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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텔레비전과 시청권 텔레비전은 대중매체이지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함께 살려면 함께 보고 함께 들어야 한다. 그들이 대중매체를 보고 듣는 방법은 뭔가? 그들이 대중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

<고립>, 르네 마그리트 그림


인텔리겐치아 2597호, 2015년 5월 21일 발행

최은경이 쓴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시각장애인의 주요 여가 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이다. 그런데 그들의 57%는 지금의 방 송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 텔레비전을 이 용할 때 필요한 부가 서비스가 없어 시청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 ‘방송과 사회적 약자: 시각장애인’,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21쪽.


어떤 부가 서비스가 필요한가?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 서비스라는 별도의 음성 서비스, 청각장애인은 자막, 수화 서비 스가 필요하다. 화면해설 서비스가 뭔가? 출연자의 행동, 의상, 몸짓, 표정, 특정 장면 의 분위기,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기술이 다. 보통 화면해설 전문 작가가 작성한 원고 에 따라 성우가 소리 연기를 한다. 서비스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2000년 제1회 장애인영화제에서 처음 도입 되었고 2002년 방송으로 확대했다. 현재 화 면해설 방송 서비스의 법적, 제도적 지원은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홈쇼핑까지만 해당 된다. 방송사의 서비스는 전체 프로그램의

10% 미만 수준이다. 그조차도 편성이 불규칙 적이고 비연속적이다. 불규칙과 비연속의 이유는 뭔가? 방송사는 제작 비용과 의무 편성 비율에 더 관 심이 높다. 이용자의 불편은 다음 문제다. 만 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프랑스는 일찍부터 화면해설 서비스 제작에 필요한 전문 작가를 대학이 양성했다. 모국 어를 적극 사용하도록 교육한다. 영국은 전 문 제작사에서 화면해설 방송작가와 성우, 녹


음과 편집 전문가를 양성한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작가와 성우, 성우와 녹음·편집 전문가 를 겸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훈련 시스템을 갖추 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안정된 전문 인력 공급 시스템이다. 한국 사 회의 이슈가 공론화되어야 하고 적절한 규제 와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여가 활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휴식보다는 치료와 재활, 정서적 안정, 사회 참여 도모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비장애인보다 목적이 더 선명하고 더 많은 계획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어떻게 여가를 보내나? 선택의 폭이 좁다. 많은 장애인들이 적극적 여가 활동보다 소극적 여가 활동을 택한다. 컴퓨터를 사용하고, 가사를 돌보거나 텔레비 전을 시청하면서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책,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는 무엇을 다루나? 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문 화복지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다. 국내외 장애 인 방송 서비스 사례를 통해 방송의 역할을 논 의한다.


방송이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인식이 필요하 나? 장애인 방송 서비스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지원과 혜택이 아니다. 장애인이 겪는 정보격 차와 보편적 복지를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상 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은경이다. 한양대학교 SSK 연구교수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텔레비전과 시청권 텔레비전은 대중매체이지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함께 살려면 함께 보고 함께 들어야 한다. 그들이 대중매체를 보고 듣는 방법은 뭔가? 그들이 대중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

<고립>, 르네 마그리트 그림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최은경 지음 디지털 방송론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46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최은경


문화 복지와 현대사회

최근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복지(welfare)다. 복지란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사회복지학에서는 높 은 삶의 질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을 복지라고 한다(김성 이, 2002, 12). 그리고 국가가 일반 국민들에게 사회복지 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고, 관리·감독하는 의무를 중요시할 때 우리는 그것을 복지 국가라고 부른다. 복지를 중요시하는 국가는 여러 제도와 기구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데, 대표적으로는 건강보험, 국 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문 화권에서 힘없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급식과 양 육을 제공하거나 고아, 과부, 일용직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있었다. 이른바 경제가 힘들수록 국가나 종교계가 나서 사회적 정의를 실 천하기 위해 다양한 구빈제도를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근대 시민혁명으로 대표되는 큰 사건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인권(human rights)은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예를 들면 영국은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겪으면서 절대왕권의 통치권을 축소하고 입 헌군주국을 지향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1776년 대륙회의 에서 생명권, 행복추구권, 저항권 같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프랑스 역시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내세 우면서 대혁명을 겪었고, 19세기 유럽 각지에 많은 영향 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곤과 차별에 시달려 온 농 민들이 난(亂)을 일으키고 봉건적인 신분 차별을 부정했 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동학이 19세기 후반 급속 히 퍼지기도 했다. 국가의 절대 권력은 어떻게 발생했으 며,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사상은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자크 루소, 그리고 토머스 폐인에 의해 발전했 는데, 로크의 핵심 사상 중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 해 정부가 만들어졌다”라는 것과 “정부가 개인의 생명, 자 유, 재산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시민은 정부에 저항할 권리 가 있다”라는 것은 근대 시민혁명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이후 근대국가들이 어떤 복지국가를 선택할 수 있 는가 하는 논의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근대 시민혁명 이


