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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이프와 심층 메타포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균형, 전환, 여행, 상자, 연결, 자원, 통제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매직이프를 던지면 마음은 잠을 깬다. 불균형을 던지면 균형을, 단절을 던지면 연결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 콘텐츠 디자인은 이야기의 심리공학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균형을 추구한다. <마음>, 장 다비드, 1970


인텔리겐치아 2525호, 2015년 4월 6일 발행

변민주가 쓴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산업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의 디자인 개념은 상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지침들 을 준비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됐다. 그 래서 디자인을 ‘그래픽 디자인’이라 정의했 다. 여기에서 그래픽은 대량 생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미디어 사회에서 는 디자인의 개념이 ‘그래픽’이란 개념을 뛰 어넘고 있으며 지난 시대와 많은 차이를 보


이고 있다.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콘텐츠 디자인의 가치 창출’,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vi쪽.

무엇을 디자인이라고 하는가? 개념적으로 다시 정의하면, 설계 활동이다. 왜 하필 설계인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 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데생, 곧 밑그림 그리 기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콘텐츠 디자인은 뭔가? 미디어 콘텐츠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텍스 트·이미지·사운드·모션이미지를 선택


하고 내러티브로 연결해 특정 미디어 시스템 에 꼭 맞추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을 말하는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디자인은 초점 이 다르다. 제작의 목표는 결과물 산출이다. 그 러나 디자인은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한다. 과정이 중요한 까닭은? 예전 것을 답습한 콘텐츠로는 수용자에게 소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 소 스를 탐색하고 발굴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연 결해 보는 밑그림 작업, 곧 프리프로덕션 단 계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 과정 중심적 사고 를 지향하는 디자인 개념이 유용한 이유다.


이 책,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콘텐츠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필 요한 기본 지식을 정리했다. 심층 메타포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이는 ‘매직이프’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디자인의 과정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심층 메타포가 뭔가? 인간 보편의 무의식에 잠재된 은유를 말한 다. 인간 욕망의 압축이자 표현이다. 그것이 콘텐츠와 어떤 관계인가? 콘텐츠의 소구력과 생명력은 메타포 활용 여 부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오랜 세월 전승된


신화나 설화를 분석해 보면 공통 은유들을 발 견할 수 있다. 심층 메타포는 어떤 것이 있나? 제럴드 잘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와 상관 없이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은유 로 균형(balance), 전환(transformation), 여행(jou r ne y), 상자(c ont a i ner), 연결 (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 가 있다. 실제로 콘텐츠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되는가? ‘균형’과 ‘전환’ 메타포는 수용자를 몰입시키 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균형이 무너지면 수용자는 균형을 맞추기 위


해 노력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균형 을 추구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전환을 욕망하 기 때문이다. 이야기에서 몰입의 방법론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불균형 상태에서 시작해 특정한 전환을 거쳐 다시 균형 상태에 이르는 내러티브가 일반적 이다. 신화나 설화를 보자. 주인공은 매우 매 력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당하고 차별받는다. 적대자는 주인공을 핍박하고 불의한데도 신분 상승하고 성공과 출세를 누 리는 듯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의 심화는 스 토리에의 몰입을 불러온다. <신데렐라>와 같은 콘텐츠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불균형은 어떻게 해소되는가? 주인공이 특정한 통과의례를 거쳐 자신의 상 황을 극복하게 만든다. <흥부와 놀부>에서 는 제비 다리를 고쳐 준다. 이때부터 주인공 과 적대자의 상황이 반전되고 이어 균형이 달 성된다. 이외에 생김새, 부, 재능, 혈통에서 불균형한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 정을 담으면 수용자를 몰입시킬 수 있다. 매직이프가 뭔가? ‘만약에…이라면’이라는 상황 설정 방법이 다. 스타니슬랍스키가 모든 이야기 창작의 출 발점으로 내세운 방법이다. 창조적 스토리 아


