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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복잡계 PR 김일철


누구도, 아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

관계에 대한 재해석 기존의 PR가 ‘조직과 공중의 관계(Public Relations)’에 관여했다면 복잡계 PR는 ‘개인 간 상호작용(personal reciprocity)’에 주목한다. 곧 복잡계 PR란 정보사회를 넘어 꿈의 사회(dream society) 혹은 르네상스 사회 (renaissance society)를 지향하는 변화 속에서 이러한 변 화가 함유하는 PR 환경인 시장과 매체와 기업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이들 사이에 적합한 관계 모형(혹은 개념)을 탐색해 보려는 것이다. 따라서 복잡계 PR란 ‘변화 하는 환경에서 PR에 대한 고민’으로서 정형화된 용어나 개념일 수 없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뉴(新) PR’, 혹은 ‘PR 2.0’ 등의 단어를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색하려는 PR는 기존 PR의 연장선상이 아닌 다른 차원(dimension)의 논의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의 내용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겠지만 술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당연히 용기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대량에서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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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으로,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일방에서 쌍방 혹은 네 트워크로, 누적에서 창발로 진화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오늘과 내일은 결코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변화 공간 속에서 PR의 궤적은 과거 발신 자 중심에서 출발, 쌍방 호혜의 공익을 추구하다가 종국에 는 공동선이라는 온전함(integrity)을 지향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전제며 가설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이 제까지의 모델화 작업처럼 종이라는 평면 위에 활자와 선 에 의한 정체된 2차원의 그림으로밖에는 구현할 길이 없 다. 즉, 시장과 매체와 조직을 각기 X, Y와 Z로 하는 3차원 공간 속에 A(과거)에서 B(미래)에 이르는 선분으로밖에 는 표시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다. 이때 선분의 위상이 나 기울기는 사회 변수(f)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각각이 정지된 화면을 재생할 뿐이다. 이것이 이 제껏 광고나 PR를 망라하는 마케팅 이론의 한계다. 시장 은 비평형으로 역동적이며 소비자는, 또 경쟁사는 우리가 설정한 대로 정지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의 모델은 동영상이 구현되는 e북 위에서 입체 모형이 변 수의 입력에 따라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모듈이 되어야만 한다. 이때 공간 속 변화는 선분이 아닌 에너지로서 마치 우주의 은하계와 같은 위상을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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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PR가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앞의 환경 변화를 포함한 외부적 원인 외에 좀 더 근원적인 내부적 문제가 있다. PR는 산업혁명 이후 사회화에 따른 태생적 한계로 그 출생 배경을 사회학에 둔다. 인문학적 고민에서 접근 해야 할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이로 비롯된 문제들을 그들이 속한 배경이나 환경에서 더 천착하는 것이다. 일례로 원 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도 지역 주민과 갈등 관계를 극복한 사례가 없다. 원전은 그 특성상 인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의 암반 지 형을 기본으로 한다. 한마디로 척박한 곳이다. 우리나라 는 원전이 밀집한 지역들은 과거 유배지와 상당 부분 일치 한다. 이곳 지역 주민들의 정서와 장소가 다른 지역과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정책 홍보(Public Affairs)는 이 러한 차이를 충분히 고려, 반영하지 않는다. 구역상 부산 시 기장군은 서울시 강남구와 같은 행정단위일 뿐이다. 인간의 삶은 그것이 정치 활동이든 경제 행위든 혹은 사회 문화적 교류든 간에 모두가 관계에 기초한다. 이러한 관 계를 기계적 혹은 기술적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망 하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스몰리(Smalley, 2007)는 󰡔관계의 DNA󰡕라는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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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는 모두가 관계에서 비롯되며 나머지는 모두가 사소한 것들(Life is relationship, the rest is just detail)” 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관계(relation)와 스몰리의 관계(relationship)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점잖은 사람을 신사(gentleman)라고 하며 그러한 태 도나 가치가 일상화된, 곧 몸에 배어 있는 경우를 두고 신 사도(gentlemanship)라고 하며 시민(citizen)이 권리와 자유 못지않게 책임과 의무에 충실할 경우 시민 정신 (citizenship)이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관계에도 나름의 질서와 가치가 엄연히 존재한다.

공익과 창의 본문에서 상세히 논의하겠지만 광고는 한국과 일본 그리 고 중국 모두가 발음은 비록 상이하지만 같은 단어(廣告) 를 공유한다. 하지만 PR의 경우 한국은 홍보(弘報), 일본 은 광보(廣報), 그리고 중국은 공공관계(公共關係)로 표 기한다. 발음은 물론 표기도 서로 다르다. 이에 관해서는 언어학적 혹은 경영학적인 후속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 겠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관계(꽌시)다. 중 국인들이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Relationship과 등가에 놓 을 수는 없겠으나 물리적 관계 이상임에는 분명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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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공동사회(gemeinschaft)의 관계와 이익사회(gesellschaft)의 그것으로 대조해 볼 수 있다. 본 디 인간관계는 이해와 협력에 기초한 공동사회를 기반으 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인구 팽창 과 빠른 도시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양적 생산성 의 추구는 필연적으로 배타와 경쟁을 전제하는 이익사회 로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근대적 의미의 PR가 출현하고 성장해 왔다. 정신이 몰락하고 기법만 남게 된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촉발된 정보혁명은 이제 모바일과 스마트폰에 의한 완벽한 네트워크를 구축, 롤 프 옌센(Rolf Jensen, 2013)이 말한 󰡔꿈의 사회(Dream Society󰡕(2001)를 넘어 르네상스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생산을 위한 핵심 요소는 토지도 노동도 자본 도 아니다. 3D 프린터가 상징하듯 오로지 창의(creativity) 가 경쟁력일 뿐이다. 이제 창의는 문학과 예술을 위한 창 작 활동을 넘어 생존을 위한 경제 활동의 필수 요건이다. 이 정부 들어 생긴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대변한다. 창의와 관계는 무슨 상관인가? 창의는 관계에서 비롯된 다. 아이디어 발상에 관한 최고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 는 제임스 영(Young, 2009)의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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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ique for producing ideas)󰡕에 따르면 창의는 오래 된 소재들의 새로운 조합(new combination of old elements)에 지나지 않는다. 신화적 성공을 거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제품들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전 혀 없다. 단지 조금 개선하고 다르게 결합했을 뿐이다. 그 는 생전에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 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모두에 서 미리 밝혔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복잡계 PR는 ‘개인 간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상호작용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 포되어 있다. 그 첫째가 주고받기(give & take)다. 받기 위 해서는 주어야 하며 뭔가를 주었을 때 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쌍방이 대등 혹은 호혜의 원칙 을 준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총체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의 미에서 종전의 PR 이론들은 그것이 쌍방향 균형이든 우수 혹은 윤리적 의사 결정 등 어떤 수식어를 갖다 댄다 하더 라도 이러한 상황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서 한계를 갖는다. 새 술이 아니라 그 술을 담는 부대의 규 격과 재질이 바뀐 것이다. 당연히 술에 대한 기호 또한 바 뀌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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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콤의 혼재와 PR 마콤(marcom)이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marketing

communication)의 축약어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IMC) 이후 등장 한 용어니 그 역사가 불과 20년 안팎이다. 마케팅 믹스의 4P 가운데 하나인 판촉(promotion) 수단(discipline)들이 광고와 PR에서 점차 판매 촉진(sales promotion), 이벤트 와 전시, 다이렉트 메일, 뉴미디어와 인적 판매(personal selling)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그 종류가 다양해지기 시작 하자 이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한데 묶어 마콤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세분화는 필연적으로 경계를 모호 하게 한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대학교에 개설된 광고 홍보 관련 학과의 교과목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학과 명칭은 물론 유사한 교과목에 대한 제목도 제각각인 데서 알 수 있다(김일철·남인용, 2006). 또 다른 예로는 각 기업체나 대행사들이 앞다투어 시행 중인 각종 공모전에서 볼 수 있 듯이 이것이 IMC 공모전인지 광고나 PR 공모전인지 모호 하다. 주최 측은 그 분야를 명시해서 공고하지만 출품작 이나 심사 과정에서는 엄격한 구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마콤의 여러 수단이 혼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 한 뒤엉킴의 배경에는 횡적으로는 환경 변화가, 종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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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수요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횡적인 환경 변화란 산 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 장과 매체 그리고 메시지에 관한 변화다. 소품종 다량 생 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과 제품 수명의 단축, 가격과 품 질에서 서비스와 감성으로의 전환 등을 포함한 수요와 공 급의 대역전이라는 국면 전환이 자리한다. 이러한 요인들 이 마콤 수단의 혼재를 부추긴다. 종적인 수요 변화란 소 통이라는 관점에서 마콤의 변화를 의미한다. 일방에서 쌍 방으로, 밀어 넣기(push)에서 골라 받기(pull)로의 전환은 마콤에 관한 정보 수용의 선택권을 전적으로 그 이용자가 갖게 한다. 제공자 입장에서는 그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 으며 그 과정에서 중복과 혼재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과 도기적 현상이 어떻게 발전해 갈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다하더라도 IMC나 광고는 물론 여타의 마콤 수단들과 더불어 PR의 영역 설정과 핵심 개념에 대한 정 제는 실무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모두 필요하다. 현업에서 는 광고 대행사들과 홍보 대행사들이 (아직은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았지만 군소의 판촉 대행사 혹은 부티크들과 더불어) 서비스 영역과 자기 정체성에 대해 부단히 고민 하는 모습을 본다. 어쩌면 이는 마콤 업계에 국한된 고민 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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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경쟁사로 휴대전화 회사 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계의 고민은 차치하고 라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이론이나 모델을 제 시해야 하는 학계로서는 더 이상 이러한 모호한 상황을 방 치해서는 안 된다는 조급한 심정에서 우리는 이 책의 집필 에 착수한다. IMC의 핵심 가치가 통합의 완성(integrity) 이고 광고가 경험의 확대(confirmation)라면 PR의 그것은 관계의 구축이 아닌 (생래적인) 관계의 회복(relationship) 이다. 복잡계 PR가 추구하는 개념과 이론화는 이러한 핵 심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책의 구성 각 장에서 논의하려는 내용들이 바로 이 술과 부대에 관한 것들이다. 같은 물놀이라 하더라도 유속이 빠른 강이냐 혹은 실내수영장과 같이 고여 있는 물이냐에 따라서 게임 의 종목과 룰은 달라져야 한다. 하물며 그 차이가 폭포와 같이 내리쏟는 물줄기와 호수와 같은 평온함만큼이나 다 르다면 이는 술과 부대 모두에 대한 재고가 불가피하다. 관계의 미학에서는 관계를 보는 사회적 관점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조망해 봄으로써 PR의 출현 배경부터 시기 별 이론이나 모델이 변화해 온 과정을 다룬다. 대전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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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떤 명칭, 어떤 주장을 펴든지 간에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등장한 제 이론은 모두가 조직 곧 생산자의 이익 을 대변하거나 최소한 우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 이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사회가 갖는 토양적 특성 이며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요소 환원주의라는 기계론 적유물론의 토양은 수요에서 공급에 이르는 대량생산 방 식이나 송신자에서 수신자에 이르는 대중전달을 비가역 적 일방향으로 고착시켜 놓은 것이다. 지배 철학은 물론 시장을 중심한 사회구조, 매체 성격, 메시지의 제작과 전 달 권한 등이 한쪽에 편중된 구조를 전제로 한다. 모든 개 념이 생산과 소비, 송신자와 수신자, 자극과 반응 등 이항 대립적 틀 안에서만 용인되던 시절이다. 이름하여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기반으로 하는 단순계 패러다 임의 세상이다. 복잡계 프레임은 이 책의 전반적 논의를 위한 프레임이 라고 할 수 있다. PR를 구성하는 기존 개념이나 이론들을 오늘 우리 사회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과학철 학적 바탕이 단순계적 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오늘의 SNS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바탕이 필요하 다. 복잡계를 그 대안으로 채용하여 복잡계 프레임에서 기존 PR의 한계와 새로운 모색을 조직과 공중 그리고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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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의 차원에서 논의한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에 서 뉴턴(Isaac Newton)에 이르는 근대과학 이론은 기계 론적 유물론에 기초한다. 하지만 오늘날 진보하는 과학 이론은 요소 환원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분의 합이 전체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체를 분해해 서 파악한 부분적인 설명들을 다시 모은다 해도 본래의 전 체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발견이다. 전체 속에 내재된 숨겨진 질서(hidden order)는 분해하는 과정 에서 소실된다. 그 안에서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 는 에이전트들의 프랙탈이나 자기 조직화를 통한 창발은 전체주의적(holism) 관점에서만 파악이 가능하다. 󰡔르네상스 사회(Renaissance Society)󰡕는 미래학자 롤 프 옌센(Jensen, 2013)이 출간한 책 제목이다. 앞 장의 복 잡계에 대한 간략한 이해를 바탕으로 2장의 (르네상스) 사 회 변화 그리고 이어지는 3장의 (팽창하는) 시장 변화 등 3 개의 장(2, 3, 4장)은 이후의 3개 장(5, 6, 7장)과 더불어서 PR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조직, 공중, 관계(7, 8, 9장) -가 갖는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 탕으로 하는 종합적 함의를 담는다. 맨 앞의 3개 장은 거 시적, 다음의 3개 장은 중간적 그리고 최종의 3개 장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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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디 옌센은 2010년 󰡔르네상스 사회󰡕보다 앞서 2001년, 󰡔꿈의 사회(Dream Society)󰡕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정보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 것인가 하는 물음 에서 비롯된 연구 결과로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하는 미래는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PR에 대해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이러한 예측은 대니얼 핑크의 책(Pink, 2005)이 나 하와이대학교 미래학 교수 제임스 데이터(James Dator)의 강연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제302회 과학기 술정책포럼 및 미래전략포럼’, 2009. 5) 팽창하는 시장이란 좁게는 글로벌화와 넓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사이버공간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앞 장들에서 다룰 사회적 변화가 공공 PR나 정책 PR 등 비정 부나 비영리 분야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시장의 변화는 영리 PR 곧 그것이 기업(CPR)이든 상품(MPR)이든 막론 하고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이 글로벌화하는 만큼 기업 또한 글로벌화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별 상품 주기(PLC)의 차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 회, 문화에 걸쳐 총체적으로 차이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시장 환경에서 여하히 조직이나 상품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형성, 유지해 갈 것인가가 심각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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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시공간의 확장이라는 물리적 이해 못지않게 그 안에 흐르는 혹은 팽 배하는 기류와 공기를 감지하는 화학적 내지 생물학적 분 석이 필요하다. 바람직하게는 이들을 종합하여 전체를 하 나의 유기체로 받아들이는 생태학적 공감이 요구된다. 근 자에 광고나 PR 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에서 감 지되는 투명성이나 진정성과 같은 감성적 표현은 설득을 위한 강도 높은 어휘의 선택이 아니라 그러한 수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 부분은 마지막 10장에서 논의할 것이다. 호흡하는 매체란 매체 그 자체를 보유자, 사용자 혹은 이용자 등과 동일시하는 관점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 (TIME)≫이 ‘올해의인물(Persson of the Year, 2006)’로 보통 사람(You)을 선정한 것은 유튜브(Youtube)에서 보 듯이 개개인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시사한다. 인터 넷이 있기도 전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The medium is the message)’ 혹은 ‘마 사지(The medium is the massage)’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제는 ‘사람이 곧 메시지(The man is the message)’인 시대가 도래했다. 결국 매체와 메시지 그리고 사람이 하나로 아우러지는 세상이다. 공중은 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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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거쳐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커뮤니티 로 전환된 지 오래며 매체와 메시지가 사람과 일체가 되어 버린 만큼 관계란 결국 커뮤니티 혹은 커뮤니티 구성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전 산업사회 혹은 단순계 시절 이 관계를 구축, 예측, 분석 혹은 통제하던(적어도 자 신들의 주장에 따르면) 마케터(송신자, 공급자)가 배제되 었다(outsider)는 사실이다. 관찰자로부터 참여자로 전환 이 시급하다. 퀼트 메시지는 말 그대로 조각보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젠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사는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 다. 알 필요가 생기면 내 손안에 다 있을뿐더러 남의 생활 이 더 이상 관심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이웃집 수저통에 젓가락이 몇 개면 무슨 상관이랴. 나 살기도 바쁜 세상이 다. 홍수가 나면 가장 필요한 건 식수라고 한다. 정보가 넘 치는 정보화 시대에 내게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잡음(noise)일 뿐이다. 고도의 안테나와 정교 한 퍼즐 조각이 필요할 뿐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 지향 사격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소비자들 은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췄고 시민들은 더할 나위 없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얼마나 설득적인가는 중 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그가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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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쓰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경 험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의 메 시지 맵을 채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발달한 뇌 과 학과 인지심리학 덕분에 우리는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의 타종 실험에서와 같이 더 이상 개 취급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식의 외 부 자극에 단순 반응하는 아메바 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조직과 정체성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나는 생산자인 가, 소비자인가? 송신자인가 아니면 수신자인가? 출퇴근 의 의미는 무엇인가? 누가 나인가? 나는 어디까지인가? 사회학자 조지 미드(George Meed)는 말한다. “한 개인의 정신 분야 또는 장소는 사회 활동만큼이나 멀리 확장되어 야 한다. 따라서 그 영역은 개인이 속한 생물체의 피부 안 쪽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Strauss, 1964). 그런가 하 면 그레고리 베이트슨(Bateson, 1972)은 “인간의 유일한 실재적 자아란 인간과 사회, 환경을 합한 사이버 네트워 크 전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켄 윌버(Ken wilber, 1977)는 의식의 스펙트럼에서 인간 의식 수준을 에고와 실존 그리고 정신의 3단계로 구분하고 동서양의 철학과 심리학을 이 범주 안에 포함시킨다. 여러 이론들은 단지 서로 다른 파장과 서로에게 수직의 전기적이고 자기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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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축약한다. 결국 앞서 매체에 관 한 논의에서 다뤘듯이 둘 다를 수용하는 접근이 필요하 다. “관찰은 반드시 관찰자에게 외부적이어야 한다”는 콩 트(Auguste Comte)의 명제는 더 이상 진실일 수 없다. 조 직(기업)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며 참여자로서 동시에 관찰의 대상으로 남는다. 공중과 커뮤니티에서는 공중이 커뮤니티로 전환되는 이 유와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에 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공동사회’를 뜻하는 것으로 이 는 퇴니스(F. Tonnis)가 말하는 공동사회(gemeinschaft) 와 이익사회(gesellschaft)의 중간 형태쯤을 상징한다. 산 업사회에서 규모에 따라 분류되던 대중과 공중 그리고 분 중 등의 구분은 이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시공의 제약을 받는 고착된 물리적 규모가 무의미해졌을 뿐더러 목적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모였 다 흩어질 수 있는 체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 PR에서 말하는 조직도 공중도 그 울타리를 해체당한 것이 다. 따라서 그 용어나 개념 또한 열린 조직이라든지 커뮤 니티 등으로 치환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렇게 가변적이 며 비정형화된 커뮤니티와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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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냐다. 복잡계의 자기 조직화(Self Organizing)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경영 컨설턴트 오웬(Harris Owen)은 이 를 두고 파도타기(wave rider)라는 표현을 쓴다. 관계와 네트워크에서는 일방향에서 쌍방향, 나아가 전 방위적인 방사선 내지 네트워크화하는 연결망의 확산과 이러한 사회적 구조가 전통적 PR 개념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스몰리(Gary Smalley)의 주 장처럼 사회생활의 모든 것은 개인과 가정, 사회를 망라하 고 ‘관계’에서 비롯되고 또한 완성된다. 문제는 이 관계의 범위와 구조가 점점 더 확산되며 복잡해져 간다는 사실이 다. 그러나 겉으로 복잡해 보이는 관계 이면에는 숨겨진 질서(hidden order)와 패턴(pattern)이 존재한다는 게 복 잡계의 관점이다. 복잡계 PR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계약의 토대 위에 구축된 인위적 관계 그 근저에 뿌리를 둔 본질 적 질서 곧 인본적 가치에 주목한다. 앞으로의 PR가 인문 학적 사유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원전과 지역 주민의 갈등을 다루는 정책 PR가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도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둔 장 소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행정구역상의 지역으로 획일화하 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온전함으로의 회귀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진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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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새로운 PR가 지향해야 할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온 전함은 본디의 모습이다. 본래 우리의 관계는 온전했었 다. 원시 수렵 시대부터 농업 사회에 이르기까지만 해도 공동체 혹은 공동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산 업혁명 이후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분업 에 분업을 더해 가면서 기계화로 치달았고 동시에 그만 큼의 가치를 상실해 갔다. 대량생산을 위한 3S 곧 단순화 (Simplification)와 표준화(Standardization), 그리고 전문 화(Specialization)는 획일화를 부추겼고 생산라인의 콘베 이어 벨트는 선형적 사고를 고착화했다. 할 수만 있다면 노동력에 필요한 손만 가져오고 (잡생각으로 생산성을 저 하시키는) 머리는 떼어 놓고 싶을 정도였다. 생산성을 향한 끝없는 분업은 해체를 넘어 가치를 살해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집단 간 소통과 사회적 통합 의 요구가 높지만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기호와 해독의 문제가 아니라 분업으로 상실한 가치 의 회복을 전제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통합은 그 너머 의 온전성(Integrity is the etymology of integration)을 지 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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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일철 · 남인용(2006). 우리나라 대학들의 IMC관련 교과 운영 및 교육상황에 관한 연구. ≪한국광고홍보학보≫ 8-3. 다니엘 핑크(2007). “새로운 시대가 온다”. 한국경제신문사. Anselm Strauss, ed.(1964). George herbert Meed on Social

