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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름이다. 우리는 모르는 영화를 제목으로 판단한다. 내용을 해석하고 친구와 공유하고 기대하고 마침내 표를 산다. 그다음은? 관객의 운이다. 1990년대 이후 성공한 카피, 실패한 카피의 원인을 알아보자.

영화표를 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글을 찾아야 한다. ＜흔들리는 균형＞, 파울 클레, 1922

인텔리겐치아 2661호, 2015년 7월 1일 발행

신호창이 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한 단어로 영화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을 능가할 카피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프로듀 서가 이 하나의 단어를 찾아내려 한다. 영화 제목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 은 제작자의 의도를 반영한 유혹의 언어이 자,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표제어, 헤드라인 카피다.

- ‘영화 제목과 광고 카피’, ≪영화 카피≫, 2쪽.

영화 제목이 그렇게 중요한가? 영화의 이름은 영화를 ‘해석’하고 타인과 ‘공 유’해 영화를 보고 싶게, 보러 오게 만든다. 잘 만든 영화 제목은 목표 관객의 주목을 끌 어 그 자체로 강력한 헤드라인 카피가 된다. 어떤 영화가 그런 영화인가? ‘군사부일체’를 비튼 ＜두사부일체＞다. 영 화의 핵심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장르 까지 알렸다. 속편 제목은 ＜투사부일체＞, ＜상사부일체＞로 이어져 일관성, 언어 리 듬, 유머를 유지했다. 제목만으로 역부족일 때는? 태그라인을 붙일 수 있다. 제목을 보완한다.

모호한 제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영화의 매력을 강화해 설득 효과를 높인다. 어떤 태그라인이 그랬는가? “한강, 가족 그리고…” ＜괴물＞,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다. ＜괴 물＞ 태그라인의 리듬감은 공포의 감정으로 관객을 이끌었고, ＜신세계＞는 세 남자가 꿈 꾸는 세계를 쓸쓸하면서도 어둡게 암시했다. 제목과 태그라인의 다음 과정은? 헤드라인 카피를 찾아야 한다. 제목과 태그 라인이 강력하면 헤드라인이 없어도 괜찮 다. 무엇이든 영화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 여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유혹하는 ‘미끼’가

되면 된다. 미끼를 던져 낚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소비의 즐거움을 상상하게 만든다. 영 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영화표를 사면 성공이다. 성공한 카피의 공통점은? 쉽고 짧고 명확하다. 언어의 리듬이 살아 있 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이런 카피는 소비자 의 심리를 건드리고 마음을 움직이면서 신뢰 와 공감을 얻어 낸다. 어떤 카피가 그랬는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건

축학개론＞ 카피다. 보편적이고 담담하지만 20~40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과하지 않은 주장으로 신뢰를 얻었다. 관객층이 좁아질 위험이 있는 영화였는데 이 카피가 위험을 잠 재웠다. 이런 카피는 어떻게 쓸 수 있는가? 영화의 내재 자원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했 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확한 분석이 ‘첫사랑’ 향수와 추억을 되새기는 카피를 탄생시킨 동 력이다. 카피라이터는 영화와 시장, 관객을 알고 키워드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키워드와 아이디어 다음은? 언어를 고른다. 단어를 넣고 빼는 조합과 해

체를 반복한다. 강하고 새로운 단어, 문구를 찾고 언어의 리듬과 비유, 수사를 고민한다. 언어의 위력은 어떤 카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 ＜스캔들＞의 카피는 “…통하였느냐?”다. 호기심과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양반의 말투로 품격을 살렸다. ＜친절한 금 자씨＞의 “받은 만큼 드릴게요”는 복수 계획 을 교묘하게 은닉하면서 반어·은유로 기대 감을 높였다. ＜결혼이야기＞의 “잘까, 말 까, 끌까…할까?”는 운을 맞춰 리듬감을 주 었다.

이 책 ≪영화 카피≫는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카피가 영화 흥행에 기여하는지 설명한 책이다. 단 몇 마디로 영화를 보러 가게 만드 는 카피의 역할과 쓰임을 설명하고, 카피 유 형과 특징을 정리했다. 한국 영화 황금기인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영화 카피를 분석했다. 유머·관능·감성·시대정신을 담아 성공한 카피, 영화의 특징을 잡지 못해 실패한 카피를 통해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끄 는 카피라이팅 기술을 알려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은영이다. 추계예술대학교 문학영상대학 영상비즈니스과 교수다.

