교 폭력의 한 형태로 개념화되었다.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시행 2014. 1. 31) 제2조 제1항 제3호는 사이버 따돌림을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 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 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6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사이버 일탈은 사이버공간에서 나타나는 제반 규범 위반의 행동을 지칭하는데, 법을 위반하여 처벌을 받는 사이버 범죄를 포함하여 사이 버 음란물 접촉, 욕설이나 비방과 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제반 행동이나 인터넷·게임 중독과 같은 건강을 해치는 행동이 포함 되어 논의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이버 일탈은 사이버 범죄에서부터 피 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 사소한 문제 행동까 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폭력의 특징

사이버 폭력에 관한 연구들은 전통적인 폭력 행위에 관한 연구를 기반 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 행위의 특수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 작되었다(이성식, 2005). 예를 들어, 학자들은 사이버 폭력이 전통적인 폭력과 달리 상대방과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은 밀하게 발생하며, 거짓이나 과장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을 밝혀냈다(정완, 2005; Hinduja & Patchin, 2009; Stamoulis & Farley, 2008).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포함하여,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사이버 폭력의 대표적인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공간의 ‘비대면성’에 기인하여 대담하 고 과격하면서도 사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사이버공간은 현실 세계와는 달리 행위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행동하기 때 문에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 컨대 자신이 노출된 상태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성적 표현이나 명예 훼손적 발언을 하게 되어 사이버 성폭력이나 명예훼손 또는 협박 등의

7


폭력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실의 대면 공간에서 발생 하는 물리적 폭력 행위에 비해 비대면 사이버 폭력은 사적이고 은밀하 게 발생한다. 이러한 비대면성은 가해자에게는 폭력적 행위에 대한 책 임의식이나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감소시키는 반면, 피해자는 행위 자를 인지할 수 없게 되어 피해의식이나 공포감이 훨씬 커질 수 있다. 둘째,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으로 인해 폭력의 가해 자를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타인의 인적 사항이나 ID를 도용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노출시키지 않 은 채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익명성 이 보장되면 일탈적 행위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는 소위 ‘퍼 나르기’와 같은 행위가 지속 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렇듯 다수의 가해자가 폭력 행위에 가담하 게 되면 특정한 가해자를 선별하여 신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생 길 수 있다(정완, 2005; 한국인터넷 진흥원, 2013). 셋째, 사이버공간의 편재성(ubiquity)과 정보의 빠른 전파성으로 인해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하는 것이 거의 불가 능하다. 현재 수많은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용 휴대기기를 통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연결됨에 따라 사 이버공간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 속에서는 모든 정보가 매우 빠 르게 전파된다. 즉 인터넷, SNS의 빠른 전파성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소 문, 허위사실 등을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기 때문에 그 피해 가 매우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 넷째, 복제와 공유가 자유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사이 버 폭력을 반복적이고 영속적으로 만든다. 즉, 무제한적인 복사와 공유 는 피해자가 당하는 폭력의 횟수를 확인하기 어렵게 하며(Kowalski,

8


Limber, & Agatston, 2008), 인터넷상에 노출된 사이버 폭력의 내용은 삭 제가 어려워 피해자는 평생 피해 기록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다섯째, 사이버 폭력의 많은 피해자들이 부모나 주변인들에게 자 신이 경험한 온라인상의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기 두려워한다. 특히 사 이버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그러한 피해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초래된 것으로 오해하여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오는 것과 그로 인해 자신이 더 이상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Hinduja & Patchin, 2009). 더욱이 사이버 폭력은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거 나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사이버 폭력의 유형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나타나는 폭력행위의 유형에 따라 다음 과 같이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윌라드(Willard, 2006)와 코왈스키 등(Kowalski, Limber, & Agatston, 2008)은 사이버공간의 폭력을 욕설 (flaming), 모욕(harassment), 명예훼손(denigration), 위장(impersonation), 폭로(outing), 배제(exclusion), 스토킹(cyber-stalking) 등으 로 분류하였다. 이들에 따르면, 욕설(flaming)은 문자를 전송할 수 있는 다양한 전자매체를 통해 욕을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이버 모욕 (harassment)은 지저분하고, 야비하며, 모욕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욕설과 비교하여 사이버 모욕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해자가 특정한 피해자에게 더 지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모 욕하는 말을 전달하는 행위다. 명예훼손(denigration)은 글, 사진, 동영 상 등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통해 어떤 사람의 명예나 관계를 악화 시키는 소문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하며, 위장(impersonation)은 제3자