Psychology.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243. Gary Smally(2007). The DNA of Relationship. Tyndale House Publishers. Gregory Bateson(1972). Steps to an Ecology of Mind. Ballantine Books. James Web Young(2009). A Technique for Producing Ideas: The

simple, five-step formula anyone can use to be more creative in business and in life. Waking Lion Press. Ken Wilber(1977), 박정숙 역(2006). The Spectrum of

Consciousness. 󰡔의식의 스펙트럼󰡕. 범양사. Rolf Jensen(2013). The Renaissance Society: How the Shift from

Dream Society to the Age of Individual Control will Change the Way You Do Business. McGraw-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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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누구도, 아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

01

관계의 미학

02

복잡계 프레임

9

03

르네상스 사회

25

04

팽창하는 시장

33

05

호흡하는 매체

43

06

퀼트 메시지

07

조직과 정체성

08

공중과 커뮤니티

75

09

관계와 네트워크

85

10

온전함으로의 회귀

1

53 65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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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관계의 미학

‘거리는 아름다움을 소멸시킨다’고 미학은 말한다. ‘안 보면 멀어진다’고 속담은 경고한다. 결국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선문답에 멈춘다. 정보사회에서 전통적 PR가 말하는 관계의 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SNS 환경에서 그것은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할까?


생각보다 좁은 세상 우리에게는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Kevin Bacon)의 6단계(6 degree of separation)로 유명한 이 이 론은 본디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이 1967년 미국 심리학회에 발표한 실험 결과에서 유래한 6단계 법칙에 기인한다. 이를 토대로 소위 관계지수(RI, Relationship Index)를 개발한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6 단계의 최대 관계 지수를 6.0으로 할 때 우리나라(3.4)는 미국과 같은 서구(4.7)에 비해 그 밀도가 더 높다고 한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관계’는 무엇을 의미할까? 마크 그라 노베터(Mark S. Granovetter) 교수는 ‘약한 관계의 강한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을 강조한다. 한문에도 ‘불 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곧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 도 안 된다는 표현이 있다. 또 ‘안 보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속담도 있다. 이렇듯 사람과 사 람 사이의 관계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깊이에 따라 달라 진다. 이 둘을 묶는 게 사회적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그 리고 이러한 관계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공중관계학’ 곧 PR라고 하겠다. 교통과 통신의 눈부신 발달로 물리적 거리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이나 카카 오톡과 같은 SNS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비용 제약 없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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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나 텍스트는 물론 화상 채팅과 같은 동영상 대화나 콘 퍼런스가 가능해졌다. 초고속 통신망과 모바일 기기의 확 산으로 지구촌 어디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든 거의 실시간 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세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PR의 입장에서 바람직한지, 불편한 현실인지 다투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한 논의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이미 그러한 환경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비추어 기존 PR가 갖는 이론이나 개 념의 한계를 살펴보고 이를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도록 수 정 혹은 개선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전통적 PR를 돌아보고 그것이 갖는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전통 PR에 대한 회고 PR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PR를 어떻게 정의하느 냐에 따라 얼마든지 길거나 짧아질 수 있다. 서양의 경우 멀게는 기원전 2000년경 이라크에서 발견된 파종이나 관 개 등의 농사 기법에 대한 고지 혹은 로마 시인 바질 (Virgil)이 읊었다는 농업에 관한 시에서 가깝게는 기원전 4세기 시라큐스에서 발원하여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완 성된 수사학을 PR에 관한 학문적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근대에 들어서는 19세기에 확산된 서커스 흥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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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기 위한, 혹은 대통령 선거의 공중 지지 획득에서, 더 가까이는 양차 대전 중 심리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도 멀리 조선 시대 범인을 잡기 위한 현상 포스터 인 방(旁)에서부터 8·15 해방 이후 미 군정청 내의 대민 선무 활동 부서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다. 따라서 PR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학문적 관 점에서 이에 관한 자세한 공부를 원한다면 김영욱의 󰡔PR 커뮤니케이션󰡕이나 보다 축약된 그의 책 󰡔PR 커뮤니케이 션 이론의 진화󰡕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보다는 PR를 어떻게 이해했으며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해 왔는가 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앞 서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의 의도가 첫째, 빠르게 변 화하는 시장과 매체 그리고 조직(기업) 환경에 어울리는 PR 개념을 탐색하기 위함이요, 둘째로는 그러한 모색이 학문적 혹은 이론적이기보다는 실용적 내지 실무적 지침 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루닉과 헌트(Grunig & Hunt)의 4모델을 포함, 기존의 PR에 관한 제 이론들은 조직과 공중의 관계를 다루는 데 거 의가 하나같이 조직 중심 혹은 조직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이는 좁게는 애초 조직의 이익에서 비롯된 PR 의 태생적 한계와 넓게는 산업사회가 갖는 선형적 생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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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내지는 이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농업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 이동하면서 급격한 인구 의 도시 이동과 함께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로 치닫는다. 사회구조는 퇴니스가 구분한 대로 공동사회 (gemeinschaft)에서 이익사회(gesellschaft)로 전환한다. 농촌 사회에서 대인 관계는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정해지 고 규제된다. 사람들은 서로 단순하고 솔직하게 상호 관 계를 맺으며, 이는 자생적 의지, 즉 자연스럽고 자발적으 로 일어나는 감정과 정서로 상호 소통한다. 반면 산업사 회는 합리적 의지의 산물로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행동이 전통적 유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이 인간관계가 능률이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구축 되었기 때문에 비인격적이며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 한 산업사회의 토양 위에서 비롯된 과거의 PR는 어떤 이 론적 배경을 들이대도 조직 위주 혹은 조직 우선에서 자유 롭지 못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 곧 대량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 에서는 자본이 슈퍼 갑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생산 설비를 갖췄으며 마이크를 쥐고 있다. 수요와 노동력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공급이 절대 우위이며 또한 라디오나 텔레비전 세트와 같은 수신기밖에 소유하지 못한 입장에 서는 반론의 기회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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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PR의 한계 하지만 결코 반전될 것 같지 않던 사회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정보혁명이 그것이다. 그렇잖아도 누적된 공급 과잉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반전을 초래했으며 소비 자들은 아주 오랜만에 선택권을 확보하기 시작하는 즈음 이다. 그들이 이제 마이크 아니 나아가 방송국이나 신문 사와 같은 언론사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웹진(webzine) 이나 팟캐스트(podcast)는 과거와 같이 거대 자본을 필요 로 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때로 그보다 더 큰 영 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그 확산 속도는 이전의 매스미디 어를 훨씬 능가한다. 불과 수개월 만에 전 세계 수억 명에 게 확산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매스미디어 환경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 한 개인의 힘과 그들이 모여 이루는 대중의 지혜가 함께 아우러진다. 미국 CIA 요원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의 개인 정보 사찰 폭로에서부터 신지식인과 위키피디아(Wikipedia)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사회의 범주 나 역학 구조, 소통 수단의 탈대량화 등 일련의 변화를 고 려할 때 관계는 물론 공중에 대한 재해석이 불가피하다. 바야흐로 PR의 개념이나 이론 혹은 그 적용 모델 등에 관 한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인 재고가 절박한 지경에 놓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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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이는 비단 PR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좁게는 마케 팅 믹스의 하위 개념으로서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모두에 적용되는 문제이며 넓게는 정책 PR 를 포함하는 모든 공공 PR에 해당한다. 특히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가속화하는 세계화로 중앙정부 역할이 국방과 외교로 좁혀지는 한편 다국적 기업들의 경제 주체 부상과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 비정부 기관들의 사회, 문화 및 예술 활동 영역의 확장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적용되거 나 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PR에 대한 개념 모색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김영욱(2003). “PR커뮤니케이션: 체제 수사 비판이론의 통합”. 이화여대출판부. 김영욱(2013). “PR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진화” 커뮤니케이션북스. Mark Granobetter(1996). Social network Analysis: An approach

and technique for the study of information change. Library & Information Science Research. Vol.18-4. 323-342. Stanley Milgram & Jeffrey Travers(1967). An Expweimental

Study of the Small World Problem. Sociometry. Vol. 32. No. 4. 42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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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복잡계 프레임

복잡계(Complexity)는 복잡한(Complicated) 것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정한 질서와 패턴이 숨어 있다. 이는 개미들의 활동이나 국제 교역처럼 개별 구성 요소에서는 볼 수 없는 성격이 전체적 조망에서 파악됨을 의미한다. 이전의 기계론적유물론에 입각한 세계관을 단순계라 칭하고 이후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전체주의적 관점을 복잡계라 한다. 여기서는 복잡계 관점에서 PR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개념화를 시도한다.


