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 한 마디씩 하면 뭐가 되나? 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천만의 말씀은 여론이고 권력이고 법이다. 현실의 힘을 가진 시민이다. 또는 그런 시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암시다. 수수께끼는 이종교배의 산파술이다.
수수께끼는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나타낸다.
인텔리겐치아 2629호, 2015년 6월 29일 발행
곽은희가 쓴 ≪현대 수수께끼≫ 수수께끼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 다. 그중 ‘수소’를 뜻하는 ‘수수’와 ‘(목숨을) 걸 다’를 뜻하는 ‘께끼’를 합한 ‘수소 걸기’, 다시 말해 ‘소 한 마리 내기’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또 ‘숭키잽기’ 유래설도 있다. 전북 남원에서 ‘숨바꼭질’이란 뜻으로 쓰는 말로, ‘숨기’와 ‘잡 아내기(찾아내기)’를 합하여 ‘숨고, 숨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뜻이다. 말하는 사람은 숨기고 듣는 사람은 찾아내는 겨루기라고 해 석할 수 있다. - ‘01 정의’, ≪현대 수수께끼≫, 3쪽.
수수께끼의 어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애초에 수수께끼의 목표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 어렵게 말하나? 인간의 근원 욕망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원 욕망이 뭔가? 호기심과 궁금증이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는 호기심을 끌어내고, 해답을 찾아 가는 과정 에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그러면 재미있다. 뭐가 재밌다는 건가? 묻는다. “도둑고양이가 좋아하는 금”은 뭘까?
모르겠다면? 힌트를 주겠다. 도둑이 활동하는 시간, 고양이 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라. 답이 뭔가? “야금야금”이다. 도둑이 활동하는 밤[夜]과 질 문의 ‘금’을 합친 단어다. 고양이가 생선을 먹을 때를 묘사하는 의태어이기도 하다. 다층적 언 어유희인 셈이다. 언어유희의 기능은? 지적 재미, 웃음 유발, 상대방과 친밀감 형성, 그러고 대화의 지속이다. 곧 수수께끼는 관계 와 소통을 창출하는 강력한 도구다.
소통 관계 확장이 수수께끼의 목표인가? 때로 그 이상이기도 하다. 어떤 수수께끼는 사 회문화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러한 수수께끼 가 공유되면 사회 변환과 대중 인식 전환으로 이어진다. 어떤 수수께끼가 사회 변환을 반영하는가? “서울시민이 한 마디씩 하면”이라는 수수께 끼다. 답이 뭔가?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소리인가? 모르겠는가? 정치경제적 상하 계층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시민이 주체로 서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 는 위치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수께끼의 21세기는 어떤 모습인가? 인터넷 등장 이후 사회문제를 반영하는 수수 께끼가 많아졌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기가 노출 안 된다는 점에서 안전감이 있고, 진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확 산되는 만큼 소멸도 빠르다. 수수께끼의 전망은? 수수께끼의 질문과 답 사이에 배움이 있다. 하 나의 관점을 다른 관점과 대응시키고 일치점 을 찾아간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모습과 유형은 달라지겠지만 문명이 이어지는 한 의 사소통 수단으로 언중과 함께할 것이다. 이 책, ≪현대 수수께끼≫는 무엇을 말하는가? 최근 새로 생성된 수수께끼들을 유형별로 설 명한다. 수수께끼의 개념, 체계, 생성 과정을 정리했다. 대중의 언어문화 변화상을 이해하 고 수수께끼의 가치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곽은희다. 한남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의 전담 교수다.
서울시민이 한 마디씩 하면 뭐가 되나? 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천만의 말씀은 여론이고 권력이고 법이다. 현실의 힘을 가진 시민이다. 또는 그런 시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암시다. 수수께끼는 이종교배의 산파술이다.
수수께끼는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나타낸다.
