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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망친 선거 우리 언론은 너무 지나쳤다. 후보를 경마장 말처럼 다루질 않나, 보도는 제쳐두고 자신이 선수로 뛰질 않나, 여론조사를 만들어 편파성까지 드러낸다. 결과는? 투표율 저하다.

언론이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면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붕괴>, 로이 리히텐슈타인, 1965


인텔리겐치아 2485호, 2015년 3월 11일 발행

박주현이 쓴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우리가 선거 기간에 접하는 뉴스는 현실을 그 대로 반영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대답 은 ‘그렇지 않다’다. 뉴스를 생산해 유통시키 는 언론사 내부와 외부의 여러 요인에 의한 프 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 ‘틀 짓기 저널리즘’,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2쪽.


무엇이 프레임을 작동시키는가? 이해관계다. 미디어는 이념적 성향, 지연, 광 고주와의 관계에 따라 자신만의 틀을 갖고 뉴 스를 다룬다. 선거 기간에는 수용자의 흥미 를 끌기 위해, 또는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기 위해 틀 짓기 보도를 한다. 선거보도에는 어떤 틀을 쓰나? 대결 상황을 강조하는 전략 보도 틀이다. 후 보자의 전략, 캠페인의 승패, 정치인의 이기 적 동기를 주로 보도한다. 대결 상황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 선거 여론조사 분석 기사를 보자. 미디어는 선거 여론조사로 후보들의 대결 구도를 강화


하고 유권자가 게임을 즐기게 만든다. 대통 령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3자 대결’, ‘7자 대결’을 기억하는가? 가상 대결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상황을 대결 구도로 몬다. 그 러고 나서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를 따라가며 분석한다. 이때 언론은 전략적 대결 스키마 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전략적 대결 스키마는 어떤 뉴스를 만드는 가? 전략적 대결 스키마의 언어는 ‘스포츠’와 ‘전 쟁’이다. 관심은 오로지 ‘누가 얼마나 이기고 있는가’다. 제목이나 본문 기사에서 ‘사생결 단’,‘결사항전’, ‘00작전·전략’ 같은 선정적 전투 용어나 스포츠 용어가 난무한다. 후보


들이 승리만을 위해 뛰는 경주마처럼 묘사되 기도 한다. 경마식 보도를 말하는가? 그렇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심 층보도하지 않고 득표 상황만을 집중 보도한 다. 어느 후보가 앞서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마치 경마 중계를 하듯 보도하는 행태다. 중계 보도의 구성 요소는 뭔가? 후보의 득표 전략이나 득표율 예측, 현재의 우열에 대한 여론조사, 유세장의 군중 수, 정 파 간의 갈등과 공방전, 후보자 간의 합종연 횡과 같은 흥밋거리를 집중 보도한다. ‘제치 다’, ‘누르다’, ‘격차를 벌리다’, ‘재탈환’, ‘돌


파’ 등 선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흥미 요소는 뉴스 구성의 기본 아닌가? 흥미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에만 쏠리는 통 에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경마식 보도는 후보 자들의 당락에만 관심을 갖는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되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자질 등 기본 정보를 보도하는 데는 소홀하다. 게다 가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기간 중 수많은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은연중에 특정 후보 를 지지하는 편파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편파성은 누가 만드나? 언론사 자체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음모다.


특히 우리나라 신문은 정파성 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정파성 저널리즘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언론이 특정 정파의 이념과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말한다. 신문사별 목표와 신념의 차이 가 보도와 논평의 기준 차이로 나타난다. 우 리나라 신문은 보수와 진보의 기준 차이가 너 무 심하다. 언론이 정파 이념을 갖는 것이 문제인가? 이론에서 문제가 없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큰 문제다. 선거보도에서 정파성이 편파 보도 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정 후보 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선거


를 중계하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이다. 유권자들을 혼란 에 빠뜨리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뛴 사례가 있는가? 2002년 12월 19일 16대 대통령 선거일의 ≪조 선일보≫ 사설을 보라. 당시 정몽준 후보는 전날 저녁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철회했 다. 이를 두고 사설은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 어줬던 정몽준 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 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 자들의 몫이다”라고 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선거보 도가 지켜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던진 최


