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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나는 세상의 아이스 워터 체온이 오르고 숨이 빨라지고 머리가 뜨거워지는가? 달리지 않아도 그런가? 건강검진이 원인을 찾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미디어 메시지를 점검해야 한다. 비판 의식이 없다면 체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인텔리겐치아 2593호, 2015년 5월 19일 발행

허버트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이 쓰고 박정순이 옮긴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The Mechanical Bride: Folklore of Industrial Man)≫

이 시대는 최고의 교육으로 훈련된 수많은 개인들이 집단적인 대중의 마음속을 파고들 기 위해 전천후 사업을 벌이기로 작정한 첫 번째 시대다. 그리고 그 의도는 ‘빛’이 아니 라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서문’, ≪기계신부≫, xii쪽.


“이 시대”란 언제인가? 이 책,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 설화(The Mechanical Bride: Folklore of Industrial Man)≫를 쓴 마셜 매클루언은 1951년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시대였나? 테크놀로지와 상업주의가 상호 침투하여 대 중의 의식을 마비시킨 시대다. 테크놀로지와 상업주의의 상호 침투가 뭔가? 테크놀로지는 뉴스와 광고, 연예오락물을 매개로 상업주의를 활용하고, 상업주의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대중을 ‘기계 숭배’ 로 이끄는 경향을 말한다.


기계 숭배라고 할 때 기계란 무엇을 말하는가? 과학과 테크놀로지다. 효율과 능률, 힘과 속 도, 표준화와 획일화, 안전과 완벽, 관료주의 를 가리킨다. 숭배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중의 기계 가치 내재화를 가리킨다. 그 결 과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까지 숫자로 표준화 하고 우리 몸을 대체 가능 부품의 집합체로 생각하게 된다. 대중이 기계 숭배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 광고와 오락 산업의 메시지는 은밀하게 기계 숭배를 전파한다. 수많은 미디어 이미지는 빛이 아니라 열을 만든다.


열이 뭔가? 미디어 이미지가 대중을 장기적 흥분 상태로 끌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중은 몽유병 상 태가 되고 무기력해진다. 의식 마비 상태다. 미디어가 대중 의식을 마비시키는 방법이 뭔 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보여 준다. 설득이 아 니라 마취로 우리 욕망을 일깨운다. 그렇게 인간의 행동을 조종한다. 이것이 미디어의 힘이다. 우리는 알면서도 여기에 끌린다. 알면서도 끌려가는 이유가 뭔가? 미디어는 우리의 물이자 공기이며 일용할 양 식이기 때문이다.


환상과 마취는 어떤 모습으로 실재하는가? 서적·패션·육아·오일·화장품·성 형·건강·음료·오락 광고를 보라. 기계 문명의 가치를 대변하는 광고가 대중의 꿈과 욕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한다. 어떻게 설득하는가?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가? 성공하고 싶은가?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는 대중의 욕망은 끊임 없이 자신과 주변을 비교하게 만든다. 상업 주의 미디어는 은밀하게, 끊임없이 이들 메 시지를 전달한다. 대중은 어떻게 설득당하는가? 자신들의 꿈을 말해 주는 대중매체의 오락이


나 광고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한다. 그것을 갖고 싶고 그것을 닮고 싶고 그 것이 되고 싶어 한다. 탈출구는 없는가? 매클루언은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비판 의식 을 제안한다. 비판 의식 없이 광고나 오락 이 미지를 직접 보는 수용자들은 “마치 거울 없 이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바라본 사람과 같 다”고 경고한다. 이 책, ≪기계신부≫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미디어 메시지의 작동 방식을 짚는다. 그것의 숨은 기능, 곧 기계 숭 배 전파의 현실을 폭로한다.


폭로의 방법은 무엇인가? 1950년대 미국의 광고, 만화, 영화 포스터, 신문 지면의 이미지 59개를 단편으로 삼아 시대의 전경을 그린다. 서로 단절되고 단속 적인 것들을 통합하여 전체의 모습을 드러 낸다. 왜 단속, 단절을 이용해 전체를 드러내는가? 책이 갖는 논리와 선형의 연속성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이십 세기 초의 큐비즘과 아방가 르드 운동, 애드거 앨런 포와 제임스 조이스 의 시와 문학에서 사용된 기법과 시선을 원용 한 것이다.


논리와 선형의 연속성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 어지나? 연속성의 세계, 곧 우리의 미디어 현실에서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는 기 회를 얻는다. 사람들을 강력하게 조종하고 착취하는 미디어 이미지의 숨은 기능을 파악 할 수 있다. 이 책은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한가? 그렇다. 매클루언은 미디어 사회의 예언자 아닌가? ≪기계신부≫는 2015년, 대한민국 에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미디어 생활을 현 장 중계하는 듯하다.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인데 너무 어려운 것 아 닌가? 195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등장인물에 생소 한 독자, 종횡무진의 상상력과 박식에 놀랄 독자를 위해 무려 412개의 옮긴이 주석을 달 았다. 매클루언의 문제의식과 사고방식을 보 다 쉽고,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꼭 권하고 싶은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열 고 신문과 잡지를 펼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피할 수 없는 독자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순이다.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 교수다.


