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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에 대한 내기 지는 쪽이 점심을 사기로 했다. 돈을 주고받는 생산 체제와 공유·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여기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네트워크를 통한 '느슨한 유대'로 연결된 개인들은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새로운 생산 방식을 창출한다. <미래>, 아그네스 로렌스 펠턴, 1943


인텔리겐치아 2518호, 2015년 4월 1일 발행

요하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쓰고 최은창이 옮긴 ≪네트워크의 부: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 를 어떻게 바꾸는가(The Wealth of Networks: How Social Production Transforms Market and Freedom)≫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출현은 개인적 자율성 에도 가시적 개선의 기회들을 제공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 법을 개선하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우리가 영향을 부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 다. 또한 우리에게 열린 행동의 범위와 그 행 동을 통해 가능한 결과들, 우리의 선택을 추 구하기 위해 수행하는 협업적 프로젝트들의


범위를 넓힌다. 그러므로 우리를 위해, 우리 에 의해 더 많은 작업들이 수행될 수 있다. - ‘결론: 정보법학과 정책의 과제들’, ≪네트워크의 부: 사회적 변화는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 748쪽.

네트워크 정보경제가 뭔가? 정보·지식·문화의 생산과 교환이 비시 장·비전유적 전략을 통해 진행되는 경제 형 태다. 개인이 생산 주체다. 이때의 개인은 인 터넷으로 연결된 사회적 존재다. 발생 조건은 무엇인가? 정보 생산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의


산물이다. 자동차, 철강의 시대가 지나고 지 식과 정보, 문화가 생산을 이끄는 시대가 되 었다.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는 무엇을 바꾸었는 가? 개인과 개인이 지리적 거리와 비용의 제한 없 이 연결되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등장이다. 새로운 연결은 무엇을 만드는가? ‘느슨한 유대’를 만든다. 연결된 개인들은 십 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새로운 생산 방식을 창 출한다. 벤클러가 ‘사회적 생산’이라고 부르 는 현상이다.


사회적 생산이 뭔가?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비시장 생 산이다. 가격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소유 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스스로 참여하는 개 인들은 ‘동료생산’을 통해 비전유적 공유재 를 만든다. 동료생산이란?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이 자발적 참여로 정보·지식·문화를 만들어 내는 생산방식 이다. 동료생산은 공유재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유재가 뭔가? 모두가 스스로를 위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다. 자유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한 핵심 요소다. 바다, 공기, 간선도로가 그런 것이다. 벤클러는 여기에 인터넷을 포 함시킨다. 인터넷은 공유재다. 동료생산의 성과물이 있는가? 위키피디아를 보라. 5만 명이 넘는 자발적 공 동 집필자가 참여했다. 온라인 기반 협업 프 로젝트의 본보기다. 누구든지, 콘텐츠의 어 느 부분이라도 편집할 수 있다. 콘텐츠는 모 두에게 공개된다. 2012년 현재 4200만 명 정 도가 이용하고 275개 언어로 만든다. 성공 요인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 보 급,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편집 툴 그리고 대


가를 바라지 않는 개인들의 시간 투자다. 공 유와 협업이 이루어 낸 개가다. 공유와 협업의 의미는?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키워드다. 사회적 생 산이 성공할 수 있는 제도적 생태를 이루는 핵심 요소다. 제도적 생태가 뭔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인과관 계를 의미한다. 제도는 기술 수준, 문화, 사 회적 실행과 상호작용하면서 생태계를 이룬 다. 벤클러는 네트워크 정보경제로의 진정 한 전환은 제도적 생태의 전환을 통해서만 가 능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지구촌의 제도적 생태 전환은 어디쯤 와 있나? 진행이 순조롭지 않다. 우리는 산업적 정보 생산과 네트워크 기반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 의 한복판에 있다. 제도적 생태의 패권을 둘 러싼 전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망 중립성 논란, 지적재산권을 두고 벌어지는 팽팽한 대립은 전투의 일부에 불과하다. 제도적 생태 전투 승리를 위한 벤클러의 전략 은?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사회적 생산 에 대한 조망을 넓히고 실행에 나서는 것이 다. 더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 정보 환경에 스스로 참여해야 승리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소유권을 강화하려는 법과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사회적 생산이 이기면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개인은 더 큰 자율성을, 정치 단체는 더 큰 민 주성을, 사회는 문화적 자기 성찰을 얻을 수 있다. 시장에서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부가 커 짐으로써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요하이 벤클러는 누구인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다. 사회적 공유와 협업을 통한 동료생산 개념을 주창한 법학자 다.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와의 점심 내기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카는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의 우위에, 벤클러는 자발성에 의존하


는 시스템의 우위에 점심을 걸었다. 2006년 시작된 이 내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벤클 러는 이 내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비시장·비전유적 정보·지식·문화 생산 방식의 변환과 그에 터 잡은 공유재 기반 전 략을 고찰한다. 이것이 정치적 자유, 민주주 의, 개인적 자율성, 정의와 인류 개발에 어떻 게 영향을 주는가를 거시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소유 중심의 산업 정보경제와 공유·협업 기 반의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는 삶을


위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은창이다.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에서 강의한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내기 지는 쪽이 점심을 사기로 했다. 돈을 주고받는 생산 체제와 공유·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여기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네트워크를 통한 '느슨한 유대'로 연결된 개인들은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새로운 생산 방식을 창출한다. <미래>, 아그네스 로렌스 펠턴, 1943


네트워크의 부 요하이 벤클러 지음 최은창 옮김 사회과학/미래학 2015년 4월 1일 신국판(153*244) 무선 제본, 858쪽 29,000원


작품 속으로

네트워크의 부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


“인간의 본성은 어떤 정해진 틀에 따라 만들어져 정해진 지시된 작업을 정 확하게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내면적 힘의 성향에 따라서 모든 면에서 스스로 자라고 발육하는 나무와 같다.”

