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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다시 창궐하는 집단 지성의 그림자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세월호 침몰은 잠수함이 원인이다. 동물원 호랑이가 시내에 돌아다닌다. 다 거짓말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인터넷이 루머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그림자>, 니콜라스 레리히, 1916


인텔리겐치아 2630호, 2015년 6월 11일 발행

이혜규가 쓴 ≪루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프랑스 루 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굶어 죽어 가는 백성들에게 했던 말로 알려져 있 다. 그러나 사실은 민중과 프랑스 혁명군이 고의로 만들어 퍼뜨린 루머였다고 한다. - ‘역사 속의 루머’, ≪루머≫, 2쪽.


루머의 효과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 게 했다. 이때 프랑스에는 수많은 루머가 떠 돌았다. 혁명을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 었다. 혁명 세력이 루머를 이용한 것인가? 가능한 가설이다. 프랑스혁명에서 그랬듯이 루머는 종종 폭동이나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 된다. 루머는 전쟁에서 어떻게 이용되었나? 2차 세계대전에서 특히 기승을 부렸다. 전쟁 당사국들이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으로 루머 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루머의 번식 조건은? 상황의 불확실성과 정보의 중요성이다. 상 황이 불확실할수록, 담고 있는 정보가 중요 할수록 루머의 영향력은 강해진다. 불확실한 상황이란? 최근 문제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보자.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이런 일이 벌어 지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결책, 앞으로의 결 과를 확실하게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면 사 회 구성원들은 불안해진다. 무엇이 루머를 만드는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추측성 정보가 바로 루머다. 기존 경험이나


공식 정보로 상황을 해석할 수 없게 되면 사람 들은 나름대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한다.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다. 이런 집단 협력 이 루머를 낳는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잠 수함 충돌설 같은 루머가 떠돈 것도 같은 맥 락이다. 공식 정보를 제공하면 루머를 막을 수 있나? 상황의 불확실성이나 사람들의 불안을 줄일 수는 있다.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인가? 정보의 양보다 정보와 정보 제공자에 대한 신


뢰가 더 중요하다. 루머의 만연은 사회 신뢰 의 붕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루머의 확산 통로는 무엇인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루머조차도 쉽게 공유되고 확산된다. 재미로 루머를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공유 과정에서 거짓 루머가 진실로 둔 갑되기도 한다. 통제 방법은 없나? 루머 통제는 쉽지 않다. 반박이 통제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루머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다양 한 통제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에스엔에스는 통제에 도움이 안 되나? 양면성이 있다. 루머를 빨리, 넓게 확산하는 한편 진실 여부를 밝히기도 한다. 집단 지성 을 통해서다. 진실이 밝혀지면 루머는 불식 되기 마련이다. 그런 예가 있나? 2011년 여름 영국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 각종 루머가 돌았다. 폭도가 동물원을 습격 해 호랑이가 풀려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루머는 호랑이 사진까지 첨부되어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런던 동물 원의 호랑이가 아니라 2008년에 찍힌 이탈 리아 호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짓 루 머는 사라졌다.


당신이 새삼 루머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잠하던 루머가 다시 기 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 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루머의 양도 많아지고 확산의 속도도 빨라졌다. 영향력 도 막강해졌다. 이 책 ≪루머≫는 무엇을 다루나? 루머의 정체, 이를 만들고 믿고 소비하는 동 기와 이유, 통제 방안을 소개한다. 피할 수 없 는 루머의 정체를 파악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혜규다.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다.


루머, 다시 창궐하는 집단 지성의 그림자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세월호 침몰은 잠수함이 원인이다. 동물원 호랑이가 시내에 돌아다닌다. 다 거짓말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인터넷이 루머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그림자>, 니콜라스 레리히, 1916


루머 이혜규 지음 휴먼 커뮤니케이션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30쪽 9,800원