복잡 적응계 복잡계가 복잡한 것과 다른 점은 외견상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 숨겨진 질서(hidden order)가 있다는 점이다. 떨어 지는 낙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와 같은 궤적을 함수화할 수는 없을까? 한 가지 가정을 해 보자. 손수건을 펼쳐 어느 한 귀퉁이에 작은 점을 찍어 둔다. 그러고 나서 손수건을 포켓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평상시대로 차례로 접는다. 접을 때마다 손수건 위의 점은 자리를 이동한다. 궤적이 생기는 것이다. 자, 이제 마술처럼 손수건을 치워도 그 위 에 있던 점의 흔적은 그대로 남는다고 상상해 보자. 담배 연기나 어항에 번지는 잉크만큼이나 어지럽다. 도저히 그 궤적을 함수화할 수 있을 듯싶지 않다. 하지만 그 점이 평 면 위에서 일정한 순서로 움직인 사실을 알아낸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일들이 사실은 어떤 숨겨진 질서와 원리에 의해 발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작동하는 구조를 복잡 적 응계(complexity adaptive system)라고 한다. 이러한 숨 겨진 질서는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 가 피보나치수열(Fibonacci sequence)이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가 발견했다고 해서 이름 붙인 이 수열은 나뭇가지가 늘어나는 순서, 모시조개의 주름살이나 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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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 씨가 나선 원을 그리며 늘어나는 순서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솔방울을 살펴보면 비늘 같은 조각이 오 른쪽 나선과 왼쪽 나선을 이루며 교차하고 있는데, 그 나 선의 수는 각각 8개와 5개로 되어 있다. 5와 8은 피보나치 수열에서 서로 이웃하는 항이다. 이 밖에도 식물 중에는 꽃잎의 배열이 13:8 또는 34:21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 신기한 것은 이 피보나치수열의 뒷 숫자를 앞의 숫자로 나누면 황금 분할인 π(파이)에 수렴한다는 사실이 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비롯해서 오 늘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의 가로세로 비율에 이 르기까지 심지어는 바르토크(Bela Viktor Janos Bartok)의 ‘현악기와 타악기 및 첼리스트를 위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숨겨진 질서는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복잡계의 등장 그렇다면 이러한 복잡계는 이전까지는 단순히 복잡하게 만 보이다가 왜 이제야 내재된 질서를 드러내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숨겨진 질서의 발견이 PR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앞서의 의문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는 그동안은 기계론적이며 요소 환원주의(Reductionism) 적인 패러다임 지배에 있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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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패러다임에 비해 이를 단순계라고 칭하기도 한다. 즉, 단순계란 갈릴레이(Galileo Galilei)로부터 뉴턴(Isaac Newton)과 케플러(Albert Einstein)에 이어 알버트 아인 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근대 자연과학의 관점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마치 잘 짜여진 기계와 같 아서 각각의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와도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부품을 해체했다가 조립하 면 원래의 모습과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렇지 않으면 조립이 잘못되었거나 고장 난 기계 취급을 받 아 비과학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둘째는 자연 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오감이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의 생리적 감각기관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볼 수 있는 빛, 곧 가시광선과 들을 수 있는 소리, 즉 가청 주파수의 대역 이 매우 좁다. 그러나 현미경과 망원경, 특히 컴퓨터의 출 현은 우리의 오감을 확장시켜 주었다.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천재 학자 뉴턴이 며칠 밤을 새워도 끝내지 못한 계산을 슈퍼컴퓨터는 불과 몇 초 만에 해치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서 그동안 무질 서하거나 규명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숨겨진 질서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1984년 코웬과 파인스(G. Cowan, D. Pines) 등이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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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주로 연구하는 산타페연구소(Santa Fe Institute)를 미국에 개설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 (SERI)가 최초로 복잡계를 중심으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 고 이후 ‘복잡계 네트워크’를 개설, 운영해 오고 있다(윤영 승·채승병, 2005). 결국 복잡계란 국내외적으로 따져 보 아도 그 역사가 30년 미만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리적으로 정보사회의 30년은 산업사회 의 300년, 농업사회의 3000년과 맞먹는다. 또한 지난 30 년은 정보혁명의 과도기와 일치한다. 패러다임의 전환기 (paradigm shift)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로 강력하 게 그 지지와 영향력을 확산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 큼 복잡계 혹은 복잡 적응계에 관한 이해와 설명에는 분야 별로 다양한 접근을 보여 준다. 여기서는 마케팅 커뮤니 케이션의 관점에서 나름 그 구성 요소와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 본다. 경우의 수와 조건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살아 있 는 구조를 일시적 관점과 평면적 도형으로 기술할 수는 없 다. 시장과 그 시장을 중심으로 재화와 용역의 거래를 위 한 끊임없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 등은 마치 살아 있는 인체처럼 쉬지 않고 신진대사를 지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가 교과서에 기술한 모든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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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 도표와 모델은 틀렸다. 죽은 것이다. 바람직하게는 전자책에서 동영상으로 구동되어야 하며 관계된 변수를 조절할 때마다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은 종이 위에 기술하지만 머잖아 그러한 역동적인 텍스트 가 보급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이러한 숨겨진 질서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인 과율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나비 의 날갯짓과 태풍이라는 원인과 결과에만 주목한다. 후 술하겠지만 그 안에는 열린 조직으로서 혼란의 가장자리 에 위치하는 카오스적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자발적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에이전트와 이들의 프랙 탈(fractal), 긍정 피드백(positive feedback) 활동과 여기 서 비롯되는 자기 조직화(self organization)와 공진화 (co-evolution) 등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토네이도와 같은 창발(emergence)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 형적이며 인과적 모형에 익숙한 단순계적 마케터들은 100 만 마리의 나비를 잡아 흔들면 그 날개의 바람이 태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입소문 마케팅이라 일컫는 일체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 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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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조직

오늘날 성장하는 기업들은 열린 조직을 지향한다. 정보사 회에서 열린 조직이란 회사 내외부 간 혹은 조직 내 각 부 서 간 의사소통이 원활함을 의미한다. 이들의 ‘상호 조정’ 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독백(monologue) 이 아닌 대화(dialogue)가 필요하다. 경영진의 의식구조 가 미처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IT의 발전 은 열린 조직 환경을 제공한다. 인터넷이나 인트라넷 (intranet)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소유 가 과거 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을 거쳐 소비자들의 수중 에 들어가게 된 시장구조 또한 기업으로 하여금 열린 조직 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한다.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한 콜 센터의 운영이 그 한 예다. 이와 같은 열린 조직의 지향은 조직의 내외부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 내 부서 간에서 도 그대로 적용된다. 슐츠 등(Don E. Schultz et al., 2004) 에 따르면 회사 내 각 부서가 사내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기만 해도 정작 기 업이 알기 원하는 고객에 관한 정보는 80%까지 그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영업은 거래에 관한, 경리는 신용에 관 한, 마케팅은 상품에 관한 그리고 개발부는 신제품에 관한 고객의 정보만을 각기 분산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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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올바른 이해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까지 광고 이론의 기저가 되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헤롤 드 라스웰(Herold Lasswell)에서 윌버 슈람(Wilbur Schramm)에 이르는 전통 커뮤니케이션 모델들은 최소한 두 가지 이유로 더 이상 정보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들 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선형적 일방향성이며 다 른 하나는 가상공간의 영역이다. 이러한 제약을 부분적으 로나마 극복할 수 있는 개념이 사이버네틱스와 컴퓨터 매 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란 정보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기초하여 소통과 관리의 문제를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 ‘소통과 통제의 동시 적 과정으로서 메시지의 교환’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메시 지는 정보를 가리키며 따라서 사이버네틱스의 핵심 관심 은 ‘정보 교환’이다. 한편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MC, 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이론은 이전 매체가 가졌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송수신자 간 쌍방향 커뮤 니케이션 시대를 전개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시간의 진행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 수정되는 과정으로 설명하 고, 이 과정에서 정보의 피드백 현상을 강조함으로써 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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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와 수신자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둔다. 뉴미디어의 도입 으로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현 상은 상호작용적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호작용성이란 부정 피드백에 의한 쌍방향성이나 순환 적 의미를 넘어서 양자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구조에 의한 무한 확장을 의미한다. 기존의 미디어에서 쌍방향적 성격 을 갖는 것은 주로 전화를 비롯한 통신을 들 수 있다. 그러 나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특히 컴퓨터와 통 신의 결합을 통해 쌍방향적 성격은 더욱 증폭되고 그 기능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발달 을 통한 다방향성의 확대는 기존 선형적 인과관계의 패러 다임을 가지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비선형적이며 순환 적 인과관계의 관점에서 비로소 일방향성을 넘어서 쌍방 향 그리고 네트워크에 의한 다방향성 커뮤니케이션 구조 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CMC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열린 조직이란 내부로는 결속돼 있으며 그 접점이랄 수 있는 외곽이 외부의 자극 에 비교적 유연한 조직 형태를 말했다. 하지만 CMC가 CGM(Citizen Generated Media)을 넘어 SM(Social Media) 으로 진화해 온 지난 10여 년 사이 열린 조직에 대한 관점 에도 많은 진화가 있어 왔다. 곧 ‘열림’이란 어느 집합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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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 개방뿐만 아니라 대내적 해체를 병행하는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조직 내부에 여 유가 생기고 조직 구성원들 중 활동적인 행위자(Agent)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각에 이른 것이다.

행위자 중시

종래의 광고는 그 목표 대상을 불특정 다수로 설정하고 이 들을 대상으로 대중매체에 의한 대중전달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매체가 세분되고 데이터베이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그 대상을 세분화하여 최근 들어서는 개별화한 고객에까지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고객 생애 가치(LTV, Life Time Value)’나 IMC에서 주장하는 ‘고객 브랜드 가치 (CBV, Customer brand Value)’ 등은 단순히 고객의 기업 에 대한 매출 기여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 히려 이들이 갖는 여타 혹은 잠재 고객에 대한 영향력 (advocacy)에 주목한다. 아울러 그들이 속한 집단 내 역 할(network)을 중시한다. 이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자신의 책에서 지적한 세 가지 폭발적 확산 요인 가운데 하나인 소수의 힘(the Law of the Few)을 의 미한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의 상황에서 이들 소수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agent)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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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sort)하여 임계점에 이르도록 여건 조성에 기여하느냐 는 것이다. 종전의 대량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선별 작업 이 불가능한 관계로 집단을 계층별로 분할하는 전략 (segmentation)을 적용했다. 하지만 개별 고객에 대한 정 보를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오늘날의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은 선별 집단화(aggregation)를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러 한 파급력을 마케팅에 도입한 것이 ‘바이러스 마케팅’이 다. 불과 1년 여 만에 1400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핫메 일(hotmail.com)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아이폰에 이 르기까지 그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복잡계에서 말하는 창 발을 일으키기 위한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나 이의 주체가 되는 에이전트에 대해 일반화된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측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조 직 내부가 개방되어 그 구성원들의 상당수가 내부 행위자 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된 조직일수록 그 조직과 관련된 외부 행위자와 맺는 네트워크가 다양해지며 이들 사이의 긍정 피드백이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er)를 도출시켜 자기 조직화를 가속하고 끝내는 창발에 이르도 록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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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되먹임

과거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인사이드아웃(inside-out)’ 구조를 기반 으로 하였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 말하기보다는 듣기 곧 ‘아웃사이드인(outside-in)’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 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종전 광고는 기업의 커뮤니케이 션 행위가 대화(dialogue)가 아닌 독백(monologue)에 그 친다는 사실이다. 점차 사회가 네트워크화하면서 관계와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기업 혹은 그 들의 광고 대행사들은 판촉(sales promotion) 활동을 통 해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한다고 대변한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반응 곧 부정 되먹임(negative feedback)에 머물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드백은 부정 피드백이다. 상 호작용을 통해서 쌍방 간에 동일한 수준의 균형점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인 순환 반복 과정을 의미한다. 일례를 들 어 보면 서모스타터(Thermostarter)와 같은 자동 온도 조 절 장치와 같이 일정 온도를 맞춰 놓고 온도가 그 이상으 로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가면 온도 민감 소재가 자동으로 전원을 연결 혹은 차단시키도록 한 것이다. 즉, 일정 상태 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정) 피드백인 것이다. 이에 비해 긍정 피드백은 순환 반복될수록 확대재생산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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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의미한다. 스피커 앞에 마이크를 두면 앰프를 통해 커 지는 소리가 더욱 증폭되는 하울링(howling)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복잡계 내에서는 역동적인 행위자들 의 활동이 쉬지 않고 확대재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 한 패턴(fractal)이 생기거나 이들 활동을 리드하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현상들이 자기 조직화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창발에 이르 게 된다. 자기 조직화

전통적 광고 전략에서 핵심 단어는 STP 곧 분할 (Segmentation), 목표 설정(Targeting) 그리고 포지셔닝 (Positioning) 등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산재해 있는 시장 을 일단 연령이든 소득이든 가구 수든 어떤 공통분모로 구 분하고 이들 가운데 (확률상) 가장 유리한 집단(수익성 혹 은 경쟁사 대비)을 골라낸 다음 이들에게 직접 소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마치 창고에 쌓아 둔 완제품 이나 부품마냥 자기 의사표시는커녕 움직일 수조차 없는 지극히 수동적인 집단일 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오 늘날 소비자는 미디어와 정보로 무장한 시장의 결정권자 다. 심지어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까지도 이들이 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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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들은 자기 필요에 의해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할 뿐 송신 강도가 높거나 재미있다고 해서 태도를 바꾸지는 않 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온·오프라인에서 집단행동도 마 다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불량품 구매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안티 사이트를 들 수 있다. 블로그를 기반 으로 하는 동호회 모임도 마찬가지다. 동질성에 의한 자 기 조직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IMC가 매체 전략보 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메시지와 단기 적인 판매 제고를 위한 인센티브로 구분하는 이유도 이 때 문이다. 존 네이스비츠(John Naisbitt)가 예견한 미래의 10가지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하이테크(high tech)로 부터 하이터치(high touch)로의 전환이다. 사회가 기술적 으로 발전할수록 인본주의적 요소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오늘의 네트워크 환경에 적합한 예측이다. 일상생활에 필 요한 기본 정보는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IT가 충 분히 제공한다. 하지만 정치적 식견이나 고가품의 구매 결정과 같은 중요한 정보의 수집은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 존한다. 요는 이 두 가지가 어떤 화학적 배합과 시간 작용 에 의해 임계점을 통과하느냐다. 정보사회 생산성 곡선이 나타내는 급격한 S자 커브 하단의 티핑포인트(ti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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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가 바로 복잡계에서 이르는 그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직에 가깝게 가파른 성 장곡선은 바로 자기 조직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창발 현상

복잡계 이론에서는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상관관계를 정교하게 규 명하는 단계에는 아직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창발이란 구성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갖지 못한 특성이나 행동이 구성 요소를 함께 모아놓은 전체 구조에서 자발적 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라고 한다(김한영 역, 2004). 혹은 구성 요소를 따로따로 놓고 봤을 때의 특성과는 사뭇 다른 거시적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새로운 질서의 출현을 말한다. 여기서 질서(order)란 무질 서(disorder)의 대칭 개념으로서 이분법적 구조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비질서(not-order)나 반질서(anti-order) 등 다원적 해석은 이 연구의 범주를 넘어서므로 논외로 한다. 인체를 이루는 각각의 단백질 세포는 생명이 없는데 인간 은 생명체라는 것이 한 예다. 이러한 개별과 전체의 상이 는 부분의 합이 전체에 이르지 못한다는 요소 환원주의의 한계를 설명한다. 성공한 기업들이 갖는 시장 가치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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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적인 유형의 가치(tangible)를 크게 상회한다. MS사나 최근에 급성장하는 구글(Google) 등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복잡계 이론을 염두에 두고 열린 조직 에서부터 에이전트에 의한 자기 조직화 과정을 긍정 피드 백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들의 성장 과정은 복잡계 이론으로 설명 이 가능하며 이는 비록 의도된 바가 아니더라도 정보사회 의 환경이나 여건이 이를 지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근자에 소개되는 바이러스 마케팅이나 입소문 마케팅의 티핑포 인트나 트리거링포인트(triggering point) 개념들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윤영승 · 채승병(2005). 󰡔복잡계 개론󰡕. 삼성 경제연구소. p.55. Steve Johnson 저, 김한영 역(2004). 󰡔이머전스󰡕. 김영사.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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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르네상스 사회

