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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규범,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 엔에이치케이가 죽었다 살아났다. 부정과 은폐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어떻게 살아났을까? 정보 공개가 명약이었다. 경영, 집행, 예산과 결산의 모든 자료를 열었다. 시민의 신뢰가 살아났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 어카운터빌리티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다. <일출>, 조지아 오키프 그림, 1916


인텔리겐치아 2595호, 2015년 5월 20일 발행

정수영이 쓴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NHK는 전체 경영 재원의 약 96%를 시청자 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수신료로 충당한 다. 그 바탕에는 일본 국민들의 높은 신뢰와 지지가 있다. 그런데 2004년 7월, 프로그램 제작비 부정 지출 사건으로 사회적 비판에 휩싸였다. 2005년 1월에는 교육 채널의 다큐 멘터리 <ETV 2001>의 방송 내용이 여당 유 력 정치인의 압력에 의해 방송 직전 재편집 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 ‘공영방송과 어카운터빌리티’,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56쪽.


비난과 의혹의 결말은? 사장 사임과 재발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 본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엔에이치케이 해 체 또는 민영화 주장까지 머리를 들었다. 개 국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최대 위기의 직접 원인은 무엇인가? 사건 발생 직후 보여 준 태도가 문제였다. 당 시 제기된 비리와 의혹에 대해 폐쇄적이고 불 성실한 태도,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대응 방 식으로 일관했다. 공영방송을 믿었던 시청자 들은 이런 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각종 개혁 시책 발표가 꼬리를 물었다. 그 중 심에 ‘설명책임’, 즉 어카운터빌리티 이행이 있었다. ‘어카운터빌리티’는 어떤 개념인가? 사전에서는 어떤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풀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설명책임’, ‘책무성’, ‘책 임성’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리스판서빌리티’와 같은 말인가? 다른 개념이다. 사회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는 점이 다르다. 리스판서빌리티는 내용이 중요 하지만 어카운터빌리티는 반드시 대상이 있 으며 그 대상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정의하는가? ‘개인과 개인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해명 하고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카운 터빌리티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는 무엇인가? 미디어가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이 행하고 있는지 혹은 왜 이행하지 못 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하는 과정이자 실천 이다. 응답이나 설명, 정보 공개를 말하는가? 다르다. 미디어의 자유와 책임을 구현하기 위 해 참여민주주의 기제를 도입한 제3의 규제 메커니즘이다.


무엇이 참여민주주의 기제인가?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는 시민과 미디어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자율 규 제’를 지향한다. 미디어는 스스로가 이행해 야 할 책임, 즉 리스판서빌리티의 목적과 기 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하 며, 시민은 미디어의 책임 이행 여부를 감시 하고 평가한다. 이때 핵심어는 시민의 ‘참 여’다. 시민 참여의 방법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나 대안 미디어, 에스엔 에스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동시에 기존 미디어, 즉 신문사와 방송사의 어카운터빌리 티 이행과 시민 참여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미디어의 ‘공개와 참여’는 어떻게 평가하나? 메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의견 개진, 공개 방송, 퀴즈나 이벤트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 것은 진정한 참여가 아니다. 그럼 진정한 참여란 무엇인가? 시민 참여의 핵심은 미디어-시민 간의 동등성 과 상호성이다. 진정한 참여는 시민 스스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권을 행사하는 실제 활동이다. 미디어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미디어의 투명성과 공개성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엔에이치케이 사례를 보자. 정보 공개 제도를


활성화했다. 시청자의 납득과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경영위원회는 물론 집행이사회 의 사록, 예·결산 자료 등 경영 정보와 관련 기 구 활동 모두를 공표한다. 또 각종 위원회를 설치, 해마다 방송 활동과 관련 업무를 종합 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한다. 성과가 있었나? 시청자 신뢰를 회복했다. 2004년 비리 발각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수신료 계약 건 수와 수입 금액이 2006년 이후부터 회복세 를 보여 2008년부터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 복했다. 어카운터빌리티 이행 수준을 높인 결과다.