“인간이 느끼는 기쁨의 원천, 고통에 대한 감수성은 저마다 다르며 인간은 육체적 도덕적 행위자로서 펼치는 활동에서 저마다의 차이점을 드러낸다. 인간이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한다면, 인간은 행복을 찾을 수 없으며,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정신적, 도덕적, 심미적 수준까지 성장 할 수도 없다.”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자유론(On Freedom)󰡕󰡕(1859)


한국어판 서문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영문판 원고를 마무리하고 거의 9년이 흘렀다. 인터넷에서는 영원처럼 긴 시간이다. 지난 10년 동안 의 증거들은 내 주장이 상당 부분 옳았음을 보여 준다. 동료생산과 공유 재의 역할은 우리가 정보·지식·문화를 생산하는 중심적 방법으로 자 리 잡았다. 프리·오픈 소프트웨어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Wikipedia)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 자원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들의 동등한 상호협조(Peer Mutualism)와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은 수많은 문제들에 대응하는 일반적 해결책으로 수용되고 있다. 오픈소스 지도 플랫폼 우샤히디(Ushahidi)를 이용한 재난 대응 시스템, ‘반응하는 도시(the responsive city)’1), 자발적인 소비자들의 리뷰를 믿는 대중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들은 다양하다. 킥스타터(Kickstarter)와 크 라우드 펀딩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네트워크 공론장의 창발과 네트워 크화된 동원(networked mobilization)은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의 권력 재편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동원 과 네트워크화된 행동이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을 둘러싼 논쟁에서 승 리를 거두었다. 이 승리는 네트워크 공론장이 로비력 등 기존 방식에 충 분히 맞설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1) 반응하는 도시(the responsive city)는 스티븐 골드스미스(Stephen Goldsmith)가 제시한 데이 터 스마트 솔루션(Data-Smart City Solution) 프로젝트에서 나온 개념으로, 온라인 연결성과 데 이터 분석을 이용하여 시민들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도시를 뜻한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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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트워크 사회의 모든 요소들이 무사히 안착한 것은 아니다.

2006년 󰡔󰡔네트워크의 부󰡕󰡕의 결론에서 나는 20세기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는 거대한 세력이 동료 기반의 개방적, 협업적 인터넷을 막아서는 주요한 위협이라고 서술했다. 그들은 저작권 분야에서는 할리우드와 음반 산업 이고, 오픈 인터넷 분야에서는 통신 사업자들과 종전의 정보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시장 생산자들이었다. 그런데 2007∼2008년에 접어들면서 일 련의 변화들이 나타났고, 위협의 양상은 달라졌다. 새로운 통제점들이 등 장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환경에서 권력을 관철하는 통제점들은 약화 되기보다 더 중앙 통제적으로 변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광범위한 영향 을 미쳤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용 컴퓨팅과 모바일 인터넷 접속에 전환이 일어났으며, 전자기기,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는 전유적 통제의 영 역으로 넘어갔다.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전유적 표준들-전유적인 휴대 용 기기들을-은 앱 스토어(App Store) 환경에서 아이폰 이용자들 대부 분이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통제했다. 이런 모습은 분산형 컴 퓨팅이 디지털 장치들의 소유자들에게 제공하던 자유의 수준과 혁신의 환경을 상당히 뒤바꾸어 놓았다. 2007년에는 광고에서 수익을 얻는 구글 의 애드센스(AdSense) 모델이 정착했다. 나아가 구글은 2008년에 온라 인 광고업체 더블클릭(Doubleclick)을 인수했다. 같은 해 ‘빅데이터’ 개념 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했다. 빅데이터는 몇 안 되는 소수 기업들이 충분 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예측하고 가공하여, 궁극적으로 수억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행태를 특정한 방향으로 은밀하게 유도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빅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지속 되는 이용자 행태에 대한 실험들은 플랫폼의 설계에 통합되어 유용한 데 이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어포던스(affordance)를 생성했다. 이렇게 플랫 폼 설계는 권력의 영향력에 의해서 지배되는 공간이 되었다. 빅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의 이용과 조직적 실행은 경제적 모델과 긴밀하게 결합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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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경제적 모델은 수요 관리, 세분화된 정치 캠페인 모델, 또는 대규모 행태 조작 모델에서 가치를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8년 닥시스(DOCSIS) 3.0의 도입은 미국 내 인프라 구축의 경쟁 환경을 변화시켰고, 광섬유도 그 변화에 일조했다.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 는 비용의 증가는 인터넷 공급 시장을 더 집중화시켰지만, 초고속 인터넷 은 수동적 비디오 스트리밍 이용에 편중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튜브 (Youtube), 그다음으로 넷플릭스(Netflix)가 주요한 데이터 흐름으로서 점차적으로 P2P 트래픽을 대체했다. 스트리밍 미디어의 수요가 증가하 자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이 2014년 차세대 웹 표준 HTML5의 핵 심적 요소로 채택되었다. 그 순간 중요한 전환이 일어났다. 인터넷을 개 방되고 탈집중적인 형태로 만들었던 핵심적 기술적, 제도적 시스템이 중 앙 집중적으로 전환된 것이다. 모질라(Mozilla)가 콘텐츠 보호 기술을 받 아들이자 이용자들과 밀접한 프리 소프트웨어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Firefox)에 변화가 일어났다. 콘텐츠 관리 기술을 거부할 만한 충분한 이 데올로기적, 조직적 이유들을 가지고 있던 프리·오픈소스 진영조차 심 원하고 불가피한 변화가 닥쳐왔음을 절실히 통감해야 했다.2)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이 책의 2장~4장에서 동료생 산을 설명하면서 윤곽을 소개했던 거래 비용 경제학을 그 토대로 한다. 공유경제는 이용자 요구에 따라 바로 인력을 제공하는 세분화된 인력 수

