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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6/10

베스트셀러

≪고난의 90일≫ 중 <서울 탈출기>

수기, 전시의 베스트셀러 전쟁이란 무엇인가? 사느냐, 죽느냐다. 전시의 책은 무엇인가?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다. 전시에 논픽션이 쏟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쟁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텔리겐치아 2646호, 2015년 6월 19일 발행

1945년 해방 직후 호황기를 누렸던 한국 출 판 산업은 한국전쟁을 맞아 엄청난 타격을 입 는다. 그러나 이내 우리 민족의 치열한 교육 열과 맞물리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읽을거리가 귀한 상황 속에서 서울에서 피난 한 출판사와 지역 출판사는 경쟁적으로 출판 활동을 벌였다. 특히 ≪고난의 90일≫(유진오 외 지음, 수도문화사), ≪나는 이렇게 살았다≫(채대 식 외 지음, 을유문화사) 같은 전쟁 수기들은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이 책들은 북한군이


≪나는 이렇게 살았다≫ 표지, 1950


서울을 점령한 기간에 저자가 겪은 체험을 생 생하게 전해 독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또 일 본의 평범한 주부가 어린 세 자녀와 함께 만주 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고생담을 담 은 수기 ≪내가 넘은 삼팔선≫(후지와라 데이 지음, 정광현 옮김, 수도문화사)도 꾸준히 읽 혔다. 삼팔선을 넘어 남한으로 월남한 사람들 이 자신의 경험처럼 받아들였다고 한다. 수기 외에 김삿갓으로 알려진 김병연의 시를 중심으로 그의 일생을 재구성한 픽션인 김용제의 ≪방랑시인≫, 김내성의 장편 연 애소설 ≪청춘극장≫도 인기를 끌었다. 전 쟁에 시달리는 피난민을 위로하고 향수를 달 래 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전쟁기에 출간된 책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


었으며 전쟁 후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었다. 부길만, 동원대학교 광고편집과 교수, ≪한국 출판 역사≫ 지은이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6/10

베스트셀러

≪고난의 90일≫ 중 <서울 탈출기>

수기, 전시의 베스트셀러 전쟁이란 무엇인가? 사느냐, 죽느냐다. 전시의 책은 무엇인가?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다. 전시에 논픽션이 쏟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쟁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국 출판 역사 부길만 지음 출판학 2013년 2월 2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22쪽 9,800원


작품 속으로

한국 출판 역사


지식기반 사회와 출판의 역할

이 책은 한국 출판 역사를 고려 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

르기까지 고찰하고 있다. 고려 이전 시기에도 원효의 󰡔󰡔금 강삼매경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의 저술이 있고,

역사서로 백제의 󰡔󰡔서기(書記)󰡕󰡕, 신라의 󰡔󰡔국사(國史)󰡕󰡕, 고

구려의 󰡔󰡔신집(新集)󰡕󰡕󰡕등이 편찬된 바 있다. 또한, 751년경

간행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세계 최초의 목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출판물들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다만, 이 책의 취지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간략한 한국출판문화사 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시기를 고려 시대에서 1980년대 까지로 한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불교문화뿐만 아니라 세 계인쇄문화사에서도 빠질 수 없는 󰡔󰡔팔만대장경󰡕󰡕과 조선 시대 최대의 기록물이자 출판편집 작업의 결정체라고 할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서술은 생략했다. 이 두 출판물에 대해서는 인류의 출판문화를 다룬 󰡔󰡔출판기획물의 세계사󰡕󰡕 에서 서술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출판문화사의 시기 구분 이 책은 비록 작지만 한국출판문화사에 대한 통사라 할 수 있으므로 먼저 시대를 구분해 보았다. 시대 구분의 기준 은 크게 두 가지, 곧 사회 변동과 출판의 변화·발전이다. 이에 따라 시기를 1876년 개항과 1945년 해방을 기점으로 구분했다. 개항 이후는 사회적 변동이 가장 컸고 근대적 출판이 시작된 시기이고, 해방 이후는 한국이 현대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상업출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다. 따라서, 출판문화사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개 항 이전은 불교가 사회의 중심축이었던 고려 시대와 숭유 억불의 기치를 높이 든 조선 시대로 구분하고, 조선 시대 는 다시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로 세 분했다. 임진왜란 이후 양반 관료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 고, 실학과 민본사상이 싹텄다. 아울러, 조선 후기로 갈수 록 상업과 농업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계급의 신분 상승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상업출판의 싹이 본격적으 로 자라기 시작한 것도 임진왜란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개항 이후부터 해방 이전 시기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로 나누었다. 개화기는 서구의 근대문물이 밀려들어오고 국민적 자각이 고개를 든 시기다. 국민 계몽이 시대의 화 두였기 때문에 출판도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 일제강점


