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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8/10

만화

<똘이장군: 제3땅굴편>, 김청기 감독, 1978

전쟁과 만화, 단순성의 쌍생아 복잡해 보이지만 전쟁은 단순하다. 전쟁은 본능을 요구하고 인간은 생과 사의 문제에 결박된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전쟁의 단순성 앞에 무력하다. 그래서 만화는 유력하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인텔리겐치아 2650호, 2015년 6월 24일 발행

1900년대 초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애니메이 션은 영상예술의 실험적 시도로 특화되다 가 1937년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 이>를 전후로 어린이·청소년용으로 대중 화되었다. 그러나 본래 어린이·청소년용 애 니메이션 제작이 가장 활발했던 곳은 사회주 의 국가였다. 러시아·체코를 포함한 동유럽 그리고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여성 인 력의 사회참여 극대화를 추구했는데, 이때 애 니메이션이 유아원과 보육원의 단체 교육보 조재로 활용됐다.


<똘이장군> 2탄으로 제작된 <간첩잡는 똘이장군> 영화 포스터, 1979


북한에서도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사상 교육 교재로 활용됐다. <토끼전>과 같은 북 한 스톱모션 인형 애니메이션은 남쪽 바다 용 왕이 사는 부자 동네를 ‘먹을 것은 많지만 서 로 싸우는’ 불행한 곳으로 묘사한다. 한편 군 사정권 시절 한국의 애니메이션에서도 고전 동화와 반공은 주요 소재였다. 계몽주의 요소 를 근간으로 한 도덕적 교훈 전달, 이데올로 기 사상 교육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바탕이었다. 대표 작품이 <똘이장군>이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에서 북한에 대한 묘 사, 등장인물에 대한 은유는 반공 이데올로기 를 철저하게 재현한 것이었다. 1970∼1980년 대에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 지금의 386세대


가 이데올로기에 더욱 비판적이게 된 이유가 이러한 일방향적 시나리오의 반대급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지은이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8/10

만화

<똘이장군: 제3땅굴편>, 김청기 감독, 1978

전쟁과 만화, 단순성의 쌍생아 복잡해 보이지만 전쟁은 단순하다. 전쟁은 본능을 요구하고 인간은 생과 사의 문제에 결박된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전쟁의 단순성 앞에 무력하다. 그래서 만화는 유력하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한창완 지음 정치/사회/문화 2013년 2월 25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26쪽 9,800원


작품 속으로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만화의 문화 기능과 역동성

만화 연구의 목적 만화는 장르, 형식, 구조 등의 관점에서 문화와 산업을 아 우르는 융합적 기능의 콘텐츠다. 문화와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는 본질적 기능으로부터, 다양한 변수가 발현되고 직설적이면서도 간접적인 메시지를 피하주사식으로 전달 한다. 이러한 기능은 곧 일반화의 자연스러움 덕분에 그 기능의 효용성과 영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에 늘 직면한다. 만화의 고민과 숙제는 바로 그 부분에서 출발한다.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이면서도 가장 저평가된 가치사 슬의 끝으로 인식되는 만화. 실제로 일반 콘텐츠 가치사 슬의 시작이 되어야 할 만화가 항상 미디어 스펙트럼 (media spectrum) 분석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는 원인 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도태되어 매몰되어 가는 만화를 다시 분석하려는 노력이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이 글은 답하려 한다. 본 연구는 분석이 필 요한 연구문제들의 시작을 열고, 현 시점에서 그러한 연구