악의 사례로 꼽힌다. 이런 류의 전략적 대결 보도의 결과는 무엇인 가? 정치냉소주의를 불러와 투표율을 낮춘다. 선거캠페인의 목표가 오직 ‘승리’로 인식됨 으로써 후보자의 정책이나 이슈, 문제 해결 능력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유권자에게 후 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선거에서 승리 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 식됨으로써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인식이 팽 배하게 된다.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를 방기 한 결과다.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는 뭔가?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이 제대로 피려면 언로가 트여 있어야 한다. 언로는 곧 미디어다. 미디어는 유권자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최선의 판단 기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거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정보의 유용성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바람직한 미디어의 선거보도를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 탕으로 한 선거보도 원칙이 수립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책,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에서 다 루는 ‘열 가지 편향’은 무엇인가? 정파성, 경마식을 비롯해 틀 짓기, 지역주의, 패거리, 선전, 공격, 가차(gotcha), 해석적, 여 론 조작 저널리즘이다. 개념 위주로 정리했다. 당신은 왜 ‘편향’을 다루는가? 우리 미디어의 선거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 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상을 살펴야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은 누구인가? 박주현이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 교수다.


언론이 망친 선거 우리 언론은 너무 지나쳤다. 후보를 경마장 말처럼 다루질 않나, 보도는 제쳐두고 자신이 선수로 뛰질 않나, 여론조사를 만들어 편파성까지 드러낸다. 결과는? 투표율 저하다.

언론이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면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붕괴>, 로이 리히텐슈타인, 1965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박주현 지음 저널리즘 2015년 3월 1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56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미디어 선거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 형태를 흔히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의 주요 포스트를 맡아 한 사회, 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인물들을 유권자 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에서는 집 권 세력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도 선거를 통해 이 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선거를 거치지 않은 정치권력은 민 주 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해악으로 규정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하에서는 선거 그 자체도 민주적이어야 민주 적 권력 창출을 담보할 수 있다.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 져야 한다는 것은 선거 때 유권자가 올바르고 합당한 선택 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언로’가 트여 있어야 함을 의 미한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언론 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역으로 언론이 선거 때 민주적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거나, 외압 등에 의 해 역할 수행에 실패하면 선거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민주 주의 본령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이효성, 2013). 민주 사회에서 선거와 언론의 관계는 이렇게 사회의 핵 심적 요소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상정된다. 여기에 그 치지 않고 선거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현대 의 선거를 곧 ‘미디어 선거’라고 규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후보자와 유권자, 또는 유권자와 유권자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발달한 미디어 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방식에 의해 대부분의 선거와 관련 된 정보들이 유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선거를 ‘미디어 선거’ 라고 부르는 이유는 선거보도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 함께 선거에서 미디어의 과도한 영향력이 심각하게 우 려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 는지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학문적 검증의 필요성도 증대 되고 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미디어의 역할, 즉 선거보도의 역할 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유권자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최선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써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무엇보다 미디어는 선거 기간 중에 후보 및 선거와 관


련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 제공, 정당 및 후보자에게 유 권자의 요구 전달, 적극적인 선거 참여 유도를 통한 민주 정치 실현, 선거 감시 및 불법 부정선거에 대한 철저한 고 발 등을 중요한 역할로 여기며 유권자에게 올바르고 공정 한 보도를 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선거와 관련된 미디어의 보도 행태, 즉 선거와 미디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 연구를 살펴보면 선거 기간 중 미디어가 유권자들에 게 필요한 정보의 공정하고 정확한 제공, 유권자 중심의 의제 발굴, 선거보도 과정에서의 유권자 참여를 통한 후보 검증, 투표 참여 독려 등이 공통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구 교태, 2007). 이외에도 시민들의 공적인 이슈 파악과 이슈 해결을 위 한 적극적 참여가 민주주의 체제를 적절하게 작동시킨다 고 보았고, 특히 선거 국면에서 미디어는 후보자의 자질·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유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차재영·이창현, 2009)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후보자의 자질·정책보다는 이미지에 치중한 보도, 선거를 승패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보도, 갈등이 나 대립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보도, 네거티브 등의 부정