기는 국가 주권 자체가 일본에 넘어 갔기 때문에 대다수 의식 있는 서적들은 금서로 묶였고, 출판기업도 크게 위축 될 수밖에 없었던 시기다. 해방 이후는 상업출판이 본격 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전의 출판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 상을 띠게 되었다. 이 해방 이후의 시기는 서술의 편의상 10년 단위로 세분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네 시기 로 구분했다. 이렇게 해 전체를 아홉 시기로 세분했다. 그리고 조선 전기를 뺀 각 시기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해 보았다. 조 선 전기는 출판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인 한글 창제가 이 루어진 시기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언해본 출판을 일반 출판물인 관판본과 함께 다루었다. 그 결과 아홉 구간의 시기에서 10개의 핵심 키워드를 추출할 수 있었다. 키워 드로 살펴본 시기별 출판의 전개 과정과 성격은 다음과 같다.

고려ㆍ조선 시대의 출판 첫째, 고려 시대 사찰판본이다. 이것은 불교의 사찰에서 간행한 책인데, 그 목적은 사찰이 포교를 위해서 또는 신 도들이 공덕이나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불교는 왕권 강화의 매개체로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왔고,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는 국교로서 더욱 널리 퍼졌다. 이에 따라 사찰

판본의 간행도 활발해져 최초의 사찰판본인 󰡔󰡔보협인다라 니경󰡕󰡕을 비롯한 다양한 불교 서적들이 고려 시대 내내 간

행되었다. 조선 왕조로 들어오면서 이 같은 사정은 달라졌다. 국 가 정책의 중심이 불교에서 유학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제 불교는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인쇄문화의 중 심도 사찰의 사찰판본에서 정부의 관판본으로 전환되었 다. 그래도 일반 민중은 물론 왕실의 뿌리 깊은 종교심은 변하지 않아, 사찰판본은 조선 시대에도 꾸준히 간행되었 다. 심지어 조선 초기에는 세종과 세조가 불교서적의 편 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고려 시대 사찰판본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출판물이

있으니, 바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다. 이 책은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인바, 한국이 금속활자 발명국으로서 세계 인쇄 문화의 종주국임을 증명해주는 책이다. 즉, 󰡔󰡔직지󰡕󰡕의 간 행 연도가 1377년이므로 1450년대에 나온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2001년 󰡔󰡔직지󰡕󰡕를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당연

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에서는 뒤늦은 2007년 󰡔󰡔직지󰡕󰡕󰡕등


인쇄문화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법 률로 규정했다(인쇄문화산업진흥법 참조). 둘째, 조선 전기 출판의 중심이 된 관판본이다. 조선 시 대는 고려 시대와 달리 중앙정부 또는 지방 행정기관에서 직접 서적의 간행 작업을 맡았다. 조선은 고려 왕조를 몰 아내고 불교를 배척했지만, 고려의 출판인쇄 사업은 계 승·발전시켰다. 이것은 물론 조선조의 국시인 유학 관련 서적들을 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 시대 최초의 관

판본은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로 알려져 있다. 이것

은 중국 명나라의 기본적인 형법전(刑法典)인 󰡔󰡔대명률󰡕󰡕 을 해석한 책인데, 1395년 서적원에서 간행했다.