후기정보사회를 지나 꿈의 사회를 넘어서 도래하게 되는 새로운 르네상스 사회에서는 거래되는 재화가 대부분 유형에서 무형으로 전환된다. 창조경제(Howkins, 2013)의 생태계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창의성이 있고, 그러한 창의성에는 자유가 필요하며, 그 자유에는 역시 시장이 필요하다는 세 가지 명제를 전제로 한다. 복잡계 PR는 창의와 자유가 담보되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사회의 진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면 이를 두고 사회라고 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에서 사회는 1762년 루소(J. Rousseau)가 출간한 󰡔사회계약론󰡕 이후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원제목이 ‘사회 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였던 이 책에서 그는 인민주권의 원리에 기초한 근대 민주주의 국 가를 제시하였다. 이는 주권자 개개인의 합의에 따르는 국가의 성립과 일반 의사에 따르는 국가 운영을 원리로 한 것이었다. 이것은 국민의 절대적 주권을 강조하는 절대주 권론으로 연결된다. 또한 루소는 자신의 ‘인간불평등기원 론’, ‘정치경제론’ 등의 논의를 발전시켜 개인의 자유와 평 등이 보장되는 직접민주주의 국가를 구상하였다. 이 책은 국민 주권과 혁명권을 인정함으로써 계몽 시대를 여는 프 랑스혁명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였고, 근대 민주주의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루소의 책이 발행되기 직전인 1688년 영국에서는 명예 혁명이 일어났으며 발행 10여 년 뒤인 1776년에 미국은 독립선언을 하고 영국에서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가 󰡔국부론(Wealth of Nation)󰡕을 출간하고 조선에서는 정조가 규장각을 세운다. 그러나 영국의 시민혁명은 이미 1649년부터 시작된 청교도혁명 곧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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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조세할 수 없도록 왕권을 제약하는 의회 민주제의 발아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면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발흥한 서유럽 문명사에 나 타난 문화 운동 곧 르네상스와 조우하게 된다.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450년경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에 의한 금속활자 발명이 있었고 이는 다시 1517년 루터(Martin Luther)의 종교개혁을 가능케 하는 단초가 된다. 일일이 손으로 쓴 필사본에 의한 95개조의 반박문을 가지고는 그 더딘 속도 때문에 결코 대중적 지지 와 힘을 결집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포도즙을 짜는 압착기의 원리를 응용한 인쇄기를 발명한 것은 순전히 필 요에 의해서였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과정을 거쳐 르네 상스에 이르기까지의 시발점에는 13세기 전 유럽을 공포 에 몰아넣은 흑사병이 자리한다. 적게는 3분의1 많게는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간 무서운 전염병 은 신분과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그때까지 성경의 필사 는 천주교 신부들만의 고유 권한에 속했다. 하지만 성직 자들 또한 흑사병을 비켜 갈 수 없게 되자 성경의 수급 문 제를 넘어 일반인들로 하여금 ‘저들도 우리처럼 죽는구나’ 하는 신성에 대한 회의를 증폭시켰고 이것이 결국 명예혁 명까지 이르게 하는 단초가 된 것이다(Pollack, 2013).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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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변화는 일련의 연속성 속에 인과관계를 내포한다. 이 렇듯 14세기 이후 근 200여 년에 걸쳐 서유럽 문명사를 수 놓은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을 의미하는 문화 운동 곧 르네 상스가 근자 들어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사회 󰡔꿈의 사회(Dream Society)󰡕(2001)라는 책으로 유명한 세 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 소장인 롤 프 옌센(Jensen)은 2013년 󰡔르네상스 사회(Renaissance Society)󰡕라는 책을 출간한다(Jensen & Aaltonen, 2013). 이 책에서 그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아마존과 같 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전환하고, 애플과 프록 터 앤 갬블(Procter & Gamble) 등에서 보듯 ‘팬 클럽(fan clubs)’ 중심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예견하고 있다. 4만 년 전에 비롯된 인류사는 1만 년 전부터 농업사회로, 200년 전 부터는 산업사회로, 그리고 최근 30년 전부터는 정보사회 로 전환된다. 이렇듯 가속하는 변화 속에서 옌센이 이끄는 경영컨설팅팀은 정보사회 다음엔 어떤 사회가 올 것이냐 는 고객사의 질문에 봉착한다. 예기치 않은 질문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그들의 연구 결과가 ‘드림 소사이어티’다. 변 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15년 전의 예측이 오늘에 들어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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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가늠해 볼 만하다. 책에서 그는 꿈의 사회에는 소비자의 감성에 따라 ‘모험 이야기’, ‘사랑과 소속감’, ‘나눔과 보살 핌’, ‘정체성 시장’, ‘마음의 평화’, ‘종교와 신념’의 시장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세세한 평가는 논외로 하고 단지 ‘감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략 수긍이 간다. 왜 감성이 냐는 최근 유행하는 감정 사회에 관한 저술들이 이를 대변 한다. 즉, 이성보다는 감정이 변인이며 이를 순화한 표현이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르네상스 사회에 관한 논의다. 꿈의 사회가 미래 상품 속성에 관한 (6가지) 예측이라면 르네상스 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 한 12가지 예측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제3차 산업혁명이 라든지 2018년을 전후한 경제 불황 등에 관한 것들이다. 세부적인 논의는 생략하고 요는 이러한 변화들이 미래의 PR를 위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프레드릭 르누아르(Frederic Lenoir) 는 󰡔네오르네상스가 온다(La guerison du monde)󰡕라는 책에서 “세계적 위기가 도래하면서 기계론적환원주의가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 으며 그러한 시각으로는 현실의 총체나 복잡성을 나타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김수진 역, 2013). 이 책에서 그는 철 학자 탈레브(Mohammed Taleb)의 말을 인용, 우리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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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세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면 사물 이전의 관계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그에 따라서 우리와 세상의 관계를 되살리는 문제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 다. 결국 이 책에서 새로운 개념의 PR 모색을 위한 담론의 장으로 르네상스를 차용하는 것은 그것이 이제까지의 요 소 환원주의(Reductionism)에 입각한 기계론적유물론 관 점을 완벽히 대체하는 가치 회복에 의한 전체주의(holism) 를 상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관계’를 되살리 는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PR를 위한 무대 거리가 소멸되고 시공이 압축(혹은 확장)된 전체주의를 배 경으로 하는 르네상스 사회에서 PR는 어떻게 재개념화 혹 은 정의되어야 할까? 시장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마케팅의 의미를 재구성해야 하듯(김일철, 2004) PR 역시 그 연장선 상에서 고민이 요구된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공리주의에 의한 ‘일차원적인 개인주의자’ 혹은 경제 원리에 종속된 ‘호 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에 제한되지 않는 다. 서로 무관하게 흩어진 파편 조각이 아니라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 속의 핵심 곧 원형이라는 동질적 요소(ingredient)를 갖는다. 새로운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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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직과 공중 그리고 이들 사이를 잇는 관계를 그 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곧, 형상과 배경이 만들어 내는 조화에 주목하는 게슈탈트(Gestalt)적 시각을 요한다. 그래야 비로소 숨겨진 질서와 패턴에 순응할 수 있 게 된다. 옌센(R. Jensen)은 르네상스 사회의 질서와 패턴 은 ① 조직 내 수직 구조는 점점 더 평평해지며, ② 각자 자 신의 꿈을 좇는 개성화(individualization)가 뚜렷해지고, ③ 페미니즘과 더불어 인정보다는 관계가 더욱더 중시되 고, ④ 모호함이나 불확실성이 용인되며, ⑤자기 탐닉 (Indulgence)이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 서 PR는 조직과 공중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① 공중이 스스로 형성하는 커뮤니티에 주 목하고, ② 다양한 커뮤니티 안에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③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과 감성적 관계 유지에 주목하고, ④ 보다 가치 중심 내지 가치 공유 조직을 지향하며, ⑤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평 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주장하는 복잡계 PR가 이전의 기계론적유물론에 의한 단순계가 아닌 전체 주의적인 복잡계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복잡 계는 경직된 수직 구조가 아닌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 있는 유연한 열린 조직을 전제로 한다. 열린 사회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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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에서 비로소 에이전트들[예전의 여론 선도자 혹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edwell)이 말하는 메이븐(Maven)] 은 끌개(attracter)와 프랙탈(Fractal)에 의한 자기 조직화 (self organization)를 유도하며 이윽고 창발(emergence) 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김일철(2004). What left in marketing where the market has

left?. 대한경영학회 국제학술대회. F. Lenoir(2012). 김수진 역(2013). La Guerison Du Monde.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생각의 길. John Howkins(2013). The Creative Economy. Penguin Global. 2nd. edition. O. Brafman & J. Pollack(2013). The Chaos Imperative. Shechinah Inc. R. Jensen & M. Aaltonen(2013). The Renaissance Society. McGraw-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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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팽창하는 시장

빅뱅 이후 수십억 년에 걸쳐 우주는 빠르게 팽창을 지속해 왔다. 그 우주 내 작은 행성, 지구에서도 팽창은 일어나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교통의 발달이 주도하다가 정보사회에 들어서는 통신의 발달이 팽창을 가속화한다. 이제 지구촌 어디에서건 발생한 사건은 24시간 내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시장 또한 넓어지고 있다. 비단 WTO나 FTA 등으로 교역 장벽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시공의 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새 시장 새 질서 크로닌(Michael Cronin)은 『팽창하는 세계(The Expanding World)󰡕(이효석 역, 2013)라는 책에서 세계화에 의한 ‘거 리의 소멸’(Cairncross, 1997)이나 불평등 해소를 통한 ‘평 평한 지구’(Friedman, 2005)와 같은 주장에 반대한다. 교 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 곳곳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 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다름에 대 한 이해와 이를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근자에 들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는 한일 간, 한중 간 혹은 중일 간 국경 분쟁, 다자간 교역에 의한 FTA나 WTO를 둘러싼 마찰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세계 질 서는 과거처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 있지 않 다. 경제 시장에서는 이미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 다는 사실이 진리로 통용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문화와 예술은 이미 오래전에 종교와 이념의 국경을 넘어섰다.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휩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 롯한 한류 열풍이 이를 대변한다. 이렇듯 세계시장은 원 리도 원칙도 없이 무질서하게 돌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후기정보사회 이후의 시장은 규모가 큰 국제시 장이든 한 지역의 좁은 시장이든 상관없이 예전보다는 훨 씬 밀접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이키 스포츠화의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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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인건비나 스타벅스 커피의 원산지 재료값 등에 관한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다. 이렇듯 빠른 확산 을 단순히 교통이나 통신 기술의 발달 때문이라고 연역하 는 데서부터 PR의 문제점은 발생한다. SNS와 모바일 덕분 에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확산되지만 모두가 관심의 대 상이 되지는 않는다. 특정 사안에 따라서 자신이 속한 직 업이나 조직과 관련된 정보의 확산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서 예로 든 나이키나 스타벅스는 여론이나 이미지 형성 에 영향을 미치는 불특정 다수의 관심사다. 이것이 앞으 로의 PR가 주목해야 할 변화하는 시장 질서라고 할 수 있 다. 이는 앞서 옌센이 예측했듯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속 성이 점차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 영역으로 옮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명실공히 감성 마케팅 시대가 본격화하기 시작 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4차원 경영 시대의 개막이라 고 부른다. 1차원은 가격에 의한 경쟁이다. 7년여에 걸친 2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들었다. 1950∼1960 년대, 절대적인 생필품의 결핍으로 수요는 넘치지만 구매 력은 빈약했다. 누가 더 싼값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었 다. 1960∼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의 공급이 이루어지자 점차 품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것이 2 차원 경영이다. 기업 간 기술 경쟁은 더 이상 품질에 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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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 들은 서비스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한다. 바로 3차원 경영 이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에 의한 소비자들의 정보 장 악은 서비스에 의한 차별화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흔히들 꿈의 사회라 부를 만큼 무엇이든지 원하기만 하면 제조가 가능해졌다. 3D 프린터가 대표적 예다. 이젠 가격도 품질 도 서비스도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없다. 이성적 욕 구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감성이 구매를 위한 고려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감성은 말 그대로 주관적이 다. 이는 논리적 설명이 불가하다. 단지 관계와 이미지로 결정된다. 따라서 얼핏 새 시장은 무질서해 보인다. 그러 나 그 밑에는 숨겨진 질서가 놓여 있음을 복잡계 신과학은 감지한다.

웹2.0-개방, 참여, 공유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을 향하는 우주인들은 상당 기간 무중력 상태에서 적응 훈련을 거친다. 지구와는 사뭇 다 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웹 공간이 열리자 많 은 조직들이 앞다투어 사이버공간에 자리를 마련하고 자 신들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프린트물에 의지하던 브로슈어라든지 애뉴얼 리포트 등을 HTML로 전환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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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놨다. 그러나 투자와 기대에 비해 시장의 반응은 미미 했다. 미미한 정도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거 세게 몰아치던 IT 열풍은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라는 전대미문의 불황을 몰고 왔다. 이후 그 불황의 원인에 대해서도 주로 기술적인 측 면의 분석이 주종을 이루다가 오레일리미디어(O’Reilly Media)의 오레일리(Tim O’Reilly)가 처음으로 웹2.0(Web 2.0)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해 되기 시작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브리태니커 온라인 백 과사전(www.britannica.com)이 웹1.0이라면 위키피 디아(www.wikipedia.org)는 웹2.0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웹2.0의 기본 정신인 개방(Openness)과 참여 (Peerness) 그리고 공유(Shareness)를 떠올리면 쉽게 이 해할 수 있다. 브리태니커(Britannica Encyclopedia)는 전 문가들이 완성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급 한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참여자들에 의해 정보가 쌓이 고 공유된다. 정보의 질과 거름 장치의 문제점에 대한 지 적이 있지만 서로위키(J. Surowiecki)의 󰡔대중의 지혜 (Wisdom of Crowds)󰡕라는 책이 말해 주듯이 정보는 누 적 과정에서 자체 정화 능력을 갖기 때문에 별문제될 것이 없다(Surowiecki, 2005). 이처럼 복잡계 PR는 앞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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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복잡 적응계의 원리와 웹2.0 정신이 융합된 시장구조 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후의 PR 실행은 이러한 패러다 임을 전제로 기획,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복잡계 시장 구조 앞서 논의한 것처럼 이제 시장은 물리적으로 가까워졌기 때문에 더욱더 독립성과 정체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온라 인과 오프라인의 이음새가 사라진 새로운 공간으로서 새 로운 기준과 질서를 요한다. 사이버공간 혹은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등으로 불리는 온라인 세상이 처음 열릴 때만 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혹은 가상과 실제를 구분하 지 못하는 데 대한 사회적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SNS와 모바일이 일반화한 오늘, 그러한 염려는 사라지고 그 자리 를 새로운 질서가 점차 메워 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 널≫의 표현대로 ‘커뮤니티 규칙(Community Rules)’이 구축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Bauerlein, 2011). 익명성은 점차 사라지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에 맞는 품위와 신뢰 를 넓혀 가고 있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계 와 웹2.0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환경은 PR에 어떤 영향 을 미치며 또 PR는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이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숨길 수도 없는 세상’이 도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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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음을 PR를 하는 모든 조직 구성원, 특히 최고 경영층은 명확히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근자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투명성(Transparency) 혹은 진 정성(Authenticity) 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R 에서 이러한 필요와 요구가 가장 잘 실천되는 분야가 IR, 곧 ‘투자자 관계(Invest Relations)’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분식 회계를 하는 조직이 없진 않지만 그것은 범죄 다. 모든 법인체는 조직의 재무 상태나 수익구조를 밝힘 으로써 1차적 투명성을 담보하기 시작한다. 바람직하게 는 재무 분야뿐만 아니라 인사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 이 공개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PR는 열린 조직에서 시 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기업들이 열린 조직을 위 한 다양한 시도를 해 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시 작, 구글과 트위터에서 페북으로 확산되는 재택근무에서 자율시간근무제에 이르는 물리적인 근무 환경에서부터 인간적인 조직 문화 등이 이에 속한다. 조직은 그 태생부 터가 외부 혹은 타 조직과 구별하기 위한 폐쇄성을 전제해 왔기 때문에 복잡계가 작동하기 위한 진정한 열린 조직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그 완성된 모습을 모른다. 완성된 열린 조직은 조직 내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조직들 이 구성하는 사회 전체 분위기의 온전한 열림을 전제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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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열린 조직만이 자발적인 작은 변화 곧 초기 조건에 민 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더디지만 우리 사회는 열린 조직 을 지향하고 있다. 서구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들에 비해서는 다소 뒤지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가치가 ‘착함’ 혹은 ‘선함’에 조금씩이나마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 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소수를 향한 배려나 이타주의의 확장이 이를 증거한다. 나아가 이러한 추세를 포착한 기 업들이 이런 변화를 자사의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 나 PR에 활용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준조세적 성격을 띠 는 상업성이 강하지만 점차 진정성으로 전환되어 갈 것이 다. 이는 기업 경영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 개인의 자각에서 비롯된다. 열린 조직이 열린 사회를 의 미함은 이 때문이다. 수직적 명령 체계가 뚜렷한 군대야말로 가장 경직된 조 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런 조직 내에서는 여간해서 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브라프만(Ori Bragman)은 󰡔피 할 수 없는 혼돈(The Chaos Imperative)󰡕이라는 책에서 군대 내 변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카오스를 일으키는 실험 을 펼친다(Brafman, 2013). 열린 조직 내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에이전트(Agent)들 은 이전의 여론 선도자(Opinion Leader)와 비교해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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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차이를 드러낸다. 이들은 단지 얼리어댑터일 뿐 아니 라 솔선수범자다. 하이테크에서만이 아니라 하이터치에 서도 중심에 선다. 지식만 풍부할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 에 대한 가치관도 모범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닮 으려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자기 조직화가 확산되는 것이 다. 그렇기 때문에 PR 주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공감과 공유로 시장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시장이라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될 때 비로소 창발 (emergence)을 지향한다.