열나는 세상의 아이스 워터 체온이 오르고 숨이 빨라지고 머리가 뜨거워지는가? 달리지 않아도 그런가? 건강검진이 원인을 찾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미디어 메시지를 점검해야 한다. 비판 의식이 없다면 체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허버트 마셜 매클루언 지음 미디어론 / 문화이론 2015년 5월 18일 국배변형(200*270) 무선 제본, 244쪽 28,000원


작품 속으로

기계신부


『기계신부』를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의

이 책의 번역은 우연한 기회로 만난 커뮤니케이션

얘기는 문학적이기도 하고, 백과사전적이기도 하다. 어

북스 전정욱 주간의 그런 듯 아닌 듯싶은 은근한 권유로

떤 얘기는 논의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호했고, 어떤 부분

시작됐지만, 사실 그 권유가 퇴직을 하고 우주 미아가

은 정확히 번역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읽기가

된 듯한 나에게 무언가 모르게 행복한 시간을 가져다 주

어색하거나, 무슨 얘기인지 이해 불능이 되기도 했다.

었음을 전 주간에게 고백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그

그 이유는, 언어적 차이에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무엇보

에게 감사한다. 또한 내 초고의 교정을 봐 주고 미처 보

다 종횡무진하는 매클루언의 상상력과 그런 상상력을

지 못했던 부분들을 지적해 준 남인복 편집이사의 과분

펼쳐 내는 그의 박식함을 쫓아가기 어려워서가 아니었

한 도움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특히, 이젠 다 됐

을까? 이 책은 1950년대 미국 사회의 풍경을 바라본 것

다 생각하고 보낸 원고가 다시 볼 때마다 고치고 싶은 부

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이런저런

분이 새로 나타나곤 해서 편집자를 여러 번 번거롭게 했

인물들도 있지만,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당시의 미디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좋아진다면 그런 일은 얼

프로그램이나 연재만화의 이야기들, 서양의 동화나 민

마든지 괜찮다”고 말해 준, 곽성우 편집자에게 진심으로

요, 20세기를 수놓은 서양의 예술가들과 작가들 또는 유

감사한다. 아마 나는 이 책이 출판된 뒤에도, 또 그럴 것

럽 각국의 문화적 전통이나 철학적 흐름 등에 친숙하지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 지원을 해 준 뉴스통신

않고서는, 그의 이야기를 쉽게 쫓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진흥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적지 않게 만난다. 이 번역서에 첨가한 수많은 미주들은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은 20~30대 젊은 독자들을 염 두에 두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지만, 이 작 업을 하면서 역자 역시 스스로의 지적 빈약을 절감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x

2015. 3. 30. 박정순(朴貞淳)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서문

이 시대는 최고의 교육으로 훈련된 수많은 개인들의 마

조성된 압력과 심각한 상황을 깨뜨리기 위한 몇 가지 시

음이 집단적인 대중의 마음속을 파고들기 위해 전천후

도를 할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이런 일들에 의해 창조

사업을 벌이기로 작정한 첫 번째 시대다. 이제 목표는

된, 회전하는 그림의 한가운데에 독자를 배치하고자 한

조종과 착취, 그리고 통제를 하기 위해 그 마음속에 침

다. 여기서 독자는 모든 사람들이 개입되어 있는 과정

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빛’이 아니라 ‘열’을 만

속의 행동을 관찰하게 된다. 기대하건대, 그 행동에 대

들어 내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장기적인 정신적 흥분

한 분석으로부터 여러 가지 개인적 전략을 스스로에게

에 의해 야기되는 무기력 상태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전략을 감안하는 것

야말로 수많은 광고의 효과이며, 이것은 연예오락물의

이 이 책의 일은 아니다.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대중의 무력감이라는 상태

포의 선원은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여러 가지 많 은 물건들이 그 안을 떠돌고 있었다고 말한다.

를 야기하기 위해 개입하고 있기에, 그리고 이러한 ‘상 업 광고 프로그램’들은 학교라든가 대학의 후원을 통해

아무래도 나는 정신이 혼미했음이 틀림없었다. 왜냐하

소규모로 제공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엄청난 비용이 들

면 나는 물건들이 거센 소용돌이의 포말 아래를 향해

고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업적

하강할 때마다 그것들의 상대적 속도를 예측하면서 희

영역에서 이러한 과정을 뒤바꾸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왜 상업광고의 의도된 먹 잇감들을 깨우치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상업교육’을

이 ‘희열’은 선원이-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

활용하지 않는가? 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도록 의도된

을 깨닫자 오히려 공포심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면서-비

드라마를 대중이 의식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끔 도와주

로소 그 자신의 상황과 거리를 갖게 됨으로써 이성을 갖

지 않는가?

