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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판매의 블루 오션 주의끌기에서 시작해 판매로 끝나는 마케팅 공간은 비좁다. 레드 오션이다. 비용은 낮고 수익은 높은 블루 오션은 없을까? 있다. 판매 이후의 소비자 마음이다. 여긴 아직 한산하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구매 후 마케팅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을 제시한다.


인텔리겐치아 2291호, 2014년 11월 3일 발행

쓰지이 요이치(辻井良一)가 쓰고 (주)애드리치 마케팅전략연구소가 옮긴 ≪애프터 액션 마케팅(アフター アクションマーケティングのすすめ)≫

매스 마케팅의 근간인 AIDMA 이론은 마지 막 행동(Action)까지의 이론이었다. 그 마 지막 A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마케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보아야 할 때다. -‘구입처에서 시작하는 마케팅’, ≪애프터 액션 마케팅≫, 78~79쪽.


여기서 액션이 뭔가? 구매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이란? 구매 후 마케팅한다는 뜻이다. 판 다음 마케팅하는 게 의미가 있나? 매우 의미 있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진정 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한다. 무엇을 위한 진정성인가? 제품과 고객 사이의 지속적 관계다. 지속적 관계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객 관계를 만들고 유지한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의 궁극 목적은 고객과 소통하여 그들 을 자사 또는 브랜드의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객 관계를 왜 구매 후에 시작해야 하는가?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구매 전에는 고객 관 계 형성이 어려워졌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제조사와 유통사의 힘 관계가 역전됐다. 대 형마트나 편의점이 주 소비처로 자리 잡았 다. 제조사는 매대 확보에 큰 비용을 지출한 다. 유통사의 자사 브랜드 제품과 경쟁 제품 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대 확보는 더 어려워진 다. 아무리 광고를 해도 매대 확보를 못하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비포 액션 마케팅의 시대는 갔는가? 그렇다. 구매를 최종 목표로 하는 비포 액션 마케팅이 고객 관계 형성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구입해 준 고객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새 마케팅 모델이 필요 해진 이유다. 이 책,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무엇을 말 하는 책인가? 경쟁 제품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유통사의 힘이 강력해진 현재, 제조사에게 필요한 구 매 후 마케팅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을 압축적


으로 제시한다. 자사 제품에 대한 충성 고객 을 확보하여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설 명한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의 사례로 무엇을 들 수 있나? 일본 나가사키의 유명한 카스텔라 가게다. 제품 패키지 안에 자사의 철학, 역사, 자사만 의 제조 방법을 적은 작은 메모지를 넣어 판 매한다. 메모지 하나가 충성 고객을 어떻게 만드나? 메모지를 보며 카스텔라를 먹는 상황을 상상 해 보자. 칼을 가볍게 불에 데워 젖은 수건으 로 닦은 후 빵을 자르면 빵 부스러기가 칼에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는다. 깊은 향, 폭신 하고 부드러운 모양의 카스텔라 한 조각이 촉 촉하게 입 안 가득 퍼진다. 이후 원조부터 거 슬러 올라간 역사, 오랜 시간을 거쳐 유지되 어 온 철학을 읽는다. 신뢰와 감동이 점점 더 증폭된다. 몇 백 년 이상 전해 내려온다는 전 통 제법도 들어 있다. ‘빵의 바닥 쪽에 미묘하 게 건더기 같은 식감이 느껴지십니까? 그것 이 비밀리에 전해 오는 제법의 증거입니다. 기계로 구운 것이 아닙니다.’ 이 메모지의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 메모지 한 장이 없었다면 맛있게 먹은 것 으로 제품과 소비자의 관계는 끝날 수도 있 다. 소비자는 카스텔라를 먹으면서 이 메모


지를 읽게 되고, 그 가게를 잘 알지 못했던 사 람도 그 가게에 대해 이해를 넘어 호감을 갖 게 된다. 이제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수 제품을 찾기 힘든 시대다. 소비자는 금 세 대체 상품을 찾아내고 기업은 쉴 새 없이 신제품 개발과 매대 확보에 마케팅 역량을 소 진한다. 충성 고객을 얻으려면 목표 설정을 구매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비 자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다 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 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유경이다. (주)애드리치 마케팅전략연구 소 부장이다.


반복 판매의 블루 오션 주의끌기에서 시작해 판매로 끝나는 마케팅 공간은 비좁다. 레드 오션이다. 비용은 낮고 수익은 높은 블루 오션은 없을까? 있다. 판매 이후의 소비자 마음이다. 여긴 아직 한산하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구매 후 마케팅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을 제시한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 쓰지이 료이치 지음 (주)애드리치 마케팅전략연구소 옮김 마케팅 2014년 10월 31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186쪽 18,000원


작품 속으로

애프터 액션 마케팅 쓰지이 료이치 지음 (주)애드리치 마케팅전략연구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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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것인데, 사 볼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처음 보는 제품이지만 무언가에 끌려 구입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청량음료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류 같이 쟁쟁한 브랜드가 포진해 있고 광고 전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에서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모르는 제품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구매 행동의 변화 A to A 소비현상

“어, 이거 처음 보는데, 한번 사 볼까?” 이런 구매는 마케터에게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구매 형태입니다. 광고회사가 말하는 대로 AIDMA가 구매에 이르는 필연적 단계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광고가 불가결하다면, 이 경우는 광고도 안 했는 데 제품을 만나자마자 처음의 A(주목)에서 IDM을 순식간에 건너뛰어 마지막 A(행동)에 도달한 셈이 됩니다. 이를 여기서는 ‘A to A 소비’라고 부르겠습니다. 앞 장에서 AIDMA를 선거에 비유해서 설명했듯이, 만약 어느 후보 가 A to A로 당선되었다면 그 후보는 다음과 같은 선거 운동을 한 셈입 니다. 선거 기간 동안 전단지도 배포하지 않고 가두연설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렇다 할 정책 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투표 당일 날 어 깨띠 두르고 투표장 앞에서 투표용지를 손에 든 유권자에게 미소 띤 얼 굴로 인사를 했을 뿐입니다. 실제 이런 행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가능하다면 이만큼 강력한 선거 활동도 없을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마케터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얼마 나 많은지. 편의점의 주먹밥이나 도시락, 빵, 디저트 등은 광고 없이 매대에서 웃고만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런 게 있었네. 한 번 사 볼까?’라며 A to A 소비를 합니다. 슈퍼마켓의 양배추나 당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광고로 인지도를 얻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논리는 모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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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광고의 대상이 되는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대상 외의 카테고리는 A to A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의 소비 행태는 명확한 구분선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저가의 일용품 구매에서 A to A 소비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 습니다. 소매점의 보급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변화시킨 결과입니다. 일용품 구매는 즉각적인 A to A로 끝나는 반면, 자신이 관심을 두는 중요한 구매에서는 AISAS의 절차를 통해 철저한 비교 구매를 합니다. 소비가 이분화의 경향을 강하게 띠어 가고 있습니다.