9


의 아이디를 도용하거나 그 사람인 척하면서 메시지나 사진을 올려 그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로(outing)는 어떤 사람이 창 피하게 생각하여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말하며, 배제(exclusion)는 의도적 으로 잔인하게 특정인을 온라인상의 모임에서 따돌리는 것을 의미한 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스토킹(cyber- stalking)은 인터넷 게시판, 대화 방, 전자우편 등을 통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속을 시도하거나 욕설, 협박 등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송하여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불안하 게 만드는 행동을 의미한다. 한편, 손민지(2013)는 사이버 폭력을 가해 내용, 가해 형태, 피해 유 형으로 분류하였다. 가해 내용으로는 개인 정보, 허위 사실, 욕설, 성적 욕설이 있고, 가해 형태로는 폭력 관련 내용의 생성, 수집, 유포, 게시가 있으며, 피해 유형으로는 명예훼손, 사이버 모욕, 사이버 스토킹, 사이 버 성폭력이 있다. 김준호 등(2009)도 사이버 폭력을 사이버 성희롱 및 성폭행을 비롯하여 사이버 스토킹, 인신공격·언어폭력·협박, 불법 사 실 유포 등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특히 사이버 성희롱과 성폭행을 사이 버공간에서 타인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 감 또는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성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개인 신상 정보 를 공개적으로 게시하여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위로 분류하였다. 이렇듯, 사이버 폭력의 유형과 관련하여 학자들마다 약간씩의 차이 를 보이고 있지만 대략적으로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다 만 사이버공간에서는 여러 유형의 폭력 행위가 서로 중첩적으로 발생하 는 사례가 많아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및 정보 보 호 전문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매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사이버 폭력의 유형을 표 1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0


표 1 사이버 폭력의 유형 및 설명 사이버 폭력 유형

내용 설명

사이버 언어폭력

인터넷,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욕설, 거친 언어, 인신 공격적 발언 등을 하는 행위

사이버 명예훼손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나 기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인터넷, SNS 등에 올려 아무나(불특정 다수) 볼 수 있게 하는 행위로 사이버 명예훼손 중 특정인에 대한 허위의 글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인터넷상에서 누구나(불특정 다수) 볼 수 있게 하는 행위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

사이버 스토킹

특정인이 원치 않음에도 반복적으로 공포감, 불안감을 유발하는 이메일이나 쪽지를 보내거나, 블로그·미니홈피, SNS에 댓글 등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

사이버 성폭력

특정인을 대상으로 성적인 묘사 혹은 성적 비하 발언, 성차별적 욕설 등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게시하거나 음란한 동영상, 사진을 퍼트리는 행위

신상 정보 유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내용을 언급 또는 게재하거나 신상 정보(이름, 거주지, 재학 중인 학교 등)를 유포시키는 행위

사이버 불링(따돌림)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안티 카페 활동과 같이 인터넷상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 휴대전화 텍스트 메시지, 채팅 사이트 등의 전자통신 수단을 이용한 왕따를 지칭하는 신종 따돌림 행위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11


사이버 따돌림 관련 사례 동성애 몰카로 친구 자살 몬 ‘사이버 불링’ 男 겨우 30일형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18세 음대 1학년생이 룸메이트가 몰래 설치한 카메 라(몰카)로 자신의 동성애 행각이 전 캠퍼스에 중계된 사실을 알게 된 후 투신자살을 했다. 룸메이트는 “장난삼아 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 증오 범죄와 ‘사이버 괴롭힘(사이버 불링)’ 을 둘러싼 논쟁의 핵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년 만인 21일, 미 법원이 친구를 자살로 몰아넣은 룸 메이트에게 매우 가벼운 형량인 30일 징역형과 300시간 사회봉사, 기부 및 벌금 1만 1900달러 등을 선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가열 되고 있다. …중략… 문제의 사건은 지난 2010년 9월 뉴저지주 뉴어크의 럿거스대에서 발생했 다. 인도계인 다런 다비가 한방을 쓰는 타일러 클레멘티의 동성애를 알게 됐고, 19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방 안에 미리 설치해 둔 웹캠을 작동시 켜 클레멘티가 남자친구와 키스하는 모습 등을 교내에 중계방송한 것. 21 일 새벽 클레멘티는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된 사실을 알 게 됐고, 같은 날 오후 트위터 등에 마지막 인사를 남긴 후 교내의 한 다리 위로 올라가 투신자살했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다비가 가벼운 형을 받은 것은, 재판부가 그의 행동 을 ‘증오 범죄’가 아닌 ‘편견(bias) 범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증오 범죄는 소수 인종, 소수 민족, 동성애자, 특정 종교인, 사회 약자 등에 이유 없는, 또는 편견에 따른 증오심을 갖고 테러를 가하거나 위협하는 행위에 적용 된다. 21일 재판에서 판사는 “다비가 클레멘티를 증오했다기보다는 놀라 울 정도로 무신경하게 행동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생활 침해, 증거 인멸 시도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만을 인정했다. 오애리 기자 출처: ≪문화일보≫ 2012년 05월 22일


