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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다른 위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회피와 예방? 철 지난 처방이다. 지금 여기 필요한 조건은? 위험에 대한 합의다. 위험을 위험이라고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위험을 인식한다. <두 명의 어릿광대>, 살바도르 달리, 1942


인텔리겐치아 2540호, 2015년 4월 15일 발행

김영욱이 쓴 ≪위험 커뮤니케이션≫

현대 위험 사회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불타 는 마차와 같다. 위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절벽으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진로를 바 꾸어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는 위험 커뮤니 케이션의 역할에 달려 있다. - ‘우리나라 맥락과 미래 전망’, ≪위험 커뮤니케이션≫, 240쪽.


인류를 위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뭔 가? 위험 문제를 논의하는 공론장 형성이다. 위 험 인식과 위험 해결에 대한 공론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험 문제 해결의 관건이 뭔가? 시민이 참여해 하위 정치가 활발해지는가, 아닌가에 달렸다. 문제의 공유, 시민의 연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필수 조건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은 뭔가? 위험의 발생 가능성, 위험의 정도와 영향력 이다. 곧 위험 지식이다. 전문가가 독점했던 위험 지식을 공중에게 개방해야 한다.


위험 지식의 개방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공중을 위험 해결의 주체로 부상시킨다. 위 험의 발생과 인식, 해결 과정에서 개방된 위 험 지식을 공유한 공중은 더 적극적으로 반응 하게 된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비자발적이 고 갈등을 수반한다. 위험 의식이 더 중요해 졌다. 현대사회의 위험 의식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현대는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 곧 위험 사회 다. 위험은 광범한 일상이 되었고 받아들이 는 사람에 따라 위험은 다르게 인식된다. 사 람들은 위험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관적인 위험 인식은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 위험에 대한 사회 관점의 변화를 초래했다. 위험을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공중의 인식에 따라 수용 정도가 달라지 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위 험 주체와 공중, 전문가와 일반인의 소통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런 절실성 의식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을 이끌게 되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발전 진로는? 전문가 중심의 일방 커뮤니케이션을 벗어나 게 되었다. 이제는 공중과 상호작용하는 쌍 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화 중이다.


진화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공청회, 숙의 여론 조사와 같은 공론화 과정, 시민배심원제와 같은 직접 의사 결정을 도모 하는 대체적 분쟁 해소 방법, 다수의 이해관 계자가 참여하는 다자 간 과정인 합의 창출 접근이다. 원칙은 공중 참여다. 공중 참여의 실효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위험 주체가 공중 참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공중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도와야 한다. 위 험 주체와 공중의 신뢰가 관건이다. 공중은 위험 주체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별로 믿지 않는다. 재앙과 빈번한 위기 경험,


미디어의 팽창과 정보의 과다, 위험의 사회 확산과 낙인화, 진영 논리에 의한 전문가의 대립과 견해의 극단화, 힘의 불균형 심화와 시민운동 대두가 위험 주체에 대한 공중의 신 뢰를 낮추고 있다. 저신뢰 사회가 된 것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연구 과제다. 현재 위험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이슈는 뭔가? 광범한 사회 맥락에서 개인, 조직, 사회정치 적인 요소들의 통합적인 상호작용을 검증하 는 것이다. 이어 위험을 둘러싼 사회 주체 간 의 갈등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험 공론 장 형성이 연구의 목표점이다. 공론장은 개 인의 성찰과 조직의 위기관리가 가능하도록 더 넓게 개방되어야 하고 더 많은 참여를 허


용해야 한다. 이 책,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을 다루 나? 위험이 객관 대상에서 주관 대상으로 변했다 는 가정을 전제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개 념, 이론, 연구 주제, 확장을 설명한다. 지금, 여기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왜 중요한 지,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영욱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 션·미디어학부 교수다.


