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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단편영화를 만들라 당신 또는 친구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기승전결로 한 가지 이야기를 정리한다. 연출, 연기, 제작, 촬영, 녹음, 미술, 편집할 친구를 모은다. 없으면? 당신 혼자 한다. 장비는? 핸드폰을 켠다. 찍는다. 20분이면 한 편이 완성된다. 벌써 영화감독이 되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

인텔리겐치아 2619호, 2015년 6월 4일 발행

이찬복이 쓴 ≪단편영화 제작 입문≫ 영화제작은 엄두가 안 나는 일처럼 보인다. 하 지만 단편영화는 좀 다르다. 영화를 좀 안다는 당신에게 묻는다. “영화를 해 봤습니까?” 아 직 못해 봤다면 짬을 내 시도하길 권한다. 패러 글라이딩이나 스노보드 비슷한 것이다. 어려 워 보이지만 막상 뛰어들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왜 단편영화인가’, ≪단편영화 제작 입문≫, 1쪽.

일반인의 영화제작, 출발점은 어디인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보라.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일이다. 영화는 활동사진, 움직 이는 사진이다. 동영상이 영화인가?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진지하게 봐 줄 관객이 있다면, 일단 영화로서 자격은 갖춘 셈이다. 동영상이 영화가 되려면 뭣이 필요한가? 서사 구조다.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갖 추면 영화가 된다. 왜 하필 단편영화를 권하는가? 비용이 적게 든다. 장편영화는 많은 스태프,

거창한 장비, 로케이션이 필요하다. 단편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나? 물론이다. 그러나 완성도를 높이려면 팀이 필요하다. 팀은 어떻게 구성하나? 단편영화의 장점은 기동성과 적은 예산이므 로 덩치를 키우면 안 된다. 연출, 제작, 촬영, 녹음, 미술, 편집을 맡을 필수 인원만으로 꾸 린다. 리더는 감독이다. 감독은 무엇을 리드하나? 단편영화 작업은 ‘워(war) 게임’이라고 한다.

감독이 소대장이다. ‘영화 완성’이라는 목표 를 실현하기 위해 팀원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략이다. 어떤 전략인가? 영화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욕심내면 안 된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강력하 게 표현해야 한다. 단편영화는 얼마나 짧은 영화인가? 최적 러닝타임은 20분 안팎이다. 왜 20분인가? 관객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이야기의 시작과 중간, 끝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20

분 정도이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은 참여자에게 무엇을 주는가? 참여자의 의사소통 능력이 높아진다. 영화 제작은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의견 조정 과정 이기 때문이다. 공동창작과 집단지성을 경 험해 볼 수 있다. 이 책 ≪단편영화 제작 입문≫은 무엇을 다루 나? ‘말이 되는’ 단편영화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다. 단편영화를 처음 만들어 보거나 망쳐 본 경험자들에게 창의적인 영상을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보여 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찬복이다.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영상 학과 교수다.

지금 당장 단편영화를 만들라 당신 또는 친구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기승전결로 한 가지 이야기를 정리한다. 연출, 연기, 제작, 촬영, 녹음, 미술, 편집할 친구를 모은다. 없으면? 당신 혼자 한다. 장비는? 핸드폰을 켠다. 찍는다. 20분이면 한 편이 완성된다. 벌써 영화감독이 되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

단편영화 제작 입문 이찬복 지음 영화 제작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44쪽 9,800원

작품 속으로

단편영화 제작 입문

단편영화 제작, 영화를 사랑하는 길

현재 상영 중인 영화든, 오래전 개봉한 영화든 제목으로 검 색을 해 보면 어렵지 않게 누군가가 써서 올려 둔 초보 수준 이상의 영화평을 찾아 읽을 수 있다. 전문 영화인이 아니 더라도 그럴듯한 작품 해석과 감상을 조리 있게 풀어낸 글 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시네마 리터러시(cinema literacy) 는 이제 상식과 교양이다. 영화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글을 읽고 느낌을 쓰는 능력처럼 이제 소정의 교육을 받은 지성인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소양이 된 것이다. 시네마 리터러시가 일반화, 대중화되면서 주로 장편 상 업 영화를 감상하고 비평하는 소극적인 단계에서 직접 제 작해 보는 영역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저 유명한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의 영화를 사 랑하는 세 가지 단계, 즉 영화를 사랑한다면 같은 영화를 두 번 보게 되고, 그보다 더 사랑한다면 영화에 대한 비평 을 쓰게 되고,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최후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본다는 영화 사랑 3단계