후에도 여전히 여성, 노예, 가난한 사람들은 남성들과 동 등한 권리를 갖지 못했고, 세계와 인생에 대해 가지는 자 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상(思想)과 옳고 그름 또는 선악에 대해 가지는 도덕적 판단을 말하는 양심(良心)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20세기에 와서도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는 억압되었는데,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1966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과 합쳐져 ‘국제인권장전’이라 불리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 헌법 또는 기본법에 상당히 많은 영 향을 주었다. 한편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빈부 격차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라는 개념 이 등장했다. 16세기 말부터 구빈법을 실시한 영국은 가 난한 노동자, 무능력자, 빈곤 아동을 분류해 강제 노동시 키거나 집단 거주를 시키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구걸과 부 랑 행위를 단속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었다. 1834년 더욱 엄격해진 신구빈법은 빈민으로 구제를 받는 사람들이 스 스로 노동하며 살아가는 독립 노동자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없다는 ‘열등 처우의 원칙’을 담고 있다. 당시 신구 빈법에 따르면 빈민에 대한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자유도


없고, 노역소에서 강제로 일하면서 국가가 규제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는 시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구빈법이 게으름을 조장한다 는 이유로 국가가 빈민 구제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 했다. 그런데 이는 임금이 너무 낮아 노동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의 경우나 노동을 하다 장애를 얻어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 지고 있다. 빈곤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교육을 제 대로 받지 못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더욱 심각해졌 고, 사회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19세기 후반 빈곤 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던 ‘개인주의적 빈곤관’에서 벗 어나 ‘빈곤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1883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은 사회주의 운동 을 탄압하면서도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들이 겪는 노령, 질병, 재해, 실업 등의 위험에 대해 국가 가 개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질병보험(1883년), 산업재 해보험(1884년), 노령·장애연금보험(1889년) 등의 사회 보험제도를 법률로 만들었다. 영국도 구빈법에서 벗어나 복지 정책을 추진했는데, 1908년 저소득층 노인에게 일정 한 수당을 지원하는 ‘노령연금법’, 1909년 ‘최저임금법’,


1911년 ‘국민보험법’(건강보험이나 실업보험 지원 등)이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이 공장에서 노 동을 하지 않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보편적 교육 제도가 정착되면서, 초등교육이 무상 의무교육으로 정착 되었다(하승수, 2012, 148∼151). 물론 국민 복지가 발전 하는 데 자본주의사회가 교육된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투 표권이 확대되던 민주주의도 보편적 공교육을 받은 유권 자를 필요로 했던 시대적 상황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 만, 인간의 자연권인 행복추구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거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문화 복지와 사회 오늘날 OECD에 가입되어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가지고 있다. 복지에 대한 대표적인 방법 론으로 첫째,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 혜 택이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가 있다. 이는 별도의 행정 비 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세, 누 진세, 소득세, 법인세 제도로 시행된다. 둘째, 소득수준이 낮은 국민에게는 높은 복지 혜택을, 소득수준이 높은 국민 에게는 낮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주자는 ‘선별적 복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학자들이 주장하는데 복지라는 형 평성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경제 자유’, ‘자유 시장경제’라 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직접세, 법인세, 부유세, 누진세 등 을 낮출 것을 주장한다. 셋째, ‘시혜(施惠)적 복지’는 정부 나 기관에서 복지 대상자에게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는 정도의 복지를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돈만 있다면 여러 사람에게 복지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현대 복지국가 들은 시혜적 복지를 지양한다. 넷째, ‘생산적 복지’는 인권 과 사회정의에 근거하여 빈곤의 책임을 개인이나 가족에 게 귀속시키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다. 즉,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최소한 보장하는 기본권을 보장하 는 복지다. 특히 많은 국가들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시 혜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생산적으로 추구하는데, 미국 과 같은 선진국은 장애인이 재활하고 사회 통합에 적극 참 여하면서 자립 생활을 달성하는 것을 장애인 복지의 궁극 적인 목적으로 삼고, 직업과 사회 적응에 필요한 재활 프 로그램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구직과 직무에 필요한 직업 재활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하거나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과 저임금 노동자 문제가 증가하면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공약의 대부분이 복지에 관한 것으로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서로 경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였던 여당의 박근혜 후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위한 복지 공약을 42개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박근혜정부의 집권 1년차 복 지 이행은 노후 보장 6개, 보건 의료 7개, 아동 보육 11개, 출산 지원 7개, 기초 생활 보장 3개, 복지 체계 8개로 구성 된 복지 공약 중 6건이 이행되었고, 입법 진행에서 원안이 폐기된 공약이 8건, 진행되지 않은 공약이 10건이라고 평 가했다(경실련, 2013. 11. 11). 후보 시절 증세 없는 복지 를 강조했던 박근혜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고, 지방세 개 편안을 발표하면서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연말정산 파동에서도 법인세는 이미 줄어든 반면 국민들의 세금 납부액은 늘어나는 조세 법이 적용되고 있었다. 또한 정부는 공무원과 군인연금 개혁을 논의하면서 보다 나은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뿐만 아니라 사회의 또 다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에 처해 있는 우리 정부는 보 편적 복지와 시혜적 복지보다는 선별적이고 생산적인 복


