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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7/10

텔레비전 드라마

드라마 <전우>의 한 장면, 장형일ㆍ주대성 외 연출, 1975

전우, 세 번의 변신 그 이후 텔레비전에 한국전쟁이 전면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전우>는 국군의 정의와 인민군의 무자비를 대비한다. 1983년에 다시 태어난 <전우>는 남한과 북한의 동질성을 찾는다. 2010년 이후 전우는 드라마를 떠났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의 전우는?


인텔리겐치아 2648호, 2015년 6월 23일 발행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반공과 한국전쟁 은 중요한 소재였다. <실화극장>(1964)을 필두로 반공 드라마가 일상화되었다. 그러 나 대부분 ‘간첩 잡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 고, 한국전쟁을 깊이 있게 다룬 드라마는 많 지 않다. 한국전쟁을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삼은 작품은 <전우>(1975)다. <전우>는 한국전쟁 25주년 특집으로 기획되어 KBS에 서 1975년 6월부터 1978년 4월까지 방영되었 다. 포화가 빗발치는 급박한 전장에서 인간 적 면모를 잃지 않는 소대장(나시찬 분)을 중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1983년 6월 30일 첫방송

심으로 국군의 무용담을 보여 준다. 1983년 과 2010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전우>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해 보면 한국전쟁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재현되


었음을 알 수 있다. 1975년은 ‘육영수 피살 사 건’(1974), ‘베트남 공산화’(1975)라는 맥락 에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 던 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5년의 <전 우>는 ‘반공’에 초점을 맞춘다. 위 장면에서 도 촌락민들의 의로움과 인민군의 무자비함 을 대비해 보여 주고 있다. 반면 1983년의 <전우>는 종래의 반공 코드를 버리고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작전들 을 극화하여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재 연하고 뜨거운 인간애를 보여 준다. 이러한 변화는 1983년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 송 이후 남북을 다루는 드라마가 그동안의 대 치·대결·갈등 대신 민족 아픔의 포용을 앞 세우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이처럼 현실과


의 관계 속에서 재해석되어 재현된 한국전쟁 은 1990년대 들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거의 사라진다. 이후 이 소재는 영화로 넘어간다. 정영희, 고려대학교 정보문화연구소 연구 원, ≪한국 사회의 변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지은이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7/10

텔레비전 드라마

드라마 <전우>의 한 장면, 장형일ㆍ주대성 외 연출, 1975

전우, 세 번의 변신 그 이후 텔레비전에 한국전쟁이 전면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전우>는 국군의 정의와 인민군의 무자비를 대비한다. 1983년에 다시 태어난 <전우>는 남한과 북한의 동질성을 찾는다. 2010년 이후 전우는 드라마를 떠났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의 전우는?


한국사회의 변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정영희 지음 방송론 2005년 5월 31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201쪽 18,000원


작품 속으로


미디어사상총서를 내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키워드 로 자리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또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패러 다임을 통해 사회의 급진적인 변동을 사고하고 이해하는 것에 조금씩 즐거움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혁명, 정보혁명, 커뮤니케이션 빅 뱅, 커뮤니케이션 중심 시대, 인류의 신시대 등 수많은 상징과 수사가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미래 수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의 모든 영역을 재구조화하고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물질적 힘으 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미디어의 기술적 혁신과 미디어 -커뮤니 케이션(미디어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이 이 같은 환호 속에 펼쳐지 고 있는 대행진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미디어, 더 능력 있는 미디어 그리고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인류 에게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발전하고 확장되어 왔지만 미디어 와 커뮤니케이션이 하나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 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 하고 그 미래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것에 갈증을 느낍니다. 현재의 미디 어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형식의 변화가 가져오고 있는 다층적인 변화와