문제들이 어떠한 사회적 동인을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만화에 그치지 않고, 본질 적으로 키치(kitch)적 소비를 전제로 부상한 문화의 각 측 면에서 새롭게 제시될 연구의 출발점을 공유할 것이다. 만화는 장르적 특징으로 ‘문화 정치의 힘’을, 형식적 특 징으로는 ‘작가주의의 예술성’을, 구조적 특징으로는 ‘산업 적 원형의 잠재력’을 보여 준다. ‘문화 정치’란 사회적 메시 지의 공론화 과정을 만화가 담당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사 회적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 메시지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해석해서 제시하는 힘을 의미한다. 사회적 의제(agenda) 를 이슈(issue)화 하는 기능이 만화라는 장르에 탑재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또한, 다른 여타의 예술분야에도 있지만 만화는 아방가 르드(avant-garde)적인 실험예술의 힘을 갖고 있다. 새로 운 장르와 캐릭터 디자인의 초현실적인 감각은 대중적 실험 에 의해 정착화하는 과정에서 만화의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만화가 갖는 또 다른 관점이 ‘작가주의’다. 그러한 작가주의가 장르와 캐릭터성을 인정받아 혁신 적인 시장을 새롭게 형성해 내면, 만화 원작의 검증력을 바탕으로 만화 자체가 플랫폼의 위상을 갖게 되는 ‘산업 원형’의 가치가 형성된다. 그로부터 콘텐츠산업의 성공모


형인 ASMD(Adaptive Source Multi Device), 즉, 다양해진 플랫폼과 기기 및 시장에 탄력적으로 맞춤형 원작형태를 제공하는 순환상품의 원형 기능을 만화가 담당하게 된다. 연구 대상으로서 만화가 갖는 역동성은 비판력을 지닌 과장된 풍자 메시지와 고급문화를 겨냥한 키치의 반발력, 콘텐츠시장 지향의 스토리보드 기능까지 창의적인 발상 과 다양한 응용력에 그 근거를 둔다. 이 책에서는 21세기 만화가 갖는 의미를 재조명하고, 문화 정치−작가주의− 만화 산업−웹툰으로 이어지는 만화의 진화 과정을 그 연 계지점마다 중요한 사례와 개념, 그리고 통계지표와 발표 된 2차 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만화가 지향해야 할 문화와 산업 의 지형성을 연구하고, 그로부터 구축해야 할 미래 문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만화의 문화 원형을 바 탕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스토리텔링 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만화의 역할과 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화를 통해 문화의 현재 와 미래, 발전 과정의 변수와 비전의 가치까지도 실험 (simulation)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제시된 요소들을 기 반으로 세분화된 틈새시장을 육성(incubating)할 수 있다.


만화의 문화 정치 만화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기록의 문화다. 보고 즐 기며, 남기고 싶었던 사건과 상황들을 그림과 글로 동시에 기록하면서 시작된 만화는 특징적인 캐릭터의 묘사와 실 시간으로 표현되는 대사의 미학들, 의성어와 의태어로 구 성되는 상황적 리얼리티를 통해 다른 여타 문화적 미디어 보다 강력한 대중 흡입력을 갖게 된다. 이는 곧 대중의 영 향력을 통해 여론의 향방을 움직일 수 있는 문화 정치의 힘을 갖게 되었고, 신문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강력한 비판 력과 풍자기능을 소유하게 된다. 인류의 근현대사는 종교개혁과 십자군전쟁, 산업혁명 과 공화정으로 변혁을 거쳤고, 세계전쟁과 식민화 과정 등 을 거치면서 혼돈과 혁신의 소용돌이를 경험해 왔다. 인 류의 삶이 격변하고, 민중의 삶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그러한 고민과 삶의 편린들은 기록되고, 회자되고, 공유 된다. 만화의 대중화는 그러한 시대적 아픔으로부터 출발 한다. 공유하고 싶은 역사의 아픔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 그러한 시대적 비판의 기록들은 판화와 유인물로 퍼진다. 벽화와 회화적 형식들이 유통되기 쉬운 형식의 기록물로 전해지면서, 만화는 문자와 그림이라는 도구를 전제로 강


