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관리를 관리할 때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준다. 인상 관리가 시작된다. 사회자본이 축적되면서 인맥은 점점 더 넓어진다. 그다음이 문제다. 너무 그럴듯한 자신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 내려놓을 때다.
SNS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공개한다.
인텔리겐치아 2668호, 2015년 7월 6일 발행
이민영이 쓴 ≪인터넷 심리학≫ 상대가 보이지도 않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온 라인 환경에서 우리는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까? 컴퓨터를 매개로 소통하는 CMC 환경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학자들은 CMC로 인간 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보았다. 표정, 목소리, 외모, 말투 등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익명이 보장되는 CMC의 특성 때문이라고 했다. - ‘온라인 대인 관계 심리학’, ≪인터넷 심리학≫, 42쪽.
결과는? 사람들은 온라인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에서 친구를 만들고 관계를 유지한다. SNS 로 타인과 일상을 공유하고 실시간 소통한 다. CMC, 곧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초기 연구자들의 예측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측 실패의 원인은? 기술결정론 시각으로 현상을 판단했기 때문 이다. CMC를 면대면보다 열등한 환경으로 분류했다. 왜 그랬나? 부족한 정보와 익명성 때문에 사회적 실재감
이 낮고, 비방과 욕설이 신뢰를 떨어뜨리며,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없어 비효율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단점을 극복해 나 갔다. 어떻게 극복했나? 문자로 감정, 상황을 잘 전달하기 어려우니 사람들은 이모티콘을 붙이기 시작했다. 한 때 유행한 OTL은 좌절의 감정을 정확히 전 했다. 이모티콘의 효과다. 이모티콘 효과는 어떻게 확산됐는가? 이모티콘 효과를 학습한 인간은 아바타로 자 신의 이미지를 알렸다. 디카가 인기를 끌면 서 셀카나 일상 사진이 아바타를 대신했다.
인상 관리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여기서 인상 관리란 뭘 말하나?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이다. 예 쁘고 멋있게 찍은 사진, 오늘 간 맛집이나 공 연장·만난 사람·여행지·쇼핑 상품 등의 사진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뭔가? 문자와는 다른 차원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 이다. 다른 차원의 정보란? 외모, 표정, 옷, 학력·직업, 기호, 그 밖의 환경 같은 것이다. 문자로는 전달이 어렵다.
복잡한 사회 정보다. 그러나 사진으로는 쉽 게 전달된다. 그래서 사진을 올리고 인상을 관리한다. 인상 관리의 목적이 뭔가? 관계 유지다. 페이스북, 카스, 인스타그램, 카톡의 대화 상대는 대부분 아는 사람이다. SNS에서는 정제된 모습과 표현으로 그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얻는 것이 뭔가? 사회자본의 확장이다. 누가 누구와 친하며 언제 어디서 만나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친구의 SNS에서 만난 사람끼리 새로 운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면대면에서 느슨
했던 관계를 SNS로 회복할 수도 있다. 인맥 의 질을 높이면서 확장하는 것이다. 부작용은? SNS 피로감이다. 누군가 글을 올리면 내키 지 않아도 답글을 올려야 할 때가 있다. 온라 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상 관 리, 인맥 관리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SNS 에 너무 빠질 위험도 있다. 해결책은? SNS에서 실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되돌아볼 때다. 진실한 모습이 상대와 더 두터운 관계를 맺는 비결이 될 수 도 있다.
이 책 ≪인터넷 심리학≫은 무엇을 말하나? 온라인 대인 관계 형성과 확산, 인기 이유를 인간의 인터넷 이용 심리로 분석한 책이다. 초기 CMC 연구자들의 예측이 실패한 원인 을 설명한다. 인터넷 환경의 특징과 이용자 의 미디어 이용 행위가 온라인 대인 관계 발 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미지 정보와 인상 관리로 또 다른 자아를 꾸미는 인간의 심리, SNS와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특징, 온 라인 집단 심리학을 분석한다. 온라인 관계 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민영이다.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강사다.
인상 관리를 관리할 때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준다. 인상 관리가 시작된다. 사회자본이 축적되면서 인맥은 점점 더 넓어진다. 그다음이 문제다. 너무 그럴듯한 자신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 내려놓을 때다.
SNS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공개한다.
