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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인간의 행방 즐겁자고 하는 축제가 즐겁지 않다. 규모는 커지지만 만족은 작아진다. 참여자 숫자와 번 돈을 세다 보니 사람이 사라졌다. 인간은 소외가 싫어 축제를 만드는 존재다.

축제는 허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다. <네 발로 걷는 꿈>, 짐 다인, 1965


인텔리겐치아 2489호, 2015년 3월 13일 발행

류정아가 쓴 ≪축제 이론≫ 관광형 축제나 화려한 스펙터클의 축제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관리자와 기획자는 축제를 일회성 이벤트나 관광 상품으로만 본 다. 이런 관점은 축제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 다. 연구자가 축제의 경제 효과에만 관심을 둔다. 축제 연구가 왜곡된 채로 동시다발적 으로 시도되고 있다. ‘축제학’은 여전히 체계 있는 학문의 틀을 갖추지 못하고 방황하고 배 회하고 있다. - ‘대화와 소통을 실현하는 축제 현장’, ≪축제 이론≫, vi쪽.


축제학은 어디서 방황하고 있나? 연구자 대다수가 축제를 관광 상품으로 보고 경제 활성화 효과, 특산물 판매로 인한 수익 증대, 관광객 유입 효과에 관심을 기울여 왔 다. 축제의 외형적 부가 효과만 바라보는 것 이다. 관광형 축제가 많아진 이유가 뭔가? 지역 축제를 통해 지역을 알리겠다는 자치단 체장들의 욕망이 확산되었다. 중앙정부에서 도 관광축제 육성 정책을 폈다. 정책 지원과 관광 수요 증대가 맞물리면서 지역 축제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축제는 여전히 외형 효과만 바라보고 있는가? 2010년대 들어 조금씩 달라졌다. 마을 단위 의 소박한 축제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변화의 원인은? 스스로 즐기는 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 축제 연구의 분석 관점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축제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축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류학과 문화 이론의 관점에서 축제를 설명 하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 축제는 비일상의 시공간에서 순간의 일탈을 경험하는 것이라 고 흔히 말하지만, 그런 축제의 순간을 설명


하는 이론적 논의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축제의 순간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무엇이 있 는가? 아널드 반 제넵의 통과의례 개념은 축제 현상 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통과의례를 무엇이라 정의하는 것인가? 인간의 삶이 전환되는 순간을 설명하는 개념 으로 본다. 좁은 의미로는 개인의 성장과 함 께 행해지는 출생, 성인식, 결혼, 장례 같은 인생 의례를 통과의례라 한다. 넓은 의미로 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는 통과나 국왕이나 족장의 취임같이 신분이 변할 때 행 하는 의례가 있다.


통과의례가 축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통과의례의 순간에 비일상적인 의례 행위들 이 일어난다. 바로 이 순간이 축제 형태를 띠 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례와 축제는 같은 것인가? 의례는 축제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축 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현상을 설명할 때 도 통과의례는 중요한 관점과 전략 개념으로 인용되는 키워드다. 축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이론은 어떤 것이 있는가? 빅터 터너의 리미날리티와 코뮤니타스, 에 드먼드 리치의 시간의 패러독스, 미하일 바


흐친의 반구조적 카니발과 소통 시스템은 축 제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들은 축제를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변증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축제에서 일 어나는 일상 파괴, 또는 전도되는 상징을 연 구해 성과 속의 변증법을 읽어 낸다. 당신이 생각하는 축제는 무엇인가? 축제는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다양 한 삶이 모습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 록 표현한다. 무용해 보이거나 소외되어 구 석에 방치된 삶의 단편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숨은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축제에서 어떻게 삶의 숨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가? 인간은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축제를 만드는 존재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축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더 큰 소외감을 느낀다. 이 모 순의 고리를 하루라도 빨리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의 축제 문화는 모래성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축제는 허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의 삶 그 자체다. 축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이 삶에 대한 이해도 깊게 한다. 이 책, ≪축제 이론≫은 무엇을 말하나? 축제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론적 논거를 제시한다. 축제는 단순한 여 흥거리가 아니고 일회성 관광 상품도 아니다.


축제가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책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류정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 원이다.