적인 정치적 공방을 위주로 한 보도, 정치적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보도, 공정하지 못하고 특정 후보나 정당에 편파 적인 보도, 정치적 이념 및 정파적 이해관계에 경도된 보 도 등은 오히려 정치 혐오와 냉소주의, 무관심을 초래함으 로써 대체로 선거보도에서 요구되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 하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잘못된 선거보도의 관행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디어는 정치 과정에서 필수 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특히 선거에서 미디어의 의제 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가 유 권자들에게 자신의 신성한 정치적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 할 수 있도록 후보자 개인의 능력, 가치관, 주요 정책, 선 거캠페인, 여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명선거 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거 부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 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미디어의 선거보도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불공정 보 도, 즉 보도의 편파성 문제이고, 또 하나는 유권자가 필요 로 하는 후보의 자질, 정책이나 이슈 등 본질적인 정보보 다는 피상적이고 흥미 위주의 보도에 대한 불만이다(권혁


남, 2014). 미디어의 잘못된 선거보도 관행과 경향은 유권자에게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 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저해하여 민주주의 발전을 가 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에 대해서 바람직한 선거 보도를 위한 원칙 수립과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노 력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올바른 선거보도의 원칙은 늘 객관성과 공정성에 그 기반을 둔다. 미디어의 선거보도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선거보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돼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 미디어의 선거보도에서 드러난 잘못 된 보도 관행은 경마식 보도에 입각한 선거 전략, 판세 분 석, 특정 후보자에 대한 편향 보도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또한 언론은 선거에서 대중들의 주관심사는 승리라고 간주해 선거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보도에는 소홀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저널리즘의 본령인 객관성 과 공정성을 외면하고 ‘미확인 보도와 추측성 보도’를 남 발하고 오히려 가십성 선거보도에 치중하는 행태도 보였 다. 그 결과, 미디어의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의 정치냉소


주의와 무관심을 야기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많은 국내 연구자들이 선거보도의 문제점과 올바른 선 거보도에 관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중 문제점을 지 적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장호순(2002)은 우리나라 언론의 선거보도 문제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미디어는 선거의 중요 성보다는 부작용을 강조한다. 둘째, 특정 후보자나 정당 을 지지하기 위한 편파보도다. 셋째, 선거보도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선정적이어서 유권자의 선택에 별다른 도움 이 되지 않는다. 넷째, 선거를 지역적으로 균형 있게 다루 는 것이 아니라 전국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다루고 있다. 백선기(2003)는 우리나라 언론(특히 방송)의 선거보도 관행으로 ‘경마식 보도 경향’, ‘갈등 및 대결 구도 보도 경 향’, ‘추문 밝히기 식 폭로 보도 경향’, ‘미숙한 선거 쟁점 보 도 경향’, ‘바람몰이·세몰이식의 비정치적 요인 중시 경 향’, ‘여당 중시의 편파 보도 경향’, ‘여당 위주의 확대·축 소·은폐 보도 경향’ 등 일곱 가지를 제시했다. 강태영(2004)은 텔레비전 정치(선거)보도의 문제점으 로 ‘일관성이 결여된 모순적 보도 태도’, ‘극적이고 과장된 보도 태도’, ‘갈등과 대결 중심의 보도 태도’, ‘정형화된 형 식의 보도 태도’, ‘양시양비적인 보도 태도’, ‘정보원의 다


