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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더톱, 텔레비전을 밟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한 편이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흔들었다. 텔레비전의 독무대에서 인터넷 플랫폼이 왕좌를 빼앗았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OTT의 시대가 열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포스터 이미지


인텔리겐치아 2613호, 2015년 6월 1일 발행

배기형이 쓴 ≪OTT 서비스의 이해≫ <하우스 오브 카드>가 단지 권위 있는 상을 받 았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 마는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으며 성공 한 드라마가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드라 마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시작해서 <하 우스 오브 카드>로 끝난다”며 극찬할 정도다. -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사례 분석’, ≪OTT 서비스의 이해≫, 45쪽.


<하우스 오브 카드>는 어떤 드라마인가? 미국 워싱턴 정계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야 망, 백악관 스캔들을 다룬다. 넷플릭스가 제 작했다. 평판이 어느 정도인가? 2013년 텔레비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캐스팅상을 차지 했다. 2014년에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방송사가 아닌 OTT 서비스사업자가 만든 프로그램으로선 처음이다. OTT가 뭔가? Over The Top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Top이란? Set Top Box다. OTT를 직역하면 ‘셋톱박스를 넘어’ 제공되는 서비스란 말이다. 당신은 OTT가 뭐라고 생각하나? 영어에서 ‘Over the top’은 관용구다. 제1차 세 계대전 때 적을 ‘제압’한 병사들이 참호 위에 올 라서서 “over the top”이라고 소리친 데서 유래 한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제공 서비 스를 통칭하는 표현이 되었다.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제공 서비스가 전파나 케이블을 통한 송수신 방식의 텔레비전 콘텐츠를 완전히 제 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요인이 뭔가? 캐스팅이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제작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용자들 이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정치 드라마를 좋아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자체 평가는?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국의 한 일간지 인터뷰 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들은 선택을 좋 아한다. 그들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무 때 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보기를 원한다. 넷플 릭스는 소비자에게 그걸 줬다.” 뭘 잘했다는 말인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심에 둔 투자가 성공한


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시청자들 의 시청 습관, 콘텐츠 유통 방식, 비즈니스 모 델 등에서 과거의 답습을 거부한 혁신에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 했다. 소비자 관점의 서비스란? 그동안 블록버스터 시리즈 드라마는 몇 주 혹 은 몇 달에 걸쳐 순차적으로 한 편, 한 편씩 제 공했다. 시청자의 기대 심리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광고를 팔기 위해서다. 하지만 넷플릭스 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13편 모두를 한 꺼번에 내놓았다.


광고 수익을 포기한 것인가?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다. 월 정액제 서비스 로 운영한다. 광고를 수입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콘텐츠를 개봉할 필요가 없었다. 시리즈를 한꺼번에 개봉한 이유는? 소비자의 니즈를 넷플릭스가 서비스에 반영 한 것이다. 어떤 니즈인가? 시청자는 재미난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 싶어 했다. 넷플릭스가 그 기대를 채워 준 것이다. 굳이 ‘본방사수’할 필요도 없고, 다음 회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는 ‘시리


즈를 한꺼번에 개봉하기’라는 VOD 시대의 콘 텐츠 개봉 방식을 주도했고 소비자의 큰 호응 을 이끌었다. 넷플릭스의 N스크린 전략은? 그들은 여기에 집중 투자했다. 소비자들이 장소와 단말 기기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윈도 나 맥OS, iOS, 리눅스, 안드로이드, 크롬을 지원하고 주요 게임 기기,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TV에 넷플릭스의 위젯과 애플리케 이션을 탑재했다. 투자 결과는 어떤가? 가입자들은 드라마 한 편을 거실에서 TV로 보


다가 옆방으로 옮겨 PC나 태블릿으로 볼 수도 있고,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도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다. 폭발적 호응이 뒤따랐다. 시장 에서 넷플릭스의 입지는 강화되었고 이제 명 실상부 세계 1위의 글로벌 OTT 서비스 기업 이 되었다. 이 책, ≪OTT 서비스의 이해≫에서 독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 OTT가 무엇이며,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 디까지 왔는지, 시장 가능성과 미래 전망은 어 떠한지,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지금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배기형이다. KBS 프로듀서다.


오버더톱, 텔레비전을 밟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한 편이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흔들었다. 텔레비전의 독무대에서 인터넷 플랫폼이 왕좌를 빼앗았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OTT의 시대가 열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포스터 이미지


OTT 서비스의 이해 배기형 지음 뉴미디어 / 디지털방송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18쪽 9,800원


작품 속으로

OTT 서비스의 이해


스마트한 세상과 OTT 서비스

‘스마트’ 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 필자에게 스마트는 학창 시절 즐겨 입던 교복 브랜드로 각인된 용어였다. 실 제 사전을 찾아보니, 스마트라는 말은 옷차림 등을 얘기 할 때 깔끔하고 말쑥한, 단정한, 멋있는, 그리고 맵시 있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 스마트란 용어가 모바일 이나 TV와 결합해 사용될 때는 ‘스스로 똑똑해진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똑똑함’은 스스로의 운 영체제와 인터넷 접속 기능을 탑재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특함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이 ‘스 마트’해졌다는 것은 좁게 말하면 스마트폰과 스마트 TV가 대중화되었다는 것이지만 넓게 해석하자면 세상의 온갖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가 멀티미디어화되는 추 세와 이를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 미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 속의 ‘스마트’한 변 화는 휴대폰과 TV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출시되기가 무섭게 이미 보편화되었기에 대부