2) 2013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은 암호 미디어 확장(EME, Encrypted Media Extension) 기술을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 제안했다. 2013년 10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는 EME을 사용하는 ‘HTML5 비디오’에 대한 웹 표준화 논의를 승인한다. 모질라 는 이 결정이 웹을 단절시킨다고 크게 반발하다가 결국은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의 샌드박스 (Sand Box) 기술을 통해 EME 표준을 도입했다. EME 표준은 웹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에 대 한 복제와 허락 없는 재배포를 막는다. 즉, 모질라가 수용한 암호화 모듈의 확장은 저작권 관리 (DRM)를 지원하는 기술로서 정보의 공유라는 웹의 가치와 배치되는 변화였다. 그러나 이런 입장 변화를 둘러싸고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논란이 일었고, 벤클러는 이를 웹 개방성을 위협하 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통제 기술과 오픈 웹은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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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on-demand labor), 그리고 중간 크기 재화(mid-grained goods)의 대 여 시스템에 거래 비용 경제학을 적용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유비쿼터 스 연결성의 확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비용을 감소시켰고, 자원과 인력 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의 변화와 필요의 결합은 기업 활동의 경계와 존재 이유를 커다란 압력으로 짓누른 다. 동료생산은 노동 시장의 거래 비용이 감소하기 이전부터 거래 비용의 감소라는 장점을 이미 누리고 있었다. 동료생산의 실행에 수반되는 비정 형성과 사회적 동기에는 급여 시스템에 관계된 제반 경비도 필요하지 않 다. 동료생산의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기여하는 지식 노동은 내재적인 동 기에 의해서 도움을 받는다. 이 내재적 동기는 순수한 사회적 생산 모델 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생산 시스템은 가격 신호를 거치지 않고 작업 과 자원을 배분하며, 공동 작업의 대가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다. 그러므로 반드시 금전적 보상을 분배해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잠 재적 갈등은 애초부터 완화된다. 온디멘드 경제를 구축하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기업들도 동료생산과 똑같은 거래 비용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온 디맨드 경제의 핵심 추동력은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가격 신호라는 점에 서 차이가 있다. 결국, 온디맨드 경제식 기업들은 조직적 관리를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 신호에 대응하는 세분화된 노동 분할로 대체할 수 있 었다. 여기에서 예상되는 효율성의 이익(efficiency gain)은 크다. 이용되 지 않는 빈 방, 남는 시간에 일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더 쉽게 연결하기 때문이다. 온디멘드 경제의 영향을 받는 일자리 는 1세대 사회적 생산 효과에 의한 지식 분야의 일자리보다 그 규모가 크 다. 이런 온디멘드 경제의 효과는 교육 기회가 적거나, 물질적 안정에 끌 어다 쓸 만한 자원이 제한된 사회적 계층들에게 깊숙하게 영향을 미칠 것 이다. 한편으로는 온디맨드 경제가 미치는 가장 해악적 효과는 인터넷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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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적인 특성들을 거꾸로 뒤엎는다는 점일 것이다. ‘인터넷’은 기술적 설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반세기에 걸쳐서 사용된 인터넷은 단지 기 술적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적 시스템이자 제도적 시스템이었다. 그 제도 적 시스템에는 공유재, 시대정신, 정신의 문화적 습관 또는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있다. 이런 인터넷의 특성들을 가장 절묘하게 표현 한 것은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의 설명이다. “우리는 왕과 대통령 을 거부하고 투표를 거부한다. 우리는 웹 표준에 대한 대략적 합의와 계 속해서 작동하는 코드(rough consensus and running code)를 믿는다”.3) 그의 말에는 ‘인터넷’을 적절하게 이해하기 위한 네 가지 측면의 공조 효 과들이 전부 담겨 있다. 또한 웹은 어떤 조직화된 권력 시스템의 판단이 아니라 대략적 합의에 따르며 아래로부터의 통제에 따른다는 원칙도 내 포되어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몇 가지 요소들은 인터넷을 ‘권력 재집중’ 을 위한 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온디맨드 경제는 저 변을 넓혀 가고, 콘텐츠 제공자 넷플릭스는 모질라를 향해 파이어폭스에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을 넣으라고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 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개방성과 협업적 공유재 시대의 종말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유재의 성공이 기술적 차원에서 결정 되지 않는 것처럼, 새롭게 등장한 기술적 모델들이 휘두르는 거대한 전유 적 통제 권력도 아직은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승객을 태우는 프리랜서 운전자들, 잡일이나 심부름을 대신해 주고 대가를 받는 태스크 래빗들(task rabbits), 그리고 시 장 교환 수단을 가지기 원하는 사회적 성향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나 경제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온디맨드 경 제에서는 직원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고, 직원들을 위해서 기업들이 부담

3)“We reject: kings, presidents and voting. We believe in: rough consensus and running code”는 1992년 국제인터넷 표준화기구(IETF)에서 데이비드 클라크가 발표한 내용이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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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안전망도 모두 사라진다. 불운, 사고, 들쭉날쭉한 경기 불안의 위험, 보험 등은 온디맨드로 인력을 연결하는 회사들이 아니라 삯일 시장에 뛰 어드는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유비쿼터스 연결성과 거래 비 용의 감소는 두드러진 변화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디지털로 매개되는 일 자리 시장의 유연성이 종래의 기업 조직을 대체하는 새로운 변화를 축하 하기 이전에, 기업들이 시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흡수하여 피 고용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온디맨드 네트워크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변동의 위험을 분산하고 완충 적 작용을 제공할 수 있는 상호 조합(相互組合, mutual associations)로 변 화할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이 진정으로 경제적 이익과 가치의 부담을 ‘공유 (sharing)’하는 방법이다. 온디맨드 경제가 이렇게 전개된다면 서비스 분 야의 혁신이 소비자-생산자 간 협동 모델 위에 구축되지 못할 근본적인 까 닭은 없다. 2010∼2011년 터져 나온 위키리크스(Wikileaks)와 에드워드 스노든 (Edward Snowden)의 폭로는 인터넷 이용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막대 한 영향을 행사하는 국가의 압도적 통제 권력을 모두에게 여실히 일깨워 주었다. 국가와 사기업들은 손에 손을 잡고 인터넷 이용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긴밀한 민관 협력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인터 넷을 더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자신 의 통제권을 건네주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를 폐쇄하려고 도 메인 네임 서비스 제공업자, 클라우드 스토리지 회사, 지불 시스템 회사 를 연결해서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었다. 미국 정부가 계약을 맺은 주체들 을 통해서 직접적 조치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그런 식의 접근은 헌법적으 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미국 의회에 제안된 온라인저작권침해 금지법안(SOPA, Stop Online Piracy Act)과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 PROTECT IP Act)의 통과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었다. 이 법안들은 철회 되었지만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 법안들에 따르면 국가는 통상적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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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가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권리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할리우드 등 지적 재산권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었다. 스노든은 국가가 사기업들에 게 법적으로 부과된 준수 의무를 강제하고, 자발적 협력을 얻어내 그야말 로 모든 것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그 협조가 강압적이었든 자발적이었든 온라인 기반의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은 모 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든 시간에 걸쳐서 수집하는 작업에 기여했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감시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것이다. 프라이버 시의 제거가 기업들의 핵심적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면, 국가가 법규 명령 을 통해서 손에 넣은 개인들의 정보를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공유하게 되 리라는 점은 굳이 되묻을 필요가 없다. 영문판 발간 이후 거의 10년에 되어가는 시점에 쓰는 한국어판 서문 은 필연적으로 무엇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고, 제도적 생태의 상황이 어 떻게 변했으며, 어떤 분석들은 여전히 타당한가를 깨닫게 해주는 기회다. 그러나 단지, 도전들이 다가온다고 해서 비관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우리가 겪는 새롭거나 오래된 도전들은 모두 위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에서 스스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위계적 구 조나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조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배웠고, 네크워 크의 모든 것들을 연결해 우리 자신과 타인들을 위해 유연한 형태로 협업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연결되어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지 속에 커다란 정치권력이 숨 쉬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동료생산과 네트워크화된 협업은 지난 20년에 걸쳐 꾸준히 진전되었다. 처음에는 몽상으로 여겨졌 지만 시간이 흐르자 위험한 아이디어가 되었고, 오늘날에는 소규모와 대 규모 그룹이 수용하는 해결책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도전이 다가온다 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기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협업과 행동 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난 10년 동안 제기된 많은 도전들에 대응할 필 요가 있다. 이렇게 세력들을 결집하려면 ‘그들이 거기에 있다’는 점을 이해 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이룩한 성공과 실패로부터 어떻게 네트워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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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대안적 권력체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재집중 된 권력을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마다 그에 맞서서 실험하고, 분별하고, 저 항하는 활동들을 계속해야 한다. 네트워크 사회는 현재 안정적 상황에 놓 여 있지 않으며 개방, 협업, 참여를 향한 지속적인 분투가 필요하다.