이 책,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 범≫은 무엇을 다루나?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본질과 역사, 핵심 쟁점을 살핀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가 무 엇이며 대한민국에서 왜 더욱 절실한지를 설 명한다. 새로운 미디어 규범으로서 어카운터 빌리티 정착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수영이다. 성균관대학교 미디어문화콘텐 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다.


새로운 규범,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 엔에이치케이가 죽었다 살아났다. 부정과 은폐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어떻게 살아났을까? 정보 공개가 명약이었다. 경영, 집행, 예산과 결산의 모든 자료를 열었다. 시민의 신뢰가 살아났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 어카운터빌리티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다. <일출>, 조지아 오키프 그림, 1916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정수영 지음 미디어 윤리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22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 규범


사회적 책임을 넘어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우월적 지위(preferred position)’를 점하고 있다. 1644년

존 밀턴(J. Milton)이 󰡔󰡔아레오파지티카(Arepagitica)󰡕󰡕를 발 표하고 1791년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채택된 이후에도 험

난한 여정을 거쳐 온 역사적 산물이다. 언론 자유가 확대되면서 정치적 주의 주장과 이념적 지 향을 명확하게 표출하는 정론지가 등장했다. 그러나 정론 지는 특정 독자층의 구독료나 정치 세력의 후원금으로 운 영되었기 때문에 독자층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 후 자본주의 발전으로 경제적 기반이 확충되면서 도 시 인구가 증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회 변화 속에서 등장한 대중신문은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에 돌입했다. 소수 특권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문은 노동자계급까지 독자층으로 흡수해 갔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대규모 자본을 지닌 소수 신문사에 의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신문 발행은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이 되었고 광고 수입이 늘어나면서 구독


료 수입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재계 거물들이 언론사를 소유하기 시작했지만 실제 소유권은 은폐되었다. 기사나 논설을 가장한 광고가 만연했고 발행 부수는 조작되었다. 이러한 미디어 행태는 거센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다. 위기 상황이었다. 1940년대 당시의 언론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미국의 허친스위 원회와 영국의 왕립언론위원회다. 두 위원회가 각각 공표 한 보고서는 미디어 책임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이다. 참고로, 허친스보고서와 왕립언론위원회 그리고 사회 적 책임 이론에서는 ‘pres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허친스 보고서는 서문에서 “본 위원회의 간행물에서 사용하는 ‘press’라는 용어는 라디오, 신문, 영화, 잡지, 서적 등 모든 미디어를 가리킨다”고 언급했다. 즉, 미국에서는 대부분 의 경우 ‘press’라는 용어가 인쇄 매체뿐 아니라 방송 매체 등에도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책임 이 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원문의 ‘press’는 ‘미디어’로 번역하여 사용했다. 반면, 왕립언론위원회의 경우 방송을 제외한 신문·잡지·통신사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왕립언론위원회보고서에는 맥락에 따라서 ‘미디 어’와 ‘언론’ 혹은 ‘신문’이라는 용어를 혼용했다.


사회적 책임 이론의 계승과 발전 허친스보고서와 왕립언론위원회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엇 갈린다. 존 메릴(John C. Merrill)은 허친스위원회가 미디 어의 책임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청 사항 대부분이 실현 불가능한 기준이며, 정보에 대한 도덕적 권리, 언론의 사 회적 책임이나 양심에 대한 의무 등은 그 개념 자체가 추 상적이고 불명확하며 비현실적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왕립언론위원회 는 당시 언론 자유의 이름으로 외부 개입을 거부하는 보수 신문 사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신문 개혁에 실패한 것 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두 보고서는 1960년대 이후 전개된 사회적 책임 이론의 사상적 토대로서 미디어 규범 이론 정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 이론 은 내용적 수정이나 첨삭을 거쳐 미디어의 대표적 규범 이 론으로 정착했다. 사회적 책임 이론을 수정한 것 중 하나로 랄프 로웬스 타인(Ralph L. Lowenstein)의 ‘미디어의 이층 개념(The Two-Tiered Concept)’이 있다. 이것은 미디어의 소유와 철학을 중심축으로 하여 ① 권위주의 ② 사회적 집중주의 ③ 자유주의 ④ 사회적 자유주의 등 네 가지 유형의 미디