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 여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환경을 이해한다. 스마트 TV 도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기 에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특히 동영상 서비스를 TV에서 제공한다. 해외에서는 스마트 TV 를 일반적으로 ‘커넥티드 TV(Connected TV)’라고 일컫는 데, 단말기를 중심으로 인터넷과의 연결성을 강조한 데서 나온 개념이다. 필자는 OTT 서비스가 ‘스마트한 TV’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스마트 TV는 가전 업체 에서 만들어 내는 하드웨어로서 TV 수상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OTT 서비스로 인한 스마트 TV는 기능적인 소비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는 ‘TV의 스마트화’다. TV의 스마 트화는 TV 콘텐츠의 소비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심 으로 하여 스마트한 방식으로 TV를 넘어 진화한 것에 무 게를 싣고 있다. 굳이 가전제품으로 ‘스마트 TV’를 사지 않 아도, 동글(dongle) 타입의 연결형 디바이스 스틱 하나면 일반 TV도 스마트 TV가 될 수 있다. OTT 서비스가 가져 온 스마트한 변화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바보상 자’라 불리던 TV가 이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시청 행태


를 가능하게 했으니 이것이 바로 OTT 서비스다. OTT 서 비스는 단지 인터넷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쉽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개방형 유통 플랫폼 을 구현해 내었다. 스마트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으 로부터의 탈피다. ‘언제·어디서나’의 개념은 미디어 이용 의 자유로움과 효율성을 배가한다. 이것은 미디어 소비자 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디어 를 사무실이나 가정 등 고정된 장소에서 장시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틈새 시간에도 소비하게 한다. 지하철로 이 동하는 중에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개인의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 서 미디어 소비뿐 아니라 사무적이고 업무적인 측면에서 도 적용된다. 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만 하더라도 이동 중에도 회사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 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 확인부터 문서 작성, 결재까지 가능해짐으로써 회사 근무시간과 업무의 시간적, 공간적 영역이 애매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스마트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무엇보 다 콘텐츠의 소비 양태를 바꾸어 놓았다. 불특정 다수에 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TV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


이던 시청자는 이제 시공간을 초월해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역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OTT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TV를 넘어, 스마트폰과 태 블릿, PC 등의 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양한 콘텐 츠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OTT 서비스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방송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던 서비스를 대체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콘텐츠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콘텐츠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키워드 가 됨으로써 기존 미디어의 자리는 흔들리고 있다. 인터 넷과 연결된 스트리밍 서비스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 이 만들어짐에 따라 스트리밍하기에 적합한 스토리와 포 맷의 콘텐츠가 선호되고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패턴이 바뀜에 따라 미디어 생태계에는 그에 상응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는 우선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개인별 맞춤형 유통 채널로서 OTT 서비스가 한층 주목받고 있다. OTT 서비스 시대는 전통적인 콘텐츠 제작 사와 유통망 제공사 그리고 하드웨어 제작사의 구별을 힘 들게 만든다. 미디어 생태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DVD 대여 회사 넷플릭스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사업자


로 변모하면서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든 것이나, 미국 지상파방송사가 연합하여 인터넷 플랫폼인 훌루(Hulu)를 만든 것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크로스 오버(cross over)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지상파방송사에서 일해 왔는데 그동안 경쟁사를 얘기할 때 타 지상파방송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총체적으로 통 신사, 하드웨어 제작사, 포털 등 모든 플레이어들을 포괄 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KBS의 경쟁자 는 MBC, SBS 그리고 넓게 봐서 해외의 BBC, NHK 등 방 송사업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CJ와 같은 케이블방송, 종합편성 채널들, 거기에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동 영상서비스사업자에, 심지어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업자 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플레이어들 모두가 경쟁자 들이다. 이와 같은 플레이어 모두가 ‘잠재적이’ 아니라 지 극히 ‘현실적인’ 경쟁자로서 서로 혼재하며 콘텐츠 생태계 에서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즉, TV나 스마트폰 기 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그리고 네트워크 등으로 구분지어 각각의 영역 안에서 진행되던 제한적 경 쟁이 이제 전 부문에서 총체적인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화의 확대에 OTT 서비스가 그 동력 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필자가 ‘스마트’ 개념과 OTT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애초 소비자의 입장에서 국내 가전사에서 내놓은 ‘스마트 TV’를 접하면서부터다. 대단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는 아니지만 방송사 PD로 일하면서 콘텐츠 산업 의 환경 변화를 읽어 내고 새로운 미디어 물결을 선험해 보 고 싶은 욕구로 ‘스마트한’ 체험을 해 보자 했다. 이후, 수년 동안 콘텐츠 산업의 ‘스마트’한 변화를 느끼고 공부하면서, 기능의 스마트한 변화가 가전사에서 만들어 내는 일체형 TV 단말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콘텐츠와 플랫폼 그리고 네트워크와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맞물려 있 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었다. 콘텐츠 산업에서 ‘스마트’는 이제 당연하게도 TV를 벗어난다. OTT 서비스로 방송 콘 텐츠가 더 이상 TV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법이 바뀌었다. OTT 서비스는 TV, PC, 스마 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원하는’ 콘텐츠만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끔 해 주는 한층 진화한 서비스 이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는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 과정 의 패러다임을 ‘능동적’으로 바꾼 셈이다. 이제 시간, 장소, 스크린을 뛰어넘어 원하는 콘텐츠만을 ‘똑똑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해 준다. OTT 서비스에서는 방송사에서 일방적 으로 던져 주는 ‘편성표’보다 내 취향대로 찾는 ‘검색창’이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OTT 서비스는 참으로 스마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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