폭력 사이트 관련 사례 온라인 증오 사이트 타인스(Tynes, 2005)에 따르면, 온라인 증오(online hate) 사이트들은 경 멸적인 발언과 소위 설득력 있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역사적으로 핍박받 은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인종적 모멸감이나 열등감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의 사 이트를 내용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로 국수주의자, 스킨헤드, 기독교 정체 주의(백인 우월주의적 신학주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자, 그리고 신 나치주의자들이 온라인 증오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erstenfeld, Grant, & Chiang, 2003). 타인스는 경멸적인 발언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유대인들, 그리고 다른 소수 집단의 구성원들과 같은 증오의 대상뿐만 아니라 지지자들과 잠재적 인 구성원들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주의 단체들이 운영하는 것들을 포함한 증오 사이트들은 부정적 인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는 게시판들뿐만 아니라 채팅방들에 의해 증가하고 있다. 증오 메시지는 또한 전자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 되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인 증오 사이트로는 안티 연예인 사이트(예: 타진요 등)와 일간 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을 들 수 있다.

13


사이버 폭력의 실태

인터넷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사이버 폭력이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2000년대 중반부터 서구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의 실태를 조사한 연구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Dehue, Bolman, & Vollink, 2008; Li, 2010; Patchin & Hinduja, 2011; Smith, Mahdavi, Carvalho, Fisher, Russell, & Tippett, 2008; Ybarra & Mitchele, 2004). 네덜란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6%가량의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를 괴롭힌 것으로 나타났고, 22%의 학 생들은 누군가에 의해 최소한 한 차례는 인터넷을 통해 폭력(불링) 피해 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Dehue et al., 2008). 성별로 봤을 때, 남학생들은 가해 경험이, 여학생들은 피해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 타나 대조를 보였다. 또한 인터넷상의 불링은 전통적 불링과 높은 상관 관계를 보였다. 즉, 물리적 공간에서 불링 가해경험이 많을수록 인터넷 을 통한 불링 가해 경험도 높으며, 물리적 공간에서 불링 피해를 많이 당 할수록 인터넷상에서도 불링 피해를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부모 조사도 병행했는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사이버 불링에 관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Dehue et al., 2008). 미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21%의 응답자들이 한 달 동안 두 번 이상 사이버 불링 가해 행위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 했다(Patchin & Hinduja, 2011). 이 연구에서도 전통적 불링과 사이버 불 링 간의 상관관계는 높게 나타났다(Patchin & Hinduja, 2011). 호프와 미 첼(Hoff & Mitchell, 2009)의 연구에서는 미국 청소년의 56.1%가 사이버 폭력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미스 등(Smith et al., 2008)이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조사에 응한 11∼16세 학생들 중 22.2%가 두 달에 한 번 이상 사이버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


캐나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대다수 학생들이 재 미와 가정 문제를 사이버 불링의 원인으로 꼽았다(Li, 2010). 이 연구에 서 흥미로운 것은 학교나 가정에서 사이버 불링을 당한다고 했을 때 그 사실을 교사나 상담원에게 알리겠느냐는 질문에 80%가량의 학생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절반에 가까운 학 생들이 학교가 사이버 불링을 멈추기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Li, 2010). 이 같은 외국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사이버 불링에 더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 불링 과 사이버 불링 간에도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전통적 불링 경험이 사이버 불링 경험보다는 높은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사이버 폭력을 주제로 한 조사 연구는 다수 진행되어 왔지만, 전국적인 조사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확산 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다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2000년대 후반부터 사이버 폭력 실태를 조사하 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최근 초·중·고등학생, 교사와 학부 모 및 일반인 25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 과를 발표하였다. “2013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 중·고생의 29.2%가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이 있으며, 이 중 중학생의 39.0%, 고등학생의 38.4%, 초등학생의 7.0%가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 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일반인(성인)은 14.4%가 사이버 폭력 가 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이 일반인에 비해 약 2배 정도 가해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5


그림 1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 39

(단위: %)

