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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광고 끝 광고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슬로건은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오래가는 슬로건은 소비자의 마음에 뿌리를 내린 나무의 씨앗이다. 날이 갈수록 잎이 무성해지고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다.

슬로건은 언어로 전달하는 일발필도(一發必倒)의 메시지다. <금지 문학(언어의 사용)>, 르네 마그리트, 1936


인텔리겐치아 2461호, 2015년 2월 24일 발행

김병희가 쓴 ≪광고 카피라이팅≫ 좋은 슬로건은 은행 예금과 같다. 원금에 이 자가 보태져 예금 액수가 점점 불어가듯 좋 은 슬로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 가치 를 높여 준다. 광고 메시지의 원금인 셈이 다. 브랜드에 맞은 좋은 슬로건을 개발하는 것은 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것 역시 카피라이터의 몫이다. - ‘슬로건의 유형’, «광고 카피라이팅», 89쪽.


슬로건이 무엇인가? 상품의 소비자 혜택이나 기업 철학을 짧고 기 억하기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일발필도(一 發必倒)의 메시지다. 어디서 출발한 말인가? 스코틀랜드의 고원과 변방 민족이 위급한 상 황에 닥쳤을 때 급하게 외친 함성에서 시작되 었다. 헤드라인과는 무엇이 다른가? 슬로건은 비주얼 없이도 혼자 기능하며 반복 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의미 전달이 충분하다. 헤드라인은 슬로건에 종 속된다. 아이디어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SK


텔레콤의 슬로건 “사람을 향합니다”는 10여 년 동안 그대로다. 그러나 개별 광고에서는 아이디어에 따라 헤드라인이 바뀐다. 좋은 슬로건의 조건은? 첫째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둘째 브랜드 자 산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 아무리 멋지고 독 창적 슬로건이라도 기억할 수 없고 브랜드 자 산을 구축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고 말장난 이다. 어떤 것이 좋은 슬로건인가?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와 1938년의 미국 광고 “A Diamond Is Forever” 다. 두 슬로건은 지금까지 사용한다.


공통점은? 브랜드 의미를 함축해 짧게 쓴다. 길면 소비 자들이 금방 싫증 낸다. 방법은? 한순간에 소비자의 주목을 끌려면 우리말 공 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슬로건도 유행이 있나?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기도 한다. 두운, 모 운, 각운 같은 음운론적 접근이 유행하다가 문법을 파괴하는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한 다. 농협의 “Love 米”나 보령제약 겔포스M 의 “We하여!”를 보라. 요즘은 영어 슬로건이 유행이다. 그러나 위험하다.


영어 슬로건이 뭐가 위험한가? 좋은 슬로건은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마음을 움 직이겠다면서 영어로? “고향의 맛”, “산소 같은 여자”, “부자 되세요” 같은 슬로건을 보 라. 국제 광고라면 몰라도 국적 불명의 영어 는 끝까지 완주하기 어렵다. 국제 광고에서는 슬로건을 어떻게 운영하나? 비교문화연구자 드 무이는 “글로벌한 제품 은 있을 수 있지만 전(全) 글로벌한 인간은 있 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카피는 한 문화권의 광고가 다른 문화권에 제시될 때 그 문화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광고주가 의도하는 의미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물어


야 한다. 문화권마다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 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는 문화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국제 광고의 표준화와 현지화 문제로 귀결된 다. 슬로건을 표준화 전략에 따라 쓸 것인지, 현지화 전략에 따라 쓸 것인지, 전적으로 글 로벌 기업의 상황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선 택할 문제다. 표준화와 현지화의 운영 사례는? 현대자동차는 소나타 하이브리드 텔레비전 광고를 미국의 슈퍼볼 기간에 집행하면서 표 준화 전략을 적용했다. 베트남에서 방송된 롯


데리아의 '아카펠라' 텔레비전 광고는 철저히 베트남이라는 현지 특성에 맞게 구성했다. 이 책, ≪광고 카피라이팅≫은 무엇을 다루나? 카피라이팅의 기본 원리를 핵심만 뽑아 쉽게 설명했다. 카피의 개념과 구성 요소, 플랫폼, 유형뿐만 아니라 쓰기도 다루고 있어 카피라 이팅의 전체를 알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유용 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병희다.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한마디로 광고 끝 광고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슬로건은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오래가는 슬로건은 소비자의 마음에 뿌리를 내린 나무의 씨앗이다. 날이 갈수록 잎이 무성해지고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다.