력한 사회적 메시지의 전달자가 된다. 일반 무가지 유인물의 복제와 공유로부터, 흥미롭고 비 판력 있는 통쾌한 주제에 관해서는 유료판매까지 확대되 기 시작한 만화적 형식은 이후 인기 작가의 팬덤 현상까지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작가들에 의해 지속적인 판매가 현실화되고, 일정한 경제 규모를 형성하게 되면서 만화는 예술장르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역할을 검증받게 된다. 이후 1900년대 초 신문이 기업화하면서 만화는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는 키-번들링(key-bundling) 콘텐츠로 각광받게 된다. 또한 이렇게 대중화가 본격화되면서 만화 는 스타 작가와 팬덤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장르와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 만화를 B급 저급문화라고 평가하는 대중의 일반화는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문제 제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위험도(risk)를 희석시키는 순기능으로 작 동한다. 만화의 담론으로 제기한 정치적 문제의식은 이성 적인 비판력으로 감성적인 수용을 선동한다. 그러나 실제 비판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나 집단들은 그러한 비 판의 문제의식에 대해 이성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만화의 담론은 감성적인 수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실제 사회적 비판기제로서 책임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키치적 소비로 일컬어지는 만화 소비 행태는 객관 적인 시장의 반응을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 베드(test-bed) 기능을 하기도 한다. 만화는 역사 적으로 기록과 비평의 선도적인 실험을 계속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 준 시대적 풍자와 대안 모색의 노력은 여전 히 문화 정치의 기능과 역할을 재생산하고 있다. 만화가 갖는 비언어적 소통의 기제는 문화 정치의 영역을 글로벌 화하기도 한다. 이미 1930년대에는 영국의 만화코드가 시간차를 극복 하고, 미국의 신문 산업에 차용되었으며, 1940년대를 넘 어서면서 미국의 신문 만화는 전 세계 신문의 주요한 비판 지대를 네트워크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신문 만화도 1970 년대 이후 미국의 신문 만화를 다국적 신디케이션 시스템 을 통해 도입했으며, 국내 독자들은 그러한 미국의 만화를 통해 국제적인 문화 트렌드를 공유하는 문화 정치의 동일 한 창구(window)로 편입되어 가기 시작했다. 만화의 문화 정치는 곧 사회적 메시지를 세계화하는 동 력으로 기능했으며, 세계적인 스타 만화가는 한 편의 만화 를 1000여 개 신문사에 동시에 공급하는 차별화된 스타시 스템을 현실화하기도 했다.


작가주의와 만화 문화의 고급화 만화는 만화 문화를 제9의 예술이라고 정의한 프랑스의 작가주의를 통해 예술의 한 장르로 부상했는데, 최근 명품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만화의 사회적 가치를 확 대하기 시작했다. 만화가 보여 주는 미학적 표현의 근간 은 문자적 기표와 도상적 기표가 변증법적으로 혼재되면 서 독자 중심의 융합된 해석이 기의로 발생한다는 데 있 다. 그러한 기의는 반복되면서 중독성 있는 또 다른 기표 로 대체되며, 독자들에 의해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된다. 만화와 명품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이 가능하게 된 것 은 만화를 창작하는 만화가의 사회적 위상이 명품 브랜드 와 동일한 위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적 상품의 수준으 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만화 원작을 통한 다양한 콘 텐츠의 성공모델이 일정한 사회적 평가의 검증 시스템에 서 인정받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원작이 대부분 인기 만화의 스 토리텔링과 캐릭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특이한 장르 의 영화적 상상력은 스토리보드(storyboard)와 콘셉트 아 트(concept art)를 스타 만화가에게 의뢰함으로써 시작되 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만화가의 일러스트 레이션(illustration)이 고가의 디자인으로 상품화되어 특


정 브랜드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만화가 갖는 상상력과 독창성은 그 자체로 브랜드이며, 메시지가 되고, 새로운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에 고정관념화되어 있던 작가주의의 정형은 이제 순 발력과 탄력성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차별화된 고급문 화의 계급적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만화가 갖는 작가주의의 표현 영역과 지향성은 창의력 과 다양성이다. 장르적 실험을 지속하면서 만화는 표현 영역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형식과 구조를 창의적으로 개선해 내고 창출한다. 기존 영화에서 이미 장르화한 공상과학(SF), 호러(horror), 외계인과 에 일리언(alien), 대재난 등의 소재는 그 아이디어의 시작이 만화의 실험적 스토리와 배경, 캐릭터 설정에서 비롯한 것 이다. 만화는 기존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서사 구조와 스토리텔링의 지속적인 방향성 이외에도, 주요한 캐스팅의 시각적 레이아웃(layout)을 미리 제시해 주고 검 증해 주며, 대사의 톤(tone)과 주요 배경의 구성과 변형까 지도 지정한다. 독자들은 만화가 보여 주는 참신하고 실 험적인 작가주의를 통해 풍요로운 콘텐츠의 상상력을 미 리 체험하고, 그러한 독자들의 공감대와 팬덤, 투자 들이