론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길이 이렇게 수월하게 된 데에는 21세 기 IT 엔지니어들의 수고와 신제품 디지털카메라가 출시 될 때마다 용돈을 아끼고 모아서 구입하고 부지런히 사용 해 준 일반 소비자들의 공이 크다. 소비자들의 입소문과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한 블로그 활동 등으로 디지털카메 라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덩달아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 메라의 기능이 고급화되면서 동영상 촬영은 어느새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인 윈도 즈에 무비메이커(moviemaker)라는 동영상 편집 기능이 붙박이로 첨부되고 아이무비(iMovie)라는 동영상 편집 앱 이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정사 진을 찍을 때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하여 편집 을 하고 각종 효과를 주고 타이틀과 자막을 넣어 스스로 단편 동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다. 늘 관객의 자리 에만 머물 줄 알았던 일반인들이 직접 그림을 구상하고 숏 을 다듬고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드는 일을 자발적으로 시 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류에 맞추어 각종 단편영화제와 UCC(User Created Contents) 공모전 등 비전문가가 만든 영화를 출 품하거나 웹상에 업로드하고 관람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여

기저기 생겨났다. 여기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두 부류 로 나뉜다. 홈비디오 급이라고 할 수 있는 초보 아마추어 영상들과 독학이든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든 체계적 인 학습의 흔적이 보이는 영상들이다.

이 책 󰡔󰡔단편영화 제작 입문󰡕󰡕은 스마트 기기나 디지털카

메라를 사용하여 단편 서사 구조를 갖춘 영화와 동영상을 만드는 법을 공부해 보겠다는 학습 욕구의 수요에 부응하 면서 홈비디오보다 높은 수준의 조직적이고 분화된 영화 작업 과정을 알리고자 한다. 작업을 많이 하다 보면 스스 로 깨우치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고 생략해도 좋을 고통스러운 노력이 따라야 하 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한없 이 맴도는 작업에 진이 빠진 나머지 중도에 포기하게 되거 나 어느 지점에서 정체되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확률도 높다. 체계적인 영상 문법이나 효율적인 영화 제작 방식 에 대한 학습이나 고민 없이 만든 동영상에서 ‘예술성’과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견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작업인 단편영화 제작 기법을 제대로 익히고 작업에 임한다면 논리가 떨어지고 중언부언하는 유아기 화법으로부터 조리 있고 명료한 화 술에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웅변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참고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반드시 해당 내용을 실습해 보고 여러 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결과물을 비교 검토해 보면서 자신의 실수를 고쳐 나가는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실습을 해 보려면 팀이 필요하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는 역할 분 담이 필요하고 각 역할에 대한 이해와 분명한 의사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제작 이론에 대한 학 습과 협업이 동시에 진행될 때 이상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영화 제작 경험이 반드시 영화인이 되려는 이들에 게만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필수 능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조직 내 의사소통 능력을 기 르기에 매우 이상적인 교육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상화 방법 중 자신이 선택한 특정한 방법과 의견, 아이디어를 이전에 함께 작업해 본 경험이 없는 낯선 타인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자연스럽 게 터득하게 된다.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한 스태프와 배 우들이 모여서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 이 의사소통하고 의견 조정을 하는 공동창작과 집단지성 을 경험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단편영화의 경우 시나리오를 직접 쓰거나 각색 작업을 하게 되는데 자신이 연출하려는 영화 아이디어를 여러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발표하고 작품의 기획 의도와 연출 스타일에 대해 명확하고 납득할 수 있도 록 설명해야 한다. 스태프와 배우들은 보충 질문이나 다 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에도 감독은 분명한 답변 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의 연출 의도와 방향이 전달되 었다면 나머지 스태프와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감 독이 원하는 연출 의도와 맞게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 와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은 논쟁과 설득, 타협 등의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 양보하고 절충하는 방법 등을 경험 하고 배우게 된다. 이와 같은 의사소통 경험은 일부러 배 우거나 얻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영화 제작 작업이 종료된 이후 손에 쥐게 되는 최종 완성본 영화와는 별개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단편영화 제작은 워 게임이다 단편영화 작업을 고상하게 비유하자면 바둑이나 체스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본다면 피비