영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름이다. 우리는 모르는 영화를 제목으로 판단한다. 내용을 해석하고 친구와 공유하고 기대하고 마침내 표를 산다. 그다음은? 관객의 운이다. 1990년대 이후 성공한 카피, 실패한 카피의 원인을 알아보자.

영화표를 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글을 찾아야 한다. ＜흔들리는 균형＞, 파울 클레, 1922

영화 카피 김은영 지음 영화 마케팅 / 카피라이팅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18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영화 카피

감정을 상품화하는 영화 마케팅과 카피

마케팅은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유리하 게 만들어 상품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과정이다. 즉, 제품 과 시장의 일치를 도모하기 위해, 상품을 제시하고 광고하 고 판매하려는 이론적이고도 실천적인 전 과정이다. 특별 히 영화 마케팅은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 고 성공을 지원하는 체계다(Lieberman & Esgate, 2002, p.41). 마케팅으로 대중은 비로소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으로 전환된다. 영화는 그 어떤 상품보다도 총체적인 엔터테인먼트와 일반 상업 마케팅 속에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섬세한 마케 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Creton, 1997/2005, p.239). 감 성적인 유혹과 이성적인 설득은 필수다. 매주 새로운 영 화가 동시에 개봉되므로 경쟁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실 패를 모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마케팅밖에 없다. 영화계의 오래된 속설 중 하나는 만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좋은 작품이라서 그런 것이고, 실패하 면 마케팅이 충분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Wasko, 2003,

p.190). 이러한 속설 때문에 마케팅이 흥행 실패의 구실이 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영화는 좋은데, 마케팅을 못해 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그러하다. 마케팅 담당자에게는 억 울한 이야기다. 관객의 입장에서 모든 영화는 ‘발견’이다. 따라서 영화 의 마케팅 캠페인은 대중이 영화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전 방위의 시장 활동을 전개하고, 상영관으로 많은 관객을 유 인하는 데 맞춘다. 요컨대 영화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변 덕스러운 관객이 영화를 관람한 후 얻어갈 감정과 영화표 를 맞바꾸도록 하는 일이다. 세상에 영화는 너무 많고, 대 중은 모든 영화에 열광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 없이 흥행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마케팅 전략은 프로듀서와 배급사의 마케팅 전담 인력 이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고민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촬영 종료 즈음에 확정한다. 배급사는 홍보, 광고, 판촉, 조사 등 마케팅에 관여하는 회사와 제작자나 프로듀서가 참여 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팀을 조직한다. 팀 안에서 개봉할 영화의 품질과 성격, 마케팅 환경, 관객의 동향과 경쟁영 화 등을 분석한다. 초기에 정한 마케팅의 방향을 끝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경쟁 환경이 달라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면, 이에 맞게 전략을 보완하면 된다. 때로는 개봉 첫 주말 흥행 실적이 기대한 바에 못 미칠 때가 있다. 난감 한 일이다. 전략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 개봉 첫 주말 마케팅 전략을 문서로 정리한 기획서에는 개봉 날짜와 배급 전략, 로그라인(logline)과 카피라인(copy line 혹은 cut line), 목표 관객(target audience) 수, 시장 환경과 경쟁 영 화 분석, SWOT(strengths, weaknesses, opportunities, threats) 분석, 유사작과 전략적 위치 선정(positioning), 인지도와 선호도 제고 전략, 마케팅 포인트, 마케팅 예산 등을 기록한다. 배급사와 홍보마케팅사가 작성하는 이 문 서에 한 편의 영화가 시장에 접근하는 거의 모든 주요 전 략을 담아야 한다. 마케팅의 큰 방향은 어떻게 시장을 세 분화(market segmentation)해, 누구를 목표 관객으로 정 하고, 영화의 전략적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 정된다. 영화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배급 전략 즉 개봉 날짜를 확정하는 데 있다. 배급 규모와 방식은 개봉할 영화의 성 격이나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배급사가 결정한다.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거둔 박스오피스 실적에 따라 상영 기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개봉 날짜를 정하는 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만일 경쟁 환경이 나쁘면, 개봉 날짜를 변경해 서라도 위기를 피해야 한다. 시장 환경, 관객의 소비 패턴, 경쟁 환경을 분석하는 것 은 영화의 외적 조건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배급사와 홍보마케팅사는 개봉 확정일 2∼3주 전후에 개봉하는 경 쟁 영화의 품질과 입소문, 마케팅 방향 등을 파악한다. 영화를 기획할 때 작성했던 제작계획서의 SWOT 분석 과 유사작 분석은 마케팅 전략에 맞게 보완해 다시 정리한 다. 개봉할 영화의 장점과 단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마케팅의 방향을 제대로 정할 수 있 다. 경쟁 영화나 정치·사회적 여건, 유사작의 흥행 실적 등도 잘 따져 보아야 한다. 완성된 영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마케팅 전략이 좋으 면 사회적 분위기나 경쟁 환경에서 기회요인을 찾아낼 수 있다. 유사작 분석은 공통점이 있는 영화들의 흥행 성공 과 실패 원인을 파악해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는 데 그 목 적이 있다. 반드시 개봉 시기에 경합할 영화들을 파악해 개봉할 영화가 어떠한 전략적 위치에 있는가를 예측해야 한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은 영화가 개봉하는 첫 주말에 벌 어진다. 개봉 직전까지 축적해 온 인지도가 빠른 속도로 선 호도까지 높여 주면 일단 성공이다. 선호도는 관객이 영화 를 관람하려는 욕구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본적으로 인지 도가 높아야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높은 인 지도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현저히 낮은 영화도 많다. 선호도가 낮으면 영화 예매율은 높아지지 않는다. 선호도를 높이려면 관객이 좋아할 만한 마케팅 포인트 를 찾아야 한다. 요컨대 잠재 관객을 낚아챌 만한 판매의 계기(sales hook)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계기가 관객 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따라서 목표 관객을 유인 하려면, 가장 고유하면서도 선동적인 요소를 마케팅 포인 트로 삼아야 한다(김은영, 2014, 180∼186쪽). 감독이나 주연배우의 평판, 제작비 규모나 특수효과, 사회적 이슈 와 연관성 등 다양한 요소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 획안을 작성한다. 현실적인 여건이나 마케팅 자원, 관객 의 반응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도 있지만, 마케팅팀의 구 성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실행계획안이 제시한 지침을 숙 지하도록 한다. 개봉 전략에 따라 마케팅 실행의 순서는 탄 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상영등급(rating)은 영화의