현실화하면서 콘텐츠시장의 범위는 확대 재생산된다. 만 화의 작가주의가 문화의 위상과 산업의 범위를 동시에 격 상하고 확대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만화의 작가주의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콜래보레이션은 풍요로운 장르와 창의적 지대를 확장해 서 소비자 잉여를 유발하고, 콘텐츠의 고정관념을 반전시 켜 독자와 관객들의 끊임없는 참여와 소비를 낳게 한다. 만화의 작가주의가 갖는 예술성이 스타성과 융합되면서 만화는 콘텐츠의 문화적 위상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지대(culture rent)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독 자들은 기존 만화가 갖는 문화적 미디어의 일회성 구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계소비와 확장된 팬덤 현상을 집 적시켜 간다.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와 산업 미학 만화 산업은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습 만화 시장을 비롯해 10대 청소년 대상의 서사 만화와 웹툰, 중장년층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 만화, 성인 만화, 실버 만화 등 으로 시장 세분화를 모색해 다양한 독자층을 만화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전략은 미국


의 사례보다 정교하다. 미국은 10대 청소년 중심의 만화 소비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20대와 30대로 연계된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의 사례와 같은 마니아층 이외에도 일반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만화를 선별적으로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스토리와 작가들을 프로듀싱(producing)함으로써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성별, 연령별, 계층별, 직업군별, 세대별 등 다양한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만화 잡지(manga magazine)를 기획하고 개발해 독자들의 선택폭을 극대화 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맞춤형 출판전략으로 만 화독자층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만화 독자층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유형을 보이는 캐릭터 마니아층을 형성해 냈고, 만화 주인공으로 시작된 캐릭터는 세대별로 확대된 여러 아이 템에서 캐릭터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게 했다.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전략은 결국, 독자들의 지속적인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만화 산업의 경제 규모를 확대시키는 정 교한 전략으로 작동한 것이다. 또한, 시장 세분화 전략은 기존 마니아층의 전문화를 배가시켜 신화적 요소를 계층 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시대적인 대중의 요구와 맞물리면 서 현실적인 소비유형으로 차별화된다.


대개 후기자본주의시대에 포스트모던한 소비생활이 심화되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 의 유아 회귀 본능이 만화를 통한 선택적 소비로 나타나곤 한다. 캐릭터들의 피규어(figure)와 코스프레(costume play) 등에서 필요한 의상과 아이템을 수집하는 성인들의 피터팬 신드롬도 만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며, 틈새시장을 확장시키는 시장 세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만화적 상상력의 구현은 만화적 리얼리즘의 실현 을 모색하게 만들고, 그런 노력들이 실질적인 소비행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만화 산업의 가치사슬(value-chain)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만화 원작이 갖는 산업적 미학은 잠 재소비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거대 자본의 지속적 투자를 유도하고, 확장된 2차 콘텐츠의 생산으로 만화 시장의 선 순환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웹툰의 진화와 수입 만화 대체 효과 웹툰은 일본 수입 만화의 시장 점유율을 축소하고, 10대 들의 만화 소비를 극대화하며, 중장년층의 만화 시장 참여 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웹툰 경제는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웹툰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기존 만화방 만화의 디지털형 공급(1세대 웹툰)으로부터, 만화 출판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2세대 웹툰, 그리고 기획 제작부터 디지털 방식에 기반한 3세대 웹툰까지 기술 개발과 함께 역동적 으로 진화해 왔다. 2000년 이후 국내 유력 포털사이트의 전략적인 접근으 로 독자적 지형성을 구축하게 된 웹툰 시장은 기존 오프라 인 만화의 디지털화라는 부분적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스크톱 컴퓨터의 인터넷 환경을 전제로 맞춤형 디지털 만화를 창작하고 연재하게 된다. 웹툰은 시장 진입 장벽 을 최소화하여 언제 어디서나 신인작가가 자신의 아이디 어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을 연재할 수 있으며, 독자들로부터 실시간으로 평가받아 연재의 연속성을 평 가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또한, 독자들의 평가를 객 관화하고, 조회 수를 기반으로 대중성을 검증받아, 다른 플랫폼 혹은 미디어 장르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투자의 신뢰도로 작용하게 된다. 독자들의 구독행태는 웹툰을 조회하고 반복적으로 재 구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상 을 작가에게 피드백(feed back)하며, 더 나아가 시나리오 의 조언과 콘텐츠 기획의 자문까지도 제안한다. 이렇게