그 효과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구조, 노동과 직업, 예술, 종교, 가족, 개인의 감각과 경험, 심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이 그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지고 있 ’ 습니다. ‘미디어 생태라는 말이 주는 그 깊고 넓은 의미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인지를 알고 싶고, 그 앎에 기초해 미래를 예측하며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나가고 싶습니다. 또 그러한 이해와 설명, 예측과 지혜를 개인이나 학문 공동체 속에 가두 지 않고 사회화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일거수일투족과 함께 존재하는 미디어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이를 개인의 자율성과 해방, 진정한 소 통과 사회문화적인 진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 같은 도전의식으로부터 <미디어사상총서>가 기획되었습니다. 40 년도 되지 않는 국내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학의 역사가 다시 또 한번 새롭게 써가야 할 역사 앞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학자의 출신 국가나 지역, 이념의 경계를 두지 않고, 선판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고, 특정한 형식만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국내외 학자와 연구자의 다양 한 시각과 관점, 이해와 지혜를 더듬어 보고 싶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고로 제시될 수도 있고, 어느 경우에는 매우 세밀하 고 분석적인 설명과 예측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경우가 미디어사상총서라는 이름으로 채워져 나갈 때 지식의 사회화와 그 지식에 기초한 인식과 실천적 해방의 디딤돌이 놓여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디어사상총서는 다음과 같은 범주 하에 시리즈물로 출판될 계획입 니다. 첫째, 미디어 기술을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의 제반 변화 측면에 주목하는 ‘미디어 생태학과 ’ ‘미디어 문화사회학’ 영역, 둘째, 잡지문학, 라디오 드라마, 라디오 음악, 신문 소설, 신문 만화, 텔레비전 드라마, 텔레비전 음악,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소설, 인터넷 음악, 인터넷 영화, 모바일 예술 등의 형식과 내용, 역사와 의미 등을 연구하는 ‘미디어 미 학’ 영역, 셋째, ‘언론철학사상’ 영역, 넷째, ‘한국사회의 모더니티와 미디 어’ 영역입니다. 이 범주에서 저술, 번역, 편역, 편저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일반 독자,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 여타 학문 영역의 연구자 등이 보다 종합적인 이해와 사고에 이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각 영역의 다양한 연구자의 참여 속에 이 총서가 유지되고 발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2005년 5월 미디어사상총서 기획인단


머리말

시청률이 높았던 최근 드라마에서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은 언뜻 보아도 드라마의 형식에서 경계가 불분명하다. 미니시리즈인 듯하 면서 시트콤의 규범을 따르고 있어 때로는 시트콤을 미니시리즈 형식으 로 늘여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에피소드 중심의 코믹 설정은 기본이다. 다른 하나는 만화적 감성의 접근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쾌걸 춘향>은 만화적 감성으로 접근하며 시트콤의 규범을 따른 대표적인 예가 된다. 작가가 시트콤 보조작가 출신이라는 점도 우연하지는 않다. 성공한 드라 마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론화되기 껄끄러웠던 주제나 소재를 시도한다 는 점이다. 금기시 되던 소재나 주제를 다룬 일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1970년대는 정치적 금기에 도전하였다가 조기 종영된 사례들이 있었고, 1980년대 또한 소위 ‘정치 드라마나 ’ ‘경제 드라마들이 ’ 정치·경제적 사 건들을 ‘심각하게’ 다룬 점이 민감한 반응을 일으켜 중도하차하거나 조 기 종영한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의 시도는 심각하거나 무겁지도 않으 며 주제가 거창하지도 않다. 심각하고 깊이 있는 주제조차도 유머와 재 치, 순발력을 동원하여 심각함의 무게를 줄이며, 현실의 구차함과 간격 을 확보한다. 그래서 드라마가 시트콤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는 현상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차지 해왔지만 애써 그 존재를 무시해온 것들, 청소년의 성, 성 역할 변화(남