38.4

14.4 7

초등학생

일반인

고등학생

중학생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2013) 재구성

그림 2 사이버 폭력 가해 이유 68.2 64.1

(단위: %)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45.7

일반인

41.7 34.3 29.7

37.5 33.3 22.9

20.8

22

20

11.8 11.5

12 5.6

2.9 0.5

상대방에 대한 분노

재미/장난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2013) 재구성

16

이유없이

친구와의 어울림

3.6

타인의 강요

1.4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이유를 복수 응답으로 조사해 본 결과, 초등 학생은 ‘재미있어서(장난으로)’가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중· 고등학생은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상대방이 싫어서)’가 각각 68.2%, 6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인은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상대방 이 싫어서)’(41.7%)가 가장 높았으며, ‘재미있어서(장난으로)’(37.5%),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22.2%) 순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을 살펴보면, 학생의 30.3%와 일반인의 33.0%가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생별로 는 고등학생의 40.6%, 중학생의 39.4%, 초등학생의 7.4%가 피해 경험 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중·고등학생이 초등학생 대비 피해 경험 비 율이 높게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 유형 중에는 ‘사이버 언어폭력’ 피해 경험이 초·중·고등학생(24.2%) 및 일반인(18.0%) 모두에서 높게 나 타났으며, 일반인은 ‘신상 정보 유출’(18.4%)이 가장 많았다. 또한 사이버 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사이버 폭력 피해를 입은 후 ‘가해 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등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 대상별로 보았을 때 사이버 폭력 피해 후 초등 학생의 70.3%, 중학생의 66.0%, 고등학생의 56.2%, 일반인의 71.5%가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인 모두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응답이 각각 초등학생 21.6%, 중 학생 35.0%, 고등학생 30.5%, 일반인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를 요약하면, 우리나라 학생과 일반인의 상당수가 사이버 폭력 의 가해 또는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가해자는 주로 ‘재미있어서’ 라는 이유로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반면, 피해자는 사이버 폭력 피해 이 후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등의 심리적 고 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7


그림 3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 (단위: %)

40.6

39.4

33

7.4

초등학생

일반인

고등학생

중학생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2013) 재구성

그림 4 사이버 폭력 피해 후 심리 43.8

41.8

(단위: %)

35

34 29.7

21.6

초등학생 중학생

30.5

28.5

고등학생

27.9 18.9

12.8

일반인

21.6

18.9

16.2

16.4 10.2

16.8

14.8 15.2

8.4

8.1

10.7 11.3 3.6

아무렇지 않음

복수 욕구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2013) 재구성

18

심한 불안감

대인 기피

업무(학교/직장) 회피

자살/자해 충동


사이버 폭력의 원인과 결과에 관한 기존 연구 고찰 일반적인 폭력 행위에 미치는 개인적 특성과 상황적 요인의 상대적 중 요성에 대해 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논쟁해 왔지만, 근래에는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연구들은 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폭력을 행사하는지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이버 폭력에 관한 연구 역시 개인의 특성과 사이버공간의 상황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연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만, 이 절에서는 편의상 사이버 폭력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을 사 이버공간 및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에 관한 연구, 사이버공간에 서의 개인의 동기 및 심리적 요인에 관한 연구 그리고 사이버공간의 사 회문화적 환경 요인에 관한 연구로 구분하고 사이버 폭력의 원인에 대 한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폭력의 결과에 관한 연구들도 덧붙이고자 한다.

사이버공간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에 관한 연구들

익명성은 사이버 폭력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사이버공간의 특성이다. 탈개인화이론(Deindividuation Theory)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으로 인해 사회적 권력관계가 약화되어 타인을 접촉 하는 데 편한 심리적 상태가 될 뿐만 아니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비 해 공적 자아의식의 감소에 따른 비인간화 심리가 촉진됨으로써 반사 회적 행위가 쉽게 일어나게 된다(이성식, 2004a; 이은주, 2008; 이철선, 2003; Kiesler & Sproull, 1992). 유상미·김미량(2011)은 익명성이 행위자의 자기 조절 능력에 영

19


향을 미쳐 사이버 일탈 행위를 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 써 탈개인화이론을 지지하였다. 이성식(2005)도 사이버공간에서의 익 명 상황이 사이버 언어폭력과 악성 댓글 게시 의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 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성동규 외(2006)의 연구에서는 익명 성과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 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앙과 초우(Huang & Chou, 2010)의 연구 에서도 익명성이 사이버 폭력(cyber-bullying)에 관계가 없는 요인으로 나타나 익명의 상황이 사이버 폭력 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고 하겠다.