너와 내가 다른 위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회피와 예방? 철 지난 처방이다. 지금 여기 필요한 조건은? 위험에 대한 합의다. 위험을 위험이라고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위험을 인식한다. <두 명의 어릿광대>, 살바도르 달리, 1942


위험 커뮤니케이션 김영욱 지음 언론이론 / 커뮤니케이션론 2014년 4월 1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270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위험 커뮤니케이션


현대사회 위험에 대한 해석과 대응

위험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현대사회는 위험이 일상화된 위험 사회이고, 위험 커뮤니 케이션의 필요성은 이러한 위험의 편재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위험을 보는 주체들의 시각은 매우 특 수하며, 개별 맥락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광범위한 위험의 편재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보는 인식과 해결 방법은 관 련 주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험 에 대한 인식과 해결 방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위험의 편재성과 위험 주 체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현대사회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는 사회철학자 인 하버마스(Habermas, 1984), 벡(Beck, 1986/1997), 기 든스(Giddens, 1990/1991) 등의 주장이 거의 유사하다. 특히 위험 사회를 경고한 벡은 산업사회의 발전이 위험 을 증폭시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겨주게 된다 고 보았다. 이러한 위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사 회의 위험 요소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


화가 필요하고, 개인의 자각을 통해 기술과학에 대한 막연 한 기대에서 벗어나, 위험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운동을 활 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하위 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를 공유하고 시민의 연대를 이루어 내는 데 커뮤니케이션이 필수 역할을 한다.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2단계 역할 모델에 따르면(김영욱, 2008),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위험 문제가 발생하고 위험 을 인식하는 과정과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모두 필요하다. 결국 현대사 회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통 하여 공론의 장을 형성하고 위험 인식과 위험 해결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찰적인 근대화는 활발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만 가능한데,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 서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 하고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을 통틀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보는 세계 관은 위험이 객관적인 대상에서 주관적인 대상으로 변해 왔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대상으로서 위험 커뮤니케이션 의 중요성은 공중의 참여와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에 있다. 위험에 대한 정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의 의미 변화,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발전, 위험 커뮤 니케이션 연구 분야와 영역의 확장은 모두 그러한 세계관 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 책은 개념, 이론, 연구 주제, 확장의 4개 대주제로 구 성되어 있다. 제1주제는 위험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개념 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루며, 1장 위험을 보는 다양한 관 점과 2장 위험 인식과 위험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누었다. 제2주제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 성을 다루며, 3장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 4장 위험의 사 회 확산과 낙인화, 5장 위험과 문화로 구성되어 있다. 제3 주제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실질적인 연구주제들을 분 야별로 살펴보고,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다루게 되며, 6장 위험에 대 한 인식과 수용 차원 연구 주제, 7장 위험 커뮤니케이션 맥 락 차원 연구 주제, 8장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실제로 구성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제4주제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논 의를 인접 학문으로 확장하는 논의와 함께 위험 커뮤니케 이션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9장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확장-헬스, 과학, 위기 커뮤니케이션, 10장 우리나라 맥락과 위험 커뮤니케


이션의 미래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험, 위험 인식 그리고 위험 커뮤니케이션 위험은 일반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과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하지만, 위험 주체의 자발적인 행위에 의해 의 도적으로 수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위험은 능동적인 의사 도 포함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가해지는 위해 와는 구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위험은 크게 보아 세 가 지 요소, ①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 ② 발생 가능성, ③ 현 실 상황 인식에 의해 형성된다(Renn, 1992). 즉, 위험은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과 그것이 일어날 발생 가능성에 의 해 결정되지만, 위험 주체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위험을 보는 정의, 관점, 패러다임이 다양한 것은 이러한 위험을 보는 현실 상황 인 식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구분할 때 순수한 위험·사변적인 위험, 실제적 인 위험·보이지 않는 위험, 확실한 위험·불확실한 위험 등과 같이 유형화하는 것은 현실 상황 인식에 따라 달라지 는 다양한 종류의 위험을 반영한다(Drennan & McConnell, 2007). 이러한 위험을 유형화해 보면 크게 객관적인 위험과 주관적인 위험으로 양분할 수 있다. 객관적인 접근은 기술