슬로건은 언어로 전달하는 일발필도(一發必倒)의 메시지다. <금지 문학(언어의 사용)>, 르네 마그리트, 1936


광고 카피라이팅 김병희 지음 광고·홍보실무 2014년 4월 1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18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광고 카피라이팅 김병희


카피 엔진의 시동 걸기

카피 스마트키 선물 자동차 기술의 총아 스마트키. 스마트키를 지니고 차량 근처로 가면 자동으로 잠긴 문이 열리고 전자식 버튼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열쇠를 가방 안에서 꺼내지 않아도 주 인이 차 가까이 가면 도어 록을 풀거나 차 안에 사람이 없 어도 얼마든지 창문을 열 수 있다. 열쇠에서 발신된 무선 신호를 차 내부의 수신 장치가 알아서 반응해 잠금장치나 시동장치를 작동시키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신호가 자동차와 연동되어 코드를 주고받아야 하 므로 타인의 스마트키가 자신의 차량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차가 주인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키를 잃어버리면 자동차는 한 발짝도 갈 수 없다. 그래서 스마 트키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마찬가지로 카피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스마트키로 명명해 보았다. 카피라이팅 스마트키는 카피 엔진의 시동을 걸어주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세상에는 카피 창작에 관한 책이 많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나 심


리학 이론 위주로 카피의 기본 원리를 서술하거나, 카피라 이터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피라이팅의 실제를 알려 주는 책도 있다. 모두 주옥같은 내용이지만 편차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카피 책을 쓰는 이유는 독자에게 카피 라이팅의 스마트키를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서는 카피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나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카피라이터라면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중 견 카피라이터라면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다시 펼쳐 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 열 가지를 소개한다. 1장 ‘카피의 개념’에서는 카피의 정의에 대한 여러 가지 맥락을 검토하고, 카피의 특성 다섯 가지를 알아본다. 2장 ‘카피 구성요소’에서는 헤드라인, 오버라인, 서브헤드, 보 디카피, 슬로건, 캐치프레이즈, 캡션, 자막 등 카피의 제반 구성요소를 알아본다. 3장 ‘카피 플랫폼’에서는 카피 플랫 폼이 카피를 쓰기 전에 작성하는 카피 전략에 대한 진술임 을 설명하고, 상품과 소비자와 시장, 그리고 크리에이티 브 영역에 따라 카피 플랫폼을 작성하는 순서를 설명했다. 4장에서는 설명형, 혜택형, 실증형, 경고형, 유머형, 정서 형, 뉴스형, 호기심형, 제안형 같은 아홉 가지 헤드라인 유 형을 알아본다. 5장에서는 케이플스가 제시한 헤드라인 쓰기 29법칙과 오길비가 제시한 헤드라인 쓰기 10법칙을


소개하며 헤드라인 쓰는 법을 설명했다. 6장에서는 카피의 흥미성, 통일성, 단순성, 강조성, 설 득성 같은 보디카피의 강조점을 알아보고, 이야기형과 탄 착점형 및 경구형 같은 보디카피의 유형을 알아본다. 7장 에서는 발단과 전개, 종결로 전개되는 보디카피의 구조를 살펴보고, 보디카피 잘 쓰는 노하우 열 가지 등 보디카피 쓰기에 대해 알아본다. 8장에서는 슬로건의 개념을 탐구 해 보고 슬로건의 유형 열 가지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9장 에서는 기업 슬로건, 캠페인 슬로건, 브랜드 슬로건 같은 슬로건의 종류를 알아보고, 슬로건 잘 쓰는데 필요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10장에서는 적절한 표현방 식을 선택하고, 인상적인 주제를 정하는 등 카피라이팅의 지침을 제시했으며, 설명적 스타일, 이야기 스타일, 언어 유희 스타일 같은 카피의 문체를 설명하고 실제 카피라이 팅에 들어가기를 권고했다.