매장 충성 소비

제조업체가 광고 경쟁에 몰두하던 시기, 브랜드를 책임지는 마케터가 꿈꾸었던 것은 브랜드 충성도의 확립이었습니다. TV광고나 신문, 잡지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소비자를 자 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어 브랜드 충성 소비를 하게끔 하는 것이 꿈이 었습니다. 자사의 장수 제품은 물론이고, 새롭게 투입하는 신제품에 대해서도 동일한 꿈을 꾸면서 대량 광고의 힘으로 세상에서 키워 보고자 했습니 다. 하나의 신제품이 전사하면 또 다른 신제품에 꿈을 위탁하여 브랜드 확립을 지향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타기팅과 포지셔닝, 크리에이티브를 개선하기도 합니다. ‘경쟁사가 이 정도 쓰기 때문에 우리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쓰지 않 으면 이길 수 없다’는 광고회사의 말이 설득력을 가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고 브랜드 충성 소비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 고, 게다가 장수 제품까지 충성 소비가 서서히 감소하여(이는 제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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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무분별하게 신제품을 출시하여 소비자를 혼란케 했기 때문이기도 합 니다), 카테고리 소비를 환기(이를테면 00맥주를 구입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구입하러 가는 것)하는 정도가 최선이었습니다. 이 때문 에 타사가 광고를 하면 할수록 1등 브랜드만 팔리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광고로 인지도를 획득해야 팔린다는 인식이 남아 있 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소비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갈 때 브랜드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각 소매점의 ‘특징’을 연상합니다. 즉, 24시간 소 량 구매할 수 있는 소매점, 식료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매점, 각종 수입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등 소비자는 카테고리 매대에 따라 구 매 행동을 바꿉니다. 그리고 매장을 돌면서 눈에 띄는 것을 구입하기 때문에 ‘처음 보네. 사 볼까?’라는 소비가 일어나도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맥주를 구입할지 도 모르지만 새롭게 나온 칵테일에 손을 뻗을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소비 행7동은 소매점의 ‘업종 제안’이 소비자에게 침투한 결과 나타난 현상입니다. 지금 소비자는 제조업체의 상품이 아니라 소 매점이 취급하는 상품 범주에 충성도를 가지고 구매를 합니다. 제조업체가 꿈꾸던 브랜드 충성 소비와 대비해서 보면 이것은 ‘업 종 충성 소비’ 또는 ‘매장 충성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는 곳에서 구입하는 곳으로

오랫동안 소매점은 제조업체 입장에서 ‘파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소비 자 입장에서 ‘구입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소비자는 구매 목적에 맞춰 ‘구입처’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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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 ⟶ 편의점 오늘 저녁 반찬 ⟶ 슈퍼마켓

샴푸가 떨어졌다 ⟶ 드러그 스토어

주말에 생활용품 대량 구입 ⟶ 대형마트 재미있거나 특이한 것 ⟶ 100엔 숍

소비자는 소매점의 간판만 보고도 상품 구색의 범위를 알 수 있도 록 훈련을 받은 결과 원하는 제품 범주에 맞춰 ‘구입처’에 가는 구매 행동 을 몸에 익혔습니다. 예전에 전통 시장에 가면 반드시 잡화점이 있었습니다. 어디에 무 엇이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물건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곳인데, 희한 하게도 점주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소 비자가 직접 매대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00 주세요’라고 말 하면 점주가 저 안쪽에서 꺼내 주는 식의 구매였습니다. 비슷한 제품을 비교해서 구매하거나 신제품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본력도 없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상품이 진열되어 있던 잡화점이 대형 소매점의 출현으로 보기 쉽게 정돈되고 상품 구색의 폭도 넓어졌 고 취급 수도 증가했습니다. 무엇보다 ‘보이는 진열 기술’이 한층 발전한 결과,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구매 습관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사실 최근 십수 년 전의 일입니다. 2000년 전후만 해도 아직 소매점의 업종 제안이 소비자에게 완전히 침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 목적에 맞춰 상품을 구입하러 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의 시간 동안 유통업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는 그 변화가 가져온 결정적인 구매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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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옛날 상식대로 마케팅을 생각하는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소비자는 A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소매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소매점에 가고 그곳에서 A 음료를 구입할 수도 있고 B나 C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구매 행동과 전혀 다른 어 떤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구매 현장 패키지가 바뀌었다

구입처를 선택하는 구매 행동과 진열 기술의 발전으로 A to A 소비 성향 이 강해지고 있지만, 한두 개의 제품 정도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지명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제품은 매장에서 선택하게 됩니다. 또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비유로 말한 투표장에서의 선거 활동이 중요해지는 것 입니다. 유권자에게 열심히 연설을 하고 전단지를 나눠 주면서 투표를 부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투표장 내에서의 활동이 허락된다면 그것이 야말로 엄청난 효과입니다. 최근에는 광고도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여 지명 구입을 유도하 기보다 매장에서 “이거 광고에서 봤는데”라는 상기 효과로 활용하는 경 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른바 상기 구매 효과입니다. 게다가 ‘매장 밖에서의 광고는 일절 필요하지 않으며, 매장에서의 노출만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패키지는 매장 내에서 활동하는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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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패키지 디자인이라고 하면 디자이너로서는 명예로운 일 이었습니다. 한 번 정해지면 몇 십 년이고 변하지 않고 소비자의 기억에 저장되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키지 디자인 업계에는 이른바 장기 기억의 효과를 연구하는 학술 분야까지 있고, 어떤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패키지 디자인을 맡 기기도 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심지어 매출의 일부를 지불하는 로열티 계약 등도 실행했습니다. 애연가라면 누구나 피스, 호프, 럭키스트라이크, 말보로 등의 담배 패키지를 기억할 것입니다. 유키지루시(雪印)의 홋카이도버터나 메이 지(明治)제과의 초콜릿, 코카콜라는 물론이고 산토리의 우롱차, 닛싱식 품의 컵누들도 쉽게 상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제품들은 전부 지금과 같은 구매 행동이 정착되기 전에 대표 브 랜드라는 지위를 획득한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의 패키지 특 징은 품질감이나 세계감은 잘 나타나 있지만 내용물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다는 점입니다. 메이지초콜릿을 예로 들면 짙은 갈색에 금색 문자로 Meiji라고 적 혀 있을 뿐 내용물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없습니다. 조금 늦게 등장한 롯 데의 가나초콜릿은 강렬한 붉은 패키지에 카카오 열매의 일러스트가 그 려져 있는데 이것도 40년 이상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얼마 전 메이 지초콜릿은 자사 로고 변경에 따라 패키지도 변경했는데, 갈색 무지에 Meiji 로고를 넣는 기본 디자인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한편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초콜릿 제품의 대부분은 패키지에 내용물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곁들여 시즐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 겐다즈의 아이스크림도 처음에는 로고만 있었는데, 최근에는 내용물을 어필하기 위해 패키지에 일러스트나 사진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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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아이스크림 같은 경우는 대기업의 제품이라도 제조사명이나 브랜드명보다 내용물 어필에 집중하고, 그중에는 투명에 가까운 패키지 도 있습니다. 투명한 패키지는 시즐감을 소구하여 A to A 소비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제 패키지 디자인에 저명한 디자이너는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명, 제조사명이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내용물이 보 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브랜드명이나 제조사명이 신경 쓰이지 않는 제품, 이를테면 주먹밥 이나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것은 브랜드명이나 제조사명은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투명한 패키지로 되어 있습니다. 빵, 디저 트류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그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구입만이 궁극의 목적이기 때문이죠.