내재적 성격과 목표 관객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실행 과정에서 현실적인 기준점을 제시한다. 마케팅 실행은 개봉 날짜에 맞추어 역순으로 주 단위의 수행업무를 체계화한 계획안에 맞추어 진행한다. 대체로 영화 제목을 미리 홍보해 인지도를 높이고, 영화관에 보낼 선재물을 제작·배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재물은 영 화의 선전을 위해 제작, 배포하는 포스터와 전단지(flyer), 엽서 등 각종 인쇄 홍보물을 말한다. 예고편, 동영상 광고, 홍보 영상물도 배포하고, 온라인·오프라인 광고도 개시 한다. 한편으로, 제한적 시사회(sneak preview)로 관객의 반 응을 미리 조사해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도 있다. 기자와 배급 담당자를 위한 시사회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까지 마치면, 개봉을 위한 준비는 거 의 끝난 셈이다(김은영, 2014, 191∼199쪽). 개봉 후 출구 조사도 중요하다.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입소문 형성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마케팅의 값비싼 도구, 광고 영화에서 활용하는 마케팅 도구는 광고, 홍보, 판촉, 조사 분석이다. 이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은 광고다.

광고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대중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한 꺼번에 도달시킬 수 있지만, ‘유료 커뮤니케이션(paid communications)’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코카콜라’라는 단어가 유명해진 것은 순전히 광고 덕분이다. 마치 종교를 전파하는 것과 같이, 광고는 소비 의 미덕을 전파한다. 광고처럼 직접적이고 유용한 마케팅 도구는 드물다. 한편으로, 광고는 사회적·문화적 의미까지도 상품화 한다. 요컨대 광고는 상품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는 제 도적 합리화 과정이다(Goldman, 1992/2006, p.8). 이로 써 광고가 창조한 세계는 귀중하고, 예술적이며,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듭난다(Sturken & Cartwright, 2001/2006, p.203). 광고물은 이러한 의미를 구체화해 매력적인 판타 지의 세계를 제시한다. 말보로맨(Marlboro Man) 담배가 판매한 것은 남성미다. 영화 광고도 우리의 사회적 삶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 는 영화를 관람하기 이전부터 영화 광고에 노출되어 그 스 펙터클에 압도된다. 영화 자체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 투하기도 전에, 광고가 판매한 판타지의 세계 덕분에 우리 의 시각적 체험의 폭도 넓어진다. 영화 광고는 개봉 이전에 집행하면 예고 광고, 개봉 이