고 소용돌이의 위협을 치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

이를 위해 마음에 떠오르는 방법은, 에드거 앨런 포

에 생긴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소용돌이의 미로를 탈출

(Edgar A. Poe)의 단편소설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A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제공하고자 하는

Descent into the Maelstrom)>에서 배우는 것이다. 포의

것은 바로 이와 동일한 정신의 ‘희열과 즐거움’이다. 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선원은 익사의 순간을 맞이해 허우

덕적 분노의 발언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은 이 ‘희열’을

적대면서도, 소용돌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움직임

단순한 무심함으로 착각할 것이다. 그러나 분노와 저항

을 이해함으로써 그 자신을 구출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

의 시간은 새로운 과정의 초기 단계다. 현 단계는 극도

은 오늘날 언론, 라디오, 영화 그리고 광고와 같은 기계

로 진행된 상태다. 더군다나 이것은 파괴적일 뿐만 아니

적 기관들(mechanical agencies)에 의해 현재 우리 주위에

라 도덕적 분노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풍성하고도

xi


새로운 발전을 한가득 약속하고 있다.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책이 관찰된 여러 결과를 통합하

이 책에 있는 대부분의 예시물들은 그것들의 전형

는 수단으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비해, 이

성과 친밀성 때문에 선택되었다. 이것들은 사회적 신화

것은 한 번에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접근 방식이다.

의 세계나 형태를 대변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기도 하

개념이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잠정적 도구며, 그 가치

며 모르기도 하는 언어를 얘기한다. 문화인류학자 루이

는 그것들이 제공하는 것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스(C. B. Lewis)는, 동요인 ‘내 예쁜 아가씨는 어디를 가

현실의 대표적인 측면과 그것이 갖고 있는 광범위한 아

니?(Where are you going, my pretty maid?)’에 대한 연

이디어를 지체 없이 제시하려 노력할 것이다. 아이디어

구를 끝낸 뒤, “일반 사람들은 민속설화를 만드는 것과

는 미끄러운 바위를 기어오르기 위해서는 매우 부차적

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 점은 산업사회 인

인 도구다. 단지 아이디어에만 의문을 갖는 독자는 중요

간의 민속설화(folklore of industrial man)에서도 역시 진

한 핵심을 놓칠 것이다.

실이다. 많은 것들이 실험실이나 스튜디오, 그리고 광고

북아메리카 영화를 남아메리카에 판매하기 위해,

대행사들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우리 발명품의 다양

영상 매체의 가치를 말하는 한 영화 전문가는 다음과 같

성과 생산과 유통의 추상적 기법 속에서 상당한 정도의

이 썼다.

그 어떤 “응집성”과 “통일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러한 일관성은 그것의 기원이나 효과가 의식적이지 않

이 동시적인 시청각 영상 이미지의 선전 가치는 매우

은 무의식적인 일종의 집단적 꿈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

높다. 이것은 관람객이 그만의 생각을 떠올리기 전에

다. 이러한 물건들의 생산과 소비 과정의 광범위한 대중

그들에게 기성품의 시각적 이미지를 공급함으로써 생

성뿐만 아니라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 그것들을 “산

각을 표준화시키기 때문이다.

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로 부르게 됐다. 그것들은 여기 서 하나의 단일 풍광으로서 전시하고 해설함으로써 드

이 책은 우리 환경의 전형적인 시각 이미지를 제시

러나게 된다. 소용돌이치는 주마등의 움직임은 오직 응

하고, 탐색을 통해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냄으로

시로써 정지시켰을 때만이 포착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써 위의 과정을 뒤바꾼다. 시각적 상징이 정신을 마비

이 포착은 또한 늘 그렇고 그런 통상적인 참여로부터의

시키려는 의도로 사용되는 대신 여기서 이것들은 정신

해방을 의미한다.

을 일깨우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주어진 상태를 유지

통일성은 다양성으로 감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기 위해서 더 많은 환상과 거짓이 필요하고, 그 환상

어떤 예시물의 선택도 마찬가지의 역동적 패턴을 드러

과 거짓을 지속시키기 위해 보다 더 심한 폭정이 요구

낼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보여 주는 예시물들은 사실

되는 것은 얼마든지 목격된다. 오늘날의 폭군은 주먹

어떤 사례를 입증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복잡하

과 폭력이 아니라 시장조사자로 위장함으로써 지배한

게 얽힌 상황을 노출하기 위한 것이며, 여기에 포함되지

다. 그는 실용성과 안락함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양

않은 다른 자료들을 자주 상호 참조하여 설명하려는 이

떼를 지킨다.