현대 수수께끼 곽은희 지음 언어학 / 수수께끼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04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현대 수수께끼 곽은희
현대 수수께끼 이해하기
이 책은 현대 수수께끼의 이론적 체계를 세우기 위해 기획 했다. 현대에 수수께끼가 왜, 어떻게 다시 나타나서 소통 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대 수수께끼의 전반적 인 상황을 정리하며, 구체적인 자료를 공시적·통시적 결 과물로 남기고자 한다. 먼저 과거에 존재했고, 대중이 많이 참여하던 수수께끼 의 고유 기능을 상실한 채, 이제는 오직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 전통적인 수수께끼가 왜 현대에 다 시 출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리고 현대에 수수께끼가 전통적인 수수께끼의 단순한 놀이 기 능의 방향을 전환하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능 과 소통과 언어 놀이 문화로 발전하며, 대중이 현대 수수 께끼를 새롭게 생성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 답을 찾고 자 한다. 새롭게 변화되어 나타난 수수께끼는 오늘날 우 리가 어떤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언어는 옷처럼 유행에 따라 변한다. 현대에는 현대성에 적절한 수수께끼가 생성된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현대라
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문명적 특성과 동떨어지고, 오직 언어만을 사용하는 단순한 이야기 방식 때문에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현대와 수수께 끼는 문명과 비문명의 표상처럼 동떨어진 영역일까? 수수 께끼는 현대인의 삶에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목 적과 관계없이 놀이만 하는 유치한 영역은 아닐까? 놀이 의 특성은 세상은 외면한 채 놀이하는 구성원만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놀이에는 삶을 성숙시키려는 목적이 없다. 사람들은 현대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유치한 과거의 수 수께끼 놀이에 파묻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헛심을 쓰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수수께끼는 의미 없는 놀이에 불과 하다. 더구나 현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문화의 진화론과 변동론을 주장하며 역동적으로 진보하는 인류에게 수수 께끼는 유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과 의문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의 교육은 묻고 답하는 것으로 시 작했을 것이다. 과거에 이어 현재에도 궁극적인 목적이 지혜 학습인 수 수께끼는 저마다의 답을 갖고 있다. 수수께끼를 만든 사 람만 그 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을 상대방이 알아낸 순간 수 수께끼는 기능을 다한 것이며, 수수께끼의 존재 가치는 소
멸된다. 답을 알고 있다면 어떤 흥미진진한 수수께끼도 진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수께끼의 답 은 수수께끼 이야기의 결말이고, 수수께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화자와 청자 사이의 의식은 긴밀해진다. 청자는 수수께끼를 조작하는 화자의 의식 구 조를 읽어야 하며 화자의 마음은 전적으로 개인적이다. 그래서 화자는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과 정보라는 지 식을 벗어나는 유추와 상상력의 관점으로, 사물을 관찰하 고 수수께끼로 조작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 그리고 재치, 감각적인 표현 등을 동원하여 다양하게 수수께끼를 형성 한다. 이렇게 수수께끼를 다채롭게 형성하고 답을 은폐하 는 방법은 화자의 자유로운 권리다. 다만 화자가 청자에게 갖는 의무는 수수께끼의 규칙 중 하나인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실마리는 우리 민속 이야기에서 ‘황태에 실을 잔뜩 엉키게 감아서 대문 앞에 얹어 두면, 엉킨 실을 푸느라고 집에 못 들어오게 되는 어 리석은 도깨비 이야기’처럼 화자에게 엉뚱한 길을 가리키 는 손짓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화자가 청자에게 구체적으 로 제시한 실마리라는 실타래에 청자가 묶여 있는 한, 수 수께끼의 답이 있는 집 안에 들어올 수 없다. 답은 바보스 럽게 혹은 지혜롭게 제시된다. 현실의 삶에서 답의 효용
성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대중은 현실을 해결할 수 없는 수수께끼 놀 이를 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도깨비 이야기처럼 수수께끼 가 삶의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놀이로서만 존 재한다면, 놀이 기능으로 만족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현실 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현대인에게는 무의미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문명의 시대에 소통되고, 사회에서 새로운 기능을 하며 의미 있게 존재한다. 시대와 사회의 필요에 맞게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수께끼의 새 모습 새로운 수수께끼가 등장한 곳은 새로운 담론의 공간인 인 터넷이다. 