참고문헌 Fransis Cairncross(1997). The Death of Distance.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James Surowiecki(2005). The Wisdom of Crowds, Anchor. Mark Bauerlein(2011). The Digital Divide. Tarcher Penguin. Michael Cronin(2012), 이효석 역(2013). The Expanding World:

Towards a Politics of Microspection. Zero Books. 󰡔팽창하는 세계󰡕. 현암사. Ori Brafman(2013). The Chaos Imperative: How Chance and

Disruption Increase Innovation. Effectiveness, and Success. Crown Business. Thomas Friedman(2005). The World is Flat: A Brief History of

Twenty First Century. Farrar Straus and Gir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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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호흡하는 매체

환경 변화가 사람들이 정보나 지식 혹은 문화를 만들고 교환하는 일련의 과정에 전혀 새로운 기회를 낳게 되었는데 이러한 일련의 발전은 과거 20세기 산업사회보다 훨씬 뛰어난 개개인의 자유롭고 능동적인 역할을 가능케 하는 정보 환경을 예고한다.” -벤클러(Benkler, 2007)


매체의 대전환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집행하는 프록터앤갬블 (Procter & Gamble)은 오랫동안 세계 소비재 시장의 매체 전략을 주도해 왔다. 피앤지(P&G)가 어떤 매체 전략을 선 택하는지가 경쟁 업체는 물론 세계 소매 업계의 표준이 되 기 때문이다. 라디오가 등장하던 1930년대 초반 피앤지는 광고 예산의 절반을 수년 내에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 매 체에서 라디오로 옮겨 갈 것이라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렇 게 했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50년대 텔레비전이 등 장하자 다시 피앤지는 광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텔레비전 광고에 배분했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피앤지가 1980년대 이후 광고비를 인터넷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이 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피앤지의 온라 인 광고 투자와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이후 닷컴버블을 거 치면서 비로소 온라인이 과거 인쇄나 전파 매체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요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웹 2.0을 거치면서 온라인은 적법한 마콤 수단으로 자리 잡 기 시작했다. 일례로 2010년 펩시콜라가 23년 동안이나 지속해 오던 아메리칸 풋볼 광고를 중단하고 펩시 리프레 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라는 SNS 마케팅을 실 시한 것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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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PR는 홍보로 통용돼 왔고 그 주된 의미는 기 사화(Publicity)를 의미한다. 그만큼 PR에서 매체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는 미디어는 곧 메시지라는 대중매체가 갖는 후광효과 내지는 제3자 효과에 기인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PR에서 유독 대중매체 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 데는 몇 가지 지형적 특징이 있다. 언론사 입사시험을 언론 고시라 부를 만큼 매체 종 사자들이 누리는 특권적 지위와 이를 가능케 하는 지리적 협소성, 사회의 비전문화, 정경 유착의 경제구조 등이 모 든 PR 노력을 퍼블리시티의 하위에 놓이게 했다. 그러나 정보혁명 이후 탈대량화와 컴퓨터 통신에 의한 사회 세분 화와 전문화, 경제 민주화 등은 더 이상 언론의 특권적 지 위를 인정하지 않게 되었으며 여기서 나아가 SNS와 모바 일에 의한 미디어 환경은 기존 언론을 여론 형성과 확산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신문에서 한 지역의 지방지에 이르기까지 도 산과 폐업이 끊이지 않는다.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르 던 미디어들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당황하고 있다. 그동안 존립해 온 생 태계 안에서 천적(天敵)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가 동종 업종에 국한되던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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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사의 경쟁사가 다른 매체사가 아님은 자명한 노릇이 다. 최근에 LG는 UHD급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출 시했다. 그 성능이 기존 카메라를 압도한다. 이제 사람들 은 소통보다 촬영 때문에 휴대전화를 교체한다. 매체 역 시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수용자와 경쟁 구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미디어를 중요 매체로 하는 PR에 서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새 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감성 매체 올해 내 시판을 앞두고 있는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는 오른쪽 상단에 시스템 UI가 장착되어 있어서 음성인 식을 통해 내비게이션, 문서 작성, 문자 발송, 촬영, 해석 등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출시된 애플의 아이 워치(iwatch)는 일상화되고 있다. 이렇듯 입는 컴퓨터 (wearable computer)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사람이 컴 퓨터화하는 것인지 혹은 컴퓨터가 인간화하는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이 말하는 ‘매체는 오감의 확장’이라든지 나아가 키틀러 (Friedrich Kittler)가 주장하는 ‘매체가 미학을 결정짓는다’ 는 발언은 더 이상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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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으로 옮아가고 있는 중이다. 라스웰(Herold Lasswell) 이후 고착된 커뮤니케이 션 모델을 구성하는 SMCRE 가운데 매체 곧 C(Channel)와 다음 장에서 논의할 메시지 곧 M(Message)이 분산되는 것 이다. 문제는 이 요소들이 전적으로 수용자 곧 R(Receiver) 에만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송신자 곧 S(Source) 속으로 녹아든다는 데 있다. 앞으로의 PR에서 이러한 커 뮤니케이션 모델의 변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 간극이 좁아진 만큼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매체가 갖는 권위나 거름 장 치가 거세되거나 송신자 혹은 수신자로 분산된다는 점이 다. 온라인상에서 뉴스나 루머의 확산 속도에 관한 연구 에 의하면 네티즌들은 이슈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무조건 동조, 확산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단 확산 단계에 접어든 이슈는 기업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 업은 ① 온라인 기업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② 부정 적 이슈에 대한 신속한 대응, ③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온라인 피드백 체계 구축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 시하고 있다(김종현 & 박기우, 2009). 그러나 우리가 보기 에 이는 소극적이며 전통적 대응 방식이다. 속담에 ‘열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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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 하기보다는 기업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한다. 투명성을 의미한다. 부정적 이슈에 대한 신 속한 대응 또한 아무리 빨라도 빛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는 없다. 진정성이 관건이다. 의견을 수렴하는 피드백 체 계 구축에서 나아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 하거나 소비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매 체가 갖는 권위 곧 제3자 효과 또한 수용자 속으로 분산되 고 있다. 여론 선도자, 파워 블로거, 얼리어댑터, 혹은 메 이븐 등 에이전트들의 활동에 주목할 일이다. 막대한 예 산을 투입하고 솔루션을 장착한 고객 관계 관리(CRM)를 도입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투자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 다. 이를 대체하는 고객 경험 관리(CEM)의 핵심은 ‘관계’ 를 고객의 ‘경험’에 비추어 가며 유지 관리해 나간다는 점 이다. 고객의 경험은 경험으로 반복된다. 권위는 매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확인이다. 이에 대해 던컨 (Duncan, 2004)은 통합의 삼각형으로 설명한다. 곧, 공급 자와 수용자 간 합의는 메시지(Say)뿐만 아니라 그 메시지 를 전달하는 측에 대한 신뢰와 메시지에 대한 (품질 혹은 성능 확인) 경험(Do)이 일치할 때 비로소 확인(Confirm)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PR는 매체를 생략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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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의 오감에 의한 경험이 수용의 기준이 됨을 유념해 야 한다. 이것은 감성 마케팅이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과 매체 사람이 곧 미디어고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두 개의 명제 를 합치면 사람과 매체와 메시지는 결국 하나가 된다. 이 를 앞서 던컨(T. Duncan)의 삼각형, 즉 소통(Say)-경험 (Do)-공유(Confirm) 모델과 교차하면 복잡계 PR가 주 장하는 ‘사람이 곧 매체’에 의한 미디어 전략이 명확해진 다. 2006년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의 인물 (Person of the Year)’로 ‘당신(You)’ 곧 일반인을 선정한 이유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는 유튜브(Youtube) 가 전 세계를 휩쓸던 때다. 누구라도 세계를 대상으로 뉴 스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그 ‘누군가’가 중요하다. 그는 송신자이며 수신자이고 조직이며 공중 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PR는 광고, 판매 촉진 (Sales Promotion), 디엠(DM), 전시 이벤트 및 인적 영업 (Personal Selling) 등과 함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전 술적 수단을 구성하며 이는 상위 마케팅 믹스의 4P 가운 데 판촉(Promotion)에 속한다. 그리고 이 마케팅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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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재무, 생산 관리 등과 더불어 기업 경영 활동을 구성한 다. 텔레비전을 위시한 4대 매체가 광고 수단으로서 무소 불위의 위력을 발휘하던 1980년대 이후 광고에서 인적 영 업에 이르는 마콤 수단들의 변화에 주목하면 그 무게중심 이 점차 광고로부터 PR나 판촉을 거쳐 인적 영업으로 옮 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대량에서 탈대량 곧 불특 정 다수에서 특정 소수 나아가 목표한 개인으로 그 소구 대상이 이동하는 것이다. 남과 다르면 안 되는 세상에서 남과 같으면 안 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개별적 접근 을 요한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통신을 포함한 기술 발달 이 이를 가능케 한다. 이렇게 개별화한 수신자는 동시에 매체가 되어 송신자의 역할을 한다. 복잡계 PR에서는 그 가 단지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클러스터(cluster)를 넘어 조직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선별하고 관계를 유지해 갈 것인가가 관건이 다. 󰡔메가트렌드(Mega Trends)󰡕라는 미래학 책으로 유명 한 네이스비츠(John Naisbitt)는 1982년 이미 우리 사회를 바꿔 놓을 10가지 트렌드를 예견한 바 있다(Naisbitt, 1982). 첫째 산업사회로부터 정보사회로의 이동과 더불 어 둘째는 하이테크(High Tech)로부터 하이터치(High Touch) 시대로 전환을 지적했다. (다섯 번째 예측은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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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부터 탈중심화로의 이동이다.) 생활환경이 고도 기술 사회로 발전할수록 사람들 사이에는 더욱더 비기술적 수 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인 접촉에 의한 감성 의 공유나 교류를 들 수 있다. PR는 특정 주제에 대한 관련 혹은 관심자들의 태도를 형성하거나 강화 혹은 반전시키 는 것이다. 이는 감성 곧 하이터치 영역이다. 소통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서 지나친 하이테크 의존이 오히려 PR 효과 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근자에 바이럴 마케팅이 뜨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숙주로 해서 확산된다. 바 이럴이 건강하게 확장되려면 기생하는 숙주와 공생 관계 를 유지해야지 그렇지 못하고 숙주를 감염시키면 이는 박 멸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종현 · 박기우(2009). 온라인상에서 기업 이슈 생성 및 확산에 관한 연구. 한국경영정보학회. John Naisbitt(1982). Mega Trends: Ten Directions Transforming

Our Lives. Warner Books. Thomas Duncan(2003). IMC. McGraw-Hill. Yachai Benkler(2007). The Wealth of Networks: How Social

Production Transforms Markets and Freedom. Yal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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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퀼트 메시지

퀼트는(Quilt)는 우리말로 조각보쯤 된다. “채워 넣은 물건”이란 의미로,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파라오의 조각”이라고 하는 망토에서 퀼트 기법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기원전 3400년의 역사를 추정한다. 본래는 쓰다 남은 자투리 천 조각들이 아까워 이를 재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완성품의 가치는 본래의 조각 모음을 훨씬 능가한다. 퀼트 메시지도 그러하다.


인지과학 시대 기존의 PR 이론을 무력화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앞서 논의 한 매체보다는 오히려 메시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술 발달과 이로 인한 사회 변화 혹은 사회 변화가 야기하는 기술 발달의 상호작용에 의한 물리적, 심리적 변 화를 수반한다. 정보사회 이전까지 인류는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 이후 1000년 동안 텍스트에만 의존해 왔다. 라디오 발명 이후 지난 100년은 사운드로 확장됐으며 텔레비전 등장 이후 최근 50년은 동영상으로까지 넓어졌으나 이들은 모두 송 신자로부터 수신자에 이르는 일방향성을 유지한 채 각각 별개 영역으로 존속해 왔다.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이들 의 융복합은 방향성과 더불어 엄청난 파생 상품을 양산하 기 시작한다. 독자란이나 옴부즈맨을 넘어서 보는 라디오 와 참여하는 텔레비전 등은 메시지 선택권뿐만 아니라 메 시지 생산과 소비의 주체까지 모호하게 한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와 더불어 메시지 이해의 심각한 변화를 촉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심리학의 발달에서 찾 아볼 수 있다. 학습 이론에서 사회적 판단 이론에 이르는 여러 태도 변용 이론들은 작용(Stimulus)에 대한 반응 (Response)이라는 행동심리학(Behavior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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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에 기초한다. 이는 생리학자 파블로프(Ivan Pavlov, 1902)의 타종 실험에 근거한 것으로 자극의 강도를 높이 면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 정교해지기 시작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나 인지언어 학(Cognitive Linguistics) 이론들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훨씬 더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와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 과정을 거쳐 생성된 메시지는 개인화한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된 다. 빌 게이츠가 오래전 자신의 책(󰡔미래로 가는 길󰡕, 1995)에서 천명했듯이 이미 우리는 손가락 끝에 모든 필 요한 정보(Information at your finger’s tip)를 갖추고 사 는 세상에 와 있다. 사실에 입각한 정보는 단말기만 두드 리면 언제고 확인이 가능하다(김일철, 2013). 문제는 그러 한 정보들을 수용하고 해석, 송출하는 마음 밭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다. 덧붙여 잡음을 제거하는 일이 다. 실버(Nate Silver)는 그의 책 󰡔신호와 잡음(The Signal and the Noise)󰡕에서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Silver, 2012). 기술 발달은 물 리적 잡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신 유사 경쟁과 다양화, 수명 단축 등으로 인한 심리적 잡음의 벽과 골을 넓혀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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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다양하게 접수된 정보의 조각 곧 퀼트는 수용자의 마음 밭에서 훌륭한 보자기 완성품이 되어 요긴하게 쓰일 수도 쓸모없는 천 조각이 되어 폐기될 수도 있다. 정보로 서 메시지 처리에 관한 인지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티즌 브랜드 시민 의식 혹은 시민 정신으로 해석되는 시티즌십 (citizenship)의 사전적 의미는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태도 또는 마음의 자세로, 역사적으로는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를 성립시킨 이념이다. 그 러나 오늘날 이 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 즉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 태도를 말하며, 둘째로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 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에서 발언하는 태 도, 셋째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지하는 의 식을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불행히도 우리는 시민 정신을 축적할 역사적 기회도 또 그것을 배우고 실천할 사회적 여건도 온전히 가져보지 못했다. 고작해야 공중도덕이나 질서 지키기 수준의 사회적 캠페인이 전부다. 고도 경제 성장의 후유증은 뒤늦게라도 시민 정신을 키우고 정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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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토양을 황폐화시켜 놓았다. 개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의 언저리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것 은 이 대목이다. 시티즌십으로 무장한 기업을 시티즌 브 랜드라고 할 수 있다. 윌모트(Willmot, 2001)은 그의 저 서 󰡔시티즌 브랜드(Citizen Brands)󰡕라는 책에서 기업의 책임(corporate responsibility) 대신에 기업의 시티즌십 (corporate citizenship)이라는 표현을 쓸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시티즌십 브랜드는 기업의 핵심 가치 (Core Value)가 브랜드 전략(Branding) 및 앞서 기업의 시 티즌십과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윌모트가 이끄는 미래 재단이 소위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비 자들로 하여금 감성을 표현하는 30개의 형용사를 떠오르 는 순서대로 기록하게 한 결과가 <그림 1>에 나타나 있다. 위의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림은 거칠고 탐욕스러운 좌측에서 호의적 혹은 신뢰할 만한 의미의 우측에 이르는 X축과 상단의 오래된, 보수적인에서 하단 의 역동적, 수직적인의 Y축을 4분한 면으로 구분된다. 가장 바람직한 3/4분 면에 위치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우측 하단의 4/4분 면에는 우리가 알 만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몰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조사에 포함된 회사들 가운데 7개 기업은 인터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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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업과 여러 가지 형용사들의 상관관계

출처: 󰡔시티즌 브랜드󰡕(김일철 역, 2006).