책의 노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시물의 몇몇 이해할 만

이 책에서 관점은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특정한 순

한 의미를 단지 풀어내는 수단으로 논의와 해설을 사용

서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의 어느 부분이든 동일

하는 것이 이 책의 진행 방식이다. 그것들의 모든 의미

한 사회적 풍경에 대한 하나의, 또는 그 이상의 시선을

를 다 찾아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크하르트1가 마키아벨리

다양한 아이디어와 개념들이 논의 과정에서 소개된

(Machiavelli)의 방법이 갖는 의의는 권력이 이성적 조작

다. 그것들은 주어진 예시물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입장

을 통해 국가를 “예술 작품(work of art)”으로 바꿔 놓는

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것들은 결론이 아니라 단순한

것-특정한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방

xii


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에 있다고 얘기한 이래, 비슷

여기에 나는 그동안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

하게 예술비평의 방법을 사회에 대한 비판적 평가 방법

(David Riesman) 교수의 소비자 심리에 대한 견해를 출

으로 적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

판도 되기 전에 읽을 수 있었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

책에서 그것을 시도했다. 서구 세계는 16세기 이래 국가

경제학자 이스터브룩(William Thomas Easterbrook) 교

의 권력을 강화하고 통합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국가는

수에게는 관료주의와 기업의 문제를 깨닫게 해 준 많은

이를 위해 ‘효과’에 대한 예술적 비평도 상당히 실현 가

대화에 빚을 졌다. 그리고 동료 펠릭스 지오바넬리(Felix

능하게 만든, ‘효과’의 예술적 통일성을 발전시켜 왔다.

Giovanelli) 교수로부터는 토론의 자극뿐만 아니라 이

예술비평은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방안을

책을 출판하는 전 과정 내내 도움을 받게 된 행운을 누

자유롭게 지적할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시도할 만한

렸다.

가치가 있었는지를 결정한다. 이 작업은 현대 국가에 관 한 그런 집단적 의식의 흐릿한 꿈의 한가운데에서 포괄 적인 각성을 위한 요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셜 매클루언

xiii


50돌 기념판을 위한 서론

1968~1970년의 랭킹 톱 TV 쇼였던 <로언과 마틴의 웃

쟁과 평화(War and Peace in the Global Village)』가 그것

음보따리(Rowan and Martin’s Laugh In)>는 숨넘어가는

이다[두 책의 시각적 그래픽디자인은 쿠엔틴 피오레

편집으로 정말 쫓아가기 어려운 프로였다. 여기서 매주

(Quentin Fiore)가 맡았다]. 이 두 권 또한 사회에서 일어

한 꼭지는 출연자 중 하나가 빠르게 번지는 불길 속에서

나는 격동적 변화에 대한 해석 때문에 널리 영향을 미치

자그마한 내리닫이 문짝을 위로 들어 올리고, 청중을 향

고 있음이 입증됐다. 매클루언의 작업은 적지 않은 사람

해 재빨리 재담을 던지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중 하나

들로 하여금 인쇄매체의 죽음을 선언하게끔 만들었다.

혼2이

문을 열

실제로 그는 당시 현존하는 미디어가 텔레비전이나 컴

어 얼굴을 디밀고 깔깔대며 “마셜 매클루언, 뭐 하고 계

퓨터, 그리고 기타 전자 미디어에 대응하여 급격하게 변

시낭?” 하고 묻는 것이 있다.

화하고 있다고 믿었다. 매클루언은 1450년경 구텐베르

가 끝내주게 “멍청한 블론드” 역할의 골디

어떻게 생각 깊은 토론토대학교의 교수가 익명성에

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야기된 인쇄매체의 이성적인

서 벗어나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에 재담

세계는 시청각적 감각의 새로운 세계에 자리를 양보할

의 대상으로 이름을 떨치게끔 되었나? 그의 명성은 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모드가 사

로 새로운 전자정보시대의 예언자라는 위치 때문이다.

회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클루언에 따르면,

그는 산업사회가 테크놀로지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고

인쇄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차적으로 정보를 얻던

있는지 이해하려는 우리들의 갈망을 풀어낸다. 왜 커뮤

세대는 인쇄된 활자의 선에 따라 만들어진 논리적 순서

니케이션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 한 번에 한 가지씩 인식하는 식으로 매체의 영향을 받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정치인과 기업들이 어떻게

았다면, 일차적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전자매체인

미디어를 이용해 여론을 통제하고 대규모 시장을 창조

사람들은 흔히 하나 이상의 감각을 통해 복수의 커뮤니

해 낼 수 있는지, 메시지 시장에 이득이 되게끔 어떻게

케이션을 동시적으로 식별한다. 그 결과 인간의 생활은

사람들을 조종하는 통로로 이용하는지…. 매클루언은

부족사회의 환경으로 되돌아갈 것이지만 그것은 새로운

무엇이 일어나고 있으며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이

전자 테크놀로지가 이 행성의 광대한 지역들을 연결함

론을 제공한다.