구입만 해 준다면 그것으로 끝인가?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구입만 해 준다면 그것으로 끝인가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디저트가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매대에서 다시 본다면 아마 재구매할 확률이 높을 테지만, 사실 그 브랜 드명을 분명히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제조 사명은 아예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제조업체의 상품이 아니라 편의점의 상품이기 때문에 그 렇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보다 어디에서 파는지가 더 중요한 구매 요 인이 됩니다. 따라서 편의점은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다른 제품으로 교 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만 교체하든지 제공하는 제조사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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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교체하든지 상관없고, 소비자도 어떠한 저항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 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기업 제조업체라도 내용물을 알기 쉽게 설명하 는 상품명이나 브랜드명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기억하게 하고 지명 구 매를 유도합니다. 이를테면 ‘방금 짜낸 과일주스’, ‘칼로리 제로 맥주’, ‘진하고 깊은 맛의 라면’ 등. 시즐을 강조한 패키지 디자인과의 조합으로 최근의 매대는 무척 화 려해졌습니다. 패키지 자체가 POP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장에서 주목받고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제조업체 가 ‘불필요한 패키지를 지양하고 내용물이 확연히 보이게 더욱 투명 하게 만들어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품명을 헤드카피처럼 만들고, 패키지를 POP처럼 활용하여 매장에서 “나를 사 줘요”라고 외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 까요? ‘팔리지 않으면 다음 제품을 내면 된다. 매장만 확보되면 된다.’ 만 약 제조업체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조업체 상품과 유통업체 상 품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팔리는 제품의 납품업자가 된 제조업체

편의점에 있는 제품을 봅시다. 디저트 제품은 대부분 패키지를 투명하게 하여 내용물의 시즐감으 로 팔고 있습니다. 뒷면을 보면 제조사명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회사 입니다. 오징어 등의 안주류 매대를 볼까요? 다양한 제품이 비슷한 패키지로 진열되어 있고 내용물을 쉽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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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상품명으로 되어 있지만, 하나하나 뒷면을 보면 제조사는 각각 다릅니다. ‘00식품가공’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회사도 많지만, 그중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회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면에 기업명을 표기 하지는 않습니다. 과자류 코너를 봅시다. 유명한 브랜드 로고를 크게 표시한 것과 그 렇지 않은 것이 거의 동일한 위치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노 브랜드(no-brand)들이 좋은 위치에, 유명 브랜드는 하단에 진열되기도 합니다. 노브랜드 상품의 경우 제조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와 유명 회 사가 섞여 있습니다. 빵 매대도 마찬가지로 투명한 패키지가 많고, 앞면에 브랜드명이 표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뒷면을 보면 역시 제조사는 누구나 알고 있 는 유명 회사인 경우와 들어 본 적도 없는 회사인 경우가 혼재되어 있 습니다. 물론 유명 업체이므로 가격이 높고, 무명이므로 저렴하지는 않습니 다. 어느 쪽이 되었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빵이라는 믿음으로 소비자 는 어떤 문제도 없이 구입합니다. 이렇게 보니 왠지 장래가 두려워집니다. 지금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우수한 무명 기업이 많이 집결되어 있고, 노브랜드 매대에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력은 없지만 효율은 좋고 제대로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능력에서는 대형 제조업체에 뒤지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기업’입 니다. 그런데 패키지 뒷면에 새겨진 유명 제조사들도 자진하여 이 그림자 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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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브랜드명으로 상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량으로 판매하는 편 의점에서는 기업명이나 브랜드 표기를 포기하고 단지 ‘팔리는 제품의 납품업자’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공장을 가동시키고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이 제조업체의 사명이 라면 그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제조업체의 사명이 과연 그것 만일까요?

제조업자 브랜드와 유통업자 브랜드의 격전 급격한 PB 바람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소매업체는 제조업체의 브랜드(NB, National Brand) 파워가 강하게 작용하는 카테고리라도 자체 브랜드 (PB, Private Brand)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명의 중소기업 이 제조사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유명 제조업체도 장단점을 타진하 면서 PB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사의 NB 제품도 함께 진열해 주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은 결정 이었을 것입니다. 비싼 NB를 선택할 것인지 저렴한 PB를 선택할 것인 지는 소비자의 몫이고, 어느 쪽이 팔려도 자사의 공장은 가동된다는 생 각입니다. 맥주같이 제조라인이 과점에 가까운 업계에서는 제조업체가 자진 하여 특정 유통업체에만 상품을 제공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이 경 우는 제조사명을 전면에 크게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통업자로서는 유명 제조사가 만든 한정 상품을 자사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장점이 있고, 제조사는 결과적으로 경쟁사보다 넓은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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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 수 있게 되어 양쪽이 윈윈(win-win)하는 결합인 셈입니다. 이와 같 은 방식을 이전에는 SB(Shop Brand) 또는 전매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유통업자의 PB 지향은 이제 다른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맥주 시장은 지금도 막대한 광고 투입과 브랜드 경쟁의 격전지인 데, 최근 대형 맥주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의 PB 맥주 제조 요구를 받아 들이고 있는 사실은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제일의 점포수를 자랑하는 S편의점은 2012년경부터 레토르 트 카레, 파스타 소스, 과자류는 물론이고, 제조사 브랜드가 강하게 작 용하는 조미료, 드레싱, 불고기 소스까지 PB 제품으로 매장 상품 구색을 바꾸었습니다. 이 대담한 매대 구성은 기존의 NB 제품을 빼고 넣은 것입니다. 게 다가 NB 제품보다 높은 가격대로 설정하고, ‘PB 제품의 브랜드화’를 위 해 광고까지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통업체의 PB화는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대담한 PB화를 과하게 진행하여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나서야 다급 하게 NB 제품으로 다시 매대를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을 전체적으로 크게 조망해 보면 유통업체의 PB 지향은 앞으로 더 욱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좋은 품질의 PB 제품을 판다면 고객은 반드시 반응할 것이라는 자 신감과 함께 더 이상 NB 제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앞으로 완전 한 제판일체를 지향할 것이라는 전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론상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는 당장 직면한 현실적 문제로, 팔리지 않 는 NB 제품을 안고 있다가 헐값에 넘길 바에야 노브랜드 제품이나 PB 의 제조업자가 되는 것이 경영상으로는 안정적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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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조업체로서의 사명을 생각할 때, 이것이 과연 옳은 길인 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제조업체는 도대체 어디를 보고 마케팅을 생각해야 할까요?