카피의 성공 원칙 카피라이팅은 단순한 광고 글쓰기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호소하는 섬세하고 상업적인 글쓰기다.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글 쓰는 재주를 발휘하면 되지 이론 공부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런 반문에 대


해 사회심리학자 커트 르윈(Kurt Lewin)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훌륭한 이론보다 더 실용적인 것은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주제 열 가지는 실제로 카피를 쓸 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카피라이팅의 핵심 이론이자 스마트 키다. 나아가 카피라이팅에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어떤 지식에서 출발해야 바람직할까?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 한 번만 들어도 소비자의 뇌리에 오래오래 기억되는 카피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 많은 메 시지 중 어떤 것은 쉽게 잊혀지고, 어떤 것은 오래토록 기 억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칩 히스(Chip Heath) 교 수와 기업의 컨설턴트 댄 히스(Dan Heath)는 그런 메시 지를 마치 스티커처럼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라고 정의 했다. 그들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신화·속담·이 야기·광고 카피·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분석하고 40여 회에 걸쳐 실험을 한 다음,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히지 않 는 말에는 공통적인 법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제시한 ‘스틱(Stick)’이란 평생 기억에 남는 말, 사 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광고 카피,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 등 어떤 메시지가 사람의 뇌리에 꽂히는 현상이다. 인류의 지혜 모음집 󰡔󰡔이솝 우화(Aesop’s Fables)󰡕󰡕는 고

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까?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자신에게 쏠린 성추 문 사건의 이목을 어떻게 미국의 경제 문제로 돌릴 수 있었 을까?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라는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 의 명연설은 어떤 원리에 따라 작성되었을까?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이런 메시지를 구성하는 석세스(SUCCESs)의 원 리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스티커 메시지’의 특성 을 여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Heath & Heath, 2007). 메시지가 ‘스틱’되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정리한 것 인데, 문자 그대로 카피라이팅의 성공에 도움되는 지침이 다. 여섯 가지 원칙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 과 같다.

① 단순성(Simple): 단순명쾌한 메시지는 강력한 효과 를 발휘한다. 우선순위가 앞선 핵심 메시지를 하나 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지치기한다. 수백 만 명 의 병사를 움직이는 “돌격 앞으로!” 같은 군대 명령 (메시지)은 단순명쾌하다. ② 의외성(Unexpected): 사람은 예상치 않았던 뜻밖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이질적인 단어들끼리 조합했을


때 이전에는 없던 전혀 색다른 카피가 태어날 수 있 다. 의문과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메시지야말로 사 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③ 구체성(Concrete): 󰡔󰡔이솝 우화󰡕󰡕가 2500년 동안 살아 남은 비결은 이야기 내용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지식 자랑은 ‘지식의 저주’일 뿐이니 피해 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구성해야 한다. ④ 신뢰성(Credible): 너무 많은 메시지가 흘러넘쳐 정 보의 혼잡 현상이 계속되는 세상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람들이 외면한다. 카피 메 시지 역시 소비자의 믿음을 얻고 신뢰의 탑을 쌓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⑤ 감성(Emotional): 감성이 담긴 메시지는 사람의 마 음을 움직여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사람도 어떤 감성적인 메시지 앞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감성이란 마음과 마음 을 잇는 연결 고리다. ⑥ 스토리(Stories): 머릿속에 어떤 이야기가 생생히 그 려지도록 메시지를 구성한다. 인상적인 이야기는 쉽게 연상되고 오래토록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진


솔한 스토리를 담은 카피는 그렇지 않은 카피보다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카피라이터의 조건 카피라이터는 광고의 핵심 메시지인 카피를 쓰는 사람이 다. 카피라이터 홀로 좋은 카피는 쓸 수 있지만, 혼자서 광 고물을 완성할 수는 없다. 아무리 탁월한 카피라이터라 하더라도 디자이너나 프로듀서(PD)의 손을 거치지 않고 서 최종 광고물을 완성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카피라 이터가 디자이너나 프로듀서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애매한 존재는 아니다. 그만의 분명한 역할이 있다. 흔히들 카피라이터를 ‘언어의 마술사’나 ‘광고 제작의 꽃’ 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 다. 카피라이터의 역할을 그렇게 화려하게 생각하고 덤볐 다가는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많다. 카피라이터는 단지 카피만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광고 콘셉트를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사람이 능력 있 는 사람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나 글 잘 쓰는 사람보다 콘 셉트를 잘 찾아내는 것이 바로 카피라이터의 첫째 자격 요 건이다(오창일, 2012). 더욱이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마케 팅 이론을 폭넓게 공부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제에 관