에 따라 지구적 스케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1960년대 격변의 회오리 속에서 매클루언의 책 『미

역설적이지만, 매클루언의 책을 읽은 사람보다 더

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nding Media: The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아이디어를 알고 있다. 그의 천재성

Extensions of Man)』이 출간됐으며, 이외에도 범상치 않

은, 미디어에 대한 탐색에서 복합적이고도 다층적인 생

은 두 권의 시각적인 책이 후속작으로 나왔다. 『미디어

각의 표면으로부터 걸러 낸 아이디어를 간단명료한 하

는 마시지다: 효과의 재고목록(The Medium is the

나의 어구로 표현해 내는 것에서 드러난다. “지구촌”과

Massage: An Inventory of Effect)』과 『지구촌에서의 전

“미디어는 메시지다”를 포함해 그가 만들어 낸 개념은

xiv


이미 문화적 주류의 일부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미디

션으로 나누어진 글들은 광고, 만화책, 영화 포스터, 잡

어의 속성은 오히려 그것이 전달하는 내용보다도 더 사

지와 책의 표지 등 인쇄된 가공물(artifacts)을 지면에 재

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결론은 상당한 논쟁을 불러

생시켜 개별 예시물(매클루언을 이것들을 가공물이라

냈다.

고 불렀다)을 분석하는 짧은 비평문을 함께 수반한다.

그의 알려진 모습 뒤에는 세밀하게 미디어를 분석

각 섹션은 짧은 제목과 함께 독자의 생각을 자극하고 탐

하는 지적 탐구와 더불어 이것이 대중에게 미친 영향이

색하게 만들기 위한 안내형 질문을 3~5개 정도 글 앞에

존재한다. 매클루언은 전자 미디어가 등장해 ‘구텐베르

던지고 있다.

크 은하계(The Gutenberg Galaxy)’를 뒤집어 놓기 이전

매클루언의 책은 인쇄매체의 전통적인 선형적 구조

에 이미 1940년대에 테크놀로지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물을 단편성(fragmentation)과 플래시백(flashback), 그

의 심리적·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반세

리고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사용하는 시퀀스(sequence)

기 전, 세계는 편하거나 단순한 것과는 거리가 먼 곳이

로 대체했다. 그는 작가나 편집자들에게 그렇게도 소중

었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그리고 대량

한 연속성의 전통을 파괴한다. 이 책의 구성 테크닉은

학살 속의 피폐함과 참화에 직면해 있었다. 커뮤니케이

아방가르드 필름과 유사하다. 이질적인 정보는 함께 콜

션 환경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텔레비전

라주처럼 오려 붙여져, 분리되었으되 연관된 전체를 만

은 막 등장했고, 1950년만 하더라도 미 대륙에서 텔레비

들어 내고 있다. 매클루언은 산업사회의 대중적 상상력

전이 있는 집은 1000만 가구에 불과했다. 지금의 1억이

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한 그 상황에 대한 전체적 느낌

넘는 텔레비전 소유 가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을 명확하게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다양한 입장과 시각

당시는 라디오와 영화의 황금기였지만, 인쇄매체는 여

을 사용해야 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한다. 끝없이 움직이

전히 정보 제공과 오락 광고의 일차적 전달 통로였다.

는 사회의 이미지를 하나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한 입

『기계신부(mechanical bride)』는 매스미디어의 문화

장에 고착되기보다는 그 적용의 폭과 기민성을 필요로

와 팝아트를 평가하려는 매클루언의 초기 노력으로, 이

하는 일이다(82쪽. 이후 쪽 수 표시는 이 책, 『기계신부』

것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당대

의 인용 쪽 수를 의미한다).

사회분석가들이나 학계 인사들이 흔히 비웃고 무시했

『기계신부』에 있는 예시물들은 그 메시지가 훼손되

던, 천박한 싸구려 광고·만화·대중지를 분석하는 데

지 않게 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실마리가 재

문학과 예술비평의 테크닉이 적용되었다. 이 책은 미디

등장하거나 앞부분의 내용을 보완하는 누적적 효과가

어가 쏟아 낸 생산물로부터 끌어 낸 수백 개의 문화적

만들어질 수 있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의 책을 처음

가공물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15년을 보낸 후에 출

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각 부문은, 꿰뚫

간된 것이다. 『기계신부』는 매우 직설적이다. 59개의 섹

는 식견과 당혹스러운 복잡성이 교차되는 혁명적이고도

xv


도전적인 아이디어의 집중 세례를 퍼붓는다. 이 책을 읽 는 독자의 참여는 부분을 전체로 묶어 내는 것으로 완성 된다.

이런 색깔의 스타킹을 신어라(95쪽) 하고 말한다. 광고 회사와 할리우드는 이윤 창출을 위해 방대한 대중의 무 의식적 마음을 통제하려고 끊임없이 애를 쓴다(113~

그의 비전을 통합하기 위한 매클루언의 치열한 투

114쪽). 익명의 화자가 익명의 수신자에게 말을 건넨다.

쟁의 증거는, 현재 캐나다국립기록원(National Archives

대중매체의 메시지 이외에 둘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없

of Canada)에 소장돼 있는 4개의 초고에서 발견된다. 우

다. 화자는 안건이 있지만 수신자는 통상적으로 실리 퍼

선 하나는, 예전과는 달리 계절과 수확의 리듬이 있는,

티3처럼 만들어지고 주조되는 수동적인 관찰자다. 아마

질서가 결여된 혼돈스러운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 산업

도 많은 전통적인 민속설화 역시 부족장, 치료주술사,

사회의 인간에 대한 매클루언의 인식을 반영한다. 그것

귀족들, 종교 지도자들 등에 의해 민중을 따르게 만들려

은 “혼돈에 대한 안내(Guide to Chaos)”라는 제목의 초

는 목적을 갖고 이런 식으로 날조되었을 것이다.