후에는 본고 광고라 부른다. 특히 예고 광고는 영화의 품 질을 알지 못하는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매우 전략 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영화의 품질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어쨌거나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유혹하 는 것이 예고 광고의 목표다. 영화 관객은 광고 의존적인 소비자다. 영화 광고는 텔레비전, 라디오 등 기존의 전통 적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ATL(Above-the-Line)과 이벤트 나 전시 등 다양한 BTL(Below-the-Line)을 가리지 않고 전개한다. 영화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개봉하기 2∼3주 전 부터 개봉 첫 주말까지다. 개봉 후 영화관 매출이 부진하 면 이후의 후속 윈도(window)에서도 만족할 만한 매출을 거둘 수 없으므로, 배급사는 개봉 이전에 가용한 광고 자 원을 거의 쏟아붓는다. 예고 광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개봉 첫 주말에 박스오피스 전체 매출의 20%를 거두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Lieberman, 2002, pp.43∼ 44). 개봉 첫 주의 스코어가 만족할 만하면, 더 많은 관객 을 모으기 위해 어느 정도 광고 물량을 유지한다. 영화의 품질이 신통치 않지만 개봉 첫 주말에 많은 관 객을 동원하려고 ‘광고의 힘’에 의지하는 영화도 많다. 특 히 제작비가 많이 든 대작 영화가 그러하다. 영화가 잘 나

오지는 않았지만 마케팅으로 밀어붙여서라도 손해를 보 지 않겠다는 배급사의 ‘의지’가 강하면, 가끔 성공할 때도 있다. 배급사가 마케팅 부서를 강화하고 그 활동을 통제 하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영화 광고 캠페인의 도구는 예고편과 동영상 광고다. 영화 특성상 동영상으로 ‘짧고 강하게’ 알리는 광 고는 효과가 좋다. 텔레비전에서 동영상 광고가 현시될 때 효과가 가장 크다. 물론 광고료는 가장 비싸다. 비용 대 비 광고 효과가 큰 것은 인터넷 광고다. 팝업이나 배너 광 고는 접속률이 높은 대중적인 포털 사이트에서 효과적이 다. 특히 영화 예매 사이트의 배너 광고는 영화관에 자주 가는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인쇄 광고는 좀 더 구체적으로 대중의 정보 탐색 욕구 를 채워 준다. 최근 들어 고전적인 ‘아날로그’ 종이 포스터 는 점차 디지털 파일로 대체되고 있지만, 광고의 효과는 변함없다. 영화관, 거리, 인터넷 어디에서든 포스터 이미 지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키아트와 미끄럼틀 효과 영화 광고에서 시각적 콘셉트와 포스터, 카피는 가장 중요 한 점검 사항이다. 키아트(key art)를 활용한 포스터는 가

장 강력한 영화 마케팅의 도구이며,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 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키아트는 프로모션에서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로, 영화를 판매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 심 디자인을 말한다. 주로 포스터나 신문 광고, 판지로 만 든 대형 홍보물, 홍보 인쇄물을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이 미지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할리우드가 많이 쓰는 전략은 스타의 이미지를 앞세우는 것이다(Bosko, 2003, p.124). 스타는 그 자체로 대단한 영화적 현상이며, 영화 이 미지를 운반하는 장치다(Dyer, 1979/1995, p.124). 영화와 포스터 이미지에 특권을 제공하는 스타의 얼굴만큼 시각적 충격이 큰 요소는 없다. 이러한 시각적 충격을 외면하는 광 고는 거의 없다. 포스터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것은 영화 제목 과 헤드라인(headline) 카피다. 포스터는 ‘사각의 경계선 (borderline)’ 안에서 키아트와 헤드라인 카피를 결합한다. 키아트는 시각적으로, 헤드라인은 언어적으로 광고 전략 과 마케팅 방향을 선도해 나간다. 마케팅 담당자는 아트 디렉터나 디자인 업체와 토론하 면서 포스터 시안을 심사하고 마케팅 단계별로 어떤 키아 트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반드시 영화 성격에 맞게 키아트를 제시해야 한다. 포스터 이미지는 영화 촬영 중