지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복지 정책은 그 사회 가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사회 구 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규범(social norm)과 가치 (value)에 맞게 숙의해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논의되어 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성장과 분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현대사 회에서 문화 복지(cultural welfare)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연설에서 새 정부의 5 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문화가 있는 삶, 즉 문화 복지를 밝 힌 바 있다. 문화 복지는 보통 학문적 용어보다 정책 용어 로 사용되는데, 박근혜정부도 핵심 문화 정책 분야로 지역 문화, 국제 교류, 문화 복지, 창조경제와 예술, 예술 지원, 문화예술교육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문화 복지는 어떤 정 책인가? 그리고 어떤 시행 계획과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문화 복지의 이론적 토대와 관련 쟁점을 연 구한 심창학(2013)은 우리나라는 한국식 문화 복지에 대 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관련 문화 복 지 정책들은 한국 사회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문화 복지를 일찍 도입한 프랑스는 1946년 헌법에서 국민의 문화에 대한 교육권과 문화 영역을 사회 서비스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을 명문화


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문화 공공서비스(service public cultural)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목수정, 2007, 98).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문화 복지에 대해 다른 사회에 비해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는데, 잉글하트(Inglehart, 1970; 1980)의 탈물질주의(post materialism) 개념이 토 대가 되었다. 탈물질주의 개념은 현대 문화 이해의 도구 적 성격을 지닌 개념으로서 물질주의와의 관계에서 해석 될 수 있다. 즉, 사회학적으로 물질주의가 안전, 질서, 식 욕 같은 물질적 욕구 충족과 관련된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탈물질주의는 탈물질적 욕구, 즉 유대감, 자기 존 중, 지적 혹은 미적 만족감 차원에서 욕구 충족과 관련된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잉글하트에 따르면 탈물질주의 적 인간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인간적인 사회로의 진 보, 돈보다 생각이 중시되는 사회, 즉 문화 복지 사회를 원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대 간 가치 변화를 분석한 잉글 하트의 실험 결과를 보면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물질주의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보다 증가 하고 있다고 한다(Inglehart, 2008: 134~138). 물론 물질 주의 가치에서 탈물질주의 가치로 진행하는 것을 단선적 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세대 간 가치의 변화와 희소성이 큰 것에 대한 욕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인간의 기


본 단계부터 높은 단계의 욕구는 생존 가치를 자기표현 가 치로 치환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생존 가치는 생존이 위 협받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이나 치안 유지 등을 중시하는 것인데, 주로 사회와 치안이 불안정하거나 경제가 성장 중 이거나, 경제성장이 필요한 저개발국가들에서 많이 나타 난다. 그런데 자기표현 가치는 경제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에서 정치 참여, 다양성 존중, 환경보호,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주로 선진 경제 부흥 국가들이 중요 시한다고 간주된다. 결국 이러한 탈물질주의적 가치와 욕 구에 관련한 논의는 이후 문화 복지에 이론적인 영향을 주 었다. 한편 문화 복지 이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 롤스

(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 따르면, 문화적 욕구 충족이 모든 집단에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화권 기반 사회정책은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에 롤스는 제1원칙으로 자유의 평등한 분배 원칙 과 제2원칙으로 불평등 원칙을 주장했는데, 분배와 관련 된 제2원칙은 복지국가의 이념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 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동시에 담고 있다. 예컨 대 공정한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 원칙이 적용된 후에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약자들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주도