심이 많으면 카피라이터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광고회사 덴츠(電通)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 렉터를 역임했던 우에조 노리오(稙條則夫, 1991)는 카피 라이터의 조건을 다음과 같은 15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① 폭넓은 교양을 갖춰야 한다. ②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③ 광고이론을 공부해야 한다. ④ 광고계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⑤ 광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⑥ 아이디어 발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⑦ 예리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⑧ 카피를 써야 한다. ⑨ 예술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⑩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야 한다. ⑪ 인간관계가 좋아야 한다. ⑫ 말솜씨가 좋아야 한다. ⑬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⑭ 인간성이 좋아야 한다. ⑮ 건강해야 한다.


위에 제시한 열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인간일 수 없으며 한두 가 지 흠결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다. 따라서 우에조 노리오 가 제시한 조건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인의 특성을 설명 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고, 그중 몇 가지를 갖추려고 노력하 는 선에서 받아들이면 된다. 한편 카피를 직접 썼던 데이

비드 오길비(David Ogilvy)는 󰡔󰡔광고 불변의 법칙(Ogilvy on advertising)󰡕󰡕(2004)에서 카피라이터가 광고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카피라이 터의 덕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① 제품, 사람, 광고에 광적인 호기심을 나타내야 한다. ② 유머 감각이 풍부해야 한다. ③ 힘든 일에도 익숙해야 한다. ④ 인쇄광고에는 재미있는 산문을, 텔레비전 광고에는 자연스런 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⑤ 비주얼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텔레비전 광고는 말보다 그림이 더 중요하다. ⑥ 과거의 그 누구보다 훌륭한 카피를 쓰겠다는 야심이 있어야 한다.


오길비가 제시한 카피라이터의 덕목은 우에조 노리오 가 제시한 카피라이터의 조건에 비해 간명하고 실무 지향 적인 내용이다. 현재 카피라이터거나 앞으로 카피라이터 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질을 키우도록 노 력해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도 오창일(2012)이 카피라이 터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광고 실무를 충 분히 이해하고 광고 창작 현장 상황을 고려한 내용이라 주 목할 만하다. 첫째, 카피라이터는 표현 전략의 매니저가 되어야 한 다.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관제탑 기능을 보좌하는 동시에 함께 광고 창작을 수행해 야 하는 것이다. 광고 기획팀에서 정리된 광고 전략만으 로 광고 창작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카피라이터의 손을 거 치면서 본격적으로 광고 표현의 옷을 입게 된다. 따라서 카피라이터는 표현 전략의 매니저라 할 수 있다. 둘째, 카피라이터는 콘셉트 개발자나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광고 현업의 많은 카피라이터는 제품과 시 장, 소비자에 관한 제반 환경을 분석한 다음 크리에이티브 의 콘셉트를 찾는 데 창의적인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크 리에이티브의 콘셉트를 제시하지 못하는 카피라이터는 자신에게 맡겨진 카피는 잘 쓰겠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