Interbrand)가 실시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세계 60위 안 에 드는 회사들이고 보면 비싼 브랜드가 반드시 좋은 브랜 드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복잡계 PR에서 추구해야 하는 메시지 전략은 시티즌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시티즌십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 는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시티즌십 곧 시민 정신을 공유하는 것이다. 개개 구성원의 시티즌십이 적절 히 모아질 때 비로소 퀼트 메시지는 진정성이 담보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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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스토리 메시지 캐언크로스(Cairncross, 2001)는 자신의 저서 󰡔거리의 소 멸(The Death of Distance)󰡕에서 제3의 전송 수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첫째는 물, 둘째는 공기, 그리고 셋째가 전자(electronic)다. 이것은 전자 기술을 이용하여 누구나 음성이나 화상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의미 한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모든 고객이나 소비자들은 정 보 기술을 이용해서 시간이나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 이나 상품 정보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 다보니 뉴스의 가치가 하락하고 미디어의 공신력이 바닥 까지 떨어진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궁금할 것도 없 다. 필요한 재화조차도 3D 프린터가 대변하듯 아이디어 가 못 좇아가서 그렇지 무엇이든지 만들고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이야기 곧 스토리 뿐이다. 스토리텔링이 번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몽 (Salmon, 2010)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자 신의 책에서 스토리텔링을 ‘이야기를 만들어 지식을 포맷 하는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가 쓴 영수 회담에 관한 일간지 기사에는 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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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지 않는 독자들이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수천 명이 가입을 하고 수만 명이 검색을 한다. 딱딱한 뉴스가 아니 라 만찬장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주메뉴와 테이블웨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얹힌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이 다. 사실(fact)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전달 되거나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서 접근한 다. 분위기를 전하는 스토리에도 알리고자 하는 사실은 얼마든지 담길 수 있다. 이렇듯 스토리는 메시지화하고 메시지는 스토리화한다. 해서 기업을 포함한 많은 조직들 이 자신들이 전달하고 하는 메시지를 스토리화한다. 하지 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대해 몬태규(Montague, 2013)는 자신의 책 󰡔트루 스토리(True Story)󰡕에서 다음 과 같이 기술한다. “나는 스토리텔링을 전공했고 지난 20 여 년간 기업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작업에 종사해 왔다. 오랫동안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었음을 자부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일이 점점 더 어렵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 세계에 걸친 브랜드의 폭발적인 증가다. 1997년의 경우 등록된 상표를 기준으로 250만 개의 브랜 드가 2011년에 와서는 1000만 개로 불과 12년 만에 네 배 가 증가한 것이다. 반면에 브랜드 광고를 위한 매체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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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1996년 이래 2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당연히 브랜 드 차별화는 그만큼 힘들어졌고 매체 이용료 또한 그만큼 비싸졌다. 더 심각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세상 이 더욱더 복잡하고 어지러우며 혼란스러워졌다는 사실 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을 비교하기가 더욱더 힘들어 졌다. 지난 10여 년 사이 모든 수치가 급강하했다. 이를테 면, 브랜드 품질에 대한 인식은 24%, 브랜드 충성도는 31%, 브랜드 신뢰도는 50%, 차별화는 90% 수준까지 하락 해 버린 것이다. 오늘날 CEO 가운데 80%가 자신들의 제 품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믿지만 여기에 동의하는 소비자 는 불과 8%에 불과하다. 변화에 대한 증거는 도처에서 발 견된다. 첫째, 몇 안 되는 회사들이 매체 비용을 거의 안 들이거나 전혀 안 들이고도 매우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야말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꾸준히 인용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 다. 그 밖에 레드불, 아마존, 재포스, 페이스북, 메쏘드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러한 성공을 일궈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광고의 사망을 알리는 장송곡이 점점 더 크고 넓게 퍼져 나가고 있으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 광고는 스토리의 힘에 기초하고 그러한 스토리는 인간의 본질적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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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스토리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브랜드와 멀어질 수 있 단 말인가? 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명 제와 앞서 성공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들 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래에도 스토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비즈니스 분야에서만큼은 스토리텔 링(storytelling)이 스토리두잉(storydoing)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크의 발전은 기업들로 하여금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달 리해서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함으로써, 곧 분명한 스토리를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전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이게 만들었 다.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메타 스토리를 파악하고 매체 비 용을 거의 들이지 않은 채 그 스토리를 보다 새롭고 혁신적 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스토리 또한 인간 본연의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 지만 텔링이 아닌 두잉이라는 소통 방식만이 이전과 달라 졌을 뿐이다.” 메시지의 전달(텔링)이 아닌 경험과 공유(두 잉)야말로 복잡계 PR에서 최선의 메시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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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일철(2013). SNS 시대의 광고 범주와 정의에 관한 재고: 복잡계 관점에서의 모색. ≪광고PR실학연구≫ 6-2. 두산 백과 사전. Cairncross · Francis(2001). The Death of Distanc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Christian Salmon(2010). Storytelling: Bewitching the Modern

Mind. Verso. Michael Willmott(2001). Citizen Brands; Putting Society at the

Heart of Your Business. Wiley. Nate Silver(2012). The Signal and the Noise: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Penguin Books. Ty Montague(2013). True Story.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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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조직과 정체성

복잡계에서 말하는 창발(Emergence)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이라야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능동적인 에이전트(Agent)들이 프랙탈(Fractal) 원리에 의한 자기 조직화를 통해 임계점을 넘어 창발의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기상학자 로렌츠가 주장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으로 전환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에 기대어 천만 마리의 나비를 잡아 흔들어 댄다고 그것이 결코 태풍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조직의 경직성 피스만과 설리반(Fisman & Sullivan, 2013)이 공저한 책 에 담긴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2009년 봄, AA항공사의 인터넷 디자인 팀원인 커티스 (Dustin Curtis)는 Mr.X라는 필명으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항공사 홈페이지의 문제와 개선점을 자세히 적어 전자메일 로 회사 앞으로 발송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제작한 보다 개선된 웹사이트의 시안을 첨부했다. 확 실히 고객의 입장에서 훨씬 쉽고 간편해 보였다. 그는 회사 의 막대한 인력과 재원으로 얼마든지 고객을 위한(user friendly)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아 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웹사이트 부서에는 기획, 분석, 고객 상담 등을 포함 대략 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 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홈페이지를 다시 디자인하는 문제 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조정이 필요하 다고 역설했다. 회사에서는 전자메일을 추적, 마침내 커티 스를 찾아내고 그를 사내 보안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고 했다. 얼마 뒤 회사는 커티스 덕분에 부분적이나마 개선된 웹사이트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11년 아메리칸 항공은 끝내 파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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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조직의 비대화 로 인한 수평적 소통의 단절? 관료적 조직이 갖는 상하 명 령 체계의 경직화? 조직은 그 성격상 영리와 비영리 혹은 정부와 비정부 등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는 주로 기업적 관점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자급자족과 가내 수공 업을 거쳐 산업혁명에 의한 대량생산 체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점점 더 그 규모를 키워 왔다. 삼성전자만 하더라 도 2012년 말 기준 국내 직원 수만 9만 7000명에 달하는 것 으로 집계됐다(www.ceoscore.co.kr). 경제활동의 중요한 주체 가운데 하나인 기업, 하지만 경제학에서 기업은 블랙 박스로 남아 있다. 고전 경제 이론은 어떤 조직이 할 일, 심 지어 존재 이유에 대해 결코 고찰해 본 적이 없다. 경제학은 150년 동안 조직의 내면을 무시해 왔다는 것이다(이진원 역, 2014). 포디즘(Fordism)이나 테일러리즘(Taylorism) 이후 맥그리거(McGregor)의 XY이론에서 이면우의 W이 론(1993)에 이르는 제 이론이나 주장들은 하나같이 조직의 구성원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개개의 합이 이루는 집단은 부분 합 이상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마치 앞서 예로 든 개미 왕국의 활동과 같이 복잡계적 시각을 필요로 한다, 낱 개의 합으로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나 창 발(Emergence)과 같은 현상을 예측할 수도 도출할 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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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조직의 통합 현미경의 발명으로 그동안 악마의 저주로만 여겨졌던 전 염병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듯이 이제는 블랙박스를 해체하고 조직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조직은 필연적으로 비대해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수직적 계층은 늘어나고 수평적 관 계 또한 떨어져 설치한 사일로(silo)처럼 단절 현상이 불가 피해졌다. 가로세로 모두 비대해진 것이다. 자연, 소통이 문제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부터 회사라는 조직을, 일본 으로부터 경영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우리나라의 기업 조직은 유교적 관료 문화를 기반으로 모호한 의사 결정 구 조를 오랫동안 지속해 왔다. 그러다가 1970년대의 두 차례 에 걸친 오일 쇼크와 1980년대 들어와 불기 시작한 사내 전 산화 바람, 1990년대 국제 금융 위기와 2000년대 들어 본 격화한 SNS 열풍은 일시에 기존 질서를 뒤집어 놓았다. 대 량 시대에는 대중매체가 조직과 공중의 중재 역할을 담당 했다. 조직과 공중 사이에는 그만큼의 물리적 간격과 시간 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조직은 외부로 드러난 겉모습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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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 PR가 조직과 공중을 엄 격히 구분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거대해진 조직은 더 이상 한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고나 PR 혹은 판촉이나 이벤트 등을 담당하는 사내 부서가 수십 개, 종사하는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통일된 목 소리를 유지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서 등장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의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이론이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들을 송출 부서에 상관없이 고객 과 같은 수신자들은 하나의 출처(source)로 간주하는 만큼 메시지와 이미지의 통합(one voice, one look)에 열을 올 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조직 커뮤니케이션(Organizational Communication)에서 다루던 일들이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으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 했다. 대중매체가 해체되면서 그 동안 조직과 공중 사이의 간극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두 집단이 가까워진 것이 아니 라 아예 울타리가 사라지고 합체되어 구분하기조차 어려 운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슈머(prosumer)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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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해체 이제 조직은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PR를 예전 방식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조직은 신뢰할 만 한 정보원으로서 공중에게는 예전보다 훨씬 더 필요한 존 재가 되어 버렸다. 이제 조직과 공중은 커뮤니티 안에서 공존한다. 따라서 조직은 필연적으로 열린 조직이어야 하 며 모든 마케터는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관계는 상호작용이 된다. 일찍이 네이스비츠 (Naisbitt, 1982)가 예견한 하이테크(high tech) 시대에서 하이터치(high touch) 상황에 돌입한 것이다. 고도로 발 달한 하이테크 시대는 다양한 매체와 경로를 통해서 정보 를 입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은 참고 자료는 될지언정 판단 자료에는 못 미친다. 일례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자녀의 인성 교육을 위하여 피아노를 사 주려는 엄마가 있다. 텔레비전 광고부터 집 근처 피아노 대리점, 백화점 전시품과 인터넷 검색 등으로 다양한 정보를 입수 한다. 하지만 결정은 음대 피아노과를 나온 친구나 피아 노학원을 하는 후배에게 의존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회 사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소비자들 은 사내의 세부적인 업무 분장이나 담당에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해답을 원할 뿐 이리저리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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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가 옮겨 가는 것에 짜증을 낸다. 조직 내 전 부서가 외 부와 접점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상적 인 요구나 문의에 관한 한 모두가 마케터요 PR 담당자여 야만 한다. 일자리가 모자라서든 조직의 유연성을 위해서 든 기업들은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자율시간근무제 (flexible time) 등을 도입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근무 조건이 인기를 끈다. 이 모든 노력들은 불 황이라든지 차별화 등의 외부적 환경 변화에 순응하는 듯 싶지만 그 바닥에는 산업사회로 인해 경직되기 이전의 모 습, 곧 원형으로의 복귀라는 로드맵을 좇을 뿐이다. 구성 원 개별 단위가 유기체로서 정체성을 갖는 아메바식 혹은 개미 왕국 같은 조직을 그려 본다.

조직과 정체성 외형적으로 느슨해 보이더라도 구성원들이 가치를 공유 한다면 그 이상 결집된 조직도 드물다. 군대와 같은 특수 목적의 집단을 제외하곤 반드시 일정한 장소와 정해진 시 간에 모여 동일한 유니폼을 착용하고 획일화된 규칙을 따 른다고 해서 응집력이 강하거나 효율적인 집단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애커로프와 크랜텐(Akerlof & Kranton, 2010) 은 󰡔정체성 경제학(Identity Economics)󰡕이라는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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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올바른 사회 를 형성하고자 도덕철학을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전환하 려 했던 시도로서 그는 사회과학에 인간의 열정과 사회제 도를 포함시키려 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이후의 경제학 자들은 인간을 경제적 동기만으로 접근, 경제가 작용하는 방식을 모델화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부품으로 전락시 켰다고 비판한다. 최근에 와서야 행동경제학이나 기타 심 리학 분야에서 비로소 인간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개개인은 그가 조직을 구성하는 기업인이든 여타 공중에 속한 구성원이든 모두가 커뮤니티의 일원이 다. 따라서 독립된 경제, 사회 활동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이해와 접근이 복잡계 PR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조직이나 공중이 아닌 그 구성원 중심의 PR를 구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접근은 조직이 원하는 인재 상과 공중 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을 움직이는 동기에서 바 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조직이 바라는 인재(人才)는 한자 로 4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각기 人才와 人材, 人在 그리 고 人災가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조직의 인재는 첫째 혹 은 둘째에 속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영특(genius)하거나 지도력(leadership)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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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으로서의 구성원을 움직이는 동인(motivation)에 대해 서는 심리학자 매슬러(A. Maslow)의 인간 욕구 발달 5단 계를 참조할 만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 소한 첫 번째 생리 욕구와 두 번째의 안전 욕구를 넘어서 세 번째 사회적 참여 혹은 네 번째 존경의 수준에 머물거 나 다가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공중의 구성원들 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려 는 것이다. 앞서의 인재 성향과 뒤의 욕구 수준이 만나는 곳이 커뮤니티다. 이는 전통적 PR가 설정한 공중과는 사 뭇 다르다. 물리적인 제약도 받지 않으며 매우 유연하고 가변적이다. 주로 과거 공중에 속했던 사람들이 자발적 으로 구축하는 모임으로 과거 조직에 속했던 사람들이 참 여를 희망할 경우 그들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철저한 참여자일 때 비로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때로 관 찰자의 신분을 감춘 채 위장 전입하듯 참여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이러한 속성을 갖는 조직이나 공중의 구성원들이 열린 조직 곧 커뮤니티에서 에이전트로 활동 할 수 있는 기본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과거 식으 로 말하면 목표 공중(target)이며 여론 선도자(opinion leader)인 셈이며 글래드웰(M. Gladwell)이 말하는 메이 븐(Maven)이요 핑크(D. Pink)가 주장하는 동인(Drive)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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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면우(1993). 󰡔W이론을 만들자󰡕. 지식산업사. 피스먼 & 셜리번 저, 이진원 역(2014). 󰡔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 웅진 지식하우스. p.32. George A. Akerlof·Richard E. Kranton(2010). Identity

Economics. Princeton University Press. Jhon Naisbitt(1984). Megatrends: Ten New Directions

Transforming Our Lives. Warner. Ray Fisman·Tim Sullivan(2013). ORG.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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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공중과 커뮤니티

군중과 대중과 공중이 모호해지듯이 생산과 소비, 송신과 수신, 공급과 수요의 벽이 무너지거나 모호해지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 전략이 되고 피아의 식별이 의미를 상실한다. 이념적 대치나 세대 간 갈등은 단지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나뉠 뿐이다. 관찰자와 참여자가 하나가 되어 커뮤니티를 이룬다.