개인의 특성 및 사이버공간에서의 심리적 요인에 관한 연구들

사이버 폭력은 커뮤니케이션 환경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특성 혹은 성 격과 연관되어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남성들은 온라인 토론에서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지배적으로 활동 하며, 여성들보다 타인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과 언어 적 공격성이 높은 사람들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상황에 관계없이 공 격적 메시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들이 그것이다(구교태, 2007; 이성식, 2004a, 2005). 온·오프라인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범죄 행위는 충동적이고 즉흥 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충동성과 낮은 자기 통제 력 역시 사이버 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민수홍, 2005; Gottfredson & Hirschi, 1990). 개인이 사이버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도 사이버 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공간을 놀이공간으로 인식하 고 오락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

20


들 보다 더 많은 사이버 폭력을 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우형진, 2004; 이성식, 2004b). 한편, 사이버공간에서의 공격 행동을 인터넷 중독과 관련지어 보 려는 연구도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어, 조미헌과 신경선(2004)은 채팅 에 중독된 개인에게서 사이버 공격 행동이 많이 발생함을 밝힘으로써 사이버 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에 노출될 가 능성(범죄기회이론)을 제기하였다.

사이버공간의 사회문화적 환경 요인에 관한 연구들

사회정체성이론(Tajfel & Turner, 1986)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이 자신 이 속한 집단정체성에 동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적 의견을 중심으로 유사한 의견을 공유하는 집단이 형성된다. 이용자가 선택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기 존의 관심사, 선호와 일치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접하는 현상이 나타 나는데, 동일한 입장을 가진 사람과 소통을 반복하게 되면 논지가 강화 되는 단계를 넘어 편협해지는 부작용까지 초래될 수 있다. 이렇듯, 사 이버공간은 다양한 의견이 교류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비슷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응집시키고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을 배척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몇몇 연구들은 자신의 집단에 대한 정체성이 강하고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환경이 사이버 폭력 을 조장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Lea et al., 1992; Reicher et al., 1995). 톰슨(Thompsen, 1996)은 사회적 영향 모델(Social Influence Model)이라는 이론적 틀을 통해 타인들과 플레이밍에 대해 직접 이야 기해 본 경험이나 플레이밍에 대한 각종 평가를 통한 간접적 경험, 이용 자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 등 사회적 영향 요인이 플레이밍을 어떻게

21


해석할 것인지와 플레이밍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 주장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성식(2004a)은 공격적, 비난 일색의 사이버 토론 문화의 장에서 언어폭력을 자주 접하고 학습하게 된 구성 원들이 동일한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심재웅과 김진 희(2013)도 사회적 영향 모델이 플레이밍 현상에 대한 분석에 이론적 방법론적 차원에서 유용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사이버 폭력의 결과에 관한 연구들

사이버 폭력으로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자들이 공통적으 로 보고하고 있다. 최근 연구된 자료를 살펴보면,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 들은 분노, 좌절, 슬픔, 당황스러움 및 무서움 등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힌두자와 패친(Hinduja & Patchin, 2009)의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들은 자신에 대한 좌절감(43%), 분노 (40%), 학업 부진(32%), 슬픔(27%) 등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 히 억울한 대접을 받았을 때에 당연하게 느껴야 할 ‘분노’나 ‘슬픔’의 빈 도보다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의 빈도가 더 높게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폭력과 연관된 자살 충동 및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는 사실 역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사이버 폭력을 경 험한 중학생이 경험하지 않은 중학생보다 자살 충동뿐만 아니라 자살 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Hinduja & Patchin, 2009) 윌리엄스, 청, 그리고 최(Williams, Cheung, & Choi, 2000)는 사이 버공간에서의 따돌림이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고, 통제력 을 잃게 하고, 소속감을 떨어뜨림으로써 결국 피해자의 자기 조절 능력 을 감소시켜 외형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이버 폭력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22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바라와 그의 동료들(Ybarra et al., 2004, 2006)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의 가해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 에 비해 현실 세계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다른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 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사이버 폭력 가해자들은 술 이나 담배와 같은 약물을 더 자주 이용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으 며, 사이버 폭력이 증가할수록 공격적이거나 규칙을 어기는 행동이 증 가하였다.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사이버 폭력에 관한 연구는 커뮤니케이션학, 교육학, 범죄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청소년학 등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분야는 연구의 주제적 측면이나 기존 연구 성 과의 적용이라는 측면에서 사이버 폭력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판단되나, 실제로는 이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 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사이버공간에서의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로 커뮤니케 이션학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심리적 접근(media psychological approach)이 사이버 폭력 연구에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디어심리학을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에 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두는 학문(나 은영, 2010)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접근은 사람들에게 사이버 폭력 피 해자들의 반응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며, 이러 한 정보는 가해자에 대한 이해와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의 특성이 사이버 폭력의 효과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는 미디어 중심적인 접근도 필요해