작품 속으로

루머


루머로 가득한 사회

루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우리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본인이 의식을 했든 안 했든 루머를 퍼트리는 데 일조했을 테고, 루머의 생산자였을 수 있으며, 루머의 수 혜자 혹은 피해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현재의 한국 사회는 루머 사회라고 할 만큼 온갖 루머가 사회 도 처에서 우리를 혼란케 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4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의 침 몰은 사건 그 자체 외에도 우리 사회가 루머 때문에 거듭 침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세월호 침몰을 겪으면서 우 리는 잠수함이 충돌했다, 손가락 골절 시신이 발견되었다 등의 숱한 루머를 들으며 참과 거짓, 내 편과 네 편의 분열 속에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세월호 사건 이후 만연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루머 연구의 선구자라 할 수 있 는 자무나 프라사드(Jamuna Prasad)는 1930년대 인도에 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떠돌았던 루머를 분석한 후, 루


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려면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할 만한 사건이어야 한다. 둘째, 흔치 않게 일어나는 사건으 로 사람들에게 생소해야 한다. 셋째, 상황과 관련된 정보 가 불충분해야 한다. 넷째,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해야 한다. 다섯째, 집단의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상의 조건들을 모 두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으며, 루머는 사건의 성격상 예 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위의 조건들을 만족한다고 해서 루머가 항상 극 성을 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간단히 정의하면, 루머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누군가가 만들어 낸 추측이다. 루 머 연구자들(Allport & Postman, 1947; Shibutani, 1966) 은 루머는 불확실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공식적인 정보 로는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보를 만들어서라도 상황을 해석하려는 노력의 산물이 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발표가 신 속하고 정확하며 신뢰할 만했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 어 내는 루머는 그 양도 적고 강도도 덜했을지 모른다. 세 월호가 침몰된 직후 발표한 정보가 잘못되고 번복되는 사


이, 사람들은 이미 나름대로 사건을 해석하며 루머를 만들 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나아가 루머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내에 존 재해야 하는 신뢰가 무너져 있음을 의미한다(Fine, 200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중앙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는 32.4%에 불과했다. 신뢰와 루머의 관계는 그동안 많이 연구된 분야는 아니 다. 그러나 최근의 보고들은 신뢰가 루머 확산의 가장 중요 한 변수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 니컬러스 디폰조(Nicholas DiFonzo)와 프라샨트 보디아(Prashant Bordia)는 어떤 기 업이 구조 조정을 하고 있을 때, 떠돌던 루머를 수집해 조사 한 적이 있는데, 조직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루머가 많이 떠돌 수 있음을 관찰했다. 신뢰는 기존의 연구들이 루머 확 산의 주요 변수라고 주장한 사람들의 불안감이나 상황의 불 확실성보다도 루머 확산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조 직에 대한 신뢰가 높으면 상황이 불확실하고 걱정을 끼치는 요소가 많을 때에만 사람들이 루머를 공유하지만, 조직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불확실한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 들이 루머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머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 극성을 부리지만, 루머 자체가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


도 있다. 특히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형태 의 루머는 누군가가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만들어 낸 음모일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위 ‘쐐기 박기 루머’라고 분류되 는 이러한 루머는 인류의 역사에서도 집단을 이간질해 폭 동과 전쟁을 부추겨 왔다. 루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함께해 왔다. 그러 나 지금 그리고 이곳,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루 머에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신과 이념의 갈등은 물론이고,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 가공, 제공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까지 우리 사회는 루머가 번식하는 데 아주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사회와 루머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언제 어디서나 실 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전파할 수 있게 되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루머가 퍼지는 시대가 되었다. 더구나 인터넷 상에서는 태도나 의견이 한 방향으로 쏠리기 쉽다는 점에 서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인터넷 여론을 타고 진실 인 양 수용될 수 있다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사람과 선택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만을 여과 해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러한 조건에 맞는다면 정보 자체의 사실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수용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어떤 루머가 돌고, 그것이 자신의 기존 태도나 의견과 맞는다면 진위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루머를 수용할 수 있다. 특히 루머 확산의 주요 채널이라고 알려진 트위터 이용 자들은 정치 지향성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보고된다. 국 내 트위터 이용자들이 팔로잉(following)하는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을 분석한 연구와 트위터 이용자의 지지 정당을 조사한 두 편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은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좌편향 성향을 가진 사람들 이 많았다(김영석, 2012). 이러한 현상들을 종합하면, 적어도 정치적 이념이 연관 되어 있는 루머는 정보의 사실 여부보다는 루머 수용자들 의 정치적 성향과 루머의 내용에 따라 진실 혹은 거짓으로 분리되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사건과 세월 호 사건 등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수많은 루머와 그 때문에 야기되었던 이념의 대립과 혼란은 이와 무관하 지 않을 것이다.