성 주부), 성 정체성 문제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루 어지고 있다. 그러나 1970~1980년대 현실사회극처럼 ‘심각하게’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최근 성공한 드라마들의 특징을 몇 가지로 나열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이것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 니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은 그 드라마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보다는 ’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가 ’ 드라마의 성패를 결 정하는 데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시들할 때마다 소재문제가 언급되어 왔다. 더 이상 새로운 소재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드라마에 대해 항상 ‘새로운 소재’, ‘참신한 소재를 ’ 요구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 40년의 역사 를 지나온 지금 이미 신선한, 새로운 소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재가 빈곤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의 빈곤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텔레비전 드라마 ‘소재 의 빈곤을 ’ 외칠 때에는 사실 소재를 풀어가는 방법의 빈곤을 의미한다. 소재를 풀어가는 그 방법은 그 사회, 그 시대의 구성원들이 심원 속에서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어 소통과 교감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것, ‘정서 구조와 ’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 시대의 정서구조가 잘 녹아 있는 드라 마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정서구조라는 ’ 개념으로 드라마 40년을 살펴본 것이 다. 레이몬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문화는 일상적이다.”라고 말하면서 문화의 차원을 일상의 차원으로 끌어내렸다. “문화는 일상적 이다.”라는 말은 인간이 일상의 실천과 경험에서 상례적으로 접하는 것 들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그러한 일상을 담아내 는 일상적 문화의 용기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따로 떨어진 공간에 독 립적으로 흩어져 존재하는 시청자들 속에서 개별적으로 경험되는 것이 ’ 통로를 통해 집단적으로 체험된다. 따라서 텔레 아니라, 공유된 ‘정서의 비전 드라마를 통한 사회적 체험은 특정한 시기의 지배적인 정서구조와 깊이 연관되며,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그것을 확인하기도 한다. 텔 레비전 드라마 40년의 역사를 지나는 즈음에 현실사회와 텔레비전 드라


마 그리고 수용자가 만나는 접점으로서, 소통과 교감이 의존하는, 조정 되고 조율된 보편적인 정서구조의 변화를 분석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그와 조응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역사적 변화를 살펴보고 그 기저를 관통하는 지배적인 정서구조를 재구 성함으로써, 우리는 현실 사회와 텔레비전 드라마 인식의 간극을 좁혀갈 수 있을 것이다. 자료는 지난 40년 동안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시놉시스와 방 송시기 등이 수록된 각 방송사의 연감과 드라마 편람, 드라마를 분석한 학위논문, 방송 관련 저널에 실린 전문가 비평, 드라마 방영 후 잡지에 실린 드라마 평이나 신문기사 등의 2차 자료가 중심을 이루었다. 드라마 의 시놉시스는 1960~1970년대, 심지어 1980년대 자료도 많이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경우는 2차 자료에 언급된 부분을 참고하였 다. 해당 시기의 개별적인 텔레비전 드라마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2차 자료를 의미있게 다루었다.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40여 년을 누군가 한번은 정리해주었으면 했 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드라마에 관 한 논문이나 글이 많다. 그러나 40년의 역사를 한눈에 고찰할 만한 문헌 이 부재하다는 것이 항상 아쉬움이었다. 방대한 자료와 긴 시간을 하나 의 문헌으로 정리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누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를 해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한 다. 그러나 반 백년이 가까워지는 현시점에서 자료 소실이 더 심각해지 기 전에 정리해두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사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드라마 관련 자료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있어 안타 까웠다. 2차 자료에서 자주 언급되는 드라마들도 시놉시스조차 남아있 지 않았다. 제작을 담당한 방송사 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운 좋게 당시 제작자들의 개인 사료로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 귀중한 자료를 취합하려는 노력의 부족으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글을 준비 하면서 이러한 자료의 취합까지는 노력하지 못하였다. 기회가 되면 이 작업도 시도하고 싶다.


급속한 사회 변화와 어제의 성공이 오늘을 보장하지 않는 시청자의 변덕 속에서 몇 년을 한 시기로 묶어 설명하고 특수하게 명명화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훗날 또 누군가는 하루하루가 달라 보이는, 그래서 변덕스러운 수용자 따라잡기에 여념 없는 지금의 현상 속에서도 일정시기 동안 공유된 지배적인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 은 분명 미래의 몫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김승현 교수님께 감사드린 ’ 박영률 사장님과 작업을 담당하여 수 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북스의 고한 전정욱 팀장, 김재원 씨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출간을 제의한 이영주 박사와 이장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2005년 5월 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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