수수께끼와 현대의 연관성은 아직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문명이라는 특수한 관점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타난 사실적인 자료 를 중심으로 현대 수수께끼를 현대인의 구체적인 소통의 일부분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특성은 수수께끼의 기능이 확장된 것이다. 수수께끼는 놀이 수단이 없던 이전 시대 에 대중이 사적 공간에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놀이 수단 이었다. 그러므로 수수께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현대 문명의 풍족한 환경에서는 퇴조되었다. 그런데 현대에 대중이 다시 수수께끼를 통해 소통하고 대중의 삶을 표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헌에 서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과거의 수수께끼를 현시대에 인 터넷을 중심으로 소통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한다. 이것은 현대에 나타난 수수께끼가 전통적인 수수께끼의 성격 외 에 현대에 적절한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수집된 자료에 근거하면 현대 수수께끼는 모양이 다르 고, 사회 속 기능도 다르다. 현대 수수께끼는 전승과 진보 라는 관점에서 전통이 변모되어 여전히 존재하는 전승과 재창조해 새롭게 기능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적 기능 을 한다. 현대 수수께끼의 새 모습을 설명하는 주제로 다음 열 가지를 뽑았다. 현대 수수께끼의 정의, 문명과 수수께끼, 새로운 질문과 답, 기능, 생성, 종류, 언어 자료, 고전 자료, 언어 놀이, 수수께끼로 소통하기 등이 그것이다. 현대 수수께끼는 무엇보다 현대 수수께끼가 문명과 상 호작용하는 점에 초점을 두고 정의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 로 삶을 표현하고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면서도, 현대에도 과거의 놀이 수단인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인터넷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현대 수수께끼를 통한 소통 에서 인터넷은 중요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부 분이 될 것이다. 현대 수수께끼에서 현대의 의미는 새로 운 언어 소통 형태에 초점을 둔 것으로 인터넷 사용 시기 를 중추적인 전환점으로 본다. 현대 수수께끼가 존재하는 문명이 현대적인 개념이라 면 수수께끼는 고전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수수께끼 생성의 토대가 되었다. 문명의 특성에 수수께끼 의 특성과 부합되는 필수적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 은 빠름을 추구하는 짧음이다. ‘짧음’과 ‘빠름’은 상보적인 관계이고, 수수께끼의 짧은 형식은 트위터의 짧은 형식과 맞물려 문명사회에서 추구하는 신속함에 대한 요구에 적 절하다. 기본적으로 현대 수수께끼를 형성하는 데는 전통 적인 수수께끼 형성과 동일하게 네 가지 조건이 있다. 문 제와 답,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문제에 답을 숨기면서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 문화적 배경이 동일한 현대사회 구성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기초 위에 형성된 수수께끼는 궁금증을 만족시 킨다는 점에서 인간의 호기심을 끌어내고 답을 준다. 수 수께끼 놀이의 이런 근원적인 특성은 현대 수수께끼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끌어 내며, 소통의 결핍을 수수께끼
형식으로 묻고 답하는 형식에서 충족시킨다. 이 기능은 언어유희와 인식의 전환, 사회 반영 등으로 나타난다. 수 수께끼는 당연히 놀이지만, 현대 수수께끼는 전통적인 수 수께끼에 비해 언어유희 기능이 좀 더 두드러진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멸되던 수수께끼는 새롭게 인터 넷을 통해 생성된다. 인터넷은 현대 수수께끼 생성에 비 중 있는 역할을 하고,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에 따른 말 문 자 형성은 새로운 언어 체계가 형성되는 근본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에 따라 대중의 지식수준의 보편화가 이루어 지고,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신지식인층이 형성되었다. 또한 대중매체를 통해 소통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되어 대량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고, 그 결과 영향력이 확대 되어 현대 수수께끼를 활발하게 유포하게 하는 배경이 되 었다. 한편 사회문화 변동으로 대중의 불안 심리가 형성 되고, 이런 심리를 수수께끼로 투사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현대 수수께끼의 생성 요소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인터넷의 보편화와 대중 의식의 변화 그리고 소통의 다변화가 그것 이다. 인터넷 덕에 현대 수수께끼가 파급되고, 수수께끼 내용도 변모된다. 소통 양상이 개인 대 개인에서 개인 대 불특정 다수로 확대되면서 수수께끼 기능도 놀이에서 소 통 목적으로, 다시 메시지 전달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나타난 현대 수수께끼 자료에 대중의 관심이 집 중된다. 