과학 접근에 기반을 두고 위험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에 의 존하며, 주관적인 접근은 위험을 사람에 따라 변화하는 인 식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사회적으로 재구성된다고 본다. 포괄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객관적 인 관점에서 주관적인 관점으로 변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강도와 영향권 측면에서 위험의 지구촌화, 인위적 환경에서 파생하는 위험의 증가, 모두에 게 영향을 미치는 제도화한 위험 환경의 발달, 위험이 가지 는 불확실성의 수용, 위험의 대중화, 전문 지식의 한계에 대 한 인식 등을 특징으로 한다(Giddens, 1990/1991). 특히 전문가가 독점했던 위험 지식은 일반 공중에게 개방되었 고, 위험 주체에 대한 신뢰, 위험이 주어지는 사회문화적 맥 락이 중요해지게 되었다. 따라서 전문가 중심으로 기술과 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위험은 점점 더 일반 공중의 심리적인 반응을 중요시하는 인지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 보게 되었고, 심리학적 관점을 발판 삼아 사회문화적 맥락 에서 위험을 조망하는 사회문화적 접근으로 발전하게 되었 다. 사회문화 접근에는 위험의 문화·상징, 위험 사회, 그 리고 지배성 접근을 포함한다(Fishhoff & Kadvany, 2011).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점의 변화도 위험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발전


은 위험 인식의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위험 인식은 명시 된 선호(revealed preference)에서 표현된 선호(expressed preference)로 변해 왔으며, 이는 위험을 객관적인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주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으로 바로 보 게 된 것을 의미한다. 위험 인식에 대한 주관성 강조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전문가 중심의 정보 전 달, 위험 인식의 활성화에 따른 수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 션, 공중 참여와 사회관계 중심으로 변화해 왔다. 위험 커 뮤니케이션은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위험을 둘러싼 공론의 장을 회복하고 진정한 소통 합리성 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유형, 내용과 과정도 그러한 방향성을 반 영하고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발전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크게 기술과학적 관점의 이론 화, 위험 인식 위주의 이론화, 사회문화 맥락을 고려한 이 론화로 발전해 왔다(김영욱, 2008). 기술과학적인 위험 이 론은 위험을 객관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적 시각 을 통칭한다. 확률 통계에 바탕을 둔 추정, 경제적인 편익


과 손실의 계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위 험 데이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일치하기 힘들 뿐만 아니 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밖에 없다. 위험 인식을 중심으로 한 이론화는 일반 공중이 위험에 다르게 반응하며, 심리적인 해석 과정을 거 쳐 위험을 수용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위험 인식에 기반 을 둔 이론은 위험 인식 영향 변수, 위험 정보처리, 인식을 고려한 효과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탐색하는 이론들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중의 위험 인식과 관련한 이론은 예상 이론, 의사 결정과 편견 연구 등이 있고, 정보처리와 관련한 이론은 위험 정보 탐색처리 모델, 감정 휴리스틱 등이 있으며, 효과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이론 은 인간 심리 모델, 위해-분노 모델 등이 있다. 하지만 실 제로 일어나는 위험 문제는 개인 인식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맥락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험이 일 어나는 사회 맥락 변수를 고려하여 이론화한 것이 위험의 사회문화 이론이다. 공포를 자극하는 위험들은 상존한다. “우리는 산업공해 속에서 숨 쉬는 것이 괜찮을까? 우리는 위해물질이 함유 된 음식을 먹어도 되는 것일까? 생명을 살리는 태양이 점 점 더 사람의 몸을 태울 수 있는 죽음의 빛으로 변모해 가


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느 정도 우리는 모 유 수유가 방사능 물질을 전달하는지, 육류 부패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마시는 물이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함 유하고 있는지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Wildavsky, 1979, p.32).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충돌 하고 있으며, 아무도 우리에게 정답이라는 것을 제시하지 는 못한다. 결국 위험에 대응한다는 것은 위험을 교환하 는 것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어떤 위험을 막기 위한 결정 은 다른 위험을 수반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 험의 정치적인 논쟁성은 위험의 집단화와 직접적으로 연 결된다. 현대사회의 많은 위험은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가치 속에서 논쟁과 숙 의를 통하여 함께 의사 결정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 잡 았다. 이러한 사회문제로서 위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위험 커뮤니케이션 사회문화 이론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대표 적인 사회문화 이론으로는 위험의 사회 확산 이론과 문화 이론이 있다. 위험의 사회 확산 이론은 위험 인식, 커뮤니케이션 과정, 사회구조, 문화적 해석을 모두 통합해, 사회적으로 위험 의 확산과 감소 과정을 보여 주는 광범위한 프레임워크 혹