루머에 대한 낙관과 비관 이처럼 루머의 극성과 악영향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루 머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더구나 인터넷 루머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루머가 발생했을 때 조직들은 대개 그것을 반박하는 전 략을 사용한다.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함으로써 루 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를 낮추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일부 연구에서 는 루머 반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루 머 반박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루머를 더 알리거나 루머를 더 따르게 하는 데 일조한다는 보고들도 있다. 일선의 홍보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루머 통제는 사람들 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라고 말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상황을 이해하 고 해석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루머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루머를 잠재울 수 있을 것 이란 주장은 근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식적인 정보는 부인되고 루머가 더 신 뢰받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이는 정보의 제공,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 혹은 정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담보될 때에 비로소 루머의 반박이 성공할 수 있음 을 말해 준다. 또한 루머는 단지 정보의 부재뿐만 아니라 대중의 흥미 혹은 감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확산되는 경우도 흔하다. 독일의 인터넷 리서치 회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람들 은 부족한 정보를 채우기 위한 목적 외에도 자신의 편견을 더 확고히 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나 억압된 감정을 표출 하기 위해서, 혹은 단순히 수다를 떨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즐거움 때문에 루머를 공유한다. 우리나라에 서는 특히 초등학생들이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루머를 퍼 트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2011년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초등 학생 10명 중 7명이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거짓 정보나 루 머를 유포한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정보의 제공만으로 루머를 불식하기에는 한계 가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를 종합할 때, 루머를 통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은 없어 보인다. 그렇 지만 고무적인 사실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개인의 지 성이 집단으로 합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루머의 진실 이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2011년 여름 영국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 영국의 언


론사인 ≪가디언(Guardian)≫은 폭동과 관련된 트위터 루머 257만 건을 분석했다. 루머 중에는 군대 탱크가 런던 시내에 배치되었다거나 경찰이 16세 소녀를 폭행했다는 내용부터 폭도들이 동물원을 습격해 호랑이가 풀려났다 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디언≫은 수집된 트위터 루머를 일곱 가지 유형으 로 나누고, 이들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확산되고 루머 의 내용이 어떻게 지지되거나 혹은 반박되는지를 분석했 다. 그 결과 루머는 반박과 지지를 거치면서, 결국은 사실 여부가 밝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동물원 습 격 루머는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는 호랑이의 사진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그러나 루머가 확산되면서 사진은 런던 동물원에 있던 호랑이의 것이 아니라 2008년에 찍힌 이탈 리아의 호랑이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 정보가 트위터 로 확산되면서 거짓 루머는 소멸되었다. 또한 ≪가디언≫의 분석을 통해 도덕의 붕괴와 범죄 집 단의 소행이 폭동의 원인이라는 영국 정부의 해석이 빗나 간 것임도 밝혀졌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다양 한 계층과 인종이 폭동에 가담했으며, 영국 사회가 불평등 하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폭동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특히 온라인상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의 메시지를 통해 루머가 자동으로 소멸될 뿐만 아니라 국 민들의 여론을 엿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이처럼 인터넷은 루머의 확산과 영향력에 긍정과 부