축제와 인간의 행방 즐겁자고 하는 축제가 즐겁지 않다. 규모는 커지지만 만족은 작아진다. 참여자 숫자와 번 돈을 세다 보니 사람이 사라졌다. 인간은 소외가 싫어 축제를 만드는 존재다.

축제는 허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다. <네 발로 걷는 꿈>, 짐 다인, 1965


축제 이론 류정아 지음 이벤트·축제·예술 2013년 2월 2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16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축제 이론 류정아


대화와 소통을 실현하는 축제 현장

축제 연구의 이론적 논쟁을 기대하며 우리나라에서 현대 축제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본격적으 로 시작한 지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고, 그 결과 축제 연 구의 이론적 기반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 보다도 우리나라의 학문 풍토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학에서 이 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학문적 분석 대상이란 형 이상학적이어야 한다거나 조금은 고차원적인 것 또는 일 상생활과는 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실질적으로는 이제 없어졌다고는 해도 축제 연구는 여전 히 일회적인 여흥거리이자 ‘놀거리’로 간주되어 심층적 연 구의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많은 어려움 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축제 연구는 어학이나 문학 등의 학 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부수적인 관심거리 정도에 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연구의 심도가 깊어지기 어렵다. 인문학 차원에서 축제 연구가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외형적 이벤트나 관광상품으로 간주되어 축제의 경제 효과만이 부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축제 현상을 인문학적 토대에서 중요한 문화행사로 간주하고 앞으로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 하기보다는 외부적인 일회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사 정도로 먼저 부각되면서 축제 연구가 상당히 왜곡된 채로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 니 ‘축제학’은 여전히 체계적인 학문적 접근의 틀을 구성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방황하고 배회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축제 관련 연구 수요가 급증하고 심층적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공연 기획, 이벤트 기획, 문 화콘텐츠 활용 및 재창조, 메가 이벤트 계획 등과 관련해 서 축제적 이벤트를 학위 논문의 주요 소재와 주제로 삼고 자 하는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논리적 틀이 될 수 있는 이론적 논의들이 거의 없어서 체계적인 연구를 이어나가기가 상 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제가 어떤 것이든 그 학문 적 영역이 중요한 연구 분야로서 뿌리를 내리고 대를 이어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론적 논의와 개념적 틀이 연구의 토대를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래야만 이를 토대로 해서 토론과 논쟁, 비판과 보완 등의


과정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이론과 논의들을 생산할 수 있 고, 이러한 과정이 바로 학문의 자연스런 발전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축제 연구 논의의 이론적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여기서 시작해 이제부터 축제 에 대한 논의와 논쟁들이 이론적으로 활발히 진행될 수 있 기를 기대해 본다.

축제의 정체성 혼란과 재구조화 우리나라에서 현대 축제의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 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며, 이때부터 현대사회 에서 벌어지는 축제 현상에 대한 연구가 부분적으로 시도 되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경험하 면서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시작 한 시기이며, 부동산 가격은 물론이고 소득수준이 가파르 게 증가하면서 보다 여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가 빠르게 생 겨나던 때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서 여가와 관광 등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시작했으 며, 동시에 볼거리이자 즐길거리로서 축제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본격적으로 지방자치


제가 실시되면서 자치단체장은 지역축제 개최를 통해 지 역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했고,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관광축제 육성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 했다. 관광축제 육성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중앙정 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정책 사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즉, 사회적 풍요와 더불어 증가하게 된 관광 수요의 증가 와 국가 정책이 축제로 만나면서 여러 축제 중에서도 지역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보다는 조금 뒤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공연축제 를 비롯한 예술적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예술행위 들, 즉 공연이나 전시 등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공공 예산 을 지원받아 기획되기 시작했다. 예술축제는 예술적 전문 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일반인 중심의 지역축제보다 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외형적으로 거대한 스펙터클 효과 를 보여 주는 이벤트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재정 상황이 여유로운 지역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지원받 음으로써 관광축제 못지않게 빠르게 성장했다. 예술성과 축제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문제가 중심적 논쟁거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기존의 전통과 민속 자원을 활용한 민속놀이, 세