공중의 범주 오늘날 공중을 대중이나 혹은 군중과 나누어 정의하는 일 은 무의미해졌다. 사회학적으로는 르봉(Gustave Le Bon) 이 근대사회의 인간을 비합리적, 충동적 존재로서의 군중 으로 구분한 데 반해서 타르드(Gabriel de Tarde)가 이에 대비해서 인간을 합리적, 자유적 존재로 파악하여 이를 공 중으로 보았다. 행정학사전에는 사회의 일반 사람들, 즉 비조직적으로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 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제까지의 PR에서 일컫는 공중 (Public)은 이 둘 사이에 자리한다. 그러나 그것이 공중이 건 군중이건 간에 이들 집단 구성원들의 혹은 집단 내 소 통 수단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서 공중에 대한 전통적 정 의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단순히 시공의 제약을 벗어났 다는 물리적 이유 말고도 이들이 공유하고 소통하는 수단 이 탈대량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원자력발 전소가 지역 주민들과 갈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PR 노 력에서 설정하는 공중은 정확히 누구를 대표하는가? 1978 년 가동을 시작하여 2007년 6월로 그 수명을 다한 고리1 호기 원자력발전소는 2008년 1월 정부로부터 10년간 재 가동 승인을 받아 다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9월 정전 사고가 발생하자 그렇지 않아도 지역 주민을 포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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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공중의 폐쇄 요구가 점증되고 있다. 더욱이 2011년 3 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불안을 가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고리 외에도 월성과 울진 그리고 영광 등의 지역에 밀집되어 있 다. 여기서 원전과 관련한 공중은 누구이고 어디까지인 가? 고리1호기 사고가 발생하자 기장읍, 장안읍 등 원전 인근 지역에는 각종 환경 단체와 시민 단체의 플래카드가 수십 개 게시됐다. 연구에 의하면 정작 원전 가까이 거주 하는 주민들은 그 위험성을 실감하지 않는다(김일철·김 은희, 2013). 그보다는 ‘발전지역주변지원에관한법률’에 따른 반경 5킬로미터 내외 집단 간 갈등이 더 심각해 보인 다.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같은 요즘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여론 형성이 해당 지역에만 국한되 지 않는다. 이럴 경우 누구를 혹은 어디까지를 원전이라 는 조직과 관련된 공중의 범주에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흩어지는 공중 이제까지

광고에서는

소위

STP라고

해서

분할

(Segmentation)과 타기팅(Targeting) 그리고 포지셔닝 (Positioning)이 소비자 집단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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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돼 왔다. 이는 소비자를 단순히 연령이나 소득 혹은 학 력이나 주거지역 등의 인구통계학적 자료에 의해 구분하 는 것이다. PR에서도 관련 집단의 특성에 따라서 내부 구 성원, 외부 관련 기업, 지역이나 중앙 언론이나 정부, 기타 관련 단체 등을 관련 공중으로 분류, 이들과 (우호적인) 관 계 구축이나 유지를 주목적으로 삼아 왔다. 이는 각 분할 이나 공중을 획일적 구성원의 합일체(homogeneous)로 보는 관점이 내재되어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이것이 가능 했고 또 필요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이들을 이어 주는 대중매체에 의한 대중전달 과정에서 3S에 의한 단순화(Simplification), 표준화(Standardization)및 전문 화(Specialization)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량(Mass)에서 절대적인 가치이며 원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사회 이후 탈대량화는 정반대의 가치를 추구한다. ‘남과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세상’에서 ‘남과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 기 힘든 세상(heterogeneous)’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광고에서 더 이상 연령이나 소득, 학력 등의 외형적 조건으 로 소비자를 집단화할 수 없듯이 PR에서도 공중을 이전과 같이 획일화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마치 동서 냉전 체제 의 붕괴 이후 주적을 누구로 삼아야 할지 모호한 경우와 유 사하다. 근자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역학 관계만 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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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영토를 포함한 국방과 경제를 비롯한 외교, 한류를 중 심한 문화 교류의 난맥상이 이를 대변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PR를 위한 공중을 식별해 낼 수 있을 까.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을 그 토대로 한다. 마찬가지 로 전자메일이나 e북이 확산돼도 종이는 사라질 수 없다. 탈대량화로 인한 구성원의 다양화 역시 종래의 지리적 혹은 사회적 구분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그와 더불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SNS를 통 한 보다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공중 활동이 가속화할 것 이다. 따라서 여하히 이들을 식별해 내고 이들과 PR를 위 한 관계를 구축, 유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가능 케 해 주는 기술이 데이터베이스와 개별적 소통(personal communication)이다. 대량을 배경으로 등장한 마케팅은 평균에 주목한다. 곧 사회가 획일적인 만큼 소비자 성향 은 종 모양으로 평균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정상 분포를 형 성할 것이라는 가설이고 또 실제로 그러했다. 따라서 시 장의 구분은 마치 두부모를 자르듯 가로세로로 바둑판을 만들고 각각의 사각형에 맞는 전략을 적용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평균값이었다. 하 지만 쌀과 보리뿐 아니라 다양한 잡곡들을 뒤섞어 놓은 듯 한 오늘의 시장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구분이 그렇게 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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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만은 않다. 사회 변화와 기술 발달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수요를 공급한다. 오늘날 발달한 데이터베이스 기 술은 흩어진 공중을 마치 모래 위에 뿌려진 쇳가루를 강력 한 자석으로 솎아 내고(sorting) 건져 올릴 수(aggregation)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콩가루처럼 흩어져 있는 대상 에게 개별적(personal)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체(media) 가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적절히 데이 터베이스를 모으고 가공할 수 있는 기술과 마인드의 부족 이다.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와 이를 활용하는 부서 간 의 이기주의 혹은 소통 부재가 이를 더디게 한다. 사내에는 이미 다양한 고객 정보가 존재한다. 이를 테면 마케팅 부서 에는 다양한 시장 조사 보고서가, 영업 부서에는 고객 개개 인에 대한 신상 정보가, 기술 개발 부서나 R&D에는 상품 에 대한, 그리고 재무 부서에는 할부 판매 등으로 인한 고 객의 신용 정보 등이 산재해 있다. 슐츠 교수(2009) 등은 이들 사내에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만 적절히 모을 수 있다 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객 정보의 80%는 이미 확보된 셈 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SNS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서도 아직은 개별적(individual) 소통 수준이지 개인적 (personal)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동 일한 메시지를 각각 자신의 SNS 기기로 수신할 뿐 각 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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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 맞춰진(customized) 정보전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 는 수준이다.

공중과의 소통 전통 PR에서 가장 중시한 커뮤니케이션 모형 가운데 하나 가 ‘소통의 2단계 흐름(two step flow of communication)’ 가설이다 폴 라자스펠드(Paul Lazarsfeld) 등은 1940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의사를 결정할 때 정보원으로 서 미디어보다는 주변 지인(知人)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 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제시한 것으로 송신자와 수신자 사 이에는 여론 선도자(Opinion Leader)가 매개 변수로 존 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라자스펠드의 매스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1937년에 발표된 바 있다. 제롬 매카시(Jerome McCathy)가 주창하는 마케팅의 4P 이론은 1960년에 나온 것이다. SNS나 인터넷은 물론 텔레비전조차 제대로 보급 되기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다(김일철, 2013). 이후 마케팅이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복잡계(複雜 系)의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라는 사실을 간파한 글래드

웰(Gladwell, 2000)은 중요한 변화나 핵심적 사고(思考) 는 ‘선형적·연속적·순차적·논리적’으로 일어나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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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불연속적·폭발적·직관적’으로 전개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가 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는 책에서 이 매개 변인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법칙(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 가운데 소수의 법칙을 구성하는 커넥터 와 메이븐 그리고 세일즈 맨 등에 관한 언급이 그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개별적 요 소들이 작동하는 환경, 곧 상황의 힘이라는 대목이다. 이 는 앞서 복잡계에서 설명한 혼란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열 린 조직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인용한 한물간 허시퍼피 라는 신발이 다시 유행하게 된 것도 단지 몇몇 사람이 자 신의 사회적 관계와 열정으로 입소문을 퍼뜨려서라기보 다는 그러한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될 수 있었던 사회적 분 위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 분위기는 허시퍼피와 같은 신발 혹은 그 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최소한 적대적이지 않은)을 갖는 사람들을 뜻한다. 당연히 이들은 지리적으로나 사회통계 학적으로 획일적일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타깃(Target) 이나 공중(Public)이라기보다 그렇게 분류되는 커뮤니티 (Community)로 보아야 한다. 밀러(Miller, 2011)에 따르 면 ‘커뮤니티는 통상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회복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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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집단을 말하는 것으로 기존의 고착 된 불만족스러운 집단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커뮤니티는 타깃이나 공중보다 유연하며 탄력적이다. 하지만 그라노 베터(Granovetter)가 말하는 ‘약한 관계의 강한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은 느슨한 관계에서 더 큰 힘 곧 영 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슐츠 교수 등(2012)은 미국 내 유 통업체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12년 동안 추적하여 이들 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들이 밝혀낸 알고리즘에 따르면 각 개개인은 관측(O, Observation)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서로 대 화(C, Conversation)하며 또한 시스템 내에서 다른 적합 한 대상과 어떻게 추천(R, Recommendation)하는지에 따 르는 O-C-R 모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형은 자신 들의 필요나 요구를 규명하고 충족시켜 주는 데 활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순환 시스템 내에서 각자는 전통적 마콤에서 적용되던 선형적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정보 풀은 더 이상 시간이나 공간 혹은 기능상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이전에 오로지 마케터로부터 소비자에게 일방적으 로 공급되던 모든 종류의 정보들이 이제는 선순환 시스템 의 다양한 집단 간에 수직 혹은 수평으로 자유롭게 공유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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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사실이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최상의 커뮤 니케이션 공유가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비자 혹은 수용자들이 자기들끼리 구축한 정보 공유 시스템 즉 커뮤니티에는 생산자 혹은 송신자로서 마 케터가 완전히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광고는 물론 PR를 담당하는 마케터들은 여하히 이전의 관찰자 자세에 서 벗어나 이러한 커뮤니티에 참여자로 동조될 수 있을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심전심이나 역지사지가 한낱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근자에 들어 투명성이 나 진정성과 같은 개념들이 경영 일선에 자주 등장하는 이 유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김일철 · 김은희(2013). “원전과 지역 주민의 소통 구조에 관한 연구”. 한국홍보학회 특별 세미나. 김일철(2013). “SNS 시대의 광고 범주와 정의에 관한 재고: 복잡계 관점에서의 모색”. 한국 광고PR실학회 추계학술대회 발표. D. Schultz et al.(2012). An Interactive. Networked Algorithm of

marcom. ABC Conference. D. Schultz(2009). M. Block & BIGResearch. Retail Communities:

Customer-Driven Retailing. McGraw-Hill. Mallcomm Gladwell(2000). Tipping point: how little things can

make a big difference. Vincent Miller(2011). Understanding Digital Culture. 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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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관계와 네트워크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 가족과의 관계가, 입사하는 순간 동료와의, 거래처와의, 고객과의 관계가 부여되는 것이지 내 의도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그런 천부적(inherent) 관계의 저변에는 일정한 질서와 패턴이 깔려 있다. 가장 바람직한 관계 관리는 그 이면의 관계 질서에 순응하는 길이다. 이는 마치 파도타기(surfing)와 같아서 파도 곧 자연과 바람과 물살에 몸을 맡기듯 하는 것이다.


SNS의 작동 원리 모시조개 껍질의 주름, 해바라기 꽃씨의 배열, 나뭇가지 가 퍼져 가는 순서 등에는 일정한 비밀이 숨어 있다. 이탈 리아 수학자 피보나치가 발견한 피보나치수열(Fibonacci sequence)이다.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다음의 숫자가 되 는 1, 1, 2, 3, 5, 8, 13…과 같은 배열을 말한다. 자연 속 대 부분 꽃잎의 숫자는 이 수열을 따른다. 나아가 피보나치 수열의 뒤 숫자에서 바로 앞의 숫자를 나누기하면 황금율 (Golden Rule)이 된다. 아름다운 군무를 이루며 나는 철 새 떼 혹은 바닷속 정어리나 멸치 등은 어떻게 그렇게 일 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그 램 전문가 레이놀즈(Crag Reynolds)는 오랫동안 철새 떼 의 움직임을 관찰한 뒤 단순한 세 가지 법칙-① 두 개체 사이가 일정 거리 이내로 가까워지면 흩어진다. ② 일정 거리 이상으로 벌어지면 가까워진다. ③ 전방 일정 거리 에 방애물이 있으면 좌 혹은 우로 선회한다.-을 발견하 고 이를 프로그래밍하여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확한 철새 떼의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자연 속에는 숨 겨진 질서가 존재한다. 인간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굳이 러브록(James E. Lovelock)의 가이아 이론(Gaia theory, 1978)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의 정서에는 함석헌의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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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나 장회익의 온생명에서 보이듯이 생태학적 인식이 배어 있다. 󰡔논어󰡕에서 제자 안현의 인(仁)이 무엇인가는 물음에 대한 공자의 대답, 극기복례(克己復禮)야말로 완 벽한 인간관계의 해법이라 하겠다. 즉, 자신을 다스려 예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 는 것이다. 서구식으로 표현하면 성경에 나오는 “무엇이 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 라”(마태복음 7:12) 정도가 되겠다. 크로스와 파커(Cross & Parker, 2007)는 자신들의 책 󰡔복 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에서 에이전트 중 심의 객체 지향 모델을 소개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8정도-정견(正見, View), 정어(正語, Speech), 정업(正業, Action), 정명(正命, Intention) 정정진 (正精進, Effort), 정정(正定, Mindfulness), 정념(正念, Concentration), 정사(正思, Lifelihood)를 의미한다. 복잡계 PR는 SNS 환경을 전제로 한다.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 본성에 충실하도록 노력하는 길이다. “규칙1.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2. 만일 그렇지 않다면 다시 규칙1.로 돌아간다”는 레오나드(Stew Leonard)의 사시를 상기할 필요 가 있다. “내 가족이 먹는 다는 생각으로 식품을 만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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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본성에 충실하는 것이다.

관계와 상호작용 우리는 전통적 PR가 ‘조직과 공중의 관계(Public Relations)’에 주목하는 데 비해 복잡계 PR는 ‘구성원 간 상 호작용(Personal Reciprocity)’에 천착한다고 밝힌 바 있 다. 스몰리(Smally, 2006)는 “삶은 오직 관계일 뿐 나머지 는 모두 사소한 것들(Life is relationship, the rest is just detail)”이라고 말한다. 앞에서 논의했듯이 이제 사회는 SNS 곧 네트워크 구조를 기반으로 쌍방향을 넘어 다원적 상호작용을 인프라로 작동한다. 새로운 PR 개념도 SNS 작 동 원리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벤튼과 지오바그놀리 (Benton & Giovagnoli, 2006)는 현명한 네트워크에서 8 가지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을 간단히 요 약하면, ① 공유를 위한 여건 조성(열린 조직), ② 에이전 트들이 관심 있어 할 정보의 제공, ③ 정보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 지원, ④ 정보 확장에 필요한 장애 요인 제거, ⑤ 에이전트의 파악 및 지원, ⑥ 조직 내 기여자에 대한 인정, ⑦ 보다 다양한 에이전트 참여 유도를 위한 선택권 제공, ⑧ 네트워크의 효과를 측정, 보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측 정 수단의 가동 및 적용 등이다. 이와 같은 8단계는 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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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공중 곧 커뮤니티 내 활동적인 구성원들을 규명 (Identifying), 공유(Sharing) 및 상승(Leveraging)하게 한 다는 것으로 이는 앞서 웹2.0의 기본 정신-개방, 참여, 공유 등과 그 맥을 같이한다. 복잡계 PR가 바람직한 관계 유지를 위한 상호작용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 가? 조직의 핵심 가치나 역량이 관계 중심적일 뿐만 아니 라 업적 평가 또한 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러기 위해서는 앞서 예로 든 바와 같이 어떤 경우에도 고 객이 옳다는 사시(Credo)가 전제되어야 한다. 리츠칼튼 호텔의 슬로건은 “신사 숙녀가 신사 숙녀를 위해 봉사한 다(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이다. 그리고 이에 맞도록 행동한다. 일례로 투숙객이 공항에 도착해서야 방에 중요한 물건을 두고 온 사실을 알고 이를 전달해 주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직원 에 대해 문책보다는 포상을 하는 사례가 있다. 고객 상담 전화를 받아 처리하는 부서의 경우 단순히 시간당 처리 건 수만 가지고 업적을 평가해서는 온전한 상호작용을 보장 할 수 없게 된다. 그보다는 관계를 맺는 쌍방 상호작용이 만족한 정도에 따르는 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호작용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항상 열려 있어서 상대방 이 원할 때 즉시 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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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그물 카프라(Capra, 1997)는 󰡔생명의 그물(The web of life)󰡕 이라는 책에서 생명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가 등장했는데 혹자는 이를 두고 ‘동역학적 시스템 이론’ 혹 은 ‘비선형 동역학’ 또는 ‘복잡성 이론’이라고 부른다고 하 면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생태학적 세계관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는 과학의 최 전선”이라고 하였다. 세계관이 기계론적에서 생태학적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PR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사회학이 성립된 것은 19 세기 초반 콩트나 스펜서 등에 의해 학문적으로 확립된 이 후의 일이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로 인한 산업사회 의 성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 반에 걸쳐 일어난 정보혁명은 기계론적유물론에서 유기적 전체주의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이전의 대량과 분 산에서 탈대량, 네트워크화하는 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 내지는 수정이 필요하다. PR 역시 그 세계관을 이전의 사 회학에 두는 만큼 변환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 생 명(life)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생명 사상’ 혹은 ‘생명 윤리 사상’은 동양의 종교라 할 수 있는 유, 불, 도를 포함하는 동 양 고전의 근간인 사서삼경에 두루 내재돼 있어 새삼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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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것이 못 된다. 요는 화이트헤드(Whitehead)에서 켄 윌 버(Ken Wilber)에 이르는 서양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조차 이에 동조 내지는 앞장선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계 론적 세계관에 생명을 도입한다는 것은 부활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산업사회 이전 곧 농업사회나 그전의 원시 수 렵사회로의 회귀를 뜻한다. 또 여기서 생명이라 함은 생물 학적이기보다는 생태학적 관점, 곧 생물과 무생물이 공생 공존하는 자연 환경을 말한다. 이를테면 바닷가 조약돌은 비록 무생물이지만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밀물과 썰물 환경에 적합하도록 모양과 크기가 최적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거기에 있음을 인정하고 또 거기에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생태학적 생명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 든 생물과 무생물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공생하 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온전성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추 상적이며 이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그곳이 앞으로 인류 가 지향해야 할 지고의 종착점이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 는 인류는 지구촌의 생태학적 균형을 와해시킨 지 이미 오 래다. 이 좁은 위성에 70억 인류는 자연의 자체 정화 능력 을 한참 지나쳐 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북구 유럽 을 비롯한 일각에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저지 내지는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기업과 같은 조직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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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으로 일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의 시민 정신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 주의의 폐단을 딛고 진정성을 가지고 이러한 캠페인에 참 여하기까지에는 다소의 시차가 있을 것이다. 해서 아직은 준조세 성격의 소극적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 다. 하지만 극히 일각에서나마 저 멀리 온전성을 감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참고문헌 Fritjof Capra(1997). The Web of Life: A New Scientific