어 시스템이 ‘유토피아적 시스템’을 향해 단계적으로 발전 해 간다고 상정했다. 유토피아적 시스템은 미디어의 자유, 사회적 안정, 다원주의,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의 자기결 정주의가 최대한 제공되는 이상적 시스템이다. 허버트 알철(Herbert J. Altsuhull)은 경제적 속성을 중심 으로 ① 제1세계(Market Nations), ② 제2세계(Communitarian Nations) ③ 제3세계(Advancing Nations)라는 세 가지 유형의 구조 모델을 제시했다. 알철의 모델에서 주 목할 것은 세 가지 유형의 구조에 속하는 모든 미디어가 ‘자유로운 언론’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 다고 상정한 부분이다. 알철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과 자유 는 특정 사회나 미디어 제도에만 적용되는 특징이 아니다. 모든 사회와 미디어 제도에서 공통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 이다. 단지 각각의 사회나 역사, 정치, 문화, 심리적 상황 이 상이하기 때문에 당해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해석되고 적용되고 있는가, 각각의 사회가 미디어에 요구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등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와 내용, 그 방식이 현실화될 뿐이다. 따라서 각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디어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지 폭넓은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선 행되어야 한다.


언론·표현의 자유가 함축하는 의미와 속성, 미디어의 책임과 역할의 내용, 그 범위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그 사회의 시대적 특징과 변화와 함께 보강되거나 새로이 생성된다. 이는 사회 변화의 원인이기도 하며 그 결과이 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성’과 ‘맥락성’을 토대로 미디어 규 범 이론(Normative Theory) 역시 수정 보완하고 재생산 해야 한다. 미디어 규범 이론은 미디어와 사회의 질적· 양적 변화의 방향성, 상호 관계를 설정하고 맥락을 이해하 기 위한 기준이자 원리다.

어카운터빌리티의 사전적 의미와 본질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 위에 대한 책임으로 인식되어 ‘responsibility’와 동의어로 사용되어 왔다. 회계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회계책임’ 이라는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했다. 고대 문명의 역사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책임 이행 여부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이 각종 기록이나 계산서, 재무제표 등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accountability’를 설명책임이나 책무 성, 책임성 등으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 만 ‘설명책임’은 해당 용어가 지닌 개념이나 함의를 포괄


하지 못한다. ‘책무’는 ‘responsibility’를 지칭하는 번역어 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무’나 ‘책무성’이라는 용어는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 두 용어 각각이 지닌 개념상의 본질, 두 용어의 차이와 관계성 등을 모호 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responsibility’를 ‘책임’, ‘accountability’를 ‘어카운터빌리티’로 구분하여 사 용했다. 추후 ‘accountability’의 개념과 함의, 사회적 책임 개념이나 시민사회와의 관계성 등을 포괄하는 용어 개발 이 필요하다. 한편 페트리카 데이와 루돌프 클레인(Patricia Day & Rudolf Klein)에 따르면, 어카운터빌리티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개인과 개인, 혹은 일대일 관계에서 시작한다. ‘개 인과 개인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해명하고 설명하 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카운터빌리티의 출발이며 본 질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보편적 속성이 내재한다. 첫째, 사회생활의 맥락에서 우리의 행위는 감사나 조사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둘째, 종교와 윤리적 맥락에서 우리의 행위 는 정당한 행위에 대한 기대 혹은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따라서 앞의 두 가지 속성 은 ‘각종 규칙과 기록’에 따라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어카운터