2015년 2월 요하이 벤클러(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


추천의 글 1

이 책은 사회과학의 이론적 시각에서 이루어진 네트워크 연구의 대표적

인 작업 중의 하나다.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라는 제 목에 담겨 있듯이, 이 책의 핵심 논제는 부(富)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네 트워크’가 담당하는 역할이다. 예전에는 부를 창출한다고 하면 기업의 생 산 활동이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연상했겠지만, 오늘날 세상의 변화는 부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네트워크’를 거론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는 무엇일까? 사실 네트워크는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가장 기초적인 정의는 ‘상호 연결되어 있는 노드들 의 집합’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만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것이 네 트워크가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연, 지연, 학연에서부터 교통망, 방송망, 통신망이나 상품의 판매망과 종교의 포교망, 동맹과 무 역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트워크다. 이밖에도 최근 지구화 환경에서 주 목을 받고 있는 조류독감이나 테러 집단 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모두 네트워크의 형태로 작동한다. 이밖에도 다각도로 이루어지는 사람과 문 화의 교류도 모두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빌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네트워크는 이런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부제에 담겨 있듯이, ‘사회적 생산(social production)’을 담당하는 특정한 종류의 네트워크다. 이런 네트워크를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다. 새로이 부 상한 네트워크의 특성은 ‘소셜’이라는 말 안에 담겨 있다. 그런데 ‘소셜’이 라는 말을 ‘사회적’이라고 번역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SNS(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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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work Service)나 소셜 미디어라는 말을 모두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 는 다소 생경한 알파벳의 조합이나 음차어로 통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 유 때문이다. ‘언어의 번역’이 메울 수 없는 ‘의미의 공백’에 대한 망설임도 있겠지만, 이 용어들에 담기에는 ‘언어의 현실’이 아직 ‘현실의 변화’를 따 라잡지 못하고 있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해서 변화하는 현실은 예전에 우리가 알던 것과는 꽤나 다른 ‘관계 맺기’를 출현시키고 있다. ‘소 셜’은 바로 그러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지칭한다. ‘소셜’로 대변되는 관계 맺기는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가 보통 ‘사회(社會)’로 번 역하는 ‘society’는 구성원들의 이익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2차 집단’의 관 계 맺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는 이런 이익 기반의 관 계 맺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구성하는 공동체(community), 즉 ‘1차 집단’의 관계 맺기를 배경에 깔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셜 네트워크는 공동체(1차 집단)와 사회(2차 집 단)의 중간 정도가 되는 ‘1.5차 집단’의 관계 맺기를 배경으로 작동한다. ‘소셜’이라는 말이 우리말로 쉽게 번역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 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의 핵심어는 단연코 ‘소셜’이라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동하는 네트워크의 생산 활동이다. 이 활동을 요하 이 벤클러는 ‘소셜 생산(social production)’이라 부른다. 그에 의하면, 소 셜 생산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생산, 즉 ‘비 (非)시장(non-market) 생산’에 있다. 비시장 생산은 두 가지의 변환을 바 탕으로 출현하였다. 그 하나는 정보, 문화, 지식을 주로 생산하는 소위 정 보경제의 출현이며,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환경의 등장이다. 두 가지 변환은 상호작용하면서 물적 재화의 소유가 아닌, 공 유재(commons)로서 정보 공유에 기반하는 경제이자 확대된 형태의 개 방적 협업(open collaboration)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경제, 즉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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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제’를 가능케 했다. 네트워크 정보경제는 2차 집단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가 아니라 1차 집단적인 공유의 문화 위에서 작동하는 경제다. 정보가 자유롭게 공 유되는 문화는 경제학적으로도 더 효율적인 생산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 는 특허나 저작권을 통해서 혁신을 저해하는 지적재산권의 문화보다 오 히려 더 효율적이다. 이런 점에서 벤클러는 네트워크 정보경제가 새로운 생산양식, 즉 공공재의 협업적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동료생산(peer production)’의 출현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동료’라는 말은 앞 서 설명한 1.5차 집단의 구성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동료생산은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의 생산과 분배와 소비가 이루어지는 네 트워크 정보경제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벤클러가 주목하는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나 위키피디아 같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소셜 협업에서 나타난 다. 이런 소셜 협업은 예전에는 막대한 예산과 조직의 관리가 필요하던 소 프트웨어의 개발이나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간주되던 백과사전의 편집을 가능케 했다. 이런 소셜 협업의 공간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공적(公的)인 교류뿐만 아니라 사적(私的)인 소통과 친밀한 교감까지도 오고 간다. 특 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는 주위의 친한 친구들에게 글과 영상 을 추천받고 이들을 다시 다른 친구들에게 퍼뜨리는 일종의 ‘생각과 공감 의 네트워크’를 그 기저에 깔고 있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메커니즘에 의 지해서 사람들은 예전과 같은 수동적인 청중의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능동적인 참여자의 역할을 찾아서 인터넷 세상으로 나서고 있다. 소셜 생산은 ‘네트워크의 자유(the freedom of networks)’의 가능성 을 높여 놓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벤클러는 네트워크 정보경제를 추동 하는 세력의 핵심으로서 ‘개인’의 자율성과 증대된 역량에 주목한다. 이 런 개인들이 구성하는 비시장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참여적 커뮤니케이 션의 증대가 더 비판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문화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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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문화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표출할 더 많 은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벤클러의 전망은 두 가지의 이념적 전제 를 갖고 있다. 그 하나는 기존의 조직화된 정치(organized politics)에 대 한 회의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자발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낙관주의다. 그 리고 그 기저에는 기술에 대한 이상주의적 믿음이 깔려 있다. 이런 점에 서 보면 이 책은 네트워크 시대의 자유를 추구하는 실천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이 상대적으로 간과한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이 책이 제시하는 ‘낙관적’ 논조보다는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네트워크 논의도 있다. 독자들이 성찰해야 할 또 다른 네트워크의 이야기로는 대략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는 ‘네트워크 실패(failure of networks)’ 또는 ‘소셜 실 패(social failure)’의 가능성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가능해진 소셜 메커 니즘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공공성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네트워크로 인해서 가능해진 소셜 공간이 사적 공간의 네트워크를 출현시킨 것은 맞지만, 이것이 과연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론 장(public sphere)의 출현을 의미할까? 소셜 네트워크의 도입이 ‘개별의 지’의 합으로서 ‘전체의지’를 더 쉽게 도출하는 것은 맞는데, 이것이 소위 ‘일반의지’를 자동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 이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질문이다. 둘째 네트워크 이야기는 ‘네트워크 권력(power of networks)’과 관련 된다. 벤클러가 주목하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힘을 얻는 소수자 들의 이야기라면,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부분은 기존의 지배 권력이 네트 워크의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시장생산을 강화할 가능성이다. 만약에 시장의 메커니즘이 네트워크의 형태를 빌어서 보이 지 않게 그 권력의 촉수를 사회 전체에 뻗치고 있다면 어떠할까? 어쩌면 개인들이 한껏 자유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부처님 손바닥 안 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의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최근 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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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보호나 크라우드컴퓨팅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우려들은 바 로 이렇게 시장 권력이 비대화되고 독점화될 위험성, 즉 일종의 ‘시장 실 패(market failure)’의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 네트워크 이야기는 ‘네트워크 국가(the state of networks)’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다. 경제 영역에서 발생한 ‘시장 실 패’를 보정하기 위해 국가는 시장에 정치적으로 개입한다. 소셜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적 이해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시민사회에 개입하기도 한다. 국가의 공공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 개입은 단지 공공질서를 수립하는 차원에만 그치지 않 고 또 다른 지배 권력으로 군림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공 공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국가가 개입하지만 그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거나 특정한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국가 실패 (state failure)’가 발생할 우려가 없지 않다. 결국은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과학적 논의에서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셜 실패, 시장 실패, 국가 실패로 요약되는 세 가지의 실패 가능성 을 모두 최소화하는 접근법이다. 세 가지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 인, 기업, 국가 각 주체의 노력이 아니라 이들 3자가 구성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에서 리눅스의 오픈소스 소 프트웨어 운동,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운영체제 패권,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추진한 반독점 정책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서로 경합하고 상호 보완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질서를 유지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회과학의 이론적 시각에서 더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3자 구도 를 엮는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이 책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2006년에 출판되어 벌써 9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말 이다. 게다가 벤클러가 이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1993∼1994년에 시 작되어 10여 년의 작업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하니 이 책은 상업화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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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초창기를 다룬 ‘역사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이 책은 피상적인 현상의 서술에 그치는 인터넷 관련 읽을거리들 중 에서 드물게 이론적 분석 틀을 제시하는 연구서다. 따라서 영문판의 출간 이후에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낸 책이지만 여전히 ‘길게 남을’ 가치를 품고 있다.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책장에 꽂아만 두었을지 모를 난해한 원서가 최은창 선생의 노력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더욱 널리 읽힐 기회를 찾게 되어 기쁘다.