인터넷 심리학 이민영 지음 미디어론 / 심리학 2015년 5월 20일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04쪽 9,800원
작품 속으로
인터넷 심리학
인터넷 환경의 이해
인터넷 환경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비록 최근에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같이 나의 존재를 공식 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온라 인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맘만 먹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성별이나 외모, 직업 같은 실제 세상의 나에 대한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심리적으 로 편안한 상태에서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것 때문 에 온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적으로 평등하며 수평적이다. 상대나 나나 어떤 사람인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 대화는 상대적으로 평등하게 이루어진다 는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상대가 나의 사회적 신분이나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 감정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 현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욕설이나 비방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하기가 쉽다. 사회적 규범에서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이라면 자제했을 대화를 온라인에서는
쉽게 뱉어 버리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악플’은 그 대표 적인 예다. 익명성만이 부정적 효과를 불러오는 요인은 아니다. 면 대면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실제로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상 대의 ‘존재’가 나의 대화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온라인 익 명적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내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 중 상대의 존재감을 잘 느끼기 어려운데 이를 흔히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이 낮다고 표현한다. 면대면 상황에서 사회적 실재감은 높지만 온라인에서는 사회적 실재감이 낮기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거나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는 경향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이렇게 간단 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비록 초기의 학자들은 온라인 환경의 기술적 특징들을 감안해 온라인에서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이것 때문에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일탈 행위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평적 의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됨 에 따라 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항상 이러한 예측이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송경숙, 2002). 익명적 온라인 환경에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찌어찌해서 얻은 상대 방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때 상 대가 나와 같은 집단(예: 성별,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소 속이라는 정보를 얻게 되면 상대에게 정도 이상의 친밀감 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상대방이 나와 다른 집 단 소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을 느 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 니 그나마 확보한 집단의 정보를 활용해 그 집단의 특성에 비추어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집단 소속 인 경우에는 긍정적,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정적 인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정체성에 의한 탈개인화 현상 (social identification and deindividuation) 효과라고 한 다. 익명적 온라인 환경에서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정체성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의미다. 이때 상대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나 의 생각과 행동 역시 집단 정체성의 영향을 받게 된다. 나 의 생각과 행동을 집단의 정체성에 맞게 행하는 탈개인화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특징은 익 명적 온라인에서 집단의 규범을 벗어난 일탈 행동이 만연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의 규범에 따르는 행동이 더
욱 많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이은주, 2008). 예를 들어 보자. 한 연구에서 학자들은 한 학교에 다니 는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의 사람들에게 특 정 인물들을 평가하게 했다. 두 집단에 제공된 인물 정보 는 동일했지만 한 집단에는 평가 대상이 같은 학교에 다닌 다고 알려 주었으며 다른 집단에는 그들이 다른 학교 소속 이라고 말해 주었다. 결과는 상대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 고 일러 준 집단에서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온 반면, 다른 집 단에서는 평가가 나쁘게 나왔다. 동일한 대상을 평가했는 데도 단지 어느 학교 소속인가에 따라 평가가 다르게 나온 것이다. 이렇게 누구를 판단할 때 내가 아니라 집단에 소 속된 일원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상을 탈개인화라 고 한다. 익명적 온라인에서는 탈개인화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 다. 비교적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주어진 집단 정보는 하나의 거대한 의미로 나에 게 다가온다. 그리고 개인으로서 내가 아니라 집단 구성 원으로서의 내가 되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행동이 집단의 규율을 따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만약 탈개인화가 일어 난 상황에서 같은 집단 소속의 다른 사람과 온라인 대화를 하게 된다면 욕설이나 비방 등의 행위는 확연히 줄어들고
오히려 긍정적인 대화가 더욱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인터넷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필요성 이야기를 정리하면, 익명적이고 사회적 실재감이 낮은 온 라인 환경은 분명히 면대면 대화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초기에는 온라인 환경의 특징이 주로 부정적인 효과를 유 발하고 사람들이 사회적 규약이나 규범을 벗어나는 일탈 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실제로 아직도 온 라인 댓글에서 흔히 발견되는 욕설, 비방 등은 사회적 문 제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악플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온라인이 오히려 사회적 규범 의 준수를 더욱 조장하는 상황을 제공하기도 한다. 즉, 탈 개인화가 일어나면 온라인에서 개인은 개인으로서가 아 니라 집단의 일원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때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집단의 정체성을 고려한 판단이 일 어나게 되고 일탈 행위보다는 긍정적 행위가 더욱 잘 일어 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온라 인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환경의 특성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심 리적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