23


보인다. 예를 들어, 같은 내용의 폭력적 메시지라도 편지로 보았을 때 와 이메일을 통해 접하게 되었을 때, 조그만 화면으로 보았을 때와 큰 화면으로 보았을 때, 혹은 음성과 문자가 같이 전달되었을 때, 사람들 이 느끼는 피해의 정도는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연구 방법론을 살펴본다면, 기존의 연구들 은 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직접 또는 온라인을 통해 응답자들에게 전 달하고 응답을 받는 조사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조사 연구는 현상을 진 단하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그 효용성과 편의성이 인정 되고 있지만 변인들 간의 인과적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기 어렵다는 단 점이 있다(오택섭, 2007). 즉, 조사 연구는 사이버 폭력이 언제, 어디에 서, 누구에게,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사이버 폭력을 중재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여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하기는 어려운 연구 방법이다. 기존 의 사이버 폭력 연구에서 체계적인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 는 실험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은 이런 점에서 아쉽다. 장기 조사 연구(longitudinal research)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번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연구를 말한다(오택섭, 2007). 장기 조사 연 구는 심리학 분야에서 아동의 발달 과정이나 커뮤니케이션학의 선거 캠페인 과정을 연구하는 데 효과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이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제공한 연구 방법이다. 정혜원 (2009)은 사이버 폭력과 관련하여 거의 유일한 장기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5년간 축적된 한 국 청소년 패널 자료를 이용한 이 연구는 사이버공간에서 재산과 관련 한 비행이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비행보다 더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을 밝혀냈다. 이렇듯 장기 조사 연구는 다른 연구 방법에서 얻을 수 없

24


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비록 개인이 장기 조사 연구를 실시하기에 는 비용과 시간적인 제약이 많지만, 현재 많은 국내 연구 기관에서 장기 패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자료들을 이용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폭력의 이해를 넘어서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사이버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부착되면서 타인의 은밀한 부분 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몰래 촬영하여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놀 림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등장하자 상대방을 대화방으로 초대한 후 퇴장하지도 못하게 하고 집단으로 욕설을 퍼붓는 ‘사이버 감옥(cyber jail)’ 등이 생 겨나기도 하였다.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와 전자 통신 서비스의 등장은 새로운 사이버 폭력 발생의 전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봉섭·이 원상·임상수, 2013)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수행되어 왔다. 먼저 법제도적 대응 방안을 들 수 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사이 버 폭력은 그 피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익명성 과 퍼 나르기 등으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범죄 피해를 신고하거 나 고소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거나 피 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나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이버 폭력을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은 ‘학교폭력 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

25


률’ 그리고 형법과 민법이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에 심각한 사회문제 로 대두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마 련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에 사이버 따돌림 조항을 두고 있다. 또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사이버공간의 특 성에 따라 형법에서 정하는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 문제는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인 모욕죄의 경우인데, 사이버 모욕죄 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사이버 모욕죄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 야만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서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생 하는 모욕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2) 반 면, 사이버 모욕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사이버 모욕죄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고, 피해자의 의사 표현이 없더라 도 조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되면 수사 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되어 통신비밀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버 폭력의 규제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 한 것임에도 사이버공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 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이버 폭력의 규제에 관한 논의는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와 자유권으로서의 표현의 자

1) 형법에서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2년 이하의 징역,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금고 또는 2000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형법에서 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 고 있으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나경원 의원 대표발

의안(2008, 11.3)

26


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한다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법적인 제재보다 자율적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 하기도 한다. 사이버공간의 등장이 몇 십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의 규범이 와해된 상황이라기보다는 아직 정립되고 있지 않은 상 태라고 보는 입장이다(신동준·이명진, 2006). 이들은 사이버공간이 공동체적 성질을 최대한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 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학교, 언론,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사이버공 간 이용자들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 리 사회의 정보화가 산업화보다 더 급속하게 진행됨으로써 정보사회의 새로운 구조를 받아들일 만한 문화적 윤리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일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 폭력의 문제를 현실 세계의 문제와 분리하지 말고, 그러한 행위의 사회적 원인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신동준·이명진, 2006). 인성 교육은 무시되는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미디어 교육의 부재, 폭력의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사이버 폭력의 원인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사이버 폭력을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없 다는 주장이다.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려는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 이버 폭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 이버 폭력과 관련한 뉴스들은 시민들로 하여금 지나친 우려를 자아내 는 자극적인 정보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뉴스들은 우리의 주의를 끌기 는 하지만, 사이버 폭력의 배경, 실태, 빈도, 그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이버 폭력의

27


실태 및 원인과 결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히는 학술 연구의 중요성 은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본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이버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 관련한 학술 연구는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후속적인 연구를 통해 사이버 폭력 을 더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8


생각해 볼 문제

1. 사이버 폭력의 종합적인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새로운 커뮤니 케이션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의는 유용한가?