린내 나는 소대 단위 전투같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을 지닌 말을 써서 체스 게임에서 상대방의 왕과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 완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그것도 정해진 기한 내에! 감독은 소대장, 혹은 지휘 장교의 위치에서 각 소대원의 개인적인 컨디션 과 그가 갖고 있는 화기의 위력을 고려하여 언제 돌격할 것인지 최적의 타이밍에 명령을 내린다. 전투나 체스에서 와 같이 작전 수행 도중 병사나 말을 잃을 수도 있다. 상대 방의 왕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내 병사들을 다 죽게 만들고 왕마저 넘겨주어야 하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는 ‘영화 제 작 포기’라는 심각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전략이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아야 승리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병법처럼 영화 작업에서는 자신이 전 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도를 예술적으로 담은 영 화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화력, 소대원의 특성과 역량에 해당하는 각 스 태프의 개성과 능력, 사용 가능한 각종 기자재와 특수효과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전장의 지형지물 등을 어떻게 이용 할 것인지, 새벽녘의 공격이 나을 것인지 야간 침투가 효 과적일지 판단해야 한다.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결정

을 내려도 좋지만 한 편의 영화에는 한 번의 기회만이 허 용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 번의 전투가 뼈아픈 고통과 시련의 패배로 끝났다 해도 새로운 영화 작업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고 고지를 노려보며 다시 한 번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서 전투 경험을 쌓아 가다 보 면 신출내기 병사의 모습에서 어느새 산전수전의 경험을 갖춘 베테랑으로 변한 자신의 늠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 을 것이다. 이제 단편영화 제작 워 게임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장 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문서 작업 내용을 정리해 보자.

신 브레이크다운 시나리오의 최종고 혹은 촬영고(shooting script)가 나왔 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영화의 신들을 순서대로 분 석해서 각 스태프가 자신이 해당 신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 들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신 브 레이크다운(scene breakdown)에서는 각 신별로 필요한 배우와 소품, 장비, 분장, 의상, 특수효과, 촬영, 조명, 사 운드 등을 정리 요약한다. 또한 각 신의 분량과 촬영 일자, 간단한 신에 대한 설명도 양식의 머리에 정리해서 이 양식