이를 크게 언어, 문화, 복합 유형으로 구분한다. 자료를 보면 의태어, 의성어, 관용어, 감탄사, 사자성어와 세태어, 유행어를 답으로 하는 현대 수수께끼가 있다. 현대 인의 전통 회귀를 반영해 수수께끼의 고전 자료와 현시대 를 풍자하는 세태 반영 자료가 나타난다. 대중이 수수께끼 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그 의식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전통을 반영하는 것은 대부분 고전문학, 민속, 속담 등 이다. 현대 수수께끼에는 이렇게 전통 전승의 내용이 비 유와 풍자로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고전의 자료를 수수께 끼 형성에 사용하는 방식은 패러디나 풍자다. 패러디는 전통의 보존과 변화를 의미하고, 현대 수수께끼 형성에서 고전의 수용과 희화로 나타난다. 고전문학이 자료에서 나 타나는 이유는 고전문학의 내용이 우리 삶에 이미 흡수되 고, 대중이 고전문학의 인물을 실제 역사적인 인물처럼 친 근하게 수용하기 때문이다. 민속 문화를 자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민속 문화의 특성이 반영되어 현대 수수께끼에서 대중문화의 속성을 짐작하고, 속담을 자료로 사용하는 이 유는 우리 삶에서 구체적인 교훈과 지혜의 정신이 삶에 반 영되기 때문이다. 자료를 살펴본 결과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현대 수수께
끼의 특성은 언어 놀이 기능이 강화된 점이다. 수수께끼 는 놀이지만 언어 놀이는 단순히 질문하고 답을 맞히는 수 수께끼 놀이를 넘어서는 것이다. 언어 자체를 놀이의 대상 으로 삼고, 그 방편으로 수수께끼라는 틀을 이용하는 것 이다. 언어 놀이의 개념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논리철학논고에서 그의 언어철학을 설
명하며 처음 사용했다. 대중의 언어 사용을 놀이 규칙과 같 은 것으로 보고 놀이마다 새로운 규칙이 있듯이, 언어 사용 도 언중의 규칙에 따라 고정된 사전적 의미가 없이 변화한 다는 이론이다. 언어 놀이는 말놀이처럼 순간적인 유희가 아니고 문화로서 기능을 한다. 전통적인 수수께끼에 비해 현대 수수께끼는 언어 놀이의 양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언어 놀이는 언어유희로 나타나는데, 전통적인 수수께끼 가 놀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면, 현대 수수께끼는 언어 를 도구로 사용해 언어 놀이를 문화로 즐기는 문화로서 언 어 놀이로 확장된다. 이렇게 인간 문명과 놀이는 본질적인 호혜성이 없지만, 현대에 인터넷은 새로운 소통과 놀이의 도구가 되었다. 수수께끼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인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 로운 담론으로 형성되고, 소통의 도구로 활용된다. 현대 수수께끼에 대한 이론적 정립 없이도 현대에서 수수께끼
는 이미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현대 수수께끼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시대가 요구하는 수 수께끼의 존재 방식으로서 개인적인 소희가 아닌, 사회문 화적 의미와 해석을 지닌 사회문화적 차원의 소통이다. 새로운 현대 수수께끼의 생성과 기능이 개인적인 담론의 영역을 넘어 인터넷을 통해 공적인 담론으로 변모되기 때 문이다. 수수께끼의 질문과 답 사이에는 배움의 과정이 있다. 하나의 관점을 다른 관점과 대응시키고 일치점을 찾아간 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 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각을 창조하게 된 다. 이미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해 다시 해석하고, 청자는 화자의 새로운 해석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또 청자는 화자의 사물과 사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결말에 대해 궁 금증과 호기심을 갖는다. 이러한 훈련의 과정을 거쳐서 지혜를 학습한다. 수수께끼의 기본은 유추와 은유다. 우선 지적 기능에서 도 유추와 은유는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은 잘 알려진 것에 비유해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일
인데, 만일 유추가 없다면 설명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미 알고 있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다리가 되어 줄 기능적 유사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Root-Bernstein & Root-Bernstein, 2001/2007, 210쪽). 그런데 대중이 수 수께끼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지식을 창조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점이고, 그 창조성은 유추와 은유로 시작된다. 하나의 수수께끼에서 얻게 되는 창조적 생각의 훈련은 삶 의 다른 부분에서 얻게 되는 창조적 사고의 기초로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수수께끼의 사회문화적 의미는 인간의 사회문화 의 진화에 필수적인 요건이며 형식을 제한하는 체계에서 의 창조적 사고와 언어 표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 대 대중은 소통에 일정한 체계가 필요하고, 현대 수수께끼 는 대중의 필요성에 맞는 적절한 소통 도구가 된다. 사회 문화는 생활양식, 텍스트, 이데올로기 등 다양성과 복합 성을 지닌 사회현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현대 수수께끼에는 언어가 문화적 존재가 되는 언 어적 특성이 나타난다. 수수께끼 자료는 사회 변화에 따 라 새로운 자료로 변화된다. 수수께끼는 사회를 반영하는 장르로 새로운 수수께끼 장르의 기능으로 변화한다. 소통 에서 매체를 사이에 두면 자기표현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