애매모호한 경계선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원래 PB와 SB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 선이 있었습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품 사양을 결정하고 자사의 책임하에 제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도 유통업체의 독자적 판단으로 하고, 제공하는 제조사명은 원칙적으로 표기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싸고 질이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붙어 다녔지만, 최근 이러한 경향은 상당히 불식되고 있습니다. SB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와의 연합으로 만든 한정 판매 상품을 말합니다. 패키지 디자인 등은 제조업체의 제안에 의한 경우가 많고, 제 조사명도 비교적 크게 표기되어 세일즈 포인트가 됩니다. 즉, PB는 명확한 OEM(위탁생산)이기 때문에 납품 가격은 계약 단 계에서 정해지고 발주량 전부를 인수해야 하는 책임이 발주 측에 있지 만, SB에서는 그 같은 명확한 계약이 없는 경우가 많고, 공통의 판매 목 표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는 거래입니다. 또한 이른바 노브랜드 상품이라는 것은 이 SB와 달리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도시락, 반찬류 등 제조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상품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제조업체는 하청 회사, 제공 회사인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의 경계가 급속하게 애매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점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한데, 자사 PB 제품명을 강조하 지 않는 대신 카테고리마다 통일감 있는 패키지로 매대를 구성하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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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에게 하나의 시리즈 상품으로 보이도록 하는 매장이 급속히 확대되 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의 신용을 토대로 상품 종 류나 내용 설명만으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안주류, 과 자류, 빵 등의 매대가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으며, 제조사명은 역시 유명 회사와 무명 회사가 섞여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유통업체는 자사 PB 제품의 브랜드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명확히 자사 PB 브랜드를 어필하고 패키지나 네이밍 등에도 신경 쓰고 유명 제조업체를 ‘제조사명’으로 표기하는 방법을 채택하여 신뢰 의 증거로 삼습니다. 구입처로서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제조업체에 대한 우위성을 무기 로 PB, SB, 노브랜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자사 제품의 브랜드화를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매대를 확보하여 자사 공장의 회전율을 올 리려는, 즉 오로지 팔리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이 제조업체 본 래의 브랜드, NB 파워를 점점 약화시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조업체는 어디로 가나? 메이커와 매뉴팩처

메이커(Maker)의 번역은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만드는 자’, ‘창안자’라 는 의미입니다. 즉, 원래 메이커라는 단어에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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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상품의 가치를 창출하는 자로서 구입자, 사용자와 대면한다 는 의미입니다. 한편 제조업의 영문은 매뉴팩처(Manufacture)입니다. 지금 구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자 진하여 매뉴팩처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공장 설비를 가동시켜 이익을 내기 위해, 즉 보다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하여 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 이 솔직한 대답일 것입니다. 경쟁사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이기고 자사 브랜드로 시장을 점거하 기 위해 확장한 제조 라인이 지금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브랜드를 없애서라도 라인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실로 아이러니한 결 과입니다. 처음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지향하던 기업이 양적 판매라는 눈 앞의 이익에 밀려 중요한 품질을 망각하고 브랜드력을 잃고, 어느새 쇠 퇴의 길을 걷고 있는 사례들을 종종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품질과 브 랜드력을 더욱 견고히 하여 충성 고객을 늘려 가는 성공 사례도 많이 있 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한편 어셈블 메이커(Assemble Maker)라는 사업 형태가 있습니다. 자사에 생산 라인을 가지지 않는 제조업체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생산 라인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체보다 하급으로 보았지만,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개발 기획에 집중하여 크게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입니다. 애플의 경우는 개발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즉 판매까지 완전하게 자사의 책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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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셈블 메이커 지향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역시 자사에서, 자사만의 생산 라인에서, 자사만의 품질과 가치의 관리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메이커 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만, 어셈블 메이커 같은 사업 모델의 대두가 지금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생산하는 노력, 전달하는 노력

지금은 인기가 사그라지기는 했지만, 하나바타케보쿠조(花畑牧場)6)라 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생(生) 캐러멜’이라는 제품이 한때 큰 인기를 끌 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성공은 독자적인 상품 개발과 독자적인 판 매처 개척에 의한 것이었고, 그래서 이 기업은 마케팅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는 합니다. 즉, 아무리 맛있고 품질 좋은 캐러멜을 개발했다 해도 그것을 기존 방식의 판매 채널을 통해 팔았다면 그 같은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 미입니다. 만약 기존의 판매 채널을 채택했다면 새로운 가격과 새로운 가치로 고객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시작하기도 전에 유통업체로부터 문 전박대를 당하거나 가격 할인을 강요당하거나 또는 팔리기 시작할 즈음 에 매대에서 쫓겨나거나 해서 제품은 싹도 틔워 보기 전에 묻혀 버렸을 것입니다. 하나바타케보쿠조의 성공은 상품 가치는 물론이고, 그것을 새로운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것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려

6) 1992년 설립. 일본 홋카이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목장 경영, 식품 제조 판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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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노력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그들이 선택한 채널은 직영점과 공항, 인 터넷이었습니다. 역시 제조업체의 성공은 자사만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과 그 가 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 해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 니다. 자사가 생산한 제품에 회사명을 빼고 판매한다는 것은 독자적인 가 치를 창출해야 하는 ‘메이커’의 사명을 잊어버리고,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상품만을 만드는 ‘매뉴팩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 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브랜드를 육성하 겠다는 강한 의지가 메이커의 참모습인 것입니다.

중소 슈퍼마켓의 건투

흔히 유통이라고 하면 대형마트를 연상하기 쉬우나 사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견·중소 슈퍼마켓이 수없이 많고, 이들 중에는 독자적인 상품 구색으로 고객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업체도 많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물건이 모여 있고, 좋은 품질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대형마트라고 하면, 건투하고 있는 중소 슈퍼마켓의 대 부분은 지역에 밀착하여 한 단계 높은 품질의 생필품이나 심리적 만족 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독특한 제품들을 갖춰 놓는 등의 노력으로 존재 의의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유의 식습관에 맞춘 식품에 신경 쓰는 것은 물론이고, “본 적 없는 것인데, 뭐지?”라고 할 만한 특이한 제품을 제안하고 그것을 권유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여 기존의 동일한 용도의 제품보다 비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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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를 납득시켜 구입하도록 합니다. 신선한 발견과 대화가 있는 매장을 실현한다면 대형마트와는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 적 없는 것인데, 뭐지?”, “아하! 그럼 한번 사볼까?”라는 심리 과정을 통해 구입한 상품은 앞서 말한 A to A 소비와 동일해 보여 도 구입 이후의 행동은 전혀 다릅니다. 이는 사전에 소비자의 이해를 전 제로 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지속 구매로 이어지는 훌륭한 판매 방식 입니다. 이를테면 수량 한정의 수제 반찬이나 계약 농가에서 유기농 재배한 야채, 다른 곳에서는 거의 판매하지 않는 천연수 등을 예로 들 수 있습 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도 그러한 노력을 통해 평가받고 지지받는 매장 이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가치는 한 사람의 소비자인 우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와 대형 제조업체