김상배(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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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2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역사는 위대한 자들의 전기일 뿐 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힘 있고 유명한 소수가 모든 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고 보았다. 그러나 ≪타임(Time)≫은 2006년 그 해의 인물로 ‘당신(You)’ 을 선정했다. 이제는 칼라일의 전제가 흔들린다는 메시지였다. ≪타임≫ 이 그 근거로 든 것은 바로 네트워크 시대의 개인들이었다. 월드와이드웹 을 통해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 커뮤니티와 온라인 협업이 이루어지고 위키피디아,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같은 이용자들 스스로 콘 텐츠를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 번창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를 돕는 행위들이 디지털 세계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들의 대규모 참여와 기여가 주목을 받았던 그 해 벤클러 교수는 산업자본주의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아담 스미스

의 󰡔󰡔국부론(The Wealth of Networks)󰡕󰡕에 빗대어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를 내놓았다. 당시에 저자가 네트워크 경제를 주목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은 닷컴 붕 괴 이후에 새로운 유형의 정보 산업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미디어 업계 에 본격적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 기였다. 참여, 개방, 공유라는 키워드와 플랫폼으로서 웹을 뜻하는 웹 2.0 이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예전에는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했던 이용자들 이 만드는 콘텐츠(UCC, User Created Contents)가 새로운 정보 생산 방식 으로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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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Lawrece Lessig) 교수 등이 시 작한 저작물의 자유로운 대중적 이용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 선스(CCL, Creative Commons License)의 한국어 버전이 공개된 시기도 그 무렵이었다. 당시에 판사였던 나는 법률가들이 모인 학회의 일을 챙기 다 우연히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CC Korea) 론칭 작업을 떠안았다. 영문 라이선스의 번역과 소개 사이트 구축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그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 깨달았다. CCL 은 단순히 법적 라이선스가 아니라 기존의 저작권 패러다임을 바꾸는 네 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문화 운동이자 혁신의 매개체였다. 저작권자들이 스스로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미리 허용해 둠으로써 폐쇄적 저 작권 체계를 개선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정말 기발한 발상이었 다. 그러한 발상의 전환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명분과 동기를 제공하고 공유재(commons)가 문화와 지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몇몇 전문가들의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닌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정보 생산과 공유 활동을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PC 통신 시절 경험했던 커뮤니티 활동에서 나는 그 가능성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공통적인 관심사 를 매개로 모인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단순히 같은 취미를 즐기는 수준 을 벗어나 금전적 동기나 공식적인 조직에 의하지 않는 정보 생산 활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나에게 있었다. 커뮤니티라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던 무렵 발간된 이 책은 내게는 마치 전범(典範)과 같았다. 벤클러 교수와는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 커먼 즈 서밋이 열렸던 2005년 하버드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다. 짧은 대화였 지만 궁금한 점을 물어 보기도 했고 집필 중이던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차에 출간되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했다. 하지만 상당한 두께와 다른 책에 비해 쉽지 않은 영어 문장에 압박을 받아서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고 1, 2년 후에야 비로소 읽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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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대부분의 서평들은 그 학 문적 수준이나 논리의 치밀함에 매우 높은 평가를 부여했다. 무엇보다도 정보 공유와 개방의 문화를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면서 내가 고 민하고 궁금했던 점들을 시원하게 풀어 주어서 좋았다. 이를 테면 공유재(commons)와 재산권(property)이 어떻게 구분되 고, 비경합성을 갖는 정보 생산물이 왜 공유재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가는 물론, 공유재는 단지 예외적 재화가 아니라 자유 사회에 필요한 핵심적인 제도적 구성 요소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특 히 배타성과 시장성을 기준으로 정보 생산 전략들을 다양하게 분류하고, 공유재도 개방의 범위와 규제의 유무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 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평소 헷갈렸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 주었다. CCL을 매개로 수많은 창작물들이 공유되고 그로부터 새로운 창 작물이 생산되는 과정은 ‘공유재 기반 동료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의 모습이었다. 비전유적·비시장적 거래가 시장 생산과 더 불어 정보 환경에서 하나의 축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개 인들이 분산된 형태로 수행하는 협업적·통합적 활동이 네트워크 정보 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경험으로 느끼고 있던 부 분이었다. 저자의 방대한 분석 중에서도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 확대 와 자본 의존도가 적은 사회조직의 등장은 네트워크 정보경제가 경제적 정의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 그리하여 산업 정보경제에서 부자유스럽게 얽매이던 개인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고, 수동적 인간에 서 벗어나 인간의 주체적 역할을 회복시켜 준다는 점, 문화적 자율성은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적 참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주저 없 이 공감할 수 있는 통찰이었다. 만일 CC코리아의 경험이 없었어도 내가 이 책의 내용에 그토록 흥분 하며 공감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계속 확인하고 싶던 궁금증 들과 정보 공유 활동에 대한 확신을 얻었던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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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기서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공유’는 불온한 기운마저 느끼게 하는 도발적 용어였다. 저작권 침해가 최대의 이슈였던 상황에서 공유의 가치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온갖 악행들과 혼 란이 강조되던 분위기에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한 자율성의 실현을 이야 기하기란 부담이 컸다. 그때 벤클러 교수의 이 책은 나에게 필요한 논리 적인 무장과 실천적 확신의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동안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다수 나왔지만 이 책만큼 논리적 치밀함과 풍부한 예 증을 갖춘 책은 드물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다. 정말로 많은 진지한 고민을 거쳐서 연구 결과를 쏟아냈고, 그 성과를 묶어 이 책을 발간했음을 확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1장 마지막에 있는 이 문장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도전적 질문을 던지려 한다. 지 금 우리는 기술적, 경제적, 구조적 변환(transformation)이 진행 중인 정보 사회의 한복판에 놓여 있고 이 상황은 우리에게 자유, 정의, 생산성과 관련 한 제도적 재협상을 다시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가 새로운 제도적 환경에 적응하여 조화롭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다가올 10년간 어떤 정책 을 선택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정책 선택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 선 정책 선택의 속성이 근본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 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정책의 선택은 “우리가 새로이 재편되는 기술적, 경 제적 환경에서 과연 어떻게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적인 인류로 거듭날 수 있는가”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 만일 우리가 선택하는 경제정책이 과거의 승자들에게 미래의 경제적 경쟁 방식을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한다면 그 선 택은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다. 또한 만일 사회적 정책이 민주주의, 자유, 정의의 가치를 드높일 기회를 외면하고 오직 생산성의 향상과 유지에만 집 중한다면 그 선택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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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락은 로렌스 레식 교수의 저서 󰡔󰡔아이디어의 미래󰡕󰡕에 나오는 구

절과 맥을 같이 한다. 레식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혁 신은 옛 체제에서 번창을 구가한 모든 이들의 적이다. 그러나 새 체제에 서 번창할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겨우 미지근한 지지만 받을 뿐이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아직 경험에 의해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변화를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라는 문 장을 인용하면서 혁신을 지지해 줄 사람들마저 혁신을 지키는 일에 머뭇