양성 부족’ 등을 제시했다. 가령 텔레비전은 중요한 정치 사건이 발생하면 소나기 식으로 보도했다가 사건이 종료 되는 시점에서는 곧바로 후순위로 밀리거나, 사회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점은 지적하지만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책 임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텔레비 전은 정치 뉴스에 흥미를 가미함으로써 이성적인 사안을 감정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드는가 하면, 특정 사안에 대해 원인과 대안을 분석하기보다는 표피적인 보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남(2014)은 우리나라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선거보도의 특성과 문제점을 ‘언론의 특정 후보와 정파 편들기’, ‘선거 과열 조 장’, ‘가십과 스케치 기사의 강조’, ‘전략적 대결 보도’, ‘TV 의 편파 보도’, ‘경마식 보도’, ‘이슈 보도에 인색’, ‘흑색선 전 유포’, ‘정당 수뇌부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보도’, ‘선거 에 대한 부정적 보도’, ‘지역감정 조장’, ‘여론조사 보도상 의 편파성’, ‘TV토론 보도의 문제’, ‘선거 정보 오락 프로그 램의 문제’ 등으로 꼽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미디어 선거와 관련된 국내의 선행 연구뿐만 아니라 외국의 연구 결과를 함께 고찰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미디어가 선거 기간에 범하기 쉬운 잘못된


보도 형태를 ‘편향된 선거 저널리즘’으로 명명하고, 여러 연구자들이 제시한 사례들 중 열 가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문제점과 극복 방안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정리 하겠다.

뉴스의 객관성이란? 뉴스의 객관성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 표적으로 웨스터슈탈(Westerstahl, 1983)은 미디어가 생 산해 유통시키는 뉴스의 객관성 개념을 사실성(factuality) 의 차원과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의 차원으로 구분했다. 사실성의 차원은 다시 진실성(truth)과 관련성(relevance) 의 개념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진실성은 사건과 관련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느냐를 뜻하고, 관련성은 보도와 관련되어 선택되는 사실들이 적절하고 일관적인 기준을 통해 선택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불편부당성의 차원은 사회 현실을 파악하는 데 대립되는 시각이 존재한 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균형 또는 비당파성과 중립적 제시로 구분하고 있다. 균형 또는 비당파성이란 뉴스 보 도가 대립되는 여러 시각의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고 동 일한 비중으로 여러 시각을 제시하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 다. 또한, 중립적 제시란 기자가 사건으로부터 일정한 거


리를 유지하고 있느냐를 뜻한다. 즉, 한 당파가 대립되는 견해나 주장을 비판할 때 기자는 그것이 특정 당파의 의견 임을 분명히 밝히는 것을 포함한다. 웨스터슈탈의 객관성 구성 개념은 객관성이 최소한 어 떤 하위 범주를 포함해야 하는가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지 만, 뉴스 생산 과정 안에서 개입하는 미디어 조직의 내적 요인(기자의 전문직업주의, 언론기업의 이윤 추구 등)과 미디어 조직이 놓여 있는 외적 조건인 국가의 성격, 자본 주의 논리, 이익단체 압력 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McQuail, 1992). 맥퀘일(McQuail, 1992)은 웨스터슈탈이 간과한 측면 을 보완하여 더욱 포괄적인 뉴스 개념의 모델을 구성했다. 그는 뉴스의 실행을 필연적 요인과 비객관성 요인으로 구 분했다. 즉, 맥퀘일은 뉴스의 생산 과정의 다양한 내적 요 인으로 인해 순수한 객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뉴 스의 객관성은 구조적으로 주어지는 제약들에 기자들이 현실적으로 적응해서 나타나는 결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맥퀘일의 객관성 실현 방안은 객관성 영역에서는 객관성을 추구하지만, 비객관성 영역은 외적 다양성을 통 한 객관성의 실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비객관성이란 편향(bias)를 뜻하는데, 조철래