2. 듣거나 목격한 사이버 폭력 중 가장 심각한 형태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이 피해자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당신이라면 그런 상황에 서 어떻게 대처하였겠는가?

3. 타인을 비방하거나 괴롭히는 목적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 모든 형태의 사이버 폭력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렇다고 생각한다면, 그 방법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왜 아니 라고 생각하는가?

5. 사이버 폭력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9


참고문헌

구교태 (2007). 온라인 플레이밍 발생 요인과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39호, 224∼249. 김경은·윤혜미 (2012). 청소년의 사이버 폭력에 관련된 생태체계변인의 영향. ≪소년복지연구≫, 4권 1호, 213∼238. 김봉섭·이원상·임상수 (2013). 사이버불링에 대한 이해와 대응 방안. ≪정보문화 이슈리포트≫, 13-01호, 1∼89.

김준호·노성호·이성식·곽대경·박정선 (2009). 󰡔󰡔청소년비행론󰡕󰡕. 서울: 청목출판사.

김혜경 (2005). 「사이버공간에서의 표현행위와 형사책임」 (연구총서 05-15). 서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나은영 (2010). 󰡔󰡔미디어 심리학󰡕󰡕. 서울: 한나래출판사. 민수홍 (2005). 낮은 자기통제력의 결과로서의 청소년비행과 학교에서의 징계경험. ≪청소년학연구≫, 12권 2호, 1∼25. 성동규·김도희·이윤석·임성원 (2006). 청소년의 사이버 폭력 유발요인에 관한 연구: 개인성향․사이버 폭력 피해경험․윤리 의식을 중심으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통권 19호, 79∼129. 손민지 (2013). 국내 사이버 폭력 현황 및 대응방안연구. ≪Internet & Security Focus≫, 2013년 3월호, 6∼22.

신동진·이명진 (2006). 사이버 폭력 그 대책: 자율적 통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통권 20호. 149∼194. 심재웅·김진희 (2013). 플레이밍(Flaming)에 영향을 끼치는 변인에 관한 연구: 사회적 영향모델을 중심으로. ≪정보화정책≫, 20권 4호, 51∼70. 오인수 (2011). 초등학생 온라인 괴롭힘의 실태 및 오프라인 괴롭힘과의 비교분석. ≪아시아교육연구≫, 12권 3호, 77∼100. 오택섭 (2007). 미디어 연구방법. 서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우형진 (2004). 해커의 심리변인이 해킹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30


≪한국언론학보≫, 48권 3호, 90∼115. 이성식 (2004a). 사이버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언어 플레이밍에 미치는 영향에서의 경로모델의 제시와 검증. ≪형사정책연구≫, 16권 2호, 165∼185.

이성식 (2004b). 청소년 사이버일탈의 설명요인에 관한 일 연구. ≪형사정책연구≫, 16권 1호, 121∼154. 이성식 (2005).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 청소년 언어폭력에 미치는 영향: 기존 요인들과의 비교.≪한국청소년연구≫, 16권 1호, 77∼107. 이은주 (2008). 탈개인화 효과에 관한 사회적 자아정체성 모델: 이론적 함의와 향후 연구과제. ≪커뮤니케이션이론≫, 4권 1호, 7∼30. 이철선 (2003). 가상 공동체에서의 플레이밍(Flaming)에 관한 연구. ≪마케팅연구≫, 18권 1호, 3∼30. 유상미·김미량 (2011). 사이버 폭력의 원인에 대한 구조모델의 제시와 검증.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 14권 1호, 23∼33. 정완 (2005). 정보화시대의 위협자, 사이버 폭력: 현황과 대책. ≪국제평화≫, 2권 2호, 143∼186.

정혜원(2009) 사이버비행 지속에 미치는 영향: 사회유대이론, 자기통제이론, 비행기회이론을 중심으로, ≪정보화정책≫, 16권 4호, 97∼112. 조미헌·신경선 (2004). 초등학생의 인터넷 중독 현황 및 원인. ≪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 7권 5호, 45∼56.