는 심리를 형성한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다 는 점이 안전감을 주고, 진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 록 한다. 대중의 지적 수준 향상으로 현대 수수께끼를 치 밀하게 생성할 수 있고, 국어의 다양한 조어력은 현대 수 수께끼 형성에 바탕이 되며, 패러디의 기능은 현대 수수께 끼의 사회문화적 기능에 부합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현대 수수께끼의 문화적 위치를 살펴볼 때,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의 문화와 대중문 화의 구분에 따른다. 대중이란 용어의 의미를 제시할 때,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좋아하는 문화와 고급문화 로 함께 설명한다. 이 두 가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화 적 텍스트의 가치판단이 필요한데, 현대 수수께끼는 양식 에서는 대중적이고 형성 방법에서는 고급문화의 요소를 지닌다. 이 판단은 현대 수수께끼를 형성하는 대중이 고 급문화의 위치에 있게 되는 긍정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확 립시켜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의 개방성이 나타난다. 개방성은 문 화적 조력자인 인터넷이 있어서 가능하고, 인터넷은 소통 이 일상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도구가 되었다. 개방성 은 공동체를 지속하려는 면과 공동체를 이탈하려는 면으 로 나타나며, 이런 특성은 현대 수수께끼에 반영되어 사회
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수수께끼가 생성된다. 공동체를 탈 피하려는 경향은 세태 반영어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상 유 행어라 한다. 유행은 한 계층을 같이 묶어 주고, 그 계급을 다른 계급과 분리시킨다. 이러한 언어적 유행은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의 ‘유행의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행은 개인의 자아를 표출하는 것과 사회에 속하는 것 사 이의 긴장을 조정하려는 반응으로 집단의 구성원이 된다 는 심리적 안정감을 지닌다. 또 약간의 변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형성한다. 한편 물질적인 변화가 급속하여 정신적인 가치가 축소 되고 휩쓸려서 가치를 잃어버리거나 변모될 때 문화의 일 부로서 언어도 물질문화에 따른 변화가 나타난다. 현대 수수께끼에는 물질과 정신의 사회적 부조화 현상이 그대 로 반영되어 있다. 사회 변화가 현대 수수께끼 유형과 상 호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화의 사회적 부조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문화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회 속 부조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런 단면이 현대 수수께끼에 나타난다. 이러한 부조화를 윌리엄 필딩 오그번(William Fielding Ogburn)은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으로 제시한다. 문 화지체 현상이란 ‘한 사회의 문화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 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문화 변화의 속도와 관
련하면 이 두 가지 영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실제로는 물질적인 영역에 서 급속한 변화가 앞서기 때문에 비물질 문화의 완만한 변 화 속도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 현상’을 일컫는 다. 종교·윤리·행동 양식과 관련된 제도, 의식, 관념, 가 치관의 변화가 물질의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이며,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담론 방식의 하나로 수수께끼를 대용하는 대용 성이 나타난다. 대중은 말 문자라는 매개로 소통되는 텍 스트의 형태와 내용에서 화자의 표현 욕구와 청자의 공감 을 담아낼 새로운 언어 형식이 필요했다. 형식과 내용을 함께 갖춘 담론 양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매체 소통과 새 로운 시대에 적절한 언어 형식으로 현대 수수께끼 형식을 빌려 쓴 대용의 의미로 매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문학적 감 동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형식으로 수수께끼 틀을 공유했 다. 수수께끼 틀은 어떤 내용과 표현도 무차별로 수용하 고 변형하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현대 수수 께끼를 소통에 이용해 지배계급에 의해 독점된 매체와 다 르게 인터넷 공간에서 일반 대중이 제도화된 공적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제한 없이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파 하고 영향력을 끼치며, 여론 형성을 꾀한다.