또한, 태종은 유학의 중심사상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기치를 내걸고 서적간행 사업 을 계획해 수십만 자의 동활자를 우선으로 주조했다. 이 때부터 국가사업으로 활자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유학 서 적과 역사서 등이 다수 출간되었다. 활자는 태종 때 계미 자, 세종 때의 경자자와 갑인자를 거치면서 계속 만들어졌 다. 특히, 세종 시기에는 유학과 역사 분야는 물론 문학, 과학, 언어, 음악, 농업, 법률, 천문, 지리 등 광범위한 분야 에서 많은 책들이 간행되어 출판문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세종 시기의 찬란했던 출판문화는 세조대를 거쳐 성종대


에 와서 다시금 만개했다. 즉, 󰡔󰡔경국대전󰡕󰡕, 󰡔󰡔동문선󰡕󰡕, 󰡔󰡔동 국여지승람󰡕󰡕, 󰡔󰡔악학궤범󰡕󰡕, 󰡔󰡔국조오례의󰡕󰡕, 󰡔󰡔고려사절요󰡕󰡕, 󰡔󰡔동국통감󰡕󰡕󰡕등 대형 출판물들이 연이어 발간된 것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 간행한 출판물은 종류는 많았지 만, 인쇄 부수는 매우 적었고 유통도 열악했다. 유통 방식 도 왕의 하사품처럼 보급하는 반사제도를 택했기 때문에, 서적 보급이 일부 양반층에 국한되었고 인쇄 기술도 그다 지 발달하지 못했다. 셋째, 조선 전기 출판의 또 다른 특징인 언해본이다. 언 해본 출판은 한글 창제를 전제로 한다. 한글은 뜻글자가 아니라 자연 만물의 이치를 담은 소리글자로 탄생했다. 이것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당시 조선으로서는 이변이 아 닐 수 없었다. 더욱이, 세종은 하층 민중을 문자 사용의 주 체로 파악했다. 이것은 결국 한글 창제에 대한 양반 관료 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세종은 한글 활 자를 만들게 했고, 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저술인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발간하게 했으며, 한자 사전인 󰡔󰡔동

국정운󰡕󰡕을 펴내면서 한자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게 했다. 조선 전기 언해본 출판은 유학 관련 서적이 아니라 불 교서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울러, 교화용 서적의 언해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삼강행실도언해󰡕󰡕는 세종 때부터 계획되었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성종 때인 1481년에야 나올 수 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삼강행실도󰡕󰡕의 간행은 직접적으 로 효자, 열녀, 충신의 배출에 기여했고, 간접적으로는 조 선 사회가 불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교화 사회로 변화 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넷째, 한국 상업출판의 기원이 되는 조선 후기의 방각 본이다. 방각본이란 조선 시대에 민간인이 영리를 목적으 로 판각해 출판한 서적을 말한다. 조선 시대 방각본은 크 게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백과사전이나 농사 지침, 서간문 작성법, 병법 등을 다룬 실용서다. 둘째, 도 의 교본이나 아동용 학습서다. 셋째, 유학 관련 서적이다. 넷째, 소설 등의 오락 서적이다.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방각본은 1576년(선조 9)에 간행된 󰡔󰡔고사촬요󰡕󰡕다. 방각본 출판이 조선 후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사회적

여건으로는 크게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서적 공급과 수요의 격차다. 지방의 관서나 향교에는 과거시험 공부에 필요한 책조차 제대로 구비하지 못했다. 이처럼 관판본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인들이 직접 서적 을 제작해 판매에 나서게 된 것이다. 둘째, 인구 증가와 상 품화폐 경제의 발달이다. 독서 가능 인구가 늘어남에 따