빌리티를 도입하여 나름의 형식과 내용으로 확장하고 있 다. 각각의 형식과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이 세 가지 속성을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 티 개념을 이해할 때도 유용하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등장과 전개 미디어가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최 초로 등장한 것은 1947년 미국에서 발표된 허친스보고서 다. 하지만 허친스보고서를 사상적 토대로 하고 있는 사 회적 책임 이론에서는 어카운터빌리티에 대한 논의는 배 제한 채, 미디어 윤리와 자율 규제를 바탕으로 한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1949년 영국에서 공표된 왕립언론위원 회의 권고 사항과 더 유사해 보인다. 왕립언론위원회는 언론 개혁을 위해 ‘언론총평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 규 제와 전문 직업화를 통한 신문의 개혁 방안에 초점을 맞추 었다. 위원회가 검토한 미디어는 신문, 잡지, 통신이다. 영국에서는 방송의 역할과 정체성, 정책 등에 관해서 방송조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여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1977년 발표된 아난보고서는 방송의 어카운터빌리 티를 공식적으로 권고한 최초의 보고서다. 이후 영국에서


어카운터빌리티는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어카운터빌 리티를 이해할 때 아난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함의와 가치 를 지닌다. 반면, 방송 등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는 영역에서 어카 운터빌리티에 관한 논의가 재등장한 것은 대략 198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사회적 책임과 전문가 주의를 중심으로 미디어 규범이 논의되어 왔다.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내용적 분류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는 단순한 응답이나 설명, 정보공 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핵심은 스스로의 목적 가 치, 이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였는지 미디 어 스스로가 관리하고 평가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 하게 공개하고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것에 있다. 어카운터빌리티 개념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제도적 으로 구현해 가기 위해서는 ① 누가 ② 누구에게 ③ 왜 ④ 무엇에 대해서 ⑤ 어떤 단계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행하는 가라는 다섯 가지 내용적 요소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섯 가지 요소를 살펴보기에 앞서, 미디어 어카운터빌 리티의 내용적 분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외적 어카운터


빌리티’와 ‘내적 어카운터빌리티’의 조화다. 어카운터빌리 티의 내용과 속성, 그 대상 역시 이 두 가지 유형의 어카운 터빌리티에 부합하도록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외적 어 카운터빌리티와 내적 어카운터빌리티가 어떤 메커니즘에 서 작동하는지는 아난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외적 어 카운터빌리티와 내적 어카운터빌리티의 조화 그리고 시 민 참여를 구성 요소로 하는 사회적 자율 규제 메커니즘은 미디어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당하고 은밀한 자기 검 열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첫째, 누가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야 하는가. 어카운 터빌리티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은 미디어 어카운터빌 리티 개념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존 루커스(John Randolph Lucas)가 설명한 어카운터빌리티 의 기본 원리와 개념에 따르면, 책임과 어카운터빌리티의 주체는 일치해야 한다. 해당 책임을 위임 혹은 부여받은 주체가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야 하며, 이는 다시 책임 의 내용과 속성에 따라서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외적 어카운터빌리티의 경우 매스미디어 조직 혹은 업무상 대 표자나 감독자가 이행 주체에 해당된다. 내적 어카운터빌 리티의 경우 책임이나 업무에 부합하는 미디어 내부 구성 원이다. 어카운터빌리티의 주체에 관한 문제는 ‘전문가주


의’와 ‘편집의 독립’이라는 쟁점으로 이어진다. 둘째, 누구에게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야 하는가.미 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내용과 강도에 적합한 대상을 정 확히 구분해야 한다. 광고주나 정부, 기타 규제 기관 등과 시청자·독자 등 시민사회에 대한 어카운터빌리티의 내 용과 강도를 동일시해 버리면 미디어의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제4부로 일컬어 지고 있는 미디어는 사회 혹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 인과 힘이나 영향력의 관계로 묶여 있다. 미디어 활동이 민주주의 사회의 유지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유·무형의 영향을 보편적으로 미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을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상대로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 즘에서는 미디어의 어카운터빌리티 이행 의지와 실천뿐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의 참여 의지와 실천도 수반되어 야 한다. 이러한 관계 구조에서 ‘시민 참여’와 ‘미디어 교육’ 이라는 쟁점이 떠오른다. 셋째, 왜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가 필요한가.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목적으로는 크게 미디어의 자유와 독 립 보장, 사회와 신뢰 관계 구축, 열린 포럼의 형성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디어와 시민사회 구