터가 되기는 어렵다. 셋째, 카피라이터는 메시지 작성자가 되어야 한다. 카 피라이터란 상품 정보가 아닌 생활 정보를 카피 메시지로 전환하는 설득의 전문가여야 한다. 따라서 카피라이터는 설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확한 어휘를 사용해 광고주와 소비자를 매력적으로 설득할 창의적인 메시지를 작성해 야 한다. 생활언어의 마술사 혹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 어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를 비약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넷째, 카피라이터는 캠페인의 프레젠터가 되어야 한다. 광고인 모두가 프레젠테이션을 잘해야 하지만, 카피라이 터는 특히 자신이 만든 광고 캠페인을 광고주에게 설명하 고 설득해 광고 아이디어가 시안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광 고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밖에 경쟁 프레젠 테이션에서도 카피라이터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광고물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카피라이터의 자세 모든 카피라이터는 자신이 쓴 카피가 상품을 판매하는 데 기여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행어가 되기를 기 대한다. 그렇게 되려면 광고 집행 예산이 많아 매체에 노 출되는 빈도가 높은 브랜드를 맡는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광고 현장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따라서 아무리 우수한 카피라이터도 노출량이 많은 광고주를 만나지 못하면 좀 처럼 유명세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차장급 시절에 유명 브랜드를 맡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유명세를 날리던 카피라이터가 사표를 내고 나와, 소형 광고회사를 창업해 그만그만한 브랜드를 맡은 후부터 광고계에서 좀 처럼 주목을 받지 못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1세대 카피라이터 김태형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약간의 재치가 있고 작문 좀 할 줄 알면 쉽사리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그런 인식을 가 지고는 카피라이터가 될 수 없고, 된다고 하더라도 이내 좌절의 쓴맛을 본다. 피와 눈물의 직업임을 알고 덤빌 일 이다.”(김태형, 1993) 그렇다면 카피라이터는 평소 어떤 자세로 카피 공부를 하는 게 바람직할까? 정답이 없는 물 음이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에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서 한 시절을 보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피라이터의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글쓰기를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카피 라이터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어디까지나 광고 메시지를 쓰는 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2009)은 타고난 재능이나 열정만으로는 성공


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되려면 ‘1만 시간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아웃라이어란 보 통 사람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해 자기 것으로 만든 경우를 뜻한다. 타고난 재능에 1만 시간의 지속적인 훈련과 연습 을 더해야 한다는 것. 비틀스(The Beatles)나 빌 게이츠 (Bill Gates)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연습한 결과 진정 한 아웃라이어가 되었다. 모름지기 카피라이터로서 찬란 히 빛나는 별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1만 시간 이상 글을 써서 광고계의 아웃라이어로 자리매김해야 한 다. 카피라이팅에서 창의성 향상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나라 CM플래너 1호인 이강 우는 이렇게 말했다.

“훈련과 반성이었지요. 사람들은 잘못한 것을 본능적으로 자꾸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저는 잘못한 부분에서 교훈을 많 이 얻었어요. 왜 실패를 했을까, 어째서 성공했을까 하는 끊 임없는 반성과 분석을 통해 스스로를 정제시켰다고 할까요?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억지로 라도 제 장점을 말하자면 분석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해요.

세종문화 시절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맡으면 단골로 압구정 동 슈퍼마켓에 갔어요. 주부들 뒤를 졸졸 뒤쫓아 다녀 오해


받은 적도 있지만 주부들 대화 속에 정말 훌륭한 카피가 다 있어요. 그러니까 소비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언어를 상품 에 딱 맞아떨어지게 가져다 붙이는 맞춤법을 찾아야 해요. 그 것을 찾아내는 눈썰미를 길러야 해요.”(김병희, 2011a, 73쪽).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신 입 카피라이터 시절에 카피를 못 쓴다며 지지리도 구박을 받던 그는 현재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크리에 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미쳐야 미친다’ 혹은 ‘미치지 않으 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생각으로 실

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광고에 미쳐 지낸 결과다. 󰡔󰡔카피, 카 피, 카피󰡕󰡕(2005)로 유명한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의 광고에서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내용을 강조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 이 있다. 75개 캠페인 시리즈 중에서 33번째 광고인 ‘실패 를 두려워하지 마세요(Don’t Be Afraid To Fail)’ 편(1981, 10)을 보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헤드라인 아 래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가 이어진다. 이 카피를 읽고 나서 도 실패를 두려워해 카피 쓰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바로 카피라이터를 포기하는 게 낫다.


“당신은 아마도 잘 기억을 못할지 모르지만 이제까지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당신은 넘어졌습니다. 처음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방망이는 공에 맞았나요? 강타자들, 홈런을 제일 잘 치는 타자는 스트라이크 아웃도 자주 당했지요. 메이시(R. H. Macy)는 일곱 번이나 실패한 뒤에 겨우 뉴욕의 가게를 성공시켰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존 크리시(John Creasey)는 책을 564권 출판하기 전에 753통의 거절 편지를 받았습니다. 베이브 루스(Babe Ruth)는 1330번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지만 714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시도조차 하지 않아 없어지는 그 기회에 대해서나 걱정하세요.”