한국인터넷진흥원 (2013). 󰡔󰡔2013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서울: 한국인터넷진흥원. Dehue, F., Bolman, C., & Vollink, T. (2008). Cyberbullying: Youngsters’ experiences and parental perception. Cyberpsychology & Behavior, 11(2), 217∼223. Galtung, J. (1996). Peace by peaceful means: Peace and conflict, development

and civilization. 강종일 역 (2000).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서울: 들녘.

Gerstenfeld, P. B., Grant, D. R., & Chiang, C. P. (2003). Hate online: A content analysis of extremist Internet sites. Analyses of social issues and public

31


policy, 3(1), 29∼44. Gottfredson, M., & Hirschi, T. (1990). A General Theory of Crime. Stanford, California: Stanford University Press. Hinduja, S., & Patchin, J. W. (2009). Beyond the schoolyard.

조아미·박선영·한영희 역 (2012). 󰡔󰡔사이버 폭력󰡕󰡕. 서울: 정민사.

Hoff, D. L., & Mitchell, S. N. (2009). Cyberbullying: causes, effects, and remedies. Journal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 47(5), 652∼665. Huang, Y. Y., Chou, C. (2010). An analysis of multiple factors of cyberbullying among junior high school students in Taiwa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6(6), 1581∼1590. Kiesler, S., & Sproull, L. (1992). Group decision making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2(1), 96∼123. Kowalski, R. M., Limber, S. P., and Agatston, P. W.(2008). Cyberbullying. MA:

Blackwell. 김준호·노성호·이성식·곽대경·박정선 역 (2009).

󰡔󰡔청소년비행론󰡕󰡕. 서울: 청목출판사.

Lea, M., O’Shea, T., Fung, P., & Spears, R. (1992). Flaming in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In M. Lea(ed), Contexts in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London: Harvester Wheatsheaf. Li, Q. (2010). Cyberbullying in high schools: A study of students’ behaviors and beliefs about this new phenomenon. Journal of Aggression, Maltreatment

& Trauma, 19(4), 372∼392. Patchin, J, W., & Hinduja, S. (2011). Traditional and nontraditional bullying among youth: A test of general strain theory. Youth & Society, 43(2), 727∼751. Reicher, S. D., Spears, R., & Postmes, T. (1995). A social identity model ofdeindividuation phenomenoa.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6(1), 161∼198. Smith, M. A., & Kollock, P. (Eds.). (1999). Communities in cyberspace. 조동기

역 (2001). 󰡔󰡔사이버공간과 공동체󰡕󰡕. 서울: 나남.

Smith, P. K., Mahdavi, J., Carvalho, M., Fisher, S., Russell, S., & Tippett, N. (2008). Cyberbullying: Its nature and impact in secondary school pupils.

32


The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49(4), 376∼385. Stamoulis, K., & Farley, F. (2008). Conceptual approaches to adolescent online risk∼taking. cyber psychology. Journal of Psychological Research on

cyberspace, 4(1), 1∼10. Tajfel, H., & Turner, J. C. (1986).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intergroup behaviour. In S. Worchel & W. G. Austin (Eds.), Psychology of Intergroup

Relations. Chicago, IL: Nelson∼Hall, 7∼24. Thompsen, P. A. (1996). What’s fueling the flames in cyberspace? A social influence model. Communication and cyberspace: Social interaction in an electronic environment, 293∼311. Tynes B. (2005) Children, adolescents and the culture of online hate. In Dowd N, Singer DG, Wilson RF, eds. Handbook of children, culture and violence. Thousand Oaks, CA: Sage. Ybarra, M. L., & Mitchell, K. J. (2004). Online aggressor/targets, aggressors, and targets: A comparison of associated youth characteristics.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45(7), 1308∼1316. Ybarra, M. L., Mitchell, K. J., Wolak, J., & Finkelhor, D. (2006). Examining characteristics and associated distress related to Internet harassment: findings from the Second Youth Internet Safety Survey. Pediatrics, 118(4), e1169∼e1177. Williams, K. D., Cheung, C. K. T., & Choi, W. (2000). Cyberostracism: Effects of being ignored over the Internet. Journal of Personality & Social

Psychology, 79, 748∼762. Willard, N. E. (2006). Cyberbullying and cyberthreats: Responding to the

challenge of online social cruelty, threats, and distress. Eugene, OR: Center for Safe and Responsible Internet Use.

33


지금까지 북레터 <인텔리겐치아>를 보셨습니다. 매일 아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지식을만드는지식 저자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텔리겐치아>사이트(bookletter.eeel.net)를 방문하면 모든 북레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