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어떤 종류의 일도 다 일어날 수 있다는 자유 연상이 뻔한 스토리 전개를 넘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넘어선다는 말인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를 보라. ‘아이가 노인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 다. 시간이 흐르고 노인은 젊어지고, 사랑하 던 소녀는 숙녀가 된다. 이 영화의 감동은 이 러한 극적 설정에서 비롯한다. 이외에도 만 화 <데스노트>는 ‘이름을 쓰기만 하면 사람 을 죽일 수 있는 노트가 있다면’, <타이타닉> 은 ‘가라앉은 타이타닉에서 떠돌이 방랑자와 귀공녀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매직이프로 성공했다. 누가 이 책의 독자인가? 새로운 의미를 갖는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모든 사람이다. 문화 원형 개발과 스토리텔 링 창작 방법을 익히는 기본기를 얻게 될 것 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변민주다.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학과 교수다.


매직이프와 심층 메타포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균형, 전환, 여행, 상자, 연결, 자원, 통제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매직이프를 던지면 마음은 잠을 깬다. 불균형을 던지면 균형을, 단절을 던지면 연결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 콘텐츠 디자인은 이야기의 심리공학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균형을 추구한다. <마음>, 장 다비드, 1970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변민주 지음 콘텐츠 기획 2015년 3월 1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08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변민주


02 원형과 메타포

원형적 상징은 수많은 세월을 거쳐서 신화나 설화와 같은 내러티브의 구조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일반적으로 이야기의 구조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집단 무의식적 상징이 들어가 있으며, 이러한 상징 중 하나가 원형적 메타포라 할 수 있다. 원형이 살아 숨 쉬는 신화는 미디어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광고의 주제로 곧잘 드러난다.


원형적 상징 ‘원형’에 대한 기록은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대화와 그의 형식 교리(Doctrine)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스인들은 어떠한 존재를 인식할 때, 인간의 지성을 통해서 원형적인 형태를 지각하고 있고, 그 존재의 인식은 인간의 의식과는 별개로 우주 안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원형에 대 해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원형적 형식이나 이미지는 우주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 세계의 내부, 즉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존재한다고 주 장했다. 원형(原形)의 사전적 의미는 ‘변하기 전의 본래 모양’, ‘진화하지 않은 원시의 상태’라고 되어 있지만, 철학적인 관점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다. 융이 확인한 수많은 원형 중에는 출생, 재생, 죽음, 권력, 마법, 영웅, 어린이, 사기 꾼, 신, 악마, 늙은 현자, 어머니인 대지, 거인, 자연계의 대 상들인 나무, 태양, 달, 바람, 강, 불, 동물들 그리고 반지와 무기같이 인간이 만든 대상 등이 있다. 이들은 거대한 원형 적 메타포라 할 수 있으며,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나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해리포터(Harry Potter)󰡕󰡕󰡕등의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 는 ‘원형적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형과 내러티브 집단 무의식의 원형적 형상은 수많은 세월을 거쳐서 신화 나 설화와 같은 ‘내러티브’의 구조 속에서 살아 숨 쉰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의 구조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집단 무의식적 상징이 들어가 있으며, 이러한 상 징이 ‘이야기의 구조’를 통해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 는 이를 신화라고 부른다. 원형이 살아 숨 쉬는 신화는 미 디어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광고의 주제(콘셉트)로 곧잘 활용되곤 한다. 한 예로 영화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 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에 할리우드의 자본력과 기술이 결 합된 것으로 문화 원형을 그 창작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은 일본의 롤플 레잉 게임의 원조 격인 <드래곤 퀘스트(Dragon Quest)> 의 원형이 되기도 했는데, 이는 원형을 통해 개발된 이야 기들이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예로 볼 수 있다. 원형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개발에 대한 관심은 문 학을 포함한 인문학적인 연구에서는 물론 영상 산업 및 캐 릭터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어디에서 찾 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신화 및 설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문헌이나 자료에 근거한 원형