이렇게 개성 있는 소매점에 개성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중 소 이하의 작은 제조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존의 대형 제조업체 가 그런 세세한 제품까지 전개하고 있는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역시 대형 제조업체는 소품종 대량 판매의 효율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체질에 묶여 있기 때문이지만,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이 방향으 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역 입맛의 특성에 맞춘 감자칩이 등장하거나 지역 한 정판 상품, 결합 상품 등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우선 매장이 나 소비자에 밀착하여 공유 가능한 가치를 육성해 가려는 자세가 중요 합니다. 대형 소매점이 자기 매장에서 취급하는 상품 범주를 보증하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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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반드시 갖춰 놓고 있다는 안심을 소비자에게 심 어 준 결과, 많은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브랜드 충성 구매’를 버리고, ‘매장 충성 구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앞서도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많은 일용품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의 PB 제품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유통업체는 앞으로도 매장의 상품 범주나 품질, 가격을 어필하여 고객으로부터 ‘구 입처’로서 선택받는 것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러면 제조업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필요로 하는 것을 대량으로 만들어 대량으로 판매하는 매스 마케팅 은 제조업체를 늘 승자의 자리에 앉혀놓았는데, 어느새 그 자리는 소비 자에 밀착한 ‘구입처’를 손에 쥔 유통업체가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제조업체는 다시 한 번 ‘만드는 일’과 ‘전달하는 일’ 두 가지가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판매처’를 종점으로 생각하고 그곳에 보내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 ‘구입처’를 기점으로 고객과 그 후에 어떻게 이어질지를 생각해야 합 니다. 생산 라인을 효율적으로 돌리는 것만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을 고객이 구입할 수 있는 곳에 전달하고 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설명하고 자사 상품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 가 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A to A 소비가 보여 주는 갈림길

다시 한 번 A to A 소비의 본질을 생각해 봅니다. 제조업체의 마케팅 목표가 정말 구입이라면, 즉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에만 있다면 A to A 소비는 매우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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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두는 것만으로 구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패키지 디자인도, 네이밍도 간단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당신은 주목(Attention)하자마자 곧바로 구입 (Action)한 상품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습니까? 그 상품의 유래 나 제조공정, 제조자의 신념이나 철학에 끌려 진정한 팬이 되었습니까? 어쩌면 그 상품을 다시 구입할지도 모릅니다. 우연한 만남의 반복 인지, 아니면 기억에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소매점 매대의 기억이 지 상품에 대한 충성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체가 바라보아야 할 곳은 구입이라는 눈앞의 행동이 아니라 ‘구입 이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광고와 판촉에 소비자가 움직여 주었던 시기에는 보이지 않던 본질 이 지금 보이는 것입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대형 소매점의 대두와 그로 인한 소비자의 매장 중심 구매 행동과 A to A 소비 현상은 제조업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사실 광고의 효력이 상실된 지금, A to A로 즉석 구입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야말로 제조업체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합니다. 구매라 는 행동을 유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의 참모습을 알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것은 구입을 위한 노력보다 더 난이도 높은 노력입니다. 그 험난한 길을 선택하더라도 메이커 본래의 위상을 지켜 낼 것인 가, 아니면 매뉴팩처로서 존속할 것인가의 갈림길의 선택이 지금 많은 제조업체 앞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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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처에서 시작하는 마케팅

마케팅 목표를 구입에만 두면 막다른 골목에 직면하게 됩니다. 구입이 전부라고 하는 고정관념에 의구심을 가져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입니다. 판매처를 ‘종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구입처를 ‘기점’으로, 구입이 이루어진 그때를 마케팅의 ‘시작’으로 여기는 새로운 마케팅. 지금부터 이 책에서 전달하고 싶은 그 마케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충성 고객의 확보 뿌리박힌 습관

판매처를 종점으로 여기고 매대에서 기다렸다가 팔려 나가면 성공! 이 판매처를 늘려 접촉하는 사람 수를 증가시키고, 구매 빈도를 높 여 많이 팔리도록 하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믿어 왔겠지만, 광고는 효과 가 떨어지고 유통대책비는 점점 부피가 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매장에 진열되기 위해 협찬금을 더 많이 지불하거나, 패키지를 한 층 더 투명하게 하거나, 급기야 브랜드명을 지워서라도 어떻게든 구입 으로 이끄는 방법을 찾는 것에 급급합니다. 매스미디어 광고에 가중치가 낮아지면 조금이라도 ROI가 높은 새 로운 매체를 찾아 광고 접점을 늘리고, O2O(Online to Offline) 방법으 로 소비자를 매장으로 보내기만 하면 마케팅의 역할이 끝나는 것인가 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의 노력은 ‘모든 것은 구입을 위해서’라고 하는 지금까지 믿 어 왔던 ‘상식’과 깊게 뿌리박힌 ‘구습’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 하고, 소비자 구매 행동도 얼마 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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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阪神)7) 팬

마케팅의 참 목적은 구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구입해 줄 사람, 즉 충성 고객을 얻는 것입니다. 팬을 획득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한신 팬들은 팀이 지면 질수록 더욱 뜨겁게 응원합니다. 바로 그것 입니다. 졌다고 응원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팬이 아닙니다. 멋있기 때문에 응원하고, 강하기 때문에 응원하는 사람은 더 멋있 는 팀이나 더 강한 팀이 있으면 그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또한 진정한 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상품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하는 고객은 더 저렴한 것이 보이면 그쪽으 로 가 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맛있기 때문에, 효과가 좋기 때문에 구입 하는 고객도 사실 진정한 팬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좋은 제품을 찾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맛있는 제품, 더 효과 좋은 제품이 있으면 역시 옮겨 갈 가능성이 큽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역시 나는 이게 제일 좋아”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진짜 팬이고 충성 고객입니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하면 진짜 팬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 구입해 준 ‘그 사람’이 고객

지금까지 구입해 주지 않는 사람들을 구입으로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실행해 온 다양한 마케팅 활동들. 그와 동

7) 일본 프로 야구단. 정식 명칭은 한신 타이거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효고(兵庫)현을

연고 지역으로 두고 있다. 전체 12개의 구단 중 요미우리 자이언츠 다음으로 두 번째로 역 사가 긴 구단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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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노력과 열의를 지금 구입해 준 ‘그 사람’에게 쏟아야 합니다. 일반적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은 바쁜 길을 재촉하는 낯선 사람을 상 대로 연설하는 것과 같이 비효율적인 작업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루 종일 떠들어도 들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구입해 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구입을 요구하는 일 은 대단히 힘든 작업입니다. 한편 매장에서의 실제 구입은 어느 정도의 확률로 발생할까요? 주 단위의 판매 개수로 본다면,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주당 7개 = 1 일 1개’ 팔리는 상품이 있다고 합시다. 한 편의점 내점객 수가 하루 평균 약 1000명 정도이기 때문에 그 상품은 1000명의 소비자 중 1명이 구입 해 주는 셈입니다. 말 그대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인 것입니다.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수만 개의 점포가 있기 때문에 하루 1개 판매 되는 상품이라 해도 전국에서 매일 수만 개 판매되고 있는 셈이며, 가령 ‘100엔 × 365일 × 3만 점포’라고 해도 연간 10억9500만 엔의 매출을 이 루는 훌륭한 상품인 것입니다. 그런 상품도 천재일우에 해당합니다. 구매 빈도가 더 낮은 상품이 라면 만재일우, 십만재일우가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제조업체는 그 같 은 확률로 발생하는 ‘구입’을 통해 사업을 지속시켜 가는 것입니다. 이 1000명 중 한 사람, 1만 명 중 한 사람의 고객은 도심의 군중과는 다릅니다. 확실히 지금 구입해 준 ‘그 사람’인 것입니다. ‘그 사람’이야말로 최우선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대상이 아닐 까요? 최근 능동적 접촉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인터넷광고의 경우, 클릭해서 방문해 주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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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노출시키는 것과 비교하여 동일한 접촉이라도 관여도가 다르므로 이를 소중히 해야 한다 는 개념입니다. 그 논법을 적용하면 천재일우의 ‘그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더구나 대가를 지불하고서 자사 상품을 선택해 준 사람이기 때문에 광고를 클 릭해서 봐 준 사람과는 고마움의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매’라는 행동은 능동적 접촉의 최대 표현입니다.