정의 양날을 지닐 수 있다. 물론, 󰡔󰡔루머󰡕󰡕라는 책을 썼고 현재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있는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처럼 비관론을 펼치는 학 자들도 있다. 선스타인은 인터넷을 통해 거짓 루머를 바 로잡기 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 루머에 대해 진 실이 이기고 있다는 결론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 치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진실이 알려진다 해도 사람들이 바로잡은 내용을 얼마나 보고 믿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표한다. 사람들에 게는 대중의 믿음과 자신의 기존 태도를 강화하려는 성향 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믿은 루머를 바로잡기는 힘들 것이 라는 해석이다. 선스타인은 인터넷으로 인해 루머를 바로 잡기 쉬워졌다는 “낙관적인 예상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 적응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거짓 루머는 항상 우리 곁에 산재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맞는 루머라면 진위는 따져 보지도 않고 “진실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겠 지”라고 생각하며 루머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 루머라도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스타인 의 주장이다(Sunstein, 2009). 이러한 관점에서 선스타인은 거짓 루머를 유포하는 사 람들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명 ‘위 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사 람들에게 자신의 판단이나 의견을 낼 때 형사상 처벌이 가 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표현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의 사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책의 방향과 구성 루머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속되어 왔지만, 제2차 세계 대전을 기점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후 잠잠했던 루 머에 대한 관심이 최근 다시 들끓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 으로 루머의 확산이 빨라지고 그로 인한 영향력이 막강해 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루머의 정체를 파악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쓰였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많음을 고백한다. 루머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고, 더군다나 루머에 대응하는 전략을 다룬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나마 존재하는 루머 연구들조차 제2차 세계대 전 무렵에 진행되었으며, 최근 연구들은 소수의 루머 연구 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루머에 대한 연구들이 다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로 트위 터나 온라인상에서 루머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살펴본 시뮬레이션 혹은 빅데이터 중심의 연구들이다. 이들 연구 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루머의 양상을 파악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람들이 루머를 왜 퍼트리고 온라인 루머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책 역시, 온라인 루머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의 연구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지만 루머 연구에 관한 고전적인 자료들과 오프라인 루머에 대 한 연구들을 주로 포함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루머 연구가 많이 이 루어진 바 그때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루머 연구자들, 예를 들면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와 레오 포스트먼(Leo Postman)의 주장을 많이 반영했다. 또한 이 책의 많은 내 용들이 동시대에 루머 연구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디폰 조(DiFonzo)와 보디아(Bordia)의 연구 자료들과 저서를 참고해 쓰였다.


최근 문제가 되는 온라인 루머는 분명 과거 오프라인을 통해 전파되던 루머와는 다를 수 있다. 과거에는 구전을 통해 주로 아는 사람들끼리 루머를 공유했다면, 이제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세계 곳곳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루머를 퍼트릴 수 있다. 또한 루머의 전파자도, 루머를 전달받는 사람도 다수의 익명일 수 있다. 나아가 루머가 사람들의 입에서 소멸된다 해도 사이버 공간에 남아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본질적인 이유와 과정은 루머가 구전으로 전달되든, 혹은 인터넷으로 전달 되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체의 변화로 확산이 용 이해졌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는 루머의 정체, 루머 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동인,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임에도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이유 등은 크게 달 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이를 가정하고 쓰였다. 또한 이 책은 부정적인 루머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루머는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반드시 부정적 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루머에 비해 부정적 인 사례가 훨씬 많으며, 부정적인 루머가 우리 삶에 미치 는 영향이 훨씬 파괴적이다. 이를 고려할 때, 부정적인 루 머에 초점을 맞춘 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루머들을 다루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루머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그중 폭동과 전쟁, 정치, 기업과 개인, 특히 연예인들에게 발생 했던 루머의 일부를 소개했다. 2장은 루머의 정체를 다룬다. 루머의 정의가 확고하게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루머 연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정의를 소개했다. 또한 뉴스와 가십 같은 정보들과 루머 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그 외 루머의 종류를 알 아보았다. 3장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인 루머를 사람들이 왜 공유 하는지, 루머를 공유해서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 지를 살펴보았다. 치알디니와 트로스트(Cialdini & Trost, 1998)는 사람들은 ① 주어진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행동 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②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증 진시키기 위해, ③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루머의 공유 역시 사 회적 상호작용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루머의 기능 역시 치 알디니와 트로스트의 주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 다. 이와 관련해 루머 연구가인 디폰조와 보디아가 제시 한 루머의 기능을 소개했다(DiFonzo & Bordia, 2007). 또