라 서적도 시장의 상품으로 바뀌어 갔고, 출판에서도 다수 독자를 겨냥한 한글서적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소설과 같 은 오락 목적의 서적들이 다수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 한 현상은 활판인쇄술이 널리 퍼져나간 유럽의 경우에도 나타났다. 즉, 라틴어가 아니라 영어, 독일어 등으로 쓴 자 국어 서적들이 많이 나왔고, 출판 성향도 초기의 종교서에 서 오락적 독서물로 변화해 갔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방각본을 통해 과거시험 공부는 물 론 아동들의 학습, 의례 교육, 가정 살림살이, 의료 등 다 양한 분야에서 실제적인 문제의 해결을 도모했다. 또한, 조선 시대의 독서문화에서는 오락과 메시지가 병존되어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오락적인 소설 속에서도 사회 개 혁이나 현실 극복의 메시지를 찾고자 한 것이다. 조선 후

기 방각본 출판에서 특기할 사실은 󰡔󰡔옥주호연󰡕󰡕과 󰡔󰡔정수 정전󰡕󰡕󰡕같은 소설 속에서 여권신장의 선구적 인물상을 담 아내고 있는 점이었다. 이것은 한국 페미니즘 연구에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화기ㆍ일제 강점기의 출판 다섯째, 개화기 또는 애국계몽기 출판의 핵심인 계몽도서 다. 한국 역사에서 개화기는 세계열강의 각축 속에서 국


가 존립이 위태로운 시기였다. 그러나 정부는 부패하고 무능해 위기에 대처할 수 없었다. 결국 민족의 선각자와 지식인들이 국민 계몽에 적극 나서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때, 서적은 국민 계몽의 가장 효과적인 매개, 곧 국난 극복의 도구가 된 것이다. 개화기에 나온 서적들은 문학, 어학, 역사, 전기, 지리, 법률, 정치·외교, 교육, 사 회학, 농업, 물리, 화학, 군사학 등 매우 광범위하다. 이 모 든 도서들이 국민 계몽을 위해서 출간되었지만, 그중 계몽 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계몽도서들은 정치·외교, 지리, 역사, 전기 등의 분야에서 특히 많았다. 정치·외교 서적들은 독립된 국가로 바로서기 위한 합 리적인 국가사상을 알리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깨우쳐 주었다. 지리 분야 서적은 우리의 국토에 대한 인식을 환 기시켰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자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 다. 역사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서술된 국내 역사서와 세계정세를 파악하게 하는 외국 근․현대사 서적이 있었다. 특히, 구한말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보여

준 󰡔󰡔월남망국사󰡕󰡕는 6개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발간된 바 있다. 전기류 서적에는 민족의 위기를 구한 국내 인물 전기와 외국의 국가 영웅이나 건국 인물들에 관한 전기가 있다.


한편, 개화기에는 번역서가 많이 나와 서구 문물을 받 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번역서는 역사서 나 위인전, 문학서, 종교 서적, 자연과학서, 지리학 서적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들 서적들은 일본을 거쳐서 들 어오게 됨에 따라, 서양 서적조차 일본어 중역이 많았으 며, ‘민주주의’ 같은 근대 어휘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교 육, 사법 제도의 틀까지 대부분 일본을 따르게 되었다. 우 리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일본의 영향력은 해방 이후인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여섯째, 일제강점기의 금서다. 금서는 일제의 출판 탄 압에 맞선 저항의 산물이다. 일제는 출판 검열과 발매 금 지 등의 수단을 동원해 독립정신이나 민족의식을 고취하 는 책 또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책들을 금지시켰다. 심지어 무궁화나 태극기에 관한 책도 민족혼을 일깨운다 고 해 금서에 넣었다. 일제의 출판 통제는 갈수록 정교화 되고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금서의 수도 늘어났다. 일제강점기의 금서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1910년대의

금서에는 신채호의 󰡔󰡔을지문덕󰡕󰡕, 장지연의 󰡔󰡔대한신지지󰡕󰡕

처럼 개화기에 출판된 도서들이 많았다. 또한, 금서 중에

는 󰡔󰡔이태리건국삼걸전󰡕󰡕, 󰡔󰡔화성돈전󰡕󰡕, 󰡔󰡔비율빈전사󰡕󰡕󰡕등이 있어, 외국 위인들을 다루거나 필리핀처럼 외침을 당한 국


가의 역사서까지도 금지시켰음을 알 수 있다. 1920년대의

금서로는 박은식의 󰡔󰡔조선독립운동사󰡕󰡕와 󰡔󰡔한국독립운동 지혈사󰡕󰡕가 있는데, 모두 상하이에서 출간되어 국내로 들

여온 것이다. 1930년대 이후에는 전시체제의 민족말살정 책과 맞물리며 서적의 수색·압수가 대대적으로 행해졌 다. 금서의 종류도 역사, 종교, 음악, 교육, 문학 등 다양했