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열 린 포럼과 그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아테네의 참여민주주의 메커니즘을 도입해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 혹은 엘리트 민주주의의의 한계 를 보완하고자 할 때, 그 핵심에 어카운터빌리티가 있다. 넷째, 무엇에 대해서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야 하는 가. 어카운터빌리티의 내용적 측면에서는 미디어 관련 정 책과 당해 업무 이행에 관해서 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 는 규범적 근거와 이유, 판단 기준이 먼저 공개되어야 한 다. 그리고 그 기준에 근거한 다각적인 평가가 이루어져 야 한다. 규범적 근거와 판단 기준, 정책, 당해 업무 이행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회계·프로세스·프로그램에 대한 경영적 측면의 평가와 공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어떤 방법과 절차로 어카운터빌리티를 이행해 야 하는가. 이행 방식의 경우에는 미디어 활동과 관련한 전문 지식과 재량권, 자율성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전문가 적 어카운터빌리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관료적 어카운터빌리티나 정치적 어카운터빌리티 등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이행 주체와 이행 대상의 원 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통로 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 통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


어야 한다.

미디어 규범의 끊임없는 재생산 윌버 슈람(Wilbur Schramm)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중 요한 변환기에 새로운 기준과 책임이 제기되고 이를 토대 로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원리와 그 한계가 결정된 다고 말했다. 그레엄 머독(Graeme Murdock)은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는 현재, 매스 커뮤니케이션 의 변화를 논의함에 ‘새로움(new)에 대한 과대평가’와 ‘미 디어 중심주의적 경향’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미 디어 규범 이론에서는 진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디어 기술과 그것이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적·경제 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제도로 서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 규범 이론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이론의 탄생 배경과 전개 과정, 그 성과 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 이론에 내재 되어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과 원리, 즉 규범으로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를 제안했다. 먼저 사회적 책임 이론과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의 개 념적 본질과 보편적 속성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보고서를 소개했다. 1947년 미국에서 발표된 허친스 보고서, 1949년 영국에서 발표된 왕립언론위원회보고서, 1977년 역시 영국에서 공표된 아난보고서다. 세 가지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미디어의 종류, 당시의 사회적 시대 배경, 보고서를 발표한 위원회의 위상 과 구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보고서에서 권고한 내용들은 유사한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보고 서 내용을 검토한 결과, 공통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1940년대 이후 미디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우 려와 비판이 미디어 기술 발전에 의해 개선되거나 해소되 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디어 기술 발전 그리고 사회 환경 의 변화 속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확대 심화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미디어 상황을 국가의 실패 혹은 시장의 실패, 공적 규제 혹은 시장 규제의 실패로 규정한다면 국 가나 행정 당국·시장을 모두 부인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국가에 의한 공적 규제’와 ‘시장에 의한 자동 조절’이라는 양 메커니즘의 ‘실패’가 아니라 각각의 메커니즘에 내재되어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를 제시하고 이론적 논의를 전개했다. 이 책에서 전개한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국가나 행정 당국, 시장, 미디어, 시민사회 각각이 이행해야 할 책임과


어카운터빌리티는 무엇인지, 그 내용과 범위를 보다 명확 하게 구분하고 현실적인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 히 미디어의 자유 그리고 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보다 정치 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각각의 미디어가 추구하는 목적과 사회적·기술적 특징은 무엇인지, 이에 상응하는 자유의 범위와 책임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출해 내야 한다. 미디어 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 다면 어카운터빌리티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디어 어카운 터빌리티 이행 없이는 사회 전체를 포괄한 의견 교환이나 토론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디어 책임의 내 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어카운터빌리티의 다섯 가 지 내용적 요소도 모호해진다. 즉, 어카운터빌리티는 미 디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이자 본래의 책임을 설정하고 이 행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물론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가 미디어 규범으로서 만 병통치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규범과 실재(實在) 간에는 딜레마와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딜레마와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준거점은 실 재가 아니라 규범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확한 규범을 준거점으로 실재를 개선해 가야 한다. 동시에 규범 속에


내재해 있는 한계와 모순 역시 수정 보완해 가야 한다. 그 렇다면 미디어 어카운터빌리티라는 규범 역시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고 재생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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