80:20의 법칙

80:20의 법칙이란 전체 고객 중 20%의 충성 고객이 매출이나 이익의 80%에 기여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80%의 유동 고객은 결국 20%밖 에 공헌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본 콘셉트가 된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실제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이 같은 80:20의 법칙으로 성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집 근처 동네에 작은 주점이 있습니다. 단골 몇 명만이 주요 고객입니다. 얼굴만 아는 정도의 고객이 가끔씩 들리기 는 하지만, 매출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 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점의 주인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까요? 전철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 주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기존 라 이트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좋을까요? 이 둘에는 큰 효율의 차이 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신규 고객 유입에만 노력해 왔지만, 80:2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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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CRM의 개념 신규 고객을 2배로 증가

충성 고객층 고객 수 20%

유동층 80%

충성 고객층의 공헌 80%

매출

20%

매출 공헌도

충성 고객층을 2배로 증가 고객 수 매출 공헌도 매출

법칙으로 보면 신규 유동층을 2배 증가시켜도 매출이나 이익은 20%밖 에 오르지 않습니다. 반면 20%의 충성 고객을 두 배 가까운 40%로 늘리면 매출이나 이익 은 단번에 80%나 증가하게 됩니다. 이것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중요성을 드러낸 논리입니다. 한편 여기서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80:20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을 뿐입니다. 실제로는 신규 고객 중에서도 충성 고객이 발생하고, 충성 고객이라고 믿었던 고객도 이탈하는 일이 발생 하므로 신규 고객 획득도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궁극의 명제 CRC

CRM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세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 역시 마케팅의 목적은 구입이라는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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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커스터머 릴레이션십 매니 지먼트(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라고 하는 것입니다. 번역 하면 ‘고객관계관리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좀 더 세련된 ‘수단’으로 탄생한 개념입니다. 그래도 소비자(Consumer) 라고 하지 않고 고객(Customer)이라고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진보라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매니지먼트라고 하지 않고 마케팅이라고도 합 니다. 이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개념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인식 되는 개념인데, 이 CRM을 CRC(Customer Relationship Construction, 고객 관계 구축)로 바꾸면 그것은 ‘수단’이 아니라 마케팅의 참 ‘목적’이 됩니다. ‘구입자 만들기’, ‘고객 만들기’, ‘팬 만들기’ 등 표현이 무엇이 되었든 이것이야말로 마케터가, 브랜드가, 기업이 대명제로 삼고 실현해 나가 야 할 영원한 주제인 것입니다. 시장을 공략하여 반응을 수확한다는 개념이 언제부터인가 만연해 있는데, 시장 = 사람 = 고객은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하는 것, 관계 를 쌓아 가는 것입니다. 즉, 자사가 제공하는 가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을 늘려 나가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잊어버리면 구매라는 현상만을 좇고, 점유율 경 쟁과 타깃 공략의 전쟁 마케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경쟁사만 보 고 고객은 보지 않고 이기는 것(구입)만을 향해 달리면, 결국에는 투명 한 패키지를 입히거나 브랜드명 없는 상품을 제공하는 씁쓸한 현실을 맞게 됩니다. 제조업체는 지금이야말로 자사 상품, 브랜드를 아껴 줄 진정한 충 성 고객을 육성하지 않으면 소매업체의 파워에 맞서 싸울 수단을 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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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CRC의 개념 (생산물을) 소비하는 자 [소비자]

[관리]

[고객]

[구축]

[관객] 고객 관계 관리 방법

수단

목적

고객 관계 구축 진정한 팬 만들기

됩니다. 그러나 자사에 충성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기 전에 제품 또는 브랜 드가 먼저 고객에게 충성심을 가지고 접해야 합니다. 마음을 다하여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은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그 상품의 팬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구입이라는 행동은 상품의 장점을 이 해하고 팬이 되는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구입은 목적이 아니라 팬이 되기까지 의 과정 중 하나이자 요소에 불과합니다. ‘이해’하고, ‘구입’하고, ‘팬’이 되는 과정은 순서대로 이어지지 않아 도 괜찮습니다. 저가 제품이라면 일단 구입한 뒤에 그 상품의 장점을 알게 되어 팬 이 될 수도 있고, 고가 제품이라면 반대로 철저한 사전 조사로 알면 알수 록 동경하게 되고 팬이 되어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A to A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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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충성 고객의 의의 구매가 목표인 기존 상식에서는 마케팅 에너지가 매번 분산된다

가치의 지지자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발상을 가지면 에너지는 축적된다

분산

에너지 축적

재구매하게 한다 구입하게 한다

알린다

이해하도록 한다

에너지

구입하도록 한다

축적

축적 팬이 되도록 한다

에너지

에너지

후자는 AISAS에 해당합니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목표는 팬을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고객과의 유대감은 마케팅의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RM을 수단으로 이용해 보려는 자세로는 아무런 변화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천재일우의 만남 최대의 접촉 포인트는 ‘구입처’