고다. 나머지 3개의 제목은 모두 “아메리카의 타이폰

손으로 쓴 초고의 서문에서 매클루언은 그 예시물

(Typhon in America)”이다. 100개의 머리를 가진 그리스

들이 “비가시적” 속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피

신화의 괴물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이다. 이것은 산업사

부를 통해 흡수되고 일종의 정신적 호흡을 통해 흡입된

회의 인간을 겨냥한 메시지의 융단폭격이 갖는 복합적

다. 그것을 통상적 배치에서 떼어 내 임상적 관찰을 위

인 위험을 암시한다. 최종적으로 붙여진 제목 『기계신

해 고립시킨다면 그 광고나 만화는 의식의 차원에서 생

부』는 광고 속에 만연되어 있는 섹스와 테크놀로지의 뒤

명을 갖고 소생한다. 물론 그것은, 그곳에 존재하도록

섞임 현상에 대한 매클루언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그

의도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이성적 차원에서 이것

는 현실과 환상이 호환될 수 있게 될 때까지 하나의 꿈이

들은 갑자기 그들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갖고 있는 것처

다른 꿈으로 이어지게 될까 두려워했다(114쪽). 글의 제

럼 보인다. 『기계신부』의 의의는 광고, 만화 그리고 영화

목과 매클루언의 관심은 모두 전위예술가 마르셀 뒤샹

들이 그것들이 무엇으로 보이는가에 있지 않다는 매클

(Marcel Duchamp)의 유리 위 대형 페인팅 작업인 <심지

루언의 깨달음에서 나온다. 이 책은 미디어와 그것의 진

어, 그녀의 독신남들에게조차 발가벗겨진 신부(The

정한 효과가 정말로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위한 치열한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가 보여

노력이다.

주는 아이디어를 반영한다. 뒤샹과 마찬가지로 매클루

매클루언은 광고와 인간 조건 사이의 관계를 알고

언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사회를 관찰할 수 있었으며, 검

자 천착했다. 회사에서 승진을 위한 사다리를 올라갈 때

증되지 않은 힘들이 사람들의 삶을 모양 짓는다는 점을

도움을 준다고 선전하는 책을 논의할 때, 그는 어떻게

힘들어했다.

더 평등할수록 차등을 두기 위한 경쟁이 있고, 차등을

『기계신부』의 부제목,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그 보상으로 불평등

(Folklore of Industrial Man)”는 누구나 잠시 멈추고 생

이 줄어들게 되는지를 관찰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민속설화를 이야기나 노래와 같

차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남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사람

은 매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신념이나

은 더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44쪽). 여기에서 더 나아

풍습, 가치로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

가 그는 피동적인 수용자 대중을 위해 기업 활동과 정치

의 것이다. 매클루언은 우리 사회의 민속설화가 교육이

활동이 어떻게 주로 기분 전환과 오락적인 성격을 띠게

나 종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됐는지를 경고하면서(47쪽) 정치적 섹스 스캔들과 상품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기계신부』에서 제공되는 예시물

의 실패를 두고 이루어지는 매스미디어 히스테리아를

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표적으로 한다. 즉

예견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브랜드의 전등을 사라(19쪽), 또는

xvi

매클루언이 『기계신부』에서 보여 준 대중지에 대한


관찰은 그의 분석이 갖는 힘의 진수를 보여 준다. 그의

적 의미의 외양 뒤에 가려진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관찰에 따르면, ≪타임(Time)≫의 경우, “완전한 조직

지 깨달았다. 미디어의 집중포화는 비공식적인 교육 형

(Complete Organization)”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조

태다. 매클루언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

직되었다고 주장되며, “마치 한 사람을 위한, 한 사람에

일한 방법은 ‘대중문화와 상업주의에 대한 가차 없는 점

의한” 것처럼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한다는 것이 그들의

검뿐’이라고 생각한다(54쪽).