거리는 상황을 안타깝게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점은 불 확실성이나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지지자들이 아니라 그 혁신의 본 질을 잊고 오히려 혁신을 제거하는 작업에 동조하는 혁신의 수혜자들”이 라고 지적했다. 벤클러 교수와 레식 교수는 공통적으로 네트워크가 선사 해 준 혁신에 대한 희망보다 그 혁신이 좌절되고 가로막히는 현실에 대해 우려한다. 벤클러 교수는 네트워크 시대에 개인들의 부상과 협업, 비전유 적·비시장적 사회적 생산이 갖는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진다. 그러나 한편 과거의 승자들에게 그러한 기술적, 경제적, 구조적 변환이 얼마나 큰 위협을 의미하는가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레 식 교수가 그랬듯, 미래의 향방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이런 연 유로 저자는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가 극히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 그 선택이 과거의 승자들에게 미래를 좌우하도록 한다 면 그 선택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이제 벤클러 교수가 말했던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동안 디지털 환경의 제도적 생태에서는 많은 정책 선택이 이루어졌다. 때로는 입법을 통해, 때로는 구체적 정책 집행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신구 세력의 줄 다리기는 전 세계에서 계속되어 왔고, 한편으로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했 다. 현재의 네트워크 세상은 10년 전과는 꽤 달라져 있다. 인터넷은 더 이 상 한 가지 모습은 아니다. 모바일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연결성은 극대화 되고 있지만, 열린 웹(web)을 통해 모든 정보와 사람이 연결될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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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위협받고 있다. 특정한 플랫폼에서만 작동하고 다른 플랫폼이 나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연결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지 않는 개별적 앱(app)으로 그 중심이 넘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개인들을 효 율적으로 연결해 주었지만 ‘열린 공유지’에서 자율적으로 터 잡은 자유가 아니라 ‘닫혀진 정원’에서 제한된 활동과 자유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나 최근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서 드 러난 것처럼 네트워크는 자유의 확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시와 속박 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부분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과연 뉴미디어가 새로운 주류가 되어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분권화된 미디어 로서 인간의 자율성을 확장시키고 있는가는 여전히 물음표다. ‘아랍의 봄’ 이 보여주었듯이 인터넷은 수십 년간 나라를 지배하던 독재 정권을 무너 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인터넷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가 들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정한 국경 안에서 인터넷은 전혀 ‘인 터넷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으며 그 효율성만을 자랑하 고 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 하고, 망 중립성의 근본적인 당위성에 대한 정책적 도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게 CCL을 적용한 많은 온라인 콘텐츠와 위키백과가 보여 주는 협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보재에 대 한 전유적·배타적 관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법적 수단은 정교 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 는 재앙으로 가는 단계에 있는지는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 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님은 틀림없다. 영문판 출간 이후 10년이 지나서 읽는 한국어 번역본이 새삼스럽게 특별히 반갑게 느껴지는 점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는 10년 후를 생각할 지점에 서 있다. 지난 10년의 선택의 결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10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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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중요한 통찰을 던져 준다. 이 책은 다시 읽어 봐도 전혀 세월을 느낄 수 없다. 물론 처음 읽었을 때하고 생각이 달라지거나 그 동안 상황이 바뀐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내 선택을 증명하기 위해 CC코리아의 멋진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실험을 계 속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여전히 확신과 위안을 안겨 준다. 이 책의 내용 이 워낙 충실하고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겪었던 경 험에 벤클러의 분석이 자연스럽게 투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깔끔하게 번역된 내용이 너무 좋다. 어렵게 영어책을 읽은 게 억울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류 없이 해석한 문장들이 훌륭하고, 번 역자가 추가한 각주들의 내용도 풍부하고 유익하다. 책이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된 한글판이 나오지 않아서 섣불리 주변에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망설임 없이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의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풍 부한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대한 개인 (You)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생산과 협업은 바로 그렇게 시작하기 때 문이다.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