Understanding of Living Systems. Anchor. Gary Smally(2006). The DNA of Relationship. Tyndale House Pub. Rob Cross·Andrew Parker(2007). Complex Adaptive

Systems: An Introduction to Computational Models of Social Life. Princeton University Press. Steve Benton·Melissa Giovagnoli(2006). The Wisdom

Networks. 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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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온전함으로의 회귀

인류 역사는 어디를 지향하는가?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혹은 두 마리의 절름발이 코끼리가 제자리를 맴돌 듯하기보다는 조금은 앞선 나선형으로 회귀할 뿐이다. 돌아왔지만 예전의 그 자리는 아니다. 강절 소옹(康節 邵雍: 1011∼1077)의 사시사유(四時四維) 계산법에 따르면 그 주기가 12만 9600년이다.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시행착오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출발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온전함으로 회귀할 뿐이다.


표류하는 PR 2012년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익광고를 보면 항암 치료로 머리를 짧게 깎은 어린아이 사진과 함께 “세금을 속인 게 마음에 걸리면 소아암 어린 이 돕기를 위한 3천 원짜리 손수건을 구입하세요. 용서가 될 겁니다”라는 글귀가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을 볼 수 있 다. 이 밖에도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결근했다든지, 약속 을 잊고 돈을 갚지 않았다든지, 동료에게 뭔가를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든지 등등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을 느낀 다면 기부를 하라는 일련의 시리즈물 캠페인이다. 일상의 소소한 죄책감을 금전으로 탕감받으라는 메시지를 중세 의 면죄부와 결부시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룹의 총수가 경제 사범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뉴스 앞뒤로 그 기업의 공 공 캠페인이 광고와 PR로 따라붙는다. 이런 현실에서 이 제까지의 논의는 무책임한 낙관론에 불과한가? 이 책을 탈고하기 직전 다시 한 번 서점을 찾는다. 이어 령 선생(2014)의 책을 집어 드니 그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 이 눈에 들어온다. “자본주의의 황혼이 어떻게 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생을 무 력화하는 분업, 생활의 표준화, 생명체보다 우위에 있는 기 계 그리고 자발성에 대한 조직의 우위입니다. 우리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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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열광적으로 받아들인 산업혁명, 기계문명이 이 런 얼굴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이 이제 불안과 공포의 모 습으로 내 자식과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살게 될 내 집 담을 넘겨보고 있습니다.” 얼핏 우울하고 비관적인 듯 들리지만 책 제목(생명이 자본이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명 중시, 생명 회복이 그 근저에 깔려 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 둡고 추운 법이다. 그래도 코끝에 스치는 바람에서 봄기 운을 느끼고 깜깜한 가운데도 어슴푸레한 가닥을 본다. PR를 둘러싼 마콤 영역에서는 그 가능성을 감성 마케팅을 지나 영성 마케팅이라는 표현과 시도가 확산되고 있음에 서 본다(Kotler, Kartajaya & Setiawan, 2010). 필립 코틀 러(Philip Kotler)는 이를 󰡔마켓3.0(Marketing 3.0)󰡕이라 는 자신의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두 명의 동료와 함 께 쓴 책에서 그는 과거 제품 중심을 마케팅 1.0으로, 이 후 소비자 중심을 마케팅 2.0으로 그리고 가치에 의한 (Value-driven)마케팅을 마케팅 3.0으로 구분하였다. 이전 의 마케팅 목적이 각기 판매와 고객 만족을 위한 유지였다 면 마케팅 3.0의 목적은 더 나은 세상 만들기(Make the world a better place)이며 이전 마케팅의 가치가 기능과 감성 만족인 데 비해 새로운 마케팅은 기능과 감성을 넘어 선 영성의 추구(Functional, Emotional, and Spiritual)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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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앞 장에서 논의한 가치와 생명을 넘어선 영성에 이 르기까지 이전의 기계론적 시각에서는 낯설기만한 이런 용어나 개념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발상의 전 환이 필요하다. 창조나 창의는 단순히 발명의 수준을 넘어 선다. 이는 미래 창조 혹은 창조경제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창조생태학 호킨스(Hokins, 2013)는 창조경제에서 창조 생태계가 조 성되려면 ①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창의성이 있고, ② 창의성에는 자유가 필요하며, ③ 자유에는 시장이 필 요하다는 세 가지 명제를 제시한다. 복잡계 PR에서 웬 창 조인가? 하와이대학교의 데이터(Dator, 2013) 교수에 따 르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고 한다(The future cannot be predicted because the future does not exist). 단지 우리가 원하는 미래(preferred future)를 대안 미래(alternative future)로 예상(forecast) 할 뿐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교수가 말하는 바람직한 미 래는 호킨스의 창조 생태계 내에서 가능하다. 시장 → 자유 → 창조의 연결고리가 선순환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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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복잡계 PR에서는 어떻게 여론이 형성되는가? 열린 공간(커뮤니티)에서 구성원(에이전트) 들의 자유로운 활동(프랙탈)에 의한 형성(자기 조직화)이 곧 여론(창발)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수많은 미래 학자들 이 예견하듯이 미래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창의다. 고도 화된 기술 발달로 가시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수급은 더 이 상 문제될 것이 없다. 비가시적인 수요와 이에 대한 공급 은 감성적 태도나 가치적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다분히 PR의 영역이다. 사이넥(Sinek, 2009)이 자신의 책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왜(Why)?’를 중시하는 이유다. 그는 이 책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 그리고 인종 운동을 이끈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 등을 예로 들어 성능이나 경 제성보다는 감성과 가치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음을 본 다. 앞서 시티즌 브랜드에서 논의했듯이 이제는 기업도 소비자도 모두가 시민 정신(citizenship)을 공유할 때다. 그것은 가치의 공유를 의미한다.

온전성의 회복 온전성(穩全性)이나 온전함 등의 ‘온’은 ‘편안할 온’이라는 한자에서 유래한 단어이나 ‘온’은 실은 순우리말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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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전부’를 나타낸다. 2006년 출간한 󰡔온광고론󰡕이라 는 책의 제목도 이러한 의미에서 유래한다. 곧 ‘온 천지’와 같이 전체를 아우르는 우리말의 의미를 채용해 산업사회 이후 분업으로 인해 분산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제 영역을 아우르고자 시도했던 것이다. 오늘 이 책의 제 목을 󰡔복잡계 PR󰡕이라 함은 그러한 분산된 커뮤니케이션 가운데 특별히 PR에 주목해서 그것들을 아우르는 패러다 임을 복잡계에 의존했음을 의미한다. 나는 학문을 ‘스스로 의 무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 그래서 그 무지의 영 역을 다소라도 좁히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 에 노력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무지는 눈을 감고 낯선 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까 조금이라도 그 불편을 덜어 보고자 함 이라 답한다. 하지만 이는 내 좁은 소견이고 조선 후기의 학자 최한기는 “학문은 본래 태평에서 비롯되니 人事(인 사)의 분쟁은 학문을 통하여 화해하고, 정치의 실도(失道) 는 학문을 밝혀서 바르게 해야 한다”(권오영, 1999)고 설 파하였다. 이어서 “학문의 본의는 어지러움을 그치게 하 고 위험에서 구해 주며 어리석음을 밝혀 주고 악을 변화시 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학문을 잘못 사용하면 붕당의 화와 문호(門戶)의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무릇 동서고금 명현들의 학문에 대한 정의를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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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선(善) 혹은 성실(誠實)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혜강 최한기 선생도 인문, 자연, 사회과학을 집대성한 자신의 저서를 ‘기학(氣學)’이라 하였지만 기실은 ‘성실학(誠實學)’이나 ‘일통지학(一統之學)’이라 이름하기를 희망하였던 것을 보면 학문의 지고선(至高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학문의 가치 지향적 성향은 동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메타피직스(Metaphysics)도 그 뿌리를 물리학 저 너머의 철학에 두고 있으며(Aguayo, 2004) 오늘날 자본주의 생산성의 출발점이 되는 분업을 강조한 애덤 스미스조차도 1776년 󰡔국부론(Wealth of Nation)󰡕을 저술하기 전인 1759년에 이미 󰡔도덕 감정론 (Theory of Moral Sentiments)󰡕이라는 저술을 통해 분업 에 의한 고도 산업사회의 생산성 경쟁이 가져올 탈가치와 몰윤리적 타락을 염려하고 공동의 선을 권면하고 있음을 본다. 곧, 학문은 선이다. 다시 말해서 착하게 살기 위한 훈련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복잡계가 전제하는 전 체주의는 온전함 곧 선과 의미를 같이한다. 나름 실천적 방법론 내지 과학적 접근법으로서 복잡계를 전제할 뿐이 다. 산업사회 이전까지는 모든 학문 분야가 윤리적 가치 를 내포했다. 그러던 것이 산업사회의 분업화에 접어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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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윤리나 도덕은 철학의 하위 내지 종속으로 분류, 도덕 과목이나 윤리학과에 할당하고 이를 여타의 인문 사회 과 목의 하나로 치부함으로써 일찍이 자연과학이 그래 왔던 것처럼 인간 본연의 의무로부터 자유롭고자 하였다. 심지 어 종교에서조차 영성을 측두엽 간질에 의한 뇌 이상으로 치부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극단적 물질주의로 인한 도덕의 몰락에서 환경 파괴에 이르는 문제의식이 후기 산 업사회 이후 정보사회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북유럽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시차를 두고 정도와 차이는 있지 만 인류는 다시금 본래의 온전한 모습에 대한 그리움에 눈 뜨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공학, 유전공학, 생명공학을 넘 어 사회학 전반에 걸쳐 가치의 회복과 생명 중시 사상이 팽배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 땅에 거세게 불고 있는 인문 학의 바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광고를 비롯한 제 반 마콤 활동을 ‘자본주의의 꽃’으로까지 부른 적이 있다. 그만큼 역할이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역할에는 득에 못지않은 해가 있었음을 고백할 때다. 필요악이라는 당위론으로 더 이상 부작용을 미화하고 책임을 회피해서 는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기업을 위시한 조직 활동에서 그 중추의 역할과 기능은 PR에 있다. 대행사는 클라이언 트를 핑계할 것이고 담당은 중역을, 임원은 주주를 또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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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경영자는 시장 경쟁 상황이나 타사보다는 낫다고 자위 할지 모른다. 모두가 지도를 너무 눈 가까이 대고 있다. 조 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이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가 어디를 지향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아니 우리 대부분은 이미 직 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하비(Jerry Harvey)는 자신의 논문 인 “에블린의 역설과 경영에 대한 다른 고찰”에서 집단 내 에서 모든 구성원 각자가 다 원하지 않는 방향의 결정임에 도 불구하고 모두 함께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을 내 리는 데 동의하는데, 이 현상은 집단 내 구성원 각자가 자신 이 소속된 집단의 의견이 자신의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라 고 잘못 생각하고 감히 집단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한 채 동 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단 내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 루어지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흔히들 ‘에블린의 역설’이 라고 한다. 이제 누구도 원치 않는 이런 묵시적 책임 회피에 서 벗어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느낌에 충 실하기만 하면 된다. 좌우상하를 탓해서는 안 된다. 복잡계 PR는 정형화된 PR의 개념이나 정의는 아니다. 단지 기업이 처한 시장 상황과 새로운 미디어의 역할과 기 능 등에 비추어 기존의 PR 이론이 갖는 한계와 문제를 지 적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PR의 모색을 위한 탐 색적 시도의 일환으로 복잡계 관점을 취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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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빈번히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CSR)이나 투명성, 진정성 혹은 지속 가능성 등은 PR에 대한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요구한다. 이는 PR를 구성하는 조직과 공 중 그리고 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에서 비롯된다. 포스트(Post, 2002) 등은 󰡔기업의 재해석(Redefining the Corporation)󰡕이라는 책에서 이제 기업들은 관련된 모든 이해 집단과 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장기적 복 지(long-term wealth)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이제 기업(조직)들은 관련된 공중과 역동 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사회적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 어야 한다. 이들과 관계 실패는 곧 조직의 실패로 이어지 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 참여하 면서도 누가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는 것이 ‘사회적 책임’ 인지 명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 고용 창출에 기여하 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며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하는 입장 에서는 준조세적 부담 혹은 광고 선전비로 치부하는 경향 도 있다. 작게는 기업가정신의 결여에서 크게는 시민 정 신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서구에서 봉건제도 이후 수백 년에 걸쳐 성장해 온 기업 경영 정신이 불과 수십 년만에 같은 수준에 이를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가속 화하고 있다. 정보사회 이후 지난 30년은 그 변화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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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과거 200년의 산업사회와 그 이전 1만 년 농업사회 의 그것을 상회한다. 더욱이 근자의 SNS는 관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전면 재해석을 요한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 의 PR를 급진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참고문헌 이어령(2014). 󰡔생명이 자본이다󰡕, 마로니에북스. 󰡔人政󰡕 권12. 敎人, 學有治乱. 권오영(1999). 󰡔최한기의 학문과 사상연구󰡕. 집문당, 84쪽에서 재인용. Harvey & Jerry B.(1974). The Abilene Paradox and other

Meditations on Management. Organizational Dynamics. 3 (1), 63. James Post & Lee Preston and Sybille Sachs(2002). Redefining the

Corporation: Stakeholder Management and Organizational Wealth. Stanford Business Books. p.53. Jim Dator(2013). What future studies is, and is not. www.futures.hawaii.edu. John Hokins(2013), 김혜진 역(2013). The Creative Economy. 창조 경제󰡕. 에프케이아이. Philip Kotler & Hermawan Kartajaya & Iwan Setiawan(2010).

Marketing 3.0: From Products to Customers to the Human Spirit. Wiley. R. Aguayo(2004). 󰡔The Metaknowledge Advantage󰡕. Free Press. p.2. Simon Sinek(2009). Start with why. 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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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철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IMC와 국제 광고, 국제PR 및 브랜드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학 교에 오기 전 엘지전자 해외 마케팅부에서 국제 광고를 시작으 로 타파웨어 코리아, 웅진, 렉솔 코리아 등 국내외 기업에서 20 년 가까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경영을 담당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IMC 적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 (한양대학교, 1998)를 받았다. JAR, IJA, EJM 등의 국제 및 국 내 학술지에 2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IMC세미나󰡕 (2003), 󰡔온광고론󰡕(2006) 등 8권의 저 · 역서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중국의 북경대학교와 심천대학교에 서 방문, 초빙 및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2003년 이후 한국IMC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장과 매체 그리고 메시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론 및 개념화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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