에 스틸 기사가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거나 새로 제작한다. 포스터가 꼭 인쇄물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거리의 옥 외광고, 극장 내·외벽의 대형 광고, 엽서와 같은 판촉물 의 디자인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포스터는 영화관, 백화점, 체육관, 지하철, 버스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이든 막론하고 설치할 수 있다. 거리와 도로에 설치하는 대형 광고판인 빌보드(billboard) 도 포스터의 기능을 수행한다. 거리에는 광고가 이정표보 다 많다. 건물 외벽의 대형 옥외광고는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충격적이다. 인터넷의 배너 광고도 마찬가 지다. 이러한 시각적 광고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 게 제시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상어와 수영하 는 여자를 담은 <죠스(Jaws)>(1975)와, 보름달을 가로질 러 자전거를 타고 날아가는 소년을 담은 <이티(E.T. The Extra-terrestrial)>(1982)의 키아트는 영화의 콘셉트를 절 묘하게 담아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작은 포스터’라 할 전단지도 가세한다. 무료로 배포하 기 위해 제작되는 전단지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선재 물이다. 전단지가 배포되는 현장은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실제 관객이 늘 드나드는 치열한 마케팅의 현장이자, 영화

의 매출이 발생하는 첫 번째 윈도다. 전단지는 동영상 예 고편에 비해 광고의 효과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비교적 상세한 영화 정보를 제공해 잠재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도구다. 전단지의 앞면은 포스터와 동일하게 구성한다. 통일된 광고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키아트와 헤드라인 카피도 같다. 성실한 본문에 해당하는 ‘보디 카피(body copy)’는 뒷면에 배치한다. 뒷면에는 상세한 영화 정보 이 를 테면 영화의 주요 장면들, 로그라인이나 시놉시스 (synopsis), 출연 배우, 감독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 이미지 를 수록한다. 뒷면에 메시지의 몸체인 보디 카피를 배치 할 수 있다는 점이 전단지의 최대 장점이다.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영화 전단지의 첫 문장은 영화 제 목과 헤드라인 카피다. 영화 제목과 헤드라인이 주목을 끌면 일단 성공이다. 광고의 목적은 첫 문장을 읽게 만드 는 것이다(Sugaman, 2004/2010, p.39). 이렇게 영화 제목 과 키아트가 주목을 끌고, 카피의 첫 문장인 헤드라인이 좋으면, 순차적으로 전단지의 뒷면에 수록된 깨알 같은 보 디 카피까지 관심을 끌게 된다. ‘미끄럼틀 효과’가 나타나 는 것이다. ‘미끄럼틀 효과’는 소비자가 카피 전체를 읽는 과정이다.

‘미끄럼틀 효과’가 크면 카피를 읽는 소비자의 수가 늘어 나 ‘집객 능력’도 커진다. 카피를 읽은 집객 수가 증가할수 록 구매자도 늘어난다(Sugaman, 2004/2010, pp.45∼54). 잠재 관객이 된 ‘독자’는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게 된다. 상 세한 정보를 탐색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광고의 목적은 달 성된 것이다. ‘미끄럼틀 효과’처럼 제목으로 시작해 헤드 라인, 서브헤드라인, 보디 카피 등 모든 정보를 마지막까 지 술술 읽게 만든다면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콘셉트, 로그라인, 카피라인 영화의 기본적인 광고 전략은 영화의 내재적 자원에서 나 온다. 영화의 장르를 어떻게 규정하고 누구를 향해 무엇 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기획 단계부터 시작 된다.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프로듀서가 제일 많이 거론 하는 단어는 콘셉트, 로그라인, 카피라인이다. 콘셉트는 한 편의 영화 전체를 몇 개의 핵심어로 압축해 간단하게 스케치한 것이다. “영화의 콘셉트가 무엇인가?” 는 프로듀서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로그라인은 영화의 핵심 스토리라인과 장르적 성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핵심 문장이다. 보통 10∼20개 (영어로는 18∼25개)의 ‘시장 친화적인’ 단어로 정리한다.