다. 중국에서 펴낸 김구의 󰡔󰡔도왜실기󰡕󰡕, 일본에서 낸 김소

운의 󰡔󰡔조선민요선󰡕󰡕󰡕등 외국에서 들여 온 책과 심지어 󰡔󰡔하

나님을 찾읍시다󰡕󰡕󰡕같은 선교사의 책까지도 금서가 되었

다. 또한 강영원의 󰡔󰡔맑쓰평전󰡕󰡕과 󰡔󰡔맑쓰사회학󰡕󰡕, 안언필

의 󰡔󰡔과학적 사회주의󰡕󰡕󰡕같은 사회주의 계열 서적들도 금서 가 되었다. 1940년대는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고, 조 선어 서적 자체가 금기시됨으로써 우리의 출판 산업 자체 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시기였다. 출판 탄압과 검열은 출판업을 위축시키는 데 그치지 않 고, 저작자와 출판인의 의식구조까지 왜곡시켰다. 한편, 일제강점기의 금서 중에는 현재까지도 읽히고 있는 애독 서가 많다. 민족운동가 신채호, 박은식, 한용운 등의 저술 이 대표적이다.


해방 이후 출판 동향 일곱째는 1950년대 교과서 출판이다. 한국은 1945년 일 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곧바로 3년간의 미군정을 거쳤 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는 수립되었지만, 사회는 계 속 혼란했다. 곧 이어 터진 6·25전쟁은 한반도 전체를 폐 허로 만들었고 남북분단을 고착시켰다. 또한, 경제는 1인 당 GNP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궁핍상태 였다. 이런 속에서 출판 역시 신간 발행종수가 1년에 2000 종을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침체 상태였다. 그래도 전쟁 기간 중에 피난지 대구와 부산에서 청소년 잡지 ≪학원≫ 과 ≪사상계≫가 창간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한국 인들은 피난지에서도 천막교실을 만들어 교육을 이어 갔 으니, 도서의 수요 특히, 교과서와 학습참고서에 대한 수 요가 높았다. 1950년대의 교과서 정책은 정부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다. 즉, 당시 문교부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는 반드시 국정 교과서를 써야 하고, 중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국정 교과서를 쓸 수 있는 교과목이라면 반드시 ‘국정’을 사용해야 하며, ‘국정’이 없는 교과목에 대해서만 검정 교 과서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해서 시행했다. 또한, 정부 는 전쟁 중에도 학교 교육을 지속시키고자 ‘전시 교재’의


편찬·발행에 나섰다. 그런데, 전시 교재는 초등학생용인

데도 교과서 제목이 󰡔󰡔탱크󰡕󰡕, 󰡔󰡔군함󰡕󰡕, 󰡔󰡔싸우는 우리나라󰡕󰡕󰡕 등으로 나와 전쟁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편, 전쟁이 멈춘 뒤 1954년 4월부터 1963년 2월까지 는 제1차 교육과정기로, 이때부터 법령에 근거해 교과용 도서 편찬이 시작되었다. 또한, 교과서 출판 업계에서는 교과서 채택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자 1957년 ‘한국검인정 교과서주식회사’를 발족시켰다. 이것은 이들이 힘을 합쳐 공동 판매뿐 아니라, 공동 생산까지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여덟째는 1960년대에 출판기업의 터전을 마련해준 전 집 출판이다. 1960년대는 4·19혁명으로 시작했지만, 바 로 다음 해 5·16군사정변이 일어나 군사정부가 들어섰 다. 이후 한일회담, 부정선거, 삼선개헌 등으로 정치적 혼 란을 겪었다. 그러나 경제개발이 강력하게 추진되어 경제 가 성장하며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주 간 잡지와 상업방송 같은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대중문 화가 등장했다. 그러나 출판은 연간 신간 발행종수가 1950년대와 비슷할 정도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점 도 경영난을 겪었고, 출판사들은 도서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곤경에 처한 일부 출판사에서는 자구책