의 개념 없이 작가나 디자이너의 개인적 상상력에 의존하 여 재생산된 콘텐츠는 지적 의존도가 높은 문화 시장을 비 롯해 문화적 고유성을 중시하는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상 대적으로 그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별된 캐릭터의 창출은 콘텐츠 산업에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의 콘텐츠 산업 중 캐릭터의 라이선싱을 통해서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 규 모는 전 세계의 2퍼센트도 안 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 실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좀 더 차별 화하면서도 생명력 있도록,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 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심층 메타포와 스토리텔링 ‘원형’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형태의 연구로 확대되고 있지 만, 그중에서도 ‘심층 메타포’에 관한 연구가 관심을 끈다.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교수팀은 30여 개국에서 100명이 넘는 고객들을 상대로 약 1200회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심층 메타포 키워드를 추출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업종이나 국가와 상관없이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심층 메 타포 키워드를 추출할 수 있었는데, 균형(balance), 전환


(transformation), 여행(journey), 상자(container), 연결 (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 등은 물론 시 스템(system), 힘(power), 자연(nature), 이동(motion) 등 도 포함된다. 심층 메타포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심층 메타포가 인간의 원형 및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심리적인 무의식이 스토리텔링과 관계가 깊다고 보기 때 문이다. 메타포 중에서도 아주 빈번히 사용되고 더 이상 분류되지 않으며,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마음속 최심층 의 은유 체계를 잘트먼 교수는 ‘심층 메타포’라고 표현했 다. 이 심층 메타포는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 의식의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심층 메타포는 인간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욕망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욕망이 기록된 역사적인 이야기를 상징화한 신화와 전설, 민담과 같은 원형의 이야기와 관계가 깊다. 여기에 나타 난 심층 메타포의 키워드를 스토리텔링의 구조에 적용한 다면, 스토리텔링의 기본 유형과 더불어 소비자의 이야기 에 대한 기본적 욕망의 유형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한다.


스토리의 베이직 메타포 ‘균형’의 역할 심층 메타포 키워드 중 ‘균형’은 스토리 전개의 심층 모티 프로 서론 부분에 해당하며, 스토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 다. 심층 메타포는 인간 내면의 심층에서 끌어올린 무의 식의 세계를 아주 단순화해 보여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화나 전설, 민담 등의 이야기 구조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균형’의 심층 메타포는 스토리텔 링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두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하나 는 스토리 속에 나타난 주인공과 적대자의 균형적 관점이 고, 또 하나는 스토리 전개와 오디언스 사이에 벌어지는 균형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신화나 설화 속에 나타난 주인공과 적대자의 균형적 관 점의 경우, 주인공은 매우 매력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겪고 차별을 당하게 된다. 반대로 적대자의 경우 는 주인공을 핍박하고, 불의한데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성 공과 출세를 누리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의 심화 는 스토리의 몰입을 이끌게 되며, 주인공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다가서게 한다. 결국 주인공의 착한 마음은 제비의 다리를 고쳐 주고 박을 켜는 결정적 행위의 과정이 라는 통과의례를 통해서 변화를 갖게 되고, 새로운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균형은 오디언스의 마음 깊이 잠재


되어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균형이 무너질 경우, 오 디언스는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심리적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는 원인을 제 공한다. 스토리 전개의 심층 모티프라 할 수 있는 ‘균형’에 는 여행의 불균형, 연결의 불균형(혈육의 불균형), 자원의 불균형(생김새의 불균형, 부의 불균형, 재능의 불균형), 통제의 불균형이 포함되고, 문제를 불러일으키지만, 결국 영웅은 목표를 이루고 만다. 즉, 결론 도출의 서사 과정은 발단, 전개의 막혔던 부분이 풀어지고, 목표를 획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과의례의 구조로 보면, 첫째 ‘전환’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비밀에 부쳐진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및 혈통의 비밀이 풀리고, 고난의 통과의례 과정을 극복하 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거나, 영웅이 되어서 새로운 왕조 와 깊이 연결되어, 신분과 자원의 전환이 실행되는 과정이 라 할 수 있다. 둘째로 ‘통합’ 측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여러 가지 어려 운 과정을 극복하고 왕의 혈통이거나, 영웅의 혈통임을 증 명해 내고 결국 영웅으로 재탄생되어 기존의 나라를 다스 리게 되거나 새로운 왕조를 세워서 통치를 하게 되는 과정 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리’의 측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수많은 여행을 통해서 적을 만나지만, 친구를 만나 목표를 이루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새 롭게 재탄생한 영웅의 모습으로 기존의 여행과는 다른 차 원의 새로운 여행을 하는 과정으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고난의 통과의례 단계를 극복하여, 연결· 자원·자연·통제·여행·이동 등의 심층 메타포가 적용 된 목표를 이루어, 다시금 통과의례의 요소라 할 수 있는 전환·통합·분리의 과정으로 오디언스에게 전달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변민주(2010). 󰡔󰡔콘텐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북스. Miler, Carolyn Handler(2004). Digital Storytelling. Focal Press. 변민주 외 6인 옮김(2006).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북스.