은 통합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Kasperson, Renn, Slovic, Brown, Emel, Goble, Kasperson & Ratick, 1988). 위험의 확산 혹은 감소는 확산 기제(amplification stations)를 통 해 형성되며, 확산 기제를 통해 처리된 위험은 위험 행동을 낳고, 위험 행동은 연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 나가면서 계 속 위험을 확산시키는 물결 효과(ripple effects)를 일으킨 다. 위험의 확산 기제는 크게 정보 메커니즘과 반응 메커 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험의 확산은 또한 낙인화 (stigmatization)와 연결되는데, 낙인은 위험과 관련한 특 정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 감정, 행동 차원의 반응 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Gregory, Flynn & Slovic, 1995). 위험의 사회 확산 이론은 위험과 사회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통합적인 설명력을 제시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 를 가지지만, 실증 연구의 부족, 확산이라는 개념의 모호성, 일방적인 흐름의 커뮤니케이션 모델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 된다(Kasperson, Kasperson, Pidgeon & Slovic, 2003). 위험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 혹은 문화 이론은 메리 더 글라스(Mary Douglas)가 처음 주장했다(Douglas, 1966). 문화적인 접근은 위험을 개인의 인식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문화의 산물로 바라본다. 재미있는 점은 개인의 위 험 인식은 절대 독립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문화의 영향


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영향에 종속된 위험 해석을 중요시한다는 측면에서 구성주의적 접근을 보여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문화 유형에 대한 어떤 유형화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는 구조주의적인 측 면을 보여 준다. 문화 이론 안에서 해석과 유형이 공존한 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문화 유형을 보여 주는 대 표적인 이론이 그룹-그리드(Group-Grid) 모델이다. 이 모 델은 집단성 정도와 사회 위계 정도에 의해 위험에 반응하 는 네 가지 유형, 즉 위계주의, 평등주의, 개인주의, 운명 주의로 나눈다(Douglas & Wildavsky, 1982). 위험의 사 회문화 이론은 기술과학적 접근과 심리학적 접근이 보여 주지 못했던 사회문화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 전체에서 위험이 인식되고 해석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현실적인 이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 분야와 실제 적용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연구 주제는 위 험과 신뢰, 위험 인식, 위험과 가치, 위험 비교, 발생 가능 성의 이해, 간접 효과와 위험의 사회 확산이 있다(Bennett, 1999). 하지만 이 밖에도 감정의 영향력, 위험 의사 결정 편견, 미디어의 영향력 등과 관련한 연구들도 많이 다루어


진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편의상 위험에 대한 인식과 수 용 차원, 위험 커뮤니케이션 맥락 차원 연구주제로 양분하 였다. 위험에 대한 인식과 수용 차원 연구주제는 위험 인 식 영향 변수, 위험과 감정의 영향력, 위험 의사 결정과 위 험 편견, 위험 비교, 위험 분석과 수용 관련 연구가 포함되 고, 위험 커뮤니케이션 맥락 차원 연구 주제는 위험과 신 뢰의 문제, 위험과 연관된 보호 가치와 공포 관리, 위험에 대한 미디어 보도, 위험과 회복 탄력성 연구를 포함한다. 이러한 연구 주제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위험 수용과 관련한 연구들은 필연적으 로 전문가의 시각과 일반인의 위험 인식 사이에서 어떻게 가중치를 둘 것인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효율적인 공중 참 여와 사회 가치와도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 인 식 연구를 참조하면 발생 확률이 낮더라도 재앙의 가능성 이 높은 위험을 수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은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수용 가능한 위험이 되기도 한 다. 예를 들어 원자력이 그러한데, 전문가들은 보통 연간 사망률과 같은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존해 위험 수용을 결 정하기 때문에 원자력이 석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생산보 다 덜 위험한 것으로 인식한다(Cohen, 1985). 하지만 일 반인의 입장에서는 재앙 정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기 어