(2006)는 비객관적 뉴스의 차원을 그러한 편향이 공개적 이냐 비공개적이냐, 의도적이냐 비의도적이냐의 기준에 따라 다시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 정파성(partisanship)은 공개적이고 의도적인 편 향으로 언론사가 사시(社是)나 편집 지침의 형식으로 공 개적으로 실행하는 가치 지향을 말한다. 이러한 유형에는 정치 후보자에 대한 편집자의 추천, 의견란에 소개된 내 용,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접근 시간대, 광고와 같은 내 용 등이 포함된다. 둘째,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비 공개적이고도 의도적인 편향으로 외형적으로는 객관 보 도의 형식을 취하면서 속으로는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선 전’으로서 뉴스를 말한다. 이는 역시 의도적인 편견이지만 그 목적은 은폐되어 있다. 그러므로 뉴스의 형태로 제작 되고 난 다음에는 그 내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무의식적 편견(unwitting bias)은 공개적이고 비의도적인 편향으로 뉴스 생산 과정에 개입하는 요인들에 적응한 결 과로 생겨나는 편향을 말한다. 뉴스거리들 가운데서 뉴스 가치를 고려하여 그중의 일부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이 에 해당된다. 직업적 관행에서 비롯되는 편향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이데올로기(ideology)는 비공 개적이고 비의도적인 편향으로 의도하지 않았으면서도


그 목적이 은폐되어 있는 편견으로서 텍스트 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고, 뉴스 생산의 전 과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 친다. 언어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한계, 뉴스 생산자로서 기자 집단의 사회 경제적 계급성과 문화적 취향, 사회 전 체의 지배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뉴스는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웨스터슈탈이 지적한 것처럼 뉴스의 사실성과 불편부 당성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킨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뉴스는 뉴스의 생산 과정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약 요인으로 인해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맥퀘일 은 뉴스의 객관성 개념이 내포하는 이면적 의미를 드러내 면서 뉴스의 객관성이 지닌 한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구현, 2002). 첫째, 뉴스의 사실성 또는 진실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어떤 정보원을 선택하여 사실을 수집하고, 수집한 사실 가 운데 어떤 것을 취사선택하여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편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자의 취재 편의 성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둘째, 비당파성 또는 불편부당 성과 관련하여 특정 사안의 보도 여부는 사회구성원의 논 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고위 간부가 결정하므 로 권력 엘리트의 개입 의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불편부당성의 하위개념으로 균형성과 관련한 지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에서 주로 권력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 에 지배적인 목소리가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 락에서 볼 때 객관성은 결국 편향성을 벗어나기 힘든 개념 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보도의 공정성이란? 공정성은 객관성과 더불어 미디어가 표방하고 있는 중요 한 보도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성의 개념은 두 가지 의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의 공정성은 논쟁적인 사안을 다룰 때 모든 측면을 제시하는 것이며, 넓은 의미에서의 공정성은 논쟁적인 문제의 중립적이고 균형 있는 제시뿐만 아니라 어떤 보도에서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거나, 기만적 또는 오도적이지 않은 보도 자세를 가 리킨다(이효성, 2002). 미디어가 선거보도를 할 때 가장 준수해야 할 가치가 공정성이지만 개념을 규정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어 려움이 따른다. 공정성을 측정해야 할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철만 되면 미디어의 공정성은 늘 논란거리가 되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공정성 개념은 현실적 차원에서 도달 가능한 목표라기보다는 이상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강명구(1994)는 뉴스의 공정성에 관한 기준을 세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째, 뉴스란 사회 현 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인데, 보도된 사실 이 현실과 부합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둘째, 언론의 보 도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 으로, 보도 과정이 정당한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의 문제 다. 셋째, 올바른 보도라는 주장들이 사회의 정의에 기여 하느냐에 관한 질문이다. 따라서 뉴스의 공정성 문제는 뉴 스가 객관적일 수 있느냐에 대한 인식론적 문제, 보도 내용 과 과정의 윤리적 문제, 그리고 정의로운가에 대한 이데올 로기적 문제라는 세 가지 차원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뉴스의 공정성은 진실성, 적절성, 균형성, 다양성, 중립 성(불편부당성), 이데올로기로 구성된다는 주장도 제기됐 다. 이민웅(1996)은 이와 관련해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 했다. 첫째, 진실성이란 보도 내용의 정확성과 더불어 종 합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완전성을 포함한다. 둘째, 적절성이란 특정 사안이 선택되느냐와, 기사로 선택된 이 후 어떻게 처리되느냐의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한다. 셋째, 균형성은 보도량, 보도 순서, 인터뷰, 영상 처리 등의 측면 에서 양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와, 상반된 이해 당사자