03 내러티브 아이디어

내러티브 아이디어의 출발은 ‘매직이프’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직이프만으로도 크리에이티브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매직이프’를 전제해 두어야 한다. ‘매직이프’는 ‘만약 ∼이라면’에서 출발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기본 구조로 한다.


개연성과 창작 아이디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허구적 특성을 가진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캐릭터 등 미디어 콘텐츠 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허구적 특성을 지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

다.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 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즉 개연성과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가능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연성과 필연 성은 모든 창작의 가장 중요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애니 메이션이나 게임의 원작이 되곤 하는 소설의 경우, 허구 (虛構, fiction)를 본질로 하고 있다. 역사나 수필은 있었던 일의 기록이라 할 수 있지만, 소 설은 있을 법한 일(what might be)의 기록이다. 소설의 경 우 ‘있을 수 있는’ 혹은 ‘있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싸하게 ‘허구’를 만드는데, 이를 ‘개연성(蓋然性)’이라 고 한다. 즉, 상상력에 의해 현실에 있지도 않았던 일들을 있었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로 있었던 것들의 ‘모 방’이 필요할 수 있으며, 실제보다도 더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보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상형의 여자를 하루에 세 번씩이나 어떠한 장소에서 만난다면 이는 ‘보편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세 번의 만남이 어떠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고리로 작용하고, 결국 그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는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개연성’은 소설의 흥미를 높 여 주고, 궁극적으로는 소설의 흥행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곤 한다.

창작 아이디어의 출발 스타니슬랍스키(K. S. Stanislavsky)는 모든 이야기 예술 의 창작은 ‘만약에 …이라면’ 하는 상황의 가정에서 시작 한다고 했다. 즉, 어떤 종류의 일도 다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에서 ‘매직이프’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단어는 콘텐 츠 창작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최초의 과정이며, 창작의 출 발이라 할 수 있다. 매직이프만으로도 창조적인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대부분이 아이디 어가 돋보이는 ‘매직이프’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는 ‘아이가 노인 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매직이프다. 이는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젊어져 가는 노인이 정상


적인 소녀를 사랑하며 겪는 이야기로서, 노인이 시간의 흐 름 속에서 젊어지는 가운데, 이미 숙녀가 된 소녀를 다시 만날 때, 그 사랑은 절정에 달한다. 이 영화에서 주는 감동 은 거꾸로 가는 시간적 패러다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이라서, 그 깊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데스노트 (Death Note)>의 경우 역시 뛰어난 매직이프를 선사한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기만 하면 죽는다는 설정은 다양한 스토리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흥행 1위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의 경우도 ‘가라앉는 타이타닉에서 떠돌이 방랑자와 명문 가문의 귀공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매 직이프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하나의 매직이프만으로도 크리에이티브한 스 토리텔링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야기를 설정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매직이프’를 전제해 두어 야 한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매직이프’는 ‘만약 ∼이라면’ 에서 출발하여 불가능을 가능한 일로 만들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기본 구조로 한다. 그런데 많은 콘텐츠에서 살 펴볼 수 있듯이, 하나의 콘텐츠에 꼭 하나의 매직이프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경우, 할아버지와 피노키오 사이에는 연결되는 두 개의 매직이