그러면 그 중요한 고객 창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바로 ‘구입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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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는 자사 상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구입 해 주는 고객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커뮤니케이션이 ‘선택/구매’라는 형태로 결실을 맺는 곳이 구입처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발신된 다양한 광고 메시지가 공중에 대량으로 떠 다니고 있지만, 결국 자사 상품이 최종적으로 구입되는 곳은 겨우 몇 센 티미터밖에 안 되는 매대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업체의 영업부서는 소매점의 바이어와 힘겨운 교섭을 합니다. 여기서 잠깐, 한 매장에서 하루 1개 팔리는 상품 A가 어떻게 구입되 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한 번 보겠습니다. 상품 A는 자사 디자이너가 디자인해 준 패키지를 입고서 매대에 앉 아 있습니다. 상품 A 앞을 그냥 지나쳐 가거나 멈춰 서서 보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멈춰 선 고객이 그대로 지나가 버립니다. 다음 고객이 와서 또 보고 있습니다. 고객은 상품 A와 그 옆에 있는 상품 B를 비교해 보는 듯합니다. 고객의 손이 상품 A에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손은 옆자리에 있는 상품 B를 집고 사라집니다. 그 뒤에도 몇 사람이 지나갔으나 잠시 동안은 누구도 멈춰 서지 않 습니다. 드디어 한 고객이 다가옵니다. 머뭇거림 없이 손을 뻗어 상품 A를 집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품 A를 돌려 뒷면의 성분 표시를 읽습니다. 그러자 다시 매대에 돌려놓습니다. 이번에는 상품 C를 들고 똑같이 뒷면을 살피고 흔들어 보기도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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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결국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고 가 버립니다. 잠시 후 그 고객이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 한 번 상품 A를 집더니 이번에는 사용법을 읽습니다. 그 다음 다른 상품을 집어 들고 뭔가를 확인한 후 결국 상품 A를 카 트에 넣습니다. 계산대를 통과하고 상품 A를 장바구니에 넣고 집으로 갑니다. 여기까지가 상품 A의 ‘천재일우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구입처’라고 하는 ‘시작점’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비교하고 선택하는 단계에서 패키지의 역할 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접촉 포인트의 중요성이 인식되 고 있지만, 이 ‘구입처’만큼 중요한 접촉 포인트는 없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공중전을 치르고,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친 후 겨우 차지하게 된 매대는 드디어 지갑을 갖고 카트를 밀면서 구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고객과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만남 이후의 이야기

하루 한 개 팔리는 상품 A의 천재일우 이야기에는 후편이 있습니다. 상품 A를 데리고 집으로 간 고객은 패키지를 벗긴 다음 용도에 따라 상품 A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고객은 상품 A를 사용하는 것 외에 그것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상품 A가 어느 회사 출신인지, 같은 회사의 동료가 누 구인지, 심지어 정확한 이름이나 특장점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고객은 상품 A와 비슷한 다른 상품 B를 데리고 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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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상품 A는 버려집니다. 상품 A의 동료들은 오늘도 상품 A가 있던 그 매대에서 누군가 집으 로 데리고 가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끝) 조금 슬픈 결말이지만, 이것이 ‘천재일우 이야기’의 보편적 이야기 입니다. 내용을 조금 바꿔 볼까요? 만약 상품 A가 고객과 아주 짧은 대화라도 나눌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를테면 자기소개. 다른 상품에는 없는 특기나 장점, 탄생 배경, 상품 A를 낳고 키운 회 사 이야기 등. 그것을 알리고 이해시켰다면 상품 A는 고객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 이고, 숨겨진 장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상품 A를 만든 회사와 대화한다면 상품 A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며, 상품 A의 다른 형제들까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고객과 관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상품의 역할입 니다. ‘상품’ 자체가 마케팅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말입니다. 1000명 중 단 1명의 고객에게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구입해 준 ‘그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은 ‘이야기꾼’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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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액션 마케팅의 개념 구조화 마케팅

구입처를 기점으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구입 이후의 마 케팅’을 말합니다. 구입까지의 마케팅도 물론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구입해 준 ‘그 사람’과 상품을 계기로 오랜 만남의 구조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어쩌다 생긴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자사가 제공 하는 가치의 지지자를 확실하게 육성해 가는 구조화 마케팅의 시작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는 마케팅을 경비 투입이 아니라 투자로 보고 자산화 하려는 개념입니다. 특히 NB와 PB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앞으로 어떤 의미에서 유

그림 11 사용자는 어느 쪽으로 귀속되는가? ∙ 지금 구입해 준 그 고객은 매장의 ‘편리성’을 구입한 것인가?

∙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가치’를 구입한 것인가? 제조업체 고객? 매장 고객?

제조업체 상품 제공 소매업체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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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고객의 귀속 문제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졌 습니다. 즉, 지금 특정 매장에서 특정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가치 중심’의 고객인지, 아니면 매장에 따라 구입하는 ‘편의성 중심’의 고객인지를 가르는 경쟁입니다. 앞서 상품 A의 사연을 보았는데, 이는 일상의 마케팅 활동 가운데 ‘구입 순간’과 ‘구입 후’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기회 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경시되어 왔는지를 실감하고자 제시한 이야기입니다. 마케팅을 생각할 때 습관적으로 숫자를 보게 되는데, 실제 각 매대 앞에서 각각의 고객이 그 같은 구입 과정을 거치고, 또 구입 이후에도 만 남이 지속된다는 것을 안다면 패키지는 보다 웅변적으로, 웹사이트는 보다 친근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과의 만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매스 마케팅의 근간인 AIDMA 이론은 마지막 행동(Action)까지의 이론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A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마케팅에 대해 진지

그림 12 애프터 액션 마케팅의 개념

매장에서 발생하는 A to A구매 [행동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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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가치의 지지자를 획득하려는 노력 [인지심리학]


하게 고찰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A(Attention)에서 A(Action)까지 이루기 위해 쏟아부은 지금까지 의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마지막 A가 발생한 시점을 시작으로 구입 해 준 ‘그 사람’과 진지하게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다시 한 번 ‘관심’, ‘열 망’, ‘기억’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조업체 본래의 목표인 고객과의 ‘관계 구축’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

이 책에서는 액션, 즉 구입을 목표로 하는 기존 마케팅을 비포 액션 마케 팅(Before Action Marketing), 그 액션에서 다음을 생각하는 마케팅, 즉 구입을 기점으로 하는 마케팅을 애프터 액션 마케팅(After Action Marketing)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전부는 아니어도 90:10 정도의 비율 배분으 로 비포 액션 마케팅에 치중해 있을 것입니다. 그 비율이 실질 비용 측 면에서 70:30 또는 60:40 정도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향후에 는 50:50, 아니 애프터 액션 마케팅의 비율이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입 니다. 그만큼 ‘충성 고객’이라는 자산의 유무가 사업을 좌우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비포 액션 마케팅과 애프터 액션 마케팅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구 입처입니다. 그곳을 접촉 포인트로 본다면 패키지는 ‘미디어’입니다. 미디어로서의 패키지는 두 가지 역할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입을 위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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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비포/애프터의 접점에서 패키지의 역할

구입해 준 그 사람과 어떻게 대화할까?

아직 구입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구입하게 할까?