한 디폰조와 보디아가 열거한 루머의 기능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학자들이 주장하는 루머의 정서적 충족 기 능과 오락 기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4장은 루머의 확산을 다루었다. 루머는 검증되지 않은 정 보라는 점 외에도, 사회에서 확산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루 머 연구의 선구자인 올포트(Allport)와 포스트먼(Postman) 이 제시한 루머의 확산 공식을 중심으로 루머가 확산되는 조건을 다루었다. 또한 믿을 만하지도 않은 루머가 감정을 촉발함으로써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나아가 루머는 확산되는 도중 내용이 추가되거나 삭제되고 일부 내용만 강조되기도 하는데, 4장은 확산 과정 중에 루머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소개했다. 루머는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다. 5장은 그럼 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루머를 믿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6장은 루머가 진실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 보았다.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는 차원에서 루머는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정보다. 사실 혹은 거짓이 냐는 동전 던지기의 확률일 수도 있다. 연구 내용들이 제 한적이긴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에서 밝혀진 루머의 진실 성에 대해 소개하고 루머의 종류에 따라 루머의 진실 가능 성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루머의 진실을 밝히


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의 동기나 상황, 나아가 집단지성 의 역할을 소개했다. 7장은 사람들이 루머를 별로 믿지 않을 때조차도 루머 에 휩쓸리는 이유를 다루었다.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는 인간의 부정 편향과 집단의 행동을 무조건 따라하는 사회 적 동조와 같은 심리학적 이론들을 토대로, 루머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8장은 루머가 발생했을 때 조직 혹은 개인이 취할 수 있 는 전략을 다루었다. 루머가 근거 없는 정보이긴 하지만, 근거 없는 정보라고 치부하거나,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근 거 없는 정보’이니 믿지 말라고 설득하는 전략이 항상 효 과적인 것은 아니다. 8장은 루머 통제 전략에 대해 보고된 기존의 연구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 으로 통하는 루머 통제 전략은 없다. 가장 좋은 루머의 통제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임을 밝혀 둔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지만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루머의 발생 시점에서 조직이 내보내 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조직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축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인터넷 혹은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삶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루머의 생성과 확산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9장 은 인터넷과 루머의 주제를 다룬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루머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루머는 미처 손쓸 시간 조차 없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 넷을 통해 루머의 진위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 며, 사실 여부를 알리는 일도 더 쉬워졌다. 9장은 루머 맥 락에서 인터넷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10장은 루머와 사회의 관계를 다루었다. 우 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루머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사회 구 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추측성 정보가 루머라는 차원에서 오늘, 우리 주변을 맴도는 루머는 사회 구성원들의 아우성 일 수 있다. 루머는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과 인간 커뮤니 케이션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 걸쳐 있는 복잡 하고 광범위한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루머 의 아주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다. 또한 많은 내용들이 오 프라인 루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구들을 토대로 했다. 독자들이 이러한 한계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대했으면 한다. 아울러 루머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온라


인 루머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들도 많아져 이에 대 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부족하지만 이 책의 내 용이 루머 사회를 살아 내야 하는 독자들이 루머를 좀 더 이해하고, 루머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 길 바란다.

참고문헌 김영석(2012). SNS를 통한 루머 확산,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논단≫, 26권 1월호, 40∼47. Allport, G. W., & Postman, L. J.(1947). The psychology of

rumor. Holt, Rinehart & Winston, NY: New York. Cialdini, R. B., & Trost, M.(1998). Social influence: Social norms, conformity, and compliance. In D. Gilbert, S. Fiske & G. Lindzey (Eds.), The handbook of social psychology 4th

edition (p.152). Oxford University Press, NY: New York. DiFonzo, N., & Bordia, P.(2007). Rumor psychology: Social

and organizational approache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DC: Washington. Fine, G. A.(2007). Rumor, trust and civil society: Collective memory and cultures of judgment. Diogenes, 213, 5∼18. Shibutani, T.(1966). Improvised news: A sociological study of

rumor. Bobbs-Merrill, IN: Indianapolis. Sunstein, C. R.(2009). On rumors: How falsehood spread, why

we believe them, what can be done. Farrar, Strauss and

Giroux, NY: New York. 이기동 옮김(2009). 󰡔󰡔루머󰡕󰡕.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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