로그라인은 영화의 제목, 장르와 함께 영화를 소개할 때 마케팅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다(김은영, 2014, 40 쪽). 예를 들어 <사랑니>(2005)의 로그라인은 “서른 살 여 자가 17세 때의 첫사랑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고, <괴물>(2006)의 로그라인은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사투 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로그라인이 한 문장으로 쉽게 정리되면, 대중과 소통하 기가 쉬워지므로 마케팅도 훨씬 쉬워진다. 하이 콘셉트 (high concept)라면, 시장성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프로 젝트로 간주한다. 단순하고 대중적인 문장으로 쉽게 표현 할 수 있으면, 명백히 하이 콘셉트 영화다. 즉, 높은 시장성 을 보장하면서도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쉽게 압 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다(Wyatt, 1994/2004, pp.24∼33). 영화를 마케팅과 강력하게 연결한 하이 콘셉트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시장의 수요에 가장 직접 적으로 응답한 개념이다. 시장 친화적인 이 개념이 상업적 인 영화의 기획 개발 과정에서 길잡이를 해 주는 것은 당 연하다. 예를 들어,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맞서는 가족 이 야기인 <괴물>(2006)과, 해운대에 쓰나미가 온다는 설정 으로 기획한 <해운대>(2009)는 대표적인 하이 콘셉트 영 화다. 하이 콘셉트일수록 마케팅하기 쉽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카피라인은 스토리를 완성하는 몇 마디의 말, 감정을 상품화하는 한 줄의 문장이다. 주로 광고에 쓸 목적으로 만들어 낸다. 카피라인은 포스터의 시각적 정보와 함께 제시되는 카피로, 관객의 감정 구조를 쥐락펴락하는 요소 다. 특히 영화 카피는 영화 이미지가 제시하는 스펙터클 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영화라는 상품에 적절한 의미 즉 만 족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제시한다. 보는 이의 욕망을 자극하고, 감정에 호소하고, 소비자로서 행동하고, 입소 문을 내라고 종용한다. 소비자의 이성과 감성은 영화에 완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광고의 역할을 소비자에게 제품을 ‘해석’해 주는 것이 라고 할 때(김정우, 2006, 30쪽), 헤드라인 카피는 영화 마 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해석’의 도구가 된다. 영화를 ‘해석’ 한 대중은 곧 잠재적인 관객이 된다. 그가 카피의 효과로 영화표를 예매하고, 영화관으로 달려가게 되면 영화는 성 공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가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동안 기억할 만한 카피라인이 많이 나왔다. “조선남녀상 열지사”라는 태그라인을 붙인 <스캔들>(2003)의 “…통하 였느냐”, <친절한 금자씨>(2005)의 “받은 만큼 드릴게요”,

<건축학개론>(2012)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 었다”는 영화업 종사자들이 환영한 카피였다. 우리는 매일 수천 개의 광고를 본다. 주목을 끄는 광고 는 언제나 좋은 제품(혹은 제목)과 헤드라인을 내세운 다. 그 무엇이든 제품을 제외하고 가장 큰 글자로 구성된 첫 문장인 헤드라인이 가장 중요하다. 헤드라인이 호기 심을 끌면,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찾게 되고, 기대감에 들뜬다. 영화 카피의 직무는 영화라는 욕망의 상품 세계에서 이 러한 기대감을 판매하는 것이다. 영화가 가진 스토리와 이미지가 관객을 매혹시키듯, 카피도 영화가 주는 즐거움, 자부심, 꿈 등 흥미진진한 혜택과 만족감을 약속하며 유혹 한다. 성공적인 광고 카피라면, 그 수명도 길 것이다. 좋은 광고란 끊임없이 돌고 있는 레이더와 같다(Ogilvy, 1983/ 2004). 우리의 삶과 감정은 끝없이 상품화된다. 영화에 관한 책은 많다. 광고와 카피에 관한 책도 많다. 반면에 영화 카피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이 책은 1990년 대 이후 한국 영화의 헤드라인 카피를 검토한다. 광고 분 야의 저서들을 참조하되, 가급적 한국 영화가 선호한 카피 의 유형과 그 효과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광고가 좋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질 낮은 영화를 광고로 만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제 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광고를 무시해도 되는 영화란 없 다. 최근 한국 영화의 성장은 제작자와 프로듀서 못지않 게 제 몫을 다한 마케팅 인력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다. 그 들이 토론하면서 찾아낸 카피들은 영화의 개성을 담아 강 하고 새롭게 메시지를 전파했다. 마지막 장에 기억해 둘 만한 한국 영화의 카피라인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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