시풍속 등은 소박한 수준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의례적인 형태를 띠면서 마을 단위에서 연희 되어 왔기 때문에 규모는 작았다. 이에 비해 관광상품의 성격이 강한 축제나 예술가들 중심의 예술축제들은 관주 도로 기획 추진되고, 예산도 대부분의 경우 공공재원을 활 용했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대규모 이벤트가 되었다. 당 연히 축제의 규모는 자치단체장의 마음먹기에 따라 고무 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다. 즉, 지역민들 스스로 참여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적 축제보다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 적으로 개최되는 관광형 축제나 화려한 볼거리이자 거대 한 스펙터클의 형태를 띠는 예술축제들이 대단히 빠른 속 도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축제를 주제로 한 연구들 은 대부분 축제의 관광만족도 제고 방안, 관광효과 추정, 지역활성화 효과, 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 축제매력도 분석 등 특정 축제에 방문하는 외부인의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는 현상만을 고려하는 것들에 집중되었다. 인문학자 들조차도 단지 몇 가지 항목만 가지고 축제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평가하려 들거나, 획일적인 몇 가지 기준에 다양한 성격과 목적의 축제들을 재단하려 하면서 축제 연구는 자 연스러운 발전과정을 순탄하게 걷지 못했다.


예를 들어 지역민 중심의 공동체 연대감을 강화하는 축 제나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기는 축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정책적 관심을 물론이고 학문적 연구 의 대상에서도 우선순위에 들지 못할 정도였다. 이러한 축제들이 때로는 ‘성공적이지 않은’ 축제로 분류되기도 했 다. 그러한 축제들은 그냥 그렇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 자 알아서 놀면 되는 일이지 문화현상의 하나로서 또는 학 문적 연구의 대상으로서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가 치가 높은 것이 아니라고 치부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2000년대를 넘어, 다시 2010년대로 들어서 현 대인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 지기 시작한다. 거대한 규모의 상품화한 스펙터클에 보이 던 관심은 점차 작은 마을 단위에서 벌어지는 소박한 축제 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에게 보이 기 위해서 벌이던 축제보다는 내가 스스로 즐기는 축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축제에 대한 관심의 형태가 변화 하면서 기존의 축제 연구에서 시도된 분석 관점이 우리 주 변에서 벌어지는 축제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즉, 이제는 축제 자체의 고유한 속성과 의미 또는 축제의 본질적 가치에 의 문을 품기 시작했고, 이를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분석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러한 관점에서 연구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론적 논의들 이 충분히 전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축제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자 하는 많은 축제 연구 초입자들에게 도움이 되 고자, 축제 연구를 시작하는데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몇 가지 이론적 논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어떤 종류의 축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 지고 있든 간에 모두에게 공통되는 이론적 논의들을 포함 하고 있어서 축제 연구에서 최소한의 연구 방향성을 정립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 책에서는 축제 관련 연구를 해온 열 명의 학자와 그 들의 논의를 제시한다. 전개 순서는 학자들이 생존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시간에 따라 배치했다. 축제 연구에 활 용할 만한 대표적인 논의들이 등장하는 단계를 시간적 순 서로 살펴보는 것은 일단 시기적인 변천과 연구경향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 관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 해서는 10개의 논의를 4가지로 다시 분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축제를 이해하는 관점을 크게 나누어서 호혜적 관 계 형성, 성(聖)과 속(俗)의 변증법적 이해, 유희적 미학의


완성, 연행이론의 구체화 등으로 나누어서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축제 분석의 이론적 틀 호혜적 관계 형성으로서 축제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증여론’ 개념은 동서고금 을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인간관계 형성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로 간주된다. 그것이 유 형적인 것이든 무형적인 것이든 인간들은 서로 무엇인가 를 주고받으면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축제를 이러한 호혜적 관계 맺음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정 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니면 더 많은 추종자들을 자기 주변에 모으기 위해서 많은 재화를 나누면서 베푸는 행사가 축제의 형식을 띠는 사례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 그리고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는 일종의 의무로서 평생 동안 계속해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증여(don)와 반대증여(contre-don) 로서 표현된다. 축제에 참여하면서 경험하는 감동, 즐거움, 기쁨, 환호, 열광 등은 축제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며, 그것을 경험한 사 람은 축제를 예찬하고 널리 알려서 소문을 내고,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을 칭찬하며 그 노고를 치하한다. 축제를 통해서 젊은 예술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도 하 고, 작은 마을의 고유한 특성이 그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 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한다. 축제는 이렇게 한 장소 에서 대단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조합을 이뤄내면서 주고받는 쌍방간 의사소통 행위이자 증여 행 위의 전형적인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성(聖)과 속(俗)의 변증법적 이해