으로 대형 기획물을 출간하고 방문판매에 의한 월부제도 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기업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 다. 이때는 비판적인 지식인을 중심으로 부패한 자유당 정권의 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민족·민주 의 식이 새롭게 형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1960년대 출판 시장은 전집 출판이 주도했는데, 그 출

발은 1958년 학원사의 󰡔󰡔대백과사전󰡕󰡕󰡕출간이라 할 수 있 다. 이후 세계문학전집, 한국문학전집, 세계사상전집, 한 국사, 한국야담사화전집, 세계동화전집, 한국아동문학전 집, 생물학총서 등 다양한 전집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는 저작권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시기여서 중복출판이 성 행하며 과당경쟁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러한 폐해가 있기는 해도 전집 출판은 출판 산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에 서점의 판로를 저해해 서 점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아홉째, 1970년대에 크게 활성화된 문고본 출판이다. 1970년대는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심화되면서 민 주화운동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경제적으로는 경제개발 계획이 계속 추진되어 성장을 이루게 되었으나, 열악한 근 로조건은 개선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 다. 또한, 진보적인 인사들이 출판계에 들어와 출판문화


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자군과 독자층도 해방 이후 태 어나 한글로 교육 받으며 자라난 한글세대로 교체되기 시 작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문고본은 전집물의 열기가 점차 식어가는 것과는 반대로 독서 대중의 호응을 받으면서 점차 활기를 띠어 갔다. 1970년대에 시작했거나 복간한 주요 문고로는 정음문고, 박영문고, 서문문고, 삼 중당문고, 문예문고 등이 있다. 또한, 전문성을 띤 문고도 나왔는데, 한국문학문고, 현대과학신서, 현대신서, 교육 신서, 크리스천 시리즈, 범우소설문고, 범우에세이문고, 새소년클로버문고, 미술문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열째, 출판 시장이 커진 1980년대의 베스트셀러다. 1980년대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신군부의 권 위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이같은 민주화 열망은 결국, 1987년 6월항쟁으로 폭발함으로써, 6·29선언을 이끌어내고 부분적인 민주화를 이룩하게 되 었다. 또한, 1987년 6·29선언 이후 그동안 막혔던 출판 등록이 자유롭게 됨에 따라 출판사 수가 급증했다. 경제 성장도 계속되어, 1인당 GNP가 1980년 1592달러에서 1989년에는 4968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출판 산업도 주목할 정도로 성장해 1986년 신간 발행종 수 2만 2000여 종에, 발행부수 1억 63만여 부를 기록해, 양


적으로는 세계 10대 출판대국에 들어서게 되었다. 베스트 셀러도 100만 부를 넘어서는 서적, 곧 이름 그대로 밀리언 셀러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김홍

신의 소설 󰡔󰡔인간시장󰡕󰡕(전10권)이다. 그 외 1980년대 베스

트셀러를 살펴보면, 소설의 경우 󰡔󰡔소설 손자병법󰡕󰡕(정비

석), 󰡔󰡔태백산맥󰡕󰡕(조정래), 󰡔󰡔어둠의 자식들󰡕󰡕(황석영), 󰡔󰡔나 의 라임 오렌지 나무󰡕󰡕(바스콘셀로스), 󰡔󰡔젊은 날의 초상󰡕󰡕

(이문열) 등 다양한 성향의 책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시집과 에세이물, 나아가 인문사회과학 분 야의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우리의 독서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이상은 한국 출판 역사를 고려 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한국 출판은 이후에도 계속 발전해 오늘날 문화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 고 있으며, 지식기반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그 위상이 높 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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