윤종수(CC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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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이 책의 초고를 너그럽게 읽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분 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초고의 오류들을 바로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브 루스 애커먼(Bruce Ackerman)은 2001년부터 초고를 살펴주었을 뿐만 아 니라 이 책이 제기한 크고 작은 선구자적 논점들에 대해 무수한 시간들을 투자해 듣고, 읽으며, 의문들을 제기해 주었다. 잭 볼킨(Jack Balkin)은 초 고를 검토했고 예일대학교 로스쿨 정보사회프로젝트(Information Society Project)의 세미나에서 교재로 사용했고, 정보사회프로젝트 펠로 들이 찾아낸 취약한 부분들과 숨은 오류들을 고치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함께해 주었다. 마빈 아모리(Marvin Ammori), 애디 바칸(Ady Barkan), 엘라자 바칸(Elazar Barkan), 베키 볼린(Becky Bolin), 에처 하지타이 (Eszter Hargittai), 니바 엘킨 코렌(Niva Elkin Koren), 에이미 카프진스키 (Amy Kapczynski), 에단 카츠(Eddan Katz), 잭 카츠(Zac Katz), 님라드 코슬로브스키(Nimrod Koslovski), 오를리 로벨(Orly Lobel), 캐서린 맥대 니얼(Katherine McDaniel), 시바 바이디야나단(Siva Vaidhyanathan)은 값진 의견과 통찰을 제시해 주었다. 집필을 결심하게 도움을 준 예일대학 교 출판부 마이클 오맬리(Michael O’Malley)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한다. 이 책은 1993∼1994년 무렵부터 시작되었고 전체를 탈고하기까지 거 의 10년이 걸렸다. 니바 엘킨 코렌과 밤늦도록 나누었던 사이버 민주주의 에 관한 토론, 미치 케이퍼(Mitch Kapor)와 진행했던 논의들, 찰리 네슨 (Charlie Nesson)이 지도했던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로스쿨 수업들, 에벤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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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Eben Moglen)과 나누었던 진정한 깨달음의 순간들이 이 책의 밑바탕 이 되었다. 윌리엄 테리 피셔(William Terry Fisher)의 지도 아래 썼던 논문 “19세기의 도시 정착과 과격한 공화주의자들”, 그리고 프랭크 미첼만 (Frank Michelman), 던컨 케네디(Duncan Kennedy), 모트 호르위츠(Mort Horwitz), 로베르토 웅거(Roberto Unger), 고(故) 데이비드 차니(David Charny)의 강의와 논문들은 재산권법과 인간의 자유를 위한 경제 구조 (economic organization)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프랭크 미첼만에게 진보주의자로 사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집필 기간 동안 다른 분야의 학자들과 폭넓은 지적인 만남을 가지며 우정을 쌓을 수 있었고 다양한 관점들을 널리 들을 수 있었기에 이 책의 논점들이 명확해질 수 있었다. 1998년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과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후에 우리는 곧 우정 어린 관계가 되었다. 레식과 나눈 지적 토론은 내 저술 작업에 중심을 이루고 있다. 로렌스 레식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디지털 환경의 통제, 자유, 창의 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중심적 역할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제임스 보일(James Boyle), 윌리엄 테리 피셔, 에벤 모글렌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그분들의 다양한 견해와 독특한 사고방식은 이 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진행되는 정보 생산과 창작의 중요성을 깨달은 연구자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이 움직임은 제임 스 보일이 주최했던 1999년 예일대학교 로스쿨 워크숍과 2001년 듀크대 학교 로스쿨 워크숍을 통해 지적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때를 전후해서 줄 리 코헨(Julie Cohen), 베키 아이젠버그(Becky Eisenberg), 베른트 후겐 홀츠(Bernt Hugenholtz), 데이비드 존슨(David Johnson), 데이비드 랜지 (David Lange), 제시카 리트먼(Jessica Litman), 닐 네타넬(Neil Netanel), 헬렌 니센바움(Helen Nissenbaum), 마가렛 라딘(Margaret Radin), 아티 레이(Arti Rai), 데이비드 포스트(David Post), 제롬 라이히만(Jerome Reichman), 파멜라 새뮤얼슨(Pamela Samuelson), 조너선 지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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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Zittrain), 다이앤 짐머만(Diane Zimmerman)과 교류하면서 다 방면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는 학제 간 연 구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여 준 과학기술 전문가들, 경제학자들, 사회학자 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나를 대해 주었고 가르침을 주었다. 특히 새뮤얼 볼스(Samuel Bowles), 데이비드 클라크 (David Clark), 드와인 헨드릭스(Dewayne Hendricks), 리처드 제퍼슨 (Richard Jefferson), 나탈리 제레미엔코(Natalie Jeremijenko), 태라 레미 (Tara Lemmey), 조시 러너(Josh Lerner), 앤디 리프먼(Andy Lippman), 데이비드 리드(David Reed), 찰스 세이블(Charles Sabel), 제리 살처(Jerry Saltzer), 팀 셰퍼드(Tim Shepard), 클레이 셔키(Clay Shirky), 에릭 폰 히 펠(Eric von Hippel)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책에서 언급된 헌 법과 정치 이론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에드윈 베이커(Edwin Baker)의 통찰에 크게 힘입었다. 베이커는 내가 주목한 정치 이론의 문제 를 함께 고심해 주었다. 