독자와 작가를 연계하는 실시간 네트워크는 웹툰 창작자 들의 창작의욕을 배가시키고, 실질적인 수익모델을 보강 해주는 긍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강도와 창작시간을 확대시키는 부정적 측면 또한 보여 주게 된다. 그러나 무 엇보다도 웹툰의 보이지 않는 성과는 다양한 창작자 층의 진입을 활성화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의 장르 개발을 가능 케 하여 독자들의 수용자 복지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은 웹툰의 경쟁력으로부터 시작된다. 2012년을 기점으로 일본 수입 만화 시장은 약 30%의 감소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곧 웹툰 시장의 안정 화와 스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스타시스템의 경쟁력 강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국내 웹툰의 구조적 경쟁력 이 일본 수입 만화의 국내 지형성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웹툰의 발전 과정에는 개방성, 객관성, 효율성 등의 특 징이 내재한다. 자생적으로 유입되는 작가군의 풍요로움 을 조성하며, 이로 인한 역동성은 스토리텔링과 장르까지 도 변혁하고 있다. 웹툰−탭툰−앱툰까지 구조적으로 혁 신하고 있는 웹툰의 역동성은 한국 만화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해외로 진출하는 K-코믹스의 대안으 로 제시되고 있다.


새로운 만화 시대의 키워드 분석 이 연구는 만화 산업을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 는 플랫폼 환경과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화, 신인 작가층의 지속적인 유입과 성공모델의 등장, 웹툰의 약진과 일본 수 입 만화의 한계, 만화 장르의 사회문화적 기능과 위상의 변화 등 새로운 현상들을 제시하고 분석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 이후 만화 잡지와 단행본 체제가 축소되고, 학습 만화와 웹툰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이 재편되면서, 일 본 수입 만화의 국내 시장 점유비율도 예외 없이 감소하고 있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일반화한 만화 원작의 콘텐츠 기 반 기능도 또한 범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표준화된 현상 이 되고 있다. 결국 만화는 작품 자체의 가능성에서 출발 하여 산업적 융합 가능성으로 잠재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 으며,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문화 장르에서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응용력 높은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만화를 기획-창작-제작-유통하는 가치사슬의 구 조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화해 가면서 분야마다 전문적 인 프로듀서와 에이전트 그룹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신 인작가의 발굴과 혁신적인 장르와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창의력 있는 프로듀서들이 전문가 그룹으로 형


성되면서 국내 만화계에서 신선한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 다. 능력 있는 만화가 그룹을 분야별로 특화하고, 스토리 작가와 그림작가들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며 국내 시장뿐 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지로 소 개하는 에이전트 그룹들도 그 실체적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 만화의 세계화와 신한 류를 선도하는 성과로 연결되고 있으며, 신진작가들의 새 로운 목표 의식에 경쟁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만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이 대격변을 겪 으며 단일화된 문화권의 공격적인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 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에 기반을 두고 ‘비판문화의 대중 화로서 만화의 진화’, ‘시사만화의 정치성과 글로벌 신디 케이션’, ‘만화의 작가주의로부터 출발하는 콜래보레이션 미학’,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가치사슬의 구조적 혁 신’, ‘만화 원작의 산업 미학’, ‘망가 매거진의 시장한계’, ‘학습 만화의 패러독스’, ‘웹툰과 탭툰의 진화’, ‘웹툰의 수 입 만화 대체효과’ 등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이같이 현재 만화 문화와 만화 산업의 다양한 키워드를 재정립하고, 그로부터 제안되어야 할 만화의 가 능성과 기회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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