록 하는 차등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 복 지는 기본적으로 보편성의 가치를 가져야 하지만 문화 격 차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Rawls, 1971; 2005). 그런데 문화 복지의 개념과 인식의 정도에서 보면 문화 복지를 사회복지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관점이 지배적이 다. 때문에 과거의 사회복지가 경제적 취약 계층을 대상 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하는 성 격을 가지고 있다면, 현대의 사회복지는 전체 국민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는 관점에서 문화 복지가 사회복지의 연장 선상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문화 복지를 문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이러한 관점 은 문화 복지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에 의해 지원 되고 보장되는 문화적 지원 활동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나 아지도록 하는 환경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문화 복지에 접근한다(현택수, 2006, 2008; 양혜원 외, 2012; 심창학, 2013, 158∼159). 이 두 관점은 서로 중첩되기도 하고 그 차이가 모호하기도 하지만, 문화 영역의 실천가들은 문화 복지를 문화의 하위 영역으로, 복지 영역의 실천가들은 복 지가 상위 개념이며 문화 복지는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의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 복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주관 부처나 운영 주관 기구, 실질적 운영 기구, 전달 체계와 재원 구제(국가 조세와 외부 지원 금 등)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문화적 권리 매슬로(Maslow, 1943)는 인간의 기본 욕구는 1단계 생리 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사랑(과 소속감) 욕구, 4 단계 존중 욕구, 마지막 5단계 자아실현 욕구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장 낮은 1단계의 욕구가 충족 되어야 다음 단계, 더 높은 단계의 욕구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인간의 욕구(needs)는 사회복지의 핵 심 개념이면서 동시에 수급 자격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즉, 욕구의 여부를 누가 결정할 것이며, 문화적 욕구 처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이러한 욕구는 상대적으로 중 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 복지는 권리의 차원에서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문화적 권리에 관심을 가진 유엔은 194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 까지 문화적 권리 중 향유권(접근권)과 참여권에 많은 관 심을 보였다. 그렇게 1948년에는 ‘세계인권선언(UDHR,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제정되었고, 제22조와 제24조는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문


화적 권리가 노동시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확 인했다. 제27조 1항과 2항은 문화적 권리를 직접적으로 언 급한 유일한 조항으로 접근권, 참여권, 그리고 이익의 보호 를 받을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1966년 유엔총회에 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CESCR,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을 채택했는데, 제15조는 과학적 연구와 창 조적 활동에 필요한 자유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유엔은 문화가 인간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중 요하다는 관점을 취하면서, 1991년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는 문화는 인간 의 창조성과 정신 발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문화 발전이 곧

인간 발전이라는 내용을 담은 󰡔󰡔인간 발전 보고서󰡕󰡕를 발표했 다. 그리고 1998년 국제 문화 정책 회의에서 문화 활동에 수 반되는 접근과 참여는 모든 개인과 공동체의 기본적 권리라 는 것(세계인권 제27조)을 확인했다. 2000년에는 문화 다 양성이 강조되면서 2001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문 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선언’을 했고,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게 집중되었다. 국제적 차원에서 문화적 권리, 즉 문화 복지 논의는 우리나라 문화 복지 정 책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출범한 정권


들은 예외 없이 문화 복지를 국가 정책 기조의 하나로 간 주했다. 예를 들면 전두환정부는 ‘새 문화 정책’을 발표하 면서 문화적 복지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노태우정부는 문 화부를 공식 출범시켜 문화복지국가를 기본 방향으로 설 정했다. 김영삼정부는 1996년 문화 복지 원년을 선포했 고, 김대중정부는 창의적인 문화복지국가를 정책 목표로 밝혔으며, 노무현정부는 문화 향수 및 참여 기회 확대를 통한 복지 구현을 강조했다. 이후 이명박정부는 문화복지 정책의 6대 추진 방향을 설정하기도 했고, 현 박근혜정부 는 ‘문화국가’를 만들기 위해 2013년 12월 30일 ‘문화기본 법’을 제정하고, 문화 융성과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물론 정권마다 문화 복지의 이해와 인식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 을 수 있다. 비록 노무현정부가 문화 복지를 사회복지의 하위 영역으로 보았지만, 공통된 특징은 역대 다수의 정권 이 문화 복지를 문화의 영역으로 간주했으며, 문화 관련 부서(예를 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여가정책과,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나눔부, 각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 광역 및 지자체 등 지역 주관처, 문예회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가 문화 복지를 관장하는 행정 부서가 되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하고 있지만 문화 복지와 관련된 사업은 극히 소수다. 문화 복지 사업


의 재정은 국고에서 55% 지원되며 나머지는 복권 기금으 로 마련되는데, 문화나눔사업은 소외 계층의 문화 향수권 신장과 문화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심창학(2013)이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문화 복지 정책 은 문화 복지를 복지 영역이 아니라, 문화 영역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문화 복지와 사회를 문화 민주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가 갖는 의미를 논의한 후 보 통 사회적 약자로 칭하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난시 청 노인과 방송의 문화 복지적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그 리고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사례를 차례 로 탐구한 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통합과 공존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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