또한 이론적 논의를 다양하게 구성하도록 도움을 준 크리스 아이스그루버(Chris Eisgruber), 리처드 팰론(Richard Fallon), 로렌스 크레이머(Lawrence Kramer), 버트 뉴본(Burt Neuborne), 로렌스 세이거(Lawrence Sager), 캐슬린 설리번(Kathleen Sullivan)에게도 감사 를 전한다. 이 책의 초기 연구는 새로운 학문적 연구를 지속하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을 제공해 준 뉴욕대학교(NYU) 로스쿨에서 이루어졌다. 1998년 무 렵에 내가 주도했던 토론 모임에 들렀던 한 친구는 아직 종신교수 (tenure)의 지위도 얻지 못한 젊은 교수에게 법학·경제학 분야의 석학들 이 가득 찬 자리에서 논문-“정보 정책에서 소홀히 다뤄진 공유재(The Commons as a Neglected Factor of Information Policy)”-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로스쿨은 정말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가이스트펠 트(Mark Geistfeld)는 공유의 경제학(economics of sharing)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조언을 해 주었다. 그와 아이들이 파도 속에 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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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보며 해변에서 오후를 보내기도 했다. 뉴욕대학교 엥겔버그센터 (Engelberg Center)의 설립자 앨 엥겔버그(Al Engelberg)와 뉴욕대학교 의 펠로(fellow)들에게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뉴욕대학교 정보법연구 소(Information Law Institute)의 아서 펜(Arthur Penn)과 동료들이 개최 했던 ‘디지털 환경의 정보생태’ 워크숍, 그리고 나중에 오픈스펙트럼프로 젝트(Open Spectrum Project)로 발전한 다양한 워크숍들을 통해서 나는 놀라운 지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무렵 가이아 번스타인(Gaia Bernstein), 마이크 버스타인(Mike Burstein), 존 쿠진(John Kuzin), 그렉 포머란츠(Greg Pomerantz), 스티브 스나이더(Steve Snyder), 앨런 토너 (Alan Toner) 등을 포함한 뛰어난 학생들 및 펠로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01년 방문교수로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처음 도착한 이후로 나는 지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이 책의 형태, 구조, 강조 점은 이 놀라운 지적 공동체에 대한 나의 몰입이 반영된 결과다. 예일대 학교 로스쿨의 교수들이 초고를 검토하고, 워크숍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아낌없는 코멘트를 주었기에 이 책이 더 나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교 수들 모두와 이 책의 출간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 앤서니 크론만 (Anthony Kronman) 전임 로스쿨 학장에게 감사를 전한다. 모두의 이름 을 일일이 나열하긴 어렵지만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중요한 기여를 해 준 분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정치적 주 장을 위해 경제학적 분석은 필수였다. 호혜성과 공유재 기반 생산에 대해 서 깊은 학문적 논의를 나눠 주었던 로버트 엘릭슨(Robert Ellickson), 단 카한(Dan Kahan), 캐럴 로즈(Carol Rose)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제임 스 휘트먼(James Whitman)은 내가 인류학적 관점을 유지하도록 지속적 으로 자극해 주었다. 이언 에이어스(Ian Ayres), 론 대니얼스(Ron Daniels), 앨 클레보릭(Al Klevorick), 조지 프리스트(George Priest), 수전 로 즈-애커먼(Susan Rose-Ackerman), 앨런 슈워츠(Alan Schwartz)는 내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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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하게 필요로 했던 통합적 회의론의 관점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그 문제 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도와주었다. 아킬 아머(Akhil Amar), 오언 피스 (Owen Fiss), 제리 머쇼(Jerry Mashaw), 레바 시갤(Reva Siegal), 켄지 요시 노(Kenji Yoshino)는 규범적·헌법적 고찰에 도움을 주었다. 9장에서 내 가 정의(justice)와 핵심적 연관성을 가진 국제 개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 계기는 헤럴드 고(Herald Koh)와 우나 해서웨이(Oona Hathaway)의 배려 덕분이다. 두 사람은 세계화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나 를 발표자로 초청했고 이 책의 초고를 읽고 사려 깊은 코멘트를 주었다. 9 장의 논의들은 에이미 카프진스키(Amy Kapczynski)의 논문들, 대학교 특 허 라이선스 정책 연구에 참여하게 이끌어 준 사만다 차이페츠(Samantha Chaifetz) 등 예일대학교 로스쿨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가장 소중한 두 분께 고마움을 제 대로 전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는 영국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운동과 이 스라엘 독립전쟁의 격랑 속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고 지적 갈망과 독서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묻은 채 일찍 세상을 뜨셨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탁에서 대화를 나눌 때면 아버지도 함께 계셨더라면 좋았을 거라 고 생각해 본다. 다른 한 분은 데이비드 그라이스(David Grais)다. 그는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에 장시간 멘토링을 해 주었고 윌리엄 스트렁

크(William Strunk)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The Elements of Style)󰡕󰡕󰡕초판 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또한 영어로 글 쓰는 법을 실용적으로 가르쳐 주 었다. 그가 이 책을 들춰 본다면 지나치게 긴 문장들, 넘쳐나는 종속절, 간 단한 아이디어를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하게 설명한 부분들 때문에 당황 해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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