션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온라인 환경이 유발하는 심리적 효과는 항상 고정된 방향으로 일정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들과 맞물려 때로는 반대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해 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지나치게 감정 적으로, 때로는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혹은 그 사이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과거의 인터넷에 대한 많은 논의들은 마치 인터넷 환경이 일정한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만 취 급해 왔다. 하지만 보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인터넷에 서 발견되는 다양한 현상들은 인터넷의 기술적 특성으로 만 설명될 수 없으며 사용자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것 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페이스북이 나 트위터 같은 SNS는 왜 인기가 있을까? 온라인이 그렇 게 부정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면 왜 나랑 친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교류할까? 보다 효과적으로 나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떨어지는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 실은 SNS가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사실, 초기의 인터넷 연구는 인터넷에서는 대인 관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익명적이고 사회적 실 재감도 낮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인간관계 형성과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교류할 수 없 다고 봤다. 이에 따라 비록 인터넷이 업무나 정보 얻기 등 특정 목적을 위해서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되지만 사회 적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미디어라 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지 수십 년이 채 안 된 상태에 서 이제 인터넷의 가장 큰 용도는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유지다. 날마다 각종 SNS를 통해 수많은 대화들이 오가고 사진을 교류하며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 이어진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남들과 동영상을 함께 감상하면서 대화한다. 이른바 소셜(social) TV라 부르는 서비스는 이미 다음 세 대 디지털 TV의 중요한 기능이 되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것은 인터넷 환경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다 양한 요인들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자들이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인터넷에서 단순한 일들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속도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 을 만큼 빨라졌다. 초기 인터넷은 주로 문자 정보로 이루어
졌지만 최근에는 사진 같은 이미지 정보가 넘쳐난다. 그리 고 이제는 개인들의 대화에도 동영상 정보가 활발히 이용 된다. 이렇게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인터넷 환경에서 과연 인터넷이 익명적이고 사회적 실재감이 낮기 때문에 비인 간적인 미디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할까? 물론 아직도 일정 정도는 이러한 설명이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는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 고 사실은 과거에도 그러한 현상이 발생했지만 우리가 인 터넷을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일 들이 잘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온라인 사회적 정보 교류 익명성 같은 온라인 환경의 기술적 특성에 근거한 부정적 인 전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다른 예에 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제는 시간적,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누구와도 원하는 때에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보 획득 의 측면에서도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국경이나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는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에는 집단, 문화, 국가 같은 사회적 경계가 정보 교 환의 경계 역할을 해 왔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앞으로는 그러한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인 터넷은 정보 평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누구 나 자유로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 가 특정인에게 편중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고르게 전 달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생각보다 인터넷에서 사 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정보 교류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 다는 것이었다. 가령 언어는 문화나 국가적 경계를 넘어 서는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온라인에서 가 장 많이 활용되는 언어는 단연 영어다. 그러다 보니 비영 어권 사람들은 영어가 필요한 대화나 정보 교환에는 참여 하기 어렵다.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국내에서도 온라인 대화나 정보 교환은 주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물론 외국어 사용이 가능한 일부 사람들은 예외에 속하지 만 전체적인 규모로 보면 대부분은 자국인들과 온라인에 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서는 문화나 국가의 경계만이 하나의 사회적 경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직장, 취미 등과 관련 된 다양한 집단의 경계 역시 온라인에서 하나의 경계로 작
용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비록 온라인에서 다 른 집단 소속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 지만 주로 내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는 것을 말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같은 집단 소속의 사람들끼리는 서로 친밀감을 느끼거나 비록 잘 알 지 못하는 사이일지라도 공유된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대화가 이루어지고 정보도 주고받 게 된다. 각종 동창회 같은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 는 밴드(Band), 다양한 사회적 모임이 가능한 페이스북 등이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서비스에 해당한다. 온라인 인맥 서비스와 관련된 최근의 여러 가지 현상들 을 종합해 보면 SNS같이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으로 까지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나 정보 교환 역시 이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인터 넷에서 국경을 넘어서거나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는 활동 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한 경계 안 에서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통해 뉴 스를 찾아 들어가는 것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뉴스를 읽게 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사람 들은 흥미로운 뉴스나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달한다. 이렇
게 전달받은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 보내온 뉴스 혹은 정 보이기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살펴본다. 왜냐하면 일반적 으로 사회적 관계는 유사성을 근거로 형성되며 따라서 나 와 친구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측면(예: 학교, 지역, 취미 등)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공통의 관심사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 친 구가 좋아하는 정보면 나 역시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자신과 사회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 을 의지해 정보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현상을 소셜 내비게 이션(social navigation)이라고 한다. 처음에 학자들은 인 터넷이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 교류의 장 역할을 해 다양한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온라인 상호작용이 활발해질 것 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국가적, 언어적 경계라는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고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집단의 경계들이 소통과 정보 교류를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사회적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주 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온라인 행동이 기술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 니다. 그보다는 이들 경계가 하나의 심리적 경계로 작용 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경계 안에서, 같은 말을 사용하며
같은 문화를 지니고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하 는 상호작용이 훨씬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기 때문 이다.