축제는 비일상적 시공간에서 순간적인 일탈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러한 축제적인 순간을 설명 할 수 있는 분명한 이론적 논의들이 이미 상당한 정도 진행 되었다는 사실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축제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논의들로, 아널드 반 제넵(Arnold Van-Gennep)의 ‘통과의례’, 에드먼드 리치(Edmund R. Leach)의 ‘시간의 패러독스’, 빅터 터너(Victor W. Turner) 의 ‘리미날리티와 코뮤니타스’, 그리고 미하일 바흐친 (Michael Bakhtine)의 ‘반구조적 카니발과 소통 시스템’을 꼽았다. 각각의 학자들이 축제적인 순간을 표현하는 방식 이 모두 각양각색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반 제넵은 ‘통과의례’라는 개념을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사회 삶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 드로 사용했다. 즉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사회 적 지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 급격한 변화의 순간을 의례를 치름으로써 순조롭게 지나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증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순간에 비일상적인 의례 행위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바로 이 순간 이 축제 형태를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축제 현상 을 분석하는 데 이 ‘통과의례’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기 본적인 시작점이 된다. 일상의 삶에서 분리되는 분리기를 지나서 다시 일상으로 재통합하는 단계에 이르는 중간 과 정을 무사히 통과하는 시점에 이 통과의례가 적용될 수 있 다. 이 단계를 지나기 전과 후에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통과의례는 축제 현상을 하나의 의례 행위로 분석하는 경우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현상 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점 또는 전략으로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인용 또는 원용되고 있는 영원한 키워드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사회인류학자인 빅터 터너는 반 제넵의 견해를 더욱 확장 발전시켜 ‘리미날리티’와 ‘코뮤니타스’ 개념을 고안해 냈다. 터너는 단계를 통과한다는 개념보다는 중간 의 전이적인 단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


매한 단계가 가지는 특성에 관심을 집중했다. 모호한 중 간단계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단계라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한 단계로 간주되기도 한 다. 그러나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무한한 자 유와 상상력을 충만하게 꽃피울 수 있는 기회이며, 모든 사람들이 평소 지위의 고하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친구가 되어 혼연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순간은 전 형적인 축제적 순간이며, 바로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축제 의 순간과도 일치한다. 에드먼드 리치는 반 제넵의 통과의례 단계, 그리고 터 너의 리미날리티 단계를 시간의 역동성과 연결시키면서 이러한 순간의 반복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매개적 인 단계를 인간들은 수없이 거치면서 끊임없는 자기변화 를 경험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단계를 ‘페스티벌’ 단계로 칭하고, 일생을 거쳐서 수없이 많은 종류의 페스티벌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다. 매 순간 이 페스티벌 단계를 거치기 전의 인식수준과 거친 후의 인 식수준은 현격히 달라진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보다 자주 경험하는 개인과 그렇지 못한 개인의 사회적 위 상과 인식의 수준은 질적으로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일 수밖 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기회가 많은 사회는 좀 더


건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바흐친은 문학 쪽에서 오히려 더 많이 인용이 되는 학 자이지, 우리나라 축제 관련 서적에서는 아직까지 그다지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카니 발’의 전형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 카니발이 가지는 사회 적 갈등의 표현 기능과 상징적인 저항 기능을 강조한다. 특히 카니발 시기는 다양한 차원의 소통과 대화가 일어나 는 순간으로서 바흐친의 ‘대화론’에서 견지하는 소통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지를 뒷받침해 주는 순간 이 된다. 바흐친의 카니발 개념은 축제에서 말하는 가장 원론적인 논의를 위한 핵심 개념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 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축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우선적으 로 고려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갈등과 소외가 대화와 소 통으로 풀어질 수만 있다면 축제가 작금의 복잡한 사회문 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유희 미학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뒤집어보면 현실적 삶의 특정 부분에 대해 진저리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개인들의 진저리들을 사회문화적 위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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