의 주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느냐 하는 질적 균형을 포함하 는 개념이다. 넷째, 다양성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나 정보가 제공되느냐 하는 측면과 다 양한 사회계층들의 입장과 관심사가 골고루 반영되고 있 느냐의 두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다섯째, 중립성(불편부 당성)은 소극적 중립성과 적극적 중립성의 개념으로 구성 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을 시청자의 몫으 로 남겨 두어 결과적으로 냉소주의를 유발할 가능성을 갖 는 보도를 소극적 중립성이라 하며, 이슈에 대해 접근할 때에는 중립적 자세를 취한 후 충실한 취재를 통해 진실에 입각하여 판단을 내리는 보도를 적극적 중립성이라고 한 다. 마지막으로 이데올로기는 세계관 또는 계급관으로 대 변될 수 있는 비교적 공식적이고 분명한 의미, 가치, 신념 체계로 정의될 수 있다. 이를 공정성의 개념과 관련지으 면 지배계급의 견해와 일반 국민의 견해가 일치하는 정도, 일반 국민과 지배계급을 매개하는 중재자의 유사성 정도, 지배계급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와 의견이 누락되는 정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구현(2002)은 공정성의 하위개념 가운 데 중립성(불편부당성)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질적인 편파 보도라고 주장했는데, 질적인 편파 보도가 나타나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불공정하거나 일관 되지 않은 뉴스 가치 적용의 문제다. 뉴스 가치와는 상관 없이 무조건 여당 인사나 후보를 먼저 보도하는 사례가 많 다. 또한 특정 정당에 유리한 기사는 머리에, 그렇지 않은 기사는 뒷부분에 싣거나 단신으로 처리하는 등 뉴스 가치 를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거나 불공정하게 적용하는 경우 가 있다. 둘째, 외형적으로 편파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 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범하는 편파가 있다. 특히 우리 언론의 경우 후보나 정당을 인용하는 과 정에서 양적인 편파를 범하지 않기 위해, 경쟁하는 두 후 보의 입장을 같은 규모와 횟수로 다루는 데 집착한 나머지 질적인 편파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특정 이슈를 강 조함으로써 특정 후보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할 수 있 다.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에 대한 논의에 따르면, 언론은 특정 사안을 다른 사안보다 강조해 보도함으로써, 유권자 가 그 사안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목할 대목이 있다. 그건 바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형평의 원칙(The Fairness Doctrine), 동등 기회의 규칙(The Equal Opportunities Rule)인데, 이것들은 공정성을 객관성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상반된 가치 중에서 공공 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정의 또는 진실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강조하여 보도해야 한다는 입 장은 공정성을 양면가치의 제시 이상으로 해석한 것이라 고 할 수 있다(이구현, 2002). 결국, 언론의 공정성은 사회적 책임으로서 언론에 요구 되고 또 언론 스스로 천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선거 와 관련해서는 불편부당의 원칙을 지키고 치우치지 않는 언론의 자세가 요구된다(조철래, 2006).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선거와 관련 한 미디어의 선거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벗어나 편향 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상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대 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에 대한 논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틀 짓기 저널리즘 (framing journalism) 둘째, 정파성 저널리즘(partisanship journalism) 셋째, 지역주의 저널리즘(regionalism journalism) 넷째, 패거리 저널리즘(pack journalism) 다섯째, 선전 저널리즘(propaganda journalism) 여섯째, 공격 저 널리즘(attack journalism) 일곱째,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삼아 집중적으로 반 복해 보도하는 행태) 여덟째, 해석적 저널리즘(inter-


pretative journalism) 아홉째, 경마 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 열째, 여론 조작 저널리즘(manipulation of public opinion’s journalism) 순이다. 이 책은 포켓북 형 태로 출간되기 때문에 개념 위주로 정리돼 현실적인 사례 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미디어 선거보 도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이고 나아가 미디어 의 올바른 선거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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