덕목으로 칭송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공식에는 전체주

매클루언은 기호학의 저변에 놓여 있는 기호학-전

의적인 기미가 강하게 들어 있는”, “고도로 과장된 선택

달자의 의도나 수신자의 의식 너머에 있는 의미 수준-

적인 접근”이 들어 있음을 암시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

을 추구한다. 만약 누군가 차량의 표상을 자궁과 남근의

고 매클루언은 묻는다(10~11쪽). (수십 년간의 익명적

상징으로 이해한다면 자동차 마케팅에 대해 좀 더 훌륭

저널리즘 이후 이 “완벽하게” 편집되던 잡지는 관행에

하게 대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광고는 공격적인 힘과

따르는 편집 스타일로 바뀌고, 오늘날의 ≪타임≫은 유

더불어 유선형과 곡선미가 제공하는 안락함을 동시에

명한 사진가의 보도사진과 더불어 개별 필자의 기명기

판매하기 때문이다(99쪽). 유일신교의 고딕 십자가상은

사를 그 특색으로 하고 있다.) ≪리더스다이제스트

산업화 시대의 집합적 상징들, 예를 들면 조립라인 쇼걸

(Reader’s Digest)≫는 “낙천주의자 폴리아나 다이제스

의 아름다움과 순진무구한 귀여움이 조합된 코카콜라

트”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들 중

걸(138쪽), 그리고 젊음이 가득한 순진성과 섹슈얼리티,

에서 선량함, 아름다움 그리고 능력 있는 것들만 골라

군국주의가 섞여 있는 소녀 고적대장(142쪽) 같은 것들

서” 뭉뚱그려 놓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파는 짓이라고(172

을 생산해 내었다. 우리는 섹스, 테크놀로지, 그리고 죽

쪽) 매클루언의 비난을 받는다. ≪뉴요커(The New

음이(11쪽) 조합된 이미지들이 도처에 만연되어 있음을

Yorker)≫는 “경제적 특권에 기반을 둔 속물적 우월의

깨닫게 됐다. ‘중세 천사의 만화적 형제’인 슈퍼맨은(121

식이 그 잡지의 테크닉과 호소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

쪽) ‘강력한 힘에 의한 전체주의적 방법’과 ‘성숙하지 못

다는 점”(10쪽) 때문에 고발된다. ≪뉴요커≫가 ≪리

한 야만적인 마음’을 드러낸다(120쪽).

더스다이제스트≫를 공격할 때 매클루언은 “각자 서로

적극적으로 진리를 추구한 많은 철학자들이나 신학

다른 칸에 분리돼 있는 두 사람 간의 레슬링 시합”으로

자들과는 달리 매클루언은 고정적이고 정적인 관점이

간주한다(172쪽).

갖는 허구를 이해한다. 관점이라는 것은 새로운 문제에

흔히 예시물은 사회의 어떤 측면에 대한 담론을 촉

대해 생각하거나 새로운 진리를 찾으려 한다면 이에 따

진하는 기폭제가 된다. 고등학교 25개 교과목을 압축한

라 바뀌거나 진화되어야 한다. 양자역학(Quantum

단행본 학습 교재에 대한 광고, “자율학습의 고교 과목

mechanics)과 상대성(Relativity), 그리고 큐비즘

(High School Subjects of Self Taught)”은(148쪽) 매클

(Cubism)은 테크놀로지와 사회적 분위기의 지각변동을

루언으로 하여금 아메리카에서 교사의 역할과 학부모와

드러내는 징후로서 인용된다.

교사의 관계를 논의하게도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대량으로 퍼서 던지는 매클루언의 능력

매클루언은 읽고 쓰는 능력의 정의를 확장하자고

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장한다.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를 이해하

매클루언의 탐색 작업을 그가 예시물을 분석하듯 조심

고, 어떻게 그것의 형태와 내용이 우리 생활을 바꾸는지

스레 검토하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 여기에 쉽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은 전통적인 교과목만

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매클루언은 이런 도전을

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신부』가 처음 발간

환영한다. 그는, 그가 하는 작업이 독단적 신조가 아니

되었을 때, 매클루언의 접근 방식은 사람들을 어리둥절

라 대화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떻게 우리의 정신적 습관이 표면

매클루언은 언론기관 자체가 거대한 관료적 조직을

xvii


바탕으로 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중앙집중적

지 않은 이러한 부산물은 세계를 하나의 도시로 개선하

연방제에 대한 제퍼슨파의 거부감에 영합하여 이에 호

는 것을 포함한다(10쪽). “이 행성은 하나의 도시”이며

소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언론의 이중성과 민주주의의

(3쪽) “지구촌”을 낳았다. 매클루언은 뒤에 많은 아이디

허구성을 폭로한다(7쪽). 인기 있는 복화술사 에드거 버

어들의 씨앗을 뿌렸다. 1950년 정보의 통로를 지칭해

건(Edgar Bergen)은 그의 인형 찰리 매카시(Charlie

“생각과 느낌의 초고속도로(Superhighways of thought and

McCarthy)-그는 모든 사람들을 의미한다-를 통제하

feeling)가 현대의 정신을 가로질러 뻗어 나간다”(26쪽)고

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조직체로서 은유된다. 인형 찰리

말한 것은 오늘날의 정보고속도로를 예상한 것이다.