대중이 현대 수수께끼를 대용하는 이유는 현대 대중의 전통 지향성과 단문이라는 짧은 형식, 형식의 규칙성 때문 이다. 현대 수수께끼는 현대적 특성인 감각적 표현을 갖 춘 한편 수수께끼 형식의 장르로서 권위를 지니고, 비판적 담론을 사회의 물리적 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문화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현대 수수께끼는 순수한 수수께끼인가, 의도적인 차용이나 대용인가, 순간적인 유 희인가−이 세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판별하는 기 준은 찾지 못했으나, 사회문화적 의미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통된 수수께끼는 특별히 기록의 특성을 지니므로 구술에서 기록으로 정착되는 일반화 과정을 함 께 포함한다. 그리고 인터넷은 기존 대중매체가 일방적인 전달을 하는 것과 다르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 다는 점에서 현대 수수께끼의 화자와 청자라는 대상성 조 건을 충족하고 있다. 이전 시대에 수수께끼를 말하는 대 상은 교육을 받지 않은 대중이었지만, 현대의 대중은 인터 넷으로 지식을 무한히 수용할 수 있다. 즉, 제도적 교육 없 이도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신지식인이다. 이와 같은 대상이 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공간의 공동체에서 인터넷 을 사용하는 무한대의 공동체로 확대되면서, 현대 수수께
끼로 소통하는 방식은 사회문화적 차원의 담론으로 변모, 진화된다. 현대 수수께끼의 생성과 기능도 인터넷 환경의 영향에 놓이게 된다. 현대 수수께끼의 생성 요소는 인터 넷 언어, 대중의 사회적 의식, 인터넷으로 인한 소통의 다 변화로 나타나며 문명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화한다. 현대 수수께끼의 존재 방식이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변 화된 점은 소통 방식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변화된 내 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터넷 보급으로 소공동체는 인터넷망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소통을 하며 무한대 의 공동체 같은 면모를 보인다. 둘째, 언어의 영향력이 커 지면서 대중은 수수께끼에 메시지를 내재한다. 메시지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수수께끼에 숨기면서 사회적 차원의 담론으로 확산되며, 담론은 사회 풍자와 비판으로 이어진다. 셋째, 속담 형식의 수수께끼가 생성된다. 이 방 식은 사회 비판적 담론을 수수께끼 형식에 담아 소통하는 것으로 수수께끼의 속담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 은 수수께끼지만 수수께끼의 본질적 기능인 답을 찾는 과 정이 생략되고, 답이 공개된 수수께끼가 된다. 수수께끼 를 푸는 것이 초점이 아닌, ‘질문과 답 전체’에 일정한 의미 를 담는 것이다. 이렇게 수수께끼의 사회적 기능이 확장되어 현대 수수
께끼로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 형성이고, 담론의 변화 이며, 전통적인 소통의 틀을 재사용하는 대용이다. 이런 현상은 수수께끼가 개인적 담론의 차원에서 사회적 담론 차원으로 변했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현대 수수께끼에 대 해 사회가 기대하는 새로운 담론의 패러다임이다. 인간 문화의 가장 큰 창조는 언어이고, 언어를 통해서 문화의 핵심을 살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성인데, 현 대 수수께끼의 사회적 존재 양상은 살아 있는 현재의 사고 방식, 기능, 제도 등에 나타난 언어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과제다. 사후의 분석이나 재구성으로 얻을 수 없고, 현재 살아 있는 현실어로서 언어와 문화의 기능을 연구하 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유일한 길은 그 문화 내에 제도화되어 있는 동기, 정서, 가치 등의 배경에 비추어 그 행동을 이해하는 것(Benedict, 1934/ 2008, 93∼94쪽)’이라는 견해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언어의 실질적인 기능을 고려하는 것이다. 한편 소통의 도구로 현대 수수께끼를 대용하여 대중의 사회적 의식을 추적하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수수 께끼는 단순한 말놀이가 아닌, 철학적 문제를 함의한다. 현대 수수께끼는 철학적 문제를 함의하고 있으면서 현대 인에게 수수께끼의 본질인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놀이를
넘어선 삶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수께끼 소통 방식에서 가장 큰 진화는 수수께 끼의 구술성과 기록성에 관한 점이다. 전통적인 수수께끼 는 구술로 전해지는데 기록으로 유포될 경우 전통적인 수 수께끼의 소통과 다른 면모로 나타날 수 있다. 대중에게 인터넷의 기록으로 남아 수수께끼의 답이 공개되어서 수 수께끼의 기능이 소멸될 수 있고, 마치 속담처럼 문제와 답이 한꺼번에 유통됨으로써, 수수께끼를 풀며 지혜를 배 우지 않고, 단순히 암기하는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본질과 다른 수수께끼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수수께끼는 일회 적 특성을 지니며, 답을 알게 되면 이미 수수께끼로서 기 능을 잃어버리는데, 인터넷에서 생성 즉시 기록으로 남는 다면 그 파급이 작위적인 것이 되고, 순수한 수수께끼 놀 이와는 다른 암기된 수수께끼로 유통될 우려가 있다. 빠 르게 생성되고 확산되지만 그만큼 소멸도 빠르다. 그러나 언어는 본래 말과 글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것은 말과 문 자로 소통되는 인터넷 시대에 생성된 현대 수수께끼의 운 명이다. 그리고 대중은 또 다른 변화를 수용하며 수수께 끼로 소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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