만 보면 스태프가 신의 규모와 예상 소요시간, 난이도 등 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신 브레이크다운이 완성되면 제 작부와 연출부는 이를 바탕으로 일일 촬영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각종 체크리스트 단편영화를 만들게 되는 각 부서는 자신들이 맡은 작업의 완벽한 수행을 위해 해야 할 일과 준비할 사항을 양식으로 정리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해질 것이다. 제작부는 신 브레 이크다운과 별도로 신들을 표로 정리하여 같은 로케이션 별로 혹은 출연 배우별로 만들어 두면 편리할 것이다. 이 밖에도 미술부는 신별로 필요한 의상과 소품, 분장 등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겠고, 부서별로 제작 회의 내용을 정 리한 회의록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제작부는 특히 여러 가지 문서 작업을 많이 해야 한다. 스태프 리스트에는 부서별 스태프와 연락처를, 로케이션 리스트에는 촬영 장소와 담당자 연락처, 촬영 장소 사진 등을 포함해야 한다. 모든 양식은 중복되거나 의미 없는 항목을 없애고 필요에 맞게, 필요한 항목만 알아보기 쉽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정표 수백억 원 예산의 장편 상업 영화도, 수십만 원 예산의 단 편 독립 영화도 시간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부 족한 이유는 상업 영화는 개봉일 전까지 완성본이 전국 또 는 전 세계에 배급되어야 하고, 단편영화는 공모전이나 영 화제의 접수 마감일, 혹은 학생의 경우 학기말 고사일 전 까지 최종 완성본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감 일은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되어 있는 반면에 영화를 만드 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생기면서 예상 했던 일정을 넘기거나 일정 전체를 다시 짜게 만드는 경우 가 발생한다. 그래서 일정은 늘 필요한 기한에 꼭 맞추기 보다는 전체 일정의 10퍼센트 이상의 여유를 두고 짜는 것 이 좋다. 우리나라는 불규칙한 일기와 세계 톱 수준의 교 통 체증으로 인해 언제든지 갑작스런 일기 변화에 따른 지 체와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갑자 기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제작 현장에 꼭 있어야 할 스태프 에게는 여러 가지 급한 일이 한꺼번에 닥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비일이 있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다. 전체 제작 일정 진행과 파악을 위해 프리프로덕션(pre production)에서 포스트프로덕션(post production)까지

의 일정을 세부 항목 작업별로 기한을 표시해 두면 일정의 진행 사항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일정을 세울 때에는 역순으로 세우는 게 편리할 때가 많다. 즉, 마감일이나 제출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일 정을 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마감일로부터 오디오 편집과 최종 믹싱 기간을 잡고, 그로부터 뒤로 비디오 편집 기간 을 정하면 프로덕션 작업에 어느 정도 기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따라 시나리오 수정이나 프리프로덕션 기한을 효과적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으로 따져 본다면 종종 24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 지만 하루를 기준으로 촬영을 시작해서 마친 1일을 1회차 로 부르는데 촬영 회차가 몇 회인지에 따라 예산은 큰 영 향을 받는다. 4회차 분량의 프로덕션을 3회차에 마쳤다면 프로덕션 예산의 25퍼센트쯤을 아낄 수 있게 되고 반대의 경우 정해진 예산을 초과하게 된다. 일정은 적절하고 현 실적인 판단 아래 계획되어야 의미가 있게 된다.

예산안 수백억 원 예산의 장편 상업 영화도 수십만 원 예산의 단 편 독립 영화도 돈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주어진 예산 으로 기한 내에 영화를 완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제작부

와,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스토리를 보다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연출부와 촬영부의 목표는 돈 문제에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가 따로 없이 감독이 비용을 조달하거나 스태프들이 십시일반으 로 모아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독립 단편영화의 경우 예산은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간하고 창의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독립 영화인들이 기발한 발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 하다고 느껴진 영상을 소화해 냈으며 반대로 비교적 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장면인데도 장편영화를 흉내 낸 것처 럼 보여서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창의력과 상 상력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할 때에만 필요한 게 아니 라 영화 제작의 전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예산이 결정되면 부서별 예산과 프리프로덕션, 프로덕 션, 포스트프로덕션별로 예산을 나누어 정리하고 수입과 지출을 정리한 예산 사용 내역도 그날그날 정리해서 쓴 돈 과 남은 돈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단편영화를 제작하면서 지출한 항목들을 눈여겨보면 큰돈이 들어갈 수 있는 장비 렌탈이나 배우의 출연료는 예 상외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학생 영화의 경