매장

(≑ 구매 실현)

(≑ 관계 구축)

패키지의 두 가지 역할 ① 구입하게 한다(Before Action) ② 팬이 되게 한다(After Action)

두 번째는 팬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 패키지의 첫 번째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입으로 가는 최종 단 계에서 호감을 얻거나 광고를 상기시키거나 구입을 결정짓는 POP 역할 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매장 상황이나 구매 패턴의 변화로 인해 패키지의 역할 기 대가 더 높아졌고, 그래서 너무 지나쳐 수위를 낮춰야 하거나 아직 더 많 이 보완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지만, 패키지가 담당하는 이 첫 번 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가능성을 가지 고 있습니다. 그러면 본론인 애프터 액션 마케팅에 대해 살펴볼까요? 이 마케팅의 시작도 패키지입니다. 패키지의 두 번째 역할이 여기 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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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가게의 안내문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는 CRM을 잘 실행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나가사키에서도 매우 유서 깊은 가게 의 카스텔라8)를 선물받았습니다. 고급스러운 상자에 곱게 싸인 패키지 만 보더라도 예사롭지 않은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어 보니 고급 한지에 정갈하게 적힌 안내문이 들어 있고, 그 내용 에는 우선 카스텔라를 깨끗하게 자르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칼을 가볍게 불에 데운 다음 젖은 수건으로 닦은 후 자르면 빵이 칼 에 묻지 않고 깨끗하게 자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깊은 향, 폭신하고 부드러운 모양의 카스텔라 한 조각이 촉촉하게 입 안 가득 퍼집니다. 그 달콤한 맛을 즐기며 안내문을 마저 읽어 내려 가자 원조부터 거 슬러 올라간 역사가 적혀 있고, 오랜 시간을 거쳐 유지되어 온 철학이 소 개되어 있습니다. 신뢰와 감동이 점점 더 증폭되는 것을 느낍니다. 또 몇 백 년 이상 전해 내려온다는 전통 제법에 대한 설명도 있습 니다. ‘바닥 부분에 미묘하게 건더기 같은 식감이 느껴지십니까? 그것이 비밀리에 전해 오는 제법의 증거입니다. 기계로 구운 것이 아닙니다’라 고 적혀 있습니다. 그 글을 보니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안내문을 다 읽고 난 다음 필자는 카스텔라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 은 기분이었고, 이후 나가사키에 갈 기회가 있으면 그 가게에 들르는 것

8) 카스텔라는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전해졌고 이후 나가사키

가 일본 카스텔라의 본고장이 되었다. 그 제법이나 형태는 포르투갈과는 다른 일본 독자 적인 것으로 변형 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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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 안내문 한 장이 없었다면 단지 맛있게 먹은 것으로 끝났을 것입 니다. 이것이 바로 애프터 액션 마케팅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알면 알수록 정이 가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믿 음이 가는 것도 인지상정입니다. 패키지의 두 번째 역할, 그것은 지금 구입해 준 ‘그 사람’과 커뮤니 케이션하는 것입니다. 이 카스텔라를 예로 들면 필자는 주목의 A도, 구입의 A도 없었지만 안내문 한 장으로 IDM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사 제품이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한 노포(老鋪) 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안내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맛있게 먹어 주기를 바라는 따뜻 한 마음의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가게 자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담백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 없 이 그 인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비교적 고가의 고관여 제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 다. 저가의 일용품 마케팅에서는 전혀 다른 CRM이 있어야 합니다.

한 명의 ‘그 사람’을 위해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드는 종이 안내문 대신 웹사이트라고 하는 편리한 도구가 있습니다. 패키지를 통해 웹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거나 온라인 주문에 대한 안 내도 가능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구매를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접근 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상품의 전달자로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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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패키지에서 웹사이트로

알려야 할 사실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전하고 싶은 마음, 교감하고 싶은 마음으로 패키지에 많은 정보를 싣는다 해도 읽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고, 웹사이트의 접속은 이보 다 더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십 명 중 한 명, 아니 수백 명 중 한 명이라도 괜찮습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이 대화에 응해 주는 고객은 그 마음에 무언가가 남을 것이고, 또 다음으로 이어지는 무언가가 축적될 가능성 이 있기 때문에 매일 아주 적은 수의 고객이라도 오랜 세월이 흐르면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자사 미디어인 패키지와 웹사이트에 지금 구입해 준 ‘그 사람’에 대 한 서비스를 조금 성의 있게 준비해 두는 정도는 현행 마케팅 커뮤니케 이션에 투입하는 전체 비용 측면에서 보면 아주 적은 금액에 해당할 것 입니다. 구입이 이루어진 그때, 상품을 손에 쥔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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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우선 생각을 바꾸고, 조금씩이라도 실행에 옮겨 보십시오. 효과의 유무는 아이디어에 따라 다르지만, 실행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의 결정은 전혀 차원이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n×0=0이지만, n×x=nx입니다. 구매 고객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효과는 영원히 제로이지 만, 어떤 형태로든 애프터 액션 마케팅을 실행한다면 효과는 반드시 발 생합니다. x를 변수(아이디어에 따라 효과가 변하는 지수)로 보면 가능성은 n×∞가 됩니다. 자사 브랜드의 지지자가 확실히 증가해 갈 것이라는 뜻 입니다.

의사 결정자의 의지가 중요

“우리는 이미 애프터 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 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손가락 하나 담근 정도의 자세로 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절반 이상 몸을 담그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 다.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마케팅을 담당하는 중역, 아니 기업의 대표 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는 브랜드의 미 래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비포 마케팅은 이미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에 많은 사례가 있고, 이론·기술·전문가도 있어서 예산만 제시하 면 훌륭한 플랜이 즉각적으로 수집되고 실행도 용이합니다. 그러나 애프터 마케팅의 영역은 아직 그 의미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부족하고, 이론이나 기술도 미숙하기 때문에 기업이 강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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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좀처럼 진전되지 않습니다. 집을 짓거나 혹은 건물을 짓고자 할 때 우수한 설계사나 기술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모여도 오너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정하지 않으면 일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오너의 결정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사나 기술 자들이 주어진 예산을 토대로 마음대로 공사를 시작하고, 그리고 완성 시켰다면 어떻게 될까요? 얼핏 깨끗하고 새로운 설비도 많은 듯 보이지만, 그 결과물은 설계 사나 공사 시공자의 개인적 취향을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 지금의 마케팅도 그와 같습니다. 브랜드 정책이 애매모호해도 예 산만 제시하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방안들이 모이고 실행됩니다. 물론 그 내용의 대부분은 비포 마케팅의 실행안들입니다. 철학 없는 마케팅.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서비스. 염치없는 호객 행위. 안타깝게도 이는 실제 매우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제조업체는 서비스업으로

애프터 액션 마케팅이란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정책의 표출입니다. 브 랜드의 인격을 이해할 수 있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는 테크닉을 구사하는 기술자에게 맡길 부분이 아닙니다. 브랜드로서, 기업으로서 고객과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구축해 갈 것인가, 즉 어떤 고객과 어떤 교감의 시장을 키워 갈 것인가에 대한 정책 결정입니다. 때문에 그 기본 방향은 브랜드 경영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구입처 기점의 애프터 액션 마케팅은 그만큼 깊은 의미로 생각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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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단가 × 인원 수 × 빈도라는 방정식을 바탕으로 구입을 목표로 하 는 마케팅은 매뉴팩처의 마케팅일지는 몰라도 메이커의 마케팅은 아닙 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입이 아니라 팬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서비스 정신입니다. 전통을 이어 오는 유서 깊은 음식점 의 마음가짐과 같은 것입니다.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즐겁게 먹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맛집은 고객이 만드는 것입니다. 고급 요리든, 일반 음식이든 그 가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고객이 가게를 빛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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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북레터 <인텔리겐치아>를 보셨습니다. 매일 아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지식을만드는지식 저자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텔리겐치아>사이트(bookletter.eeel.net)를 방문하면 모든 북레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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