프가 설정된다. 할아버지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이라 는 매직이프는 피노키오 입장에서는 ‘진짜 소년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연결된 두 개의 매직이프로 설정된다. 즉,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아이를 갖게 되었지만 나 무토막의 아이를 갖게 되었고, 피노키오의 입장에서는 소 년이 되었지만 반토막의 나무소년이 된 것은 이야기의 흥 미를 돋우게 한다. 이 대목에서 앞으로 피노키오가 진정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시련과 갈등이 담긴 흥 미진진한 이야기를 암시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직이프와 원형 매직이프를 설정하고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때, 원형에 대 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스토리텔링의 아이디어를 원형적 인 자료에서 찾을 수 있으며, 캐릭터나 배경이 비록 현실 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작품의 아이디어를 일상 생활에서 찾은 경우도 있다. 특히, 스토리의 원형이 중요 한 것은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순간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욕망이 담긴 원형 또는 모티프 를 기반으로 한 창작이 흥행에 많은 성공을 거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이렇듯 ‘매직이프’는 인간의 욕망과 직결 된다.


일반적으로 매직이프는 인간의 욕망과 모티프와 직결 된다. 인간의 욕망은 불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욕망인 돈, 사랑, 권력, 명예, 영생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스 토리를 만드는 모티프와 상통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데는 ‘만일+욕망’이라는 기본 공식이 성립된다. 예를 들어서 ‘만 일+돈(단 하나의 욕망)’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공식은 “만 일 10억이 생긴다면?”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된다. 그러나 ‘매직이프’는 욕망을 여러 개 끌어들일 수 있을 때 아이디 어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사랑, 권력, 영생(시간)’ 의 세 가지 욕망을 적용할 경우, ‘만일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서 선덕여왕과 사랑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매직이프 가 가능하게 된다. 욕망 하나가 결합된 것보다는 흥미가 있다. 단, 욕망을 기반으로 한 매직이프는 콘텐츠 제작의 모티프는 될 수 있지만, 아이디어라고는 할 수는 없다. 매 직이프는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을 모티프로 해서 변형 과 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욕망의 모티프와 스토리텔링 욕망이라는 모티프에 세 가지의 변형만 가해도 다양한 매직 이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이들 매직이프의 결합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의 모티프와 아이디어들이 제공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욕망이라는 모티프 중 돈의 경우, ‘돈이 생 기거나 돈을 딸 수 있다면? 최고의 장사꾼이 된다면? 전혀 새로운 사업이 번창한다면?’이라는 매직이프를 설정할 수 있다. 모티프가 사랑이라면, ‘그(그녀)와 정열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신분과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할 수 있 다면? 동성 또는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면?’으로, 또한 권력이라면, ‘왕(왕비)이 된다면? 권력의 하수인이 권력을 잡는다면? 특수 계층의 지도자가 된다면?’, 명예라 면, ‘진정한 명예를 지키는 영웅이 된다면? 법관이나 교수, 목사(제사장)가 된다면? 명예로운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면?’으로, 영생이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묘약(천국)을 얻 는다면? 영원한 잠에서 깨어난다면? 시간을 조절할 수 있 다면?’ 등의 매직이프를 창출할 수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 이야기의 경 우 권력과 사랑 그리고 영생 중, ‘영원한 잠에서 깨어난다 면?’이라는 매직이프가 결합한 형태이며, 한때 흥행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경우, 권력, 사랑, 명예가 결합한 형 태다. 즉, 욕망이라는 모티프에서 세 가지의 변형만 가해 도 다양한 매직이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이들 매직이프를 결합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공될 수 있다. 여기서 다 양하게 변형된 매직이프를 결합한다면, 이는 콘텐츠의 흥


미를 더 배가시킬 수 있는 모티프가 될 것이다. 물론 이외 에도 지식과 건강 등 다양한 패러다임이 추가될 수 있지 만, 결국 지식도 권력과 명예와 연결되어 있으며, 건강 역 시도 오래 살고픈 영생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내러티브 아이디어의 출발은 매직이프로 시작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능의 매직이프를 설정해 서 가능한 일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의 구조는 다양한 갈등 과 욕망이 내재되어 있어서, 흥미를 이끌어 내는 아이디어 의 틀을 많이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변민주(2010). 󰡔󰡔콘텐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북스. Miler, Carolyn Handler(2004). Digital Storytelling. Focal Press. 변민주 외 6인 옮김(2006).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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