려울 뿐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일치된 견해를 주는 경 우가 없기 때문에 주관적인 위험 인식에 더 의존하려는 경 향이 있다. 현재의 위험 수용 연구는 이러한 전문가의 시각과 일반 인의 시각을 아우르면서 위험 주체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떻게 합리적인 위험 수용 정도를 찾아낼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즉, 위험 수용 연구는 사회문화 가치의 영 향과 연결 짓고, 공중의 효율적인 참여 방법을 찾아내면 서, 광범위한 사회문제 해결 절차를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위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이미 언급한 다양한 주제들을 연결하고 통합하면서 설명력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한편 이런 측면을 고려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실제 적 용 또한 중요하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위험과 관련한 이해 관계자와 의사결정자의 수가 많고, 공중의 복잡한 위험 인 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 하기 어려우며,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의 실행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한 상황을 항상 상정해야만 한다 (Kasperson & Kasperson, 2005). 불확실성은 위험 커뮤 니케이션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관련되어 있으며, 서로 다


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야만 한다(Friedman, Dunwoody & Rogers, 1999). 이것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실제 실행하 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위한 메시지 전략, 정보의 가공, 미 디어 전략은 이러한 상호 이해의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가 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위험 커 뮤니케이션의 기획에서 중요해진 부분은 공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위험 공론의 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보 다 공중의 위험 인식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영역 확장과 우리나라의 사회문화 맥락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특정한 주제 영역에 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헬스 커 뮤니케이션, 과학 커뮤니케이션, 위기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학문 영역과 겹쳐 있다. 특히 이론 과 실천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 하 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인접 학문 분야들의 기초 역할을 하는 학문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위


험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헬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 적인 기여가 가능하고,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가지는 신뢰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위험 커뮤 니케이션이 근원적인 사회현상과 연결되어 있다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위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이 중 심이 된 예방과 대응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접 학문 들은 모두 기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론의 장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개념, 인식, 이론, 확장과 관련 논의들은 결국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떻게 위험 커뮤 니케이션을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모아진다. 우리나 라 상황에 최적화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실증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회 맥락은 크게 위험 확산과 낙인화, 정보처리의 일상화, 의사결정 의 편견화, 공포 관리의 극단화, 대응 체계의 냄비 근성화 등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가설 수준이 지만 위험 커뮤니케이션 이론들과 연관되어 충분한 개연 성을 가진다. 특히 집단주의 문화와 한계의 인식, 미디어 정파성 심화, 정부 및 조직에 대한 신뢰 저하, 생활 공포의


극대화, 갈등 해소 시스템의 부재 등은 우리나라에서 일어 나는 독특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양상과 밀접하게 연결되 어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 맥락 변수에 대한 이해 없이 적 절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고안하기는 어렵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할 것인가 근대의 합리성은 위험을 오히려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통제권을 벗어난 위험은 사회 곳곳에 편재되 어 있으며, 분명해 보였던 사회 진보의 방향은 길을 잃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위험을 기술·경제 영역의 테두리 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았지만, 위험 사회에서 위험은 내재적이고 이미 통제 불능의 상황에 와 있다. 위험 사회 에서 위험은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위 험 사회에서 공해, 황사, 방사능 등의 공포로부터 자유로 운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 문제를 전문가가 독 점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따라서 성찰적인 근대화와 개 인의 자각을 바탕으로, 위험 문제 해결을 위한 하위 정치 로서 사회운동을 활성화시키고 공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고신뢰 이론(High Reliability


Theory)을 바탕으로 한 위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일상 사고 이론(Normal Accident Theory)을 바탕으로 해 위험 관리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를 반성하고 취약한 시스템 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Perrow, 1994). 같은 맥락에서 향후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위험 주체에 대한 낮은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회 전반적 불신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하는 데, 그런 위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은 공중의 참여를 바 탕으로 의사 결정 과정을 공유하고, 힘의 분배와 쌍방향 커 뮤니케이션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Kasperson, Golding & Tuler, 1992). 불신을 기본 전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장기적이고 개방적이며 공론의 장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 를 바탕으로 다양한 위험 인식, 편견, 가치, 신념, 행위를 고려하는 맞춤형 커뮤니케이션과 다양성을 아울러 사회 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통합형 커뮤니케이션이 상호작용 하는 형태를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험은 객관적으 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 계자들이 보유한 주관적인 위험 인식으로부터 전체 사회


의 합의를 창출하는 일은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인접 학문 의 광범위한 통합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위 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 조직, 사회, 문화에 대한 광범위 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중이 참여하고 개방적인 위험 공론 의 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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