우 학교에서 웬만한 장비는 대여해 주니 추가로 임대하는 장비가 없으면 돈을 아낄 수 있고 배우 역시 학생 배우나 신인 배우의 경우 자신의 포트폴리오(portfolio)나 연기 경험을 위해 무보수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역시 돈 을 쓰지 않아도 된다. 세트를 제작할 경우나 소품 의상 등 을 구입하는 미술 비용, 장소 임대비, 스태프와 배우의 숙 박비, 의상 구입비가 있는데 영화마다 상이하다. 독립 단편영화의 지출 항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 용은 다름 아닌 ‘식대’다. 식대와 간식비는 또한 영화의 완 성도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대부분 무보수로 작업에 참 여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은 빡빡한 일정과 더딘 진행으로 심신이 피로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따뜻하고 맛있는 식 사와 간식이 적절한 타이밍에 쾌적한 환경에서 제공되면 제작진의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라앉힌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지나도록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하다가 그나 마도 다 식어 버리고 제대로 앉을 공간도 없이 촬영장 한 쪽에 서서 끼니를 때워야 하는 현장이라면 이후의 촬영에 서 배우와 스태프의 뜨거운 열정을 계속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목이 마른데도 음료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추운 외부에서 몇 시간째 작업을 하는데도 따뜻한 차 한 잔 요구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제작 초기에는 사기충천했

던 스태프들이더라도 어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 아가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 다. 정성껏 마련한 좋은 음식과 음료, 간식을 스태프와 배 우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제공하는 것으로 영화의 결과가 좋아진다면 이는 기꺼이 투자할 만한 항목이다. 더군다나 다음 작업에 도움을 또 한 번 구할 때 유쾌한 작업 현장을 기억하고 있는 스태프라면 흔쾌히 응할 가능성이 높다.

숏 리스트 단편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나하나 열거해 보면 끝도 없 이 이어질 것이다. 지난 영화 작업에서는 절실했던 작업 이 요번 단편영화에서는 불필요한 항목도 있고, 경우에 따 라 프로덕션 단계보다 포스트프로덕션의 비중이 훨씬 커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업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 는 것은 각 영화가 다른 주제와 배경으로 제작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열 편의 영화 작업에서 열 가지 다른 형태의 작 업 방식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작업마다 개성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만들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 업으로 손꼽히는 작업이 있으니 바로 숏 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다. 숏 리스트는 신 브레이크다운 작업이 끝나고 각 신을

어떤 숏들로 찍어서 영화 스토리를 전개할지에 대한 계획 표로 연출부가 담당한다. 예를 들면 ‘화가 난 철수와 영희 는 아무 말 없이 상대를 노려본다’라는 시나리오 지문을 어떤 숏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를 구상 하여 숏의 크기, 앵글, 카메라 움직임, 배우의 동선을 표기 하는 것이다. 한 줄의 짧은 지문이지만 여러 개의 숏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나란히 서서 상대 를 마주보고 있는 롱 숏으로 시작했다가 철수의 얼굴 클로 즈업 숏으로 이어지고 이를 영희의 클로즈업이 받는데 영 희의 클로즈업은 철수의 오버 더 숄더(over the shoulder) 숏으로 마무리한다라는 식이다. 필요하다면 원형 트랙을 설치하여 철수와 영희를 원 안에 넣고 카메라가 두 사람의 주변을 따라 돌면서 달리 숏으로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을 하나의 트래킹 숏으로 찍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이다. 경우에 따라 같은 내용의 숏을 한 가지 이상의 방법 으로 찍었다가 편집 작업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 다. 같은 숏을 수십 번 찍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르게 찍든 한 숏에서 필요한 것은 하나의 테이크일 뿐이다.

스토리보드 스토리보드는 그림 원고라고 바꾸어 부를 수 있다. 활자 로 된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이 영화 만들기인 데 영상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각 숏을 어떻게 찍 을지 구상한 숏 리스트를 바탕으로 각 숏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여 활자 원고를 그림으로 바꿔 놓는 작업이다. 만 화와 비슷하게 생긴 스토리보드에는 실제 촬영에서 인물 이 어느 자세에서 어떤 크기와 움직임으로 화면에 보이게 할지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같이 표시 한다. 스토리보드를 그릴 때는 실제의 촬영에 적용되는 화면 비율에 맞게 그리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다면 정밀하 고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촬영할 때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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