사회적 정보 교류의 양면성 인터넷 환경의 기술적 특성은 보다 자유로운 대화와 정보 교류를 가능하게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사회적 경계 속 에서 활동하곤 한다. 나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나 역시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친한 사람들을 통해 얻은 정보가 나에게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친구가 보내온 새로운 책 정보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상대방이 책 전문가라면 믿고 의지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정보에 대한 신뢰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관계에 근거한 정보 교환이 반 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찍이 사회학자 그래노베터 (Granovetter, 1983)는 사람들이 어떤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취직을 하게 되는가를 연구했다. 일반적으로 친한 친구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어 취직을 하게 될 것으로 예 상할 수 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사람들이 취직과 관 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은 대상은 별로 친하지 않으며 가끔
씩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 는 친밀하고 강한 관계(strong ties)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주로 나와 유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나 역시 알고 있는 정보인 것이 많아 정 보의 유용성이 떨어진다. 이와 달리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으며 약한 관계(weak ties)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사회적 배경이 다를 때가 많아 이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나는 잘 모르는 경우 가 많다. 따라서 직업을 구할 때 어쩌다가 이들이 전해 주 는 정보가 매우 유용하게 작용한다. 그래노베터는 이를 ‘약한 관계의 강함(strength of weak ties)’이라고 표현했 다. 이와 달리 ‘강한 관계의 약함(weakness of strong ties)’ 은 친한 지인들의 정보가 중첩성이 높아 참신성과 유용성 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온라인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이루어지고 보다 유용한 정보를 활발하게 주고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람 들은 다양한 사회적 경계 안에서 온라인 활동을 하곤 한 다. 이러한 현상은 내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지 인들이 내가 관심 있는 정보를 보내 주곤 한다는 점에서, 내가 그들을 신뢰하는 만큼 그들이 보내오는 정보 역시 신 뢰할 만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
나 정보유용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정 보를 중첩되어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반드시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심리 이제까지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인터넷 같은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반드시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에 의해 결 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보다는 다양한 사 회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해 개인의 행 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결과 익명성과 낮은 사회적 실 재감으로 온라인에서 반사회적이며 일탈적인 행동이 만 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에 반하 는 행동들도 나타난다. 인터넷의 특성상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교류가 확 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상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사 회적 경계가 사용자들의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 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아예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으 로 전이된 SNS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셜 내비 게이션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애초에 학자들 이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렇다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온라
인에서 어느 한 방향의 현상(반사회적 대 사회적 행위, 자 유로운 정보 교류 대 소셜 내비게이션)이 주로 관찰된다 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이러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심리적 요인들로 때로는 어느 한쪽의 행동이 더욱 많이 관찰될 수 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사회 적 상황 역시 변화하며 이의 영향 속에 있는 개인의 미디 어 이용 행동 역시 함께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위의 특성과 행위 의 결과들이 지니는 의미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것 은 기본적으로 미디어 이용과 관련된 개인의 심리적 속성 들을 이해하고 이들 심리적 요인이 기술, 그리고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는가를 이해함으로 써 가능해질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그에 따른 사용자 들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 사회, 심리적 요인 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부분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주로 기술적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미디어, 특히 디지털 뉴미디어
는 기술의 발전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며 진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디 지털 뉴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가 미디어의 기술적 요인에만 집 중된다면 사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위를 올바르게 이해 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지속적인 심리 요인들에 대한 고려 없이 급변하는 미디어 기술에만 관심을 둔다면 핵심 사항들을 배제한 채 피상적인 이해에 만 머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과 관련된 사용자 들의 심리적 작용을 중심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인터넷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 왜 중요한 가를 이해하고 보다 긍정적인 온라인 소통 행위 방법을 찾 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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