셋째, 카피는 발바닥으로 쓴다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많은 카피라이터들은 인터넷 서치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 고 책상에 앉아 자신의 상상력에 기대 카피를 쓴다. 이런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서만 카피 를 쓴다면 한계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카피라이팅에


서는 예술적인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안 된 다. 물건을 파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남 을 따라가며 모방하지 않고 남과 다른 방법으로 아이디어 를 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쓴 어제의 방법과도 달라야 한 다. 그렇기에 책상머리에 앉아서 쓴 카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시장에 나가서 소비자들의 생생한 생활에서 카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홍기획의 대표를 역임한 강정문(2000) 역시 이런 말을 남겼다.

“책상을 떠나시오. 크리에이티브 발상의 단서는 책상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장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티 브 맨은 깊은 산 절간에 앉아 명상만 하고 있는 선승이나 학 승이 아니라 시장에 나가 중생과 살을 비비고 다니는 탁발 승입니다.”

어쩌면 카피란 쓰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줍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카피라이터 1세대인 김태형 역시 책상 머리에 앉아서 카피를 쓰지 않고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발바닥으로 카피를 쓴 듯하다. 그는 ‘오늘도 걷는다마는’ 이라는 자작시에서 카피라이터로서 심경을 이렇게 고백 했다(김태형, 1995).


그렇다 나는 신발 바닥에서 아이디어를 캤다 길에서 카피를 썼다 장터에서 썼다 산에서 썼다 나는 썼다

김태형은 1960년대 중반부터 이렇게 카피를 써왔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나라의 모든 카피라이터들이 꿈꾸는 “오르고 또 오르고 싶은 저 높은 산”(김병희, 2011b)이 되 었다. 미래의 김태형을 꿈꾸는 카피라이터들이여! 공자는

󰡔󰡔논어󰡕󰡕에서 “자기의 일을 잘하려면 먼저 자신의 연장을

잘 닦아야 한다[工慾善其事必先利其器(공욕선기사필선 리기기)]”고 권고했다. 이 책에서 선물로 드리는 스마트키 는 카피를 쓰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연장이다. 카피라이 팅 스마트키로 카피 엔진의 시동을 걸어 꿈을 이루기를 바 란다. 카피 부르르릉∼∼∼.


참고문헌 강정문(2000). 강정문의 대홍 생각(전무 메모 14): 카피라이터를 위한 음모. 강정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홍기획 편저(2000).

󰡔󰡔뭐가 그리 복잡하노? 짧게 좀 해라󰡕󰡕. 서울: 청람문화사, 249쪽. 김병희(2011a). 반걸음만 앞서간 설득의 심리학자: 이강우.

󰡔󰡔영상미학의 연금술: 창의성을 키우는 통섭 광고학1󰡕󰡕. 서울:

한경사, 63∼96쪽.

김병희(2011b). 오르고 또 오르고 싶은 저 높은 산: 김태형. 󰡔󰡔카피의 스토리텔링: 창의성을 키우는 통섭 광고학2󰡕󰡕. 서울: 한경사, 29∼64쪽. 김태형(1993). 광고하는 사람이란. ≪광고계동향≫, 11월호, 3쪽. 김태형(1995). 󰡔󰡔카피라이터 가라사대󰡕󰡕. 서울: 디자인하우스.

데이비드 오길비 저, 최경남 역(2004). 󰡔󰡔광고 불변의 법칙󰡕󰡕. 서울: 거름.

말콤 글래드웰 저, 노정태 역(2009). 󰡔󰡔아웃라이어(Outliers)󰡕󰡕. 서울: 김영사. 오창일(2010). 카피와 카피라이터. 조병량·오창일·이희복·김병희· 이화자·이현우·김정우·최윤식·권혁렬·차유철·구승회·김운한·최 은섭·천현숙(2010). 󰡔󰡔카피라이터 출신 교수들이 쓴−광고 카피의 이론과 실제󰡕󰡕. 파주: 나남, 55∼109쪽.

우에조 노리오(植條則夫) 저, 맹명관 역(1991). 󰡔󰡔카피교실󰡕󰡕. 서울: 들녘, 34∼35쪽.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사 저, 신해진 역(2005). 󰡔󰡔카피, 카피, 카피󰡕󰡕.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Chip Heath & Dan Heath(2007).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 New York: Random House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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