매카시는 맹렬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무당파이지만, 궁

『기계신부』에서 분석된 예시물들은 이제 50년이 넘

극적으로는 자비로운 버건의 통제 없이는 아무런 힘이

은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눈을 뗄 수 없게

없다(20쪽). 서부영화의 호소력은 “산업사회의 거대한

만드는 문화적 의미가 있는 산물들이다. 이런저런 ‘말’

규모에 의해 압도당한 사람들”에게 “독점적 관료주의의

들, 로맨티시즘, 시각적인 그림들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

길을 따라 선진화된 상업사회”와 비교되는 “외로운 기업

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둘러싸고 그들을 삼켜 버린 환

가의 원시적 이미지”를 언뜻언뜻 볼 수 있게 만드는 데

경의 일부였다. 오늘날의 독자들이 보면 어떻게 매클루

서 나온다(180쪽). 통제의 그 통로는 영화, 언론 그리고

언의 예시물과 텍스트가 우리로 하여금 반세기 너머의

방송으로 집약된다(25쪽). 매클루언은 대부분의 시민들

가속적인 변화를 깨닫게 만드는지에 대해 감탄할 것이

이 “불가피하게 이미 익숙하게 조건화된 노예적인 생활

다. 오늘날, 만약 노인연맹(Seniors League)이라고 불리

속에 빠질 것임”을 두려워한다(107쪽).

는 클럽이 “솔직히, 40세 이상의 여성”으로(15쪽) 이루

매클루언은 말을 재미있게 만드는 언어의 마술사

어져 있다면 얼마나 웃기겠는지 상상해 보라. 오늘날의

다. 말의 재치는 그가 쓰는 글 모두에 넘쳐흐른다. 제임

관습에서 이보다 더 우스운 것은 매클루언이 인용한 연

스 조이스(James Joyce)는 자주 인용된다. 확실히 매클

예인 켄 머리(Ken Murry)의 말이다. “여성적 이상으로

루언은 조이스를 존경했으며 조이스의 창의성과 마음을

서 풍만한 가슴은 이제 퇴장하고 있다. 그것을 죽이는

사로잡는 영어 표현력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현대 회화

것은 텔레비전이다. 왜냐하면, 영화나 무대와는 달리 텔

또는 산문이 관례적인 메시지와 수용자를 전달하지 않

레비전은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나이 든 어른들 모두가

게 된 뒤, 그가 우리에게 ‘담배 판매기를 걷어차라! 왜냐

함께 보는 거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88쪽) 흥미롭게

하면, 그것은 땅콩을 배달하지 않는다’고(125쪽) 말했을

도, 『기계신부』에서 텔레비전에 대해 말한 것은 이것이

때처럼 매클루언의 은유는 흔히 충격을 주었다. 매클루

유일하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은 넘쳐 났

언의 미묘한 언어유희를 알고 있는 독자들은 마빈 키트

고, 『기계신부』 출판 후 30년 동안 켄 머리의 견해는 매

먼(Marvin Kitman)의 잘못-그가 1967년 3월 26일 ≪뉴

클루언 연구의 초점이 되었다.

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미디어는 마사지다』를

도덕적 분노와 더불어, 산업사회 인간에 대한 매클

비평했을 때 인용 문구를 잘못 택한 실수를 피할 것이

루언의 견해는 차라리 암울했다. 매클루언은 상업적인

다. 키트먼은, “반탐출판사의 편집자는 셰익스피어로부

힘과 광고에 조종되는 꼭두각시를 보았다. 그것은 단순

터 잘못 인용된 글과 같은 잘못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

히 줄을 당겨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다. 모든 세상의 ‘세이지(sage, 현자)’라는 어구의 정확한

들의 무의식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세상에 대한 견해

표기는 ‘스테이지(stage, 무대)’다”라고 썼다. 매클루언은

를 주조해 냄으로써 사람들을 조종한다.

즉시 키트먼의 책임자에게 날아갔다.

처음 『기계신부』가 출판된 이래 50여 년 동안 테크

매클루언은 집단적 경험을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놀로지와 미디어, 사회는 경이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에

미디어의 엄청난 잠재력을 이미 알았다. 기술이 의도하

따라 우리는 이 책이 21세기 우리의 삶과 여전히 관계가

xviii


있는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무

과 관련된 모든 선생님, 모든 부모, 모든 남성과 여성이

조건 ‘그렇다’다. 50년도 넘은 지금, 이전에 매클루언이

주목하도록 나는 특별히 『기계신부』를 추천한다. 우리

던졌던 돌은 점점 자라서 더 커지고 더 무거워졌다. 그

가 또 다른 세대를 잃어버리기 전에, 서두르자….”

가 분석한 혼돈에 빠진 매스미디어 정글은 ‘정보의 초고

『기계신부』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모양 짓

속도로’를 향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조

는 힘들을 깨닫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미디어의

종과 혼돈을 이해하고 항해하기 위해 그가 그려 낸 로드

공격을 이해하는 일의 중요성은 매클루언의 다음과 같

맵은 여전히 옳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제임스 스콧

은 관찰로 압축된다. “총체적 저항의 대가는 총체적 항

(James Scott)은 1951년 10월 27일 자 ≪텔레그램(The

복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너무나 크다.”(166쪽)

Telegram)≫에 이 책의 서평을 썼다. “아마도, 매클루언 선생은 해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아직도

필립 메그스4

생각 중인 사회의 구성원들까지도 더 이상은 무시할 수

버지니아 코먼웰스대학교

없는 현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

예술대학 교수, 저술가

x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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